[기고]‘국민의 언론’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며
대한매일이 서울신문이라는 제호를 버리고 새출발 한 지 1년이 지났다.그 성과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나 대한매일의 개혁이 절반은 성공,절반은 실패라 할 수 있을 것이다.성공적인 측면을 먼저 보자.독자로서 환영할만한 점은 논조의 극단성이 많이 줄었다는 사실이다.과거 ‘서울신문’은 정부 관계,노사관계,남북 관계에서 균형을 찾지 못하고 특정한 사람이나 이념을 극단적으로 지지하는 편향 때문에 많은 비난을 받았다.‘대한매일’이 수구적 시각을 상당히 불식시키고,비판적이거나 진보적 인물에게 열린 자세를 보여준 것은 당연한 선택이라 하겠다.
행정뉴스의 강화도 긍정적인 변화라 할 수 있다.다만 홍보성 기사나 보도자료에 의존한 것들이 너무 많고 자체 발굴기사가 적은 것은 약점이다.대한매일이 행정뉴스를 표방한 것까지는 좋았으나 서울 일변도의 지면배치는 지나치다.그리고 편집이 단조롭기는 하나 기교를 많이 부리지않아 정결한 감을준다.신선한 시각을 가진 필자들을 개발한 것이나 각종 시민단체들에 대해문을 개방한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
그러나 대한매일의 실패한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언론으로서 제모습을 갖추었느냐 하면 그렇지못한 구석도 많기 때문이다.무엇보다 정부여당을감시하고 견제하는 기능이 너무 미약하다.그리고 야당에 대해서는 다소 편파적인 경우가 많다.다시 말해 정부여당의 입김이 너무 세다.대한매일의 소유와 경영 구조상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될 것이다.
대한매일이 정부여당 중심으로 보도하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다해도 그 대칭점에 서 있는 야당,정부 비판적 집단이 가진 의견도 가감없이 보도할 책무가 있다. 대한매일이 사회적 쟁점을 만들어 국민들에게 제시하는 기능도 미흡하다.신문이 영향력을 가지려면 역시 ‘아,이런 것이 문제구나’하고 독자가 느낄 수 있는 쟁점을 만들어야 하는데 대한매일은 그런 점이 부족하다.또한 발굴 기사를 거의 볼 수 없는 것도 대한매일의 약점이다.
정보통신,과학기술,영상 등 문화산업 등 21세기를 이끌 산업에 대해 대한매일의 관심도는 너무 미미한 것으로 보이며,이 방면에 대한 전문인력을 확보하는 데도 실패한듯 하다.대한매일의 변화를 다양한 각도로 살펴보았는데 한 걸음 더 전진하려면 우선 소유구조를 개선하여 정부여당의 영향권에서 빨리 벗어나는 일이 급선무라고 본다.
서울신문에서 대한매일로 제호를 바꿨다는 것은 서울 지역지에서 전국지로 바꾼다는 의미도 있다.그러나 대한매일은 여전히 서울중심 신문이다.제대로 된 전국지가 되려면 지역소식이 1면 주요기사가 될 때도 많아야 하고,지방소식도 대폭 늘려야 한다.지방에도 많은 시민단체,전문가들이 있으며,서울의 소리와는 다른 소리를 가진 사람이 많다.이들에게 과감히 지면을 개방한다면 전국지로서 위상이 한껏 제고될 것이라고 본다.대한매일의 특화 상품인행정뉴스란이 독자,시민단체,전문가,공무원들이 진지하게 현안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논쟁의 장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대한매일에서 고도의 분석력과 예측력을 가진 기사를 찾기가 쉽지 않다.역사의 물줄기를 바꿀만한 힘과 패기를 가진 논설이나 칼럼도 보기 어렵다.이것은 투자 부족,전문성의 미흡 그리고 신문사의 보수적 분위기 때문이라 추정된다.특히 경제,과학기술,남북문제,문화산업 등에서 과연 전문기자가 있는지 의문이다.
과거 정권 홍보지라는 숱한 비판을 받아왔던 서울신문의 역사를 마감하고새로 태어난 대한매일이 거둔 성과는 상당한 것이라 평가된다.그러나 급격한 사회변화,국민의식의 변화 등에 비추어 대한매일의 변화는 시작에 불과하다.독자들은 대한매일이 ‘국민을 위한 언론’이라는 확고한 정체성을 스스로만들어가기를 기대한다.
[김승수 전북대교수·신문방송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