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 미디어렙 ‘방송계 태풍’ 예고
정부가 내년 12월 말까지 도입하기로 한 민영 미디어렙(Media Representative·방송광고판매대행사)이 방송계 태풍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에 이어 기획재정부까지 가세해 밀어붙일 태세이지만 지역민방과 종교방송사, 언론시민단체들은 “방송다양성과 공공성 위축”을 이유로 거세게 반대하는 등 반발이 만만치 않다.
문화부는 지난 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 업무보고에서 기존의 한국방송광고공사법을 대체하는 ‘광고법’ 제정을 정부입법으로 추진, 코바코 대신 ‘광고공사’ 또는 ‘광고진흥원’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광고공사는 방송광고를 포함한 광고시장 전체를 대상으로 진흥사업을 진행하게 된다. 특히 새로운 광고법에 지상파 방송광고판매대행 사업자 허가나 소유제한 등 인허가 관련 내용을 담기로 해 복수 민영 미디어렙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했다.
방통위도 지난 4일 대통령 업무보고와 10일 국회 문방위 업무보고에서 방송광고시장을 경쟁체제로 전환할 것이라며 민영 미디어렙 도입과 방송광고공사 관리감독체계 재정립 추진 방침을 밝혔다. 후자와 관련, 문화부와의 소관부처간 갈등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방통위는 공공성 미비라는 비난을 의식,“지역방송과 종교방송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지만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한국지역방송협회는 지난 12일 성명을 내고 “정책 방향을 미리 정해 놓은 뒤 보완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은 그 의도의 순수성을 의심하게 만든다.”면서 “실질적인 보완책과 대비 없이 민영 미디어렙을 도입할 경우, 지역방송과 종교방송은 생존의 위기에 내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19개 지역MBC와 9개 지역민방으로 구성된 지역방송협회와 CBS노조, 코바코 노조 등은 연일 성명을 발표하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16일 5개 종교라디오방송사들도 대책회의를 갖고 반대 입장을 공식 표명할 계획이다.
하지만 기획재정부가 이달 말 발표할 3차 공기업선진화 방안에서 코바코 해체를 밝힐 것으로 전망돼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코바코의 문제점으로 ▲독점영업에 따른 방송 및 광고산업 위축 ▲방송사 자기영업권의 제한 ▲연계판매에 따른 불공정행위 지속 등을 지적한다.
하지만 해체 주장의 근거로 지적되는 역기능 못지않게 순기능도 적지 않은 만큼 코바코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김승수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서울 편향적인 한국의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광고취약매체 연계판매는 불가피한 공적 규제라고 보는 게 옳다.”면서 “민영 미디어렙 도입시 보완책을 마련한다 하더라도 2∼3년 임시대책에 그칠 가능성이 크며, 결국 지역·종교방송을 크게 위축시키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뿐 아니라, 코바코는 광고주와 방송사의 직거래를 막아, 프로그램의 독립성을 보장한다.”면서 “이런 순기능들이 불필요한 사회적 손실을 막는다는 점에서 다른 여타 단점들을 커버하고도 남는다.”고 강조했다.
민영 미디어렙 도입은 신문방송 겸영, 다민영 1공영 체제로의 전환 등 정부의 방송구조 개편 시도를 알리는 신호탄과 같다는 점에서 논란이 증폭될 것이란 관측이다. 김 교수는 “정부가 독점체제를 바꾸겠다면서 설득력있는 이유나 정당한 절차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는 정부가 방송구조를 재편하기 위해 민영 미디어렙을 정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