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의-동해선 연결 착공/ ‘대혈맥’ 잇기
■의미와 효과
남북 교통망 연결은 단순히 분단된 국토를 연결한다는 것 외에 새로운 동북아 협력시대를 열고 기존의 남북관계를 한 차원 높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또 그동안 공해와 제3국을 거쳐 연결됐던 남북관계가 비무장지대(DMZ)를 통해 직접 연결됨으로써 분단을 물리적으로 극복하는 의미도 지닌다.
◆정치·군사적 측면-남북 교통망 연결은 우선 인적·물적 교류가 확산될 경우 남북 상호 신뢰가 회복돼 평화정착을 위한 기반이 마련된다는 점이다.또 비무장지대의 일부 개방으로 군사적인 불안정과 긴장감이 해소돼 한반도에서의 전쟁발발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특히 남북한간 산업연계는 북한 체제를 대내외에 노출시키는 결과를 가져와 북한의 개방을 촉진하게 된다.이와 관련,김일성 종합대학의 김수용 교수는 지난 98년 2월 일본니가타에서 열린 동아시아경제회의에서 “철도의 연결은 통일을 의미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경제적 측면-남북한간 직교역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남북 교통망이 연결되면 더욱 활기를 띠게된다.해상을 이용한 컨테이너 수송을 육로수송으로 전환할 경우 상당한 물류비 절감과 수송기간이 대폭적으로 단축된다.
2001년 말 현재 남북교역 규모는 40억 295만달러 수준이며 현재 인천∼남포간 해상항로를 이용할 경우 1TEU(20피트컨테이너 1개)당 800달러의 운임이 들지만 철도를 이용할 경우 6분의1 수준인 132달러 정도로 추정된다.
부산∼나진간의 해상항로를 이용할 경우 현재 1TEU당 850달러의 운임이 들지만 철도를 이용할 경우 1TEU당 453∼547달러 정도로 저렴한 것으로 분석됐다.경의선이 복원되면 오는 2005년 남북간 연간 물동량은 166만t,컨테이너 화물은 16만 6000TEU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또 육로를 통한 남북간 정기 수송이 가능해지면 현재의 단순 임가공 형태의 교역이 설비 반출형 위탁가공으로 질적 향상이 촉진된다.사양산업 업종은 생산기지를 북한으로 이전하게 된다.건교부 관계자는 “남측은 기술집약적 산업으로,북측은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산업구조가 재편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다 한반도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연결할 경우 ‘철의 실크로드 시대’가 도래,한반도가 21세기 동북아의 물류중심 국가로 부상하게 된다.아울러 북한 경제 활성화로 통일 비용을 감소시키는 부대효과도 생긴다.
◆문화적인 측면-교류확대로 민족의 동질성 회복 등 부수적 효과가 뒤따르게 된다.
김문기자 km@
■北, 동해선 중시…다목적 포석
북측은 18일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착공식에서 확연히 동해선 쪽을 우선시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16일 타결된 남북 철도 및 도로연결분과 1차회의 합의문에서도 북측은 경의선에 해당하는 부분을 ‘서해선’이라고 지칭하면서 ‘동해선’뒤에 명시했다.
이날 착공식 행사도 동해선에 중심을 두고 진행했다.행사엔 홍성남 내각 총리를 비롯한 주요인사들이 참석했으나,개성역에서 열린 경의선 착공식엔 박창련 남북 경제협력추진위원회 북측 위원장이 대표로 참석했다.북측이 남북한 철도 및 도로 연결 사업과 관련,경의선보다 동해선쪽 연결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는 부분이다.
북한이 경의선보다 동해선을 선호하는 이유는 다목적이다.체제 유지,외교·안보,경제적인 면 등을 다양하게 고려하고 있다.북측은 지난 4월 임동원(林東源) 청와대 외교안보통일 특보가 방북했을 때도 먼저 동해선을 연결할 것을 제의했다.우리측이 서울과 평양을 연결하는 상징적인 면에서 경의선을 선호하는 반면,북한은 그 반대의 이유로 우리나라 오른쪽 끝 동해선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현재 경제관리 개선 조치들을 시행하기 위해선 물자 유치를위한 개방이 필수적인데,개방으로 인한 체제 동요를 최소화하기 위한 포석이란 게 정부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시베리아횡단철도(TSR)로 연결되는 동해선 사업을 통해 러시아와의 관계개선 등 전략적인 세력 균형도 모색하려는 복안도 있다는 진단이다.
김수정기자
■연결과제·문제점 - 통신·신호체계 통일해야
남북 철도 연결과 함께 기관차 운영,신호처리 등을 논의하기 위한 ‘열차 및 차량운행협정’ 체결,사고발생시 처리와 손해보상 등 실질적인 철도 개통을 위해서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또 장기적으로는한반도종단철도와 대륙횡단철도 연결을 위한 북한 철도의 현대화 작업도 숙제로 남아 있다.
◆남북 철도운영의 차이점-북한은 전철화율(79%)이 남한보다 높은 반면,전력사정으로 인해 운행빈도는 낮다.
또 남한은 열차속도가 평균 시속 70∼110㎞이지만 북한은 25∼60㎞에 불과하다.산악지형이 많은 데다 동차의 보수불량으로 표준마력을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따라서 사고에 따른 손해보상 등 사후처리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남측은 여객운송을 중시하지만 북한은 화물운송 위주의 시스템이다.또 북측의 객차는 일제 시대의 것을 아직도 사용하고 있으며 전체 객차 수가 1132대에 불과해 객차 지붕에도 사람을 싣고 다닐 정도다.특히 경의선이 연결되더라도 황주∼사리원(24㎞),평양∼신안주(74.7㎞) 구간의 선로용량 부족이 심각해 복선화 작업 등 선로용량 확대가 시급하다.
◆북한 철도의 현대화 문제-북한의 철도 상태를 점검한 보고서에 따르면 레일이 많이 닳아 있고 이음부분 상태가 좋지 않은 등 대부분 낙후돼 안전성에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또 ▲나무침목도 많이 부식돼 있고 ▲강자갈과 쇄석이 혼재돼 있어 도상의 탄성이 떨어져 하중부담과 궤간유지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판이한 통신 및 신호체계-북한 철로의 신호체계는 전구간이 통표폐색장치(단선구간에서 역간을 1폐색구간으로 할 때 양쪽 역의 상호 통과표와 운행장치)에다 대부분 완목신호기로 돼 있다.
또 역간 통신설비는 나무전주에 8회선 정도 설치돼 있으며 전주의 부식상태도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이같은 남북한 신호체계 및 통신방식의 차이점은 DMZ내의 남북한 철로 접속점에서 극명하게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김문기자
■공사 어떻게 하나 - ‘설계·시공 동시에' 속도전
정부는 19일 비무장지대(DMZ)내 지뢰제거 작업을 시작으로 최단기간내 공사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경의선= 철도의 경우 지뢰제거-노반공사-궤도부설-신호·통신·전기공사 등 4단계로 진행된다.남측구간의 경우 문산∼군사분계선간 12㎞ 가운데 DMZ 이남지역(10.2㎞)은 공사가 이미 완료돼 DMZ내 1.8㎞ 구간만 남겨둔 상태다.
도로는 통일대교 북단∼군사분계선간 5.1㎞를 4차선으로 연결하는 것으로 DMZ 이남 3.3㎞ 구간은 이미 공사가 완료됐다.내년 봄 완공을 목표로 설계와 시공을 동시에 진행하는 패스트트랙(Fast-Track) 방식으로 진행된다.공사구간내 3곳의 교량이 건설되고 철도와 마찬가지로 2곳의 생태터널이 만들어진다.
DMZ 구간의 지뢰제거와 노반공사는 군이 담당하고 민간 건설업체는 궤도부설과 각종 설비공사를 맡게 된다.사업비(남측)는 철도 906억원,도로 898억원 등 모두 1804억원이다.
◆동해선= 철도는 2단계로 나눠진다.저진∼군사분계선간 9㎞가 내년 9월까지 우선 연결되고,강릉∼저진간 118㎞ 구간은 2단계 사업으로 1단계 공사 뒤 설계와 공개입찰을 통한 시공사 선정 등을 거쳐 추후 추진된다.
도로(국도 7호선)는 통일전망대와 군사분계선을 연결하는 2차선 4.2㎞ 구간으로 철도와 마찬가지로 내년 9월께 공사가 완료될 예정이다.도로 연결에는1년 정도의 시간이 걸려 오는 11월 말까지 임시도로를 먼저 개설,금강산 관광도로로 활용할 계획이다.임시도로는 군 물품 보급로 등으로 활용되던 국도 7호선과 연결되는 남측 1.2㎞와 북측 0.3㎞ 구간이다.총 사업비는 ▲1단계1668억원(철도 748억원,도로 675억원,임시도로 245억원) ▲2단계 1조 7794억원(저진∼강릉간 철도) 등이다.
◆패스트트랙 공법= 공사전체의 설계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설계완료 부분부터 먼저 검토·승인해 공사를 착수하는 방식이다.기존 건설방식이 갖는 순차성의 한계를 극복함으로써 대폭적인 공기단축,비용절감 효과를 동시에 제공해 준다.
김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