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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후명 장편소설 ‘삼국유사 읽는 호텔’

    윤후명 장편소설 ‘삼국유사 읽는 호텔’

    ‘삼국유사’를 처음 접했던 날이 언제였던가. 가물가물하다.“청무처럼 푸르렀던 대학 시절 어느 날” 이후로 내려놓을 수 없는 강박에 짓눌려 살았다는 것만 또렷하다. 중진작가 윤후명(58)은 “(젊은 날)섣부른 철학에 물들어 얼치기 회의주의자로 매사에 머뭇거리며 살아가던” 어깨 위로 각성제처럼 내리꽂힌 죽비가 다름아닌 ‘삼국유사’였노라고 고백한다. 그가 그렇게나 오래 애정을 갖고 읽어온 ‘삼국유사’를 독자들에게도 읽어주기로 했다. 새 소설 ‘삼국유사 읽는 호텔’(랜덤하우스중앙 펴냄)은 평양을 여행하는 주인공이 호텔방에서 ‘삼국유사’를 다시 읽으며 이런저런 지난 이야기들을 풀어놓는 틀거리의 장편이다. 주인공 ‘나’란 인물이 작가 자신의 분신임은 말할 것도 없다. 분단 이후 처음 육로를 통해 3박4일간의 평양여행길에 오른 ‘나’는 평양시내 양각도 호텔에 머물면서 이런저런 감회에 젖는다. 호텔 로비에 비치된 ‘삼국유사’를 밤 시간의 파적거리로 집어든 나는, 이제 방으로 돌아와 전에 읽었던 구절들을 새삼 되짚어본다. 작가에게 이번 소설은 단지 글쓰기 욕구를 풀기 위함이 아니다.“‘삼국유사’의 기록들은 하나 같이 빛나는 구슬로 이루어져 있는데, 꿰어 있지는 않다.”는 그는 “내가 읽은 이야기들을 꿰어 엮어서 벗님(독자)들께 선물하고 싶었다.”고 했다. 좀더 많은 독자들을 ‘깊고 넓은 귀중한 책’에 눈뜨게 하고자 짐짓 작중 주인공에게 또박또박 읽히기로 수완을 부렸다. 꾀 부릴 독자들을 단단히 붙들어매기 위함일까. 때론 기행문 같고, 또 때로는 진지한 회고담이 되기도 하는 글의 형식이 다채롭다. 낮 동안 평양 곳곳을 돌아다닌 주인공은 ‘삼국유사’의 구절구절을 다시 읽는 동안 회상에 젖기도 한다. 대부분의 독자들이 교과서를 통해 접했을 ‘구지가’(龜旨歌)가 해설을 달고 등장하는가 싶으면, 어느새 허황옥(許黃玉)이 인도에서 배를 타고 와서 김수로왕의 왕비가 된 이야기로 가지가 뻗어있다. 저만치 밀쳐져 눅눅해진 설화를 꺼내 쨍한 햇빛에 널어말리는 것도 작가의 묘수다.‘삼국유사’의 흔적을 더듬어 그녀 M과 옛 가야땅 김해 등을 현장답사한 추억을 불러내 아련한 감상을 덧씌우기도 한다. 소설은 이처럼 과거와 현재, 신화와 작가 개인의 기억이 혼융된 독특한 질감으로 다듬어졌다. 왜 지금 ‘삼국유사’냐고 질문할 독자를 배려해 책 속에 넌지시 답변을 질러넣어 뒀다.“그제야 나는 왜 내가 책(삼국유사)에 몰두했는지 알 것 같았다. 막힌 통로 속에서의 몸짓, 그것이 아닐까.”(68쪽) ‘구지가’의 가사(‘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놓아라’)를 인용하며 이렇게 은유하기도 했다.“스르르 잠이 밀려올 때 나는 노래의 구절을 조렸다. 정의여, 진실이여, 머리를 내미소서.”(69쪽) 오래 별러온 글작업의 노곤한 뒤끝이어서일까.“책이 나오고 내리 닷새 동안 술에 기대어 산다.”는 작가는 2005 프랑크푸르트도서전 주빈국 조직위원회 주최로 19일부터 독일 본, 쾰른 등에서 열리는 한국문학 순회 프로그램에 참가한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헤이리로 그림같은 가족여행

    헤이리로 그림같은 가족여행

    집에만 있기엔 봄볕이 너무 찬란합니다. 봄바람이 살랑살랑 멀리 떠나고 싶은 유혹까지 느껴집니다. 문득 쉬고 싶다면 지금 떠나십시요. 아이들과 함께. 연인과 함께. 꼭 멀어야 여행일까요. 서울인근 파주 예술마을 헤이리를 권합니다. 헤이리의 봄은 더욱 아름답습니다. 예술가들의 숨결이 느껴지는 독특한 건물들, 아이들을 위한 서점과 다양한 체험공간, 연인들을 위한 산책로 등 다양하고 재미있는 공간들이 있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자유로를 달려 파주 헤이리로 갑시다. 봄과 예술의 향기에 취한 봄날의 추억은 오래도록 가슴에 남을 것입니다.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헤이리는 1997년 한길사 대표와 출판인, 지인들이 뭉쳐 예술인들의 혼을 느낄 수 있는 마을을 만들어보자는 논의에서 시작됐다. 그들은 자연친화적이어야 하고,3층을 넘어선 안 된다는 등 몇가지 조건을 지키며 마을을 만들어갔다. 허허벌판이었던 이곳은 조금씩 아트밸리로 바뀌고 있다. 헤이리는 다양한 복합문화 공간이 많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북하우스, 딸기가 좋아, 동화나라, 아트팩토리 등은 빼놓지 않아야 한다. 연인이라면 카메라타 음악감상실, 식물감각, 씨네팰리스 등을 권할 만하다. ●음악-미술-음식-책이 어우러진 북하우스 헤이리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건물이 북하우스. 문을 밀고 들어가면 책은 없고 하얀 앞치마를 두르고 모자를 쓴 주방장 아저씨가 통밀빵 조각을 나누어 준다.‘에잉, 잘못 들어왔나.’하며 돌아서는데 저쪽으로 책이 보인다. 이곳이 한길사에서 운영하는 독특한 복합문화 서점이다. 사선 형태의 책꽃이와 난간에 책들이 빼곡히 꽂혀있다. 어른들은 물론 2층 구석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 코너도 있다. 탁 트인 실내와 창에서 들어오는 햇살이 일품인 1층 식당도 가볼 만하다. 이런 곳에선 무엇을 먹어도 맛있을 것 같다. 파스타 런치세트가 2만 1000원, 농어 런치세트가 4만 5500원. 약간 비싼 듯하지만 오래간만에 분위기 한번 내도 좋을 듯. 빵이 신선하고 부드럽다. 최문은 지배인은 “빵과 케이크를 직접 만들어 사용하기 때문에 영양도 만점이지만 빵맛이 신선하다. 또 호주산 최상급의 고기, 신선한 해산물, 직접 재배한 채소 등을 쓰기 때문에 음식 맛이 최고!”라며 자부심을 표현했다. 서비스 수준도 호텔급이다. 지하 갤러리에는 다양한 전시가 열린다. 매달 마지막 토요일 오후에는 작은 음악회가 열린다.4월30일에는 ‘세계가곡의 향기’라는 주제로 유명 성악가들이 출연한다. 방청객은 200명으로 제한한다. 입장료 2만원, 예약 가능.(031)949-9303. 전문가들이 엄선한 어린이를 위한 동화책을 모아놓은 동화나라(942-1956)도 좋다. 또 지하 갤러리에서 아이들을 위한 동화그림전부터 다양한 전시를 열고 있다. 갤러리 관람료는 1000원. 북카페 반디(948-7952)는 아늑하다. 낡은 책의 냄새가 은은한 허브향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는 곳이다. ●갤러리의 천국 식물감각(957-3123)이란 아담한 갤러리의 문을 열고 들어섰다. 식물이 주제인 공간으로 식물을 주제로 한 작품이 전시돼 있다. 야생화부터 어지러운 추상화 속에 감추어진 이름 모를 풀꽃까지 다양하게 식물을 표현한 작가는 이곳의 주인인 마현숙씨다. 인테리어뿐 아니라 식탁 위 액세서리와 음식도 꽃을 주제로 하고 있다. 식용가능한 우리 꽃을 파스타와 스테이크에 장식했다. 파스타는 1만 2000원선, 스테이크는 2만 5000원선. 런치세트 2만 3000원. 지하 작은 공간에 자리한 모아 갤러리(949-3272)는 빨간 소쿠리와 지퍼로 만든 조명탑이 눈길을 끈다. 네모난 컨테이너 박스 같은 살림집 아래 아담한 연못과 창포꽃이 어우러졌다. 실험적인 전시들이 1년내내 연이어 열린다.1000원.93MUSEUM(948-6677)은 헤이리에서 가장 큰 전시공간으로 국내 최초의 인물 미술관이다. 단군, 김수로왕부터 전·현직 대통령, 나훈아까지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볼 수 있다. 어른 5000원, 학생 4000원. 헤이리 제일 꼭대기에 자리잡고 있는 도자기 전문 갤러리 한향림갤러리(948-1001)에서는 우리 항아리의 멋스러움을 한껏 느낄 수 있다.5월말까지 세계적인 도예가 체코출신의 진드라 비코바의 연대별 주요작품을 전시한다.1000원. ■놀며 배우며 ~ 좋아라 ●기발한 상상력을 키워요-딸기가 좋아 아이들이 가장 행복해하는 곳, 딸기모양의 모자부터 똥모양의 캐릭터까지 아이들은 이곳에선 마음껏 외쳐댄다.“어휴 냄새야!” 쌈지에서 운영하는 딸기테마파크 ‘딸기가 좋아’는 단순히 딸기, 똥치미 등 쌈지의 캐릭터 상품을 파는 매장이 아니다. 커다란 플라스틱 딸기상, 편안하게 장난치듯 캐릭터 상품을 가지고 놀 수 있는 널찍한 공간. 스스로 간단한 분장으로 딸기로 변신할 수 있는 공간. 또 커다란 뱀이 살고 있는 볼풀장 등이 재미있다. 어른 3000원, 어린이 2000원. 이밖에도 세계민속악기박물관(946-9838)도 권할 만하다. 박물관이라고 유리를 통해 눈으로만 봐야 하는 곳이 아니다. 누구든 북채를 쥐고 신나게 북을 칠 수 있고, 나무실로폰, 긴 막대를 위에서 아래로 옮겨드는 순간 ‘쏴∼르르’ 맑은 별이 쏟아지는 소리가 들리는 이국의 다양한 악기체험도 할 수 있다. 아시아는 물론 인도, 서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 75개국에서 수집한 600개의 악기가 전시되어 있다. 입장료 5000원. 그외 아이들에게 예술은 바로 생활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는 아트팩토리(957-1054)도 좋다. 입구의 아트숍에선 접시와 컵, 주전자부터 액세서리까지 작가들의 작품이 눈에 띈다. 가격도 저렴하다. 토요일마다 ‘키즈워크숍’이란 체험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영화박물관인 씨네 팰리스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꼭 한번 들러봐야 할 필수코스.1층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반지의제왕, 해리포터, 스파이더맨 등 만화영화의 캐릭터들이 전시되어 있고 2층에는 한국에 한 점밖에 없다는 오드리헵번의 ‘로마의 휴일’포스터를 비롯해 다양한 포스터와 자료들이 즐비하다. 또 SF 영화의 피규어(캐릭터인형일종)들이 상당수 전시돼 있다. 실물 크기의 스타워즈의 요다, 손을 대면 붉은 글씨가 드러나는 실물 크기의 반지의 제왕 절대반지 등 재미있는 것들이 많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라면∼ 인기 DJ 황인용씨가 운영하는 카메라타 음악감상실(957-3369)은 사랑을 고백하기 좋은 곳. 특별한 날이 아니라도 늘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이 끊임없이 찾는다. 황인용씨가 선곡한 음악들을 듣기도 하고 신청곡을 즉석에서 받아 들려주기도 한다. 그녀를 위한 신청곡을 미리 준비해 가는것도 센스. 입장료 1만원만 내면 음악은 물론 커피와 녹차까지 제공한다. 이곳의 장점은 유행이 지나 이젠 어디서 들으려 해도 좀체 들을 수 없는 음악조차 무엇이든 요청할 수 있다는 것. 음악을 신청하고,“요즘 많이 힘들지.”라고 말하며 아내의 손을 꼭 잡아주기라도 하면 분위기는 살아난다. ■여기도 가보세요 역시 나들이의 마무리는 찜질방이 최고. 아이들과 함께라면 지난 2월말에 파주출판단지 이채쇼핑몰에 오픈한 아스클리조트가 좋다. ●수영장이 있는 찜질방 온 가족이 즐기는 웰빙 리조트라는 테마가 딱 들어맞는 아스클은 규모면에서 일단 놀라게 된다. 이벤트홀은 무대까지 갖춰 정말 운동장같다. 피트니스센터, 게임방, 노래방, 카페, 모임방뿐 아니라 실내수영장에 유수풀까지 정말 웰빙이란 단어가 잘 어울린다. 어린이 전용수영장에는 미끄럼틀과 놀이시설이 있고 수심이 낮아 안전하다. 아이들은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하고 어른들은 편안하게 찜질을 즐기고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있겠는가. 이젠 땀을 낼 차례. 다이아몬드를 소재로 한 다이유진에서 나오는 순수 원적외선이 뜨겁지않으면서도 땀이 잘 나는 다이유진찜질방, 후끈후끈 땀이 비오듯 쏟아지는 맥반석 불한증막도 있다. 땀을 흠뻑 흘린 후 먹는 아이스크림은 꿀맛. 수영장 한켠에 있는 쌍떼르는 아스클의 자랑. 유지방이 적은 저칼로리 웰빙 아이스크림이다. 생과일을 직접 갈아 만드는 아이스크림과 녹차, 흑미 아이스크림도 있다.2500∼5500원. 휴일엔 찜질만 할 경우 성인 9000원, 아이 7000원. 수영장까지 이용할 경우 5000원 추가.www.ascle.co.kr,(031)955-5068.
  • 어린이 역사인물 백과(국내편)/민병덕 글·이강 그림

    베텔스만에서 펴낸 ‘어린이 역사인물백과(국내편)’(민병덕 글, 이강 그림)는 ‘역사=딱딱하고 어려운 이야기’라는 편견을 깨줄 어린이 교양서이다. 한국 역사에 우뚝한 위인 200명의 일생과 주요업적이 역사·문화적 측면에서 압축적으로 조명됐다. 그 가운데서도 100명은 역사적 사료로서 소장가치가 높은 초상화와 관련사진들까지 천연색으로 해설에 덧붙여졌다. 덕분에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재미만점의 인물사전이 됐다. 주요 독자층은 초등·중학생. 초·중등 교과과정에 나오는 우리 역사 속 인물들이 총망라됐다. 고조선의 첫 임금인 단군 이야기로 운을 뗀 책은 생존해 있는 세계적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까지 등장시켰다. 예컨대 가야의 첫 임금인 ‘김수로왕’편.‘삼국유사’의 ‘가락국기’를 제시하며 김수로왕이 어떻게 가락국(금관가야)을 다스리게 됐는지를 2쪽에 걸쳐 해설한다. 김수로왕의 초상화, 김해 구지봉에 있는 여섯 알의 사진, 당시에 쓰였던 사슴장식구멍단지 실물사진 등이 곁들여져 이해를 돕는다. 학교수업에 실질적 도움을 주는 세심한 편집도 눈에 띈다. 김수로왕은 ‘초등 6-1 사회과 탐구 1-1 힘을 겨루며 성장한 세 나라, 중등 국사 2-1 삼국의 형성’이 관련 단원임을 명시해주는 식이다. 인물마다 ‘재미있는 역사상식’이 자투리 상식으로 보태진 것도 인물사전의 지루함을 떨치게 하는 흥미포인트. 지은이 민병덕씨는 ‘역사를 바꾼 인물 33인’‘역사인물동화 시리즈’‘우리나라를 빛낸 역사인물 20’ 등을 펴냈다.2만 4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총선 D-2] 朴대표 “朴風 계속 이어갈것”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12일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선대위원장 사퇴에 아랑곳하지 않고 ‘박풍(朴風)’ 이어가기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정 의장의 사퇴에 대한 소감을 묻자 반응은 “예,그렇습니까.”라는 게 전부였다. 박 대표는 총선을 사흘 앞둔 이날 경남 하동·남해·통영·거제·김해를 거쳐 부산 사하·영도·해운대·동래 등 PK(부산·경남) 지역을 누비며 막판 세몰이를 이어갔다. 영도구 남항시장 인근 도로에서는 2000명을 훨씬 웃도는 주민들이 4차선 도로를 가득 메워 교통이 전면 마비될 정도였다. 박 대표는 경남 하동파출소 앞 유세에서 “열린우리당이 개혁을 위해 탄생했다고 하는데 정쟁과 비난을 일삼는 것을 보면 의구심이 든다.”면서 “상대당이 매일 저에 대해 비난과 억지 주장을 펼쳐 견디기 힘들 때도 있지만 참고 또 참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지역에 출마한 박희태 후보는 “박정희 대통령의 피가 흐르는 박 대표가 경제를 살릴 것이고,박정희 대통령의 위대한 지도력과 육영수 여사의 우아한 미소를 동시에 보게 될 것”이라고 박 대표를 치켜세웠다. 박 대표는 당초 당일치기로 이 지역을 지원 유세할 예정이었으나 현지 후보들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하룻밤을 머물기로 했다.13일 아침에는 부산 부전시장 등에서 유세전을 재개한 뒤 귀경,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에서 마지막 표밭훑기를 계속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이날 열린우리당 허인회 후보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정자금이 박 대표에게 건네졌다고 주장한 데 대해 법적 대응을 분명히 했다.이날 오후 경남 김해시 김수로왕릉 앞 공원에서 “열린우리당 허인회 후보의 주장은 새 정치를 위해 끝까지 규명돼야 한다.”면서 “허 후보가 내일까지 관련 자료를 내놓지 않을 경우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또 “열린우리당이 우리가 돈 받고 청중을 동원했다고 하는데 돈 받고 온 사람 있느냐.”며 청중들에게 반문하기도 했다.주민 2000여명은 ‘박근혜’를 연호했다. 전광삼기자 hisam@˝
  • [이런책 어때요] 다시 읽는 한국신화/손종흠 지음

    신화는 인류문명의 모태이자 귀착점이다.신화를 통해 과거를 볼 수 있고 또한 미래를 앞당겨 볼 수도 있다.신화가 주목받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저자(방송통신대 교수)는 우리 신화의 대표격인 단군신화를 비롯, 건국신화인 주몽신화·김수로왕신화·혁거세신화,탐라국의 건국신화이자 씨족신화인 삼성혈신화 등을 다룬다.나아가 설화의 주인공으로 더 잘 알려진 서동과 온달,처용,견훤 등도 신화 속 인물로 끌어들인다.신화가 반드시 신들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고대인의 사유나 표상이 반영된 신성한 이야기란 점에서다.저자는 신화의 범주를 크게 본다.1만 2500원.˝
  • 盧 “지방에서 잡겠다”/新행정수도 추진위원장 임명 ‘충청껴안기’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는 8일 나흘째 영남에서 ‘노풍(盧風)’ 확산에 총력을 쏟은 뒤 대전과 충청지역으로 이동,정책공약을 내놓았다.노 후보는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면서 정책 중심의 ‘포지티브(Positive)’ 전략에 초점을 맞췄다.특히 돼지저금통 모금 등 정치개혁에 대한국민들의 열망을 치켜세우면서 “이제 국민 여러분이 가자고 하는 곳으로 가겠다.”고 다짐했다. 노 후보가 대전에서 신행정수도 이전 공약을 발표하며서 강용식(姜容植) 전 한밭대 총장을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장으로 임명하고,충청 지역 대표를위원회에 포함시키겠다고 약속한 것은 이 지역 민심잡기의 일환이다. 노 후보는 이번 지방유세에서 ‘민심을 따르는 후보’라는 점을 강조하며이회창 후보와의 차별화에 박차를 가했다.8일 군 관련 공약을 제시하면서 현행 26개월인 군 복무 기간을 단계적으로 22개월로 단축하기로 약속한 것도민심잡기와 차별화 전략의 포석으로 분석된다.그는 이 후보가 이미 군 복무기간 단축(현행 26개월에서 24개월로)을 공약으로 내세운 데 대해 “단축에따른 대안과 구체적인 병무정책을 제시한 점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대전 방문에 앞서 노 후보측은 영남권 공략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부산과 대구 등 도시권을 제외한 영남 지역의 판세가 2대8 정도로 노풍의 영향이 아직 미미하다고 판단,바람몰이에 안간힘을 썼다. 노 후보는 경북 구미와 김천 유세에서 “제가 대통령이 되면 김대중·호남정권이 아니라 노무현 정권이자 전국정권”이라며 이 지역의 ‘반 DJ’표심을 공략했다.특히 “제가 DJ양자라고 주장하는 것은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 뒤 “이제 3김 정치는 끝났으며,오늘 대구·경북 지역에서 지역감정이 날아가고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앞서 7일 자신의 고향인 경남 김해 김수로왕릉 앞 유세에서는 “제 10대조조상의 묘가 여기(김해)에 있는데 날 보고 DJ양자라고 하면 김해 사람들에대한 모욕”이라면서 “내가 호남에서 지지를 받는 것은 15년 동안 지역감정을 없애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밀양 시외버스터미널 앞 유세에서는 “농업시장 개방으로 휴대전화와 선박을 더 팔게 되면 그 쪽의 세금을 더 내게 해서 피해를 입은 농업을 지원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대구 유세에서 노 후보는 의정부 장갑차 여중생 사망사건과 관련,“대통령이 되어 부시 미 대통령을 만나면 우리 국민의 뜻을 가감없이 전하고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의 개정만이 양국 관계를 돈독하게 하는 길이라고 말하겠다.”고 강조했다.이어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국가적·민족적 자존심을 살리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노 후보는 이와 함께 “지방대 출신을 인구비례만큼 공무원에 의무적으로채용하는 ‘공무원 지역할당제’를 추진하고 서울·대전의 연구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겠다.”며 지방분권화 정책을 약속했다. 한편 대구·경북지역 사회단체 대표 6명은 8일 대구 그랜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노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지지 단체에는 경북약사회와 대구치과의사회,대구·경북소상공인협회,전국자동차노조연맹 대구시지부 등이 포함됐다. 대전·대구 김재천기자 patrick@
  • ‘원 코리아’ 37억축제 빛내다, 부산아시안게임 남북 43번째 동시입장

    ‘아시아를 하나로,부산을 세계로’ 37억 아시아인의 대축제 제14회 부산아시아경기대회가 29일 오후 6시 주경기장에서 화려한 개회식을 갖고 본격적인 메달 레이스에 들어갔다. 다음달 3일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가입 예정인 동티모르를 포함,사상 최다인 44개국 9900여명의 선수단이 출전한 이번 대회는 38개 종목 419개의 금메달을 놓고 다음달 14일까지 16일간 열전을 벌인다. 이날 개회식에서 남북한 선수들은 같은 단복을 입고 한반도기를 앞세운 채 나란히 입장,2000년 시드니올림픽에 이어 2년만에 다시 한번 세계를 감동시켰다. 참가국 가운데 맨 마지막 43번째로 입장한 남북한은 ‘KOREA’를 새긴 청사초롱에 이어 ‘남남북녀’ 공동기수 황보성일과 이정희를 앞장세운 채 손에 손을 잡고 들어와 화합의 장을 연출했다.또 오랜 전란의 아픔을 씻고 참가한 아프가니스탄과 팔레스타인,지난 5월 독립한 신생 동티모르 선수단 등도 6만여 관중들의 환호를 받았다. 개회식은 ‘난타’ 공연으로 막을 올렸다.아시아 각국에서 모은 그릇과 주걱 등 생활도구들이 서로 부딪히는 소란 속에 ‘어서 오이소’라는 부산 사투리가 정겹게 손님을 맞았다.선수 입장에 이어 개회가 선언되자 현란한 불꽃이 밤하늘을 수놓았고,부산시내 차량들은 일제히 7초간 경적을 울려 대회의 시작을 축하했다. 이어 ‘아름다운 만남’을 주제로 한 식후 행사가 펼쳐졌다.먼저 소프라노 조수미와 바리톤 장유상이 가야제국의 시조 김수로왕과 바다 건너 찾아온 허황옥의 만남과 혼인을 노래했다.가야 시절 청년들의 ‘태껸’과 선비의 학춤이 이어지면서 흥겨움은 절정에 달했다. 16일간 아시아드주경기장을 밝힐 성화는 남북한 화해가 아시아의 단합으로 이어지는 것을 형상화한 방식으로 점화됐다.남북한 유도 영웅인 하형주-계순희에 의해 점화됐다.84년 LA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하형주(40·동아대교수)와 96년 애틀랜타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계순희(22)는 홍명보 유상철 김태영 이민성 김병지 등 월드컵 4강 주역들로부터 성화를 넘겨받아 그라운드 중앙에 설치된 임시 성화대에 붙을 붙였다.남북 화합의 성화는 이어 동티모르와 아프가니스탄을 제외한 42개국 선수단이 자국에서 채화해온 성화와 합쳐진 뒤 성화대로 옮겨져 환하게 경기장을 밝혔다. 첫날 경기에서 한국은 김상훈(울산시)이 펜싱 남자 플뢰레 결승전에서 중국의 왕하이빈에게 져 아쉽게 은메달에 머물렀다. 첫 금메달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 2000시드니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영호(대전도시개발공사)는 준결승전에서 왕하이빈에게 진 데 이어 3·4위전에서도 무릎을 꿇어 4위에 그쳤다. 북한은 남자농구 예선 첫 경기에서 아랍에미리트를 85-64로 대파했다. 부산 곽영완 최병규 조현석기자 kwyoung@
  • 미리보는 개회식/ 44개국에서 채화된 성화 합화

    37억 아시아인의 대축제인 제14회 부산아시안게임 개회식이 29일 오후 6시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다. 개회식은 아시아 44개국 9900여명의 선수들이 참가한 가운데 주경기장의 대형 전광판을 통한 카운트다운과 함께 요란스런 난타 공연으로 시작된다.아시아 각국의 그릇과 주걱 등 각종 생활도구들이 만들어내는 떠들썩한 음향이 삶의 고단함을 잠시 잊게 한 뒤 ‘어서 오이소.’라는 구수한 부산사투리가 손님을 맞는다. 식전 행사가 끝나면 44개국 선수들이 한글 자모순으로 주경기장에 들어선다.‘돌아와요 부산항에’가 배경 음악으로 깔리는 가운데 네팔이 첫번째로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내며,한국과 북한은 똑같은 단복에 한반도기를 높이 들고 대미를 장식한다. 아시아의 화합을 앞세운 이번 대회에서 각국 선수들은 주경기장 중앙무대를 바라보며 방사형으로 늘어서 동방의 기운찬 태양을 상징하게 된다. 선수입장에 이어 김대중 대통령이 개막선언을 하면 수천발의 불꽃이 밤하늘을 수놓고,부산시내를 운행하는 모든 차량이 7초 동안 경적을 울리면서대회 개막을 축하한다. 식후 행사는 남방과 북방 아시아 문화의 ‘아름다운 만남’이다.소프라노 조수미와 바리톤 장유상씨가 서기 48년 개최도시 부산에 자리했던 가야제국의 시조 김수로왕과 바다 건너 찾아온 허황옥의 만남을 노래한다. 가야시대 남녘의 산하를 뛰어다녔던 청년들은 ‘태껸’을 펼치며 강인했던 기상을 재현한다.이 순간 하얀 도포자락을 휘날리는 선비는 한 마리 학을 연상케하는 춤사위로 아시아인들을 매료시키게 된다.이어 아시아 각국의 춤들이 흥겨움을 전달하면,국내 톱가수들이 나서 ‘한류’를 전파한다. 축제가 절정으로 치달을 무렵 44개국에서 채화된 성화가 일제히 주경기장에 입장한다.아시아 전역에서 불꽃을 피운 성화는 ‘백두에서 한라까지’ 이어진 남북한 ‘화합의 불’과 역사적인 합화식을 치른 뒤 성화대에 안착,아시아의 번영과 화합을 기원한다. 부산 곽영완기자 kwyoung@
  • 관광公 추천 가볼만한 기찻길·철도역

    멀리서 들려오는 기차소리는 언제 들어도 향수를 묘하게자극한다. 초겨울 기차에 몸을 싣고 아름다운 풍광을 벗삼아 추억을 더듬어보는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답답한 일상을 잠시 잊고 스쳐 지나가는 창밖 풍경을 좇다보면 나름대로 얻는 것도 많을 것이다.중간 중간 간이역에 내려 지역의 풍물도 들여다보고 넉넉한 인심에 한번 빠져보자. 때마침 관광공사가 가볼만한 기찻길·철도역 8곳을 추천했다.풍경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주요 지역 3곳을 중점 소개한다. ◆정선선(증산∼구절리역,강원도 정선군 남면/정선읍/북평면/북면) 아리랑의 본고장답게 산세수려한 강원도 정선땅을 달리는 정선선 열차는 태백선 증산역에서 출발해 별어곡,선평,정선역을 지나 나전,아우라지(여량),구절리역까지이어지는 두칸짜리 간이열차로 하루 세 번 운행된다. 증산역에서 구절리역까지 걸리는 시간은 1시간5분 정도. 정선역까지는 승무원이 근무하지만 나전역,아우라지역,구절리역은 승무원이 없는 무인역이다.관광객들과 동네주민몇사람을 태우고 기차가 출발하면 이웃집 아저씨같이 인심좋은 승무원이 기차표를 판매한다. 차창밖으로는 가을걷이가 끝나고 허수아비도 팔을 내린한적한 시골마을 전원풍경이 보이다가 중간중간 터널을 만나 잠깐씩 사라지기도 하고 군데군데 과거 탄광촌의 북적대던 흔적이 엿보이기도 한다.정선선의 종착역인 구절리역에서 내려 20분 정도 걸어가면 높이 40여m의 오장폭포가나타나는데 가파른 물줄기가 일품이다. 아우라지역 주변은 산세가 수려한데다 옛날 뱃사공들의정취를 느낄 수 있는 나루터가 자리하고 있어 말 그대로한폭의 수채화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운치있는 아우라지나루터 섶다리를 건너 언덕위 정자에 오르면 아우라지 일대의 그림같은 풍광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구절리에서 증산까지 이어지는 정선선 역사주변은 어느곳이나 정겨운 시골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예쁘게 꾸며진 곳을 꼽으라면 단연 정선역이다.닭장이며나무등걸이 있는 쉼터 등 주변 산세와 어우러져 떠나는 이나 보내는 이의 마음이 모두 넉넉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정선 5일장이 열리는 매 2일이나 7일에 여행일정을 잡으면 검정고무신이며 감자떡 등 시골장터를 구경할 수도 있다.정선선 철길여행과 연계하여 동면 화암리의 화암약수,거북바위,용마소,화암동굴,화표주,소금강,몰운대,광대곡등 정선소금강 또는 화암 8경이라 불리는 자연관광지들도찾아볼 만 하다. ◆영동선 스위치백(심포리∼나한정역,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심포리/흥전리/상덕리) 영동선은 중앙선과 경북선이 교차하는 영주에서 시작되어 봉화,통리(태백),도계,삼척,동해를 거쳐 강릉에 이르는산업철도이다. 영동선 구간 중 삼척 흥전∼나한정역 구간은 국내 유일의 ‘스위치백’ 시스템으로 열차가 통과하는 곳이다.나한정은 심포리역 북쪽에 있는 마을이름이다.해발 680m의 통리역에서 통리재(해발 820m)를 넘기 위해서는 세 개의 터널을 지나면서도 마치 뱀이 또아리를 틀 듯 철로가 휘돌아나간다.워낙 험준한 지형을 지나는 만큼 열차는 서행을 거듭한다.태백에서 도계 방향으로 통리재를 넘어 내려가면제일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이 통리 협곡의 장엄한 풍경이다.협곡의 암벽 높이는 어림잡아 300여m.협곡 상류에 폭포의 높이가 오십장이라 하여 오십장폭포라 부르기도 한다.폭포에는 두 개의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옛날 이곳에 미녀가 살았는데 워낙 눈이 높아 마음에 드는 신랑감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수년 간 자신의 미에 도취되어 몇 십년을 지내다 꿈에 그리던 미남 청년을 만났으나 청혼을 거절 당한 뒤 무심코 물 속을 들여다 본 미녀는 늙은 자기모습에 상심하여 치마를 뒤집어쓰고 폭포에서 뛰어내렸다.또 하나의 전설은 이 근처에 살던 한 미녀가 시집을 갔는데 남편과일찍 사별을 하게 되었다.그 후 얼마 지나 재가하였으나남편이 또 다시 사망하여 현실을 비관한 미인은 폭포에서투신 자살하였다고 전해온다.그 미인을 건져 묻은 곳이 미인묘라 하여 지금도 근처에 남아있다. 통리 협곡은 전문산악인이 아니면 접근이 위험할 정도로험준하다.미인폭포를 가기 위해서는 고개정상 검문소에서왼쪽으로 427번 지방도로를 따라가야 한다.1㎞정도 가면왼쪽으로 소로가 나오는데 이 길로 들어서면 미인폭포를볼 수 있다.통리역 동쪽의 백병산에서발원한 오십천은 길이가 52㎞나 되는 하천으로 북동쪽으로 흘러 도계읍을 지나 삼척에서 동해바다로 흘러든다.통리재 정상을 지나 도계읍 방향 첫번째 휴게소에 서면 통리협곡과 오십천을 따라 흘러내린 산능선 사이로 푸른 동해바다가 모습을 드러낸다. ◆낙동강 경전선(물금∼한림정역,경남 양산시 물금읍/원동면,밀양시 삼랑진읍,김해시 한림면) 여느 강변 철길여행보다도 경전선 낙동강 철길여행은 진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구포역을 떠나 낙동강을 끼고 달리다가 이내 부산을 벗어나고 양산천 호포철교를 지나면널찍한 물금 충적지대에 자리잡은 물금역에 다다른다.물금역에서부터 원동역까지 철길은 줄곧 낙동강을 끼고 달린다.오른쪽은 낙동강을 향해 급격히 맥을 가라앉히는 토곡산(해발 855m)자락.왼쪽은 물러설 리 없는 낙동강 푸른물이도도히 흐른다.곧이어 삼랑진.역전을 중심으로 한 작고 평화로운 시골 읍내의 모습이다.요란한 굉음과 함께 낙동강철교를 건넌 다음에는 김해 한림정역.이내 낙동강은 멀어지고 김해 한림 벌판에 자리한 한림정역이 시야에 들어온다.김해 한림정역에서 낙동강 철길여행은 끝이 난다. 부산을 떠나 물금,원동,삼랑진,낙동강,한림정역을 거쳐수많은 열차들이 지나다니지만 이들 각 역마다 모두 정차하는 경전선 완행열차(현 통일호)는 하루 세차례.정차하는 역마다 추억이 깃들어 있고 타고 내리는 사람들의 모습에서도 옛 추억과 삶의 흔적들이 역력하다.하루 세 번 낙동강 완행열차 대신 물금∼원동∼삼랑진까지 산자락을 돌고넘는 도로를 따라 강변에 드리워진 기찻길을 바라보며 드라이브를 즐겨도 좋다.원동역 일원,영남알프스의 들머리인 배내골 계곡과 토곡산 골짜기에 자리한 원동자연휴양림이 있다.원동 방면 고갯길 중턱,천태산 협곡 아래 자리한 천태사의 풍경도 마치 한폭의 그림같다.한림정역 인근에는 2000년전 가락국(가야)과 김수로왕의 전설이 담긴 기암 괴봉의 무척산을 찾아볼 수 있다.특히 기암절벽 사이로 아슬아슬하게 걸린 모은암과 정상 바로 아래에 펼쳐져 있는 신비한 연못,천지못은 김해 무척산의 명물이다. 김성호기자 kimus@
  • “달마야 놀자” 조폭이 스님이랑 친구됐네

    최근 조폭영화의 폭력성이 사회문제로 떠오르자 제작사 씨네월드의 이준익 대표는 새 영화 ‘달마야 놀자’(감독 박철관)를 두고 “조폭영화가 결코 아니다”라고 애써 강조한 적이 있다.오는 9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실제로 폭력물은 아니다.별난 캐릭터의 조폭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을 뿐 난투극자체를 소재로 삼지는 않았다. 조직간의 주도권 다툼에서 밀린 재규(박신양)일당이 숨어든 곳은 첩첩산중의 암자.평화롭던 절은 불청객들의 기습으로하루아침에 난장판이 될 참이다.일주일만 숨어있을 요량으로 “절을 접수하겠다”며 으름장을 놓는 5명의 조폭들.하지만 스님들도 눈썹 하나 꿈쩍 않는다. 영화의 전체 분위기는 제목 만큼이나 여유있고 낙천적이다. 재규를 말 끝마다 “형님”이라 부르며 어깨힘을 주는 조폭들이지만 위협의 느낌이라곤 어디에도 없다.절을 지키려는혈기왕성한 젊은 스님 넷과 시시콜콜 벌이는 신경전은 오히려 조폭들을 어리벙벙한 순진남으로 돌려놓는다.큰스님(김인문)의 중재로 계속되는 ‘조폭 대 스님’의 기싸움에서 양쪽의 중심축은 재규와 청명스님(정진영).고스톱,1,000배 예불,배구,잠수 등의 게임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자존심 대결을벌이는 장면장면에는 코미디 영화의 재치와 익살이 골고루담겼다.조폭과 스님의 즐거운 우정쌓기에는 조연들의 돌발코믹연기도 한몫했다.박상면(불곰 역),김수로(왕구라),이문식(대봉스님) 등이 그들. 영화에서 담백한 웃음 이상의 메시지를 건지기는 어렵다.제목만 보고 종교적 성찰을 기대했다면 더더욱 곤란하다.심각한 폭력이 없다 뿐,그런 점에선 ‘신라의 달밤’이나 ‘조폭 마누라’류의 가벼워서 부담없는(?) 코믹물 수준을 뛰어넘진 못한다. 영화의 특장은 엉뚱한 데서 엿보인다.정물화같은 화면이 대목대목 복병처럼 펼쳐지는데,덕분에 ‘사찰영화’의 넉넉한정취가 뭉실뭉실 피어난다.승복차림의 재규가 절집 지붕 꼭대기에 달랑 올라앉아 핸드폰 주파수를 맞추는 모습 등은 꿈인듯 현실인듯 몽롱해지는 탈속(脫俗)의 재미를 안긴다. 현재 영화가의 최대 관심거리.조폭소재의 이 영화가 보란듯 대박 신드롬을 이어갈까.관객의 입맛을 종잡을 수 없으니정답이야 ‘며느리도 모를 일’.하지만 대체적인 시사평가는 ‘조폭 마누라’의 그것을 살짝 웃돈다. [촬영지는 어디?] 이 영화에는 스튜디오 촬영장면이 일절 없다.절경으로 내내 찬사를 쏟아내게 하는 영화속 암자는 경남 김해시 신어산 기슭의 은하사.김수로왕이 세운 고찰이지만,불교건축 전문가들의 자문아래 오상만 미술팀이 개보수까지했다.극중 조폭이 오줌누는 장면을 위해 석탑 하나를 새로세웠는데,벌써부터 불자들에게 명소가 되고 있다는 후문. 황수정기자
  • “”신화를 역사속으로…”” 획기적 변화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어놓아라.내어놓지 않으면 구워먹으리라.(龜何龜何 首其現也 若不現也 燔灼而喫也)” 가야의 건국설화에 나오는 유명한 노래 ‘구지가(龜旨歌)’다.삼국유사에 전하는 가야 건국설화에 따르면 가야 땅을 다스리던 아홉 우두머리(九干)가 구지봉에 모여 제사를 지내는데,문득 하늘에서 알 여섯개가 담긴 금합이 자주색 끈에 매달려 내려왔다.그 알이 차례로 깨어지며 아이가 하나씩 나왔는데,맨 먼저 나온 이가 가락국의 시조인 김수로왕이라는 것이다. 가야의 아홉 우두머리가 새로운 왕을 염원하면서 ‘구지가’를 부르고,하늘에서 여섯개의 알이 내려왔다는 곳이 바로경남 김해시 구산동에 있는 구지봉(龜旨峰)이다.높이가 200m에 불과해 봉(峰)이라고 부르기에도 조금은 민망한 소나무동산이다. 문화재청이 지난 6일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이 구지봉을사적 제429호로 지정했다.신화(神話)를 당당히 역사에 편입시켜 보호하겠다는 뜻으로 문화재 정책의 획기적인 변화라할 만하다. 사적(史蹟)이라는 단어를 풀어보면 ‘역사’와 ‘흔적’으로 나눌 수 있다.그러나 구지봉에는 설화는 있지만 삼국유사기록 그대로가 역사적 사실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과거의 흔적’이라는 측면에서도 구지봉은 보잘 것 없다. 정상부에는 서기전 4세기쯤의 것으로 보이는 남방식 지석묘가 하나 있다.삼국유사에 따르면 김수로왕이 탄강(誕降)한것이 서기 42년이라니,가야 건국설화와는 관계가 없다.상석에 ‘구지봉석(龜旨峰石)’이라고 새겨 있지만,한석봉 글씨로 전하는 만큼 후세에 남긴 것으로 보인다.정상에는 1908년세웠다는 ‘대가락국 태조왕 탄강지지(大駕洛國太祖王誕降之地)’비석도 있다.결국 가야시대 사람의 손에 닿은 흔적은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은 셈이다. 물론 설화적인 이야기를 근거로 사적을 지정한 사례가 전혀없는 것은 아니다. 1968년 사적 제163호로 지정된 경주 낭산(狼山)도 삼국유사에 기록을 남기고 있다.실성왕 12년(413년)에 ‘왕이 낭산에 상서로운 구름이 서린 것을 보고 신하들에게 신선의 영혼(仙靈)이 하늘에서 내려와 노니는 곳이니응당 복지다.이제부터 낭산의 나무 한그루도 베지 말라’고명령하여 ‘신유림(神遊林)’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낭산 일대는 선덕여왕릉과 문무왕 화장터,능지탑,왕실의 원찰인 황복사터와 삼층석탑 등이 있는 문화재 밀집지역이라는 점에서 구지봉과는 다르다.한영우 문화재위원(서울대 교수)은 “구지봉은 거북이가 엎드린 지형을 하고 있는등 설화를 뒷받침해 신비에 싸인 가락국의 실체를 규명할 수있는 중요한 유적”이라면서 “이웃한 김수로왕비 허황후의능 및 김해국립박물관과 연계하여 사적공원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서동철기자 dcsuh@
  • [씨줄날줄] 어머니 姓 따르기

    대혁명으로 자유와 평등을 쟁취한 나라 프랑스가 사람의 이름과 성(姓)에 관해서만은 유럽의 다른 나라들보다 보수적이다. 수백년 동안 프랑스 사람은 이름을 400여개 안에서만 골라야 했다.이 목록에서 가장 많은 것은 장(요한),피에르(베드로),조세프(요셉)같은 기독교 성인 이름이나 성경에 나오는이름이다.세자르(카에사르)같은 고대사의 인물,앙리(헨리),에두아르(에드워드)처럼 중세 이전에 흔히 쓰던 이름,아실(아킬레스)같은 신화 속 인물의 이름 등도 들어 있다.1993년에야 법이 개정돼 이름 제한이 풀렸다. 프랑스에 있는 성은 25만개쯤이다.외국인이 귀화할 때는 성을 프랑스식으로 바꾸도록 당국이 요구할 수 있다.성은 프랑스말로 ‘파트로님’이라고도 하는데 아버지 이름이라는 뜻이다.한자의 성(姓)과 씨(氏)가 모계 중심 사회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당연히 프랑스에서는 절대적으로 아버지의 성을 따르게 돼 있다.미혼모 소생만은 예외적으로 어머니 성을 따라도 된다.자녀에게 어머니 성을 아버지성 다음에 붙여 줄 수는 있어도그 다음 대에 계승되는 것은아버지쪽 성만이다. ‘파트로님’이 곧 제 뜻을 잃게 될 것 같다.프랑스 하원이8일 어머니 성 따르기를 허용하는 법안을 가결했기 때문이다.상원 통과 절차가 남아 있으나 유럽 전반의 추세를 거스르지 않을 것이다.1994년 유럽인권법정이 아버지 성만 계승하는 것을 ‘차별’로 간주했고,유럽에서 이 ‘차별’이 남아 있는 곳은 프랑스,벨기에,이탈리아 등 몇 나라밖에 없다. 어머니 성 따르기가 우리에게는 먼 옛날에 이미 있었다.가락국 개조이며 김해 김씨 시조인 김수로왕(金首露王)은 바다건너온 허황옥(許黃玉)을 왕비로 맞았다.왕자 가운데 둘이어머니를 위해 허씨 성을 이어받았다고 한다.그 후손 김해허씨는 김해 김씨와 한 혈족이라 하여 통혼하지 않는다. 지금 가락국 시절처럼 할 수 있게 하자면 아마 엄청난 반발이 있을 것이다.남자들의 반대가 심할 것이다.그러나 여자의성을 생각해 보자.여자의 아버지와 그 아버지의 역대 아버지들이 지녔던 성이다.남자들이 억울해 할 일만은 아닌 것같다.아들이 없어 대가 끊기는것을 막을 수도 있다. ■박강문 논설위원pensanto@
  • “울산암각화 古代설화 그린것”

    울산 반구대의 천전리 암각화는 개별 그림의 집합이 아니라 일정한스토리를 담은 고대설화라는 주장이 나왔다.그것도 ‘나무꾼과 선녀’,‘원앙부인 본풀이’,‘구렁이 설화’ 등이 다양하게 담겨있다는것이다. 조철수 이스라엘 히브리대교수는 ‘정보의 발생과 그림문자,그리고울산암각화의 상징체계’라는 글에서 이같이 밝혔다.이 논문은 지난17∼18일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암각화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됐다. 조교수의 전제는 울산 암각화가 ▲청동기 농경문화를 바탕으로 ▲집합그림이 큰 단위로 구분되어 있으며 ▲가장 일반적인 고대 문양인동심원과 마름모·물결무늬 등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메소소포타미아상징문자의 보편성과 맥락을 같이한다는 것이다. 한국 고대신화에 메소포타미아의 신화소가 있고,천전리 암각화에도메소포타미아가 기원인 네발 달린 용 그림이 나타나는 것은 메소포타미아 문화가 인도 및 동남아시아 해상로를 경유하여 전해졌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제주도의 돌하르방이 발리섬의 그것과 닮았고,인도의 드라비다어와고대국어 사이에 연관된 단어가 수백개가 넘는 것을 보면 가야의 시조인 김수로왕이 인도 동쪽 아유타왕국의 공주와 혼인한 이전에도 이미 잦은 왕래가 있었음을 증명한다고 덧붙인다. 이렇게 볼 때 천전리 암각화 오른쪽의 물결무늬와 사슴뿔위의 동심원을 연못에서 사슴이 태양신의 딸을 태우고 달아나는 장면이라고 본다면,사냥꾼에게 쫓기는 사슴을 살려준 나무꾼에게 연못가에서 선녀가내려오는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중심부에 가면과 큰 뱀 그림에 이어 뱀 옆의 여러 마름모 모양을연못이라고 본다면 구렁이 설화와도 통한다는 주장이다.연못가에서허물을 벗고 재생하는 뱀에 관한 이야기로 가장 잘알려진 신화는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영웅담인 길가메쉬 서사시이다.같은 차원에서 사슴과 작은 동물들,꽃,남자 등이 나오는 중앙부의 그림은 원앙부인 신화와 연결한다.이 신화는 꽃감관(花監官)의 임무를 맡아 불려가는 남편을 임신한 아내가 따라가다가 발병이 나서 동네 부자에게 팔리고,태어난 아들은 장성하여 아버지를 찾은 뒤 사람을 살리는 꽃을 들고가 숨이 끊어진 어머니를 살리는 이야기이다. 조교수는 “울산 암각화에 표현된 동물들의 움직이는 방향과 사람의모습 등은 전체적으로 종교제의를 거행하는 장소에 그려진 파노라마라고 이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그러면서 “아마도 정해진 계절에따라 종교제의를 행하는 집행자의 사설을 들으며 볼 수 있는 장면일것”이라면서 “구체적인 내용은 작은 단위의 집합 그림에서 상징무늬의 연결점을 구하고 이를 우리의 고대 문헌 혹은 전승에서 단서를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국제학술대회는 울산에서 암각화를 발견한지 30년이 되는 해를기념하여 열렸으며,암각화의 역사·예술·종교·민속·보존문제 등이망라된 13편의 논문이 발표됐다. 문명대교수가 이끈 동국대박물관팀은 1970년 울산 천전리에서,다음해에는 이웃 대곡리에서 각각 암각화를 찾아 학계에 보고했다. 서동철기자 dcsuh@
  • 방송대학TV ‘손종흠의 고전문학기행’

    지난 21일 오후 경주시 남산 자락의 헌강왕릉.방송대학 국문과 손종흠교수(47)가 능 뒤편에서 다소곳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통일신라 말 헌강왕의 개운포 설화와 처용의 희생제의,헌강왕이 망해사를 세우게 된 배경 등을 종합해 결론을 맺어보고 있다.“아내의 부정을 발견하고도 처용이 춤을 추었다는 대목,지신과 남산의 신이 헌강왕에게 춤을 추어보였다는 대목은 고려도 신라처럼 망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강의실을 옮겨온 듯 즉석 토론도 벌어진다.상대는 신성철PD.“교수님,그건조선조의 해석을 너무 좇은 건 아닌가요”에 “그렇지…,다시 갑시다”라는응답. 이곳에선 케이블 방송대학TV(채널47)가 4월부터 매주 금요일 밤11시30분 방영할 ‘손종흠의 고전문학기행’의 4편 ‘처용설화와 망해사’ 촬영이 진행되고 있다.지난해 11월부터 제작진은 경남 김해(가야와 신라의 건국)와 부여(백마강 설화),영주 부석사(선묘설화),영월(단종애사와 온달설화) 등을 돌았다. 손교수는 “전국 곳곳의 유적에 묻어있는 설화나 토속신앙의 손때를 시청자손에 옮기고 싶었다”고 말하고 신PD도 “30분 분량을 제작하는 데 연관된유적들을 모두 훑느라 발품을 많이 팔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그러나 정작 제작진을 괴롭히는 것은 빠듯한 예산도 아니고 발품도 아닌,바로 추위.온달산성에서는 손교수와 인터뷰하던 향토사학자가 너무 춥다고 하산하는 황당한 사태를 겪기도 했다. 김해에서 김수로왕의 가야부인이 배에서 내렸다고 민간에 전해지는 곳을 마을주민마다 제각각 달리 안내하는 바람에 제작진이 왔다갔다한 일은 우스운기억으로 남아있다. 강의에 사용할 목적으로 설화의 흔적이 남겨진 유적을 찾아 찍은 슬라이드사진 1,500장이 방송 프로그램으로 발전했다.손교수는 “슬라이드 찍는 것처럼 쉽게 여겼다가 큰코 다치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아무렇게나 방치된 문학사의 현장을 복원한다는 자부심에 들떠 보였다. 해가 뉘엿뉘엿 기울기 시작하자 좀 더 많은 유적을 담겠다며 제작진은 다시신발끈을 동여맸다. 경주 임병선기자 bsnim@
  • 해양한국 장보고에서 21세기까지(12회)

    ■ 韓·日 연합왕국說 경성대학교는 1990년부터 김해 대성동에서 4∼5세기초 금관가야의 왕릉급무덤들을 발굴하였다.이 발굴을 통해 금동말안장 등 마구와 철제갑주,철제큰칼,방패에 붙였던 파형동기(巴形銅器),청동거울,그리고 많은 양의 철정(鐵鋌)등 유물을 발굴하였다.물론 근처인 동래의 복천동과 양동리에서도 많은 양의 유물들이 출토됐다.이렇게 해서 삼국사 속에서 사라졌던 나라인 가야가복원되고 사국사(四國史)가 기술되게 되었다. 가야는 일찍부터 발달한 나라였다.중국기록에 일찍부터 등장하고,왜 등 주변국가들과 교역을 한 국제적인 나라였다.국력이 매우 강하여 전기에는 신라를 제압하기도 했으며,고구려의 광개토대왕군이 신라를 구원하고자 할 때 백제,왜와 연합해 대항하기도 했다.가야는 미약하나마 562년까지 실존한 나라였다.그럼에도 기록이 불실하고,실체가 불분명하여 해석이 분분했다.그 가운데 하나가 ‘임나일본부설’이다. 4세기경 야마도정권이 신라를 정벌하고,가야지방을 정복한 뒤 약 200년간‘임나일본부’가 존속하였다는 것이다.이 설은 기록의 문제점과 당시 동아시아의 대세로 보아 한일학자들에 의해 비판되어 왔다.그중에는 에가미 나미오(江上波夫)가 주장한 ‘기마민족국가설’이 있다.부여 고구려지역에서 남진해온 기마집단이 4세기 초 가야지방에서 일본열도로 이동한 다음 규슈북부와 한반도 남부지역에 걸쳐서 연합왕국을 건설했다는 이론이다.이 설은 활동주체를 일본열도 쪽에 두는 한계가 있지만 그 사이에 바다를 둔 국가의 존재를 상정한 것은 타당성이 있다. 필자가 지면을 통해 꾸준히 주장하였듯이 동아지중해 해양문화는 매우 뛰어났고,특히 대한해협은 주민들이 활발하게 오가는 교통로였던 것이다.가장 손쉽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교통로는 김해지역과 규슈북부를 연결하는 항로이다. 일본 건국신화에는 아마테라스의 손자인 니니기노미코도(瓊瓊杵尊)가 삼종신기를 갖고 다카마노하라(高天原)를 떠나 히우가(日向)의 다가치호노다게(高天穗峰)의 구시후루(환觸峰.久士布流多氣)에 도착한다.그의 후손인 짐무(神武)는 동쪽으로 정벌을 완료한 후 초대 천황이된다는 내용이 있다.이 신화는 김수로왕의 ‘천손강림신화’와 구조나 내용이 같고,등장하는 지명(구시후루는 구지봉(龜旨峰)과 음이 유사함)도 비슷하므로 가야계 집단이 일본열도에 도착,고대국가를 형성해가는 과정으로 해석한다. 대마도나 규슈북부지역에는 가야계 지명이 매우 많다.특히 고대항로의 깃점인 당진(唐津)은 원래는 한진(韓津)이었으며,지금도 ‘가라의 항구’란 뜻인‘가라츠’라고 읽는다. 만을 굽어보는 산은 ‘가야산’이고, 근처에 ‘가라도마리’,‘게야’등 가야와 관련된 지명이 많다.특히 천손인 니니기노미코도를 모신 규슈 중부의 기리시마신궁(霧島神宮) 근처에는 가라쿠니다케(韓國岳)가 있다.그외에도 한국과 가야를 가리키는 말이 무수히 많다. 가야와의 관련성은 유물에서도 나타난다.일본신화에서 태양을 상징하는 청동거울이 양동리 대성동에서 많이 출토되고 있다.가야는 변진의 전통을 이어받아 철기문화가 발달하였다.대성동 2호분에선 철도끼와 교역품이었던 대형철정 150점이 발견되었고,다른 곳에서도 철제칼 무기 등이 발견되었다.중요한 고분에서는 철제 갑옷과 투구,마구류,행엽,가죽방패 등이 나온다.기마문화가 발달하여 4세기 경에는 기마군단이 존재했음을 의미한다.그외에 파형동기,통형동기 등 일본적인 것으로 알려진 유물이 있는데,이는 오히려 일본보다 시대에서 앞서고,기술도 뛰어나 가야가 원류라는 주장도 나온다. 가야인들은 철제무기로 무장한 기마군단을 보유한채 함선을 타고 바다를 건너 일본열도를 정복한 것이다.물론 당시 조선수준으로는 대규모 군마를 운송할수 없었다.때문에 군사는 빠른 전선에 타고,군마는 뗏목(宮本常一 설)이나쌍동선(雙胴船:石井謙治 설)에 싣고 대선단을 이뤄 건넜다는 주장도 나왔다. 가야인들은 이렇게 대한해협을 사이에 두고 양안을 동시에 지배한 해양제국을 건설했을 가능성이 크다. 대성동에서 발굴된 벽옥제 화살촉 등이 조공품이었다는 견해는 그러한 상황속에서 가능한 일이다.가야는 점차 일본열도의 중심부를 향하여 진격하는 한편,남해무역을 독점해 국가의 부를 더욱 축적하였을 것이다.그러나 고대국가가 성장하고,해양능력이 전반적으로 향상되면서 시대는 변하고 있었다. 신라는 질좋은 철을 생산하고,동해남부 항로를 개척하면서 일본열도로 진출하였다.백제 또한 전라도 해안까지 진출한 뒤 대한해협을 본격적으로 건너갔다.고구려 역시 광개토대왕 이후에 동해를 건넜다.이렇게 사국의 해양력 경쟁체제가 성립되자 가야는 항로의 독점권을 빼앗기고,교역상의 이익이 사국으로 분산되면서 점차 위상이 약해져 갔다.해양폴리스들을 주축으로 한 소국연합체인 가야는 필연적으로 내부 통합력이 약했다.또 양안에 걸친 지배체제였을 경우 관리와 통제가 현실적으로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이런 한계를극복하지 못하고,해양제국인 가야는 점차로 사라져 갔다.하지만 그들은 대한해협의 정치와 상업을 장악한 뛰어난 능력을 가진 주인이었으며,우리는 그전통을 이어받은 것이다.
  • [해양한국 장보고 장보고에서 21세기까지](11회)

    ‘기원후 48년 7월,가야땅인 김해의 망산도에 한 척의 배가 닿았다.붉은 돛에 붉은 깃발을 휘날리며 서남쪽에서 다가온 배 안에서 여러 명의 신하들과함께 내려온 여인은 김수로왕에게 이렇게 말하였다.“나는 본래 아유타국(阿踰陀國)의 공주인데 성은 허(許)씨요,이름은 황옥(黃玉)이며 나이는 16세입니다”.이렇게 해서 김수로왕과 바다를 건너온 출자(出自)가 불명인 공주는결혼했다.뱃사공들은 돌아가고 나머지는 모두 가야의 국민이 되었다.‘삼국유사’ 가락국기(駕洛國記)에 기록되어 있는 사화이다. 가야국은 육지의 이주세력과 해양세력이 결합해 출발한 나라이다.그러면 허황옥 집단은 어디에 기반을 둔 세력이며,어떤 항로를 거쳐 가야땅까지 왔을까? 그리고 해양능력은 어느 정도였을까? 아유타국은 인도의 아요디아왕국이라는 설이 있다.허황옥과 관련한 문화적인 요소는 분명 남방적 분위기가 풍긴다.우리문화 전반에도 신화 신앙 장례 풍습 등 남방적인 요소가 많다. 인도에서 한국까지는 오늘날에도 너무나 먼 뱃길이다.하지만 자연조건을 고려한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인도남부를 출발하여 말라카해협을 통과한다음에 남서풍을 이용하면 보르네오섬 북쪽을 지나 북상이 가능하다.더구나필리핀 북부부터는 쿠로시오(黑潮)가 북동진한다.따라서 이 해류와 봄철에부는 바람을 이용하면 동남아지역과 일본열도 혹은 한반도남부는 교섭이 가능하다. 한편 그들은 인도를 떠나 육로로 중국의 사천성을 경유한 다음 양자강 하구에서 황해남부 사단항로를 이용해 가야지역에 도착했다는 설도 있다(金秉模설).그 외에 요동에서 서해 연근해항해를 이용해 낙동강구를 찾아왔다는 설도 있다.가야는 이렇게 원양 항해능력을 갖춘 집단으로 출발했다.하지만 이미 건국할 당시부터 강력한 해군이 있었다.이주민인 석탈해가 김수로왕의 자리를 빼앗으려 하자 주사(舟師) 오백척을 내어 쫓아버렸다. 동아지중해는 황해 뿐만 아니라 전역에 걸쳐 해양문화가 높은 수준으로 발달하였다.고대국가들은 농사를 짓고,교역을 하며,문화를 받아들이기 위해 대부분 강가나 바닷가에서 발달하였다.특히 바다로 둘러싸인 지역이나 혹은 바다를 둘러싼 지중해지역에선 더욱 그러하다.‘삼국지’의 ‘한전’(三國志韓傳)에 의하면 한강 이남에는 마한 진한 변한이 연맹체 아래 만여가에서 수백가에 이르는 다양한 크기의 소국 79개가 있었다. 이 소국들의 상당한 숫자는 한강 금강 영산강 섬진강 낙동강과 같은 큰강의 하류(津)나 바닷가포구(浦)에 있었다.유럽 지중해의 연안에 무수히 발달했던 ‘아테네’ ‘코린트’같은 일종의 해양폴리스같은 ‘나루국가’였던 것이다.이 소국들은 바다를 건너 중국지역은 물론 대한해협을 건너 일본열도와도 활발히 교역을 하였다. 마찬가지로 일본열도에도 기원을 전후하여 규슈를 중심으로 100여개의 나라가 있었다.이들 소국은 점차 큰 나라로 통합돼 기원 3세기 무렵에는 30여개의 나라가 되었다.물론 이 소국들의 주체는 한반도에서 건너간 야요이문화의 주민들이었다. 좁은 대한해협을 사이에 둔 이들 수십개의 소국들은 선단을 보유한채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그것은 교역권의 쟁탈전이었고,농사짓는 토지가 아니라 안전하고 효율적인 뱃길,좋은 항구,우수한 선원을 확보하기 위한 해양력 경쟁이었다.소국들 가운데 가장 중요하고,의미있고 현실적으로 강한 나라가 바로 가야의 전신인 구야한국(狗邪韓國)이다. ‘삼국지 왜인전’에는 대방에서 일본열도의 야마대국까지 가는 항로와 항해거리,경유하게 되는 소국의 위치와 규모가 기록되어 있다.그런데 바로 한반도의 마지막 깃점이 김해지역으로 추정되는 구야한국이었다.이곳은 경상도 전역을 훑어내려온 낙동강의 물길이 모여서 대한해협과 만나는 나루터이다. 동해안을 따라 내려온 세력과 남해안을 따라 동진하는 세력이 만나는 한반도 동남부의 끝단이다.전라도의 해안이나 제주도에서 해류를 타면 자연스럽게김해지역에 도착한다.대마도와 이끼섬을 중간에 두고 일본열도와 이어지는최단거리에 위치해 있다. 고대항해는 가능한 자기위치를 확인하면서 연근해 항해를 하고,되도록 짧은거리를 선호한다.때문에 당시 김해지역은 중국지역과 한반도,일본열도를 이어주는 동아지중해 최적의 중계지였고,교역선이나 사신선들이 반드시 경유할 수밖에 없는 국제항이었다.이곳에는 각지역의 사람들과 다양한 물건들이 매매되고,가공무역과 중계무역이 이뤄지고 있었다. 1991년∼92년 김해군 주촌면 양동리에서 동의대학교가 기원전 1세기부터 4세기에 걸치는 고분에 대한 발굴을 대대적으로 실시했다.엄청난 유물들이 발굴된 이 지역이 기록상의 구야한국으로 추정된다(林孝澤).특히 2세기말 수장급 묘로 추정되는 162호 토광목곽묘에서는 9개의 청동거울이 출토되어 세상을 놀라게 했다.2개는 중국제 한경(漢鏡)이고,나머지 7개는 중국경을 모방한 방제경(倣製鏡)이다. 일본열도에서 많이 발견됐던 이 방제경을 놓고 한일학자들은 그 원류와 만든 장소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를 주장했다.또 광형동모,옥,목걸이 등 두지역간 닮은 것들이 출토돼 해석이 분분하다.이와같은 현상은 경성대가 발굴한 근처 대성동 유적에서도 마찬가지였다.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가야가 중국물건들을 수입했으며,한일 양 지역간에는 해상교류가 활발했고,기록처럼 핵심거점이 이곳이었다는 것이다. 특히 변진(변한)은 철을 돈처럼 쓰기도 하고,왜 낙랑대방 예 등에 수출했다(삼국지 한전).또 유사한 물건들을 사용한 규슈의 소국들은 한반도에서 건너간 주민들이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김해지역은 소위 환황해 연근해항로의중요한 깃점이자 교역망의 중계항이고 물류체계의 핵심거점이었다.해양소국에서 출발한 가야는 대한해협의 양안을 지배하는 해양제국으로 발전한 것이다. * 남대문은 그래도 안전?‘남대문 이상무’ 국립 문화재연구소의 남대문에 대한 안전 진단 결과이다. 남대문은 국보 제1호인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화재.그러나 그 주변으로 수많은 차량이 오가며 매연을 내뿜고 땅 밑으로는 지하철이 다니는 등 대접이이만저만 소홀한 것이 아니었다.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차량 및 지하철 운행에 따른 진동 등으로 남대문이 훼손될 수도 있다며 안전에 의문을 제기해 왔다. 이러한 우려에 따라 문화재연구소는 97년 12월 남대문 하층 귀기둥 부분에1000분의 1㎜까지 측정할 수 있는 자동경사측정기 8대를 설치했다.24시간 상시 가동되는 자동경사측정기는 30분당 2분씩 5초간격으로 건물의 기울기를측정해 왔다.측정된 자료는 변환기를 거쳐 중앙제어장치에 저장되고 문화재연구소로도 보내진다. 문화재연구소는 이를 토대로 일간,월간,계절간 변화를 비교,구조물의 거동특성을 분석하고 변위경향 분석을 통한 구조물의 안전도를 점검했다. 자료분석결과 측정 센서별 진폭은 1∼4㎜이내로 거의 없었으며 변형은 하루 및 연간 단위 주기로 파형 곡선의 증감을 보였다. 연구소측은 “측정값이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은 남대문이 목조건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즉 나무로 된 이음새부분이 온도,습도 등의 영향으로 늘었다 줄었다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연구소측은 또 “기울기가 주기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은 계절 또는 주위 환경의 변화 때문으로 구조 안정성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남대문 보존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내렸다. 그러나 문화재연구소 김봉건 미술공예연구실장은 “자동 경사측정기를 지난해 4월부터 본격 가동했기 때문에 계절별,연간 변화를 파악하려면 1년반 정도 더 운영해 봐야 한다”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한편 연구소측은 내년에는 동대문에도 자동경사측정기를 설치하기로 하고예산요청을 했다.동대문은 지하철 공사가 시행된 지난 83년과 84년에 측정했을 때 8㎜로 나타나 남대문보다 훨씬 컸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사후약방문’보다는 문화재 밑으로 지하철을 굴착하는 도시개발행위가 중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임태순기자 stslim@
  • [金三雄칼럼] 이땅 어머니들에 헌사

    인간의 언어와 문자 그리고 대상 가운데 한가지만 고른다면 무엇일까. 자유·평등·박애·정의·진리·평화·인권·행복·종교·조국…? 모두 좋은언어이고 문자다.인류가 추구하는 이상이고 소중한 가치다. 그러나 모르긴 해도 ‘어머니’란 말(문자)만큼 인간의 원초적이고 불변의사랑과 가치는 다시 없을 것이다.“인간의 출생에 있어서 지리적 장소가 고향이라면 생명적 정신적 고향은 어머니의 뱃속·젖가슴·그 품이라 할 수 있다.이곳은 모든 이의 영원한 고향일 뿐만 아니라 안식처요,낙원이다.”(김진섭·母頌論) 가정의 달 5월에 이 땅의 어머니들을 생각한다.고난의 역사와 함께 여성이란 이유로 겹고통을 겪으며 이 핏줄,이 겨레를 지켜온 어머니들이다.국난에처할 때마다 여성은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었다. 고려시대에는 원(元)나라의 침략으로 ‘사위국’이 되어 2,000여명의 여성이 공녀(貢女)로 끌려가고,조선시대에는 청(淸)나라에 굴복하면서 수천명 여성이 잡혀가고 귀환해서는 ‘화냥년’ 소리를 들어야 했다.일제시대 일본군강제위안부로 끌려가 성노리개가 된 우리 여성은 무릇 기하뇨. 보리도 익어야 거두지 어두운 밤에 처녀를 찾으니 나비도 잘 보는데 봉오리 앉기도 전에 나무가지 꺾네. 고려시대 몽고군이 어린 소녀들까지 공녀로 끌어간 데 대한 민요의 하나다. 조선조와 일제시대에도 비슷한 민요가 회자됐다.시대마다 굽이마다 이 땅의여성들은 그렇게 고통을 겪으면서도 자식을 키우고 가정을 지키며 나라를 일궈 오늘에 이르렀다.지금은 또 IMF 환란으로 얼마나 많은 여성이,어머니들이고통을 겪고 있는가. 빈말이 아니다.단군의 어머니 웅녀,고구려 시조 주몽의 어머니 유화(柳花),신라시조 박혁거세의 비 알영(閼英),가락국 시조 김수로왕비 허황옥(許黃玉) 등 개국시조에서부터 여성(어머니)은 이 땅을 열고 지키는 모태가 됐다. 안중근 의사가 사형선고를 받았을 때 모친 조마리아 여사는 아들의 수의(壽衣)를 만들며 “우리 모자의 상면은 이승에서는 없기로 하자.네가 혹시 늙은 어미보다 먼저 죽는 것이 불효하다고 생각한다면 이 어미를 욕되게 하는 것이다”라고 ‘훈계’했다. 치하포에서 일본 중위 쓰치타를 죽이고 15년형을 선고받은 아들 김구를 서대문감옥으로 면회 간 곽낙원 여사는 “이야! 나는 네가 경기감사나 한 것보다 더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아들을 격려하며 옥바라지를 했다.어찌‘그어머니에 그 아들’이라 가벼운 한마디로 그치랴. 시대가 변하고 상황이 달라졌다.독립국가·민주화가 되면서 여권도 크게 신장됐다.가족법 개정으로 재산분할권이 인정되고 ‘성희롱’이 범죄로 다스려진다. 남편에 대한 가부장적 권위나 종속적 위치가 인정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회와 가정’으로 가르는 이분법적 사고도 용납되지 않는다. 사회적·경제적 능력을 갖춘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현격하다.남편과 자식 뒷바라지나 하며 사는 전통적 어머니가 아닌 직업인·사회인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한편 IMF시대를 맞아 많은 어머니들이 모성을 포기하는 극단의 행태를 보인다.가난을 견디지 못해서,자신의 인생을 위해서 가정을 포기하거나 이혼과 가출이 급증한다.어린 자식,병든 남편을 버린 여성이 많으며 환락에 빠져 가정을 파탄시킨 어머니들도 적지 않다.‘맞고 사는 남편들의 모임’(맞사모)이 구성될 만큼 여권이 신장된 반면 성적타락·가정해체·모성상실이라는 ‘21세기 한국사회의 비극’적 현상이 급증하고 있다.물론 아직도 수많은 여성·어머니들이 남성들의 권위주의,폭력·생활고와 낡은 인습,범죄와 유혹에 시달린다.‘빗나간 자식사랑’‘일류병’‘과보호’ 현상도 뒤따른다. 그렇지만 어떤 경우라도 모성만은 포기하지 말았으면 한다.양처는 아니라도현모의 전통을 이으면서 ‘원초적이고 불변의 가치’인 영원한 고향 ‘어머니’라는 언어와 그 존재의 자리만은 지켰으면 한다.겹고통 속에서도 이 땅의 어머니들이 그랬듯이. 가정의 달에 드리는 헌사다.
  • 충무공 묘소 훼손 무속인 楊씨 수사결과

    충무공 이순신(李舜臣)장군 묘소 훼손사건을 수사중인 충남 아산경찰서는 30일 용의자 양순자(楊順子·48·여·무속인)씨가 지난 95년 5월 경남 김해시 서상동 김수로왕릉을 비롯,지금까지 13차례에 걸쳐 48기의 묘소에 식칼 158개,쇠말뚝 125개 등을 꽂았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또 양씨 진술 등을 통해 경기도 파주시 이율곡의 묘소 등에도 식칼51개와 쇠말뚝 45개를 꽂은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이날 사건 수사발표를 통해 양씨는 유명한 산의 정기나 선현·위인들의 기운을 받으면 그 기(氣)가 자신과 자녀들에게 돌아와 가정이 화목하고 자신의 쇠약한 몸이 건강해 지리라는 믿음에서 이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 “왜곡된 가야史 복원” 강조/金 대통령,김수로왕릉 참배

    金大中 대통령이 30일 부산의 ‘98 세계 해양의 해’기념식에 참석한 뒤 귀경길에 경남 김해 가락시조대왕릉(김수로왕릉)을 참배했다.취임후 두번째 지방 나들이 길이었다.그는 김수로왕릉을 참배하는 행사에서 ‘왜곡된 가야사의 복원’을 유난히 강조했다. 행사를 준비한 청와대 李範觀 민정비서관은 “조상 묘에 들러 인사를 하는 행사일 뿐이니 대통령이 일개 문중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오해를 말아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지난 대선때 이 곳 종친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금의환향(錦衣還鄕)의 뜻도 실린 것으로 보인다.현지에선 김해 金씨의 후손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뒤 시조왕릉을 찾은 것은 자연스런 일이 아니냐는 분위기였다.실제 왕릉에는 종친 1,000여명이 모여 ‘1,500년만의 경사’에 감격해 하는 모습이었다. 金대통령도 이를 의식한 듯 ‘우리집안의 1,500년의 꿈이 이뤄진 날’이라는 수사(修辭)를 여러 차례 사용했다. 金대통령은 또 그의 뛰어난 역사 지식을 유감없이 발휘했다.그는 “고구려와 백제는 기마민족의 정복자가 세운 정복왕조인 데 비해 신라와 가야는 하늘이 백성을 어여삐 여겨 왕을 내려보내고 백성이 이를 왕으로 추대했다”며 선거로 뽑는 민주주의의 뿌리를 여기에서 찾기도 했다.특히 “가야의 역사와 전통이 삼국사기에 의해 왜곡돼 통탄스럽다”고 표현,종친들로부터 환호를 받았다.
  • “충돌땐 말려든다” 김빼기 작전/국민회의 맞대응 자제

    ◎검찰 주시… 대선·경선자금 맞폭로 검토 국민회의측이 비자금 의혹과 관련한 신한국당측의 김대중 총재 검찰고발 강행에도 불구하고 맞대응을 유보키로 했다.신한국당측 폭로전 당사자인 강삼재 총장이나 이를 ‘지휘’한 이회창 총재에 대한 맞고발을 자제한 것이다. 여당의 강공에 안으로 임전태세를 다지면서 밖으로는 김빼기로 맞서고 있는 느낌이다.김총재는 이날 김수로왕릉의 김해김씨 추향대제에 자민련 김종필 총재와 나란히 참석했다.비자금정국에서 한발 비켜선 것이다. 국민회의측은 “맞고발로 빚어질 충돌정국이야말로 신한국당이 바라는 바이므로 유인술에 말려들지 않을 것”(정동영 대변인)이라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당장 맞고발하면 마치 여야일치로 검찰수사를 요구하는 것으로 비칠수 있다”(박상천 총무)는 얘기도 같은 맥락이다. 국민회의측은 검찰수사가 착수되더라도 어차피 공식 선거전 돌입전까지 결론이 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기업인들을 포함해 수백명에 달하는 참고인조사와 경리장부 등을 확인하는 과정이 간단치 않기때문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김총재 이미지에 금이갈 것을 우려하고 있다.때문에 맞고발 자제는 검찰수사 돌입 저지를 목표로 한 전술상 후퇴일 뿐이다. 국민회의측은 일단 진위규명 자체를 둘러싼 공방전보다는 절차나 과정상의 문제를 따져 들어가는게 여론업기 경쟁에서 유리하다고 본다.신한국당측의 폭로자료 입수경위나 그 과정에서의 금융실명제 위반 등을 걸고 넘어지는 전술이다. 그러나 국민회의의 국지전 방침은 어디까지나 조건부일 뿐이다.고발정국이 현재의 유리한 선거판도가 깨는 방향으로 비화한다면 확전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검찰의 후속 대응을 예의주시하면서 내부적으로 맞불작전 카드를 점검하고 있다.김영삼 대통령의 92년 대선자금과 이회창 대표의 경선자금에 대한 맞폭로와 검찰고발을 검토하고 있는 것도 그 일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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