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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교육은 백년대계다/문흥술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열린세상] 교육은 백년대계다/문흥술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봄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산수유, 벚꽃, 살구꽃, 개나리꽃, 진달래, 철쭉 등 온갖 봄꽃들이 저마다의 색깔과 자태를 뽐내면서 겨우내 움츠렸던 대지를 환하게 채우고 있다. 그야말로 싱그러운 봄이다. 대학에도 새내기들로 활기가 넘친다. 신입생들은 한껏 멋을 부리고 뭐가 그렇게 좋은지 쾌활하고 발랄한 웃음을 꽃망울처럼 터뜨린다. 입시 지옥에서 허덕이느라 찌들은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청춘(靑春)은 푸른 봄이라더니, 봄을 맞아 교정은 새내기 청춘들의 뜨겁고 신선한 열정으로 가득하다. 그들을 마주 보는 것이 봄꽃 보는 것보다 더 황홀하다. 나는 새내기들에게 실컷 젊음을 만끽하라고 한다. 연애도 하고, 여행도 다니고, 연극도 보고, 늦도록 잠도 자고, 수업 시간도 빠져 보고, 그야말로 하고 싶었던 것 다 해보라 한다. 그래서 하루빨리 입시에 시달렸던 고등학생의 굴레에서 벗어나 대학생답게 스스로의 꿈을 펼치면서 알차게 생활하라고 한다. 가끔 외국의 고등학생들이 방과 후 활동을 통해 자기 계발에 몰두하는 것을 보면 부럽기 그지없다. 예체능 등의 다방면에서 취미 생활을 즐기면서 자신의 재능을 가꾸어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저것이야말로 진정한 전인교육 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한국의 고등학생들에게 그런 활동은 사치다. 학교 수업도 모자라 방과 후면 학원으로 곧장 달려가 밤늦도록 문제집과 씨름한다. 그들은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을 배운다. 그렇지만 그 시를 읽고 자신의 시를 창작해보고, 또 그 시를 음악이나 미술에 창조적으로 활용해 보는 기회를 갖지 못한다. 오로지 대학 입시에 맞추어 선생님이 가르치는 대로 암기하고 문제를 풀고 또 풀 뿐이다. 가히 문제 풀이 기계다. 그런 그들이 어찌 자신만의 색깔과 향기를 지닌 개성적인 꽃을 피울 수 있겠는가. 그들은 단지 획일화된 입시 제도에 길들여지고 희생된 조화(造花)일 뿐이다. 학생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해마다 바뀌는 입시 제도다. 하도 바뀌다 보니 학생도 학부모도 무얼 어떻게 준비해야 대학에 갈 수 있는지 헷갈린다. 대입수능시험 과목도 해마다 바뀌고, 전형 방법도 해마다 바뀐다. 국사가 홀대를 받다가 정치인의 한 마디에 어느 날 홀연히 필수과목으로 바뀐다. 자기 계발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을 도대체 세울 수가 없다. 시도 때도 없이 변하는 교육 제도에 학생이나 학부모 모두 노예처럼 이리저리 휘둘리고 있다. 물론 교육제도의 변화가 ‘교육은 국가의 백년대계’라는 입장에서 학생들의 자기 계발을 위한 쪽으로 진행된다면 더없이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주지하다시피 우리의 교육제도는 정치적 요인에 의해 찰나적이고 즉흥적으로 변한다는 것이 문제다. 사리사욕에 눈먼, 무식하기 이를 데 없는 정치인 나부랭이들이 오로지 한 표를 얻기 위해 신성한 교육을 무자비하게 난도질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그들이 만든 제도에 문제가 생기면 또 다른 제도를 급조해낸다. 학부형이 반발하면 또 고치고, 교사들이 반발하면 또 고치고, 여론이 들끓으면 또 고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엉터리 정책의 실험 도구로 전락한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학생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학문을 익히고 자신의 능력을 계발할 수 있는 교육 제도는 진정 없는 것인가. 이에 대한 해답을 나 또한 알지 못한다. 그러나 다만 이 한 가지만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무엇보다 기성세대는 자신의 편협한 이해관계를 절대 교육 제도에 개입시켜서는 안 된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이 진정 인간다운 삶이 가능한 나라가 되기를 바라고, 우리 학생들이 그런 나라를 이끌어나갈 주역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럴 때 바람직한 교육제도가 정립될 수 있을 것이다. 정권이 바뀌고 교육감이 바뀔 때마다 널뛰는 교육제도에 이제는 더 이상 우리 학생들이 희생돼서는 안 된다. 젊은이들이 저마다의 색깔과 향기를 뽐내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은가. 그 꽃들이 어우러져 화려한 봄의 축제를 연출하는 역동적인 대한민국을 보고 싶지 않은가. 그 생기 넘치는 세상, 살 만한 세상을 위해 기성세대 그 누구도 교육제도에 대해서만은 어떠한 사욕도 품어서는 안 된다.
  • [김문이 만난사람] 낙엽 재활용 연구 한국종합환경연구소 이승호 박사

    [김문이 만난사람] 낙엽 재활용 연구 한국종합환경연구소 이승호 박사

    요즘 길거리에는 온통 낙엽이 뒹군다. 그 모습을 보면서 흘러가는 세월의 야속함도 느껴진다. 또 낭만과 추억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하여 누구나 한번쯤 시 한 편 정도는 떠올리지 않을까. 학창 시절 접했던 시가 있다. 김광균의 추일서정(秋日抒情)이다. ‘낙엽은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포화에 이지러진/도룬 시(市)의 가을 하늘을 생각나게 한다/길은 한 줄기 구겨진 넥타이처럼 풀어져~’ 김소월의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도 있다. ‘낙엽이 떨어질 때면 겨울에 기나긴 밤 어머님하고 둘이 앉아 옛 이야기 들어라’는 내용으로 이어진다. 이뿐일까. ‘낙엽’ 하면 빠지지 않고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추억의 노래가 있다. 차중락의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랑’이다. ‘찬바람이 싸늘하게 얼굴을 스치면/따스하던 너의 두 뺨이 몹시도 그립구나/푸르던 잎 단풍으로 곱게 물들어~’ 하지만 그런 ‘낭만에 대하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생명체로 낙엽을 본다. 슬프다. 봄과 여름 동안 나무에 붙어 있던 생명체가 속절없이 떨어져 있으니 말이다. 길바닥의 낙엽은 무수히 많은 발에 밟히고 부서진다.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애물단지로 취급돼 쓰레기로 태워지기도 한다. 심지어 낙엽 때문에 미끄러져 넘어지기도 해 ‘웬수’ 취급을 받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매년 막대한 비용을 들여 소각하거나 매립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시기만 되면 연례행사처럼 낙엽 활용방안에 대한 논의는 있으나 국민적 운동으로까지 확산되지는 않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까. 낙엽 활용방안 등 자연환경 연구를 하는 한국종합환경연구소 이승호 박사를 지난 5일 서울 덕수궁 돌담길에서 만났다. 낙엽의 재활용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였다. 때마침 바람이 불어 가로수에서 우수수 낙엽이 떨어진다. 연인들은 그 사이로 즐겁게 웃으면서 걸어가고 아이들은 낙엽을 손으로 쥐면서 마치 하늘에서 눈이 내리는 것처럼 기뻐한다. 그러나 이 박사의 시선은 다르다. “낙엽은 생긴 것 자체가 슬픕니다. 식물이 영양분을 섭취해 자랐다가 다시 땅으로 내려가서 영양분을 공급해 주는 순환의 고리역할을 해야 하는데 대부분 소각되고 말거든요.” 쓰레기 봉투에 잔뜩 담긴 낙엽을 바라본다. 그러면서 “이렇게 낙엽의 일생은 한낱 귀찮은 존재로 여겨져서 폐기처분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한다. 가로수에서 떨어진 낙엽은 그 가로수 주변에 모아주거나 아니면 인근 녹지대 쪽으로 옮겨 자연적으로 발효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낙엽은 쓰레기가 아니라 자신이 살았던 나무에 다시 양분을 공급해 주는 영양제라고 거듭 강조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제주도를 제외하면 약 210만 그루의 가로수가 식재(植栽)돼 있습니다. 도심녹지나 공원 그리고 아파트에 심은 수종까지 합하면 더 많은 식물이 식재돼 있지요. 식재된 식물은 주로 은행나무, 버즘나무, 수양버들, 느티나무, 메타세쿼이아, 벚나무, 단풍나무 등입니다. 이 가운데 도심 가로수는 38.9%가 은행나무이며, 24.5%가 버즘나무입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낙엽 발생량은 나무종류에 따라 다양하기는 하지만, 수령이 많은 나무인 경우 1년에 100㎏ 정도의 낙엽이 생긴다. 서울시를 예로 들면 30만 그루의 가로수에서 연간 약 3만t의 낙엽이 발생된다는 것. 여기에 가지치기 등으로 인해 1만t 정도 더 발생되니까 합쳐서 연간 4만t 이상의 식물성 쓰레기가 나오는 셈이다. 이것을 소각한다면 30억원 넘는 비용이 지출된다. 서울시내 낙엽처리 방법은 폐기 58%, 무상제공 30%, 퇴비제공 9%, 그리고 나머지 3%는 산림에 다시 뿌려지고 있다. 낙엽 재활용 방안에 대해서는 다른 나라의 경우를 예로 들면서 설명한다. “미국은 낙엽의 재활용에 대해 조례를 제정해 놓고 있습니다. 낙엽소재를 활용해 친환경 식기를 생산한다거나, 낙엽 첨가식 점퍼를 만들고 있지요. 스웨덴과 네덜란드는 낙엽을 활용해 천연가스 대체 연료를 생산하고 있으며 독일은 바이오에탄올 등 바이오가스 생산과 유기농에 활용하고 있고, 프랑스는 낙엽과 지렁이로 유기질 퇴비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낙엽으로 전력생산을 추진하고 있고 일본도 유기질 퇴비를 생산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도쿠시마현의 한 시골 마을에서는 산이나 집 뒤뜰에 떨어진 낙엽을 고급요리의 장식용 부재료 소품으로 상품화해 연간 2억 6000만엔(약 35억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지요.” 바이오에탄올은 식물 속 전분을 발효시켜 만든 에탄올로, 외국에서는 휘발유 가격의 60~70%에 거래되고 있으며 바이오디젤과 함께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신재생 에너지원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이렇듯 선진국에서는 낙엽을 바이오 연료로 적극 활용하는 등 지속적으로 연구를 진행하면서 확보된 기술을 바탕으로 낙엽을 태우거나 매립하지 않고 친환경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지자체가 낙엽 발생량과 바이오 연료에 대한 연구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서울과 울산에서는 낙엽을 일정 기간 치우지 않아 낙엽이 쌓이도록 유도한 후 일부 구간에 단풍길을 조성해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관광상품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 인천, 부산, 화성, 영주, 순천 등에서는 낙엽퇴비를 만들어 가로수나 공원에 뿌리고 있으며 안산시는 낙엽을 미생물로 부숙(腐熟)시킨 후 지렁이의 먹이로 줘서 분변토를 생산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고 이 박사는 말한다. 그러면서 가로수 가운데 가장 많은 은행나무잎의 오해와 진실을 이야기한다. “은행잎은 독성이 강해 퇴비로 사용하기 힘들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은행잎은 항균, 항암, 항염증 등의 특성을 가지고 있는 플라보노이드계 물질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정화조 살균이나 모기 유충을 구제하는 데 활용되고 있지요. 쓸데없는 쓰레기로 전락했던 낙엽이 모기 퇴치제로도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은행잎으로 즙을 낸 후 발효시켜 식초, 목초액 등을 섞어 농작물에 뿌리게 되면 진딧물과 유충, 응애 등의 해충 박멸에 탁월한 효과가 있고, 고추나무의 탄저병과 역병을 방제하는 효과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낙엽이 퇴비화됐을 때의 효과는 과연 어떠할까. 낙엽은 유기질 성분이 높고 통풍과 배수가 잘돼 식물의 생육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토양의 수분 유지에 탁월한 효과가 있어, 건조기에 식물을 보호해 주며 병충해 예방효과와 식물의 뿌리발달을 촉진하는 역할도 한다는 것이다. “도심에서 천덕꾸러기가 된 낙엽을 퇴비로 만들어 가로수, 공원 등에 뿌리면 토양과 식물을 건강하게 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농작물에 활용하면 수확 증대 등의 효과를 가져 올 수 있지요.” 요즘 같은 낙엽 수거 시기에는 시민들의 절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거리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 쓰레기가 섞인 채 낙엽이 수거되면, 다시 쓰레기를 분리하느라 많은 시간과 비용이 발생되기 때문이다. 또한 환경적으로 접근할 때 ‘과연 그것이 경제적인가’의 문제에 대해서는 “당장은 아닐지라도 장기적인 환경적 가치를 부여한다면 충분히 경제적일 수 있다는 인식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수령이 많은 가로수는 물과 양분을 충분히 공급해 줄 수 있는 ‘투수공간’을 더욱 넓혀 주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동물원의 동물처럼 살아가면서 그나마 양분으로 떨어지는 낙엽마저 인간이 치워버리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 때문이다. “낙엽을 수거하고 퇴비로 만드는 일은 시간과 정성이 들어갑니다. 관리 측면에서는 매립하거나 태우는 것이 속이 편할 수도 있지만 자연에서 나온 물질은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야 합니다. 현재의 환경 문제는 대부분 물질 순환의 불균형에서 기인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낙엽 재활용이야말로 우리가 가까운 곳에서 손쉽게 할 수 있는 물질 순환의 방법입니다. 조금 불편하고 힘든 것이 환경을 살리고 우리가 사는 길이지요.” 그는 어릴 때부터 환경과 생물을 좋아했다. 물질의 순환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생물들, 환경의 종 다양성 등에 관심이 많아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했다. 박사과정 수료 후 군산대학교 외래교수를 거쳐 2001년부터 본격적으로 환경연구에 몰두해 오고 있다. 현재 연구소에서는 환경 복원과 보존에 대한 연구를 주로 한다. 낙엽활용에 대한 연구는 ‘연료화’ ‘친환경소재’ ‘관광상품화’ ‘퇴비화’ 등 네 가지 방향에서 진행되고 있다. 선임기자 km@seoul.co.kr >>이승호는 1973년 전북 익산에서 태어났다. 1992년 원광고등학교를 나온 뒤 1996년 군산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생물학과를 졸업했다. 동 대학에서 석사과정을 거쳐 2001년 목포대학교 대학원에서 생물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99년부터 2010년까지 군산대 외래교수를 지냈다. 언론매체에 환경관련 칼럼을 많이 썼고 SBS TV ‘물은 생명이다’와 KBS 1TV ‘생방송 일요일 아침입니다-이제는 환경시대’의 고정패널 등 수십 차례 방송에 출연, 환경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현재 한국종합환경연구소 부소장으로 있으면서 교육부 국가기술수준평가 전문위원, 지식경제부 지식경제기술혁신평가단 평가위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평가위원, 에코저널 편집자문위원, 한국환경기술인회 부회장, 대덕연구개발특구지원사업 전문평가위원, 한국생태학회 이사, 한국습지학회 정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연안습지 복원용 인공 둑 및 이를 이용한 연안습지 복원 방법(사다리형)’, ‘염생식물 파종 및 생장 유도장치’ 등 많은 특허등록을 가지고 있다.
  • [시론] 詩가 피어나는 광화문/신달자 시인·한국시인협회 회장

    [시론] 詩가 피어나는 광화문/신달자 시인·한국시인협회 회장

    정부에서는 문화융성위원회를 두고 본격적으로 문화를 지표 삼아 활성화하기로 다짐하고 있다. 반가운 일이기도 하고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모든 분야의 문화가 다 중요하지만 그렇다. 그중에도 인간에게 정신적으로 가장 힘이 돼주는 문화의 심장은 곧 책이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지만 들어보면 가을에 책이 가장 팔리지 않는다고 한다. 책이 팔리지 않는다는 것은 집안에 꽂혀 있는 책도 장식품이 되어 있다는 이야기와 같다. 독서는 바람과 같아서 하나만 읽고 고요해지는 것이 아니다. 하나를 읽으면 또 하나의 책에 대한 궁금증이 일고 그 궁금증이 새로운 창의력으로 치달아 가는 것이 책의 힘이다. 책도 팔리지 않고 노벨문학상도 스친 듯 소문 속에서 사라지고 그런 문화 속에서 문화융성의 만족도는 낮을 것이다. 춤을 추고 음악을 듣고 영화가 많은 관객 속에 박수소리를 내더라도 책이 외롭게 침묵하고 있는 한 문화는 발전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한 번 더 서울 시민들에게 문학의 꽃인 시를, 그들의 시선을 끌어 그들의 마음속에 넣어보고 싶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시인협회는 광화문에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아는 정서를 추억 속에서 꺼내어 가을 바람에 날려 보고 싶어서, 그래서 한 번 더 시의 존재를 알려 국민 마음 안에 스며들게 하고 싶어서 다섯 편의 시를 하늘처럼 내걸었다. 그 시가 광화문에 걸리던 날 다시 말하면 광화문에 시의 꽃이 활짝 피어나던 날 나는 집에서도 왠지 가슴이 가늘게 떨리곤 했었다. 많은 시민들이 광화문을 걷다가, 차를 타고 가다가 가을 하늘을 바라보는 그 시선에 우리나라 명시가 딱 빛처럼 들어올 때 그들은 무슨 생각들을 할까. 오랜만에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 지난날도 한 번쯤 생각하고 안부를 전해야 할 선배나 친구에게 무관심했던 마음을 떠올리거나, 오늘 아침에 이래저래 화가 난 마음을 다스리기도 할까. 그리고 바로 그 시를 읽던 청소년 때 가졌던 뜨거운 꿈을 기억하고 마음을 더 충실히 다져보지는 않을까. 나는 마음이 더웠었다. 그러나 누구도 그 광화문의 시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친구 몇몇과 더불어 광화문을 나섰다. 점심은 내가 내기로 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정작 시와 관련없던 그들도 정지용의 향수, 김소월의 산유화, 윤동주의 서시가 펄럭이는 것을 보고 놀랐다. 그날 하늘은 시처럼 맑았다·시처럼 푸르른 하늘과 함께 다가오는 시의 말 건네기에 친구들은 광화문에서 비로소 대학시절의 애틋했던 희망과 꿈을 기억해 냈다. 우리가 그때 그 뜨거움을 잊어버리고 살았다는 거다. 바로 그때 그 마음이 희망이었지 않았는가. 오늘을, 그것도 겨우 살아가는 나이 많은 소녀인 내 친구들은 오랜만에 청춘이 되어 지금의 사고와 생활을 좀 더 창조적으로 이끌어 가야 한다면서 바로 옆 서점에서 책도 한 권씩 샀다. 친구들은 젊어 보였다. 현실의 탄식과 소모적인 생활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는 나날을 벗고 오랜만에 대학생 시절의 이야기를 떠올리는 얼굴들 위에 가을 하늘은 그들의 나이를 묻지 않았다. 한 사람의 생각이 사회를 변화시키고 그 변화가 국가의 번영을 가져온다 것은 새로운 생각이 아니다. 다시 문화융성의 무대는 이어져 가겠지만 무대만이 아니라 무대 밖에서 더욱 문화가 솟아오르고 누구나 들꽃 하나의 의미를, 책 한 권의 가치를 되새기며 스스로 하는 별 것 아닌 말과 생각이 바로 문화융성에 동참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지금 헤아려야 할 것이다. 오래 사는 것보다 많이 사는 질적인 장수요법은 스스로 문화인이 되는 일이다. 문화의 본래 어원은 ‘밭을 간다’이다. 자연에 인간의 힘을 가하는 일, 바로 창조를 말한다. 요즘은 창조의 힘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그 힘을 꺾는 일을 너무 많이 본다. 보는 데 마음이 아프다. 어떤가. 결국 책이다. 종이책을 넘기는 감각이야말로 자신을 다정하게 들여다보는 시적 창의력이 아니겠는가.
  • 정통문인 이광수·주요한 원조 ‘멀티테이너’였다

    정통문인 이광수·주요한 원조 ‘멀티테이너’였다

    유성기의 시대, 유행시인의 탄생/구인모 지음/현실문화/584쪽/2만 8000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근대 문인들은 1929년부터 1937년까지 근 10년간 유행가 가사를 쓰고 음반으로 취입했다. 일제 강점기 문인들의 외도와 이탈을 문학사 및 문화사적으로 분석한 책 ‘유성기의 시대, 유행시인의 탄생’은 “좀처럼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있다”는 선언으로 출발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광수, 김억, 주요한, 김동환, 이은상, 홍사용 등이 노랫말을 쓰고 고한승, 김종한, 김형원, 노자영, 유도순, 이하윤, 조영출 등 상대적으로 조명받지 못했던 시인들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이들이 음반에 취입한 작품은 확인된 것만 698곡으로, 식민지 시대 전체 유행가요의 18%에 이른다. 이들이 유행가 가사를 쓰며 대중과의 교감에 나선 것은 ‘개벽’ 등 동인지의 폐간에 따른 창작 공간의 위축, 높은 문맹률에다 빈약한 독자층 등 시단의 폐색현상을 배경으로 한다. 여기에 잡가나 유행창가와 같은 이종 양식들과의 경쟁, 시의 대중화에 대한 열망, 시인으로서의 삶을 보장받으려는 현실적 욕구, 다국적 음반산업과 유성기의 도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이들의 모험은 자유시에서 출발한 근대시를 정형시로 퇴보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유행시는 1929년 이광수 외에 김소월, 변영로, 양주동 등 11명의 문학인과 안기영, 윤극영 등의 음악인 5명이 조선가요협회를 만들면서 시작됐다. 효시는 이은상의 ‘마의태자’다. 이광수의 ‘우리 아기 날’, 김동환의 ‘종로네거리’, 홍사용의 ‘댓스 오-케-’가 음반으로 나왔다. 대표작은 김형원이 노랫말을 쓰고 안기영이 곡을 붙인 ‘그리운 강남’으로 해방 후 교과서에도 실릴 정도로 인기가 오래갔다. 조선가요협회 참여 문인들은 대중의 호응을 얻지 못해 1933년을 기점으로 활동이 뜸해졌지만 김억, 유도순 ,이하윤 등은 그 후에도 활발하게 작품을 냈다. 김억은 1933년 ‘수부의 노래’를 시작으로 1940년대까지 61편을 음반으로 냈다. 이하윤은 ‘섬색시’, ‘처녀열여덟엔’ 등 158편의 유행가 가사를 발표했다. 유도순은 카페 여급 김봉자와 경성제대 의학사 노병윤의 스캔들을 다룬 ‘봉자의 노래’를 히트시키는 등 1934~35년 2년간 92편을 집중적으로 발표했다. 유행가요의 운명은 1932년 매일신보 기자가 이광수의 ‘쓰러진 젊은 꿈’이 유행하는 것을 보고 ‘엽기적’이라고 한 데서 보듯 어느 정도 예견된다. 흘러왔다 흘러가는 유행가의 속성처럼 정통 문인들의 유행시는 곧 대중의 뇌리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또 김억과 이하윤은 1937년 이후 전시상황에 부응하는 시국가요를 짓는 등 전쟁협력이라는 막다른 길로 내몰리기도 했다. 지은이는 그러나 “‘동심초’(김억 작사, 김성태 작곡), ‘동무생각’(이은상 작사, 박태준 작곡) 등이 가곡으로 남아 생명력을 유지하는 것은 그들의 노력이 헛되지만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것”이라며 따뜻한 시선을 보낸다. 임태순 선임기자 stslim@seoul.co.kr
  • 120년 된 창고가 ‘근대문학사 보고’로… 과거로의 시간여행

    120년 된 창고가 ‘근대문학사 보고’로… 과거로의 시간여행

    “조선의 심장 지대인 인천의 이 축항은 전 조선에서 첫손가락에 꼽힐 만큼 그 규모가 크고 또 볼만한 것이었다. 축항에는 몇천t이나 되어 보이는 큰 기선이 뱃전을 부두에 가로 대고 열을 지어 들어서 있다.” -강경애 ‘인간문제’(1934)에서. 1883년 개항 이후 서양 문물이 밀려들었던 인천항의 물류 창고. 1892년에 세워져 근대의 기억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이 건물 4동이 한국 근대문학의 보고로 거듭났다. 인천 중구 해안동에 들어선 한국근대문학관이다. 문학관은 자칫하면 미국 메릴랜드대로 넘어갈 뻔했던 개인 소장가의 근대문학 작품 및 자료 2만 9000여점을 2006년 인천문화재단이 넘겨받으면서 탄생했다. 손동혁 인천문화재단 기획경영본부장은 “인천이 개항 이후 근대 문물을 받아들이며 형성된 도시인 만큼 근대문학사를 다루는 게 도시의 정체성과도 맞는다고 판단했다. 건물의 의미와 문학이 잘 밀착되는 공간을 구상했다”고 말했다. 27일 개관을 앞두고 미리 둘러본 문학관의 풍경은 한마디로 ‘과거로의 시간여행’이었다. 건립 당시의 나무 기둥과 서까래, 콘크리트 벽체까지 그대로 살려 노출시킨 건물 내부에 근대 계몽기 19세기 말부터 1948년까지의 문학사를 직조한 주인공들을 불러모은 덕분이다. 70평 남짓한 1, 2층 상설전시실의 동선은 문학사의 동선을 그대로 따라간다. 당시 활동했던 주요 시인, 소설가 등 문인 50여명의 작품 135점이 전시실을 가득 채우고 있다. 1층 전시실 입구에서부터 희귀본이 관람객을 맞는다. 1930년대 화가, 문인들의 친필 글씨와 그림이 담긴 것으로 유명한 김억의 한시 번역집 ‘망우초’다. 1934년 출간 당시 25부만 찍어낸 한정판으로 유명하다. 누렇게 변색되고 표지가 나달나달 닳아 그냥 지나치기 쉬운 책들이지만 알고 보면 근대 문학을 대표하는 초판본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최초의 신소설인 이인직의 ‘혈의누’(1908)를 비롯해 이수일과 심순애의 사랑을 담은 ‘장한몽’(1913), 염상섭의 ‘만세전’(1924), 한용운의 ‘님의 침묵’(1926), 백석의 ‘사슴’(1936),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1948) 등이다. 2011년 근대 문학으로는 처음 문화재로 지정된 김소월의 ‘진달래꽃’(1925)도 만날 수 있다. 건물과 전시물은 근대의 풍취를 담고 있지만 최첨단 인터랙티브형 전시가 관람객들의 호기심을 자아낸다. 다양한 문학적 체험을 유도하는 영리한 장치다. 특히 스마트폰의 근거리무선통신(NFC)을 이용한 체험 전시가 눈길을 끈다. 한국근대문학관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은 뒤 전시관 중앙에 자리한 문인 50여명의 캐리커처에 갖다 대면 관련 작가의 이력과 작품 원본을 볼 수 있다. 김유정의 얼굴에 휴대전화를 대니 그의 작품 ‘봄봄’이 전화기 속으로 쏙 들어왔다. 도쿄 유학생 이인화가 도쿄에서 시모노세키, 부산을 거쳐 서울로 귀국하며 식민지 조선의 참담함을 깨우치는 염상섭의 ‘만세전’ 속 여정은 요지경 속 당시 사진을 통해 따라가 볼 수 있다. 미니 영화관에서는 이상권 화가가 그린 애니메이션으로 부활한 현덕의 소설 ‘남생이’가 스크린을 채우고 있었다. 이현식 관장은 “다양한 체험형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이 교과서로만 익힌 문학에서 탈피해 문학사의 맥락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문학이 가진 사회적 역할을 확산시키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회랑 구조인 2층 상설전시실에는 인천이 낳은 소설가의 작품과 인천을 배경으로 한 근대 소설들이 진열돼 있다. 인천이 서울 다음으로 가장 많이 근대 소설에 등장한 도시라는 점에 착안한 기획이다. 동선은 딱지본 연애소설과 탐정소설 등 당시의 대중소설 코너로 이어진다. 2층 전시실 바깥으로 나오면 천장과 앞뒤 면을 유리로 감싸 햇빛이 쏟아지는 공간이 펼쳐진다. 집 모양의 대형 서재에 꽂힌 근대문학선집들을 하나씩 펴 보며 쉴 수 있는 휴식 공간이다. 왼쪽으로 나 있는 계단으로 발을 옮기면 미술 작품으로 부활한 시인 기형도를 만날 수 있다. 기획전시 ‘기형도, 입 속의 검은 잎’이다. 스물아홉에 요절했지만 현대시에 큰 흔적을 남긴 기형도의 문학 세계를 이종구, 리금홍, 차지량, 오재우 등 4명의 화가가 회화, 사진, 영상, 설치물로 빚어냈다. 무료. (032)455-7165. 인천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한국대표 명시선 100’ 완간

    한국 현대시 100년 역사를 한눈에 굽어볼 수 있는 시선집이 나왔다. 시인 81명과 시조 시인 19명 등 국내 대표 시인 100명의 시집을 모은 ‘한국대표명시선100’(시인생각·100권)이 완간됐다. 김소월, 한용운, 정지용, 백석, 김영랑 등 1920~1950년대 시인들부터 정호승, 김용택, 도종환, 안도현, 함민복 등 현대 시인들까지 모두 아울렀다. 이 가운데 작고한 시인은 48명, 생존 시인은 52명이며 남성은 85명, 여성은 15명이다. 출간을 주도한 시인생각 주간 이근배 시인은 “요즘 대형 출판사가 내는 시선집은 젊은 시인 위주의 ‘그들만의 리그’로 치우쳐 우리 시문학사를 체계적이고 통합적으로 짚어내지 못했다”며 “친일·이념 논란을 넘어 모국어를 빛낸 기여도와 문학사에 미친 영향을 고려했다”고 선정 기준을 밝혔다. 각권 6000원. 전권 50만원.
  • [서울광장] 김소월의 ‘진달래꽃’과 노무현의 ‘NLL’/문소영 논설위원

    [서울광장] 김소월의 ‘진달래꽃’과 노무현의 ‘NLL’/문소영 논설위원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영변의 약산 진달래꽃/아름따다 가실길에 뿌리오리다/…/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일제강점기에 평안도 정주의 오산학교를 다닌 김소월이 1925년 펴낸 시집 ‘진달래꽃’의 표제작 ‘진달래꽃’이다. 지금이야 김소월의 서정이 다소 촌스럽다며, 누구는 평안도 정주 출신 시인 백석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등을 더 세련된 정한 이라며 읊조릴 것이다. 그러나 김소월은 늘 상당한 사랑을 받았고, 2003년 가수 마야의 ‘진달래꽃’으로도 되살아났다. 그만큼 호소력이 있다는 의미다. ‘진달래꽃’은 강렬한 사랑을 ‘반어법’으로 표현한 시라는 점에서 재론의 여지가 없다. 쉽게 말해 “나, 당신을 너무 사랑하니 절대 떠나면 안돼”가 ‘진달래꽃’에 대한 당연한 해석이다. 이 시를 문자 그대로 이해해 “임이 떠난다니 기쁜 마음으로 붉은색 주단 같은 진달래꽃을 쫙 뿌리겠다”고 한다면 남다른 해석일지 모르나, 국어 점수는 ‘빵점’일 것이다. 이른바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인 문해력(文解力)은 기역, 니은 등 한글 자모를 안다고 되는 일은 아니고, 행간과 자간을 읽어내는 능력도 겸비해야 한다. 지난해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북방한계선(NLL)을 포기했다’라는 주장들을 당시 김무성 새누리당 선거대책위 총괄본부장이 대중에 주장했다. 그런데 6개월 만에 ‘노무현 NLL 포기’ 주장이 다시 표면화됐다. 국가정보원이 대통령 선거에 개입해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를 훼손했다는 의혹의 한가운데 있을 때다. 여당은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보고드린다’는 굴욕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여론몰이도 했다. 하지만 ‘보고 운운’은 문맥을 잘못 해석한 오해로 밝혀졌다.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6월 24일 외교문서인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전격 공개한 덕분이다. 문서가 공개되자, ‘노무현의 NLL 포기’에는 ‘사실상’이란 단어가 하나 더 얹혀졌다. 이는 그렇게 해석할 만한 언급은 있을지 모르나, ‘NLL을 포기한다’라는 똑 떨어지는 발언은 없었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은 NLL을 북한의 해주와 남한의 인천을 포함한 ‘서해평화지대’ 속의 ‘공동어로수역’으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 때문에 여야가 정치적 입지에 따라 다른 해석을 내놓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읽다 보면, 김소월의 진달래꽃의 반어적인 어법이 떠오른다. NLL에서 남북한이 평화를 쌓고 더 크게는 통일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런 구상은 그 회담에서 김 위원장의 뜻을 따른 것도 아니었다. 노무현 정부는 2003년 서해교전 1주년(6월 29일)을 앞두고 NLL에 ‘남북 공동 꽃게잡이 추진’을 검토한 적이 있다.<서울신문 2003년 6월 25일자 3면>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없애고, 우리 어민들이 중국어민들에게 떠밀리는 것을 막으려는 구상이었다. 이 계획은 국방부 등에서 북한의 NLL 무력화 전술을 우려하면서 더 진전을 보지 못했다가 정상회담에서 의제로 다시 나온 것이다. 공개되지 말아야 했을 외교문서가 기왕에 공개된 마당에,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은 국민이 직접 읽어볼 가치가 있다. 여야의 정파적 주장에 오락가락하지 않을 수 있다.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지 말고 달을 보아야 한다. 김대중 정부에서 정상회담과 관련해 컨설팅을 한 한 관계자는 “노련한 김정일 위원장과의 밀고당기기에서 밀리지 않았고, NLL과 관련해 실무회의를 하기로 회담을 마무리지었기 때문에, 포기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해석했다.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도 2일 통화에서 “정상회담은 공동선언이나 합의문으로 평가해야지, 그 과정인 회의록을 중심으로 파악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기자는 기사로, 판사는 판결로 말해야 하듯, 일리가 있는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symun@seoul.co.kr
  • [열린세상] 詩가 없는 봄날이라/문흥술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열린세상] 詩가 없는 봄날이라/문흥술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시인 친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돈에 대한 욕심은 전혀 없고 어떻게 하면 좋은 시를 쓰느냐만 골똘히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평소 조곤조곤하게 말한다. 그런 그가 이날은 핏대를 올리면서 문학에 대한 정부 정책, 특히 ‘문학나눔’ 사업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해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학나눔 사업을 통해 문화 소외 지역 및 계층에 우수 문학 도서를 선정해 무상 보급하고 있다. 그런데 올해 사업 내용에 대해 문인들, 특히 시인들의 불만이 거세다. 작년에 비해 소설은 연간 116종으로 조금 늘어났지만, 시집은 40종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그리고 예산도 작년보다 2억 3000만원밖에 증가하지 않아, 종당 구입 호수도 전체적으로 줄어들었다. 지난해까지 소설과 시 모두 종당 2000부를 구매해 배포했는데, 올해부터는 1200부로 줄어든 것이다. 5월의 따사로운 햇살을 받아 봄꽃이 만개했다. 철쭉꽃, 목련꽃, 모란꽃, 벚꽃 등이 천지를 화려하게 수놓고 있다. 겨우내 집안에만 계시던 팔순의 노모와 시간이 날 때마다 공원을 산책한다. 공원의 모든 이들이 봄꽃의 아름다운 자태에 탄성을 발한다. 청년은 애인에게 꽃보다 자기가 더 예쁘다고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이고, 애인은 봄 햇살 같은 환한 웃음을 터뜨린다. 향긋한 꽃 앞에서 누가 돈을 생각하고, 출세를 생각하겠는가. 꽃처럼 아름답고 가치 있는 삶, 순결한 영혼과 정신, 황홀하면서도 고귀한 사랑 등을 생각하지 않겠는가. 봄꽃은 세속에 찌든 우리의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치유해주고, 삭막한 우리네 삶을 화사한 온기로 따뜻하게 데워준다. 팔순의 노모께서 공원에 핀 꽃을 보시고는 “해마다 봄이면 꽃은 저렇게 아름답게 피는데, 사람은 늙으면 다시 젊어지지 않는구나”라고 말씀하신다. 봄꽃은 우리 모두를 시인으로 만드는 마력도 있는 듯하다. 많은 시인이 꽃을 시의 중요한 소재로 삼았다. 김소월은 시 ‘진달래꽃’에서 “영변에 약산/진달래꽃/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라고 노래했다. 임에 대한 절대적 사랑을 진달래꽃에 투사해 임이 나를 버리고 떠날지라도 임이 가시는 길에 자신의 분신인 진달래꽃을 뿌려드리겠다는 것이다. 김영랑은 시 ‘모란이 피기까지는’에서,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모란이 피기까지는/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이라고 노래했다. 모란과 같은 삶을 살고자 한 시인, 그래서 모란이 지면 삶의 모든 것이 끝났다고 절망하는 시인, 그런 시인에게 모란이 피고 지는 봄은 ‘찬란한 슬픔’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시인이 봄꽃을 좋아하는 이유는 시와 봄꽃이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리라. 시는 본래적으로 갈등과 대립이 아닌 화해와 합일의 세계를, 물질적인 가치가 아닌 정신적 가치를 지향한다. 시는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이 하나가 되어 영혼의 교감을 이루는 세계를 강렬히 갈망한다. 그런 시를 통해 모든 존재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황홀한 세계와 만나게 되고, 동시에 인간이 인간을 지배하고 자연을 파괴하는 이 시대에 대해 뼈아픈 반성을 하게 된다. 사회가 아무리 물질적 측면에서 풍족하다 하더라도 정신적 가치를 지향하는 문화를, 그 문화의 정수인 시를 푸대접한다면 그 사회는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에 영혼을 팔아버린 아이들에게 시집을 읽도록 해야 하는 당위성이 여기에 있다. 시인 친구가 돈에 대한 욕심 없이 좋은 시를 쓰려고 애쓰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앞장서서 시를 찬밥 대우하고 있는 현 상황은 그래서 한심하다 못해 기가 막힌다. 시인 친구는 “그렇지 않아도 시집이 팔리지 않아 시집 내기가 어려운 판국인데 정부가 아예 시를 말살시키고 있다”면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시인의 시선을 따라 창밖을 보니 진달래꽃이 지고 있다. 떨어지는 모습마저 아름다운 저 소중한 봄꽃이 없는 봄을 상상해 보다가, 불현듯 우리 사회에서 시가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시가 없는 사회와 봄꽃 없는 봄은 무엇이 다를까.
  • 취업 안된다고… 국문과 잇단 폐지, 세종대왕이 하늘에서 경을 칠 노릇

    취업 안된다고… 국문과 잇단 폐지, 세종대왕이 하늘에서 경을 칠 노릇

    국어국문학과를 폐지하는 대학이 늘고 있다. 대학 위기의 시대에 ‘경쟁력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문인 단체는 “문학과 예술 창작으로 모국어를 살찌우는 인재를 키우는 학과를 없애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반발한다. 배재대는 8일 교무위원회를 열고 국어국문학과와 외국어로서의 한국어과를 ‘한국어문학과’로 통폐합했다. 내년부터 사실상 국문학과가 사라지는 것이다. 이 대학은 평소 배재학당에서 한글 연구의 개척자 주시경과 민족시인 김소월을 배출했다고 자랑해 왔고, 단과대 이름까지 ‘주시경대학’, ‘김소월대학’으로 붙여 쓰고 있다. 국문과 재학생들은 지난 6일부터 총장실 앞에서 농성에 돌입했다. 정지홍(24·3년) 국문과 학회장은 “영화 ‘결혼은 미친 짓이다’의 원작 소설가가 우리 학과 출신이고, 신춘문예 당선자를 수없이 배출하며 요즘도 한국문학을 살찌우는 데 일조하고 있다”면서 “학교 측은 통합 학과에서 문학도 가르친다고 하지만 갈수록 비중이 줄어 좋은 문재(文才)가 나오기 어렵게 생겼다. 이름이 사라져 정체성까지 잃어버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학과 졸업생들도 성명을 내고 “국어국문학은 배재학당 설립 초기부터 핵심 과목이었고, 소설가 나도향 등을 배출한 밑거름이 됐다”면서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학과와 합치는 것은 인문학의 기초인 국문과를 족보에서 지우겠다는 발상이다. 대학이 돈의 논리에 빠져 스스로 교육 사망 선언을 했다”고 거세게 비난했다. 배재대 관계자는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재학률이 줄고 취업이 잘 안 되는 학과를 개편하다 보니 국문과를 통폐합했다. 문학 교육을 안 하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취업률 등을 적용하는 교육부의 대학평가도 이 같은 학과 구조조정에 기름을 붓고 있다. 배재대는 올해 ‘재정지원 제한 대학’으로 지정되자 이번 학과 개편에서 국문과 등을 통폐합하고 항공운항과, 중소기업컨설팅학과, 사이버보안학과 등 실용학과를 신설했다. 대학 관계자는 “재정지원 제한 대학 지정도 이번 학과 개편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고 털어놨다. 국문과가 대학에서 홀대받은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6년 광운대에서 국문과 폐지 논란이 일어났다가 간신히 살아남았고, 충남 논산 건양대는 수년 전 국문과를 폐지했다. 충북 청주 서원대도 지난해 국문과를 다른 학과와 통폐합했다. 이 대학은 2011년 재정지원 제한 대학으로 지정됐었다. 국문과가 ‘부실대학’ 탈피를 위한 희생양이 된 것이다. 새로 생기는 대학이나 전문대는 아예 처음부터 국문과를 두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교육부 관계자는 “사립대 학과 개편은 정부가 제지할 권한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차윤옥 한국문인협회 사무처장은 “정부에서 국문과 폐지를 금지하는 강제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김소월 詩 속 恨에 매료…한국 사랑하게 만들 것”

    “김소월 詩 속 恨에 매료…한국 사랑하게 만들 것”

    매콤한 제육볶음과 깍두기에 밥 한 공기를 뚝딱 해치웠다. 식사 내내 한국에 대한 애정을 유창한 우리말로 풀어냈다. 불가리아 소피아대 한국학과 교수 야니차 이바노바(36·여). 열흘간 건국대서 열리는 해외 한국어 교사 연수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 임신 7개월의 무거운 몸으로 12시간 넘게 비행기를 탔다. 이바노바가 대학에 입학하던 1995년만 해도 불가리아인들에게 한국은 그저 동양의 먼 나라였다. 한국 관련 학과는커녕 대부분 국민은 한국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 “북한에 의료 지원을 했던 터라 어른들은 한국전쟁이란 단어를 흐릿하게 기억하는 정도였고 젊은이들은 이름조차 잘 몰랐어요.” 이바노바가 한국·중국·일본을 묶어 가르치는 소피아대 동양어문학과에 입학한 것도 미지의 세계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 차원이었다. 하지만 그 선택이 인생을 바꿨다. 한국이란 나라에 푹 빠지고 말았다. 그를 사로잡았던 건 시인 김소월이었다. 박사 논문 주제도 ‘김소월 시 속의 한(恨)의 특징’이었다. “그 논문을 쓰느라 제가 정말 한이 맺혔어요. 독특한 한의 정서를 이해하려면 한국의 역사·문화·사회 같은 걸 다 알아야 했는데 처음엔 그게 너무 어렵더라고요.” 김소월의 ‘진달래꽃’, ‘초혼’ 등을 불가리아어로 번역했다. 한국 방문은 이번이 9번째다. 1998년에는 1년간 연세대 한국어학당에서 공부했다. 이바노바가 한국을 공부한 지도 어느덧 18년. 그동안 불가리아에서 한국의 위상은 180도 변했다. “1998년 대우자동차가 수입되자마자 바로 판매 2위를 달성했어요. 그때부터 한국은 선진국이란 이미지가 굳어졌죠. 이후 전자제품, K팝, 드라마, 최근 싸이의 ‘강남스타일’ 열풍까지 한류는 정말 눈부실 정도예요.” 한국에 처음 왔을 때를 떠올렸다. “만나자마자 나이를 물어보는 것, 외국인에게 질문을 많이 하는 것, 회사에서 일하는 시간이 많은 것. 처음에는 이런 것들에 깜짝 놀랐어요. 교회·절·점(占)집 등이 한데 모여 있는 인사동에 가서는 한국이 고리타분하지 않고 열린 나라라는 걸 알게 됐지요.” 그는 한국인의 특성을 한마디로 “뭐든지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일도, 공부도, 노는 것도 어쩌면 그렇게 열심히 할까요. 심지어 술조차도 죽어라 마시는걸요. 편안하고 여유로운, 그래서 어찌 보면 느리고 답답한 불가리아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특징이죠.” 그러나 공과 사의 구분이 불분명하고 비즈니스에서도 정(情)을 끌어들이는 문화는 고쳐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국 회사에서 일하려고 한국어를 배우는 불가리아 사람도 많은데 정작 한국 회사에 들어가면 5년을 못 버티는 경우가 많다”면서 “가족보다 일을 우선시하고, 야근에 추가 근무를 당연하게 여기는 기업문화는 개선돼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저에게 한국어를 배우는 불가리아 학생들이 한국을 사랑하도록 만드는 게 소망이에요. 4월에 태어날 둘째 아이에게도 한국어를 가르치고, 잡채·김치찌개·비빔밥·라면을 해 먹일 거예요.” 글 사진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섬진강 시인’과 나누는 자연·詩·삶

    ‘가을은 어떤 의미일까.’ 서울 광진구 주민들이 시와 함께 계절과 삶의 의미를 반추해 볼 시간을 갖는다. 15일 구청 대강당에서 열리는 ‘천원의 행복, 2012 광나루 아카데미’에 참여하는 것만으로 기회가 된다. 아카데미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평생학습 강좌로 이번이 여덟번째. 섬진강 시인으로 유명한 김용택 시인이 ‘자연과 나의 시(詩), 그리고 더불어 사는 삶’을 주제로 강연한다. 김 시인은 자연과 시, 더불어 사는 삶에 관한 근원적 물음을 특유의 감성으로 풀어낼 예정이다. 강의에 참여한 주민은 1000원 이상의 기부금을 내면 된다. 기부금은 저소득층 어린이들을 위한 교육지원사업에 사용된다. 한편 김용택 시인은 김소월과 백석을 잇는 시인으로 평가되며, 제6회 김수영 문학상, 제12회 소월시문학상, 제7회 윤동주 문학대상 등을 수상했다. 주요 작품으로 ‘섬진강’, ‘맑은 날’ ‘사람들은 왜 모를까’ 등이 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한국대표명시선100’ 1차분 5권 발행

    올 9월은 만해 한용운의 옥중시 ‘무궁화를 심으라’가 잡지 개벽 27호에 실린 지 90돌이 되는 해다. 내년은 또한 안서 김억이 최초의 현대 시집인 ‘해파리의 노래’를 발간한 지 90돌이 된다. 시인생각에서 ‘한국대표명시선100’ 1차분 5권을 펴낸 이유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비로소 활짝 꽃피우기 시작한 모국어의 시는 그 엄혹한 시대에 민족혼을 일깨우고 민족 정서를 발양시켰다고 이근배 시인은 말했다. 그러니 온 겨레가 두고두고 읽어야 할 경전이 바로 오래된 시집이라는 것이다. 이른바 김소월, 한용운, 조운, 정지용, 이병기, 김기림, 노천명, 백석, 이상, 서정주, 김성옥, 이육사, 윤동주 등의 시집인데 정작 서점의 시집 코너에서 눈에 띄지 않는다. ‘시집은 넘쳐나도 서점가에 시집은 없다.’고 주장하는 배경이다. ‘만해사상실천선양회’가 기획·편집해 제작과 지원을 하는 사업으로 1차분 5권은 한용운, 윤동주, 김남조, 신달자, 도종환 편이다. 9월 중에 김소월, 서정주, 정지용, 노천명, 박재삼, 천상병, 정진규, 오세영, 김영랑 편 등이 출간된다. 이번 사업은 한국 시문학의 전편을 집대성하고 시문학사를 바로 세우는 데 그 뜻을 두고 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김소월 ‘진달래꽃’ 대표시집 1위

    김소월 ‘진달래꽃’ 대표시집 1위

    문학평론가들은 한국현대문학사를 대표하는 시집으로 김소월의 ‘진달래꽃’(1925년 매문사 펴냄)을 꼽았다. 시 전문 계간지 ‘시인세계’는 창간 10주년을 기념한 가을 특집호에서 문학평론가들이 뽑은 한국 대표시집 순위를 10일 발표했다. 평론가 75명이 각각 고른 시집 10권을 정리한 결과 63명이 선택한 ‘진달래꽃’이 1위를, 60명이 선택한 서정주의 ‘화사집’이 2위를 차지했다. 3위는 백석의 ‘사슴’(59명), 4위는 한용운의 ‘님의 침묵’(56명),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와 정지용의 ‘정지용 시집’이 각각 48명과 45명의 선택으로 5, 6위에 올랐다. 이상의 ‘이상 선집’과 김수영의 ‘달나라의 장난’, 임화의 ‘현해탄’, 이육사의 ‘육사시집’이 근소한 차이로 7~10위에 올랐다. 시인별 득표수로는 서정주가 1위를 차지했고, 정지용, 김소월 순이었다. ‘시인세계’는 “전후의 폐허와 군사정권의 폭압 등 시대가 어려울수록 뛰어난 시집이 나온다는 게 입증됐다.”면서 “이번 설문에서 문학평론가들은 감성의 시보다는 격정의 시를, 서정성보다는 실험성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평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9일 서울시 9급 공채… 과목별 마무리 이렇게

    9일 서울시 9급 공채… 과목별 마무리 이렇게

    서울시 7·9급 지방직 공채시험이 9일 서울여상 등 시내 중·고교에서 실시된다. 수험 전문가들로부터 9급 일반행정직 주요 과목의 마무리 대비법을 들어봤다. ●국어, ‘국어생활’ ‘국문학사’서 대부분 출제 정채영 남부행정고시학원 국어 강사는 “서울시 국어는 ‘국어 생활’과 ‘국문학사’에서 대부분 출제되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국어생활 분야에서 가장 많이 출제되는 것은 대부분 ‘어문규정’에 있다. 특히 서울시 시험에서는 ‘복수표준어’ 부분을 잘 살펴야 한다. 보통 ‘다음 중 복수 표준어가 아닌 것은?’이라고 묻고, 이에 대한 선택지로 ‘가뭄/가물, 고깃간/푸줏간, 쇠고기/소고기, 꾀다./꼬이다’ 등을 제시한다. 이런 어휘는 이번에도 출제될 공산이 크다. 또 ‘단수표준어와 복수표준어의 연결이 바른 것은?’, ‘준말이 표준어인 것은?’, ‘준말과 본말 중 둘 다를 표준어로 삼는 예는?’ 등도 출제 가능성이 크다. 복수표준어는 표준어 규정 16, 18, 19, 26항을 꼼꼼하게 익히면 해결할 수 있다. 또 사이시옷 표기 여부도 출제 빈도가 높다. ‘횟수, 툇간, 찻간, 숫자’ 등의 어휘가 옳은 표기인지의 여부가 최근 출제됐다. 특히 ‘담뱃값, 등굣길, 혼잣말, 북엇국’ 등의 표기에 유의하여 한글 맞춤법 30항을 한 번 더 암기해야 한다. 국문학사 문제는 두 가지로 나뉜다. ①작품을 시대순으로 배열하라는 것과 ②국문학사적 위치와 의의를 묻는 작가론 유형이다. 작품 시대순 배열의 대표적인 문제가 ‘서동요-청산별곡-사미인곡-어부사시사-일동장유가’ 배열문제다. 국문학사에 등장하는 작품을 무조건 암기할 것이 아니라 시대별 대표 작품 하나씩이라도 공부하는 게 더 효율적이다. 작가론에서는 ‘이상의 날개’를 지문으로 ‘이상’의 문학사적 의의에 대해 선택지에서 고르라는 문제가 최근 출제됐다. 1920년대의 작가로 김소월·현진건·염상섭, 1930년대의 작가로 이상·김유정, 1940년대의 작가로 이육사·윤동주 등이 출제 가능한 작가군이다. ●영어, 다른 시험보다 어휘·문법 많이 나와 지난해 서울시 영어에서는 어휘 6문제, 문법 5문제, 독해 8문제, 생활영어 1문제가 출제됐다. 어휘와 문법이 다른 공무원 시험보다 많이 출제되는 것이 특징이다. 손재석 강사는 “‘No sooner~than’과 ‘Hardly~when/before’ 구문의 출제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예를 들어 ‘No sooner had he gone out than it started raining.’과 ‘Hardly had he gone out when/before it started raining.’ 문장은 모두 ‘그가 나서자마자 비가 내렸다.’는 뜻이다. 이때 앞문장은 과거완료 시제, 뒷문장은 과거시제로 쓴다는 것에 유의해야 한다. 또 ‘We noticed them come in.(우리는 그들이 들어오는 것을 알았다)’에서 notice는 지각동사로 to 부정사를 취하지 않는다는 것도 중요하다. 대표적인 지각동사로는 ‘feel, hear, listen to, notice, observe, perceive, see, watch’ 등이 있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행정학, 제로기준예산제도 반드시 정리를 신용한 강사는 “수험생들이 행정학이 어렵다고 하는데, 유형이 다를 뿐 출제범위나 경향은 국가직과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영(제로)기준예산제도 관련 문제가 출제 가능성이 큰데, 계획예산제도(PPBS)와의 비교, 일몰법과의 비교 등 다른 예산제도와의 비교문제도 최근 많이 출제됐다. 동기부여의 과정·내용이론은 거의 매년 빠지지 않고 출제됐다. 2010년에는 허즈버그의 욕구충족이원론과 해크먼과 올드햄의 직무특성이론이 출제됐고, 지난해에는 매슬로의 욕구계층이론, 애덤스의 형평성이론 등 종합문제가 출제됐다. 이외에도 신공공관리, 정책유형, 조직구조 모형, 관료제, 직위분류제는 수험장에 들어가기 전에 반드시 정리해야 한다. 특히 이번 시험에서는 최근 퇴직공직자의 취업 이후 부적절한 행위를 규제하고자 개정된 ‘공직자윤리법’에 대한 각별한 관심이 요구된다. ●한국사, 통일신라 문제 자주 출제 “서울시 한국사에서는 조선 후기 정치사의 출제 빈도가 높다. 그 가운데 영·정조의 탕평책, 왕권강화책을 기본 전제로 역대 같은 정책을 폈던 국왕의 정책을 물어보는 문제에 대비해야 한다.”고 선우빈 강사는 강조했다. 신라 중대의 전제왕권 강화책 관련 문제는 2001·2003·2006·2010·2011년 출제된 적이 있다. 또 통일신라에 대한 설명을 고르는 문제도 자주 출제된다. 군사조직으로 중앙에 9서당과 지방에 10정을 두었고, 신라 말기에 6두품과 선종 승려들이 호족과 연계했다는 점 등을 꼭 알아둬야 한다. ●행정법, 행정주체·행정청 구별 나올 수도 행정주체·행정소송의 가구제. 김진영 강사는 행정법에서 딱 이 두 가지는 알고 시험장에 들어가라고 조언한다. 2009년에는 서초구·국민건강보험공단·대한민국·제주특별자치도는 행정주체가 될 수 있지만, 서울특별시장은 행정청으로 행정주체가 될 수 없다는 개념문제가 출제됐다. 이번에도 행정주체와 행정청을 구별하는 단순한 문제가 반복해서 출제될 수 있고 항고소송의 피고적격인 행정청과, 당사자 소송·국가배상·공법상 계약의 피고적격인 행정주체도 정리해야 한다. 또 행정주체와 행정청을 묻는 문제는 행정소송의 피고적격을 묻는 문제로 변형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또 행정소송에서 집행정지는 인정되지만 가처분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내용과, 행정심판의 집행정지와 행정소송의 집행정지를 구별하는 문제가 출제될 수 있다. 행정소송법에 있는 집행정지에 관한 조문의 내용을 묻는 문제나, 집행정지에서 중요한 판례를 묻는 문제도 출제 가능성이 매우 크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도움말 에듀스파
  • 성동구, 시인 김소월을 노래하네

    성동구는 시인 김소월(1902~1934) 탄생 110주년을 맞아 다음 달 1일 오후 7시 행당동 소월아트홀에서 세미나를 겸한 문학콘서트 ‘소월을 노래하다’를 개최한다고 24일 밝혔다. 문학콘서트에서는 소월이 남긴 유일한 시집 ‘진달래꽃’의 문화재 등록을 추진했던 문학비평가 권영민 박사가 ‘소월의 시와 시집 진달래꽃’을 주제로 강연한다. 유안진 시인과 문태준 시인의 소월시 낭송도 예정돼 있다. 또 음반 ‘소월의 노래’를 발표하기도 했던 소월의 증손녀 소프라노 김상은씨와 바리톤 우주호씨가 부르는 소월 가곡 및 소월아트심포니오케스트라의 공연도 마련돼 있다. 문학콘서트는 초등학생 이상이면 누구나 무료로 참가할 수 있다. 25일부터 구 홈페이지나 문화체육과(2286-5204)를 통해 예약하면 된다. 구는 잊혀져 가는 시인 김소월을 재조명하고 지역문화유산으로 계승하기 위해 1997년부터 소월기념사업을 추진해 왔다. 1997년 왕십리광장에 소월시비를 제작 설치하고, 2006년에는 지역의 전문공연장 소월트홀을 개관했다. 2008년부터는 해마다 소월시화공모전을 개최하고 있다. 고재득 구청장은 “문학콘서트 출연자들은 평안북도 정주에서 태어난 소월 시인에겐 남한 연고가 없어 안타까워하던 중 우리 구에서 추진하는 소월기념사업에 공감해 재능기부로 출연하고 있어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길섶에서] 세기의 남자/이도운 논설위원

    얼마 전 차를 타고 가다 내가 졸업한 중·고등학교 앞을 지나게 됐다. 서울 용산구 보광동의 오산학교. 한강변 언덕 위에 자리를 잡아서 수업을 듣다 시선을 왼쪽으로 돌리면 유유히 흐르는 한강물을 볼 수 있다. 오산은 1907년 독립운동 지도자 남강 이승훈 선생이 고향인 평안북도 용동에 세운 민족 교육기관이다. 용동을 둘러싼 다섯 개의 산이 학교 이름이 된 것이다. 교가에 ‘네가 참 다섯 메의 아들이구나.’라는 후렴이 나온다. 오산은 용동에서 김소월, 이중섭 같은 인재를 키워냈지만 6·25전쟁 무렵 공산당의 학정을 피해 부산으로 이전했다가 1954년에 다시 서울로 옮겼다. 개교 기념일마다 동문인 함석헌 선생이 하얀 도포를 입고 흰 수염을 휘날리며 오산 정신을 일깨워 주려 했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오산학교가 세워진 지 올해로 105년이 지났다. 한 세기가 넘는 역사다. 생각해 보니 내가 졸업한 대학도 127년, 내가 다니는 신문사도 108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갑자기 세기의 남자가 된 기분이다. 이도운 논설위원 dawn@seoul.co.kr
  • 올 9급 공무원 시험, 왜 그리 쉽게냈나 했더니

    올 9급 공무원 시험, 왜 그리 쉽게냈나 했더니

    지난 7일 전국 194개 시험장에서 국가직 9급 공채 필기시험이 치러졌다. 지원자 15만 7000여명 가운데 72%인 11만 3000여명이 응시했다. 지난해(73.3%)보다 조금 낮아진 72.0% 응시율이었다. 출제수준은 대체로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더 쉬웠다는 것이 수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내년부터 일부 시험과목이 선택과목으로 바뀌기 때문에, 출제 측이 문제유형·난이도에 변화를 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공무원단기학교(학원)와 함께 ‘인책형’ 문제지를 기준으로 과목별 주요 경향과 눈에 띄는 문제를 짚어봤다. 국어, 어문규정·어휘 문제 11개 출제 국어는 한자 독음이나 표기 등 한자 문제가 많이 출제되지 않았고, 수험생들이 까다로워하는 고전문학 작품이 한 문제도 출제되지 않아 난도가 낮았다는 평이다. 김영준 강사는 “기본서를 중심으로 착실히 준비했다면 2문제 이상 틀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역별로 어문 규정 7문항, 어휘 4문항이 출제되었고, 비문학은 5문항, 문학은 4문항이 출제되었다. 어문 규정에서는 9번이 대표적이다. 일상생활에서 자주 틀릴 수 있는 부분인데, ‘죄다’에 연결어미 ‘-어’를 연결하면 ‘죄여’가 아니라 ‘죄어’가 맞다. 10번의 사전 등재순서 역시 무조건 내는 문제로, 모음의 순서에서 ‘ㅘ-ㅙ-ㅚ’, ‘ㅝ-ㅞ-ㅟ’의 순서만 알면 풀 수 있다. 17번은 어휘 영역문제다. ①견마지로 ②읍참마속 ③풍수지탄 ④불치하문 등의 보기가 제시됐다. 보기②의 ‘조직의 발전을 위해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감싸 안아줘요.’가 틀린 사용으로, 읍참마속은 ‘큰 목적을 위해 자기가 아끼는 사람을 버린다.’는 뜻으로 ‘감싸 안아’줄 때 사용할 수 없다. 13, 14번은 한용운의 ‘나룻배와 행인’, 김수영의 ‘눈’ 등 운문 문제다. 한용운, 정지용, 김소월, 백석, 신동엽, 김수영 등 출제 가능성이 큰 작품은 평소 잘 정리해 둬야 한다. 영어, 어휘수준 높아져 영어는 영역별로 어휘 4문항, 생활영어 2문항, 문법 및 영작 4문항, 독해 10문항으로 출제됐다. 어휘 수준이 높은 문제들도 눈에 띈다. 난이도는 평이했다. 1번은 complacent(자기만족의)라는 어휘의 뜻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유의어를 찾는 이 문제의 답은 ‘self-satisfied’다. 3번의 ‘pass on’, ‘snuff the candle’, ‘go aloft’ 등 ‘죽다.’는 뜻이 있는 숙어를 제시했다. 이들의 뜻을 물어 빈칸을 채우는 이 문제의 답은 ‘death’다. 8번 영작문제는 ‘with와 by’라는 전치사의 쓰임을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벽돌로 유리창을 깨다.’라고 하려면 ‘smash a window with a brick’이라고 해야 한다. 독해는 대체로 평이했으나, 오스카 와일드의 명언으로 시작, 빈칸을 추론하는 14번 문제는 비교적 어려운 문제로 꼽혔다. 한국사, 문화사·정치사 출제비중 높아 한국사는 주제별로는 고대 사회의 발전과 근대 사회의 태동 시기 부분에서, 분야별로는 문화사·정치사 부분에서 많이 출제됐다. 강민성 강사는 “이해만 하면 쉽게 풀 수 있는 문제가 대부분이었다.”고 평가했다. 10번 이동휘와 관련된 문제는 가장 어려운 문제로 꼽힌다. 보기 ③의 ‘대동보국단을 조직하고 진단이라는 잡지를 발간한 사람’은 박은식·신규식이다. 8번 다산 정약용 당시 농민들의 실태에 대한 문제로 최근 자주 출제되고 있다. 조선 후기에는 양반은 늘고 상민과 노비가 줄어들었다는 특징이 있다. 18번 조선후기 과학문화에 대한 문제는 실수를 유도하는 문제다. 보기 ②번 지석영은 종두법을 최초로 ‘소개’한 인물이 아니라 ‘실시’한 인물이다. 행정학, 정부 조직 관련 암기문제 3문제 행정학개론에서는 정부 조직이나 법과 관련한 문제가 예년보다 많았다. 정부 산하 기관의 조직도와 각 기관의 기능에 대한 암기 문제도 총 20문항 가운데 3문제나 출제됐다. 1번은 국무총리 소속기관이 아닌 것을 고르는 문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대통령 소속기관이다. 9번은 ‘공기업 평가’가 ‘국무총리실’이 아닌 ‘기획재정부’의 기능인 점을 알아야 풀 수 있다. 11번은 기구와 그 법적근거의 연결을 고르는 문제다. 보조사업평가단은 ‘지방공기업법’이 아닌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에 근거한 기구다. 4, 5, 12번 문제는 여러 이론에 대한 지식을 응용해야 풀 수 있는 문제다. 행정법, 판례 문제 80% 행정법총론은 이번에도 판례문제가 대다수인 80%정도 출제됐다. 12번은 2010년 개정된 ‘행정심판법’의 주요 개정 내용을 묻는 문제다. 이 법으로 행정심판위원회의 결정에 이의신청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15번은 행정형벌에 대한 문제다. 의료법 제87조의 규정을 예시로 들었다. 면허증 대여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고, 위반자의 고의 또는 과실이 있어야 행정형벌에 처할 수 있다. 전효진 강사는 “행정법총론의 기본 쟁점을 이해하고, 중요 법령의 조문과 판례를 숙지하는 것이 가장 좋은 공부법”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행정안전부는 내년부터 9급 공무원 시험 선택과목으로 포함되는 사회·과학·수학 과목의 출제범위 및 해당되는 직렬을 오는 13일 발표할 예정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내년 9급 공무원 시험에 응시할 수험생들의 수험기간 등 편의를 고려해 대략적인 시험범위를 일찍 결정해 발표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씨줄날줄] 돈/주병철 논설위원

    마크 트웨인이 실업가 앤드루 카네기에게 보낸 편지에 이런 말이 있었다. “귀하께서는 매우 돈이 많을뿐더러 신앙이 두터우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찬송가 책 한 권을 갖고 싶은데 저에게는 분에 넘치는 1달러 50센트나 됩니다. 저에게 찬송가 책 한 권만 보내 주세요… 귀하를 존경하는 마크 트웨인. 추신:찬송가 한 권을 보내 주실 바에는 차라리 현금 1달러를 보내 주십시오.” 아인슈타인은 돈에 무관심했다고 한다. 미국의 석유 왕 록펠러 재단에서 1500달러짜리 수표를 받았는데, 이것을 현금으로 바꾸지도 않고 책상 위에 그대로 놓아두었다. 책을 보다 수표를 책갈피로 사용했다. 얼마 후 수표가 없어졌는데 책도 누가 집어가 버렸다. 아인슈타인은 “돈이 좋긴 좋은 모양이지. 책까지 돈을 보고 따라갔으니….”라고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돌고 돈다.’는 말에서 유래됐다는 돈은 정말 천(千)의 얼굴을 하고 있다. 누가 어떻게 벌어,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돈은 축복이자 행운으로 미화된다. 반대로 요물덩어리나 저주스러운 악마로 둔갑하기도 한다. 화폐경제 측면에서만 보면 돈이 있기 때문에 가격이 형성돼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이뤄지고, 무겁고 부피가 큰 물건을 돈으로 바꾸어 운반할 수 있으니 일상생활에서 돈처럼 편리한 게 없다. 오스트리아 유대계 작가인 슈테판 츠바이크는 ‘마음의 파멸’에서 돈에 대해 이렇게 썼다. “돈, 그 망할 놈의 돈이 그들을 다 버려 놓은 거야. 어리석은 나는 그것을 모으느라고 고생을 한 끝에 나 스스로를 도난당하고 나 스스로를 빈곤하게 하고, 그들까지도 나쁘게 만들어 놓았어….” “요 닷돈을 누를 줄꼬? 요 마음/ 닷돈 가지고 갑사댕기 못 끊갔네/은가락지는 못 사겠네 아하!/마코를 열 개 사다가 불을 옇자 요 마음”(김소월의 돈타령) 통계청이 지난해 사회조사에서 15세 이상 인구 중 직업 선택의 이유를 물었더니 ‘수입’(돈)을 꼽은 비율이 38.3%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외환위기 때보다 2배나 높았다. 그만큼 팍팍해진 삶에 대한 욕구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직장인들에게 요한 웨슬러 신부의 ‘돈에 관한 세 가지 규칙’은 나름대로 참고가 될 만하다. 첫째, 벌 수 있는 대로 벌어라. 둘째, 모을 수 있는 대로 모아라. 셋째, 줄 수 있는 대로 주어라. “돈은 더럽게 벌어도 깨끗이 쓰라.” “개같이 벌어서 정승처럼 쓰라.”는 우리 속담과 일맥상통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돈 철학’은 비슷한 것 같다. 주병철 논설위원 bcjoo@seoul.co.kr
  • 문학소재 공연 톡톡 튀네

    문학소재 공연 톡톡 튀네

    한 남자가 읊조린다. “다시 길을 걷는다. 걷고 또 걷는다. …갈 곳은 없지만 정신은 명료하다.” 다른 남자가 걸어나온다. “…내 발에 박힌 수천만 가지 가시조각을 나도 떼어내고 싶다. 내 조카 노산군이라는 가시조각을.” “삼촌, 제가 그렇게 미우세요. 이제 저를 그만 놓아 주세요.” 절규하는 배우의 머리카락을 한 움큼 한 움큼 잘라버린다. 공연 전반에 아쟁과 장구, 가야금 소리가 잔잔하게, 또는 휘몰아치듯 치열하게 어우러진다. 지난 11~12일 서울 신당동 충무아트홀에서 열린 ‘전통에서 말을 하다’는 독특했다. 극단 골목길의 박근형 대표와 창작국악그룹 시나위가 매월당 김시습(1435~1493)을 국악과 연극으로 표현한 공연이다. 무대는 단출하다. 김시습, 세조와 단종은 한복이 아닌, 길게 늘어진 스웨터와 폭 넓은 바지 차림이다. 큰 움직임도 없다. 자칫 지루할 법한 모양새지만, 서사시 같은 대사 하나하나가 가락 마디마디와 조화를 이루면서 문학 작품을 보여 주듯 몰입시킨다. 문학을 소재 삼은 공연은 많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독특하게’ 또는 ‘얼마나 전달력 있게’가 아닐까. 정비석의 소설로 잘 알려진 ‘자유부인’이 무용극으로 변신해 새달 15~17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오른다. 소설 ‘자유부인’은 1954년 215회에 걸쳐 서울신문에 연재된 소설로, 당시에는 파격적인 여성의 일탈을 그리며 파란을 일으켰다. 지금까지 네 차례나 영화로 만들어졌고, 김지미·윤정희 등 당대 최고의 배우가 주연을 맡았다. 안무를 한 정의숙 아지드현대무용단 대표이자 성균관대 무용과 교수는 “세월이 흐르고, 사회 인식이 변했지만 무수히 많은 여성들은 아직도 자아 실현과 자기계발이라는 문제에 직면한다. 여성들이 일을 통해 꿈꾸는 자유는 무엇이고, 진정 그것을 찾을 수 있을지 생각하는 계기를 주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야기상에서 원조 자유부인과 달라진 것은 주인공이 패션잡지 에디터라는 점. 예고 무용과에 다니던 딸은 발레를 전공하는 대학생이 됐다. 그래서 화려한 패션쇼와 발레 클래스를 더했다. 무대에는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12개 상자를 설치했다. 상자는 옛 영화 ‘자유부인’을 투사하는 스크린이자 무용수들이 춤추는 공간이다. 영상 속에서 일상을 보내던 무용수들이 상자 밖으로 튀어나와 무대를 휘저으며 역동적이거나 애절한 춤사위를 펼친다. 연출을 맡은 변혁 성균관대 영상학과 교수는 “마치 옛 영화를 보듯 무용을 즐기는 ‘시네마틱 퍼포먼스’를 표방한다.”면서 “공연의 본질을 흐리지 않는 선에서 시각적으로 즐길 수 있는 모든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는 연극배우 박정자와 패션모델 한혜진이 특별출연해 색다른 모습을 선사할 예정이다. 4만~15만원. (02)2000-9752. 앞서 21일 서울 왕십리 소월아트홀에서는 숙명가야금연주단이 시인 김소월과 만난다. 김소월 탄생 110주년을 맞아 준비한 공연 ‘산유화’는 한국 근대문학 최초로 문화재로 지정된 시집 ‘진달래꽃’에 수록된 작품에 접근한다. 숭실대 한국문예연구소 문숙희 박사가 고증한 고려가요를 국악 작곡가 박경훈이 편곡하고, 그 위에 소월의 시를 덧댔다. 고려가요 ‘대악집녕’에는 ‘엄마야 누나야’를, ‘청산별곡’에는 ‘못 잊어’를, ‘가시리’에는 ‘진달래꽃’을 입혔다. 전석 2만원. (02)710-9889.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씨줄날줄] K팝 공연장/임태순 논설위원

    고교 시절 시를 배우면서 한국인에게 면면히 흐르는 정서는 ‘한’(恨)이라고 배웠다. 그래서 김소월의 시 ‘진달래’는 시험에도 자주 출제됐으며,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라는 연을 설명하며 감상에 젖던 선생님의 열강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소월은 그 시절 단연코 가장 좋아하는 ‘국민시인’이었다. 한국 현대사가 구한말 외세의 침입, 일제 강점기,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가난과 분단으로 얼룩졌으니 한국인에게 한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래서 시는 물론 대중가요도 슬픔과 비탄에 잠긴 애조 띤 노래가 대중의 마음을 파고들어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지금 한국인의 정서에서 한은 실종돼 자취를 감췄다. 무역규모가 1조 달러가 넘고 올림픽과 월드컵 등 지구촌 이벤트를 치른 덕분인지 한은 시나브로 사라지고, 대신 기쁨과 즐거움이 넘치는 ‘흥’(興)으로 대체됐다. 그 중심에는 K팝이 자리하고 있다. K팝은 가볍고 쉬운 가사에 경쾌하고 발랄한 리듬, 여기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꽉 짜여 돌아가는 댄스로 지구촌 젊은이들을 빠져들게 하고 있다. 일본, 중국 등 아시아권을 넘어 프랑스, 영국 등 유럽은 물론 브라질 등 멀리 남미까지 번지고 있으니 가히 그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고 보면 우리들에게도 ‘쾌지나 칭칭나네’ ‘강강술래’로 대변되는 신명나는 민요와 신바람이 있었던 만큼 오랫동안 숨겨져 있던 흥의 유전인자가 뒤늦게 발현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정부가 K팝 열풍을 잇기 위해 7000석 규모의 K팝 전용공연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나 예산 확보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공연장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와 연구용역을 실시하기 위해 5억여원의 예산을 올렸으나 국회 예결위 계수조정 소위에 계류돼 있어 관계자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는 소식이다. 문화상품의 경제적 유인효과는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영국 애든버러 축제만 해도 축제를 보기 위해서만 250만명의 관광객이 몰릴 정도다. K팝의 욱일승천하는 기세로 볼 때 K팝이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상품으로 성장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말로는 문화를 들먹이며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막상 예산 배정단계만 들어서면 지역구사업이다 하면서 도로나 다리 등 건설사업에는 후하고 문화 인프라 구축에는 인색한 것이 현실이다. 모래 속에서 진주를 캐내는 것도 국회의원이 할 일이다.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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