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김소월
    2026-03-11
    검색기록 지우기
  • 부작용
    2026-03-11
    검색기록 지우기
  • 누리꾼
    2026-03-11
    검색기록 지우기
  • 감각
    2026-03-11
    검색기록 지우기
  • 남해안
    2026-03-11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67
  •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만나는 ‘한국문학 활판인쇄 체험전시’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만나는 ‘한국문학 활판인쇄 체험전시’

    최근 ‘2018 평창 동계올림픽’과 함께 국내 문화를 전 세계로 알리기 위한 다양한 문화 활동 및 체험, 전시 등이 이뤄지고 있다. ‘2018 평창 문화올림픽 인증사업’의 일환으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사)아시아문화네트워크가 주관하는 '한국문학 활판인쇄 체험전시'는 약 6천여 명의 외신기자들을 대상으로 강릉 미디어촌 North Zone 야외부스에서 오는 15일부터 18일까지 진행된다. '한국문학 활판인쇄 체험전시'는 한국 활자 문화의 역사와 한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명문장을 소개한다. 전시 관람 대상은 미디어촌에 출입할 수 있는 외신기자들이다. 방문객들은 한국 시가 담긴 책과 노트를 직접 만들고 가져갈 수 있으며, 한국을 대표하는 미술가들의 판화와 한글 타이포가 담긴 판화를 찍어갈 수도 있다. 특히 한국인들이 자랑스러워하는 고유 문자 한글과 금속활판인쇄술, 그리고 한국문학이 결합된 이 행사는 한국문화의 저력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를 보여준다. 한국은 세계에서 최초로 금속활자를 만든 활판인쇄의 종주국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인쇄본 ‘직지심체요절’은 구텐베르크의 ‘42행 성서’보다 78년 앞선 1337년에 간행됐다. 누가, 언제, 어떠한 원리로 만들었는지 알 수 있는 세계 유일한 문자 한글과 활판인쇄술은 한국인들의 자긍심이자 한국문화의 뿌리다. 이 전시에서 가장 이목을 끄는 것은 50만 개의 금속활자로 세운 활자의 벽이다. 무려 금속활자 50만 개로 된 웅장하고 장엄한 벽은 파주출판도시 활판인쇄박물관에서 세웠다. '한국문학 활판인쇄 체험전시' 전시장에서는 한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와 문장들을 책과 노트로 만들 수 있다. 한국 최고 판화가들의 작품과 한국인이 가장 애송하는 시가 함께 새겨진 시판화는 인기 최고의 선물이다. 전시된 시판화를 전통 동판인쇄 기법으로 직접 찍어 소장할 수 있으며, 주요 작품으로는 현직 문광부 장관인 도종환의 시 ‘흔들리며 피는 꽃’과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 김소월의 ‘진달래꽃’ 등이 있다. 또한 한국의 첨단 디지털 기술을 보여주는 키오스크를 통해 외국인들의 이름을 한글 이름으로 변환하여 얼굴 이미지와 함께 출력할 수 있으며, 이를 레이저로 판각한 목판 작품으로 소장하는 프로그램도 선보인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잊혀진 민족 음악가 김순남을 아시나요

    잊혀진 민족 음악가 김순남을 아시나요

    “작곡가는 많이 나오지 않는다. 한 나라에서 한 명이 나올까 말까 한다. 핀란드에서는 시벨리우스 한 명, 헝가리에서는 바르토크 한 명이 나왔다. 한국에서는 김순남이 나오려다 말고 죽었다.” 한국이 배출한 세계적인 예술가 백남준(1932~2006)이 1992년 KBS에서 방영한 다큐멘터리 ‘백남준의 비디오예술 30년’에서 한 말이다.해방 공간에서 천재 음악가로 각광받았던, 그러나 격동의 역사 속에 잊혀졌던 민족음악가 김순남(1917~1983?)을 조명하는 렉처 콘서트(강의형 연주회) ‘전복된 시간을 위한 협주’가 그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열린다. 오는 23일 서울 홍대 앞 문화공간 엘리펀트스페이스에서다. 서양 음악을 모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전통 음계를 화성화·체계화했던 김순남은 한반도 최초의 교향곡과 피아노 협주곡을 작곡한 음악가다. 해방 공간에서 민중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첫 해방 가요 ‘건국행진곡’을 비롯해 임화의 시에 곡을 붙여 당대에 애국가처럼 불렸다는 ‘인민항쟁가’와 ‘농민가’, ‘해방의 노래’ 등을 작곡하기도 했다. 김소월의 시에 곡을 붙인 아름다운 가곡 ‘산유화’ 등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남과 북에서 모두 외면받아 오랫동안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비운의 작곡가이기도 하다. 남로당원이었던 그는 남쪽에서의 활동이 힘들어지자 월북한다. 하지만 북에서도 권력 다툼에서 밀린 남로당의 몰락으로 숙청 대상이 되며 창작 활동을 이어 가지 못했다. 남쪽에서는 1988년이 되어서야 해금이 됐다. 김순남은 ‘김세원의 영화음악실’, ‘당신의 밤과 음악’ 등으로 큰 사랑을 받은 방송인 김세원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1995년 김세원은 아버지에 대한 자료를 모아 ‘나의 아버지 김순남’을 펴내기도 했다. 김순남의 시대와 작품 세계에 대한 강연과 공연이 번갈아 이어진다. 강연에서는 저서 ‘전복과 반전의 순간’에서 김순남을 조명했던 음악평론가 강헌이 저항적 색채의 민족주의 성격의 음악을 만들면서 한편으로는 김소월의 시 등을 노래로 옮기던 김순남과 그가 주축이 된 조선음악가동맹을 통해 우리의 근현대 음악사를 되짚는다. 공연에서는 보컬리스트 이한율·피아니스트 이한빈·대금 연주자 김태현·베이시스트 서찬민으로 구성된 재즈 콰르텟 그레이바이실버가 ‘산유화’, ‘진달래꽃’, 김순남의 미완의 피아노 협주곡과 ‘오봉산’을 재해석해 들려준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이주의 문화 레시피]

    [이주의 문화 레시피]

    [전시·미술]●마루야마 나오후미 개인전 배경과 사물을 구분하는 경계선 없이 흐릿한 명암과 색채의 미묘한 변화로 사물의 현실적 재현을 희석시키는 마루야마 나오후미의 한국 첫 개인전. 작가의 90년대 드로잉 작품을 비롯해 천에 아크릴로 그린 최근 작품 등 40점을 선보인다. 9월 8일까지, 대구 우손갤러리. (053)427-7736. ●‘미술관 동물원’전 현대미술 속의 동물은 창작과 윤리 사이를 오가며 이는 호기심에서 시작된 동물원 속 동물들과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점에 착안한 기획전. 작가들은 동물을 통해 인간의 다양한 측면을 부각시키거나 동물을 인간에 대입해 현대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한다. 강민규, 김기대, 김상진, 노충현 등 참여. 13일까지,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미술관. (02)880-9504. [대중음악]●박남정 콘서트 ‘청춘’ 1980~90년대 ‘춤신춤왕’ 박남정이 2004년 정규 7집 앨범 이후 13년 만에 새 앨범을 발표하고 선보이는 소극장 단독 콘서트. ‘아! 바람이여’ ‘널 그리며’ 등 인기곡에서부터 신곡 ‘바로 이 시간’, ‘멀리 가요’까지 다채로운 무대를 꾸밀 예정이다. 11일 오후 8시, 12일 오후 5시 서울 강남구 마리아칼라스홀. 5만 5000원. (02)558-4588. ●2017 짙은 유니-버스 클럽 투어 서울 9년 만에 정규 2집 앨범을 발매한 감성 싱어송라이터 짙은이 진행 중인 전국 클럽 투어의 서울 순서다. 2005년 데뷔한 짙은은 본래 기타리스트 윤형로와 보컬 성용욱의 2인조였으나 2011년 윤형로가 팀을 떠난 뒤 성용욱이 홀로 남았다. 공연은 우주 느낌을 가득 담은 새 앨범 위주로 꾸며질 예정이다. 12, 13일 오후 6시, 서울 마포구 웨스트브릿지 라이브홀. 4만 4000원. 1544-1555. [뮤지컬·연극]●뮤지컬 ‘아리랑’ 조정래의 동명 소설을 무대화한 작품으로 일제강점기 파란의 시대를 살았던 민초들의 삶과 사랑, 투쟁의 역사를 그린다. 안재욱·서범석 등 2015년 초연 배우 31명에 윤형렬·박지연 등 11명의 새로운 얼굴들이 합류한다. 9월 3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4만~13만원. (02)580-1300. ●연극 ‘글로리아’ 미국 뉴욕 한복판에 자리잡은 잡지 편집부에서 각자 자기가 맡은 일로 분주하게 보내고 있던 어느 날 오후, 이 사무실에서 가장 오랜 기간 근무한 글로리아의 예상치 못한 선택이 모두를 충격에 빠뜨리며 벌어지는 일을 담는다. 13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 4만원. 070-4141-7708. [국악·클래식]●낮잠콘서트-문화놀이터 동화 한여름의 피로를 국악으로 날려 보내기 위해 서울돈화문국악당이 마련한 프로젝트의 마지막 주 순서다. 창작국악그룹인 문화놀이터 동화가 윤동주와 김소월 등의 시를 국악과 연극으로 재창조한 음악극 ‘시인의 나라’를 무대에 올린다. 8~11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돈화문국악당. 1만원. (02)3210-7001. ●플루트 앙상블 송 서울시향 부수석을 지낸 플루티스트 송영지의 제자들을 주축으로 결성된 플루트 앙상블이 꾸미는 무대다. 플루티스트 15명이 피아니스트 문정재와 함께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서곡 등을 플루트 위주로 연주하며 흔치 않은 무대를 꾸민다. 13일 오후 8시,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 2만원. (02)581-5404.
  • [제25회 공초문학상] “이슬을 진주알로 만드는 詩… 혼돈의 시대 헤쳐가는 힘”

    [제25회 공초문학상] “이슬을 진주알로 만드는 詩… 혼돈의 시대 헤쳐가는 힘”

    “아침 이슬은 햇빛이 닿으면 스러지죠. 하지만 시인은 그 이슬을 부서지지 않는 진주알로 만드는 사람입니다. 사람들의 마음에 빛을 보내면서요. 문학은 현실 세계에선 힘이 없어 보이죠. 그러나 문인들은 삶의 아픔과 희망을 작품으로 일깨우며 사람들이 혼돈의 시대를 헤쳐 가게 합니다.”김후란(83) 시인은 시란 ‘말 없는 등불’이라 믿는다. 현란하고 감각적인 이미지를 펼치는 대신 고요하고 깊은 숨결로 인간의 길을 일깨우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시는 ‘좋은 시란 침묵의 그늘을 거느린다’는 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의 말을 겹쳐 보게 한다. 고아한 언어와 정제된 정서로 독자들에게 ‘침묵의 그늘’을 드리워 주는 그의 시가 제25회 공초문학상 수상작이 됐다. 올 2월 펴낸 시집 ‘고요함의 그늘에서’(시와시학)에 들여보낸 ‘지는 꽃’이다. “일회성으로만 허락된 인간 삶의 허허로움과 덧없음을 꽃에 빗대 쓴 시죠. 만개한 꽃의 눈부신 빛깔과 향기에 매료되지만 정작 지고 나면 허무하잖아요. 때문에 보이는 것을 좇기보단 진지하고도 겸허하게 사람과 사회와 어떻게 교감하며 살아야 할지 고민해 봐야 하죠. 그건 인간으로서의 사랑의 길이어야 하겠지요.” 결국 ‘어떻게 살아야 삶의 폭과 높이를 가치 있는 쪽으로 고양시킬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성찰(이건청 시인)은 김후란 시를 관통하는 고민이자 주제다. 시인은 베트남전 종군기자로 눈앞에서 목격한 참상이 시 세계를 일구는 뼈아픈 거름이 됐다고 돌이켰다. 1967년 서울신문 기자로 일하던 시절, 그는 한국일보 이영희, 동아일보 박동은 등 여기자 2명, 최정희 소설가와 함께 전장에서 취재 활동을 벌였다.“사이공(현 호찌민)에서 최북단 추라이까지 각 부대를 순방하며 우리 병사들과 포로로 잡힌 베트콩들, 시신들을 봤죠. 시신을 일일이 수습할 수 없어 손톱 하나, 머리카락 하나가 유품으로 남은 것을 보면서는 얼마나 괴롭던지요. 아군, 적군 가릴 것 없이 그저 미안하고 눈물겨웠어요. 그들 하나하나가 가족에겐 귀한 젊은이들 아닌가요. 인간의 존엄과 생명을 짓밟는 전쟁이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는 걸 사무치게 실감했죠. 그때의 경험이 제 문학 세계를 평화 지향의 생명 존중 정신으로 이끌었다고 생각합니다.” 시인은 한국일보 문화부 기자로 일하던 시절, 문화부장인 신석초 시인의 추천으로 1960년 ‘현대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시인은 1955년부터 1980년까지 네 개 언론사를 거치며 기자 생활과 시업(詩業)을 병행했다. 이후에도 한국여성개발원 원장, 생명의 숲 국민운동이사장, 한국여성문학인회 회장, 한국문학관협회 회장 등 문단 안팎을 넘나드는 사회 활동을 이어 갔다. “어느덧 제가 오상순 시인을 만난 마지막 세대가 됐네요. 등단 직후 신석초 시인을 따라 명동 청동다방에 갔는데 오상순 시인이 반갑게 손을 잡아 주셨던 기업이 납니다. 문화부 기자로 일하면서 박목월, 서정주, 황순원, 구상, 조병화 등 우리 문학의 고전이 된 문인들과 교감하며 살아온 그 시절은 정신적으로 참 풍족하고 행복했어요. 기자 생활이나 사회 공직 생활을 하면서 한 번도 문학의 길에서 손을 놓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시인으로서의 자긍심으로 두 길에 더욱 성심을 다했지요. 시인이 나약한 존재가 아니라 정신적 의지가 강한 존재라는 걸 보여 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어요(웃음).” 이런 시인을 두고 수필가 피천득은 ‘그는 따스한 정서와 아울러 예리한 관찰력과 원숙한 지혜를 가졌고 그 정서와 지혜가 원만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의 본질은 정서 풍부한 시인’(김후란 시인의 첫 수필집 추천사에서)이라고 추어올렸다. 흔들림 없는 보폭으로 시인의 길을 걸어온 지 어느덧 반세기를 훌쩍 넘겼다. 지금도 시인의 침대 머리맡에는 메모지와 펜이 늘 자리해 있다. 시상이 떠오르면 언제든지 기록해 두기 위해서다. 새 시집을 낸 지 반년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시인의 머릿속에선 벌써 다음 시집 구상이 한창이다. “이번 시집에선 김소월, 박두진, 윤동주, 정지용, 이육사 등 존경하는 선배 시인 10명의 대표 시에서 한 줄을 가져와 그들의 인간적 면모와 작품 세계를 아우르는 시 10편을 선보였어요. 이미 과거가 된 분들이지만 그들이 남긴 시와 더불어 살고 있다는 게 값지다고 느껴져서요. 그래서 30명을 꼽아 같은 방식으로 시를 써 시집 한 권으로 모아 보려 해요. 이들이야말로 독자들 마음에 빛을 심어 준 예술가들이니까요.”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김후란 시인은 ▲1934년 서울 출생 ▲1953년 서울대 사범대 수학 ▲1955~1980년 한국일보·서울신문·경향신문 기자, 부산일보 논설위원 재직 ▲신석초 시인 추천으로 196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1968년 현대문학상 ▲1997년 국민훈장 모란장 수훈 ▲1998~2000년 한국여성문학인회 회장 ▲2004~2013년 한국문학관협회 회장 ▲2009년~현재 대한민국예술원 문학분과 회원 ▲2010년 서울대 사범대 명예졸업 ▲2014년 문화예술 은관문화훈장 수훈 ▲현 문학의 집·서울 이사장
  • 김소월 따라… 광화문 ‘가는 길’

    김소월 따라… 광화문 ‘가는 길’

    광화문서울 종로구 교보생명 빌딩 ‘광화문 글판’에 김소월 시인의 ‘가는 길’ 시구가 걸린 29일 여학생들이 나란히 걷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 [서울포토] 교보 광화문 글판 ‘여름편’ 교체… 김소월 시인의 ‘가는 길’

    [서울포토] 교보 광화문 글판 ‘여름편’ 교체… 김소월 시인의 ‘가는 길’

    29일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 건물에 새로운 광화문 글판이 공개되고 있다. 이번 여름편 광화문 글판에 새겨진 ’앞강물 뒷강물 함께 어울려 나아가듯이’이란 글귀는 김소월 시인의 ’가는 길’에서 가져왔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 울고 싶을 때… 詩 한편이 내게로 왔다

    울고 싶을 때… 詩 한편이 내게로 왔다

    출판사 창비의 詩 앱 ‘시요일’ 원하는 소재·주제 따라 검색 “종이책 살리는 플랫폼 될 것” ‘혼술’을 할 때, 울고 싶을 때, 엄마가 보고 싶을 때, 어떤 시를 읽으면 좋을까.지금까지는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시집을 한참 뒤적여야 얻을 답이었다. 분위기, 감정, 날씨, 기념일, 원하는 소재와 주제 등에 따라 맞춤한 시를 찾아 즐길 수 있는 시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 독자들과 만난다. 출판사 창비가 11일 첫선을 보인 ‘시요일’이다.‘세상의 모든 시, 당신을 위한 시 한 편.’ 앱에 들어가면 가장 첫 화면에 뜨는 이 문구대로 ‘시요일’은 독자들이 어떻게 원하는 시를 발견하고 감상할 수 있는지에 집중했다. 현재 406번까지 출간된 창비시선, 창비 단행본 시집, 동시집, 청소년 시집 등 3만 3000여편의 시가 포진해 있다. 김소월, 윤동주, 한용운, 정지용, 이상, 오장환, 김영랑, 김수영 등 국내 대표 근대 시인뿐 아니라 고은, 신경림, 정희성, 천양희, 김사인, 정호승, 도종환, 안도현, 문태준, 김선우, 박연준, 오은, 안희연 등 현재 활동하는 원로부터 중견·신진 시인들의 작품과 손쉽게 교감할 수 있다. 이날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염종선 창비 편집이사는 “한국 문학의 가장 중요한 자산 가운데 하나인 시가 여러 매체 환경의 변화로 입지가 위협받고 있다”며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시라는 좋은 콘텐츠와 모바일 기기를 결합한 새로운 문학 플랫폼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모바일 기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확산으로 시를 소비하지 않는 풍토가 생겼다고 하지만 최고의 문자 예술이자 단문 콘텐츠인 시가 외려 모바일, SNS에 최적화된 장르라는 역발상이 필요했다는 얘기다. 키워드, 태그를 통한 시 검색을 주요 기능으로 내세운 시요일에서는 오늘의 시, 테마별 추천시, 낭송시 등도 취향대로 감상할 수 있다. ‘좋아요’ 누르기, 댓글 달기, 공유하기, 스크랩하기 등의 소셜네트워크 기능도 갖추고 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시로 마음을 전할 수도, 내가 애송하는 시를 따로 스크랩해 주문형 출판(POD)으로 ‘나만의 시집’을 가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최근 출판 시장에서는 초판만 찍고 숨을 이어 가지 못하는 책이 전체의 80~90%에 이르고 베스트셀러를 제외하고는 신간이 유통되는 기간이 3~6개월 정도로 짧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시 앱은 ‘종이책의 위기’를 부추기는 촉진제가 되진 않을까. ‘시요일’ 출시를 주도한 박신규 창비 편집위원은 “앱을 통해 시를 향유하는 독자들이 늘면 책의 물성을 포기할 수 없는 독자들도 늘어날 것”이라며 “앱이 종이책을 죽이는 게 아니라 종이책 시장을 살리는 중요한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앱은 4월 말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이후에는 월 이용료 3900원 등 유료로 전환된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유성호의 문학의 길목] 꽃의 심상과 현대시

    [유성호의 문학의 길목] 꽃의 심상과 현대시

    동서고금을 통틀어 시적 상상력의 가장 오래된 수원(水源)은 자연이었을 것이다. ‘산’이나 ‘강’, ‘바다’, ‘하늘’ 혹은 ‘비’, ‘눈’, ‘해’, ‘별’, ‘달’ 등 자연 사물들은 그 자체로 시적 상상력의 오랜 광맥이었다. 특별한 별칭을 붙이지 않아도 모든 시인은 사실상의 ‘자연파’였던 것이다. 지상에서 목숨을 부여받고 살아가는 식물군(群)은 그 가운데서도 가장 오랫동안 시적 제재로서의 역할을 수행해 온 범주다.이는 식물이 가진 여러 속성을 서정시가 지향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꽃’으로 대표되는 식물의 생태가 인생을 은유하기에 더없이 적합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이처럼 ‘꽃’이 감당해 온 시적 상상력의 원천으로서의 역할은 매우 지속적이고도 견고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개나리는 보통 3월 중순이나 하순에 피기 시작해 ‘봄의 전령사’로 불린다. 그 후로 진달래, 벚꽃이 차례대로 핀다. 봄꽃이 피는 순서를 옛사람들은 ‘춘서’(春序)라고 불렀는데, 봄이 오는 과정을 꽃의 생태적 흐름에서 찾았던 것이다. 그 순서는 동백과 매화를 시작으로 목련, 개나리, 진달래, 벚꽃, 철쭉 순을 취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춘서가 무색할 정도로 꽃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피는 일이 흔해졌다. 전 지구적 기후변화에 따른 겨울철 이상 고온과 봄철 이상 저온이 원인이라는 진단이 있다. 어쨌든 한반도 곳곳에는 지금도 봄꽃이 각양각색의 아름다움을 뽐내며 피고 진다. 그 아름다움과 덧없음 때문에 ‘꽃’은 여전히 시적 상상력의 핵심에 놓인다. 한국 현대시에서 브랜드가 된 ‘꽃’의 목록은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그 세목은 김소월의 ‘진달래꽃’, 이병기와 정지용의 ‘난초’, 김영랑의 ‘모란’, 서정주의 ‘국화’와 ‘영산홍’, 이용악의 ‘오랑캐꽃’, 함형수의 ‘해바라기’, 권태응의 ‘감자꽃’, 박목월의 ‘산도화’ 등으로 한없이 이어졌다. 동요에서도 ‘과꽃’, ‘채송화’, ‘박꽃’, ‘달맞이꽃’, ‘할미꽃’이 무시로 불렸다. 이러한 ‘꽃’의 목록은 한국 현대시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심상으로 오래도록 군림해 온 것이다. 그 밖에도 ‘꽃’은 ‘불꽃’이나 ‘눈꽃’, ‘성에꽃’ 등의 파생 심상으로 번져 가면서 외연을 넓히기도 했다. 우리가 ‘꽃’의 원형 심상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름다움’일 것이다. 어느 대중 가수가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라고 노래할 때 그 전제에는 이미 ‘꽃=미’라는 관념이 가로놓여 있다. 청년 나르키소스가 죽어 피어난 수선화도 ‘꽃=미’라는 전통적 관념을 선명하게 담고 있다. 그만큼 ‘꽃’은 아름다움이라는 원형 심상을 견고하게 지니고 있다. ‘양귀비’나 ‘장미’, ‘백합’ 등이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쓰이고 있는 것도 이러한 사실을 방증한다. 다른 한편으로 ‘꽃’은 숙명적인 한시성을 원형 심상으로 거느린다. 낙화 과정을 통해 생의 덧없음 혹은 모든 존재자들의 죽음을 은유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두 원형 심상을 연결하면, 결국 ‘꽃’의 본성은 ‘짧은 절정의 아름다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혹독했던 근대사에서 ‘꽃’은 이육사의 ‘매화 향기’나 신석정의 ‘꽃덤불’, 이용악의 ‘오랑캐꽃’, 신동엽의 ‘진달래 산천’ 등으로 이어지며, 구체적 역사와 접속해 새로운 심상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이렇듯 ‘꽃’은 시적 상상력의 항구적인 광맥이요 보고(寶庫)다. 그것은 다양하기 그지없는 형상으로 나타나 생성과 소멸의 반복적 순환 과정으로 그리고 역사적 상상력의 비전으로 작용했다. 우리의 시인들은 “내려갈 때 보았네/올라갈 때 보지 못한/그 꽃”(고은, ‘그 꽃’),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나태주, ‘풀꽃’)라고 노래했다. 우리도 이 봄이 가기 전에 꽃을 하염없이 바라보자. 개화와 낙화의 순간이 주는 아름다움과 덧없음을 오래도록 간직하면서 말이다.
  • 지하철 여행을 떠나요, 동네 책방으로

    지하철 여행을 떠나요, 동네 책방으로

    바야흐로 개성있는 동네 책방 전성시대입니다. 다양한 독립출판물을 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동네 사랑방, 복합문화공간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지하철로 다녀올 수 있는 보물같은 동네 책방들을 소개합니다. ◆1호선 신설동역 ‘고양이책방 슈뢰딩거’세 마리 고양이들의 집사인 책방지기가 운영하는 고양이 전문 책방입니다. 3년 전부터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는 김미정 대표는 지금의 고양이 책방을 차리기 전 고양이 도서관 개관을 꿈꿀 정도로 고양이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됐다고 합니다. 사람과 교감할 줄 알면서도 자기만의 개성이 뚜렷한 점이 그녀를 ‘냥덕’(고양이 마니아)의 길로 이끌었다고 하네요. 김 대표의 말처럼 이 책방도 개성이 뚜렷합니다. 국내 일반 단행본, 해외 화보집, 중고 서적, 독립 출판물 500여권 외에도 엽서, 일러스트, 간단한 문구들도 취급합니다. 물론 모두 고양이에 관한 것들입니다. 심지어 책 내용이 고양이와 관련이 없어도 표지에 고양이가 등장한 책도 다룹니다. 책방지기와 고양이를 키우는 데 필요한 정보도 서로 교환하고 실용서적을 직접 추천받을 수도 있어 애묘인을 비롯한 고양이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꼭 한 번 들르면 좋을 책방입니다. 수익의 일부는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KARA), 한국고양이보호협회 등 동물보호단체에도 기부한다고하니 책 구매를 통한 착한 소비도 실천할 수 있습니다. 매장을 확장하면 소모임, 상영회 등 고양이와 관련한 다양한 활동도 할 계획이랍니다. *주소: 서울 종로구 숭인동길 68 *운영시간: 화~토요일 오후 3시~9시 (일·월요일 휴무)*문의: 070-5123-2861 ◆2호선 문래역 ‘청색종이’1992년 ‘현대시세계’로 등단해 ‘로큰롤 헤븐’, ‘코끼리 주파수’ 등의 시집을 낸 김태형 시인이 운영하는 출판사 겸 작은 책방입니다. ‘청색종이’라는 상호는 김태형 시인이 생각하는 청색에 담긴 다양한 의미를 담아 지었습니다. 청춘을 의미하기도 하고 우울하거나 비밀스러운 분위기를 담은 ‘청색’을 찾아오는 분들이 다양하게 해석하기를 원한다고 하네요. 처음 책방을 차릴 때 시집 전문 서점을 표방한 것은 아니지만 김태형 시인이 시를 공부하는 데 필요한 책을 구입해 모으다보니 아무래도 시집이 많습니다. 시집을 비롯한 인문 과학 서적이 중심이고 헌책과 절판된 책들도 많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송재학 시인의 ‘기억들’ 등 절판된 책을 복간하기도 합니다. 매주 독서모임, 시읽기 수업, 인문독회 등 다양한 강좌도 열립니다. 이름은 잘 알고 있지만 지금껏 읽어보지 못한 고전을 비롯해 특히 어렵게 여긴 탓에 그동안 접하지 않은 시집 등을 모여서 함께 읽으며 스스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또 지금까지 4종의 책을 출간한 작은 출판사로서 곧 독일 번역소설과 국내 극작가의 희곡집 출간도 준비하고 있다고 하네요. *주소 : 서울 영등포구 당산로 8-6*운영시간 : 월~토 오후 1시~9시 (일요일 휴무)*문의 : (02)2636-5811 ◆3호선 안국역 ‘베란다북스’서울 종로구 계동길 끝자락에 위치한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방입니다. 아트북, 그래픽노블 등 시각예술 서적을 기반으로 한 그림책 전문 서점으로 일러스트레이터 노준구씨 부부가 운영하고 있습니다. 화초와 빛이 가득한 집안 베란다처럼 서점에 머무는 분들이 편안하게 쉬어가는 곳이 되길 바라는 부부의 마음이 담긴 공간입니다. 시각예술분야 국내 작가 서적이 중심이지만 외국 작가 번역 서적도 마련돼 있습니다. 최근에는 문예지, 에세이, 시집 등 베란다북스라는 공간에 어울리는 독립출판물로 장르를 조금씩 확장하고 있는 중입니다. “인문학 서적처럼 그림책에서도 삶에 대한 시각과 철학을 배울 수 있다”고 말하는 노 대표의 말처럼 아이들의 책으로만 여겨졌던 그림책 속에서 마음을 달래는 따뜻한 위로를 발견할 수 있는 곳입니다. 책 뿐만 아니라 아트프린트를 비롯해 판화, 엽서, 카드, 에코백 등의 상품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예술 관련 강사와 함께하는 세미나를 시작으로 앞으로 그림책 작가와의 대화 등 책방을 찾는 손님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도 열 계획입니다. *주소 : 서울 종로구 계동길 120*운영시간 : 화~토요일 오후 12시~6시 (일·월요일 휴무)*문의 : (02)747-3742 ◆4호선 혜화역 ‘얄라북스’사진을 전공한 세 명의 주인장이 사진 스튜디오와 함께 운영하고 있는 서점입니다. ‘얄라’는 아랍어로 ‘함께 가자’의 의미를, 우즈베키스탄어로는 ‘노래하다’는 뜻을 지닌 단어입니다. 프랑스의 한 수녀가 이슬람권 국가에서 얄라 운동을 펼친 것을 본보기 삼아 얄라북스를 찾는 사람들과 함께 가고 싶은 마음을 담아 지었다고 합니다. 현대미술 중에서도 시각예술 분야의 독립출판물을 주로 취급합니다. 예술에 관심이 있는 분들을 위한 인문 도서들까지 포함해 4000~5000권 정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사진, 회화 작가들이 참여하는 전시와 세미나도 많이 열립니다. 젊은 작가들에게는 책방을 찾는 손님들에게 본인의 작품을 알리고 소통하는 장소가, 손님들에게는 다가가기 힘든 현대 미술을 쉽게 접하고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인 셈이죠. 김지훈 실장은 “대형서점 직원들에게 세세히 물어보기 힘든 것도 이 곳에서는 마음 편히 질문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자유로운 분위기 덕분인지 예술을 공부하는 지방 대학생부터 어르신들까지 손님의 연령층도 다양합니다. 특히 한국 작가 작품집을 사가는 외국인들도 많다고 하네요. *주소 : 서울 종로구 성균관로3길 11 지하 1층*운영시간 : 월~금요일 오전 11시~오후 7시, 토요일 오후 12시~7시 (일요일 휴무)*문의 : (02)745-3330 ◆5호선 신금호역 ‘프루스트의 서재’박성민 대표가 어린 시절부터 산 동네에 차린 빨간 벽돌로 된 작은 책방입니다. 대부분의 책은 중고서적이고 소규모 출판물도 취급하고 있습니다. 대형 서점 등에서 10년 넘게 일했다는 박 대표는 책을 많이 보고 싶어서 입사한 서점에서 정작 책을 읽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직접 책방을 차렸다고 합니다. 프랑스의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대표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제목처럼 자신만의 서점에서 책을 읽고 나누며 그동안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고자 하는 마음을 담은 공간이죠. 프루스트의 서재는 책을 파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글을 쓰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최 대표는 본인의 책을 비롯해 다른 사람들의 좋은 작품을 펴내는 작업도 할 계획입니다. 매주 화요일, 토요일에는 여럿이 모여 낭독 모임을 가집니다. 참석자가 돌아가면서 책을 소리내어 읽으면서 천천히 읽는 시간을 갖습니다. 동네 분들과 타지역에서 오신 분들로 이루어진 모임에서 친목을 다지기도 합니다. 때때로 책방 공간을 이용한 사진, 그림 전시회도 열고 있습니다. *주소 : 서울 성동구 무수막길 56 *운영시간 : 화~일요일 오후 12시~8시 (월요일 휴무)*문의 : 010-8988-2682 ◆6호선 한강진역 ‘다시서점’낮에는 서점으로, 저녁에는 바(Bar)로 운영되는 특별한 공간입니다. 가수 윤선애의 노래 ‘다시 만날 날이 있겠죠’에서 따온 서점의 이름은 ‘다시 한다’는 뜻과 더불어 ‘시가 많다’(多詩)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름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이 시집을 주로 취급하는 서점입니다. 올해부터는 특정 시인을 정해서 그 시인의 시집을 중심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현재 시인 백석을 시작으로 앞으로 윤동주, 김소월, 한용운 등 유명한 시인들의 작품을 다룬다고 합니다. 김경현 대표는 “돌아보면 학창시절 시를 교과서에서 재미없고 어렵게 배운 것 같아 다른 방식으로 시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책을 비치한 작은 공간을 돋보이게 하는 뚫린 벽 인테리어 덕분에 찾는 손님들이 흥미로워한다고 하네요. 간혹 인테리어가 예뻐 사진만 찍고 가는 손님들도 있지만 김 대표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둘러보다가 자신의 감성을 풍성하게 만드는 한구절이라도 얻어가는 공간이 되길 바란답니다. 저녁 6시가 되면 맥주와 차 등을 판매하는 ‘초능력’이라는 이름의 바로 변신합니다. 지난해 서울 강서구 방화동에 독립출판물을 주로 다루는 다시서점 신방화점도 문을 열었습니다. *주소 :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42길 34 지하 1층*운영시간 : 화~일요일 오후 12시~6시 (월요일 휴무)*문의 : 070-4383-4869 ◆7호선 신대방삼거리역 ‘대륙서점’1987년에 문을 연 동작구 상도동 ‘동네 사랑방’ 서점입니다. 대륙서점을 연 이전 사장님 부부에 이어 새로운 사장님 부부가 운영하고 있습니다. 신혼 보금자리를 마련한 동네에서 무언가를 하고 싶어했던 부부는 대륙서점이 여러 사정으로 인해 문을 닫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서점을 인수해 2015년 새롭게 문을 열었습니다. 동네 서점이 변치 않고 그대로 있어주기를 바랐던 부부는 그래서 간판도 원래의 것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편집자 등의 추천을 받은 도서를 주제에 맞게 비치합니다. 동네분들이 읽고 싶어하는 추천 도서들도 많이 갖추고 있는데 특히 마을 커뮤니티 활동이 활발한 동네의 특성상 마을, 협동조합, 생태 등과 관련한 도서가 많습니다. 책 뿐만 아니라 독서 모임, 취미 소모임, 작가 강연, 다큐 상연회까지 열리니 그야말로 동네 복합문화센터입니다. “삶의 여유가 없는 요즘 굳이 멀리 나가지 않아도 집 근처에서 쉽게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서점”이 되길 바라는 사장님 부부의 염원이 담긴 공간입니다. *주소 : 서울 동작구 성대로 40 *운영시간 : 월~일요일 오전 11시~오후 10시*문의: (02)821-8878 ◆9호선 선유도역 ‘프레센트.14’향기 관련 일을 하던 최승진 대표가 책과 향을 접목해 차린 향기 파는 책방입니다. 마치 카페처럼 생긴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면 향긋한 향기가 먼저 손님을 반깁니다. ‘선물’(present)과 ‘향기’(scent)라는 단어가 합쳐진 상호명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책을 특별하게 선물하고 싶을 때 찾으면 좋은 곳입니다. “책만 선물하면 뭔가 허전해 색다른 느낌을 주고 싶어 향기를 선택했다”는 최 대표는 선물받는 사람이 좀 더 책을 소중하게 여기고 특별하게 읽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합니다. 총 900여권의 책 중 스테디셀러가 대다수이고 나머지는 독립출판물입니다. 책의 주제를 테마로 한 최 대표가 직접 만든 향기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에쿠니 가오리의 ‘웨하스 의자’, 알랭 드 보통의 ‘키스 앤 텔’, 에쿠니 가오리의 ‘냉정과 열정사이’,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 프랑수아즈 사강의 ‘슬픔이여 안녕’ 등 책 6권과 더불어 영화 ‘4월 이야기’를 테마로 만든 향기입니다. 앞으로 독자들이 이해하기 쉬운 책을 중심으로 책에 어울리는 향기를 만들 계획입니다. 책을 감싸고 있는 포장지에 적힌 몇 개의 키워드만 보고 고르는 ‘블라인드 북’도 있습니다. 시간이 흘러 최근에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옛날 책도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대할 수 있도록 한 시도입니다. 이미 가지고 있는 책이라면 환불, 교환도 가능하다고 하네요. *주소 : 서울 영등포구 양평로22라길 1 대우미래사랑2차 104동 105호*운영시간: 월~목요일 오전 11시~오후 11시, 금~일요일 오후 12시~9시*문의 : (02)2679-1414 . 사실 동네 책방은 대형 서점보다 골목 깊숙이 있거나 주택가에 위치해 상대적으로 찾기 힘들고 규모도 작아서 책을 감상하는 데 불편하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휴대폰으로 지도를 보면서 혹은 동네 주민에게 물어가며 열심히 찾아간 노력을 생각해서라도 그 책방에 더 오래 머물게 되실 겁니다. 보물찾기를 하듯 미지의 책방을 알게 된 기쁨은 덤입니다. 개성있는 책들을 한 권씩 구경하다보면 어느덧 시간가는지도 모르죠. 책방지기에게 내가 좋아하는 책에 대한 조언과 추천을 받는 것도 수월합니다. 책 말고도 독서 모임, 낭독회, 전시회, 영화 상영, 세미나 등 다양한 활동도 즐길 수 있으니 그야말로 복합문화공간인 셈입니다. 다가오는 주말 지하철을 타고 가까운 책방에 들러보는 건 어떨까요 글·사진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월요 정책마당] 공공외교 시대, 세계인을 절친으로!/최영삼 외교부 문화외교국장

    [월요 정책마당] 공공외교 시대, 세계인을 절친으로!/최영삼 외교부 문화외교국장

    “제가 유재석을 볼 수 있을까요?” KBS 예능프로그램 ‘해피투게더’를 꼭 챙겨 본다는 네팔인 타파가 질문한다. 아랍에미리트인 후메이드는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을 암송하고, 러시아인 뮤지컬 배우 에브게니아는 소리꾼과 아리랑을 주고받는다. 이들은 매년 추석 즈음 KBS TV에서 방영되는 ‘퀴즈 온 코리아’ 2016년 본선 참가자들이다. 지난해 ‘차세대 글로벌 지도자’로 초청된 우간다 인권운동가 빅터 오첸은 “과거 아프리카와 같은 시기에 정치·경제·사회적 위기를 겪었던 한국이 놀라울 정도로 경제 성장을 이루고 국제적으로도 위상이 격상된 점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한국 방문 소감을 밝혔다. 민주화와 정보화의 확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소통 수단의 획기적 변화로 이제 외국 정부만를 상대로 하는 전통적 의미의 외교는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외국 국민의 마음을 얻지 않고서는 우리 외교의 목적을 달성하기 힘들어진 것이다. 외국 국민을 상대로 하는 외교활동인 ‘공공외교’는 정부 간 외교보다 훨씬 다양하고 다차원적인 성격을 띤다. 즉 가치, 문화, 지식과 같은 소프트파워를 활용해 중앙 정부뿐만 아니라 지자체, 민간단체, 개인들도 국가의 이미지를 향상시키고 외국인들을 친구로 만드는 활동에 동참하는 것이다. 미국, 중국, 일본, 독일 등 주요국들은 공공외교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간파해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자국의 호감도를 높이기 위한 다각적인 공공외교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공공외교를 정무외교, 경제통상외교와 함께 외교의 3대 축으로 삼고 공공외교를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아직 초기 단계임에도 최근 몇 년간 주목할 만한 진전을 이뤘다. 첫째 정부는 2010년을 ‘공공외교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문화예술, 지식, 정책홍보 등을 통한 한국 알리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를 계기로 ‘퀴즈 온 코리아’와 ‘케이팝 월드 페스티벌’을 포함한 다수의 사업이 시작되거나 확대됐다. 또 2016년에는 ‘공공외교법’이 제정·시행돼 정부와 지자체, 민간의 공공외교 활동을 통합적·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둘째 급변하는 글로벌 외교안보 환경 속에서 우리의 주요 정책에 대한 이해를 제고시키는 정책 공공외교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외국 국민들, 특히 여론주도층이 우리의 지정학적 현실이나 우리의 외교정책이 추구하는 가치를 인식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해 우리의 외교적 지평과 운신의 폭을 보다 확대해 나가는 것이다. 트럼프 신행정부 출범에 맞춰 미국 각 계층을 대상으로 공공외교를 강화하고, 북핵문제 등 주요 외교사안 관리 차원에서 미·중·일·러 등 전략지역을 대상으로 정책 공공외교를 추진하고 있다. 셋째 현지 맞춤형 한국 매력 확산을 통해 외국 대중의 마음을 파고드는 감성 공공외교를 실시하고 있다. 180여개 재외공관이 현지 사정에 맞춰 정무·경제·문화 융복합 방식으로 추진하는 ‘한국주간’(Korea Week) 행사는 대표적인 현지맞춤형 사업이다. 이 같은 행사들은 한류 콘텐츠의 해외 진출과 시장 개척을 용이하게 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 국민 개개인이 공공외교의 중요한 주체라는 점에서 정부는 ‘국민과 함께하는 공공외교’ 활동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청년 공공외교단과 시니어 공공외교단이 운영되고 있으며, 민간 차원의 다양한 아이디어와 노하우를 활용하기 위한 ‘국민모두가 공공외교관’ 사업도 진행 중이다. 미국의 풀브라이트 상원의원은 “당신의 생각을 이해하는 한 사람을 얻는 것이 잠수함 하나를 갖는 것보다 훨씬 더 안전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외국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아 한국의 친구로 만드는 데에는 더 많은 시간과 인내심이 필요하다. 공공외교를 추진해 나갈 때 단기적인 성과에 연연하기보다는 장기적인 목표와 시각으로 나아가야 한다. 정부는 보다 많은 외국 국민들이 한국을 알고 이해하고 공감하는 절친이 될 수 있도록, 그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다.
  • 각자도생 시대, 분노·연대를 공유하다

    각자도생 시대, 분노·연대를 공유하다

    올 한 해 출판계는 세상을 해석하고자 하는 독자들의 요구에 부단히 응답했다. 13일 교보문고, 예스24, 인터파크 등 온·오프라인 서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농단과 탄핵소추는 정치·민주주의를 주제로 한 책들을 부상하게 했고,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여성 혐오’ 현상은 페미니즘 도서들을 재주목하게 만들었다. 두 현상에 깔린 공통된 정서는 ‘분노의 공유와 해소’였고, 사회적으로는 ‘연대’와 ‘각자도생’의 간극을 확인하고 좁히는 계기가 됐다. 대통령과 비선 실세의 국정농단이 사실로 드러나고, 거대한 촛불집회가 사회적 현상이 되면서 정치 관련 서적은 역동성이 커졌다. 지난 10월 이후 예스24에서 정치 서적은 사회 분야 전체 도서 판매량의 20.5%를 차지했다. 강원국 전 청와대 연설비서관이 쓴 ‘대통령의 글쓰기’,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의 ‘대통령의 말하기’부터 주진우·함세웅의 ‘악마기자, 정의사제’도 주목을 받았다. 헌법에 담긴 사회적 정의와 가치를 알려 주는 시민을 위한 헌법 해설서 ‘지금 다시, 헌법’이 베스트셀러 20위권에 진입한 데 이어 사회학자 김덕영의 ‘국가 이성 비판’과 ‘대통령은 없다’, 엄기호의 ‘나는 세상을 리셋하고 싶습니다’ 등도 호평을 받았다. 교보문고에서는 부의 불평등 문제를 다룬 장하성의 ‘왜 분노해야 하는가’가 정치·사회 부문 1위에 올랐다. 지난 5월 일어난 ‘강남역 묻지마 살인 사건’으로 촉발된 여성 혐오 논란은 페미니즘으로 이어지며 출판계의 화두가 됐다. 올해 출간된 페미니즘 관련 도서는 28종으로 지난해 4종에 그친 것과 비교해 7배나 늘었다. 예스24에 따르면 페미니즘 도서 판매량은 전년 대비 132.6%로 두 배 이상 늘었고, 20대 여성의 구매 비중이 지난해 10.7%에서 올해 26.0%로 상승했다.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이민경·봄알람)라는 페미니즘 입문서부터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우에노 지즈코·은행나무), ‘나쁜 페미니스트’(록산 게이·사이행성),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치마만다 은고지 아디치에·창비) 등이 상위 순위에 올랐다. 지난해 침체했던 한국 문학은 확연한 르네상스기를 맞았다. ‘채식주의자’ 작가 한강의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수상은 한국 문학을 재발견하고, 문학을 일상 속으로 끌어들이는 견인차가 됐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한국 소설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46.0% 뛰어올랐고, 지난해 22.2%가 감소했던 한국 시집 판매량은 올해 505.7%나 급증했다. 한강의 작품은 종합 베트스셀러 1위에 오른 ‘채식주의자’뿐 아니라 ‘소년이 온다’, ‘흰’ 등이 큰 관심을 받았다. 정유정의 ‘종의 기원’, 조정래의 ‘풀꽃도 꽃이다’도 한국 소설의 부활에 힘을 보탰고, 민주화 운동의 시대정신을 담은 김숨의 ‘L의 운동화’, 세월호 참사의 민간인 잠수사 이야기를 다룬 김탁환의 ‘거짓말이다’도 시선을 모았다. 시집은 연초부터 불어닥친 ‘초판본’ 열풍이 동력이 됐다. 윤동주 시인의 기일에 맞춰 복간된 증보판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 가 신호탄이 됐고, 김소월의 ‘진달래꽃’, 백석의 ‘사슴’ 등이 소장 욕구를 자극했다. 하상욱의 ‘서울시’, ‘시 읽는 밤’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의 유행과 함께 나태주 시인의 ‘꽃을 보듯 너를 본다’, ‘오래 보아야 예쁘다’ 등 서정시도 입소문을 탔다. 올해 출판 키워드로, 교보문고는 어지러운 시국 상황을 반영한 ‘뜻밖에’를, 예스24는 ‘셀프(SELF)-각자도생의 시대’를 제시했다. ‘셀프’는 각각 Single(혼자), Encourage(북돋다), Liberal(자유·민주주의), Feminism(페미니즘)에서 따왔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윤동주 중국인 표기 中 바이두 백과사전 하루 이용자 4억명

    윤동주 중국인 표기 中 바이두 백과사전 하루 이용자 4억명

    중국 최대의 검색 포털 사이트 바이두의 백과사전이 윤동주 시인의 국적을 ‘중국’으로 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밖에도 김소월 시인의 국적은 북조선, 독립운동가 이봉창의 국적은 조선으로 소개됐다. 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단장 박기태)의 사이버 외교관인 중학교 3학년 이시우 군은 최근 이같은 내용을 반크에 제보했다. 세계 최대 중문 백과사전이라 불리는 ‘바이두 백과’를 찾는 하루 방문자는 2014년 기준 4억 명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두 백과사전은 독립운동가 김구의 국적은 ‘한국’이라고 표기했지만 민족은 ‘조선족’으로 기재했고, 한용운과 시인 이육사에 관해서는 ‘한국’ 국적으로 적었으나 민족은 아예 표시하지 않았다. 친일파인 이완용의 경우 국적은 ‘한국’, 민족은 ‘조선족’으로 분류했다. 이시우 군은 “어머님이 백두산을 오른 뒤 중국 지린성 룽징의 윤동주 생가를 찾았는데, 안내원이 윤동주 시인을 ‘조선족’이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는 내게 알려줬다”며 “곧바로 바이두를 방문해 ‘윤동주’를 검색해보니 국적이 ‘중국’으로 적혀 있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윤동주는 일제강점기 고문과 생체실험을 받아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29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일본 검찰이 공개한 재판 기록과 판결문에도 그의 본적은 ‘함경북도’다. 반크는 “바이두 백과사전 운영진에 한국 독립운동가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알리고 시정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크는 이런 오류의 근본적인 원인은 한국의 역사와 독립운동가들이 전 세계에 올바로 알려지지 않은 탓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씨줄날줄] 풍계리의 송이버섯/구본영 논설고문

    [씨줄날줄] 풍계리의 송이버섯/구본영 논설고문

    북한이 함북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에 대형 위장막을 설치했다. 이곳에서 6차 핵실험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물론 2∼5차 핵실험이 이뤄진 2번 갱도 입구에도 여전히 위장막은 쳐져 있다. 한·미 당국은 북측이 2번 갱도의 ‘가지 갱도’에서 6차 또는 7차 핵실험을 자행할 소지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우리의 옛 지명은 대개 풍수지리학적 특성을 반영한다. 풍계리(豊溪里)도 마찬가지다. 이름 그대로 물산이 풍요롭고 맑은 시냇물이 흐르는 곳이다. 만탑산(2205m)과 학무산, 기운봉·연두봉 등 해발 1000m가 넘는 준봉들이 제공하는 산림 자원만 천혜의 선물이 아니다. 길주남대천과 장흥천이 감아 도는 들녘에는 감자와 옥수수, 그리고 고랭지 채소가 풍성하다. 향이 좋기로 소문난 송이버섯 특산지이기도 하다. 이런 산자수명(山紫水明)한 고장이 나날이 황폐해지고 있다. 북한이 얼마 전 5차 핵실험을 감행하는 등 ‘핵 불장난’을 거듭하면서 말이다. 하긴 핵시설이 밀집한 평북 영변도 경치가 수려하기로는 풍계리 못잖다. 시인 김소월은 타관을 떠돌면서도 봄이면 진달래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영변의 약산동대를 잊지 못했던 모양이다. 대표작 ‘진달래꽃’에서 그런 그리움이 묻어난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영변에 약산/진달래꽃 아름따다/가실 길에/뿌리오리다”라고 누군가와의 이별의 정한을 노래한 그의 고향은 영변 인근 구성이다. 소월은 자신의 눈시울에 어른대던 아름다운 영변이 핵무기용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핵공장’으로 바뀔지는 꿈에도 몰랐을 게다.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라는 그의 또 다른 시 제목처럼…. 시인이야 오래전 세상을 떠났지만 핵 개발로 인한 환경 오염은 현재진행형이다. 지금도 영변과 풍계리를 지키는 북한 주민들, 그리고 한반도 구성원 모두가 피해자가 될 공산이 크다는 게 문제다. 최근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적잖은 풍계리 주민들이 ‘귀신병’이라고 불리는 원인 모를 질병으로 신음하고 있다고 한다. 핵실험 시 새나온 방사성물질에 오염돼 암이나 근육 및 감각기관 마비 등의 증상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풍계리가 이름난 송이버섯 산지라 더 걱정이다. 지난해 11월 중국을 통해 서울로 들여온 북한산 능이에서 방사성물질인 세슘이 기준치보다 9배 이상 검출됐다니…. ‘김씨 조선’의 3대째 후계자 김정은도 방사능의 위험성을 모르진 않는 것 같다. 그는 김일성, 김정일에 비해 ‘현지지도’를 더 왕성하게 다니고 있다. 하지만 그가 영변이나 풍계리 근처를 얼씬거렸다는 소식은 아직 없다. 그러면서 한민족의 건강식품인 송이버섯 재배를 권장하긴커녕 죽음의 버섯구름을 피워 올리는 핵실험만 거듭하고 있다. 대화나 당근으로도, 제재와 채찍으로도 이를 막지 못한다면 세습정권 교체 카드가 그나마 대안일지도 모르겠다. 구본영 논설고문 kby7@seoul.co.kr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왕십리/김소월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왕십리/김소월

    왕십리/김소월 비가 온다 오누나 오는 비는 올지라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여드레 스무날엔 온다고 하고 초하루 삭망이면 간다고 했지 가도 가도 왕십리 비가 오네 웬걸 저 새야 울려거든 왕십리 건너가서 울어나다오 비 맞아 나른해서 벌새가 운다 천안에 삼거리 실버들도 촉촉이 젖어서 늘어졌다네 비가 와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구름도 산마루에 걸려서 운다 이제 장마도 끝이다 싶어 여름 내내 가방에 넣고 다니던 우산을 집에 두고 나왔다. 시내로 갔다가 다시 집 근처에서 몇 개의 일을 더 보고 돌아오는 길, 보기 좋게 비를 만났다. 이런 작은 불운이나 일기예보가 엇나가는 일쯤은 이제 내 생활의 일부라는 생각도 들었고 무엇을 타기에는 애매한 거리라 그냥 걷기로 했다. 빗줄기는 생각보다 드세졌다. 아니 세상이 끝날 것처럼 내렸다. 처음에는 비를 조금이라도 덜 맞아 볼까 비닐 소재의 가방을 머리에 이어 보기도 하고 길가를 두리번거리며 어디 쓸 것이 없나 찾아보았지만 곧 그만두었다. 몸이 어중간하게 젖은 것도 잠시 더 젖을 것도 없이 모두 젖었으니 고민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차라리 잘되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몸이 힘들게 염천(炎天)의 날들을 견뎌내듯 최근 마음을 온통 쓰며 고민했던 일이 하나 있었다. 일이 변모될 가장 좋은 장면과 가장 나쁜 장면 사이에서 한없이 어지러웠다. 그러다 나는 가장 좋은 장면을 머릿속에서 지우고 가장 나쁜 장면만을 오래 떠올리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그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고 그 나름대로 즐겁고 좋은 점이 있을 거라는 기대도 들었다. 한 닷새, 나는 그랬다. 박준 시인 ■박준 시인은 2008년 계간 실천문학 등단.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 [인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행정부장 박희△생물자원센터장 김차영 ■쿠키뉴스 ◇제주취재본부△본부장 양병하△취재총괄국장 정수익 ■전북일보 △이사 겸 경영기획본부장 한제욱△경영기획국장 서창원△편집국 문화부장 은수정 ■MBC △기획국 정책협력부장 송윤석 ■TV조선 △사회부 부장대우 박영석 ■CBS ◇파견△선교TV본부 신천지특별취재단장 변상욱 ■티브로드 전주방송 △보도제작국장 김선욱 ■고려대 ◇세종캠퍼스△사무처장 김상봉 ■배재대 △하워드대학장 겸 교육대학원장 조경덕△서재필대학장 강호정△아펜젤러대학장 남승현△김소월대학장 임영호△아펜젤러대학 부학장 이시영△김소월대학 부학장 이정임 ■서울대병원 △진료부원장 겸 정보화실장 신찬수△어린이병원장 조태준△분당서울대병원장 전상훈△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장 김병관△강남센터원장 노동영△행정처장 이은정△기획조정실장 정승용△교육인재개발실장 김수웅△대외협력실장 우홍균△의료혁신실장 김용진△공공보건의료사업부단장 윤영호 ■국립공주병원 △병원장 김영훈 ■IBK투자증권 ◇전무 승진△IB사업부문장 겸 M&A/PE본부장 유식열
  • [길섶에서] 봄비/손성진 논설실장

    봄비가 제법 세차게 내린다. 메마른 가슴과 타들어 가는 대지를 흠뻑 적셔주어 먼 길 걷다 만난 샘물처럼 고맙기 그지없는 비다. 이 비가 그치면 푸릇푸릇한 신록이 온 산을 덮으리라. 우리네 마음도 촉촉이 젖어 이럴 때면 파전을 곁들인 막걸리 한잔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만개한 꽃잎을 떨어뜨리는 것도 봄비이니 봄비의 분위기는 왠지 서럽고 슬프다. ‘어룰 없이 지는 꽃은 가는 봄인데/어룰 없이 오는 비에 봄은 울어라/서럽다, 이 나의 가슴속에는!/보라, 높은 구름 나무의 푸릇한 가지/그러나 해 늦으니 어스름인가/애달피 고운 비는 그어 오지만/내 몸은 꽃자리에 주저앉아 우노라’ (봄비, 김소월) 통속적인 대중가요들이 그렸듯이 봄비는 그리운 사람을 떠올리게 한다. 오래도록 봄비가 내릴 때쯤이면 그 비처럼 기다리던 사랑이 찾아오고 또 떠나가기도 한다. 그래서 봄비는 반가움과 기쁨의 느낌을 주는가 하면 주르륵 흘러내리는 한줄기 눈물 같기도 하다. 때로는 우산을 들지 말고 따스한 듯 차가운 봄비를 온몸으로 맞아보고 싶다. 세상사에 찌든 답답한 속까지 시원하게 씻어주지 않을까. 손성진 논설실장 sonsj@seoul.co.kr
  • 세월 쌓인 초판 가치 쌓인 명품

    세월 쌓인 초판 가치 쌓인 명품

    출판업계부터 수집가까지 서적, 음반의 초판본과 희귀본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면서 국내 온라인 대형서점들도 소장 가치가 있는 중고 책과 음반을 매입해 판매하는 경쟁이 활기를 띠고 있다. 출판계의 초판본 열풍은 1인 출판사인 소와다리가 지난해 11월 김소월 시집 ‘진달래꽃’ 초판본을 처음 복간하면서 주목받았다. 진달래꽃은 발간 한 달 만에 인터넷서점 주간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이후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백석의 ‘사슴’, 정지용의 ‘정지용 시집’ 등 초판 복각본이 큰 인기를 끌면서 출판계의 단비가 되고 있다. 외국 서점에서도 초판본은 고가로 컬렉터들에게 팔린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고서점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에 따르면 이 서점에서 가장 비싼 책은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1945년) 초판본으로 450만원 정도다.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1942년) 초판본은 110만원이다. 국내 경매시장에서는 최근 김소월의 시집 ‘진달래꽃’ 초판 진본이 1억 3500만원,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초판본이 1300만원, 서정주의 ‘화사집’이 3000만원을 기록했다. 컬렉터들이 헌책방을 뒤져 희귀본을 구하는 열풍이 확산되면서 그림과 마찬가지로 책의 투자가치도 커지고 있는 셈이다. 인터넷 교보문고 중고장터에서는 1948년에 발간된 ‘근원수필’(김용준·을유문화사)이 35만원, 1964년에 나온 ‘이광수전집’(삼중당) 20권이 25만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알라딘 등 온라인 서점들은 소장 가치를 인정받는 상품인 초판 사인본, 진본, 절판본, 북클럽 에디션 등은 별도로 등록하고 거래하도록 하고 있다. 인터파크도서는 스테디셀러로 인기 있는 책들의 초판본을 재조명하고 나섰다. 우선 ‘젊은 날의 초상’(이문열, 1981)과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전혜린, 2002), ‘전태일 평전’(조영래, 1990), ‘새들은 제 이름을 부르며 운다’(김형경, 1993) 총 4권을 재발간하고 초판 표지 한정판도 선착순으로 증정한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최근 출판업계에서 화두가 된 초판본 열풍이 고서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 재조명책 프로모션을 진행하게 됐다”며 “이번 프로모션을 위해 특별 제작한 초판본 표지는 기존의 도서와는 색다른 느낌을 전달해 소장 가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초판본, 희귀본 열풍은 서적뿐 아니라 LP음반, DVD로도 확산되고 있다. 예스24, 알라딘의 경우 현재 판매 중인 LP음반 중에서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는 건 두 업체 모두 ‘서태지와 아이들’ 음반으로 나타났다. 알라딘에서는 서태지 데뷔 15주년 기념 음반이 24만 8000원에 거래되고 있고, 예스24에서는 1집 음반이 11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예스24에서 가장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DVD는 홍상수 감독 컬렉션(6Disc)으로,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강원도의 힘’, ‘오! 수정’, ‘생활의 발견’,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밤과낮’을 묶어 9만 9000원에 판매 중이다. 알라딘은 최근 미국 내 중고서점에서 대량 매입한 2만 5000여장의 음반을 국내 고객들에게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면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알라딘 측은 “판매 상품의 80%가량은 품절된 아이템이고, 60%가량인 1만 5759장은 기존 수입음반 판매사 등에서도 구하기 어려운 아이템”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6일부터 판매된 직수입 중고 음반은 한 달여간 1만여장이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책과 음반 등 오래된 작품들을 소비하는 트렌드가 확산되는 건 그만큼 역사성이 중요해지고 가치를 재발견하게 되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뒤집어 보면 신작은 상대적으로 덜 소비하면서 전반적으로 독서 인구 등 문화에 대한 소비 자체가 위축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시집 판매 ‘봄바람’… 이유 있는 돌풍

    시집 판매 ‘봄바람’… 이유 있는 돌풍

    전년 대비 판매량 24.8% 올라 이례적 “시인 정신에 감동한 청년들 위로받아” ‘출판계 동향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 지난 2월 중순부터 시집을 진열하는 장소는 베스트셀러 진열대 앞, 계산대 옆으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다니는 곳으로 바뀌었다. 시집이 교보문고의 노른자위를 차지한 셈이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1년간 교보문고 시 분야 판매량은 전년 대비 24.8%(8일 기준)나 뛰었다. 소설 분야 판매량이 같은 기간 -16.5% 급락한 것에 대비되는 경이로운 성장세다. 장정업 교보문고 광화문점 문학 담당 MD는 “요즘 쉽게 읽을 수 있는 SNS 시부터 초판본 시 등 문학에서도 시집에 대한 수요가 높아 고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동선에 맞춰 시집 매대를 옮겼다”고 말했다. 시집 판매 신장세는 초판본, SNS 시, 시 필사 책들에 힘입은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최근 1년간 교보문고 시집 베스트셀러 톱10 목록을 보면 요즘 독자들의 시 소비 풍속도가 뚜렷이 드러난다. 특히 초판본 바람이 거세다. 1인 출판사 소와다리에서 지난달 9일 출간한 윤동주 시인의 1955년판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한 달만에 15만부가 팔려나갔다. 소와다리에서 낸 김소월의 ‘진달래꽃’과 백석의 ‘사슴’도 각각 10만부, 2만 5000부 팔렸다. 소와다리는 앞으로 그여름 출판사와 함께 다른 시인들의 초판본도 공동 기획해 독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소개할 계획이다. 그여름 출판사는 지난 4일 정지용의 ‘향수’ 초판본을 출간해 1쇄(2000부)를 모두 소진한 데 이어 이달 말에는 김영랑, 이육사 시집을 나란히 펴낼 예정이다. 김이연 그여름 출판사 대표는 “처음에는 복고풍의 예쁜 표지 때문에 젊은 층들만 소장 욕구를 갖고 찾는 게 아닌가 했는데 독자들과 소통하다 보니 초판본을 시인의 정신이 그대로 녹아 있는 원형으로 보고 큰 감동을 느낀다는 반응이 많았다”며 “어려운 한자어에 따로 주석을 달지 않는데 젊은이들이 한자 공부까지 하면서 옛 시어를 읽으려는 걸 보면서 ‘시의 힘이 세구나’ 하고 느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불고 있는 ‘필사 열풍’도 시집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확인된다. 5위에 오른 김용택 시인의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는 시인이 직접 고른 101편의 시를 감상하고 써볼 수 있도록 한 책으로 시 필사 바람을 이끈 책이다. 필사 책들은 현재 시중에 40종 넘게 나와 있을 정도로 독자들의 반응을 꾸준히 얻고 있다. 예담 출판사와 시 필사 책 3종을 함께 기획한 김용택 시인은 시 필사의 의미를 ‘위안과 희망’이라고 짚었다. “라디오를 들으니까 사는 게 힘들고 어렵다는 사람이 많대요. 좋은 시란 순결하고 순정한 영혼이잖아요. 그래서 삶이 힘든 사람들에게 시를 따라 쓰면서 삶의 순정함을 되살리게 하고 가느다란 희망을 쥐여주자, 시를 통해 위로를 받으며 자신의 삶을 성찰할 수 있게 해주자 한 거죠.”(김용택 시인) SNS 시인들의 시집도 톱10 가운데 하상욱 시인의 ‘시 읽는 밤: 시 밤’(4위)과 ‘서울 시’(9위), 최대호 시인의 ‘읽어보시집’(7위) 등 3종이나 오를 정도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시가 읽히지 않는 시대’라는 자조가 늘 존재하는 시단에서는 시가 대중적으로 많이 읽히는 건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창비의 시 팟캐스트 ‘시시한 시다방’ 프로듀서인 박준 시인은 “미학적이고 예술적인 시도 중요하지만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나왔던 대학가 낙서 시나 원태연 등의 하이틴 시, 최근의 SNS 시들은 문학 독자 외에 일반 대중 독자들까지 시와 문학을 친근하게 접하게 한다. 늘 사람들 곁에 자리하고 있는 게 시라는 장르의 미덕인 만큼 시가 어떤 형태로든 많이 향유되는 건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반짝’ 하는 판매 신장세가 우리 시단을 실질적으로 풍요롭게 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조재룡 문학평론가(고려대 불문과 교수)는 “시집이 많이 팔리는 건 긍정적이나 초판본 시집은 마케팅의 승리, 일회성 이벤트로 보여져 허수가 많다. 하지만 1970년대의 서정적인 정서를 갖고 쓰는 박준이나 황인찬, 황병승, 이제니, 김경주 등 쉽지 않은 시를 쓰는 젊은 시인들의 시도 대중들에게 고르게 선택받는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서울광장] 지금 동주가 그리운 것은/황수정 논설위원

    [서울광장] 지금 동주가 그리운 것은/황수정 논설위원

    영화 ‘동주’를 며칠 전에야 봤다. 주말 심야의 극장 안은 한적했다. 뒷줄에 앉은 아버지와 어린 딸이 어깨너머에서 자주 소곤거렸다. 젊은 아버지는 시인 윤동주와 해방공간을 미리 공부하고 온 듯했다. 이해가 쉽지 않은 대목마다 딸에게 해설을 붙여 줬다. 나는 한 번도 돌아보지 않았다. 부녀의 대화가 계속돼도 괜찮다는 작은 동조의 뜻으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에야 돌아봤다. 소녀는 중학생쯤이었다. 영화라도 있어 다행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마음이 흐뭇했다. “동주, 동주”라고 사람들이 시인을 친구처럼 부르고 있다. 영화의 흥행 덕분이다. 멀리 잊힌 시인을 기억하려는 이 시간은 낯선 즐거움이다. 옛 시인들은 서점가에도 줄줄이 현재형으로 소환됐다.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백석의 ‘사슴’, 김소월의 ‘진달래꽃’ 등 초판본 시집들이 10만부 넘게 팔리고 있다. 20~30대 독자들의 인스타그램 인증 열풍은 진기하기까지 하다. 시인 정지용과 백석이 영화 속에서 호명되지 않았더라면 언감생심. 청년 세대가 무슨 수로 그들을 알아보고 있을까. 책꽂이 장식용으로 시집을 사고 있다 한들 나쁘지 않은 일이다. 해방공간을 배경으로 문학의 시대정신을 웅변한 영화가 ‘동주’다. 이 저예산 영화의 폭발력은 감독도 몰랐지 싶다. 영화는 자본의 논리에 가장 예민한 문화 영역이다. 관심권 바깥의 문학과 오래된 시인을 조명한 시도만으로도 ‘동주’의 파장은 신선하다. 힘있는 영화가 힘없는 문학을 챙겼다는 착시현상까지 일으킨다. 흑백 다큐멘터리 같은 소품의 조용한 흥행은 의미가 더 값지다. 국어책 귀퉁이에서 잊혔던 윤동주가 살아났으니, 우리 문학도 혼수 상태에서 벗어날 가망이 있겠다는 기대를 품게 한다. 이 시대에 문학은 스스로 이목을 끌 힘이 없다. 느리고 가난한 문학한테는 빛의 속도로 진행되는 모든 유행들이 유해 환경이다. 힘과 속도를 갖춘 쪽의 물리적인 전방위 지원이 꼭 필요하다. 미국 문단은 그래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업어 줘도 모자란다. 독서광인 오바마는 미국 소설을 국제적으로 팔아 주는 초특급 실력자다. 그의 휴가철 도서 목록은 늘 핫이슈다. 그가 읽었다고 소문나지 않았다면 ‘퓨러티’(조너선 프랜즌), ‘더 화이츠’(리처드 프라이스) 같은 소설을 세상이 관심 갖기 어려웠다. 비평가들이나 주목하는 미국 작가 제임스 설터의 소설이 우리 서점에서 팔리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소설, 그것도 핫트렌드의 소설을 읽는 대통령 ‘셀렙’은 국민에게 행복이다. 정치력과 별개로 오바마의 인간적 매력이 좀처럼 후퇴하지 않는 것은 그런 모습 덕이라고 생각한다. 문학시장에 파장을 만들 줄도 아는 지도자가 우리한테도 있으면 좋겠다.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 이런 책 말고, 대통령의 감수성을 교감할 수 있는 소설과 시집이 소문만 나도 문학시장에는 생기가 전해질 것이다. 청와대 진돗개 이름을 공모했던 대통령의 트위터에서 “시인 김수영 전집을 교보문고에서도 구하기 어렵다는데” 한마디만 걱정해 줘도 문학판은 움직여질 수 있다. 사람들은 김수영이 궁금할 것이고, 문화체육관광부는 ‘시인들의 시인’의 작품집이 어째서 절판 위기인지 대책을 살필 것이다. 문학과 담쌓고 지내게 생긴 정치인들은 페이스북에서 즐거운 뒤통수를 좀 쳐 주면 안 되는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현역 시인의 최신작을 언급했다고 하자. 동대문시장에서 순대 접시를 들고 다니는 선거 이벤트보다 공감 효율은 몇 배 크고 근사해진다. 문학의 우회로로 데려가면 누구든 마음을 얻을 수가 있다. 그 효용을 왜 알아보지 못하는지 안타깝다. 올해가 셰익스피어 타계 400주년이라고 영국은 온통 난리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연초에 국내 일간지에 특별기고까지 했다. 지난달 움베르토 에코가 영면했다고, 세상은 책의 앞날을 걱정한다. 우리에게는 더 급한 일이 있다. 박경리, 이문구를 당장 어떻게 해야 잊지 않을지 그 걱정부터 해야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현실을 걱정해야 한다. 지난해는 서정주, 박목월, 황순원, 강소천의 탄생 100주년이었다. 힘없는 문단도, 힘있는 문체부도 아무도 제대로 챙기지 않았다. 기별도 없이 문득 우리 곁에 돌아온 윤동주가 더 애틋하고 그리운 이유다. sjh@seoul.co.kr
  •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정호승 시인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정호승 시인

    “시인은 평생을 바쳐야 시 한 편이 살아남는다. 시는 당대의 고통을 반영할 뿐 아니라 초월성을 지니지 못한다면 시로서의 생명은 짧을 수밖에 없다. 초월성은 서정을 통해 나타난다. 1970~80년대라는 겨울을 지나면서도 서정이라는 함박눈조차 내리지 않는다면 얼마나 참혹할까 싶었다.” 겨울의 스산함은 사라졌지만, 새봄의 훈풍은 아직 깃들지 않은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앞. 정호승(66) 시인이 성당 앞 계단을 부지런히 내려왔다. 환갑보다는 고희에 더 가까운 나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 맑은 얼굴을 하고서였다. 신자들에게 강연을 하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요즘 ‘주’(시)와 ‘객’(강연)이 바뀐 것 같아 강연을 자제하려고 하는데 워낙 와달라는 요청이 많아 생각처럼 줄지는 않는군요.” 이날도 평생 그의 시를 관통해온 ‘사랑’에 대해 강연을 했다는 그는 성당 앞 카페에서 3시간 동안 시와 인생, 세월과 나눈 사랑 얘기를 들려주었다. -1963년의 어느 봄날. 까까머리 중2 교실에 짝짝짝 박수소리가 울려 퍼졌다. 앞에 서 있던 나는 다소 상기된 얼굴로 친구들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 “호승이는 열심히 노력하면 좋은 시인이 될 수 있을 거야.” 시(詩)라는 걸 난생처음 써봤던 그때, 국어 선생님은 내가 지은 시 ‘자갈밭에서’를 반에서 가장 잘된 작품으로 골라 낭독을 시키셨다. 그게 내가 시와 맺은 인연의 출발점이었다. -내가 다닌 대구 계성중학교는 박목월, 김동리 등 문단의 거목들을 많이 배출한 영남 지역 최초의 중등교육기관이었다. 당시 교사들 중에도 현역 문인들이 꽤 있었는데 국어를 가르쳤던 김진태 선생님도 등단한 수필가셨다. 시 낭송이 있고 얼마 후 담임 선생님이 조회시간에 “교내 백일장에 누가 나가면 좋겠느냐”고 물으셨다. 국어 수업의 기억이 또렷한 반 아이들은 누가 누구랄 것도 없이 나를 지목했다. 솔직히 난 그때 백일장의 뜻도 몰랐다. ‘백일 동안 어딜 좀 다녀오는 건가?’ -학교 운동장 너머 솔숲에서 백일장이 열렸다. ‘불’을 주제로 시나 산문을 쓰라고 했다. 나는 ‘등불’이란 제목으로 시를 썼다. ‘스스로 발광체인 나’로 시작했는데, 발광체는 바로 며칠 전 물상 수업에서 배웠던 단어였다. 덜컥 장원이 됐다. 상으로 학교 매점에서 쓸 수 있는 1000원짜리 종이표를 주었다. 그 맛있던 30원짜리 삼립 단팥빵을 30개나 사고도 돈이 남았다. 친구들에게 크게 한턱을 내고 나니 어깨가 으쓱거려졌다. ‘이런 식으로 하면 공짜 빵을 계속 먹을 수가 있겠구나’ 매월 교내 문예원고 모집 때마다 시를 써 보냈고, 그때마다 상을 받았다. 상금으로 공책도 사고 체육복도 사면서 든 생각. “이걸 평생의 일로 삼을 수도 있겠구나.” -당시 중고생을 대상으로 한 ‘학원’이라는 잡지가 있었다. 백일장 장원의 여세를 몰아 ‘석의 심정’이라는 제목의 산문을 보냈더니 우수작으로 뽑혔다. 이후 고교 시절까지 계속 글을 보냈고, 그때마다 우수작으로 선정됐다. 박남수, 박목월, 박두진 등 쟁쟁한 시인들이 직접 나의 시에 대해 평을 해 주셨다. 그분들의 평을 보니 가슴이 뛰었다. 그런 식으로 시를 스스로 공부했다. -우리 집안의 뿌리는 대구다. 아버지는 대구농림전문학교를 나와 은행원이 되셨는데, 이 지방 저 지방 전근이 잦으셨다. 내가 6·25 전쟁이 터지기 몇 달 전 경남 하동에서 태어난 것도 아버지께서 상업은행 하동지점에 근무하셨기 때문이다. 경기 평택 등지에서 살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대구에 완전히 정착을 했다. 그때 명동 상업은행 본점에서 일할 기회가 있었지만, 아버지는 서울이 싫다며 고향으로 오셨다. 한참 후에 집안이 쫄딱 망해서 어쩔 수 없이 서울로 오게 됐는데, 만약에 그때 일찌감치 서울에 정착했더라면, 그래서 내가 계성중학교에 들어가지 못했다면, 그리고 내 인생의 고비 고비마다 결정적인 동기를 제공해준 ‘가난’이 없었더라면 나는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 생각해 본다. -아버지는 내가 중3 때 사업을 하겠다며 은행을 나오셨다. 하지만 마음만 앞섰지, 경영에 대한 감이나 수완은 없으셨다. 이를테면 당신이 운전도 못하면서 주변 사람 말을 듣고 택시회사를 차린다든지 하는 식이었다. 1년 만에 퇴직금을 전부 날리고 커다란 빚을 졌다. 난생처음 가난을 맛봤다. 부지런한 어머니 덕에 밥을 굶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분기마다 학비를 내는 게 벅찰 정도였다. -1967년 고3이 됐다. 대학엔 가고 싶은데, 앞이 안 보였다. 공부라도 잘해야 빚을 내서 대학 등록금 마련할 생각도 해볼 텐데, 내 성적은 딱 반에서 중간 정도였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게 경희대 문예장학생 제도였다. 경희대가 주최하는 백일장이나 전국고교생문예현상모집에 장원으로 당선되면 장학금을 받고 입학을 할 수 있었다. 그해 9월 경희대 백일장에 나갔다. 하지만 나는 장원은커녕, 차상도 차하도 아닌 참방(參榜)에 머물고 말았다. 장려상쯤 되는 건데 그걸로는 문예장학생이 될 수 없었다. 당시 심사위원으로, 후일에 내 스승이 되신 조병화 선생은 “상위권에 올리자니 문제가 있고, 떨어뜨리자니 아깝다”고 평하셨다. 대구로 내려오는데 기차 안에서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그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아직 고교생문예현상모집이 남아 있었다. 시 부문을 포기하고 평론 부문으로 종목을 바꿨다. 원고지를 100장 이상을 써야 하는데 시간이 빠듯했다. 결국 어머니는 아들의 부탁을 받고 팔자에 없는 거짓말을 담임 선생님에게 해야 했다. “우리 호승이가 몸이 너무 아파서 1주일간 학교를 쉬어야겠네요.”(나중에 꾀병임을 알게 된 선생님에게 출석부로 머리를 맞아야 했지만…) 집안에 틀어박혀 나의 첫 평론 ‘고교 문예의 성찰: 고교시를 중심으로’를 완성했다. 그게 최우수작이 됐고, 1968년 3월 나는 당당히 경희대에 들어갔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입학 장학금의 유효기간은 단 1년이었다. 장학금 규정상 2학년 이후에도 계속 받으려면 신춘문예 등을 통해 등단을 해야만 했다. 친구들이 신나게 놀 때 나는 학업을 유지하기 위해 자취방에서 도서관에서 시를 썼다. 그러나 당선의 문턱에서 계속 미끄러졌다. 한 해 휴학까지 했는데도 등단이 안 됐다. 친구들보다 군 입대를 일찍 했던 것도 등록금이란 화살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군에서도 신춘문예에 계속 투고를 했다. 제대하기 직전인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첨성대’로 당선이 됐다. “이제는 학비 걱정 없이 학교에 다닐 수 있겠구나.” -사람들에겐 막연한 선입견 같은 게 있다. ‘시인은 가난과 가깝고, 일상을 방기하곤 한다’는 인식이다. 난 그게 싫었다. “시인이라도 열심히 일하면 가난하지 않을 수 있다”고 다짐하고 다짐했다. 40대 초반까지 잡지사 기자 생활을 열심히 했다. 물질적인 여유가 있어야 시 창작을 위한 시간도 더 내고 공부도 더 많이 하면서 결과적으로 더 좋은 시를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시인’은 생계 수단으로서의 직업이 안 된다. 아주 잘 팔리는 시집을 1년에 한 권씩 내더라도 생활이 안 된다. 나만 해도 시집 판매량에서 열 손가락 안에는 들 텐데도, 그것만으로는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질 수 있는 수준까지 벌지 못했다. 그래서 잡지사 생활 때 열심히 저축을 했고 그걸 위해 많은 걸 포기했다. 술도 자제했고, 밥은 회사 식당에서 먹었다. 운전도 못하고, 골프는 채도 한번 잡아본 적이 없다. 그렇게 해서 아내와 두 아들을 굶기지는 않았다. 다행스러운 일이고, 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1976년 대학을 졸업하고 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그해 서울에서 50명을 뽑는데 8등을 했다. 뒤늦게나마 내가 공부에 잠재력이 없진 않았구나 생각해본 순간이었다. 하지만, 교사는 내 적성이 아니었다. 3년 정도 가르치다 잡지사 기자로 전환했다. ‘주부생활’, ‘샘터’, ‘여성동아’, ‘월간조선’ 등에서 일했다. 직장 생활에 치여 1987년까지 시를 단 한 편도 쓰지 못했다. 두 번째 시집 ‘서울의 예수’가 1982년에 나오긴 했지만 이전에 써 놨던 작품들을 책으로 엮어내기만 한 것이었다. -1991년 월간조선에 사표를 냈다. 소설을 쓰기 위해서였다. 기자로서 다양한 분야에 대해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소설가에 대한 욕망이 한층 커져 갔다. 이미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위령제’라는 단편소설로 당선된 적도 있었다. 시인으로 등단한 상태여서 우리 아들 이름으로 냈지만. 그때 가진 생각이 “10년 뒤에 직장을 그만두고 소설에 전념하자”는 것이었다. -서울대 근처의 오피스텔에 틀어박혀 소설을 썼다. 그런데, 생각처럼 잘되지 않았다. 스스로 부끄러운 수준이었다. 문장에 물기가 없었다. 변변한 수입이 없는 상태가 지속되니 생계도 어려워졌다. ‘내 문학적 기질은 소설이 아닌 시’라는 걸 깨닫기까지 꼬박 5년이 걸렸다. “잘못하면 시도 못 쓰겠다” 싶은 두려움에 1996년 나는 소설을 떠나보냈다. 소설에 파묻힌 5년 동안 틈틈이 적어놨던 메모를 바탕으로 5개월 동안 시를 썼다. 그렇게 해서 나온 시집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는 6개월 만에 10만부 이상이 팔렸다. 마음에 편해졌고 경제적으로도 안정을 찾았다. -나는 스스로 미당 서정주 선생에게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미당을 통해 한국 시의 전통적인 문학성과 가락성 등을 배웠다. 군 복무 시절 친구로부터 서정주 시선을 빌렸다. 춘천 시내에 가서 좋은 노트를 산 뒤 시집의 맨 앞표지부터 맨 뒤 판권 기록까지 그대로 베꼈다. 그리고 필사본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읽고 또 읽었다. 그 필사본은 지금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시인은 평생을 바쳐야 시 한 편이 살아남는다. 시는 당대의 고통을 반영할 뿐 아니라 초월성을 지니지 못한다면 시로서의 생명은 짧을 수밖에 없다. 초월성은 서정(抒情)을 통해 나타난다. 1970~80년대라는 겨울을 지나면서도 서정이라는 함박눈조차 내리지 않는다면 얼마나 참혹할까 싶었다. 시대상황의 반영과 서정성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지닌 시를 쓰겠다고 마음먹고 내놓은 작품들이 ‘슬픔이 기쁨에게’, ‘맹인부부가수’, ‘서울의 예수’, ‘새벽편지’ 등이다. 이 시들은 지금도 대중 속에서 살아있다. 20대에 목표로 삼았던 미당과 김수영의 결합이 어느 정도 성공하지 않았나 싶어 다행이라 여긴다. -내 시는 노래 가사로도 많이 쓰였다. 대중가요와 가곡 등 합쳐 60여곡 정도가 노래로 만들어졌다. 가수 안치환씨와는 몇 해 전부터 ‘안치환, 정호승을 노래하다’라는 콘서트를 한 달에 한 번꼴로 열고 있다. 가장 처음 노래로 나온 건 이동원씨가 부른 ‘이별노래’다. 음악에 문외한이지만 그 곡에 가장 애착이 간다. 안치환씨가 불렀던 ‘풍경 달다’, ‘우리가 어느 별에서’도 좋아한다. 김광석씨가 불렀던 ‘부치지 않은 편지’, ‘수선화에게’ 등도 기억에 남는다. -‘시는 노력이 아닌 선천적인 감각의 산물’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나에게 시는 철저히 노력의 산물이다. 내가 시를 쓰면서 100번이고 200번이고 마음에 들 때까지 고치는 건 그래서다. 어떤 사물이나 현상, 인간의 삶 등을 접하고 그 이면을 보려면 자신만의 노력이 필요하다. 시라는 산은 나에게 다가오지 않는다. 내가 다가가야 한다. 내가 시라는 산을 찾아야 산에 있는 나무를 껴안을 수 있고, 산길도 걸을 수 있다. 칠레의 유명한 시인 파블로 네루다는 “시가 나에게 찾아왔다”고 말했지만 난 단 한번도 그런 경험이 없다. -신의 도움이 있다면 10년 뒤에도 열심히 시를 쓰고 싶다. 지금 가슴 속에 시상(詩想)이 많다. 생의 마지막에 ‘이걸 다 쓰지 못하고 죽어서 아쉽다’는 생각은 안 하고 싶다. ‘전(前) 시장’이나 ‘전 국회의원’은 있어도 ‘전 시인’은 없다. 시인은 언제나 현직이다. 항상 시를 써야 시인이다. 김태균 사회부장 windsea@seoul.co.kr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정호승 시인은 김소월, 서정주 등을 잇는 한국 문단의 대표적인 서정시인이다. 초·중·고 교과서에 그의 시가 20여편 실려 있고,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글판에도 지금까지 세 편의 시가 걸렸다. 그러면서도 그는 “시대와 현실의 목마른 척박함에 발을 대고 서 있지만 위로 하늘을 향해 열려 있는”(김승희 서강대 교수·문학평론가)자세를 꿋꿋이 유지하면서 김수영의 참여 정신을 서정의 틀로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별들은 따뜻하다’ 등의 따뜻한 시로 힘든 사람들에게 위안과 희망의 손길을 건넸다. 대표 시선(詩選)으로는 ‘슬픔이 기쁨에게’, ‘서울의 예수’,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등이 있다. ▲대구 계성중·대륜고 ▲경희대 국문학 학사·석사 ▲대한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1973년) ▲소월시 문학상(1989년) ▲정지용 문학상(2000년) ▲한국가톨릭문학상(2001) ▲상화시인상(2006) ▲공초문학상(2008년)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