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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꾸미도 예쁘게 요리해야 맛있죠”‘…요리공작소’ 진행 푸드 스타일리스트 정신우

    곱상하게 생긴 청년이 앞치마를 두른 채 능숙한 솜씨로 주꾸미를 데친다.“주꾸미는 모양이 예뻐 장식용으로 쓰이기도 하죠.외계인을 닮았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요.” 이어 두 손을 들어 배배 꼰다.“이렇게 다리가 말려올라가면 다 익은 거예요.” 요리를 하면서도 잠시도 쉬지 않고 온갖 손동작과 재치 넘치는 입담을 선사하는 정신우(32).3일부터 케이블 푸드채널 ‘정신우의 요리공작소’의 진행을 맡은 그는 탤런트 출신의 남성 1호 푸드 스타일리스트다. 푸드 스타일리스트가 뭘까.아직은 낯선 이 직업에 대해 그는 “테이블 세팅,요리 등 음식과 관련된 모든 것을 하는 직업”이라고 설명했다.“부모님을 설득하는 데도 1년이 걸렸어요.한참 설명을 드리면 ‘그래서 요리한다고?’라고 말씀하셨죠.” 밥하고 국 끓이는 데 무슨 ‘스타일’이 필요할까 싶은,게다가 ‘남자가 무슨 요리?’라는,우리네 정서에서는 꽤 용기있는 도전인 셈이다.94년 KBS 드라마 ‘갈채’로 데뷔했고,98년 MBC 27기 공채 탤런트로 활동하던 그는 2001년 “전문성을 키우고 싶어” 어릴 때부터 관심있던 음식 쪽으로 눈을 돌렸다.전문학원을 다니고 프랑스,이탈리아 연수도 다녀왔다. MBC ‘마지막 전쟁’에서 여대생을 따라다니는 석찬,‘상도’의 포도대장 등의 역할을 보면 그의 탤런트 시절이 화려했던 것은 아니다.하지만 직업을 바꾼 뒤 그는 요즘 ‘잘 나가는’ 중이다.패션쇼·기업파티의 테이블 세팅 주문이 밀리고,여러 잡지에서 푸드 칼럼니스트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왠지 우아한 직업일 듯한데 그의 주무대는 시장이란다.“성공하려면 아줌마가 돼야 해요.시장에는 아이디어가 널려 있죠.” 상추를 뜯어 된장에 쓱쓱 비벼 먹는 게 가장 맛있다는 그는 “우리 먹거리의 전통을 잇는 것”이 꿈이다.오리엔탈 푸드 레스토랑을 경영해,해외 체인을 내고 싶다고 했다. 이번 프로그램에서 그는 밥 짓고 국 끓이는 기본부터 파티 상차림까지,가정에서 손쉽게 할 수 있는 음식의 모든 것을 보여줄 예정이다.음식의 유래,와인 감식법,잡지 사진을 재활용한 테이블 세팅,그릇 사용법,시장 정보 등 ‘비장의 무기’도 공개한다.잘 생긴 총각이 펼쳐낼 음식 정보의 향연.‘아줌마’들 살맛 나겠다. 김소연기자 purple@
  • 클로즈 업/ KBS1 ‘한국의 세대보고서’ 세대갈등 매듭 어떻게 풀까

    지난 대선을 계기로 세대갈등은 우리 사회의 절실한 화두로 떠올랐다.근현대사의 격랑을 헤치며 적잖은 갈등을 경험한 우리에게 세대간 단절과 대립의 극복은 이제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각 세대는 뚜렷이 구분되는 가치를 갖게 됐고,이제는 허물기 힘든 벽으로 서로를 가로막고 있다. KBS1이 공사창립 30주년 특집 프로그램으로 마련한 ‘2003 한국의 세대 보고서 3부작’(오후 8시)은 이같은 세대간 갈등을 풀고 화합의 장으로 나아가자는 의도로 기획됐다.5060·3040·1020세대로 나눠 각 세대의 솔직한 이야기를 듣는 현장 토크와 그 시대의 모습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를 섞어 진행한다. 세대간의 의식과 한국사회의 현안을 바라보는 시각 차이를 보여주는 설문조사 결과도 발표할 예정.제작진은 지난 2월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에 의뢰,전국에서 1000명의 표본을 추출해 전화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먼저 2일에는 제 1편으로 ‘한국의 5060세대’가 방영된다.전 기업간부·명예퇴직자 등 세대를 대표하는 평범한 인물 6명이 모여 속내를 털어놓는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의 핵심세력으로 경제성장을 이끌었다는 자부심을 가진 이들.하지만 외환위기와 지난 대선이후 상실감에 빠졌다.‘세대방담’과 더불어 한국전쟁,4·19와 5·16,베트남전,경제개발,유신 등 그 세대가 겪은 현대사를 조명한다. 김소연기자 purple@
  • SES 슈, SBS ‘스무살’로 본격 드라마 데뷔 “가수보다 연기자가 더 끌려요”

    운동복 차림에 선머슴처럼 시원시원스러운 목소리.“땀뛰! 땀뛰! 땀뛰로 오세요.” 작은 체구지만 강단이 있어 보이는 한 대학생이 동아리 신입생 모집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다.새달 3일에 첫 방영될 SBS 청춘드라마 ‘스무살’로 드라마에 데뷔하는 SES 출신 슈(23)가 바로 그 주인공. 강원대 캠퍼스의 촬영현장에서 만난 그녀는 극중 인물처럼 털털하고 씩씩했다.“실제 성격과 비슷해요.원래 여자친구든 남자친구든 포장마차에서 인생 상담해 주는 게 제 전공이거든요.” 슈가 맡은 수영은 대학 2학년생으로 레포츠 동아리 땀뛰의 의리파.내숭을 떨 줄 모르는 성격 때문에 남자들조차 가장 편한 친구로 여긴다.하지만 ‘킹카’ 준(공유)이 수영을 사랑하면서 관계가 꼬인다.극의 초반부에는 별로 부각되지 않는 인물. 바로 주연으로 투입되지 않아 기분이 상했을 법도 한데,프로답게 제법 여유가 있다.“오히려 연기를 배울 수 있어서 좋아요.감춰졌다가 나중에 떠오르는 역할이 더 매력적이던데요.” 그녀에게는 이제 말하고 입고 먹고 자는 생활의 모든 것이“연기 연습”이다.“평소에도 하나하나 신경 써요.그 때 그 때 감정에 따른 말투나 표정 등도 기억하려 노력하고요.” 슈는 올해 설날특집으로 방영된 MBC TV 가수극장 ‘가문의 영광’으로 브라운관에 데뷔했지만,본격 드라마는 이번이 처음이다.하지만 지난해에는 일본에서 공연된 한·일 합작 뮤지컬 ‘동아비련’에 출연하기도 했다.연기를 계속할 결심을 굳힌 것도 그 때부터.자신의 연기를 보면서 울고 웃던 10만여명의 관객들을 보며 “연기의 매력에 눈을 떴다.”고 말했다. TV드라마와 뮤지컬 중 뭐가 더 어려울까.“TV드라마는 한꺼번에 찍기 때문에 감정선을 연결하기가 쉽지 않아요.머리가 더 복잡해지는 것 같고요.하지만 섬세한 표정연기가 가능해 뮤지컬 못지않은 매력이 있더라고요.” 이제는 본업인 가수보다 연기자가 더 끌린단다.“연기자가 생명이 길잖아요.이제부터 제대로 공부해야죠.” 가장 존경하는 연기자는 황신혜.가정과 일에 모두 열심인 모습이 멋있다고 했다.“저도 그런 당당한 엄마가 되고 싶어요.” 물론 솔로로 가수활동도 계속할 생각이다.중국 진출을 위해 중국어도 배우고 있다. 지난해 12월 해체한 그룹 SES에 대한 미련은 없을까.“결성 때부터 가장 아름다울 때 각자의 길을 찾자고 했어요.그 때가 온 거죠.지금도 서로에게 가장 든든한 후원자예요.” 3자가 두 번 들어가는 날이 첫 방송 날짜라 “느낌이 좋다.”는 그녀.과연 그 느낌처럼 스무살 청춘의 푸릇푸릇함을 시청자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일일드라마로는 오랜만에 야심차게 선보이는 청춘물인 만큼 그녀의 몫이 결코 작지 않다. 춘천 김소연기자 purple@
  • ‘동갑내기‘ 원작자 최수완씨, KBS ‘문화충돌’ 안정효씨와 논쟁

    “인터넷 문학이 쓰레기라고요? 속어체로 쓰여진 한림별곡,박지원의 소설 모두 당시엔 무시당했습니다.하지만 지금은 아무도 작품이 뛰어나다는 데 이의를 달지 않죠.” 3주째 박스오피스 정상을 달리는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원작자 최수완(24)씨가 대선배인 소설가 안정효씨와 ‘한 판’ 붙었다.결과는 최씨의 판정승. 최씨는 KBS 코리아의 개국 1주년 특집방송 ‘문화충돌 2030 대 5060’에 출연해 똑부러지는 주장 끝에 안씨의 수긍을 이끌어냈다. 손만 놀리고 머리는 굴리지 않는다며 인터넷 문학의 가벼움을 비판하던 안씨가 “별개의 장르로 인정해야 한다.”며 한 발 물러선 것.“물론 기쁘죠.평소 존경해 왔던 선생님이거든요.” 영화 ‘동갑내기…’의 원작은 최씨가 인터넷에 연재한 ‘스와니-동갑내기 과외하기’. 98학번으로 가톨릭대에서 영문학과 국문학을 전공한 최씨는 실제로 동갑내기를 지도하면서 겪은 이야기 20편을 2000년에 올려,편당 1만여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영화는 무서운 기세로 이미 전국 관객 300만명을 넘어섰다. 이쯤되면 최씨도 돈방석에 앉지 않았을까.천만의 말씀이란다.“인센티브는 아직 모르겠고 처음 계약금은 대학 등록금 한번 낼 정도예요.그래도 이렇게 인터뷰도 하고,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을 많이 얻었죠.” 대학 때도 과외하느라 소개팅,미팅 한 번 못해 봤다는 최씨는 지금도 과외를 하며 학비를 벌고 있다. 그래도 앞날은 환하다.여러 영화사에서 러브콜이 쏟아진다.최씨는 이미 써놓은 4∼5편의 시놉시스 가운데 한 편을 골라 시나리오로 쓸 예정이다.새 학기부터는 이화여대 국문과 대학원 석사과정에서 현대문학을 전공한다.“욕심이 많아서 뭘 할지 모르겠지만,평생 글은 쓰고 살 거예요.” ‘문화충돌…’은 다른 세대의 문화계 대표들이 만나 툭 터놓고 이야기를 나누자는 의도로 기획된 프로그램. 최씨와 안씨를 포함해 5060세대를 대표해 이윤택·엄앵란·오광수씨가,2030세대로는 남궁연·소이·김종휘씨가 출연한다.위성 첫 방송은 27일 오전 10시30분,KBS1은 28일 낮 12시15분이다. 김소연기자 purple@
  • 새영화 ‘투게더’시사회...촌부의 예술가 아들 키우기

    ***‘투게더'는 어떤 영화 가난한 아버지가 바이올린에 천재적인 소질을 가진 아들의 성공을 위해 분투하는 눈물겨운 스토리.상투적인 소재지만 거장 천카이거가 숨결을 불어넣자 모양새가 달라졌다.가슴을 헤집는 음악,각박한 도시를 따뜻하게 감싸는 촬영,긴장을 이완하는 웃음,개성이 살아있는 캐릭터 등 어디 하나 흠잡을 데 없는 영화가 탄생한 것. 영화 ‘투게더’(Together·새달 14일 개봉)는 천카이거의 다른 작품과 달리 현대 중국에 돋보기를 들이댄다.열세 살의 바이올린 천재 소년 샤오천.아버지는 베이징에 데려와 물불 안가리고 유명한 교수에게 샤오천을 데려가지만,샤오천은 바이올린을 팔아버리는가 하면 그만두겠다는 복장 터지는 소리만 하는데…. 아버지와 아들의 감동적인 스토리의 얼개 아래 그려지는 중국 사회는 과도기에 놓여 있다.외제 가전제품으로 오렌지주스를 갈아 마시고,TV로 미국 NBA농구를 즐기며 사는 사람들.샤오천이 베이징역에 서서 얼이 빠진 채 도시를 바라보듯,시골 출신 부자(父子)에게는 이 모든 것이 낯설다. 영화는옛것과 새것의 틈바구니에 낀 중국의 현실 속에서 과연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한다.다른 5세대 감독들과 마찬가지로 천 카이거가 제시하는 대답은 과거 지향적이다.장 이머우 감독의 ‘책상서랍 속의 동화’가 농촌마을에서 자본주의 사회가 잊고 사는 훈훈한 정을 끄집어냈다면,이 영화 역시 경쟁과 성공에 중독된 중국 사회에서 진정한 행복이란 가족애와 사랑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현실 비판적인 중국의 6세대 감독들의 입맛에는 안 맞겠지만,이 거장 감독이 만든 세계는 만만치 않다.영화를 보다보면 삐딱한 관객조차 눈물을 흘리지 않고는 못 배기고,그러면서도 슬프기보다는 가슴이 따뜻해진다.이래저래 영국 영화 ‘빌리 엘리엇’과 닮은 이 영화는 굳이 현대 중국이라는 배경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보편적인 정서로 관객에게 다가선다. 마지막 장면이 압권이다.베이징역에 선 샤오천이 아버지를 위해 눈물을 흘리며 바이올린을 켜는 장면은 가슴이 저려올 정도.같이 경쟁하던 여자아이의 콩쿠르 장면이 교차편집 되면서,과연 어떤 것이 더 의미있는 삶일까라고 반문하는 감독의 목소리가 화면에 짙은 감동으로 묻어난다. 샤오천 역의 탕 윤은 실제 시골에서 대도시로 올라와 바이올린을 공부하는 소년.평범한 외모 속에서 내면의 깊이를 끌어내는 완벽한 연기를 보여줬다. 김소연기자 purple@kdaily.com ***천카이거 감독 내한 나이를 먹은 탓일까.“현대 중국에 관심이 많아졌다.”고 말하는 천카이거(51) 감독의 새 작품 ‘투게더’는 ‘패왕별희’‘현 위의 인생’ 등을 기억하는 관객에게는 낯설다.하지만 비록 소재의 폭은 좁아졌을지 몰라도,시선은 한층 원숙해졌다.시사회가 끝난 뒤 만난 천카이거의 첫인상 역시,날카로운 장 이머우와 달리 넉넉해 보였다.한국 방문은 이번이 다섯 번째. 아이디어는 우연히 본 TV다큐멘터리에서 얻었다고 했다.“한 아버지가 아파트 앞에 앉아 있다가 행인에게 아들의 연주라고 자랑하는 장면이 눈에 띄었다.중국에서는 바이올린을 가르치려면 경제적 부담이 크다.그러한 부모의 희생을 담아내고 싶었다.” 국제대회에 나갈 기회를 포기하고 소년이 아버지를 위해 연주하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라고 말하자 “현대 중국은 과도기의 몸살을 앓고 있다.돈을 많이 버는 것과 행복 가운데 행복을 따르라는 주제를 마지막 장면에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음악이 무엇보다 감동적이었다는 지적에는 “음악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기 때문에 좋아한다.”면서 “클래식뿐만 아니라 로큰롤도 자주 듣는다.”고 대답했다. 그는 한국 스태프와의 작업이 즐거웠다고 몇번이나 강조했다.“범아시아적인 작업이 아시아영화의 영향력을 키워줄 것”이라면서 “특히 김형구 촬영감독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치켜세웠다.이번 영화에는 ‘봄날은 간다’‘무사’의 김 촬영감독과 이강산 조명감독,의상디자이너 하용수 등이 참여했다.다음 작품이 될 ‘몽유도원도’에서도 같이 일할 생각이다. ‘투게더’를 볼 때마다 눈물을 흘린다는 그는,지금까지 자신이 만든 영화에 99%는 만족한단다.거장의 자신감이 부러울 정도.소년의 두번째 스승인 유 교수로 출연하기도 한 그는 “카메라 앞에서 떨어본 적이 없다.”며 배우로서도 자신만만해 했다. 영화 속에는 국내 배우 김희선의 사진이 등장한다.굳이 그 사진을 쓴 이유를 물었다.“중국에서는 김희선의 사진을 들고 성형외과를 찾는 사람이 많다.(웃음)소년의 이루어질 수 없는 첫사랑을 비유하는 데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소년이 동경하는 릴리 역의 첸 훙은 감독의 아내로,이번에 함께 내한했다. 김소연기자
  • ‘쇼쇼쇼’ 시사회를 보고나서

    한 집에 오순도순 모여 다함께 TV를 보고,‘덜덜’ 지나가는 소독차가 마을을 희뿌옇게 가리고,‘폴폴’ 날리는 색종이 아래 고적대의 축하 퍼레이드가 거리를 수놓던 시절.영화 ‘쇼쇼쇼’(28일 개봉·제작 도레미픽쳐스)는 기억조차 희미한 1977년으로 관객들을 초대한다.하지만 한 발 늦었다.확실하게 웃겨주든가,아니면 과거를 조명하는 시각에 새로움이 있든가.이도저도 아닌 영화는 지난해 ‘해적,디스코왕 되다’‘남자 태어나다’류의 복고풍 영화와 별다른 차별성 없이 그저 젊은이들의 희망과 사랑에 방점을 찍는다.그것도 아주 촌스럽게. 서울 변두리에 살아가는 세 친구 산해(유준상)·상철·동룡.노름판에서 술집문서를 얻게 된 이들은 이곳을 칵테일 바로 꾸민다.여기에 술병을 돌리는 법을 가르치려 고적대의 윤희(박선영)가 가담한다.하지만 산해와 윤희가 사랑을 느끼면서,동네 건달을 거느린 윤희 아버지의 반대는 심해지고 가게도 어려움에 처한다.이들이 택한 최후의 수단은 ‘쇼쇼쇼’에 출연하는 것. 멜로는 진지하고,코미디는 유치하며,액션은 칙칙해 물과 기름처럼 서로 겉돈다.적절한 강도를 유지하면서 멜로와 코믹과 드라마를 잘 섞어 통일성을 만들어야 할 감독의 연출력이 아쉽다.병 돌리느라 참 고생많았을 배우들,그래도 박수를 쳐주기에는 부족하다.‘불후의 명작’조감독 출신인 김정호의 감독 데뷔작. 김소연기자 purple@
  • 이윤택式 신파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 개봉박두

    굿·마당극을 도입한 연극,고전극을 새롭게 해석한 뮤지컬,연극 ‘오구’의 영화화….끝없는 실험으로 ‘문화 게릴라’라는 별칭이 붙은 연출가 이윤택이 올해는 신파극으로 포문을 연다.작품은 1930년대 동양극장에서 초연된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 이윤택까지 돈벌이에 나선 건 아니냐고?걱정할 필요는 없다.해마다 겨울이면 고정 레퍼토리로 올라가는 방송3사의 신파극에 불만을 품고 야심차게 준비한 무대니까. 사실 이씨는 ‘사랑에…’를 95년에 무대에 올린 바 있다.최근 상업주의 신파극의 인기가 절정에 다다르자 “올해를 한국 대중극 복원의 해로 삼겠다.”며 8년 만에 다시 나선 것.그는 “요즘의 신파극은 유형적 인물,상투적 대사,판에 박힌 사건 전개로 개연성 없는 웃음과 눈물을 강요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최근 ‘연극작업-한국 근대 대중극의 이해’라는 저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그가 올릴 ‘사랑에…’는 뭐가 다를까.큰 줄거리만 보면 보통의 신파극과 크게 다르지 않다.부모를 여의고 오빠의 학비를 대기 위해 기생노릇을 하는 홍도.홍도를 사랑하는 대감집 아들 광호는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신여성인 약혼녀 혜숙 대신 홍도와 결혼한다.하지만 광호가 중국으로 유학을 간 사이 홍도는 부정한 여자로 오해를 받고,친정으로 쫓겨난다.억울한 누명을 견디다 못한 홍도는 혜숙을 찌르게 되는데…. 여느 신파극 못지않게 관객의 눈물을 쏙 빼는 내용이지만 인물 하나하나를 분석해보면 만만치 않다.낭만적인 허위의식에 갇혀 있는 지식인 광호,근대의 탈을 쓴 구체제의 유산계급 혜숙,조선시대 춘향의 현신인 홍도 등 한국 근대식민사회의 구조와 계급의식이 한겹한겹 쌓여 있는 것.이윤택은 이 작품을 “근대화를 맞이하는 한국 사회의 상황을 압축해서 보여주면서 사회의식을 눈물과 웃음이라는 대중성으로 표현한 근대극의 고전”이라고 평했다. 무대 위에서 이 내용은 한국 근대 대중극이라는 옷을 입는다.감정 과잉의 우스꽝스러운 연기가 아닌 절제된 양식화를 살려내겠다는 것이 연출 의도.높은 톤이지만 맑고 품위있는 화술을 구사하고,캉캉춤·차력·마술·불쇼 등 다양한막간극도 그대로 선보인다.특히 노년층 관객들에게는 ‘홍도야 울지마라’ ‘애수의 소야곡’ 등 18곡의 흘러간 가요를 듣는 재미가 쏠쏠할 듯. 배우는 대부분 이윤택이 이끄는 연희단거리패 단원들.변사 및 시아버지 역으로 탤런트 전성환씨가 무대에 서며,50년대 백조가극단에서 활동한 원희옥 여사도 특별 출연한다.한편 이윤택은 9월쯤 대중극 ‘명동 블루스’를 또다시 선보일 예정이다.새달 1∼23일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02)790-6295. 김소연기자
  • 인류 오만 질타하는 ‘꿈의 무대’ 1인극 ‘달의 저편’

    전통적인 연극 양식에 테크놀로지를 도입,현대 연극계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연출가로 평가받는 캐나다 출신 로베르 르파주가 새달 13∼15일 처음으로 국내 무대를 찾는다. 이번에 선보이는 공연은 1인극 ‘달의 저편’.2000년 초연작으로 런던 타임아웃상,이브닝 스탠더드상 등을 휩쓴 화제의 작품이다.주인공은 지역 TV방송국에서 기상캐스터로 성공적인 삶을 누리는 앙드레와,주말마다 텔레마케터로 일하며 우주여행의 문화적 영향에 대한 논문을 준비하지만 실은 비행기조차 타 본 적 없는 필립.한 명의 배우가 연기하는,닮은 듯한 두 형제는 60년대 미국과 소련처럼 서로 으르렁댄다. 르파주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건 이 단순 명확한 인물 안에 다양한 의미를 담아 낸다는 데 있다.형제의 충돌·갈등·화해의 이야기를 미국과 소련이 벌이는 치열한 우주 개발 경쟁의 역사에 빗대어,인간이 만들어낸 역사 자체를 한 발자국 떨어져 관조하게 하는 것.마치 먼 달에서 바라보듯,인간들은 서로 적대적인 관계지만 꼭 닮은 모습이다. 가장 뛰어난 것은 무대언어.첨단 프로젝션과 특수효과로 평범한 생활용품들이 순식간에 색다른 사물로 변하고,무대도 일상과 초현실적 공간을 넘나든다.익숙하게 느껴지던 사물이 갑자기 낯선 존재로 다가오면서 상상력이 날개를 펴고,관객들은 혹시 백일몽을 꾸고 있지는 않은지 자문하게 된다.영국의 가디언지는 “저 우주에 지적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우리 인간에 대해서는 시원찮게 생각할지 모르나 이 연극에는 감탄을 금치 못할 것”이라고 평했다. 캐나다가 자랑하는 연출가 르파주는 아방가르드 연극의 대가로 일컬어지는 세계적 거장.연극,오페라,영화를 넘나드는 전방위 예술가로 89년에는 드니 아르캉의 영화 ‘몬트리올 예수’에서 배우로 출연하기도 했다.92년에는 북미 연출가 가운데 최초로 영국 로열 시어터에서 셰익스피어의 ‘한여름밤의 꿈’의 연출을 맡았다. 2001년 캐나다 하버프론트 센터는 현대무용가 피나 파우시,영화감독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극작가 해럴드 핀터,록 뮤지션 피터 가브리엘,뮤지컬 작곡가 스티븐 손드하임과 함께 르파주를 세계를 이끌어가는창조적인 리더로 선정,이들의 업적을 기리는 5주간의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두 형제와 이들의 어머니,의사 등 여러 역할을 소화하는 배우는 프랑스의 이브 자크.줄리엣 비노시 주연의 영화 ‘길로틴 트래지디’의 해군 소장역으로 국내 관객들에게도 낯익은 얼굴이다.음악은 아방가르드 음악의 선두주자인 미국의 로리 앤더슨이 맡아 전자음의 몽환적인 세계로 이끈다. 지식의 축적으로 우주와 삶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게 된 인간들.근대적 사고의 오만을 시적 언어로 비꼬는 포스트모던 예술가 르파주의 무대에 빠져보자.13·14일 오후 8시,15일 오후 4시.3만∼6만원.LG아트센터(02)2005-0114. 김소연기자 purple@
  • 뮤지컬 ‘지하철1호선’ 새달6~8일 홍콩아트페스티벌 초청

    록뮤지컬 ‘지하철 1호선’이 새달 6∼8일 제31회 홍콩아트페스티벌 무대에 선다.국내 공연예술이 공식으로 초청받기는 97년 임진택의 판소리 ‘오적’이래 두번째. 94년 초연된 김민기 연출의 ‘지하철…’은 1744회의 공연을 통해 38만여명이 관람한 장기 흥행작.옌볜 처녀의 눈을 통해 바라본 서울의 모습을 담았다.극단 학전측은 1118석 규모의 APA 리릭 극장에 오를 이번 공연을 위해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영상작업을 강화했다고 밝혔다.보완작업의 비용은 문화관광부와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지원했고,홍콩 도착 이후의 경비는 페스티벌측에서 부담한다. 홍콩 공연에는 공연이 끝난 뒤 관객들과 연출가 김민기,홍콩 독일문화원의 초청으로 홍콩을 방문하는 독일의 원작자 폴커 루드비히와의 대화의 시간이 마련돼 있다.홍콩 공연의 좌석은 90% 이상이 예매된 상태. 3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홍콩 아트페스티벌은 영국의 에든버러,독일의 바이로이트,프랑스의 아비뇽 페스티벌에 버금가는 국제 규모의 축제.음악·연극·무용·전시 등의 분야에서 전세계 최고 예술가들이 모인다.올해도 재즈 음악가 허비 행콕,아방가르드 연극 연출가 로베르 르파주,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 등의 공연이 올려진다. 김소연기자
  • 연극 ‘늘근 도둑 이야기’로 복귀하는 명계남

    “로또에 당첨되면 성형수술이나 할랍니다.” 얼굴로 먹고 사는 배우가 이게 무슨 소린가.하지만 이내 고개가 끄덕여진다.한동안 배우가 아니라 정치 일선에 나서 세인의 입방아에 오르락내리락 했으니 부담스러울 만도 할터.“이제 내 갈 길을 가겠다.”며 첫 복귀작으로 연극 ‘늘근 도둑 이야기’를 택한 명계남(50)씨를 대학로의 한 연습실에서 만났다. “제발 제 인터뷰 기사를 정치면이 아니라 문화면에 써 주십시오.” 주문과는 달리,그가 최근 주목을 받는 건 단지 ‘명배우’라서가 아니다.‘노사모’의 핵심인물로 활동하면서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의 일등공신 역할을 톡톡히 해냈기 때문.그 뒷얘기가 궁금해지는 것은 당연하다.“연예인이 특정 후보를 지지했으니 세인들의 주목을 받는 건 당연하지요.하지만 선거운동에 참여한 공으로 당연히 한 자리 꿰찰 것이란 억측은 정말 싫습니다.” 연예인을 떠나 단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치적 발언을 한 것뿐인데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는 항변.공직에 거론되고 있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한번도 제의받은 적 없다.”며 펄쩍 뛴다.“공인이란 사회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이에요.저는 돈도 벌어야 하고 영화도 해야하고….청문회를 통과할 자신도 없어요.능력이 된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죠.” 그러면서도 정치적 활동을 완전히 접은 것은 아니란다.일반시민으로,또 ‘딴따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했다.“스크린쿼터 운동 때 4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영화인들을 도왔어요.그런데 외국인 노동자 돕기 바자 같은 데에 유명 배우가 나타나기나 합니까.한 두 시간 얼굴만 비쳐도 도움이 될 텐데….저는 그런 일들을 하고 싶어요.” 언론개혁·스크린쿼터 운동에도 계속 참여할 생각이다. 새 정부의 과제를 묻자 “이건 자신있다.”며 정치인 뺨치는 연설을 술술 풀어간다.“WTO의 통상압력에 맞서 문화적 자주권을 지켜야 합니다.영화가 산업기반을 조성하고 있는 이 때에 개방을 한다면 다 무너지죠.” 그는 사실 현재 연극인이라기보다는 영화인이다.이스트필름 대표로서 이창동 감독의 모든 영화를 제작했고,지금은 배우 방은진의 감독 데뷔작과 돈 되는 영화 2편을 준비하고 있다. 배우,광고 카피라이터,영화제작자,사회운동가….끊임없이 새 영역을 개척하는 도전정신은 어디서 나올까.“하고 싶은 것이 많아 이곳저곳 기웃거리다 보니 그렇게 됐다.”며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성공한 게 없다.”고 엄살을 떤다. 복귀작으로 연극 ‘늘근…’를 택한 이유는 “불러줘서”라고 했다.“대선 뒤 러브콜은 처음이에요.‘누구 지지자’라고 찍혀있는데,누가 저를 부릅니까.그냥 누워서 낄낄대며 쳐다보는 대상이 되기는 이제 글렀죠.” 이번 연극은 두 도둑이 엄청난 부와 권위를 자랑하는 ‘그 분’의 미술관을 터는 이야기.‘거기’로 흥행 열풍을 몰고 온 연출가 이상우의 작품이다.86년 초연작으로,명씨는 96년에 이어 두번째로 더 늙은 도둑역을 맡았다.“애드리브가 많아 매번 다른 공연이 될 겁니다.편하게 웃다가 가세요.” 연습에 들어가자 곧바로 엉거주춤한 자세로 두리번거리는가 싶더니,숨이 꼴딱 넘어가는 소리를 내고,손을 들었다놨다 하며 좋아하는 그에게서 대선 선거운동 때와 다름없는열정이 뿜어져 나왔다.새달 1일∼4월27일 동숭아트센터 소극장(02)762-0010. 글·사진 김소연기자 purple@
  • 디지털영화 ‘삼국지’한·일·이란 세감독 도전장 전주국제영화제 제작 지원

    박기용 감독,일본의 아오야마 신지 감독,이란의 바흐만 고바디 감독이 디지털영화에 도전장을 냈다.4월25일부터 열흘간 열릴 2003전주국제영화제 관계자들은 최근 서울아트시네마에서 ‘디지털 삼인삼색’의 제작발표회를 가졌다.이 영화제 첫회부터 함께 한 ‘디지털…’은 세 감독에게 작품당 5000만원씩을 지원,각각 30분씩 제작한 디지털영화를 모아 상영하는 영화제의 핵심 프로젝트다. 지난해 개봉한 ‘낙타(들)’로 프리보그 국제영화제 최우수작품상과 각본상을 수상한 박기용 감독은 이번이 두번째 디지털 작업.‘디지털 탐색(探索)’이라고 이름 붙인 이번 작품에는,디지털 작품 의뢰를 받은 뒤 ‘무엇을 어떻게 담아야 하나.’를 고민하고 찾아가는 과정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찍는다. ‘유레카’로 2000년 칸 영화제 국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한 일본의 신예 아오야마 신지 감독은 ‘처마 아래 무법자’를 선보인다. 제작발표회에 참여하지 못한 이란의 바흐만 고바디 감독은 ‘취한 말들의 시간’으로 2000년 칸 영화제 국제비평가협회상과 황금카메라상을 거머쥔 실력파.영화제측은 예년과 달리,올해의 ‘디지털…’에서 상영된 영화의 일반 극장 개봉을 추진할 예정이다. 김소연기자
  • [시네 드라이브] 베를린 울린 ‘동승’ 눈물겨운 촬영기

    제 53회 베를린영화제 아동영화제에 초청돼 호평받은 영화 ‘동승’.지난주 ‘동승’의 주경중 감독과 함께 한 베를린영화제 동행이 가볍지만은 않았다.영화가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이,그야말로 한 편의 드라마였기 때문이다. 99년부터 촬영에 들어갔지만,기획단계까지 합하면 제작기간은 총 7년.제작비 20억원은 기본이고 한 편을 완성하는데 1년도 채 안 걸리는 요즘 한국영화의 제작 환경과 비교할 때,겨우 7억원이 없어서 제작기간이 길어졌다는 사실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하지만 ‘동승’의 제작과정은 이 땅에서 상업영화의 시스템에 들어가지 않은 채 영화를 만드는 게 얼마나 지난한 과정인지를 잘 보여준다.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꼬마 스님의 이야기 ‘동승’.이리저리 뒤집어봐도 상업영화 코드와는 한참 거리가 있다.코미디도,액션도,멜로도 아닌 이 영화에 예상대로 투자자가 나서지 않았고,주 감독은 발로 뛰며 돈을 구해야 했다.아버지의 집을 담보로 융자를 받고,전셋집은 아내 몰래 월세로 바꿨다. 돈이 생기면 찍고 없으면 쉬면서 촬영을 진행했지만,첫 촬영당시 초등학교 4학년이던 주인공 김태진군이 한창 자랄 나이여서 마냥 느긋할 수만도 없는 처지였다.사채를 얻고,신용카드 10개를 만들어 돌려막기도 여러번.겨우 돈을 마련해 촬영장에 가면 헌팅할 때와 배경이 달라져 애를 먹기도 했다. 계절이 바뀌면 1년을 기다리고, 200만원을 구하기 위해 전화 40통을 걸어야 했던 적도 있었다. 스타도 없고 이름난 제작사의 작품도 아닌 영화 ‘동승’이 지난해 완성과 동시에 개봉을 했다면 1∼2주 단관 개봉에 그쳤을 것이다.하지만 시카고·상하이·베를린영화제 등 해외 유수영화제에 잇따라 초청받으면서 이제 상황은 달라졌다.원금을 투자로 바꿔달라는 사채업자도 생겼다.그렇다고 전망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돈 놓고 돈 먹는’ 영화시장에서,해외영화제 초청 소식만으로 배급업자들이 두 손 들고 환영할 리가 만무하기 때문. 시덥지도 않은 영화에 수십억원씩 쏟아붓는 현실에서,꿋꿋이 보통의 상업영화와는 다른 감동을 만들어 낸 ‘동승’이 4월 국내 개봉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뒀으면 한다.그보다먼저,상업영화 제작 시스템 밖에서 만들어진 영화들이 안정적으로 관객과 만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길 바란다. 김소연기자 purple@
  • “관객수를 숨겨라” 박스오피스 파행

    영화인회의 배급개선위에서 운영하는 박스오피스 집계가 한동안 잘 굴러가는가 싶더니,기어이 ‘파행’을 맞았다.3주째 CJ엔터테인먼트가 주말 관객수를 공식 발표하지 않은 데 이어 콜럼비아·월트디즈니·코리아픽처스 등 국내외 메이저 배급사들까지 가세한 것. 영화가에는 이번 사태가 ‘영웅’의 배급사가 관객수를 부풀렸다는 의혹에서 시작됐다는 ‘설’이 유력하다.‘캐치 미 이프 유 캔’을 배급하는 CJ엔터테인먼트측은 “배급개선위가 각 배급사에 전화로 물어본 뒤 관객수를 그대로 올려 신빙성이 없다.”면서 “실제로 파악이 어려운 전국의 관객수까지 발표해,각 영화사는 배급개선위의 이름을 빌려 마케팅과 광고에 이용하는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며 공개거부의 이유를 밝혔다. 배급개선위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교적 수치가 정확한 서울과 5개 광역시의 관객수만을 발표하는 새로운 집계방식을 추진중이다.하지만 간단치 않다.몇몇 배급사는 여전히 “통합전산망이 확보되기 전에 굳이 배급개선위가 공신력을 내세워 박스오피스를 밝힐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사실 통합전산망이 확보되지 않는 한 정확한 관객수를 집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통합전산망만 확보된다면 배급사가 일일이 입회인을 극장에 넣어 티켓 발매 상황을 파악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고,한국영화의 정확한 수치가 자료로 남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언제 터질지 모르는 박스오피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만큼은 통합전산망 확보의 오랜 숙원이 해결되기를 다시 한번 기대한다.이런 소동과 관계없이 지난주에 이어 부동의 1위는 서울 주말관객 12만명의 ‘동갑내기 과외하기’다. 김소연기자 purple@
  • 재미 듬뿍 교훈 한아름,연극.뮤지컬 보며 새학기 준비해볼까

    언제 끝날까 싶던 긴 겨울이 거의 다 지나가고,새 학기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겨울방학동안 시간만 질질 끌다가 아이들에게 공연 한 편 못 보여줬다면,봄방학을 겨냥한 어린이·청소년용 공연에 관심을 가져보자.겨울방학 초보다 수는 적지만,짭짤한 공연물이 여전히 어린이·청소년들에게 손짓하고 있다. ●어린이에게 재미와 교훈을 TV 만화영화로 잘 알려진 로봇 큐빅스가 무대에 나타났다.새달 16일까지 세종문화회관 컨벤션센터에서 계속될 창작뮤지컬 ‘큐빅스 대모험’은 만 3세 이상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작품.21세기 미래도시 버블타운에 이사온 주인공 하늘이와 로봇 큐빅스의 모험을 담았다.친구들의 우정과 꿈이라는 교훈적인 주제,다양한 로봇 캐릭터와 미래 의상 등 볼거리,랩·힙합 등의 흥겨운 노래가 어우러졌다.‘개그콘서트’의 김지혜와 허무개그의 주인공 손헌수가 출연한다.(02)3442-0747. 영어 교육의 열풍을 반영하듯 영어 공연도 여럿 올라간다.우선 미국의 어린이 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리트’의 출연진이 만든 영어 인형 뮤지컬 ‘하우스 오브 테일즈’가 28일까지 코엑스 그랜드 콘퍼런스룸에서 공연된다.인간과 동물들이 갈등을 겪다가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는 이야기.살아있는 듯한 인형들의 깜찍한 연기가 볼 만하다.지난해 에미상 어린이 부문 감독상을 수상한 짐 마틴이 연출했다.(02)583-4564.창작 영어 뮤지컬 ‘어린왕자-지구여행기’도 21일∼새달 2일 아리랑 소극장 무대에 오른다.어린이가 직접 연기하고 노래도 부르는 무대.(02)3673-2086. ●청소년의 시각을 키워주자 어린이 공연이 ‘극성’부모들에 의해 호황을 누리고 있다면,청소년 공연은 상대적으로 찬밥 신세.극단 금병의숙은 청소년을 위한 뮤지컬이 거의 없다는 점에 착안,청소년의 감각에 맞는 뮤지컬을 선보인다.28일까지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소극장 무대에 오르는 ‘짱따!’는 ‘짱’이 되고 싶은 친구들과 ‘왕따’가 되고 싶지 않은 친구들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담은 성장 뮤지컬.퓨전밴드 맥이 들려줄 전통음악과 록을 넘나드는 라이브 음악이 흥에 넘친다.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고교생 배우와 성인 연기자들이 출연한다.(02)760-4800. 현직 교사들이 참여하는 교육극단 푸른숲은 22∼25일 한성아트홀에 연극 ‘조만득씨’를 올린다.조만득이란 인물을 통해 인간을 미치게 만드는 현실을 조명하는 동시에 행복의 의미를 탐색하겠다는 것이 기획의도.이청준의 원작소설에 충실하게 재연할 예정이다.(02)3426-0027.딸 부잣집에 태어날 막내딸을 둘러싼 해프닝을 통해 남녀 평등의식을 일깨우는 뮤지컬 ‘삼신할머니와 일곱 아이들’도 새달 2일까지 서울교육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02)730-3637. 김소연기자 purple@
  • 베를린영화제 대상 ‘이 세상에서’아프간 난민의 아픔 그려

    제 53회 베를린영화제는 반전(反戰)의 물결을 탔다.영화제 내내 할리우드 영화에 관심이 몰렸지만,15일 발표된 황금곰상은 아프가니스탄 난민의 아픔을 그린 유럽 영화 ‘이 세상에서’에게 돌아갔다.이라크가 제2의 아프가니스탄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확실하게 반전에 손을 들어준 셈이다. ‘이 세상에서’는 아프가니스탄 청년 두 명이 영국 런던으로 불법 이민을 시도하는 긴 여정을 디지털로 찍은 작품.영화제의 모토인 ‘관용의 지향’에 가장 적합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특히 디터 코슬릭 집행위원장은 영화제 직전 가진 인터뷰에서 “9·11테러 이후 달라지지 않은 우리의 현실을 엿볼 수 있는 영화가 바로 ‘이 세상에서’다.”라며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평론가들의 별점은 그다지 높지 않았으나,사회적 의미로 볼 때 납득할 만한 수상이라는 것이 현지 반응.영국 마이클 윈터바텀 감독은 토머스 하디의 소설을 각색한 96년작 ‘주드’로 국내 관객에게도 알려진 인물이다. 은곰상에 해당하는 심사위원 대상과 남·여우주연상은 균형을 맞추려는 듯 미국 영화에 돌아갔다.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어댑테이션’은 스파이크 존스 감독과 천재 작가 찰리 카우프만이 2000년 ‘존 말코비치 되기’이후 다시 의기투합해 만든 작품.할리우드 시스템에 대한 풍자가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들며 흥미롭게 전개된다. 남우주연상은 조지 클루니의 감독 데뷔작 ‘위험한 마음의 고백’에서 TV쇼 진행자이자 CIA요원으로 분한 샘 록웰이 차지했다.여우주연상은 스티븐 달드리 감독의 ‘디 아워스’에서 열연한 니콜 키드먼·메릴 스트립·줄리언 무어가 공동 수상했다. 감독상은 2001년 황금곰상의 주인공인 프랑스 감독 파트리스 셰로가 ‘형제’로 수상했다.‘형제’는 불치병에 걸린 한 남자가 동생과 만나 그들의 삶을 되돌아보는 영화.또 다른 경쟁부문인 아동영화제에 초청된 주경중 감독의 ‘동승’은 수상작에 들지 못했다. 김소연기자 purple@
  • 칸영화제 심사위원장 파트리스 셰로 감독 베를린영화제 금곰상 2번째 ‘노크’

    |베를린 김소연특파원|“베를린영화제를 사랑합니다.물론 또 상을 탄다면 더 좋아하겠죠.칸영화제는 제게 좀 인색했었는데,이제 심사위원장이 됐으니 복수하고 싶어요.”(웃음) 오는 5월 열릴 칸영화제의 심사위원장을 맡은 프랑스 감독 파트리스 셰로(58)가 11일 오전(현지시간) 베를린 포츠담광장 하얏트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셰로는 94년작 ‘여왕 마고’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중견 감독. 낯선 두 남녀의 성적 집착을 그린 ‘인티머시’로 2001년 베를린영화제 금곰상을 받은 그가 이번엔 영화 ‘형제’를 경쟁작에 올렸다.‘형제’는 갑자기 불치병에 걸린 한 남자가 동생을 찾아가는 이야기로,필립 베송의 동명소설이 원작.셰로는“고칠 수 없는 병이 인간을 어떻게 변하게 하는지 궁금했다.”고 작품 의도를 밝혔다. ‘인티머시’가 섹슈얼한 몸에 관심을 가진 데 비해 ‘형제’는 죽어가는 몸에 초점을 맞췄다.대조적이지만 몸을 통해 인간관계를 성찰한다는 점에서는 맥이 닿아 있다.최근 몸에 관심이 많은 셰로는 소설에서 영감을 받아 지난해 3월부터 6개월만에 후다닥 영화를 완성했다. “주인공은 병과 싸워서 이길 거라고 믿지만 그는 죽을 수밖에 없죠.삶은 이렇듯 거짓말 위에 놓여 있습니다.인간은 그 앞에서 연약해지는 존재이지만,그래도 삶을 지속하는 힘이 그 안에서 나오죠.”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았냐는 질문에는“물론 나도 형이 있다.”면서“그런데 그는 살아 있다.”고 재치있게 대답했다. 아버지가 화가여서 자연스럽게 어려서부터 그림을 배웠다는 그는,이번 영화에도 르네상스 화풍의 그림을 삽입해 주목을 끌었다.연극·오페라 연출가로도 유명한 셰로는 지금까지 ‘호프만의 이야기’ ‘반지’ ‘룰루’ 등을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purple@
  • 베를린영화제 중간결산/미국영화 우대 ‘할리우드 잔치’

    |베를린 김소연특파원| 제53회 베를린영화제의 화제는 단연 할리우드 스타들.11일(현지시각) 현재 공식 경쟁작 22편 가운데 시사를 마친 영화가 12편.분위기를 띄운다며 미국영화 5편(미·영 합작 포함)을 먼저 선보여,‘풍성한 할리우드 잔치’라는 비아냥도 터져나온다. ●영화제 모토는 ‘관용’ 하지만 이번 영화제의 모토는 ‘관용의 지향’.2년째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디터 코슬릭은 “지난해에는 9·11테러 이후 사회적 현실을 반영한 영화를 여럿 선보였다.”면서 “올해도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국경을 넘는 사람들,삶과 노동의 조건 등에 주목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미국영화가 영화제의 꽃이라면,이같은 모토에 맞춘 문제작들은 뿌리인 셈.‘주드’로 잘 알려진 영국감독 마이클 윈터바텀의 ‘이 세상에서’는 아프가니스탄 난민을 다큐멘터리 형식에 담아 호평을 받았다.부산국제영화제 전양준 프로그래머도 “문제의식이 뛰어난 작품”이라면서 부산에 초청할 뜻을 밝혔다.독일,폴란드,러시아 국경을 넘는 사람들을 담은 독일작 ‘먼불빛’,사형수가 된 사형반대운동가를 그린 앨런 파커 감독의 ‘데이비드 게일의 생애’ 등도 비슷한 주제를 다뤘다. ●한국영화에 쏟아진 관심 경쟁작에는 끼지 못했지만,파노라마·포럼 부문 등에 6편이 초청돼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7일 상영된 홍형숙 감독의 ‘경계도시’에는 관객이 대거 몰려 예정에 없던 추가상영을 실시하기도.10일 변영주 감독의 ‘밀애’역시 180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이 변 감독과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 영화제와 함께 열리는 유러피언 필름 마켓(EFM)에는 한국영화홍보관이 한자리를 차지했다.참가한 업체는 강제규필름,미로비젼,시네마서비스,CJ엔터테인먼트,e픽쳐스 등 5개 업체.11일 현재 ‘공공의 적’‘화산고’가 패키지로 영국에 10만달러에,‘나쁜 남자’‘수취인불명’‘복수는 나의 것’이 이탈리아에 10만달러에 팔렸다.그밖에도 ‘질투는 나의 힘’‘폰’‘청풍명월’‘로드 무비’‘밀애’등에 상담이 몰린다는 것이 관계자의 귀띔이다. ●금곰상 누가 받을까 각국의 평론가 8명이 매긴 별점에서 스티븐 달드리 감독의‘디 아워스’가 평균 별 넷으로 최고점을 얻었다.독일 일간지 ‘타게스슈피겔’역시 최고점을 부여했다.국내에서도 21일 개봉한다.다음은 장이머우 감독의 ‘영웅’.최근 국내에서 흥행몰이를 하는 이 영화는,단 세 편만이 경쟁작에 오른 아시아 영화의 체면을 세웠다.베를린 영화제는 오는 16일 끝난다. purple@
  • 투 윅스 노티스/女변호사와 백만장자가 만나면

    조목조목 따지기 좋아하는 인권변호사와 바람둥이 백만장자.현실에서라면 절대 마주칠 일도 없겠지만,로맨틱코미디의 주인공들로는 안성맞춤이다. 14일 밸런타인 데이에 맞춰 개봉하는 ‘투 윅스 노티스’(Two weeks notice)는 이 ‘골 때리는’커플의 줄다리기를 로맨틱코미디의 정석에 따라 풀어가는 영화.뻔한 줄거리를 싫어하는 관객이라면 ‘또야.’라며 하품을 하겠지만,모처럼 연인과 오붓하게 보기에는 딱 좋다. 뉴욕에서 가장 잘 나가는 부동산 재벌 조지 웨이드(휴 그랜트)는 예쁜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쓴다.고문변호사도 능력에 상관없이 미모만 보고 채용한다.보다 못한 형이 유능한 변호사를 구하라고 다그치고,조지는 마침 구민회관을 허물려는 웨이드사에 따지러 온 인권변호사 루시(샌드라 불럭)에게 고문변호사를 제안한다. 무료 상담만 전문으로 하던 ‘투사형’여자와,돈만 믿고 아무 생각없이 사는 ‘능글형’남자의 만남.예상대로 늘 티격태격이다.하지만 시간이 흐르다 보니 둘은 어느새 악어와 악어새가 됐다. 조지는 벨트나 옷까지도 루시에게 물어야 직성이 풀리고,루시는 “당신 옷 골라주러 하버드 나온 것은 아니다.”라며 사표를 던지지만 어느 누구보다 그의 취향을 잘 알게 됐다.결말은 언제나 그렇듯이 해피엔딩. 사랑이 이루어지기까지의 좌충우돌이 유쾌하게 그려지지만 배꼽이 빠질 정도는 아니다.사회투쟁을 별 의식없이 코미디의 양념으로만 끌어온 것도 그리 반갑지는 않다. 하지만 “사람이 변해야 사회가 변한다.”는 루시 아버지의 말은 울림이 있다.사랑을 하면 가까운 사람을 변화시키고 스스로도 변화하는 것. 사회를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인간을 변화시키는 사랑만큼 고귀한 가치가 또 있을까. 꺼벙하면서도 매너 만점의 휴 그랜트는 역시 귀엽다.하지만 쉴 틈 없이 말을 쏟아내는 씩씩한 샌드라 불럭은 국내 남성들이 좋아할 만한 타입은 아닐 듯.‘포스 오브 네이처’‘미스 에이전트’의 시나리오 작가 마크 로렌스의 감독 데뷔작.‘투 윅스 노티스’는 사표를 내면서 2주 전에 통보한다는 의미. 김소연기자
  • 베를린관객 눈시울 적신 ‘童僧’

    |베를린 김소연특파원|오지 않는 어머니를 기다리는 꼬마 스님의 이야기 ‘동승’(제작 스펙트럼필름 코리아).기다림을 담은 내용처럼 7년의 시간을 꼬박 기다리며 찍은 영화는,베를린에서 오랜 기다림의 짐을 가볍게 내려놓았다.제53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아동영화제(Kinderfilmfest)부문에 초청된 영화 ‘동승’에 대한 현지 반응은 그만큼 뜨거웠다.관객시사가 열린 지난 10일 오후 2시(현지시간) 부다페스터가 조 팔라스트극장의 1000여석은 빈자리없이 가득 메워졌다.한국영화라면 빠지지 않고 본다는 한 교민,선(禪)수행에 심취해 있다는 어느 독일 아줌마,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는 독일 일가족…. “모든 인류가 품은 그리움에 관한 이야기”라는 주경중(44)감독의 무대인사가 끝나자,독일어 더빙에 영어자막을 곁들인 시사가 시작됐다.동승 도념이 천진난만하게 토끼를 쫓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터졌고,어머니를 그리는 똘망똘망한 눈가에 눈물이 고이자 관객들도 곳곳에서 눈물을 훔쳤다. 시사가 끝나고 주 감독과 주연배우 김태진(13)군이참석한 가운데 열린 관객과의 대화에서는 1시간동안 질문이 쏟아졌다.아이들의 질문은 주로 김군에게 집중됐다.“주지 스님에게 매맞는 장면은 진짜냐?”“살짝 맞았다.”“맘에 드는 장면은?”“(토끼를 잡았다고 고자질한)친구를 때리려고 달려가는 장면.”“혹시 진짜 스님 아니냐?”“난 크리스천이다.” 영상미에 관한 찬사도 잇따랐다.안동 봉정사,오대산 월정사,순천 선암사 등을 돌며 한국 산사의 사계절을 자연광으로 담아낸 화면은 옅은 물감으로 채색한 그림 같았다.독일의 한 방송기자는 “커다란 슬픔이 유려한 풍경과 함께 아름답게 승화됐다.”고 평가했고,릴리안 스퍼라는 열세살 독일 소녀는 “아이의 슬픔과 행복 사이의 묘한 감정이 영상의 아름다움과 잘 어우러졌다.”고 말했다. 영화의 제작기간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7년이 걸린 이유는 모자란 제작비 때문.집을 팔고 사채까지 끌어다 쓰면서 한푼 두푼 모아 영화를 찍고,모자라면 쉬다가 또 모아서 찍고….한 독일 관객이 “한국에서 영화를 만드는 것이 그렇게 힘드냐?”고 묻자 감독은 “한국영화 관객 점유율이 50%에 가깝지만,스타가 나오지 않는 영화는 투자자를 만나기가 힘든 현실”이라고 설명했다.감독이 “혹시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린 사람이 있으면 손을 들어보라.”고 하자 절반 정도가 손을 번쩍 들었다.영화로 관객과 소통하고 싶다며,91년 이정국 감독의 ‘부활의 노래’ 제작에 참여한 뒤 긴 시간을 고집스럽게 데뷔영화에 바친 감독의 꿈이 머나먼 이국땅에서도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아동영화제 집행위원장인 토마스 하일러는 “한 꼬마가 세상을 혼자의 힘으로 헤쳐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초청배경을 밝혔다.아울러 “집행위원장의 입장에서 특정영화를 좋다고 말하기는 어색하지만 스토리,영상,시각이 모두 뛰어난 영화”라고 한껏 치켜세웠다. 26회를 맞은 아동영화제는 베를린영화제의 한 섹션으로,올해는 장편 14편과 단편 16편이 출품됐다.11∼14세 어린이 심사위원이 크리스털 곰상을,어른 심사위원 5명이 상금을 수여한다.상하이영화제 각본상,시카고영화제 관객상 등을 받은 영화 ‘동승’.베를린에서도 상복이 이어질까.결과는 15일 오후에 발표된다. purple@
  • 다시 돌아온 홍콩누아르 21일 개봉 ‘무간도’

    어둠 속에서 차갑게 빛나는 도시,엇갈릴 수밖에 없는 비극적 운명,가슴은 따뜻하지만 조직에서는 비정한 남자들….영화 ‘무간도’(無間道·21일 개봉)는 80년대 홍콩 누아르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다.‘영웅본색’류의 영화에 열광한 30대 관객이라면 분명 아련한 회상에 잠길 수 있을 듯. 영화는 쌍둥이처럼 닮은 두 스파이를 중심으로 전개된다.경찰학교에서 훈련받다가 발탁된 진영인(량차오웨이·梁朝偉)은 범죄조직 삼합회에 십년째 위장잠입해 있다.그의 정체를 아는 건 경찰국장뿐.반면 삼합회의 조직원 유건명(류더화·劉德華)은 열 여덟살 때부터 경찰에 스파이로 들어갔고,그의 정체는 역시 보스만이 안다. 여기서부터 선악의 경계는 어그러진다.각각의 조직에서 가장 신임을 얻고 있는 둘은,심한 정체성의 혼란에 시달린다.경찰이지만 동시에 조직원이고,조직원이지만 동시에 경찰인 그들.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조직에 의해 위치가 정해진 둘은,결국 거대한 구조에 희생당하는 비운의 영웅들이다. 할리우드 영화와 확연히 다른 지향점을 갖는 것은바로 이 지점.영화는 결코 정체가 탄로나면서 선한 경찰이 승리하는 대결구도로 가지를 뻗지 않는다.오히려 그 아이러니한 상황을 극한까지 밀어붙인다.경찰국장은 삼합회에 의해 살해당하고,내심 경찰이 되기를 바랐던 유건명은 조직의 보스를 죽인다.“난 경찰이오.”라고 항변하는 영인의 외침은 공중으로 증발하고,결국 서로의 존재를 아는 둘만 남는 것. 마지막에 이르면 한 명은 죽고 한 명은 영원히 자신의 위치에 머문다.그리고 아무도 그가 스파이였는지 모른다.그렇게 무심한 세상은 흘러가고,비극도 희극도 아닌 영화는 종결된다.개운하지는 않지만 묵직한 돌덩이가 가슴에 ‘쿵’하고 떨어지는 느낌. 홍콩 누아르만이 가진 비장미라 할 만하다. 홍콩 누아르를 답습했다지만 스타일은 훨씬 매끄럽다.왕자웨이와 주로 작업했던 크리스토퍼 도일이 총 촬영지휘를 맡아,별스러운 특수효과 없이 청색빛 감도는 도시의 서늘함을 유려하게 잡아냈다.두 주연배우의 연기 대결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게 한다.내면의 혼란을 냉철함으로 감추는 류더화,불평불만을터뜨리며 약간 촐싹대는 량차오웨이.두 모습 다 매력적이다. 무간(無間)은 무간지옥(無間地獄)을 뜻하는 불교용어.18개의 지옥층 중 가장 낮은 층의 고통스러운 지옥을 뜻한다.영화에선 정체성의 혼란에 빠진 상태를 상징한다.‘풍운’‘동경용호투’의 류웨이창(劉偉强)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김소연기자 pur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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