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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릭 이런업종에 도전] ①배달전문 레스토랑 ‘조이스’

    [클릭 이런업종에 도전] ①배달전문 레스토랑 ‘조이스’

    숯불가마 삼겹살 전문점 ‘돈드림’ 박창규(53)사장에게 불황은 남의 얘기다.‘죽은’ 점포를 살리는 리모델링 전문 프랜차이즈 사업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가맹점 모집에 나선 이후 벌써 20여개를 열었다.20년 넘게 고기유통을 해오던 그는 최근 2,3년간 음식점들이 장사가 잘되지 않자 리모델링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다. 참숯불가마를 개발, 각 가맹점에 설치해 준 것이다. 시장에 눈길을 끄는 ‘뉴비즈니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들 신사업을 눈여겨보면 창업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첫 사례로 배달전문 패밀리 레스토랑 ‘조이스’를 소개한다. 그동안 치킨, 피자, 자장면 등 일부 업종에 국한됐던 배달전문업이 이제는 한식, 일식, 양식 등 외식업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틈새를 노리고 다양한 배달전문 업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추세에 따라 가장 최근에 나타난 것이 배달전문 패밀리 레스토랑이다. 스테이크, 갈비, 케밥, 훈제바비큐, 돼지안심 프라이드 등 대형 패밀리 레스토랑에서나 맛볼 수 있는 요리를 각 가정이나 사무실로 직접 배달해 주는 사업이다. 핫백에 진공 포장하여 따뜻한 상태로 제공되는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업체인 조이스(www.ijoys.com)는 100여 가지 메뉴를 10분 이내에 조리가 가능한 주방시스템을 도입, 배달업종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모든 원부재료를 본사에서 반가공 상태로 각 가맹점에 공급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따라서 초보자도 닷새 정도의 조리 교육을 받으면 곧바로 시작할 수 있다. 메뉴는 주 고객층인 어린이의 입맛에 맞춰져 있다. 달콤하면서도 부드럽고 담백한 것이 특징이다. 패밀리 레스토랑에 견줘 맛에서는 뒤지지 않으면서도 가격이 40∼50% 정도 저렴하다. 기본 메뉴 외에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단체 급식용 세트메뉴도 있다. 창업비용은 10평 표준점포의 경우 임대보증금을 제외하고 약 3800만원 들어간다. 참숯불가마는 순간적으로 고기를 익혀 육즙이 살아있는 연한 고기를 구워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또 가마에서 고기를 구워내기에 각 테이블마다 숯을 피우지 않아도 돼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다. 창업비용도 숯가마 설치비 1000만원, 압력바비큐 전기구이기 300만원 등 총 1300만원으로 저렴하다. 창업 시장에 리모델링 붐이 일고 있다. 점포 내부를 조금 고쳐 업종 전환을 하거나, 경쟁력 있는 브랜드로 바꾸는 방식이다. 불황이 계속되면서 살아 남기 위해 뜨는 업종 중심으로 업종변경이 활발히 진행되는 것이다. 또 적은 비용을 들여 간단한 리모델링으로 매출증대를 모색하고 있다. 게다가 업종의 라이프 사이클이 갈수록 짧아지고 있는 점도 리모델링 창업 붐에 한몫하고 있다. ●뜨는 업종을 택해야 아무래도 성장기 업종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대표적인 것이 세숫대야 냉면·온면 전문점인 ‘장비왕냉면·왕온면’은 지난해 하반기에 등장, 빠르게 성장하는 추세다. 넓은 그릇에 냉면을 먹는다는 아이디어를 살렸다. 여름에는 냉면, 겨울에는 온면과 순대국밥을 팔아 계절을 타지 않도록 했다. 복고풍 바람을 타고 퓨전 포장마차도 뜨고 있다.‘피쉬&그릴’은 계절에 어울리는 다양한 안주메뉴를 개발해 인기를 끌고 있다. 소주에는 어묵과 꼬치가, 정종에는 생선구이 안주가, 그리고 맥주에는 모듬 소시지와 중국 사천식 해물면 안주가 잘 나간다. 웰빙 관련 업종 가운데는 향기관리업 에코미스트코리아는 점포나 사무실, 관공서, 전문매장, 사우나, 병원, 유치원 등에 자동향기분사기를 설치하고 이 자동향기분사기 속에 각 장소에 적합한 천연향을 내장해 매달 리필해주는 사업이다. 새로운 거래처를 뚫어 물건을 팔아야 수익이 나는 일반적인 영업과 달리 일단 거래처가 성립되면 최소 6개월에서 1년 정도는 매달 리필을 하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수익이 늘어난다는 점이 장점이다. 영업력만 발휘한다면 고수익도 가능하다. 여성창업 아이템으로도 적합하다. 최근 다이어트 건강식품인 저지방 요구르트 아이스크림도 인기몰이 중이다. 장사가 잘 안 되는 기존의 아이스크림 전문점은 요구르트 아이스크림 위주로 메뉴 구성을 바꾸고, 과당경쟁 상태에 있는 테이크아웃 커피 전문점 등이 업종변경을 모색하고 있다. ‘콤마치킨’은 쌀로 만든 파우더로 튀긴 라이스치킨을 개발, 매출부진에 허덕이는 치킨집과 호프집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매스티지’ 업종도 해볼 만하다. 품질은 명품급이지만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해 대중의 소비심리를 잘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퓨전 스시 전문점, 스파게티 전문점, 베트남 쌀국수 전문점 등이 매스티지 붐을 이끄는 대표적인 업종이다. ‘스시락’은 고급 스시와 뉴욕 스타일의 롤, 일본식 김초밥, 우리나라의 전통 김밥을 접합한 독특한 형태의 퓨전 롤을 5000원∼1만원의 가격에 제공한다. 오피스빌딩가와 중산층 지역상권에서 업종전환용으로 선호되고 있다. 주택가 상권 점포로는 생활밀착형 사업이 좋다. 최근 어린이들의 천식 및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가 늘어나고, 새집 증후군 등 환경·위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침대청소업도 뜨고 있다. 카페형 PC방은 전국의 2만 5000여개 PC방을 대체해 나가고 있는 리모델링 업종이다. ●업종 전환해 성공했어요 스파게티 전문점은 과거 중심상권 대형매장으로 운영되던 것이 지난해 초부터 대학가 20∼30평 규모의 소형 매장으로 시장 확대가 이뤄지고 있다. 별로 눈에 띄지 않는 2층 점포의 리모델링 사례가 많다. 김홍록(30)씨는 리모델링 창업에 성공한 케이스다. 호프집을 하다 망한 2층 25평 점포에 스파게티 전문점 ‘파스타리오’ 숭실대점을 열어 1년째인 현재 월 순익 800만원 정도를 벌고 있다. 투자한 창업비용은 1억 7000만원선. 직장생활을 3년 정도 한 그는 “직장에 인생을 걸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하루라도 빨리 독립해야겠다.”며 창업을 결심했다. “일본과 동남아 등에서도 스파게티가 인기 높아 우리나라도 성장기에 진입했다고 판단해 스파게티점을 열었다.”고 말했다. 서울 대치동에서 감성놀이학교 ‘위즈아일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이철우(51) 원장은 자신의 오랜 경험을 살려 업종 전환에 성공한 사례다. 교직과 학원강사 경력 20년과 실제로 보습학원을 8년간 운영했던 그는 정부의 사교육 대책으로 학원이 타격을 받자 지난해 8월 위즈아일랜드에 가맹했다.“최근 몇년 사이에 창의력 관련 교육사업이 뜨고 있어 과감한 도전을 선택했다.”고 했다. 창업관련 전문가들은 “리모델링 창업시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업종을 선택하고 기존의 시설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업종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성공시대]슈퍼마켓 특화…나명환 사장

    [성공시대]슈퍼마켓 특화…나명환 사장

    “동네 슈퍼마켓으로는 생존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쌀이나 아이스크림 등 입지 조건과 주변 환경에 맞는 아이템으로 승부를 봐야 합니다.” 동네 슈퍼마켓은 지역의 사랑방이자 만물점 역할을 했다. 지척에 있는 데다 구멍가게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제집처럼 드나들던 곳이다. 그러나 최근 10년은 슈퍼마켓에 ‘수난의 시절’이었다. 대형할인점과 편의점의 ‘융단 폭격’이 시작된 탓이다. 이러한 가운데 특화 전략으로 자신의 매장 매출을 4배 가까이 올리고,200여곳의 슈퍼마켓 컨설팅을 도맡아 주가를 올리는 사람이 있다. 서울 양천구 목동 오마트 사장 나명환(46)씨가 그 주인공이다. ●쌀, 소비자 입맛 맞게 재도정… 작년 2억여원어치 팔아 나씨가 슈퍼마켓을 운영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96년. 당시에는 말 그대로 ‘구멍가게’ 수준이었다. 월 매출은 950만원에 불과했다. 부인 김영순(45)씨와 365일 매달려도 한달에 순이익 200만원을 손에 쥐기 어려웠다. 반경 100m 안에 열 개가 넘는 점포가 오밀조밀 몰려 있던 탓에 매출 신장은 불가능했다. 나씨가 빼든 카드는 즉석 쌀. 주변 대단위 아파트단지의 소비자를 잡기 위해서는 건강식품이 거의 유일한 대안이었다. 지난 2002년부터 도정 기계를 갖추고 가게에서 현미와 일반미를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분도수로 방아를 찧어 팔았다. 경기도 평택 등 산지에서 구매한 1등급 쌀을 1년 단위로 계약해 언제나 질 좋은 쌀을 매장에 내놨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나씨의 쌀은 웰빙 바람을 타고 ‘건강미’로 입소문이 퍼졌다. 일반 소비자보다 고급 식당에서 주문이 쇄도했다. 지난해에만 5만 5000원 받는 20㎏들이 쌀을 4500부대나 팔았다. 쌀로만 무려 2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속옷 등 갖춘 편의점 변신… 1억 가까운 순익 시설도 대폭 개선했다.11평 남짓한 가게를 밝고 깨끗한 미니편의점으로 탈바꿈시켰다. 속옷, 일회용카메라 등 구멍가게에서 볼 수 없었던 물건들을 완비했다. 또 전화 등을 통한 외부 영업망도 확대했다. 결국 나씨의 가게는 지난해 매출 4억 5000여만원에 순이익만 1억원 가까이 올린 ‘빅 마트’로 변모했다. 나씨는 “처음에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시설의 현대화와 함께 주변의 실정에 맞는 전략과 규모로 승부를 한 게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나씨의 인생은 그리 평탄하지는 않았다.1982년 제대한 뒤 고향 전북 김제에서 서울로 올라왔지만 쉽게 직장을 얻을 수 없었다. 오른쪽 귀가 들리지 않는 ‘벽’ 때문이었다. 그때부터 나씨는 유통업에 뛰어들었다. 슈퍼마켓, 쌀가게, 음료수 도매상 등 안 해본 게 없었다. 그러나 항상 맨몸으로 문제와 부딪혀야 했다. 과로와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심장마비로 두 번씩이나 쓰러졌을 정도였다. 인생의 쓴 맛을 본 사람이 다른 이의 어려움도 보듬을 수 있다. 그가 다른 이들의 창업을 돕고 있는 까닭이다. 나씨는 지난 2001년 정보가족 공모행사에서 정보통신부장관상을 수상한 실력파 네티즌이다. 인터넷 홈페이지(ohmart.net)를 통해 10년째 성공의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슈퍼마켓 창업 ‘전국구 컨설턴트’로도 활동 2년 전부터는 직접 매장까지 찾아가 무료로 컨설팅까지 해 주고 있다. 지난해 그의 도움을 받은 가게만 100여곳이나 된다. 수도권은 물론 부산 대구까지 한 걸음에 달려간다. “고급 아이스크림이나 김밥, 반찬, 웰빙식단 등 주변 환경에 맞는 업종을 접목하면 매출이 100% 이상 올라갑니다. 주먹구구식으로 시작하는 분들을 보면 안타깝기만 해요.” 나씨는 양천구의 어린이보호시설에 10년째 후원금을 보내고 있다. 따로 결손가정도 챙긴다. 올 상반기 안으로 ‘성공하는 슈퍼마켓과 편의점 창업’이라는 제목으로 책까지 낼 예정이다. 앞으로의 목표는 서울시내 슈퍼마켓을 네트워크로 묶어 나씨의 노하우를 체계적으로 적용하면서 물건을 싸게 공급하는 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다. 나씨는 “몸은 힘들지만 나의 ‘달란트’로 다른 이를 도울 수 있는 기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고 밝게 웃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29일 TV 하이라이트]

    ●활력충전 36.5(MBC 오전 8시10분) 무턱대고 다이어트를 한다고 해서 살이 빠지지 않는다. 건강을 지키면서 날씬한 몸매를 만들 수 있는 다이어트 비결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본다. 또 아로마 흡입과 접시 색깔에 따라 음식에 대한 반응이 어떻게 다른지를 두 가지 실험을 통해 확인하고, 식탐을 줄이는 방법도 알아본다. ●라이프n조이(YTN 오전 9시20분) 사각사각 밟히는 눈이 생각나는 겨울, 얼음조각 건축전과 스키장, 눈꽃이 한창인 덕유산으로 떠난다. 지금, 대한민국은 辛바람 열풍! 매운 음식의 백미인 불닭과 입술까지 매워지는 꽃게구이를 비롯, 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매운 어묵, 매운 김밥 등 매운 음식 열풍 속으로 들어가 본다. ●교육 대토론-영재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EBS 오후 7시) 2004년 12월 22일 교육인적자원부가 발표한 창의적 인재양성을 위한 ‘수월성 종합대책(안)’으로 제기된 영재교육 문제에 대해 논의한다. 찬성론과 반대론이 팽팽한 가운데 영재교육으로 대표되는 ‘수월성 교육’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토론한다. ●봄날(SBS 오후 9시45분) 은섭과 정은은 은호의 기억을 되살려 주기 위해 초등학교 때 친구였던 민정을 찾는다. 은섭은 정은의 살 길을 마련해 주기 위해 자신이 연주하던 곳으로 가 정은을 소개하고 피아노를 칠 수 있게 해준다. 그는 정은이 피아노를 치는 모습을 보면서 자기도 모르는 감정에 빠져 든다. ●용서(KBS2 오전 9시) 수형은 아빠가 살아 있다는 사실에 너무나 행복해 한다. 하지만 잠든 사이 형우가 가 버리자 서럽게 울고, 그를 달래는 수민도 마음 아파한다. 한편 인영은 승주를 찾아 형우가 수민을 못잊어 언제 다시 마음이 돌아설지 몰라 불안하다고 말한다. 수민은 수형을 데리고 병실을 나서다 형우와 마주친다. ●불멸의 이순신(KBS1 오후 9시30분) 정운은 장수들을 태형으로 다스리는 이순신에게 군선을 사사로이 움직이고 재물을 착복한 죄를 묻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순신이 군선을 움직여 모은 재물로 각 관포의 군사들에게 군복을 입히려 했다는 것이 곧 밝혀지고, 군졸들은 군복을 갖춰 입으면서 서서히 기강이 잡히기 시작한다.
  • [길섶에서] 동네음식점/이용원 논설위원

    집에서 전철역까지는 도보로 15분 거리. 일주일에 서너번쯤 출퇴근 길에 걸어서 오간다. 아파트 단지를 나와 횡단보도를 건너고 주택가를 가로지르면 다시 큰길, 한번 더 횡단보도를 통과한 뒤 또 다른 주택가를 누비다 보면 전철역에 닿는다. 여러해 오간 터이라 이제는 주택가 골목골목에 어떤 가게들이 있는지 훤하다. 그 중에서도 눈에 먼저 띄는 건 역시 음식점. 몇년전 지방법원·지검이 인근에 들어선 뒤로 그 숫자가 엄청 늘어났다. 독특한 메뉴·상호를 앞세운 번듯한 집이 곳곳에 자리잡은 옆으로는 기왕에도 있던 허름한 식당이 힘겨운듯 웅크려 있다. 한 골목 네거리의 세 귀퉁이에는 ‘한 줄에 1000원’‘밤샘 영업’을 내건 김밥집이 있어 마음을 울적하게 한다. 불빛 환한 퇴근길에는 지나치면서 가게 안을 흘끔흘끔 들여다본다. 오늘은 손님이 있나 싶어서이다.(20년 넘게 기자생활을 한 자의 직업병 증상이다.)늘 비어 있는 가게를 보면 걱정이 앞선다. 지난 한달새에도 식당 서너곳이 사라졌다. 새 주인을 찾지 못해 빈 곳도 있다. 식당마다 사람이 들어차 왁자지껄한 소음이 거리에 넘치는 날은 언제 되돌아 올까. 이용원 논설위원 ywyi@seoul.co.kr
  • [잘먹고 잘살자]뜨끈뜨끈 처녀두부 시원시원 총각두부

    [잘먹고 잘살자]뜨끈뜨끈 처녀두부 시원시원 총각두부

    찬바람이 불면 두부 소비량이 10∼30% 늘어난다. 우리나라에서 한해동안 팔리는 두부는 3억모 정도. 생두부, 유기농 콩두부에 이어 테이크아웃 두부전문점까지 생기고, 뉴욕타임스가 ‘쌀찌지 않는 치즈’라 칭송할 정도로 두부는 각광받는 식품이 됐다. 두부의 인기비결은 콩 속에 담긴 색소성분인 이소플라본 때문. 이소플라본은 여성 호르몬의 구조와 비슷해 ‘식물성 에스트로겐’이라 불리며 암발생을 억제하고 골다공증도 막아준다. 한편, 단백질은 풍부하지만 두부 200g 한모의 열량은 170㎉로 밥 한공기보다 적어 건강 다이어트식으로도 그만이다. 두부가 딱딱한 부침용이나 찌개의 조연에서 벗어나 당당한 식탁의 주연으로 조명받고 있다. 세계인의 밥상에 오르는 새롭고 무궁무진한 두부의 고소한 세계에 함께 빠져보자. 글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사진 이종원·도준석기자 jongwon@seoul.co.kr 두부가 식탁의 주연으로 떠오른 데는 ‘그냥 먹는 생두부’의 탄생이 한몫했다. 생두부는 딱딱한 기존 두부와 달리 진한 콩물을 그대로 굳혀 살살 녹는 부드러운 조직감이 일품이다. 생두부의 콩물 농도는 13%로 10% 이하인 보통 두부나 8%인 연두부보다 훨씬 높아 고소한 맛을 낸다. ●여성 두부? 남성두부! 생두부는 따뜻해도 맛있지만 차갑게 먹어도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는 감촉이 일품이다.“찌개에 넣어 뜨겁게 먹으면 여성형 두부, 생두부처럼 차갑게 간장 양념을 해서 술안주로 먹으면 남성형 두부로 분류하죠.” 두산의 두부박사 허병석 소장은 두부맛은 간장을 안 치고 그냥 먹어도 고소한 생두부가 최고라고 말했다. 예전에는 찌개나 국에 넣어먹던 여성형 두부가 많았다면 이젠 두부 하나만으로 요리가 되는 남성형 두부가 각광받는 추세다. 허 소장은 차갑게 먹어도 맛있는 남성형 두부요리가 늘어난 것은 부드러운 조직감을 갖춘 생두부처럼 두부 제조기술이 발달한 덕이라고 덧붙였다. 좋은 두부는 외관이 구멍없이 반듯하고, 색깔은 노란빛이 도는 흰색이다. 찌개에 두부를 넣을 때도 팔팔 끓이지 말고 마지막에 파르르 끓여내야 제대로 된 두부맛을 느낄 수 있다. 고소한 생두부 맛의 또 다른 비결은 전통 뜸방식. 두부를 만들 때 콩물을 100도에서 끓여야 하는데 너무 빨리 끓이면 두부의 고소한 맛이 덜하다. 가장 고소한 맛이 나는 콩물의 온도와 끓이는 시간을 찾아낸 것이 전통 뜸방식이라 한다. ●두부, 세계로 가다 뉴욕타임스는 외식면에서 한국의 순두부찌개를 ‘이상적 겨울음식’이라 소개했다.‘두부다’의 유지영 이사는 호주, 미국 등에서 세계 최초인 테이크아웃 두부전문점이란 두부다의 컨셉트에 관심이 높다고 밝혔다. 두부를 처음 만든 사람은 2000년전 중국인이며 한국의 두부기술이 일본에 전수됐다. 현재 두부를 즐기는 양과 방법은 중국과 일본이 우리보다 월등하다. 일본 ‘후지노 두부’는 참깨두부, 숯불두부, 고추두부 등 60가지가 넘는 예술적 두부를 고급스러운 외양의 두부 부티크에서 판매한다. 두부의 콩물을 끓일 때 생기는 얇은 막인 유바도 한국 사람에게는 생소하지만 중국, 일본에서는 즐겨 먹는다. ●생두부 젤리 재료 생두부 100g, 시판당근주스 180g, 설탕 10g, 불린 젤라틴(젤라틴 가루 4g을 뜨거운물 20g으로 불린 것으로 동대문 방산시장에서 싸게 살 수 있다.) 만드는 법 (1)생두부는 물기를 거둔 뒤 1㎝ 이하 굵기로 자른다.(2)뜨거운 물에 불린 젤라틴을 냄비에 넣고 당근주스 을 넣어 약한 불에서 저어 녹인다.(3)(2)의 주스는 냄비째로 들어내어 남은 분량의 당근주스를 넣고 골고루 저어준다.(4)알맞은 젤라틴 용기에 생두부를 담고 (3)의 주스를 부어 냉장고에서 굳힌다. ●과일 두부셰이크 재료 딸기아이스크림 100g, 생두부 150g, 올리고당 1큰술, 소금 0.5g, 딸기요플레 60g 만드는 법 (1)믹서기에 물기를 거둔 생두부와 올리고당, 소금을 넣고 곱게 간다.(2)(1)에 요플레와 아이스크림을 넣고 다시 갈아 바로 마신다. 팁 요플레 대신 팥빙수용 팥, 생두부, 얼음을 함께 갈아 과일과 곁들이면 생두부 팥빙수가 된다. ●생두부 카나페 재료 생두부 200g, 통조림 오렌지 100g, 키위 1개 오렌지즙(오렌지주스 120g, 설탕 15g, 녹말가루 2g, 레몬즙 8g) 만드는 법 (1)통조림 오렌지는 물기를 빼고, 키위는 껍질을 벗겨 반달모양으로 얇게 썬다.(2)분량대로 오렌지즙을 만들어 불에서 걸쭉한 농도로 끓여 차게 식힌다.(3)차가운 생두부는 한입크기 원하는 모양으로 잘라 물기를 거둔 뒤 작은 용기에 한쪽씩 담는다.(4)먹기 직전 (3)위에 (1)의 과일쪽을 올리고 (2)의 오렌지 시럽을 알맞은 양으로 끼얹어 낸다. 시원시원 총각두부 ■두부가 맛나는 집 두부다(730-6370)는 테이크아웃 두부전문점이다. 유기농 콩과 천연 조미료를 사용,2000원대 메뉴 22가지를 선보인다. 지난해 11월 서울지방경찰청 앞에 연 1호점은 다이어트에 민감한 직장 여성과 담백한 맛을 즐기는 남성들이 식사와 야식을 위해 즐겨찾는 명소가 됐다. 자그마한 식당 내부 분위기도 깔끔하다. 단호박 두유 덮밥(4500원)은 호박의 달콤함, 두유의 고소함과 카레향이 절묘한 조화를 이뤘다. 데리 치킨 토핑(2800원)은 따뜻하고 고소한 연두부에 일본풍 양념의 닭고기를 얹어 한끼 식사로 손색없다. 메뉴 하나당 열량이 김밥 한줄보다 적은 200∼350㎉지만 두부의 풍부한 단백질로 만족스러운 포만감을 준다. 삼청동에 있는 콩두(722-0272)는 콩을 이용한 다양하고도 고급스러운 코스 요리를 즐길 수 있다. 애피타이저부터 스테이크, 디저트 아이스크림까지 콩을 이용한 특색있는 요리가 눈과 입을 놀라게 한다. 금연인 1층 레스토랑과 흡연이 가능한 지하 1층 와인바로 공간이 나눠져 있다. 점심과 저녁 모두 3가지 코스요리에서 선택할 수 있다. 코스 요리는 3만∼5만원이며 두부 스테이크는 2만 5000원이다. 나오비(3449-5187)는 일본 후쿠오카 지방에서 60여년 동안 두부요리로 명성을 쌓은 두부전문점 ‘고에몽’의 야마가타 가문으로부터 요리를 전수받았다. 일본 두부요리의 다채로운 단아함과 한국의 전통 요리기법이 어우러진 곳이다. 대표적 메뉴인 하나카고 정식(1만 8000원)은 단호박 두부 고로케, 캐시넛 두부, 참깨 소스를 곁들인 샐러드 등으로 구성된 중년 여성을 위한 식사. 두비지 나베요리(1만 3000원)는 종이 냄비에다 직접 끓여가며 먹는 재미가 일품으로 굴, 모시조개, 도미 등 다양한 제철 해산물을 이용한다. 유바 해물면 정식(1만 2500원)은 두부를 만들 때 생기는 얇은 막인 유바와 클로렐라면을 이용, 독특한 맛을 낸다. ■술맛 돋우는 두부 안주 셋 ●생두부 야채쌈 재료 생두부 1모, 쌈야채(고운잎 상추 100g, 쌈취 등)쌈장(체에 내린 된장 3큰술, 고추장 1큰술, 다진 양파 2큰술, 다진 마늘 1큰술, 조청 1큰술) 만드는 법 (1)부드러운 상춧잎 등 쌈야채는 씻어 물기를 빼고 차게 보관한다.(2)분량대로 쌈장을 만들어 골고루 저어둔다.(3)부드러운 상춧잎에 알맞은 양의 생부두를 놓아 쌈장에 싸먹는다. 팁 된장 다진 쇠고기 쌈장, 고추장 쇠고기 볶음장도 쌈장으로 쓸 수 있다. ●생두부 튀김탕 재료 두부 250g, 소금, 흰후추, 녹말가루, 기름, 볶은 검은깨, 무즙, 실파 약간, 간장소스(간장 3큰술, 다시마물 2큰술, 미림 1큰술, 식초 1작은술, 녹말가루) 만드는 법 (1)간장소스를 약간 걸쭉한 농도로 끓여 식힌 다음 차게 보관한다.(2)두부는 깍둑 썰어 소금, 후추, 참기름을 골고루 뿌려 준다.(3)두부에 녹말가루를 묻혀 충분히 흡수시킨다.(4)튀김기름에 (3)의 두부를 넣고 표면이 바삭하게 튀겨지면 들어낸다.(5)간장소스에 무즙을 넣고 뜨거운 두부 위에 붓는다. ●생두부 쌀피말이 재료 생두부 200g, 오이피클 100g, 슬라이스햄 10장, 슬라이스치즈 10장, 쌀피 10장 만드는 법 (1)생두부는 물기뺀 뒤 2㎝굵기, 슬라이스 치즈 폭의 길이로 잘라 물기를 거둔다.(2)따뜻한 물에 쌀피를 적셔 건져 부드러워지면 햄 위에 얇게 썬 오이피클을 펴서 놓고 그위에 치즈를 펴놓는다.(3)(2)의 위에 물기를 거둔 (1)의 두부를 놓고 돌돌 싸서 토막내 담는다. 허니머스터드, 스위트칠리 소스를 곁들여내면 좋다. 요리법 두부종가
  • 시원시원 총각두부

    시원시원 총각두부

    ■두부가 맛나는 집 두부다(730-6370)는 테이크아웃 두부전문점이다. 유기농 콩과 천연 조미료를 사용,2000원대 메뉴 22가지를 선보인다. 지난해 11월 서울지방경찰청 앞에 연 1호점은 다이어트에 민감한 직장 여성과 담백한 맛을 즐기는 남성들이 식사와 야식을 위해 즐겨찾는 명소가 됐다. 자그마한 식당 내부 분위기도 깔끔하다. 단호박 두유 덮밥(4500원)은 호박의 달콤함, 두유의 고소함과 카레향이 절묘한 조화를 이뤘다. 데리 치킨 토핑(2800원)은 따뜻하고 고소한 연두부에 일본풍 양념의 닭고기를 얹어 한끼 식사로 손색없다. 메뉴 하나당 열량이 김밥 한줄보다 적은 200∼350㎉지만 두부의 풍부한 단백질로 만족스러운 포만감을 준다. 삼청동에 있는 콩두(722-0272)는 콩을 이용한 다양하고도 고급스러운 코스 요리를 즐길 수 있다. 애피타이저부터 스테이크, 디저트 아이스크림까지 콩을 이용한 특색있는 요리가 눈과 입을 놀라게 한다. 금연인 1층 레스토랑과 흡연이 가능한 지하 1층 와인바로 공간이 나눠져 있다. 점심과 저녁 모두 3가지 코스요리에서 선택할 수 있다. 코스 요리는 3만∼5만원이며 두부 스테이크는 2만 5000원이다. 나오비(3449-5187)는 일본 후쿠오카 지방에서 60여년 동안 두부요리로 명성을 쌓은 두부전문점 ‘고에몽’의 야마가타 가문으로부터 요리를 전수받았다. 일본 두부요리의 다채로운 단아함과 한국의 전통 요리기법이 어우러진 곳이다. 대표적 메뉴인 하나카고 정식(1만 8000원)은 단호박 두부 고로케, 캐시넛 두부, 참깨 소스를 곁들인 샐러드 등으로 구성된 중년 여성을 위한 식사. 두비지 나베요리(1만 3000원)는 종이 냄비에다 직접 끓여가며 먹는 재미가 일품으로 굴, 모시조개, 도미 등 다양한 제철 해산물을 이용한다. 유바 해물면 정식(1만 2500원)은 두부를 만들 때 생기는 얇은 막인 유바와 클로렐라면을 이용, 독특한 맛을 낸다. ■술맛 돋우는 두부 안주 셋 ●생두부 야채쌈 재료 생두부 1모, 쌈야채(고운잎 상추 100g, 쌈취 등)쌈장(체에 내린 된장 3큰술, 고추장 1큰술, 다진 양파 2큰술, 다진 마늘 1큰술, 조청 1큰술) 만드는 법 (1)부드러운 상춧잎 등 쌈야채는 씻어 물기를 빼고 차게 보관한다.(2)분량대로 쌈장을 만들어 골고루 저어둔다.(3)부드러운 상춧잎에 알맞은 양의 생부두를 놓아 쌈장에 싸먹는다. 팁 된장 다진 쇠고기 쌈장, 고추장 쇠고기 볶음장도 쌈장으로 쓸 수 있다. ●생두부 튀김탕 재료 두부 250g, 소금, 흰후추, 녹말가루, 기름, 볶은 검은깨, 무즙, 실파 약간, 간장소스(간장 3큰술, 다시마물 2큰술, 미림 1큰술, 식초 1작은술, 녹말가루) 만드는 법 (1)간장소스를 약간 걸쭉한 농도로 끓여 식힌 다음 차게 보관한다.(2)두부는 깍둑 썰어 소금, 후추, 참기름을 골고루 뿌려 준다.(3)두부에 녹말가루를 묻혀 충분히 흡수시킨다.(4)튀김기름에 (3)의 두부를 넣고 표면이 바삭하게 튀겨지면 들어낸다.(5)간장소스에 무즙을 넣고 뜨거운 두부 위에 붓는다. ●생두부 쌀피말이 재료 생두부 200g, 오이피클 100g, 슬라이스햄 10장, 슬라이스치즈 10장, 쌀피 10장 만드는 법 (1)생두부는 물기뺀 뒤 2㎝굵기, 슬라이스 치즈 폭의 길이로 잘라 물기를 거둔다.(2)따뜻한 물에 쌀피를 적셔 건져 부드러워지면 햄 위에 얇게 썬 오이피클을 펴서 놓고 그위에 치즈를 펴놓는다.(3)(2)의 위에 물기를 거둔 (1)의 두부를 놓고 돌돌 싸서 토막내 담는다. 허니머스터드, 스위트칠리 소스를 곁들여내면 좋다. 요리법 두부종가
  • [인간시대]어린이 돕는 어린이

    “쓰나미에 고통 받는 어린이들을 도와주세요.” 12일 오전 11시 서울 지하철2호선 잠실역 지하광장. 오고 가는 인파와 칼바람 사이로 ‘쓰나미 피해 어린이 돕기 모금행사’에 나선 어린이들의 앳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고사리손에는 ‘우리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라는 글귀가 적힌 피켓과 모금함이 들려 있었다. 김현빈(9)양 등 서울 석촌초교 3학년 6반 재학생 등 어린이 13명이 그 주인공이다. ●미국 소년 일화가 계기 돼 현빈이가 쓰나미 피해자돕기 행사를 떠올린 것은 이 달 초. 어머니 박선옥(47·동국대 영문과 교수)씨와 미국 시카고의 한 소년이 비가 내리는 거리에서 핫초콜릿을 팔아 쓰나미 피해자들에게 성금을 보냈다는 내용의 기사를 읽은 게 계기가 됐다. 현빈이는 “미국의 내 또래 소년처럼 나도 쓰나미 피해어린이들을 어떻게 해서든 돕고 싶다.”고 말했고, 박씨는 “친구들과 함께 상의해보라.”고 권유했다. 다음날 바로 반 친구들과 상의했다. 해인, 정재, 재웅이 등 11명과 1,2학년 어린이 등 모두 13명이 뜻을 같이했다. 현빈이는 “처음에는 머뭇거렸지만 부모님들이 다 좋은 생각이라고 격려해 줘서 용기를 내 행사를 추진했다.”고 말했다. 현빈이는 평소에도 어려운 이웃을 보면 가만히 넘어가지 못할 만큼 인정이 많다. 지난해 1학기 반장에 뽑힌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성적도 줄곧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장래 희망은 고고학자. “삼국유사에 나오는 고조선의 유물을 발굴하고 싶다.”는 게 그 이유다. 그러면서도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나라가 평소에도 어려운 주변국을 돕는 데 관심을 쏟아야 할 것”이라고 야무지게 말했다. ●방학 때마다 모금하고 싶어요 모금 행사에는 어머니 5명도 함께 했다. 그러나 어린이들이 모금함을 들고 지하상가를 오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가장 힘든 것은 추운 날씨가 아니었다. 곱지 않게 보는 일부 어른들의 시선에 아이들의 어깨가 더 처졌다.“아이들이 공부만 잘 하면 되지 이런 일을 하냐.”는 핀잔 뿐 아니라 “딴 데 쓰려고 이런 거 아니냐.”는 의심도 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 수록 “좋은 일 한다. 기특하다.”면서 모금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어른들이 늘어났다. 상가 상인들도 김밥 등을 건네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재웅이는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모금함이 무거워질수록 너무 신났다.”면서 “방학 때마다 친구들과 함께 봉사 활동을 같이 했으면 좋겠다.”며 밝게 웃었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4시간 동안 모금한 금액은 모두 54만 1260원과 미화 1달러. 이 돈은 1313명의 송파구청 직원들이 모은 800만원과 함께 이날 쓰나미 피해 난민 돕기 성금으로 대한적십자사에 기탁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뒷골목 맛세상] 삼각지로터리 일대

    [뒷골목 맛세상] 삼각지로터리 일대

    남산타워에 올라 남산 기슭에서부터 비롯하여 한강에 이르기까지 푸르게 치달려 내려가는 호로병 형태의 드넓은 녹지대를 바라다보면, 무심코 어어! 하는 탄성을 지르게 된다. 눈앞에 펼쳐진 경관이 얼핏 사실로 믿기지 않아서이다. 서울에도 이렇게 아름다운 녹지공간이 있다니! 울창한 숲과 잔디밭 사이사이로 드문드문 서양식 가옥들이 들어선 이국적인 공원 같은 경관은 분명히 한 폭의 풍경화처럼 아름답다. 그러나 아름다운 녹지공간을 좀더 자세히 바라다보면, 시각적인 구도에 어딘지 모르게 전체적으로 균형이 맞지 않는 것 같은 불편한 느낌을 받게 된다. 그렇다. 녹지공간을 둘러싼 주변의 모든 도로며 건물들이 심하게 왜곡되어 있는 것이 너무 쉽게 눈에 뜨인다. 남산 기슭을 입구로 하여 호로병 형상인 녹지공간을 빙 둘러싸고 있는 도로며 건물들은 어쩔 수 없이 초라하고 볼썽사납다. 가운데 있는 녹지공간이 아름다우면 아름다울수록 반대급부로 호로병 바깥 공간은 더욱 흉물스러워 보이는 것이다. ●60·70년대식 후진 골목… 개발 바람도 잠잠 아름다운 녹지공간은 다름 아닌 미8군사령부다. 용산 동쪽의 대부분을 차지한 채 헬리콥터장이며 골프장까지 갖춘 미8군사령부의 녹지공간을 다치지 않기 위해, 잠수교나 동작대교 같이 한강을 건너 서울 중심부로 달리는 도로들은 왜곡되어 호로병 형상 바깥으로 빙 둘러간다. 어디 도로뿐이랴. 주변의 건물들마저도 군사상 고도제한지역으로 묶여 개발이 불가능하게 되는 바람에 오래된 일본식 적산가옥 따위들만이 호로병 바깥에 무슨 부스럼딱지처럼 다닥다닥 붙어있다. 그런 식이다 보니 삼각지 로터리 어름에 붙어 있는 국방부며 전쟁박물관도 어쩔 수 없이 미8군사령부의 그늘에 가린 것 같은 느낌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전쟁박물관은 육군본부가 들어서 있던 자리다.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녹지공간 바깥의 호로병 지역에서도 가장 흉물스러운 곳은 삼각지 로터리 부근이었다. 역시 군사상 고도제한에 묶인 데다 주변의 한남동이나 이태원 등은 주로 미8군 소속의 미군들이 즐겨 찾는데 반해, 삼각지 로터리 부근만은 주로 우리 육군본부 소속 군인들이 즐겨 찾다보니 자연스럽게 거리며 건물 자체가 다른 곳보다 더 쇠락해진 것이다. 지하철 4호선의 삼각지역에서 내려 1번 출구를 빠져나와 단층짜리 우리은행 건물을 돌면, 바로 60,70년대식의 복고조 뒷골목이 나온다. 낡은 적산가옥 건물에 영빈관이라는 중국집이며 오래된 이발관이 있는 뒷골목의 어디에선가는 금방이라도 ‘친구’나 ‘효자동 이발사’ 시대의 주인공들이 뛰쳐나와 한판 싸움을 벌일 듯한 분위기인데, 여기가 바로 70년대 우리의 국민가수 배호가 낮고 흐느끼는 듯 특이한 음색으로 심금을 울린 ‘돌아가는 삼각지’의 본고향이다. 배호의 특이한 음색이 당장에 겨울바람을 타고 긴 꼬리처럼 귓바퀴에 맴돌 듯한 ‘돌아가는 삼각지’에만은 용산 일대에 거세게 불고 있는 개발 바람도 아직 다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여기가 또한 주민등록식 지번으로는 용산구 한강로 1가에 속하는 이른바 속칭 ‘대구탕골목’이다. 한때 육군본부나 국방부에 근무하는 장교들이며 사병들이 한번쯤은 들르지 않은 이가 없고 그렇게 이곳에 들렀다가 전후방으로 전출해 간 장·사병들 사이에 그 맛을 연연해한 끝에, 삼각지의 대구탕 골목을 모르면 간첩이라는 말이 만들어질 정도로 민간인들보다 군인들 사이에서 먼저 유명해진 골목이기도 하다. 얼핏 둘러보아도 원대구탕, 자원대구탕, 세창대구탕, 참원조대구탕, 등의 간판들이 골목 안에서 가장 많이 눈에 띈다. 그러나 대구탕 골목이라고 해서 딱히 대구탕만 유명한 것은 아니다. 군데군데 양곱창이며 차돌박이를 주로 하는 평양집이며 봉산집이 있고, 이겹살이며 모소리살 같은 돼기고기 특수부위만을 전문으로 하는 삼각정이며 신가생태매운탕 같은 뛰어난 맛집들이 섞여 있다. 어떻게 보면, 고도제한이라는 불리한 지역적 특성이 오히려 서민적인 맛집들을 버려진 들판의 야생화처럼 아름답게 꽃피워낸 것인지도 모른다. ‘원대구탕’(02-717-8222)은 2001년에 작고한 손양원씨가 1979년에 이 골목에 처음으로 대구탕을 시작한 대구탕 골목의 원조격이다. 그러나 그이가 처음부터 이 골목에서 대구탕집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경북 의성 출신인 그이는 원래 같은 골목에 있는 이발소 주인이었고, 부인인 김명희씨가 지금의 ‘자원대구탕’ 자리에서 보신탕집을 했는데, 워낙에 장사가 안 되니까 대구요리로 메뉴를 바꾼 것이었다. 그런데 대구탕, 대구지리, 내장탕으로 대구요리 일색인 단순한 메뉴임에도 불구하고 식당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성공을 거두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싼 가격에 비해 양이 많으면서도 맛 또한 뛰어나서 주로 육군본부 소속 군인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진 때문이었다. ●군데군데 양곱창·차돌박이 등 서민적인 맛집 손양원씨는 이발소마저 때려치우고 부인과 함께 식당일에 매달렸고, 가게는 날로 번성해갔다. 그러자 원래 중국집을 하던 집주인이 계약기간이 끝나기가 무섭게 가게를 비울 것을 통고해왔다. 그리고 가게가 비자마자 바로 ‘자원대구탕’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대구탕을 시작했다. 이를테면 간판에 ‘자’자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게 쓰고 ‘원’자를 크게 쓰는 식이었다. 그이가 낙담하고 있을 때, 뜻밖에도 바로 옆 가게가 전세로 나왔다. 그이는 앞뒤 가릴 것 없이 있는 돈 없는 돈을 모조리 모아 전세를 얻어들었다. 그리고 다시 ‘원대구탕’이라는 간판을 내걸 수 있었다. 지금은 아들인 손석호씨가 원대구탕을 운영하고 있고, 딸인 손숙연씨는 금천구 시흥동에서 역시 같은 상호로 대구탕집을 운영하면서 2대에 걸쳐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 양쪽 모두가 대구탕, 대구지리, 내장탕이 6000원씩인데, 대구탕이며 대구지리는 다 먹은 후 공기밥을 넣어 볶아먹을 수 있다. 지하철 삼각지역 2번 출구를 나오면 바로 신아트와 원아트라는 그림재료를 파는 가게의 간판이 보인다. 그 사이로 겨우 리어카 한 대 지나다닐 만한 길이 나 있는데, 그 길을 따라 들어가면 ‘옛집’이라는 국수집을 찾을 수 있다. 탁자가 겨우 4개뿐인 서너 평의 좁고 허름한 공간이지만,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아 주인할머니 되는 배혜자씨나 그이의 따님 되는 김진숙씨와 눈빛을 마주치는 순간 뭔가 예사롭지 않은 느낌에 사로잡히고 만다. 세상에 이렇게 순하고 착한 눈빛을 지닌 이들이 또 있으랴. 그런 느낌으로 온국수를 시켜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국물과 함께 국수 가락을 입에 넣는 순간 또 한번 예사롭지 않은 느낌에 사로잡힌다. 세상에 이렇게 맑으면서도 진한 국물 맛이 또 있으랴. 결코 과장이 아니다. 고백하건대 취재를 갔다가 온국수 국물을 훌훌 마시면서, 나는 몇 번이고 까닭 없이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경험했다. 말하기 좋게 선의(善意)의 사람들이라고 하지만, 이렇듯 선의의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선의의 음식을 맛본 적이 얼마만인가. 옛집의 두 모녀가 지닌 선의는, 음식을 생각하기 전에 먼저 그 음식을 먹을 손님을 생각하고, 손님을 생각하기 전에 먼저 손님의 주머니 사정을 생각하는 그런 선의이다. 나는 저녁이 늦어 이미 다른 집에서 식사를 한 후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몇 번이고 눈시울을 뜨겁게 하면서 온국수 한 그릇에다가 김밥 한 줄까지 꾸역꾸역 다 먹어냈다. 만일에 조금이라도 남긴다면 자칫 벌이라도 받을 것 같은 그런 마음이었다. ●손님의 입맛·주머니 사정부터 헤아려 원래 국수집을 하던 가게를 인수받아 배혜자씨가 1981년에 국수집을 하며 다시 24년이 지났다. 그동안에 단골손님들이 어떻게 하면 그렇듯 맛깔스러운 국물 맛을 낼 수 있는가에 대해, 무슨 비법이라도 있느냐고 물으면, 그이는 한 마디로 대답했다.“비법은 무슨 비법이 있겄다요?있다면 손님을 생각하는 정성이제라우.” 큰 들통에 멸치와 다시마, 양파 등을 넣고 4시간 동안 은은한 연탄불로 오래 끓여낸 다음에 굵은 소금으로 간을 하여 국물을 만들어 낸다. 비단 겨울뿐만이 아니라 한 여름에도 연탄불에 끓여내는 것은 변함이 없다. 언젠가는 이제는 편하게 장사를 하라는 자녀들의 등쌀에 못 이겨 가스불로 바꾸었지만, 국물 맛이 나지 않아 당장에 다시 연탄불로 바꾸었다. 국물에 넣는 다데기는 해남에 사는 시누이에게 특별히 부탁하여 무공해로 기른 청양고추를 오래 곰삭혀서 재료로 사용한다. 이 집의 주메뉴인 온국수는 2000원이고, 비빔국수가 2500원, 칼국수가 3000원, 수제비가 3000원, 김밥이 1500원, 여름에만 하는 콩국수가 5000원이다. 손님이 원하면 얼마든지 무료로 사리를 더 준다. 얼마 전에 한 가지 메뉴를 추가했다. 이른 아침에 오는 단골손님들이 아무리 따뜻한 국물과 함께 먹는다지만 김밥을 먹는 것이 가슴 아파서,2000원짜리 우거지국을 팔게 된 것이다. 단 우거지국은 아침 9시까지만이다. 얼마 전에는 서울 시내에서 4식구의 일가족이 외식을 할 수 있는 식당 3곳을 뽑는데, 옛집이 당연히 들었다. ● 걸인도 다독이는 따스함 옛집의 벽에는 모 방송국 PD가 쓴 글이 걸려 있다. 그 글 중의 일부분을 여기에 소개하고자 한다. ‘삼각지 근처의 국수집 하나를 촬영했을 때의 일입니다. 멸치국물로 진하게 우려낸 국수와 속이 알차 보이는 김밥 정도가 메뉴의 전부이지만, 한 끼를 거뜬히 때우기에는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거기에 진짜 우리 할머니 같은 주인의 마음씨가 더해지면, 아무리 양이 많은 이도 그득해진 배와 벌어진 입을 추스르며 가게문을 나세게 되는 집이었습니다. 방송 다음날 무심코 제 앞의 전화가 울려서 받았습니다. 한 40대 정도의 남자가 간절한 목소리로 거기 갔다온 PD를 찾아서 당사자임을 밝혔더니 갑자기 귀가 따가워졌습니다.“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그 할머니 때문에 인생이 뒤바뀐 사람입니다.” 황당한 서두였습니다만, 그의 이야기는 길었습니다. 그는 15년쯤 전, 사기를 당해 전 재산을 털어먹고 설상가상으로 아내마저 그의 곁을 떠나버리는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고 합니다. 요즘 말로 노숙자가 되어 용산역 앞을 배회하는 서글픈 인생이 된 거죠. 하루는 배가 너무너무 고파서 용산역 앞에 늘어선 식당들 앞에서 밥 한 술을 구걸했지만, 그는 어느 곳도 발을 들여놓지 못했답니다…. 박절한 세상인심에 그는 반미치광이가 되어갔습니다. 용산역 인근 식당을 일일이 다 들어갔으나 모든 곳에서 박대를 받고나오며 밤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질러버리겠다고 독한 마음을 먹었지요. 한 집 한 집 지나쳐가다가 작은 골목에 있는 할머니네 국수집까지 간 것입니다. 할머니는 그의 비루한 몰골을 보고도 환하게 웃으며 선선히 맞아주었습니다. 허겁지겁 국수를 퍼넣고 있는데, 할머니가 갑자기 그릇을 뺐었다네요. 그러더니 할머니는 삶은 국수와 국물을 한가득 다시 가져다주더랍니다. 거의 두 그릇 양은 됨직한 국수를 다 털어넣은 뒤에야 할머니께 무슨 말을 어떻게 할까 하는 걱정이 떠올랐습니다. 할머니가 국수를 삶는 틈을 타서, 그는 자리를 박차고 뛰어나갔습니다. 그때 “그냥 가, 뛰지 말어, 다쳐요!”라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자신을 속이기만 하던 세상, 자신을 버렸던 사람들이 쳐둔 얼음장 속에 숨막혀 가던 자신에게 할머니의 말 한 마디는 그야말로 따스한 불씨 한 조각이었다는 겁니다. 그는 얼마 뒤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파라과이로 혈혈단신 이민을 떠났습니다.
  • [우영희의 출동!요리구조대] 캘리포니아롤&크림소스 양파무침

    [우영희의 출동!요리구조대] 캘리포니아롤&크림소스 양파무침

    저는 대덕연구단지에서 전자 통신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5년이상 객지생활을 하다보니 혼자 해 먹는 데는 이력이 붙었지만 특별한 요리는 할 줄 몰라요. 그동안 많이 의지하던 친구가 포스트 닥터과정을 밟는 남편과 같이 영국으로 갑니다. 친하게 지냈는데…. 그래서 영국에서도 해먹을 수 있는 요리를 선물하고 싶어요. 그 친구는 임신 3개월이니 아기를 위해서라도 잘 먹어야 되잖아요. 영국에서도 쉽게 할 수 있는 요리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선생님, 도와주세요. -친구의 의미를 곱씹는 친구가. 친구를 떠나보내는 이지현(31)씨의 ‘석별의 요리’를 위해 요리구조대 우영희씨가 대전을 찾았다. 대전시 유성구 전민동의 지현씨를 만나자 이씨는 위로부터 시작했다.“마음이 오가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잖아요. 그런 친구는 삶을 사는 데 보험만큼 든든한 역할을 하지요.” 시무룩하던 지현씨, 금방 얼굴이 환해졌다.“전 우영희 선생님의 팬이거든요, 그런데 ‘외국에 나가실 분들 한식 요리 배워두면 좋다.’는 선생님의 말씀이 갑자기 떠올라 사연을 보냈습니다.” 친구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면서 영국에서도 즐겨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론 어떤 것이 좋을까. 외국 식재료로도 금방 만들 수 있고. “캘리포니아 롤을 추천해요. 맛과 영양, 모양도 예쁘거든요. 영국에서 식사초대할 일이 있을 때도 활용할 수 있죠. 영국인들은 연어를 특히 좋아하니까요.”우씨의 설명이다. “롤에 들어가는 초밥물을 만들기가 어렵지 않나요.”예쁘고 맛있는 캘리포니아 롤만 먹었던 지현씨는 겁부터 먹은 듯한 질문이다. “아니에요, 초밥물의 재료는 어느 집에나 있는 식초·소금·설탕이 전부예요.”우씨는 재료의 단순함을 강조했다. “그래도 뭔가 비법이 있을 듯한데요.”친구에게 자세히 가르쳐 줄 요량으로 강의받듯 정리하던 지현씨의 의구심이다. “주의할 점이 있긴 있지요. 잘 보세요. 재료를 냄비에 넣어 녹이는데요, 알루미늄 냄비와 끓이면 안 돼요.” “알루미늄은 식초와 화학반응을 일으켜 맛을 변하게 하고, 끓이면 신 맛이 날아가거든요. 그래서 초밥물 재료는 살짝 덮여야 해요. 밥은 뜨거울 때 초밥물과 비벼야 제맛이 나요. 먹을 만큼의 밥을 그릇에 덜어 담고 초밥을 뿌리는데, 누르듯이 하지 말고 밥을 자르듯이 비벼줘야 돼요.” “부채 있어요?”우씨가 갑자기 부채를 찾는다. “부∼채?, 집이 너무 더워요?”지현씨의 눈이 다시 한번 둥그레졌다. “초밥물로 비빌 때 옆에서 부채질을 하면 밥에서 훨씬 빨리 끈기가 생기거든요, 처음에는 물에 만 밥 같겠지만, 계속 비비면 점차 끈기가 생겨요, 이때까지 비벼둬야 해요.” 이들은 아보카드를 반으로 나눠 길게 썰고 단무지와 오이도 가늘게 채썰었다. 훈제 연어가 약간 흐느적거렸다. 지현씨가 너무 일찍 냉동실에서 꺼내 놓아둔 탓이다.“냉동 훈제는 약간 얼은 상태가 말기에 좋아요.”우씨는 발을 동동 구르던 지현씨를 달랬다. 캘리포니아 롤만 먹어도 좋지만 그래도 뭔가 허전한 듯 조금 심심하다.“이럴 때 미소 된장국을 곁들여도 되지만 새콤달콤한 맛이 잘 어울린다.”는 것이 우씨의 설명이다.“크림 소스에 양파를 무치는 것이 좋아요.”크림 소스 재료는 설탕을 넣는데 설탕 대신 꿀이나 연유도 좋단다. 양파는 결대로 채 써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캘리포니아 롤과 크림소스 양파무침을 차린 우씨,“음식은 바로 사랑이잖아요. 음식을 통해 우정을 다지고, 추억이 남는 좋은 선물이 됐으면 좋겠어요.” ●캘리포니아 롤 재료따뜻한 밥 4공기(뜨거울 때 초밥물에 버무린다), 청오이 ½개(곱게 채썬다), 노란 단무지 50g(오이와 같은 크기로 채썬다), 아보카도 ½개(채썰거나 으깨어 둔다), 김 4∼5장(김밥용 구운김), 훈제 연어 200g(슬라이스해 둔다),초밥물(식초·설탕 5큰술씩을 소금 ½큰술과 섞어 약한 불에 녹인다.) ①구운 김 위에 초밥물에 버무린 밥을 전면으로 펼친다. ②(1)을 뒤집어서 김 위에 오이채를 얹고 돌돌 만다(이때 랩이나 젖은 위생행주 등을 깔아 사용하면 밥알이 달라붙지 않는다). ③같은 방법으로 단무지, 아보카도도 만든다. ④(2)나 (3)의 김밥 바깥에 연어로 감싸듯 돌려 준 후 보기 좋게 썬다. ⑤크림소스에 버무린 양파를 곁들여낸다. ●크림소스 양파무침 ①양파 1개를 곱게 채썰어 찬물에 담가 매운 맛을 빼낸 후, 물기 제거하여 마요네즈 5큰술, 설탕 2큰술, 식초 2큰술, 레몬즙 1큰술, 생크림 2큰술에 버무린다. ●아보카도 이렇게 고르세요 껍질 색깔이 녹색에서 약간 검게 변할 때, 손으로 쥐어 봐서 조금 탄력성이 느껴지면 먹기가 좋다. 좀 딱딱하다 싶으면 상온에 두었다가 익으면 냉장 보관한다. 아보카도는 과일 중 가장 영양가가 높은 과일로, 지방·탄수화물·단백질·비타민 등 모든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 있어 임산부에게도 좋다. 푸드채널 ‘우영희의 아름부엌’에서 복습하세요.1월17일 오전 10시20분 방송됩니다.
  • [성공시대] 문어 풀빵 ‘다코야끼’로 승부

    [성공시대] 문어 풀빵 ‘다코야끼’로 승부

    출출한 행인들을 유혹하는 ‘길거리 간식’은 맛깔스러운 자태로 한순간에 시선을 사로잡아야 한다. 김밥과 떡볶이, 순대 등 낯익은 간식거리가 넘쳐 나는 서울 종로통에서 한판 승부를 내려면 더욱 그러하다. 이 곳에서 일식 먹을거리를 내놓아 수년째 짭짤한 수익을 내고 있는 문승현(39)씨. 그는 문어와 야채를 넣은 밀가루 반죽을 구운 뒤 소스와 마요네즈를 뿌려 먹는 일본 전통과자인 ‘다코야키’의 전도사를 자임하고 있다. 일본어로 ‘다코’는 문어라는 뜻이며 ‘야키’는 구이를 의미한다. ●우리 입맛에 맞게 개발하는 데 2~3년 걸려 “스물 한살 때부터 장사를 시작했어요. 지난 18년 동안 계란빵과 피자, 은제품, 가방장사 등 제 손을 거쳐간 장사 아이템도 부지기수죠. 장사를 한 곳도 노점을 비롯해 워낙 다양한 덕분에, 이제는 어디서 무엇을 팔아야 ‘돈이 된다.’는 동물적인 ‘감각’까지 생겼을 정도입니다.” 문씨는 지난 1998년 다코야키를 장사 아이템으로 정하자는 지인의 제안에 자신의 상술을 끌어들였다. 승산이 있는 아이디어라는 판단이 내려져 우리 입맛에 맞는 다코야키 개발에 나선 것이다. ‘문어 풀빵’인 다코야키는 같은 밀가루 반죽이라도 물 배합이나 재료에 따라 맛이 크게 달라진다. 게다가 적절하게 구워지고 일정하게 동그란 모양의 맛깔스러운 다코야키가 나오려면 쉽지 않은 까닭이다. 이 때문에 나름대로 다코야키를 만드는 일가견을 쌓는 데는 무려 2∼3년이나 걸렸다. 굽는 판과 리어카도 다코야키 제작과 판매에 알맞도록 고안해서 만들었다. 노하우가 쌓이자 지인들에게 창업 가이드도 해줬다. ●어려운 이웃 70명 창업 도와 “노점을 하면서 딱한 처지의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이들에게 다코야키를 만드는 방법 등 가게를 열 수 있도록 조언을 해주죠. 지방까지 합치면 70곳 정도가 제 도움을 받아 문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금까지 장사하는 사람들은 몇 명이 안돼요. 위치 선정이나 맛을 제대로 내지 못했기 때문이죠.” 다코야키가 종로통에서 인기 있는 노점 품목으로 떠오르자 이를 따라 하는 사람들도 늘었다. 일본 오사카에서 처음 개발된 다코야키는 재료와 굽는 방법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다. 탁구공 같은 모양에 크기도 달걀 절반에서 어른 주먹 크기까지 여러가지다. “일본에서 다코야키는 아이들의 간식이나 어른의 술안주로 두루 통하는 서민적인 음식입니다. 다코야키의 맛을 재현하는 방법에 따라 한국에서는 자연스럽게 매출이 엇갈리죠.” ●개당 400원… 한달 순익 500만~600만원 5개 2000원,8개 3000원에 팔리는 다코야키는 하루 매출액이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다양하다. 많이 팔리는 ‘운수 좋은 날’은 하루에 수천개의 다코야키가 팔려 나간다. 한 달 매출액은 평균 1000만원, 순이익은 500만∼600만원에 이른다. 하지만 재료비 등 원가는 매출액의 30∼40%에 불과할 정도로 많이 남는 장사다. 이처럼 마진의 폭이 큰 편이라서 6년 동안 무려 2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남겼다. 하지만 창업비용은 리어카와 불판을 제작하는 데 들어간 비용이 전부다. “돈을 많이 벌려면 긍정적인 사고를 가져야 합니다. 장사꾼이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 매출에도 크게 영향을 끼치게 마련이죠. 저도 개인적인 사정으로 머리가 복잡하면 일이 좀체 손에 잡히지 않아서 매출이 떨어집니다.” 그의 노점 개점시간은 오후 2시∼오전 3시. 노점의 특성상 손님이 많은 날에는 새벽 3시까지 장사를 하지만 행인의 발길이 뜸한 날에는 자정 쯤에 철수한다. 손님들이 몰리는 시간대는 배가 출출해지는 시간과 저녁 식사시간이 맞물리는 오후 5∼8시. 문씨는 피카디리 극장 인근에 위치한 버스정류장에 자리잡아 그의 다코야키를 찾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많다. “내년 쯤에는 중국에 가서 다른 장사를 해볼 참입니다. 여기에서 장사하는 것은 생업일 수밖에 없어서 여유로운 마음이 없잖아요. 어려운 사람들도 도우면서 새로운 세계에서 살고 싶어요.”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아하 그렇구나]도전! 크리스마스 케이크

    [아하 그렇구나]도전! 크리스마스 케이크

    올해 서른인 이재영(테크노마트 경영기획실)씨는 요즘 고민에 휩싸여 있다. 만난 지 100일 되는 올 크리스마스에 ‘여친’을 ‘애인’으로 바꾸려는 계획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 한 발 다가가면 딱 한 발 더 멀어지는 여친을 확 ‘땡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그는 케이크를 만들어 마음을 사로잡기로 했다. 그러나 거듭되는 실패, 책과 인터넷을 섭렵해도 좀체 맛있는 케이크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30년 경력의 ‘베이커리 명장’ 김영모선생님을 찾아 사사받았다. 먼저 재영씨는 김선생님과 무슨 케이크를 만들까 상의를 한 결과 ‘허니 그린티’라는 벌꿀과 녹차가 들어간 롤케이크에 생크림과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기로 결정했다. 재료 계란 150g(보통 크기로 3개), 설탕 120g, 벌꿀 25g, 박력분(과자용밀가루) 90g, 전분 8g, 녹차분말 8g, 버터 20g, 우유 30㏄ (1)계란을 거품기로 충분히 풀어준다.팁:거품기를 쓸 때는 반드시 그릇을 유리나 플라스틱 그릇을 써야 한다. 또 계란을 충분히 풀어야 설탕이 응고되지 않는다. 설탕이 계란 노른자에 직접 닿으면 덩어리진다. (2)계란 푼 것에 설탕과 벌꿀을 넣고 45℃로 만들어 거품을 낸다. 꿀은 케이크를 촉촉하게 한다. 팁:직접 열을 가하면 안 되고 끓는 물에 그릇을 담가놓고 거품을 내야 한다. 즉 중탕해야 한다. (3)보통 거품기로 5분 이상, 부피가 처음 계란의 2배 이상될 때까지 거품을 낸다.(4)박력분과 전분, 녹차분말을 체에 내린 다음 (3)과 섞는다. 팁:섞을 때 거품이 꺼지지 않게 주걱으로 거품을 밑에서부터 퍼 올리며 섞어야 한다. 거품이 꺼지면 빵이 딱딱해진다. (5)버터와 우유를 그릇에 넣고 끓는 물에 중탕으로 녹이고 (4)에 넣고 섞는다. 거품이 꺼지지 않게 밑에서부터 섞는다. (6)빵틀에 (5)를 넣고 스크래퍼로 편편하게 만들어 220℃의 오븐에서 8분 굽는다. 팁:케이크를 구울 때 빈 빵틀에 물을 살짝 뿌리고 겹쳐서 굽는다. 그래야만 빵이 타지 않고 부드럽게 구워진다. 장식용 크림은 생크림 500㏄에 설탕 30g, 코앵트로(오렌지향의 술) 5㏄를 넣고 거품기로 5분 이상 충분한 거품을 내면 생크림이 된다. 팁:생크림에 거품을 낼 때는 밑에 얼음물을 넣고 내야 한다. 생크림은 차가워야 거품이 잘나고 단단해진다. (7)케이크가 완전히 식은 다음 딸기를 올리고 시럽과 생크림을 바른다. 안쪽은 많이 바르고 끝으로 갈수록 적게 발라야 끝이 풀리지 않는다. (8)김밥을 말듯이 말고 5분정도 그대로 두면 풀리지 않는다. (9)생크림과 장식으로 겉을 장식한다.
  • [길섶에서] 을지로 벤처(속)/김영만 논설실장

    김밥 청년은 보이지 않았다. 닷새 아침동안 서있었던 을지로 입구 지하철역에서 시청광장역 방향 가는 지하도 계단은 비어 있다. 자리를 옮겼나 해서 광장밑 지하도까지 훑어도 마찬가지. 오늘 아침엔 김밥 한줄 사면서 장사가 어떤지 물어보려던 어쭙잖은 계획도 물거품이다. 코트 바깥주머니에 넣었던 천원짜리 지폐들만 만지작거리는 아쉬움이라니. 장사 안되리라던 내 방정이 언짢다.‘입살이 보살’이라고, 뭔가라도 해본다고 나선 청년에게 “그런 곳에서 장사가 될 리가 없어.”했던 내 마음속 판단이 그에게 옮아 상처만 하나 더 남겼으면 어쩌나. 사무실을 들어서는데 어제의 글을 본 동료가 “김밥 사셨어요.”하고 묻는다.“없어요.”하고 심드렁해했더니 “아뇨. 제가 올 때는 있습디다.”한다. 그랬나. 동료가 지하철서 내린 시간이 20분쯤 빨랐다니까 경험칙으론 청년이 김밥과 샌드위치를 다 팔아 장사를 마쳤기 때문에 없었다는 이야기다. 세상 많이 안다고 생각하는 신문사 논설실장보다 백수청년의 생각과 행동이 더 크다. 정말 김밥을 모두 팔아서 없었던 것인지 그래도 내일 다시 물어볼 참이다. 김영만 논설실장 youngman@seoul.co.kr
  • [길섶에서] 을지로 벤처/김영만 논설실장

    서울 지하철 2호선 을지로 입구역에서 시청앞 광장 방향 가는 계단.20대 후반의 청년이 지하철서 내려 구름처럼 밀려오는 출근길 시민들을 보고 어울리지 않는 소리를 질러댄다.“새벽 다섯시에 만든 웰빙 김밥 있습니다. 샌드위치 있습니다.”앞에 놓인 박스안에 김밥이랑 샌드위치가 들었나 보다. 착해 보여 더 어수룩하다. 청년이 그 자리에 나타난 게 닷새쯤 됐다. 암만 생각해도 장사가 될 자리는 아닐 성싶다.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오는 곳 한가운데 자리잡아 사고 싶어도 어지간해서는 김밥 달라고 할 형편이 못된다. 게다가 지하도만 벗어나면 널려 있는 게 아침 거른 직장인을 위한 샌드위치 포장마차들이다. 김밥, 샌드위치를 외치는 소리품새도 영 아니다. 하나도 안 팔리면 다음날은 안 나오겠지 했는데 올 들어 가장 춥다는 월요일 아침에도 자리를 지키고 있어 의외다. 백번쯤 취직시험에 낙방하고 저렇게 나왔을까 하는 것은 지레짐작이고. 재료값은 나오니까 오늘도 나왔으리라 믿고 싶지만 여전히 자신은 없다. 듣기 좋으라고 쓴 ‘벤처 성공담’따라하느라 재료값만 날리고 있는지도 모를 일 아닌가. 오늘 아침 출근길에는 김밥이라도 한줄 사면서 물어볼 생각이다. 김영만 논설실장 youngman@seoul.co.kr
  • [조용섭의 산으로] 지리산 삼봉산

    [조용섭의 산으로] 지리산 삼봉산

    세상이 분주하게 돌아가는 어느 사이, 가을의 끝자락은 온다간다는 인사도 없이 자취를 감춰버렸다. 주말이면 가까운 산을 올랐던 사람들 중, 추위에 움츠러들어 봄을 기약한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정작 산을 아는 사람들은 지금이야말로 산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때라 한다. 울긋불긋 단풍 옷을 벗은 가지 사이로 보이는 하늘, 능선과 계곡이 한 눈에 들어오는 바로 지금이 산의 속살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조금 있으면 산은 순결한 은백의 옷을 입을 것이다. 은백의 설원, 여유있고 넉넉한 눈꽃, 대기의 치열함이 빚는 나무서리…. 추억이 남는 멋진 겨울에도 산행은 계속된다. 자연의 순환이 은밀한 반환점을 돌아가는 이맘때 우리는 뭔가 허전하고 또 아쉬운 듯한 감상에 빠지기 쉽다. 이럴 즈음에는 오히려 감상에 푹 빠져 조금은 처연해보이는 자연에 한걸음 다가서서 몰입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 ‘그리움의 산’이자 ‘어머니의 산’인 지리산의 삼봉산(1187m)으로 방향을 잡았다. 삼봉산은 경남 함양군과 전북 남원시가 경계를 이루는 곳에 우뚝 솟은 봉우리. 이 산에 서서 남쪽으로 바라보면 병풍을 이루며 장쾌한 하늘금을 긋고있는 지리 주능선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삼봉산 등산은 함양군 함양읍 마천면의 높은 산자락을 가로지르며 나있는 1023번 지방도의 고갯마루인 오도재에서 시작하자.1023지방도는 지난 88년부터 15년 동안의 공사를 거쳐 함양읍쪽 지안재에서 지리산 가는 길인 오도재 구간 12㎞를 확·포장해 지난해 11월 개통됐다. 해발고도가 773m인 오도재에 설치된 주차장과 여러 기념조형물들이 오히려 호젓하다. 마천쪽 500m 아래에 지리산전망대휴게소와 팔각정인 지득정(智得亭)도 눈길을 붙잡는다. 오도재(悟道峙)라는 이름은 마천면 삼정리 영원사 도솔암에서 수도하던 청매(靑梅) 인오조사(印悟祖師·1548∼1623·서산대사의 제자)가 이 고개를 오르내리면서 득도한 연유로 얻었다고 전한다. 고개는 옛날 남해·하동 등지의 해산물이 전북·경북·충청 지역으로 운송되는 육상교역로였단다. 고개의 남쪽 약 2㎞ 아래 구양리 촉동마을에는 가락국 구형왕(신라에 나라를 넘겨 준 왕이라 하여 양왕이라고도 한다)이 거주하면서 무기를 만들었다고 하는 빈 대궐터가 있다. 오도재에서 삼봉산까지의 거리는 3.9㎞. 오름길이 가파른 곳이 가끔 있으나 서두르지 않고 오름길 좌측의 지리 주능선에 눈길을 두고 쉬엄쉬엄 오르다보면 2시간 남짓하게 닿을 수 있다. 대부분의 산길은 육산길로 아주 부드럽다. 가끔씩 나타나는 바위지대는 그대로 오르내릴 수도 있으나 우회길도 있다. 겨울철 바위 표면이 얼어있을 때에는 조심하고, 우회하는 것이 좋다. 삼봉산 정상에서는 사방팔방으로 한없이 펼쳐지는 장쾌한 마루금에 그리움의 눈길을 두고, 우리의 산하를 추억하자. 그리고 자연과 가까이 하는 마음, 인연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도 가슴에 담아보자. 삼봉산 정상에서는 오름길 왼쪽 즉 남쪽으로 내려서며 백운산∼금대산을 잇는 산길을 택했다.1시간 남짓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서면 잘록이(鞍部)인 등구재에 닿는다. 고개 역시 경남과 전북의 도계를 이루는데, 산길치곤 아주 넓다. 등구재에서 다시 백운산으로 오르려면 200m 이상 올라야 하지만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다. 낙엽송, 잣나무 숲이 산자락을 꽉 메우고 있는 산길은 쌓인 솔가리들로 그렇게 푹신하고 부드러울 수가 없다. 서두르지 않고 편안한 숲에 눈길 두어가며 오르다보면 어느새 공간이 확 트이면서 이정표와 정상석이 반긴다. 백운산(902m)이다. 점심시간을 등구재 부근에서 맞이한다면 등구재에서 백운산쪽으로 2분 정도 오르다보면 오른쪽에 헬기장이 나오는데 그 곳이 식사 장소로 적격이다. 백운산에 오르면 일단 오늘의 힘든 산행은 끝났다. 남쪽으로 병풍처럼 드리워진 지리 주능선이 한결 가까이 다가오고, 지리산 중북부 능선 봉우리인 삼정산 아래 들어 앉은 문수암 등 유서깊은 절 집도 눈에 들어 온다. 능선길에 접어들면 걸어온 능선이 벌써 아득하고, 오도재에서 마천으로 내려서는 산골 마을이 평화롭다.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금대산(847m)에서 금대암으로 내려서는 길은 이 때까지와는 사뭇 다르게 큰 바위지대가 많다. 금대암은 점필재 김종직선생과 탁영 김일손선생의 지리산 기행기(유두류록과 속유두류록)에 나올 정도로 유서깊은 절집. 금대암에서 마천면 창원리 금계마을로 하산길을 잡았다. 절 중앙의 축대 아래로 난 계단을 내려서면 울창한 대나무숲이 나오는데, 여기서 왼쪽 산자락으로 이동하면 된다. 잠시 내려서면 소박하고 정갈한 샘터가 나온다. 내려오는 골짜기마다 태풍 루사가 할퀸 수마(水魔)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여기서 30분 남짓 내려서면 금계마을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언덕이다. 왼쪽 아래 밭이 보이는 지점의 경사면으로 붉은색 표식기(시그널)가 달려 있다. 내려서서 밭고랑 사이를 지나면 커다란 집수정이 나오고 개짖는 소리와 함께 마을이 나타난다. 이번 산행 종료지점인 금계 마을이다. 마을 입구에는 금계(金鷄)마을을 이루고 시작한(創始) 기념비석과 물레방아, 그리고 정자가 깨끗하게 단장됐다. 이로써 그리움의 산행을 마감한다. ■ 삼봉산 이렇게 가세요 교통 자가차량일 경우 대전∼진주(통영)간 고속도로로 접근, 함양분기점에서 빠져나와 함양읍에서 인월가는 24번 국도로 잠시 진행하면 좌측 산자락으로 오도재 가는 이정표가 나온다. 따라가면 된다. 대전∼통영고속도로 생초분기점에서 나와 60번 도로를 타고 마천쪽으로 진행하다가 의탄교 조금 못미친 지점(SK주유소)에서 오른쪽으로 오도재 가는 길을 타도 된다. 대중교통일 경우 시외버스를 이용해 함양으로 들어온 다음, 택시편으로 오도재로 이동하면 된다. 함양시외버스터미널∼오도재 택시비는 1만 1000원. 금계마을에서 하산한 다음 군내버스를 이용해 함양으로 나가면 된다. 가족이나 단체 산행일 경우에는 산행 전날 오도재 아래의 민박집(1박 3만원)에서 묵으면 좋다. 일찍 오도재로 올라와 지리 주능선을 배경으로 떠오르는 일출을 맞이한 뒤 위의 코스로 산행을 하면 된다. 금계마을쪽으로 하산할 때 민박집에 부탁하면 차량있는 곳으로 옮겨주기도 한다. 도착지 금계마을에서 출발지 오도재까지 되돌아가는 갈 때 택시(8000원)를 이용하면 된다. 아쉬운 점은 아직 오도재를 경유하는 대중교통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민박 오도재 물레방아산장(055-962-5475·마천쪽 1023도로 구양리 촉동) 주의점 산행내내 물을 구할 수가 없고 금대암에 가야 비로소 샘이 있다. 식수를 빠트리지 말고 통상 2ℓ 정도 준비하자. ■ 겨울엔 땀흘리지 마세요 겨울철 산행은 땀을 흘리지 않을 만큼의 속도로 가는 게 요령이다. 피부와 맞닿는 부분이 젖었을 땐 즉시 갈아 입어야 동상을 예방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옷·양말·장갑 등을 여벌로 따로 준비해야 한다. 또 눈과 얼음에 대비해 보온복·방수방풍의·보온장갑·방한모자·아이젠·스패츠 등의 장비를 철저히 준비하자. 관절을 보호하고 미끄러질 때 몸의 균형을 잡기 위해 지팡이(스틱)도 챙겨야 한다. 비상시에 대비해 휴대전화·손전등·예비전지·가솔린 라이터 등을 준비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한겨울 꽁꽁 언 김밥은 먹어 본 사람만이 아는 고역이다. 때문에 식사는 다소 무겁더라도 보온 도시락과 보온 물통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조용섭씨는 스무살 때 지리산 천왕봉을 첫 등정한 이후 지리산에 빠져버린 ‘산마니아’다. 지리산 답사모임인 ‘지리산 산길따라(cafe.daum.net/jiricom)’의 대표 시샵인 그는 답사모임 뫼벗을 결성해 이미 낙동정맥·낙남정맥을 종주했고, 요즘엔 백두대간 마루금을 잇고 있다. 한국산악회 부산지부 대외협력담당 이사를 맡고 있는 그는 롯데캐피탈㈜의 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 가슴 활짝 편 ‘중고신인 가수’ 춘자

    가슴 활짝 편 ‘중고신인 가수’ 춘자

    바야흐로 ‘춘자의 전성시대’. 온·오프라인에서 단연 화제의 인물로 떠오른 중고 신인 가수 춘자는 이름처럼 인생의 ‘봄날’을 맛보고 있다. 빡빡 깎은 머리와 문신. 힐끗 봐도 튀는 그녀는 게다가 걸걸한 말투와 선머슴 같은 행동으로 시선을 꽂히게 만든다. 데뷔곡 ‘가슴이 예뻐야 여자다’는 또 어떤가. 다소 선정적인 제목은 그녀의 외모와 더불어 요사스러운 호기심을 발동시킨다.“속상한 일이 있으면 가슴이 아프다거나 가슴이 답답하다고 말하잖아요. 가슴이 그 가슴이에요.”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은 질문. 이제 대사 외듯 대답도 자동이다. 섹시함과 깜찍함을 무기로 내세우는 여자 연예인들 사이에서 그녀의 ‘여성답지 않음’은 제대로 먹혔다. 빼어난 노래 솜씨와 춤실력은 몸값을 높여줬다. 빡빡한 일정이 치솟는 인기를 말해준다. 짧은 시간이지만 체력이 서서히 바닥을 보이고 있다.“제가 ‘감기에 안 걸릴 것 같은 여자 연예인’으로 뽑혔다는 기사를 보고 있을 때 이미 감기에 걸려 있었어요.(웃음)” “연예인들이 바빠서 차 안에서 김밥 먹고 그런다고 했을 때 솔직히 ‘구라’인 줄 알았거든요. 근데 지금 제가 그래요. 가릴 입장은 아닌데 시간이 없어서 본의 아니게 가리게 되더라구요.” 간간이 욕설을 섞은 솔직한 말투는 당혹스럽다기보다 시원했다. 혹자는 그녀의 자유분방함이 기획에 의해 연출된 것이라고 딴죽을 건다.“오히려 지금이 더 여자다워졌어요. 옛날엔 거의 남자였죠. 여자애들한테는 그냥 맞아줬다니까요.” “‘쌈박질’로 경찰서를 뻔질나게 들락거렸다.”는 그녀는 “동네(산본)에서 사고났다 하면 늘 그 현장에 있었고 ‘나 모르면 간첩’일 정도로 제대로 깡패였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녀가 이토록 다 까발릴 수 있는 것은 타고난 성격이기도 하지만 “아쉬울 게 없기 때문”일 듯.15살 때 처음 음악을 접해 2000년 난영가요제에서 수상하고 미사리, 대학로, 홍대 라이브 카페에서 활동해온 그녀는 아마추어 무대에선 이미 ‘뜬 별’이었다. 규모만 조금 커졌을 뿐이지 “노래할 수 있는 무대가 있고 지켜봐 주는 관객이 있다.”는 점은 그 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그녀의 활약에 입을 다물지 못하는 분들은 부모님.TV에 나오는 것도 기특한데 얼마전 엠넷 뮤직비디오 시상식에서 신인상까지 받자 한마디로 “난리가 났다.”고 한다.“노인네들한테 상은 예술이잖아요.(웃음)” 사진 촬영을 하면서 그녀가 간헐적으로 읊조리는 재즈 명곡 ‘플라이 투 더 문’의 분위기가 기막혔다.“제 이미지가 너무 강하니까 처음부터 색깔이 뚜렷한 음악을 들고 나오지 못했어요. 하고 싶은 건 흑인음악이에요. 한 3∼4년 후 본고장에 가서 제대로 공부하고 나서 하려고요. 머리에 든 게 있어야 제대로 묘사를 하지 않겠어요?” 춘자가 기획됐든 아니든 그녀의 출연은 여성에 대한 편견을 무너뜨리는 데 일조하고 있음이 분명하다.‘사랑받으려면 예쁘게 굴어라.’는 더이상 여자 연예인들의 금과옥조가 될 수 없다. 이 발칙한 가수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폭발적이다.3년 전엔 쓴 잔만 들이켰는데 말이다.‘사람은 때를 잘 타고 나야 된다.’는 말이 새삼스럽다. 글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사진 강성남기자 snk@seoul.co.kr
  • 지자체 구내식당 파리 날린다

    지자체 구내식당 파리 날린다

    지방자치단체 구내식당들이 썰렁하다. 주 이용자인 공무원들이 찾지 않기 때문이다. 연말 연시를 맞아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이 때문에 연간 수천만∼수백만원씩의 임대료를 내는 구내식당 운영자들은 울상이다. 반면 시·군청 인근 식당가는 공무원들의 행렬로 북적대고 있다. ●시·군청 부근 식당가는 북적 경북 경산시청 구내식당의 경우 1식 5찬의 중식을 3000원에 제공하고 있지만 이달들어 하루 평균 점심식사를 하는 공무원은 50여명선. 상주 공무원 600여명의 8%에 불과한 수준이다. 불과 수개월전만 해도 80∼90여명이 이용했지만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부쩍 줄었다. 이같은 불황으로 식당 운영권자 김모(40·여)씨는 최근 ‘시청 구내식당 식사하러 오세요’라는 문구를 새긴 대형 현수막을 제작, 시내 곳곳에 내걸고 외부 손님 끌기에 나섰다. 김씨는 “평상시에도 공무원들의 이용이 저조했지만 최근 들어 눈에 띄게 감소했다.”면서 “구내식당 운영으로 연간 3000만원의 임대료를 갚기는커녕 빚더미에 앉을 판”이라고 울상지었다. ●업자 “임대료도 못건져” 울상 500여명의 공무원이 근무하는 포항시청 구내식당도 하루 평균 식사(끼니당 3000원) 인원이 40∼50명선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시청 인근 식당가는 점심때면 공무원들로 붐비고 있다. 연간 임대료가 1000만원인 경주시청 구내식당은 최근 점심식사 제공을 중단했다.560여 본청 직원 가운데 구내식당을 찾는 공무원이 없기 때문. 고작 라면이나 빵 등을 팔아 푼돈을 만질 뿐이다. 전남도청 구내식당도 지난 달부터 점심식사(끼당 1500원) 이용자가 이전 하루 평균 350명에서 200명 이하로 떨어졌다. 감소폭이 예년에 비해 두드러진다. 구내 식당 여직원은 “지난해 연말에도 줄었지만 이처럼 크지는 않았다.”면서 “그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라면과 김밥, 토스트를 찾는 사람도 하루에 줄잡아 40∼50명은 됐으나 지금은 20명도 안된다는 것. 도청 한 남자 직원은 “연말이면 바빠 구내식당을 이용하기 마련인데 이상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바쁜 연말에 더 심각 ‘기현상’ 식당 운영권자들도 “중견 영양사들이 짠 식단이 외부 식당에 비해 손색이 없는 데도 공무원들이 외면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한 시민은 “불황으로 온 나라가 난리이지만 공무원들은 상대적으로 그 여파가 적은 모양”이라며 씁쓸해 했다. 이에 대해 지자체 관계자들은 “구내식당이 어렵다는 것은 알지만, 그렇다고 강요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대구 김상화 광주 남기창기자 shkim@seoul.co.kr
  • 걸음마 뗀 ‘희망가게’ 1, 2호점

    걸음마 뗀 ‘희망가게’ 1, 2호점

    겨울비가 내리던 지난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미재연’의 유리문을 열자 십 수년전 유행했던 최성원의 ‘제주도의 푸른밤’의 따뜻한 선율이 10평 남짓한 가게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벽 한쪽에는 캄보디아 여성이 새긴 목각새(木刻鳥)가 사장 김모(38)씨와 함께 반갑게 맞았다. “장떡이 좀 짜지 않을까 모르겠네요.”잠시 뒤 김씨가 내 온 새싹비빔밥을 한 숟가락 배물었다. 이내 봄을 알리는 향긋한 풀냄새가 입 안 가득 스며들었다. 지난 8월 문을 연 미재연은 시민사회단체 ‘아름다운재단’에서 모자 가정의 자립을 돕는 공동 매장인 희망가게 1호점이다. 아름다운재단에서 대출받은 9000만원과 여러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아담한 한식전문점으로 태어난 미재연은 아스팔트 위의 고단한 삶에 지친 시민들에게 6개월째 단아하고 풍성한 먹을거리로 초록색 봄소식을 알리고 있었다. ●헌재 재판관과 영화배우도 단골 미재연은 ‘아름답고 재미있고 자연이 있는 식탁’이라는 조어. 창업자인 김모, 이모(38), 박모(29) 등 세 명의 모자 가정 아주머니 이름에서 한 자씩 따 왔지만 풀어보니 더 그럴싸했다. 미재연은 음식점으로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상태.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데다 불경기의 여파로 하루 손님은 100명을 채우지 못한다. 건물임대료와 재료비를 빼면 세 아주머니들의 생계비로도 빠듯한 형편. 결국 한 배를 탔던 박씨는 지난달 가게에서 손을 뗐다. 처음 장사에 뛰어든 터라 각종 세금과 서류를 내는 것도 아직 낯설다. 그러나 이들은 여전히 희망의 ‘새싹’을 틔우고 있다. 소박하지만 온갖 정성이 담긴 미재연의 식탁이 입소문을 타고 있기 때문이다. 주고객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와 20·30대 직장인들. 헌재 재판관과 유명 영화배우 등 저명 인사들도 단골이 됐다. 이씨는 “멀리 지방은 물론 일본인 관광객들까지 찾아오곤 한다.”면서 흐뭇해했다. ●수입금으로 장애아동 도울 것 아주머니들의 가장 어려운 문제는 육아. 이씨는 친정엄마가 10살 된 아들을 맡아주지만 김씨는 아침마다 세살배기 딸을 보육원에 보내야 하는 게 가슴 아프다. 방송통신대에 재학까지 하고 있어 하루에 딸과 함께 지내는 시간은 고작 1시간 남짓이다.“돈을 벌면 딸과 단 둘이 여행을 가는 게 꿈”이라고 털어놓을 정도다. 매상이 시원치 않다 보니 다른 모자 가정의 자립을 위한 기부를 거의 못 하는 것도 마음에 걸린다. “얼마 전 한 할아버지가 질 낮은 휴지를 팔아달라고 오셨어요. 그래서 식사 대접을 하면서 ‘우리도 힘들다. 될 수 있으면 오지 말아달라.’고 부탁드렸죠. 받은 만큼 많이 돌려드리지 못하니까 어쩔 땐 마음이 ‘짠’ 해서 도망가고 싶을 정도예요.” 그러나 미재연 아주머니들은 이미 희망가게의 ‘맏언니’다. 지난달 30일 개업한 희망가게 2호점 아주머니들에게도 온갖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국제적인 나눔도 시작했다. 가게 한 켠에서 제3세계의 가난한 여성들이 만든 수공예품을 수입·판매하고 수익을 돌려주는 ‘대안무역’도 펼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앞으로 계속 생길 희망가게의 ‘굄돌’이 되는 것. 희망가게 창업을 준비하는 어머니들을 위해 식당을 실습 장소로 개방하는 것은 물론, 한달에 한 번씩 희망가게 아주머니들이 함께 기댈 수 있는 ‘희망가게 네트워크’를 만들 계획이다. 이씨는 “수입이 생기면 적은 돈이라도 신경계통 장애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위한 기금을 마련하고 싶다.”면서 “지금은 미재연에서 사람들이 ‘녹색 먹을거리’를 먹고 건강하고 편안히 산다면 바랄 게 없을 것”이라면서 밝게 웃었다. ●중계동에 2호점 문 열어 노원구 중계동에 문을 연 한식집 ‘얼큰한게 땡기는 날’은 희망가게 2호점. 공동사장 이미경(38), 고정희(35)씨가 아름다운재단에서 지원 받은 6000만원으로 가게를 차렸다. 개점 당일 수익인 23만 4000원을 성매매 피해 여성 쉼터인 ‘막달레나의 집’에 기부하는 등 문을 열자마자 이웃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이씨는 “일산에서 김밥집을 한 경험이 있지만 제대로 장사를 하는 것은 처음이라 걱정이 태산”이라면서도 “가게가 자리를 잡으면 저소득 모자 가정과 인근 공부방을 돕는 등 받은 것의 몇 갑절을 갚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풍성한 녹색 먹을거리 미재연의 주 메뉴는 새싹비빔밥과 버들영양돌솥밥. 푸드 스타일리스트 오정미씨의 작품인 새싹비빔밥은 적·삼색 무순과 적양배추싹 등 6가지 새싹이 들어간다. 인공조미료를 넣지 않는데다 고기도 뺄 수 있어 향기롭고 담백한 새싹의 맛 그대로 만끽할 수 있다. 버들영양돌솥밥은 미재연에서 개발한 음식. 돌솥 안에 들기름과 들깨가루를 넣어 지은 밥에 표고버섯과 시금치, 느타리를 얹었다. 이밖에 김치전골과 된장비빔밥, 각종 파전 등 다양한 한식을 즐길 수 있다. 가격도 6000원을 넘지 않는 등 저렴한 편. 후식인 오미자감잎차, 꽃차 등도 자랑거리다. ‘얼큰한 게 땡기는 날’의 대표 음식은 매운맛의 진수를 보여주는 매콤 칼국수. 아주머니들이 직접 개발했다. 도토리전, 해물파전 등을 안주 삼아 동동주도 한 잔 걸칠 수 있다. 유기농 배추와 충북 음성의 고춧가루로 만든 김치와 김치찌개도 빼놓을 수 없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후견기관과 지원 실태 ‘자립매장운동’은 말 그대로 저소득층이 자립할 수 있는 매장을 마련해 주는 운동이다. 자립매장운동은 기존 사회복지 운동이 가난한 사람들을 시혜의 대상으로만 바라봤다는 반성에서 출발했다. 자립매장운동은 빈곤층에게 일자리를 주고 급여를 제공하는 것과는 달리, 스스로 사업체를 운영할 수 있게 사업자금을 빌려준다. 물고기를 주는 대신 물고기를 잡는 법을 알려주는 셈이다. 자립매장운동의 시초는 1973년 브라질에서 시작된 ‘액션(Accion)’.4년 동안 885명에게 융자를 제공하는 성과를 올린 액션은 이후 남미 14개국으로 전파됐다.1991년에는 미국으로 건너가 7개 지역에서 성공적으로 시행되는 등 선진국의 빈곤층에게도 자립매장운동이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최근 아프리카에도 진출한 액션은 2002년 현재 60만명에게 5억 7000만달러의 대출 혜택을 주고 있다. 방글라데시의 그라민(Grameen)은행도 대표적인 자립매장운동.1983년 교수 출신인 무하마드 유누스에 의해 설립됐다. 빈곤층 여성을 주 고객으로 지금까지 1만 2000여명이 혜택을 받았다.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개발도상국뿐 아니라 프랑스, 캐나다 등 선진국에도 진출했다. 이밖에도 영국, 이탈리아 등 유럽에서도 자립매장운동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국내는 90년대부터 생겨난 자활후견기관이 자립매장운동의 씨앗을 뿌렸다. 관악자활후견기관 등 전국적으로 모두 200여개가 있는 자활후견기관은 직영 사업체에서 빈곤층에게 일정 기간 경험을 쌓게 한 뒤, 창업 지원을 한다. 그러나 영세한 규모에 체계적인 지원이 이뤄지지 못한 탓에 실제로 창업한 경우는 미비한 편이다. 본격적인 자립매장운동 기관은 2000년 그라민은행의 한국 지사 격으로 만들어진 ‘신나는 조합’. 또 2002년에는 국민, 조흥 등 시중 은행이 출자한 사회연대은행이 출범했다. 그러나 신나는 조합은 대출금이 평균 100만원 선에 그치고, 사회연대은행은 대출 조건이 까다롭다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올해 첫 선을 보인 아름다운재단의 희망가게는 1인당 3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고, 사업의 성공 가능성보다는 모자 가정의 자립에 중점을 둔다는 게 장점이다. 재단은 내년부터는 대출 규모를 확대, 매년 4∼5군데의 희망가게를 열 계획이다. 또 음식점 뿐 아니라 미장원, 수공예전문점 희망가게도 생길 예정이다. 아름다운재단 아름다운세상 기금사업팀 정경훈(28) 팀장은 “자본금 50억원의 이자로 창업 지원을 하기 때문에 계속 희망가게를 낼 수 있다.”면서 “희망가게가 일종의 네트워크화가 되면 사회적 약자들이 서로 보듬으며 살 수 있는 일종의 ‘대안 사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경기도 유아체험교육원을 가다

    경기도 유아체험교육원을 가다

    ‘신나게 놀고 즐겁게 배우고 온 몸으로 느끼는 참 어린이 나라’ 경기도 유아체험교육원이 문을 열었다. 지난달 14일 개원 이후 하루 평균 150명씩 한달 보름 만에 2300여명이 참여했다. 문을 연 첫 날 올해 참가 신청이 마감됐을 만큼 인기가 대단하다. 내년 운영 계획이 하루빨리 확정되어 참가 신청이 시작되기를 기다리는 유치원도 많다. 우리나라에서 한 곳 뿐인 유아체험학습 현장을 찾았다. 가을걷이를 끝낸 논·밭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평택시 팽성읍 노와리의 경기도 유아체험교육원. 평택 동화나라유치원에서 어린이 150명이 찾아왔다. 이제 겨우 말을 배워 신나게 종알거리는 네살짜리부터 내년에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여섯살배기까지 마냥 신나서 펄쩍펄쩍 뛰어 다닌다. 오전 10시, 강당에서 간단한 입소식을 마친 어린이들은 각자 담임 교사를 따라 주제별 테마방으로 이동한다.‘연극놀이방’에 온 바다반 29명은 먼저 최미선(28)선생님이 읽어주는 백설공주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들은 백설공주와 일곱난쟁이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대형 빔프로젝트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동화를 보고 들은 아이들이 다음에 할 일은 직접 배우가 되어 연기를 해보는 것. 연극놀이방에는 공주, 왕자, 난쟁이의 의상은 물론 왕관, 구두, 가발까지 모든 소품이 준비돼 있다. 백설공주와 왕자 역에는 하겠다는 어린이가 넘쳐났다. 가위바위보로 경쟁자 10명을 물리친 란(5)이가 백설공주, 석규(5)가 공주를 마법에서 풀어주는 왕자를 맡았다. 두 평 남짓한 무대에서 펼쳐지는 어설픈 연기에 아이들은 연거푸 웃음을 쏟아냈다. “나뭇가지에 실처럼 날아온 솜사탕∼”‘맛있게 냠냠방’에는 이슬반 어린이 25명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솜사탕’노래를 부른다. 아이들은 김윤희(24)선생님의 도움으로 한 사람씩 솜사탕을 만들어본다. 솜사탕 기계에 설탕을 한숟갈 넣으면 실같은 것들이 뿜어져나온다. 이것은 나무젓가락으로 휘휘저어 돌리면 솜사탕이 완성된다. 아이들은 솜사탕의 분홍 빛깔과 달콤한 향기, 폭신폭신한 감촉을 느끼며 맛을 본다. 민규(4)는 “너무 예뻐서 먹기가 아깝다.”며 선생님에게 솜사탕을 하나 더 만들어 달라고 조른다. ‘손놀림방’으로 건너간 바다반 어린이들은 모두 예술가가 되어 감추어둔 ‘끼’를 뽐낸다. 민근(5)이와 동규(5)는 흥부와 놀부를 주제로 가로 1.5m짜리 커다란 도화지에 합동작품을 만들었다. 동규는 크레파스로 제비가 물어다준 박씨가 열매를 맺는 모습을, 민근이는 박타는 흥부네 가족의 모습을 그렸다. 현철(5)이는 주먹만한 헝겊뭉치에 묻힌 빨간 물감을 도화지에 내려찍어 장미 꽃다발을 만들었다. 노란 물감으로는 해바라기를 표현했다. 손놀림방에는 물감으로 투명 아크릴판에 그림그리기, 빛에 투사된 모양을 비치는 종이 위에 그려넣기, 칠판에 낙서하기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내용이 가득했다. 이 가운데서도 가장 인기있는 것은 단연 손과 발로 작품만들기. 아이들은 손과 발에 물감을 묻혀 2m짜리 대형 도화지 위를 걸어다니며 모양을 남긴다. 집이나 유치원에서는 물감에 옷을 버릴까 섣불리 해보기 어려운 프로그램이다. 손놀림방에는 세면장이 붙어있어 물감 놀이가 끝나면 아이들은 곧바로 손·발을 씻을 수 있다. 같은 이유로 물장난과 흙장난을 원없이 해볼 수 있는 ‘물의 계곡’과 ‘흙의 나라’도 인기가 있다. 새싹반 어린이들은 야외에서 자전거 면허따기에 도전한다. 직진·곡선 도로에 횡당 보도를 두차례나 지나야하는 왕복 30m 코스를 무사히 돌아오면 ‘자전거면허증’을 받는다. 선경(3)이는 코스를 완주하자마자 “면허를 빨리 받았으면 좋겠다.”며 즐거워했다. ‘신나는 놀이방’에서는 대형 장난감 블록으로 집만들기가 한창이다. 하늘반 장난꾸러기 종원(6)이는 자기가 들어가 살 수 있는 집을 만들어 달라고 친구들에게 주문했다.4∼5명의 아이들은 종원이가 들어갈 수 있도록 블록으로 벽과 천장을 쌓아올렸다. 5시간의 체험 활동이 끝나자 아이들은 지쳤으면서도 아쉬운 표정이었다. 이슬반 민우(4)는 “연극놀이방에서 왕자가 백설공주에게 진짜로 뽀뽀할 때가 가장 재미있었다.”며 웃었다. 예랑(4)이는 “신비의 방에서 내 키만한 윷으로 윷놀이했다.”며 즐거워했다. 도현(4)이는 교육원에서 찍어준 스티커 사진을 자랑하면서 “꼭 다시 한번 오자.”고 선생님을 졸랐다. 동화나라 유치원 김경희(48) 원장은 “아이들이 직접 연기를 하고, 음식도 만들고, 자전거 면허를 따면서 스스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면서 “무엇보다 여럿이 함께하는 신체 활동을 통해 서로 양보하고 힘을 합치면 어려운 일도 쉽게 할 수 있다는 교훈을 자연스럽게 체득할 있다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평택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교육원 다녀간 유치원장들 반응 “아이들에게 넓은 공간에서 원없이 뛰어 놀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어 정말 좋습니다.” 경기도 유아체험교육원을 다른 지역에 앞서 다녀갈 수 있었던 평택지역 유치원장들의 반응은 한결 같다. 평소 유치원에서도 간단한 체험 학습을 할 수는 있지만 전문적인 교육 공간에서 이처럼 다양한 활동을 경험하게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신장1동 대건유치원의 유순란 원장은 폐교를 취학 전 어린이들에게 체험학습 시설로 되살린 경기도의 교육정책을 반겼다. 그는 “좁은 공간에서 음식만들기나 블럭 조립과 같은 신체 활동은 하면 서로 부딪히는 일이 잦아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받는다.”면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넓은 공간에서 활동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게는 매우 기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이 체험교육원에서 지내는 하루 동안 정말 즐거워했다.”면서 “체험교육원에 올 수 있는 기회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비전동 소사벌초등학교 병설유치원 이민자 교사는 “이 체험교육원의 프로그램은 교사가 어린이들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몸으로 느끼고 스스로 깨닫도록 하기 때문에 매우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팽성읍 노양리 계성초등학교 병설유치원 서인용 교사는 “아이들은 대형 장난감 블록으로 집을 만들면서 협동을 배우고 아크릴 유리판에 그림을 그리면서 창의력을 키운다.”며 유아체험교육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충동 우경유치원 김경숙 원장은 “전적으로 사교육에 의존하고 있는 만 3∼6세 어린이들의 교육을 공교육이 보완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면서도 교육원이 보완해야 할 부분을 지적했다. 그는 “우리 유치원 교사들이 사전에 연수를 받기는 했지만 정해진 시간 안에 각종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 버거웠다.”면서 “앞으로는 교육원 전문 교사와 유치원 교사가 함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조리실습 시간에도 솜사탕을 만들 것이 아니라 김밥이나 핫케이크과 같은 음식을 실제로 만드었으면 좋겠다.”면서 “자전거 면허 따기 시간에도 깃발을 이용한 수신호가 아닌 진짜 신호등을 설치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평택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경기도 유아체험교육원은 유아체험교육원은 경기도가 2002년 문을 닫은 부용초등학교 노와분교 터에 45억원을 들여 세운 우리나라 최초의 유아전용 체험교육원이다.3832평의 부지에 건물연면적 642평, 옥외 체험학습장 3358평 규모이다. 경기도 직속기관인 유아체험교육원은 경기도의 1650개 공·사립 유치원이 모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체험인원은 하루 150명이다. 아이들 숫자가 적은 유치원은 3∼4곳의 다른 유치원과 함께 이용하면 된다. 교육원에서 활용하는 ‘초록꿈 체험 프로그램’은 경기도가 자체 개발한 것. 유아교육 전문가 25명으로 이루어진 연구팀이 6차 교육 과정을 바탕으로 3년동안 기획했다. 건강·사회·표현·언어·탐구 5개 영역을 어린이들의 신체활동과 연관지을 수 있도록 했다. 교육원의 공간도 이 프로그램을 기초로 만들었다.‘연극놀이방’‘손놀림방’‘맛있게 냠냠방’‘신나는 놀이방’‘물의 계곡’‘흙의 나라’는 모두 어린이들이 온 몸으로 느끼며 배울 수 있도록 기획됐다. 장애 어린이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모든 공간의 문턱을 없앴으며, 전용 화장실도 갖추었다. 프로그램은 참여하는 유치원 교사들이 직접 진행한다. 교육원은 시설만 빌려주는 셈이다. 대신 유치원 교사들에게 체험시설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4∼5시간의 사전 연수를 실시한다. 교육원은 매주 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나흘 동안 개방한다. 교육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점심 식사는 개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교육원은 11월로 올해 운영을 마치고 12월에는 무대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유치원에 교육원 강당을 대여한다. 연극·장기자랑·문학의 밤 등 각종 발표회를 계획하고 있는 유치원이라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교육원은 12월 중 인터넷 홈페이지가 완성되면 내년도 참가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이미 교육원을 다녀간 유치원도 지루함없이 다시 찾을 수 있도록 계절의 느낌을 최대한 살린 야외활동 프로그램을 꾸준히 보완할 예정이다.(031)658-6956. 평택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라면왕들의 맛있는 라면 비법

    라면왕들의 맛있는 라면 비법

    인터넷에 떠돌던 라면이야기 한 토막. 이혼 후 어린 아들과 단둘이 살던 아버지는 여느 때보다 늦게 귀가했다. 꼬질꼬질하게 잠든 아이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이불 속으로 쓰러져 들어간 순간, 발끝에 컵라면이 쏟아졌다. 아버지는 아이를 깨워, 벼락같이 화를 내고 말았다.“아빠 오시면 바로 드시라고…”라고 어린 아들이 억울하다는듯 울었다던데. 이렇듯 라면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다. 위급한 상황에서 가장 먼저 배달되는 것이 라면상자이듯 ‘더이상 내려갈 수 없는 바닥이다!’는 절망감에 만나는 음식 또한 라면이다. 서로 많이 먹겠다고 밀고 당기다가 라면 냄비를 쏟아봤다면, 불어터진 라면에 눈물 두 방울을 떨어뜨리며 먹어봤다면 당신은 ‘라면 맛’을 아는 사람이다. 정(情)을 아는 사람이다. 글 최여경 윤창수기자 kid@seoul.co.kr 사진 김명국 강성남기자 snk@seoul.co.kr ■아~라면 먹고 싶다 간단하게 요기해야 할 때, 흔히 말한다.“라면 먹자∼” 말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입에는 벌써 군침이 도는 것, 그것이 라면이다. 라면은 인스턴트 식품의 대표상품. 조리가 간편하고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제2의 쌀’로도 불린다. 불황의 여파로 생필품조차 소비를 꺼리는 와중에도 라면의 소비는 꾸준히 늘고있다. 아니, 불경기일수록 라면은 더욱 우리 가까이 있다. 라면의 효시가 중국인지 일본인지,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는지…. 이런 라면의 역사에 대한 고찰은 다 부질없다. 우리는 그저 적당히 기름기가 느껴지는 꼬불거리는 얼큰한 라면을 즐길 뿐이다. 일본라멘, 중국라면과는 도저히 비교할 수 없는 칼칼한 맛이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하면 라면의 매력은 색다르게 변신한다는 것. 요리하는 법에 따라 천만가지 맛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최고의 라면맛을 내기 위해서는 봉지 뒤에 붙어있는 설명서대로 정확하게 따라하는 것이 좋다는 라면 고수들은 말한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라면천국에서 아이디 ‘rbduq1’이 소개한 쫄깃한 면발을 위한 비법은 면이 흐물흐물해질 때 젓가락으로 라면을 들었다 내렸다하면서 식혀주는 것이다. 이때 드라이기 또는 선풍기까지 동원하여 면을 식히면 재미있게 쫄깃한 면발을 즐길 수 있다. 군인들이 즐겨먹는 봉지라면 일명 ‘뽀글이’도 기숙사에 사는 자취생과 야간 근무자들에게 여전히 사랑받는 요리법. 컵라면이 아닌 끓여먹는 라면 봉투에 뜨거운 물을 부어 익혀 먹는 것. 면발이 얇은 라면과 짜파게티가 뽀글이용으로 최적이라고 라면카페 회원들은 입을 모은다. 라면을 끓여먹는 최고의 용기는 바로 누런 양은냄비. 라면은 뜨거운 불로 짧은 시간에 익혀 꼬들꼬들한 면발을 살리는 것이 관건. 다른 어떤 냄비보다 열전도율이 뛰어난 양은냄비는 이 조건을 만족시키기에 딱이다. 그러나 열전도율 때문에 양은냄비가 최고의 라면용기로 꼽히는 것만은 아니다. 찌그러진 양은냄비에 보글보글 끓는 라면에 대한 아련한 추억 때문이기도 하다. 라면은 한 끼의 요기일 뿐아니라 추억이다. 그래서 기온이 뚝 떨어지는 요맘때면 훌훌 불며 먹는 라면이 생각난다. 아, 라면 먹고 싶다∼. ■더 맛있게 먹으려면 e렇게 ●라면박사(efood.netian.com) 초등학교 영양사인 이선희씨가 운영하는 사이트. 계란찜면, 라면야채빵, 라면냉채, 호박 맛살 라면 등 30가지 라면요리법을 소개하고 있다. 계란찜면은 잘게 부순 라면과 계란, 야채를 함께 전자레인지에 쪄내는 것. 찜용기 안에 참기름을 발라주면 예쁜 계란찜면이 완성된다. ●라사모(myhome.naver.com/sws7701) 라면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라사모에 따르면 라면의 원조는 중국. 약 1700년전에 몽골 지방에서 알칼리성 물의 반죽효고로 처음 라면을 만들었다는 설이 있다. 지금과 같은 라면제품은 1958년 일본의 안도우 시로후쿠가 튀김요리 과정을 관찰하다 튀김면에 뜨거운 물을 부으면 풀어진다는 점을 발견, 고안했다고 한다. 다음해 일본에서는 ‘끓는 물에 2분’이란 광고문구와 함께 라면의 효시가 등장했다 한다. 사랑하는 라면, 그 역사까지 알고 싶다면 꼭 가봐야할 사이트. ●라면천국(cafe.daum.net//ramyunheaven) 1999년 만들어진 인터넷 최대의 라면카페. 라면 무료급식 등 봉사활동도 벌인다. 라면에 대한 비법을 담은 ‘라면천국’이란 책도 펴냈다. 비법공개·라면궁금·라면추억·추천가게 등 다양한 게시판에서 6만여명에 이르는 카페 회원들이 라면에 관한 온갖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누들푸들(www.noodlefoodle.com) 농심에서 만든 면요리 전문 사이트. 비지찌개라면, 웰빙 비타민라면, 굴소스 볶음라면 등 각종 라면조리법이 풍부하다. 추천 맛집과 데이트 코스 등 정보도 듬뿍 실려있다. 기업에서 운영하는 사이트인 만큼 최근에는 포인트 제도를 도입, 라면 한 상자 등 경품도 제공한다. ■라면왕들의 라면 요리조리 라면은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리고 다양한 변신술을 뽐낸다. 최근 농심에서 주최한 ‘제4회 라면왕 선발대회’에는 “라면요리만은 내가 최고!”라는 라면애호가들이 모여 수십가지의 변신라면을 소개했다. 진화하는 라면, 끝은 어디인가. ●와인소스를 곁들인 라면탕수육 재료 라면, 빵가루, 레드 와인, 사과, 식초, 설탕, 식용유, 당근, 청피망, 홍피망, 방울토마토, 레몬, 전분, 물 만드는 법 (1)라면을 익힌 후 건져둔다.(2)피망·당근을 잘게 다져 빵가루에 섞은 다음 라면에 묻힌다.(3)레드 와인에 물을 희석해 레몬즙, 설탕, 식초, 전분을 섞어 와인소스를 만든다.(4)얇게 저민 사과에 (2)의 라면을 말아 센 불에서 순간적으로 튀겨낸다.(5)와인소스를 라면탕수육에 끼얹고 방울토마토를 예쁘게 장식한다. 팁 라면을 사과로 감싸면 라면의 느끼한 맛을 줄일 수 있다. ●라면젤리초밥 재료 라면, 가루젤라틴, 청피망, 홍피망, 양파, 분말스프, 고추냉이, 밥 만드는 법 (1)라면을 끓인 뒤 찬물에 씻어놓는다.(2)야채는 곱게 채썰어 버터에 살짝 볶는다.(3)젤라틴은 물에 불려 중탕으로 녹이고 분말스프를 넣어 조금 끓인다.(4)그릇에 (1)∼(3)을 넣고 완전히 굳힌 뒤 먹기좋은 크기로 썬다.(5)밥에 식초, 설탕, 소금을 3:2:1의 비율로 섞은 촛물을 만들어 잘 섞는다.(6)적당한 크기의 밥에 고추냉이를 조금 바르고 라면젤리를 얹어 초밥을 만든다. 팁 젤리는 냉장고에 넣어 빨리 굳혀야 더욱 졸깃해진다. 입맛에 따라 라면젤리 위에 무순이나 양념한 쇠고기를 올리고 김으로 둘러 내도 좋다. ●마파라면 볶음 재료 라면, 다진 마늘·생강·돼지고기, 두반장, 간장, 맛술, 고춧가루, 설탕, 물녹말, 두부 만드는 법 (1)프라이팬에 다진 마늘과 생강을 넣고 볶다가 다진 돼지고기도 함께 볶는다.(2)두반장과 간장, 맛술, 고춧가루, 설탕을 (1)에 넣고 물녹말을 만들어 끼얹는다.(3)두부를 데쳐 (2)에 넣고 살살 버무리듯 섞는다.(4)그릇에 라면을 삶아 붓고 (3)을 부어 살살 비벼준다. ●상콤매콤 라면파티 재료 라면, 버섯, 파, 양파, 설탕, 고추장, 고춧가루, 오이, 사과 만드는 법 (1)끓는 물에 라면, 버섯, 파, 양파를 넣는다.(2)설탕, 고추장, 고춧가루, 라면스프를 삶아낸 (1)과 섞는다.(3)오이와 사과를 라면 위에 얹어낸다. ●애플 드레싱을 곁들인 훈제연어 라면 재료 훈제연어 4쪽, 라면 반봉지, 메추리알, 연어알, 케이퍼,드레싱(사과즙·올리브오일 4큰술씩, 레몬즙 2큰술, 다진 건포도·설탕 1작은술씩, 다진 파슬리·소금 약간씩) 만드는 법 (1)훈제연어는 키친타월에 올려 기름을 없애고 레몬즙을 살짝 뿌려준다.(2)메추리알은 아 껍질을 벗기고 노른자를 빼놓는다.(3)라면을 삶은 뒤 찬물에 식혀 물기를 빼준다.(4)훈제연어에 라면을 넣고 돌돌 만다.(5)접시에 (4)를 놓고 레몬즙과 드레싱을 만들어 뿌려준다.(7)메추리알 흰자 속에 반쪽은 케이퍼를, 반쪽은 연어알을 올려 장식한다. ●청포묵라면 재료 청포묵, 라면, 버섯, 돼지고기, 대추, 닭고기, 계란, 청양고추, 당근, 오이, 오미자,양념장(간장, 청양고추, 키위, 귤, 마늘, 설탕) 만드는 법 (1)닭고기를 청양고추와 양파를 넣은 물에 푹 끓여 잘게 찢는다.(2)오미자와 함께 청포묵을 살짝 데쳐 색을 입힌다.(3)버섯, 돼지고기, 당근, 오이를 채썰어 양념과 함께 볶는다.(4)달걀지단을 부쳐 채썬다.(5)대추는 곱게 다진다.(6)라면을 삶아 청포묵과 참기름으로 버무린다.(7)라면 위에 모든 재료를 놓고, 국물을 약간 부은 뒤 소스를 버무려 먹는다. ■장안의 화제라면 ●라면 땡기는 날 (733-3330) 안국동 정독도서관 정문 앞에 있는 라면집으로 마니아층이 두텁다. 이 집의 라면은 전부 뚝배기에 담아내 ‘뚝배기라면’으로도 불린다. 주문을 받으면 뚝배기에 라면과 수프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끓여 낸다. 이때 파·호박 등의 고명도 올린다. 주문받아 끓여 내는데 2분도 채 안 걸릴 정도로 순식간이다. 가장 많이 찾는 메뉴는 짬뽕라면(2000원). 고춧가루에 비장의 재료들을 넣은 이 집만의 특별한 양념에 오징어·어묵·각종 야채를 넣어 끓인 것으로 얼큰한 국물 맛이 그만이다. 면발은 꼬들꼬들하다. 국물은 멸치·양파·다시마 등을 넣고 우려냈다고 한다. 매운 맛을 즐기려면 맵게 해달라고 주문하면 된다. 짬뽕라면이 매우면서 개운한 것이 남성적인 맛이라면 치즈라면(1800원)도 있다. 뚝배기에 라면을 끓인 다음 4각형의 체다 치즈 한장을 올려 낸 것이 특징이다. 라면의 기름기 때문에 치즈가 느끼할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고 치즈의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어울린다. 여성적인 맛이다. ●명동 틈새라면 (756-5477) ‘이보다 더 매울 순 없다. 머리 삐쭉삐쭉!입에서 불나고 눈물, 콧물. 그래도 맛있다.’이는 틈새라면의 또 하나의 문화인 손님들이 가게 천장과 벽에 다닥다닥 붙여놓은 낙서의 일부다. 사람들이 왜 매운 빨계떡에 중독되는지 그대로 보여준다. 빨계떡은 빨갛고 계란 들어가고, 떡 들어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빨계떡 외의 메뉴로는 덜 매운 계떡(2500원), 김밥(2000원), 찬밥(1000원), 주먹밥(2000원)이 있다. 휴지는 입걸레, 물은 오리방석, 단무지는 파인애플이라 부르는 틈새라면의 독특한 문화도 매운 라면 외 또 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명동 틈새라면의 영업시간은 평일 오전 10시∼오후 9시30분, 일요일은 오전 11시∼오후 8시30분이다. 명동점을 찾아가려면 유투존 후문에서 충무김밥과 베이직 하우스 사이 골목으로 들어가 왼쪽으로 꺾어지면 작은 틈새라면 간판이 보인다. ●황토군 토담면 오다리 (555-4985) 선릉역 8번출구에서 강남구청역쪽의 성원빌딩 지하의 ‘∼오다리’는 황토와 토담으로 실내를 꾸몄으며 군대 시절의 추억이라는 양념을 넣은 라면을 판다. 군인용 반합이나 식판에 라면을 담아 내는 것이 특징이다. 숟가락 하나로 밥도 먹고, 반찬도 먹고, 국물도 먹는 추억의 ‘포크숟가락’도 나온다. 제대병들에겐 군시절의 추억을,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겐 색다른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다. 각종 야채를 우려낸 국물에 끓인 오다리 라면 맛은 시원하면서 담백하다. 매운 맛의 냄비건면, 중간 맛의 반합건면, 순한 맛의 식판 건면(이상 3000원)이 인기 메뉴다. 너무나 매워 울면서 먹는다는 울라면(3200원)도 인기가 높다.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41) 완도 송징당산제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41) 완도 송징당산제

    ‘장사의 뼈는 진작 초목과 더불어 썩었어도/의연한 그 혼백 노여움 머금어 바람 우뢰 사나우니/귀신이 영웅되어 이 땅에서 받들어지며/신목에 꿩털 꽂고, 나무로 형상을 만들었도다/저 어떤 사람인가?/신당을 괴이하게 비웃으며/부수고 망가뜨려 강가에 던지다니!/백년 풍상에 한 간 당집이 쓸쓸하고/철 따라 복날이고, 섣달이면 마을의 북소리/뉘엿뉘엿 해 질 무렵이면 무당이 굿을 하는데/하늬바람에 갈가마귀 춤을 춘다.’ 당대의 문인 임억령(1496∼1568)이 해마다 송대장군을 받들고 굿을 하게 된 내력을 읊은 장시 ‘송대장군(宋大將軍)’의 한 대목, 시에서 ‘신당’이 있는 곳은 우리에게 청해진 유적지로 잘 알려진 완도 장좌리의 장도(將島). 이곳에는 전설의 인물 송징(宋徵)이 마을신으로 좌정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해마다 정월 열나흘 밤이면 풍물굿이 열린다. 모두들 일렁이는 횃불을 들고 물이 빠진 바닷길을 걸어서 섬으로 들어가 장군을 모신 신당 앞에 자리를 잡는다. 굿은 밤새도록 이어진다. 새벽녘 동이 훤하게 터올 무렵에야 신당에서의 굿은 파한다. 여명이 들 무렵이면 들물이 차올라 장도는 다시 물길에 갇히고 만다. 아낙들은 아무런 속이 없이 그냥 흰 밥을 둘둘 만 굵직한 김밥을 하나씩 사람들에게 나눠 준다. 김치를 곁들인 흰 김밥을 새벽 바다에서 먹는 맛이라니! 그 김밥으로 허기를 때운 사람들, 이제 마을로 돌아갈 행장을 꾸린다. 굿패는 신당을 몇바퀴 돌면서 굿거리 장단을 펼친다. 올 때는 걸어왔지만 돌아갈 때는 배를 타야 한다. 배에서도 요란하게 풍장을 치면서 굿판의 여흥을 사른다. 아침 바다에 울려퍼지는 풍물소리의 매혹스러움을 어찌 글로 다 옮길 수 있으랴. ●매년 정월 열나흗날 섬에서 밤새 풍물굿 지금부터 꼭 20년 전인 1984년. 그 때 머나먼 이곳 장도로 답사를 왔었다. 그 때만 해도 차편이 드물었던 시절이라 어쩌다 시골버스가 다닐 뿐 너무도 조용하여 굿장단에 귀가 멍멍할 정도였다. 동네 구멍가게에 자리를 잡고 물이 빠질 때를 기다렸다. 마침 마을 장정 몇이서 됫병 소주를 맥주컵에 그득하게 따라 마시고 있었다. 그들은 나그네에게도 컵 가득 소주를 부어 권하였다. 그러면서 그 사내들은 송징 장군을 모시게 된 내력을 신명나게 풀어냈다. 그렇게 의기투합해 오래 대화를 나눴지만 그들의 말 어디에도 유명한 장보고 이야기는 없었다. 물이 빠지자 그대로 200여m를 걸어서 장도로 들어갔다. 바다에 에워싸인 언덕배기에는 푸른 밭이 펼쳐져 있었고, 섬 정상부는 유난히 푸르른 동백나무숲이 무성했다. 반짝이며 생기가 도는 동백나무 잎에서 생명의 기(氣)가 무한히 뿜어져 나오는 듯 했다. 그곳에 조그마한 당집이 있었다. 금줄이 쳐진 당집 문을 열자 송징 장군이 기다리기라도 한듯 좌정하고 우리를 맞았다. 그로부터 10여년쯤 뒤. 다시 한번 그곳 장좌리를 찾았다. 불과 10년 사이에 그 때의 초가 당집은 기와집으로 바뀌어 한 눈에도 근엄해져 있었고 당집 문을 열자 예전에는 없었던 장보고의 영정이 마중하였다. 어느 노인이 들려주었다.“원래는 송징인데, 문화재에서 장보고래요.” 노인이 말한 ‘문화재’란 문화재를 다루는 관계 공무원이나 학자들을 지칭하는 것이리라. 20년 전 조사할 당시만 해도 분명히 송징으로만 전달되었고, 임억령의 시에도 송징이 주인공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빚어졌을까. 변모 과정을 꼼꼼하게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임억령은 앞의 시를 통해 송징을 모신 굿당을 무시하며 이를 음사(淫祠)로 치부하는 유생들의 고루함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송 장군의 영웅성을 노래했다. 그의 고향이 해남 땅이니 완도에 대해서도 소상히 알고 지냈으렷다. 시에서 송 장군은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의 위력을 보여주는 영웅, 무리를 이끌고 들어와 천험의 요새에 진을 치고 민중을 도와주었던 출중한 인물로 그려진다. 그러나 송 장군을 둘러싼 다양한 ‘설’만 있을 뿐 아무런 입증자료가 없다. 분명한 것은 하나, 송징이란 뛰어난 인물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고, 그가 완도민들을 위하여 무언가 선한 일을 했을 법한데 영웅으로서 피를 흘리며 비장하게 죽고 말았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바다의 영웅, 마을의 수호신이 되어 모셔지게 되었고, 임억령의 시에까지 등장하게 된 것이다. 그렇듯 오랜 세월을 모셔지던 바다영웅 송징이 주인 자격을 잃고 느닷없이 장보고로 바뀌었다니…. 송징은 원래 장보고인데, 신라에서 장보고 세력을 대대적으로 숙청하였기에 내놓고 장보고를 모실 수가 없어 송징으로 이름을 바꿔 모시게 된 것이라는 희대의 궤변도 등장했다. 송징은 분명 실존인물이었을 것으로 비정된다. 민중의 입장에서 영웅적인 인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영웅답게 당신(堂神)으로 신격화되었다. 그런데 1990년대 이래 송징의 의미는 격하되고 장보고라는 ‘새로운 신화’가 느닷없이 그 자리를 넘보기 시작하였다. 장보고의 시대적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오랫동안 숭배되어 온 민중영웅은 끝내 쫓겨나고 거짓 신화가 창조된 것이다. ●송징장군 10여년 전부터 장보고로 뒤바뀌어 그동안 제 대접을 받지 못하였던 장보고의 인물사적 조망이나 유적지 발굴 등 현양사업의 필요성은 너무도 당연하다. 문헌이 남아 있지 않으니 누구도 확신할 수는 없어도 문화재청의 발굴 결과 장도는 청해진의 진지로 비정되며, 학계에서도 대략 이를 공인하는 분위기다. 문헌으로만 전해지던 법화원 터도 발굴되었다. 일찍이 미국 하버드대학의 라이샤워(E.O.Reischauer) 교수가 ‘해양 상업제국의 무역왕’으로 표현하고 그의 직책을 총독(Commissioner)으로 지칭했듯 장보고는 백가제해(百家濟海)하던 해상국가 백제의 전통을 이어받았음이 분명하다. 따라서 해양의 원대한 미래를 위해서라도 현양사업은 계속되어야 하고, 그런 점에서 오히려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장도의 주신은 엄연히 송징이다. 역사적으로 장보고가 남해안의 신으로 좌정한 적은 없었다. 왜구를 물리친 최영도 남해안의 신이 되어 있다. 억울하게 죽은 민중의 영웅이라면 대개 민중의 신으로 좌정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상하게도 장보고만은 민중의 신이 되지 못했다. 참으로 이상한 점이기는 하나,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마을 주민들에게서 다양한 증언이 나오고 있다. 송징 장군, 정년 장군, 혜일대사는 예전부터 당제로 모셔졌지만 장보고 장군을 모신 것은 10여년 전부터라고 했다. 정확하게는 1982년 남도문화제 출전 이후부터라고 아예 못을 박는 이들도 있었다. 장보고 장군을 모시자는 마을 유력자들의 건의에 의해 시작된 것이라고도 했다. 영국의 역사학자 홉스바움(E.Hobsbawm)이 이론화시킨 ‘만들어진 전통’의 개념은 이러한 일련의 사태를 설명하는 데 매우 유효할 것이다.‘전통 만들기’로 인하여 반허구적 조작이 이루어지고, 역사적 연속성을 초월하여 과거가 새로이 만들어졌으며, 심지어 역사적인 연속성조차 새로이 만들어진다고 그는 설파하였다. 장보고를 되묻는다. 대단히 중요한 인물이다. 그러나, 중요한 만큼 조심스럽게 다룰 필요가 있다. 혹시나 박정희 시대의 이순신 장군, 전두환 시대의 세종대왕, 김대중 시대의 장보고 식으로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방식을 취하면서 ‘정치적’으로 귀착한 것이나 아닌지. 장도가 청해진이라는 발굴 성과가 제시되자 사람들은 한층 ‘전통 만들기’의 욕망에 허덕이는 듯 보인다. 장보고와 송징은 섞여서 해석되고, 장보고의 ‘만들어진 전통’을 위해 ‘거추장스러운’ 송징은 마땅히 죽어야만 한다는 듯. 송징의 옷을 빼앗아서라도 새롭게 갈아입은 장보고가 주인공이 되어야만 우리들 시대가 펼치려는 온갖 장중하고도, 때로는 불필요한 일까지 포함하는 장보고 현양사업에 부합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모든 길은 장보고로 통한다.’는 식에 가까운 확신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렇게 해서 온갖 추정과 가설이 정설로 둔갑되고 마침내 확고부동의 진실로 위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어떤 유력 일간지는 아예 ‘천년 넘게 이어져온 장보고 당제’라는 특집도 내보냈으며,TV도 ‘장도와 청해진, 장보고, 마을신앙’의 연결을 공식화하기에 여념이 없다. 역사적 근거가 없으니 안타깝거니와 사실은 ‘아둔한 짓’ 아닐 것인가. ●천년 넘게 이어져온 장보고 당제라니… 송징은 조만간 완벽하게 죽을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훗날에는 장보고의 ‘만들어진 전통’,20세기 초기나 말기의 행위들이 당당히 사서(史書)에 기록되고, 새로운 구전(口傳)으로 이어져서 새 전통으로 거듭날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인 즉, 민중신앙사의 장기 지속에서 연이어 온 송징만큼은 훗날을 위해서라도 온전히 보존해 두어야할 것 아닌가. 매우 하찮은 일 같지만, 이렇듯 역사적 뿌리마저 뒤범벅해 놓으면서 어찌 후대의 역사적 평가 운운하는 말을 쉽게 할 수 있으랴. 한학자 임형택(성공회대) 교수도 이를 경계하여 ‘민중영웅의 형상이 또 한번 훼철당한 사례’로 비판한 바 있다. 장보고를 핑계삼아 희생양처럼 훼철된 송징이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가 늠름하게 좌정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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