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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찰 개혁은 시대적 요구”

    “검찰 개혁은 시대적 요구”

    秋 “최선 다해 국민 요구에 부응하겠다” 尹총장과 호흡 질문엔 “추후에 차차…” 문재인 대통령은 5일 조국 전 장관의 사퇴로 공석인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지낸 5선 추미애(61) 의원을 지명했다. 지난 10월 14일 조 전 장관이 가족을 둘러싼 의혹으로 물러난 지 52일 만이다. 추 후보자는 인선이 발표된 뒤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은 이제 시대적 요구가 됐다”며 “소명의식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서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문 대통령이 후보 지명 관련 별도 메시지를 보낸 것이) 따로 없더라도 제가 너무나 (대통령의 뜻을) 잘 알고 있다”며 “(대통령과) 함께 (검찰개혁을) 국민께 약속드렸고 함께 이행하는 게 많은 저항에 부딪히기도 한다. 그 길이 매우 험난하다고 국민도 알고 있다”고 했다. 앞서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판사와 국회의원으로서 쌓은 법률적 전문성과 정치력을 비롯해 그간 추 후보자가 보여 준 강한 소신과 개혁성은 국민이 희망하는 사법개혁을 완수하고 공정과 정의의 법치국가 확립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인선 배경을 밝혔다. 추 후보자는 윤석열 검찰총장과 호흡을 어떻게 맞출지를 묻자 “개인적인 문제는 중요한 것 같지 않다”며 “추후에 차차 말씀드리도록 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특유의 돌파력으로 ‘추다르크’(추미애+잔다르크)라는 별명까지 얻은 추 후보자는 과감한 인사·감찰권을 통해 윤 총장 체제의 검찰을 견제하는 한편 한풀 꺾인 검찰개혁 드라이브에 다시 한번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추 후보자는 대구 출신으로 한양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제24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판사로 활동하다가 1995년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권유로 정치권에 입문했다. ‘친문’(친문재인)이 아니면서도 민주당 당대표를 맡았고 지난 대선에서 중앙선대위 상임공동위원장을 맡아 문재인 정부의 창출에 기여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추미애, 윤석열과 호흡 묻자 “개인적인 문제 중요치 않다”

    추미애, 윤석열과 호흡 묻자 “개인적인 문제 중요치 않다”

    “문 대통령, 따로 메시지 없어도 그 뜻 잘 안다”‘공정성 위해 탈당’ 주장에 “당적 중요하지 않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차기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된 데 대해 “사법 개혁과 검찰 개혁은 이제 시대적 요구가 됐다”면서 “소명 의식을 갖고 최선을 다해서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겠다”고 말했다. 추미애 의원은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국민께선 인권과 민생 중심의 법무행정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면서 “아마도 문재인 대통령의 제안은 이런 시대적 요구와 국민적 열망을 함께 풀어가자는 제안으로 생각된다”고 전했다. 또 “20여년간 국회의원으로 활동을 하면서 한 번도 제 사심을 실어보거나 당리당략에 매물돼 처신해 본 적이 없다”면서 “저를 추천하신 분들도 (제가) 사심 없이 시대가 요구하는 공정과 정의에 부합하는 법무행정을 해낼 것을 기대하고 추천해주셨다고 믿는다”고 했다. 이어 “그런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별도의 메시지를 받았는지’ 여부에 대해선 “따로 없더라도 너무나 (대통령의 뜻을) 잘 알고 있다”면서 “약속을 이행하는 것은 많은 저항에 부딪히고 그 길이 매우 험난하다고 알고 있다”고 답했다.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호흡 문제에 대해선 “개인적인 문제는 중요한 것 같지 않다”면서 “추후에 차차 말씀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당 대표까지 지냈는데 장관에 임명되는 것은 격에 맞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선 “역사적인 요구와 시대 상황에 비춰볼 때 제 개인적인 입장을 비추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시대적 요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임할 각오”라고 강조했다. ‘일부 야당에서 공정한 검찰개혁을 위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에 대해선 “한 번도 당을 옮겨본 적이 없다”며 “당적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추미애 차기 법무부 장관 내정자는 누구? 추미애 의원은 대구 경북여고와 한양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2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광주고법과 춘천·인천·전주지법 판사를 지냈다. 이후 1995년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권유로 정치권에 입문, 당 부대변인으로 정치를 시작했다. 1996년 15대 국회를 시작으로 16·18·19·20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전인 2016년에는 민주당 대표로서 탄핵정국을 이끌어갔고, 이듬해 대선까지 총지휘했다. 정치권에서 ‘추다르크’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강단 있는 정치인으로 꼽히고 있어 검찰 개혁을 완수할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판사, 국회의원으로서 쌓아온 법률적 전문성과 정치력, 그리고 그간 추미애 내정자가 보여준 강한 소신과 개혁성은 국민들이 희망하는 사법개혁을 완수하고 공정과 정의, 법치 국가 확립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추미애 “사법·검찰개혁은 시대적 요구…소명 의식 갖고 부응”

    추미애 “사법·검찰개혁은 시대적 요구…소명 의식 갖고 부응”

    차기 법무부 장관 내정 소감 밝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차기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된 데 대해 “사법 개혁과 검찰 개혁은 이제 시대적 요구가 됐다”면서 “소명 의식을 갖고 최선을 다해서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겠다”고 말했다. 추미애 의원은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문재인 대통령님의 제안은 시대적 요구와 국민적 열망을 함께 풀어가자는 제안으로 생각된다”며 내정 소감을 밝혔다. 추미애 의원은 대구 경북여고와 한양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2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광주고법과 춘천·인천·전주지법 판사를 지냈다. 이후 1995년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권유로 정치권에 입문, 당 부대변인으로 정치를 시작했다. 1996년 15대 국회를 시작으로 16·18·19·20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전인 2016년에는 민주당 대표로서 탄핵정국을 이끌어갔고, 이듬해 대선까지 총지휘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사설] 부동산 잡겠다던 정부, 땅값 사상 최고 상승 어쩔 건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그제 ‘대한민국 40년 땅값 상승세’를 분석한 결과 정권별 연평균 땅값 상승액은 현 정부가 1027조원으로 가장 컸다고 밝혔다. 노무현 정부 때는 연평균 625조원이 올랐고 박근혜 정부 때 277조원, 김대중 정부 때 231조원이 각각 올라 뒤를 이었다. 이명박 정부 때는 연평균 39조원씩 전국 땅값이 오히려 하락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는 정부가 발표한 토지 공시지가에 연도별 공시지가 시세 반영률을 역적용하는 방식으로 1979년부터 2018년까지의 땅값을 추산한 것으로 거래가 거의 없는 정부 보유분(2055조원)을 뺀 민간 보유 토지 가격의 총액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경실련의 땅값 추정 기준이 모호하고, 땅값을 계산할 때는 당시 경제상황과 자산가치 등도 종합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반박했지만, 최근의 가파른 땅값 상승세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주 전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문제는 우리 정부에서 자신 있다고 장담하고 싶다”면서 “부동산 가격을 잡아 왔고 전국적으로는 부동산 가격이 하락했을 정도로 안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땅값과 함께 서울의 아파트값도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뛰는 집값을 잡겠다며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한 지 한 달이 됐지만 상승세는 여전하다. 지난달 서울의 집값은 전달 대비 0.5% 상승해 지난해 9·13 대책 이후 1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문 대통령의 부동산 상황 인식은 잘못됐고 국민에게 한 약속도 허언이 된 셈이다. 급격한 부동산 가격 상승은 국가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 땅값이 뛰면 그만큼 기업의 생산원가가 높아지고 경쟁력은 떨어진다. 토지보상비 상승으로 부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주택원가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땅값이 오르면 집값도 덩달아 오를 수밖에 없다. 이는 주거비 증가에 따른 임금상승 압박으로 이어진다. 경실련은 땅값, 집값의 거품을 제거하는 투기 근절책을 주문했다. 정부는 부동산 정책 전반을 다시 살펴 더 정교한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 자화자찬 그친 ‘혁신성장’ 성과 소개

    자화자찬 그친 ‘혁신성장’ 성과 소개

    취임 1주년 홍남기 부총리 전략회의 주재취임 1주년을 맞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혁신성장’ 성과를 대대적으로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혁신성장은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와 함께 문재인 정부의 경제·산업 정책을 집약한 슬로건이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체감하는 ‘혁신’은 미미해 자화자찬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홍 부총리는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 주요 부처 장관이 참석한 혁신성장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그간 추진한 혁신성장 성과를 소개했다. 세계 최초로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에 성공했고 5G 단말기와 장비 시장을 선점했다고 밝혔다. 빅데이터·인공지능(AI) 시장 규모를 2016년 대비 70~90%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전기차가 2017년에 비해 3배, 수소차는 23배나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다양한 통계와 수치를 내세워 혁신성장 성과를 부각했다. 신설된 벤처기업 수가 올 들어 8월까지 3만 7000개에 달해 역대 최고였던 지난해(3만 6800개)를 훌쩍 뛰어넘을 것이라고 했다. 벤처투자 역시 연말까지 4조원에 육박해 신기록을 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2000년대 초반 벤처 열풍과 같은 제2의 벤처 붐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와 올해 4만 5000명의 혁신인재를 육성했고 성장지원펀드(5조 4000억원)와 창업우대자금(36조원) 등 대규모 모험자본을 시장에 공급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이런 숫자들이 피부에 와닿는 현실과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표적인 게 차량공유 서비스 ‘타다’다. 정부는 ‘타다’에 반발하는 택시업계 눈치를 보느라 규제를 푸는 데 주저했고, 결국 검찰은 지난 10월 ‘타다’가 불법 택시 영업을 했다며 이재웅 대표 등을 기소했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벤처투자가 늘어난 건 사실이지만 현장 말을 들어 보면 태양광 등 몇몇 정부 주도 사업에 쏠린 것이라 진정한 벤처투자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정부가 혁신성장을 외치고 있지만 김대중 정부의 ‘국민PC 보급 사업’, 노무현 정부의 ‘IT839’(8대 신규서비스, 3대 인프라, 9대 신성장동력) 정책과 같은 명확한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홍 부총리도 이를 의식한 듯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 성과 창출과 큰 틀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이어 ▲신사업·신시장 창출 ▲기존산업 혁신 ▲과학기술 혁신 ▲혁신자원 고도화 등 4대 전략에 ▲제도·인프라 혁신을 ‘+1’로 하는 ‘4+1’ 전략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식물성 고기 등 맞춤형 특수 식품 ▲건강기능식품과 같은 기능성 식품 ▲간편 식품 ▲친환경 식품 ▲수출식품 등 5대 유망식품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해외 시장에 대한 홍보 등을 지원해 지난해 12조원이었던 산업 규모를 2030년까지 24조원으로 두 배 늘리겠다고 강조했다. 일자리도 5만 1000개에서 11만 5800개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미래유산 톡톡] 백송, 배롱나무, 단풍나무… 어느 대통령이 생각나세요?

    [미래유산 톡톡] 백송, 배롱나무, 단풍나무… 어느 대통령이 생각나세요?

    서울 동작구 상도동 김영삼 전 대통령 가옥에 들어서면 ‘송백장청’(松柏長靑)이라는 친필 휘호가 눈에 들어온다. “소나무와 측백나무는 늘 푸르다”는 글귀다. 현충원 대통령 묘역에도 이 글자가 있는 것을 보면 우리가 익히 아는 ‘대도무문’(大道無門)과 더불어 즐겨 썼던 모양이다. 정원에는 거실 유리창을 통해서도 볼 수 있는 단풍나무 한 그루가 가는 가을을 못내 아쉬워하며 겨울을 준비하고 있는 것 같았다. 1980년대 두 차례 가택 연금 동안 정원의 이 단풍나무와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민주화의 의지를 더욱 공고히 했으리라 짐작된다. 이 단풍나무는 상도동에 거주하기 이전인 안암동 시절에 인촌 김성수 선생 댁에서 가져온 것으로, 이쪽으로 옮겨와 평생 귀하게 여기며 가꿨다고 한다. 경남중학교에 다닐 때부터 “미래의 대통령 김영삼”이라는 글귀를 책상 위에 걸어 놓고 꿈을 키웠다는 포부가 정원의 단풍나무로 옮겨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국립서울현충원의 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에는 같은 전주 이씨 후손인 이성재 선생이 2013년 탄신 기념일에 옮겨 심은 미끈한 백송 한 그루가 있다. 하의도 생가에 당신의 꿋꿋함을 상징하는 인동초가 한여름에 흰색과 노란색의 향연을 이루는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은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감싸고 있으며, 해남과 고향 마을 하의도에서 자라던 배롱나무를 옮겨와 여름 뜨거운 태양 아래 빨간 자태를 오랫동안 유지하기도 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호를 ‘중수’(中樹)라고 해 특이하게 나무 수를 호에 썼다. 그래서인지 묘역에는 수많은 수종의 나무들이 각각의 위치에서 아름다움을 나타내고 있다. 육영수 여사 서거 다음해 식목일에는 모감주나무를 심어 여름 한철 황금색 꽃의 아름다움을 선사하며, 고향 동네인 옥천에서 옮겨 심었다는 목련도 있다. 흔히 볼 수 있는 백목련이 아니라 꽃잎이 많은 자생 목련이다. 엄태호 서울도시문화연구원 연구원
  • [흥미진진 견문기] 대통령과 무명 용사들 같은 애국 다른 묘역… 죽어서까지 다른 삶의 무게

    [흥미진진 견문기] 대통령과 무명 용사들 같은 애국 다른 묘역… 죽어서까지 다른 삶의 무게

    김영삼 전 대통령이 생전에 살았던 가옥에서 전 대통령들이 묻혀 있는 국립서울현충원까지 낙엽이 가득한 가을을 걷는 투어였다. ‘삶과 죽음의 길이 여기에 있으매… 어느 가을 이른 바람에 여기저기에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천년 전의 향가 제망매가의 구절이 저절로 읊어졌다. 처음 방문한 김영삼 기념도서관은 아직 개관하지 않았는데, 길게 뻗은 곡선 위에 뚫린 벽돌 모양으로 만들어진 커다란 직사각형 외양이 멋들어진 건물이었다. 다가구주택이 즐비한 언덕길을 올라 김영삼 전 대통령 가옥에 도착했다. 주인은 없었지만 현관으로 오르는 계단은 물청소가 돼 있었고 거실에는 따뜻한 차가 주전자 가득 담겨 있었다. 1941년 강남심상소학교로 개교해 ‘강남’이란 이름이 처음 붙은 서울강남초등학교를 지나 서달산 자락길로 진입했다. 서달산은 단풍 세상이었다. 아직 아침 안개가 걷히지 않았고 바닥 가득 깔린 낙엽에는 이슬의 물기가 남아 있었다. 하늘의 해조차 구름 사이에 붉게 물들어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가지런히 하늘로 곧게 솟은 잣나무 피톤치드 숲길을 지나 멀리 한강을 보고 통통 소리를 내는 다리 길을 걸어 숲속도서관에 도착했다. 한가로이 숲 내음을 맡으며 책이라도 읽고 싶었지만 시간에 쫓겨 다시 걸었다. 30분 넘게 걸어 호국지장사를 거쳐 국립서울현충원에 들어섰다. 지장사는 9세기 후반 창건됐는데 1983년 현충원이 들어서면서 호국이란 낱말을 붙여 호국지장사라 불린다고 한다. 한강에서 건져 모셔졌다는 철불좌상을 보고, 박정희 전 대통령 내외 묘역,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 임시정부 및 애국지사 묘역 등을 둘러봤다. 죽어서도 그 무게가 다른 걸까. 즐비하게 늘어서 있어 이름조차 찾기 힘든 수많은 묘비와 높은 위치에 커다란 공간을 차지하는 대통령의 묘역이 민주주의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지나치게 대조적이었다. 이소영 동화작가
  • 민족민주 영령의 성지… 산 자에겐 치열한 정치공간

    민족민주 영령의 성지… 산 자에겐 치열한 정치공간

    서울신문이 서울시,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2019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제32차 국립서울현충원’ 편이 지난달 30일 동작구 상도동과 동작동 일대에서 2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서울미래유산을 사랑하는 참석자 40여명은 이날 오전 10시 지하철 7호선 상도역 4번 출구를 출발했다. 구립 김영삼도서관을 거쳐 김영삼 전 대통령 가옥에 방문했다. 김영삼 기념도서관은 내년 3월쯤 개관할 예정이어서 외관을 살펴보고 경과에 대한 설명을 듣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현대정치사에 ‘상도동’이라는 뚜렷한 족적을 남긴 김 전 대통령 가옥 응접실에서 차를 대접받으며 김상학 비서관으로부터 목숨을 건 23일간의 단식투쟁과 연금생활 등 ‘그때 그 시절’ 이야기를 듣고 눈에 익은 사진과 기념품, 휘호, 단풍나무를 즐겼다. 가옥에는 손명순(92) 여사가 기거하고 있다.서달산 명물로 떠오른 숲속도서관 가는 길은 11월의 마지막 단풍으로 불타고 있었다. 현충원에서 호국지장사(옛 화장사)~박정희~김대중~임시정부 및 애국지사 묘역 순으로 둘러봤다.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 앞에 화환이 즐비했는데 마침 전날이 고 육영수 여사의 94번째 생일이었다고 한다. 상도동에서 이동하는 시간이 길다 보니 현충원에 머무는 시간이 짧아 다들 아쉬워했다. 묘역 곳곳에 깃든 숱한 사연들이 저마다 앞다퉈 얘기를 속삭이는 듯했다. 이날의 서울미래유산은 김 전 대통령 가옥과 국립서울현충원이었다. 해설을 맡은 엄태호 서울도시문화연구원 연구원은 이야기가 있는 현충원의 만추 속으로 참가자들을 안내했다.동작은 서울과 과천을 연결하는 한강 남쪽의 중요 나루였다. 사람과 물자가 드나들던 동작진(銅雀津)이자 병선 6척이 주둔하던 군사기지 동작진(銅雀鎭)이기도 했다. 우리말로는 동재기나루라고 불렀다. 1954년 이곳에 국군묘지가 세워졌다. 풍수지리상 장군대좌형의 명당이므로 군인과 인연이 있는 땅이다. 본래 동작이란 무덤을 장식한 구리봉황을 뜻하므로 땅 이름과 땅 주인이 서로 들어맞았다. 삼국지의 영웅 조조의 성이자 무덤이던 동작대에서 딴 동작이라는 지명이 조선 한양의 한강변 나루터 마을에 붙고 그곳이 현대 서울의 동작구와 동작동이라는 지명으로 이어졌다가 결국 국립묘지가 들어섰기 때문이다.국군묘지에서 1965년 동작동 국립묘지로 승격됐다가 1996년부터 국립현충원이 됐다. 국립묘지라는 명칭은 그대로 사용하되 묘역 관리기관의 명칭만 바꿨다. 2006년 국립대전현충원 등과 구별하기 위해 국립서울현충원이 됐다. 144만㎡의 부지에 무명용사 11만여위를 비롯해 모두 17만 9000여기의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이 잠들어 있다. 신라를 통일한 문무대왕이 “아! 산천은 변천되고 세대는 바뀌기 마련이다. 저 오왕 합려의 북산 무덤에 색칠한 금오리가 남아 있지 않고, 위왕 조조 서릉의 망지는 동작이라는 명칭만 남았을 뿐이다…”라며 “내가 죽으면 동해바다에 장사 지내라”고 유언했다. 이 세상 영웅과 화려한 무덤이 다 사라지고 결국 ‘동작’이라는 이름만 남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조의 무덤에 구리로 만든 거대한 새를 세운 동작대에서 이름을 이어받은 동작구와 동작동에 국군묘지와 국립묘지가 세워지고 독립지사와 임정요인, 전직 대통령 등을 모신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장소인문학에서 말하는 땅의 내력이다.조선시대 한강이 오늘의 철도와 고속도로를 합친 물류의 중심지 역할을 할 때 왼쪽 서빙고나루, 오른쪽 노량나루의 중앙에 놓인 동작나루는 남대문을 나서서 용산 청파역을 거쳐 경기도 과천으로 가는 길목이었다. 김정호는 ‘대동여지도’ 중 ‘경조오부도’에 이 길을 과천로라고 이름 붙였다. 청파역에서 노량나루를 건너면 시흥으로 향했다. 동작진을 건너 과천으로 가거나 노량진을 건너 시흥으로 가는 두 길은 수원에서 만나 삼남(충청도, 전라도, 경상도)지방으로 이어졌다. 1899년 노량진~제물포 간 경인선과 1900년 노량진~용산 간 제1한강교(한강대교)가 놓이면서 동작진은 노량진에 밀렸다. 조선시대 가리기 힘들었던 두 나루의 우열은 근대기 들어 노량진이 앞섰다. 그 덕분에 비어 있던 동작진에 국립묘지가 깃들 수 있었다.옛 동작나루를 그린 실경산수화 2점이 전한다. 겸재 정선(1676~1759)의 ‘동작진’과 장시흥(1714~1789)의 ‘동작촌’이다. 동작진이 나루터를 포함한 마을 전체를 그렸다면 동작촌은 동작나루의 솟은 암산과 나루에서 사당, 과천으로 이어지는 길가에 즐비한 기와집을 클로즈업했다. 정선이 1744년에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동작진’은 오늘의 현충원을 중심에 두고 멀리 관악산과 청계산을 배경 삼았다. 동작나루 일대 한강을 동작강이라고 불렀다. 권문세가의 별서(별장)가 자리잡았다. 인조반정의 공신 이귀가 세운 창회정이 정선의 그림에 엿보인다. 광해군 때의 권신 박승종의 별서 퇴우정이 이름을 바꾼 것으로 짐작된다. 인조의 동생 능봉군이나 남용익, 이세필, 윤두수 등 문신의 별서도 상지동에 있었다. 조선시대 현충원 일대를 상지동이라고 했다. 현충원의 터줏대감 호국지장사는 신라 고찰 화장사다. 삼성동 대부분이 봉은사 땅이었듯 현충원 대부분이 화장사 소유였다. 선조의 조모 창빈 안씨 묘도 널찍하게 자리를 잡았다.동작나루에는 시인묵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다산 정약용은 31세 때 ‘동작나루에서 진주로 가시는 부친을 송별하며’란 제목의 시를 남겼다. “나루터에 저 멀리 떠나가는 배/모래밭에 말 세우고 바라본다네…”로 시작하는 효심 어린 시를 썼다. 그러나 이 시를 쓴 해 부친이 진주에서 숨졌으니 마지막 이별 인사가 된 셈이다. 이덕무의 ‘청장관전서’에도 동작나루 풍경을 그린 ‘동작진’이라는 시가 전한다. 동작나루는 정치의 공간이기도 했다. 숙종 때 남인의 영수 윤휴는 왕의 부름을 받자 “신의 애초의 뜻은 전하가 계시는 궁전의 뜰에 나아가 하직하려는 것이었습니다…”라면서 동작나루의 숙소에 3달을 머물며 출사 거부의 사직상소를 올렸다. ‘정치 쇼’였다. 그러나 1680년 경신환국으로 세상이 바뀌고, 남인이 제거되면서 윤휴는 죄인이 돼 국문을 당한 뒤 사약을 받았다. 동작나루에서 여유작작하며 석 달을 버티다 동작강을 건넌 뒤 한 달 만에 저세상 사람이 된 것이다. 국립서울현충원은 민족민주영령들의 성지이자 국가 정통성의 뿌리다. 죽은 자의 공간이지만 산 사람들을 위한 정치공간이기도 하다. 혁명이나 변환의 시기나 행사 때마다 주요 인사들이 얼굴을 내미는 정치무대이기 때문이다. 246만명의 전사자와 전범자를 합사한 일본 야스쿠니신사가 국립묘지로 성지화되면서 참배 여부를 놓고 나라 안팎에서 논란이 빚어지는 까닭이기도 하다. 조조의 무덤 동작대에서 전래된 동작나루의 전설이 동작동 국립묘지로 이어진 것은 거부할 수 없는 땅의 숙명이다. 글 노주석 서울도시문화연구원 원장 사진 김학영 연구위원 ■다음 일정:제33회 양천고성 ■집결 장소:12월 7일(토) 오전 10시 양천향교역 2번 출구 ■신청(무료):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futureheritage.seoul.go.kr) ■문의:서울도시문화연구원(www.suci.kr)
  • “文정부 2년간 땅값 2054조 올라… 연간 상승액 역대 최고”

    “文정부 2년간 땅값 2054조 올라… 연간 상승액 역대 최고”

    2014년 분양가상한제 폐지해 땅값 급등 임대사업자 조세 부담 줄인 것도 원인 문재인 정부 2년간 땅값이 무려 2000조원 넘게 올랐다는 분석이 나왔다. 역대 정부 중 1년간 오른 땅값이 가장 높았다. 부동산 가격이 가장 많이 치솟았다고 평가되는 노무현 정부 때 땅값 상승률의 1.6배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분양가 상한제 폐지와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 때문에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대한민국 땅값 추정’ 결과를 발표했다. 경실련이 토지 공시지가에 시세 반영률을 역으로 적용해 추정·분석한 결과 민간이 보유한 땅값은 1979년 말 325조원에서 2018년 말 9489조원으로 40년 동안 9164조원이 뛰었다. 공공 보유 토지를 포함한 전국 땅값 총액은 2018년 말 1경 1545조원이었다. 진보 정부인 문재인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 유독 땅값 상승세가 가팔랐다. 문재인 정부 2년 동안 땅값이 2054조원 오르면서 2018년 말에는 9489조원으로 나타났다. 연평균 상승액은 1027조원으로 역대 정부 가운데 가장 컸다. 노무현 정부 임기 5년간 땅값은 3123조원 상승했다. 연평균 상승액(625조원)이 문재인 정부에 이어 2번째로 높다. 박근혜 정부와 김대중 정부의 연평균 땅값 상승액이 각각 277조원, 231조원으로 뒤를 이었다. 반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명박 정부 때는 땅값이 연평균 39조원씩 떨어졌다. 경실련은 분양가 상한제 폐지가 땅값 상승에 영향을 끼쳤다고 지적했다. 1999년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한 뒤 20년 동안 땅값은 4배 가까운 7318조원(연평균 385조원) 올랐다. 그나마 2008년 분양가 상한제가 부활하면서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는 땅값 상승세가 완만해졌다. 그러나 2014년 다시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면서 땅값이 급등했다. 경실련은 2017년 정부가 임대사업자에게 양도세나 종합부동산세 등 조세 부담을 줄인 것도 땅값 상승을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지난번 국민과의 대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 가격이 안정돼 있다고 했지만 이는 현실과 동떨어진 판단”이라고 짚었다. 경실련과 정 대표는 공시지가에 실제 시세가 반영되지 않아 과세기준이 왜곡됐다며 국토교통부 관계자 등을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오는 12일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다. 서울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세종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박지원 “야당 발의한 50여개까지 필리버스터?…한국당 완벽한 개그”

    박지원 “야당 발의한 50여개까지 필리버스터?…한국당 완벽한 개그”

    “자유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199개 상정법안에 한국당이 발의한 법이 50여개나 되죠. 아주 완벽한 개그입니다.” 박지원 대안신당(가칭) 의원이 공직선거법 패스트트랙,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신청으로 파행을 빚는 최근 국회의 행태를 ‘개그’라고 총평했다. 박 의원은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단식투쟁, 강경대응은 황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의 자리보전에는 성공이라고 본다”면서 “제1야당인 한국당이 국회회에 남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한국당을 제외한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대안신당과 연대하고 한국당이 국회 절차를 무시할 수 없게 만드는 ‘4+1 공조’를 본격적으로 해야 한다는 견해다. 박 의원은 3일 서울신문 유튜브 ‘박점치’(박지원의 점치는 정치)에서 한국당의 장외투쟁으로 인해 국회가 가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여당의 정치력을 주문한 이유’에 대해 “국회에서는 벼랑 끝까지 싸우며 가다가도 벼랑 끝에서 빠져죽지 않고 타협해서 웃으며 돌아나온다”며 민생경제, 청년실업, 남북관계 등 현안을 국회가 대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울산경찰의 하명수사 의혹, 우리들병원 특혜 대출 의혹 등을 한국당이 3대 국정농단 의혹으로 규정한데 대해 박 의원은 “검찰과 경찰이 의혹 사건을 수사해 밝혀낼 수 있도록 두고보자”고 했다.단,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당시 압수 고래고기를 돌려주는 과정에서 벌어진 울산 검·경 간 갈등을 조사하려고 특별감찰반원을 울산에 보냈을 뿐 하명수사는 없었다는 해명에 대해 박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을 모시며 청와대 근무하던 시절에도 첩보를 알아봐야 하면, 청와대 근처에 나와있는 경찰청 특별수사과에 알아보라고 지시했다”면서 “오랜 관례대로 했다는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의 국회 답변은 맞다”고 평가했다. 또 전날 검찰이 숨진 전 청와대 민정실 특감반원의 휴대전화 확보를 위해 서울 서초경찰서를 압수수색한데 대해서도 “경찰이 수사하는데 검찰이 압수수색해서 휴대전화를 가져가 버리니 경찰이 유감표명을 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의 무례한 발언 논란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시했다. 박 의원은 “대사는 자국을 대변하면서도 주재국 입장을 이해하고 말해야 하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종북좌파에 둘러싸여 있다는 보도가 있다’고 한 해리스 대사 발언에 대해 “전언으로 알려지긴 하지만, 미국 대사로서 우리 대통령에게 그러한 용어를 사용했다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역으로 해리스 대사를 일본계라고 비판하는 시선에 대해 박 의원은 “그런 식의 비판은 인종차별이라 지양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이르면 2023년 새만금 공항 첫 삽… 전북 하늘이 활짝 열린다

    이르면 2023년 새만금 공항 첫 삽… 전북 하늘이 활짝 열린다

    ‘공항 없는 설움’을 겪는 전북도민들의 50년 숙원이 해결될 전망이다. 새만금 국제공항(조감도) 건설사업은 올 1월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에 이어 최근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 관문을 통과함으로써 밑그림이 완성됐다. 행정절차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새만금 국제공항은 송하진 전북지사의 ‘정치력’과 ‘행정력’의 결실이라는 평가다. 송 지사는 민선 6기부터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을 도정의 최우선 목표로 정하고 진두지휘했다. 그는 행정적으로 공항 건설의 명분과 당위성을 쌓아 가면서 정치적으로는 정부의 결단을 이끌어 냈다. ‘새만금 국제공항’=‘송하진 공항’으로 불리는 이유다. 이 사업은 내년 정부예산안에 40억원의 기본계획 수립 예산이 반영돼 빠르면 2023년 첫 삽을 뜰 수 있다.기획재정부는 지난달 27일 새만금 국제공항에 대해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를 원안대로 의결했다고 2일 밝혔다. 올 1월 29일 ‘국가균형발전 기반 구축사업’에 선정돼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받은 지 10개월 만이다.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는 사업 시행을 전제로 한 사전타당성 용역의 검증 단계로 이를 통과함으로써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의 당위성이 다시 한번 입증된 셈이다. 적정성 검토에는 ▲공항 입지 ▲시설 규모 ▲총사업비 ▲예정 공정 ▲항공수요 등이 담겼다. 입지는 군산 미군기지 활주로에서 서쪽으로 1.3㎞ 떨어진 위치로 선정됐다. 전북도는 김제 화포지구 등 13곳을 대상으로 장애물, 공역, 접근성, 환경 등을 종합 평가해 새만금을 후보지로 확정했다. 공항부지 면적은 205만 6000㎡이다. 활주로는 길이 2500m로 대형 여객기와 수송기 취항이 가능하다. 공항은 여객터미널(6018㎡), 화물터미널(549㎡), 계류장(4대), 주차장(8910㎡) 등을 갖춘다. 취항지역은 중국, 일본, 동남아 지역이다. 총사업비는 7800억원으로 추정됐다. 2020~2021년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2021~2023년 기본 및 실시설계를 추진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2024년 착공해 2028년 준공할 계획이다. 그러나 전북도는 설계와 시공을 동시에 하는 턴키 방식을 적용하도록 노력해 개항 시기를 2년 정도 앞당긴다는 구상이다. 2023년 착공이 목표다. 항공수요는 2030년 74만 882명, 2044년 81만 4091명, 2055년 84만 4203명으로 예측돼 수요부족 논란을 잠재웠다.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사업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전북은 1968년 전주시 송천동 군비행장에 경기 김포와 제주 노선 항공기가 취항했으나 수요가 적어 곧바로 운항이 중단됐다. 이후 공항이 없는 지역으로 전락해 서러움을 겪어야 했다. 기업을 유치하려 해도 공항이 없다는 이유로 배제됐고 비행기를 이용하려는 도민들은 광주나 김포, 인천공항을 찾아가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대선·총선 때마다 ‘전북권 공항 건설’이 공약으로 등장했지만 공약(空約)으로 끝났다. 여론이 들끓자 1999년 김대중 정부 시절 김제시 백산면 전북도 종축장 부지에 공항을 건설하는 사업이 추진됐다. 하지만 토지 보상을 완료하고 시공업체와 공사계약까지 맺은 시점에서 감사원이 “항공수요와 경제성을 재검토하고 사업 시기를 조정하라”고 지적해 물거품이 됐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30대 광역경제권 프로젝트’에 반영됐지만 전남 등 인접지역이 발목을 잡아 또다시 수포로 돌아갔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다가 민선 6기 송 지사가 취임하면서 재도전에 나섰다. 송 지사는 새만금 개발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동북아의 허브로 육성하려면 공항이 필수조건이라는 큰 그림을 그렸다. 그는 전북권 공항 건설사업이 번번이 실패로 돌아간 요인을 분석해 명분을 축적하면서 행정절차를 밟아 나갔다. 2014년 11월에는 전북권 항공수요 조사 용역을 하고 2016년에는 제5차 공항개발 중장기 종합계획에 새만금 공항을 반영하는 성과를 거뒀다. 또 국토교통부 새만금 신공항 항공수요조사 연구용역을 성사시켜 숙원 해결에 한 발짝 다가섰다. 특히 새만금에 세계 청소년 5만여명이 참가하는 ‘2023년 세계 잼버리대회’를 유치해 공항 건설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확보했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은 새만금 사업과 공항 건설에 새로운 계기가 됐다. 송 지사는 전북이 문재인 정부 탄생에 전국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64.8%)을 보낸 사실을 내세우며 새만금 국제공항의 필요성을 반복해 강조했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을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시키고 새만금 관련 예산을 대폭 증액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송 지사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요구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그는 오랜 행정경험을 통해 지방공항 건설사업이 경제성 평가 관문을 넘지 못한다는 점을 간파했다. 송 지사는 이를 건너뛰는 명분으로 잼버리대회 성공 개최를 위해 공항건설 과정을 단축해야 한다는 점을 앞세우고 물밑으로는 정부의 결단을 이끌어 내는 투트랙 전법을 구사했다. 송 지사의 행정력과 정치력이 50년 숙원 해결의 주춧돌을 놓았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전직 ‘서울시 넘버2’들의 도전… “중앙정치, 새 인물·변혁 필요”

    전직 ‘서울시 넘버2’들의 도전… “중앙정치, 새 인물·변혁 필요”

    “세상을 바꿔 보자.” 국회의원 비서 때 품었던 청운의 꿈을 펼치기 위해 내년 4월 총선에 출사표를 던진 이들이 있다. 박원순 사단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진성준(52)·김원이(51)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다. 진 전 부시장은 지난해 7월부터 올 3월까지 정무부시장을 역임했고, 그 뒤를 이은 김 전 부시장은 지난달 29일 퇴임했다.둘은 20년 지기로, 개혁·혁신 아이콘으로 통한다. 진 전 부시장은 1995년 장영달 의원 비서로, 김 전 부시장은 2000년 박병석 의원 비서로 국회에 들어갔다. 김 전 부시장 국회 입문 후 서로 알게 됐고, 2005년 김근태계 학생운동 출신 보좌관들의 연구 모임인 ‘민주평화국민연대’를 함께하며 호형호제 사이가 됐다. 민평연은 국회 보좌진 연구 모임의 시초다. 경제민주화·복지·부동산·재정개혁·남북관계 등 국정 전반에 대해 세미나도 열고 책도 냈다. 진 전 부시장은 두 번째 도전으로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과 설욕의 ‘빅매치’를, 김 전 부시장은 첫 도전으로 당내 경선을 통과하면 정치 9단 박지원 의원과 진검승부를 펼쳐야 한다. 총선 준비로 바쁜 둘과 1일 서울신문 회의실에서 인터뷰를 가졌다.-내년 총선 출마 각오는. 진성준 “올 초 서울시 간부 수련회 때 새해 소망을 ‘와신상담 절치부심’이라고 적었다. 20대 총선에서 주민들 신임을 얻는 데 실패했다. 내년 총선에선 반드시 신임을 얻고 싶어 새해 소망을 그렇게 적었다. 그 심정, 그 각오 그대로다.” 김원이 “내년 총선 결과가 집권 후반기 문재인 정부 국정 운영에 큰 영향을 미칠 것 같다. 변화와 혁신, 문재인 정부의 이 기조가 유지될 수 있도록 역할을 하려 한다. 목포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어 호남 정치의 개혁성도 복원하겠다.” -진 전 부시장은 두 번째, 김 전 부시장은 첫 도전이다. 진성준 “2016년 총선 때 김성태 의원에게 진 가장 큰 원인은 강서에 아무런 연고도 없이 총선에 나갔고, 주민들과 밀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강서에 살며 8년간 의정 활동을 해 인지도와 주민 밀착도가 높았다. 서울시에 사표를 내고 일찌감치 지역으로 복귀한 것도 주민 속으로 들어가 밀착도를 높이기 위해서였다.” 김원이 “전남 신안에서 태어나 목포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나왔다. 야학을 하는 등 시민운동도 했다. 천생 목포 사람이다. 그래서 목포에서 첫 도전을 하고 싶었다. 첫 도전자의 열의와 열정이 공적 영역에서 봉사로 발현될 수 있도록, 죽을힘을 다하겠다.”-내년 총선 승리 포인트는. 진성준 “주민과의 밀착 강화가 핵심이다. 강서구가 서울시 외곽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 때문에 숙제와 현안이 많은데 슬기롭게 해결하는 것도 관건이다.” 김원이 “목포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가 전폭적이고, 성공에 대한 기대도 큰 곳이다. 문재인 정부 성공을 위해선 민주당 소속의 새롭고, 젊고, 능력 있는 정치인이 필요하다. 저의 다양한 경험과 능력,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가 알려진다면 충분히 선택받을 수 있다.” -정무부시장 역임이 지역 현안 해결에 도움이 되나. 진성준 “서울시는 중앙정부 축소판이다. 기획과 집행이 함께 이뤄지고, 정책이 실행되면 피드백이 빨라야 한다. 시민들 반응을 기민하게 수렴하고 발 빠르게 대응하려 노력했다. 서울시에서의 경험이 굉장히 소중하다. 서울시 입안 정책과 예산 배정이 강서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꿰뚫게 됐고, 지역 현안을 이해하고 발전 플랜도 갖추게 됐다. 강서구 과제에 대한 해법을 다 마련했다.” 김원이 “정무부시장의 기본 임무는 원활한 시정 집행을 위해 시민·중앙정부·국회·청와대와 소통·협업하는 것이다. 변화와 혁신 한복판에 있는 목포의 새로운 발전을 위해선 중앙정부와 국회, 청와대 지원이 필요하다. 정무부시장 역할을 수행하며 쌓은 국회·중앙정부·청와대 등 인적 네트워크가 목포 발전에 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최근 정치는 민생·현장정치가 대세다. 지방자치단체장 출신 국회의원이 많이 늘고 있다. 서울시정이 바로 시민들 문제를 해결하는 민생 현장이었고, 갈등 해결 현장이었다. 누구보다 민생·현장정치에 익숙하고, 잘할 수 있다.” -지역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생각인가. 진성준 “하수처리장인 서남물재생센터 현대화·공원화 계획이 추진 중인데, 예산 문제로 2030년이 돼야 공사가 끝난다. 이걸 최대한 앞당기겠다. 미세먼지 오염원인 건설폐기물처리장과 방화동 5호선 차량기지 이전도 주력하겠다. 영구임대아파트가 밀집해 있는데, 갈수록 슬럼화되고 있다. 입주민 구성 다양화 등 영구임대아파트를 혁신해서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겠다. 서울시가 산·학·연 기술혁신 거점인 ‘엠융합캠퍼스’라는 개념을 내놨는데, 이를 발전시켜 산학이 결합된 융합대학원대학교를 마곡에 유치하겠다. 김원이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해경서부정비창 신설 사업이 조속히 내실 있게 진행되도록 하겠다. 2024년까지 2000여억원이 투입되는 사업인데, 최근 한국당이 예산 삭감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중앙정부와 힘을 합쳐 필요한 예산을 반드시 확보하고 원활히 사업을 진행, 목포 지역 경제 활성화 토대를 만들겠다. 국가 에너지산업융복합단지로 지정된 대양산업단지와 목포신항 일대도 집중 육성하겠다. 목포신항은 서남권 신재생에너지 거점항으로, 대양산업단지는 신재생에너지 기자재와 부품 생산 거점으로 만들겠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진성준·김원이는 누구진성준 1995년 장영달 의원 비서로 국회에 입문, 참모로 일하며 ‘정치는 가슴으로 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게 됐다. 국민 대변자는 가슴이 뜨거워야 국민 아픔을 아픔으로 제대로 인식하고 진정으로 한데 어우러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 전략기획국장을 역임하며 정치인 참모가 아니라 정당 참모로 국가 운영을 고민했고, 19대 국회에서 비례대표에 발탁됐다. 주민 속으로 들어가 늘 가슴이 식지 않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1967년 전북 전주 출생 ▲전주 동암고, 전북대 법학과 ▲장영달 의원실 보좌관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실 부실장 ▲민주화운동 관련자 인정 ▲민주당 원내부대표, 전략기획위원장 ▲19대 국회의원(비례)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 강서을지역위원장 ▲서울시 정무부시장김원이 2002년 김대중 정부 때 청와대 행정관으로 일하며 정치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국가란 무엇이고 어떻게 운영되는지, 지도자는 어떠해야 하는지를 체득했기 때문이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게 꿈이다. 20대에 학생운동을 하고, 지금까지 정치권에 몸을 담은 이유다. 주어진 임무를 죽을힘을 다해 이뤄 내는 ‘현존임명’(現存任命)의 자세로 내년 총선에서 승리, 꿈을 구현하려 한다. ▲1968년 전남 신안 출생 ▲목포 마리아회고, 성균관대 사학과 ▲박병석 의원실 비서관 ▲성북구청장 비서 ▲김대중 정부 청와대 행정관 ▲문재인 대통령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직능본부 부본부장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정당 본부장 ▲서울시 정무부시장
  • [서울광장] ‘공안통’ 황 대표가 놓치고 있는 것들/박홍환 논설위원

    [서울광장] ‘공안통’ 황 대표가 놓치고 있는 것들/박홍환 논설위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검사 시절 별명이 ‘미스터 국보법’이다. 국가보안법 해설서를 직접 쓸 정도로 국보법에 정통한 것은 물론 뼛속 깊숙이 공안검사 기질이 배어 있었다. 사법시험 21회의 박만 전 방송통신심의위원장, 22회의 천성관 전 서울중앙지검장에 이어 23회의 대표적인 공안통으로 이름을 날렸다. 황 대표 본인도 최근 유튜버로 데뷔하면서 직접 “공안부 근무는 소중한 경험과 자산”이라고 밝혔다. 검찰에서 특수부 검사의 자질로는 촉(觸)과 감(感), 저돌성 등이 강조된다. 반면 공안부 검사는 분석력이 으뜸 덕목으로 꼽힌다. 공안사건 공소장은 수십 페이지가 기본이고, 때로 수백 쪽에 이르기도 한다. 2006년 일심회 사건 피고인들의 공소장은 A4 용지 800쪽이 넘었다. 노트에 적혀 있는 한 줄짜리 구호만 갖고도 피의자 머리와 심장 속에 들어 있는 사상과 생각, 감정을 모두 끄집어내 앞뒤 오차 없이 담아내야 하니 분석력이 떨어지면 배겨 낼 재간이 없다. 역대 검찰총장들은 본인 성향에 따라 특수통과 공안통을 각각 중용하곤 했는데 분석력이 뛰어난 공안검사들을 곁에 두고 정무적 판단 업무 등을 맡긴 사례가 훨씬 많다. 이른바 ‘구(舊)공안’ 검사들의 암흑기(?)였던 김대중(DJ) 정부 후반기 황 대표는 잠깐 공안검사를 접고 ‘외도’한 적이 있다. 당시 대검 공안1과장에서 서울지검 컴퓨터수사부장으로 발령났는데 의외의 인사로 주목을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간첩 잡던 검사가 해커 등을 잡는 컴퓨터수사부장이 됐으니, 일단은 일처리를 제대로 할지부터가 관심사였다. 기자들도 뻔질나게 그의 방을 드나들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황 대표는 후배복이 참 많았던 검찰간부였던 것 같다. 젊고 능력 있는 후배 검사들이 그의 뒤를 받쳐 줬다. 주민등록번호 생성 소프트웨어 개발·유포 사범들을 최초로 적발했는가 하면 고객 개인정보를 돈을 받고 판매한 대형 유통사들을 형사처벌했고, 인터넷상에서 정치인과 연예인들을 비방한 네티즌들을 처음으로 법정에 세우기도 했다. 그는 검찰 내에서 사이버범죄 대응수사의 기틀을 잡은 인물로도 꼽힌다. 분석력과 순발력 모두 뛰어나다는 것인데, 하지만 요즘 그의 행보를 보면 과거의 그 냉철했던 분석력은 오간 데 없어 안타깝다. 보수 제1야당의 당대표가 된 지 9개월, 민심을 제대로 읽고 있는지 의아하다. 황 대표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의 철회, 지소미아(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 철회 등 3가지 사안을 내걸고 지난 20일부터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죽기를 각오했다”던 황 대표는 결국 단식 8일째인 지난 27일 밤 의식불명 상태로 쓰러져 병원에 실려갔다. 의식이 깨어난 뒤에도 그는 단식농성 강행 의지를 밝혔다고 한다. 현재 지소미아는 한일 간 합의로 조건부 유지 결정이 났고, 패스트트랙 2대 법안 중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은 언제든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수 있도록 자동부의된 상태다.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법안 철회가 아니면 협상은 없다며 릴레이 단식 예고 등 배수진을 쳐 놓고 있다. 하지만 황 대표와 한국당이 요구하는 사안들은 모두 민생과는 무관하다는 점에서 과연 국민을 피곤하게 하는 ‘극단의 정치’를 고집할 필요가 있는지 되묻고 싶다. 지소미아는 진영 싸움, 패스트트랙 법안은 밥그릇 다툼과 다름없다. 그제 부산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던 50대 자영업자가 투잡의 일환으로 한밤중 야채 배달을 하다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서울 아파트값은 하루하루 천정부지로 치솟아 집 없는 서민의 박탈감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청년들은 또 어떤가. 정규직은커녕 알바조차 구하기 힘들다. 상점마다 임대차 매물로 나온 건물이 적잖다. 위기의 자영업자들은 그야말로 멘붕이다. 지금 이 시점 황 대표가 집중해야 할 이슈가 여기에 있다. 지소미아니, 선거법이니, 공수처법이니 하며 투쟁하면 지지자들에게 박수를 받을지 모르겠지만 고단한 삶에 지쳐가는 대부분의 국민에게는 ‘딴나라’ 얘기일 뿐이다. “민심을 얻고 백성을 부유하게 하려면 어찌해야 하느냐”는 할아버지 영조의 질문에 정조는 ‘후계자’ 수업을 받던 시절 “쓸데없는 일을 하느라 농사 때를 빼앗지 않으면 됩니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즉위한 후에도 정조는 종종 밀행하며 여론을 살폈다. 황 대표와 한국당은 왜 지지층이 답보 내지 줄어드는지 곱씹어 볼 때이다. stinger@seoul.co.kr
  • 내년 5·18 40주년 광주-서울 5·18 광화문 문화제 공동 추진

    광주시가 내년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대한민국 민중항쟁 120년 전시회를 열고 서울시와 공동으로 ‘5·18 광화문 문화제’를 치르는 등 다양한 기념행사를 추진한다. 28일 광주시에 따르면 동학농민운동(1894년)부터 2016년 촛불혁명까지 대한민국 민중항쟁 120년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가칭 ‘동학에서 촛불혁명까지’(대한민국 민중항쟁 120년 전시)라는 전시회다. 국비 등 10억원을 들여 1주일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전시회를 연다. 전시회는 동학농민운동, 3·1운동, 4·3사건추모관, 4·19혁명관, 부마항쟁, 518민주화운동, 6월항쟁, 촛불혁명까지 8개 민중항쟁(또는 사건) 전시관으로 구성된다. 제주도의 비극 4·3 추모관의 경우 4·3을 기록한 사진 등 자료를 바탕으로 현기영 작가의 소설 순이삼촌, 제주도 화가 강요배의 그림 등 관련 콘텐츠로 전시관을 꾸린다. 5·18민주화운동관은 5·18 관련 자료에 더해 1980년 5월의 상징과도 같은 ‘임을위한행진곡’, 소년이 온다(한강 소설), 택시운전사(영화) 등 친숙한 콘텐츠를 입혀 관람객과 만나게 된다. ‘동학에서 촛불혁명까지’라는 전시회 외에도 내년이 5·18 40주년이라는 상징성을 감안, 광주시는 다양한 기념행사를 준비 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서울시와의 공동 기념행사, 베니스 비엔날레 5·18 민주화운동 특별전, 5·18을 다룬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를 원작으로 한 연극 공연 등이다. 광주시는 내년 기념행사 기간 ‘5·18 광화문 문화제’ 개최를 위해 다음 달 중순 서울시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시는 또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5·18 민주화운동 특별전을 열고, 통상 9∼10월 열렸던 세계 인권 도시 포럼도 5월로 시기를 옮겨 확대할 계획이다. 5·18을 다룬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를 원작으로 폴란드 스타리 국립극장이 제작한 연극 ‘The boy is coming’은 서울과 광주에서 선보인다는 구상이다. 시는 이를 위해 국비 77억원 등 모두 100여억원의 예산을 편성한다. 40주년 기념행사 성공 개최를 위해 각계가 참여하는 TF(특별팀)도 꾸렸다. 5·18기념행사는 그동안 5·18민주유공자(유족회) 등 5월 3단체와 5·18기념재단, 노동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 주도로 치러졌다. 그러나 이번 40주년 기념행사는 시가 주도하며, 5·18의 정신과 가치의 세계화·전국화를 꾀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총선 출마 靑출신들, 특명! 이름을 알려라

    총선 출마 靑출신들, 특명! 이름을 알려라

    文과 찍은 사진 올리며 SNS 홍보 열올려 ‘선거자금·세력 결집’ 출판기념회도 봇물‘페이스북은 기본, 출판기념회는 필수, 유튜브는 선택.’ 문재인 정부 청와대 수석비서관부터 행정관에 이르기까지 청와대 전직 인사 40~50명이 내년 총선 경선을 앞두고 ‘이름 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출마 준비자 중 청와대 출신이 너무 많다는 당내 우려가 나오지만, 반대로 이들의 가장 큰 고민은 ‘인지도’다. 특히 당에서 내년 총선 경선 여론조사 때 ‘문재인·김대중·노무현’ 등 전·현직 대통령 이름이 실린 청와대 근무 경력을 허용하지 않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상황이다. ‘청와대 출신’이라는 명함은 예전만큼 값어치가 크지 않다는 한탄이 나오는 이유다. 이들이 기본적으로 준비하는 것은 페이스북, 블로그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이다. 주요 현안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알리는 소통 창구일 뿐만 아니라 방송 출연 등 홍보 창구로도 활용하고 있다. 또 문 대통령과 함께 찍은 프로필 사진 및 배경 사진으로 청와대 근무 경험을 강조했다. ‘출판기념회’도 필수적으로 치러야 하는 행사다. ‘선거자금 실탄 준비·홍보·세력 결집’이라는 3박자가 들어맞는 행사로 평가된다. 선거일 90일 전(내년 1월 16일)부터 출판기념회가 전면 금지되기 때문에 이달부터 다음달까지 출판기념회 일정이 봇물 터지듯 잡히고 있다. 김영배 전 민정비서관, 임혜자 전 선임행정관 등은 다음달에 출판기념회를 연다. 여권 관계자는 “유력 인사는 기본이 5000권, 정치 신인은 많아야 2000권을 찍는데 작가 섭외부터 출판, 기념회까지 2000만원가량 비용이 든다”며 “통상 700~1000권 정도는 팔리는데 정가를 내고 사기보다 결혼식 축의금을 지불하는 느낌으로 5만원에서 10만원씩 낸다. 단순 계산해도 꽤 남는 장사”라고 했다. 유튜브가 주요 정치 소통 수단으로 자리잡은 현실을 반영해 후보들끼리 유튜브 채널도 운영한다. 민형배 전 사회정책비서관, 김우영 전 자치발전비서관, 복기왕 전 정무비서관, 김영배 전 민정비서관 등은 지난 9월부터 유튜브와 팟케스트 채널 ‘새날’에서 ‘파란남자들’이라는 코너를 통해 다양한 정치 현안에 대해 평론하고 있다. 수만건의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높은 편이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페이스북·출판기념회·유튜브까지…’ 청와대 출신 총선 준비자의 생존법

    ‘페이스북·출판기념회·유튜브까지…’ 청와대 출신 총선 준비자의 생존법

    ‘페이스북은 기본, 출판 기념회는 필수, 유튜브는 선택’ 문재인 정부 청와대 수석비서관부터 행정관에 이르기까지 40~50명이 전직 인사들이 금배지를 달기 위해 내년 총선 경선을 앞두고 ‘이름 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청와대 출신 출마 준비자가 많아도 너무 많다는 당내 우려가 나오지만 이들의 가장 큰 고민은 ‘인지도’다. 특히 당에서 내년 총선 경선 여론조사 시 후보들의 대표 경력에 ‘문재인·김대중·노무현’ 등 전·현직 대통령 이름이 실린 청와대 근무 경력을 허용하지 않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면서 ‘청와대 출신’이라는 명함은 예전만큼 값어치가 크지 않다는 한탄도 나온다. 청와대 출신 출마 준비자들이 기본적으로 준비하는 것은 페이스북, 블로그 같은 SNS 계정이다. 이들의 페이스북 계정을 보면 주요 현안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알리는 소통 창구일 뿐만 아니라 방송 출연 등 홍보 창구로도 활용하고 있다. 또 프로필 사진 및 배경 사진은 문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게시해 청와대에서 근무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SNS 활용이 기본이라면 필수적으로 치러야 하는 행사는 ‘출판 기념회’다. 출판 기념회는 선거를 준비하는 사람들로서는 ‘선거자금 실탄 준비·홍보·세력 결집’이라는 3박자가 들어맞는 행사로 평가된다. 선거일 90일 전(내년 1월 16일)부터 출판기념회가 전면 금지되기 때문에 이달부터 다음달까지 출판 기념회 예정이 봇물 터지듯 잡히고 있다. 김영배 전 민정비서관, 임혜자 선임행정관 등이 다음달 출판 기념회를 치를 예정이다. 여권 관계자는 “유력 인사는 기본이 5000권, 정치 신인은 많아야 2000권을 찍는데 작가 섭외부터 실제 출판, 기념회까지 2000만원가량 비용이 든다”며 “보통 700~1000권 정도는 팔리는데 정가를 내고 사기보다는 결혼식 축의금 지불 느낌으로 5만원에서 10만원씩 내는데 단순 계산해봐도 엄청나게 남는 장사”라고 했다. 한 보좌진은 “정치자금 모금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비판 때문에 이전만 해도 쉬쉬했지만 총선이 다가오다 보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 같다”며 “현찰로 받는 것에 대해서는 금액을 신고할 의무가 없다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유튜브가 주요 정치 소통 수단으로 자리 잡은 현실을 반영해 후보들끼리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김영배 전 민정비서관과 민형배 전 사회정책비서관, 김우영 전 자치발전비서관, 복기왕 전 정무비서관은 지난 9월부터 유튜브와 팟케스트 ‘새날’이라는 채널의 ‘파란남자들’이라는 코너에서 다양한 정치 현안에 대해 평론하고 있다. 수만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인기가 높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정치권, 사소한 논란 키워 국민 둘로 분열… 성찰의 공간 회복 절실

    정치권, 사소한 논란 키워 국민 둘로 분열… 성찰의 공간 회복 절실

    1945년 12월 30일 새벽 6시 원서동 74 송진우 자택에서 13발의 총성이 울렸다. 건넌방에 있던 양자 송영수, 외사촌 양신묵이 쫓아갔지만 고하는 얼굴과 심장 등에 6발의 총을 맞고 절명해 있었다. 송진우는 당시 동아일보 사장이자 지주와 친일파가 주를 이루고 원세훈 등 독립지사들이 일부 참여한 한국민주당(한민당) 수석총무(지금의 대표최고위원)였다. 당색으로 보면 조선공산당과 대척점에 있는 극우 정치세력을 대표하지만, 송진우 개인적으로는 비타협적 민족주의자로서 충칭 임시정부 봉대론을 주장하던 중간파였다. 송진우는 전날 오후 주한미군사령관 하지 중장을 만난 뒤, 그날 밤 경교장의 반탁운동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에 참석했다. 좌우익은 물론 중간파 주요 인사들이 모여 있었다. 김구 등 충칭 임시정부 관계자들은 미군정과 실력대결까지 주장했고 송진우는 신중론을 개진했다. 송진우는 평소 미군이 2년쯤 머물러야 한다는 ‘훈정론’을 펴 왔던 터였다. ●하나의 조국 꿈꾸던 이들 암살·투옥·납북당해 12월 27일 동아일보 등의 ‘신탁통치 가짜뉴스’로 말미암은 반탁운동은 해방정국을 급랭시켰다. 송진우 암살은 좌우 극단세력의 테러와 유혈 충돌의 본격화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송진우 피살 12시간 전인 12월 29일 자칭 조선인민공화국(인공)의 기관지 조선인민보가 수류탄 테러를 당했다. 해방 후 언론사에 대한 첫 테러였다. 다음날 송진우가 암살당하고, 이듬해 1월 2일 한민당 기관지 동아일보가 좌익에 의해 테러를 당했다. 6일엔 중도적 서울신문까지 습격을 당했다. 좌파 성향의 중앙신문도 당했다. 7일엔 극우 성향의 대동일보가 피습됐고, 8일엔 좌익 성향의 자유신문사 공장에 다이너마이트가 날아들었다. 1월 2일 박헌영의 조선공산당이 3상회의 지지로 돌변하는 성명을 내면서 대결 정국은 극단으로 치달았다. 그제야 충칭 임정은 ‘신중한 방법론’을 모색했다. 김규식 임정 부주석, 한국국민당의 안재홍, 조선인민당의 여운형 그리고 임정 안의 조소앙·김원봉 등 비주류가 포함된 중간파들은 이미 정국의 안정을 위한 해결책 마련에 나서고 있었다. 이들은 공산당과 한민당 내 중간파들과 개별적인 회합 끝에 7일 전체 모임을 갖고 4당 코뮤니케(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3상회의 결정에 따라) 탁치는 우리 (임시)정부가 수립된 후에 자주독립 정신에 의하여 해결하고”, “정쟁의 수단으로 암살과 테러 행동은 국가 독립을 방해하는 자멸행동이므로 절대 반대한다.” 당시 긴급하고 중요한 것은 남북 단일의 임시정부 수립이었다. 코뮤니케에 서명한 대표들은 인민당의 이여성·김세용·김오성, 한민당의 원세훈·김병로, 국민당의 안재홍·백홍균·이승복, 공산당의 이주하·홍남표 등이었다. 하지만 잉크가 마르기도 전인 8일 한민당 주류는 이를 거부했다. ‘반탁 정신이 선명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공산당 역시 코뮤니케가 마치 모스크바 3상회의 결정을 전면 지지하는 것으로 선전했다. 해방 후 첫 남북단일정부 수립을 위한 좌우연합체를 형성할 수 있는 계기는 그렇게 극단세력의 방해로 무산됐다. 안재홍은 그 전말을 이렇게 정리했다. “탁치 문제는 임시정부 수립 후 독립정신에 준하여 해결하기로 한 약정을 (한민당은) 어구가 철저치 못하다고 취소를 발표하고, (공산당 측은) 4당 전부가 3상 결정 전면지지에 기울어진 것처럼 선전하여 민중의 의혹과 불만을 조장하였다”, “4당 코뮤니케가 불발로 끝난 것은 1차적으로 한민당, 2차적으로 공산당에 책임이 있다.” 반탁과 찬탁의 대결은 해방공간을 ‘애국과 친일의 대결’에서 좌우익의 대결 구도로 바꿔 버렸다. 우파는 비상국민회의로 집결했고, 좌파는 민주주의민족전선(민전)으로 결집했다. 좌우합작에 의한 통일국가 건설을 추구하던 중간파의 공간은 좁아졌다. 대신 허약했던 이승만, 한민당 등 극우세력은 확고한 기반을 확보했고, 좌익도 중도좌파의 광범위한 기반을 약화시켰다. 그렇다고 물론 자주적인 통일국가 건설에 대한 국민적 여망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대다수 국민은 극좌·극우의 패권주의가 아니라 중도파의 합작활동에 주목했다. 일제하에서는 비타협적 항일독립투쟁을 벌였고 해방 후엔 민족, 민주, 자주, 통일국가 건설을 추구하는 데 목숨을 건 이들이었다. 소련과 미국에 기대 집권하려던 좌우 극단주의자와는 비교할 수 없었다. 미군정은 1946년 8월 해방 1년을 맞아 8000여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한국인이 추구하는 정치형태는 대중정치(대의정치) 85%, 계급독재 3%였으며, 한국인이 원하는 체제는 사회주의 70%, 자본주의 14%, 공산주의 7%이었다. 앞서 1945년 11월 우익 성향의 선구회가 서울시민 978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선을 이끌어 갈 지도자’ 조사에선 중도좌파의 여운형이 33%로 가장 앞섰다. 그 뒤가 이승만(21%), 김구(18%), 박헌영(16%), 김일성(9%), 김규식(5%)이었다. 이승만을 밀던 미군정은 1946년 3월 자문기구인 민주의원 의장을 이승만에서 김규식으로 바꿨다. 1차 미소공동위가 결렬되자 여운형·김규식 등 좌우합작을 추진하던 중간파를 지원했다. 당시 미군정은 김구·이승만 등을 극우로, 김규식·원세훈 등을 중도우파, 여운형·김성숙·장건상 등을 중도좌파, 박헌영 등을 극좌로 분류하고 있었다. 합작위원회는 7월 19일 김규식(우파 주석)·원세훈·김붕준·안재홍·최동오(이상 우파), 여운형(좌파 주석)·허헌·정노식·이강국·성주식(이상 좌파)를 대표로 출범했다. 합작 원칙을 놓고 옥신각신하던 끝에 10월 4일 7원칙을 발표하고 활동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번에도 양극단이 발목을 잡았다. 한민당은 토지개혁 원칙(몰수 혹은 체감몰수 및 무상 분배)을 문제 삼아 탈퇴를 선언했다. 조선공산당은 좌파 3개 정당의 합당 공작을 통해 합작위원회의 중도좌파를 무력화시키려 했다. 1947년 5월 2차 미소공동위가 열리면서 다시 좌우합작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그러나 이번엔 7월 19일 여운형이 암살당했다. 좌우합작 활동은 사실상 좌초하고, 통일정부 수립에 대한 기대감도 멀어졌다. 이후 하나의 조국을 꿈꾸던 이들은 김구처럼 암살을 당하거나, 안재홍·조소앙·원세훈·조완구·김약수·김원봉처럼 납북됐거나 북행했고, 남에선 김창숙·김성숙·장건상처럼 끝없는 감옥살이를 견뎌야 했다. ●중간 지대 없애 억지·폭력에 의지하게 만들어 가짜뉴스에서 시작된 신탁통치 논란은 한국인을 좌와 우로 단절시켰다. 38선에 중립지대가 없었던 것처럼, 좌우 극단 이외의 중간지대를 없애 버렸다. 그 후유증은 해방정국과 남북의 극우·극좌 정권 수립에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성찰과 대화 대신 억지와 폭력에 의지하게 만들었다. 지금도 정치권은 사소한 논란조차 증폭시켜 국론과 국민을 둘로 분열시킨다. 가짜뉴스로 대중의 눈을 멀게 하고, 거짓 선동으로 대중을 동원한다.●檢개혁·조국사퇴 집회 공감 합친 수치도 97.9% ‘조국 사태’는 73년 전의 분열을 떠올리게 하는 좋은 실례였다. 8월 말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 때부터 장관에 임명되던 9월 초까지 리얼미터의 조사에서 찬반 응답자는 전체의 93.7%(8월 23일), 96.8%(9월 8일)이었다. 10월 초 조국의 장관직 사퇴 여부를 묻는 조사에서 찬반 응답자는 전체의 96.8%였다. 서초동의 검찰개혁 집회와 광화문의 조국 사퇴 집회에 대한 공감도를 합친 수치도 전체의 97.9%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에도 중간지대는 사라졌다. 긍정과 부정을 합치면 8월 셋째 주(96.8%), 9월 셋째 주(97.2%), 10월 둘째 주(97.5%) 모두 100%에 가까웠다. 앞선 대통령의 집권 3년차 2분기의 경우 김영삼 69%, 김대중 64%, 노무현 87%, 이명박 90%, 박근혜 90%였다. 이런 현상도 나타났다. 이른바 ‘빤쓰 목사’가 “대한민국에서 보수의 중흥을 이끄는 지도자”(뉴욕타임스 아시아판)로 언급됐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그가 벌이는 ‘문재인 퇴진’ 농성장에서 ‘만세’를 외쳤다. 이른바 진보 논객들은 성찰이 아니라 진흙탕 싸움에 몰두했다. 사실 ‘조국 문제’는 좌건 우건 정쟁과 시비에 앞서 성찰의 문제였다. 지금 우리에겐 숨쉴 틈이 없다. 이편 아니면 저편이어야 한다. 생각할 공간도 없다. 옳고 그름을 두부모 자르듯 쪼개야 한다. 숨쉬고 생각하고 성찰하는 공간은 과연 회복될 수 있을까? 논설고문 kbc@seoul.co.kr
  • 2019년 11월 18일, 심수관 15대의 인사말

    2019년 11월 18일, 심수관 15대의 인사말

    지난 11월 18일. 조선 도공의 후예 심수관 14대 추모회가 서울 도심의 호텔에서 열렸다. 심수관 14대는 지난 6월 16일 94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일본에 끌려간 조선 도공의 후예로 가고시마에 정착해 400년이 넘는 세월동안 한일의 우여곡절을 겪은 심수관 15대가 아버지를 그리며 유족을 대표해 남긴 인사말은 마음 한구석을 때린다. 다음은 심수관 15대의 인사말의 요약이다.  심수관 15대 유족 대표 인사말 아버지는 다정다감한 청년기에 군국주의 전성기 일본에서 ‘조선인’이라는 멸시를 받고 돌을 맞고, 수많은 편견과 차별을 겪었습니다. 350년에 걸친 일본 생활 속에서 그래도 ‘조선인’이란 말을 들었던 아버지는 그러면 일본인의 정의란 도대체 무엇인가, 민족이란 무엇인가를 자문하며 깊이 상처받았을 것입니다. 일본군의 일원으로 전쟁에 나가 죽으면 야스쿠니 신사에 군신(軍神)으로 모신다, 그러면 가족은 더 이상 괴롭힘을 당하지 않아도 된다는 시대였습니다. 그렇지만 아버지는 그 괴로운 체험을 사회에 대한 원망이나 증오로 대하지 않고 미래를 만드는 아이들의 사회교육으로 열정을 바쳐 갔습니다. 학부모 활동을 통해 아이들에게 한일 교류를 권장했습니다. 그리고 두 나라의 아름다운 것, 훌륭한 음악, 깊은 애정을 알게 되는 그런 교류를 통해 아이들끼리의 우정을 키우고, 장애인시설의 아동과의 활발한 교류 등을 통해 타인에 대한 존경과 배려심을 가르쳐 나갔습니다. ‘미래는 아이들과 함께 온다’ 그것이 아버지가 정말 좋아하는 말이었습니다. 어른의 색깔로 아이들을 채우는 게 아니라 솔직한 감성으로 국경을 초월하여 서로 바라보는 아이들의 모습을 실현하고 싶었던 것이겠죠. 그것은 자신이 어렸을 때 경험하지 못했던 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아버지는 ‘한일의 상호 이해’보다는 ‘한일의 상호 허용’을 줄곧 외쳐왔습니다. 그런 아버지가 처음 한국에 온 것이 지금부터 54년 전 한일 국교 정상화의 해였습니다. 서울대 강당에서 한일 국교재개를 반대한 학생들을 마주한 아버지는 이렇게 말을 걸었습니다. “당신들이 언제까지나 (식민지 피지배) 36년을 이야기한다면 나는 도공의 후예로 살아온 370년을 말해야 한다”고. 그것은 스스로에게 일어난 모든 고난에 언제까지나 사로잡히는 게 아니라, 그 고난이야말로 내일부터의 자신의 새로운 힘이 된다고 믿고 앞으로 나아가자는 것입니다. 한국의 청년들에게 젊은 한국의 나아갈 앞날을, 스스로의 슬픔의 체험을 가슴깊이 간직하고 보여주고 싶었다고 생각합니다. 47년 전 다나카 가쿠에이 내각에서 중일 국교가 회복되자마자 아버지는 도쿄로 날아가 자민당 실력자를 만났습니다. 중국 하얼빈에 있는 안중근 의사의 유해를 한국으로 돌려주는 일을 일본이 해야 한다고 강력히 호소한 것입니다. 일본 정부와 다나카파 의원들은 적극적으로 중국 정부와 교섭에 들어갔습니다만 유감스럽게도 당시의 중국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 후 아버지는 노태우 대통령으로부터 일본 최초의 대한민국 명예총영사로 임명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21년 전, 사쓰마 야키 400년 축제 때에는 400년간 일본의 흙이 되어간 조선인 도공의 위령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제가 고향 전라북도 남원에서 성스러운 불을 일본으로 나르기도 했습니다. 400년 전 일본으로 끌려간 선조들은 일본에 유약과 도예의 기술을 전했습니다. 일본 것은 불 뿐이었습니다. 400년이 지나 이번에는 일본 도자기를 그 뿌리인 한국의 불로 굽고 싶다는 일본의 젊은 도공들의 소원을 이룬 것입니다. 그때 김대중 대통령의 말씀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우리 한국인은 일본에 도예 기술을 전했습니다. 일본인들은 그것을 산업 수준으로 키운 것입니다. 우리 한국인이 일본에 배울 곳은 거기에 있습니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이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와 이부스키에서 회담을 마친 뒤 부인과 함께 우리 집을 방문했습니다. 그 때 차에서 내린 노 대통령 내외가 우리 마을의 산들을 향해 깊은 절을 해 주셨습니다. 그 산에는 우리가 420년간 지금도 계속 지키고 있는 단군의 묘가 있고 그 아래 기슭에는 무수한 무명 조선 도공들의 묘지가 있습니다. 그런 노 대통령의 모습을 보고 저는 ‘아, 이걸로 모두 각자의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말 보답받는 순간이었습니다. 아버지의 노력이 한일의 중간에 끼어살던 저희들을 한일의 가교로 만들어 준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아버지는 저에게 “너는 등대가 돼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등대라는 부동(不動)의 존재가 있어야만, 그 빛을 보는 자유로운 배는 스스로의 정확한 위치를 알고 나아갈 수 있다고. 너는 그 등대 역할을 하라고 했습니다. 만일 움직일 수 있는 자유로운 배가 움직이지 않는 불편한 존재인 등대의 빛을 쓸데없는 물건이라고 무시하는 순간, 그 배는 헤매기 시작하고 좌초되어 마침내 움직일 수 없게 됩니다. 부자유로 인해 주어지는 자유, 움직이지 않는 것에 의해 움직이는 현실, 이 표리일체와 불가분의 관계야말로 사회의 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그것은 한일의 진실이기도 합니다. 아버지를 떠나 보낸 지금, 저는 한일에 있어서 ‘부동의 등대’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아버지가 남겨주신 또 하나의 말이 있습니다. ‘남자라면 혼자라도 외로워하지 않는 법이다’ 조선에 뿌리를 두고 일본에서 살아가면서 한일의 ‘부동의 등대’를 계속 바라볼 것을 가슴에 새기겠습니다. 아버지의 소원이었던 한일 양국 국민의 우정과, 그 때문에 상호 허용을 다시 한번 소망해 봅니다.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 지한파 獨바이체커 前대통령의 막내아들, 강연 도중 흉기에 찔려 숨져

    지한파 獨바이체커 前대통령의 막내아들, 강연 도중 흉기에 찔려 숨져

    독일에서 가장 존경받는 정치인이자 지한파 전 대통령의 막내 아들이 병원에서 강연 도중 피살됐다. 리하르트 폰 바이체커(1920~2015) 전 대통령의 아들인 프리츠 폰 바이체커(59)가 19일(현지시간) 강연 도중 흉기에 찔려 현장에서 숨졌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프리츠 폰 바이체커는 자신이 근무하는 베를린 샬로텐부르크의 슐로스파크 병원에서 의학 공개 강연을 하는 도중 한 남성에게 공격을 당했다. 동료 의사들의 즉각적인 응급조치에도 그는 현장에서 사망했다. 이날 비번으로 현장에 있던 경찰관(33)이 공격을 막으려다 흉기에 찔려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은 공격한 남성(57)을 체포했지만 범행 동기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프리츠 폰 바이체커는 슐로스파크병원 전문의로, 이날 20여 명을 대상으로 건강 관련 공개 강연을 하고 있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대변인을 통해 희생자 가족에게 애도를 표했다. 크리스티안 린트너 자유민주당 대표는 트위터에 “친구인 바이체커가 흉기에 찔렸다. 그는 열정적인 의사였고 좋은 사람이었다”고 슬퍼했다.피살된 프리츠 폰 바이체커는 1984∼1994년 서독 및 통일 독일의 대통령을 지낸 바이체커 전 대통령의 4자녀 가운데 막내다. ‘독일의 도덕적 양심’이라는 찬사를 받은 바이체커 전 대통령은 1985년 종전 40주년 연설에서 나치 패망을 독일 ‘해방의 날’로 불렀다. 이 말은 정치인들이 여전히 많이 인용하며, 학교에서도 가르친다. 이런 이유로 독일에서 가장 존경받는 정치인 가운데 한명으로 꼽힌다. 그는 또 대표적인 친한파 정치인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과 오랫동안 각별한 인연을 맺기도 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li@seoul.co.kr
  • 미투 밀려 양성평등 부서 만들어 놓고 예산은 쥐꼬리

    미투 밀려 양성평등 부서 만들어 놓고 예산은 쥐꼬리

    대검 3000만원·복지부 1억 1400만원뿐 실태조사도 힘들어… 보여주기식 지적사회 전반으로 확산된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의 영향으로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8개 정부 기관에 양성평등 전담 부서가 신설됐지만, 활동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아 유명무실한 조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국회 보건복지부위원회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여성가족부로부터 받은 ‘양성평등정책담당관 2020년도 예산 규모(정부안) 및 사업 내역’을 보면 복지부와 법무부, 대검찰청의 양성평등 전담 부서에 배정된 내년도 예산은 3000만~2억원 수준이다. 담당 분야의 성평등 수준을 진단할 제대로 된 실태조사를 할 수 있는 정도도 안 된다. 예산을 가장 적게 배정한 곳은 미투 운동의 시발점이었던 검찰이다. 대검찰청은 내년도 양성평등정책담당관 예산으로 3000만원을 편성했다. 양성평등정책위원회 운영과 회의 개최 등에 1700만원, 관계기관 간담회 참석과 자료 수집에 300만원, 양성평등 연구용역에 1000만원이 쓰인다. 대다수가 회의에 들어가는 예산으로, 성희롱·성폭력 근절 지원 등 실질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세부 예산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 미투에 떠밀린 보여 주기식 조직개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다른 기관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복지부는 양성평등 콘텐츠 개발과 제작에 6000만원, 성인지·성주류화 제도 사업 담당자 교육에 2800만원 등 모두 1억 1400만원의 예산을 배정해 국회에 제출했다. 여가부 다음으로 양성평등 문제를 가장 많이 다루는 부처지만 예산은 대검찰청 다음으로 적다. 실태조사와 정책개발 예산이 빠졌다. 정책의 불평등 요소를 점검하고, 양성평등에 미칠 영향을 진단하려면 실태조사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여가부 관계자는 “양성평등 전담부서가 7~8월에 설치되다 보니 예산을 반영할 시간이 부족했다”며 “2021년 예산은 좀더 증액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성평등 전담 부서 신설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소관 분야의 성희롱·성폭력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고 법과 제도 개선을 추진하며, 부처 내 양성평등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성차별적 제도를 개선하는 역할을 맡는다. 김대중 정부 때도 6개 부처에 여성정책담당관을 설치했지만 유명무실하게 운영되면서 결국 폐지됐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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