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집 「황토현… 노래」,「전봉준을 위하여」 출간
◎시·판소리에 나타난 동학정신 조명/89편수록… 농민항쟁의 좌절·비애 절절이
갑오농민전쟁 발발 1백주년(19 94년)을 앞두고 시와 판소리에 나타난 동학정신을 조명한 2권의 책이 나왔다.
동학농민혁명백주년기념사업회가 엮은 시선집 「황토현에 부치는 노래」(창작과 비평사간)와 시인 장효문의 「전봉준을 위하여」(자유세계간)는 동학을 문학적으로 조명한 첫 작업이란 점에서 관심을 끈다.
그러나 갑오농민전쟁에 대한 한국문학의 시적 형상화작업은 때늦은 감이 있다.근대문학의 경우 소설가 채만식,극작가 김우진을 제외하고 시로 형상화된 작품은 거의 없었다.또 지난 68년 신동엽이 「금강」을 발표하기 이전에는 19 47년에 발표된 조운의 시조「고부 두성산」1편이 겨우 명맥을 이었을 뿐이다.
우리 근대사에 큰 획을 그은 갑오농민전쟁에 대한 시적 대응이 문학사에서 어떻게 진행돼 왔는지를 한눈에 가늠할 수 있는 「황토현에…」는 74명에 달하는 시인들의 시 89편이 실려 있다.지금까지 발표된 2백50여편중에서 가려 뽑은 것이다.조운,신동엽,고은,황동규,김지하,김남주,고재종,안도현등 원로에서부터 젊은 시인의 작품까지 잘 모아져 있다.
특히 일명「파랑새요」로 불리는 「새야 새야 파랑새야」를 비롯,「가보세 가보세」「개남아 개남아」「칼노래」「유시」등 5수의 민요가 수록돼 민초들의 마음속에 그려진 동학의 모습을 짐작케 한다.민요편에 수록된 「유시」는 18 95년 3월29일 녹두장군 전봉준이 처형되기 전에 남긴 작품.「때 만나서는 천지도 내편이더니/운 다하자 영웅도 할 수 없구나/백성사랑 올바른길 무슨 허물이더냐/나라위한 붉은 마음 그 누가 알리」라고 읊은 전봉준의 비통한 심사가 절절하다.
이밖에 신동엽의 「금강」,황동규의 「전봉준」,양성우의 「만석보」,김남주의 「황토현에 부치는 노래」,문병란의 「전라도 뻐꾸기」등 대표적인 동학관련 시들이 빠짐없이 수록됐다.
20여년을 동학문학연구를 위해 매달려온 시인 장효문씨(53)의 「전봉준을 위하여」에는 동학농민혁명현장기행과 함께 「창작판소리 전봉준」이 실려있다.자신이 이미 발표한 「서사시 전봉준」을 개작해판소리한마당의 창본을 마련한 것이다.「고부성의 함성」「일어나면 백산,앉으면 죽산」「전주성의 무혈입성」「우금치여 말하라」「새야 새야 파랑새야」등 다섯 대목으로 동학을 판소리로 형상화했다.
문학평론가 최원식교수(인하대·국문과)는 『농민군의 일어섬을 기리고 그 좌절을 애도하는 80년대 시 일각의 단순한 봉기주의 모델로는 갑오농민전쟁에 대한 장려한 서사시적 화폭은 결코 이루어 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동학전쟁을 문학화하려는 시인들의 좀더 창조적인 대응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