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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서 윤석열은 출마 한답니까?”...출마 안할 3가지 이유

    “그래서 윤석열은 출마 한답니까?”...출마 안할 3가지 이유

    “그래서 윤석열은 출마 한답니까?” 평소 버스와 지하철 이용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지난해부터는 코로나19 탓에 택시를 이용하는 빈도가 부쩍 늘었다. 늦은 밤에도 사무실 불빛을 환히 밝히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을 뒤로하고 택시를 타는 날이면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된다. 서로 마스크를 착용한 채 탑승자의 목적지를 확인한 택시기사님들은 보통 대법원 옆 서리풀터널을 진입할 때쯤 조심스럽게 대화를 시도한다. “퇴근이 많이 늦으시네요. 이쪽에서 타시면 검사님이신가요?” 택시를 10번 타면 7번쯤은 반복되는 대화의 패턴이다. 종일 전화를 잘 받지 않는 취재원에 좌절하고 한숨 돌릴만하면 어김없이 전화통을 울리는 데스크에 시달린 하루의 끝이면 아무 생각 없이 조용히 집으로 가고 싶기도 하지만, 각종 여론조사 기관이 수치로 내놓는 민심이 아닌 민생 현장의 민심을 확인하고 싶은 호기심에 “아...검사는 아니고 그냥 출입하는 기자입니다”라고 대답하곤 한다.대화는 보통 이렇게 흘러간다. “기자님이시면 잘 아시겠네요. 추미애 장관은 왜 그러는 겁니까. 뭐 말로는 검찰개혁, 검찰개혁 그러는데 너무 찍어 누르기만 하는 거 아닌가… 윤석열 총장이 무조건 잘한다는 것도 아니지만…” 이렇게 시작된 기사님의 기자 인터뷰는 대한민국 정치사와 경제적 변곡점 등을 아우르다 다시 공통 질문으로 귀결된다. 윤 총장의 대선 출마 혹은 정계 진출 여부다. “그러게요. 그분의 속뜻을 알면 기사로 썼겠죠”라고 얼버무리면서도 “검사 윤석열의 궤적을 보면 정계 진출은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라는 전망을 내놓곤 한다. 구구절절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윤 총장의 정계 진출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에는 크게 3가지 배경이 있다. 먼저 정치권과 언론이 지핀 ‘윤석열 대권 출마론’에 대해 윤 총장이 두 번이나 직접 선을 그었다는 점이다. ‘윤석열 대망론’이 등장한 시기는 지난해 1월 한 언론사가 차기 대통령 적합도 조사에 정치인이 아닌 윤 총장을 포함하면서부터다. 당시 윤 총장은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권 인사들의 지지율이 바닥권을 맴도는 가운데 이낙연 전 국무총리에 이은 2위로 이름을 올리면서 단번에 유력 대권주자 후보군으로 분류됐다. 특히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를 계기로 정권과 관계가 틀어진 것으로 평가되면서 윤 총장도 자연스럽게 ‘정권교체’를 위한 범야권 후보로 편입됐다.단번에 대선 후보로...윤석열 “내 이름 빼 달라” 한 번도 당적을 가지지 않은 검찰 수장이 유력 대선후보로 거론되자 정치권은 저마다 정치적 셈법에 따른 논평을 내놓으며 비상이 걸렸고, 대검 또한 비상이 걸렸다. 여론조사와 정치권의 움직임으로 인해 윤 총장의 일거수일투족은 물론 전국 검찰청의 일선 수사까지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윤 총장은 언론과 여론조사기관에 자신의 이름은 빼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윤 총장은 “정치적 중립을 요하는 검찰총장이 정치인들과 함께 여론조사 대상이 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럼에도 여론조사 기관과 정치권에 윤 총장은 ‘뜨거운 감자’ 같은 존재였고, 윤 총장 대망론도 사그라지지 않았다. 윤 총장은 그해 8월 재차 ‘여론조사 제외’를 요청했고, 실제 여론조사 기관들은 윤 총장 측 요청을 반영해 일시적으로 조사에서 윤 총장이 빼기도 했다. 정치권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윤 총장이 정치 참여에 대한 의원 질의에 “퇴임하고 나면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해서 어떻게 봉사할지 그런 방법을 천천히 생각해보겠다”고 답한 것을 두고 정치 참여 의지를 공식화한 것으로 해석하기도 했지만, 윤 총장은 검찰총장 퇴임 후 2년간 변호사 개업이 금지된 상황에서 구체적인 활동 계획이 없어 ‘국민께 봉사할 방법’이라고 에둘러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총장은 국정감사 발언 논란 이후 검사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정치 참여의 뜻이 없다고 밝혔고, “제가 아는 총장님은 정치할 분이 아니다”라는 게 윤 총장과 함께 일한 경험이 있는 검사들의 공통된 반응이다.윤 총장이 정계에 진출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두 번째 이유는 검찰 간부들의 전망처럼 윤 총장 스스로가 우리 정치권의 모순과 여론이라는 ‘허상’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범보수계의 러브콜을 한몸에 받고 있는 윤 총장은 한때 보수·우파에게 ‘퇴출 1순위 정치검사’였다.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첫해 ‘살아있는 권력’을 넘어 ‘막 탄생한 권력’의 역린을 건드린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 수사를 거침없이 이끌며 국감장에서 수사 외압을 폭로하고, 박 정권에서 한직을 떠돌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구속을 이끈 이도 ‘검사 윤석열’이었다. 박 전 대통령 수사 당시에는 정치권을 비롯한 지지단체들이 윤 총장 자택으로 몰려가 테러 위협을 하는 등 윤 총장을 향한 분노가 극에 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을 거쳐 검찰총장까지 오른 윤 총장은 조 전 장관 수사를 계기로 정권과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했고, ‘윤석열 처형’ 등 험담을 내뱉던 단체들은 이제 대검 앞에 윤 총장 응원 화환을 보내며 ‘정의로운 윤석열 총장 지킴이’를 자처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두고 윤 총장과 가까운 한 검사장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던 윤석열은 그대로인데 대통령과 여·야당의 위치만 바뀌었을 뿐”이라면서 “지금 여론조사 분위기만 보고 자신의 검사 인생 전체를 부정하는 선택을 할 정도로 어리석은 분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역대 검찰총장들은 퇴임 후 정계에 진출하지 않는 것이 자신과 조직의 명예를 지키는 것으로 보고 이러한 관행이 검찰총장들의 불문율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윤석열 대망론’과는 거리가 있다. 실제 역대 검찰총장들은 정치 중립과 공정한 수사를 위해 “검찰총장보다 더 높은 직위는 없다”는 자긍심을 바탕으로 퇴임 후에도 정치권과는 거리를 둬왔다. 다만 김영삼 정부 당시 야당이 편파 수사를 이유로 탄핵소추를 시도했던 김도언 26대 총장이 퇴임 이듬해 총선에서 신한국당 후보로 부산 금정구에 출마해 당선됐고, 노태우 정부에서 22대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을 지낸 김기춘 전 총장이 박근혜 정부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내는 등 예외적인 사례도 있다. 그럼에도 두 전직 대통령을 구속하고 현 정권에서는 사상 초유의 현직 검찰총장 징계에 몰리면서도 검찰의 독립과 정치 중립을 강조하며 자리를 지켜온 윤 총장이 오는 7월 임기 2년 만기 퇴임 후 조직의 문화를 깨면서까지 자신의 세력이 없는 정치권에 신인으로 도전하지는 않으리라는 게 법조계 내부의 중론이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세월호 수사 외압·유가족 사찰 없었다” 특수단 활동 종료

    “세월호 수사 외압·유가족 사찰 없었다” 특수단 활동 종료

    법무부의 검찰 수사 외압 등 혐의점 못 찾아‘유가족 사찰 의혹’ 박근혜·김기춘 ‘혐의없음’DVR조작은 특검에…1년 2개월 활동 종료 옛 국군기무사령부나 국가정보원이 세월호 유가족을 사찰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장기간 수사 끝에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또 세월호 항적조작 의혹과 참사 당일 해경이 물에 빠진 학생 임모군을 헬기가 아닌 선박으로 옮겨 구조를 방기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끝내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단장 임관혁)은 지난 1년 2개월간의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특수단 활동을 19일 마무리했다. 특수단은 법무부의 검찰 수사 외압이나 청와대의 감사원 외압 의혹 등 세월호 유가족 등이 제기한 각종 의혹을 살펴봤지만,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은 참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전면 재조사해야 한다는 피해자가족협의회의 국민청원에 여론의 힘이 실리면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시로 2019년 11월 설치됐다. 임관혁 단장은 “수사단은 제기된 각종 의혹의 사실관계를 철저히 확인하고자 최선을 다했다”면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분들께 깊은 조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앞서 특수단은 사고 현장에 출동한 구조 인력들에 승객 구조에 필요한 지시를 내리지 않아 대규모 인명 피해를 낸 혐의(업무상 과실치사상)로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해경 지휘부 11명을 지난해 2월 재판에 넘겼다. 특수단은 다만 당시 해경이 물에 빠진 임군을 헬기로 조속히 구조하지 않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해경 관계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임군이 바다에 빠진 지 7시간이 지난 상황이었던 만큼 그의 생존 가능성을 알면서도 해경 지휘부가 헬기를 이용하고 임군을 함정으로 이송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특수단은 또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조사를 방해한 의혹과 관련해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현정택 전 정책조정수석, 현기환 전 정무수석 등 9명을 지난해 5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하지만 기무사나 국정원이 세월호 유가족을 사찰했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해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기무사 관계자 등이 고소당한 사건에는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특수단은 정보기관이 유가족에 관한 동향 보고서를 작성한 사실을 확인했지만, 미행·도청·해킹 등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권리 침해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기무사로부터 유가족 동향이 일부 기재된 보고서를 받아본 사실은 인정되지만, 청와대나 국방부가 사찰을 지시하거나 관련 보고를 받은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수단은 세월호 폐쇄회로(CC)TV의 DVR(CCTV 영상이 저장된 녹화 장치) 조작 의혹에 관해서도 수사를 진행했지만, 특검 수사가 예정된 만큼 관련 기록을 특검에 넘기기로 했다. 세월호 항적조작 의혹도 항적이 기록된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제출받아 분석했으나 조작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위헌”…헌법재판소, 전원일치 결정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위헌”…헌법재판소, 전원일치 결정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의 명단(블랙리스트)을 만들어 지원받지 못하도록 한 정부의 공권력 행사는 헌법에 어긋난 것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23일 박근혜 정부 때 이른바 블랙리스트가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했다며 제기된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헌재는 국가가 개인의 정치적 견해에 관한 정보를 수집·보유하고 이용한 행위는 개인정보에 관한 자기 결정권을 침해한 것으로 법령상 명확한 근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블랙리스트에 오른 문화예술인들은 2017년 4월 “야당 지지를 선언하거나 ‘세월호 참사’ 등 특정 이슈를 주제로 작품을 만들었다고 정부 지원에서 배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와 예술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헌법소원에는 이윤택 예술감독과 연희단거리패, 서울연극협회, 서울프린지네트워크, 윤한솔 연출가와 그린피그, 시네마달, 정희성 작가 등이 참여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등은 청와대 수석들에게 정부에 비판적인 단체나 예술가의 이름과 지원배제 사유 등을 정리한 문건을 작성하도록 지시하고 이들을 정부 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헌재 “박근혜 정부 당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위헌 결정”(종합)

    헌재 “박근혜 정부 당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위헌 결정”(종합)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의 명단을 만들고 지원을 받지 못하도록 한 정부의 공권력 행사가 헌법에 어긋난 것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23일 헌재는 박근혜 정부 당시 ‘블랙리스트’가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했다며 제기된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017년 4월 블랙리스트에 오른 문화예술인들은 “야당 지지를 선언하거나 ‘세월호 참사’ 등 특정 이슈를 주제로 작품을 만들었다고 정부 지원에서 배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와 예술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헌법소원에는 이윤택 예술감독과 연희단거리패, 서울연극협회, 서울프린지네트워크, 윤한솔 연출가와 그린피그, 시네마달, 정희성 작가 등이 참여했다. 당시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등은 정부에 비판적인 단체나 예술가의 이름과 지원배제 사유 등을 정리한 문건을 작성하도록 지시하고 이들을 정부 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헌재는 국가가 개인의 정치적 견해에 대한 정보를 수집·보유·이용하는 것은 개인정보에 관한 자기 결정권에 ‘중대한 제한’인 만큼 법적 근거가 필요함에도 블랙리스트는 법적 근거 없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보수집 행위가정부에 비판적인 예술인에게 지원을 차단하는 위헌적 지시를 위한 것인 만큼 헌법상 허용될 수 없는 공권력 행사라고 판단했다. 정치적 견해를 기준으로 특정 예술인을 정부 지원사업에서 배제한 것 또한 ‘자의적인 차별’이라며 평등권을 침해했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특정 견해나 이념에 근거한 제한은 가장 심각하고 해로운 표현의 자유 제한”이라며 헌법의 근본원리인 국민 주권주의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반한다“라고 판시했다. 헌재 관계자는 ”정보수집 행위와 지원 배제 지시는 모두 취소돼야 하지만 모두 종료된 만큼 유사한 기본권 침해 반복을 방지하기 위해 선언적 의미에서 위헌 확인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이명박 수감중인 최첨단 구치소서 185명 확진…MB는 음성(종합)

    이명박 수감중인 최첨단 구치소서 185명 확진…MB는 음성(종합)

    이명박 전 대통령이 수감 중인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집단 발생했다. 19일 법무부에 따르면 서울 동부구치소는 전날 2400여 명의 수용자 전원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수용자 184명과 직원 1명 등 총 185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동부구치소에 코로나 집단감염을 일으킨 첫 환자는 구치소 직원으로 이날 확인됐다. 이 전 대통령은 음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동부구치소는 지난 15일에도 직원 14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 등 집단 감염이 발생했고, 이와 관련 방역당국의 협조를 받아 전날 직원과 수용자에 대한 전수 진단 검사를 실시했다. 확진자는 주로 신입 수용동에서 나왔다. 구치소에 처음 들어가면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2주간 격리한 뒤 증상이 없으면 기존 수용동으로 이동하는데 이 신입 수용동에 무증상 확진자가 입소해 대규모 집단 감염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확진자와 접촉자를 격리 수용동에 즉시 격리 조치했으며, 서울시 및 질병관리청과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신입 수용동에서 다수 확진자가 발생한 만큼 신입 수용자와 직원에 의한 감염 가능성 모두 철저히 조사 중이다. 또 신경우 법무부 보안정책단장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현장 대책본부를 설치하고, 서울 동부구치소 코호트(동일집단) 격리 운영계획을 수립해 가동하고 있다. 접견·교화행사와 이송 등을 전면 중지하고 의료인력과 마스크, 레벨D 보호복 등 방역물품을 추가로 지원했다. 법무부는 “무증상 신입수용자에 의한 감염확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감염경로 등 원인규명을 철저히 하고 실효적인 코로나19 확산 방지 조치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송파구 문정법조타운 한가운데 있는 동부구치소는 2018년 완공되어 개방형 울타리 등 최첨단 시설을 자랑해 재소자들 사이에서는 일명 ‘호텔’로 불린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심장병을 앓고 있다는 점을 들어 삼성서울병원과 아산병원이 가까운 동부구치소로 수감시켜 달라는 민원을 하기도 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김기춘·조윤선 ‘블랙리스트 파기환송심’ 내년 1월 시작

    김기춘·조윤선 ‘블랙리스트 파기환송심’ 내년 1월 시작

    박근혜 정부 시절 특정 문화·예술계 인사를 지원 대상에서 배제한 이른바 ‘블랙리스트 사건’ 파기환송심이 내년 초 시작된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2부(함상훈 김민기 하태한 부장판사)는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7명에 대한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내년 1월 14일로 지정했다. 김 전 실장 등은 청와대 수석들에게 박근혜 정부 당시 정부에 비판적인 단체나 예술가 등을 정리한 문건(블랙리스트)을 작성하도록 지시하고, 이를 근거로 정부 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배제한 혐의로 기소됐다.김 전 실장은 1심에서 지원 배제 혐의만 유죄로 인정돼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2심에서는 1급 공무원에 사직을 강요한 혐의가 추가로 인정돼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조 전 수석도 1심에서는 위증 혐의만 유죄로 인정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가 2심에서는 직권남용 혐의가 일부 유죄로 인정돼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은 이 사건을 1년 6개월간 심리한 끝에 직권남용죄에서 규정하는 ‘의무없는 일’에 해당하는지 심리가 더 필요하다며 지난 1월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다시 감옥에 갇힌 이명박 “날 구속할 순 있어도 진실 가둘 수 없어”(종합)

    다시 감옥에 갇힌 이명박 “날 구속할 순 있어도 진실 가둘 수 없어”(종합)

    MB, 251일 만에 재수감“걱정 마라. 믿음으로 이겨내겠다”대법 “다스 실소유주는 이명박”징역 17년형, 벌금 130억 확정만기출소시 95세, 2036년 석방이명박 전 대통령이 2일 “나를 구속할 수는 있어도 진실을 가둘 수는 없다”는 말을 남기고 251일 만에 다시 재수감됐다. 대법원은 삼성전자 등에서 거액의 뇌물을 챙기고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다스의 실소유주는 이 전 대통령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징역 17년에 벌금 130억원, 추징금 58억원의 형량을 확정했다. MB “대법,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못해” 강한 불만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재수감을 앞두고 측근들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고 이 전 대통령의 대리인인 강훈 변호사가 전했다. 이 전 대통령은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을 찾은 측근들이 “잘 다녀오시라”는 인사를 하자 “너무 걱정하지 마라. 수형생활 잘하고 오겠다. 믿음으로 이겨내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이 대법 형이 확정됐을 당시 입장문을 내고 “대법원은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못했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 전 대통령은 “법치가 무너졌다. 나라의 미래가 걱정된다”고 한탄한 뒤 “내가 재판에 임했던 것은 사법부가 자유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라는 기대 때문이다.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징역 17년 형을 확정받았지만 앞서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약 1년간 구치소에 수감돼 남은 수형 기간은 약 16년이다. 형기를 모두 채운다면 95세인 2036년에 석방된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 46분쯤 논현동 자택을 떠나 2시쯤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했고, 간단한 신원 확인 절차를 거친 뒤 곧바로 서울 동부구치소로 출발했다.251일 만에 동부구치소 독방 재수감대통령 예우 감안… 가장 최신 시설 지난 2월 25일 서울고법의 구속 집행정지로 풀려난 이후 251일 만에 재수감되는 것이다. 서울 송파구 문정동 법조타운에 위치한 동부구치소는 이 전 대통령이 2018년 3월 22일 구속돼 보석으로 풀려날 때까지 약 1년 동안 수감 생활을 했던 곳이다. 동부구치소는 지상 12층 높이의 최첨단 시설로 지어져 전국 구치소 중 가장 최신 시설로 꼽힌다. 2017년 6월 옛 성동구치소를 확장 이전하면서 지금의 모습과 이름을 갖게 됐다. 이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예우 등을 고려해 앞선 수감 때처럼 동부구치소 12층의 독거실을 배정받을 것으로 보인다. 12층은 독거실과 혼거실 섞여 있는데, 교정 당국은 다른 수용자가 접근하지 못하게 차단 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독거실은 화장실을 포함해 13.07㎡(3.95평)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수감된 서울구치소의 독거실(10.08㎡·3.04평)보다 약간 크다. 방에는 일반 수용자와 같이 TV와 거울, 이불·매트리스 등 침구류, 식탁 겸 책상, 사물함, 싱크대, 청소용품 등이 비치된다. 전직 대통령 수용 사례 등을 고려해 전담 교도관도 지정된다.MB, 수용기록부용 ‘머그샷’ 촬영재소자 동일 입감 절차 김기춘·친형 이상득도 동부구치소 거쳐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신체검사와 소지품 영치, 수용기록부 사진(일명 머그샷) 촬영 등 일반 재소자와 동일한 입감 절차를 받게 된다. 이 전 대통령을 동부구치소에 수감한 것은 박 전 대통령이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어 경호 부담 등을 이유로 두 전직 대통령을 한곳에 둘 수 없는 사정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까지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18년이 확정된 최서원씨(64·개명 전 최순실)가 동부구치소에서 수감생활을 하다 청주여자교도소로 이감됐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 등으로 수감됐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포스코의 민원을 해결해주는 대가로 뇌물을 받은 이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도 동부구치소를 거쳐 갔다. 형이 확정된 기결수는 구치소에 머무르다 수형자 분류 작업을 거쳐 교도소로 이감된다. 하지만 전직 대통령인데다가 고령에 지병도 있어 교도소 이감 없이 동부구치소에서 형을 이어갈 가능성도 있다. 앞서 노태우 전 대통령과 전두환 전 대통령은 형이 확정된 이후에도 이감 없이 각각 서울구치소와 안양교도소에 수감 생활을 했었다.대법 “횡령·뇌물수수 원심결론 잘못 없다” 李 상고 기각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지난달 29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의 상고심에서 징역 17년과 벌금 130억원, 추징금 57억 8000여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횡령 내지 뇌물수수의 사실인정과 관련한 원심 결론에 잘못이 없다”면서 이 전 대통령 측과 검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1∼2심과 마찬가지로 다스의 실소유주를 사실상 이 전 대통령이라고 인정한 것이다. 이로써 10년을 넘게 끌어온 다스 실소유주 논란은 종지부를 찍게 됐다. 이 전 대통령이 법원의 보석취소 결정에 불복해 재항고한 사건도 기각됐다. 재판부는 항소심의 실형 선고에 따른 보석취소 결정에는 재항고하더라도 즉시항고의 집행정지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 전 대통령은 지난 2월 항소심에서 보석취소 결정이 내려지자 재항고해 구속집행 정지 결정을 받아냈다. ‘즉시항고가 제기됐을 때는 해당 재판의 집행이 정지된다’는 형사소송법 제410조를 근거로 재항고가 즉시항고와 같은 성격인 만큼 결정 전까지 구속의 집행이 정지돼야 한다는 논리였다. 재항고 결정과 무관하게 이 전 대통령은 실형이 확정된 만큼 통상 관례대로 2∼3일간 신변정리 시간을 보내고 기결수 신분으로 수감된다.MB, 다스 회삿돈 349억 횡령,삼성이 내준 다스 美소송비 119억총 163억 뇌물 챙긴 혐의 대법 “이건희 사면이 뇌물 대가” 이 전 대통령은 자동차 부품회사인 다스 회삿돈 약 349억원을 횡령하고 삼성전자가 대신 내준 다스의 미국 소송비 119억여원을 포함해 모두 163억원가량의 뇌물을 챙긴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아왔다. 1심은 공소사실 가운데 뇌물수수 85억여원 혐의와 횡령 246억여원 혐의 등을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15년과 벌금 130억원, 추징금 82억여원을 선고했다.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이라고 보고 다스에서 조성된 비자금·법인카드 사용액 등을 횡령액으로 봤다. 삼성이 대납한 다스의 미국 소송비 역시 대부분 뇌물로 인정했다. 당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사면을 뇌물 대가로 판단한 것이다.국정원 특활비 4억 국고손실 혐의 인정원세훈 전달 10만 달러도 뇌물 간주 또 국가정보원에서 넘어온 특수활동비 4억원에 대해서는 국고손실 혐의를 인정했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전달한 10만 달러도 뇌물로 간주했다. 2심에서는 뇌물수수 혐의 인정액이 94억원으로, 1심보다 8억여원 늘면서 형량이 2년 가중됐다. 법리해석 차이로 다스 횡령액도 252억여원으로 5억원 더 늘었다. 재판부가 인정한 삼성 뇌물액은 1심 때는 61억원이었지만 항소심에서는 89억원으로 늘었다. 국정원 특활비, 원 전 국정원장의 뇌물 혐의 등 대부분 혐의도 1심과 마찬가지로 유죄로 봤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김기춘이 보내달라 호소했던 그곳에 이명박 내일 수감

    김기춘이 보내달라 호소했던 그곳에 이명박 내일 수감

    횡령과 뇌물 등 혐의로 징역 17년형을 확정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2일 구치소로 향한다. 지난달 29일 대법원에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실형이 확정됨에 따라 서울중앙지검은 2일 형을 집행하게 된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을 나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뒤 검찰이 제공하는 차량을 타고 서울 송파구 문정동 동부구치소로 이송될 예정이다. 동부구치소는 이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던 2018년 3월 22일 구속영장이 발부돼 이듬해 3월 보석으로 풀려나기까지 1년 동안 수감 생활을 했던 곳이다. 특별한 변화가 없는 한 이 전 대통령은 미결수로 지냈던 곳과 같은 크기의 독거실에 수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이 과거 수감됐던 독거실 면적은 10.13㎡(약 3.06평)에 화장실까지 더하면 총 13.07㎡(3.95평)이다.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쓰는 독거실(10.08㎡, 약 3.04평)보다 약간 크다. 방에는 일반 수용자와 같이 TV와 거울, 이불·매트리스 등 침구류, 식탁 겸 책상, 사물함, 싱크대, 청소용품 등이 비치됐다.전직 대통령 수용 사례 등을 고려해 독거 수용되고 전담 교도관도 지정되지만, 신체검사와 소지품 영치, 수용기록부 사진(일명 머그샷) 촬영 등 수용 절차는 일반 재소자와 동일하게 이뤄진다.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대통령에게는 법에 따른 어떤 예우도 제공되지 않고, 필요한 기간의 경호와 경비가 제공된다. 이에 따라 이 전 대통령은 연금 지급과 교통·통신 및 사무실 제공 등의 지원, 본인과 가족에 대한 치료 등의 예우를 받을 수 없게 됐다. 유일하게 허용되는 예우인 경호와 경비도 이 전 대통령이 구속돼 교정 당국으로 신병이 인도되면 중단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으로 물러나면서 예우를 박탈당했다. 동부구치소는 성동구치소가 확장해 2017년 문정동 법조타운이 들어서면서 신축됐다. 현재 동부구치소에는 최서원(개명전 최순실)씨가 수감중이며,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수감됐던 곳이기도 하다. 김 전 실장은 재판에서 심장병이 위중한 건강 상태를 설명하며 비상시 가까운 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이 인접한 동부구치소로 보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층마다 농구 골대와 같은 운동시설도 마련돼있는 동부구치소는 외양조차 문정동 법조타운의 신축건물인 동부지방검찰청이나 동부지방법원과 별반 다를 바 없어 재소자들 사이에서는 ‘호텔’로 불리기도 한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보수단체 불법지원’ 김기춘, 징역 1년 확정...강요 혐의는 무죄

    ‘보수단체 불법지원’ 김기춘, 징역 1년 확정...강요 혐의는 무죄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압박해 특정 보수단체를 지원하게 한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징역 1년이 확정됐다. 15일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김 전 비서실장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 전 실장 등은 허 전 행정관과 공모해 전경련이 지난 2014년 2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어버이연합 등 특정 보수단체에 총 69억원가량 지원하게 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으로 기소됐다. 1심은 김 전 실장에게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다만 김 전 실장 등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은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에게 1심과 같은 형량을 유지했지만, 1심과 달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도 유죄로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당시 “정무수석실의 전경련에 대한 자금지원 요구가 전경련의 자율성을 억압하는 강압적인 방법으로 이뤄졌다”면서 직권의 남용, 인과관계 요건이 충족됐다고 지적했다. 이후 대법원은 지난 2월 김 전 실장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쟁점이 됐던 직권남용죄는 원심과 같이 유죄로 봤지만, 강요 혐의를 무죄 취지로 판단했다.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은 지난 6월 김 전 실장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화이트리스트’ 혐의로 구속돼 복역한 일수(미결구금일수)가 이미 선고형인 1년을 초과했기때문에 김 전 실장은 법정구속되지는 않았다. 대법원도 2심판단을 지지해 판결을 확정했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신간] 다시, 광장-못다 부른 노래 1987-1997

    [신간] 다시, 광장-못다 부른 노래 1987-1997

    최강문 지음·빈빈책방“이 글은 5공화국, 군사독재가 기승을 부리던 날부터 촛불혁명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 중 첫 부분이다.” 노래 부를 여유조차 없는 세상 속에서 꿋꿋히 자신의 길을 가는 인석, 감성적인 문학 소녀에서 전교조 해직교사로, 다시 재야단체 활동가로 탈바꿈해가는 혜정, 시골 출신의 법학도에서 검찰과 국정원을 거치며 권력을 좇는 용우 그리고 친구들. ‘다시, 광장’은 이 세 사람의 우정과 갈등, 연민과 반목 속에 면면히 흘러온 한국 현대사, 특히 6공화국의 나날들을 때로는 분노와 격정으로, 때로는 침잠과 반성으로 되돌아본다. 그렇게 뜨거운 피의 스무 살 청년들은 50대 중년이 되었고, 한국 사회는 수많은 변화를 겪으며 오늘날의 대한민국 틀을 마련했다. 사실과 허구의 콜라보 속에서 세상을 움직이고 바꾸며 다시 앞으로 이끌어가는 진정한 힘은 무엇인가를 작가는 소설의 형식을 빌려 말하고자 한다. 5공화국, 군사독재에서부터 촛불혁명에 이르기까지 30년의 세월을 다룬 소설 3부작 중 1부에 해당하는 이 책은 1987년부터 1997년까지의 첫 10년을 기록하고 있다, 1984년 대학에 입학한 인석과 혜정, 용우는 독서모임을 통해 자연스레 우리 사회의 모순을 자각해간다. 노래패 활동을 하면서 학생운동에 적극적이었던 인석과 달리, 혜정은 군인인 아버지와의 갈등 속에서 고뇌하고, 법대생인 용우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이들과 거리를 두며 사법시험에 주력한다. 6월항쟁에 이은 대통령선거 도중 발생한 친구 현태가 크게 다치게 되고, 민주화에 대한 좌절을 겪은 인석은 공장 노동자의 길을 선택한다. 사법시험에 통과한 용우는 검사가 되어 강기훈 유서대필사건을 둘러싼 검찰의 공작에 가담하고, 이후 국정원 파견 근무 기회까지 잡는다. 전교조 사태로 해직된 혜정은 재야단체에서 강기훈 사건에서의 무력함에 절망하고, 공장 활동으로 구속되었다가 풀려난 인석은 혜정과 다시 재회한다. 가수의 길을 가고자 하는 인석에게 그가 설 무대는 마땅치 않았고, 마침내 자그마한 카페를 열고서 노래를 다시 부르기 시작한다. 소설의 처음 부분에 나오는 1987년은 우리나라 민주주의 역사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이다. 학생, 시민 등 수많은 사람이 참여한 6·10민주항쟁으로 마침내 5공화국, 전두환 정권의 독재를 몰아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사의 격랑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더욱 심하게 소용돌이쳤다. 1984년 입학한 꿈 많은 대학 새내기들은, 캠퍼스의 낭만보다는 격동하는 시대의 물결과 맞닥뜨려야 했다. 건국대 사건, 박혜정·박종철·이한열 열사의 희생, 김기설 열사 분신자살과 강기훈 유서 대필 조작 사건, 김기춘의 초원 복집 사건, 서강대 박홍 총장의 주사파 발언, 국정원의 민간인 사찰…. 독자들도 등장인물과 함께 혼란한 시대의 흐름 속을 통과해 지나가게 된다. 주인공 ‘서인석’은 노래를 부르고 싶어하는 낭만주의자다. 세상은 그가 노래를 못 하도록 방해하지만, 대학 노래패 활동부터 그는 그에 굴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래한다. 노래패 단원에 어울리게 주로 시대의 모순이나 아픔을 담은 ‘민중가요’를 노래하는데, 작품 중간중간에 꽤 많은 노래가 소개된다. <친구>, <아침이슬>, <진주난봉가>, <오월의 노래>, <서울로 가는 길>, <농민가>, <임을 위한 행진곡>, <맹인 부부 가수>,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늙은 투사의 노래>, <사계> 등 인석이 노래한 민중가요를 찾아 듣는 것도 쏠쏠한 재미를 준다. 손성진 논설고문 sonsj@seoul.co.kr
  • “박근혜 광복절 특사” 윤상현 주장에…민주 “논의 없다”(종합)

    “박근혜 광복절 특사” 윤상현 주장에…민주 “논의 없다”(종합)

    무소속 윤상현 의원과 미래통합당 박대출 의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요청하고 나섰다. 12일 민주당 지도부는 공식 대응하지 않았다. 윤상현 의원은 앞서 페이스북에 “관용의 리더십은 광화문 광장을 ‘분열의 상징’에서 ‘통합의 상징’으로 승화시키는 것이고, 그 첩경은 박근혜 전 대통령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며 “그것을 해결할 분은 문재인 대통령밖에 없다”고 했다. 윤 의원은 “오는 8·15 광복절에는 ‘분열의 상징’으로 변해 버린 광화문 광장을 ‘국민통합의 상징’으로 복원시켜 주시길 바란다”며 “박 전 대통령이 감당한 형틀은 정치적, 인도적으로 지극히 무거웠다. 이미 역대 대통령 중 가장 긴 40개월째 수감생활을 이어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 공보단장을, 2015년 박근혜 대통령 정무 특보를 맡았던 바 있다. 박대출 의원도 페이스북에 “올해 광복절이 되면 박 전 대통령은 1234일의 수형일 수를 채우게 된다. 너무 가혹한 숫자”라며 “이제는 결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의원은 “문 대통령이 올해 신년 인사회에서 말한 ‘역지사지’의 정신이 필요한 때”라며 “다시 한번 특별사면을 간곡히 요청드린다. 이제 그분께 자유를 드려야 한다”고 말했다.민주당 지도부, 공식 대응 없어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그 문제와 관련해 어떤 논의도 된 바 없다. 아직 그럴 시기도 아닌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정의당 김종철 선임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만두라”며 “박 전 대통령을 사면한다면 국정농단 공범 최순실, 김기춘 전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혐의도 사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은 “윤 의원이 평소 박 전 대통령을 ‘누나’로 부르며 친했던 모양인데, 공과 사를 구분하기 바란다. 말도 안 되는 사면 주장을 거둬들이라”고 말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정의당 “윤상현, 말도 안 되는 박근혜 사면주장”

    정의당 “윤상현, 말도 안 되는 박근혜 사면주장”

    무소속 윤상현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박근혜 전 대통령을 광복절에 특별사면해달라고 요청한 것에 대해 정의당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정의당 김종철 선임대변인은 11일 브리핑에서 “윤 의원은 광화문 광장을 ‘분열의 상징’ ‘통합의 상’ 승화시켜야 한다며 그 방법이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이라고 말했다”며 “결론부터 말하자면, 말이 안 되는 소리 그만두시기 바란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김 대변인은 “박 전 대통령은 이미 뇌물수수, 직권남용, 공무상비밀누설 등 수많은 죄목으로 대법원에서 형 확정판결을 받았거나 재판을 받고 있으며, 이러한 범죄들이 결코 가벼운 범죄가 아니다”라며 “국민들로부터 큰 지탄을 받아 물러났고, 법원으로부터 철퇴를 받은 사람을 단지 전 대통령이라는 이유로 사면할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만약 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면한다면 그와 관련된 수많은 범죄가담자들도 함께 사면해야 한다”며 “국정농단 공범 최순실, 박 전 대통령의 불법행위를 앞장서 이행한 김기춘 전 비서실장, 문화예술인 화이트리스트와 문체부 공무원 좌천 등 문화체육계에서 전횡을 일삼은 조윤선 전 장관 및 김종 전 차관, 그리고 K스포츠재단 관계자들까지 모두의 죄를 사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김 대변인은 “더 나아가 삼성그룹 지배를 위해 주가조작 조사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혐의도 사실상 사면하는 것”이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주장은 대한민국 비리 특권세력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알아서 모두 사면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이날 윤 의원을 비롯해 미래통합당 박대출 의원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광복절 특별사면을 요청드린다”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세월호 보고 조작’ 김기춘, 2심 집유…김장수·김관진 또 무죄

    ‘세월호 보고 조작’ 김기춘, 2심 집유…김장수·김관진 또 무죄

    “국민적 비난 피하기 위해 허위로 작성” 세월호 사고를 대통령에게 보고한 시간과 방식을 사후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9일 서울고법 형사13부(구회근 이준영 최성보 부장판사)는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실장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시 국회와 전 국민의 관심이 세월호 상황을 대통령이 시시각각 보고받고 제대로 파악했는지인데, 대통령은 집무실이 아닌 관저에 있으면서 보고를 받지 못했던 것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김 전 실장)은 국회에 낸 서면 답변서에 대통령에게 수시로 보고해 대통령이 대면 보고를 받는 것 이상으로 상황을 파악했다는 취지로 기재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행동은 청와대에 대한 국민적인 비난을 피하기 위해 허위 사실을 쓴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1심의 판단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다만 재판부는 김장수·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한 1심 판단을 유지했다. 두 사람은 1심에서 허위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거나 증거가 부족했다는 등의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김기춘 전 실장과 김장수 전 실장은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상황을 실시간 보고 받았는지 여부, 첫 유선 보고를 받은 시각 등을 사실과 다르게 적어 국회에 제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관진 전 실장은 국가 위기관리 컨트롤타워가 청와대라는 내용의 대통령 훈령(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을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무단으로 변경한 혐의(공용서류손상)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수사 결과 사고 당일 박 전 대통령이 머무르던 관저에 서면 보고서가 도달한 시점은 오전 10시 19~20분쯤이었고, 김장수 전 실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첫 전화 보고를 한 시각은 오전 10시 22분으로 드러났다. 청와대는 박 전 대통령이 오전 10시쯤 서면 보고서를 받은 뒤 오전 10시 15분쯤 김장수 전 실장과 통화하면서 ‘총력 구조’를 지시했다고 주장했지만 모두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화이트리스트’ 김기춘 비서실장 재상고…다섯번째 법정행

    ‘화이트리스트’ 김기춘 비서실장 재상고…다섯번째 법정행

    박근혜 정부의 보수단체 불법 지원(화이트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대법원의 마지막 판단을 받게 됐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전 실장 측 변호인은 전날 서울고법 형사6부(오석준 이정환 정수진 부장판사)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김 전 실장이 재상고하면서 화이트리스트 사건은 상고심과 파기환송심을 거쳐 다섯번째 판단을 받게 됐다. 김 전 실장 등은 2014~2016년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압박해 33곳의 친정부 성향 보수단체에 총 69억원을 지원하도록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파기환송 전 항소심 재판부는 김 전 실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김 전 실장 등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는 유죄가 인정되지만, 강요 혐의는 유죄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올해 2월 원심을 파기해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당시 청와대의 자금지원 요구가 강요죄에 해당할 만큼의 협박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대법원 판단이었다. 이에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6부는 지난달 26일 선고공판에서 김 전 실장의 형량을 징역 1년으로 낮췄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김 전 실장이 미결 상태에서 구금된 기간이 이미 선고형을 초과해 법정구속하지 않았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조윤선 전 정무수석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마찬가지로 파기환송 전 항소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것보다 형량이 줄었다. 조 전 수석 측은 아직 상고장을 제출하지 않았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화이트리스트’ 김기춘, 파기환송심서 징역 1년...법정구속 면해

    ‘화이트리스트’ 김기춘, 파기환송심서 징역 1년...법정구속 면해

    항소심보다 6개월 감형조윤선, 징역형 집행유예박근혜 정부 시절 보수단체에 불법 지원을 한 이른바 ‘화이트리스트’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 오석준)는 26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실장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했다. 파기환송 전 항소심이 선고한 징역 1년 6개월에서 감형됐다. 재판부는 실형을 선고하면서도 법정구속 명령은 하지 않았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파기환송 전 항소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것보다 가벼워진 형량이다. 김 전 실장 등은 2014~2016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를 압박해 33곳의 친정부 성향 보수단체에 69억원을 지원하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대법원은 지난 2월 김 전 실장 등의 혐의 중 강요죄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보수단체 불법 지원’ 김기춘 파기환송심서 징역 4년 구형

    ‘보수단체 불법 지원’ 김기춘 파기환송심서 징역 4년 구형

    박근혜 정부의 보수단체 불법 지원(화이트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파기환송심에서 검찰이 징역 4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17일 서울고법 형사6부(오석준 이정환 정수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 전 실장의 파기환송심 결심 공판에서 징역 4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현기환 전 정무수석에 대해서는 징역 3년을 구형했다. 김 전 실장 등은 2014∼2016년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압박해 33개 친정부 성향 보수단체에 69억원을 지원하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이 사건의 헌법적 의미나 우리 사회, 공동체에 미친 영향은 대법원 판결로 충분히 확인됐다”고 밝혔다. 김 전 실장은 1·2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현 전 수석의 경우 국가정보원에서 특수활동비를 수수한 혐의 등을 합쳐 2심에서 징역 2년 10개월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은 김 전 실장 등의 행위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는 인정되지만, 강요죄는 인정되지 않는다며 지난 2월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한편 같은 혐의로 기소된 조윤선 전 정무수석 역시 김 전 실장 등과 함께 파기환송심 재판을 받았다. 검찰은 조 전 수석에 대해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앞서 2심에서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포토] 김기춘, 파기환송심 출석 ‘주먹 인사’

    [포토] 김기춘, 파기환송심 출석 ‘주먹 인사’

    박근혜 정부의 보수단체 불법 지원(화이트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파기환송심에서 검찰이 징역 4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17일 서울고법 형사6부(오석준 이정환 정수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 전 실장의 파기환송심 결심 공판에서 징역 4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김 전 실장은 1·2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연합뉴스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72회] 강제징용 파기환송 관여했던 박병대의 ‘재판 거래’ 의혹 반박 ‘명분’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72회] 강제징용 파기환송 관여했던 박병대의 ‘재판 거래’ 의혹 반박 ‘명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이른바 ‘재판 거래‘가 이뤄졌다는 의혹을 받는 대표적인 사건이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이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옛 일본 전범기업 측에 손해배상 요구를 잇따라 원고 패소로 판결한 하급심 판결을 뒤집고 2012년 5월 대법원의 한 재판부가 뒤집었다.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됐다는 취지의 하급심 판단과는 달리 식민지배 아래 이뤄진 불법행위에 대한 개인의 청구권은 한일 청구권 협정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파기환송심을 거쳐 다시 대법원으로 넘어온 이 사건을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가 또 뒤집으려고 했다는 게 검찰의 공소사실 중 하나다. 2012년 5월 24일 처음으로 판단을 뒤집었던 대법원 1부는 주심이었던 김능환 전 대법관과 이인복·안대희·박병대 전 대법관으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박 전 대법관은 법원행정처장을 지내며 양 전 대법원장과 함께 강제징용 사건의 판결을 되돌리기 위해 청와대 및 정부와 ‘재판 거래’를 한 혐의를 받는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있다.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71회 재판에서 박 전 대법관 측은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에 대한 반대신문을 통해 강제징용 사건에 대한 입장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박 전 대법관 측 “판결 이의있어도 관여 대법관 재임 시엔 논의 자제 박 전 대법관의 변호인은 “박 전 대법관의 재임기간 동안 회의 또는 증인과 함께있는 자리에서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이 강제징용 사건 관련 보고를 하거나 처장과 함께 논의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 전 실장이 “없다”고 답하자 “피고인 박병대가 증인에게 강제징용 사건과 관련해 확인하거나 지시를 한 적이 있느냐”고도 물었다. 이 전 실장은 역시 “없다”고 했다. 그러자 변호인은 이렇게 질문했다. “강제징용 사건을 파기환송한 상고심의0 주심은 김능환 전 대법관이었지만 박 전 대법관도 관여 대법관이었는데 증인도 알고 있습니까?” (박 전 대법관의 변호인) “네.” (이 전 실장) “증인, 대법원에서는 종전 대법원 판결에 대해 이견이 제기되고 재검토 필요성이 제기될 때 직접 관여한 대법관이 재임 중일 땐 논의를 자제하는 분위기라는 것 알고 있죠?” (변호인) “네.” (이 전 실장) “피고인 박병대가 관여 대법관 중 한 명인 걸 알고 있는 사람들은 당시 박병대에게 이 판결에 대한 외교부의 부정적 의견을 내놓고 거론하는 것을 주저하는 분위기였습니까?” (변호인) “잘 모르는데 그렇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 전 실장) 2012년 상고심 심리에 관여한 대법관이었기 때문에 박 전 대법관이 강제징용 관련 논의에서 배제됐을 수 있다고 역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서도 박 전 대법관 측은 강제징용 사건의 재상고심에 대해서는 임 전 차장이 적극적으로 주도했고, 일련의 과정에서 박 전 대법관이 실제 보고를 받고 관여한 정도는 크지 않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증인은 검찰에서 ‘임 전 차장이 기획조정실장을 오래 근무했고 원래 일을 적극적으로 많이 하는 스타일이라 기조실 심의관들에게 직접 지시하는 경우가 많았고 직접 임 전 차장이 지시하는 보고서는 이미 틀과 내용을 정해놓은 경우가 많았다’고 진술했는데 사실인가요?” (변호인) “네. 임차장님은 구체적인 내용을 검토해서 지시하는 게 거의 다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 전 실장) “‘임 전 차장의 지시에 의해 작성되는 보고서에 다소 부적절한 부분이 있더라도 단순 아이디어 차원인 경우가 많아서 실행된 경우에 이르면 반대하기도 했다’고도 진술했는데 이것도 사실인가요?” (변호인) “네.” (이 전 실장) (중략) “임 전 차장이 (강제징용 사건 재상고심이 접수된 뒤) 당시 외교부 1차관을 지내고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된 김규현을 만난 것을 몰랐습니까?” (변호인) “네. 언론보도를 보고 알았습니다.” (이 전 실장) ●이민걸 ”박병대 성품상 그런 회의 안 갔을 텐데…충격“ 청와대와 정부, 사법부 고위 관계자들이 모여 강제징용 사건을 논의했다는 이른바 ‘소인수회의’에 대해서는 이렇게 물었다. 2013년 12월 1일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 주재한 1차 소인수회의에는 당시 법원행정처장이던 차한성 전 대법관이 참석해 “2012년 대법원 판결을 재검토해야 하고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넘기는 것을 검토해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그 다음해 11월 열린 2차 소인수회의에는 박 전 대법관이 참석해 외교부의 의견이 재판부에 전달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 검찰의 지적이다. “증인은 검찰에서 (1차 소인수회의 이후) 10개월여 뒤에 박 전 대법관이 비슷한 회의에 참석했다는 보도를 보고 ‘제가 생각하는 박 전 대법관의 성품이라면 그 자리를 거절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참석했다는 기사를 보고 2차 충격을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는데 사실입니까?” (변호인) “네.” (이 전 실장) “이 회의에서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 증인은 아는 바가 있습니까?” (변호인) “모릅니다.” (이 전 실장) “그렇게 진술한 이유는 무엇이었습니까?” (변호인) “제가 아는 박 전 대법관의 품성상 그런(재판 관련 논의를 하는) 자리를 알고 있었으면 가실 분이 아니어서 제가 더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 전 실장) 이 전 실장은 기획조정실장으로 행정처에 돌아간 뒤 전임자였던 임 전 차장이 강제징용 사건은 계속 주도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임 전 차장이 기조실장 때 하던 일은 자신이 계속 챙기겠다고 이야기를 했다던데 강제징용 관련 사항도 (임 전 차장의) 기존 업무에 포함되나” 묻는 변호인 질문에 이 전 실장은 “기존 업무라기 보다는 그냥 그건 개인적으로 하셨던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후 강제징용 관련 대외 접촉 등은 모두 임 전 차장이 주관했는가” 물음에도 “그런 걸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임 전 차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가 ‘외교부가 의견서를 제출하겠다고 시그널을 주면 피고 측(전범기업을 대리한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촉구서를 제출하고 외교부에 전달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자신이 기조실장에 부임하기 전에 이미 정해져 있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날도 이 전 실장은 이 같은 증언을 유지했다. 또 임 전 차장이 강제징용 사건을 주관했다는 것에 대해 “저는 관여한 바가 거의 없다는 말, 알지도 못하고… 그렇다는 취지”라고 말하며 자신의 관여 의혹도 부인했다. 박 전 대법관 측은 강제징용 사건의 재판 거래 의혹에 박 전 대법관이 직접 관여한 바가 없다는 주장을 거듭 이 전 실장을 통해 확인하려 했다. “증인 검찰에서 ‘박 전 대법관이 워낙 조직 장악력이 높으셔서 임 전 차장이 박 전 대법관에게 보고를 걸렀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진술했는데, 임 전 차장이 박 전 대법관에게 보고를 했는지 여부를 모른다고 하면서 이와 같은 추측을 한 구체적인 근거는 무엇입니까?” (변호인) “뭐, 그건 일반 심의관들도 다…. 업무 스타일이시니까요. 제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죠.”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靑 세월호 인지 시간 조작’ 의혹… 김기춘 재판 새 변수로

    ‘靑 세월호 인지 시간 조작’ 의혹… 김기춘 재판 새 변수로

    2심도 1년 6개월 구형… 7월 9일 선고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사건에 대해 처음 인지했다고 밝힌 시간보다 더 일찍 알았을 것이란 조사 결과가 김기춘(81)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항소심 재판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 전 실장은 참사 당시 보고 조작 혐의를 받고 있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14일 서울중앙지검에 김 전 실장 등을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등 혐의로 수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사참위는 “최초 인지 시간이 참사 당일(2014년 4월 16일) 오전 9시 19분 이전이라는 점을 알았음에도 허위 자료를 작성하게 해 국회 등에 제출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수사 요청 배경을 설명했다. 사참위는 청와대가 오전 9시 19분보다 10분 안팎 이른 시간에 참사 발생을 인지했을 것으로 보인다는 조사 결과를 전날 발표했다. 김 전 실장은 이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실시간으로 보고받았는지 여부, 첫 유선 보고를 받은 시간 등을 사실과 다르게 적어 국회에 제출한 혐의(허위공문서작성 등)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공교롭게도 이날 김 전 실장의 항소심 결심 공판이 열렸고 검찰은 김 전 실장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김 전 실장이 고의로 보고 시간을 조작했느냐가 핵심 쟁점이었는데 사참위의 조사 결과 발표로 검찰은 유리한 ‘패’를 쥐게 됐다. 최초 인지 시간조차 허위로 드러날 경우 당시 보고 시간을 고의로 조작하지 않았다는 김 전 실장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 전 실장의 선고공판은 오는 7월 9일 열릴 예정이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포토] 부축 받으며 속행 공판 출석하는 김기춘

    [포토] 부축 받으며 속행 공판 출석하는 김기춘

    세월호 보고 시간 조작 혐의를 받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2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5.14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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