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거장 4인 작품 안방상영
일요일 오후10시10분 EBS를 틀면 김홍준 감독이 극장의 객석에서 말을 건넨다.60년대 한국 스펙터클 영화의 거장 장일호 감독,한국영화계의 모더니스트 이만희 감독을 아느냐고.50∼60년대를 풍미한 김진규,김지미,사미자,신성일,남정임의 젊은 모습을 기억하느냐고.지난해 12월9일 첫 방송을내보낸 EBS ‘한국영화 걸작선’(토 낮12시 재방송)은 한국영화계의 또 다른 르네상스였던 50∼60년대 영화를 볼 길이 없었던 젊은 영화팬들은 물론 TV에서 소외되었던 40∼50대에게서 뜨거운 호응을 받고 있다.8월에는 한국영화계의 거장감독 4명의 대표작을 방송한다.
5일에는 장일호 감독의 ‘화산댁’이 방송된다.김진규,황정순,신성일,남정임이 출연한 ‘화산댁’은 12회 샌프란시스코 영화제 출품작이기도 하다.화산댁(황정순)이 서울의작은 아들을 찾아 올라오지만 처가살이를 하는 아들은 어머니를 하녀 대하듯 한다.눈물을 감추며 시골로 내려간 화산댁이 사업에 실패한 아들의 빚을 갚아주자 비로소 참회의눈물을 흘리며 어머니에게 사죄한다는 내용이다.
12일 방송되는 ‘렌의 애가’는 모윤숙의 원작을 김기덕감독이 영상으로 옮겼다.김진규,김지미,사미자 등이 출연한다.화가 시몬과 렌이 6·25전쟁의 와중에 애달픈 사랑을 나눈다는 내용이다.26일에는 영화배우 이혜영의 아버지이기도 한 이만희 감독의 ‘귀로’가 방송된다.6회 대종상 작품상 수상작이다.6·25로 불구가 된 작가와 그의 아내,그리고젊은 남자가 벌이는 갈등이 축이다.마지막주에 방송할 영화는 정진욱 감독의 ‘별아,내 가슴아’를 틀려다 필름이 너무 훼손돼서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한국영화 걸작선’은 끝까지 봐야 한다.마지막에 달콤한 디저트처럼 주연배우나 감독의 인터뷰가 등장하기 때문이다.12월23일 ‘맨발의 청춘’이 방송됐을 때는 신성일·엄앵란 커플이,7월15일 ‘고교우량아’때는 김정훈이 영화에비해 훨씬 성숙한 얼굴로 나타나 아련한 감흥을 불러일으켰다.
프로그램의 기획을 맡은 이승훈PD는 2월 3일 김지미,신귀식 주연의 ‘춘향전’을 방송할 때,방송 30분 전에 홍성기감독이 타계한 일은 영원히 잊을 수 없단다.영화가 방송되는 동안 급히 ‘쾌유를 빕니다’란 자막을 ‘명복을 빕니다’로 바꿨다.
이PD는 “강대진 감독의 61년작 ‘마부’가 첫 방송 됐을때 높은 시청률에 깜짝 놀랬다”면서 “한국고전이 DVD로출시되고 책으로 기록에 남는 계기를 마련해 더욱 뜻깊다”고 말했다.
윤창수기자 g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