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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기덕의 도전 관객에 통할까

    김기덕의 도전 관객에 통할까

    김기덕 감독이 10억원의 저예산으로 찍은 새 영화 ‘활’(제작 김기덕프로덕션)은 가까운 극장에서 쉽사리 만날 수가 없다. 서울 관객이라면 강남역에 자리한 씨너스G 극장(12일 개봉)으로 작정하고 다리품을 팔아야만 한다. 게다가 영화의 ‘정보’도 노출된 게 거의 없다. 홍보를 위해 개봉 3,4주전쯤 갖는 기자 및 일반시사회를 이례적으로 생략했기 때문이다. ‘국제영화제 스타’ 김기덕 감독이 멀티플렉스가 주도하는 국내 영화시장의 배급질서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이른바 1개 극장에서만 영화를 개봉하는 ‘단관 개봉’을 선언한 것이다. 힘들게 극장을 잡아도 사전 예매율이나 개봉 첫주말 성적이 신통찮으면 여지없이 간판이 내려지고 마는 게 요즘 영화판의 현실. 어차피 저예산 예술영화가 멀티플렉스 시스템에서 환영받지 못한다면, 아예 1개 혹은 극히 소수의 극장에서만 상영하는 단관개봉으로 ‘안정적’인 상영일수를 보장받겠다는 것이 김 감독의 계산인 셈이다. 그의 시도는 극장가 안팎에서 일단 참신한 쪽으로 평가받는 분위기다. 그러나 그것이 국산 예술영화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씁쓸한 입맛을 다시는 이들도 적지 않다.“국제영화제에서 ‘거장’ 대접을 받는 사람의 형편이 그렇고 보면 다른 소규모 독립·예술영화들의 현실이야 뻔한 것 아니냐.”는 지적들이다. 전방위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는 대형영화의 틈바구니에서 명함도 못 내밀고 스러지는 작은 영화들의 고충은 사실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사례는 멀리서 찾을 것도 없다. 지난달 15일 개봉한 전수일 감독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2003년 제작된 이후 2년의 우여곡절을 거쳐 간신히 전국 20개 스크린에 내걸렸다. 하지만 부진한 흥행성적으로 개봉 일주일 만에 간판이 내려졌다.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이었으나 지난 3월에야 늑장개봉한 민병국 감독의 저예산 영화 ‘가능한 변화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전국 6개 스크린에서 겨우 개봉했지만 일주일만에 접었다. 홍보를 맡았던 한 관계자는 “제작비의 절반을 쏟아부어 마케팅에 주력한 뒤 200여개 스크린에서 ‘와이드 릴리즈’되는 주류영화들과는 경쟁조차 할 수 없는 처지”라면서 “무슨 재주로 개봉 첫주 성적을 극장주 마음에 흡족하도록 끌어올리겠느냐.”고 말했다. 영화의 종(種)다양성을 확보하려는 영화계 내부의 움직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10월 멀티플렉스 극장체인 CJ CGV가 연간 10억원의 손실을 각오하고 강변, 상암, 부산 서면 등 3개관에 문을 연 CGV 인디영화관이 대표적인 최근 사례. 국제영화제 수상이력이 화려한 황철민 감독의 저예산 독립영화 ‘프락치’가 20일 어렵사리 개봉하는 곳도 CGV강변과 상암 인디영화관이다.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이 없었더라면 이 작품 또한 극장 밖에서 얼마나 오래 ‘방황’할지 모를 일이다. 김기덕 감독의 파격실험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분명 아니다.“해외시장을 집중 겨냥하고, 국내 관객은 들러리 취급하는 오만한 태도”라고 꼬집는 삐딱한 시선도 꽤 많다. 실제로 그의 ‘브랜드’ 덕분에 ‘활’은 이미 해외시장에서 70만달러를 벌어놓았다. 올해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부문에도 초청됐으니 현지마켓에서 추가계약할 판매고는 그보다 훨씬 클 것이다. 그럼에도 ‘활’의 이후 행보에 영화계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간단하다.“결과가 어떻든, 한 작품이 200∼300개 스크린을 잠식해 선택의 기회를 원천봉쇄하는 기존 배급관행을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영화계는 입을 모은다. ‘활’은 12일 서울 씨너스G와 부산극장,19일 씨너스 대전,26일 대구 한일극장,6월2일 광주 무등극장에서 개봉된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칸영화제 수상작 골라볼까

    칸영화제 수상작 골라볼까

    세계 3대 영화제 가운데 하나인 58회 칸영화제가 프랑스 칸에서 오는 11일 막을 올린다. 올해에도 ‘달콤한 인생’(김지운 감독),‘그 때 그 사람들’(임상수 감독),‘주먹이 운다’(류승환 감독),‘활’(김기덕 감독) 등 많은 한국 영화가 다양한 부문에 출품돼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케이블 채널 등에서 역대 출품작과 수상작을 담은 특집 프로그램을 앞 다퉈 마련했다. MBC MOVIES는 11일부터 14일까지 나흘 동안 매일 저녁 9시(14일은 저녁 8시) 수상작 네 작품을 골라 잇따라 방영한다. ‘제너럴’(1998년 감독상·존 부어맨 감독)을 시작으로 ‘비밀과 거짓말’(1996년 황금종려상·마이크 리 감독),‘언더그라운드’(1995년 황금 종려상·에밀 쿠스트리차 감독),‘시네마 천국’(1989년 심사위원 대상·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이 준비됐다. 프리미엄 영화채널 캐치온은 최신 수상작을 골랐다.9일부터 12일까지 매일 밤 11시 ‘아들’(2002년 남우주연상·다르덴 감독),‘엘리펀트’(2003년 황금종려상 감독상·구스 반 산트 감독),‘화씨 9/11’(2004년 황금종려상·마이클 무어 감독),‘클린’(2004년 여우주연상·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이 전파를 탄다. OCN은 4일부터 4주 동안 매주 수요일 새벽 4시에 ‘미션’(1986년 황금종려상·롤랑 조페 감독),‘광란의 사랑’(1990년 황금종려상·데이비드 린치 감독),‘화양연화’(2000년 남우주연상·왕가위 감독),‘취화선’(2002년 감독상·임권택 감독)으로 시청자의 시선을 끌어 모을 예정이다. 영화전문 채널 Home CGV도 6일부터 한 달 동안 매주 금요일 새벽 2시에 역대 출품작을 엄선한 ‘코스모폴리탄 시네마-칸이 주목한 영화’ 프로그램을 내보낸다. 6일에는 2000년 개막작인 ‘바텔’(롤랑 조페 감독)이 선보이며 ‘섹스 이즈 코미디’(2002년 감독 주간 초청·카트린 브레야 감독),‘줄리엣을 위하여’(1999년 감독주간 초청·숄베이 안스파흐 감독),‘란위’(·2001년 주목할만한 시선 초청·관금붕 감독)가 뒤를 잇는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인사]

    ■ 정보통신부 ◇국장급 파견△정보통신정책연구원 盧榮圭 ■ 청소년위원회 ◇국장급 전보△활동복지단장 車政燮△청소년보호단장 金斗顯△정책홍보관리관 직무대리 全爀熙◇과장급 전보△행정지원팀장 丁君植△정책홍보관리관 혁신인사기획팀장 申鉉斗△청소년정책단 정책총괄팀장 任寬植△〃 참여개발팀장 朴金烈△〃 교류문화팀장 宋正根△활동복지단 활동기획팀장 安星珍△청소년보호단 보호기획팀장 千相基△〃 청소년성보호팀장 李京垠△정책홍보관리관 재정기획팀장 직무대리 金錫秉△활동복지단 인권폭력대책팀장 〃 金捧浩△청소년보호단 생활환경팀장 〃 崔圭鐘 ■ 수협중앙회 ◇전보(부장급)△회원지원부장 蔣斗時△상호금융〃 金興燮△조합자금〃 徐基桓△경영개선지원〃 宋基春△홍보실장 韓明燮△어업정보통신본부장 李禮薰△연수원장 朴豊圭△수산경제정책연구원 河元埈 (팀장급)△선원관리단장 李圭相△경인공제보험지부장 表應植 ■ 대한건설협회 ◇승진△정책지원본부장 김영덕 ◇전보△기획홍보실장 김기덕△기획팀장 이충렬△홍보팀장 강해성△업무혁신팀장 사상섭△업무지원팀장 이승남△산업제도팀장 조준현△SOC민자팀장 안광섭△회원지원팀장 황재수△기업평가팀장 진장욱△계약제도팀장 한창환△중소기업팀장 이재식△국제협력팀장 신종수△조사금융팀장 김관수△기술제도팀장 김국현△주택지원팀장 최상근△안전환경팀장 한상준△원가조사팀장 김근성△건설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 간사 박흥순△외국인산업연수단 국장 홍갑표 ◇신규 임용△기술환경본부장 천태삼 ■ 한화기술금융 △투자본부장 朴興俊
  • 칸 영화제 새달11일 개막 ‘달콤한 인생’등 5편 비경쟁 초청

    새달 11∼22일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제58회 칸 영화제는 거장들의 신작 경합으로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지난 20일(한국 시각)발표된 공식 경쟁부문 리스트에는 구스 반 산트(마지막 날들), 라스 폰 트리에(폭력의 역사), 빔 벤더스(두드리지 마), 데이비드 크로넨버그(폭력의 역사), 로버트 로드리게즈(신 시티), 짐 자무시(망가진 꽃들)등 내로라하는 거장 감독들의 이름이 올라있다. 한국 영화는 경쟁부문에 한편도 초청받지 못한 가운데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미드나잇 스크리닝), 김기덕 감독의 ‘활’(주목할 만한 시선), 류승완 감독의 ‘주먹이 운다’(감독주간), 임상수 감독의 ‘그때 그 사람들’(감독주간), 심민영 감독의 ‘조금만 더’(심민영, 시네파운데이션)등 다섯편이 비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지난해 ‘올드보이’(박찬욱)와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홍상수)가 경쟁부문에 초청돼 ‘올드보이’가 그랑프리를 차지한 것에 비하면 다소 맥빠지는 결과. 김기덕 감독은 이번 칸영화제 진출로 베를린영화제, 베니스영화제에 이어 3대 영화제를 섭렵하게 됐다. 개막작은 프랑스 영화 ‘레밍’(도미니크 몰), 폐막작은 영국 영화 ‘크로모포비아’(마르타 핀네스)가 선정됐다. 공식 경쟁부문은 ‘레밍’을 비롯해 13개국 20편. 아시아에서는 일본, 중국, 홍콩, 타이완, 이라크 영화가 1편씩 진출했다. 공식 섹션 비경쟁부문에는 ‘달콤한 인생’과 함께 우디 앨런의 ‘매치 포인트’와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 에피소드3-시스의 복수’ 등이 초청됐다. 일본 스즈키 세이준 감독과 중국 장쯔이 주연의 ‘오페레타 너구리궁전’과 지난해 ‘미치고 싶을 때’로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을 받은 독일 파티 아킨 감독의 ‘크로싱 더 브리지’도 이름을 올렸다. 한편 이번 칸영화제에서는 칸 클래식을 통해 멕시코 영화 회고전과 함께 ‘영원한 반항아’의 상징, 제임스 딘의 회고전이 열릴 예정이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눈에 띄네~ 이 얼굴] ‘69식스티나인’의 안도 마사노부

    영화 ‘69식스티나인’에서 순진한 행동파 청년 아마다역을 맡은 안도 마사노부(30)는 ‘사토라레’‘배틀로얄’로 국내 팬들에게도 낯익은 일본의 대표적인 꽃미남 배우다. 1996년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키즈 리턴’으로 데뷔한 지 만 10년. 순진무구한 영혼을 지닌 정신지체아(이노센트 월드)에서부터 사이코 킬러(배틀 로얄), 복면강도(드라이브)까지 그가 맡은 배역은 잘생긴 외모의 한계에 갇히지 않은 자유분방함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69식스티나인’의 아마다 역시 엉뚱한 면이 두드러지는 고교생. 잘 생긴 얼굴에 사색적인 표정으로 내뱉는 심한 사투리는 웃음을 참지 못하게 한다. 최근 한국에 온 그는 기자회견에서 “김기덕 감독을 비롯해 이창동, 봉준호, 박찬욱 감독의 작품을 즐겨봤다.”며 한국영화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표명했다. 지난해 ‘빈집’ 출연제의가 왔었으나 스케줄 때문에 합류하지 못해 아쉬웠다는 그는 언젠가 김기덕 감독과 함께 작업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머지않아 한국 영화에서 그의 멋진 모습을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
  •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 ‘유 카르멘‘

    |베를린 연합|제55회 베를린영화제의 황금곰상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돌아갔다. 영화제 심사위원장인 롤란트 코흐 독일 영화감독은 19일 기자회견을 열어 남아공의 ‘유 카르멘 에카옐리차(에카옐리차의 카르멘)’을 경쟁부문 출품작 22개 가운데 최우수 영화에 주는 황금곰상 수상작으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마크 드론포드 메이 감독이 만든 이 작품은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을 차용, 남아공 작은 마을에서의 생존투쟁과 남녀의 정열적 사랑을 그렸다. 남아공 영화가 베를린 영화제 경쟁부문 본선에 진출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남우 주연상은 미국 영화 ‘손가락 빠는 사람(Thumbsucker)’에서 어릴 때의 불안한 심리와 이에 따른 습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17세 소년 역을 맡아 훌륭한 내면 연기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받은 루 테일러 푸치가 선정됐다. 여우 주연상은 히틀러 치하에서 오빠와 함께 저항운동을 하다 처형돼 ‘뮌헨의 백장미’로 불리는 여대생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조피 숄-마지막 날들’에서 열연한 독일 여배우 율리아 옌취가 받았다. 최우수 감독에게 주는 심사위원단 그랑프리는 작은 농촌 마을에서 인습과 가부장적 권위주의를 극복해 나가는 여인의 고난사를 그린 ‘공작(孔雀)’의 중국 구창웨이 감독이 받았다. 한국 영화의 경우 지난해 김기덕 감독이 ‘사마리아’로 최우수 감독에게 주는 은곰상을 수상했으나 올해엔 경쟁부문에 한 편도 초대받지 못했다. 한국 영화로는 이윤기 감독의 영화 ‘여자, 정혜’가 넷팩상(NETPAC, 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을 수상했다. 넷팩상은 NETPAC이 아시아 지역 초청작 가운데 가장 주목하는 작품에 주는 상.‘여자, 정혜’(3월10일 개봉)는 한 여성이 아픔을 딛고 사랑을 만나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린 영화로 김지수가 여주인공을 맡아 연기했다. 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선 뉴커런츠상을 수상했으며 지난달 열린 미국 선댄스영화제에서도 경쟁부문에서 상영됐다. 19일 열린 시상식에서 심사위원단은 “개인적인 상처를 지닌 젊은 여자의 내면을 섬세하고 정확한 영화적 묘사로 그려냈다.”고 선정 배경을 밝혔다.
  •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프랑스 영화계의 ‘한류’ 열풍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프랑스 영화계의 ‘한류’ 열풍

    아시아를 휩쓸고 있는 한류 열풍, 한국영화 ‘올드보이’와 ‘사마리아’ 등이 칸, 베를린, 베니스 등 국제영화제의 상을 휩쓸면서 한국 영화가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프랑스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2∼3년 사이 한국 영화는 홍콩이나 일본의 영화와는 또다른 매력으로 프랑스 관객들에게 꾸준한 호응을 얻고 있다. |파리 함혜리특파원|이제 프랑스의 영화팬들은 단순한 호기심 차원에서 한발 더 나아가 한국 영화가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 밑거름이 된 것은 무엇인지, 어떤 사회·문화·역사적 배경을 지니고 있는지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 영화 봇물 많은 영화들이 극장가에 소개되면서 몇몇 감독은 고정팬을 확보하고 있을 정도다. 외과의사인 베로니크(50·여)는 “최근 본 영화 가운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한국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었다. 아름다운 영상과 함께 인생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다.”면서 “다른 한국 영화들도 찾아서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웬만한 영화팬들은 임권택, 이창동, 홍상수, 김기덕 감독의 이름을 줄줄이 꿰고 있을 정도다. 한국 영화가 프랑스의 개봉관에서 상영되는 것은 이제 뉴스가 되지 않는다. 프랑스에서만 32만 관객을 모았던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 이후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 홍상수 감독의 ‘생활의 발견’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사마리아’,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 등 다양한 영화가 극장가에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주한미군과 혼혈아 문제 등 한국의 독특한 역사를 소재로 한 김기독 감독의 2001년 작품 ‘수취인 불명’도 9일부터 극장에 소개되고 있다.19일에는 파리의 소르본대학 인근에 있는 샹포극장에서 자정부터 새벽까지 3편의 영화를 패키지로 묶어 관람하는 ‘한국 영화의 밤’ 행사를 연다.4월에는 ‘빈집’이 개봉될 예정이다. 한국 영화는 프랑스에서 열리는 대부분의 영화제에서 필수 프로그램으로 환영받고 있다. 지난해 포룸데이마주와 도빌아시아 영화제는 김기덕 감독의 작품을 소개하는 회고전을 마련했고 제11회 베술아시아영화제(2월22일∼3월1일)에서도 이두용 감독의 영화 8편을 특별전을 통해 소개한다. ●한국 영화의 힘 다양한 국적과 장르의 영화들이 홍수를 이루는 영화의 본고장 프랑스에서 한국 영화가 유독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프랑스 영화팬들은 한국 영화의 어떤 점에 매력을 느끼는 것일까. 프랑스의 영화 관계자들은 한국 영화의 특징을 ‘다양성’과 ‘에너지’라고 말한다. 영화평론가 피에르 리시앙은 “한국 영화가 지니고 있는 힘은 풍부한 에너지와 독특한 작품세계를 지닌 감독층이 두텁다는 것”이라며 “다른 나라의 영화들이 할리우드 영화를 흉내내려고 하는 것과 달리 한국 영화는 한국의 문화와 정신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리베라시옹의 사무엘 두에르 기자는 “최근 한국 영화는 모든 장르를 포괄하는 다양한 영화세계를 제시한다. 극단적으로 다양한 한국 영화이지만 모든 작품의 저변에는 통속적이면서도 맹렬한 힘, 강한 외형적 힘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고 평했다. 모철민 주불 한국문화원장은 “중국, 일본 영화의 대안 영화로서 한국 영화를 찾았던 관객들은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의 심리묘사에 초점을 맞추는 한국영화의 독특한 스타일에 매료되고 있는 것 같다.”고 성공요인을 분석했다. 모 원장은 “중국이나 일본 영화를 통해 프랑스의 관객들은 동양 영화에 익숙해진 상태”라며 “이같은 기반에서 한국 영화가 세계적 영화제 수상으로 검증을 받으면서 프랑스인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높아진 한국 영화의 위상 ‘봄 여름 ‘이 프랑스에서 20만명, 독일에서 24만명 등 유럽 각국에서 고르게 많은 관객을 동원한 것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영화의 흥행성적은 기대치보다 낮았다는 분석이다. 배급가와 마케팅 비용에 비해 흥행성적이 기대치를 밑돌기는 했지만 프랑스에 한국 영화의 저력을 확인시키면서 한국 영화의 위상을 높이고, 고정적인 마니아층을 확보하는 수확을 거뒀다. 세르주 투비아나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관장은 “상업영화, 비상업영화, 폭력물, 애정물, 코미디물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이 각각 독특한 세계를 보여준다.”면서 “놀라운 활력과 함께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지닌 한국 영화가 관심을 끄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런 탓에 프랑스의 배급회사들 사이에서는 좋은 한국 영화를 발굴하고, 배급권을 따내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수취인 불명’의 배급사 주트루프필름의 질 불랑제 대표는 “좀 잠잠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한국 영화의 배급권을 따내기 위한 배급사간 경쟁이 치열하고 배급가격도 비싼 편”이라고 말했다.MK2처럼 영화 제작단계에서부터 참여해 배급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제작사도 있다.MK2는 홍상수 감독의 작품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한국 영화에 대한 이해의 폭 넓혀가는 영화팬들 프랑스 관객들은 한국 영화에 대한 발견 단계를 거쳐 한국 영화의 탄생 배경과 역사적 특이성으로 관심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이런 시점에 지난달 6일부터 파리의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에서 ‘한국 영화 회고전’이 열려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주불 한국문화원과 시네마테크 프랑세즈가 공동주관한 이번 회고전은 1994년 퐁피두센터에서 최초의 한국 영화 회고전이 열린 이래 처음으로 총 50편의 대표적인 한국영화들을 통해 연대기별 대표감독과 대표작을 포괄,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80년대와 90년대의 한국 영화를 재발견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그동안 우리에게서조차 잊혀졌던 60년대와 70년대 한국 영화의 매력을 새롭게 부각시키고 있다. 시네마테크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6일까지 한달 동안 56회가 상영된 가운데 5222명이 관람했다. lotus@seoul.co.kr ■‘한국영화 회고전’ 기획 장 프랑수아 로제 |파리 함혜리특파원|1950년대 이후 한국 영화 반세기를 조망할 수 있는 ‘한국 영화 회고전’이 프랑스의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에서 열리고 있다. 오는 26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회고전은 한국 영화가 걸어온 역사와 특이성을 프랑스 관객들에게 알리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 있다. 장 프랑수아 로제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프로그램 기획국장을 만나 이번 행사의 성과와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회고전을 어떻게 평가하나. -완전히 모르던 영화세계를 프랑스 영화팬들이 발견하게 했다는 점에서 매우 만족스럽다. 신상옥, 김기영, 유현목, 김수용, 이만희 감독 등 상영관에서 접하지 못했던 감독들의 영화를 소개하고 있는데 입소문을 통해 관객들이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퐁피두센터의 한국 영화 회고전을 보지 못한 젊은 관객들에게 최근 한국 영화의 배경에 또 다른 영화들이 있었다는 점을 발견하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시네마테크 프랑세즈가 해야 할 역할을 충실하게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무척 흡족하다. 이번 회고전이 성공한 이유는. -길지 않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한국 영화는 다양하고 자유로우며 깊이가 있다. 프랑스의 관객들에게는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다. 영화전문지 ‘카이에뒤시네마’가 이번 회고전에 맞춰 발간한 한국 영화 특집호도 한국의 영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프로그램 선택에는 어떤 기준이 적용됐나. -이번 회고전은 한국 영화의 역사를 보여주기 위해 마련된 만큼 초창기부터 최근까지 각 시기별 주요 감독과 중요한 의미를 지닌 영화 등 각 요소를 감안해 50편을 추렸다. 문화관광부와 주불 한국문화원, 영화진흥위원회 등이 적극 협조해 준 덕분에 구하기 어려운 필름들을 확보할 수 있었고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었다. 다음 단계에 대한 구상은. -이번 회고전의 가장 큰 성과는 한국 영화의 재발견이다.‘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상록수’ 등 신상옥 감독 초기의 작품들을 비롯해 ‘하녀’ 시리즈로 유명한 김기영 감독, 사실주의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오발탄’의 유현목 감독은 집중적으로 재조명할 가치가 있는 감독들이다. 특히 리얼리즘, 표현주의, 모더니즘을 뒤섞어 놓은 듯한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지닌 김기영 감독은 이번 시네마테크의 회고전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다.1∼2년 내에 각 감독에 초점을 맞춘 회고전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국 영화에 관심을 갖는 개인적 이유는. -한국 영화에서는 에너지가 느껴진다. 때로는 무지막지하게 폭력적인 면도 있지만 영화의 주제를 전개해 나가는 데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이해한다. 영화 전문가로서 한국의 영화산업이 발전한 방식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스크린쿼터라는 독특한 제도는 국가의 간섭과 보호라는 모순을 지니지만 결과적으로 다양한 영화 장르의 발전으로 이어지는 ‘문화적인 예외’를 만들어냈다는 점이 흥미롭다. lotus@seoul.co.kr
  • 국가이미지 홍보대사로

    성악가 조수미, 영화감독 김기덕, 프로골프선수 안시현씨와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황우석 서울대 교수 등 5명이 세계 무대에서 한국을 알리는 ‘국가이미지홍보대사’로 위촉됐다. 정부는 4일 이해찬 국무총리 주재로 제3차 국가이미지위원회를 열어 이들 5명을 문화·예술, 스포츠, 일류상품, 과학기술 분야의 이미지홍보대사로 위촉했다. 이들은 앞으로 각종 국가이미지 캠페인이나 국제적인 문화예술행사 등에 참석해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일 예정이다. 정부는 또 이날 회의에서 국가이미지실무위원회 위원장을 국정홍보처장에서 국무조정실장으로 격상하는 한편 자문기능을 맡을 국가이미지개발위원회를 신설하기로 했다. 국가이미지개발위는 도영심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이사장을 위원장으로 해 윤순봉 삼성경제연구소 부사장, 제프리 존스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이사장, 구삼열 아리랑TV 사장, 손지애 서울외신기자클럽 회장 등 13명으로 구성된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 [결혼이야기] 김기덕(30·해태제과 마케팅본부)·이자옥(31·MBC성우)

    [결혼이야기] 김기덕(30·해태제과 마케팅본부)·이자옥(31·MBC성우)

    거나한 회식이 있던 2004년 2월말, 술기운에 조금은 기분이 들뜬 상태로 집으로 향하던 저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전화를 할까, 말까?’ 며칠 전 친구에게 소개팅 제의를 받았지만 연락을 주저했습니다. 사실 상대는 저보다 한살 많은 연상의 여인이라는 것이었습니다.“나이가 많아?그럼 그냥 다음에 다른 기회가 생기면 연락해줘. 난 조금 마음에 걸리네.” “아니, 한번 만나보라니까. 정말 사람이 좋아, 한번 만나보고 그 다음에 결정해도 되잖아. 내가 보증할게. 꼭 연락해봐, 전화번호는….” 친구가 이렇게까지 장담하는 걸로 봐선 정말 좋은 사람이겠거니 싶었던 저는 언제고 전화하겠다는 약속을 했었고, 약간의 취기가 용기를 만들어 준 터라 어느새 전화번호를 누르고 있었습니다. 두고두고 핀잔거리가 된 우리의 첫만남은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8개월 동안의 연애기간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겠습니다. 밤 11시에 있었던 첫번째 만남 이후 우리는 하루도 빠짐없이 만났고, 때로는 다투고 또 화해하는 여러 연인들과 똑같은 과정을 거쳐 결혼을 놓고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고민은 전적으로 제게 주어진 몫이었습니다. 그녀는 아직 결혼에 대해 생각하고 싶지 않다며 제 속을 까맣게 타들어가게 했답니다. 갖은 방법을 동원해 구애를 하던 제게 그녀는 난공불락의 성(城)과도 같았습니다. 이런저런 설득에도 불구하고 성과가 없어 보이던 어느 날, 차 안에서 다시 한 번 청혼을 할 때도 사실 거절당할 각오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랬기에 그녀의 대수롭지 않은 듯 던지는 말이 처음엔 실감이 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그래, 결혼해요.”결혼을 준비하며 세심하게 챙기는 그녀와, 대강 대강 넘어가는 저는 많이도 다투었지만 서로를 먼저 챙기는 마음은 변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녀는 올 여름에 엄마가 됩니다. 물론 저도 아빠가 되지요. 더위를 많이 타는 그녀가 출산으로 고생할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걱정이 가득합니다. 하지만 그 어느 순간에도 우리는 함께할 것을 믿습니다. 기쁨은 함께하면 더욱 커지지만, 아픔과 고민은 나눌수록 작아짐을 알기에 언제나 사랑하는 마음 변하지 않고 영원하기를 그녀에게 다짐합니다.
  • 키워드로 풀어본 퀴즈 2004 (정답)

    (1월) 1. 야스쿠니신사 2. 화성 3.50만원 (2월) 1. 황우석 2. 아르빌 3. 실미도 (3월) 1. 배드뱅크 2. 고건 3. 송두율 (4월) 1. 싱가포르 2. 민주노동당 3. 용천역 (5월) 1. 서울광장 2. 올드보이 3. 로버트 러플린 (6월) 1. 로널드 레이건 2. 스페이스십 원(Spaceship One) 3. 김선일 (7월) 1. 유네스코 2. 카시니(카시니-호이겐스) 3. 유영철 (8월) 1. 베이징 2. 김영란 3. 동북공정 (9월) 1. 김기덕 2. 주식백지신탁제도 3. 후진타오 (10월) 1. 하이브리드차 2. 스즈키 이치로 3. 관습헌법 (11월) 1. 콘돌리자 라이스 2. 야세르 아라파트 3. 사이버 수사대 (12월) 1. 냄비 2. 당동벌이(黨同伐異) 3. 쓰나미
  • [시네드라이브] ‘제작비 30억원’ 한국영화의 덫인가

    언제부터인가 한국 상업영화의 제작비는 30억원이 표준가처럼 정해졌다. 몇 편의 블록버스터로 인해 올해 편당 평균제작비는 42억여원이 됐지만, 일반적인 상업영화의 경우엔 30억원 안팎에서 결정되는 게 보통. 문제는 이 만만치 않은 액수인 ‘제작비 30억원’의 표준화가 창의성과 다양성을 사장시킨 채 ‘상업영화의 표준화’라는 결과를 낳는다는 데 있다. 제작비 30억원을 건지려면 적어도 100만명의 관객을 모아야 한다. 그러다보니 흥행성이 떨어지는 시나리오는 기획단계에서부터 제외되거나 채택되더라도 상업성에 맞춰 ‘난도질’당한다. 제작과정에서도 대다수의 감독들은 ‘작품’보다는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감에 시달린다. 한 신인감독은 “한 번에 뜨지 않으면 감독으로서 생존이 위험하다보니 검증된 장르나 흥행요소를 끼워넣을 수밖에 없다.”면서 “좀 더 적은 제작비라면 훨씬 창의성을 살릴 수 있을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실제로 최근 한국영화의 흐름을 보면 이같은 경향이 여실히 드러난다. 얼마전 한 인터넷사이트에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가장 많은 네티즌들이 ‘대박 흥행 영화의 패턴 반복’을 한국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톡톡 튀는 고교생용 영화, 실화를 다룬 감동 드라마, 가족애를 강조하는 휴먼 드라마 등 뭐 하나가 크게 터지면 우후죽순 아류들이 줄을 잇는 건, 제작비 30억원을 건지겠다는 ‘안전 지상주의’의 발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김기덕·홍상수 감독의 영화 등 ‘30억 상업영화’의 환경에서 벗어난 영화들도 한국 영화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영화는 그 수가 적을 뿐더러, 상업영화의 거품을 뺏다기보다 감독의 지명도에 기댄 ‘저예산 예술영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보다는 상업영화의 제작환경에서 적은 제작비의 영화가 많이 나와야 한다. 순제작비 3억원만으로 재미와 완성도를 갖춘 영화 ‘철수♡영희’(새달 7일 개봉)의 황규덕 감독은 “100만원 수표로 딜을 하는 곳에 5000원짜리 들고 끼는 놈 취급을 하더라.”며 저예산영화는 투자조차 받기 어려운 현실을 지적했다.“순제작비 6억원에 광고·마케팅비 2억원의 영화가 제작되는 토양을 만드는 기획자가 되겠다.”는 그의 희망이 꿈으로만 그치지 않도록, 앞으로는 영화 제작·투자자들 그리고 ‘저예산영화는 재미없다.’는 관객의 인식까지 바뀌길 기대한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되돌아본 2004 문화] ③영화계

    올해 한국 영화계는 꿈의 숫자인 1000만 관객 돌파라는 기분 좋은 뉴스로 상쾌하게 출발했다.‘실미도’가 개봉 58일 만에, 그리고 ‘태극기 휘날리며’가 이보다 빠른 39일 만에 달성한 ‘1000만 고지’는 한국영화 르네상스의 정점을 알리는 길조처럼 여겨졌다. 해외에서도 낭보가 잇따랐다. 김기덕 감독이 베를린영화제와 베니스영화제에서, 박찬욱 감독이 칸영화제에서 각각 감독상과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뒀다. 한류 열풍에 힘입어 해외 수출 역시 순풍에 돛단 듯 성장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빛의 강도만큼 그늘도 짙었다. 상반기 2편의 핵폭탄급 영화 이후 이렇다할 흥행작을 내지 못한 데다 막대한 제작비 상승을 매출액이 못따라가면서 실질 성장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기초 체력 부실에 대한 우려를 더하게 했다. ●극심한 관객쏠림 현상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의 호황을 바탕으로 한국 영화는 시장점유율 56%를 기록했다.90년대 이후 역대 최고다. 그러나 두 영화를 제외하고, 올 한해 서울 관객 100만명을 넘은 영화는 ‘말죽거리 잔혹사’(102만명) 한 편에 불과했다. ‘어린 신부’(88만명),‘내 머리속의 지우개’(79만명),‘범죄의 재구성’(78만명),‘귀신이 산다’(75만명) 등 ‘중박’ 규모의 히트작도 대여섯편에 그쳤고, 저예산 영화는 여전히 관객의 관심권 밖에 머물렀다. ●세계 무대에서 높아진 한국 영화 위상 김기덕 감독이 ‘사마리아’로 베를린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하면서 포문을 연 상복은 곧이어 칸영화제에서 ‘올드보이’(박찬욱)가 심사위원대상을, 김기덕 감독이 또다시 ‘빈집’으로 베니스영화제에서 감독상을 거머쥐면서 한해에 3대 국제영화제를 모두 휩쓰는 기록을 세웠다. 또 최고 권위의 애니메이션축제인 안시페스티벌에서 ‘오세암’(성백엽)이 대상을 차지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해외 마켓에서의 성장세 역시 눈부시다. 상반기에 이미 전년비 78% 증가한 3250만달러의 해외 판매수익을 거뒀다. 한류 열풍에 힘입어 장동건, 김희선, 김윤진 등 우리 배우들의 해외 진출 기회도 늘었다. ●실존 인물 영화 봇물, 엇갈린 평가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 등 근현대사를 소재로 한 영화가 흥행하면서 충무로는 실존 인물과 과거의 역사에 눈을 돌렸고, 이는 올해 한국영화계를 관통하는 키워드였다. 안중근 의사(도마 안중근), 극진 가라테의 고수 최영의(바람의 파이터), 프로레슬러 역도산(역도산), 원년 프로야구의 ‘패전처리 전문 투수’ 감사용(슈퍼스타 감사용) 등이 스크린을 통해 다시 태어난 실존 인물들. 하지만 대부분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았다. ●스크린쿼터, 제한상영관 등 현안 갈등 지난 6월 문화관광부가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스크린쿼터 문제가 수면위로 다시 떠올랐다. 문화부는 ▲점유율과 쿼터의 연동제 ▲종합적인 지원방안 마련 ▲영화산업 주체적 정책판단에 따른 논의 등을 조건으로 내세웠지만 대다수 영화인들은 ‘축소 논의 불가’를 외치며 강경대응하고 있다. 또 지난 5월 문을 연 제한상영관이 유명무실해지면서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등급체계 개혁에 대한 논의도 불거지고 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벽을 깬 마이너리티] 해외영화제 잇단수상 김기덕 감독

    [벽을 깬 마이너리티] 해외영화제 잇단수상 김기덕 감독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할 때, 한 발자국 비켜나 세상의 다른 영상을 감싸 안았던 영화감독. 그래서 우리는 그를 ‘이단아’라 불렀지만, 세계 영화계는 오히려 그만의 독특한 영상 미학을 높이 샀다. 올 한해 베를린과 베니스영화제에서 각각 ‘사마리아’와 ‘빈집’으로 잇따라 감독상을 수상한 김기덕(44) 감독의 이름 석자는, 이제 아이로니컬하게도 어느 주류 상업영화 감독보다 널리 알려졌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공장 등을 전전하다 파리로 떠나 3년 동안 그림을 그렸고, 귀국해 1996년 ‘악어’로 데뷔한 김 감독. 이같은 ‘숙명적인 비주류성’이 아마도 그의 작품이 더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도록 발목을 잡았는지 모른다. 잇따른 충격적 영상으로 평단의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단골손님이 됐지만, 작품성에 대한 영화계의 합의는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 선 이미지는 세계를 매혹시켰고 꾸준히 해외영화제의 러브콜을 받았다.‘섬’(2000)과 ‘수취인불명’(2001)이 베니스영화제 본선에 진출하면서 국내에서도 그를 보는 시각이 달라졌고, 올해 감독상 수상으로 그의 위치는 더욱 공고해졌다. 그는 명실공히 해외에서 한국영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게 한 일등 공신이다. 하지만 그 유명세가 곧 한국에서의 주류 진입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그는 여전히 독립적인 시스템으로,10억원 미만의 제작비를 갖고 영화를 찍는 ‘비주류 감독’이다. 그리고 흥행과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빈집’(10월 개봉)이 전국관객 10만명에 그쳐 상심이 컸을까? “우리 사회는 소통이 불가능한, 대중성의 뻔한 공식만 살아 남는 사회다. 주류·비주류의 이분법으로 나를 가두는 시각이 지겹다.”는 그의 말이 범상치 않다. 그래도 자기 길을 걸어온 한 예술인의 영화가 세계와 소통할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은 올해 문화계의 큰 수확이었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사진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 하이퍼텍나다·씨어터2.0 화제작 모아 재상영

    극장 상영 기간이 짧아 관객들의 아쉬움을 샀던 올해의 화제작과 한국 영화 베스트만을 모은 이색 영화제가 서울 강·남북의 예술영화전용관에서 마련된다. 서울 대학로 하이퍼텍나다는 올 한해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음에도 상업적인 배급시스템 때문에 서둘러 간판을 내려야 했던 화제작 24편을 골라 상영한다.‘나다의 마지막 프러포즈’라는 이름으로 올해 5번째 마련되는 이 행사는 24일부터 내년 1월 중순까지 열린다. 김기덕 감독의 ‘사마리아’와 ‘빈집’, 김동원 감독의 ‘송환’, 남상국 감독의 ‘돌려차기’, 노동석 감독의 ‘마이 제너레이션’ 등 한국영화를 비롯해 거스 반 산트의 ‘엘리펀트’, 구로자와 기요시의 ‘밝은 미래’, 빔 벤더스의 ‘더 블루스’,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나쁜 교육’ 등 거장들의 주옥같은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이밖에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알게 될거야’‘클린’‘웨일 라이더’ 등의 화제작도 함께 상영된다. 입장료는 5000원.(02)766-3390. 강남구 신사동의 예술영화전용관 씨어터2.0은 올해 개봉된 한국영화중 베스트 영화 12편을 모은 ‘한국영화 특별상영전’을 17일부터 31일까지 개최한다. 상영작으로는 신인 배우 수애의 열연이 돋보이는 ‘가족’, 송일곤 감독의 미스터리 영화 ‘거미숲’, 김수현 감독의 ‘귀여워’, 양동근과 황정민이 주연한 ‘마지막 늑대’, 유하 감독의 ‘말죽거리 잔혹사’등이 목록에 올라있다. 또 김기덕 감독의 ‘빈집’, 김동원 감독의 ‘송환’, 실존 인물을 모델로 한 ‘슈퍼스타 감사용’, 장진 감독의 ‘아는 여자’ 등이 상영된다. 영화제 기간중 이와이 지 감독의 ‘스왈로테일’, 배우 에단 호크의 ‘웬즈데이’등 영화관련 서적을 할인판매하는 부대행사도 열린다. 입장료 5000원.(02)3444-6640.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씨줄날줄] 대표영화/이용원 논설위원

    영화에 관계하는 이들과 함께 한 어제 점심 자리에서 화제는 단연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였다. 영국을 국빈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이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블레어 총리에게 한국영화 네편의 DVD를 선물했다는 뉴스가 전해졌기 때문이다. A가 먼저 말을 꺼냈다.“한국영화를 선물하자는 아이디어를 누가 냈을까. 한 국가사회를 이해하는 데 영화처럼 쉽고 편한 매체가 없잖아. 노 대통령만이 아니라 역대 어느 대통령도 우리 영화를 외국 정상에게 선물한 적은 없었을걸. 아무튼 대단해.” 동의하는 말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B가 불쑥 내뱉었다.“그래도 작품 선정에는 문제가 많아. 기왕 외국 정상에게 영화를 선물하려면 한국을 대표하는 작품을 고르는 게 상식 아닌가.”노 대통령이 선물한 영화는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과 이창동 감독의 ‘초록물고기’‘박하사탕’‘오아시스’이다. 갑자기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네편 가운데 세편이 한 감독의 작품이면 편향된 것 아닌가.‘취화선’과 ‘오아시스’는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상 받은 작품이니 당연하다 쳐도 ‘초록물고기’‘박하사탕’을 꼭 넣어야 할까. 국제영화계에서 한창 각광받는 김기덕·박찬욱 감독의 작품은 왜 빠졌어 등등 저마다 몇마디씩 했다. 결론은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를 뽑는 데도 ‘코드’가 작용했다.”라는 의구심이었다. 논의를 듣다 보니 청와대의 설명이 궁금해져 먼저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기저기 전화한 끝에 청와대의 한 인사와 통화가 됐다. 그는 “부속실에서 준비한 것으로 안다. 순방길에 동행했으니 현지에 연락해서 과정을 알아 보겠다.”고 했다. 몇시간 뒤 그가 전한 선정 과정은 이랬다. 국제영화제 수상작을 선정 대상으로 했다, 이창동 감독 작품을 일부러 세편 넣은 것은 아니고 세 작품이 한 세트로 나온 것이어서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다, 김기덕·박찬욱 감독 작품은 DVD로 아직 출시되지 않았다더라 등이었다. ‘코드 선정’이 아니라니 다행이지만 아쉬움은 남았다. 우리 영화는 이제 외연이 넓어져 다양한 장르에 수작(秀作)이 존재한다. 멜로영화 한편, 분단을 소재로 한 작품 한편쯤을 추가해도 선물보따리가 그리 무거워지지는 않을 것이다. 이용원 논설위원 ywyi@seoul.co.kr
  • 윤정희 “나이떠나 멋있게 늙고 싶어요”

    윤정희 “나이떠나 멋있게 늙고 싶어요”

    #퀴즈 하나.최근 회갑나이를 전후해 더욱 완숙된 모습으로 새로운 스크린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멀리 떠나 있어도 늘 가까이에 있는 여인이다. 비록 10년 가까이 영화출연을 하지 않았지만 언제나 ‘대스타’로 인정받는 불멸의 여배우다. 사람들은 그를 ‘은막의 영원한 꽃’이라 부른다.1976년 두살 연하의 피아니스트 백건우씨와 결혼해 당대 최고의 로맨스를 뿌린 주인공으로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윤정희씨. 그는 60∼70년대 문희·남정임씨와 함께 국내 영화계의 1세대 트로이카를 형성하며 스크린을 휩쓸었다.‘청춘극장’‘눈꽃’‘안개’‘위기의 여자’ 등 300편의 영화에 출연, 청순한 이미지로 수많은 남성과 여성팬들의 심금을 울렸다. ●남편 국내 공연 위해 잠시 귀국 최근 그의 복귀소식이 조심스럽게 들려왔다. 지난 25일 문득 서울 여의도에 있는 윤씨의 친정집에 전화를 걸었다. 때마침 윤씨가 국내에 머무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달 중순 남편 백건우씨의 국내 공연을 위해 잠시 귀국했다가 모 영화상 심사위원을 맡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들었다. 26일 오전 서울 용산역의 한 극장라운지에서 윤씨를 만났다. 인터뷰를 완강하게 거절했지만 고국의 팬들을 위해 짬을 내달라는 거듭된 요청에 기꺼이 수락했다. 회색 목도리와 긴 드레스형 옷차림, 늦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씨와 조화를 이루는 옷맵시였다. 특히 깨끗한 얼굴색 피부와 특유의 미소는 옛날 스크린에서 봤던 그런 주인공의 모습을 얼른 연상케 했다. 정말 올해가 회갑인 1944년생이 맞느냐고 물었다. 망설임도 없이 그는 “아녜요,44년생이 아니라 44살로 해주세요.”하며 소녀처럼 수줍게 웃는다. 회갑잔치는 어떻게 했느냐고 거듭 묻자 그는 “얼마 전 베를린의 한 호텔에서 둘이 손을 꼭 잡고 오붓하게 지냈다.”고 대답했다. 그는 원래 해마다 가을쯤이면 이런저런 남편의 행사를 뒷바라지 해주려고 잠시 서울을 다녀간다. 스크린 복귀여부에 대해 물었다. 그는 “제가 스크린을 떠난다는 생각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다만 심사숙고할 뿐이죠.”라면서 국내 복귀의사를 기정사실화했다. 다만, 영화에 출연하고 싶어도 무작정 할 수 있는 것만은 아니지 않으냐며 여지를 두었다. 그는 또 최근 시나리오 4편을 손에 쥐고 천천히 읽어 보며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복귀시기에 대해 “타이밍이 중요하다. 그럴 때면 국내 팬들에게 ‘배우 윤정희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바로 이때 오는 2006년이면 데뷔 40년을 맞는 소중한 해라고 말꼬리를 살짝 흐렸다. 아직 구체적으로 대답할 때가 아니라고 여러번 강조하는 바람에 되묻지는 못했지만 늦어도 1∼2년후에는 국내팬들과 만나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강하게 들었다. 그렇다면 어떤 역할을 생각하고 있을까. 그는 “배우는 악기다. 악기는 녹슬지 않아야 좋은 소리가 난다.”면서 “요즘 우리 영화는 너무 젊어졌다. 정치도 물론 그렇지만. 모든 것이 세대간 조화가 있어야 아름답다. 부잣집 며느리 역할이든, 가정부 역할이든 매너있고 깨끗한 역할이라면 만족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영화배우라는 것은 가장 자랑스럽고 불안하지 않은 인생의 직업이지요. 또 영화는 한 시대를 담아내고 인생을 치열하게 그려내는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배우는 나이가 필요없지요. 젊으면 젊은 대로, 늙으면 늙은 대로 나이에 걸맞은 역할이 다 있는 것입니다.” ●2006년 영화데뷔 40주년 요즘 한국영화의 수준에 대해 그는 지난 10년 동안 한국영화를 눈여겨 봤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영화는 요즘 르네상스라고 할 정도로 국제적 위상이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윤씨 자신도 한국영화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프랑스 지인들에게 ‘한국의 배우’로서 덕을 많이 보고 있다며 웃었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예술가나 평론가들로부터 김기덕을 아느냐고 물어와요. 이때마다 ‘나도 팬이다.’고 대답하면 그들도 아주 좋아해요.” 일반 관객의 경우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을 시작으로 한국영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면서 김기덕 감독 외에 이창동·홍상수·박찬욱 감독 역시 인기반열에 올라 있다고 전했다. 윤씨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한국영화는 ‘8월의 크리스마스’‘집으로’‘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등이라고 했다. 특히 ‘집으로’ 같은 여성영화는 자주 선보였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곁들였다. 허진호·송해성·봉준호 감독 역시 좋아하는 감독이라며 웃었다. 자신이 출연했던 300편의 영화 중 가장 아끼는 작품은 데뷔작인 ‘청춘극장’, ‘안개’ 등을 꼽았다. 강신성일씨는 최근 윤씨를 만난 자리에서 함께 출연한 ‘위기의 여자’가 최고의 작품이 아니냐고 거들기도 했다. 윤씨는 강씨와 모두 99편의 영화를 촬영했으며 지금도 남편과 함께 만날 정도로 친분이 두텁다고 말했다. 남정임씨와의 안타까운 추억담도 자연스럽게 떠올렸다.1993년 어느날, 윤정희·문희·남정임씨 등 셋은 평소 아는 선배와 저녁식사를 마쳤다. 그러자 남씨가 불쑥 2차를 가자고 고집부렸다. 평소 같으면 1차가 끝나면 집으로 가던 남씨였다. 이날따라 2차가 조금 길어졌다. 그런데 남씨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자신의 집으로 옮겨 한잔 더 하잔다. 윤씨는 속으로 “오늘따라 얘가 왜 이렇지?”하면서도 거듭된 요청을 뿌리칠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셋은 남씨 집으로 가서 라면을 끓여먹었다. 며칠 후 남씨는 유방암으로 입원하게 됐고 얼마 못가 세상을 뜨고 말았다. 남씨가 자신의 병을 알고 나서 이들 둘을 집으로까지 초청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됐다. 윤씨는 국내에 올 때마다 문씨와 고은아씨 등과 만나 안부를 묻고 왕년을 회고한다. ●72년 뮌헨올림픽때 남편 만나 “우리 부부는 아름다운 들꽃만 봐도 너무 감동하고, 구름과 달, 물 흐르는 소리만 들려도 흥분을 잘 합니다. 결혼은 인생의 아름다운 조각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집에는 가정부를 한번도 둔 적이 없어요. 제가 직접 반찬도 만들고 과일도 깎고 그러지요. 이런 부엌의 사랑이 조금씩 쌓이면 나중에 아름다운 큰 조각이 되지 않겠어요.” 윤씨와 남편,27살된 딸 등 세식구가 25년째 파리의 한 아파트에 살고 있다. 식구들은 모두 먹는 것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윤씨는 요리할 기회가 하루에도 몇번씩 있단다. 남편이 유럽으로 연주회를 떠날 때면 그는 김치와 된장을 반드시 챙긴다. 딸은 바이올리니스트로 활약 중이다. 두 사람의 인연은 영화 ‘효녀심청’이 맺어주었다.1972년 뮌헨올림픽 문화축제 때 영화 ‘효녀심청’이 초청됐다. 주연배우였던 윤씨는 이때 신상옥 감독과 함께 뮌헨에 도착했다. 때마침 윤이상씨의 오페라 ‘심청’이 초연됐다. 윤씨는 오페라 공연을 보게 되면서 백씨와 처음 만났다. 이후 백씨는 74년 파리에 정착했다. 이때 윤씨도 파리로 유학가면서 둘은 운명처럼 만나 결혼에 골인했다. 윤씨 부부는 결혼 후 지금까지 한번도 자가용을 두지 않았다. 택시를 타거나 지하철을 이용하는 게 버릇이 됐기 때문이다. 또 미용실에 한번도 가지 않았다. 이 역시 집에서 거울보며 직접 머리단장을 했던 습관 때문이다. “멋있게 늙고 싶어요. 나이를 떠나 멋과 매력이 있게 말이에요.” km@seoul.co.kr ■ 주요 출연작품 ▲1966년 합동영화사 신인모집으로 영화계 데뷔 ▲67년 ‘청춘극장’ ▲71년 ‘분례기’ 대종상 여우주연상수상 ▲이후 ‘청춘만세’‘안개’‘장군의 수염’‘화려한 외출’‘감자’‘독짓는 늙은이’ 등 300여편 출연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봄이 오면 산에 들에’ 출연 ▲전남여고와 우석대 졸업. 중앙대 석사. 프랑스 파리3대학원 석사
  • [오일만특파원 베이징은 지금] 中 영화계에 한국 배우기 바람

    요즘 생존 위기에 직면한 중국 영화계의 화두는 ‘한국 배우기’로 집약된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빈사상태’를 헤맸던 한국영화가 어떻게 세계 영화산업의 총아로 변신했느냐가 중국 영화인들의 최대 관심거리인 것이다. 인민일보는 최근 평론을 통해 “중국보다 역사가 늦은 한국영화가 국제적인 상을 휩쓰는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묻고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과 김기덕 감독의 ‘빈집(空房間)’ 등을 예로 들며 무한한 창조성과 다양한 소재, 선명한 배우 캐릭터 등을 비결로 꼽았다. 반면 빈약한 창조공간과 소재 빈곤, 모호한 인물 창조 등을 이유로 중국 영화가 관중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최근 한국에서 연인(燕人)이란 타이틀로 상영된 장이머우 감독의 ‘십년매복(十年埋伏)’ 등 대작들도 나오고 있지만 중국 영화계의 사양길은 뚜렷한 추세이다. 영화 이외에 별 오락거리가 없었던 90년대 초반엔 22억위안(3300억원)의 매표소 수입을 올렸지만 지난해는 10억위안 이하로 떨어졌다. 컴퓨터 TV 등 다양한 매체의 성장과 불법 DVD의 난무, 틀에 박힌 소재 등으로 중국영화가 관중들로부터 외면당한 것이다.2002년의 경우 9억위안의 매표소 수입 가운데 장이머우 감독의 ‘영웅(英雄)’이 2.5억위안을 차지했고 그나마 수입영화가 절반이 넘는 5억위안이 넘는다. 중국영화 협회 우이궁(吳貽弓) 주석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모든 면에서 중국영화는 최악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하소연하면서 “이런 의미에서 관중들을 끌어모으는 한국 영화는 우리의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극찬했다. 중국인 1인 평균 5년에 한번꼴로 영화관을 찾는다고 소개한 우 주석은 지난해 320편의 중국산영화가 제작됐지만 100편만이 상영됐고,220편은 함량미달로 신고식도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oilman@seoul.co.kr
  • 프랑스 가을, 한국 문화에 물들다

    |파리 함혜리특파원|유럽에서 한국 영화 붐을 일으키기 위한 ‘한국영화축제’가 오는 27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파리 시내 르플레 메디시스 극장에서 개최되는 등 프랑스에서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다채로운 행사가 잇따라 열린다. 주불 문화원과 한국관광공사 파리 지사가 공동 개최하는 한국영화축제는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프랑스에서 호평 속에 상영되는 분위기에 맞춰 세계 영화의 중심지에서 감성을 통한 한류 바람을 일으키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상영작은 ‘공동경비구역 JSA’,‘강원도의 힘’,‘서편제’,‘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박하사탕’ 등 20여편. 임권택, 김기덕, 박찬욱, 홍상수, 이창동 등 프랑스에서 일정 팬을 확보한 감독들의 작품들이 선정됐다. 상영작이 대부분 90년대 이후 작품이지만 이두영 감독의 ‘물레야 물레야’,‘내시’ 같은 80년대 작품도 소개되고 코미디물인 ‘엽기적인 그녀’와 애니메이션 ‘마리이야기’처럼 한국의 발랄한 이미지를 알릴 수 있는 영화도 포함됐다. 스위스와 접경지역인 소도시 모르토는 올해 영화 페스티벌 주제국으로 한국을 선정해 27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한국영화 23편을 상영하고 한국 춤 공연, 한국 음식 시식회 행사도 갖는다. 26일 오후에는 아시아 전문 박물관인 기메 박물관에서 한국 전통건축의 우수성을 주제로 강연회가 열린다.1999년 ‘한국의 정자와 사찰’을 출간한 박물관 수석 학예연구관 프랑시스 마쿠앵이 한국 목재건축 양식의 영구 보존성에 대한 주제 발표를 할 예정이다. 이밖에 카루젤 뒤 루브르 전시장에서 22일부터 나흘간 열리는 미술 전시행사인 ‘아트 파리 2004’에 방혜자, 곽수영, 임동락씨 등 작가 6명이 참가한다. 또 박수관 명창이 이끄는 한국예술단이 재불 한인회 주관으로 21일 오후 생 자크 교회에서 ‘한국의 소리’ 공연을 갖고 동부 민요를 선보인다. lotus@seoul.co.kr
  • 시벨 케킬리“관객들 영화사랑…독일도 배웠으면…”

    시벨 케킬리“관객들 영화사랑…독일도 배웠으면…”

    엄격한 가족의 울타리에서 미치도록 벗어나고 싶을 때 한 남자를 만났고, 그 남자를 도피처 삼아 위장결혼을 한 여자. 영화 ‘미치고 싶을 때’의 여주인공처럼 터키계 독일인인 배우 시벨 케킬리(24)의 삶 역시 자유를 향한 위험한 도전의 여정이었다. 길거리에서 캐스팅돼 출연한 첫 영화가 올해 베를린영화제의 대상인 황금곰상을 수상하면서 신데렐라로 떠올랐던 그녀. 하지만 포르노영화를 찍은 과거가 폭로되면서 황색 언론의 표적이 됐다. 시청 직원으로 얌전히 일만 하는 줄 알았던 가족들에게는 청천벽력이었고, 영화속에서처럼 살해위협까지 받았다. 새달 12일 영화 개봉을 앞두고 부산영화제에 이어 서울을 찾은 그녀는 “이제 이 모든 것들을 극복했고, 그래서 더 자유로워졌다.”며 한결 편안해진 모습으로 기자를 맞았다. 한국 방문 소감을 묻자 “영화 상영 다음날 티켓을 버리지 않고 사인을 청하는 팬들이 인상적이었고, 한국을 사랑하게 됐다.”며 환하게 웃었다. 영화 속 여주인공 이름도 시벨이고 첫 영화치고는 놀라울 정도로 사실적인 연기를 보여줘서 혹시 자전적인 이야기가 시나리오에 녹아든 것은 아닌지 궁금했다.“파티 아킨 감독의 시나리오는 이미 결정돼 있었습니다. 그는 터키계 여배우를 찾아 길거리에서 350여명을 뽑았고, 오랜 시간 동안 살아온 이야기들을 인터뷰했죠.” 영화속 여주인공과 실제 배우의 모습이 겹치는 건, 감독이 그 배역과 가장 비슷한 배우를 골라서였다는 설명. 아마도 그녀에게 시벨역은 운명이 아니었을까. 영화에서 시벨은 자유분방한 삶을 즐기다 살인사건을 불러 일으키고, 가족들은 명예를 더럽혔다며 그녀를 죽이려고 한다. 영화는 독일 내에서 터키계 독일인의 문제에 대한 많은 논쟁을 낳았다고 했다.“영화가 과장됐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실제로 그보다 더 심한 경우도 봤다.”는 그녀는 “한국도 교육이 엄격한 걸로 알고 있는데,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는 젊은 세대들에게 스스로 삶을 결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영화의 메시지가 정확하게 전달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미치고‘가 황금곰상 받았을 때 김기덕 감독의 ‘사마리아’가 은곰상인 감독상을 받아 한국과 더 인연이 깊다.”는 그녀는 한국 감독들과도 함께 작업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한국 관객들은 자국의 영화와 배우들에게 애정이 많은 것 같아요. 독일도 그런 모습을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영화 ‘빈 집’의 재희 날 좀 바라봐

    영화 ‘빈 집’의 재희 날 좀 바라봐

    지난 7월 영화 ‘빈 집’의 제작발표회에서 취재진들은 누드 사진 파문 이후 처음으로 얼굴을 비친 이승연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맞췄다.지난달 베니스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김기덕 감독이 주인공이었다.그 때까지만 해도 배우 재희(24)는 꿔다놓은 보릿자루마냥 감독과 스타배우 사이에서 어색한 웃음만 날려야했다. 하지만 ‘빈 집’의 시사회 이후 재희의 위상은 달라졌다.영화 ‘빈 집’의 강렬한 이미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주도하는 것이 바로 재희였기 때문.상처받은 여인의 손을 이끌며 거리를 부유하는 그는 현실과 팬터지 사이에 위태롭게 서있는 인간의 모습을 대변했으며,대사 한 마디 없이 서늘하게 번뜩이는 눈빛과 순간 씩 웃는 모습만으로 몽환 속의 아름다움을 완성했다. “베니스에 도착하자마자 사람들이 알아보더라고요.처음엔 어리둥절했어요.” ‘빈 집’을 감상한 베니스의 관객이라면 그 아름답고도 강렬한 이미지의 재희를 기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현지 언론들은 “아름다운 연기와 눈빛이 인상적인 배우”라면서 그를 치켜세웠고,영화제측에서는 3명의 남우주연상 후보 가운데 한 명으로 지목했다. “평생 한 번 있을까말까한 영광을 누리고 온 것 같다.”는 그의 말처럼 그는 정말 갑작스레 전세계적인 스타로 떠올랐다. 하지만 고생없이 그 자리에 선 건 아니다.그의 본명은 이현균.엑스트라부터 차근차근 밟으며 ‘빈 집’에서 재희로 이름을 바꾸기 전까지 이 이름으로 7년 동안 활동했다.“연기자가 되고는 싶은데 아는사람도 없고 방법도 모르겠고….그냥 무작정 방송국 앞에 가서 엑스트라부터 시작한 거죠.지금 생각해 보면 바보 같은 짓이었지만 꼭 필요한 시간이었어요.저를 보는 눈이 다르거든요.” 고교 2학년 때 MBC 드라마 ‘산’에서 감우성의 어린시절 역을 맡으며 정식 데뷔했고,드라마 ‘학교2’‘우리 집’,영화 ‘해변으로 가다’ 등에 얼굴을 비쳤다. 그저 그런 배우 가운데 하나로 팬들의 기억속에 잠깐 머물다 갈 수도 있었지만,그는 ‘빈 집’에서 재희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단번에 도약했다.천운이었을까.‘빈 집’의 남자주인공으로 내정됐던 일본 배우가 크랭크인 일주일 전에 펑크를 냈고,김 감독은밤새도록 인터넷 검색을 한 끝에 재희의 사진에 눈이 꽂혔다.김 감독은 TV단막극 촬영현장을 직접 찾았고 재희를 보자마자 캐스팅을 결정했다.“말하다 씩 웃는 모습이 ‘빈 집’의 태석과 바로 겹쳤다.”는 게 이유다. 대사가 하나도 없어서 처음엔 막막했지만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까 무척 편했다는 그.연기실력이 만만치 않아 연기 공부는 어떻게 하느냐고 물으니 “연기 교사에게 배워본 적은 없고,현장에서 배우는 편”이란다.재능과 운이 모두 따르는 그에게 연기는 신의 선물인가 보다. 이제는 시나리오도 여러 편 쌓였다.어떤 작품을 하고 싶냐고 묻자,입맛대로 고르는 게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지 머뭇거렸다.“좋은 작품이 저를 찾아준다면 언제든지 출연해야죠.” 좋은 작품이 좋은 배우를 만드는 걸 알고 있으니,미래를 더 기대해도 좋을 배우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사진 김미성기자 492nay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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