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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할머니들 떠난 나눔의집…‘위안부 역사관‘으로 바뀐다

    할머니들 떠난 나눔의집…‘위안부 역사관‘으로 바뀐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생활시설인 경기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에서 생활하던 박옥선 할머니 등 3명이 건강 악화로 성남시 위례의 요양병원으로 모두 거처를 옮겼다. 13일 사회복지법인 나눔의집에 따르면 2022년 12월 나눔의 집에 머물던 이옥선 할머니가 별세한 이후 동명이인인 부산 출신의 이옥선(97), 박옥선(101), 강일출(96) 할머니 등 3명이 나눔의 집에서 생활해왔다. 하지만 지난 2월 할머니들의 건강이 나빠졌고 3월까지 한 달 사이 3명 모두 성남시 위례의 요양병원으로 이송돼 보살핌을 받고 있다. 할머니 3명이 다시 나눔의 집으로 돌아올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나눔의집을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집은 이곳을 위안부 역사관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에 사회복지법인 나눔의집은 할머니들의 생활시설과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등으로 이뤄진 이 시설 전체를 위안부 역사관으로 전환해 사용할 계획이다. 사회복지법인 나눔의집 대표이사 성화스님은 “할머니들이 사용했던 생활시설 중 일부는 그대로 남겨 전시실로 사용하고, 식당 같은 곳은 더 이상 필요 없으니 용도를 바꾸는 공사를 해서 전체 시설을 역사관으로 만드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안부 역사관으로 전환되면 현재 사회복지법인 나눔의집이 운영을 도맡아 하는 방식도 바뀔 가능성이 크다. 현재 나눔의 집은 양로시설로 등록돼 있는데 할머니들이 더 이상 머물지 않으면 양로시설로 유지될 수 없고, 기념역사관 운영은 사회복지사업법에 규정된 사업이 아니어서 사회복지법인 나눔의집이 운영할 수 없다. 성화스님은 “역사관으로 전환 이외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 역사관으로 바뀐 이후 역사관의 운영 주체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며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거나 나눔의집 법인과 다른 특수법인이 같이 운영하던지 셋 중에 하나가 될 것으로, 조계종 내부에서 회의를 거쳐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위안부 역사관’으로 전환을 앞두고 나눔의 집 뒤편에 조성된 추모공원 봉안시설의 존치 여부도 과제로 남아 있다. 2017년 나눔의 집 뒤편에 조성된 추모공원에는 이용녀(2013년 별세)·김군자(2017년 별세) 할머니 등 나눔의 집에서 생활하다 돌아가신 9명의 유골함이 모셔져 있다. 광주시는 지난 2021년 나눔의 집이 있는 퇴촌면 일대는 한강 수계 수질보전을 위해 수변구역으로 지정돼 봉안시설을 설치할 수 없다며 추모공원에 설치된 유골함이 불법 봉안시설이라유골함을 이전하라고 명령하고 과태료를 부과했다. 추모공원에 모셔진 할머니들의 유가족들과 이옥선 할머니 등 나눔의 집에서 생활하던 3명은 모두 나눔에 집에 안치되길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위안부 피해 할머니 제2의 피해”…나눔의집 유골함 이전명령

    “위안부 피해 할머니 제2의 피해”…나눔의집 유골함 이전명령

    경기 광주시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지원 시설인 ‘나눔의 집’ 추모공원에 설치된 유골함이 불법 봉안시설이라며 이전 명령이 내려져 유족과 나눔의 집 측이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하는 등 해법을 호소하고 있다. 4일 나눔의 집에 따르면 광주시는 지난달 1일 추모공원의 유골함 설치가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며 오는 10월 1일까지 유골함을 이전하라고 명령하고 과태료 180만원을 부과했다. 2017년 나눔의 집 뒤편에 조성된 추모공원에는 이용녀(2013년 별세)·김군자(2017년 별세) 할머니 등 나눔의 집에서 생활하다 영면한 9명의 유골이 모셔졌다. 광주시 관계자는 “나눔의 집이 있는 퇴촌면 일대는 한강 수계 수질보전을 위해 수변구역으로 지정돼 봉안시설을 설치할 수 없다”며 “경기도민관합동조사단이 지난해 나눔의 집의 후원금 유용 관련 조사를 하다가 불법을 확인했고 안타깝지만, 예외를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전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관련 법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에 대해 이용녀 할머니의 아들인 서병화씨는 “전쟁터에 끌려가 고초를 겪으신 분들에게 제2의 피해를 주는 것이라 억장이 무너진다”며 “어머니를 포함해 나눔의 집에서 친하게 생활했던 분들이 같이 살던 곳에 함께 묻히고 싶다는 유언도 못 지키면 되겠느냐”고 안타까워했다. 나눔의 집 관계자는 “유골함은 1995년 현재의 주차장 부지에 있다가 2017년 옮겼는데 유골함 설치가 불법이라는 사실은 전혀 몰랐고 그동안 행정당국에서 지적한 바도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권익위에 지난달 28일 고충 민원을 제기해 방법을 찾아달라고 호소했다”며 “권익위에서도 심각성을 고려해 서둘러 현장 조사를 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반일종족주의’ 이우연, 日우익매체에 램지어 옹호 기고

    ‘반일종족주의’ 이우연, 日우익매체에 램지어 옹호 기고

    미국 역사학자, 해당 기고 조목조목 반박 ‘반일종족주의’의 공동 저자가 일본의 우익 매체에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위안부 논문을 옹호하는 글을 기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의 기고는 미국의 한 역사학자가 해당 기고문을 비판하는 트윗을 올리면서 널리 알려졌다. 에이미 스탠리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8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이 최근 일본 산케이신문의 해외 선전지 ‘저팬 포워드’에 올린 기고문을 가리켜 “대응해서 중요한 것처럼 보이게 만들 가치도 없는 글”이라고 적었다. 스탠리 교수는 지난달 다른 글로벌 역사학자 4명과 함께 램지어 교수의 논문 ‘태평양 전쟁의 성 계약’의 구체적 오류를 조목조목 파헤친 일본사 전문가다. 이우연 “반일종족주의자들, 증거 제시 못해”저팬 포워드에 따르면 ‘반일종족주의’ 저자 중 한 명인 이우연 연구위원은 지난 6~7일 기고문에서 “램지어의 주장은 역사적으로 객관적 사실”이라면서 “증거를 제시하면 되는데 반일종족주의자들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 증거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반일종족주의’는 이영훈 이승만학당 교장 등 식민지근대화론을 주장하는 연구자들이 펴내 논란이 됐던 책이다. 특히 이우연 연구위원은 일본 극우단체의 지원을 받아 2019년 8월 유엔 인권이사회 행사에 참석, 일제의 강제동원을 부정하는 연설을 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던 인물이다. 그는 전시 위안부가 전쟁 전 매춘부보다 더 나은 금전적 대가를 받았다면서 “미국과 독일도 위안소와 같은 시설을 운영했는데 왜 일본군에만 문제가 되는가”라고 반문했다. 위안부가 주로 10대 소녀들이었다는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통상 20대였고 평균 나이는 20대 중반”이라고도 주장했다. 그는 또 “한국 기자들은 램지어의 글을 읽어보지도 않았을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이 사안에 관한 최초의 보도들이 거의 차이가 없는데, 이는 모든 매체가 연합뉴스 기사를 복사해서 베끼는 관행 때문”이라고 말했다. 스탠리 교수, 이우연 주장 하나하나 논박문제의 기고문을 읽은 스탠리 교수는 이날 10개 이상의 트윗을 올려 이 연구위원의 글을 논박했다. 우선 램지어 교수의 논문과 이우연 연구위원의 글에 각각 인용된 문옥주 할머니 사례를 들어 “문 할머니가 속아서 일본군 위안소로 두 번이나 끌려갔고, 그 중 첫 번째는 16살이었다는 팩트에도 그의 증언은 부정론자들이 선호하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이우연 연구위원은 저팬 포워드 기고문에서 문 할머니가 ‘위안소 관리자보다 자신을 팔아넘긴 부모를 더 증오했다’고 적었으나, 스탠리 교수는 “문 할머니는 이런 글을 쓴 적이 없다. 왜냐면 결코 팔려간 적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스탠리 교수는 “문 할머니는 첫 번째 위안소로 갈때 경찰에 유괴됐고, 두 번째는 성 노역과 무관한 일을 하는 줄 알고 자원해서 갔던 것”이라며 “그 기고문은 자신을 팔아넘겼던 양아버지에 대한 감정을 표현했던 김군자 할머니의 말을 문 할머니의 말인 것처럼 인용했다”고 설명했다. 또 문 할머니가 두 번째 버마(현 미얀마) 위안소에서 팁을 받아 보석을 샀던 일화를 수정주의자들이 자주 인용하는 것에 대해선 “마치 다이아몬드가 문 할머니가 수백번 강간당한 것을 무효화시켜주는 것처럼 여기에만 포커스를 맞춘다”고 비판했다. 스탠리 교수는 “수정주의 학자들이 생존자 증언을 혼동하거나 오독하는 이유는 피해자들에 관해 신경 쓰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들은 여성의 고통을 충분히 고려할 공감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 그들은 자신이 발견한 것을 맥락과 연결할 역사적 기술이 없고 그러기를 원하지도 않는다”고 덧붙였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후원금 유용 혐의’ 윤미향 “수요시위 안해도 되는 세상 오길”(종합)

    ‘후원금 유용 혐의’ 윤미향 “수요시위 안해도 되는 세상 오길”(종합)

    尹 “배상 권리 살아 있음을 재확인” 지난달 ‘노마스크 와인 파티’로 뭇매 “길할머니 생신 연락 안 닿아 그리움 나눠”논란 일자 “위기 속 사려 깊지 못해 사과”野 “할머니 피 빨아먹는 흡혈 좌파 기괴함”작년 9월 檢 “횡령·사기·준사기 혐의 尹 기소”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 출신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하자 “하루빨리 정의롭고 올바른 문제해결이 이루어져 더 이상 한파 속에 수요시위를 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어서 오기를 바란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정의연 후원금 유용 혐의 등 6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윤 의원은 지난달 길원옥 할머니 생신을 축하한다면서 할머니 없는 ‘노마스크 와인 모임’을 열어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法 “日정부, 피해자에 1억씩 지급하라” 윤 의원은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 글에서 “법원 판결로 피해자들이 외교적 보호를 받고 법적 배상을 받을 권리가 살아있음을 재확인했다”고 평가했다. 앞서 법원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배상 책임을 처음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김정곤 부장판사)는 이날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들에게 1인당 1억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尹 “할머니 빈자리 가슴 새기며 우리끼리만나 축하하며 건강 기원” 사진 글 올려 윤 의원은 정의연 후원금 횡령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재확산하던 지난달에는 식당에서 지인들과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와인을 마시는 모습의 사진을 SNS에 올렸다가 논란이 일자 사과하기도 했다. 6명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고, 사진 한구석에는 와인 한 병이 놓여 있었다. 당시 윤 의원은 “길(원옥) 할머니 생신을 할머니 빈자리 가슴에 새기며 우리끼리 만나 축하하고 건강 기원. 꿈 이야기들 나누며 식사”라는 글을 사진에 곁들였다. 그러나 논란이 되자 사진을 삭제한 뒤 “지난 7일은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의 94번째 생신인데 현재 연락이 닿질 않아 만나 뵐 길이 없어 축하 인사도 전하지 못했다”면서 “지인들과 식사 자리에서 안타까움과 그리움을 나눈다는 것이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 됐다”고 사과했다. 이어 “다만 식당 이용 시 QR코드, 열 체크 등을 진행했으며 오후 9시 이전에 마무리하는 등 방역지침은 철저히 준수했다”며 “다시 한번 깊이 반성하고 앞으로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솔선수범하겠다”고 강조했다.김은혜 “운동권 물주, 아직 잔치 안 끝나”배현진 “소름 끼치는 논란 말고 자숙해” 허은아 “尹, 코로나에 온 나라 멈췄는데국회의원이 위안부 할머니 생신들먹이며 우아하게 와인 마셔 경악” 이에 대해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코로나19로 온 나라가 멈춰버린 이때 국회의원이란 신분으로 위안부 할머니 생신을 들먹이며 우아하게 와인을 마시는 윤미향의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면서 “국민의 혈세와 위안부 할머니들의 피를 빨아먹는 흡혈 좌파의 기괴함에 공포심마저 든다”고 비판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도 “이런 뉴스까지 듣게 해 국민 가슴에 천불 나게 해야 하나”라며 “운동권의 물주로 불렸던 정의연의 전 대표로서 윤 의원에겐 아직도 잔치가 끝나지 않았나 보다”라고 비꼬았다. 배현진 원내대변인은 윤 의원이 길 할머니를 거론한 것을 두고 “윤 의원은 치매 증상이 있는 위안부 피해자의 성금을 가로챈 준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는데, 그 피해 당사자가 길 할머니”라며 “재판받는 억울함에 할머니를 조롱한 것으로 비친다”고 주장했다. 배 원내대변인은 “국민은 윤미향을 뇌리에서 지우고 싶다”라며 “더는 이런 소름 끼치는 논란으로 국민이 이름 석 자를 떠올리지 않도록 자중하고 자숙하시라”라고 덧붙였다.檢 “尹, 치매 앓는 길할머니 상금7920만원 정의연 기부는 준사기” 윤 의원은 지난해 9월 사기·준사기·업무상횡령 등 6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윤 의원이 치매를 앓고 있는 길원옥 할머니의 심신장애를 이용해 할머니의 여성인권상 등 상금 중 7920만원을 정의연에 기부하게 한 것은 준사기라고 봤다. 서울서부지검은 윤 의원을 정대협 기부금 중 1억 35만원을 횡령하고, 치매를 앓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심신장애를 이용해 그들의 돈을 기부·증여하게 하는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윤 의원에게 적용한 혐의는 총 6개다. 부정한 방법으로 국고와 지방 보조금을 교부받아 편취한 혐의, 무등록 기부금품 모집 혐의, 개인계좌로 모금한 기부금과 단체 자금을 유용한 혐의, 치매 상태인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돈을 기부하게 한 행위, 위안부 할머니 쉼터로 사용할 주택을 비싸게 사들여 정대협에 손해를 끼친 혐의, 위안부 할머니 쉼터를 미신고 숙박업에 이용한 혐의 등이다. 윤 의원이 정대협 보조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한 것으로 검찰이 확인한 금액은 총 1억35만원이다. 검찰에 따르면 윤 의원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조의금, 해외여행 경비 등을 5개의 개인 계좌로 모금해 이중 5755만원을 개인적으로 유용했다. 정대협 경상비 등 법인 계좌에서 2098만원, 마포쉼터 운영 비용에서 2182만원도 윤 의원이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법원 “日제국 반인도적 범죄 행위, 국제규범 위반…국가면제 적용 안 돼” 법원은 이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에서 7년 5개월 만에 승소 판결을 내렸다. ‘예외적인 경우’ 대한민국 법원에 일본 정부를 대상으로 한 재판을 할 권리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국제관습법에 따르면 주권 국가는 다른 나라 법정에 서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다. 이를 국가면제(주권면제)라고 부른다. 재판부는 “일본제국에 의해 계획적·조직적으로 광범위하게 자행된 반인도적 범죄행위로서 국제 강행규범을 위반했다”면서 “국가의 주권적 행위라 할지라도 국가면제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고가 된 국가가 국제공동체의 보편적 가치를 파괴하고 반인권적 행위로 피해자들에게 극심한 피해를 줬을 경우까지도 최종적 수단인 민사 소송에서 재판권이 면제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불합리하고 부당한 결과가 도출된다”고 설명했다. 정치적인 힘이 없는 피해자들로서는 소송 외에 손해를 배상받을 방법이 요원한데, 국가면제를 인정하면 피해자들은 헌법에서 보장된 재판받을 권리를 박탈당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배 할머니 등은 일본 정부가 일제 강점기에 자신들을 속이거나 강제로 위안부로 차출했다며 2013년 8월 위자료 각 1억원을 청구하는 조정신청을 냈다. 하지만 일본 측이 한국 법원의 사건 송달 자체를 거부해 조정이 이뤄지지 않았고, 원고들의 요청에 따라 법원은 2016년 1월 사건을 정식 재판에 넘겼다. 비록 승소 판결을 받아냈지만, 오랜 시간이 소요되면서 이 기간에 배 할머니가 2014년 세상을 떠나고, 공동 원고인 김군자·김순옥·유희남 할머니 등도 별세했다. 일본 “결코 수용 못해” 강력 반발 일본 정부는 배상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력 반발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는 한국 법원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해 “결코 수용할 수 없다”면서 “국제법상 주권국가는 타국의 재판권에 복종하지 않는다”고 밝혔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단독] “나눔의 집, 할머니들 심리치료엔 관심도 없었다”

    [단독] “나눔의 집, 할머니들 심리치료엔 관심도 없었다”

    “치료과정서 필요한 물품 지원도 없어 그림엔 아프고, 괴로웠던 감정 오롯이”일반인들에게 모금한 후원금을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해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난 경기 광주 ‘나눔의 집’ 시설 운영진이 할머니들의 트라우마 치료에도 관심이 없었다는 취지의 증언이 나왔다. 할머니들을 위한 금전적 지원을 넘어 트라우마 치료 등 정신적인 지원도 세심하게 살피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2008~2012년 자원봉사로 할머니들에게 미술심리치료를 한 김선현 차의과학대 교수는 26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나눔의 집 생활관 거실과 할머니들 방, 나눔의 집 역사관에서 5년간 미술심리치료를 하는 동안 안신권 소장 등 시설 운영진은 치료가 진행된 공간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다”면서 “치료 프로그램 진행 과정에서 필요한 물품 지원 역시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2006년부터 나눔의 집을 방문했는데, 시설에 할머니들의 심리치료 프로그램이 없어 안 소장에게 미술심리치료를 제안했고 안 소장이 동의해 2008년부터 석·박사과정 학생들과 함께 심리치료 자원봉사를 했다”면서 “몸이 불편하신 할머니들을 대상으로 한 달에 4회, 매주 1회씩 미술심리치료를 했고 할머니들께서 적극적으로 참여하셨기 때문에 5년 동안 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고 김군자(2017년 별세·89)·고 김순옥(2018년 별세·97)·고 김화선(2012년 별세·86)·고 배춘희(2014년 별세·91) 할머니 등 7명이 당시 미술심리치료를 받았다. 김 교수는 “할머니들이 어린 시절을 어떻게 보냈고, 어린 나이에 어떻게 위안소로 끌려갔고, 그곳에서 어떤 일을 당했고, 해방 후에는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등 할머니들이 자신의 일대기를 그리는 작업을 하면서 피해자로서 그동안 억눌렸던 감정을 표출했다”면서 “아프고, 괴롭고, 우울하고, 외로웠던 할머니들의 세밀한 감정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할머니들의 ‘역사’가 담긴 작품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치료 기간에 시설 운영진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운영진은 ‘치료는 잘 진행되고 있는지’, ‘혹시 치료에 필요한 물품은 없는지’조차 물어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할머니들의 미술작품 100점(할머니들의 미술치료 장면을 찍은 사진물을 포함하면 125점)은 2014년 12월 국가지정기록물로 지정됐다. 김 교수는 “국가지정기록물로 지정된 후 안 소장이 미술작품을 달라고 해 가져갔다”고 전했다. 작품들은 현재 나눔의 집 역사관 수장고에 보관돼 있다. 김대월 나눔의 집 역사관 학예실장은 “미술심리치료가 종료된 2012년부터 지난해 직원들의 문제 제기로 ‘입소자들의 케어 프로그램’이 신설되기 전까지 할머니들의 신체·정신건강 유지를 위한 프로그램은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단독] “나눔의 집, 애초 할머니들 심리치료에 관심 없었다”

    [단독] “나눔의 집, 애초 할머니들 심리치료에 관심 없었다”

    일반인들에게 모금한 후원금을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해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난 경기 광주 ‘나눔의 집’ 시설 운영진이 할머니들의 트라우마 치료에도 관심이 없었다는 취지의 증언이 나왔다. 할머니들을 위한 금전적 지원을 넘어 트라우마 치료 등 정신적인 지원도 세심하게 살피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2008~2012년 자원봉사로 할머니들에게 미술심리치료를 한 김선현 차의과학대 교수는 26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나눔의 집 생활관 거실과 할머니들 방, 나눔의 집 역사관에서 5년간 미술심리치료를 하는 동안 안신권 소장 등 시설 운영진은 치료가 진행된 공간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다”면서 “치료 프로그램 진행 과정에서 필요한 물품 지원 역시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2006년부터 나눔의 집을 방문했는데, 시설에 할머니들의 심리치료 프로그램이 없어 안 소장에게 미술심리치료를 제안했고 안 소장이 동의해 2008년부터 제가 지도하는 석·박사과정 학생들과 함께 심리치료 자원봉사를 했다”면서 “몸이 불편하신 할머니들을 대상으로 한 달에 4회, 매주 1회씩 미술심리치료를 했다. 할머니들께서 적극적으로 참여하셨기 때문에 5년 동안 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고 김군자(2017년 별세·89)·고 김순옥(2018년 별세·97)·고 김화선(2012년 별세·86)·고 배춘희(2014년 별세·91) 할머니 등 7명이 당시 미술심리치료를 받았다.“할머니들 그림은 ‘역사가 담긴 작품’” 김 교수는 “할머니들이 어린 시절을 어떻게 보냈고, 어린 나이에 어떻게 위안소로 끌려갔고, 그곳에서 어떤 일을 당했고, 해방 후에는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등 할머니들이 자신의 일대기를 그리는 작업을 하면서 피해자로서 그동안 억눌렸던 감정을 표출했다”면서 “아프고, 괴롭고, 우울하고, 외로웠던 할머니들의 세밀한 감정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할머니들의 ‘역사’가 담긴 작품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치료 기간에 시설 운영진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운영진은 ‘치료는 잘 진행되고 있는지’, ‘혹시 치료에 필요한 물품은 없는지’조차 물어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할머니들의 미술작품 100점(할머니들의 미술치료 장면을 찍은 사진물을 포함하면 125점)은 2014년 12월 국가지정기록물로 지정됐다. 김 교수는 “국가 기록물로 지정된 후 안 소장이 미술작품을 달라고 해 가져갔다”고 전했다. 작품들은 현재 나눔의 집 역사관 수장고에 보관돼 있다. 김대월 나눔의 집 역사관 학예실장은 “미술심리치료가 종료된 2012년부터 지난해 직원들의 문제 제기로 ‘입소자들의 케어 프로그램’이 신설되기 전까지 할머니들의 신체·정신건강 유지를 위한 프로그램은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위안부 할머니 이름 붙인 커피 ‘김군자 블렌드’ 나눔을 나누다

    위안부 할머니 이름 붙인 커피 ‘김군자 블렌드’ 나눔을 나누다

    크라우드펀딩으로 시설 아동 자립 지원 “내가 받은 도움 후배들에게 갚을 것”“김군자 할머니가 베푼 나눔을 통해 저도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나눔의 선순환’을 이어 가고 싶습니다.” 23일 만난 ‘고(故) 김군자 (위안부) 할머니기금’ 장학생 김준형(25)씨는 아동복지시설의 아이들을 돕기 위해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서 ‘김군자 블렌드’라는 커피 원두를 판매하고 있었다. 김씨는 “아동복지시설이나 위탁가정에서 보호받는 아동은 만 18세가 되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보호가 종료된다”며 “저도 2014년 보육시설을 떠났는데 김군자 장학생으로 선정돼 대학을 다닐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김 할머니를 두 번 정도 만났는데 제 꿈에 대해 물어보셨다”며 “준비 없이 사회의 출발선에 섰던 당시에 할머니의 관심 자체가 큰 의지가 됐고, 나눔의 가치에도 눈을 뜨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가 받은 장학금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김 할머니가 2000년과 2006년 각각 5000만원씩 전 재산인 1억원을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하면서 조성된 것이다. 김 할머니는 생전 보호 종료 아동들의 교육 지원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또 김 할머니는 2007년 위안부에 대한 일본의 사죄를 촉구하는 미국 하원 결의안 채택 과정에서 증언하는 용기를 보여 줬으며, 2017년 91세로 세상을 떠났다. 김 할머니의 뜻을 잇는 김씨의 크라우드펀딩은 조용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인 지난 8월 14일 시작해 이날까지 목표 금액(400만원)의 두 배가 넘는 900만원 이상이 모였다. 오는 29일 마감한 뒤 수익금 전액을 아름다운재단의 ‘열여덟 어른 캠페인’에 기부해 보호 종료 아동들을 지원할 계획이다. 김씨는 “김 할머니가 생전에 꽃을 정말 좋아했는데, 할머니의 온정을 닮은 향기가 배어 있는 원두를 만들어 판매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원두는 나무 그늘에서 자라는데 김 할머니가 제게 그랬듯, 저도 후배들에게 그늘이 돼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식음료업계에서 일하며 보호 종료 아동을 위한 나눔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보호 종료 아동 멘토 자격으로 김정숙 여사가 마련한 청와대 만찬에 다녀왔는데, 당시 우리 발언들이 올해 보호 종료 아동 자립수당 시범사업 도입에 반영된 것 같아 기쁘다”며 “당장 성과가 드러나지 않더라도 꾸준히 후배들의 사회 정착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 혼다 전 美 하원의원, 나눔의집 방문

    혼다 전 美 하원의원, 나눔의집 방문

    74주년 광복절인 15일 마이크 혼다 전 미국 연방 하원의원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쉼터인 경기 광주시 나눔의 집을 찾았다. 혼다 전 의원은 2007년 미국 하원에서 일본군‘성노예’피해자 할머니 3명을 초청해 청문회를 개최하고 일본의 사죄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장본인 이다. 나눔의 집에 따르면 혼다 전 의원이 이날 부산 출신 이옥선(92) 할머니와 대구 출신 이옥선(89) 할머니 등 2명의 이옥선 할머니를 만나 위로했다. 안신권 나눔의 집 소장은 “혼다 전 의원이 2007년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과 관련해 미국 하원 청문회에서 증언한 김군자(2017년 타계) 할머니 등 많은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안타깝다. 전 세계에 평화의 소녀상이 많이 세워져 일본을 압박해 사죄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2017년 9월 22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소녀상을 건립한 ‘김진덕·정경식재단’의 김순란 이사장과 김한일 대표, 미국 인권단체 위안부정의연대(CWJC)의 릴리안 싱·줄리 탕 공동의장, 샌프란시스코 소녀상을 제작한 미국 조각가 스티븐 와이트씨 등도 이날 함께 방문했다. 김 이사장과 김 대표는 미국 서부지역에 제2, 제3의 소녀상을 추가로 설립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들은 나눔의 집 할머니들에게 고려인삼 등을 선물했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신재민에 ‘나쁜 머리’·‘양아치’… 역풍 맞는 손혜원의 막말

    신재민에 ‘나쁜 머리’·‘양아치’… 역풍 맞는 손혜원의 막말

    신 전 사무관 폭로에 인신공격성 발언 유서 남기고 잠적 소식에 해당글 삭제 한국당 “인격살인” 바른미래 “징계해야” 민주당 중진 의원도 “통제 불능” 토로 손 의원에 항의성 ‘18원 후원금’ 몰려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청와대 관련 의혹을 폭로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을 향해 ‘나쁜 머리’, ‘양아치’ 등 연일 막말을 쏟아내 역풍을 맞고 있다. 손 의원은 지난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역사학자 전우용씨의 글을 공유했다. 해당 게시물에는 “현직에 있는 사람이 해고될 각오하고 조직의 비리를 폭로하는 게 공익제보다. 이미 퇴직한 사람이 몇 달이나 지나서 헛소문을 퍼뜨리는 건 보통 양아치 짓”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지난 7월 기재부에서 퇴직한 신 전 사무관의 뒤늦은 폭로를 의도가 불순한 ‘양아치 짓’으로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 전 사무관을 겨냥한 손 의원의 인신공격성 발언은 또 있다. 손 의원은 지난 2일에도 “신재민은 2004년 (대학에) 입학, 2014년 행정직 공무원이 됐으니 고시 공부 기간은 약간 긴 편”이라며 “나쁜 머리 쓰며 의인(義人)인 척 위장하고 청산유수로 떠드는 솜씨가 가증스럽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손 의원은 지난 3일 신 전 사무관이 유서를 남기고 잠적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해당 글을 삭제했다. 그러고는 하루 뒤 다시 글을 올려 “신재민 관련 글을 내린 이유는 본인이 한 행동을 책임질 만한 강단이 없는 사람이라 더이상 거론할 필요를 느끼지 않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정치권은 일제히 손 의원의 태도를 비판했다. 윤영석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6일 “2016년 (최순실 사태를 촉발한) 고영태와 사진 촬영을 한 후에는 ‘의인 보호’를 운운하던 사람이 자신의 구미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 사람을 인격살인하는 데 대해 분노를 넘어 안쓰러움을 느낀다”고 지적했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민주당이 신 전 사무관을 진심으로 걱정한다면 손 의원을 당장 징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지어 여당 중진 의원조차 “통제 불능”이라며 고충을 토로했다.최근 손 의원에게는 ‘18원 후원금’도 몰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18원 후원은 정치인을 향한 항의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 손 의원이 경솔한 언행으로 물의를 빚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선동열 전 야구대표팀 감독에게 “아시안게임 우승이 그렇게 어려운 우승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2017년 3월에는 팟캐스트 방송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을 “계산된 것”이라고 해 진보진영 지지자들의 분노를 샀다. 같은 해 7월엔 위안부 피해자인 김군자 할머니 빈소에서 양쪽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 사진을 찍었다가 사과했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 “나쁜 머리” “양아치” 신재민 겨눈 손혜원 거친 비난, 거센 후폭풍

    “나쁜 머리” “양아치” 신재민 겨눈 손혜원 거친 비난, 거센 후폭풍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청와대 관련 의혹을 폭로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을 향해 ‘나쁜 머리’, ‘양아치’ 등 연일 막말을 쏟아내 역풍을 맞고 있다. 손 의원은 지난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역사학자 전우용 씨의 글을 공유했다. 해당 게시물에는 “현직에 있는 사람이 해고될 각오하고 조직의 비리를 폭로하는 게 공익제보다. 이미 퇴직한 사람이 몇 달이나 지나서 헛소문을 퍼뜨리는 건 보통 양아치 짓”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지난 7월 기재부에서 퇴직한 신 전 사무관의 뒤늦은 폭로를 의도가 불순한 ‘양아치 짓’으로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 전 사무관을 겨냥한 손 의원의 인신공격성 발언은 또 있다. 손 의원은 지난 2일에도 “신재민은 2004년 (대학에) 입학, 2014년 행정직 공무원이 됐으니 고시 공부 기간은 약간 긴 편”이라며 “나쁜 머리 쓰며 의인(義人)인 척 위장하고 청산유수로 떠드는 솜씨가 가증스럽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손 의원은 지난 3일 신 전 사무관이 유서를 남기고 잠적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해당 글을 삭제했다. 그러고는 하루 뒤 다시 글을 올려 “신재민 관련 글을 내린 이유는 본인이 한 행동을 책임질만한 강단이 없는 사람이라 더이상 거론할 필요를 느끼지 않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정치권은 일제히 손 의원의 태도를 비판했다. 윤영석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6일 “2016년 (최순실 사태를 촉발한) 고영태와 사진 촬영을 한 후에는 ‘의인 보호’를 운운하던 사람이 자신의 구미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 사람을 인격살인하는 데 대해 분노를 넘어 안쓰러움을 느낀다”고 지적했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민주당이 신 전 사무관을 진심으로 걱정한다면 손 의원을 당장 징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지어 여당 중진 의원조차 “통제 불능”이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최근 손 의원에게는 ‘18원 후원금’도 몰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18원 후원은 정치인을 향한 항의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 손 의원이 경솔한 언행으로 물의를 빚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선동열 전 야구대표팀 감독에게 “아시안게임 우승이 그렇게 어려운 우승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2017년 3월에는 팟캐스트 방송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을 “계산된 것”이라고 해 진보진영 지지자들의 분노를 샀다. 같은 해 7월엔 위안부 피해자인 고 김군자 할머니 빈소에서 양쪽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 사진을 찍었다가 사과했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 과거사 담담하게 담은 스크린… 대중, 묵직한 울림에 눈뜨다

    과거사 담담하게 담은 스크린… 대중, 묵직한 울림에 눈뜨다

    촛불 이후 정치사회 관심 높아져 애국심 마케팅서 벗어나 객관화경쾌한 필치와 유머도 잃지 않아“데모하러 가요?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어요?” 영화 ‘1987’ 속 여대생 연희(김태리)의 물음이다. 이 짧은 대사는 관객들에게 ‘강렬한 데자뷔’를 불러일으켰다. 30여년 전 민주화혁명이라는 과거를 지난해 광화문광장을 뜨겁게 달궜던 촛불시위 경험과 포개는 연결고리가 된 것. ‘1987’이 그 시절을 통과한 중장년층뿐 아니라 젊은 관객들과도 큰 진폭으로 공명하며 600만 관객을 끌어모은 이유다. 민주화혁명, 위안부 문제 등 아픈 현대사를 다루는 영화들이 관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1218만명의 관객이 들어 국내 영화 역대 박스오피스 9위를 기록한 ‘택시운전사’는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을, 최근 사회 전체에 하나의 현상이 된 ‘1987’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에서 시작해 이한열의 죽음까지를 이으며 민주화를 열망했던 보통 사람들의 분투를 그렸다.자칫 무겁고 부담스러운 소재가 될 수 있는 수십년 전 현대사의 구체적인 사건과 실존 인물 등을 다룬 영화가 흥행에서도 고공 행진하는 이유는 뭘까. 국정농단 사건, 세월호 참사, 정권 교체, 적폐 청산 등 통렬한 사건들을 몸으로 체험하고 뉴스로 매일 접하던 국민의 정치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현재의 시스템을 만든 과거사를 각성하자는 인식이 거세지면서 역사적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로 발길이 대거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형석 영화평론가는 “촛불시위의 경험으로 한국 관객들이 왜곡되고 비틀린 현대사의 진실을 알고자 하는 갈망이 커지며 위안부 문제나 민주화운동 등 근현대사와의 교감이 강해졌다”며 “그 역사들이 현재의 사회상에도 영향을 미치며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화제가 되고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만듦새다. 과거 현대사를 다룬 영화들이 엄숙주의나 감정 과잉, 애국심에의 호소 등에 짓눌린 경향이 컸다. 하지만 최근 만들어지는 극영화들은 사건을 우직하지만 담담한 시선으로 객관화하면서도 ‘상업영화’라는 본분에 충실하게 경쾌한 필치와 유머도 잃지 않는다. 정지욱 영화 평론가는 “과거 역사 영화들이 애국심 마케팅으로 극적인 효과를 만들어내며 ‘이래도 안 울거야’라는 식의 감동을 강요했다면, ‘택시운전사’, ‘1987’ 등은 객관화를 통해 역사를 가르치려 드는 게 아니라 담백하게 들려줌으로써 관객의 마음 안쪽에 서서히 울림을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이런 작품들의 등장은 최근 3~4년 새 두드러졌다는 평가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무거운 사회고발성 이야기를 법정 드라마로서의 장르적인 재미로 풀어낸 ‘부러진 화살’,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부림사건을 모티브로 한 ‘변호인’ 등을 보면 실화를 다룬 영화들이 과거처럼 이데올로기를 앞세우고 주입시키려는 게 아니라 관객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장치나 새로운 방식들을 만들어 나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한 예로, 지난해 개봉한 ‘아이 캔 스피크’는 구청에 20년간 8000건의 민원을 한 까다로운 할머니 옥분(나문희)의 휴먼 코미디로 시작했다가 그가 위안부 피해자임을 드러내는 ‘반전’으로 호평을 얻었다. 이용수, 고 김군자 할머니의 증언에 힘입어 일본군 위안부 사죄 결의안이 채택된 2007년 미 하원 의회 공개 청문회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아이 캔 스피크’ 공동제작사인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는 “‘아이 캔 스피크’만 해도 위안부 피해자의 문제를 어둡게 그리거나 과거의 폭력을 자극적으로 전시하지 않으면서도 용기 있고 진취적인 현재의 목소리로 우리 시대의 아픔을 이야기하는 것이 남달랐다”며 “이처럼 과거의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을 다루는 영화들의 표현 방법이나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는데 우리 현대사가 워낙 역동적이라 이를 소재로 한 영화들은 앞으로도 많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올해도 역사적 실화나 인물들을 소재로 끌어온 영화가 다수 개봉할 예정이다. 김혜수와 유아인, 프랑스 배우 뱅상 카셀의 캐스팅 소식으로 화제를 모은 ‘국가부도의 날’은 지난해 12월 크랭크인에 들어갔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사태를 그린 영화로, 국가 부도까지 남은 일주일 동안 위기를 막으려는 자와 이를 기회로 삼는 자, 가족과 일자리를 잃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는 소시민 등 IMF 외환위기를 둘러싼 긴박한 서사를 담는다. 김혜수는 국가 부도를 예견하고 대책팀에 투입된 한국은행 통화정책팀 팀장 한시현 역을, 뱅상 카셀은 한국에 극비 입국하는 IMF 총재 역을 맡는다. 위안부 피해를 조명하는 영화도 또 다른 소재로 변주돼 나온다. 1992년부터 1998년까지 일본 정부를 상대로 싸웠던 10명의 위안부 할머니 원고단과 이들의 승소를 위해 싸웠던 인물들의 재판 실화를 다룬 ‘허스토리’다. 김희애가 관부 재단 원고단 단장을 맡아 법정 투쟁을 이끌어 가는 문정숙 역으로, 김해숙·예수정 등의 배우가 위안부 할머니 역으로 열연한다. 일제의 민족문화 말살 정책에 맞서 우리말을 지키려 했던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말모이’도 올해 극장가에서 관객들과 만난다. 조선어학회가 우리나라 최초의 국어사전인 ‘말모이’를 편찬하려 했던 실화를 재료로 한 작품이다. ‘택시운전사’의 각본을 썼던 엄유나 작가의 상업영화 감독 데뷔작이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인터뷰] 이옥선 할머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인터뷰] 이옥선 할머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저는 이옥선입니다.” 지난 15일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옥선(92) 할머니를 만났다. 이옥선. 한국인으로 태어나 인고의 세월을 견딘 이름이다. 할머니의 목소리는 작년과 달라졌다. 이제는 보행기 없이 거동도 쉽지 않다. 할머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하루빨리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했다. 2015년 12월 28일. 피해 할머니들에게 날벼락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한·일 간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합의됐다는 정부 발표가 있었다. 불가역적이라는 어려운 말도 덧붙였다. 그리고 일본 정부는 10억 엔을 내놨다. 이날에 대해 할머니는 “미칠 것 같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같은 여자이기에 더 잘 알아줄 거라 생각했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결과는 할머니의 믿음과 달랐다. 이 할머니는 “우리는 무식한 생각으로 정부가 돈이 없어서 일본에 돈을 받고 할머니들을 팔아먹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하고 억울했다. 당사자가 모르는 합의가 어디 있느냐”며 “완전히 잘못된 합의”라고 말했다. 지난 9일 문재인 정부는 2015 한·일 위안부 합의 처리 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일본이 내놓은 화해치유재단 기금 10억 엔은 별도조성하고, 일본 정부로부터 진정성 있는 사죄를 받아내겠다고 발표했다. 또 이전(2015년 12월 28일)에 발표된 합의는 잘못됐지만, 재협상은 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이 발표에 대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아쉬움을 드러냈지만, 전 정권보다는 낫지 않겠느냐며 희망을 내비쳤다. 이 할머니는 “정권이 바뀌었다. 다시 협상해서 어떻게든 일본의 사죄를 받아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문 대통령에게는 “일본의 공식적인 사죄와 배상을 받아낼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 발표 후 일본은 “한·일간 위안부 합의를 1㎜도 움직이게 할 생각이 없다.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을 확인했다”며 펄쩍 뛰었다. 이에 할머니는 “11살, 12살, 13살, 14살 이런 아이들 데려다가 죽였다. 이래놓고 오늘날까지 안 그랬다고 한다. 사죄해야 한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이옥선 할머니는 1927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언감생심 공부는 꿈도 못 꿨다. 1940년, 돈도 벌고 공부도 시켜준다는 말에 울산에 있는 한 여관에서 노동을 시작했다. 2년 후. 할머니는 1942년 7월 29일 중국으로 끌려가 일본군의 성 노예가 됐다. 당시 그녀의 나이 만 열다섯이었다. 3년간 끔찍한 생활이 이어졌다. 그 시간을, 살아냈다. 해방 후, 할머니는 위안소가 있던 연변에 가정을 꾸렸다. 그리고 2000년 6월이 되어서야 58년 만에 고국에 돌아올 수 있었다. 할머니는 그곳에 대해 “사람 잡는 사형장”이라고 설명했다. “하루에 군인 40~50명을 상대했다. 아프면 죽였고, 길 밖에 내버렸다. 짐승들이 (아이를) 먹게 했다”고 증언했다. 이 할머니가 물었다. (죽은) 아이를 낳은 부모가 그 사실을 알면 어떻겠냐고. 또 어느 부모가 자식을 낳아서 10년, 20년 길러서 일본에 바치겠느냐고 말이다. 이 할머니는 “오늘날 자기들이 안 했다고 하면 누가 곧이듣겠느냐. (일본은) 꼭 사죄를 해야 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지난 5일 위안부 피해자 임모 할머니가 별세했다. 이제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239명 중 생존자는 31명이다. 지난해 7월 23일 나눔의 집에서 지내던 김군자 할머니가 노환으로 별세했다. 이 할머니는 “우리는 안 죽고 살았기 때문에 말 한마디라도 해보지만, 먼저 간 사람은 그 원한을 얼마나 품고 갔겠는지 생각해보라”며 “그 몫까지 우리가 다 해야 한다”고 전했다. 끝으로 이 할머니는 위안부에 끌려갈 당시를 떠올리며 직접 쓴 노래를 들려줬다. 씩씩하게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할머니의 목소리가 금세 촉촉해졌다. 아픈 기억이 할머니의 목울대를 뜨거워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아직 이 곡을 완성하지 못했다. 미완의 이 곡이 완성되는 날, 할머니가 환하게 웃을 수 있기를. 글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영상 문성호, 김형우 기자 hwkim@seoul.co.kr
  • <신간 안내>평화의 소녀상 지킴이 보고서 ‘동행’

    <신간 안내>평화의 소녀상 지킴이 보고서 ‘동행’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 대한 세인의 관심은 뜨겁다가도 때로는 식기도 한다. 그 사이 고령의 할머니들은 세상을 떠나고 있다. 2017년 12월 13일 현재, 정부에 등록된 국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중 생존자는 33명뿐이다. 할머니들이 관심에서 멀어져 가도 진정성을 갖고 변함없이 지원을 아끼지 않는 지자체와 그 주민들이 있다. 경기도 광명시다. 광명 시민들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로하기 위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활동한 기록을 모은 소책자 ‘평화의 소녀상 지킴이 보고서 ‘동행’(124쪽)이 발행됐다.‘동행’은 광명시(시장 양기대)와 시민들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명예와 인권회복을 위해 벌여온 실질적인 활동과 국내외 지킴이들의 활약을 전하는 국내 최초의 기록집이다. 그동안의 활동에 대한 보고서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책에는 시민들과 할머니들의 3년 동행 타임라인, 영화 ‘아이 캔 스피크’의 실제 모델 이용수 할머니의 청소년 인터뷰 등이 실려 있다.또 청소년들이 위안부 피해 역사를 공부하는 데 필요한, 1991년 최초 증언자 김학순 할머니 이야기, 위안부 피해 역사 바로 알기, 국내외 평화의 소녀상 현황 등 교육 자료를 충실히 담았다. 광명시민들의 위안부 피해 할머니 돕기와 지킴이 활동은 2015년 3월 ‘광명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 발대식으로 시작되었다. 시민들은 광복 70주년인 그해 8월 15일 성금 6,000여만 원으로 일제 수탈의 현장인 광명동굴 입구에 평화의 소녀상을 세웠다. 제막식에는 일제 강점기 광명동굴에서 광부로 일했던 장원화 씨도 참석했다. 그 후 시민들은 경기 광주 나눔의 집 할머니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이옥선, 박옥선, 김군자 할머니 등을 광명동굴과 라스코동굴벽화전에 초대하고, 악극 ‘꿈에 본 내 고향’과 영화 ‘귀향’ 시사회에도 초청했다. 할머니들을 위해 광명동굴 입장료 수입금의 1%를 기부한다는 광명시의 약속대로 2017년 1월에는 양 시장과 시민들이 나눔의 집을 찾아가 5,300만 원을 기부했다.올해는 광명시의 중고교 청소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3월에 ‘평화의 소녀상 청소년 지킴이’가 출범해 활동하고 있으며, 여름방학 동안 ‘소녀의 꽃밭 청소년 기획단’이 광명동굴 입구 평화의 소녀상 둘레에 ‘평화를 위한 소녀의 꽃밭’을 조성했다. 8월 11일 ‘소녀의 꽃밭’으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초청했다. 광명시도 지난 9월 11일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전 총리를 나눔의 집으로 안내해 할머니들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한다는 뜻을 함께 밝혔다. 11월 18일 나눔의 집에서 열린 유품전시관과 추모기록관 개관식에 참석한 미국 인권단체인 위안부정의연대 릴리언 싱, 줄리 탕 공동의장과는 위안부 기록물 유네스코 재등재를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광명시의 위안부 피해 할머니 돕기 운동은 전국의 지자체들에 귀감이 되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광명시의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한다. 안신권 경기 광주 나눔의 집 소장은 “광명시민들은 나눔의 집 할머니들이 가장 반기는 손님이자 올바른 역사와 여성인권에 대한 실천가” 라고 말했다. 양기대 광명시장은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광명시의 모델이 전국으로 확산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손성진 논설주간 sonsj@seoul.co.kr
  • 강경화 장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 추석 방문

    강경화 장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 추석 방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추석 명절을 맞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쉼터를 찾았다.강 장관은 6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쉼터인 서울 마포구 ‘평화의 우리집’과 경기 광주 ‘나눔의 집’을 방문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강 장관이 이날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추석 선물을 직접 전달하면서 안부를 묻고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이어 “따로 거주 중인 피해자 할머니들에게도 선물과 편지를 보냈으며, 앞으로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직접 할머니들을 만나 의견을 청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강 장관은 이날 할머니들에게 “현재 한·일 위안부 합의 관련 태스크포스(TF)가 출범해 활동 중이며, TF의 결과 보고서를 감안해 위안부 합의에 대한 정부 입장을 수립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할머니들은 강 장관의 방문에 감사를 표하며 위안부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당부했다. 한편 강 장관은 후보자 시절인 지난 6월 2일에도 ‘나눔의 집’을 방문한 바 있다. 또 7월에는 세상을 떠난 위안부 피해자 고 김군자 할머니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기도 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이제훈 “고통스러운 인생, 꼭 껴안아 드리고 싶었죠”

    이제훈 “고통스러운 인생, 꼭 껴안아 드리고 싶었죠”

    “완성된 영화를 처음 접하면 배우의 연기, 감독의 연출 스타일, 톤 앤 매너, 카메라 워킹, 음악, 편집 등 요소요소 어떤 게 부족했는지 평가하는 자세로 보게 되는데 이번엔 그런 게 필요 없었어요. 진정성이 모든 것을 관통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런 작품에 출연했다는 게 감사하다는 마음뿐이죠.”배우 이제훈(33)을 보면 ‘참 바르다’는 느낌이 드는 데, 이 바른 배우가 오는 21일 개봉하는 ‘아이 캔 스피크’(감독 김현석)에서 9급 공무원 민재로 나온다. 능력은 출중하지만 너무 바르다 못해 까칠하고 깐깐하다. 새로 전입한 구청에서 심상치 않은 할머니 옥분(나문희)과 맞닥뜨린다. 하루 10건 안팎, 지난 20년간 8000건에 육박하는 민원을 제기해 구청 공무원 사이에선 공포 그 자체다. 시장 상인들 사이에서도 오지랖 대마왕으로 기피 대상. 그런 괴짜 할머니가, 민재가 영어에 능통하다는 것을 알고는 영어를 가르쳐 달라며 한사코 쫓아다닌다. “처음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이야기라는 것을 전혀 몰랐어요. 시나리오를 읽으니 처음엔 티격태격하던 두 캐릭터가 영어를 통해 가까워지더라고요. 나중엔 헤어진 동생을 만나는 감동적인 이야기겠구나 예상을 했죠. 중후반 이후 옥분이 영어를 배우려 한 실제 사연이 나왔을 때 깜짝 놀랐어요. 남은 분들에 대한 예의에 어긋나지 않은, 또 그분들을 위로하고 보듬는 영화가 될 수 있을지 고민됐어요. 하지만 감독님과 공동제작을 한 심재명 명필름 대표님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에, 제가 진심을 담아 연기한다면 왜곡하거나 자극적으로 어필하는 작품은 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생겨 용기를 냈죠.” 앞서 비슷한 소재의 작품들이 대개 힘들었고 고통스럽고 괴로웠던 순간을 정공법으로 담아왔다면 ‘아이 캔 스피크’는 휴먼 코미디 틀을 가져와 우회적으로 대중에게 보다 편안하게 다가간다. 웃음이 나고 가슴이 저릿하고 사랑스럽고 통쾌한 장면이 고르게 자리잡아 울림을 남긴다. 이제훈은 눈물이 왈칵 쏟아지곤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옥분이 세상에 나서기로 결심하고 어머니 산소를 찾아간 장면이 대표적이다. “그 장면은 정말 못 참겠더라고요. 나문희 선생님은 그 누군가의 어머니, 할머니 역할로 익숙하잖아요. 그 장면에선 누군가의 딸로 나와 그간 외로웠고 보듬음을 받지 못했던 인생에 대해 넋두리를 하는데 정말 선생님을 꼭 껴안아 드리고 싶다는 마음이었어요.”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는 항일운동가 박열로 스크린을 달궜다. 메시지가 진한 작품에 거푸 출연하며 폭이 더 넓어진 느낌이다. “예전에는 영화적인 재미, 장르적인 쾌감이 첫 번째 기준이었어요. 그런데 그 이상의 감정이나 생각들을 주변과 나눌 수 있는 작품도 좋다는 것을 ‘박열’을 통해 배우게 된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연기를 잘하고 싶은 욕망, 관객에게 희로애락을 전달하고픈 마음도 크고, 당장 관객과 만났을 때의 성과나 평가도 중요하지만 시간이 지난 뒤에 재평가되거나 회자될 수 있는 작품도 보려고 해요.”한·일 관계에 있어서 민감한 이슈를 다룬 작품에 잇따라 출연해 일본 활동에 대한 부담은 느끼지 않을까. “저는 대한민국의 배우이고, 그런 부분에 있어서 배우로 할 일이 있다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차인표 선생님이 (남북 분단 문제가 왜곡됐다며) 007시리즈의 북한군 캐스팅을 거절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배우로서 자긍심을 갖게 되기도 했죠.” 그의 말을 쭉 듣다 보니 왠지 그의 연기가 스크린 안에서만 머무르지 않을 것 같다. “아직 계획된 것은 없는데 이 영화를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있으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얼마 전 김군자 할머니가 돌아가시며 학생들을 위해 당신이 가진 모든 것을 다 내주신 모습에 정말 감명받았는데, 배우로서 연기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제가 영향을 조금이나마 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열심히 활동하고 싶습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깊은 슬픔, 대중적 시선으로 넓히다

    깊은 슬픔, 대중적 시선으로 넓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역사를 다룬 영화가 잇따라 개봉하고 또 만들어지고 있다. 과거에도 관련 작품이 없었던 것은 아닌데 지난해 반향을 일으킨 ‘귀향’을 기점으로 늘어나는 모양새다.●서사 다양화·상업영화로 지평 확대 앞선 작품들이 과거의 고통과 처참한 실상을 정면으로 직시했다면 이제는 오늘을 보여 주며 미래와 희망을 이야기하는 등 서사가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독립 예술 영화계를 넘어 상업영화계 쪽으로도 지평을 넓히고 있어 주목된다. 상업영화 감독들이 메가폰을 잡고, 대형 배급사들이 뛰어든 점이 눈에 띈다. ●휴먼코미디 ‘아이 캔 스피크’ 최근 화제가 집중되고 있는 작품은 단연 ‘아이 캔 스피크’다. 오는 21일 개봉하는 이 작품은 사전 정보 없이 본다면 전반부는 영락없는 휴먼 코미디다. 원칙을 따지는 까칠한 20대 구청 공무원 민재와 20년간 구청에 제기한 민원이 8000건에 달하는 ‘민원왕’ 할매 옥분의 티격태격 이야기가 펼쳐진다. 김현석 감독은 ‘시라노 연애조작단’ 등에서 보여 줬던 알콩달콩한 감성을 이 작품에서도 고스란히 입혀낸다. 민재가 영어를 현지인처럼 잘한다는 것을 알게 된 옥분은 영어를 가르쳐 달라며 민재를 쫓아다닌다. 옥분이 그토록 영어를 배우려 한 진짜 이유가 드러나며 반전을 이룬다. 원로 배우 나문희와 이제훈의 연기와 호흡이 걸출하다. 또 주변부 캐릭터들과의 앙상블 또한 돋보인다. ‘아이 캔 스피크’는 이용수, 고 김군자 할머니의 증언에 힘입어 일본군 위안부 사죄 결의안(HR121)이 채택된 2007년 미 하원 의회 공개 청문회를 모티브로 극화한 작품이다. 명필름이 공동 제작, 롯데엔터테인먼트가 공동 배급에 나섰다. 김 감독은 “서로가 이해하고 변화하며 하나가 되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아이 캔 스피크’에 앞서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가 14일 관객들과 만난다. 지난해 관객 385만명을 동원한 ‘귀향’의 후속작이다. 디렉터스 컷으로 보면 된다. 전작에서 러닝타임의 제약으로 편집 과정에서 빠졌던 캐릭터들의 뒷이야기와 나눔의 집에서 제공한 할머니들의 증언 영상이 보태졌다. 조정래 감독은 “‘귀향’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알리고자 만든 극영화라면 이번 작품은 역사적 사실을 증거로 남기기 위한 영상 증언집”이라고 설명했다. ●‘귀향’ 후속작은 사실 증언에 초점 지난 10일 촬영을 시작한 ‘허스토리’ 또한 과거보다 현재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일본 정부를 상대로 일본 현지에서 벌인 법정 투쟁 중 지금까지 유일하게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아냈던 위안부 피해 할머니 10명의 실화를 조명한다. 이 재판은 1992년부터 1998년까지 6년간 23회에 걸쳐 일본 시모노세키(下關)와 한국의 부산(釜山)을 오가며 진행되어 ‘관부(關釜) 재판’이라 불린다. 안타깝게도 2심에서 결과가 뒤집혔다. 영화에는 재판 장면이 많이 등장할 예정이라 아무래도 법정 드라마 느낌이 진할 것으로 보인다. ●허스토리·환향, 과거보다 현재에 김희애가 할머니들을 돕는 단장 역할을, 김해숙이 할머니 중 한 명을 열연한다. ‘내 아내의 모든 것’, ‘간신’ 등을 연출한 민규동 감독이 오랫동안 기획해 온 프로젝트로 알려졌다. ‘변호인’ 등 천만 영화 세 편을 빚어낸 뉴가 배급을 맡았다. 뉴 관계자는 “오늘날 할머니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에 대한 이야기”라면서 “기존에 익숙한 콘셉트를 넘어 영화적으로 진일보한 작품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군함도’를 만들었던 제작사 외유내강도 관련 작품 ‘환향’을 기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목과 소재 외에는 알려진 정보가 거의 없는데, 제목에는 글자 그대로의 의미 외에 병자호란 때 청나라에 끌려갔다 돌아온 이들을 지칭하는 역사적 의미도 함축되어 있어 역시 과거보다는 현재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가 예상된다. 윤성은 평론가는 “대중이 대면하기가 쉬운 소재가 아니고 또 소재의 무게가 있다 보니 다큐멘터리가 더 진정성이 있다는 인식이 많았는데 ‘귀향’의 성공으로 이러한 분위기가 옅어지며 다양한 형태의 작품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커버스토리] 저승서도 주먹쥐고 외칠거다 사죄하라

    [커버스토리] 저승서도 주먹쥐고 외칠거다 사죄하라

    “내가 먼저 가려고 했어. 그런데 군자가 10만원이 든 흰 봉투를 주면서 자기가 먼저 가겠다는 거야. 결국 말대로 됐지.”8일 경기 광주시 나눔의집 인근 병원에 신장 치료차 입원한 이옥선(90) 할머니는 지난 7월 세상을 떠난 김군자 할머니를 떠올리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할머니는 “형제보다 더 가까이 지냈는데, 이제 얘기할 사람도 없다”면서 “하긴 얘기할 사람이 있다고 해도 이젠 말할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하상숙(89) 할머니의 지난달 28일 별세 소식도 뒤늦게 듣고 굵은 눈물방울을 떨궜다. 이 할머니는 “정신이 없다”고 했지만 75년 전 위안부로 끌려간 그때 그 일만큼은 또렷하게 기억했다. “15살 때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 학교에 가질 못했어. 그러다 결국 1942년에 중국 연변으로 끌려갔어. 일본군이 차를 끌고 다니면서 길에 있는 여성들을 다 태웠었지. 그때부터 3년간 위안부 생활을 했어. 그러고 나서 한국으로 돌아오려고 했는데 차마 가족을 다시 만날 자신이 없어서 중국에 눌러앉았어. 2000년 6월에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가족들은 모두 죽고 아무도 없었어.” 이 할머니는 자못 담담하게 아픈 기억을 쏟아냈지만 이내 눈시울을 붉혔다. 할머니의 가슴에 남은 상처와 분노에는 아직도 굳은살이 생기지 않은 듯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저항은 2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1년 8월 14일, 고 김학순 할머니는 일본 정부가 “일본군은 위안부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발표한 것에 분노해 마이크를 잡고 자신이 당한 피해를 증언했다. 김 할머니의 증언으로 의혹으로만 제기됐던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처음으로 공개됐다.지난달 29일 고 하상숙 할머니의 빈소에서 만난 이용수(89) 할머니는 25년 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에 위안부 피해자라고 신고하던 순간을 생생하게 기억했다. 이 할머니는 “1992년 6월 25일에 내가 직접 위안부 피해자라고 신고했다”면서 “다음날 모임에 나갔더니 거기서 수십명의 동료(피해 할머니)들을 만났다”고 회상했다. 이 할머니는 75년 전 기억을 마치 최근에 겪었던 일처럼 끄집어냈다. 이 할머니는 16살이던 1944년 어느 날 한밤중에 ‘밥도 많이 먹게 해 주고 가족들도 잘살게 해 준다’는 말만 듣고 군복을 입은 일본인을 따라 나섰다. 잠들어 있었던 가족들에게 인사도 하지 못했다. 그날 밤 이 할머니와 함께 일본인을 따라 나선 ‘소녀’는 이 할머니의 친구 ‘분순이’를 포함해 모두 5명이었다. 2015년 12월 28일 박근혜 정부가 일본과 체결한 한·일 위안부 합의는 피해 할머니들에게 위로는커녕 상처만 남겼다. 특히 이 합의에 따라 일본 정부의 예산으로 지난해 설립된 여성가족부 산하 재단법인 화해·치유재단을 둘러싼 논란은 지금도 뜨겁다. 할머니들은 “돈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한·일 위안부 합의 폐기와 재단의 해체를 주장하고 있다. 할머니들이 바라는 것은 돈이 아니라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명예회복, 그것뿐이었다. 이용수 할머니는 “1억원 같은 거 필요 없다. 명예회복이 필요하다”면서 “일본 국왕이 무릎 꿇고 빨리 사죄해야 한다. 일본 총리가 법적인 배상을 해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할머니들이 그렇게 26년 동안 일관되게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를 요구해 왔지만 일본의 태도는 변함이 없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할머니들도 하나둘씩 하늘의 별이 돼 가고 있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에만 12명의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일본은 할머니가 모두 돌아가시길 기다리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용수 할머니는 “일본은 우리가 살아 있는데도 저렇게 거짓말을 하는데 우리가 죽고 나면 무슨 소리를 할지 모르지 않느냐”면서 “저승에 가서라도 사죄하게 할 거다. 데모할 거다”고 호소했다. 현재 경기 광주시의 나눔의집에 9명, 서울 마포구 연남동 ‘평화의 우리집’에 2명의 할머니가 거주하고 있다. 나머지 생존자 24명은 가족과 함께 살거나 혼자 생활하고 있다. 여가부 관계자는 “신분 노출을 꺼려 하는 할머니 중에는 가족들에게 위안부 피해자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지내는 할머니들이 많다”면서 “모두 85세가 넘는 고령분들이시고, 아직 당시의 상처를 가족에게 알리기 어려운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오는 20일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지는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떠난다. 이 할머니는 “소녀상을 한국에 빼곡하게 세우고, 미국에도 세우고, 마지막은 동경 벌판에 세워서 사죄를 받아낼 것”이라면서 “어떻게든 내가 해결해 놓고 가겠다”고 했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위안부 할머니의 꿈, 들꽃으로 다시 피다

    위안부 할머니의 꿈, 들꽃으로 다시 피다

    故 김군자 할머니 등 5명 조명 시각 장애인 위한 입체적 제작 “목화 등 표현… 삶·추억 담아”“김군자 할머니 생전에 책을 안겨 드려야 했는데 영정 앞에 올리게 돼 속상했어요. 책을 못 보고 돌아가셔서 안타까웠습니다.” 지난달 23일 별세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군자 할머니 영정 앞에 어린 시절 삶을 담은 천으로 만든 두툼한 그림 동화책 한 권이 헌정됐었다. ‘꽃 중의 꽃 김군자 할머니 동화’라는 제목에 쑥부쟁이가 수놓인 이 책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촉각도서다. 경기 의정부시의 미술작가 모임인 문화살롱 ‘공’이 2012년부터 경기 문화바우처 프로젝트로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에 거주하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중 5명의 이야기를 촉각도서로 만든 것이다. 15일 의정부 작업 공간에서 기자와 만난 기획자 문미희(38·여) 설치작가는 “지난해 배춘희·이옥선 할머니 이야기책 등 3권을 전해 드렸고, 올해 김군자 할머니 이야기책을 포함한 3권을 기증하려고 했는데 책이 나오는 것을 못 보셨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할머니들의 삶과 꿈을 알리기 위해 많은 예술인과 자원봉사자들이 촉각동화 제작에 참여했다”며 “개인 사정으로 원치않는 할머니도 있고 처음엔 서먹했으나 매주 월요일 나눔의 집을 방문해 말벗이 되고 일상을 함께 나누자 작가들에게 마음을 열고 따뜻하게 맞아주셨다”고 했다. 책에서 강일출 할머니는 목화, 김군자 할머니는 쑥부쟁이, 박옥선 할머니는 용담, 배춘희 할머니는 엉겅퀴, 이옥선 할머니는 패랭이꽃으로 표현됐다. 문 작가에 따르면, 김 할머니는 처음 찾아갔을 때 “사진 찍지 마”라며 마음을 열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마음속 깊은 이야기를 해줬다고 했다. 박 할머니는 수줍음 많고 조용한 성격이나 노래시간에는 점잔을 빼지 않고 춤사위도 수준급이라고 한다. 음악과 영화에 관심이 많은 배 할머니는 나눔의 집에서 예술가로 통하는데, 마이산으로 가을 소풍 갔을 땐 20분간 ‘단독 콘서트’를 했다. 차분한 성품의 이옥선 할머니는 책이 처음 나왔을 때 “이런 책들이 만들어져 우리 아이들이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며 신기해 했다고 한다. 문 작가는 이날 광복절을 맞아 “서른일곱 분의 할머니들이 살아계실 때 한·일 위안부 문제가 빨리 해결되고 행복한 여생을 보냈으면 좋겠다”면서 “촉각도서 6권을 1권으로 묶어 내년에 종이책으로 발간할 예정”이라고 했다. 글 사진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여전한 상처… 위안부 참상 잊지 말아요”

    “여전한 상처… 위안부 참상 잊지 말아요”

    ‘평화 소녀상’ 방문객 줄이어 광주 ‘나눔의 집’ 행사 개최 추미애 “日사죄… 명예회복을” “제 인생은 열여섯 꽃다운 나이로 끝이 났습니다.”1991년 8월 14일 서울 용산구에 있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사무실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학순(당시 67세·1997년 사망) 할머니가 처음으로 언론 앞에서 피해 사실을 공개적으로 증언했다. 김 할머니의 증언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세상에 처음 알려진 지 26년이 지났지만 위안부 문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회의’는 2012년 김 할머니의 최초 증언을 기리기 위해 8월 14일을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로 지정했다. 기림일을 하루 앞둔 13일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자리에 위안부 피해를 상징하는 ‘평화 소녀상’ 앞에는 휴일을 맞아 가족 단위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초등학생 자녀 둘과 함께 이곳을 찾은 정국식(42)씨는 “기림일 주간을 맞아 다시는 이런 안타까운 역사가 되풀이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알려 주고 싶어 오게 됐다”고 말했다. 소녀상 앞에서 텐트 농성을 이어 가고 있는 ‘일본군 성노예 문제해결을 위한 희망나비’ 소속 대학생 최나라니라(25·여)씨는 “기림일 주간을 맞아 많은 분이 소녀상을 찾아오고 있다”면서 “한·일 위안부 합의가 폐기되고 피해 할머니들이 법적 배상과 공식 사과를 받기 전까지는 이 농성을 이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한·일 위안부 합의 이틀 뒤인 2015년 12월 30일부터 600일(8월 18일) 가까이 소녀상 앞을 지키고 있다. 위안부 기림일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도 역사의 참상을 기억하기 위한 다양한 행사가 개최됐다. 지난 12일 경기 광주시 나눔의 집 부설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야외광장에서는 나눔의 집에서 생활하고 있는 위안부 피해자 박옥선·정복수·하점염 할머니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기림일 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위안부 합의에서) 최종적이어야 하는 건 일본의 사죄와 명예회복 조치”라고 말했다. 14일에는 ‘일본군 성노예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재단’(정의기억재단)이 서울 청계광장에서 피해자들을 위로하는 무용 공연을 진행하고 오후 6시부터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 할머니의 노래 공연 등을 개최한다. 기림일을 앞두고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현재 전국 각지와 캐나다 토론토 등 해외 지역에 총 99개의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질 예정이며 향후 그 숫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의기억재단이 피해자 할머니 후원을 위해 제작한 팔찌도 일반인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 위안부 기림일은 지난달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100대 국정과제를 통해 법적 기림일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추혜선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발의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유엔 기념일 지정 운동과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운동 등에 대한 국회의 지원에 관한 법률안’ 등 관련 법안이 아직 국회에 계류돼 있는 상태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만 이뤄지면 당장 내년부터 법정 기념일로 지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3일 위안부 피해 생존자 중 한 명이었던 김군자(91) 할머니의 별세로 현재 남아 있는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37명이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엄지척 논란’ 손혜원 “입이 열 개라도 할 말 없다”

    ‘엄지척 논란’ 손혜원 “입이 열 개라도 할 말 없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故) 김군자 할머니의 빈소에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밝은 표정으로 사진을 찍어 논란을 만든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다시 한 번 방송을 통해 사과했다.손 의원은 2일 KBS2 ‘냄비받침’에 출연해 “뭐라고 말씀드릴 거 없이 제가 잘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손 의원은 “(제가) 긴장의 끈을 놓친 것”이라며 “고 김군자 할머님 빈소에 사람이 없어서 쓸쓸하다는 말을 듣고 페이스북에서 사람을 모아서 20명만 같이 갔으면 해서 갔는데 100명이 넘게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는 모르는 분들이 오셨는데 3시간 동안 제가 상주처럼 모르는 사람들이랑 인사하고 그랬다”라며 “그러다 (조문객들이) 사진을 찍자고 하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된다’고 했는데 마지막에 10시가 넘어서 깃발까지 다 정리하고 나서 마지막 순간에 사진 하나 안 찍고 있다가 저한테 와준 사람들한테 고맙고 그래서”라며 사진을 찍게된 이유를 설명했다. 손 의원은 “(보좌관에게도) 변명하고 그런 건 절대 하지마라. 설명하려고 하지 마라. 무조건 ‘잘못했다’고 하자. 어쨌든 제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 없는 상황이다. 제가 잘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방송에 함께 출연한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제 손 의원님도 공인으로서의 자세를 생각하게 됐을 거다. 저는 지금 오래 정치를 했지 않냐. 그런 일이 참 많다. 공인이라는 위치에서 더 깊이 생각해야 한다고 다시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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