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의 대부”… KDI 창립 20돌
◎“인재의 산실”… 성장기 경제개발 견인/정책좌표 제시·대안개발 “독보적”/관논리 대변,“들러리” 전락 비판도/경제여건 변화 따른 새 위상 정립이 과제
그동안 경제개발정책수립을 위한 국책연구기관으로 독보적인 기능을 담당해왔던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1일로 창립 20돌을 맞았다.
KDI는 전문연구기관이 전무하고 이렇다할 경제전문가들이 별로 없었던 지난 71년부터 경제개발계획수립에 싱크 탱크로 깊숙이 간여,우리나라 경제성장에 큰 기여를 해왔다. 그동안 3차에서부터 6차에 이르기까지 경제개발계획수립에 핵심적 역할을 해왔고 내년부터 시작되는 7차 계획수립에서도 총량·재정·복지 등 9개 분야의 정책과제도출과 대안마련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국내외 경제여건변화로 새로운 위상정립과 진로모색에 부심하고 있다. 80년대 중반까지만해도 정부의 개발정책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으로 충분했으나 정부의 기획능력이 향상된데다 상당한 노하우를 축적함으로써 일일이 KDI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 89년 대외경제정책연구원과 국민경제제도연구원이 잇따라 설립된데다 민간경제연구소들이 많이 생기면서 위상마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에따라 KDI는 유능한 인력들을 다른 연구기관에 많이 뺏기고 경제진단 및 정책제시기능이 타성적이고 경직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학자적인 자세에서의 연구보다는 정부의 정책을 뒷받침하고 정당화하는 데만 주력해왔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최근 진념 경제기획원차관이 순시차 들른 자리에서 『주변 여건이 변화하고 있는데도 KDI는 제자리에 서있다. 경제기획원과 공동운명체인만큼 다른 연구기관들보다 한발 앞서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한 것도 KDI의 변신을 촉구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처럼 입지가 크게 좁아졌지만 KDI는 그동안 우리나라 경제성장에 큰몫을 하고 인재배출과 양성에도 많은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설립에서부터 80년까지 KDI를 이끈 김만제 초대원장(현 삼성생명 회장)은 같은 서강대교수 출신의 남덕우 당시 부총리와 호흡을 맞추면서 서강학파시대를 열었다. 그의뒤를 이은 김기환씨는 상공부차관을 거쳐 남북경제회담 수석대표로 일했고 3대원장인 안승철씨는 현재 중소기업 은행장으로 일하고 있다. 또 4대원장이었던 박영철씨는 청와대 경제수석을 거쳐 현재 고려대교수로 봉직하고 있다. 부원장 및 연구위원 출신들도 각계에서 활약하고 있다. 초기에 잠시 부원장을 맡았던 이봉서씨는 동력자원부장관을 거쳐 현재 상공부장관에 재임중이다. 김기환씨와 함께 일했던 사공일씨는 청와대수석을 거쳐 재무부장관을 지냈다. 김광석씨와 김수곤씨는 경희대에서 같이 일하고 있다. 전산실장이었던 김대영씨는 건설부차관을 역임했고 초빙연구위원이었던 황병태씨와 연구위원이었던 서상목씨는 국회의원으로 봉직하고 있다. 수석연구위원이었던 김적교씨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을 맡고 있다. 이들중 상당수는 관변 이코노미스트라는 지적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많은 기여를 한점은 부인할 수 없다.
구본호원장은 앞으로의 KDI 진로와 관련,다원화된 계층과 집단의 욕구를 수용하고 조정하는 종합적인 경제정책방향의 제시,남북통일에 대비한 미래지향적 연구기반 구축에 역점을 두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와함께 세계여러나라에 우리의 경제개발경험을 소개하고 오는 7월엔 경제개발의 공과를 점검하는 국제세미나도 가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