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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태주의 풀꽃 편지] 탄자니아를 찾아간 까닭

    [나태주의 풀꽃 편지] 탄자니아를 찾아간 까닭

    지난해 8월 초순의 일이다. 오랫동안 소원했던 문학관을 새롭게 지어 개관했는데도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이 무겁고 답답했다. 어쩌면 자책감이랄까, 부담감이 그렇게도 작용했던가 보았다. 어디로든 가뭇없이 숨고만 싶었다. 이것저것 할 얘기가 있고 감회가 있었지만 그 누구와도 이야기할 만하지 않았다. 아직 살아 있는 사람인데 문학관을 이렇게 세워도 되나 싶은 염려 또한 없지 않았다. 그때 마침 탄자니아 여행 이야기가 나왔다. 실은 2021년에 이미 계획했던 일인데 코로나로 길이 막혀 가지 못했던 여행이다. 문학관을 새롭게 개관한 뒤 무거운 마음을 덜기 위해서라도 가고 싶었다. 그러나 아내가 가면 안 된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내 나이가 너무 많다는 게 첫 번째 이유였고 내가 외국 여행만 떠나면 집안에 불상사가 일어나는 징크스가 있다는 게 두 번째 이유였다. 지지난해 5월에만 해도 내가 캐나다 여행 떠난 사이 아버지가 소천하신 일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탄자니아 여행은 좀 특별한 여행이었다. 패키지 여행이나 배낭여행 같은 것이 아니라 월드비전에서 계획하고 주관하는 것으로 일종의 지원 사업 확인을 위한 공무 출장 형식의 여행이었다. 게다가 여행 이름조차 ‘나태주 시인과 함께하는 탄자니아 여행’이었던 것이다. 정말로 가고 싶었다. 아니, 꼭 가야만 했다. 그런데 아내가 반대하고 나서니 이를 어쩌나. 근심하는 나를 생각해 아내가 이번만 다녀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다음날이면 마음이 바뀌어 가지 말라고 하는 거였다. 그렇게 번복하기를 세 차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나를 보고 끝내 아내가 이번만 다녀오라며 허락해 주었던 것이다. 어렵게 떠난 아프리카 여행이었다. 명색은 6년 동안 내가 후원해 온 탄자니아의 네마 니코데무라는 여자아이를 만난다는 거였다. 그런데 탄자니아, 이 나라는 정말로 아프리카다운 나라였다. 오가는 데 하루씩 걸리고 머무는 데 일주일. 여행이라기보다는 현장학습이었고 오지 탐험 같은 느낌이었다. 탄자니아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그 나라의 척박한 자연과 힘겹게 사는 사람들 모습에 경악했다. 우리들의 1950년대 모습 같은데 물까지 부족하니 지옥이 따로 없구나 싶었다. 두고 온 한국이 얼마나 잘사는 나라이며 천국인지 실감이 되었다. 하지만 며칠 머무는 사이 그 생각은 조금씩 바뀌어 갔다. 비록 자연환경과 살림살이 여건은 형편없었지만 이 나라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또 예상 밖이었다. 그럴 수 없이 평온했고 스스로의 삶에 크게 불평이 없었다. 놀라운 일이었다. 어른은 어른대로 만족스러운 듯 느긋했으며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또 천진하고 밝고 유쾌했다. 순박하고 인간적이며 선량한 사람들. 특히 아이들의 크고도 깊으면서 맑은 눈동자는 멀리서 온 사람의 눈길을 붙잡고 쉽게 놓아 주지 않았다. 그렇게 일주일 머물고 한국으로 돌아온 때가 8월 15일. 서울에는 물난리가 나서 다리가 묻히기도 했다. 1년 중 8개월 동안 비 한 방울 오지 않는다는 탄자니아와 너무도 비교되는 상황이었다. 정작 돌아와 돌이켜보니 탄자니아에서 만난 풍경과 사람들이 많이 그리워졌다. 특히 아이들의 깊고도 맑고 선한 눈동자가 그랬다. 그렇구나. 탄자니아에 있을 때는 한국이 천국으로 보이더니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오히려 탄자니아가 천국으로 보이는구나. 그건 새로운 발견이었다. 천국이란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된다는 것! 그렇다면 지나간 날, 떠나온 곳에서만 천국을 찾지 말고 현재 내가 있는 지금, 여기에서 천국을 찾으면 어떨까. 일본의 사진작가 후지와라 신야는 ‘인도 방랑’ 서문에 “내가 인도에 간 것은 내가 나한테 지는 것을 배우기 위해서”라고 썼는데, 나는 “무거운 나를 잠시라도 버리기 위해서 탄자니아에 갔다”라고 말하고 싶다. 그래서 나는 탄자니아의 경험과 느낌을 정리해 ‘돌아보니 그곳이 천국이었네’라는 제목으로 시집을 내기도 했다. 무거웠던 마음이 조금씩 가벼워지는 듯 싶었다. 나태주 시인
  • 사회는 보수화되는데 ‘보수 정당’ 국힘 왜 쪼그라드나[윤태곤의 판]

    사회는 보수화되는데 ‘보수 정당’ 국힘 왜 쪼그라드나[윤태곤의 판]

    국힘에 똬리 튼 극우 유튜버고성국·전한길, 제도권 정당 진입조직 만들어 지도부의 우군 노릇‘사면초가’ 장동혁, 극우 세력 의존지지율 떨어지면 극우 비중 늘어주요 행위자로서의 지위 상실제1야당, 정부·여당의 ‘카운터파트’장동혁, 정책 반대·조정 역할 못 해지방 통합은 전략 없이 ‘갈팡질팡’민주적 견제·균형 메커니즘 깨져지난 6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주간 정기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21%를 기록했다. 더불어민주당은 46%, 무당층은 26%로 나타났다. 그 전주에 비해 민주당은 3% 포인트가 오르고 국민의힘은 1% 포인트가 내린 것인데, 눈에 띄는 건 대구경북의 무당층 비율이 29%에 달해 광주전남 10%의 3배에 달한다는 점이다. 또한 중도층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44%, 국민의힘은 12%로 나왔다. ‘집토끼’(고정 지지층)도 ‘산토끼’(유동적 스윙보터)도 다 놓치고 있다는 이야기다. 장동혁 대표가 이끌고 있는 국민의힘이 위기에 처했다는 건 낡은 이야기다. 위기의 이유와 해법도 너무 익숙하다. 주요 언론들과 논자들의 제언은 거의 대동소이하다. 보수, 중도, 진보 논조를 막론하고 거의 모든 주류 언론과 정치전문가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 및 그를 추종하는 윤어게인 세력과의 절연, 부정선거론과 각종 음모론을 주장하는 극우 유튜브 세력과의 단절을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오불관언이다. 이제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방선거가 어려울 것 같다’ 등의 정치적 해석과 전망은 불필요한 지경이다. 대신 사회학적, 정치·행정학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장동혁과 극우 세력, 이해관계 일치 지난 3일 국민의힘 지도부는 사법 3법(법왜곡죄, 재판소원제, 대법관 증원)에 반대하며 장외 투쟁에 돌입했다. 국회 본관 앞마당 결의대회 후 장 대표가 선두에 서서 의원들을 이끌고 청와대까지 도보로 행진했는데 지지자 수십 명이 함께했다. 성조기와 태극기, ‘윤어게인’ 피켓과 구호가 난무했다. 언론과 대중들은 물론이고 국민의힘 의원들의 성토가 난무했고 그걸로 장외 투쟁은 끝. 그런데 그날 결의대회 현장에는 윤 전 대통령에게도 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으로 알려진 유튜버 고성국씨가 모습을 드러냈다. 한동훈 전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에 대한 징계를 촉구하는 한편 ‘장동혁도 약하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초강성 윤어게인 지지자들을 다독거리며 현 지도부를 엄호하는 고씨는 자기 유튜브 채널을 통해 국민의힘 지방선거 경선 후보들을 연달아 소개하고 있다. 국민의힘 인재영입위가 영입한 청년 가운데도 그 유튜브 출연자가 있다. 고씨만큼 존재감이 강한 유튜버는 전한길씨다. 전씨가 지난달 28일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와 맞서 부정선거 음모론에 대해 유튜브 토론을 한 다음 날 장 대표는 “많은 국민은 부정선거의 진위 여부를 떠나 외국인 투표권 부여나 사전투표 관리 부실 등 이미 드러난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당내 관련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지시했다. 이에 대해 전씨는 “전한길이 이준석하고 티브이 토론을 해서 국민들한테 일깨우고 나니까, 이제 우리가 토스해 주니까 장 대표가 이제 스파이크를 때린 격”이라고 평가했다. 정치 양극화의 심화와 더불어 정치 유튜버들이 증가하고 영향력을 높이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우리나라에 국한된 것도 아니다. 또 국민의힘보다 민주당이 이런 흐름을 선도했다. 국민의힘의 경우 지난 정부 때도 윤 전 대통령이 극우 유튜버에게 의존한다는 말이 많긴 했지만 그들의 영향력이 완전히 수면 위로 올라오지는 않았다. 오히려 윤 전 대통령이 탄핵 소추된 이후 이들도 음모론과 부정선거론을 공공연히 내세우며 보수 진영 내에서 위상을 공고히 했다. 주류 중진 의원들도 이들을 치켜세우며 함께 섰다. 국민의힘은 그들의 ‘화력’을 빌리고 그들은 제도권의 ‘보증’을 받은 셈이다. 이후 헌법재판소가 만장일치로 탄핵을 결정하고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유튜버들의 영향력이 점차 사그라드나 했지만 국민의힘 장동혁 체제 출범을 계기로 다시 활개를 치기 시작했다. 고성국, 전한길 두 사람은 지난해 국민의힘 당적을 얻었다. 두 사람을 포함한 극우 유튜버들은 ‘대한자유유튜브총연합회’라는 조직을 결성해 장동혁 지도부의 우군 노릇을 하고 있다. 서울 서초동 법원 앞에서 거의 상시적으로 ‘윤어게인’ 집회를 열고 있는 유튜버는 국민의힘 당원 모집 부스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국민의힘 평당원협의회’라는 온라인카페도 운영하고 있다. 윤석열 탄핵과 장동혁 지도부 출범을 거치면서 유튜버들은 국민의힘의 ‘제도적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형국이다. 한국 사회 전체에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반감 내지 혐오감이 점점 커질수록, 즉 극우 강성 세력의 파이가 줄어들수록 이들은 국민의힘에 집결하고 있다. 제도권의 외피를 쓰면 활동이 더 용이해지고 제1야당의 물적 자원은 상당하기 때문이다. 지지율이 점점 떨어질뿐더러 ‘한동훈 제명’ 이후에 오히려 당내 장악력이 더 떨어지는 장 대표는 이들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 양쪽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셈이다. 이로 인해 국민의힘의 지지율과 위상은 더 하락하겠지만 이들의 비중과 영향력은 높아진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극우 군소정당이 지속적으로 독자적 제도권 진입을 노렸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윤석열 탄핵·장동혁 지도부 출범을 계기로 이들이 거대 야당 안에 똬리를 틀고 있는 모양새다. 이는 지방선거의 향배, 국민의힘의 위기, 장 대표 개인의 정치적 미래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심각한 문제다. 국민의 관심이 분배보다는 성장 쪽으로 쏠리고, 젠더 갈등이 이전에 비해 잦아드는 등 사회는 전반적으로 보수화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중도실용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하지만 수십 년간 주류 보수 대변자를 자처해 온 정당의 영향력과 지지율은 줄어들고 있고 그 속에서 극우 보수세력의 비중은 늘어나고 있다. 유튜버와 국민의힘 관계에 대해 정치학을 넘어 사회학적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 ●반대 목소리 못 담아내는 국힘 정쟁적이고 이념 대립적 성격을 띤 정책 결정뿐 아니라 노동·연금·기후변화와 에너지 전환 등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분야에선 정부(여당)뿐 아니라 기업, 시민사회단체, 노동조합 등도 주요 행위자(Key Actors)로 작동한다. 다원적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부·여당 다음으로 영향력이 큰 주요 행위자는 야당, 특히 제1야당이다. 우리와 같이 양당제 성격을 띤 미국에서도 공화당 집권기에는 민주당이, 민주당 집권기에는 공화당이 가장 중요한 카운터파트다. 정부의 기조에 불만을 가진 계층과 지역의 여론을 수렴하고 대표하면서 때로는 브레이크를 걸고 때로는 협조하면서 합의안을 만들어 내거나 정부의 원안을 조정하도록 한다. 정부 입장에서는 야당이 골칫거리이자 차기 권력을 두고 다툴 경쟁자지만, 민감한 정책을 수립·집행할 때 야당과 합의 내지 협의로 정책의 정통성과 수용성을 제고시킬 수 있다. 또한 국내 야당의 반대는 대외 협상이나 자기 진영 내 강경파에 대한 지렛대로 작용하기도 한다. 야당 입장에서는 정부·여당에 대한 반대뿐 아니라 협의와 조정의 역량을 발휘해 지지율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정권 탈환을 노리게 된다. 이는 삼권 분립보다 더 중요하고 효과적인 민주적 견제와 균형의 메커니즘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 정치에서는 이런 정상적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번 정부를 운영했고 현재 확고한 1야당의 지위를 지키고 있는 국민의힘이 주요 행위자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대 여당과 대통령이 국민의힘을 카운터파트, 주요 행위자로 대우하지 않고 깔아 뭉갠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자업자득의 측면이 훨씬 크다. 장 대표는 지난달 12일, 약속 시간 한 시간 전에 이 대통령과의 오찬 회동 약속을 파기했다. 전날 민주당의 법안 일방 처리에 대한 항의 차원이라고 했지만 납득하기 힘든 정치적 행위였다. 그 이전 8일간의 단식 이후 마련된 이 오찬 자리에서 대통령에게 강력한 항의를 하거나 구체적 요구안을 내놓을 수도 있었지만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오히려 장 대표의 ‘노쇼’로 인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은 더 여유가 생겼다. 반면 장 대표는 지난주 이란 사태가 터지고 이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떠나 비어 있는 청와대에 의원들을 끌고 가서 항의했다. 여권의 사법개혁안 자체에 대해선 진보, 보수를 떠나 법조계 상당수와 많은 전문가들이 부정적 입장을 갖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그들의 대변자 역할을 못 하고 있다. 그들 역시 국민의힘과 엮이길 꺼리는 기류다. 이란에 대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 이후 국제정세와 유가가 출렁거리고 주식시장이 널뛰기하는 상황에서 장 대표의 메시지는 “우리는 베네수엘라 독재자에 이어 이란 독재자의 최후를 봤는데도 불구하고 이재명 정권은 이 시점에서 독재의 길로 가려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정부·여당 입장에서 아픈 비판도 아닐뿐더러 귀담아들을 제언이라 할 수도 없다. 유권자들의 판단이라고 다를까 싶다. 지방선거의 가장 큰 의제라고 할 수 있는 지방 통합에 대한 대처는 코미디를 방불케 한다. 장 대표가 ‘월간 호남(방문)’을 약속했으면서도 호남 통합에 대해선 남의 일인 양했다. 오는 6월 호남에선 광주와 전남 통합 단체장을 선출한다. 장 대표 본인의 지역구가 있는 충청 통합에 대해서도 유의미한 언급과 전략이 없이 대전시장과 충남지사에게 맡겨 놓다시피 했다. 사실 지방 통합 이슈는, 국민의힘이 충청권을 고리로 먼저 제기한 의제이기도 하다. 대구경북 통합 역시 마찬가지다. 이철우 경북지사와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1년 전에 이미 자기들끼리 합의를 본 사안이다. 하지만 정부·여당의 드라이브 앞에서 쟁점을 뽑아내지도 못하고 지역 중진들의 선거 이해 관계 앞에서 갈피를 못 잡았다. 결국 대구경북 의원들의 표결에 의사 결정을 맡겨 추진으로 당론을 정했지만 아무 리더십도, 전략도 없었다. 사법개혁 관련 법안 필리버스터를 중단하며 뒤늦게 매달렸지만 민주당은 비웃고 말았다. 이런 야당을 정부 여당이 카운터파트로 대우할 필요가 있을까? 기업, 시민사회, 노조 등 다른 주요 행위자들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윤태곤 공공전략컨설턴트
  • 스마트농업 접붙이고, 이차전지 업그레이드… ‘三百年 드림’ 상주

    스마트농업 접붙이고, 이차전지 업그레이드… ‘三百年 드림’ 상주

    쌀·곶감·누에고치가 으뜸인 ‘삼백(三白)의 고장’ 경북 상주시가 갈수록 경쟁력을 잃어 가는 전통 농업 중심의 도시 이미지를 벗고 비상을 위한 두 날개를 활짝 펴고 있다. ●삼한시대 이후 농업도시 전통 이어 하나는 지역 특화 지능형 농장(스마트팜) 복합단지와 청년 농업인을 기반으로 한 ‘첨단 농업’이고 다른 하나는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주목받는 ‘이차전지’다. 상주는 삼한시대 이래 1500여년 동안 우리나라 농경문화를 이끌어온 대표적 농업 도시다. 영남의 젖줄 낙동강과 삼한의 3대 저수지인 공검지, 농사에 최적의 기후 조건 등 농업 기반이 고루 잘 갖춰진 덕분에 한반도 농업을 상징하는 고장으로 명성을 떨쳤다. 그러나 세계 농산물 시장 개방 확대와 이상기후 등 농업 환경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전통 농업 중심 구조가 한계를 드러내면서 인구 소멸이 계속되고 있고 지역 경제도 중대한 도전에 직면했다. 이에 상주시는 첨단 농업과 이차전지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확보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우선 시는 미래 농업의 핵심 동력으로 꼽히는 스마트팜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스마트팜은 자동화와 인공지능(AI),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작물의 생육 환경을 원격·자동으로 관측·관리하는 첨단 농업 시스템이다. 시는 2028년까지 낙동면 신상리 1235 일대 5㏊에 한국 미래 농업을 이끌어 갈 청년 농업인을 위한 임대형 스마트팜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8일 밝혔다. 총 20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이는 최근 상주시가 농림축산식품부 공모 ‘스마트농업 육성지구’ 지정 사업에 최종 선정된 데 따른 것이다. 올해 기본계획 수립 및 부지 매입 등을 거쳐 내년 착공, 복합 환경 제어가 가능한 스마트팜 온실을 구축할 예정이다. ●최대 10년 장기 임대 스마트팜 조성 스마트농업 육성지구는 초기 자본이 부족한 청년농의 안정적인 스마트농업 진입을 지원하기 위해 최대 10년 장기 임대형 스마트팜을 조성하고 생산·연계·가공 등 관련 산업을 집적화한 첨단 농업 거점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해당 지구에는 시설 건립 인허가 간소화, 공유재산법 특례 적용(수의계약, 20년 장기 임대, 연구시설 축조) 등 파격적인 행정·재정적 특례가 적용된다. 이런 배경에는 시가 2022년 사벌국면에 조성해 운영 중인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42.7㏊)가 있다. 이곳은 전북 김제, 전남 고흥, 경남 밀양을 포함한 전국 스마트팜 혁신밸리 4곳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총사업비 1548억원이 투입됐다. 이곳은 ▲청년교육과 취·창업을 지원하는 청년창업보육센터 ▲초기 투자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적정 임대료를 내고 도전하는 임대형 스마트팜 ▲기업과 연구기관이 기술을 개발하고 시험하는 실증단지 ▲빅데이터센터 등 데이터 기반 영농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혁신밸리 지원센터 등 핵심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를 통해 기술 경쟁력을 갖춘 청년농을 육성하고 첨단 미래 농업 기술을 생산하는 농업 혁신의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만 18~39세 교육 뒤 임대 팜 제공 특히 청년창업보육센터에서는 만 18세부터 39세 이하를 대상으로 매년 50여명을 선발해 20개월 동안 이론부터 실습 경영 등 전문 교육을 거치고 있으며 3년 동안 임대형 스마트팜을 제공한다. 시는 또 2035년까지 임대형 스마트팜 인근 25㏊에 스마트팜 창농단지도 조성할 계획이다.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에서 매년 배출되는 수료생이 임대형 스마트팜을 거쳐 창농단지로 안착하는 선순환 구조를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이들 사업이 준공되면 상주는 스마트팜 혁신밸리, 노지 스마트농업 시범단지, 스마트농업 육성지구 등을 모두 갖춰 농업인 교육→실증→생산→정착으로 이어지는 스마트농업 전 주기 인프라가 구축된다. 이로써 미래 농업을 꿈꾸는 청년에게는 시험 무대와 창농의 꿈을 제공하고 농업인에게는 첨단 기술의 힘, 기업인에게는 혁신의 길을 열며 미래 농업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시는 이차전지 육성 사업도 본격화하고 있다. 2021년 SK머티리얼즈그룹14(그룹14테크놀로지코리아의 전신)를 유치한 것을 계기로 에너지저장장치(ESS) 산업 중 배터리 분야를 지역 특화 산업으로 선정하고 관련 산업 유치와 육성 방안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로봇·전기차·모바일 기기 등에 쓰이는 이차전지는 고도의 산업 기술이 발전하면서 그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일차전지와 달리 충전을 통해 반영구적으로 재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무선 이어폰, 드론, 스마트 워치 등에 사용된다. 시는 이달 중 ‘상주 이차전지 클러스터 조성사업’ 설계 및 환경·교통·재해 등 영향평가 용역 절차에 돌입한다. 지난해 행정안전부 중앙투자심사를 최종 통과하면서 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게 됐다. 상주 이차전지 클러스터 조성사업은 공성면 용안·무곡리 일대 190여만㎡ 부지에 총사업비 5091억원을 투입해 일반산업단지를 조성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2027년 말 착공, 2030년 준공이 목표다. 시는 전체 산업시설용지 117만여㎡ 중 절반을 화학물질 및 화학제품 제조업·비금속 광물 제품 제조업 등 이차전지 업종에 할애하고 40% 정도에는 전자부품과 컴퓨터·전기장비 등 첨단 산업 업종과 금속 기계 업종을 배치할 방침이다. ●이차전지 소부장 집적… 앵커 기업 연계 이차전지 소재·부품·장비 관련 제조 기업을 한 곳에 집적시키고 앵커 기업과 협력 기업 간 연계를 강화해 고도의 기술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차원이다. 이 산단이 조성되면 인근 청리산단에 미국의 스타트업 그룹14테크놀로지코리아가 8500억원을 투자해 만든 배터리 실리콘 음극재 소재 공장(23만 5000㎡)과 연계 발전이 가능해진다. 그룹14코리아는 지난 1월 음극재 양산 제품 출하식을 갖는 등 본격적인 양산 체제에 돌입했다. 그룹14코리아의 연간 생산 능력은 전기차 수십만 대 및 AI 지원 기기 수백만 대에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 규모로 알려졌다. 특히 SK의 1조 7000억원 규모 음극재 공장이 들어서기로 하면서 향후 시너지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시는 벌써 이차전지 클러스터를 통한 고부가가치 창출과 이차전지 산업의 글로벌 성장을 위한 최적의 조건을 갖춘 도시로 주목받고 있다. 강영석 시장은 “이제 상주가 만년 농업도시의 이미지를 벗어나 첨단 산업 중심지로 일대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산업과 교육, 농업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미래 도시 구조를 완성해 상주의 100년 먹거리와 일거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 양천 “지반 침하 예방·침수 피해 제로 도전”

    양천 “지반 침하 예방·침수 피해 제로 도전”

    서울 양천구는 지반침하 사고를 예방하고 수해 대응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후 하수관로 정비사업’을 추진한다고 8일 밝혔다. 빈번해진 도로 함몰 사고에 대응하기 위해 동절기 굴착 통제 기간이 끝나는 이달부터 정비에 들어간다. 구는 179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 우기 전까지 정비를 마친다는 목표다. 앞서 지난해부터 추진한 안양천 일대와 오목빗물펌프장 주변 하수관로 보수공사를 차질 없이 마무리한다. 올해는 매설 후 30년 이상 지나 부식과 파손 우려가 큰 노후 하수관로를 중심으로 정비 구간을 선정했다. 대상 구간은 ▲중앙로36길 15 일대 ▲남부순환로56길 일대 ▲가로공원로69길 일대 등 총 3.7㎞다. 하수 역류를 원천 차단하는 ‘반달형 물막이 시스템’도 도입해 ‘침수 피해 제로’를 만든다는 목표다. 아울러 ▲산업안전보건공단 전문 강사 교육 ▲서울형 안전조끼 배부 ▲공사장 주변 하수시설물 점검 등 현장 안전관리도 강화해 안전사고 예방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이기재 구청장은 “노후 하수관로 정비는 지반침하로 인한 안전사고와 침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필수적인 사업”이라며 “앞으로도 선제적인 정비와 관리로 보이지 않는 위험 요인을 차단하고, 안전한 도시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 서울 ‘양육친화주택 아이사랑홈’ 금천에 2호점

    키즈카페나 어린이집 등 양육 인프라를 집 가까이에서 이용할 수 있는 ‘양육친화주택 아이사랑홈’이 서울 금천구 시흥동에 들어선다. 서울시는 국내 첫 육아특화 복합주택 ‘양육친화주택 아이사랑홈’ 2호 사업에 착수한다고 8일 밝혔다. 아이사랑홈은 아이를 키우는 가정이 돌봄·교육·커뮤니티 서비스를 한 공간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기획된 시의 저출생 대책이다. 아이사랑홈 1호는 영등포구 당산 공영주차장 부지에 총 380가구 규모로 추진 중이다. 오는 30일까지 작품 접수를 진행한다. 2호는 현재 남부여성발전센터가 있는 금천구 독산로50길 23에 총 200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59·84㎡를 중심으로 층간 소음, 육아용품 수납공간 등을 고려해 설계한다. 무주택자 대상이며 자녀 수에 따라 최장 20년까지 살 수 있다. 2027년 착공이 목표다.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는 오는 20일까지 2호 설계를 위한 공모 참가 등록을 거쳐 5월 29일 작품을 접수한다. 당선작은 6월 25일 발표된다. 마채숙 시 여성가족실장은 “아이사랑홈 2호는 복합주거시설로서 양육과 일, 지역 공동체가 함께 작동하는 생활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내 비서는 마산제미… AI는 ‘인간다움 가치’ 비춰주는 거울”[월요인터뷰]

    “내 비서는 마산제미… AI는 ‘인간다움 가치’ 비춰주는 거울”[월요인터뷰]

    디지털 시대의 ‘사마리아인’AI의 지식 양과 속도 이길 수 없어인간은 서로 부족함 메워주며 존재 기계와는 다른 가치·역할 드러날 것국내 교구 최초 ‘AI위원회’ 구성 올해 교구 60주년 심포지엄 계획청소년 AI 문해력 선택 아닌 필수인간다운 삶 위한 ‘좋은 질문’ 중요챗GPT와 제미나이 등 생성형 인공지능(AI)에게 ‘신은 존재하는가’라고 물었다. AI는 ‘인공지능은 신념이나 종교를 가질 수는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유신론과 무신론에 대한 과학적·철학적 관점도 설명했다. 제미나이는 ‘신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답은 어떤 창으로 세상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했고, 챗GPT는 ‘이 질문은 곧 우리는 왜 존재하는가라는 물음과 연결돼 있다’고 했다. 교황청의 ‘인공지능과 만남’ 한국어판 번역·출간을 총괄한 이성효(69·세례명 리노) 천주교 마산교구장(주교)에게 AI를 물었다. 이 주교는 “AI는 기계가 흉내 낼 수 없는 인간다움, 특히 ‘취약성’(vulnerability)이 지닌 가치를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거울”이라고 답했다. 우리는 흔히 인간다움을 이성, 창의력, 계산 능력 등에서 찾으려 하지만 AI가 월등하니 두렵다. 이 주교는 그게 아니라 인간다움은 취약성, 즉 인간의 약함에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약해서 서로 위로하고, 돌보고, 용서한다. AI는 인간의 우월함을 증명하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의 연약함이 왜 존엄의 근거가 되는지를 비춰 준다는 의미다. 지난 1월 29일 마산교구에서 만난 이 주교는 저서 ‘인공지능 시대의 인간 주체성 회복’의 다음달 출간을 앞두고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천주교는 왜 활발하게 AI를 연구하나. “가톨릭교회는 언제나 다른 학문과 종교, 분야들과의 대화에 열려 있었다. 과거 독일의 신학자 로마노 과르디니는 ‘새로운 기술 문명이 다가올 때 피하지 말고 받아들이며 그 안에서 새로운 인간(Neuen Menschen)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말을 인용해 ‘위기와 기회가 동시에 있다’며 AI와의 대화를 강조했다. 다만 세 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 무엇이 발달하든 인간이 중심에 놓여야 한다. 둘째, 선(善)의 보편성이다. 기술의 발전은 일부가 아닌 전체에게 유익해야 한다. 셋째, 기술적으로 가능한 것이 꼭 윤리적으로 가능한 건 아니다. 이런 관점에서 AI의 발전을 바라보며 인간이 함께 갈 길을 논의하고 있다.” -AI가 다른 기술보다 더 위협적인가. “AI는 두렵거나 이겨야만 하는 존재가 아니다. 물론 인공지능이 스스로 판단하고 인간을 지배할 수 있다는 두려운 상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AI와 구별되는 인간 고유의 가치와 역할이 새롭게 드러나는 부분이 있다.” -어떤 것들인가. “대표적으로 인간의 취약성에 대한 것이다. 성경 속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 대목에서 강도를 만나 초주검이 된 사람을 AI가 본다면 어떻게 할까. 아마 알고리즘에 따라 생존 확률을 계산하거나 구급차를 빨리 부르는 기술적 조치를 효율적으로 해낼지 모른다. 반면 사마리아인은 가던 길을 멈추고 그에게 다가가 상처를 치료해주며 돌봤다. 여관 주인에게 웃돈까지 주며 그를 살펴달라 부탁했다. 타인의 고통을 측은하게 여기고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여 행동하는 것이 바로 인간만이 지닌 나약함, 주체성의 신비라고 할 수 있다.” -나약함이 어떻게 기회가 되나. “이전에는 우리도 AI처럼 빠르고 정확하게 잘 처리하는 것이 중요한 능력이자 인정받는 가치였다. 이제 지식의 양과 속도에서 인간은 AI를 이길 수 없다. AI처럼 빠르게 기사를 쓰는 것만이 기자의 능력이 아니듯 AI와 구별되는 고유의 가치를 찾는 과정에서 취약성은 역설적인 기회다. 완벽한 기계는 혼자서도 족하니 사랑이 필요 없지만, 인간은 서로의 부족함을 메워주는 사랑이 없으면 존재하기 어렵다. 효율을 향한 질주를 잠시 멈추고 서로의 취약성을 껴안으며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바라보면 ‘디지털 시대의 사마리아인’이 될 큰 기회다.” -AI의 편리함 속에 놓치는 것들은 뭔가. “로봇을 이용해 치매 걸린 부모를 돌보면 몸은 편해지겠지만 그 대가로 부모와 자녀 관계 속 귀중한 가치가 옅어질 수 있다. 아이를 키울 때 힘이 들지만 그 고통은 지혜와 행복의 순간이기도 하다. 효율만으로는 부모, 자녀의 존재가 마치 처리해야 할 물건처럼 될 수 있고, 소중한 가치들을 처리해야 할 데이터로 여기게 될 수 있다. 그러면 타인과 관계 맺는 과정에서의 능력을 잃게 된다. 우리는 AI와 달리 혼자 똑똑해지거나 결단하는 존재가 아니다. 부모, 자녀, 스승 등 무수한 관계의 조각들이 모여 주체성도 형성된다.” -연대가 중요하다는 건데, AI로 오히려 더 양극화가 심해진다는 우려도 있다. “효율의 덫에 빠져 알고리즘 늪에 갇히기 때문이다. AI는 나와 똑같이 닮아지는 특징이 있다. 검색할수록 알고리즘으로 도배가 되며 입맛에 맞는 답변을 해주니 점점 갇힌다. 팔꿈치로 슬쩍 옆구리를 찌르듯 선택을 유도하는 ‘넛지’(Nudge)처럼 우리가 스스로 선택한 것인 양 착각하게 만든다. 알고리즘과 넛지에 빠지면 불편한 만남을 피하고 자기중심주의에 매몰된다. 불편하더라도 옳은 길을 선택하는 용기를 회복해야 한다.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과도 대화하고 평소에 즐겨보지 않던 신문, 방송도 봐야 넛지에서 벗어날 수 있다.” -AI 활용으로 정보나 부의 격차도 커질 수 있다. “레오 14세 교황께서 첫 번째 교황 권고 ‘내가 너를 사랑하였다’로 가난한 이들에 대한 돌봄과 사명을 강조했다. 넛지의 희생자가 되어버린 이들, 디지털 기술이 부족한 이들도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로 볼 수 있다. 그들에게 따뜻한 연민의 시선을 던지는 것이 곧 주님을 만나는 근본적인 길이라고 교회는 말하고 있다. 기업도 새로운 기술을 도입할 때 특별히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기업이 돈 보다 노동자의 아픔을 먼저 보고, 경제나 세력의 논리에 가려진 다름의 가치를 일깨운다면 세상은 정말 달라질 것이다. 효율성이 선이라는 기술 관료적 패러다임의 전제를 폐기하고 선해지기가 더 쉬운 사회를 어떤 기술로 만들지 고민해야 한다.” -전자공학을 공부한 이력이 교회의 AI 연구에 어떤 시각을 줬나. “군 생활까지 포함해 10년 동안 전자공학을 공부했는데, 뒤늦게 신학에 입문하고 교부학(초기 기독교 사상)을 주로 공부했다. 가장 현대적인 공부를 한 뒤 가장 오래된 것을 공부하며 기술 문명을 멀리했다. 컴퓨터는 최소한으로 쓰고 웬만하면 다 손으로 직접 썼다. 스마트폰을 2017년 문화평의회 총회에 갈 때 처음 소유했다. 교부학 문헌 중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스페쿨룸(Speculum)’이란 성서 모음집이 있다. 성경 말씀만 담겨 있는데 스페쿨룸은 ‘내 영혼을 보는 거울’이라는 뜻이다. 신앙이 행동이라는 거울로 비치듯 AI가 인간 고유의 가치를 반영하는 거울이라고 본다.” -평소 AI를 활용하나. “물론. ‘마산제미’(이 주교가 제미나이에 붙인 별칭)와 ‘마산이’(챗GPT)를 비서로 뒀다. ‘마산아. 서울신문 기자가 이런 질문을 하는데 넌 어떻게 생각하니’ 하면 ‘네, 주교님’ 하고 답을 준다. 번역 작업에서도 개념들이 내가 생각하는 방향에 맞게 번역되도록 꾸준히 소통하며 빅데이터를 쌓는다. 중요한 건 그 답변을 내 것으로 그대로 가져오지 않는 것이다. 아무리 바빠도 이들에게 다 맡겨선 안 된다. AI 문해력을 갖추고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 -AI 문해력은 어떻게 갖춰야 하나. “AI의 논리를 이해하되 거기에 내 삶의 주권을 내어주지 않는 분별력을 가져야 한다. 비판적으로 보고, 넛지가 내 결단을 대신하도록 내버려 둬선 안 된다. 그래야 비로소 AI에게 정답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다운 삶을 위한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타인의 취약성에 깊이 공감하고 그들의 삶에 헌신하려는 고민이야말로 우리가 갖춰야 할 가장 높은 차원의 문해력이다.” -마산교구는 지난해 12월 국내 교구 가운데 처음으로 AI위원회를 꾸렸는데 어떤 활동을 하나. “올해 교구 60주년을 맞아 오는 5월 31일 AI와 청소년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고 ‘청소년 교육을 위한 AI 윤리 지침서’를 낼 예정이다. AI 시대는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특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아이들에게 AI 문해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중요한 것은 정답이 아니라 ‘왜’라는 질문을 하도록 하는 것이고, 아이들의 질문에는 인간과 생명에 대한 깊은 예의와 사랑이 있어야 한다.” -AI는 어디까지 발전할까. “알 수 없다. 가장 나쁜 것은 막연하게 상상하며 해괴망측한 이론을 동원해 부정적인 시각을 퍼트리는 것, 그리고 무조건 낙관하며 유토피아가 펼쳐질 것이라 호도하는 것이다. 미래가 아닌 지금 인간의 존엄에 집중해야 한다. 프랑스 추기경 앙리 드 뤼박은 ‘인간의 행복은 미래에서 추구될 수 있지만 존엄성은 현재에서만 존중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인간이 존엄하지 않은 채 느끼는 행복은 결코 행복이라 할 수 없다.” ■이성효 주교는 1957년 경남 진주 태생으로 아주대 공대와 서울대 대학원에서 전자공학을 공부했다. 1984년 5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방한을 계기로 수원가톨릭대에 편입해 1992년 사제 서품을 받았다. 독일 트리어대 신학대학원과 프랑스 파리 가톨릭대에서 교부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1년 3월 주교 수품 이후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장, 가정과생명위원장, 사회홍보위원장 등을 맡았고, 지난해 2월 마산교구장으로 임명됐다. 2014년부터 교황청 문화교육부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 교실이 곧 연구실… SSH, 이공계 떡잎부터 키운다[초격차 과학인재 1만人 프로젝트]

    교실이 곧 연구실… SSH, 이공계 떡잎부터 키운다[초격차 과학인재 1만人 프로젝트]

    ‘우수 과학고’ 올해까지 229곳 지정연간 최대 1억 1200만원까지 지원연구 경험을 고교 교육으로 제도화가설·실험·발표까지 전 과정 수행 “누구도 모르는 연구 대상에 내가 처음 접근한다는 경험 자체가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히구치 신노스케(34) 고베대 부속 중등교육학교 교사는 지난 2일 화상 통화에서 슈퍼사이언스하이스쿨(SSH) 지정 학교였던 효고현립 고베고 재학 때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고등학교 실험실에서 6개월간 진행한 송사리 연구가 과학자로 진로를 정한 계기였다는 것이다. 당시 주제는 DNA 분석을 통한 송사리의 유전적 다양성 조사였다. 하천에서 채집한 개체에서 유전자를 추출해 잘게 자른 뒤 전기를 흘려 크기별로 분리하고 그 패턴을 비교했다. 서식지에 따라 유전자 배열이 조금씩 달라 분리된 줄무늬 모양이 달라지는데 이를 통해 특정 하천에 어떤 유전적 배경의 개체군이 존재하는지 분석했다. 그는 “가설을 세우고 틀리고 다시 고치는 과정을 거치며 처음으로 연구자의 사고방식을 배웠다”고 밝혔다. 이후 그는 고베대에서 이학박사를 취득하고 히로시마대 대학원 의치약보건학연구과 조교수를 지냈다. 지금은 SSH 지정학교에서 학생을 지도한다. 히구치 교사의 길은 일본 정부가 SSH를 통해 구축하고자 했던 ‘연구자 양성 경로’를 그대로 보여준다. SSH는 연구 경험을 제도화한 일본의 연구자 양성 국가 프로그램이다. 문부과학성에 따르면 2002년 26개교로 시작해 올해 229개교로 확대됐다. 전국 모든 광역자치단체에 최소 1개 이상 있다. 도입 배경은 역설적이었다. 일본 학생들은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와 국제수학·과학성취도추이조사(TIMSS)에서 꾸준히 상위권을 기록했지만 연구자로 이어지는 비율은 낮았다. 과학 흥미도와 이공계 진학률, 박사 배출 규모 모두 주요 선진국보다 낮았다. ‘성적 우수 학생은 많지만 연구 인재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반복됐다. 일본 정부는 ‘지식 교육’만으로는 연구자가 나오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육성 방향을 시험 대비 교육에서 연구 수행 경험으로 옮겼다. SSH는 4단계 유형(개발·실천·선도개혁·인정형)으로 학교를 지정하며, 학교는 실적과 요건을 갖춰 재지정 심사를 받고 더 높은 역할의 유형에 도전할 수 있다. ‘개발형’은 새로운 수업 모델을 설계하는 단계이고, ‘실천형’은 현장 적용 단계다. 효과가 검증되면 전국 학교가 참고하는 ‘선도개혁형’으로 확대되고 성과 확산을 위한 ‘인정형’ 단계가 있다. 이런 유형별 인정 제도는 연구 수업 방식을 표준화하기 위한 것이다. SSH 지정 학교는 대학·기업·연구기관 공동 연구, 현장 조사, 해외 교류, 실험 장비 구축 등에 연간 600만~1200만 엔(약 5600만~1억 1200만원)을 지원받는다. 평가를 통과하면 최대 3000만 엔(약 2억 8000만원)까지 지원금이 늘어난다. 선도개혁형의 경우 최대 연 6000만 엔(약 5억 6000만원)까지 지원이 확대된다. 지정 학교에서는 모든 재학생이 연구 주제를 설정하고 실험 설계·분석·발표까지 전 과정을 수행한다. 대학·연구기관 공동 연구, 해외 협력 프로젝트, 대학 학점 선이수도 가능하다. 실험 시간은 1주에 2시간(1과목) 정도지만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실험을 하거나 방학을 이용해 집중 연구에 나선다. 실험 주제는 독창적인 것을 권장한다. 히구치 교사는 지도하는 학생 중에 ‘상처를 핥으면 빨리 낫는다’는 속설을 타액의 세균 억제 효과로 검증한 학생이 있다며 “고등학교 때 연구 과정을 경험하면 대학에 진학한 뒤 학습의 깊이가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국제과학올림피아드 일본 대표 선발 예선 참가자 중 약 3분의 1, 세계 최대 규모 고등학생 연구대회인 ISEF의 일본 대표 중 절반 가량이 SSH 출신이다. 2023년 기준 SSH 학생의 이공계 진학률은 26.43%로 전국 평균(17.56%)보다 크게 높다. 또 기업과 학회 등이 SSH 지정 학교를 지원한다. 다만, 대학 입시가 시작되는 고3 때는 연구 활동이 위축되는 것은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이에 일본 정부는 연구 경험을 평가에 반영하는 특별전형 확대와 고교·대학 연계 선발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 오세훈 ‘당 노선 정상화’ 배수진… 서울시장 공천 신청 안 했다

    오세훈 ‘당 노선 정상화’ 배수진… 서울시장 공천 신청 안 했다

    오 “당 노선 과제 풀어야 지선 승리”공천 신청 미루고 ‘끝장토론’ 요구불출마·무소속 출마 배제하지 않아김태흠 충남지사도 후보 등록 안 해 오세훈 서울시장이 국민의힘 6·3 지방선거 공천 신청 마지막 날인 8일까지 후보 접수를 하지 않았다. 장동혁 대표를 향해 “당 노선 정상화가 선결 과제”라고 최후통첩을 했지만 지도부가 호응하지 않자 배수진을 친 것으로 풀이된다. 양측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으면 오 시장을 제외한 국민의힘 예비후보간 경선이 일단 치러질 가능성도 있다. 오 시장은 접수 마감 시한인 이날 오후 6시까지 공천 신청을 하지 않았다. 공천관리위원회가 오후 10시까지 온라인 접수 시스템을 연장 운영했으나 끝내 응하지 않았다. 서울시는 공지를 통해 “오 시장은 ‘당 노선 정상화라는 선결 과제를 풀어낼 때, 패배의 길을 승리의 길로 바꿀 수 있다’고 호소한 바 있다”며 “지금도 그 입장에는 변함이 없으며 당 지도부와 의원들의 응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오 시장은 지난 7일 ‘마지막 호소’라는 글을 올려 “지역에서 뛰는 국민의힘 선수들이 명함조차 내밀지 못할 정도로 지금 민심은 우리 당에 적대적”이라며 “공천 접수를 미루더라도 우리 당 의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치열한 끝장토론을 할 수 있는 자리부터 마련하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장 대표를 포함한 국민의힘 지도부와 이견만 거듭 확인하자 ‘후보 등록 거부’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우선 9일 열리는 국민의힘 긴급 의원총회 결과를 보고 추후 행보를 정한다는 방침이다. 오 시장은 자신이 요구한 ‘노선 전환’이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불출마 또는 무소속 출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김태흠 충남지사도 공천 신청을 하지 않았다. 김 지사는 충남·대전 행정통합 무산과 관련해 고심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험지인 호남에서는 전북지사 1명 외에는 공천 신청자가 아예 없었다. 이에 국민의힘 공관위가 서울시장을 포함해 후보 등록 기한을 추가 연장할 가능성이 나온다. 의원총회에서는 지난 5일 배현진 의원의 징계 효력 정지로 교체 요구가 쏟아진 ‘윤민우 윤리위원회’ 운명도 논의될 예정이다. 앞서 김재섭 의원은 “윤리위원장은 당권파의 사냥개 노릇을 하며 정적 제거에 앞장서 왔다”며 “위법한 징계로 당의 명예를 실추시킨 윤리위원장은 즉각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나경원 의원은 “윤리위는 당의 법원 같은 기구이다. 신뢰가 생명인바, 최근 일련의 윤리위 모습이 신뢰를 잃은 이상 마땅히 교체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의총에서 의원들의 뜻이 확인되면 장 대표도 ‘윤민우 윤리위 사퇴’를 수용할 것으로 전해진다.
  • 주한미군 패트리엇 차출한 듯… “중동전 장기화되면 안보 공백”

    주한미군 패트리엇 차출한 듯… “중동전 장기화되면 안보 공백”

    미국이 주한미군에 배치된 지대공 유도미사일 체계 패트리엇(PAC-3)을 중동 지역에 이동 배치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전쟁이 장기화되면 한반도 대공 방어망에 구멍이 뚫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 항공 추적 사이트 등에 따르면 미군의 초대형 수송기인 C-5는 지난달 하순 이례적으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달 28일과 지난 2일 잇따라 출국했다. 목적지가 공개되지 않은 채 14시간 이상 비행해 패트리엇 포대를 싣고 중동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역시 대형 장비를 수송하는 C-17도 지난 3~7일 오산 기지에서 대규모로 이륙했다. 지난해 6월에도 미국은 주한미군 패트리엇 2개 포대를 중동 지역으로 재배치했다. 이를 고려하면 이번에도 패트리엇 포대 일부가 수송기에 실려 한국을 떠났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미국이 전쟁 장기화를 언급하는 만큼 이번에는 3개 포대 이상이 차출됐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우리나라 방공망은 40㎞ 이상 고고도에서는 사드(THAAD), 종말 단계인 15~30㎞의 저고도 요격에서는 주한미군 패트리엇과 천궁-Ⅱ가 핵심 전력이다. 주한미군 자산이 일부 빠지면 남은 자산이 공백을 메워야 하기 때문에 요격 확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북한은 최근 미사일의 연발 시간 단축과 함께 여러 체계를 섞어 쏘는 능력을 키워 방공망을 위협하고 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전시에 대비해 최대한 많은 탄을 비축해 놔야 하지만 주한미군 자산의 공백이 길어지면 전시 재고탄의 비축률이 떨어져 안보에 지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또 주한미군 전력 차출을 넘어 한국군 파병 등을 요청할 경우 우리나라가 상당한 부담을 지게 되리라는 예측도 나온다. 일본 정부는 이미 미국의 요청에 대비해 자위대 해상초계기와 공중급유기 파견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최근 호르무즈 해협을 항행하는 유조선을 호위하기 위한 미 해군 투입 가능성을 밝힌 바 있다. 한국에도 아덴만에 있는 청해부대를 동원하거나 군용기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호르무즈 해협 안정화 참여를 요청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정부는 아직까지 미국의 요청은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내 군사 기지를 이란 공격 작전용으로 사용하겠다는 요청을 거절한 스페인에 대해 무역을 중단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한국의 경제적인 이해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해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李 “집권세력 됐다고 마음대로 해선 안 돼”

    李 “집권세력 됐다고 마음대로 해선 안 돼”

    이재명 대통령은 “집권 세력이 됐다고 마음대로 다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특정 현안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최근 논란이 다시 불거진 검찰개혁을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검찰개혁 정부안에 대한 수정 가능성을 열어 두며 입법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 7일 엑스(X)에 “대통령이 되기까지 가졌던 이상이나 가치, 약속을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모든 공적 현안을 결정할 때 토론하고, 의견을 모으고, 대세에 지장이 없는 한 조정하고 타협하는 이유는 어떤 의견은 틀리고 어떤 의견은 옳아서가 아니라 모든 의견이 나름의 타당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또 “권한을 가진다는 것은 동일한 양의 책임을 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주장하고 비판하는 것으로 충분한 입장과 주장하는 만큼의 대안을 내고 그 결과에 대해 무한 책임을 져야 하는 입장은 또 다르다”고 했다. 이어 “권한만큼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하는 공인은 공정한 제3자의 시각과 냉철한 이성으로, 국가와 국민 최대 다수에게 최대의 행복이 되는 길이 무엇인지 치열하게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아무리 잘 포장하고 숨겨도 집단지성체로 진화한 국민 대중을 속일 수는 없다”고도 했다. 정치권에선 최근 정부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 법안을 두고 여당 강성 의원들이 반발하는 상황을 고려한 발언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 3일 정부는 중수청·공소청 설치 정부안을 의결했지만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 등은 상명하복 규정, 검찰총장 명칭, 특별사법경찰관 지휘·감독권 등을 두고 “검찰청법이 타이틀만 바뀌었다”고 잇달아 비판했다. 추 위원장은 전날 페이스북에는 “솔직히 2차 정부안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 채택 여부를 위한 의총 과정에서 치열한 토론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개혁에 관한 전문성을 인정하고 법사위에 맡겨 달라”고 했다. 법사위 여당 간사 김용민 의원도 ‘우회적 수사권 확보’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며 조만간 법사위 공청회를 열겠다고 했다. 다만 청와대는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8일 “대통령이 일부러 추상적으로 글을 올린 것”이라며 “대통령의 평소 철학”이라고 전했다. 한편 정 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검찰개혁 관련 당 안팎의 반발과 관련해 “세상에 완전무결한, 완벽한 것은 없다”면서 “혹시 미진한 부분이 정부 입법에서 발견되면 당연히 입법권은 당에 있기 때문에 조율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번 당론으로 정할 때 미진한 부분 있으면 그 부분은 법사위에서 논의할 수 있게 했다”고 덧붙였다. 정 대표는 또 “검찰개혁은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의 깃발이자 상징과도 같은 것”이라며 “당원과 국민 여러분이 걱정하는 것도 잘 안다. 이 부분은 요란하지 않게, 물밑에서 잘 조율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대표로서 역할을 다하겠다”고 했다. 중동 전쟁 여파로 물가 상승 우려 등 경제에 비상등이 켜진 상황에서 여당이 검찰개혁 논란으로 시끄러울 경우 정부에도 부담을 줄 수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당내 이견 조율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오는 11일과 16일 검찰개혁추진단의 토론회 일정을 감안해 이르면 19일 본회의에서 법안 처리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정 대표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해서도 “즉시 퇴진해야 한다”고 재차 압박했다. 정 대표는 “조희대 사법부가 사법 불신의 원흉”이라며 “12·3 비상계엄, 서부지법 폭동 때의 태도 그리고 대통령 후보도 입맛에 맞게 바꿔치기할 수 있다는 오만함이 불러온 자업자득”이라고 주장했다.
  • “유골 변기에 버려라”…10세 여아 살해범 사망에 친딸이 남긴 말 [핫이슈]

    “유골 변기에 버려라”…10세 여아 살해범 사망에 친딸이 남긴 말 [핫이슈]

    영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던 ‘소햄 아동 살인 사건’의 범인 이언 헌틀리가 교도소에서 공격당한 뒤 숨졌다. 친딸은 “유골을 변기에 내려버려야 한다”며 장례조차 치를 필요가 없다고 말해 적지 않은 공감을 얻고 있다. 7일(현지시간) 영국 교정 당국에 따르면 헌틀리는 지난달 26일 더럼의 최고 보안 교도소 프랭클랜드에서 다른 수감자에게 쇠막대기로 공격당해 중태에 빠졌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 “유골 변기에 버려라”…친딸이 밝힌 아버지 헌틀리의 친딸 서맨사 브라이언은 영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듣고 “눈물은 나오지 않았고 오히려 안도했다”고 말했다. 그는 “장례식은 사람의 삶을 기리는 자리지만 그에게는 기릴 것이 없다”며 “유골을 변기에 내려버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내게 생물학적 아버지일 뿐”이라며 “그가 사라지면서 내 삶도 조금은 나아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브라이언의 어머니 케이티는 “그는 괴물”이라며 “우리는 눈물을 그에게가 아니라 피해자 가족을 위해 남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15세 때 헌틀리에게 성폭행을 당해 딸을 낳았으며 이후 폭행과 학대를 겪은 뒤 관계를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이언은 14세가 되어서야 인터넷 사진을 통해 자신의 친부가 헌틀리라는 사실을 알았다. 이후 교도소에 여러 차례 편지를 보내 만나고 싶다고 요청했지만 헌틀리는 이를 거부했다. 영국 언론 기사 댓글에서도 동정과 응원이 이어졌다. “아버지를 선택할 수는 없다”, “평범한 삶을 살길 바란다”는 반응이 많은 추천을 받았다. 일부 이용자들은 “그는 잊혀야 한다”, “피해자 가족을 먼저 기억해야 한다”는 의견을 남기며 추가 보도를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내놨다. ◆ 교도소 쇠막대기 공격…두개골 손상 뒤 사망 헌틀리는 교도소 작업장에서 재활용 작업을 하던 중 다른 수감자의 공격을 받았다. 가해자는 앤서니 러셀로, 현장에 있던 금속 막대를 집어 들어 헌틀리를 여러 차례 가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심각한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이후 의료진이 생명 유지 장치를 제거하면서 7일 숨졌다. 영국 경찰은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며 러셀에 대한 추가 기소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영국 언론에 따르면 헌틀리의 어머니 린다 리처즈는 병원을 찾아 아들을 본 뒤 “그가 살아남지 못하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리처즈가 생명 유지 장치 중단에 동의하면서 의료진이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법무부는 사망 사실을 확인하면서도 공식 발표문에서 그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당국은 “홀리 웰스와 제시카 채프먼 살인은 우리 역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사건 중 하나”라며 “희생자 가족과 함께한다”고 밝혔다. 헌틀리의 시신은 장례 없이 비공개로 화장될 예정이다. 영국 언론은 화장 비용 3000파운드(약 600만원)가량이 국가 예산으로 지급된다고 전했다. ◆ 영국을 충격에 빠뜨린 ‘소햄 아동 살인 사건’ 헌틀리는 2002년 케임브리지셔 소햄에서 10세 소녀 홀리 웰스와 제시카 채프먼을 집으로 유인해 살해했다. 두 소녀는 사탕을 사러 나갔다가 실종됐다. 그는 시신을 약 19㎞ 떨어진 도랑에 유기하고 불을 지르는 등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 특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은 두 소녀의 마지막 사진은 사건을 상징하는 장면으로 남아 영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법원은 2003년 헌틀리에게 최소 40년형의 종신형을 선고했다. ◆ 사건 이후 영국 아동 보호 제도 변화 소햄 사건 이후 영국은 아동 보호 제도를 크게 강화했다. 당시 조사 결과 헌틀리는 여러 성범죄 의혹이 있었지만 경찰 간 정보 공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학교 직원으로 채용된 사실이 드러났다. 이 사건을 계기로 경찰 정보 공유 시스템과 아동 관련 직종의 신원 조회 절차가 대폭 강화됐다. 헌틀리는 끝내 두 소녀 살해의 전말을 모두 밝히지 않은 채 숨졌다.
  • 동해를 가장 가까이에서 만나는 능선, 괘방산

    동해를 가장 가까이에서 만나는 능선, 괘방산

    강원도 강릉 남쪽 해안에는 바다와 가장 가까운 능선을 따라 걷는 산이 있다. 높이는 345m에 불과하지만 동해를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어 많은 여행자와 트레커들이 찾는 곳이다. 바로 괘방산이다. 괘방산에 이름은 과거에 급제하면 이 산 어딘가 두루마기에다 급제자의 이름을 쓴 방을 붙여 고을 사람들에게 알렸다는 데서 유래됐다. 괘방산은 해안선을 따라 이어진 능선 덕분에 산행 내내 동해를 바라볼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숲길을 걷다 능선에 올라서면 푸른 바다가 시야 가득 펼쳐지고, 아래로는 해안 마을과 철길이 함께 어우러진 풍경이 나타난다. 높지 않은 산이지만 전망이 뛰어나 가볍게 걸으며 풍경을 즐기기에 좋은 산으로 알려져 있다. 괘방산 자락에는 천년 고찰 등명낙가사가 자리하고 있다. 숲에 둘러싸인 조용한 산사로, 한반도에서 해를 가장 먼저 맞이하는 사찰로도 알려져 있다. 천년고찰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바다와 방풍림의 조화를 느낄 수 있는 곳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곳이다. 이 일대 능선길은 국내 장거리 트레일인 해파랑길의 구간이기도 하다. 동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길 가운데에서도 괘방산 능선은 바다 조망이 특히 좋은 구간으로 꼽힌다. 바다와 숲이 번갈아 나타나는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 순간 발아래로 동해의 수평선이 길게 펼쳐진다. 산행은 보통 정동진 인근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바다와 가까운 마을을 지나 숲길로 들어서면 완만한 오르막이 이어지고, 능선에 오르면 탁 트인 동해 풍경이 나타난다. 정상에 서면 정동진 해안선과 주변 마을, 그리고 멀리 이어진 동해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바다와 하늘의 경계가 또렷하게 드러나며 동해 특유의 시원한 풍경을 만들어 낸다. 짧게나마 괘방산의 풍경을 느끼고 싶다면 등명낙가사에서의 출발을 추천한다. 왕복 한 시간 내외로 가능하여 초보자나 아이와 함께 걷기도 좋다. 산행을 마친 뒤에는 정동진 일대의 여행지도 함께 둘러볼 만하다. 정동진 해변은 일출 명소로 잘 알려져 있으며, 해안을 따라 다양한 산책로와 관광시설이 조성돼 있다. 바다를 따라 달리는 정동진 레일바이크도 여행객들에게 인기 있는 체험 가운데 하나다. 주변에는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식당과 숙소도 많아 하루 일정의 여행지로도 적합하다. 특히 동해안 특유의 붉은 노을이 해안선을 물들이는 시간에는 바다와 하늘이 함께 물들며 또 다른 풍경을 만들어 낸다.
  • 동해를 가장 가까이에서 만나는 능선, 괘방산 [두시기행문]

    동해를 가장 가까이에서 만나는 능선, 괘방산 [두시기행문]

    강원 강릉 남쪽 해안에는 바다와 가장 가까운 능선을 따라 걷는 산이 있다. 높이는 339m에 불과하지만 동해를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어 많은 여행자와 트레커들이 찾는 곳이다. 바로 괘방산이다.괘방산의 이름은 과거에 급제하면 이 산 어딘가 두루마기에다 급제자의 이름을 쓴 방을 붙여 고을 사람들에게 알렸다는 데서 유래됐다. 이 산은 해안선을 따라 이어진 능선 덕분에 산행 내내 동해를 바라볼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숲길을 걷다 능선에 올라서면 푸른 바다가 시야 가득 펼쳐지고, 아래로는 해안 마을과 철길이 어우러진 풍경이 나타난다.높지 않지만 전망이 뛰어나 가볍게 걸으며 풍경을 즐기기에 좋은 산으로 알려져 있다. 괘방산 자락에는 천년 고찰 등명낙가사가 자리하고 있다. 숲에 둘러싸인 조용한 산사로, 한반도에서 해를 가장 먼저 맞이하는 사찰로도 알려져 있다. 천년 고찰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바다와 방풍림의 조화를 느낄 수 있어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곳이다. 이 일대 능선길은 국내 장거리 트레일인 해파랑길의 구간이기도 하다. 동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길 가운데에서도 괘방산 능선은 바다 조망이 특히 좋은 구간으로 꼽힌다. 바다와 숲이 번갈아 나타나는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 순간 발아래로 동해의 수평선이 길게 펼쳐진다. 산행은 보통 정동진 인근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바다와 가까운 마을을 지나 숲길로 들어서면 완만한 오르막이 이어지고, 능선에 오르면 탁 트인 동해 풍경이 나타난다. 정상에 서면 정동진 해안선과 주변 마을, 그리고 멀리 이어진 동해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바다와 하늘의 경계가 또렷하게 드러나며 동해 특유의 시원한 풍경을 만들어 낸다. 짧게나마 괘방산의 풍경을 느끼고 싶다면 등명낙가사에서의 출발을 추천한다. 왕복 두 시간 내외로 가능해 초보자나 아이와 함께 걷기도 좋다. 산행을 마친 뒤에는 정동진 일대의 여행지도 함께 둘러볼 만하다. 정동진 해변은 일출 명소로 잘 알려져 있으며, 해안을 따라 다양한 산책로와 관광시설이 조성돼 있다. 바다를 따라 달리는 정동진 레일바이크도 여행객들에게 인기 있는 체험 가운데 하나다. 주변에는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식당과 숙소도 많아 하루 일정의 여행지로도 적합하다. 특히 동해안 특유의 붉은 노을이 해안선을 물들이는 시간에는 바다와 하늘이 함께 물들며 또 다른 풍경을 만들어 낸다.
  • 한국전 국가 연주에 침묵했던 이란 여자축구팀, 호주전에선 제창에 경례까지…“명백한 외압 있어”

    한국전 국가 연주에 침묵했던 이란 여자축구팀, 호주전에선 제창에 경례까지…“명백한 외압 있어”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국가 제창을 거부했던 이란 여자 축구대표팀이 돌연 제창과 더불여 군대식 경례까지 했다. 이를 두고 현지 이란 보안팀의 외압이 있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란 대표팀은 지난 5일(한국시간) 호주 골드코스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호주와의 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조별리그 A조 2차전에 앞서 국가를 제창하고 경례를 했다. 지난 2일 신상우 감독이 이끄는 한국과의 경기에서는 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대표팀의 누구도 국가를 따라 부르지 않았던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당시엔 대표팀이 국가 연주에 ‘침묵 시위’를 벌임으로써 이란 정권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보인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영국 BBC에 따르면 이란 인터내셔널 TV 기자 알리레자 모헤비는 “이슬람 공화국 정권과 현지에서 선수단을 경호하는 보안팀이 군대식 경례를 강요한 게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경기에 앞서 마르지예 자파리 이란 여자 대표팀 감독은 “당연히 우리와 완전히 단절된 가족들, 사랑하는 사람들, 이란 국민을 깊이 걱정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동석한 공격수 사라 디다르는 “이란과 이란에 있는 우리 가족들에게 일어난 일에 무척 슬프다. 좋은 소식이 가득하길 진심으로 바란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란은 오는 8일 오후 6시 같은 장소에서 필리핀과 조별리그 A조 최종 3차전을 치른다. 이란은 승점 0에 골 득실 -7로 필리핀(승점 0·골 득실 -4)에 밀려 최하위인 4위에 머물러 있어 탈락이 유력하다.
  • 후회 없이 뛰었다… ‘영원한 12번’  굿바이 모비스맨[스포츠 라운지]

    후회 없이 뛰었다… ‘영원한 12번’  굿바이 모비스맨[스포츠 라운지]

    센터 체격에 점프력 좋지 않았지만‘생각하는 농구’로 오랜 현역 생활“유재학 감독, 농구 안목 키워줬죠”성실성 으뜸 양동근 감독도 은인2012~2015시즌 3년 연속 우승 값져“지도자로 불러주면 열심히 해야죠”프로 선수에게 ‘원클럽맨’이라는 수식어는 우승 반지 이상의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반지가 정상을 향한 팀 구성원의 헌신과 노력에 따른 보상이라면, 원클럽맨은 한 팀에서 ‘대체 불가능한 존재’라는 평가와 더불어 은퇴 이후에도 구단 역사와 함께 숨쉰다는 상징성까지 부여받기 때문이다. 위대한 여정의 마침표를 찍으려는 함지훈(42·울산 현대모비스)은 출범 30년째를 맞은 한국프로농구(KBL) 역사에 곧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다. ‘농구대잔치’를 거쳐 1997년 프로 시대를 연 KBL에서 한 팀의 유니폼만 입고 15시즌 이상을 보낸 선수는 추승균(KCC)과 김주성(DB), 양동근(현대모비스), 양희종(정관장)까지 4명뿐이다. 이 가운데 김주성과 양동근, 양희종은 각각 16시즌을 한 팀에서 뛰었고 추승균은 15시즌을 보냈다. 지난 2월 6일 서울 SK나이츠전부터 은퇴 투어를 시작한 함지훈은 프로 데뷔 이후 올해까지 무려 18시즌 동안 현대모비스의 골밑을 지키고 이제 정든 코트를 떠난다. 지난달 25일 용인 현대모비스 체육관에서 만난 함지훈은 “이렇게 좋은 팀에 와서 좋은 선수와 감독을 만났던 게 굉장히 운이 좋았던 것 같다”고 자신을 낮추며 “이 팀에 와서 우승도 많이 했고, 후회 없이 쏟아부었기 때문에 후련하다”고 영광의 시절을 돌아봤다. 1984년생으로 현역 최고령인 함지훈은 2007년 드래프트 1라운드 10순위로 ‘모비스맨’이 됐다. 이후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5차례 이뤘고 2009~10시즌엔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와 플레이오프 MVP를 모두 차지하며 리그를 상징하는 빅맨으로 거듭났다. KBL 베스트5 선정 3차례, KBL 올스타 선정 7차례에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은메달 등을 차지했다. 어쩌면 그에게 농구란 운명처럼 정해진 길이었다. 농구 선수 출신인 부모를 둔 덕에 발육이 남달랐고, 초등학교 때 부모의 지도로 처음 농구공을 잡았다. 가드로 출발했으나 중앙대 진학 후 센터로 포지션을 바꿨다. 키 198㎝에 몸무게 94㎏인 체격엔 센터가 제격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약점이 있었다. 비슷한 체격의 다른 선수들에 비해 점프력이 좋지 않았다. 센터라면 누구나 꿈꾸는 호쾌한 덩크슛을 공식 경기는 물론 연습에서도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함지훈은 리그에서 손에 꼽히는 센터로 군림했다. 그는 ‘생각하는 농구’를 생존 비결로 꼽았다. 함지훈은 “농구가 피지컬 운동이긴 하지만 조금 더 생각을 많이 하면서 운동을 한 것이 오랜 기간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함지훈은 5일까지 839경기(KBL 역대 2위)에 출전해 8338점(KBL 역대 10위)을 기록, 현대모비스 구단 역대 1위 기록을 갖고 있다. 기량으로는 아직 더 뛸 수 있지 않을까 미련도 남지만, 그는 “아무래도 젊은 선수들과의 경쟁이 점점 더 버겁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은퇴를 결심한 배경을 고백했다. 올해 갑자기 은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 아니라 구단이나 양동근 감독과도 재작년부터 꾸준하게 논의했다고 한다. 그는 “세월을 이기는 사람은 없지 않느냐”면서 “이런 것을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이제는 물러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데뷔 시즌 평균 33분21초를 출전했던 함지훈은 출전 시간이 조금씩 줄더니 올 시즌에는 평균 11분36초가 됐다. 수치상으로 기여도가 떨어졌지만 사실 함지훈은 ‘함여우’ ‘함바스’(함지훈+아르비다스 사보니스)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팀에 꼭 필요한 존재였다. 부족한 운동 능력을 상쇄하기 위해 뛰어난 농구 지능(BQ)을 활용해 탁월한 위치 선정과 타이밍, 동료를 살려주는 플레이로 오히려 빛났기 때문이다. 사보니스는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옛 소련에 금메달을 안기고 미국프로농구(NBA)에 진출한 전설적인 센터다. 이제 선수 생활을 정리하는 그는 농구 인생의 성장을 이끌어준 은인으로 유재학 전 감독과 양 감독을 꼽았다. 함지훈은 “제가 원클럽맨이 될 수 있었던 요인 3가지 중에 좋은 클럽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유 전 감독님이 부족한 제 농구 안목을 키워줬다”면서 “거기에 양동근 선배는 농구 내적이나 외적인 면에서 정말로 인간적으로 본받을 만큼 성실했고, 그 모습을 그대로 따라하다 보니 이렇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가 실력이 좋아서가 아니라 운이 좋아서였다”고 또 한 번 겸손해했다.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팀이 2012~13시즌부터 3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던 순간이다. 함지훈은 “쓰리핏(세 번 연속 우승)은 아직까지 어떤 팀도 깨지 못하는 기록이라 기억에 남는다”며 “첫 우승을 하고 나서 MVP를 받았을 때도 잊지 못할 순간”이라고 말했다. 함지훈은 은퇴 이후 지도자로 ‘농구인’의 길을 가려 한다. 그는 “어떤 길을 걸을지 아직 구단과 구체적으로 얘기하지 않았다”면서도 “그래도 지도자로 불러주시면 열심히 해야죠”라고 웃었다. 오는 4월 8일 창원 LG와의 경기를 마지막으로 선수 생활을 접는 그의 등번호 12번은 영구 결번된다.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냐는 말에 함지훈은 “구단과 지도자, 동료로부터 인정받고 꼭 필요한 선수였다는 말을 듣고 싶다”면서 “팬들로부터도 인정받으면 제가 은퇴한 뒤에도 성공한 농구 선수의 삶이었다고 생각할 것 같다”고 말했다.
  • AI ‘공장’ 짓는 SKT… ‘음성’ 주권 선포한 LGU+[MWC26]

    AI ‘공장’ 짓는 SKT… ‘음성’ 주권 선포한 LGU+[MWC26]

    SKT, 하드웨어 공장 자체 장악 포석DC, 칩·에너지 결합된 종합 솔루션LGU+, 통화 등 음성 데이터가 자산글로벌 AI 소프트웨어 수출로 승부양사 기술력 MWC26서 수상 성과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상반된 글로벌 생존 전략을 꺼내 들었다. SK텔레콤은 그룹사 역량을 결집해 거대한 ‘AI 데이터센터(DC) 공장주’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LG유플러스는 통화 등 음성 데이터를 자산화해 ‘글로벌 AI 소프트웨어 수출’로 승부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지난 4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MWC26 현장에서 간담회를 연 홍범식 LG유플러스 대표는 수익성 중심의 소프트웨어 전략을 강조했다. 홍 대표는 “지향점은 통신과 AX(AI 전환) 기술의 솔루션화를 주도하는 글로벌 AI 소프트웨어 기업이 되는 것”이라며 성장이 정체된 국내를 넘어 반복적인 매출이 발생하는 소프트웨어 확장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핵심 수익원은 통신사가 직접 서비스를 운영하며 검증을 끝낸 솔루션을 외부에 파는 ‘인소싱(In-sourcing)’ 모델이다. 이를 위해 LG유플러스는 B2C 영역의 AI 통화 비서 익시오와 B2B 분야의 엔터프라이즈 AI 풀스택 구축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수출 방식도 유연하다. 홍 대표는 데이터 주권이 까다로운 유럽이나 동남아 시장을 언급하며 플랫폼 전체 공급뿐만 아니라 필요한 기술 스택(Stack)만 따로 떼어 파는 모델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는 생성형 AI가 기존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존재 가치를 없애는 종말적 상황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홍 대표는 “모든 인터페이스가 음성으로 전환될수록 가장 복잡한 음성 데이터와 상담 워크플로우를 보유한 통신사의 가치는 높아질 것”이라며 빅테크가 갖지 못한 현장의 음성 데이터로 새로운 문법을 쓰겠다고 역설했다. SK텔레콤은 지능이 돌아갈 거대한 하드웨어 공장 자체를 장악하는 길을 택했다. 전날 간담회를 연 정석근 SK텔레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인프라 수직계열화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정 CTO는 “AI DC(데이터센터)를 단순 건물이 아닌 칩과 에너지가 결합된 종합 솔루션”으로 정의하며 구조적 변화에 대응하는 ‘공장 건축주’가 되겠다고 했다. 무기는 그룹 차원의 풀스택 역량이다. SK하이닉스의 칩과 SK에코플랜트의 건설 기술 등을 활용해 발전소, 서버, 칩, 소프트웨어를 종합적으로 최적화할 곳은 SK그룹이 유일하다는 설명이다. 정 CTO는 AI 인프라 구축에 수조원대 투자가 소요되는 현실을 짚으며 GPUaaS(서비스형 GPU)의 필연성을 역설했다. GPUaaS는 고가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직접 구매하는 대신 클라우드처럼 빌려 쓰는 구독형 서비스다. 그는 “10메가와트(MW) 규모 AI DC 구축 시 GPU 도입에만 8000억원이 투입되며 규모를 확장할 경우 투자비는 조 단위로 치솟는다”며 “이를 소유가 아닌 서비스형 모델로 전환해 리스크를 분산하고 인프라 자체를 상품화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양사의 AI 기술력은 수상 성과로도 이어졌다.SK텔레콤은 이날 MWC26 현장에서 열린 ‘GSMA 글로벌 모바일 어워드(GLOMO)’에서 GPU 클러스터 ‘해인’으로 ‘최고의 클라우드 솔루션’ 상을 받으며 해당 부문에서 3년 연속 석권했다. LG유플러스 역시 보안 기술 ‘익시 가디언’을 앞세워 대상격인 ‘CTO 초이스’를 비롯해 ‘최고의 네트워크 보안 및 사기 방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마케팅’ 등 3개 부문을 휩쓸었다.
  • [열린세상] 세계 언어로서의 한국어, 한국문학

    [열린세상] 세계 언어로서의 한국어, 한국문학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관련 좌담회에 몇 차례 참석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노벨문학상 수상작을 번역이라는 거추장스러운 과정을 거치지 않고 막바로 원어, 즉 한국어로 읽을 수 있어서 참 행복하다는 것이었다. 이 말은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넘어 ‘세계문학으로서의 한국문학’이라는 새로운 지평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 한국문학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세계문학으로서의 한국문학을 위해 지금까지 유일한 통로였던 번역 수준 향상, 번역대학원 설립 등 번역에 관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 외에 더 근원적인 문제를 생각하게 하기 때문이다. 21세기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된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AI) 혁명 시대의 변화에서 한국문학 또한 예외는 아니다. 한국문학개론에서 금과옥조처럼 정의했던 “한국문학은 한국인이, 한국인의 사상과 감정을, 한국어로 표현한 것”이라는 정의는 이제 사실상 무화되었다. 30년 가까이 지속되는 K컬처의 영향으로 한국어 글쓰기는 한국인만의 전유물이 아니게 되었다. 또 많은 한국문학 작품은 한국인의 사상과 감정을 넘어서서 보편적이고 다양한 것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한국어’만이 한국문학의 유일한 정체성으로 남은 것이다. 제국주의와 식민 통치의 결과이기는 하지만 영미문학이나 프랑스문학의 창작자와 독자는 영국, 미국, 프랑스 사람 외에 그들 국가의 식민지였던 아프리카와 아랍 그리고 그들 언어를 공용어로 채택한 나라 사람들로 확대되었다. 그리고 주요 문학상 수상자로 이주민 출신들이 호명되는 것 또한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되었다. 언어의 확장이 결과적으로 세계 주류 문학과 문화의 위상을 유지하거나 더 굳건히 하는 기제가 된 것이다. 언어와 문학은 사유와 의식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우리와는 환경과 과정이 다르지만 이것은 K문학의 길이 한국어의 호환성을 높이고 한국어를 세계 언어로 확장해 가는 노력을 통해 보편적 예술 언어로 나아가게 하는 데 있음을, 그리고 이것이 문화 강국으로 가는 길임을 알게 해 준다. ‘나의 문학적 자양분은 한국문학에 있다’라는 한강 작가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한국문학이 축적한 힘은 이미 널리 확인되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다만 언어와 문화의 변방에 있어 번역이라는 어려운 관문을 거쳐야 했기에 중심으로의 진입이 늦어졌고, 지금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번역이 현재의 문제라면 보편적 예술 언어로서 한국어와 한국문학의 위상 변화는 장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화두다. 이에 따라 ‘한글로 문학하기’의 확장을 위한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 AI 디지털 시대의 특성이 자유로운 인적·물적 이동, 지식과 정보의 축적 및 융복합, 새로운 지식과 정보의 생성 그리고 시공간을 동시적으로 연결하는 것이라면 이러한 시대에 부합하는 문학은 민족성과 세계성, 정체성과 다양성, 이방인·소수자·경계인으로서 겪는 타자성과 탈경계성 그리고 이것이 빚어내는 혼종성 등을 잘 담아내는 데 있을 것이다. 한국문학은 19세기 후반 이산 경험에서부터 최근의 탈경계 및 문화 혼종성에 이르기까지 많은 경험을 축적하며 작품화해 오고 있다. 여기에 제국주의적 그림자가 없는 K컬처의 큰 흐름은 한국어에 관한 관심과 사용자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한국어와 한국문학이 보편적인 예술 언어로 나아갈 가능성을 보여 주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문학번역원이 오랜 준비 끝에 2022년 창간한 디아스포라 한글문학 웹진 ‘너머’가 8호를 끝으로 2025년 초에 중단된 일은 아쉽기 그지없다. 전 세계에서 한글로 글 쓰는 다양한 사람들을 위한 지면으로 연간 12만명 넘는 접속자를 갖고 있었음에도 지난 정부의 예산 삭감이라는 칼날을 피하지 못한 것이다. 아직도 곳곳에 남아 있는 그늘을 씁쓸히 바라보며 조속한 복간을 기원한다. 곽효환 시인·경남대 교수
  • [길섶에서] 웃픈 노무사

    [길섶에서] 웃픈 노무사

    지인 A씨에게 요즘 근황을 물었더니 “몸이 두 개, 세 개였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는 제법 유명한 노무법인의 대표를 맡고 있다. A씨가 부쩍 바빠지기 시작한 것은 2022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때부터다. 인명 피해가 발생한 중대산업재해에 대해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게 한 법이다. 바짝 긴장한 기업들로부터 자문과 특강 요청이 쇄도했던 것이다. 지난해 8월 국회를 통과해 오는 10일부터 시행될 예정인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에 대해서도 기업들의 문의가 많다고 한다. 사용자 개념과 노동쟁의 대상이 대폭 확대되면서 빈발하게 될 하청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와 파업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불안하기 때문이다. 많아지는 노동 이슈 속에서 처벌 대상이 되지 않고 안정적인 경영을 유지하기 위한 기업들의 노무관리 수요도 늘고 있다. A씨는 “노무사의 인기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음을 실감한다”면서도 “길게 보면 기업들이 돈을 잘 벌어야 우리도 좋고 나라에도 좋을 텐데, 웃을 수만은 없는 현실에 이율배반을 느낀다”고 했다.
  • [한영민의 우주路] 우주 활용은 수송 능력에 달렸다

    [한영민의 우주路] 우주 활용은 수송 능력에 달렸다

    “인공지능(AI)의 미래는 우주에 있다. 관건은 수송 능력이다.”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우주야말로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데 가장 경제적인 장소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미 지상 데이터센터는 전력과 부지 확보, 냉각과 송전망 등에서 한계에 다다르고 있기 때문이다. 초인공지능(AGI) 단계로 갈수록 더욱 폭증하게 될 추론 연산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태양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고 공간적 제약이 상대적으로 적은 지구 궤도 인프라가 대안으로 거론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스페이스X는 수십만기에서 100만기 규모에 이르는 위성 인프라를 상정하며 태양광을 활용한 궤도 데이터센터 구상을 시사해 왔다. 구글 역시 자체 AI 칩 TPU(텐서 처리장치)를 탑재한 위성 구상인 ‘프로젝트 선캐처’(Project Suncatcher)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으며, 미국의 우주 기업인 액시엄 스페이스는 우주정거장을 기반으로 하는 궤도 데이터센터 구축을 모색 중이다. 유럽과 중국의 기업들 역시 유사한 개념을 검토하며 우주 연산의 주도권에 동참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 2월 13일 국회에서 우주 AI 데이터센터에 관한 토론회가 열린 바 있다. 다만 아직 현실에서의 평가는 회의적이다. 가장 큰 이유는 다수의 위성 발사에 예상되는 천문학적인 비용 때문이다. 따라서 초기 모델은 지상에서와 같은 대규모 중앙집중형 데이터센터보다는 위성에서 데이터를 일차적으로 처리해 유효 정보만을 선별한 뒤 지상으로 전송하는 위성 데이터 궤도상 전처리와 에지 컴퓨팅을 통해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흐름이 유력시되고 있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경제성이다. 현재 ㎏당 2만 달러에 달하는 발사 단가를 수백 달러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면 대형 모듈의 궤도 배치는 현실성을 얻게 될 것이다. 우주 데이터센터는 구축 이후에도 유지·보수, 세대교체가 필수적이므로 반복적 발사 능력이 확보돼야 한다. 바로 이 부분에서 전략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향후 국가의 가장 주요한 자산에 속하게 될 우주 데이터센터를 타 국가나 경쟁 기업이 대신 발사해 줄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우주 연산, 우주 데이터센터 경쟁이 우주 수송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우리가 당장 대형 우주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에는 국내 발사체 역량에 한계가 있지만, 그냥 구경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가시적 목표인 발사체 반복 발사, 재사용 기술, 저비용화 등의 기술 고도화를 통해 경제성을 확보해 나간다면 반드시 길은 열릴 것이다. 이를 위해선 중장기적인 전략과 발사체 부품의 다중 모델 병렬 개발 로직, 메커니컬 AI 설계 및 제작 도입 등과 같은 파괴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자립적인 대형화, 고도화된 우주 수송 역량 없이는 우리의 우주 데이터센터도 없다. 우주 활용의 시대는 우주 수송 능력의 시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영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연구소장
  • [기고] ‘글로벌 AI G3’ 향한 전략적 승부수

    [기고] ‘글로벌 AI G3’ 향한 전략적 승부수

    인공지능(AI)은 이제 기술 경쟁의 차원을 넘어 국가 전략과 외교 의제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동남아 순방, 특히 싱가포르 방문에서 천명한 ‘AI 대항해 시대’의 비전은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AI는 특정 산업의 혁신 도구를 넘어 국가 경쟁력 구조를 재편하고 미래 산업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 자산이 되고 있다. 이번 순방을 통해 양국은 단순한 우호 관계 확인을 넘어 정부와 연구기관, 민간 기업을 잇는 촘촘하고 다층적인 협력의 틀을 공고히 했다. 국내 연구기관과 싱가포르 대학 간 공동 연구는 물론 자율주행과 공공안전 AI 분야 혁신 기업들이 체결한 양해각서(MOU)는 한국의 AI 솔루션이 글로벌 테스트베드에서 검증되고 국제 생태계로 확장될 기반을 마련했다. 싱가포르는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2024 인공지능 준비도 지표(AIPI)’에서 전 세계 174개국 중 1위를 기록했다. 2014년 ‘스마트 국가 이니셔티브’와 2019년 ‘국가 AI 전략’을 통해 디지털 인프라와 정책 기반을 선제적으로 구축해 온 대표적인 ‘준비된 국가’다. 한국과 싱가포르의 협력은 상호 보완적이다. 세계적 수준의 AI 역량과 반도체·하이테크 제조 기반을 갖춘 한국과 글로벌 비즈니스 허브이자 첨단 디지털 인프라를 보유한 싱가포르가 결합할 때 강력한 시너지가 만들어진다. 여기에 소형모듈원전(SMR) 협력과 디지털 통상 협력이 더해지며 AI 산업을 뒷받침할 에너지와 제도 기반까지 아우르는 미래 산업 협력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이번 순방에서 추진된 ‘한·싱가포르 AI 얼라이언스’와 정부 최초의 ‘글로벌 모펀드’ 조성은 협력의 실질적 동력이 될 것이다. 2030년까지 3억 달러 규모로 조성될 모펀드는 양국의 유망 AI 스타트업이 자본 장벽 없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기반이 될 전망이다. 공공 안전과 혁신 분야 협력, 차세대 AI 원천기술 연구, 인재 교류까지 협력 범위도 확대됐다. 한국의 반도체와 로보틱스 기술이 싱가포르의 글로벌 네트워크 및 자본력과 결합할 때 양국은 AI 산업 생태계를 함께 구축하고 글로벌 시장을 공동 공략하는 파트너로 자리잡을 수 있다. 글로벌 AI 시장은 미국·중국 중심의 경쟁 구도가 뚜렷하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한·싱가포르 협력은 우리가 나아갈 ‘제3의 길’을 제시한다. 급성장하는 동남아시아(ASEAN) 시장을 거점으로 한국 AI 솔루션을 확산하고 글로벌 AI 규범과 표준 형성 과정에서 공동의 목소리를 내며 다극화하는 국제 질서 속 영향력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성과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후속 실행력이 중요하다. 협력이 단기 이벤트에 그치지 않도록 실제 연구개발(R&D) 성과로 이어져야 하며 양국 청년 교류 기반도 마련돼야 한다. 데이터 활용과 AI 윤리·안전성을 함께 확보하는 신뢰 기반 협력 모델 역시 중요한 과제다. AI 협력은 단순한 기술 협력을 넘어 미래 산업 질서를 함께 설계하는 여정이다. 세계에서 가장 준비된 AI 국가인 싱가포르와 함께 다진 ‘AI 대항해 시대’의 닻이 우리 기업과 인재의 경쟁력으로 이어질 때 대한민국은 글로벌 AI 생태계의 핵심 주도국으로 거듭날 것이다. 이번 순방으로 다져진 협력의 토대 위에서 대한민국 AI의 새로운 미래가 열리기를 기대한다. 김익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 AI·로봇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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