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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섶에서] ‘집콕’의 진화/전경하 논설위원

    올 상반기 코로나19가 퍼질 때는 어쩌다 재택근무를 했다. 고2인 쌍둥이 아들은 올해 원격수업을 한 날이 등교한 날의 몇 배 이상이다. 재택근무와 원격수업이 겹치면 아들들은 보호대상임을 자처했다. ‘하면 눈에 안 띄고 안 하면 눈에 확 띄는’ 집안일을 하면서 집은 깨끗해졌지만 피로도는 높아졌다. 출퇴근에 드는 시간과 바꾼 셈이다. 해서 이런저런 약속을 잡아 시차출퇴근 겸 외출을 했다. 안타깝게도 3차 대유행인 요즘은 대부분 집콕이다. 인간은 상황에 적응한다더니 요령이 늘어간다. 있는 공간은 변화가 없는데 특정 상황에 대한 스위치를 켰다 껐다를 반복한다. 그러다 보니 아들을 향한 잔소리가 줄었다. 하루를 몽땅, 그것도 며칠 이상을 ‘집돌이’, ‘집순이’로 있었던 적이 있었나 싶다. 집에서 모든 활동을 하니 집이 지금보다 컸으면 싶다. 겹치는 공간이 줄어들고 여유 공간이 있을 테니까. 요즘 청약에서 중대형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데는 코로나19 영향도 있을 것이다. 당분간 집을 옮길 수 없으니 잘 안 쓰는 물건을 정리하면서 공간을 넓히는 수밖에. 집안일이 집안정리로 엉뚱하게 방향을 틀었다. 중대형 아파트와 미니멀리즘에 대한 욕구에 동시에 휩싸이는 ‘웃픈’ 상황이 됐다. lark3@seoul.co.kr
  • [길섶에서] 걸음걸이/임병선 논설위원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의 걸음걸이를 유심히 보게 됐다. 누구나 숨쉬는 것처럼 걸음마를 뗐기 때문에 잘 걷는 방법을 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몇 해 전 만난 안광욱 선생은 “제대로 걸을 줄 아는 이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고 했다. 근래 사람들 입길에 많이 오르내리는, 권세 떠르르한 Y의 걸음걸이를 보면서 안타까울 때가 많다. 뭐라 형언하기도 힘든데 중력을 잃은 걸음걸이라고나 할까? 몸과 마음의 균형이 많이 흐트러져 있구나 여기곤 한다. 반면 아는 어르신 한 분은 팔순을 훌쩍 넘기고도 걸으면서 젊은이 못잖은 생기를 발산해 내심 부러웠다. 독일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는 평생 살던 쾨히니스베르크(지금의 칼리닌그라드) 동네를 아주 규칙적으로 산책해 이웃들이 시계를 맞출 정도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걷기, 두 발로 사유하는 철학’을 쓴 프레데리크 그로는 칸트의 산책이 주는 교훈 셋을 단조로움(권태를 치료), 규칙성(집요한 반복으로 불가능을 극복), 필연성(필연적인 것에서 깨닫는 자유)으로 정리했다. 안광욱 선생의 ‘11자 3단 보행법’과 하루에 수백㎞씩 며칠을 걸어도 끄떡없던 중앙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 배운 서정록씨의 ‘트랜스워킹’을 읽어 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bsnim@seoul.co.kr
  • [길섶에서] 랜선 송년회/김균미 대기자

    코로나19 때문에 연말까지 잡아 둔 약속들을 대부분 취소했다. 불가피한 회의는 온라인으로 대체하고 있다. 줌(Zoom) 회의에는 이미 익숙해져 있지만, 개인적인 모임을 랜선 모임으로 갖는 건 다른 사람들 얘기인 줄로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대학 친구들과 오랫동안 알고 지내며 1년에 3~4번 만나 왔던 지인들로부터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코로나 때문에 직접 만날 수는 없고, 아쉬운데 온라인으로 얼굴이라도 보자고. 줌으로 회의를 해 보니 랜선 송년회도 괜찮은 것 같다고. 각자 마실 것을 준비해서 컴퓨터나 휴대전화 앞에 모여 건배도 하고 못했던 얘기도 나누고. 직접 잔을 부딪치지는 못해도 마음이라도 나누자고. 화상 통화는 해 봤지만 여럿이 한꺼번에 화상으로 이야기하는 것에는 익숙하지 않은 친구들은 재미있어했다. 지방에 있거나 해외에 있는 친구들도 랜선 송년회 덕분에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여럿이 모이다 보면 앞이나 옆, 같은 테이블에 있는 친구들과만 얘기하다 헤어지기 쉬운데 랜선 송년회를 하니 모두를 한꺼번에 볼 수 있고 서로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어 좋다. 아무리 편하고 좋아도 서로 얼굴 보고 얘기하는 것만큼 할까. 랜선 송년회가 올해로 끝나길 바라 본다. kmkim@seoul.co.kr
  • [길섶에서] 새해 달력/이동구 수석논설위원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탁상용 새해 달력이 반갑다. 귀여운 동물 사진과 함께 메모할 수 있는 공간도 넉넉해 약속 등 일정 관리에 아주 편리할 듯하다. 한 장짜리 달력은 이제 접하기 쉽지 않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가장 큰 복사 용지 2~4배 정도 크기의 컬러 용지에다 1년 열두 달의 날짜를 빼곡히 표기해 놓은 달력이다. 비록 날짜는 작은 글씨로 표시됐지만 인물 사진은 달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주로 지역의 국회의원 얼굴 사진이다. 주민과 국가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지키지 못할 내용의 홍보 문구와 함께 근엄한 표정이었다. 달력은 음력과 그날의 약속을 잊지 않게 해 주는 본연의 임무 외에도 우리의 삶에 많은 도움을 줬다. 유명 예술가의 작품이나 외국의 유명 관광지 등이 인쇄된 달력은 벽을 장식하는 역할도 했다. 1년 365일을 한 장 한 장씩 표기해 둔 달력은 낱장으로 포장지나 화장실용으로도 사용됐다. 12장의 도화지로 만들어진 달력은 교과서의 겉표지로도 요긴했다. 물론 어린아이들의 놀잇감인 딱지 만드는 데는 최고 인기 소재였다. 그사이 달력의 가치도 많이 달라졌다. 이제 웬만한 메모나 일정 관리는 스마트폰이 대신한다. 세상 변화에 달력도 설 자리가 점차 좁아지고 있다. yidonggu@seoul.co.kr
  • [길섶에서] 반건조 산천어/서동철 논설위원

    초등학교 여름방학 때 아버지가 군인이었던 친구를 따라 강원 화천 군인관사에서 이틀을 머물렀다. 그때의 기억 덕분인지 지금도 이 고장 소식에는 귀를 기울인다. 코로나19로 최고의 겨울축제 중 하나인 내년 1월 화천산천어축제가 사실상 취소됐단다. 지난 1월 축제도 이상고온으로 차질을 빚었는데…. 화천군은 산천어를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 준비했지만 이것조차 어묵을 만들어 비축하는 것만으로는 소비가 어렵다. 최고급어종인 산천어를 발효시켜 비료로 만드는 계획까지 추진하고 있다니 안타깝다. 서울신문이 주최하는 올해 ‘차세대 농어업 경영인 대상’의 수산 부문 특별상 수상자는 화천 출신이라고 했다. 고향에서 양식업을 하면서 산천어를 반건조 상품으로 만들어 온라인으로 팔고 있다는 것이다. 산천어는 회와 매운탕, 구이가 모두 일품이다. 그런데 반건조 산천어는 어떤 맛일지 궁금하다. ‘맛남의 광장’이라는 TV프로그램을 종종 본다. 새로운 레시피를 제시해 갖가지 이유로 창고에 쌓인 농수산물을 완판하는 저력에 감탄하곤 한다. 반건조 산천어야말로 이 프로그램의 성격에 딱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 산천어 양식에 인생을 건 젊은이를 포함한 화천군민에게 웃음을 되찾아 주었으면 좋겠다.
  • [길섶에서] 세월/손성진 논설고문

    뜻도 없고 덧도 없이 흘러버린 시간은 승객도 없이 무작정 종착역을 향해 달리는 야간열차처럼 허망했던 한 해의 마지막으로 치닫고 있다. 휘몰아치는 눈바람도 낭만의 세레나데로 아름답게 받아들일 줄 알았던 여유는 지금 우리에겐 없다. 크리스마스트리의 반짝임에도, 구세군의 종소리에도 무감해져서 멍하게 지나친다. 선악이 뒤엉켜 살기에 그럴까. 세상은 참으로 만만하고 호락호락한 게 아닌 것 같다. 악의 종자(種子)는 앞을 보지 못하는 게으른 인간을 일깨우듯이 회초리를 내리쳤다. 첨단의 기술을 만들어 낸 인간이 눈에 보이지도 않는 하찮은 미물에 이토록 무기력할까. 제아무리 혹독하다 한들 그 또한 지나가고 생채기 같은 흔적만을 남길 것이다. 고통의 시간은 영겁(永劫)의 세월에 비하면 한 줌 티끌에 불과할 것이고. 저 하늘의 별은 여전히 찬란하다. 아침이면 어김없이 해는 뜨고 천지를 다사롭게 비춘다. 깊이 내쉬었던 한숨 속에서도 우리가 몰랐던 능력과 인내심을 확인한 것은 소득이었다고 생각하자. 얼어붙은 한겨울 동토의 밑바닥에도 꽃의 시간이 영글고 있다. 서로 믿고, 사랑하고 웃음을 잃지 않을 때 꽃은 언젠가 봉오리를 피워 올릴 것이다. sonsj@seoul.co.kr
  • [길섶에서] 플로깅/임병선 논설위원

    열흘 전 서울 도봉산 여성봉을 올랐다가 색다른 풍경과 마주했다. 송추계곡 입구를 출발해 여성봉과 오봉 거쳐 자운봉을 넘어 도봉탐방센터 쪽으로 내려왔다. 자운봉으로 올라가는데 반대 방향으로 하산하는 젊은 남녀가 손에 커다란 비닐 봉지를 들고 쓰레기를 주워 담으며 오는 것이었다. 상당한 된비알이라 힘들 텐데 열심히 두리번거리며 쓰레기를 찾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얼마 전 방송 프로그램에서 뜨는 산행 트렌드라고 소개하는 것을 봤는데 산에서 직접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왜 난 진작 이런 일을 하지 못했나 돌아보게 됐다. 플로깅(plogging)이라고 하는데 이삭을 줍는다는 뜻의 스웨덴어 ‘plocka upp’과 ‘조깅’(jogging)을 합친 말이다. 산행을 마친 뒤 모은 쓰레기들로 간단한 작품을 꾸며 보고 소셜미디어에 올려 공유한다고 했다. 이른바 ‘선한 영향력’을 확산하는 것이니 그 또한 좋은 일이다. 도봉산과 북한산 사이로 난 우이령길 너머 속진(俗塵) 가득한 도심이 눈에 들어와 그 악다구니가 들려오는 것 같아 착잡했는데 힘 닿는 대로 자연을 깨끗이 보존하고 산행의 즐거움도 곱절로 즐기는 이들을 보니 한결 기분이 나아졌다. 16년째 어울려 산을 다닌 산악회의 송년 산행부터 시도해 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 [길섶에서] 독(毒)장군/박홍환 논설위원

    올겨울 최강 한파가 찾아왔다. 체감온도 영하 15도를 오르내리는 맹추위에 온 세상이 얼어붙었다. 하루 만에 영상 8도에서 영하 8도로 급전직하,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자연의 거대한 위력을 또다시 실감하게 된다. 혹독한 겨울 추위를 의인화해 ‘동(冬)장군’이라고 하는데 옛 전쟁 때 맹추위가 그 어떤 용맹한 장군보다 혁혁한 전과를 올려 그런 표현이 나왔다는 속설도 있다. 동지, 소한, 대한, 입춘, 우수, 경칩을 거쳐 진정한 봄이 올 때까지 얼마나 많은 동장군이 엄습할지 생각만으로도 몸이 바싹 오그라든다. 맹추위 못지않게, 아니 더욱 우리를 주눅 들게 하는 자연의 위력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에 전 세계가 완전히 멈춰 서지 않았는가. 국내에서도 하루 확진 환자가 1000명을 넘어섰다. 최근 일년래 가장 강력한 확산세다. 바이러스는 라틴어로 독(毒)이라는 뜻이니 이른바 ‘독장군’의 엄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미국은 2차대전 당시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빗대 접종 개시일을 ‘D데이’로 칭했다. 국내에선 3월쯤부터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는데 모두가 그때까지 독장군을 피해 몸을 잘 건사하길 소망한다. stinger@seoul.co.kr
  • [길섶에서] 김치, 파오차이, 기무치/이종락 논설위원

    16년 전 자동차에 옷, 음식들을 잔뜩 싣고 가족들과 미국 여행을 할 때다. 투숙한 호텔 직원이 지하주차장까지 자신이 차를 몰고 내려가겠다고 해 운전대를 양보했다. 그런데 잠시 후 이 직원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차 내부에 가득했던 김치 냄새에 역한 반응을 보인 건가 추측했다. 김치가 국제적 음식이 되기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도 이때 했다. 그런데 케이팝이 아시아 국가들에서 인기를 끌었듯이 이젠 김치의 원조를 자처하는 나라들이 생겨나고 있다. 일본이 20년 전 ‘기무치’를 내세워 국제식품규격을 따려고 안간힘을 쓰다 실패한 데 이어 최근 중국이 김치의 중국 기원설을 들고 나왔다. 환구시보가 지난달 말 파오차이(泡菜)의 국제표준화기구(ISO) 표준인증 소식을 전하며 “한국 김치도 파오차이에 해당하므로 이제 우리가 김치의 세계 표준”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의 대표 검색 사이트인 바이두(百度)는 ‘김치가 중국에서 기원했다’고 기록했다가 한국의 항의를 받고 수정했다. 하지만 김치가 ‘삼국시대에 중국에서 전래했다’는 내용은 아직 삭제하지 않았다고 한다. 김치는 채소를 장기 저장으로 발효시키는 ‘젖산발효’ 음식이라 채소절임인 파오차이와는 확연히 다르다. 중·일의 관심이 김치를 세계적 음식 반열에 올려놓는 계기가 되길.
  • [길섶에서] 조지 해리슨/오일만 논설위원

    조지 해리슨은 전설적인 그룹, ‘비틀스’(Beatles)의 막내였다. 영국 리버풀이 고향이다. 15살 때 같은 학교에 다녔던 폴 매카트니의 소개로 존 레넌을 만났다. 1958년 비틀스 전신인 쿼리멘(The Quarrymen) 시절부터 리드 기타리스트로 활동했다. 음악에 심취한 그는 16살에 학교를 자퇴했고 돈이 필요해 한때 공장 견습공으로 일하기도 했다. 독일 함부르크 뒷골목에서 무명 밴드 생활을 통해 실력을 키웠다. 최고의 음악 전문지 ‘롤링스톤’은 100대 기타리스트 가운데 그를 11위로 선정했다. 리더 레넌과 매카트니의 명성에 묻혀 ‘조용한 비틀’로 불릴 정도로 존재감이 없었다. 이들의 어깨너머로 작곡을 배웠고 무수한 습작 끝에 수줍게 내민 곡이 비틀스 대표곡인 ‘섬싱’(Something)이었다. ‘지난 50년간 최고의 사랑 노래’라는 극찬을 받았다. 마약과 실연, 방황 속에 한 줄기 빛과 같은 곡이 ‘히어 컴스 더 선’(Here Comes Sun)이다. 인도 음악과 포크를 접목시켜 음악의 깊이를 더했다. 1988년 비틀스 멤버로서, 사후인 2004년 솔로로서 두 차례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수줍은 소년에서 당대의 뮤지션으로 우뚝 선 그의 성장기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쓸쓸한 겨울날 가끔 해리슨의 음악이 듣고 싶다. oilman@seoul.co.kr
  • [길섶에서] 외로움/김상연 논설위원

    프랑스 작가 로맹 가리의 소설 ‘벽’은 짧지만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한 하숙집에 청년 A가 살고 있다. 그는 옆방의 여성 B를 남몰래 흠모하고 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A는 얇은 벽을 통해 옆방에서 나는 B의 신음 소리를 듣는다. A는 B가 애인과 사랑을 나누고 있다는 생각에 하늘이 무너진 듯 괴로워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그런데 다음날 경찰은 옆방에서도 주검을 발견한다. 알고 보니 전날 홀로 있던 B가 외로움을 못 이겨 극단적 선택을 했고 그 과정에서 신음 소리를 낸 것이었다. 만약 그 오해가 발생하기 전에 A가 B에게 용기를 내 고백했다면 둘의 운명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크리스마스 같은 때가 되면 애인이나 가족이 없는 사람은 더 외로움을 느낀다. 다들 행복한데 자신만 외톨이인 것 같은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에는 화려한 날을 혼자 보내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연말에 사람들이 저마다 행복에 겨워하는 그림은 매스컴이 만들어 낸 환상이다. 실상은 가족이 있는 사람마저 외로움을 느낀다고 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은 결국 인간은 외롭다는 얘기다. 흠모하는 사람이 있다면, 혹은 친구가 필요하다면, 연말을 함께 보내자고 용기 내 말해 보자. 인간은 모두 외롭다. 외롭지 않은 척할 뿐이다. carlos@seoul.co.kr
  • [길섶에서] 어느 선배의 절필/이동구 수석논설위원

    “어설픈 지식으로 뭇 사람들에게 상처를 안겼다는 생각을 하니 부끄럽다.” 늘 존경하며 따랐던 선배가 퇴직 후 털어놓은 말이다. “퇴직 후에도 좋은 글을 계속 남겼으면 한다”는 제안에 돌아온 의외의 답변에 당황한 기억이 생생하다. 유머 감각과 풍부한 상식으로 유쾌하고 날카로운 글을 자주 썼던 선배의 이런 고백은 작지 않은 충격이었다. 조선 500년사 3명의 명재상 중 한 사람인 맹사성은 겸양지덕의 대명사로 꼽힌다. 그는 자신보다 벼슬이 낮은 사람이 찾아와도 공복의 예를 갖추고 반드시 대문 밖까지 나가 맞았다고 한다. 손님이 오면 맨 윗자리에 앉혔으며 돌아갈 때에는 공손하게 문 밖까지 배웅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겸손을 평생의 좌우명으로 삼았던 것이다. ‘겸손’의 사전적 의미는 ‘남을 존중하고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태도’이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는 겸손보다 셀프홍보가 미덕이 됐다. 어떤 이는 잘난 체하는 것이 너무 익숙해 허풍에 가까운 언행을 일삼기도 한다. 주변인들의 시선이나 평가는 전혀 개의치 않는 이도 많다. 몇몇 정치인을 보면 더욱 그렇다. 벼슬과 지식이 넘쳐 인품을 망치는 사람이 많은 시대에 선배의 절필 이유가 겸손한 삶을 일깨워 준다. yidonggu@seoul.co.kr
  • [길섶에서] 청계천 텃새/문소영 논설실장

    텃새는 ‘어떤 지역에 일년 동안 그곳을 떠나지 않고 살고 있으면서 번식하는 조류’를 말하고 한국에는 참새·까마귀·까치·박새·꿩·흰뺨검둥오리·올빼미 등이 여기에 속한다고 백과사전은 설명하고 있다. 여기에 왜가리는 빠져 있다. 왜가리를 찾아보니, 황새목 왜가리과에 속하는 철새로 등은 회색이고 머리와 배 쪽은 흰털이 난 약 1m쯤 되는 ‘여름새’로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 간혹 왜가리는 번식이 끝나면 한반도 중남부 지방으로 이동해 겨울을 나는 텃새라고 한다. 청계천에서 내내 왜가리를 만난다. 여름새에서 텃새로 거듭난 것이라 ‘청계천 텃새’라고 부른다. 머리에 댕기를 두른 흰 해오라기도 가끔 보이는데, 주로 왜가리다. 광화문에서 세운상가 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왜가리가 한두 마리 흩어져 물고기를 잡거나, 낮게 청계천 물길을 날아오르기도 한다. 처음 발견하고는 신기했는데 이제는 반갑다. 이 왜가리들을 두고 ‘서울시 공무원’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물이 얼마나 깨끗한지, 송사리들은 얼마나 많이 살고 있는지 그 왜가리들이 지표가 되는 덕분이다. 최소한 먹이인 물고기가 충분하니 최소 서너 마리가 상주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공무원이라도 ‘늘공’은 아니고 ‘어공’일 왜가리, 올겨울도 무사히 잘 나길! symun@seoul.co.kr
  • [길섶에서] 코로나 연말/김균미 대기자

    코로나19와 함께 보낸 2020년이다.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손을 씻고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 어느새 12월이다. 세월 가는 줄 모르다가 광화문에 등장한 구세군 빨간 냄비와 시청 광장의 사랑의 온도탑을 보니 연말이구나 싶다. 웃을 일 없는 요즘, 퇴근길 세종대로에 있는 한 건물 앞의 성탄절 장식 전구에 불이 들어온 것을 보니 어찌나 반갑던지. 코로나에 저당 잡힌 평범한 일상과 반납한 연말 모임들. 너무 일찍 깜깜한 어둠이 내려앉는 도심과 번화가, 늘어만 가는 사무실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는 건물들 사이를 걷다 보면 나도 모르게 기분이 축 처진다. 코로나 때문에 기다려 온 연말 모임까지 취소해 우울한 마당에 화려한 장식을 보면 ‘누구 약 올리나’ 싶고 속이 상할까. 오히려 그 반대일 것 같다. 그렇잖아도 온통 우중충한데 성탄절 장식을 보면서 잠시나마 기분이 좋아지고, 위로가 되지 않을까. 그래서 올 연말에는 사람들 사이 거리는 두되 시내 곳곳이 예년보다 조금은 더 화려하고 다양한 장식으로 분위기를 한껏 냈으면 좋겠다. 버스 타고 걸어서 오가는 사람들이 기분 전환을 하고 대리 만족도 할 수 있게. 독창적인 연말 장식을 기대해 본다. kmkim@seoul.co.kr
  • [길섶에서] 코로나 수능/전경하 논설위원

    ‘과연 올해 치를 수 있을까’ 하며 마음 졸이던 수능이 어제 끝났다. 대학별 지원, 면접 등 한 달 이상의 일정이 남아 있지만 사회 전체가 큰 산을 넘은 기분이다. 다양한 입시 전형이 있지만 여전히 수능은 한국 사회에서 중요하다. 힘들게 공부해서 대학에 가고 몇 년 뒤에 졸업해도 원하는 좋은 곳에 취직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지만 말이다. 수능날은 금융시장이 한 시간 늦게 열리고 영어듣기 평가시간에는 모든 항공기의 이착륙이 금지된다. 외신에 소개될 정도로 나라 전체가 숨을 죽인다. 모순이 겹겹이 쌓여 불합리한 교육체계와 사회구조에서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들에게 미안하기 때문일 거다. 수험생들은 현재 상황에 어떤 책임도 없으니까. 어쩌다 우리는 이런 교육체계와 사회구조를 갖게 됐을까. ‘선취업 후진학’이라며 직업계 고등학교 진학이 장려된 적도 있지만 최근 들어 직업계 고교 졸업생들의 취업률은 떨어지고 대학 진학률이 상승한다. 올해는 코로나19로 현장실습이 어려워지면서 취업률은 더욱 떨어질 전망이다. 미래의 직업은 다양해질 거라는데 우리의 교육 경로는 다양해지지 못하고 퇴행하고 있다. 미래 세대에 대한 미안한 마음, 수능날 느끼는 그런 마음이 제도 변화의 원동력이 됐으면 좋겠다. lark3@seoul.co.kr
  • [길섶에서] 천연기념물 가로수/서동철 논설위원

    지난가을 ‘서울미래유산 그랜드투어’에 몇 차례 참가했다. 구로역에서 신도림역으로 경인로를 따라 걸을 때는 일제강점기 심어진 플라타너스가 노거수로 자라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여의나루길 가로수도 그랬다. 1966년 여의도 개발로 아파트 단지가 조성될 때 심어진 가로수가 이제는 짙푸른 그늘을 드리운다. 가로수를 잘라 내는 문제로 마찰이 생길 때마다 ‘가로수는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존하면 안 되나’ 하고 생각했다. 경인로나 여의나루길의 가로수처럼 지역이나 길의 역사를 보여 준다면 국가지정문화재로 보호하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천연기념물에도 지정제도에 더해 등록제도를 새로 둘 수도 있을 것이다. 가로수가 ‘천연’이냐는 반론도 있겠다. 하지만 천연기념물인 재동 백송이나 조계사 백송도 자연적으로 자라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역시 천연기념물인 경남 남해 미조리의 상록수림도 방풍림이자 어부림으로 주민들이 대대로 가꾼 것이다. 담양의 메타세쿼이아길 가로수는 지정만 되지 않았을 뿐 이미 문화재다. 대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앞길 가로수도 손색이 없다. 길을 넓히면서 가로수를 베어 내고 새로 심는 것이 아니라 이미 터를 잡은 가로수를 따라 새 길을 내는 것이 어려운가.
  • [길섶에서] 자기 성찰/손성진 논설고문

    ‘철’이라는 말은 사리를 분별하는 힘을 말한다. 보통 남자들은 군대 갔다 오면 철든다고 한다. 힘든 과정을 겪고 나면 비로소 자신의 위치를 깨닫고 세상에 눈을 뜨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철들자 노망든다’는 말이 보여 주듯 대개 사람이 바뀌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사람의 습성은 선천적인 것이어서 고치기가 쉽지 않다. 군에 다녀와야 철든다는 말도 극히 일부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철이 들었다가도 그때뿐이고 금세 예전으로 돌아가기 십상이다. 오랫동안 알고 지내는 친구들을 보면 수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외모만 바뀌었을 뿐 ‘어쩌면 저렇게 그때와 똑같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이들이 있다. 남이야 어떻게 생각하든 자기중심적인 사고에 빠진 사람들은 더 그렇다. 나잇값을 하라는 말이 있다. 나이가 든 만큼 다른 사람, 젊은 사람의 귀감이 되는 어른스러운 언행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자신을 그냥 방치하다가는 나잇값을 하기 어렵다. 권위만 찾으려 하지 도덕과 법규를 지키지 않는 노인들은 젊은이들을 나무랄 자격이 없다. 매일같이 자기 성찰과 반성을 함으로써 그나마 조금 나아질 수 있다. 죽는 순간까지 철없다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부단히 수양을 쌓아야 한다. sonsj@seoul.co.kr
  • [길섶에서] 무교동 구두수선집/문소영 논설실장

    “5년 만에 오신 거 같아요.” 서울 무교동 구두수선집 아저씨는 이렇게 반갑게 맞아 주었다. “에이, 아니에요. 아직 3년이 안 됐어요.” 이어 설명했다. 2018년 설을 앞두고 발바닥이 골절해서 운동화를 즐겨 신은 지가 3년 가까이 됐다고. 그 전에는 구두수선이나 구두 광내기를 안 했을 리가 없으니 최대 3년쯤 됐다고 했다. 구두 뒤축을 갈아 주는 아저씨를 찬찬히 살펴보니 겨우 3년 못 뵌 사이에 머리카락에는 흰눈이 많이 내렸고, 큰 키에 적당했던 몸피도 줄어 보였다. 코로나19에 어찌 지내시냐고 안부를 묻자, 아저씨는 “심심해서 그냥 나온다”면서 “직장인들이 남녀를 가리지 않고 운동화를 많이 신기 때문에 일이 크게 줄었다”고 한다. 특히 여성들이 하이힐을 버려서 일이 없단다. 아! 지난 3년 운동화를 신은 사람은 나만이 아니었나 보다. 이어 “나도 1년 전에 넘어졌는데, 잘 낫지를 않아요”라고 했다. “저도 상처가 나면 딱지가 떨어진 뒤에도 살빛이 돌아오지 않아요.” 나이 차이는 10여살이겠으나 서로 늙어가는 하소연을 하고 있었다. “사장님, 제가 회사를 6~7년은 더 다녀야 하는데, 그때까지는 꼭 더 일을 하셔야 해요. 구두라도 닦으러 자주 올게요.” 이 약속을 꼭 지켜야 할 텐데.
  • [길섶에서] 진정한 회춘(回春)/박홍환 논설위원

    ‘함내군방아미토(檻內羣芳芽未吐·울타리 안 온갖 꽃들은 아직 피어날 기미도 없건만) 조이회춘(早已回春·봄은 이미 일찍 돌아와 있었네).’ 당송팔대가 가운데 한 명인 북송 시대 시인 소동파의 ‘봄을 찾아서’라는 시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처럼 회춘은 겨울이 가고 봄이 온다는 뜻이다. 요즘 우리네 사회에선 노인이 도로 젊어졌다는 뜻으로 더 많이 쓰인다. 나이보다 많이 어려 보이는 사람에게 흔히 “세월도 비켜가네”라거나 “나이를 거꾸로 먹었냐”며 부러움을 드러내는 게 인지상정이다. 노화 이전의 젊고 건강한 몸으로 회춘하는 것은 모든 이들의 꿈이기도 하다. 국내 연구진이 이런 ‘역(逆)노화’의 원천기술을 개발했다고 한다. 노화돼 죽어가는 인간의 세포를 암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혈기 왕성한 젊은 세포로 되돌리는 기술이란다. 20대의 탱글탱글한 피부를 가진 100세 노인이 앞으로 속출할지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몸의 회춘과 동시에 사상과 생각까지도 젊어져야 조화로울 텐데 그건 가능할까. 그렇잖아도 ‘동안(童顔) 꼰대’가 즐비한 세상에 몸만 젊어지고 생각은 고루한 사람들을 숱하게 마주치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정언(定言)에 한 가닥 희망을 가져야 할까. stinger@seoul.co.kr
  • [길섶에서] 새로운 BC와 AD/이종락 논설위원

    우리가 사용하는 달력인 그레고리력은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준으로 기원전(B.C.)과 기원후(A.D.)로 구분하고 있다. B.C.는 영어 표현인 Before Christ로 ‘예수 그리스도가 태어나기 전’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A.D.는 ‘주(님)의 해’를 의미하는 라틴어 Anno Domini를 줄여서 쓴 것이다. 그런데 A.D. 1년이 예수 출생연도가 아니라는 반론도 많다. 6세기쯤 로마 황제의 명령으로 서기를 만든 사람들이 예수의 출생연도를 잘못 계산했다는 것이다. 마태오 2장 1절과 2장 19절, 루가 1장 5절에 따르면 예수는 헤로데 대왕 생존 시에 탄생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헤로데 대왕은 기원전 37년부터 4년까지 이스라엘을 다스리다 죽은 왕이다. 그래서 성서학계에서는 예수가 기원전 6년에 탄생한 것으로 여긴다. 나중에 학자들도 이 사실을 알았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레고리력을 쓰고 있어 바꿀 수 없었다고 한다. 코로나19가 창궐한 뒤 B.C.와 A.D.의 해석이 ‘Before Corona’(코로나 이전)와 ‘After Disease’(질병 이후)라는 뜻으로 바뀌었다는 소리도 있다. 코로나19가 예수탄생의 의미와 비교할 순 없겠지만 개인의 일상과 행동양식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반증이다. jrlee@seoul.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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