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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섶에서] 로투스 가든/박홍환 논설위원

    이미 오래전 문을 닫았다지만 서울 강남의 중식당 로투스 가든은 약속 장소로 쓸 만했다. 음식 맛도 좋았지만 입구의 커다란 연꽃 모양 로고에 끌려 자주 찾곤 했다. 연꽃이 어떤 꽃인가. 늪이나 연못의 흐리고 탁한 흙탕물 속에서 어찌 그토록 청정무구한 꽃이 피어날 수 있는지, 불교를 상징하는 꽃으로 대접받는 이유를 알 만하지 않은가. 보통 이맘때 피어나는 연꽃의 군집은 장관이다. 동틀 무렵, 연못이나 호수에 자욱하게 깔린 물안개를 뚫고 수많은 연꽃이 봉오리를 터뜨리는 모습은 신비롭기까지 하다. 불가에서는 오랜 수행을 거쳐 번뇌의 바다에서 벗어나 깨달음에 이른 사람, 다시 말해 부처를 연꽃에 비유한다는데 진흙탕 같은 삶의 현장에서도 청정하고 지혜로운 사람들은 그 고귀한 모습을 언젠가 반드시 드러내고야 만다는 의미를 담고 있을 것이다. 그런 연꽃이 가득 피어나는 정원이라니, 그래서 삶에 지친 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찾았는지도 모르겠다. 아쉬운 마음에 이번 주말에는 이른 새벽 나만의 로투스 가든으로 길을 떠나고자 한다. 호수를 가득 채워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연꽃이 피어나는 곳이다. 이전투구가 시작된 이번 대선에서 연꽃 같은 청정 후보가 등장하길 바라면서 말이다.
  • [길섶에서] 음식의 소중함/이종락 논설위원

    조선시대 임금에게 올리던 수라상(水刺床)은 기본음식 외에 12가지 찬품을 올리는 12첩 반상을 원칙으로 했다. 밥·국·김치·장·조치·찜·전골 등 기본 외에 숙채·생채·구이·조림·전·적·자반·젓갈·회·편육·장과·별찬 등을 곁들였다. 그야말로 진수성찬. 하지만 임금이 전란이나 내란을 피해 지방으로 갔을 때는 지참한 식료품이 충분치 않고, 피란지에 맛난 음식이 있지도 않아 초라한 수라상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서민들이 즐겨 먹던 음식을 입에 댔다. 인조가 이괄의난으로 6일간 공주로 피란 갔다가 임씨 성을 가진 백성이 콩고물을 묻힌 떡을 진상하자 이를 맛보고 “절미”(뛰어난 맛)라고 극찬했다. 이후 ‘임절미’로 불리다가 발음상 편의로 ‘인절미’로 굳어졌다. 선조도 임진왜란 때 의주 피란길에 ‘묵’이라는 물고기를 맛보고 ‘은어’(銀魚)라는 근사한 이름을 하사했다. 하지만 환궁한 뒤 다시 먹어보니 옛날의 그 감칠맛이 아니어서 “에이, 도로(다시) 묵이라 불러라”라고 해 도루묵이라는 새 이름이 생겨났다. 예나 지금이나 자신이 놓인 환경이 열악해야 음식의 제맛을 느끼는 모양이다. 배부른데 웬만한 음식이 성에 찰 리가 있겠는가. 오늘 삼시 세끼도 피란 갔던 임금의 심정으로 소중하게 대해 맛있게 먹어야겠다.
  • [길섶에서] 불청객 장마/오일만 논설위원

    여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다. 바로 비 손님, 장마다. ‘장마’라는 표현은 16세기 문헌에 처음 등장했고 이전에는 ‘오래 내리는 비’라는 뜻의 ‘오란비’라고 불렸다는 기록이 있다. 비가 길게 온다고 해서 ‘길 장(長)’의 한자에 물의 옛 우리말인 ‘마’가 더해져 장마가 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장마를 ‘매실이 익을 무렵 내리는 비’라고 해서 ‘매우’(梅雨)라고 부른다. 이런 장마가 요즘 심술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올해의 경우 39년 만에 가장 늦은 시기인, ‘7월 장마’를 맞이할 듯하다. 작년에는 매우 이른 6월에 와서 역대 최장인 54일간이나 비를 뿌렸다. 도무지 갈피를 잡지 못할 정도로 혼란스럽다. ‘변이 코로나’처럼 변덕이 죽 끓듯 한다. 장마의 개념도 바뀌는 중이다. 보통 장마전선으로 많은 비가 지속적으로 내리지만 지금은 다르다. 장마 도중에 한동안 비가 멈추거나, 갑자기 열대성 호우가 쏟아져 내려 곤욕을 치렀던 기억이 새롭다. 조만간 들이닥칠 불청객은 좀 ‘순한 놈’이 오면 좋겠다. 여름 한철 피서지 상인들 마음 상하지 않고 알알이 영그는 농작물에 피해가 없도록 조용하게 왔다 바람처럼 사라지길 기대한다.
  • [길섶에서] 과묵과 수다/김상연 논설위원

    인생을 꽤 오래 산 어른한테서 이런 얘기를 들었다. “예전에는 말수가 적은 사람이 뭔가 있어 보였어요. 그런데 사람을 많이 겪어 보니 그런 사람들이 오히려 맹탕이라는 것을 깨달았지요. 반대로 말수가 많은 사람은 가벼워 보이지만, 실상은 조금이라도 뭔가를 알고 있기에 그만큼 말하고 싶어 하는 거 아닐까요. 그래서 지금은 과묵한 사람에 대한 환상이 없어요.” 평소 말수가 많은 성격을 고치지 못해 고민인 사람들에게는 복음과도 같은 찬사가 아닐 수 없다. 그러고 보니 과묵한 사람이 모처럼 입을 열었을 때 생각했던 것보다 별로 내용이 없어 의외라고 생각했던 적이 종종 있다. 물론 과묵한 사람이 모두 맹탕이라고 일반화하는 것은 위험할 것이다. 천성이 말수가 적거나 듣는 사람들의 수준이 너무 낮아 말을 섞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분명한 건 경제학적으로 따지면 말수가 많은 사람은 말수가 적은 사람에 비해 손해라는 것이다. 개똥철학이든, 심오한 지식이든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은 듣는 사람에게 뭔가 정보를 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말수가 많은 사람에게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식의 핀잔은 주지 말았으면 한다. 그 수다 중에 혹시 피가 되고 살이 될 지식이 숨어 있을지 누가 알겠나.
  • [길섶에서] 손수건/이동구 수석논설위원

    지하철에서 마주친 노신사의 손수건이 관심을 끌었다. 양복 한쪽 윗주머니에 꽂힌 형형색색의 손수건 자락이 어설픈 듯 화려하다. 가슴팍에 꽂았던 코흘리개들이 떠오르는가 하면, 온갖 변화무쌍한 쇼를 펼쳤던 마술사의 손수건도 떠올랐다. 땀 많은 체질이라 사시사철 반드시 지니고 다녀야 할 필수품인 손수건이 흐려진 옛 기억들을 불러 모았다. 문학 작품이나 노래 가사 등에서 손수건은 연인 간 이별의 상징물이 되곤 한다. 손수건을 한자로 번역하면 절연의 뜻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주요섭의 소설 ‘사랑손님과 어머니’에서 어머니는 딸 옥희를 통해 사랑방 손님에게 하얀 손수건을 건네며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랑의 감정을 전한다. 그리스의 세계적인 가수 나나 무스쿠리의 원곡을 번안한 트윈폴리오의 ‘하얀 손수건’도 연인 간의 애절한 이별을 노래한 것으로 지금까지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다. 유치환의 대표작 ‘깃발’에서 ‘저 푸른 해원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이란 표현은 또 어떤 의미일까. 시인의 그리운 마음이 느껴진다. 잔칫집에서 떡이며 한과 등을 꽁꽁 싸매었던 어머니의 손수건이 불현듯 떠오른다. 기쁨과 따스함이 가득했던 그 광목 손수건을 다시 한번 펼쳐 보고 싶어진다.
  • [길섶에서] 청담동 미용실/임병선 논설위원

    난생처음 청담동 미용실을 가 봤다. 2주 전 토요일 아침이다. 놀라웠다. 아침 7시 30분쯤 도착했는데 발레파킹하는 젊은이가 분주히 뛰어다녔다. 제법 큰 면적의 단독주택을 리모델링한 건물의 일층에선 머리 손질을, 이층에선 웨딩 화장을 했다. 쉰 쌍쯤 되는 신랑신부와 그 부모들, 연예인처럼 멋진 이들, 첫눈에도 연예인 지망생임을 알아볼 수 있는 청소년들이 컨베이어벨트에 올려진 것처럼 휘황하게 돌아갔다. 입장하니 옷을 입히는데 내 이름표가 붙어 있었다. 직원들은 더 바랄 나위 없이 친절했고 능숙했다. 가장 특이한 손님은 허리가 구부정한 팔순 어르신이었다. 난 속으로 자녀가 늦게 결혼하는가 보다 싶었는데 몰라보게 달라진 아내가 “아마도 ‘메모리얼 웨딩’을 올리시는가 보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정신없이 돌아가던 컨베이어벨트는 두 시간쯤 걸려, 정확히 입장한 순서대로 손님들을 내려놓았다. 이곳 원장은 업계에서 꽤 유명한 듯 안내 데스크에 자서전이 꽂혀 있었는데 다리를 다쳤는지 목발을 짚은 채 계단을 힘겹게 올라섰다. 직원마다 뛰어나와 “어머 원장님, 어떻게 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넸다. 재벌 회장이 사옥 앞에 이르면 직원들이 일제히 허리를 숙이는 드라마 장면이 떠올랐다.
  • [길섶에서] 트럼프 책/김균미 대기자

    하루에 많게는 수십 번 트윗을 날리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트위터와 페이스북 계정이 정지돼 직접 소통의 길이 막혔으니 얼마나 갑갑할까. 폭스뉴스 빼고 트럼프 관련 기사도 현저히 줄었다. 그런데 조만간 상황이 바뀔 것 같다. 다음달부터 트럼프 관련 책이 줄줄이 출간된다. 트럼프 관련 새로운 사실이 폭로되면 언론이 이를 다루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책 내용이 호의적인 것만은 아니어도 자신에 대한 뉴스에 목말라 있는 트럼프에게는 성공적인 홍보전략인 셈이다. 재임 중에도 트럼프 관련 책은 많았지만, 내년 말까지 적어도 17권의 책이 더 나올 예정이라고 미 언론은 전했다. 전임 대통령 관련 책이 이처럼 봇물을 이룬 적이 있었나 싶다. 트럼프는 지난 1월 말 퇴임 후 최소 22번 인터뷰를 했다. 플로리다 마라라고에서 보도·출판을 전제로 한 사람당 평균 90분을 할애했단다. 정장 차림으로 나와 다이어트 콜라를 ‘대접’한다고. 트럼프 백악관을 다룬 ‘화염과 분노’를 쓴 마이클 울프가 7월 27일 테이프를 끊는다. 자신에 대한 책을 2권이나 낸 워싱턴포스트 밥 우드워드의 인터뷰 요청은 이례적으로 거절했다. 책 내용은 차치하고 언론의 속성을 훤히 꿰고 ‘밀당’을 즐기는 트럼프가 놀랍다.
  • [길섶에서] 참새 M/문소영 논설실장

    여름비가 추적추적 오던 지난 금요일 아침, 길에서 뭔가 버둥거렸다. 허리를 굽혀 보니 새 한 마리가 바로 서려다가 자꾸 뒤집히곤 했다. 사람 냄새를 묻히면 안 된다는 이야기가 생각나 새 마스크로 새를 들어 올렸더니 부리에 아직 노란색이 완연한 어린 참새였다. 출근시간은 다가오고, 어미 새는 보이지 않고 해, 마음이 우왕좌왕하다가 그 어린 참새를 마스크로 싸 출근길에 올랐다. 동물병원에 가야 하나 싶었는데, 유튜브 등에 어린 참새 구조하는 법을 찾을 수 있었다. 참새 둥지는 밖에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오목해서 어린 참새가 실수로 떨어지는 일은 거의 없다고 했다. 즉 길에 떨어진 어린 참새는 어미 새 입장에서는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내친 사례가 대부분이라 부러 구조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양육에는 많은 힘이 드니까, 어미 새로서도 생존력이 더 강한 새끼만 돌보고 싶은 게 자연의 법칙이라는 것이다. 비에 젖은 날개가 따뜻한 손 안에서 다 마르고서 어린 참새는 두 눈을 똘망하게 떠 내 마음을 기쁘게 하더니, 이런저런 노력에도 그날을 넘기지 못했다. 하루를 넘기면 ‘참새 M’이라고 이름도 지어 줄 예정이었는데. 살리려 애쓰다 그새 정들었는지 그날은 몹시 힘든 금요일이었다. symun@seoul.co.kr
  • [길섶에서] 점심 산책/서동철 논설위원

    사원식당에서 이른 점심을 먹고 나섰는데 발걸음이 자연스레 삼청동 쪽으로 향한다. 얼마 전 국립민속박물관이 새로운 전시를 시작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부산, 바다와 뭍의 나들목’이라는 주제였다. 올해는 ‘부산 문화의 해’라고 한다. 눈길이 ‘피란민과 밀냉면’ 코너의 녹슨 냉면기계에 멈춘다. 밀면이 처음에는 밀냉면이라는 이름이었다고 한다. 밀냉면이 이 음식의 진화과정을 더 잘 설명해 주는 것 같다. 냉면기계의 끝부분 면발이 줄줄이 나오는 둥근 틀이 ‘분창’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밀면을 처음 만들어 팔았다는 ‘내호냉면’도 소개돼 있다. 이 집 밀면을 먹은 기억이 없으니 나는 부산 여행을 헛한 것이다. 우리 세대에게 부산은 신발의 고장이다. 고무신의 역사도 볼 수 있어 반가웠다. 범표 삼화고무, 말표 태화고무, 기차표 동양고무, 왕자표 국제상사가 기억나는 세대라면 필자처럼 우선 접종 대상이 돼 코로나19 백신을 벌써 맞았겠다. 동명목재의 흔적도 있었다. ‘부산 아지매’가 밀고 다니며 “재첩국 사이소”를 외쳤을 손수레에 전화번호가 적혀 있다. ‘010’으로 시작하는 것을 보니 최근까지 쓰던 것인가 보다. 회사로 돌아오니 딱 한 시간이 걸렸다. 주마간산이면 어떤가. 이런 게 문화생활이 아닌가. sol@seoul.co.kr
  • [길섶에서] 여름꽃/손성진 논설고문

    마지막 봄꽃, 붉디붉었던 장미가 최후의 시간을 맞는다. 화려했던 날들을 뒤로하고 꽃의 여왕도 마르고 바랜 꽃잎을 맥없이 떨어내며 봄을 따라 바쁜 길을 재촉한다. 시계추는 쉴 줄을 모르고 자연의 섭리는 거스를 줄을 모른다. 낙화를 아쉬워할 새도, 가는 봄을 안타까워할 새도 없이 여름은 짧은 전보 한 통도 없이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왔다. 낮이 가장 길다는 하지(夏至). 입하(立夏)와 입추(立秋)의 가운데에 있는 하지는 절기상으로는 여름의 정점이다. 가슴마저 철렁 내려앉았다면 봄을 매우 좋아하거나 여름을 몹시 싫어하는 쪽. 그들에게 위안을 주는 건 열기 속에 꿋꿋이 피어나서 자라는 꽃이다. 뜨거운 태양 아래 무슨 꽃이 싱싱하게 자랄까 싶지만, 여름꽃은 늠름하기만 했다. 수국, 작약, 상사화, 꽃양귀비, 금계화, 꽃창포, 수레국화…. 저토록 아름답게 피어난 여름꽃들이 있기에 희미해져 가던 설렘은 봄과 함께 멀리 달아나 버리지는 않았다. 봄꽃이 가녀리다면 여름꽃은 들여다볼수록 강렬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뜨거우면 뜨거울수록 시들지 않고 맞서 싸우고 견뎌 내겠다는 강인함. 너무 눈부셔 눈을 뜰 수가 없다. sonsj@seoul.co.kr
  • [길섶에서] 일본인의 옛길 사랑/이종락 논설위원

    주말이면 옛길걷기가 일상이다. 지난 1월 22일 동대문을 출발해 평해길(385㎞)과 의주길(74㎞)을 완주했다. 요즘은 서울 남대문에서 전남 해남과 제주 관덕정으로 이르는 삼남길을 걷는다. 옛길을 걷는 데 주로 보는 참고서는 ‘옛길 전문가’ 신정일씨와 일본인 도도로키 히로시가 썼다. 일본 규슈 오이타현 리쓰메이칸(立命館) 아시아태평양대학에서 조교수로 재직 중인 도도로키 선생은 1998년 서울대 지리학과 대학원에 입학해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1999년 영남대로, 2000년 삼남대로, 2001년 관동대로를 답사했다. 지리학도로서 연구목적이지만 22년 전부터 대부분 한국인도 잘 몰랐던 옛길을 완주하고 책을 출간했다는 것에 놀란다. 도도로키 교수는 올해도 단행본 ‘조선시대 수경(水經)’과 논문 ‘통일신라 간선역과 행정구역 관계’를 써 한국지리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그는 삼남대로를 걷던 중 전남 장성에서 한국인 최정인씨를 만나 결혼했으니 평생을 한국 옛길과 인연을 맺은 셈이다. 50대 중반을 넘어서 옛길의 존재와 가치를 안 나로선 부끄럽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일본 에도시대 옛길 중 교토의 산조바시부터 도쿄의 니혼바시를 잇는 총 526㎞의 나카센도를 걸어야겠다. jrlee@seoul.co.kr
  • [길섶에서] 청계천의 새 주인공/박홍환 논설위원

    서울 도심 속 작은 하천인 청계천은 소시민들에게는 그야말로 축복 같은 존재다. 그 안에서 작은 생태계를 이루는 생명체들에게도 마찬가지일 게다. 청계광장 부근의 얕은 여울에는 작은 피라미와 송사리 떼가 물살을 거스르며 은빛 몸체를 반짝거리고, 물 흐름이 다소 완만해지는 수표교 인근에 이르면 성인 팔뚝만 한 잉어 무리가 한가롭게 유영하는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도심 광장을 배회하던 비둘기들도 청계천에 정착한 지 오래다. 수변 식물에서 떨어진 열매 등을 쪼아먹다가 목이 마르면 청계천 물에 첨벙 뛰어들어 온몸이 젖는 줄도 모른 채 목을 축이고, 양지바른 둔덕에서 내리쬐는 햇살을 흠뻑 맞으며 쉴 수 있으니 황량한 도심의 비둘기들에게 이보다 더한 천당이 있을까 싶다. 올해 들어서는 청계천 식구가 좀더 늘었다. 어린 왜가리 2마리가 비행연습, 물고기사냥 등에 여념이 없는데 멀찌감치 어미로 보이는 성체 왜가리가 물가에 내놓은 새끼들마냥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내고 있다. 그 어린 왜가리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청계천 생태계의 새로운 주역이 될 것이다. 이런 작은 생태계조차 시나브로 변화는 시작됐다. 꼰대 일색이던 여의도 정가 생태계의 세대교체 태풍이 낯설지 않은 이유다. stinger@seoul.co.kr
  • [길섶에서] 우유 트라우마/김상연 논설위원

    어릴 때부터 우유를 좋아했다. 없어서 못 먹었다. 그런데 성인이 된 뒤 언제부터인가 우유만 먹으면 배가 아팠다. 나이가 들면 우유를 소화시키지 못하는 ‘유당불내증’에 걸리기 쉽다는 학설을 떠올리며 사실상 우유를 끊었다. 그러던 중 지인으로부터 흥미로운 얘기를 들었다. 그 사람도 우유를 먹으면 배가 아팠다고 한다. 하지만 굴하지 않고 위장을 단련시킨다는 생각으로 악착같이 계속 우유를 먹었다고 한다. 그랬더니 어느 순간 우유를 먹어도 배가 아프지 않은 경지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해봤다. 실로 몇 년 만에 우유를 사서 조심스럽게 한 잔 먹어 봤다. 의외로 배가 아프지 않았다. 계속 먹었다. 가끔 아픈 적도 있었지만 참고 꿋꿋이 먹었다. 그랬더니 지금은 우유를 물처럼 마셔도 아무렇지 않다. 죽을 때까지 우유 마시는 즐거움은 더이상 누릴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극적인 반전이 아닐 수 없다. 혹시 이런 사례를 정신적 트라우마에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어떤 사건이나 사고 때문에 생긴 정신적 상처를 자꾸 피하려 들지 말고 마인드를 단련시킨다는 생각으로 정면으로 맞서면 어떨까. 한 번뿐인 인생, 트라우마로 괴롭게 살기엔 너무 아까우니까.
  • [길섶에서] 핑크 플로이드/오일만 논설위원

    핑크 플로이드라는 록밴드가 있다. 1965년 영국 런던의 한 대학(리전드 스트리트 폴리테크닉)에서 스쿨 밴드로 시작했다. 이들은 가사에 사회 고발적인 내용을 담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고, 매우 다양한 악기와 소리를 이용한 전위적인 그룹으로 유명했다. 이 그룹은 록 음악 역사상 세 번째로 많은 음반을 판 전설적인 밴드이자 프로그레시브 록 역사상 가장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표작은 ‘The Dark Side of the Moon’과 ‘The Wall’이다. 노래의 가사 중에는 사랑 타령을 하는 내용은 거의 없고 대부분 인간 소외나 사회의 부조리를 다뤘다. 가장 철학적인 록밴드라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핑크 플로이드의 멤버였던 로저 워터스에게 굴욕을 당했단다. 저커버그가 핑크 플로이드의 노래를 인스타그램 광고에 사용하겠다며 워터스에게 거액을 제시했다가 “꺼지라”는 소리와 함께 욕설 세례를 받았다는 것이다. 워터스가 저커버그의 제안을 거절한 이유는 페이스북의 그룻된 ‘권력 확장’ 우려 때문이란다. 핑크 플로이드의 광팬으로서 80세에 가까운 그가 젊은 시절의 이상과 철학을 간직하고 있다는 소식이 너무도 반갑다. oilman@seoul.co.kr
  • [길섶에서] 마음을 다스리는 산행/이동구 수석논설위원

    10여년 전만 해도 계절마다 전국의 명산들을 찾아다녔다. 여러 지역에 흩어져 살고 있는 고향 친구들이 분기별 모임을 산행 일정으로 잡았기에 가능했다. 그때마다 늘 일행 중에 가장 힘들어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비만에 부실한 체력, 고소공포증 등으로 험한 산길은 피하는 게 다반사였지만 산의 아름다움과 모임의 즐거움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요즘엔 주말이나 휴일 등에 별다른 약속이 없으면 혼자서 인근의 산을 찾는다. 젊은 날의 산행이 정상에 오르는 게 목적이었다면 요즘의 산행은 좀더 오랫동안 산속에 머물러 있는 것을 즐긴다. 빠른 발걸음 대신 엉덩이를 무겁게 하고 싶어진 것이다. 산꼭대기를 향해 허겁지겁 쫓기듯 오르지 않아도 되고 위험한 곳은 찾지 않아 여유롭다. 등산로만 보고 걷던 산행이 아니라 숲의 변화를 보고, 시시각각 바뀌는 경치도 즐길 수 있다. 산의 색깔도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도 매번 다르다. 물론 산행에서 얻는 즐거움이나 깨달음도 달라진다. 지난 주말에는 한켠에 숨겨 놓은 듯한 산사에서 ‘마음을 다스리는 글’을 읽느라 오랫동안 멈췄다. “지나간 일에 대해 근심하지 않고, 미래에 대해 집착하지 말라. 현재에 얻어야 할 것만을 따라 바른 지혜로 최선을 다하라.”
  • [길섶에서] 두 가게/임병선 논설위원

    서울숲 공원에 수국 보러 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가는 길에 두 가게가 눈길을 붙든다. 미용실 원장이 유리창에 내붙인 공고 문구가 애달프다. ‘장미허브(레몬밤)를 화분에서 키우는 중이니 손대지 마세요!!! 나중에 키워서 달라고 요구하면 분양하겠습니다. 제발 부탁합니다.’ 지난해 이맘때 길 건너 카페 주인도 비슷한 내용의 팻말을 화분에 꽂아 두고 있었다. ‘분양해 달라고 하면 드릴테니 수국 가져가지 마세요.’ 서울숲 산책객들이 꽃이나 나뭇가지 꺾는 모습을 이따금 바라보곤 한다. 공원이 지척인데 남이 정성스럽게 키운 식물을 파 가 자신의 집 화분에 옮겨 심으면 행복해질까, 정말 궁금하다. 미용실에서 몇 집 건너 가게에는 초콜릿 복근을 자랑하며 토마토 상자를 든 상남자 포스터가 눈에 띈다. ‘점심 먹고 갓딴 토마토. 갓파머 한OO. 건강한 토마토를 만든다는 철학을 가진 보디빌더’란다. 사 먹던 토마토와 확연히 다른 맛이다.이 점포는 팝업 가게를 표방한다. 컴퓨터 팝업 창처럼 2주만 임대하고 다른 사람이 이어받는다. 온라인 영업을 주로 하며 오프라인 프로모션도 하고픈 청년 창업자에게 딱 맞는 임대차 트렌드다. 팬데믹 여파에도 청년들이 희망을 움틔운다는 건 좋은 일이다. bsnim@seoul.co.kr
  • [길섶에서] 전화번호 검색 서비스/김균미 대기자

    너나없이 개인정보 유출에 매우 민감하다. 몇 년 전만 해도 소속된 단체나 모임의 회원 명단이나 수첩에 전화번호와 주소, 이메일을 싣는 데 특별히 거부감이 없었는데 지금은 다르다. 이제는 아예 무엇만 공개할지 사전에 물어보는 경우가 늘었다. 회사 주소와 전화번호, 이메일까지는 몰라도 휴대전화번호와 집주소는 공개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기자라는 직업 특성상 연락처를 공개하지 않을 수도 없다. 일과 관련한 전화는 어쩔 수 없어도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스팸 전화에 어떻게 전화번호를 알았느냐고 항의도 해 봤지만 속수무책이다. 보이스피싱 전화까지 생각하면 더더욱 개인정보의 공개에 보수적이 된다. 결국 나름의 기준도 생겼다. 대출이나 보험 가입 권유 전화가 대부분인 ‘15※※’로 시작하는 번호와 ‘070’ 번호는 절대 받지 않는다. 모르는 일반번호는 인터넷의 전화번호 검색 서비스에 물어본다. 절반가량은 이 서비스를 통해 걸러진다. 검색 서비스에 전화번호를 등록하고 어떤 전화인지 의견을 다는 번거로움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전화번호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개인정보다. 그래서 더욱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 kmkim@seoul.co.kr
  • [길섶에서] 화난 날씨/전경하 논설위원

    지난달 툭하면 비가 오길래 장마인 줄 알았다. 기상청은 역대급 5월 강수량이지만 장마는 아니란다. 장마는 이달 하순이나 시작할 거라는데 그럼 5월 비는 뭐였지? 지난해 장마가 52일이었다. 기상청이 폭염을 예보했는데 가장 긴 장마가 왔다. ‘오보청’에 ‘기상 망명족’이라는 말도 나왔다. 기상이변이 속출하다 보니 예보가 쉽지 않았을 테지만 다른 나라보다 예보의 정확성이 떨어지긴 했다. 올 들어서도 날씨가 예측 불허다. 1월 혹한에 곳곳에서 세탁기가 얼어 ‘빨래난민’이 생겼다. 지난달 비도 많이 왔지만 더위도 일찍 찾아왔다. 그래서 과일이 피해를 입는 과수화상병도 예년보다 일찍 발생해 지금 경계 단계다. 올 8월은 예년보다 더울 거라는데 6월 초에 30도를 넘나드니 대체 얼마나 더우려나 걱정도 된다. 날씨가 화났다. 2018년 폭염, 2019년 태풍, 2020년 장마 등 새 기록들이 쏟아졌다. 올해는 5월 강수량에 더해 어떤 기록이 나올까 싶다. 최근에는 기온이 30도 가까이 오르다가 다음날 22도로 뚝 떨어지기도 한다. 사람들이 날씨를 화나게 했으니 그 대가를 치르는 모양이다. 화를 달래는 방법은 일회용품 사용 자제, 대중교통 이용 등 불편함을 자처하는 일이다. 다들 그렇게 해야 하는데 가능할까. lark3@seoul.co.kr
  • [길섶에서] ‘유령’/문소영 논설실장

    60대 이하인 내 지인들은 복도 많아, 잔여백신과 노쇼백신을 접종했다고 자랑했는데 그때마다 한숨을 내쉬고 들이쉬고는 했다. 일주일 전 명지병원에서 잔여백신이 있다는 연락이 왔을 때에는 마침, 중요한 회의가 있어서 갈 수가 없었다. 인생에 그런 좋은 기회가 여러 차례 오겠느냐며, 7월에 50대들 단체접종할 때나 백신접종을 하겠구나 생각하니 또 한숨이 나오곤 했었다. 그러나 쥐구멍에도 볕 들 날이 있다고, 잔여백신 맞으러 오겠느냐는 전화가 마침내 7일 당도해 오후 반차를 내서 달려갔다. 6월 7일에 백신접종자가 85만 5000명으로 일일 기준으로 최대 규모이던데 그 대열에 낀 것이다. 백신 부작용 걱정은 거의 안 했다. 백신 부작용은 괴담에 가까운 가짜뉴스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앱으로 백신접종증명서도 발급받았다. 오른쪽 어깨가 뻐근할 뿐이고, 특별한 후유증 자각증상도 없어 백신이 혹여 물백신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생길 지경이다. 이제 13일만 감염을 피하면, 5인 모임 금지에서 배제되는 ‘유령’이 될 것이다. 7월부터는 나를 포함해 5인 모임이 가능하고, 백신 1차 접종자로 14일이 지난 지인들도 ‘유령’이 되면 더 큰 규모의 모임도 가능할 듯하니 기대가 충만하다. symun@seoul.co.kr
  • [길섶에서] 광역버스와 ‘화물’/서동철 논설위원

    경기도 신도시에서 광역버스를 타고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계절은 요즘 같은 간절기다. 가장 땀을 많이 흘리는 시기도 봄에서 여름으로, 여름에서 가을로 바뀔 즈음이다. 오늘 아침에도 그랬다. 2층 버스가 다가왔다. 워낙 비좁은 만큼 망설이다가 버스에 올랐다. 줄이 길었지만 예닐곱 사람은 새로운 줄을 만든다. 2층 버스를 보내고 조금 더 기다리더라도 단층 버스를 타겠다는 사람들이다. 2층 버스의 불편을 익히 안다는 뜻이다. 10분쯤 가니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휴대전화를 열어 바깥 기온을 보니 20도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버스 2층은 벌써 30도가 훌쩍 넘은 것이 아닌가 싶다. 2층은 당연히 1층보다 훨씬 덥고 습하다. 좌석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춘 2층버스는 햇볕을 가려 주는 커튼도 없다. 광화문에 도착할 때까지 에어컨은 나오지 않았다. 손님들은 누구랄 것도 없이 알아듣지 못할 ‘외계어’로 고통을 호소했다. 적지 않은 버스기사는 덥다고 느끼면 창문을 먼저 연다. 그런데 창문은 운전석에만 있다. 손님도 더우면 땀을 흘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에어컨을 틀었을 것이다. ‘화물’이라 여기니 이런 일이 벌어진다. 가뜩이나 실패한 2층 버스 정책이다. ‘온도 관리’라도 제대로 했으면! so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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