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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섶에서] 창신동 단상/서동철 논설위원

    후배들에게 밥 살 일이 있으면 종종 동대문에서 가까운 인도음식점으로 간다. 인도음식점이라고 했지만 네팔 사람이 운영하는 곳이니 네팔음식점이라고 불러야 하는 게 옳지 않나 싶기는 하다. 하지만 부처님이 태어난 룸비니도 오늘날에는 네팔땅이라지 않은가. 굳이 지하철을 타고 이곳으로 가는 이유는 회사 근처 인도식당보다 훨씬 값싸게 본고장 음식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식당이 자리잡은 창신동에는 같이 간 사람들을 감동시킬 두 가지 ‘비장의 무기’도 있었다. 그 하나가 창신동시장 골목을 지나 낙산 남쪽 기슭에 이르면 나타나는 안양암이다. 이 작은 절에 들어서면 왼쪽 바위절벽에 서울에서는 만나기 쉽지 않은 마애관음보살이 있다. 자꾸만 깊은 골목길로만 이끌어 심드렁했던 친구들도 작은 환성을 지르게 마련이다. 얼마 전 이 골목의 ‘진짜 보물’이 사라졌다. 창신동 언덕배기의 안양암 골목에는 2층짜리 건물이 양옆으로 나란히 세워져 있다. 동대문 의류 상가의 ‘배후 공단’답게 재봉틀 소리가 흘러나오는 골목 사이로 남산 서울타워가 바라보이는 풍경이 예술이었다. 그런데 서울타워가 있어야 할 자리에 새로 지은 다세대주택 지붕이 가로막고 있는 것 아닌가. 친구들에게 자랑할 것도 한 가지 줄었다.
  • [길섶에서] 겨울옷 입은 가을/박록삼 논설위원

    지난주 지리산 밑자락은 단풍이 채 들지 않았다. 멀리 보이는 노고단 언저리 산등성이는 제법 노랗고 붉은 기운이 비쳤지만 전형적인 가을 느낌은 아니었다. 스산한 바람 선뜩 부는 한적한 길가에 늘어선 산수유는 붉디붉게 열매를 맺었건만 잎사귀는 아예 검은빛이었다. 두어 주 전 설악산 단풍이 곱게 자리잡으려던 차 강원도 산간에 한파가 몰아쳐 잎들이 까맣게 메말랐다는 숲해설가의 말이 떠올랐다. 가을이 겨울옷을 입고 찾아왔다. 뚜렷한 사계절의 기후는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바뀐 지 한참 됐다. 마음속 가을은 아직 도착하지도 않았다. 더위에 지친 몸 겨우 추스르느라 인생의 비의(秘義)를 곱씹지도 못했고, 떠나버린 것의 소중함을 떠올리며 감사하지도 못했다. 가을만의 정서로 차분해지기 전 몰아친 한파 앞에 사람들은 겨울 외투 속에 고개 묻고 종종거리기 바쁘다. 그나마 서울 도심에 흩날리는 샛노란 은행잎이 가을이 잠시 다녀갔음을 증명할 뿐이다. 두 장 남은 2021년 달력 뒤적거리며 뜨거웠던 여름 그 시절을 그리워함은 열정과 청춘의 회한일 테다. 여름은커녕 가을조차 상실한 시기, 쓸쓸하다. 때이르게 겨울 흉내 내는 가을 날씨 속 열정의 흔적을 찾는 노력이 간절하다.
  • [길섶에서] 대두(大頭)/문소영 논설위원

    현대적 미인의 기준에 따르면 남녀 불문, 머리 사이즈가 작아야 한다. ‘얼굴이 작다’는 의미에는 머리 전체의 크기가 작다는 뜻이 들어 있다. 프랑스 인상파 화가 드가의 발레리나는 대충 6등신이다. 프랑스인들이 자그마하기는 하지만, 얼굴이 큰 것인지, 키가 작은 것인지 구분은 안 된다. 다만 발끝으로 몸의 균형을 잡는 발레리나는 키가 작아야 무게중심이 낮아서 안정적으로 춤을 출 수 있을지 모르겠다. 느닷없이 머리 크기 타령을 하는 이유는, 대두(大頭)여야 스트레스를 받을 때 뇌 공간에 상대적인 여유가 있어 냉각 효과를 주지 않을까 하는 망상을 하는 탓이다. 어린 시절에는, 인간 뇌 용량이야 비슷할 테니 그 작은 두개골에 들어가려면 뇌주름이 많아지고 그래서 아이큐가 좋다는 식의 실없는 농담들을 하며 낄낄댔다. 하지만 대처에 나와 사람을 만나 보니 머리 좋다는 사람들치고 머리가 작은 사람이 거의 없었다. 얼굴이 작아도 머리 사이즈는 다들 컸다. 또 이들은 상대적으로 스트레스도 덜 받는 것으로 보였는데, 아무래도 뇌에 공간이 넓어서 면적 대비 스트레스 비중을 줄이는 덕분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나처럼 작은 머리에 유감이다, 배부른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 [길섶에서] 패딩값이 오른다고?/안미현 수석논설위원

    백화점을 지나는데 롱패딩이 눈에 들어왔다. 추위를 많이 타는지라 절로 걸음이 멈춰졌다. 이미 롱패딩이 있다는 ‘이성’과 디자인이 다르다는 ‘감성’이 부딪친다. 이를 놓칠 리 없는 매장 직원이 재빠르게 한마디 던진다. “패딩값이 많이 올랐어요. 내년에는 더 오른대요.” 그로부터 한 달쯤 지난 요즘 ‘패딩값 급등’이라는 기사가 부쩍 눈에 띈다. 패딩에 들어가는 오리(덕 다운)와 거위털(구스 다운) 가격이 많이 올랐기 때문이란다. 여기에도 중국이 등장했다. 전 세계 다운의 80%는 중국에서 만들어진다. 전력난에 시달리는 중국 정부가 공장 가동을 억제하고 있는 데다 중국인들의 가금류 섭취가 줄면서 다운 공급이 줄고 있다고 한다. 내년 겨울 성공적인 베이징올림픽 개최를 위해 중국 정부가 에너지 절약에 힘을 쏟고 있어 당분간 공급 회복은 난망이라는 관측도 곁들여졌다.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중국의 영향력에 새삼 심란해진다. 그보다 더 앞서 스친 것은 제조든 판매든 현장에서는 일찌감치 간파한 ‘현상’을 정작 정부나 언론이 뒤따라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다. 요소수만 해도 현장의 목소리에 제대로 귀를 기울였다면 여기까진 오지 않았을 것이다. 판매원의 귀띔을 꼬드김 상술 정도로 치부했던 게 괜히 미안해졌다.
  • [길섶에서] 다시, 송년회/박홍환 평화연구소장

    각종 모임의 총무에게서 단체 카톡 메시지가 잇따르고 있다. 회원 동정이나 경조사, 좋은 글, 이슈 기사 등을 공유하는 내용이었던 기존 메시지와는 달리 연말이 다가오는 것을 실감케 하듯 송년회 일정 관련 내용이 대부분이다. 벌써 휴대전화 일정표에는 12월 송년회 계획이 채워지고 있다. 일정을 확정 짓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는 일부 모임은 신년회에서 송년 인사까지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1년 전 디지털 달력을 검색해 보니 12월 일정표는 거의 비어 있다시피 했다. 그나마 미리 잡아 놓았던 몇 개의 송년회는 모두 취소된 상태로 표기돼 있다. 영화 ‘컨테이젼’에서 “아무것도 만지지 말라. 누구도 만나지 말라”고 경고했던 감염증 팬데믹 시국에 송년회는 무슨 송년회. 오후 6시 이후 2인 이상 모임은 꿈도 꾸지 못했고, 그나마 밤 9시면 해산해야 하지 않았는가. 불과 1년 전 일인데 까마득한 옛일처럼 아득하다. 언제 사회적 거리두기가 있었냐는 듯 ‘위드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웬만한 식당마다 예약하지 않으면 자리를 잡기 힘들 정도로 모임과 회식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해후·재회에 대한 희망과 기대는 그만큼 절실했다. 드디어 되찾게 된 송년회, 그리운 얼굴들이 벌써부터 삼삼하다.
  • [길섶에서] 덜 돌아가기/전경하 논설위원

    며칠 전 밤 생필품이 떨어져 시간을 확인하니 오후 9시 30분. 가까운 슈퍼마켓이 오후 10시 문을 닫는다고 생각하며 서둘러 갔더니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으로 오후 11시까지 영업한다는 입간판이 보였다. 반가운 마음에 여유를 갖고 다른 물건도 사면서 보니 손님이 별로 없다. 시간이 지나면 사회적 거리두기 전처럼 손님이 늘어날까. 위드 코로나의 첫 주말 밤 풍경이 궁금해 금요일 밤 늦게 나가 봤다. 젊은이들이 모이는 주점, 회사원들이 2차로 가는 바 등은 손님이 가득 찼다. 밤 11시 무렵이었는데 문을 닫는 음식점이나 주점도 제법 있었다. 외국에 자유롭게 다닐 수 있던 시절, 방문했던 외국 도시들은 상점도 식당도 대부분 일찍 문을 닫아 낭패를 봤던 기억들이 있다. 거기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불야성에 가깝다. 해서 우리 국민의 수면시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적다.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유연근무제, 재택근무 등이 부분적으로 정착돼 일과 생활의 균형(워라밸)을 시도했던 사람들이 제법 있다. 코로나로 회식이 금지되고, 식당도 일찍 문을 닫아 회사원의 귀가가 빨라지면서 자기계발 시간을 가진 사람도 늘었다. 위드 코로나가 돼도 이런 일들이 조금이라도 남았으면 싶다.
  • [길섶에서] 소향앓이/진경호 논설위원

    ‘어메이징(놀라워요)~’이니 ‘인세인(미쳤어)~’, ‘인크레더블(믿을 수 없어요)~’ 같은 감탄은 새삼스럽지 않다. ‘어나더 레벨(차원이 달라요)’, ‘플래닛 보이스(외계의 목소리)’ 정도가 나와야 흡족하고 ‘업그레이드된 휘트니(휴스턴)’, ‘머라이어(캐리)와 휘트니, 셀린(디옹)의 합체’ 정도가 되면 “그렇지, 뭘 좀 아는구나” 하며 썸업, ‘좋아요’를 눌러 준다. 가수 소향 얘기다. 아니 유튜브로 소향 공연을 보고는 깜짝 놀란 해외 보컬 코치들이 정신 없이 찬사를 쏟아낸다는 얘기이고, 이런 이들의 반응을 담은 리액션 채널이 마냥 좋기만 하다는 내 ‘국뽕’ 얘기다. 소중한 볼 권리를 유튜브에 안긴 뒤로 소향의 월드 클래스 무대가 눈에 들었다. 영혼을 깨우는가창력과 감성이 마음에 박힌 뒤론 떠날 줄을 모른다. 우리(국내)는 잘 모르는데, 그들(해외)은 잘 안다. 그가 얼마나 세계적인 디바인지. 하긴 ‘오징어 게임’도 처음 론칭할 때 그랬다. 한국인만 모르는 한국, 그 하나가 소향이다. 영상 저작권을 앞세워 걸핏하면 소향 공연을 전하는 유튜브 리액션 채널에 제동을 걸어 방송을 중단시키는 국내 지상파 방송들이 그저 딱하다. 엄연한 권리 행사라지만, 글쎄…세계적 디바의 발목만 잡는 건 아닌가 싶다. 케이팝, 지금 누가 키우고 있나.
  • [길섶에서] 걷기 다이어트/김성수 논설위원

    올 1월부터 11개월째 걸어서 출근한다. 집에서 회사까지 거리로는 8㎞가 조금 안 돼 1시간 30분쯤 걸린다. 폭염이 극심했던 8월 초 며칠을 제외하곤 거의 빠트리지 않았다. 회사에 도착하면 딸아이가 생일선물로 사준 스마트워치를 제일 먼저 본다. 얼마나 걸었는지를 확인한다. 첨단기기를 ‘만보계’로만 쓴다. 9000걸음이 조금 넘는다. 점심을 먹으러 간다거나 화장실에 가는 생활걸음까지 합치면 하루 1만 5000보를 훌쩍 넘는다. 많이 돌아다닌 날엔 2만보도 돌파한다. 마라톤도 해봤지만 걷기가 더 매력이 있다. 체력 부담도 훨씬 덜하다. 잘 모르던 뒷골목길을 꼼꼼히 살펴보며 다닐 수도 있다. 걷기를 시작하면서 부수효과도 거뒀다. 살이 7㎏쯤 빠졌다. 체중 감량이 목적은 아니었지만 반가운 일이다. 한데 ‘위드 코로나’(일상회복)라는 변수가 생겼다. 걷기 출근이 가능했던 건 코로나로 인해 술자리가 부쩍 줄어서였다. 술자리가 있어도 밤 10시면 끝나니 아침에 너끈히 걸어서 출근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11월부터 달라졌다. 술약속이 눈에 띄게 늘었다. 10시를 넘기기도 한다. 걷기 출근도 자주 빼먹을 듯하다. ‘요요현상’이 오는 건 시간문제 아닐까.
  • [길섶에서] 전등사/오일만 논설위원

    강화도(江華島), 강(江)을 끼고 있는 아름다운(華) 고을의 의미가 있다. 삼국시대 한강 패권의 교두보였다. 고려 때는 39년간 항몽 기지로, 구한말엔 서양세력과 처음으로 맞붙었던 역사의 땅이기도 하다. 단군 왕검이 제사를 지냈던 마니산 북동쪽 끝에 위치한 정족산, 1600년 전 이곳에 전등사가 터를 잡았다. 프랑스 함대가 강화도를 침입한 병인양요 당시 조선 군대가 이곳을 항전 기지로 삼았던 곳이기도 하다. 산성으로 둘러싸인 사찰 주변은 형형색색의 단풍이 아름답다. 수령 700년이 넘은 은행나무가 터줏대감처럼 지키고 있고 뒤쪽 너른 터에는 죽림다원으로 불리는 고풍스런 카페가 눈길을 끈다. 흩날리는 낙엽과 커피 한 잔이 아주 어울리는 곳이다. 사찰 옆 작은 오솔길을 따라 올라가면 특별한 기와 건물이 있다. 조선왕조실록 등 주요 서적을 보관했던 정족산 사고다. 조선의 역사와 정신을 안전하게 보관할 최적의 장소이자 호국 도량으로서의 역할을 해 온 전등사의 역사적 의미가 담겨 있다. 외세로부터 역사를 지키겠다는 간절한 마음들이 전해진다. 강화도는 여러 번 찾았지만 전등사의 아름다움에 정신을 빼앗긴 것은 처음이다. 만추의 길목에서 의미 있는 여행이었다.
  • [길섶에서] 버리는 자 줍는 자/임병선 논설위원

    오래전에 본 TV 드라마의 한 장면이 떠올라 풉, 웃음이 터져 나왔다. 제목도 생각 안 나고 줄거리도 기억나지 않는데 이상하게 그 장면만 선명하다. ‘넌 버리고 난 줍는다’라고 쓰여 있는 담벼락 앞에서 미화원이 열심히 쓰레기를 치우는 장면이었다. 단풍이 바랜 10월 넷째주 일요일 설악산 오세암부터 봉정암까지 걸으며 플로깅(하이킹하며 쓰레기 줍는 일)을 했다. 산길을 걷는데 자꾸 과자 봉지나 휴지 조각 등이 눈에 밟혔다. 워낙 사람들의 발길이 적은 곳이라 쓰레기 양은 많지 않았다. 다만 같은 과자 봉지가 계속 일정한 간격으로 떨어져 있어 한 사람의 짓이 아닌가 생각됐다. ‘그’는 열심히 버렸고, 난 좋은 일 한다면서도 부아가 치밀었다. 오세암에서 봉정암 오르는 길은 4㎞로 길지 않지만 오를 만하면 내려가고, 오를 만하면 내려가는 길의 연속이다. 스님들과 불자들에게 온전히 내려놓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라는 깨우침을 주는 길인 것 같은데 ‘그’는 정말 꾸준히 버렸다. 대신 난 울화만 쌓이고 있었다. 그런데 플로깅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이러는가 싶었다. 봉정암 윗마루에서 용아장성과 공룡능선을 굽어본 뒤 내려오다 수렴동의 옥색 물빛 바라보며 한없이 부끄러워졌다.
  • [길섶에서] 데이터 거래사/박현갑 논설위원

    식당에 가면 통과의례처럼 하는 게 있다. QR코드 확인이다. 네이버나 카카오톡을 이용하는데 핸드폰을 꺼내고 잠금장치를 풀고 QR 체크인을 누른 다음, 식당 앞에 세워 놓은 화면에 인증을 한다 다소 번거롭지만 우리 모두의 건강을 위한 일이니 안 할 수 없다. 디지털 기술로 신분확인을 하지 않으면 손으로 자신의 연락처를 남겨야 한다. 주차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중주차 등으로 인한 다른 사람의 불편을 줄이려 운전석 앞에 휴대전화 번호를 남기는 사람들이 많다. 공동체를 위한 배려다. 그런데 이런 이타심을 비즈니스로 악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주차장을 돌며 자동차 운전석 앞에 적힌 휴대전화 번호를 받아 적어 스미싱업체에 넘기는 아르바이트도 있다고 한다. 나도 모르게 내 정보가 상품으로 거래되는 셈이다. 이런 경우 050 개인안심번호 서비스가 대안이 될 수 있다. 통신사의 유료 서비스로 가입하면 050으로 시작하는 12자리 개인번호가 부여된다. 이 번호로도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노출하지 않고 통화할 수 있다. 데이터 거래 상담 등을 맡는 ‘데이터 거래사’ 제도가 내년에 생긴다. 데이터 산업 활성화도 좋지만 정보주체인 인간이 소외되지 않도록 할 일이다.
  • [길섶에서] 단톡방의 노화/임창용 논설위원

    징~징. 머리맡 스마트폰의 진동에 잠을 깬다. ‘아직 6시도 안 됐는데 누구지 대체’. 약간의 짜증과 함께 투덜대지만 이미 누군지 짐작이 간다. 은퇴한 모 선배가 올리는 오늘의 첫 번째 단톡방 메시지일 것이다. 아마 늦가을 정취를 담은 음원이나 시구일 터. 시골 친구들 단톡방이 먼저 열리기도 한다. 새벽 산책이 취미인 친구가 맨 먼저 사진을 찍어 올린다. 일찍 잠을 깬 새나 먹이를 문 다람쥐 등 동식물 사진이 대부분이다. 주변에 은퇴한 지인들이 많아지면서 단톡방도 나이를 먹는 느낌이다. 멤버들이 잠이 줄어 일찍 깨니 단톡방도 따라 일찍 일어난다. 공유하는 콘텐츠 내용은 대개 자연친화적이거나 정적이다. 젊을 땐 별로 관심 두지 않았던 것들이다. 나이 들어 배움의 갈망이 커졌는지 교화적 내용도 많다. 반면에 은퇴 전 한창 일할 때 공유하던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은 드물다. 구체적인 정보도 있긴 한데 대개 건강에 관한 것들이다.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현실적 욕심을 내려놓고 자연을 벗하는 삶을 누리자는 것이겠다. 한데 이런 정보에 반복 노출되면 왠지 활력이 떨어지는 느낌이 든다. 건강팁도 너무 자주 접하니 외려 더 허약해지는 것 같다. 단톡방이 좀 젊어지면 좋겠다.
  • [길섶에서] 갓/서동철 논설위원

    김득련의 ‘환구음초’를 흥미롭게 읽은 적이 있다. 1896년 고종 황제의 명으로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열린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2세의 대관식에 참석하고 돌아온 민영환 특명전권공사를 수행한 과정을 담은 기행시집이다. 김득련은 문장에 능한 한어역관, 곧 중국어 통역관으로 직책은 참서관(參書官)이었으니 사신행차 기간 벌어진 온갖 일을 자세히 기록하는 것이 그의 역할이었다. 일행은 4월 1일 제물포에서 배를 타고 출발해 중국 상하이와 일본 요코하마, 캐나다 밴쿠버, 미국 뉴욕, 영국 리버풀, 독일 베를린, 폴란드 바르샤바를 거쳐 모스크바에 도착했다. 다시 모스크바에서 시베리아를 횡단한 다음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배를 타고 부산을 경유해 서울에 돌아온 것이 10월 20일이었으니 7개월에 육박하는 기간 지구를 거의 한 바퀴 돈 것이나 다름없는 대여정이었다. 김건 주영 한국대사가 갓을 쓴 도포 차림으로 버킹엄궁을 찾아 윈저성에 있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화상으로 신임장을 제정하는 모습이 뉴스에 비쳤다. 민영환은 관복과 관모 차림의 사진 한 장을 남겼다. 민영환은 그 먼길을 가고도 모자를 썼다는 이유로 대관식장에는 입장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주영대사의 갓 쓴 차림에 생각이 많아진다.
  • [길섶에서] 읍부심/박록삼 논설위원

    몇 해 전 아버지를 전남 ○○군 고향 마을에 모셨다. 올봄 아버지 산소에 꽃나무 몇 그루를 심으려고 광주에 있는 꽃집을 찾았다. 제법 젊은 꽃집 사장님이 반기며 몇 그루가 필요하냐, 어디에 심을 거냐 등등 친절하게 말을 건넸다. 비가 주룩거리는데도 하우스 여기저기를 다니며 수종별 특성 등을 꼼꼼히 설명해 줬다. 그러다 ○○군 아버지 산소에 심으려 한다 하니 눈을 반짝이며 “나도 ○○군이 고향인데, 어디시냐”고 한 걸음 더 깊이 물었다. “△△리”라고 답했다. 그러자 꽃집 사장님은 “△△리요? 저는 ○○읍인데요”라고 응수한다. 대놓고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읍내 출신이라는 자부심이 은연중 묻어났다. 시골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을 만나러 1~2주에 한 번씩 주말에 내려간다. 묻지도 않는데 굳이 “읍에 살고 있다”고 말하는 택시기사도 봤다. 읍에는 군청이 있고 상업·편의시설이 몰려 있어 상대적으로 번화하다. 그래서인지 ‘읍부심’(읍+자부심)을 가진 이들이 제법 있다. 도회지 사람들에게 읍 출신이라 뽐내지야 않겠지만 같은 군민끼리는 자랑할 만한 일인 듯하다. 외지인 눈에야 평화로운 농촌 마을로만 보이겠지만, 몹시 고단한 노동 위에 세워진 곳임을 아는 이들로선 ‘읍부심’을 강조하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 [길섶에서] 대상포진/문소영 논설위원

    “대상포진이시네요.” 피부가 백옥 같은 피부과 여자 의사는 머릿속 진물을 보자마자 쉽게 진단을 내렸다. 아! 뭔가 안심이 됐다. 며칠 전부터 중이염인가 싶어 이비인후과에서 진단을 받고 약을 먹고 있었다. 귓속과 머릿속으로 10㎝쯤 되는 대바늘이 쑥 들어오는 듯한 통증이 5~6분마다 찾아오는데, 이비인후과 의사는 “귓속에는 문제가 없는데, 혹시 모르니 그래도 약을 써 보자”면서 항생제와 소염제 등을 처방해 주지 않았는가 말이다. 그 약으로는 귀 주변 통증이 사라지지 않았다. 대상포진은 코로나19처럼 바이러스가 주범이다. 어릴 적 앓았던 수두균이 다 죽지 않고 숨어 있다가 면역이 약해지면 쳐들어온다는 것이다. 그러니 항생제나 소염제가 아니라 항바이러스제를 먹고 바르고 해야 낫는다. 보통은 대상포진이 나타난 지 2~3일 안에 치료를 시작해야 후유증이 없다는데, 일주일을 허비했으니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쳤나 걱정이 됐다. 게다가 귀와 이마와 가까운 쪽에 수포가 생긴 탓에 시신경과 청신경에 침범하면 큰일난다고 친구들이 겁을 준다. 근심이 더 깊어졌다. 안과에서는 “한 달 안에 눈이 충혈되거나 시야가 뿌예지면 꼭 오세요” 한다. 어서어서 완치된 뒤 1년이 지나면 대상포진 백신을 접종하기로!
  • [길섶에서] 정리의 달인/박홍환 평화연구소장

    휴일 오후 한가롭게 TV 채널을 돌리는데 각 분야의 ‘고수’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눈에 들어왔다. 속된 말로 도사, 달인이라 불리는, 그야말로 수십 년 동안 한 가지 일에만 몰두해 눈감고도 척척 해 내는 사람들이 등장해 자신만의 재능을 보여 줬다. 정리의 달인이라는 한 고수는 상품 진열대에 놓인 수천 가지의 물건이 어디에 무엇이 놓여 있는지 한 번의 실수도 없이 맞춰 냈다. 10여년 전 세계에서 가장 절도 있게 의장행사를 진행한다는 중국인민해방군 의장대를 방문, 취재할 기회가 있었다. 8월 한여름 땡볕이 내리쬐는 연병장에서 그들은 서로서로 어깨와 무릎에 줄을 연결해 톱니바퀴처럼 일사불란하게 분열과 열병을 반복했다. 내무반 풍경은 더욱 놀라웠다. 모포와 제복은 네모 각을 잡아 사물함 한쪽의 정확한 위치에 놓여 있었고, 침상 앞에 놓인 군화 또한 단 1㎜의 오차도 없이 제자리를 지켰다. 인사이동 때마다 A4용지 박스 하나의 짐만 남기자는 ‘인사 짐 미니멀주의’를 고수하지만 이번에도 박스는 3개가 넘었다. 평균 2년에 한번 인사이동이 있었다고 보면 최소 15번 이상 짐을 싸고 풀었을 게다. 그런데도 무엇이 그리 미련이 남는지, 왜 정리하질 못할까. 신문사에서 30년, 달인 소리를 듣기는 영 글렀다.
  • [길섶에서] 주간 지표/전경하 논설위원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아침이면 신규 확진자 수를 확인하는 것이 습관이 됐다. 고3 아들들도 가끔 묻는 것을 보니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인 듯하다. 신규 확진자 수가 1000명을 넘을 때 놀랐지만 올 추석 연휴 직후 3000명이 넘는 숫자를 본 뒤로는 그러려니 한다. 무뎌진 모양이다. 다음달부터 단계적 일상 회복이라는 ‘위드 코로나’를 준비한다는데 무슨 숫자가 기준이 될까. 위중증 환자 수? 사망자 수? 감염재생산지수? 백신 접종률? 어떤 숫자에도 신경 쓰지 않는 상황이 됐으면 하지만 당분간 언감생심이다. 단계적 일상 회복이니까 코로나가 아닌 일상과 관련된 숫자도 같이 쓰였으면 좋겠다. 일상으로 돌아가야만 한다는 걸 강력히 호소하는 숫자 말이다. 미국에서는 매주 목요일 전주의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발표된다. 고용 유연성이 높고 월급 아닌 주급이 보편화된 미국이라 가능한 지표지만 코로나 확산세, 고용시장 동향 등을 알 수 있는 중요 지표다. 우리나라에서 매주 발표되는 지표라면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동향, KB부동산 리브온의 주간주택시장 동향만 떠오른다. ‘부동산공화국’이 맞다. 이참에 부동산 아닌 다른 주간 지표도 만들어져 보편화됐으면 싶다.
  • [길섶에서] 벚나무/이동구 수석논설위원

    벚나무는 봄을 먼저 알리기도 하지만 만개한 꽃의 아름다움은 만인의 사랑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봄 기운과 함께 사람들을 산과 들로 인도하며 뭇 사람들의 기분을 흥겹게 하는 것도 벚꽃의 힘이 아닌가. 꽃잎을 떨군다 해도 풍성한 푸른 잎으로 행인의 그림자가 되어 주고 이마의 구슬땀을 말려 주며 선한 역할들을 이어 간다. 벚나무가 다른 나무나 꽃들보다 유난히 사랑받는 이유일 것이다. 일찍 찾아온 찬바람 때문일까, 공원 한쪽을 지키는 벚나무의 잎들이 제법 빨갛게 물들었다. 얼마 전까지도 푸른색을 띠고 있었는데 언제 그렇게 빨리 가을물을 뒤집어쓴 것인지 신기하다. 물론 공원 여기저기에 버티고 있던 다른 나뭇잎들도 노란색, 빨간색으로 색칠하기를 앞다투고 있으니 그리 이상할 것은 없다. 단지 느긋하게 계절을 즐기지 못한 채 하루가 다르게 바삐 옷을 갈아입는 벚나무의 습성이 아쉽게 느껴진다. 때가 되면 순리대로 오고 갈 것인데 그리 급할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 새빨갛게 물들고 있는 산책길의 벚나무 잎이 마냥 바쁘게 살고 있는 우리 인생을 닮은 듯 애처롭게 다가온다. “자연의 작품은 한 시인의 책보다 훨씬 더 이해하기 어렵다”는 어느 예술가의 말처럼 아리송하기만 한 가을날 아침이다.
  • [길섶에서] 사물과 영혼/김상연 논설위원

    쓰던 물건에 싫증이 나면 이상하게도 그 물건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작가 김영하도 그런 경험을 책에 쓴 적이 있다. 주인의 마음이 떠난 걸 물건이 눈치를 채서 스스로 사라져 준 것일까. 냉장고에 고이 모셔 둔 음식을 오랜만에 먹으려고 꺼냈다가 곰팡이가 슬어 있는 걸 발견하고 놀란 적이 있다. 반면 자주 꺼내 먹는 반찬은 신선도가 더 오래 가는 것 같다. 냉장고를 들락날락하면 더 상하기 쉬울 것 같은데 반대다. 건물도 오랫동안 드나들지 않으면 노후화가 더 빨리 진행된다고 한다. 사람이 살면 더 빨리 망가질 것 같은데 반대다. 그렇게 보면 생물뿐 아니라 사물에도 어떤 에너지나 정령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무생물이라고 함부로 다루면 안 될 것도 같다. 물건을 구할 때도 버릴 때도 생명을 대하듯 해야 하는 걸까. 한편으론 무생물도 이럴진대 살아 숨쉬는 생물은 어떻겠는가라는 생각에까지 미친다. 동물과 식물한테 우리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더 나아가 인간은 어떻겠는가. 우리는 서로를 더 조심스럽게 대해야 하지 않을까. 만물의 영장인 인간은 누군가 자기를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를 사물보다 몇백배는 더 잘 알아차릴 테니까.
  • [길섶에서] 아~옛날이여/이동구 수석논설위원

    일곱 살 여자 아이가 한 방송사의 노래경연에서 ‘아~ 옛날이여’ 노래를 열창해 참가자들을 놀라게 했다. 가수 이선희의 1985년 곡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젊은 날의 아름다운 추억들을 그리는 노래를 취학 전 어린이가 노래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신기했다. 더구나 가창력과 감정 처리까지 성인 못잖은 실력을 보였으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노래할 때 어떤 옛날을 떠올렸느냐는 질문에 “마스크 쓰지 않고 키즈 카페에서 친구들과 즐겁게 놀았던 때를 떠올렸다”며 눈물까지 흘리자 모두들 자지러졌다. 오랜만에 지인의 안부를 물었더니 한 달 전쯤 어머님이 돌아가셨다고 했다. 놀람과 함께 소식을 전하지 않은 데 대한 서운함을 토로하자 “가족과 교인들만이 참석한 조용한 장례를 치렀다”고 했다. 지인은 맏상주임에도 불구하고 30여년간 다녔던 회사 동료들에게도 상중(喪中)임을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뛰어난 유머감각과 인간미로 동료들에게도 인기가 많았다는데. 정말 주변인들에게 슬픔이나 부담감을 주기 싫었던 것인지 과거와의 단절을 원했던 것인지 궁금해서라도 빠른 시간 내에 만나 이유를 물어볼 요량이다. 일곱 살 꼬마는 ‘라떼’를 그리워하는데, 은퇴자에겐 왜 잊고 싶은 옛날이 된 것인지. 씁쓸함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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