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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섶에서
    2026-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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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섶에서] 삭제/진경호 수석논설위원

    [길섶에서] 삭제/진경호 수석논설위원

    절교는 그나마 아픔이나 아쉬움 같은 부스러기가 꼬리에 달린다. 자책이나 후회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페삭’은 다르다. 페이스북 친구 삭제. 끊는 게 아니라 지우는 것. 한 줌의 미련도 묻어나지 않는다. 선거 바람이 불면 페이스북엔 후두둑 ‘친구’ 떨구는 소리가 가득하다. “그가 이런 생각을 지닌 사람인 줄 몰랐다.” “이런 자와 더는 입씨름하고 싶지 않다.” 한참 전 조국 갖고 싸우더니 이젠 이재명, 윤석열을 놓고 싸우고는 앞다퉈 페친 삭제 키를 누른다. 말 같지 않은 네 말 더 들어줄 이유가 없다고. 생각이 이렇게도 다른 당신과는 전자신호로라도 친구로 엮이기 싫다고. 한때 어느 곳, 어느 맛집을 서로 들이대며 ‘좋아요’를 마구 눌러 댔던 그들이다. “한 철 머무는 마음에게 서로의 전부를 쥐여 주던 때가 우리에게도 있었다.” 어차피 인스턴트 관계인 것을, 박준 시인이 떠올린 시절은, 사람은, 사이는 있었던 적이 없었는지 모른다. 나도 삭제되고 너도 삭제된다. 뺄셈만 더해 가는 세상, 가난하다.
  • [길섶에서] 오래된 인연/김성수 논설위원

    [길섶에서] 오래된 인연/김성수 논설위원

    20여년 전 과천청사 출입 때 만난 정부 부처 공보관과 당시 출입기자 몇 명이 지난주 저녁식사를 했다. 공보관 출신인 지인은 공기업 사장을 지내고 요즘엔 한 특허법률사무소의 상임고문으로 일한다고 했다. 일흔을 넘기고도 건강하게 일하는 모습이 보기에 참 좋았다. 70학번인 그분은 대학 시절 밴드를 결성해 대학가요제에도 참가할 만큼 기타를 아주 잘 쳤다. 술이 거나해지면 기타를 직접 치며 노래하는 모습이 너무 멋져 보였다. 거기에 감동받아 기타를 한번 배워 보려 했지만 재주가 없어 포기했던 기억도 있다. 술잔이 여러 차례 돌며 밴드 결성 50주년을 맞아 작년에 행사를 가지려다 코로나 때문에 취소했던 일이며 몇 해 전 차사고로 안타깝게 숨진 후배 공무원의 사연까지 나오면서 금세 밤 9시가 됐다. 코로나를 물리치면 일본이나 이탈리아로 여행을 꼭 함께 가자고 약속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술과 친구는 오래될수록 좋다는 말은 역시 진리였다. “국장님! 꼭 건강하세요.”
  • [길섶에서] 뒷담화/오일만 논설위원

    [길섶에서] 뒷담화/오일만 논설위원

    우리 인간과 가장 가깝다는 침팬지는 보통 30~50마리 정도가 무리를 짓고 산다고 한다. 그 이상의 침팬지 조직은 최소의 소통마저 어려워 유대감이 현격하게 떨어진다. 한순간에 목숨이 오가는 절체절명의 정글에서 무리의 생존 자체가 어렵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300만년 전쯤 겨우 두 발로 땅을 딛고 선 우리 선조(호모에렉투스)들이 만물의 영장에 오른 비밀은 바로 언어라고 한다. 유인원 중 가장 똑똑하다는 침팬지와의 DNA 차이는 1.6%에 불과하지만 우리 인간들은 7만년 전 인지혁명을 통해 말이란 무기를 가졌다. 인간 무리들은 침팬지와 달리 ‘뒷담화’라는 독특한 소통의 문화를 만들어 냈다. 시시콜콜한 비밀을 공유하고, 없는 말도 지어내는 인간의 뒷담화 능력은 무리 사이에 강한 유대감을 키워 내고 공통의 허구인 신화를 만들었다. 침팬지의 한계를 뛰어넘게 해 준 뒷담화이지만 한편으로는 인간들에게 상처도 남긴다는 점에서는 안타깝다.
  • [길섶에서] 동네 의원/ 임병선 논설위원

    [길섶에서] 동네 의원/ 임병선 논설위원

    시집간 딸이 아기 때부터 다닌 동네 의원이 있다. 원장님은 환갑이 낼모레인 아내를 진찰한 뒤 두 팔을 가슴 위에 포개며 이렇게 말한다. “약 잘 드시고요. 이불을 꼬옥 덮고 푹 주무세요.” 고갯짓도 빠뜨리지 않는다. 딸이 대학에 입학해 이 동네로 돌아와 8년 만에 이 의원을 찾았을 때도 원장님은 어릴 때 대하던 모습 그대로 동화구연하듯 친절하고 자세하게 설명했다. 문틈으로 그 모습을 보고 웃음을 참으려 애쓴 기억이 또렷한데 아내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대형병원에서는 꿈도 꾸지 못할 만큼 살가운 대화가 오간다. “늘 진심이시다” 같은 긍정적 후기가 넘쳐난다. 안타깝게도 워낙 친절한 원장님 때문에 이 의원 간호사들이 상대적으로 박한 평가를 받을 정도다. 오미크론 확산으로 동네 의원의 역할이 더욱 소중해졌다. 적어도 이 원장님 같은 분들이 성심껏 환자들 살펴 주시면 걱정 붙들어 매도 좋을 것 같다. 원장님 아자!
  • [길섶에서] 운동화/박현갑 논설위원

    [길섶에서] 운동화/박현갑 논설위원

    올 초부터 운동화를 신고 출근한다. 구두보다 걷기가 편하다. 운동화를 신고 나서부터 출근길의 신발을 살펴본다. 10명 중 7~8명이 운동화를 신고 있다. 여성 신발의 대명사인 하이힐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이쯤 되면 ‘운동화족의 지배’라 불러도 손색이 없지 않나 싶다. 운동화는 운동할 때 신는 신발이라는 건 나만의 착각이었다. 운동화 붐은 정보통신 기업들을 중심으로 정장 대신 자유복 차림으로 일하는 분위기가 확산된 데다 주52시간 근무제가 정착되면서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 생겼다. 아이폰 발표장에 청바지에 운동화 차림으로 등장한 스티브 잡스의 모습은 운동화를 혁신의 또 다른 아이콘으로 각인시켰다. 요즘은 국내 기업 대표들도 운동화를 신고 제품 설명을 많이 한다. 얼마 전 딸아이가 결혼하면서 현관에 있던 아이의 운동화도 사라졌다. 가족이 줄어든 게 실감된다. 새로운 인생을 꾸려 가는 데 함께할 딸 운동화의 안녕을 빈다.
  • [길섶에서] 재택 혼밥/임창용 논설위원

    [길섶에서] 재택 혼밥/임창용 논설위원

    오미크론 변이 폭증세로 지난주부터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30년 넘게 직장생활을 하면서 처음이다. 원격으로 회의를 하고 기사를 쓴다. 한데 적응이 안 돼서인지 기분이 묘하다. 일은 똑같이 하면서도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 어색하다. 빈 시간이 늘어 여유가 많은 듯하지만 휴가 때 집에서 쉬는 것과는 다르다. 출퇴근에 인이 박여서일까. 하긴 30년 습관이 멈춰 섰으니 외려 이런 기분이 자연스러울 수도 있겠다. 어색하다는 것은 한편으론 새롭다는 의미도 갖지 않을까. 물론 긍정적 측면에서다. 특히 점심을 먹을 때가 그렇다. 아내도 출근하고 없어 오롯이 혼자 먹어야 한다. 단골 메뉴는 김치볶음밥이다. 재택 혼밥 시간은 고요하다. 달그락거리는 숟가락 소리, 깍두기 씹는 소리가 정적을 깬다. 고요함은 기억을 부른다. 밥을 먹으며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든다. 사람들에 대한 기억이다. 고마웠던 이들을 하나둘 재택 혼밥에 불러들인다. 밥을 혼자 먹기는 하지만 이미 혼자가 아니다.
  • [길섶에서] 경쟁이 빚는 맛/서동철 논설위원

    [길섶에서] 경쟁이 빚는 맛/서동철 논설위원

    휴일에도 교통혼잡에 시달리는 건 좋지 않다. 한 달쯤 전 토요일 내가 사는 파주에서 가장 막히지 않는 길을 택해 드라이브에 나섰다. 연천의 전곡선사유적지를 잠깐 산책하고 돌아오는데 양주의 지방도변에 ‘해물짬뽕 전문’이라고 써붙여 놓은 중국집이 보였다. 식당 이름은 조금 촌스러웠다는 기억이지만 음식맛은 놀랄 만했다. 아무런 기대가 없었기에 더욱 맛있었을 것이다. 지난주 양주 중국집에 다시 갔다. 점심시간을 한참 넘겼던 지난번에는 손님이라곤 나밖에 없었으니 달랑 수타 짬뽕 한 그릇을 시키기가 송구스러웠다. 그런데 이날은 한적한 동네 중국집답지 않게 손님이 가득해 한 번 더 놀랐다. 음식맛은 여전했다. 집에 가는 길에 주변을 차근차근 둘러봤다. ‘해물짬뽕 전문’이라고 써붙인 중국집이 두 군데나 더 있었다. 시골 마을의 시골스럽지 않은 짬뽕맛은 치열한 경쟁의 산물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즐거움도 늘었다. 차근차근 경쟁 상대들의 짬뽕맛도 보러 가야겠다.
  • [길섶에서] 입맛의 고향/박록삼 논설위원

    [길섶에서] 입맛의 고향/박록삼 논설위원

    그리 오래지 않은 시절, 건강했던 어머니는 좋은 고춧가루, 잘 띄운 메주, 깊은 맛 잘 우러나는 다시마 등속을 찾기 위해 먼 걸음도 마다하지 않았다. 대부분 음식은 김치나 된장, 간장 등 기초 재료에서 성패가 갈린다는 믿음 덕이다. 어머니 덕분에 대단히 맛있던 김치찌개, 된장국, 청국장, 각종 나물 등을 맛있는 줄도 모른 채 먹으며 자랐다. 바깥 음식을 본격적으로 접한 이후 33년 동안 입맛은 계속 변해 갔다. 바깥 맛이 뭔가 다르다고 느꼈을 때는 그저 지역별 음식 차이라고만 생각했다. 점점 그 맛에 길들여졌고, 오히려 기꺼이 즐겼다. 삼겹살, 불고기, 회 등을 먹어야 먹은 것 같았다. 집에서 먹는 밥은 뭔가 밋밋했다. 그러다 결국 다시 어릴 적 먹었던 음식의 원점으로 돌아온 느낌이다. 음식 만드는 게 불편하게 된 어머니 대신 그 맛을 재현하려 하지만 쉽지 않다. 입맛 변천사는 결국 입맛의 고향, 어머니의 맛을 그리워하는 것으로 회귀한다. 맛의 원형이 점점 희미해져 감이 한스럽다.
  • [길섶에서] 밥상 속 대기업/문소영 논설위원

    [길섶에서] 밥상 속 대기업/문소영 논설위원

    집안일이 서툴러 ‘대기업의 힘’을 자주 빌린다. 설날 떡국을 끓일 때 양지머리를 사다가 국물을 내기보다는 C사의 사골 국물이나 도가니탕을 사다가 쓰는 식이다. 떡국용 떡도 방앗간에서 직접 쪄내기보다는 사다가 쓴다. 어린 시절에는 고춧가루나 참기름을 방앗간에서 빻거나 짜 오라는 엄마 심부름을 했었는데 요즘은 다 대기업 마트에서 구한다. 순두부 소스나 조미김도 중소기업이냐, 대기업 상품이냐의 문제이지 집에서 직접 만들진 않는다. 청소기, 식기세척기, 공기청정기 등등도 대기업 제품이다. 집에서 밥과 반찬을 해 먹는 것보다 시판용 쌀밥에 반찬가게를 활용하는 게 음식물 쓰레기도 줄이고 비용도 줄인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끼니를 해결하다 보면 전자레인지나 돌리는 게 밥상을 차리는 전부가 돼 버려 품위를 잃어 가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든다. 그런데 먼 미래에는 알약 하나로 식사를 대신하는 시절이 온다지 않는가. 아직은 품위 있는 삶이라고 주장하고 싶다.
  • [길섶에서] 29만원봉(峰)/박홍환 평화연구소장

    [길섶에서] 29만원봉(峰)/박홍환 평화연구소장

    산봉우리는 크고 높거나 사연이 깊지 않은 한 모양새를 빗대 불리는 경우가 많다. 용봉, 매봉, 학봉 등이 그렇다. 서울의 진산 북한산에도 그런 봉우리가 있다. 북한산의 여러 봉우리 중 서쪽 끝에 위치한 해발 300여m의 봉우리가 그렇다. 풀 한 포기 없이 너른 바위로 이뤄진 이 봉우리는 등산객들 사이에서 ‘대머리봉’으로 유명하다. 머리 숱이 많지 않았던 전두환 전 대통령을 빗대 ‘전두환봉’이라고도 하고, 그가 생전 법정에서 “29만원밖에 없다”며 버텼던 양상을 풍자해 ‘29만원봉’으로도 불린다. “앞으로 나를 섬기라”는 당나라 황제의 회유를 자결로 거절했던 양나라 장수의 평생 좌우명은 ‘표사유피, 인사유명(豹死留皮 人死留名·표범은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이었다고 한다. 사람이란 죽어 명예로운 이름을 남겨야 한다는 것이다. 사죄 한마디 없이 지난해 말 세상을 떠난 전두환씨, 그 이름이 북한산에서 불명예스럽게 회자되는 사실을 알기는 할까.
  • [길섶에서] 소들하고 허룩한/안미현 수석논설위원

    [길섶에서] 소들하고 허룩한/안미현 수석논설위원

    비슷한 뜻을 지닌 우리말을 비슷한 시기에 알게 됐다. 허룩하다와 소들하다. 여태 그 말을 몰랐느냐며 혀를 차는 이도 있겠다. ‘허룩’을 접한 것은 고(故) 박완서 작가의 책에서다. 복닥거리던 슬하의 5남매가 하나둘 짝을 찾아 떠나면서 ‘식구가 허룩해졌다’고 작가는 썼다. 문맥으로 짐작은 갔으나 눈에 설어 사전을 찾아보니 ‘양이 줄어 적은 것’이라고 풀어 준다. 친절하게 ‘허룩한 가방’이라고 예시까지 알려 준다. 그런데 허룩한 지갑이 먼저 떠오른다. 바로 다음날 점심을 함께 하던 직장 동료가 “소들하다”고 했다. 소들? 곧바로 검색 들어가니 ‘생각보다 양이 적어 마음에 덜 차다’라는 뜻이란다. 신기했다. 어감은 분명 다르지만 하루 간격으로 적다는 뜻의 낱말을 연달아 알게 되다니…. 대단한 지식이라도 얻은 양 오졌다. 그런데 왜 하필 적다일까. 많다는 우리말이 뭐였더라. 생각을 더듬다가 피식 웃고 말았다. 이거네, 소들과 허룩이 난데없이 찾아든 이유가. 이제 좀 덜어 내며 살라는 뜻이었네.
  • [길섶에서] 커피 대체재/김성수 논설위원

    [길섶에서] 커피 대체재/김성수 논설위원

    커피값이 줄줄이 올랐다. 스타벅스가 제일 먼저 올렸다. 4100원이던 아메리카노(톨사이즈) 한 잔이 이제 4500원이다. 다른 유명 커피 체인점들도 8일부터 값을 올린다. 담뱃값 올랐다고 하루아침에 담배를 못 끊듯 커피값이 올랐다고 당장 커피를 끊지는 못한다. 안 그래도 다른 물가도 줄줄이 올라 힘든데 주머니 사정만 더 나빠지게 됐다. 커피를 찾아서 먹지는 않는다. 뜨거운 걸 싫어해서 아이스라테를 가끔 먹는 정도다. 전통차를 더 좋아한다. 회사 지하의 노포(老鋪)에 자주 간다. 메뉴가 다양하지만 늘 십전대보탕을 먹는다. 차갑게도 만들어 준다. 차를 시키면 생밤과 건포도, 해바라기씨, 구운 은행을 함께 내온다. 입가심으론 복분자 주스까지 나온다. 가격은 5000원. 체인점 카페라테와 같다. 가성비만 놓고 보면 커피에 비할 바가 아니다. 전통찻집이 옛날처럼 ‘아재’들만 모이는 곳도 아니다. 젊은 손님도 꽤 많다. 값이나 분위기로 봐도 이제 커피만 고집할 일은 아닌 것 같다.
  • [길섶에서] ‘싱어게인’/전경하 논설위원

    [길섶에서] ‘싱어게인’/전경하 논설위원

    TV 프로그램 ‘싱어게인 무명가수전’을 올해도 즐겨 본다. 재기를 꿈꾸는 출연자보다 ‘찐무명’인 재야의 고수들에 놀란다. ‘소년 출세’가 기본인 연예계에서 30대가 돼서도 세상이 말하는 성공을 못 했지만 꾸준히 실력을 키워 온 그들이 존경스럽다. 성공에는 실력도 중요하지만 운이 더 중요하다는 진리를 다시 깨닫는다. 기회가 찾아왔을 때 실력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도. 먹고사는 문제로 가면 쉽게 말할 일은 아니다. 출연자들은 방송 출연 전 벼랑 끝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코로나19로 각종 공연이나 행사가 취소되고 카페 등의 영업제한으로 노래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졌으니까. 코로나19 3년째에 접어들면서 지난해 출연진보다 삶의 고단함이 더 배어난다. 대중음악은 ‘딴따라’라 폄하되기도 하지만 다른 예술처럼 삶을 풍요롭게 한다. 코로나19로 대중음악 공연 자체가 무산되면서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단다. 지원대책이 가동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 [길섶에서] 먹보 세상/진경호 수석논설위원

    [길섶에서] 먹보 세상/진경호 수석논설위원

    배 터져라 먹어 본 기억이 있다. 라면 5개…. 중2 어느 날 낮, 혼자 끓여 먹었다. 라면이 절반쯤으로 줄었을 때 배는 산만큼 솟았다. 라면 맛은 사라졌고, 허기는 오기(傲氣)로 바뀌었다. 남기면 지는 거다!! 면이 퉁퉁 불어 죽이 됐건만 뜻(?)을 세운 까까머리 소년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리고 끝내 간신히 이.겼.다. 앉은 자리에서 초밥 200개를 먹어 치우는 작은 체구의 젊은 여성을 유튜브에서 봤다. 아니, 저게 가능해? 보면서도 믿기질 않는다. 한데 ‘먹보 유튜버’는 이 청년만이 아니다. 다른 유튜버는 햄버거 20개를 뚝딱 해치운다. 놀라운 건 이들의 먹성만이 아니다. 이들이 꾸역꾸역 입에 욱여넣는 모습을 수십, 수백만명이 보거나 봤다는 사실이다. 몇몇 먹보 채널은 구독자가 500만명을 넘는다. 포만감을 소비하는 세상…. 배가 부른데도 배고파하는, 허기와 갈증의 시대라는 말은 아닌지. 우리 대신 배 터져라 먹어 주는 그들, 건강만은 해치지 않길 바란다.
  • [길섶에서] 생미역/이동구 논설위원

    [길섶에서] 생미역/이동구 논설위원

    ‘고향의 맛’은 어떤 것일까. 십중팔구는 어릴 적 어머니가 자주 해 주시던 음식들의 익숙한 맛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된장, 고추장이나 김치 등을 이용한 찌개나 조림, 나물무침, 칼국수 등이다. 친숙하면서도 깊고 은은한 재료에다 몇 가지 추억들이 더해지니 평생 그 맛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한겨울 이맘때가 되면 더 자주 떠오르는 음식도 있다. 군고구마, 군밤, 어묵, 호떡, 만두, 동치미, 도토리묵, 김치전 등등. 눈이라도 내리는 밤이면 더욱 간절히 구미가 당기기 마련이다. 바다 가까이서 자라 날씨가 추워지면 군고구마보단 생미역이 더 간절해진다. 생미역 한 묶음 정도는 혼자서 한두 끼 만에 다 해치운다. 바다 내음 흠뻑 젖은 생미역에 밥 한 숟가락 놓고 쌈을 싸먹으면 꿀맛이다. 진한 초고추장에 살짝 찍어 먹거나 간장 양념으로 무침을 하면 그 또한 별미다. 비릿한 바다 향에다 달고 향긋한 미역 맛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고향을 다녀온 느낌이다.
  • [길섶에서] 진화/오일만 논설위원

    [길섶에서] 진화/오일만 논설위원

    보잘것없는 인간이 진화 과정에서 ‘두뇌’를 선택해 생존에 성공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현생인류인 호모사피엔스가 라틴어로 ‘지혜가 있는 사람’이라고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 두뇌 덕에 ‘만물의 영장’이란 칭호를 얻었지만, 인간이 치르는 희생도 크다. 가파른 두뇌의 진화 속도로 인해 원시시대 초원에 익숙한 인간의 몸과 정신이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700만년의 진화 과정을 보면 극히 짧은 기간(3만년)에 비대칭적인 현생인류가 탄생한 것이다. 지금이야 만병의 근원으로 불리는 게 스트레스지만 사실 수렵시대엔 만병통치약이나 다름없었다. 스트레스는 인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느끼는 불안과 위협의 감정으로, 인체는 이에 맞춰 아드레날린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한다. 원시시대에는 사자를 만난 인간이 더 빨리 도망치게 만들어 생명을 지키는 파수꾼 역할을 했다. 현대에 와서는 생명을 단축시키는 악역으로 바뀌었다. 참으로 아이러니다.
  • [길섶에서] 눈밭의 도시락/임병선 논설위원

    [길섶에서] 눈밭의 도시락/임병선 논설위원

    충북 단양 소백산 비로봉에는 등산객들이 북적여 국망봉 근처 눈밭에서 늦은 점심을 들었다. 지난 22일 이 산의 최고 기온은 영상 5도로 따듯한 편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바람 세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소백산이다. 2019년 3월부터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판매하는 보온 도시락을 먹었다. 보온통 안에 정밀하게 설계된 작은 통이 네 개 들어 있다. 밥과 북엇국, 단양마늘불고기, 김치와 멸치, 계란부침 등 반찬이다. 식지 않았을까 걱정했는데 뜨겁지는 않지만 한기(寒氣)를 물리칠 만은 했다. 나와 두 선배는 한두 번 이용한 적이 있는데, 한 선배는 처음이라고 했다. 8000원인데 가성비도 좋다, 환경에도 좋겠다, 라면 냄새로 불편을 끼칠 수 있는데 그러지 않아 좋다, 칭찬이 쏟아진다. 무엇보다 지역경제에도 보탬이 될 것 같다. 소백산의 경우 단양지구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어떤 이유에선지 몰라도 이용자가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까웠다.
  • [길섶에서] 족발 골목의 상생/박현갑 논설위원

    [길섶에서] 족발 골목의 상생/박현갑 논설위원

    얼마 전 서울 마포의 족발 골목을 찾았다. 약속 장소를 찾지 못해 한 가게 앞에서 주인에게 상호를 대며 물었다. “여기서 저쪽으로 가다 보면 나오는 첫 번째 골목길에서 왼쪽으로 가면 도로가 나와요. 거기서 다시 오른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보일 겁니다.” 설명이 복잡하다 싶었는지 가게 주인이 종종걸음으로 앞서가며 도로 입구까지 안내해 준다. 고맙다는 말과 함께 알려 준 대로 갔으나 찾던 가게는 보이지 않는다. 다른 가게에 물어보았는데 이 가게 주인도 가이드를 마다하지 않는다. 내 가게를 찾는 손님이 아니더라도 친절하게 대하는 게 족발 골목을 살리는 길이라는 상인들의 ‘상생’(相生)이 느껴진다. 다리 하나 건너 여의도는 ‘상쟁’(相爭)이 한창이다. 대통령 자리를 놓고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제로섬 게임 중이다. 누가 되든 국민의 삶을 살찌울 공약이라면 상대방 공약이라도 채택하는 상생 정신을 발휘하면 좋겠다. 유권자가 잘 먹고 잘 사는 문제만큼 중요한 게 있을까.
  • [길섶에서] 늦되는 아이/임창용 논설위원

    [길섶에서] 늦되는 아이/임창용 논설위원

    뇌의 발달에 관한 책을 읽다가 얼마 전 어린아이를 둔 지인의 말이 문득 생각났다. 아이가 돌이 지난 지 한참인데 걷지를 못 해 너무 걱정스럽다고 했다. 부모로선 아이가 생기면 뒤집기부터 앉기, 서기 등 성장 과정 하나하나가 신기하다. 하지만 좀 늦다 싶으면 덜컥 걱정부터 하게 마련이다. 막상 병원에 가면 정상 범위에 있으니 걱정 말라고 하는데도 부모 마음이 어디 그런가. 책을 보니 인간의 뇌 발달은 5세 이전에 80~90%가 완성된다고 한다. 그런데 고등동물일수록 운동 외의 고차원적 기능을 담당하는 뇌를 발달시키는 데 시간이 필요해 운동 발달은 상대적으로 느리다는 것이다. 하긴 말이나 소는 태어나자마자 걷고 뛰기까지 하지 않나. 인간은 고도의 지능을 바탕으로, 덩치가 큰 동물은 운동 능력부터 발달시켜 생존토록 진화했다는 의미로 읽힌다. 그런 관점에서 운동 능력이 늦되는 아이가 좀더 지능도 높고 공부도 잘하지 않을까 싶다. 지인에게 꼭 이 말을 전해 걱정을 덜어 줘야겠다.
  • [길섶에서] 탈모/문소영 논설위원

    [길섶에서] 탈모/문소영 논설위원

    집안 사람들 모두 머리숱이 많다. 유독 숱이 적은 이는 나뿐이라, 주워 온 아이라는 놀림에 어려서는 큰 상처를 받기도 했다. 임신과 출산을 거치면서 숱이 한 차례 줄었고, 기자 생활을 30년 가까이 하면서 취재원과 가졌던 수많은 술자리로 숱이 더 줄었던 것 같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종전의 음주 관행을 고친 덕분에 머리숱을 그럭저럭 보전하고 있다가 복병을 만났다. 대상포진. 남들은 대상포진이 나타나는 부위가 대체로 팔뚝, 등짝, 어깨 등등 몸통인데 나는 유별나게 머리 속으로 쳐들어왔다. 오른쪽 두피 반쪽에 넓게 띠처럼 포진이 발생해 소염제를 두껍게 발랐더니 머리가 떡져 2주간 모자를 써야 했다. 누군가는 투병 하냐며 설핏 웃었던 거 같기도 하다. 대상포진이 가라앉으면 딱지가 남는데, 그 딱지가 떨어질 때마다 소중한 머리털이 한 움큼씩 함께 떨어져 나갔다. 피부과에 가면 탈모 처방을 해 준다고 알려 준다. 건강보험은 적용되지 않는다. 가 봐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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