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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섶에서] 명사(名士) /육철수 논설위원

    한달 전 S클럽에서 보낸 우편물을 받았다. 서류봉투가 제법 두툼해서 호기심이 생겼다. 열어봤더니 클럽 소개 책자와, 최근에 가입한 회원들의 사진과 경력을 곁들인 팸플릿, 그리고 회원가입 권유서가 함께 들어 있었다.S클럽 대표 명의로 보낸 권유서에는 이 클럽을 우리나라 최대의 명사(名士) 모임이자, 유일한 특수친교클럽으로 만들 테니 회원으로 들어와 보라는 것이었다. 팸플릿에 실린 신규 회원 280명의 면면을 살펴보니 그야말로 화려했다. 정계·관계·재계·법조계·학계·언론계·예술계·체육계의 유명 인사들이 망라됐다. 취재하면서 만났거나 안면이 있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이런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은 욕심이야 왜 없겠는가마는, 아무나 낄 자리가 아니라는 걸 이내 직감했다. 경력이나 활동, 뭐 하나 자랑할 게 없는 자신을 잘 알기에…. 어떻게 나 같은 보통사람한테 회원 권유서를 발송했는지 몰라도 번지수를 한참 잘못 찾았다. 모임에 끼워주겠다는 제의만으로 그저 고맙고, 덕분에 성찰의 기회까지 가졌으니 감사할 따름이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길섶에서] 내금강/최태환 수석논설위원

    지난해 정초 금강산을 찾았다. 산도 계곡도, 폭포도 감추는 구석이 없다.‘겨울 개골’ 별칭다웠다. 옥류동 입구 신계사 터를 찾았다. 한국전쟁때 모든 가람이 소실됐다. 복원 불사가 한창이었다. 절터 주위에 곧게 뻗은 노송 숲이 피안이고, 선계였다. 고개를 들자 회색빛 하늘속 구름이 무심하다. 정처없는 중생의 마음 같다. 불사는 조계종과 현대아산 주관이었다. 불사를 맡은 스님을 만났다. 탈속의 스님에게 남·북이 의미가 있을까. 그래도 그쪽 사람들과 어려움이 없느냐고 물었다. 처음엔 ‘중 선생’이라고 부르다, 지금은 ‘스님’하고 찾는단다. 그것만으로도 살갑고, 가까워진 것 같다고 했다. 표정이 속세의 벗처럼 다정하다. 최근 내금강이 개방됐다. 조계종단 원로선사들이 금강산내 불교유적을 순례했다고 한다.8만 그리고 아홉 암자가 있었다던 금강산이다. 무수한 선승을 배출한 한국불교의 못자리라 할 만하다. 한 스님이 “눈 푸른 납자들이 이 곳서 용맹정진하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고 했다. 금강산서 선지식을 만날 날을 고대해 본다. 최태환 수석논설위원
  • [길섶에서] 장마와 빈대떡/이목희 논설위원

    장마철을 맞아 “소주·막걸리에 빈대떡이 먹고 싶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한 TV프로에서 그 원인을 과학적으로 분석했다. 음향전문가를 찾아가 빗소리와 빈대떡 부치는 소리의 파장을 비교해봤다. 아주 흡사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때문에 빗소리를 들으면 빈대떡이 지글지글 익는 소리가 떠오른다고 했다. 전문가들의 얘기를 모아 비와 빈대떡의 함수관계를 분석한 신문기사가 있었다. 저기압이 강해지면 공기의 울림이 적어 음식의 향기가 날아가지 않아 식욕이 증진된다고 했다. 사람 기분을 좋게 하는 영양소를 가진 밀가루와 헛헛함을 달래주는 기름을 본능적으로 찾게된다는 해석도 있었다. 재미있으면서도 “글쎄?”라는 의문이 든다.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비가 줄기차게 올 때 드는 생각의 첫번째가 “또 비야?”라는 짜증이었다고 한다. 비가 와 농사일을 쉬거나 용돈이 없으면 집에서 오순도순 부침개를 부쳐먹던 습성이 정답 아닐까. 따뜻한 전통에 과학의 잣대를 들이대 빈대떡의 낭만을 깨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길섶에서] 성저십리(城底十里)/최태환 수석논설위원

    출근길이 축축하다. 후텁지근하다. 장마 탓이다. 쇼스타코비치의 ‘세컨드 왈츠’가 경쾌하다. 새삼 반갑다. 버스가 갑자기 휘청한다. 꾸불꾸불 휜 길 때문이다. 반듯하던 길이다. 고양시 서두물 삼거리에서 서울로 향한 대로다. 그린벨트 해제 탓이다. 아파트 단지가 건설되면서 모양이 달라졌다. 눈·비가 오면 얼마나 더 위험할까. 어이가 없다. 옹기종기 녹지에 몰려 있던 꽃집은 추억이 됐다. 조선시대에도 한양엔 그린벨트가 있었단다. 성저십리(城底十里), 성밑 십리에 이르는 지역이다. 장사나 개발이 제한됐다.4대문 안보다 훨씬 넓다.(‘뜻밖의 한국사’, 김경훈 지음) 성저십리를 보호한 이유는 ‘세종실록지리지’에 전한다. 성내 주민들의 쾌적한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왕실의 안전 확보를 위한 목적도 있었단다. 대신 제한지역 주민들에겐 나름의 보상을 했다. 구역별 경작채소 품목을 특화했다. 옛 사람의 지혜가 지금보다 나았다는 생각이 든다. 멀쩡한 길을 비뚤게 해 놓고, 민원 해소를 위해 불가피했다고 우기진 않았을 것 같다. 최태환 수석논설위원
  • [길섶에서] 귀신과 이성/이목희 논설위원

    현실감각과 논리력이 출중한 한 후배가 “남들이 이상한 사람으로 볼까봐 이번 한번만 얘기하고 다신 말 안하겠다.”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귀신을 보았다고 했다. 출근 길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평소 못보던 깔끔한 여자가 있었다. 간단히 목례를 했는데, 내릴 때 돌아보니 아무도 없더라는 것이다. 같이 듣던 이들이 “에이….”하며 웃어넘기려 했다. 그런데 다른 후배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자신이 얼마 전 겪은 일을 전했다. 저녁 늦게 술 한잔 하고 아파트 현관을 들어서는데 누가 “아빠.”하고 불렀다. 주위를 둘러봐도 아이는 눈에 띄지 않았다. 그냥 들어가려는데 “왜 그랬어.”라는 외침이 또 있었다. 후배는 십수년 전 피치 못할 사정으로 아내의 중절수술을 지켜봐야 했다. 항상 마음에 걸리는 과거였는데, 그 아이인 듯싶다며 눈물까지 글썽거리는 게 아닌가. “몸이 허해져 헛것을 보거나 환청을 들은 것”이라고 면박을 주고, 위로도 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자신에게 일어났던 현상에 대한 확신을 버리지 않았다. 이성의 무력함이 확 몰려왔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길섶에서] 어제 청계천/이용원 수석논설위원

    물러갔던 장마가 돌아와 출근길에는 한바탕 장대비가 쏟아졌습니다. 비 온 뒤 청계천이 궁금해 오전회의가 끝나자마자 달려갑니다. 청계광장 분수는 꺼지고 분수대에선 인부들이 청소하느라 바쁩니다. 청계천으로 내려가는 계단 입구는 이미 ‘출입통제 침수위험’이란 띠로 가로막혀 있습니다. 아쉬움을 접고 큰길 철책에 기대어 청계천을 굽어봅니다. 큰비가 왔는데도 물살은 여느때 그대로입니다. 대신 물빛만은 더욱 투명해 바닥까지 훤히 들여다보입니다. 폭포 밑 웅덩이를 바라보노라니 무언가 꾸물거립니다. 아, 물고기 떼입니다.10∼20마리가 떼지어 헤엄치다 흩어졌다 하며 춤을 춥니다. 몇 놈은 함께 놀기에 싫증 났는지 가장자리 통로를 타고 미끄럼 타듯 하류로 향합니다. 그런가 하면 물살에 조금씩 밀리면서도 힘차게 폭포 밑 웅덩이로 기어오르는 놈들도 있습니다. 청계천 복원 직후 4가쯤에서 처음 물고기를 만났던 감동이 되살아납니다. 자연은 인간이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생명력이 뛰어난 모양입니다. 비 온 뒤 청계천, 참 좋습니다. 이용원 수석논설위원 ywyi@seoul.co.kr
  • [길섶에서] 멧돼지와 숲/구본영 논설위원

    얼마전 멧돼지가 선산(先山)의 산소들을 헤집어 놨다는 노모의 전화를 받았다. 새삼 놀랐다. 서울 변두리에 멧돼지가 출몰해 사람을 다치게 했다는 소식은 진작 들었건만…. 멧돼지의 ‘배은망덕’이 괘씸했다. 수렵금지나 산림녹화로 그토록 보호해 줬는데 말이다. 하지만 들짐승이 사고를 친 것도 필경 먹을 게 없어서였을 게다. 산에 유실수가 적은 데다 농사 지을 이가 없어 선산 주변의 밭뙈기들은 묵혀놓은 지 오래라지 않나. 산림 전문가에 따르면 우리의 숲이 연간 1인당 126만원의 공익적 가치를 보장한다고 한다. 공기 정화, 홍수 방지, 휴양공간, 야생동물 터전 제공 등의 기능을 하면서다. 양적으론 최단기간에 이룬 치산의 세계적 성공 사례다. 하지만 그런 숲도 멧돼지의 보금자리로는 미흡했던가. 한 차원 질 높은 산림 가꾸기가 필요한 때인 모양이다. 모처럼 짬을 내 선산을 찾았지만 비가 내려 아무 일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동물과 인간이 공존하는 방법을 생각해 본 것만 해도 헛걸음은 아니었다고 애써 자위했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길섶에서] 월하정인(月下情人)/ 최태환 수석논설위원

    길거리에 ‘해어화’(解語花) 풍년이다. 버스 정류장 곳곳의 대형 브로마이드가 눈길을 끈다. 얼마전 개봉된 영화 ‘황진이’ 홍보물이다. 촬영을 개성, 금강산 등에서 직접 하고, 시사회도 금강산에서 가졌다 해서 일찌감치 화제가 됐다. 소설 원전 역시 북한이다. 주말에 영화관을 찾았다. 스토리 전개가 밋밋하고, 계급투쟁 측면이 지나치게 부각되다 보니 감칠맛이 떨어졌다. 어느 책에선가 기방(妓房)금기사항을 소개했다. 꽃을 들고 가지 말라고 했다. 기생 별칭이 ‘말하는 꽃’(解語花)이니, 자연의 꽃과 비교하지 말라는 것이다. 처첩(妻妾)자랑말고, 기생맹세 믿지 말란다. 문자 자랑도 꼴불견이라고 했다. 하지만 신분유별이라 해서 사랑도 유별일까. 금기의 강조가 오히려 기녀와 사랑에 빠지지 말라는 경계처럼 들린다. 혜원 신윤복은 기녀뿐 아니라 남녀의 사랑을 표현한 풍속화를 많이 남겼다. 달빛 아래서 밀회를 즐기는 ‘월하정인’은 화제(畵題) 역시 애틋하다.‘달은 기울어 밤 깊은 삼경인데, 두 사람 마음 둘 말고 누가 알리오’(月沈沈夜三更,兩人心事兩人知) 최태환 수석논설위원
  • [길섶에서] 채무 지도/우득정 논설위원

    이젠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할퀴어 생채기를 내는 것도 지겨울 때도 되었건만 K는 그 모습 그대로다. 우리가 대충 받아넘길수록 K의 혀끝은 더욱 날카롭게 빛난다. 그날도 소주 한잔을 목구멍에 털어넣자마자 K의 독설이 시작됐다. 한시간도 채 되지 않아 술상 주변엔 선혈이 낭자한 시신이 즐비하다. 모두 K의 혀끝에 난자 당한 고만고만한 지인들이다. 학창시절부터 ‘도사’로 불렸던 Y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지 K에게 타이르듯 말한다.“너한테 그토록 무참하게 당해야 할 만큼 잘못을 했다거나 빚을 지지는 않은 것 같은데.”그러면서 혹시 채무 지도를 그려본 적이 있느냐고 묻는다. 그렇게 악덕 사채업자처럼 자그마한 꼬투리를 잡아 죽일 듯이 악다구니를 쓸 게 아니라 지금껏 살아오며 남에게 진 빚을 인생지도 위에 한번 열거해보라는 것이다. 삼겹살 안주에 소주 한병을 기준으로. 갑자기 침묵이 흐른다. 모두들 마음속으로 열심히 채무 지도를 그리는 모양이다.50병을 갚아도 모자랄 사람부터 한병이라도 갚아야 할 사람까지 내 채무지도는 순식간에 빼곡해진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길섶에서] 모네 곁 천경자/이용원 수석논설위원

    며칠전 모네전을 보러 서울시립미술관을 찾았다. 미술사에 빛나는 화가의 전시회답게 관객이 많았고, 작품들을 직접 보는 감흥 또한 새로웠다. 그런데 이동로를 쫓다가 예상치 못한 공간에 마주쳤다. 한쪽 방에서 ‘천경자의 혼’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던 것이다. 천경자전에서는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내 슬픈 전설의 22 페이지’를 비롯해 그의 예술세계를 보여주는 그림들과 수필집 등 저서들이 손님을 맞았다. 천경자 화백의 그림과 글을 좋아하는, 특히 1970년대 나온 수필집 ‘한’의 초판본을 여태 간직한 나에게 이 뜻밖의 만남은 큰 기쁨을 주었다. 알고 보니 ‘천경자의 혼’은 2002년 시작한 상설 무료전시였다. 이를 몰랐던 나같은 사람에게 모네전은 또 하나의 선물을 준 셈이다. 하지만 천경자전만을 원하는 팬이라면 모네전 입장료(성인 1만원)를 내야 비로소 기회를 얻는다. 게다가 공간 배치도 모네전의 곁방 같은 인상을 준다. 상설전인 ‘천경자의 혼’을 제대로 예우하는 방법은 없을까. 이용원 수석논설위원 ywyi@seoul.co.kr
  • [길섶에서] 조카의 결혼/황성기 논설위원

    큰누나의 아들이 결혼한다. 누나는 딸을 시집 보낸 지 1년도 안 돼 아들까지 치운다. 작년에 시집간 조카가 곧 아이까지 낳는다고 하니 어느새 할아버지다. 한 다리 건넜다지만 사위에 며느리에 손자까지 보는 것이니 세월 가는 거 아무리 모른 척해도 달라지는 호칭은 피할 길 없다. 새 식구될 조카며느리가 얼마전 가족 모임에 왔다. 가정을 꾸릴 젊은 예비 부부를 보니 자리가 새롭다. 언제나 어머니를 중심으로 5남매 부부가 모이던 중년, 장년의 자리에 20대 커플이 오니 분위기도 신선하다. 이래서 세대교체란 필요한가 보다. 장가가는 조카의 기억은 각별하다. 어릴적 집에 놀러오면 운동권 노래를 가르치곤 했다. 그때는 무슨 노랜지 모르고 열심히 배우고 부르던 조카들이다. 나중에서야 왜 그런 노래 가르치냐고 누나에게 혼났지만 조카들이 “그때 즐거웠다.”고 기억해준다. 이 조카, 분가하지 않는다고 한다. 어떻게 꾀었는지 조카며느리도 시집살이에 동의했단다. 약간은 곤혹스러워하는 누나 얼굴이 재밌다. 그래도 좋지 않은가, 식구 하나 늘어나니….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 [길섶에서] 분노와 망각/이목희 논설위원

    영화 ‘밀양’을 본 아들이 심각하게 물었다.“기독교에서는 아무리 나쁜 짓을 해도 하나님만 믿으면 구원받나요? 수십명을 죽인 살인자가 회개한다고 천국 간다는 것은 불공평한 것 같은데….” ‘밀양’에서 전도연은 “깊은 상처를 입은 피해자를 놔두고 왜 하나님이 살인범을 먼저 용서하느냐.”며 처절하게 괴로워 한다. 아들의 질문과 전도연의 분노에 딱히 대답해 줄 종교지식이 없었다. 목사님에게 답변을 구했다.“온갖 나쁜 짓을 하다가 죽기 직전에 믿는다고 하면 천국 갈 것 같습니까?”라는 되물음이 있었다. 목사님은 “말만의 회개는 하나님이 받지 않을 겁니다.”고 잘라 말했다. 살인범이 구원을 받을 만큼 진실한 회개를 하기 어렵고, 수용 여부는 하나님이 판단한다는 설명이었다. ‘밀양’은 막바지에 세월이 전도연의 아픔을 치유할 것임을 시사했다. 살인범의 구원이 인간이 고민할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면 망각도 괜찮은 방법일 듯싶다. 자기에게 상처를 준 사람을 넘어 신과 싸우며 마음을 깎을 이유가 없다고 본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길섶에서] 행운 또는 숙명?/최태환 수석논설위원

    불새, 봄의 제전, 오이디푸스왕. 작곡가 스트라빈스키의 고전이다. 봄의 제전은 충격이었다. 초연때 찬사와 비난이 쏟아졌다. 전위파의 기수라는 명성을 얻었다. 그와 음악의 인연은 절묘했다. 그는 법률학도였다. 페테르부르크 대학 출신이다. 세계적 작곡가 림스키 코르사코프를 만난 게 운명의 터닝포인트였다. 개인교습을 받았다. 림스키 코르사코프가 주관하는 수요음악회가 촉매가 됐다. 우연이 불멸의 작곡가를 탄생시켰다. 얼마 전 현중화선생 탄생 100주년 기념전이 열렸다. 서예 대가다. 붓이 노래하고, 먹이 춤추는 경지에 이르렀다는 그다. 글이 살아 있다. 기운생동(氣運生動)이 마치 오늘의 글 같다. 취하면 신선이었다. 취필(醉筆)이다. 그는 일제때 와세다대 정경학부를 졸업했다. 그는 독립운동 일선에 나섰다. 일본 경찰의 감시를 피해야 했다. 그때 피난처를 제공한 이가 일본 서도대가 마쓰모토 호스이였다. 뜻하지 않은 서예가로의 변신은 행운일까, 숙명일까. 이들뿐이랴. 누구나 삶은 극적일지 모른다. 준비하고 계획하는 동안 만난 우연이 곧 인생 아니었던가. 최태환 수석논설위원
  • [길섶에서] 재주는 곰이 넘고/최태환 수석논설위원

    작가 지망생이었다. 글 쓰는 것도, 호구지책도 불안하긴 마찬가지였다. 마침내 소설을 냈다. 선배 작가의 도움이 컸다. 출판사를 주선해 줬다. 고료까지 직접 챙겨줬다. 눈물이 났다. 제법 알려질 때까지 든든한 후견인이었다. 그는 한참 뒤 진실을 알게 됐다. 출판사가 내놓은 액수의 절반도 전달이 안 됐더란다. 어느 작가의 이야기다. 그는 이후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작품의 인세(印稅)도장을 직접 찍어봤다고 했다. 집에서 수만장 찍었다. 재미가 쏠쏠하더란다. 지금도 선배 앞에선 무명시절 고료 일화를 모른 척한다고 했다. 문학만 그럴까. 미술가도 고달프긴 매일반이다. 전업작가는 더하다. 창작 고통은 업보니 그렇다 치자. 판로는 더욱 막막하다. 조각이나 그림을 아예 화랑에 맡겨두기도 한다. 하지만 언제 돈이 돼 돌아올지 기약이 없다. 어떤 이는 화랑 기호에 맞춰 작품 스타일을 바꿨다고 했다. 작가 몫은 줄어들어, 작품 값 절반이 화랑 몫인 경우도 많다고 소개됐다.‘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중국사람이 챙긴다.’ 지금도 통하는 속담이다. 최태환 수석논설위원 yunjae@seoul.co.kr
  • [길섶에서] 가진 노예/송한수 출판부 차장

    “가진 노예가 더 낫죠.” 후배가 던진 말에 겉으론 예끼 하며 웃었지만 속내는 화들짝 놀랐다. 다른 신문사 기자로 일하는 녀석이다.“얼마나 힘들어, 글쎄∼. 돈 많이 주고 짐승처럼 부려먹는다며?”라는 농담에 이렇게 되받아치는 것이다. 요즘 세상에 어디 학력을 따지겠는가마는, 그 또한 대학을 나왔으니 알 만한 사람이라고 해야 옳다. 그런데 스스로를 노예라 불렀으니 도통 모를 일이다. 아니, 거꾸로 읽자. 이해할 만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얼핏 스쳤다. 일하는 이들의 자세가 그래서, 세간의 비난을 한몸(?)에 받는 언론사가 됐을지도 모른다.‘시키는 대로만’ 하는 곳이란 얘기이니 말이다. 동종업계를 욕할 마음은 없다. 그렇다고 남 걱정할 것도 아니다. 하지만 작은 충고라도 보태야 할 듯하다. 구성원들의 인식이 그렇다면, 어디에선가 언론이 통째 욕 먹을 일도 벌일 것이라고 여겨져서다. 아무리 돈이 최고의 가치가 돼버린 세태라고는 하지만 적어도 입으로는 ‘배고픈 주인이 낫다.’고 할 수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송한수 출판부 차장
  • [길섶에서] 유명세/구본영 논설위원

    얼마 전 김종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수석대표와 서울 인사동의 한 호프집에서 모임을 가진 적이 있다. 우리 일행이 자리를 파하고 나오자 홀에 있던 손님들이 일제히 아는 척을 했다. 더러 김 대표에게 악수를 청하기도 했다. 그의 유명세에 새삼 놀랐다. 조금은 부럽기도 했다. 그러나 공인으로 산다는 것,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삶이 반드시 좋기만 한 것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광화문 거리에서 한·미 FTA를 반대하는 이가 시비를 걸어와 곤혹스러웠던 적도 있다는 김 대표의 설명을 들으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명성이 주는 기쁨과 익명성의 상실로 인한 불편함은 동전의 양면일 수도 있기에…. 세상 인심은 흔히 스타덤에 오른 인물의 성취나 평판에만 주목한다. 정작 그 화려함의 이면에 말 못할 애환이 숨어있음은 모르기 일쑤다. 호수 위를 유유히 떠다니는 백조의 아름다움을 찬탄하긴 쉽다. 하지만, 물밑에서 헤엄치느라 잠시도 쉬지 못하는, 두 다리에 눈길을 주는 이는 몇이나 될까.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길섶에서] 고장난 시계/황성기 논설위원

    2년 전쯤에 고장난 벽걸이 시계를 이사를 하고는 고쳐서 써야겠다고 회사 근처 시계방에 맡겼다. 특별히 의미가 있다거나, 그렇다고 비싸다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언제나 거실 벽에 걸려 출근을 재촉하고 약속에 늦지 않게끔 시간을 알려준 고마운 존재였다. 정이 들 만큼 들어 버리지 못하고 이삿짐에 꾸려넣은 시계다. 건전지 한개로 움직이는 손바닥보다 조금 큰 흔한 이 시계를 맡기면 하루이틀이면 고칠 수 있겠거니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벌써 3주 전에 수리를 보낸 이 시계는 돌아올 줄 모른다. 얼마 전 찾으러 갔더니 고쳤는데 다시 멈춰서 수리 보냈단다. 전문점에 하청을 준 모양이다. 연락이 없기에 지난 주말 또 들렀더니 고치기 힘들 것 같다는 연락이 왔다고 한다. 이쯤되면 안 되겠다 싶어 놔두시라고 했다. 네번 걸음하기도,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리비도 걱정된다. 새 시계 사라고 권할 법도 한데 이 주인 “한번 더 해보자.”고 한다. 물건 소중히 하란 뜻인가 싶어 “그럼 한번 더 해봅시다.”라며 시계방을 나섰다.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 [길섶에서] 폴 뉴먼과 신성일/최태환 수석논설위원

    영화배우 폴 뉴먼이 은퇴를 선언했다.50년 연기생활을 접었다.82세다.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 컬러 오브 머니, 스팅, 내일을 향해 쏴라 등 말 그대로 ‘숱한’화제작을 남겼다. 두 차례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기억력, 자신감, 창의력이 퇴화해 더 이상 연기를 할 수 없단다. 우수에 찬 눈동자도 이제 전설이 됐다. 아쉽다. ‘우리 배우’신성일이 생각난다. 얼마전 화제였다. 칠순의 그가 파마를 했다.‘베토벤’머리였다.2년여 수감생활을 한 그다. 정치인 시절 수뢰가 빌미가 됐다. 세상에 대한 달관일까, 또다른 삶의 다짐일까. 그는 어느 인터뷰에서 교도소에서 여인을 만나지 못한 게 가장 안타까웠다고 했다. 그다운 멘트다. 그는 다시는 연기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수감중 많은 사람들이 석방 탄원서를 냈다.‘정치인 신성일’의 죄는 밉지만, 연기자 신성일을 만날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그가 모를 리 없다. 그가 세상과 화해하는 날이 올까. 스크린에 돌아오는 날이 그 날이 아닐까 싶다. 이후 폴 뉴먼처럼 아름답게 영화와 고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태환 수석논설위원
  • [길섶에서] 불량 아빠/이용원 수석논설위원

    저녁 약속이 없는 날 오후 학교에 있을 딸아이에게 문자 메시지를 남겼다,‘저녁 같이 할까.’라고. 딸아이는 수업이 끝나자마자 전화를 해서 “오랜만인데 무얼 먹을까.”하고 들뜬 목소리로 묻는다. 올해 고교에 진학한 딸은 공부하기가 버거운 모양이다. 저녁마다 학교에 남아 야간 자율학습을 하는 데다 중학생 때까지는 거의 가지 않던 학원을 두어 군데 다니기 때문이다. 그날 부리나케 퇴근해 집에서 아이를 만난 뒤 바로 저녁 먹으러 나갔다. 그러느라 아이는 야간 자율학습을 ‘땡땡이쳤다.’. 부녀는, 저녁을 먹은 뒤 차도 한잔 나누며 모처럼 여유 있는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그런데 문제는 아내였다. 밤 늦게 귀가한 아내는 이야기를 듣더니 기막혀 한다. 그리고는, 아이 저녁 먹이겠다고, 야간 자율학습 그만 두고 집으로 오라는 아빠가 어디 있느냐며 ‘불량 아빠’라고 비난했다. 애 대학 보내는 거 책임지겠느냐는 추궁에 할 말은 없었지만, 그래도 어쩌랴. 딸아이에게 잠시나마 기쁨을 주고픈 것을. 이용원 수석논설위원 ywyi@seoul.co.kr
  • [길섶에서] 6월 불볕 /최태환 수석논설위원

    6월 ‘불볕’이다. 시청앞 잔디광장이 고요하다. 서울시 의회앞 시위대 확성기만 이따금 정적을 깬다. 오랜만에 CD가게에 들렀다. 미키스 테오도라키스를 골랐다. 그리스의 국민작곡가다. 민주화운동의 상징이다. 그리스의 영혼이다. 하루라도 그의 음악을 듣지 않는 국민이 없다고 할 정도다.‘기차는 8시에 떠나네’가 눈에 들어온다. 이별 노래다. 민주화운동가를 사랑한 여인의 아픔이 담겼다.‘카테리나행 열차는 8시에 떠나네/…함께 나눈 시간들/밀물처럼 멀어지고/이제 당신은 오지 못하리’ 1967년 군사정권 시절의 곡이다. 이후 7년간 망명생활을 했다. 민주화 투쟁은 멈춤이 없었다.1000여회의 콘서트를 가졌다. 며칠 전 6월항쟁 20주년이었다. 젊은이들은 감흥이 있을까. 신문을 뒤적이다 보니, 가수 한대수가 첫 딸을 봤단다.59세다. 암울했던 시절 민주화를 갈구하다, 미국에서 집시처럼 지내다 5년 전 귀국했다. 물 좀 주소, 행복의 나라로 등. 그의 노래는 당시 한 줌의 생명수였다. 그는 “조국이 품어준 결과”라고 감사했다. 문득 불볕이 살갑다. 삶은 언제나 감동인 것을. 최태환 수석논설위원 yunja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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