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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섶에서] 아직 멀었다/김인철 논설위원

    산은, 숲은 배반하지 않는다. 찾을 때마다 새로운 꽃들이 피거나, 아니면 같은 꽃이라도 먼저보다는 더 많은 꽃망울을 더 활짝 터뜨릴 것이란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다. 일전 저 숲 어딘가에 저 홀로 꽃을 피우고 날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내딴에 기대감에 부풀어 이 골 저 골을 헤매었건만 복주머니난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오늘은 헛방인가 하며 허허로이 내려오는 길 금색의 감자난이 반색한다. 그러면 그렇지. 숲을 환하게 밝히는 감자난의 고고한 자태를 앉아서 누워서 자세를 바꿔가며 카메라에 담는다. 흐뭇한 마음에 돌아서는데 빈 골짜기에 뭔가가 구르는 소리가 들린다. 누군가 발을 헛디디며 돌을 찼나 혼자 생각한다. 하산 길 재촉하며 무심코 윗옷 주머니를 살피니 텅 비었네. 앉았다 누웠다 하는 사이 휴대전화가 제멋대로 계곡 아래로 사라진 것. 감자난의 금색에 세상을 얻은 듯 득의만만하던 마음이 금세 세상과의 인연의 끈이라도 놓친 듯 아득해지며 불안감에 휩싸인다. 아직 멀었다. 세상사 초연하기에는. 김인철 논설위원 ickim@seoul.co.kr
  • [길섶에서] 친구/ 오풍연 논설위원

    흔히 친구 셋만 있으면 부러울 것이 없다고 말한다. 그만큼 친구가 좋고, 사귀기도 어렵다는 뜻일 게다. 하지만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이들도 많다.“고작 셋쯤이야.”하면서, 어깨를 으쓱댄다. 그냥 알고 지내는 사람을 통틀어 친구라고 하지 않을까. 친구(親舊)는 오래두고 가깝게 사귀는 사람이나 벗을 말한다. 그런데 보통 동년배를 일컫는다. 그래서 초등학교, 고등학교, 대학 친구로 나눠 부르곤 한다. 나이 마흔을 넘기면 친구 사귀기가 쉽지 않다. 흔들리지 않는다 하여 40을 불혹(不惑)이라 하지 않던가. 다 알 만한 처지에 속내를 보여줄 수 없는 까닭도 있을 법하다. 필자가 이 대목에선 행운아다. 마흔을 넘겨 친구 네 명을 얻었으니…. 넷 다 분야가 각각 다르다. 의사, 공무원, 군인, 교수 등으로 기반을 닦았다. 네 명과는 각각 우연한 기회에 의기투합해 만났다. 뜻이 통하다 보니 자연스레 친구가 됐다. 떨어져 있어 자주 만나진 못한다. 그래도 항상 버팀목이 되어준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고마울 따름이다. 오풍연 논설위원 poongynn@seoul.co.kr
  • [길섶에서] 솔바람 시냇물/최태환 논설실장

    6월이 뜨겁다. 지난 주말 오원 장승업 화파전(畵派展)을 찾았다. 친구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들렀다. 녹음 덮인 낡은 미술관 건물은 여전히 편안하다. 성북동 간송미술관이다.1960년대를 재현한 드라마 세트장 같다. 주변 모습도 더디 변하면 좋으련만…. 송풍유수(松風流水) 화제(畵題)처럼 ‘솔바람 시냇물’같은 시원함을 선사해서일까. 과장된 듯한 풍광이 오히려 넉넉하다. 관람객이 넘쳤다. 전시기간 내내 그랬단다. 오원에 이토록 열광하는 이유가 뭘까. 독특한 미완성, 정교하기보다는 어딘지 어리숙해 보이는 특유의 화풍 때문일까. 팍팍함에서 벗어나고픈 우리의 감각엔 겸재 정선이나 혜원 신윤복보다 오원이 더 편할지 모르겠다. 도록은 매진됐다.10년전 전시회 때의 흑백도록을 구입했다. 언제 또 진본을 볼 수 있을까 싶어서였다.‘폭포소리 요란한데/흰구름 한가하니/나막신 끌고서/어느날 예 왔던가’ 그림 난천청산(亂泉靑山)속의 글이다. 천출의 오원이다. 슬픈 풍류가 눈에 잡힐 듯하다. 출구 없는 일상이다. 솔바람향을 맡고 싶다. 최태환 논설실장 yunjae@soeul.co.kr
  • [길섶에서] 복을 아껴라/ 박재범 수석논설위원

    장군들의 우스개 한토막.“장수 가운데 최고의 장수는?” 보통 오상(五常)의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을 운위한다. 즉, 인장 지장하는 식이다. 그러나 경험 많은 노장군들은 “모두 아니다.”라고 단언한다. 복이 많은 복장이나 운 좋은 운장이 최고라는 것. 제아무리 작전을 잘 짜도, 주변이 모두 도와주는 복장이나 운장에게는 못 당한다는 말이다. 농담이지만, 일리가 있다. 힘세고, 머리 좋은 사람하고는 싸워도 운 좋고 복 있는 사람하고는 싸우지 말라는 얘기도 있듯이…. 한학을 오래한 분이 “복을 아껴라.”라고 했다. 인간은 태어날 때 복주머니 10개씩을 하늘에서 받았다는 것이다. 일찍 성공했다고 흥청망청 지내거나 남에게 모질게 굴면 복주머니를 젊을 때 다 써버리는 셈이어서 말년에 외롭고 고생한다고 했다. 복을 아끼는 것은 열심히, 착한 사람들과 더불어 행복하게 지내는 삶이라고 했다. 국가나 회사 지도자한테 꼭 필요한 말이 아닌가 싶다. 지도자에게 앞으로 쓸 복이 많이 남아 있어야, 구성원들이 그 덕에 행복해질 테니 말이다. 박재범 수석논설위원 jaebum@seoul.co.kr
  • [길섶에서] 목욕탕 단상/노주석 논설위원

    몇 년 전 목욕탕에서의 일이다.50줄에 접어든 어느 경제 관료가 “나이가 들면 제일 먼저 살이 빠지는 부위가 어딘지 알아?”라고 뜬금없는 소리를 했다. 무슨 실없는 소린가 했다. 관료 왈 ‘엉덩이’라면서 항상 그 부위를 유심히 살피라고 했다. 팽팽한 그의 엉덩이 아래 한 줄기 주름이 확연했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잊고 지냈다. 그러다 얼마전 TV에서 대중 목욕탕에 몸짱 보디마스크를 쓰고 나타나 주위 남자들을 기죽이는 한 휴대전화 광고를 봤다. 몇 년 전 기억이 고스란히 되살아났다. 정말인지 궁금했다. 다음날 목욕탕에서 몸매 좋은 한 50대의 나무랄 데 없는 앞 모습을 바라보다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그 부위에 눈길이 끌렸다. 주름이 있었다. 나이가 들면 생기는 훈장이려니 했다. 내것도 확인하고 싶어 고개를 최대한 꺾어 거울에 비춰보았다. 잘 보이지 않았다. 불현듯 깨달았다. 앞만 바라보지 말고 가끔 뒤를 돌아보라는 뜻이었다. 자기 주름은 자기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 [길섶에서] 친절한 신부님/최태환 논설실장

    퇴근 무렵 전화를 받았다. 지난 2월말 이집트 여행 때 만난 신부님이었다.10여일 격의없이 지냈다. 그 양반도 술을 꽤나 좋아했다. 주위로부터 “신부님 술 너무 많이 드시게 하는 것 아니냐.”는 핀잔까지 받았다. 저녁 ‘대접’을 하고 싶었다. 그가 시무하는 방학동 근처에서 만났다. 여행의 추억이 살아났다. 푸른 밤 도도한 달빛 속에 올랐던 시나이 산의 영성을 얘기했다. 이탈리아 중부 프란체스코 수도원의 기억도 새삼 솟아났다. 하지만 그는 성직자보다는 여행 때 친구느낌 그대로였다. 소주 폭탄주를 주고 받았다. 넉넉하게 마셨다. 술 값을 내려니 극구 만류했다. 그는 “조폭 얘기 기억 안 나느냐.”고 했다. 여행 때 함께 들은 우스개였다. 신부와 조폭의 공통점? 검은 양복을 즐겨 입는다, 처음 만난 사람한테도 형님, 형제님 한다. 술, 밥값은 본인이 내지 않는다. 자신의 ‘나와바리´(구역)를 벗어나면 힘을 못쓴다…. 그는 나와바리를 굳이 강조했다. 끝내 그가 술값을 냈다. 방학동서 만나자 했던 이유를 알았다. 삶 곳곳에 고수들이 널린 것을…. 최태환 논설실장
  • [길섶에서] 출근길 관광버스/오승호 논설위원

    출근때 지하철 3호선 교대역까지 승용차를 이용하곤 한다. 집에서 2호선 서초역까지는 걸어서 10분쯤 걸린다. 서초역에서 한 정거장을 지나 3호선으로 갈아 타는 시간까지 감안하면 20분가량 절약할 수 있어서다. 출근 시간대엔 너무 아까운 시간이다. 그런데 불청객으로 짜증날 때가 있다. 교대역 주변 대로에 관광버스들이 차선을 점령하고 있어서다. 마음은 급한데, 관광버스 때문에 교통 흐름이 막힌다. 신호등에 걸리면 신록의 상쾌함도 사라진다. 비상등이라도 켜져 있으면 좋으련만… 운전기사도 아예 자리에 없다. 교통경찰도 보이지 않는다. 지하철역을 빠져 나와 회사로 가는데, 비슷한 상황을 또 목격한다. 시청 옆 대로에도 관광버스가 서 있다. 비상등을 켜지 않고 운전기사가 없는 건 마찬가지다. 기초생활질서가 지켜지지 않는 현장이다. 관광버스의 정체가 무엇일까. 교통경찰은 왜 불법 주차에 눈을 감을까. 기름 값이 치솟는다. 새벽 운동 시간을 줄여 지하철역까지 걸어가는 걸 체질화하는 것이 상책일 게다. 오승호 논설위원 osh@seoul.co.kr
  • [길섶에서] 실명 독자/오풍연 논설위원

    점심 식사 후 오수(午睡)를 즐기고 있었다.‘따르릉’ 전화벨이 울렸다. 잠결에서도 평소 습관대로 “○○○ 논설위원입니다.”라고 말했다. 상대방의 전화 목소리는 매우 부드러웠다. 필자를 잘 아는 듯했다. 먼저 “위원님, 고맙습니다. 글을 즐겨 읽고 있습니다.”라고 친밀감을 표시했다.“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넸다. 독자는 본지 ‘씨줄날줄’과 ‘길섶에서’ 칼럼을 빠지지 않고 읽는 듯했다. 필자가 쓴 제목과 내용을 외다시피 했다. 더욱 놀란 것은, 독자가 14년 전 당뇨로 실명을 했단다. 궁금증에 “어떻게 신문을 읽느냐.”고 물었다. 그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음성으로 신문을 읽어주는 프로그램이 있다고 했다. 가슴이 뭉클했다. 보통 독자보다 열 배, 스무 배의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중부권 명문 D고 출신인 독자는 이름만 대도 금세 알 만한 이들의 동문이었다. 그의 좌절감을 생각하니 가슴이 저렸다. 생계를 위해 안마를 배웠단다. 곧 지압원을 낸다고 했다. 성공해서 새 삶을 개척하길 빈다. 오풍연 논설위원 poongynn@seoul.co.kr
  • [길섶에서] 아쉬움의 실종/임태순 논설위원

    “도대체 IP-TV가 뭐야.” 대학동창들과의 저녁 자리에서 한 친구가 물었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세상인 만큼 잠시 한눈을 팔면 새로 등장한 뉴미디어를 알기란 쉽지 않다. 그러자 한 친구가 간단히 이야기하면 인터넷을 통해 TV를 보는 것인데 아무 때나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꺼내 볼 수 있으며 양방향 통신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편리한 만큼 시장전망도 밝아 앞으로 많은 수익이 기대되는 분야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질문을 던졌던 친구가 “지나간 TV 프로그램을 아무 때나 볼 수 있다니 좋긴 좋은데 너무한 거 아니야.”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오래 기다렸어도 하지 못하는 일이 있어야지 이렇게 모든 것이 다 이루어지면 이젠 아쉬움, 그리움 같은 것은 없어지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공감이 가는 말이다. 현대문명은 인간이 할 수 없는 일을 하나씩 이루어내고 있다. 정말 안 되는 일이 없는 세상이다. 풍요와 속도에 밀려 아쉬움, 그리움, 안타까움, 향수 등 정감 어린 말들이 우리들 곁에서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길섶에서] 악동의 비밀/박재범 수석논설위원

    고교시절 친구 10여명이 모처럼 저녁 자리를 가졌다. 서울 광화문의 오래된 빈대떡 집에서였다.30여년 만에 처음 만난 친구도 몇명 있었다. 나름대로 각 분야에서 자리잡은 중년의 나이다. 서로 인사를 나눈 다음, 다소 서먹해질 즈음이었다. 그 중 한명이 갑자기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비밀하나 얘기할게. 졸업 앞두고 선생님 양복 사드리자며 돈을 걷었던 거 말이야. 생각 나니?” 모두들 기억이 아리송한 표정이었다. 그 중 한명이 “맞아. 그랬지. 자네가 돈을 모아서 선생님께 드린 것 같은데.”그러자 처음 말을 꺼낸 친구는 이렇게 털어놓았다.“사실, 그 때 선생님께 드리지 않았어. 선생님께도 벌써 말씀드렸어.” 친구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해졌다.“뭐라고. 그게 무슨 말이야.” “학교 뒤 자장면집에서 며칠 잘 먹은 적 있지? 그게 바로 그 돈이야.” 순간 친구 10여명은 세월을 잊었다.”뭐라고.” “이런 황당한 녀석” 분위기가 어느새 살아났다. 악동이 털어놓은 비밀은 시곗바늘을 거꾸로 되돌렸다. 점잔빼던 50대를 유쾌한 10대로. 박재범 수석논설위원
  • [길섶에서] 번개저녁/오풍연 논설위원

    군수로 있는 친구의 비서에게서 아침 일찍 전화가 왔다.“군수님의 (서울)일정이 바뀌어 저녁을 같이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원래 점심을 같이하기로 해 시간을 비워놓고 있었다. 마침 저녁 약속도 없어 “기다리겠다.”고만 전했다. 그러고는 하루 일과를 보통 때처럼 소화했다. 오후 무렵이다. 친구가 서울에 막 올라왔다며 신고를 해왔다. 그러면서 서울의 다른 지인에게는 필자가 알리고, 대구의 또 다른 친구에게는 자신이 통화하겠다고 했다. 필자의 연락에 지인은 흔쾌히 응했다. 대구 친구는 오리라고 생각도 못했다. 그런데 정확히 오후 5시40분쯤 필자 회사에 나타났다.KTX를 타고 왔단다. 저녁 6시30분 약속을 했는데 50분 먼저 도착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넷의 ‘번개저녁’은 이뤄졌다. 세상이 참 좋아졌다.“서울 가서 저녁 먹고 왔다.”는 말이 낯설지 않다. 우린 두시간가량 저녁을 먹고 헤어졌다. 밤 10시45분쯤 휴대전화가 울렸다.“이제 막 도착했네. 잘 자고.”대구 친구가 보낸 문자 메시지였다. 오풍연 논설위원 poongynn@seoul.co.kr
  • [길섶에서] 불신/오승호 논설위원

    “기업이 위험을 피하려고 선물환 시장에서 환 헤지를 하는 것은 당연하죠. 헤지 자체를 문제 삼지 말고, 오히려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도록 분위기를 조성해 줘야 합니다. 공무원들이 파생상품 거래가 활성화되기 이전의 마인드를 갖고 있으니…” “외채 통계도 문제가 있어요.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국고채에 투자하면 그만큼 채무로 잡힙니다.” 이곳저곳에서 불신의 소리가 들렸다. 금융기관 임원, 법무법인 및 대기업 고문 등 각계 인사 10여명과 점심을 함께하는 자리에서였다. 얼마 전 물러난 한 은행장에 대한 반응도 좋지 않았다. 은행 근처 식당 주인의 말에 따르면, 식사를 하러 오는 행원들 100%가 속이 후련하다고 한다는 것이다. “국무총리와 장관이 미국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하는데, 그 걸 믿으려 하지 않으니 정말 큰 문제죠. 불신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얼마 전 만난 고위 공무원은 불신에 대한 걱정이 태산 같았다. 신뢰하는 사회는 요원한가. 오승호 논설위원 osh@seoul.co.kr
  • [길섶에서] 배호가요제/노주석 논설위원

    ‘안개 낀 장충단공원, 누구를 찾아왔나’. 요절가수 배호(본명 배신웅·1942∼1971년)를 기리는 ‘배호가요제’가 어제 서울 장충단 공원에서 열렸다는 사실을 동네 골목에 붙은 홍보 포스터를 보고 알았다. 올해로 벌써 열두번째란다. 팬클럽인 배호사랑회가 주최한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불멸의 히트송 ‘안개 낀 장충단공원’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이 뽑은 한국인의 열창 성인가요 20위에 올랐다. 배호는 37년전 세상을 떠났지만 팬들은 그를 보내지 않는 것이다. 가수의 이름을 붙인 가요제가 명멸하고 있지만 배호가요제가 롱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1990년대 노래방이 등장해 노래문화를 송두리째 바꿔놓기 전에는 숟가락을 마이크 삼거나 젓가락 장단으로 노래를 불렀다. 참 많이도 불렀다. 오죽하면 ‘노래를 못하면 장가(시집)를 못간다. 엽전 열닷냥∼’하는 노래 촉구송도 있었을까. 우리나라는 노래방이 가장 많은 나라이고 심지어 노래는 한국인의 힘이라는 분석도 있다. 팬들이 꾸려가는 배호가요제는 노래를 향한 한국인의 목마름인 것 같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 [길섶에서] 무지갯빛 인생/최태환 논설실장

    다시 떠나는 봄이다. 아카시아 꽃이 툭툭 떨어진다. 향기도 함께 멀어져 간다. 정갈하게 단장하고 싶어서일까. 녹색비가 내린다. 그치는가 싶더니 이내 이어진다. 대학 선배, 후배 몇몇과 운동을 했다. 전화를 받는 선배 표정이 어둡다. 인사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지역 책임자였던 그다. 서울 본사로 발령이 났단다.‘갈참’들이 모인 부서의 책임자라고 했다. 그는 “그럭저럭 정년이 다 됐는데, 이만하면 회사생활 행복하게 한 축 아니냐.”고 자위했다. 얼마전 퇴직한 다른 선배가 “아름다운 2부 리그가 기다리잖아.”라고 했다. 개척하기 나름이란다.2부는 화려하지 않지만 그나름 곰삭은 묘미가 있단다. 선배 역시 스포트라이트는 기대하기 어렵지만, 더 윤기있는 여정이 될지도 모르겠다. 고개를 든다. 아카시아 나무는 푸름을 더해간다. 다시 올봄의 다짐같다. 하지만 선배는 다시 못 올 화려했던 시절을 담담하게 배웅하려 하고 있다. 무지개 같은 인생이다. 인생이란 생각하면 희극이고, 느끼면 비극이라고 했다. 버나드 쇼의 말이다. 최태환 논설실장
  • [길섶에서] 바퀴가 구르는 동안/노주석 논설위원

    지난 주말 근교로 운동을 갔다가 고속도로를 타기 직전 휴대전화가 울렸다. 습관적으로 전화를 받았고 통화를 하면서 톨게이트에 들어섰다. 그 순간 손짓하는 교통경찰이 시야에 들어왔다.“아뿔싸” 했지만 이미 늦었다. 휴대전화를 귀에 댄 채 경관이 지정하는 곳에 차를 댔다. 전화를 끊자 경관이 ‘운전중 휴대전화 사용금지 위반’이라며 면허증 제시를 요구했다. 짜증이 났다. 속도를 늦춘 톨게이트 앞에서 단속하는 것은 함정 단속이 아니냐며 따졌다. 입씨름 끝에 스티커를 끊었다.‘협상’의 기회마저 놓쳤다. 웃는 얼굴로 잘못을 시인하고 ‘안전벨트 미착용’ 정도의 관용을 부탁했어야 했는데…. 벌금 6만원에 벌점 15점의 대가를 치렀다. 억울해서 규정을 찾아봤다. 휴대전화 사용금지 위반에 해당하는 ‘운전중’의 단속범위는 ‘자동차 바퀴가 구르고 있을 때’라고 명기돼 있었다. 마음을 추슬렀다. 바퀴가 구르고 있을 때는 두손으로 운전대를 부여잡고 한눈을 팔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정답이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 [길섶에서] 여백/최태환 논설실장

    고위 공직에 있던 친구가 얼마전 물러났다. 정권이 바뀌면서, 불신임을 받은 셈이다. 곁눈질 없이 살아온 그다. 조직 내부로부터 신망이 두터웠다. 회한이 없을 리 없다. 그럼에도 유유자적했다. 산하기관 자리를 제의 받았지만 거절했다. 대학강의를 준비중이라 했다. 산을 내려오니, 사람들이 제대로 보이더라고 했다. 내 안의 나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살았던 것 같다고 했다.‘너의 삶도 되돌아보라.’는 가르침으로 들렸다. 선승 무비가 생각났다. 그는 이미 있는 것에 눈을 뜨라고 했다. 그러면 고통과 절망에 있어도 ‘나’가 상하지 않는다고 했다. 삶도, 죽음도 가뿐하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낸 책에서 ‘돌아갈 길을 잃는다’는 중국 선시를 소개했다.‘돌아감’은 원래 없단다. 늘 있는 그대로 존재할 뿐이다.‘부처를 몸 밖에서 찾지 말라’던 법전 종정의 석탄일 법어와도 통하는 것 같다. 미망을 좇아온 지난날들을 돌아본다. 나를 들여다보면, 나를 놓아주는 여유도 생기지 않을까. 누군가가 그랬다. 새 한 마리 그려 넣으면 여백이 모두 하늘이라고. 최태환 논설실장 yunjae@seoul.co.kr
  • [길섶에서] 자유로운 새/ 함혜리 논설위원

    숙제처럼 쌓아 두었던 ‘카르티에 소장품전’과 ‘티파니 보석전’을 토요일 오후 반나절에 모두 다녀왔다. 일본에서 온 손님 덕분이었는데 아름답고 진귀한 보석 구경에 내 눈은 잠시나마 엄청난 호사를 누렸다. 내 것이 될 수는 없는 것들이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143.23캐럿의 에메랄드가 박힌 카르티에 목걸이,128.54캐럿의 옐로 다이아몬드로 된 티파니의 브로치 등 엄청난 보석들이 수두룩했다. 하지만 수백점의 보석 가운데 유독 기억에 남는 것은 카르티에 전시회에 소개된 자그마한 브로치였다. 디자이너 장 투생의 1944년 작품으로 ‘자유로운 새’라는 제목이 붙어있는 브로치다. 새 한마리가 날개를 활짝 펴고 있는 형상이다. 그런데 그 새는 새장 속이 아니라 밖에 앉아 있다. 독일의 점령에서 해방돼 자유를 되찾은 프랑스를 표현한 것이란다. 얼굴에는 다이아몬드가 박혀있고 가슴은 붉은 산호, 날개는 남색 청금석으로 만들었다. 파랑, 빨강, 흰색의 세가지 색깔은 프랑스를 상징한다. 새장 밖의 새…. 생각만해도 자유롭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길섶에서] 건강/오승호 논설위원

    최근 저녁을 함께 한 전직 관료는 약속 시간보다 늦게 도착하자마자 “상가에 들렀다 오느라 좀 늦었다.”면서 양해를 구했다. 절친한 친구가 암으로 숨졌다며 아쉬워했다. 건장한 체격이었던 친구가 올 2월 암 선고를 받았는데 그렇게 빨리 사망에 이를 줄은 미처 몰랐다고 했다. 한 번은 “왜 살이 많이 빠졌느냐.”는 물음에 “운동을 많이 해서 그렇다.”고 해 암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직장 건강 검진에 이상이 없다고 안심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얼마 전 결혼식에 참석했을 때의 주례사가 뇌리를 스친다.“부(富)를 잃으면 조금 잃은 것이고, 명예를 잃으면 많이 잃은 것이고, 건강을 잃으면 전부 잃은 것입니다….” 일전에 박홍수 전 농림부 장관을 만나 악수를 하는데 손이 어찌나 큰지, 나의 두 배는 되는 것 같았다. 그는 잘 썰어서 나온 전어를 보고는 음식점 종업원에게 통째로 하나 달라고 했다. 그러더니 “이렇게 먹어야 한다.”면서 집어 삼켰다. 그만큼 건강 체질인데 쓰러졌다니 충격을 받았다. 쾌유를 빈다. 오승호 논설위원 osh@seoul.co.kr
  • [길섶에서] 옥에 티/구본영 논설위원

    얼마전 저녁 세종문화회관에서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는 기회를 가졌다. 오랜만에 라일락 향보다 진한 봄 냄새를 만끽했다. 소프라노 김수연의 목소리로 들은 요한 슈트라우스의 ‘봄의 소리 왈츠’ 등 레퍼토리도 좋았다. 무엇보다 금난새가 지휘한 유라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선율에 흠뻑 취했다. 서울시의 기획으로 매월 열리는 ‘천원의 행복’이란 프로그램이었다. 이름 그대로 티켓 가격은 고작 1000원이지만, 시민들에게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행복을 안겨주겠다는 취지다. 공짜 심리를 조장한다는 논란도 없지 않았지만, 문화 애호가의 저변을 넓히는 이벤트로 자리잡은 느낌이다. 그러나 군데군데 자리가 비어 있었다. 옥에 티였다. 인터넷으로 신청해 당첨되었지만, 오지 않은 이들 때문이다. 진행자가 “다른 사람이 이용할 수 있도록 사정이 있는 분은 미리 예약을 취소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런 부탁이 아니더라도 그 정도 ‘배려’를 할 줄 아는 이라면 이미 ‘천원의 행복’을 누릴 자격이 있는 문화인임에 틀림없을 게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길섶에서] 뮤지컬과 아들/오풍연 논설위원

    필자는 예능쪽에 문외한이다. 아예 관심이 없다는 표현이 맞을 게다. 그동안 바쁘게 산다는 핑계로 담을 쌓고 살아왔다. 아내와 아들은 이런 남편, 아빠를 늘 원망해 왔다. 오죽했으면 아들이 “제발 엄마하고 영화나 연극을 좀 보세요.”라고 애원할까. 그럼에도 꿋꿋이 버텨왔다. 최근 뮤지컬 초대권을 2장 받았다. 보통 때 같으면 누굴 줬을 것이다. 그런데 아들의 얼굴이 떠올라 집에 가지고 갔다. 아내는 꼭 보고 싶었던 뮤지컬이라며 들뜬 기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여기다 찬물을 끼얹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한 가지 꾀를 냈다. 엄마와 아들이 함께 보면 모양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자 보기좋게 핀잔을 들었다.“남편없는 엄마를 만들거냐.”며 아들이 따졌다. 더 이상 군색한 변명을 할 수 없게 됐다. 공연날이 왔다. 야외공연인데 날씨가 쾌청했다. 퇴짜 놓을 방도가 없었다. 공연장은 경희궁이었다. 밤하늘은 더없이 아름다웠다. 출연진, 관객 모두 하나가 됐다. 우리 부부도 뿌듯했다. 아들 덕에 사랑스러운 남편이 된 밤이었다. 오풍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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