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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섶에서] 횡재의 뒤끝/육철수 논설위원

    지난 토요일, 산책삼아 집 근처 올림픽공원을 찾았다. 평화의 광장에서 마이크 소리가 시끌벅적하게 울렸다. 발길을 옮겨 보니 ‘이웃사랑 나눔장터’가 한창이었다. 정부 부처들이 불우이웃을 도우려고 기금을 마련하는 행사였다. 부스마다 생필품, 의류, 신발 등 없는 게 없었다. 그 중 관심을 끈 것은 단연 책이었다. 죽 훑어보니 볼 만한 책이 꽤 많았다. 놀란 건 책값이다. 새 책도 한 권에 무조건 500원이란다. 거의 공짜였다. 이게 웬 횡재냐 싶어 부스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고른 책이 30권쯤 됐다. 나중엔 들고 다니기조차 버거웠다. 급히 집에 있는 아내에게 차를 몰고 나오라고 SOS를 쳤다. 행사장 가까운 데 주차시켜놓고 두어 시간 더 돌아봤다. 괜찮은 책 10여권을 또 건졌다. 책을 차에 가득 싣고 부자가 된 기분으로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아이쿠, 그런데 주차비가 자그마치 1만 1000원! 횡재에 정신이 팔렸다가 ‘주차 바가지’를 왕창 뒤집어 썼다. 속이 쓰렸다. 왠지 배꼽이 배만큼 큰 것 같아서….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길섶에서] 귀인(貴人)/육철수 논설위원

    요즘 들어 대인관계에 무척 신경쓴다. 상대방을 부드러운 표정으로 대하고, 말도 가려서 한다. 예의를 중시하는 편인데 그래도 실수할까 봐 더 조심스럽게 행동한다. 특히 소원했던 동료에게는 먼저 인사하고 한마디라도 걸어보려고 애쓴다. 개과천선해 보자고 그러는 게 아니다. 나름대로 깨달음이 있어서다. 최근 중국 문화학자 창화가 쓴 책(인생을 바꾸는 최고의 만남 ‘귀인’)을 읽었다. 그는 인생 곳곳에 귀인이 있다고 했다. 재능을 높이 사 기회를 주는 사람뿐 아니라, 원수 같은 사람이 뜻밖에 은인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마에 ‘귀인’이라고 써붙이고 다니지 않는 한, 내겐 귀인을 가려낼 재간이 없다. 그래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깍듯이 대하기로 마음먹었다. 혹시 아는가, 그들 중 누가 나를 돕거나 성공으로 이끌어 줄지…. 하지만 가장 명심해야 할 점. 최고의 귀인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거다. 나부터 노력해야 귀인이 생기는 거지, 인간 같잖은 자를 도와줄 정신 나간 귀인은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게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길섶에서] 일 냄새/김종면 논설위원

    내가 아는 A는 일이 끝나고 사적으로 누굴 만날 때면 으레 옷을 갈아 입는다. 딱히 지켜야 할 드레스 코드가 있어서라거나 의관을 정제해야 할 자리라서 그러는 것 같진 않다. 그는 왜 불편한 의식을 거행할까. 단지 몸에 편한 ‘비작업복’을 입기 위해, 아니면 잠시나마 일 생각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무슨 남 안 하는 일을 한다고 그리 티를 내느냐고 한마디 했지만 돌이켜보니 슬몃 궁금해진다. 뒤늦게 물었다. “옷에 배어 있는 일 냄새가 싫어서”라는 게 답이었다. 악취 나는 일을 하는 사람도 아닌데 일 냄새라니. 그런데 곰곰 생각하니 그가 말하는 냄새란 물리적인 냄새가 아니라 어떤 추상적인 것을 가리키는 것 같다. 일에 찌들어 시든 모습이 아닌 좀더 생기있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수고 무릅쓰고 자기를 연출하는 자세. 사소한 것에 목숨 걸지 말라는 말도 있지만 옷은 정말 날개일 수 있다. 그는 프로 혹은 적어도 세미 프로가 아닐까. 버릇이 습관 되고 습관이 생활 되고 생활이 인생 된다. 무엇이든 적극적으로 임하는 프로의 정신을 흉내내보자. 김종면 논설위원 jmkim@seoul.co.kr
  • [길섶에서] 몽유도원도/노주석 논설위원

    4시간 대 4분. 몽유도원도 진본을 보는 데 걸린 시간과 모사본 보는 데 걸린 시간이다.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장장 4시간을 기다린 끝에 1분 남짓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봤다. 소감? 한마디로 황홀했다. 진열장 앞에 다다라 두루마리를 대하는 순간 다리가 풀려 걸음이 옮겨지지 않을 정도였다. 솔직히 그림 때문은 아니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겼다는 뿌듯함 때문이리라. 전시 마지막 날이어선지, ‘마지막 한국 대여’라는 일본 덴리대 측의 겁박 때문인지 진품을 보려는 관람객들의 인내심은 대단했다. ‘모사본이 더 정교하다.’라는 회유와 유혹이 있었지만, 이탈자도 틈입자도 없었다. 꿈쩍 않고 뚜벅뚜벅 나아갈 뿐이었다. 누가 한국인의 ‘빨리빨리’ 병을 탓했나. 시민의식과 역사의식의 부재를 말하는가. “문화는 이야기”라는 지적처럼 사람들은 몽유도원도가 제공한 스토리 텔링 속에 빠져 있었다. 1분의 행복을 누린 뒤 ‘소이부답심자한(笑而不答心自閑)이요,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이라고 답하는 듯했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 [길섶에서] 부모의 마음/육철수 논설위원

    명절에 형제들이 모였다. 으뜸 화제는 노후문제였다. 대화 중 큰형수가 누구한테 들었다며 꺼낸 얘기가 한바탕 웃게 했다. 어느 노부부가 있었는데, 재산이 꽤 많았던 모양이다. 자식들한테 집 판 돈이며 퇴직금을 몽땅 털어주고 빈털터리가 됐다나. 그런데 돈 있을 땐 자식들이 부모 집에 들락날락하더니, 돈이 똑 떨어지니까 발길을 끊더란다. 그래서 부인이 꾀를 냈다고 한다. 마침 자식들이 모인 자리에서 남편에게 슬쩍 이렇게 말했단다. “여보! ‘안산 땅’은 어쨌수?” 그랬더니 아직 더 우려낼 재산이 남은 줄 알고 자식들이 다시 뻔질나게 찾아오더란다. 어느 날, 돈이 다급했던 한 자식이 “아버지! ‘안산 땅’ 팔아 저 좀 도와주면 안 돼요?” 하며 애걸하더란다. 아버지 말씀, “뭐? 안산땅? 그런 거 없어. 늬들이 하도 안 와서 술수를 부려 본 거야!” 여기서 ‘안산 땅’은 경기도 안산의 땅이 아니라, ‘사지 않은 땅’이란 뜻이었다나…. 듣고 보니 웃을 일만도 아니네. 이렇게 해서라도 자식·손자 보려는 노부모의 마음이 서글프게 다가왔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길섶에서] 효도 자전거/노주석 논설위원

    추석날 차례상을 물린 뒤 모친을 모시고 일산 호수공원에 가족나들이를 갔다. 걸음이 불편하신 모친이 공원을 둘러보지 못하는 게 안쓰러웠는데 유모차를 뒤에 매단 자전거가 눈에 띄었다. 수소문 끝에 제2주차장 옆 자전거대여점을 찾았다. 유모차에 어른은 앉을 수 없다기에 아쉬운 발걸음을 돌리려는 찰나 다른 가게에 가보라는 소개를 받았다. 어른용 좌석을 자전거 앞바퀴 위에 만들어 붙인 경로용 자전거가 있었다. 발명품이라며 자랑을 늘어놓던 주인장은 모친과 내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더니 주민증 보관절차를 면제해 주고, 경로요금이라며 대여비를 50% 깎아주는 선심을 베풀었다. 산책 나온 사람들의 시선을 온몸에 받으며 자전거에 모친을 태우고 4.7㎞ 길이의 호수공원 자전거도로를 한 바퀴 돌았다. 낑낑대며 오르막을 오르다 힘에 부치면 내려서 끌고 갔다. 혼자 걸을 때와는 달랐다. 모친이 온전히 나에게 의지하고 있다는 느낌이 피곤함을 가시게 했다. 이날 하루 모친을 모시는 인력거꾼이 됐다. 모처럼 아들 노릇을 했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 [길섶에서] 우측통행/오일만 논설위원

    며칠 전부터 서울 지하철 역에서 우측보행을 하게 됐다. 1호선에서 4호선으로 바꿔 타는 동대문 환승역에서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좌측보행을 귀가 따갑게 듣던 나로서는 몹시 어리둥절했다. 오른쪽 보행길에 화살표 모양의 ‘우측통행’ 표지를 붙여 놨지만 서로 어깨가 부딪치거나 행렬이 뒤엉키는 경우도 생겼다. 좌측으로 걷다가 다시 우측으로 걸음을 옮기기도 했다. 처음 입어 본 옷이나 신발의 어색함이 이런 느낌일 것이다. 우측보행 시 속도가 1.7배나 빠르고 충돌 횟수도 24%나 줄어든다. 우측으로 피하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란다. 미국 등 대부분 선진국들은 오래전부터 우측통행을 채택하고 있어 세계적인 추세에 따른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좌측통행을 고집했던 것은 굳어진 보행습관 때문일 테고 고치자니 수반되는 불편함도 염두에 뒀을 것이다. 2, 3일 지나면서 동대문 환승역의 우측통행은 자리가 잡혀 가는 분위기다. 우측길을 걸으면서 좌측통행처럼 잘못된 관행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 숨어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해 본다. 오일만 논설위원 oilman@seoul.co.kr
  • [길섶에서] 몸의 경고/육철수 논설위원

    건강엔 늘 자신이 있었다. 사나흘 내리 술을 마셔도 끄떡없었다. 자만했던 탓일까. 며칠전 그만 탈이 나고 말았다. 손길이 잘 닿지 않는 왼쪽 어깻죽지 부위가 가려워서 대나무로 만든 ‘효자손’까지 동원해 벅벅 긁었다. 처음엔 벌레나 모기에 물린 줄 알았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지난주 시골에 벌초를 다녀온 날, 상처 부위가 성이 나서 벌게졌다. 아내가 병원에 가보라고 성화 독촉했지만 계속 버텼더니 웬걸…. 밤에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근육통이 몰려왔다. 어깨도 쑤시고…. 병원에 갔더니 듣도 보도 못한 ‘대상포진’이란다. 의사는 과로와 과음, 스트레스로 인해 면역력이 약해져 생긴 병이라고 했다. 내가 그렇게 몸과 마음을 혹사시켰나. 웬만하면 병원을 찾지 않는 나를 보고 아내는 “미련하다.”며 나무랐다. 아니, 미련하다니…. 아내한테 그런 심한 소리를 듣긴 처음이다. 나이 50을 넘기면서 몸 여기저기가 고장난다. 신체장기를 기계 소모품처럼 갈아끼울 수도 없는 일. 이제부턴 몸의 아우성에 신경 좀 써야겠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길섶에서]한가위 소감/김성호 논설위원

    지난여름 일이다. 친척 잔칫집에 다녀온 노친의 말이 가슴에 박혔다. 앞치마를 두른 채 음식을 나르고 설거지까지 척척 해대는 아들들의 모습이 보기 좋았단다. 평소 아들들의 부엌이며 주방 걸음을 탐탁지 않게 여긴 노친인데. 맞장구 친 아내의 웃음 섞인 곁눈질이 왜 그렇게 불편했는지. 아내의 시선 못지않게 노친의 심경변화가 더 궁금했었다. 한가위 연휴에 앞선 동료들끼리의 식사자리에서 추석 얘기가 만발했다. 추석증후군이 단연 화제다. 제수 챙기랴, 상 차리랴, 손님 맞으랴…. 여성 편 목소리가 컸지만 남성을 대변하는 말들도 만만치 않았다. 여성 못지않게 남성들도 피곤하다는 이런저런 말들. 그래도 아무려면 추석 증후군이라면 남성보다는 여성에 어울리지 않을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고 했다. 정겨운 만남과 소박한 나눔의 명절이다.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함께하는 명절. 어떨까, 남성들도 여성들의 고통까지 함께 나눠보는 게. 이번 추석엔 앞치마며 설거지 장갑을 한번 써보자. 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길섶에서] 벌초 대행/이목희 수석논설위원

    4년 전 별세하신 부친은 완고하셨다. 제사를 소홀히 하면 불호령이 떨어졌지만 돌아가시기 몇해 전에 고집 하나를 꺾으셨다. “제사상은 차리겠으나 절은 하지 않게 해 달라.”는 며느리들의 읍소를 받아들였다. 이승을 떠나시기 직전에는 “제사를 예배로 대신해도 좋다.”는 획기적인 허락이 있었다. “조상 묘지 관리를 잘하라.”는 단서가 붙었다. 후손들은 벌초와 성묘는 정성스레 하자고 다짐했으나 작심삼년일 뿐. 올해는 벌초 날짜를 놓고 형제들의 일정이 안 맞아 결국 대행업체에 맡겼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벌초를 대행업체에 맡기겠다는 답변이 훨씬 많았다. 벌초 결과를 인터넷으로 보는 ‘e-명절’ 시대가 도래했다는 기사를 보면서 부친께 미안한 마음을 달래기도 했다. 지난 주말 벌초가 끝난 산소를 둘러보면서 큰형은 “이러다 관리 자체를 대행해 주는 공원묘지로 옮겨야 하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레 운을 뗐다. 하지만 부친의 당부가 아직도 생생한데…. 다음 세대는 몰라도, 우리 세대까지는 지금의 묘소를 성의껏 돌보기로 했다. 이목희 수석논설위원 mhlee@seoul.co.kr
  • [길섶에서] 두고 온 별/함혜리 논설위원

    한 가지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입장에서 두 가지 일을 잘하는 사람을 보면 존경심이 절로 우러난다. 전문경영인(CEO)이자 화가로 활동하는 강석진 작가가 그렇다. 제너럴 일렉트릭의 한국사업을 20년간 총괄해 오면서도 여름 휴가만 되면 한달 가까이 캔버스와 화구를 챙겨 어딘가로 떠났다는 그다. 그렇게 30년. 다른 전문분야를 가진 사람이 화가로서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고 하지만 그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꿨다. 서울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작가의 여섯 번째 개인전 주제는 ‘두고 온 별, 우리의 산하’. “우리는 지구별에 잠시 머물다 돌아가는 거예요. 나중에 화첩만 들고 가더라도 두고 온 지구별의 아름다운 모습들을 그대로 기억할 수 있도록 그림을 그립니다.” 하얀 모시저고리를 차려입은 인자하신 어머니, 초록과 연둣빛이 어우러진 생명력 넘치는 5월의 들녘, 아스라이 보이는 산들을 담고 있는 그의 그림들이 다시 보였다. 두고 온 별의 추억들…. 멋지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길섶에서] 이판사판/노주석 논설위원

    이판사판(理判事判)은 조선 초 숭유억불(崇儒抑佛)정책 속에서 살아남으려는 승려들의 몸부림에서 나온 불교용어. 사찰을 존속시키려는 방편으로 종이를 만들거나 산성을 짓는 잡역을 했는데 이 부류를 사판승(事判僧)이라고 지칭했다. 불법을 잇고자 은둔하며 수행에 전념한 또 다른 스님들은 이판승(理判僧)이라고 불렀다. 당시 승려는 도성 출입을 금할 정도로 천민취급을 당했다. 이판승이든 사판승이든 더는 떨어질 곳이 없는 막다른 처지였다. 뾰족한 대안이 없거나 끝장을 뜻하는 속셋말로 쓰였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당시 승려들이 이판사판으로 나눠 각각 정진하지 않았다면 오늘의 한국불교가 과연 존속했겠는지 생각하게 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처리를 놓고 벌였던 여야의 이전투구를 보면서 이 용어를 떠올린다. 사람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정략적 셈법의 극치를 보여준다. 아전인수격 해석을 보면 신물이 올라온다. 살아남기 위한 이판사판은 결코 아닌 듯하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 [길섶에서] 토끼풀/함혜리 논설위원

    전화 통화를 하던 중 친구가 소리쳤다. “네잎 클로버다.” 친구의 목소리가 금세 밝아진다. 행운의 상징이라는 네잎 클로버를 발견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토끼풀이라고 부르는 세잎 클로버의 돌연변이인 네잎 클로버는 희귀성 때문인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나폴레옹이 포병장교 시절 발밑에서 발견한 네잎 클로버를 보려다가 적군의 총탄을 피할 수 있었다는 것부터 피에르라는 가난한 떠돌이 총각이 네잎 클로버를 발견한 날 아름답고 착한 마리를 만나고 일자리도 얻어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동화 같은 얘기도 전해진다. 고대 영국의 드루이드교도들은 마귀의 사악함을 물리친다고 해서 네잎 클로버를 신성시했다고 한다. 그런데 알고 본즉 세잎 클로버가 ‘일상에서의 행복’을 상징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매일 경험하는 행복은 알지 못한 채 행운이 자기에게 찾아오기만을 바라고 있는 셈이다. 지천에 깔린 일상의 행복에는 눈을 감고 돌연변이 같은 행운을 기다리며 살아 온 어리석음. 이를 깨우쳐 준 토끼풀이 고마웠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길섶에서] 아침소음/김성호 논설위원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 어느 쪽이든 낙점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식구끼리 아침·저녁형을 놓고 다툼이 일곤 한다. 그때마다 속내는 ‘너희들이 새벽의 맛을 알겠느냐.’고 속으로 득의양양한다. 혼자만의 고요적막과 그속에서 뭔가 해냈을 때의 성취감을 어찌 알까. 사나흘 전부터 아침고요를 박탈당해 언짢다. 신문배달 오토바이 소리와 청소차의 엔진소리는 익숙한 소음. 그게 아니라 멀지 않게 들려오는 공사판 굉음에 빼앗기는 아침의 짧은 행복이 아깝다. 이른시간 공사가 웬일인가. 굴착기 굉음과 망치질, 목재 부딪는 소리…. ‘오늘은 꼭 따지겠다.’며 별러 왔다. 소리를 따라 찾은 공사판이 제법 크다. 크레인과 시멘트·목재 더미 속에 분주한 인부들. 두셋·서넛씩 호흡을 맞추는 작업 손발이 척척 맞는다. 한참 바라보다가 말을 꺼내 본다.“저기요….” 흘낏 돌아보는 인부들의 얼굴에 땀이 흥건하다. 다시 “저기요….” 소리쳐보지만 목구멍에 걸리고. 결국 목적달성을 못하고 돌아섰는데, 기분이 썩 나쁘지 않은 건 왜일까. 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길섶에서] 노화방지/오일만 논설위원

    동물의 수명은 호흡 및 심장박동 횟수와 반비례 관계라고 한다. 작은 동물일수록 호흡과 심장 박동이 빨라 일찍 죽고 반대의 경우는 오래 산다는 것이다. 이 잣대로 보면 인간의 경우 생쥐와 코끼리의 중간 정도다. 생쥐가 2∼3년, 코끼리가 50∼60년 정도 사니까 동물학적으로 인간의 수명은 30년 전후가 맞는 것 같다. 하지만 인간은 자연의 보편적 원칙을 무시하고 수명이 80세 이상까지 늘어나는 추세다. 왜 이렇게 됐을까. 많은 학자들은 우리 인간이 진화하면서 유아기와 청소년기가 길어졌기 때문에 그 이후의 과정도 그만큼 늘어났다는 결론을 내렸다. 성장이 느려진 만큼 죽음이 늦춰지도록 우리의 유전자에 각인됐다는 것이다. 엉뚱하게도 이런 생각을 해 봤다. 청소년기를 더욱 연장하게 되면 우리의 노화도 늦어지고 수명도 길어질 것이라는…. 60살이 넘더라도 어린이처럼 호기심이 많아 쉴 새 없이 배우고 계절의 변화에도 눈물을 흘리는, 풍부한 감성이 필요할지 모른다. 나이가 먹을지라도 젊게 산다는 것은 이래저래 나쁜 일은 아닌 듯하다. 오일만 논설위원 oilman@seoul.co.kr
  • [길섶에서] 시절인연/함혜리 논설위원

    불가 용어에 시절인연(時節因緣)이란 게 있다. 모든 인연에는 오고 가는 시기가 있다는 뜻이다. 깨달음은 물론이고 사람이나 일, 물건과의 만남도 다 때가 있는 법이다. 아무리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어도, 혹은 갖고 싶은 것이 있어도 인연이 무르익지 않으면 바로 옆에 두고도 만날 수 없다. 만나고 싶지 않아도, 갖고 싶지 않아도 때를 만나면 기어코 만날 수밖에 없다. 헤어짐도 마찬가지다. 사람이든 재물이든 내 곁에, 내 품안에, 내 손아귀 안에 영원히 머무는 것은 하나도 없다. 여고동창생으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 신문에서 글을 읽고 혹시 같은 반에서 공부했던 그 친구가 맞다면 너무 반갑다고 썼다. 친구는 나를 ‘갈래머리에 초록색 빵떡 모자, 약간의 주근깨, 해맑은 모습 등등’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벌써 30년이 더 흘러 버렸지만 엊그제 일처럼 생생하게 여고시절이 떠올랐다. 목련꽃과 벚꽃이 아름다웠던 교정에서 웃고 떠들며 지내던 소녀들. 그 시절의 인연들은 모두 어디에서 무엇이 되어 있을까. 인연이 닿아 또 만날 수 있으려나.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길섶에서] 공짜 출근/육철수 논설위원

    어제는 ‘차 없는 날’이어서 출근을 좀 서둘렀다. 지하철이 붐빌 것 같아서였다. 그런데 지하철 개찰구에 교통카드를 갖다댔더니 작동이 안됐다. 당황해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는데, 역무원이 소리쳤다. “오늘은 공짭니다, 공짜!” 다음 순간 “그럼, 나갈 때는요?”하고 반사적으로 물었다. 역무원은 피식 웃으며 “내려서도 그냥 가세요.”라고 했다. 전철을 공짜로 타보는 건 처음인지라 속으로 ‘아니, 이런 횡재가?’하면서 가볍게 걸음을 재촉했다. 차 없는 날 오전 9시 이전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무료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어쨌든 일찍 출근하고 교통비까지 공짜니까 기분은 괜찮았다. 그런데 직업상 따지는 버릇이 어딜가나. 그 많은 사람들을 공짜로 태워주면 돈이 만만찮을 텐데…. 궁금증을 풀려고 서울시청에 물어봤더니 무료시간대에 320만명이 대중교통을 이용했단다. 1인당 교통비 1000원씩만 잡아도 무려 32억원이다. 조용한 거리, 맑은 공기를 마시는 데 엄청난 값을 치른다니, 공짜라고 마냥 좋아할 일만도 아니었나 보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길섶에서] 알밤 막걸리/김종면 논설위원

    하늘이 꿉꿉하다. 금세 장대비라도 쏟아질 듯 험상궂은 떼구름이 몰려다닌다. 날씨가 축축하면 마음도 젖어드나. 술꾼이라면 날궂이를 구실로 한 잔 걸치고, 여행꾼이라면 2등 열차라도 집어타고 어디로든 떠나고 싶어지는 오늘이다. 그러나 요즘 우리는 너무 메말랐다. 어느새 조막만해진 가슴엔 누렇게 시든 잡풀만 듬성듬성할 뿐, 파란 낭만의 싹은 약에 쓰려 해도 없다. 찬바람 든 가슴은 이미 이웃과 어울릴 줄도, 정을 나눌 줄도 모른다. 나 자신을 위해 살기도 바쁜 세상에 웬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 쯧쯧 혀를 찰 이도 있겠지만 이기(利己)의 울타리에 갇힌 나홀로 삶을 온전한 삶이라 할 수 있을까. 선배가 공주 알밤 막걸리 두 통을 보내왔다. 빨리 좋은 날을 골라 함께 나눠야 할 텐데. 밤동산 막걸리는 어떤 맛일까. 어느 시인은 잘 익은 막걸리는 시골 계집아이의 머리카락 냄새가 난다고 썼는데, 혹시 알밤 막걸리에서 그 산뜻하고 조촐한 향기가? 정녕 시지도 떫지도 않을 그 맛, 그 냄새. 아무리 보잘것없는 것이라도 함께 나누며 사는 게 인생이다. 김종면 논설위원 jmkim@seoul.co.kr
  • [길섶에서] 난독증/김성호 논설위원

    TV화면을 통해 전해지는 사연이 애틋하다. 웃음진 얼굴에 늘 밝게만 비쳐지던 개그맨의 지난날 고백. 난독증을 심하게 앓았단다. 인기정상에 섰다가 추락, 재기에 몸부림치던 시절. 방송대본 한 줄조차 제대로 이해해내기 힘들 만큼의 중증이었는데 위인전을 쌓아놓고 닥치는 대로 읽어내린 눈물겨운 고투 끝에 난독증을 극복했다고 한다.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무관심, 고독과의 싸움이 더 힘들었다는 개그맨. 낯빛 좋은 개그맨에겐 어울리지 않는 진지한 고백이 새삼스럽다. 취재차 찾은 성남의 외국인 신부도 그런 말을 전했었다. 노숙인들에게 십수년간 무료급식을 하고 있는 스페인 사제. ‘밥퍼신부’로 통하는 사제는, 난독증은 ‘마음의 병’이라고 했다. 난독증 청소년들을 가르치면서 얻은 해법은 바로 관심과 배려였단다. 책장에서 빼어든 중국 선승의 법문집. 익숙한 책인데 여간 어렵지 않다. 얼마 전에도 읽고는 무릎을 칠 만큼 공감했던 법문인데. 지금 법문 요량이 안 되는 까닭을 도무지 알 수 없다. 무뎌진 걸까. 아니 난독증인가. 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길섶에서] 할머니 치마폭/함혜리 논설위원

    사람들은 각자 마음의 고향을 갖고 있다. 언제 생각해도 마음이 푸근해지는…. 내게는 할머니 치마폭이 그렇다. 할머니 할아버지 밑에서 보낸 유년기의 추억 속에서 할머니의 치마폭은 넓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호랑이처럼 무서웠던 할아버지와 달리 화낼 줄 모르고 자상하기만 했던 할머니의 치마폭은 어린 내가 마음 편하게 의지할 수 있는 훌륭한 안식처였다. 할아버지에게 혼났을 때, 이유 없이 서글플 때나 무서울 때, 낯선 사람들 앞에서 수줍을 때면 할머니 치마폭 속에 내 몸을 숨기곤 했다. 그 속에는 가끔 사탕이랑 과자, 감자와 옥수수, 떡도 숨겨져 있었다. 요즘 할머니들의 치맛바람이 거세다고 한다. 일부의 이야기겠지만 바쁜 엄마들을 대신해 쇼핑도 하고, 학원까지 차로 데려다 주고, 영양을 따져 간식도 챙겨 주고 가정교사 역할까지 한단다. 할머니들이 워낙 젊고 학력도 높으니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 손주들은 나중에 할머니를 어떻게 기억할지 궁금하다. 내 추억 속의 할머니와는 분명 다르겠지.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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