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다이어리/진경호 논설위원
한 장 남은 다이어리는 늘 숙제로 다가옵니다. 미뤄놓은 숙제. 하지만 남아 있는 날짜 안에 마쳐야 하는 숙제. 야박합니다. 아직 다 못했냐 묻고, 서둘러야 한다고 재촉합니다. 서른 한 칸의 네모가 친구와 지인들의 이름, 이런저런 모임과 행사로 하나 둘 채워집니다. 아니 빈 칸이 하나 둘 사라집니다.
다이어리를 뒤로 돌려본 적이 있습니까. 11월, 10월, 9월… 1월. 누가 있던가요. 그들과 같이 한껏 웃었던 날은 얼마이던가요. 마음 아팠던 날은, 힘들었던 날은 얼마나 되던가요. 네모 속 이름 가운데 벌써 아득해진 사람은 없던가요. 아니면 아직도 그 네모 안에 담아넣지 못한 이름은요.
헛되이 보낸 오늘이 어제 세상을 떠난 이들에게 그토록 간절했던 하루라죠. 아직 다이어리에 빈 칸이 남아 있으신지요. 그 소중한 네모 안에 마저 웃지 못한 이름을 적어넣는 건 어떨까요. 아! 네모 하나는 꼭 비워두세요. 그리고 여러분 이름을 적어넣으세요. 올 한 해 한 번도 제대로 얘기 나눈 적 없는 당신과 만나보세요. 그리고 격려해 주세요. 정말 수고했다고.
진경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