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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섶에서] 금양호의 아픔/이춘규 논설위원

    침몰 20일 만에 천안함 함미가 인양된 15일. 천안함 실종자들을 수색하러 백령도에 갔다가 지난 2일 침몰한 금양 98호는 수심 78m 서해에 가라앉아 말이 없었다. 선원 9명 중 사망자 2명을 제외한 7명의 실종자들은 대부분 배 안에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살아서 외로웠던 그들. 선원들은 보상을 바라고 수색작업에 나선 것이 아니었다. 의무도 없었다. 조국이 부르자 두 말 없이 갔다. 같은 뱃사람인 실종 수병들을 찾기 위한 일념이 사나이 가슴에 불을 댕겼다. 대부분 살붙이도 없는 그들이다. 당연히 조국이, 국민이 장하고 고마운 그들을 보듬어야 한다. 금양호 사망자 빈소는 처음 썰렁하다 언론의 질타에 지도층이 조문하고 있다. 실종자 수색도 비용 논란 끝에 뒤늦게 본궤도에 올랐다. 이러면 누가 조국을 위해 몸을 던지겠는가. 악을 써줄 사람도, 슬피 울어줄 사람도 거의 없는 현실이 금양호 선원들의 서러움이요, 아픔이다. 이제 그들에게도 따뜻한 관심을 쏟자. 그들이 보여준 의로움에 보답하자. 최대한 예우하자. 이춘규 논설위원 taein@seoul.co.kr
  • [길섶에서] 자장면/함혜리 논설위원

    점심 약속이 좀 먼 곳에서 있어서 차를 타고 가면서 FM라디오 음악 프로그램을 들었다. “오늘은 자장면 먹는 날”이라는 진행자의 멘트가 귀에 박힌다. 그랬구나. 4월14일은 외로운 솔로들이 자장면을 먹는 날이다. 2월14일은 연인에게 사랑을 고백하며 초콜릿을 선물하는 밸런타인데이, 한 달 뒤인 3월14일은 초콜릿을 받은 사람이 준 사람에게 사탕을 선물하는 화이트데이다. 초콜릿도, 사탕도 주고받을 상대가 없는 사람들은 그로부터 한 달 뒤 마치 벌칙처럼 검은 소스가 덮인 자장면을 먹는다. 누가 만들었는지, 정말 고약하다는 생각을 하며 약속장소에 도착했다. 점심약속을 한 상대는 이제 40줄에 들어선 미혼여성이다. “밸런타인데이는 챙기셨나요?” “아니요. 혼자서 초콜릿 사먹었어요.” “화이트데이도 무의미했겠네요.” “당연하죠.” “잘됐네요.우리 자장면 먹으러 가요.” 자장면이라도 함께 먹을 사람이 있어 다행이라며 우리는 맛있게 자장면을 먹었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길섶에서] 생채기/김성호 논설위원

    후유증이 크다. 몸 곳곳에 난 생채기들. 넘어져 쓸린 자국이 분명한데. 어디서 어떻게 받은 훈장(?)인지는 기억이 나질 않고. 아무튼 술자리의 여파가 크다. 식구들의 눈총과 지청구야 받아 싼 것이지. 제 몸 하나 간수하지 못한 과보이니. 그래도 원인 모를 훈장은 야속하다. 오랜만에 걸어보는 석촌호수길. 호수를 휘돌아 흐르는 꽃바람이 좋다. 샛노란 개나리며 순백의 목련은 흐드러지고, 연분홍 진달래는 아직 수줍은 듯 조심스럽다. 꽃들도 서열이 있을까. 앞서거니 뒤서거니 얼굴을 내미는, 섭리에 순응하는 모습이 오묘하다. 생채기의 통증도 농염한 화신(花信)엔 감쪽같이 묻히니 신기하다. 일렁이는 꽃 물결의 한편에 초라하게 선 작은 나무. 꽃조차 피우질 못한 채 배리배리 고사 직전이다. 여기저기 난 생채기며 부러진 가지들. 얼핏 봐도 심한 훼손이 역력하다. 흐드러지는 봄꽃들의 경연에 숨소리도 내지 못하고 소외된 모습이 안쓰럽다. 잠시 잊었던 생채기의 통증이 살아난다. 생채기 난 숱한 마음들이야 오죽할까. 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길섶에서] 전화위복/구본영 논설위원

    지난 주말 시골 나들이 길. 자정 가까운 시간에 따분한 고속도로 대신 국도를 타본 게 화근이었을까. 운전 중 연료 게이지에 불이 들어왔다. 다행히 내비게이션이 꼬불꼬불한 산길에서 용케 주유소를 제대로 찾아 줬다. 길눈이 어두운 편인 필자는 내비게이션의 요긴함을 새삼 실감했다. 자동차 길안내에 응용되는 범지구위치결정시스템(GPS)은 본래 군사용으로 개발됐다. 그러다가 1983년 항로 이탈로 사할린 상공에서 피격된 KAL기 사건을 계기로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이 민수용으로 허가했다. 요즘 자동차 운전자들이 불운했던 희생자들의 덕을 보고 있는 셈이다. 라디오로 카친스키 폴란드 대통령 등이 탄 비행기가 러시아에서 추락,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다는 충격적 속보를 들었다. 엄청난 비극이지만, 먼 훗날 폴란드인들에게 예기치 않았던 좋은 일이 생기는 계기가 되면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겠다 싶다. 다람쥐가 겨우내 먹을 상수리를 감추는 과정을 통해 온 산에 도토리 나무가 번성하듯이 말이다. 구본영 논설위원
  • [길섶에서] 장어/이춘규 논설위원

    한 해 농사를 끝내고 저수지 물을 빼면 마을 사람들이 앞다퉈 들어가 맨손으로 붕어, 가물치, 메기를 잡았다. 보양식으로 인기였던 장어를 잡으면 소리 높여 자랑했다. 너무 미끄러워 세 손가락에 끼워 잡았다. 오죽 미끄러우면 곤란한 질문에 잘 빠져나가는 사람을 기름장어라고 할까. 강이나 저수지, 논에서 장어를 잡는 건 옛 얘기다. 수질 악화에 소비가 늘면서 장어 개체수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시중에 유통되는 장어는 대부분 양식이다. 그나마 인공부화를 못해 치어를 잡아 양식하는데 잡히는 치어가 30년만에 10분의1로 급감하면서 양식장어마저 귀해졌다. 장어를 최고 보양식으로 여기는 일본에서 ‘완전양식’ 염원이 이뤄졌다. 일본 수산종합연구센터가 지난달 알을 부화해 키운 장어에서 2세대째의 알을 채취, 부화시키는 완전양식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부화 성공률은 낮다지만 대량양식이 되면 값이 떨어지고 치어 남획도 줄어들 것이다. 장어 완전양식이란 불가능의 벽이 무너졌다. 불가능에 대한 도전은 끝이 없다. 이춘규 논설위원 taein@seoul.co.kr
  • [길섶에서] 어떤 친구/함혜리 논설위원

    기자 초년병 시절 시민단체 취재를 하면서 알게 된 친구가 있다. 말하자면 사회친구다. 우리 둘 다 산을 좋아해서 가끔 함께 등산도 하고, 어떤 때는 서로 신세 한탄도 하고, 각자의 일에 대해 고민과 포부를 털어놓곤 했다. 그 친구는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리고 연락이 끊어졌다가 어느 날 친구가 회사로 연락을 했다. 나는 그 사이 파리 특파원을 다녀왔고, 그 친구는 미국에서 팔레스타인까지 갔다가 마지막에 런던에서 있었다고 했다. 내가 파리에 있을 때 런던 출장도 여러 차례 갔었는데 알았더라면 만나봤을 것을. 아무튼 그 친구는 학위논문을 마치러 런던으로 다시 간다고 했고 이후 또 연락이 끊어졌다. 며칠 전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런던에서 돌아온 지 2년이나 됐단다. 지금은 가톨릭 시민단체에서 프로그램 기획단장을 맡고 있었다. 그러면 그렇지. 어디에 있었든 씩씩하고 의미있게 살았을 친구다. 두어 시간 얘기를 나눈 뒤 우리는 다시 헤어졌다. “언제 산에 한번 가자.” “오랜만에 만나도 어제 만난 것 같지?”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길섶에서] 새옹지마/구본영 논설위원

    올해 나로호 2차 발사를 앞두고 얼마 전 세미나 참석차 전남 고흥 외나로도 우주센터를 방문했다. 벽지로만 여겼던 곳이지만 의외로 많은 관광객들로 지역경제의 활기가 느껴졌다. 다도해의 멋진 풍광도 여전했다. 남태평양처럼, 코발트블루에 가까운 바다색 그대로인 걸 보면 일부 걱정했던 오염 가능성은 기우였던 듯하다. 당초 우주센터는 발사 각도가 가장 좋은 제주 남단의 마라도에 입지할 뻔했지만, 주민들의 완강한 반대로 외나로도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래서 ‘새옹지마’라는 말이 떠올랐다. 하지만 개인이건 조직이건, 잘못 판단해 결과적으로 일을 그르칠 수도 있는 게 인간사가 아닐까. 오죽하면 현인으로 알려진 칼릴 지브란조차 “삶은 우리에게 아침과 낮엔 양쪽 뺨에 키스를 하지만, 저녁엔 우리의 행동을 비웃는다.”고 했을까. 그러나 어쩌랴. 신의 섭리, 하늘의 뜻은 어차피 범인으로선 알 수 없는 일임을. 건전한 상식으로 정직한 선택을 한 후라면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일 수밖에 ….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길섶에서]봄과 꽃/함혜리 논설위원

    춥고 긴 겨울을 잘 버티어 낸 생명의 기운이 생동하는 계절이 봄이다. 4월이 됐는데도 찬 바람은 여전해서 봄이 온 것인지 아닌지 도통 알 수 없다. 친구와 지난 주말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 갔다가 북악산길을 걸었다. 꽃 구경을 하기엔 아직 이른 것일까. 창의문에서 북악산 팔각정을 거쳐 숙정문으로, 다시 삼청공원으로 3시간여를 걸었는데 꽃은커녕 나무에 새순이 돋아나는 것도 별로 보지 못했다. 간간이 보이는 개나리는 찬 바람에 기가 질렸는지 영 성긋하고 진달래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산새들의 지저귀는 소리마저 없었다면 계절을 의심했을 것이다. 그런데 웬걸. 아침 출근 길에 보니 남산에 개나리가 활짝 피었다. 봄이 와서 꽃이 피는 게 아니라 꽃이 피기에 봄이 오는 것이라는 법정 스님의 말씀이 생각났다. 진짜 봄이 오긴 온 모양이다. 나라에 슬픈 일이 많은 요즘이다. 꽃이라도 보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마음의 봄이다. 각자의 마음 밭에도 꽃이 활짝 피면 좋을 텐데.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길섶에서]부부이몽/육철수 논설위원

    언론학계에서 이름만 대면 아는 K교수는 오는 8월 말 정년퇴임을 맞는다. 요즘 제2 인생에서 할 일을 찾았다며 한껏 들떠 있다. 그게 뭐냐고 물었더니 한참 뜸을 들이다가 ‘시나리오 작가’를 한번 해보겠단다. 벌써 ‘담징’에 관한 영화 시나리오를 200장면 이상 써놓았고 유명한 감독의 영화제작 언질까지 받았다고 한다. “학자 출신이 뒤늦게 무슨 작가냐?”고 했더니 “나를 무시하지 말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사실 그는 대학시절 문학청년이었고 소질도 있다며 자찬을 늘어놓았다. 그의 퇴임 이후를 걱정한 부인이 어디서 점을 본 얘기도 들려주었다. K교수에겐 ‘문창도화(文昌桃花)’란 점괘가 나왔단다. 글로 대성공해서 돈을 벌고 이성 친구도 생긴다는 뜻이란다. 부인은 ‘문창’에 관심을 보이며 “먹고 살 걱정 덜게 됐다.”며 좋아하고, K교수는 “바람 한번 못피워 봤는데 ‘도화’ 점괘에 마음이 설렌다.”며 한바탕 웃었다. 부부이몽(夫婦異夢)이지만 금실 좋은 K교수 부부의 행복한 노년이 눈앞에 그려진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길섶에서]목욕탕 유감/이춘규 논설위원

    비 오는 휴일 아침 출근을 앞두고 서울 한남뉴타운 사업 예정지인 옆동네 목욕탕에 갔다.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듣기 위해 근처 공중목욕탕에 가는 것을 즐긴다. 깜짝 놀랐다. 우산 둘 곳이 없다. 천장에선 물이 샌다. 먼지도 수북하다. 옷장 열쇠는 성한 게 없다. 다른 손님은 한 명도 없다. 기묘한 기분으로 탕 안으로 들어갔다. 역시 단 한 명도 없다. 적막하기 그지없다. 내부시설물은 적어도 30년은 된 듯 낡아빠졌다. 누렇게 탈색된 ‘고장’ 표시 안내판도 붙어 있다. 다리 부러진 때밀이대나 녹슨 파이프 등 고장난 건 방치되어 있다. 좁아터진 열탕은 물이 아예 없다. 괴기영화 주인공이 된 듯했지만 호기심도 발동해 탕에서 25분 이상 버텨봤다. 아무도 안 온다. 탈의실로 나와 빛바랜 수건으로 몸을 닦자 주인이 올라와 탕의 불을 꺼버린다. 에둘러 묻자 뉴타운 사업이 본격화될 때까지 영업을 계속하겠단다. 돈만 챙기겠다는 자세다. 무슨 속사정이 있을까. 몸은 씻었지만 마음엔 때를 묻혀 나온 기분이 들게 한 이상한 목욕탕 주인. 이춘규 논설위원 taein@seoul.co.kr
  • [길섶에서]시은(施恩)/함혜리 논설위원

    옛이야기에는 짐승이나 새들이 은혜를 갚았다는 내용이 많이 나온다. 뱀에게 먹힐 뻔한 어린 까치들을 살려 준 선비에게 목숨을 바쳐 은혜를 갚은 까치 이야기, 제비가 다친 다리를 정성껏 치료해 준 흥부에게 박씨를 물어다 준 이야기 등. 채근담에서도 “남이 나에게 베푼 은혜를 잊지 말라.”고 했다. 은혜를 알고 잊지 않고 보답하는 것이 인간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임을 가르치고 있다. 우리는 은혜의 바다에서 살고 있다. 낳고 길러 주신 부모님, 가르쳐 주신 선생님, 사랑을 베풀어 준 사람들. 그러나 살면서 은혜를 잊고 의를 저버리는 사람들이 많다. 은혜를 당연시하면서 고맙다는 말 한마디 할 줄 모르고 돌아서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은혜를 원수로 갚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하는 세상이다. “머리 맡에 남은 책을 예전에 신문을 배달해 준 소년에게 전해 주라.”는 법정 스님의 유언이 실현됐다. 사소한 시은(시주 받은 은혜)도 가벼이 여기지 말라는 스님의 가르침이 더욱 고귀하게 다가온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길섶에서] 인생의 산술/육철수 논설위원

    세상살이는 수학처럼 정답이 똑 떨어지는 경우가 드물다. 예를 들면 수학에선 ‘100-1=99’다. 하지만 인생사야 어디 그런가. ‘100-1=0’이 될 수도, ‘-99+1=100’이 되기도 한다. 백 번 잘하다가 한 번 못하면 ‘꽝’이 될 수 있고, 아흔아홉 번 못하다가 한 번 잘하면 다 잘하는 게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혼자 사시는 팔순 고모한테 며칠 전 전화가 걸려왔다. “몸이 불편하니 약값 좀 부쳐라.”고 하시고는 내가 말할 틈도 안 주고 끊으셨다. 두어 달에 한 번씩 주말에 찾아 뵙고 말동무를 해드리곤 했다. 용돈을 드려도 마다할 때가 많으셨다. 그런데 갑자기 웬 돈을? 이상한 기분이 들어 쏜살같이 달려갔다. 고모가 활짝 웃으며 나를 맞았다. “몸이 아팠지만 조카 얼굴을 보는 순간 괜찮아졌다.”고 하신다. 고모는 돈이 필요한 게 아니라 핏줄을 만나 위안을 찾으려 하셨던 것 같다. 유사시 비상망을 가동했을 때 나의 기동력도 점검하실 겸…. 백 번 잘하려고 노력하는데 잘 될지 모르겠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길섶에서] 잡초/이춘규 논설위원

    한동안 포기했던 화초기르기에 재도전, 2년이 됐다. 도심 집안 화분에서 생명체의 힘을 느낀다. 난화분들을 키우다 소나무, 관음죽도 기르며 화분 수를 늘려가고 있다. 난이 시들해지면 온갖 정성을 기울인다. 시들어 가던 난화분에 새 순이 나오는 것은 온가족에게 작은 행복이다. 소나무 분재 키우기는 지난가을 시작했다. 전문가에게서 재배법을 배운 뒤 아침저녁 정성을 기울이자 쑥쑥 컸다. 어쩌랴. 반년만에 속수무책 죽어간다. 10년 전 키우다 실패했던 기억이 되살아난다. 안타깝다. 야생의 소나무를 집안에서 키우기는 무리일까. 소나무에게 미안하다. 1년 전 난화분에 잡초가 싹을 틔웠다. 잡초도 생명체인지라 가족들에게 못 뽑게 해 잡초가 20㎝ 이상 자랐다. 설연휴 때 뽑혀 버린 걸 늦게 발견했다. 시들어 버린 잡초를 관음죽 화분에 심어 보살폈다. 완전히 말라 버려 죽은 줄 알았는데 최근 연두색 새순이 나왔다. 믿기지 않아 몇 번 확인해도 그 잡초다. 경이로운 생명력을 보여준 잡초를 대하면 새 힘이 솟는다. 이춘규 논설위원 taein@seoul.co.kr
  • [길섶에서] 비우며 살기/함혜리 논설위원

    문득 삶이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위험신호다. 이런 느낌이 든다면 즉시 주변을 둘러보고, 삶을 반추해 봐야 한다. 너무 많은 물건들이 쌓여 있지 않은가? 너무 많은 관계 속에서 지쳐 있는 것은 아닌가? 능력에 넘치게 너무 많은 일을 떠맡고 있는 것은 아닌가? 무리하게 시간을 쪼개가며 이일 저일 하면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 가지라도 해당된다면 당장에 ‘비우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잘 버리지 못하는 습성이 몸에 밴 사람들에게는 비우는 것도 큰 용기가 필요하다. 언젠가 한번은 입겠지 하면서 옷장에 쌓아 둔 유행 지난 옷들, 언젠가 쓰겠지 하면서 쌓아 둔 그릇들, 언젠가 시간 내서 읽어야지 하면서 옆에 쌓아 두고 있는 책들, 몇년 동안 연락 한 번 안 하면서 지우지 않고 있는 전화번호들이 그득하다. 선방에서 두량 족난 복팔분(頭凉 足暖 腹八分)이라는 생활규범이 전해져 내려온다. 머리는 시원하게, 발은 따뜻하게, 배는 조금 부족한 듯이 채우라는 뜻이다. 모름지기 비워야 채워지는 법이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길섶에서]응칠교/노주석 논설위원

    응칠교는 안중근 의사의 아호를 딴 다리이다. 파주 출판도시 샛강에 걸린 작지만 큰 다리다. 가슴과 배에 검은 점 일곱 개를 지닌 의사가 북두 ‘칠성’의 기운에 ‘응’해 태어났다고 하여 ‘응칠’로 지었다. 다리는 떨어진 두 지점을 잇는다. 안응칠의 이름으로 갈라진 남과 북, 그리고 한국과 중국, 한국과 일본을 잇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에서 작명됐다. 머리 판에는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으리라(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라는 유명한 유묵 글씨가 새겨져 있다. 출판문화정보센터 안에는 안 의사의 흉상과 조지훈 시인의 친필 시 ‘안중근 의사 찬(讚)’이 걸려 있다. 출판도시 이기웅 이사장이 서울신문에 기고하는 칼럼의 작은 제목도 ‘응칠교 편지’다. 안 의사는 사회개혁가, 군인이기 이전에 평화주의적 사상가요 문필가였다. 순국 100주기였던 지난 26일 이곳에서 조촐한 다리밟기 행사가 열렸다. 이역만리를 떠도는 의사의 백년 원혼을 잊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다리를 힘차게 밟았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 [길섶에서] 까치/이춘규 논설위원

    아침 작은방 창문 옆 나무꼭대기 까치소리가 정겹다. 그네를 타는 듯하다. 몇 마리 더 날아 온다.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아 마음이 가벼워진다. 30여m 나무 꼭대기는 수년 동안 까치들의 놀이터다. 까치를 즐겁게 바라보는 게 가족의 버릇이 됐다. 아쉽지만 길조 까치는 이때뿐이다. 주차장의 승용차에 까치똥이 낭자하다. 낭패다. 아파트단지에서 주민과 차들이 자주 까치똥벼락을 맞는다. 단지에 아름드리 나무가 우거져 사시사철 까치떼가 살아서다. 해질녘 경비원들은 주민통로 주변에서 까치가 자다 똥을 쌀까 깡통을 흔들어 쫓아내는 게 일과다. 까치들을 단지에서 아예 몰아내려 해도 허사다. 길조였던 까치는 이제 유해조수, 흉조다. 정전사태의 주범이다. 농촌에서는 더 골치다. 과일 등 농작물을 게걸스레 먹어치워 버린다. 생태계를 교란한다. 결국 마리당 3000원에 수거되는 신세가 됐다. 천적 없이 번성한 까치들의 자유가 포획되어야 하는 비극을 불렀다. 천적 없는, 편안한 세상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닌가 보다. 이춘규 논설위원 taein@seoul.co.kr
  • [길섶에서]기초의 중요성/구본영 논설위원

    지난 일요일 퇴근길에 모처럼 차를 몰다 가슴이 철렁했다. 녹색 신호등이 황색으로 바뀐 교차로에서 그냥 가속 페달을 밟으면서다. 백미러를 통해 다른 차들이 바로 뒤에서 생생 달리는 것을 보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대형사고의 확률을 줄이려면 평소에 교차로 도달 전 미리 속도를 줄이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황색등의 점멸 시간을 늘리는 등 신호체계를 개선하는 것은 당국의 몫이겠지만. 사실 이런 것들은 조금만 신경쓰면 할 수 있는 기초적인 일이다. 세계 자동차 업계의 패자인 도요타도 한순간의 자만으로 추락하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기본기에 소홀하면 한방에 간다.”는 국내 대기업 인사의 인터뷰 내용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거창한 목표 달성에 앞서 하찮아 보이는 일에도 정성을 다하는 게 개인이나 기업인, 공직자 할 것 없이 공통의 덕목이 돼야 할 듯싶다. 기원전 3세기에 이미 “태산에 부딪혀 넘어지는 사람은 없다. 사람을 넘어지게 하는 것은 작은 흙무더기다.”라고 갈파한 한비자의 혜안이 놀랍다. 구본영 논설위원
  • [길섶에서] 경적2/노주석 논설위원

    서울에선 운전을 하다가 1초만 지체해도 여지없이 뒤에서 “빵빵” 공격을 받는다. “왜들 이렇게 빵빵거려.” 일본에서 오래 산 지인이 투덜거렸다. 일본에서는 자동차 경적소리를 듣기가 어렵단다. 하긴 일본 출장길에서 한국처럼 신경질이 가득 담긴 경적소리를 들은 기억이 없다. 일본 운전자들도 경적을 울리긴 한다. 우리와는 용도가 사뭇 다르다. 왜 빨리 안 가느냐고 울리는 게 아니라 끼어들기한 차량이 양보해준 뒤차에 고맙다는 표시로 “빵”하고 부드럽게 한번 눌러준다는 것. 경적의 울림 속에 “고마워요.”란 뜻이 들어 있다고 한다. 일본식 경적의 용도가 부럽다. 필자는 2008년 7월 본 난에 ‘경적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스스로는 경적 울리지 않기를 운전습관화하고 있다. 세상은 달라진 게 없다. 더 급해졌다. 마구 울려대는 자동차 경적은 한국을 찾는 외국 관광객들에게 국제적인 조롱감이다. 지구상에서 일본을 무시하는 유일한 나라가 한국이라고 한다. 배울 것은 배우자.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 [길섶에서] 좋은 친구/함혜리 논설위원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의 됨됨이를 알 수 있다고들 한다. 친구를 잘 선택해서 사귀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모든 인생사가 그렇듯이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공자는 사귀어야 할 친구와 그렇지 않은 친구의 기준을 이렇게 정리했다. “정직한 사람, 성실한 사람, 견문이 넓은 사람은 유익한 벗이요 겉치레를 중시하는 사람, 아첨 잘하는 사람, 말만 앞세우고 성의가 없는 사람은 해로운 벗이다.” 좋은 친구는 쓴 소리로 허물을 지적해 주고, 절망했을 때 용기와 위로를 줘야 한다. 초기 불교경전에서는 이런 친구를 사귀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주기 어려운 것을 남에게 주고, 하기 어려운 것을 해 내고, 참기 어려운 것을 참아내고, 자신의 비밀을 드러내고, 남의 비밀을 지켜주고, 불행에 빠진 사람을 버리지 않고, 다른 사람이 망했을 때 그를 얕보지 않는 사람이다. 현란한 말과 글, 행동이 활개를 치는 요즘이다. 그래도 우리가 중심을 잃지 않게 잡아주는 보석같은 가르침이 있으니 참 다행이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길섶에서]폭풍우/이춘규 논설위원

    한낮 남양주 예봉산 꼭대기에 이르자 사위가 저녁처럼 어두워진다. 거센 바람이 몰아친다. 빗방울이 후두둑 휘감겨 온다. 바람은 소름끼치게 거세지고, 빗방울은 굵어진다. 이제껏 경험해 보지 못한 차디찬 폭풍우다. 몸을 가누기도 힘들다. 10m 앞도 안 보인다. 정신이 바짝 든다. 배낭이 비에 젖지 않게 방비한다. 작은 우산을 편다. 모자를 고쳐 쓰고 주능선을 따라 거친 길을 밟아 간다. 곳곳에 잔설이 남아 있어 발 디딜 곳이 옹색하다. 중무장한 다른 등산객들도 묵묵히 제 길을 간다. 막바지의 겨울을 아쉬워하는 듯 모진 폭풍우는 한 시간 반 이상 계속됐다. 비 오는 날 숲 향기는 황홀하다. 주말 비 예보가 있어도 벼락 예보만 없으면 장비를 갖춰 어김없이 산에 오르는 이유다. 예전엔 비가 오면 등산객이 적었지만 요즘은 달라졌다. 숲 향기와 각별한 분위기에 젖어들기 위해서리라. 폭풍우가 잦아들자 봄이 오는 아우성이 들려온다. 새순들은 터질 듯하다. 서둘러 핀 들꽃들은 농염하다. 봄은 그렇게 지척에 와 있었다. 이춘규 논설위원 tae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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