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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년 미래 걸린 첫날… 4-3 승 ‘닥공’ 뜬다

    4년 미래 걸린 첫날… 4-3 승 ‘닥공’ 뜬다

    “이강인 상당히 수준 높은 선수” 호평월드컵 4강 목표로 공격 축구 지향한국, 상대 전적 4승2무1패로 앞서‘최장수 주장’ 손흥민 3골 강한 면모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24일 오후 8시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남미의 강호 콜롬비아와 평가전을 펼치며 2026 북중미월드컵을 향해 출항한다. 2022 카타르월드컵 16강전 이후 약 3개월 만에 치르는 올해 첫 A매치이자 클린스만 감독의 데뷔전이다. 오는 28일에는 장소를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옮겨 카타르월드컵에서 같은 조였던 우루과이와 재회한다. 전임 파울루 벤투 감독 체제에서 12년 만에 월드컵 16강에 복귀한 한국 축구는 가깝게는 내년 1월 카타르에서 열리는 아시안컵 우승과 멀게는 북중미월드컵 4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세계적인 공격수 출신으로 독일과 미국 대표팀,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과 헤르타 베를린 등을 이끌었던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8일 입국해 K리그를 관전하는 등 본격 행보에 나섰다. 하지만 선수들을 두루 파악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던 탓에 카타르월드컵 16강 멤버를 주축으로 첫 소집 명단을 꾸렸다. 공수의 핵 손흥민(토트넘)과 김민재(나폴리) 등 유럽파 대부분이 소집된 가운데 황희찬(울버햄프턴), 윤종규(서울), 홍철(대구)은 부상으로 제외됐다. 대신 월드컵 예비 멤버였던 오현규(셀틱)와 K리그1 베테랑 수비수 이기제(수원 삼성)가 승선했다. “1-0보다 4-3을 선호한다”며 ‘닥공’(닥치고 공격)을 선언한 클린스만 감독은 콜롬비아전을 하루 앞둔 23일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포메이션 등 전술적인 부분을 준비했다고 말씀드리긴 어렵다”며 “이번에 합류한 선수들의 장점을 최대한 파악해 활용하려 한다”고 말했다. 또 대표팀 공격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특히 이강인에 대해 “상당히 수준 높은 축구를 하는 선수”라고 치켜세웠다. 벤투호에 이어 클린스만호에서도 주장을 맡아 역대 최장수(4년 7개월째) 캡틴이 된 손흥민은 “항상 솔선수범해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 주고 싶다”며 “선수들이 그걸 보고 잘 따라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전임 감독제가 본격 도입된 이후 차범근, 허정무(2회) 전 감독 등 역대 13명의 사령탑 데뷔전 성적은 8승4무2패다. 외국인 감독이 5승1무1패, 한국인 감독이 3승3무1패를 기록했다. 첫 상대인 콜롬비아는 카타르월드컵에 나서지 못했지만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7위에 자리한 강호다. 한국(25위)보다 높다. 역대 전적은 4승2무1패로 한국이 앞선다. 가장 최근인 2019년 3월 대결에서도 손흥민과 이재성이 득점하며 2-1로 이겼다. 특히 손흥민은 2경기에서 모두 3골을 넣는 등 콜롬비아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콜롬비아에는 라다멜 팔카오(바예카노), 하메스 로드리게스(올림피아코스), 다빈손 산체스(토트넘) 등 유럽 무대에서 뛰는 선수가 대거 이름을 올렸다. 산체스와 로드리게스의 경우 클럽팀 동료 손흥민, 황인범과 맞대결을 펼친다.
  • MZ “문제는 근로시간보다 정당한 휴가·보상”

    MZ “문제는 근로시간보다 정당한 휴가·보상”

    “쉬는 걸 권장하는 회사가 있을까요?”(30대 사무직 임모씨) “일당백을 칭찬으로 여기고 위기가 오면 인건비부터 절감하는 게 현실입니다.”(20대 영업직 최모씨) 정부가 추진하는 근로시간 유연화에 대한 2030 직장인 상당수 의견은 부정적이었다. 지금도 야근을 많이 하는 만큼 수당만 잘 챙겨주면 좋겠다는 ‘조건부 찬성’ 의견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쉰다는 정부 구상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말한다. 이미 정책을 발표한 뒤 현장 의견을 듣겠다고 해 큰 틀이 바뀌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주 60시간이든, 69시간이든 개편안이 성공하려면 휴가·보상 제도부터 정비해야 한다”는 2030 직장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신문은 지난 15~16일 서울 광화문, 종로, 여의도, 사당, 강남, 경기 성남 판교 등 직장인 밀집 지역에서 ‘MZ세대’(밀레니얼+Z세대)로 불리는 2030 직장인 58명을 인터뷰했다. 또 지난 15~19일 2030 직장인 95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도 실시했다. 정부에서 주 최대 69시간 근무제를 내놓으며 몰아서 일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밝힌 대표 업종이 게임업계다. 신규 게임 출시나 업데이트 등을 앞두고 업무량이 늘면 현재의 주 52시간 근무제로는 ‘공짜 야근’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그러나 판교에서 일하는 게임업계 기획자 김모(39)씨는 “야근을 많이 해 봤지만 일을 몰아서 한다고 효율이 늘어나는 게 아니다”라며 “결국 노동자보다 사업자를 위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며 고개를 저었다.정보기술(IT) 회사에 근무하는 최모(28)씨는 “연장근로를 몰아서 할 수 있게 한다는 생각 자체가 위험하다”면서 “고용주는 ‘나중에 쉬게 해 줄 건데 뭐가 문제냐’며 연장근로에 대한 미안함을 느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연구개발(R&D) 업무를 하는 고모(26)씨는 “정부 계획대로라면 회사가 특정 기간에만 바빠야 하지만 대부분 회사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직장인 95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도 주 69시간까지 근무시간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는 의견이 80%로 압도적이었다. 금융업계 직원 이모(29)씨는 “지금도 주 40시간 근무가 ‘정상’인데 52시간을 기본으로 보고 있지 않느냐”며 “기업 입장에서는 최대치를 최소로 본다. 60시간이든 69시간이든 상한선이 올라가면 또 그만큼 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는 ‘몰아서 일한 뒤 유럽처럼 한 달 쉬기’를 대안으로 내놨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도 개편안에 반대하는 주요 이유였다. 응답자의 44%가 “일을 몰아서 할 순 있어도, 몰아서 쉬는 건 어렵다”고 답했다. ‘현재 근로시간도 길다’(22%), ‘건강권 침해 우려’(16%), ‘노조 없는 사업장은 악용 가능성 크다’(13%)는 순으로 답변이 이어졌다. 해외 영업직인 이모(37)씨는 “제조 공정은 매일 돌아간다. 몰아서 일은 해도 몰아서 쉬는 건 어렵다”며 “지금도 일주일 이상 휴가를 쓰면 눈치를 주는데, 어떻게 한 달을 쉬란 말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패션업계에서 일하는 안모(33)씨는 “2주 야근하면 원래 일이 많다는 건데, 나머지 2주는 일이 없겠냐”며 “회사 일이라는 게 그렇게 딱딱 나누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회사와 업무의 종류에 따라 자유롭게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 자체는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광고회사에 다니는 최모(27)씨는 “프로젝트성으로 일하는 회사는 지금도 바쁠 때 주 52시간 이상 일한다”며 “법정 최대 근로시간이 늘어나면 오히려 추가 수당을 받을 수 있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패션 브랜드에서 근무하는 조모(27)씨도 “근무시간을 늘리면 원하는 만큼 일하고 돈 버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이들 역시 연차 사용이 어려운 업무 환경을 개선하고, 야근이나 추가 노동에 대해선 적절하게 보상을 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모(30)씨는 “현행 주 52시간제를 유지하되 필요한 업종에만 초과 근로를 가능하게 하고 그에 맞는 휴가와 보상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대 학생 모임인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은 이날 학생회관 등 교내에 붙인 대자보를 통해 “62시간 노동을 하던 경비노동자가 종로구의 빌딩에서 쓰러져 세상을 떠났다”며 “69시간제 노동시간 연장은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밝혔다.
  • 27년 복역 후 출소 美남성 “사람들이 왜 혼잣말하지? 왜 친절해?”

    27년 복역 후 출소 美남성 “사람들이 왜 혼잣말하지? 왜 친절해?”

    ‘어라, 사람들이 모두 혼잣말을 하며 걸어다니네?(실은 아이팟을 사용하는 것), 사람들이 왜 스피커와 얘기를 하지?(실은 알렉시스로 대화하는 것), 손만 흔들어도 물이 나오네?(음료수 자동 판매기를 사용하는 것)’ 미국 미주리주의 44세 남성 보비 보스틱은 1995년 12월 교도소에 들어갔다. 징역 241년형이란 어마어마한 중형을 선고받았는데 27년을 복역하고 지난해 11월 8일(현지시간) 세상에 나올 때까지 1만일 가까이를 감옥에서 지냈다. 오랜 영어(囹圄)에서 풀려난 뒤 바라본 세상은 휘황할 정도로 달랐는데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사람들이었다. 그는 “사람들이 교도소와 비교하면 얼마나 친절한지 어리둥절할 따름”이라며 “잡화점에 들어가도 ‘선생님 뭘 도와드릴까요’라고 물어온다. 교도소라면 머그샷 촬영 아니면 희롱인데 말이다”라고 말했다. 지금도 “내 곁에 너무 가까이 오지 마” 대신 “어이, 잘 지냈어?” 인사를 받는 데 적응하기 어려워 힘들어 한다. “사람들은 미소 짓고 꼬마들은 손짓을 보낸다. 인생이란 이런 거구나 싶다. 이것이 정상이다. 이래야만 할 것 같다.” 25년 전 에벌린 베이커 판사는 그가 “교정국에서 인생을 마칠지 모른다”고 말했는데 그는 지난해 11월의 어느날 아침 7시 30분 미주리주의 교도소 문을 열고 걸어 나왔다. 검정색 모자를 쓴 여성이 반대편에서 걸어와 와락 그를 껴안았는데 베이커였다. 1995년 성탄 시즌에 열여섯 살의 보스틱은 친구 도널드 헛슨과 함께 필요한 이들에게 성탄 선물을 나눠주던 이들을 공격한 뒤 훔치려 했다. 총을 한 발 쐈지만 다행히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 한 여성에게 총구를 겨눠 차량을 빼앗아 달아났다. 유죄를 인정하면 가석방 기회가 주어지는 30년형이 선고될 것이란 양형 거래 제안을 받았다. 거절했더니 유죄가 선고됐다. 17건의 범죄에 계속 양형을 합산해 241년형이 선고됐다. 헛슨은 양형 거래를 받아들여 30년형을 선고받았다.영국 BBC가 2018년 보스틱을 처음 인터뷰했을 때 그는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2010년 미국 대법원은 청소년들이 살인죄를 저지르지 않았으면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선고되면 안된다고 판결했기 때문이었다. 6년 뒤 해당 판결은 보스틱과 같은 과거 재판에도 소급 적용되는 것이 마땅하다는 유권 해석도 있었다. 그러나 미주리주는 보스틱을 풀어줄 생각이 없었다. 복수의 범죄에 누적돼 그런 것일 뿐 종신형은 아니란 이유를 들이댔다. BBC 인터뷰 한 달 뒤 미국 대법원은 보스틱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대다수는 포기했지만 보스틱은 포기하지 않았다. 좋아하던 나폴레온 힐의 자기계발 서적 같은 것을 들추며 마음을 다독였다. 타이프라이터의 한 활자를 누를 때마다 삶의 의지를 새겨넣었다. 하늘이 도왔는지 미주리법 개정 논의가 시작돼 어린 시절 지나치게 긴 형량이 선고된 죄수에게 가석방 기회를 주기로 했다. 하지만 법안은 2021년 5월 14일에야 비로소 통과됐다. 마이크 파슨 주지사가 곧바로 서명해 이른바 ‘보비 법’ 덕에 다른 수백명과 보스틱에게 가석방 신청 권한이 주어졌고, 그 해 11월 날짜가 잡혔다. 신청인은 한 명의 대리인을 내세울 수 있다고 했다. 보스틱은 자신이 감옥에서 죽을지 모른다고 말했던 판사에게 도와달라고 청했다. 1983년 미주리주에서 최초로 판사로 임용된 흑인 여성이었던 베이커는 은퇴 2년 뒤인 2010년쯤부터 보스틱에 내렸던 자신의 선고에 의문을 품었다. 10대와 성인의 뇌 구조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연구를 알게 되면서였다. 판사 경력 25년을 통틀어 후회하는 단 하나의 선고가 보스틱 것이었다. 2018년 2월 일간 워싱턴 포스트에 기고문을 실었는데 보스틱에 대한 선고가 “무지하고 불공정했다”고 자책하는 내용이었다. 한 달 뒤 BBC에도 같은 얘기를 되풀이했다. 보스틱의 강도 피해자 한 명도 철딱서니 없는 아이들의 행동을 성인의 잣대로 지나치게 재단했다고 진술했다. 가석방 심사를 무사히 마친 뒤 정확히 일년 뒤에야 베이커 전 판사와 보스틱은 포옹할 수 있었다. 베이커는 많이 울었다. 24년을 교도소에서 비건(채식주의자)으로 지낸 보스틱은 멕시코 타코를 먹은 뒤 차에 올랐다가 모두 토하고 말았다. 회복한 뒤 세인트루이스 남쪽 누이의 집에 갔는데 400명쯤 환영하기 위해 도열해 있었다. 현재 보비와 누이는 자선단체 ‘디어 마마’를 운영해 저소득 가정에 음식과 장난감 등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돌아가신 어머니 다이앤이 “비록 가진 것이 많지 않아도 사람들에게 많이 건네라”고 말하며 했던 일을 이어받아 하고 있다. 또 청소년구금시설에서 매주 목요일 글쓰기 강연을 하고 있다. 생계는 교도소의 타이프라이터로 썼던 일곱 권의 책이 아마존에서 꾸준히 팔려 수입으로 잡히는 데다 강연 수입이 조금 있단다. 정규직 일자리를 잡아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싶다고 했다. “여전히 몇 가지 일들로 씨름하고 있지만 다른 무엇보다 이곳에서의 삶과 매일이 아름답다. 역경을 뚫고 나와 다양한 일들이 펼쳐지는 것을 바라본다. 욕조의 거품, 난 27년 동안 제대로 목욕 한 번 하지 못했는데! 감사하지 않을 일이 하나도, 하나도 없다.” 참고로 양형 거래를 받아들인 헛슨은 어찌 됐을까? 2018년 9월 감옥에서 세상을 등졌다. 사인은 약물 과용이었다. 9개월 뒤면 가석방 신청이 가능했는데 안타까운 일이었다.
  • 달러 사재기 열풍 일자 볼리비아 중앙은행 ‘달러 직판’

    달러 사재기 열풍 일자 볼리비아 중앙은행 ‘달러 직판’

    남미 볼리비아에서 달러 사재기 열풍이 불고 있다. 급기야 중앙은행은 아예 국민에게 직접 달러를 팔기 시작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볼리비아 주요 도시에선 은행과 환전소마다 긴 줄이 늘어서고 있다. 사람들은 미화를 사기 위해 지루한 줄서기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 라파스의 한 은행에서 미화 100달러를 사고 나온 마리아는 “3시간 넘게 줄을 서 겨우 달러를 환전했다”고 말했다. 볼리비아는 지난 2011년 고정 환율을 도입했다. 매입 환율은 6.86볼리비아노, 매도환율은 6.96볼리비아노로 고정돼 있어 환율 상승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은행이나 환전소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암달러상이 제시하는 가격도 공식 환율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암달러상은 보통 7.20볼리비아노 정도에 달러를 판다. 그런데도 달러 사재기 열풍이 불고 있는 건 달러가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소문이 확산한 때문이다. 볼리비아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은 최근 38억 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외환보유액이 151억 달러를 기록한 2014년 이후 가장 낮은 기록이다. 지난 1월까지만 해도 62억 달러에 달했던 외환보유액이 거의 반토막 난 셈이다. 현지 언론은 “행정부가 돈을 빌려 투자를 하면서 외환보유액이 급격히 준 것”이라고 보도했다. 시장에는 외환보유액이 곧 제로로 떨어질 것이라는 소문이 무서운 속도로 확산하기 시작했다. 국민들은 저마다 지갑을 챙겨 달러를 바꾸기 위해 은행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중앙은행은 불안 심리를 잠재우기 위해 대대적인 달러 공급에 나섰다. 환전업계엔 200만 달러, 시중은행엔 9100만 달러를 긴급 수혈해 달러 수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그래도 달러 사재기 열풍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고민하던 중앙은행은 결국 사무소에서 직접 달러를 국민에게 팔기로 했다. 외환보유액이 확 줄었지만 일반의 수요에 대응할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고 불안 심리를 불식학지 위해 내린 결정이다. 에드윈 로하스 중앙은행총재는 “지금의 달러 수요는 과열된 것으로 비정상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배후에 투기세력이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중앙은행은 직판을 포함해 금융시스템에 2억4000만 달러를 수혈하기로 했다. 일부 민간은행이 환전을 제한하고 있는 데 대해 중앙은행은 “환전을 제한할 이유는 없다”면서 “환전제한 지침을 내린 적도 없고, 앞으로도 발령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 [세종로의 아침] ‘MZ 소송’에 관하여/백민경 사회부 차장

    [세종로의 아침] ‘MZ 소송’에 관하여/백민경 사회부 차장

    “2030세대가 요즘 무슨 소송을 많이 하는 줄 아세요? 연애 기간에 쓴 돈(대여금 포함)을 헤어진 뒤 돌려 달라고 하는 거예요. 과거엔 사귈 때 줬으면 끝이란 가치관이 강했는데, 요즘은 권리의식이나 경제관념이 다르더라고요.” 친한 변호사가 사석에서 이런 말을 했다. 생소했다. 기사화가 가능할까 싶어 근거가 될 실제 판결문들을 뒤져봤다. 언론사 스스로 검색어를 정하면 통계가 왜곡될까 싶어 법률전문가에게 조언을 받아 법원 판결문 열람시스템에서 추려봤다. 이렇게 골라낸 ‘연인 간 대여금반환 청구 소송’은 10년 새(2013~2022년) 90배나 폭증했다. 지금도 온라인에 검색하면 이 소송 문의가 봇물이 터진다. 썼던 돈, 빌려준 돈만 전 연인에게 돌려 달라고 하는 것도 아니다. 선물로 사 준 물건도 금액만큼 반환청구 대상이 된다. 2018년 6개월간 연인 사이로 지냈던 A씨는 3개월분 한약 대납 결제대금 90만원, 받침대 거울 25만원, 건강 기능성 숙녀화 27만원 등을 돌려 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판결문을 보면 소송을 제기한 이들의 속사정도 제각각이다. 100만원가량을 돌려 달라고 수개월간 소송을 진행하는 이들도 있다. 이런 경우엔 돈이 아니라 감정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수백만원의 변호사 비용을 고려했을 때 도저히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변호사 없이 ‘나 홀로 소송’을 진행해도 마찬가지다. 근로자라면 소송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직장생활에 지장을 받는 ‘일상의 타격’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반드시 소송을 진행해야 할 만큼 억울하거나 남모를 아픈 사연이 있는 것이다. 또 다른 경우는 자신의 벌이에 비해 연인에게 과도하게 돈을 쓰거나 단지 ‘믿음만으로’ 돈을 그냥 빌려주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별로 사람을 잃은 것도 아픈데, 돈까지 잃으면 더 아프다. 그런 이유로 이들은 저마다 소송을 청구한다. 그럼 소송에서 이겼을 때 마음이 후련할까.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법정에서 만난 한 30대 남성은 ‘원고 승소’라는 판사의 말을 듣고 바로 법정을 빠져나갔다. 그는 지난 3개월간 혼자 소송을 준비하느라 일주일가량을 직장에 나가지 못해 밀린 업무가 태산이라고 했다. 소송에서 이겨도, 믿었던 연인에 대한 배신감과 상실감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억울하게 당하지만은 않았다는 자존감을 지켜 내긴 했지만, 송사에 지친 피로감이 이들에게서 공통으로 보였다. 사람 간 금전 관계는 명확해야 한다. 그냥 ‘줬다’와 ‘빌려줬다’는 다르다. 너무 사랑해서 못 받아도 상관없을 정도의 각오나 마음이 아니라면, 연인이나 누군가에게 돈을 빌려줄 때는 반드시 차용증처럼 돈을 빌려준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문건을 남기는 것이 좋다. 물론 연인 간에 차용증을 쓰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문서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채무자와 나눈 카톡이나 문자메시지, 녹취록, 계좌의 입금내용, 돈을 빌려준 사실과 관련해 증언해 줄 수 있는 증인처럼 대여금과 관련된 자료를 모아 놔야 한다. 어쩌면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연인과의 과거 행복했던 순간들까지 다 되짚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 괴로움은 채권자를 더 괴롭힐 수도 있다. 감정은 손해배상 청구조차 할 수 없다. 이런 지난하고 복잡한 절차를 모두 견뎌야 하는 게 송사다. 사랑했던 이를 대상으로 하면 더 그럴 수밖에 없다. 자기 권리는 자기 자신밖에 지킬 수 없다.
  • 항생제 내성균 잡는 끈끈이?…세균 묶는 펩타이드 나노넷 [와우! 과학]

    항생제 내성균 잡는 끈끈이?…세균 묶는 펩타이드 나노넷 [와우! 과학]

    코로나19는 인류에게 신종 감염병의 위험성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 하지만 새로운 전염병만 위험한 건 아니다. 항생제 내성균의 확산으로 오래전 인류를 괴롭혔던 세균들이 다시 위험해지고 있다. 항생제로 이 세균들을 통제할 수 없다면 현재는 쉽게 치료할 수 있는 질병도 미래에는 통제 불가능한 상태기 될 것이다. 물론 과학자들은 최악의 상황이 현실이 되기 전에 항생제 내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수많은 연구자와 제약회사들이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하는 것은 물론 기존의 항생제와 다른 방식으로 내성균을 파괴하거나 억제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국립 싱가포르 대학의 과학자들은 일반적인 항생제와 달리 세균 내부가 아니라 밖에서 물리적으로 세균을 억제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현재 사용하는 항생제 대부분은 세균 물질 대사에 꼭 필요한 물질이나 유전자 복제 과정을 방해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내성균은 항생제가 공격하는 효소나 대사 과정을 우회하거나 세균 안으로 항생제가 들어오는 과정을 차단해 약물 내성을 획득한다. 연구팀이 개발한 나노미터 크기 그물인 나노넷(nanonet)은 세균 안으로 들어가는 대신 단순히 껍데기와 결합하는 방식으로 세균을 방해한다. 이 펩타이드 나노넷은 아미노산 15~16개 정도의 작은 분자로 세균 표면에 결합할 뿐 아니라 자신들끼리 붙어 긴 줄을 만든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세균과 함께 엉켜 덩어리를 형성한다. 연구팀은 항생제 내성균에 쓸 수 항생제 최후의 항생제인 중 하나인 콜리스틴(colistin)에 대한 내성을 지닌 슈퍼 박테리아에 항균 펩타이드 나노넷을 사용했다. 연구 결과 내성균들은 실타래처럼 얽힌 펩타이드 나노넷에 묶여 꼼짝하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이렇게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에서는 증식을 위해 분열할 수도 없고 새로운 먹이를 찾아 이동할 수도 없다. 덫에 갇힌 내성균은 항생제와 면역 시스템의 공격에 매우 취약한 상태가 되어 결국 파괴된다. 연구팀은 쥐를 이용한 동물 모델에서 펩타이드 나노넷이 큰 부작용 없이 내성균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물론 펩타이드 나노넷이 인체에서 큰 부작용 없이 내성균을 묶을 수 있을지는 판단하기 이르다. 이 부분은 앞으로 전임상 단계 실험과 임상 시험을 통해서 입증해야 한다. 다만 인류를 서서히 압박해오는 항생제 내성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하려는 노력 못지않게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창의적 해법 역시 시도되어야 한다. 펩타이드 나노넷 방식이 임상까지 가지 못하고 실패하더라도 새로운 시도가 멈춰서는 안 될 것이다. 
  •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경기도-쌍방울 대북 커넥션 “상식적으로 안 맞아”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경기도-쌍방울 대북 커넥션 “상식적으로 안 맞아”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지난 2019년 쌍방울 대북 송금이 경기도와 공동으로 추진됐다는 의혹에 “상식적으로 안 맞는다”고 증언했다. 이 전 장관은 17일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신진우) 심리로 열린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21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이 이같이 밝혔다. 이 전 장관은 노무현 정부 당시 통일부 장관을 지냈으며, 2019년 3월부터 대선이 임박한 2021년말까지 경기도 평화정책자문위원회 공동위원장직을 맡았다. 이 전 장관은 이화영 측 변호인 신문에 답변하며 “대북 협력사업은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쌍방울이) 지자체에 (대북 사업을) 도와달라고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안 맞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은 변호인 측의 “법적 권한을 떠나 기업과 북한이 경제협력 합의서를 작성하는데 경기도 부지사의 영향력이 미치느냐”는 질문에 “대북 사업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중앙정부가 관심을 두고 밀어주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돈이 있으니 해줄 수 있다’고 (기업이) 위력 등을 과시하면 가능하다”며 지자체 차원의 영향력 행사가 불가능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지난 2019년 북한에 800만 달러를 전달한 혐의를 인정하며 경기도의 대북 스마트팜 지원사업과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을 위한 비용이었다고 진술했다. 이 전 장관은 이같은 주장이 현실적이지 않다고 설명한 것이다. 또 김 전 회장이 스마트팜 지원사업을 대납한 이유로 주장한 지난 2018년 11월 북측 조선아태위 김성혜 실장이 이 전 부지사에 화를 냈다는 사건에 대해서도 이 전 장관은 “긴 시간이 필요한 사업이다. 이건 누구보다 김성혜가 잘 알 것”이라고 답했다. 또 이 전 장관은 2019년 11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방북 의사를 밝힌 내용이 포함된 친서를 보낸 것에 대해서도 “지자체장들의 의례적인 표현”이라면서 “북미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납북 관계가 단절된 뒤 김정은도 물품 지원 등을 받지 말라고 특별 지시했다. 대통령조차 북한 방문이 불가능하다. (도지사가) 북한에 다녀온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비난 여론을 받을 상황”이라고 말했다.
  • 정치를 놓아버린 민주주의 ‘악수’[박상훈의 호모 폴리티쿠스]

    정치를 놓아버린 민주주의 ‘악수’[박상훈의 호모 폴리티쿠스]

    정치 아웃사이더에게 당 헌납 1. 2016년 촛불집회 이후 꽤 긴 시간이 지났다. 정권은 두 번 바뀌었다. 정치를 해서는 안 되도록 법으로 규정된 국가기관(검찰)의 수장이 대통령이 되는 놀라운 일도 있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고속 승진’과 ‘파격 인사’를 통해 검찰총장으로 발탁해 ‘적폐청산’을 맡겼던 이가 문재인과 민주당의 ‘적폐’를 문제 삼아 통치자가 됐다.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을 감옥에 보내는 데 핵심 역할을 했던 수사기관의 장이 그 두 대통령이 속했던 정당에서 대통령이 됐다는 사실도 특별하다. 정당이 자신의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든 게 아니라 정치의 아웃사이더에게 정당 스스로 자신을 헌납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미국의 트럼프나 이탈리아의 베를루스코니가 집권한 것 못지않게 세계 정치학계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큰 사건이 한국에서도 발생했다. 민주화 이후 ‘3김’ 시대 과제 조정 2. 조금 긴 맥락에서 생각해 보자. 분명 우리에게도 정치의 시대는 있었다. 경쟁하면서도 공존했던 과거 ‘3김(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시대’가 대표적이다. 그들은 뼛속 깊이 정치가였다. 군부 권위주의 체제에서 그들이 정치가로서 역할을 했기 때문에 한국의 민주화가 다른 나라들의 사례에 비해 비교적 덜 폭력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었다. 민주화 이후에도 3김은 정치적으로 경쟁했다. 정치적으로 다퉜고, 결정적인 순간에는 정치적으로 협력했다. 그 덕분에 한국의 민주화는 붕괴나 파국, 역전의 위기를 맞지 않고 조기에 안정될 수 있었다. 군을 조용히 병영으로 돌려보냈고, 대규모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 낼 수 있었으며, 야당이 10년 만에 집권을 할 수 있었다. 3김은 자신들이 감당했어야 할 시대의 과제를 잘 마무리한 정치 지도자였다. 전현직 대통령의 생사투쟁 변질 3. 그 이후가 문제였다. 정치의 기능과 역할은 점차 사라져 갔다. 어느 날 돌아보니 모든 것이 ‘전임·현임·차기 대통령 사이의 생사 투쟁’으로 바뀌었다. 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의 승리에 이르기까지 한국 정치는 ‘대통령 복수전’에 모든 것을 거는 절체절명의 권력투쟁으로 퇴락해 갔다. 누구의 잘못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평가가 다를 수 있겠지만, 3김 이후 정치를 하지 않는 대통령의 시대로 옮겨 갔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기 어렵다. 정치를 직업이자 소명으로 삼는 이가 아니라 어쩌다 정치가가 된 사람들이 대통령이 됐다. 정치가로서의 경험과 실력으로 집권하고 대통령 노릇을 하는 게 아니었다. 정치가이기보다는 기업가 같은 대통령, 전직 통치자의 후광에 힘입은 대통령, 오로지 대통령이 되기 위한 수단으로 국회의원과 당대표를 요식 행위처럼 거친 대통령이 출현했다. 뒤이어 검사가 대통령이 되고 정당도 장악하는 시대가 왔다. 대통령이 된 뒤 그들은 ‘정치 위’ 혹은 ‘정치 밖’에서 일하려 했다. 정치의 세계 안으로 들어와 정치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하려 하지 않았다. 그들은 검찰과 경찰, 국정원과 비서, 참모, 관료, 지식인들에 둘러싸여 일했지 동료 정치가들과 합을 맞춰 일하지 않았다. 정치가와 대통령의 분리야말로 3김 이후 시대의 가장 큰 문제였다. 정당·의회 언론마저 역할 잃어 4. 정치가 전현직 대통령들의 싸움으로 전락하면서 정당도 의회도 독립적인 역할을 할 수 없었다. 의회에서의 싸움은 대통령 문제로 귀착됐다. 정당도 마찬가지다. 여당 안에서는 대통령의 의지를 중심으로, 야당 안에서는 당대표나 차기 대통령 문제를 두고 열정이 불러일으켜진다. 왜 정치를 하고 어떤 정치를 하고자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관심은 권력 투쟁의 승자가 누구냐에 있다. 신념도 가치도 없이 그야말로 계통 없이 싸우는 게 우리식 정당 정치가 됐다. 언론들도 문제였다. 그들은 의회민주주의나 정당민주주의에는 관심이 없었다. 정치가 나빠야 자신들의 권위가 올라간다고 여기는 듯 정치를 야유할 거리를 찾아다녔다. 우리 언론은 사회 속의 권력기관이자 사회 속의 정치 세력에 가깝다.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독립 언론 같은 것은 없다. 과거에는 보수 언론만 그런 줄 알았는데 이제는 진보 언론도 자유롭지 못하다. 더 큰 문제는 기성 언론을 권력집단으로 비판하면서 등장한 신종 ‘자유’ 언론들이다. 그들은 언론 권력에 맞설 대안 언론을 표방하며 나섰지만, 결과적으로 그들은 더욱더 권력적이었다. 당 기관지 같이 느껴질 정도로 편협하고 파당적이라는 점에서는 일종의 ‘권력 언론’에 가까웠다. 지나칠 정도로 이견이나 반대 의견에 공격적이라는 점에서는 반(反)다원주의적이었다. 파당적인 여론을 사업 아이템으로 전환해 냈다는 점에서 그들은 정치 권력과 돈의 힘을 새롭게 결합해 낸 위험한 언론으로 발전해 갔다. 지식사회나 시민사회도 대통령 전쟁의 부속물이 된 지 오래다. 대통령 선거 캠프에 이름이 올라 있는 시민단체 인사나 대학교수 명단을 보고 있노라면 전통적인 의미의 시민사회나 지식사회 같은 것은 사라진 느낌이다. 그들의 관심도 권력에 있다. 그들은 정당이나 국회를 존중하지 않는다. 그들은 대통령 근처나 행정부 산하 기관장은 되고 싶어 해도 정작 민주 정치의 현장에서는 일하려 하지 않는다. 정당과 국회를 비난하는 것으로 자신을 과시하고자 하는 지식인과 시민운동 인사들이 보여 준 행태야말로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의 위선이 얼마나 유해한지를 실증해 주는 것 같았다. 정치엔 결국 힘의 논리만 작용 5. 윤석열의 집권은 이 모든 것의 귀결이다. 정치의 제 기능이 발휘되지 못하면 결국 힘의 논리가 지배한다. 적폐 청산론은 힘의 논리를 위장하는 기능을 했다. 윤석열 집권 이전에 이미 정치의 논리가 아니라 힘의 논리에 이끌리는 민주주의가 돼 있었다. ‘팬덤 정치’, ‘열혈지지자 동원 정치’라고 불리는 현상은 권력 정치가 지배하는 시대의 산물이다. 결국 정치는 실종되고 힘과 여론, 권력을 쫓는 민주주의가 우리 앞에 남았다. 이재명 후보는 우연히 대통령 선거에서 졌을 뿐 그의 정치 방식 역시 힘과 여론의 논리에 의존적이었다는 점에서 다를 바 없었다. 정치의 실종은 민주주의를 공허하게 만든다. 어느 정당에서도 지도자다운 정치가를 찾아볼 수가 없다. 정치력이나 균형감을 발휘하는 중진 정치가도 없다. 경험도 지혜도 경륜도 존중받지 못하는 게 지금 우리의 정당과 국회의 모습이다. 물갈이와 영입이 지배하는 정치다. 매 선거마다 의원의 절반 가까이가 물갈이됐는데, 그렇게 들어온 사람들 가운데 법률가 출신과 언론인 출신 초재선 의원들이 정치를 참을 수 없이 경박한 곳으로 만들었다. 청년 정치마저 현대판 귀족 전락 6. 허영심만 가득했던 청년 정치의 실패도 한몫했다. 정당과 지역에서 정치 활동을 조직하고자 분투하는 청년 정치 같은 것은 없었다. 선거와 당선, 즉 공천받고 출마하고 의원이 되는 것을 청년 정치로 착각했다. 선거 참여가 청년 정치의 끝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의원으로 청년 정치를 시작하고 싶어 하는 청년들이 정치를 나쁘게 만들었다. 그들은 세상이 자신들을 알아봐 주길 바랐을 뿐 자신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음을 실증한 적은 없었다. 그들 역시 여론의 주목을 받는 셀럽, 다시 말해 현대판 신흥 귀족이 되고자 했다. 그들이 어떤 정치를 하고자 하는지는 알 수가 없다. 민중 정치, 시민 정치, 지역 정치, 노동 정치가 아닌 것은 알겠는데 그것을 넘어 그들이 하겠다는 정치의 모습은 모호했다. 막연히 기성 정치에 대한 냉소에 의존해 내용 없는 세대교체론과 젊은 세대에 대한 온정주의적 태도만을 부추겼다. 시대 탓, 세대 탓으로 주체적 책임 의식을 회피하게 만들었다. 모두 소통 말하지만 소통은 ‘먹통’ 7. 모두가 ‘소통’을 말하는데, 상대와의 소통은 없었다. 여야 모두 ‘협치’를 말하지만 여야 어느 쪽도 진심인 적이 없었다. 성실한 인간관계 같은 것은 이제 옛이야기가 됐다. “당신이 남으로부터 대접받고자 하는 방식으로 남을 대접하라”는 것은 ‘내로남불’ 앞에서 무기력한 계율이 되고 말았다. 여야 정당, 여야 시민 가운데 과거 자신이 한 말, 자신이 한 행동을 돌아볼 의사가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궁금하다. 상대에게 더 세게 상처 주고자 하는 헛된 욕구를 버리지 않으면 세상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야유조나 조롱조 언어가 일상인 시대다. 주변이 자기기만투성이다. 누가 누굴 속이는 게 아니다. 과거의 자기가 오늘의 자신을 속이는데, 놀랍게도 화는 남에게 낸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무엇이 합당하고 타당한 것인지 알 수 없게 됐다는 점에서 지금의 정치는 무규범 상태에 가깝다. 끝을 보고 나서야 지금의 ‘정치 같지 않은 정치’가 멈추게 될까. 지금의 관성대로라면 세상을 증오와 적대로 양분하는 것에서 이득을 얻는 사람들이 앞으로도 위세를 떨칠 것이다. 의회 정치, 정당 정치에 상찬할 만한 것이 무엇이 있나를 생각하면 마음이 답답해진다. 대다수의 의원과 정당 활동가들의 헌신과 노력은 계속되고 있고, 그 덕분에 민주 정치의 기본은 지켜지고 있다. 하지만 국회의 권위나 정당의 존재감을 생각한다면 턱없이 부족하다. 돌아보면 10분의1도 안 되는 의원들이 정치를 함부로 한 결과다. 그들은 저열하게 말하고 끼리끼리 몰려다니며 억지 논란을 조장해 왔다. 그들에게 책임감이나 소명의식 같은 것은 없다. 그들이 만든 것은 ‘혁명의 시대’도 아니고 ‘공화의 시대’도 ‘민주의 시대’도 아니다. 무엇을 위해 정치를 하는지를 알 수 없는 그들은 자신만 망친 것이 아니라 정치 자체를 망쳐 놓았다. 상대 안중 없는 ‘독단 민주주의’로 8. 오래전 정치학자 에드워드 벤필드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습성이나 태도의 한 특징을 ‘무도덕적 가족주의’라고 표현한 바 있다. 지금 우리 정치가 그렇다. 자기 ‘패밀리’만 잘되면 된다. 분명 그런 태도에는 헌신성도 있고 열정도 있고 성실성도 있다. 다만 그런 헌신성, 열정, 성실성이 자기 편에게만 일방적이고 타자에게는 독단적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독단은 민주주의의 적이고, 정치의 순기능을 파괴하는 질병이다. 누가 사태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아쉬운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난 촛불집회나 대통령 탄핵은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에 한 획을 긋는 큰 사건이었다. 많은 이들이 더 나은 민주주의에 대한 기대를 최대로 표출했던 시간이었다. 촛불 이후 더 나아질 줄 알았지 나빠질 거라 본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런 기대나 바람은 실현되지 않았다. 오히려 극단적인 시민 분열로 이어졌다. 어떤 의제든 합의는커녕 기본적인 사실에 대한 이해도 공유도 안 되는 세상이 됐다. 이제는 촛불을 말하면 조롱거리가 되는 시대가 됐다. 尹의 집권은 文의 긴 그림자 9. 문재인 시대를 돌아보면 허탈해진다. 혁명과 청산의 구호를 앞세운 사람들은 자신들이 한 일을 어떻게 돌아보고 있을까. 그들은 무엇인가 일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기는 했을까. 아니면 잘못된 것은 없었다고 생각한 것은 아닐까. 얼마 못 있을 자리에 연연하고 여전히 자신을 위한 기회를 잡고자 열의를 발휘하는 그들을 지켜보며 그들이 하려 했던 혁명과 청산은 무엇이었나를 생각해 본다. 다시금 좋은 변화를 꿈꾼다면 문재인 시대 5년간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차분히 돌아봐야 한다. 루소의 일반의지가 구현된 것 같았던 촛불집회는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수준의 정치 양극화로 이어졌다. 대통령이 의회 정치와 정당 정치를 존중하지 않자 여야는 사나워졌고 견해를 달리하는 지지자들은 서로에 대해 무례해졌다. 이 과정에서 복수심과 적대 의식을 불러일으켜 이득을 취한 정치 파괴자들과 기회주의적인 야심가들이 양산됐다. 민주주의는 민주주의로되 정치의 기능과 역할이 사라진 민주주의, 일종의 형용모순이라 할 수 있는 ‘정치 없는 민주주의’가 도래했다. 그런데도 여권 안에서 아무런 경고음도 나오지 않았다. 당내 이견은 허용되지 않았고, 팬덤 정치의 부정적 양상은 그때도 심했다. 어찌 됐든 여론조사 결과만 좋으면 되는 세상 같았다. 정치인도 정당도 의회도 제 역할을 할 수 없는 이상한 민주주의를 그때 했다. 윤석열의 집권은 앞선 정치 실패의 귀결이다. 정치 없는 민주주의가 정치를 해서는 안 되는 집단에 야심을 가질 기회를 준 결과다. 결국 우리는 윤석열 시대만이 아니라 문재인 시대의 과오를 같이 뛰어넘어야 하는, 두 배나 어려운 과제를 안게 됐다. 이 문제를 진지하게 고찰하는 사람이 윤석열 이후는 물론 정치의 미래를 열 것이라고 본다. 윤석열의 집권은 문재인 시대의 긴 그림자 안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이다. 정치발전소 학교장
  • “세계는 주4일 논의하는데 한국은 거꾸로”…외신도 놀란 ‘주 69시간제’

    “세계는 주4일 논의하는데 한국은 거꾸로”…외신도 놀란 ‘주 69시간제’

    우리 정부가 추진해 청년층의 반발을 사고 있는 ‘주 최대 69시간’ 근무제를 두고 과거로 회귀하는 정책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는 13일(현지시간) ‘한국 정부의 제안: 1주일 근로시간을 52시간에서 69시간으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세계 다른 국가들이 주4일 근무를 논의하는 가운데, 서울은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근로자들이 일주일에 52시간까지만 일할 수 있도록 한 현행 제도를 개편해 바쁠 때는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의 노동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1주 단위의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월 또는 연 단위’로 확대해 탄력적 근무를 가능하게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매체는 한국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에 많은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이 실업률을 높일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며 “한국인은 연평균 1951시간을 일하는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716시간)을 크게 넘는 수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매체는 “(한국 정부 관계자들은) 개정안이 적용되면 포괄적으로 봤을 때 근로 시간이 줄고, 세계 최저인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것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고 전했다. ● “과로사” “일중독”…외신이 본 한국 개정안에 의문을 품은 것은 이탈리아만이 아니다. 앞서 호주 ABC는 한국의 ‘주 최대 69시간 근무제’를 소개하며 ‘과로사’를 ‘Kwarosa’라고 발음 그대로 표기했다. 호주 ABC는 “한국의 이런 문화 때문에 ”‘Kwarosa’(과로사)라는 말이 있다“며 “극심한 노동으로 인한 심부전이나 뇌졸중으로 돌연사하는 것을 일컫는 단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본에서도 한국의 과로사와 같은 단어인 ‘카로시(kasroshi)’라는 용어가 있고, 중국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 일한다는 ‘996’이라는 말이 있다”면서 아시아 국가들의 노동시간이 긴 점을 꼬집었다.워싱턴포스트는 ‘한국 정부가 이미 긴 52시간 근무에서 늘어난 69시간 근무제도를 제안하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미 ‘일 중독’으로 잘 알려진 한국에서 주 최대 69시간 근로제는 일과 삶의 균형을 망칠 것이라 우려하는 야당과 근로자들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고 보도했다. OECD 통계를 인용한 한국의 출산율과 자살률도 비교했다. WP는 “긴 노동 시간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한국의 출산율(0.78명)의 원인으로 꼽힌다”며 “반면 한국의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 당 24.1명으로 세계에서 높은 수치를 기록하는 국가 중 하나”라고 짚었다. 매체는 “세계보건기구(WHO)는 장시간 노동이 뇌졸중과 심장병의 위험 증가와 연관이 있다고 말한다”면서 “2021년 WHO 측은 일주일에 55시간 일하는 것은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준다고 경고했다”고 덧붙였다. ● 독일보다 ‘연 566시간’ 더 일하는 한국 한국의 연간 실노동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199시간 길다. 한국행정연구원의 ‘한국과 주요 선진국 노동시간 규제 현황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전체 취업자의 연간 실노동시간은 2021년 기준 1915시간이다. OECD 평균인 1716시간보다 199시간 긴 것이다. OECD 회원국 중 노동시간이 가장 짧은 독일의 1349시간과 비교하면 한국인은 연간 566시간이나 더 일했다. 일본도 1607시간으로 한국보다 연간 300시간 적게 일한다. 한편 ‘주 최대 69시간’ 근무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커지자 윤석열 대통령은 “입법 예고 기간 중 표출된 근로자들의 다양한 의견, 특히 MZ세대 의견을 면밀히 청취해 법안 내용과 대국민 소통에 관해 보완할 점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 사탕인 줄 알고…자석알 20개 삼킨 10살 아이의 사연 [여기는 베트남]

    사탕인 줄 알고…자석알 20개 삼킨 10살 아이의 사연 [여기는 베트남]

    사탕인 줄 알고 자석 20개를 삼킨 10살 아이의 장기에 천공이 생겨 병원에서 긴급 수술을 받았다. 14일 베트남 현지 언론 띤뉴스에 따르면 14일 오전 10살 남자아이가 심한 복통과 구토 증세로 병원을 찾았다. 진찰 결과 아이의 복부는 약간 부풀어 오른 상태로 복부 전체에서 통증을 느끼고 있었다. 엑스레이 촬영을 해보니 장 속에서 다양한 모양의 자석들이 발견됐다. 장벽은 붓고, 천공까지 생긴 상태로 응급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의사들은 구멍이 많이 뚫린 회장의 단면을 15cm가량 제거한 뒤 임시 인공 항문을 만들어 장 속에 있던 자석 20개를 꺼냈다. 자석들은 별, 하트, 타원형 등의 다양한 모양으로 아이는 사탕인 줄 착각하고 20개의 자석들을 삼켰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들은 아이가 정신 병력이 있긴 하지만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다고 전했다. 다만 아이가 너무 조용해서 언제 이물질을 삼켰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자석을 삼킬 경우 장 내부에서 강한 자력이 발생해 자석끼리 서로 끌어당기면서 장기에 천공이 생기는 등 치명적인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병원 측은 “얼마 전에도 자석 퍼즐 조각을 삼킨 4세 여아가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면서 “장 천공으로 이어져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부모들은 아이의 연령에 맞는 장난감을 선택하고, 음식과 혼동되기 쉬운 모양의 장난감은 피하라”고 당부했다.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장어구이, 변방의 음식에서 국가대표로/셰프 겸 칼럼니스트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장어구이, 변방의 음식에서 국가대표로/셰프 겸 칼럼니스트

    해외에 나갈 때마다 얻는 즐거움 중 하나는 우리에게 익숙한 식재료나 음식이 다양한 형태로 공간에 존재하고 있다는 걸 발견하는 일이다. 우리만 먹는 줄 알았던 순대나 곱창이 이탈리아에서는 이름과 요리 방식만 다를 뿐 사랑받는 음식인가 하면, 여름철 보양식인 한국의 장어구이를 일본에서 더 폭넓고 익숙하게 접한다는 사실 같은 것 말이다. 언뜻 달라 보이지만 의외로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다는 걸 배워 오는 재미가 있다. 장어는 동아시아를 비롯해 서양에서도 즐겨 먹는 어류다. 장어라고 해도 여러 종이 있지만 여기서 이야기할 장어는 민물장어인 뱀장어다. 한국에선 예로부터 보양식으로 장어를 탕으로 끓여 먹어 왔다는 기록이 있지만 장어구이는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한여름도 아닌데 장어 이야기를 갑자기 꺼낸 건 후쿠오카의 한 유명 장어구이 집에 한국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광경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그렇게까지 기를 쓰고 일본에서 장어구이를 먹어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궁금했다. 도쿄와 후쿠오카의 장어구이에도 차이가 있을까 궁금해 긴 대열에 동참했다. 흡족한 식사였지만 맛의 차이보다는 장어구이 자체에 더 호기심이 생겼다. 일본 사람들은 왜 이런 식으로 장어를 먹게 됐을까. 역사 전면에 본격적인 장어구이가 등장하게 된 건 17세기부터 19세기 에도 막부 때부터다.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변방이었던 에도, 즉 지금의 도쿄에 자리잡은 후 천하를 얻으면서 에도는 대도시로 급격하게 성장하게 된다. 강 하구와 바다가 만나는 지점이었던 에도에선 강과 인근 해안에서 잡은 다양한 어패류가 당시 100만 인구를 먹여 살리는 주요 식량원 중 하나였다. 인구가 많아지자 노상엔 길거리 음식을 파는 행상도 즐비했고 각종 해산물을 절이거나 구운 음식을 파는 식당도 성행했다. 그중 장어구이는 에도 사람들이 특히 좋아하는 음식으로 꼽혔다. 18세기 들어 에도 사람들은 도시가 성장하면서 자부심도 커졌는데 에도 음식에도 특별한 가치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이때 등장한 말이 ‘에도마에’ 즉, 에도의 식재료로 만든 음식이라는 뜻이다. 오늘날엔 에도마에라고 하면 에도 음식 중 하나이자 인기 있는 스시를 연상하지만, 18세기 말까지만 해도 에도마에를 대표하는 건 바로 장어구이였다. 현재 도쿄를 관통해 흐르는 스미다강과 간다강에서 장어가 많이 잡혔는데 특히 에도 동쪽 구역인 후카가와에서 잡은 장어가 가장 인기가 있었다. 수요가 급증하게 되자 남획이 성행했고 결국 에도산 장어가 씨가 마르는 일이 벌어진다. 많은 장어구이 식당들이 문을 닫는 사태가 벌어지자 지방에서 장어를 공수해 왔는데 에도 사람들은 지방에서 온 장어를 ‘객지 장어’라고 부르며 경시했다고 한다. 일본은 크게 교토를 중심으로 한 관서 지방과 도쿄를 중심으로 한 관동 지방으로 식문화를 양분하기도 한다. 우리가 보기엔 비슷해 보일지 몰라도 장어구이의 요리법 또한 관동식과 관서식으로 나뉜다. 따지고 들면 손질하는 방식부터 다르다. 장어를 손질할 때 몸통을 반으로 갈라 펼쳐 뼈와 내장을 제거하는데 관동에서는 등쪽을, 관서에서는 배쪽을 가르는 게 일반적이다. 관동에서는 장어를 초벌로 구운 후 한 번 찐 뒤 양념을 발라 굽는데, 관서에서는 찌는 과정을 생략한다는 차이가 있다. 그 밖에 꼬치를 꽂는 개수, 굽는 방법, 양념을 바르는 방식도 다른데 요즘엔 세세한 차이보다는 장어를 한 번 찌느냐 마느냐로 동서를 구분한다. 관동식은 한 번 찌는 과정을 거치다 보니 기름기가 덜하고 입에 넣으면 사르르 녹는 식감인 반면 관서식은 비교적 껍질이 바삭하고 기름진 게 특징이다.장어구이를 밥 위에 얹어 내는 장어 덮밥 ‘우나동’도 인기 메뉴 중 하나다. 일설에 따르면 1805년쯤 오쿠보 이마스케란 연극 단원이 장어구이를 너무 좋아해 매일 배달시켜 먹었는데 너무 바빠 장어가 식어버리자 뜨거운 밥 사이에 장어를 넣어 달라고 주문한 게 장어 덮밥의 시작이라고 전해진다. 한편 1850년대 에도에서 1, 2위를 다투는 고급 장어구이 식당에서 서민들을 위한 값싼 장어 덮밥을 팔면서 유행하기 시작했다는 설도 있다. 어느 게 진실인지 판단하긴 어렵지만 그만큼 장어구이가 인기 있는 메뉴였다는 정도로 이해하자. 장어구이의 수준을 결정하는 건 의외로 맛보다는 외형에 있다. 장어를 다루고 굽는 이들을 장인이라고 할만큼 장어 굽는 일엔 기술과 정성이 필요하다. 양념이 고루 발리지 못해 얼룩이 있다거나 탄 자국이 나면 안 된다. 또 손님상에 낸 장어구이의 살이 으깨지거나 흐트러져 있어도 안 된다고 하니 일본인들이 장어구이에 얼마나 진심인지 새삼 감탄스러울 따름이다.
  • 박수홍 변심에…손헌수 7세 연하女 결혼 발표

    박수홍 변심에…손헌수 7세 연하女 결혼 발표

    개그맨 손헌수씨가 7살 연하의 여자친구와 결혼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14일 KBS1 ‘아침마당’의 ‘화요 초대석’에 출연한 손씨는 “원래는 아예 결혼 생각이 없었다. 연애 생각도 없었는데 너무 귀한 인연이 찾아와서 나도 모르게 이렇게 진행된 거 같다”며 결혼을 발표했다. 이어 “결혼식은 10월에 올릴 예정이다. 정확하게 이야기하고 싶지만 ‘6시 내고향’ 촬영 다니면 어르신들이 다 오시겠다고 한다. 고향 어르신들이 4년여에 걸쳐서 장가 안 가냐면서 많이 소개를 해주셨는데 잘 되지 않았다. 저의 짝은 따로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손씨는 “처음에 일적으로 만났다. 7살 차이인데 ‘이 분’이라고 부른다. 그 분은 관광공사에서 근무 중이고, 담당자로서 나를 섭외했다. 일하다가 정이 들었는데, 손헌수가 꼬셨을거라고 하시는데 내가 고백을 당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는 운명적인 사랑을 기다렸다. 영화, 드라마에서 보면 캠퍼스에서 책을 떨어뜨렸을 때 주워주다가 눈이 맞는 느낌이다. 하지만 현실엔 없어서 비혼주의로 살았다. 그런데 이 분이 콘텐츠를 찍고 저녁에 나를 부르더니 고백을 하더라. 연애 경험은 있지만 고백을 한 적은 처음이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하지만 손씨는 별 감정이 들지 않았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그때 연애 감성이 0이었다. 사업과 방송을 하면서 정신이 없었다. 성공을 하고 연애라는 사치를 하겠다는 생각이었기에 지켜보는 시간을 갖자고 말했다. 이 분이 적당히 좋은 분이었다면 연애를 할 수도 있었지만 너무나 훌륭한 사람이었다. 그 후 사업이 힘들도 박수홍 선배 일로 가짜 뉴스에 시달렸다. 그때 이 분이 경기도의 힐링 장소에 함께 가서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더라. 다시 보이기 시작했고, 박수홍 선배, 이홍렬 선배, 진성 선배도 다 좋은 분이니 만나라고 하시더라”고 말했다. 손씨는 “한라산에 같이 올라갔다 내려오면서 고백을 했다. 나를 업어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표현을 했는데, 진짜로 한라산 중턱에서 업힌 적이 있다. 권투를 오래 해서 체력이 있는 분인데, 내가 나이 먹어서 기력이 없을 때 나를 챙겨주실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연애를 시작한 이유를 밝혔다. 특히 비혼주의자 박수홍의 결혼을 지켜보며 마음이 흔들렸다고 밝혔다. 손씨는 “존경하는 분이라서 그의 행동은 옳다고 생각했다. 비혼이 옳다고 생각했는데 결혼을 하시더라. 너무나 깨가 쏟아지고 행복해보이더라. 어려운 일을 겪으셨지만 힘이 되어주는 분이 옆에 있는게 부러웠고, 나도 결혼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며 “내가 결혼한다고 하니 박수홍 선배도 너무 좋아하신다. 같이 여행도 많이 다닌다. 결혼 선물 주신다고 해서 됐다고 하지만 내가 요즘 시력이 안 좋아졌는지 TV가 작게 보이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아내가 될 여자친구에 대해선 “이 분을 놓치고 싶지 않고 선배 부부들처럼 극으로 치닫고 싶지 않았다. 아주 사소한 걸로 싸우시더라. 그런데 이 분은 빈 틈을 찾아보려고 했는데 찾아지지가 않더라. 어떻게 이런 분이 내게 왔을까 싶더라. 의외의 모습이 있긴 하다. 박수홍 선배 부부와 유기견 봉사를 갈 때가 있는데, 이 분은 남성이 할 만한 일을 더 열심히 더 잘한다. 그게 의외의 모습이다”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또 “식성도 맞는다. 양이 다르긴 하지만 육식파다. 쌈에 고기를 3개를 넣어서 드실 정도”라고 웃었다. 손씨는 “장인, 장모님이 처음에는 놀라셨지만 ‘6시 내고향’, ‘일꾼의 탄생’ 등을 보시면서 너무 좋아하신다”고도 덧붙였다.
  • [주인의 날개달린 세상] 하늘을 나는 고양이/탐조인·수의사

    [주인의 날개달린 세상] 하늘을 나는 고양이/탐조인·수의사

    아웅~ 아아아웅~. 하늘에서 가느다란 고양이 소리가 들린다. 내 귀가 이상한 걸까. 소리가 나는 방향을 잘못 짚었나 싶어 다시 주위를 둘러본다. 하늘 위로 새들이 날아가는데 분명 고양이 소리는 그 새들이 내고 있다. 오색딱따구리가 낑낑거리는 개소리를 내는 것처럼 저 새가 고양이 소리를 내는 게 분명하다. 그 새들이 내려앉은 후 아웅 소리가 물가를 채운다. 하늘을 나는 고양이는 바로 황오리였다. 고양이 소리를 내는 오리라니, 필시 체격이 작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해다. 작은 새들이 대체로 가늘고 예쁜 소리를 내긴 하지만 새들의 세계에서 체격과 목소리는 큰 상관이 없는 경우도 많다. 발정기 고양이 소리 같은 가는 소리를 내는 황오리도 오리치고 작지 않다. 가장 흔하게 보이는 흰뺨검둥오리보다 크게 느껴진다. 비슷하거나 오히려 큰 크기인데 도널드 덕처럼 꽥꽥거리지 않는 오리가 있다니 신기할 따름이다.황오리는 유라시아대륙 중북부에서 번식하고 겨울에 한국을 찾는 겨울철새다. 몸통 전반은 주황색인데, 날개는 흰색과 검은색이 어우러져서 날 때 보면 주황과 흰색과 검은색의 대비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검게 보이는 날개깃은 빛을 잘 받으면 중간 부분이 검은 녹색의 금속 광택을 보여 더욱 화려하다. 겨울 물가에 모인 오리 중 가장 두드러지게 눈에 띄는 녀석이다. 해가 지기 전 붉은 햇살이 개천에 내려앉을 때 황오리들이 황금색으로 빛나는 걸 보고 ‘이래서 황오리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런데 그 황오리의 화려한 색은 보호색일지도 모른다. 몽골에 새를 보러 갔을 때, 황오리가 자신과 똑같은 색의 바위절벽에 앉아 알을 품고 있었다. 같이 가신 분이 알려 주지 않았다면, 그리고 황오리가 큰 새가 아니라면 발견하지 못했을 정도로 색이 비슷했다. 따뜻한 주말 황오리를 보러 공릉천으로 갔더니 이미 많이 고향으로 갔는지 수가 확 줄었다. 벌써 가는구나 하며 떠나보내는 마음은 늘 아쉽지만 가야 또 온다는 것을 안다. 가서 애기들 잘 낳아 키우고 가을에 더 많이 올 수 있기를, 그때까지 공릉천도 잘 지킬 수 있기를 설악산과 제주도 소식을 들으며 파헤쳐지는 공릉천을 무거운 마음으로 보며 바라고 또 바란다.
  • ‘네 발의 영웅들’ 처음 화물칸 아닌 객실칸 타던 날 [김유민의 노견일기]

    ‘네 발의 영웅들’ 처음 화물칸 아닌 객실칸 타던 날 [김유민의 노견일기]

    구조견들이 힘든 일을 하고 돌아가는 길에 짐칸에 실리진 않았으면 했다.지난달 7일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일어난 규모 7.8의 강진으로 세계 전역에선 구호대가 파견됐다. 미국, 영국, 크로아티아, 체코, 독일 등 각국 구호대는 건물 잔해에 갇힌 사람들을 찾아내기 위해 구조견을 동반했다. 한국에서는 토백이와 티나, 토리, 해태 등 구조견 4마리를 보냈다. 이에 튀르키예 항공사 ‘터키항공’은 튀르키예로 파견된 각국의 구조견들에게 객실(일등석과 비즈니스석 포함)을 제공했다. 일반적으로 10㎏가 넘는 반려동물은 비행기 화물칸에 탑승해야 하지만 항공사의 배려로 보다 편안하게 귀국하게 된 것이다. 터키항공은 “구조견들이 힘든 일을 하고 돌아가는 길에 짐칸에 실리진 않았으면 했다”라며 “이것이 우리가 영웅견들에게 표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감사”라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튀르키예 지진 구조견들을 최대한 객실에 탑승시키고 좌석을 업그레이드해 줄 계획”이라고 전했다. 터키항공은 구조견 뿐 아니라 23만8000명 이상의 구조 요원들에게 1300회 이상의 구호 비행을 지원했다. 구조 활동에 20억 리라(약 1395억원) 이상을 기부하고 피난민을 위한 긴급 의료품, 음식, 의류, 발전기, 위생 키트, 텐트 및 기타 필수 장비에 대한 화물 운송과 무료 항공편 등을 제공했다. 사람 살리는 고마운 구조견 사람과 비교해 최소 1만배 이상의 후각 능력과 50배 이상의 청각 능력을 갖춘 구조견은 재난 현장에서 실종자 위치 탐색이나 시신 발견 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중장비를 사용하면 잔해가 무너져 생존자들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데, 이럴 때 구조견이 투입돼 사람의 냄새를 맡고 냄새가 강한 곳에서 짖거나 긁도록 훈련을 받는다.튀르키예 투입된 韓 구조견 4총사 붕대를 감은 발로 참사 현장을 누벼 양국 국민들에게 감동을 선사한 ‘토백이’ 포함 구조견 4마리(토리, 토백, 티나, 해태)는 지난달 복귀했다. ‘네 발의 영웅’ 토리, 토백, 티나, 해태는 긴 비행시간을 견디고 생존자를 찾기 위해 강진으로 붕괴된 건물과 위험한 잔해들 사이를 누비며, 긁히고 베이고 찢기며 상처를 입었다. 유리 파편과 부러진 철근으로 발이 다쳤지만 붕대를 감고 현장을 누볐다. 튀르키예 국영방송 TRT 하베르는 ‘한국 구조견 3마리, 발에 붕대를 감고 작업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위험천만한 재난 현장을 이리저리 뛰어다닌 탓에 구조견들의 발이 성할 날이 없었다”라고 전했다. 신발은 오히려 구조견의 감각에 방해가 돼 위험할 수 있어 착용하지 않았다고 소방청은 설명했다. 구조견들은 발에 붕대를 감은 채 계속해서 수색 작업을 이어갔다. 한국에 도착해서는 다시 국내 사고 현장에 투입된다.한국에서는 해마다 10만 마리의 유기동물이 생겨납니다. “한 국가의 위대함과 도덕적 진보는 그 나라의 동물들이 받는 대우로 짐작할 수 있다”는 간디의 말이 틀리지 않다고 믿습니다. 그것은 법과 제도, 시민의식과 양심 어느 하나 빠짐없이 절실하게 필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어떠한 생명이, 그것이 비록 나약하고 말 못하는 동물이라 할지라도 주어진 삶을 온전히 살다 갈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노견일기를 씁니다. 반려동물의 죽음은 슬픔을 표현하는 것조차 어렵고, 그래서 외로울 때가 많습니다. 세상의 모든 슬픔을 유난이라고는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극단 양극화에 ‘입법부 기능’마저 참담한 21대… 최대 패자는 유권자[한규섭의 데이터 정치학]

    극단 양극화에 ‘입법부 기능’마저 참담한 21대… 최대 패자는 유권자[한규섭의 데이터 정치학]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역대급 불균형 구도로 출범한 21대 국회는 예전과 어떻게 달랐을까. 필자는 21대 국회 개원 이후 이루어진 4392회의 표결 기록을 분석해 보았다. 현재 의원직을 유지 중인 296명 국회의원을 분석 대상으로 했다. 불균형 구도가 초래한 결과는 참담했다. 한마디로 지금 국회는 극단적 양극화로 입법부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우선 표결 기록을 기반으로 각 국회의원들의 표결 성향(ideal points)을 추정했다. 이번 분석에서는 미국 정치학계에서 자주 활용되는 베이지언 문항 반응 모델을 활용해 유사한 표결 성향을 보이는 의원끼리 유사한 점수가 부여되도록 했다. 진보적인 표결 성향을 보일수록 음수(-), 보수적인 표결 성향을 보일수록 양수(+)가 부여되도록 점수화했다. 미국에서도 여러 언론 기관들이 유사한 분석을 주기적으로 실시해 개별 의원들의 표결 성향 점수를 유권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필자도 지난 2010년 이후 주기적으로 분석 결과를 언론사들과 함께 발표해 온 바 있다. 이번 분석에서 평균적으로 정의당 의원들은 2.195,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들은 1.292, 국민의힘 의원들은 0.172 정도의 표결 성향을 보였다. 우선 류호정(-2.385·1위), 배진교(-2.326·2위), 강은미(-2.256·3위), 이은주(-2.221·4위), 심상정(2.209·5위), 장혜영(-1.774·8위) 등 정의당 의원 6명 전원이 현재 국회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는 296명의 분석 대상 중 가장 ‘진보’ 성향의 의원들로 분류되어 민주당과는 확실히 차별화되었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에 연동형 비례대표제 협조 후 ‘위성 정당’으로 ‘뒤통수’를 맞아 ‘정체성 위기’를 초래하며 지지자들의 외면을 받았던 정의당이 21대 국회에서는 자기 색깔을 분명히 냄으로써 전통 지지층 재확보에 나선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전·현 민주당 소속 의원들 중에서는 강민정(-1.992·6위), 민형배(-1.792·7위), 양이원영(-1.726·9위), 윤영덕(-1.631·10위), 김의겸(-1.603·11위), 윤미향(-1.587·12위), 권인숙(-1.567·13위), 윤건영(-1.564·14위), 장철민(-1.556·15위), 서동용(-1.545·16위) 의원 등이 가장 ‘진보’적인 표결 성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김웅(0.557·296위), 박대출(0.531·295위), 정경희(0.504·294위), 김영선(0.424·293위), 조수진(0.417·292위), 박성중(0.339·291위), 유상범(0.327·290위), 한무경(0.301·289위), 최재형(0.286·288위), 윤두현(0.286·287위) 의원 등이 가장 ‘보수’적인 표결 성향을 보인 것으로 분류됐다. 이들 여야 의원 20명의 가장 중요한 공통점은 비례대표(8명)이거나 영호남(6명)에 지역구를 둔 의원이라는 점이다. 지역구 공천을 받아야 하는 비례대표들과 당선이 확실한 지역이어서 공천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구를 가진 의원들이 내년 총선에 대비해 지도부의 눈도장을 받으려 노력한 결과로 보인다. 이들 가운데 서울 지역의 여야 의원들도 지역구가 구로을, 서초을, 송파갑 등 여야의 텃밭인 경우였다.이번 분석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결과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이념 성향 차이가 무려 1.12에 달했다는 점이다. 필자는 지난 2021년 국회에서 전자투표가 도입된 17대 국회 중반부터 20대 국회 전반기까지의 표결 기록을 분석한 바 있었다. 당시 17대에서 20대까지 거대 정당 간 표결 성향 차이가 0.550점→0.787점→0.889점→0.890점으로 벌어지며 양극화가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었는데 21대 국회에서 차이가 더 크게 벌어진 것이다. 이런 경향성이 마지막 남은 1년간 지속된다면 21대 국회는 ‘양극화 정치의 끝판왕’이라는 오점을 남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필자 연구팀은 최근 1987년 이후 21대 국회 초반인 2021년까지 6만 7000여건의 법안에 대한 정당 공동발의 네트워크도 분석한 바 있다. 1987년부터 2005년까지 정치 상황에 따라 정당 공동발의 비율이 등락을 거듭했으나 평균 약 49.4%(진보 정당)와 36.0%(보수 정당)를 기록했다. 그러나 정당 공동발의는 2000년대 중반 이후 지속적으로 줄었고 21대 국회 첫 1년에 해당하는 2021년에는 전체 공동발의 중 다른 정당 소속 의원들과의 공동발의가 차지하는 비율이 각각 5.5%(민주당)와 9.5%(국민의힘)에 불과했다. 반면 자기 정당 소속 의원들과의 공동발의 비율은 94.5%(민주당), 83.9%(국민의힘)에 달했다. 민주화 직후보다 국회의 양극화가 더 심화된 것이다. ‘민주주의의 퇴화’라 부를 만하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두 정당 후보의 득표율 차이가 불과 0.7% 포인트, 지난 2020년 총선에서 두 정당 후보들의 득표율 차이가 8.4% 포인트 정도에 불과했던 것을 고려하면 어떤 기준으로 봐도 지난 3년간 21대 국회의 의정활동이 유권자 지형의 대표성을 보였다고 하긴 불가능하다. 두 거대 정당 간 의석수 차가 워낙 커 표결 자체가 거의 의미가 없다 보니 표결 참여율도 엄청나게 낮았다. 실제로 지난 3년간 4392회의 표결에서 의원들의 평균 표결 참여율을 계산해 보면 재보궐 당선자와 비례대표직 승계 의원을 제외하더라도 약 34.6% 정도에 불과했다. 국회의원들은 표결이 있을 때 10번 중 3.5회 정도만 참여한 것이다. 전용기, 정필모, 기동민, 김수흥, 김민기, 김영호, 한병도, 서동용, 윤영덕, 김철민, 허종식(이상 민주당) 등 그나마 가장 높은 참여율을 보인 의원들조차도 45%를 넘지 못했다. 민주당은 법안 처리를 위해 국민의힘의 이탈표가 필요 없다 보니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의 동의라도 얻을 만한 법안을 발의할 동기가 전혀 없고 국민의힘은 어차피 표결에 참여해 반대표를 던져도 법안 통과를 막을 길이 없다 보니 아예 표결 참여 자체를 하지 않은 결과로 보인다. 21대 국회는 ‘역대급 불균형 구도’라는 정치 실험으로 볼 수 있다. 이 정치 실험의 결과는 정치 양극화의 극단화로 귀결되는 듯하다. 두 거대 정당이 거의 동일한 의석수를 지니고 첨예하게 대립했던 20대 국회와 비교해도 양극화가 눈에 띄게 심화됐다. 국회는 21대 출범 이후에도 여전히 각종 신뢰도 조사에서 최하위를 독차지해 오고 있다. 절대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일방 통행’을 통해 과연 무엇을 얻었는지도 의문이다. 결국 정권 재창출에도 실패하지 않았나. 국회의 여야 극단 대립은 승자는 없고 패자만 있는 ‘치킨 게임’으로 보인다. 물론 가장 큰 패자는 유권자다. 이런 국회는 대체 누가 감사해야 하나.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정치커뮤니케이션)
  • 건축이 된 회화… 평면적 입체와 입체적 평면 사이[건축 오디세이]

    건축이 된 회화… 평면적 입체와 입체적 평면 사이[건축 오디세이]

    화가 서용선 작품 전시·관리 목적…도로변 우뚝 선 낯선 적색 구조물벽같이 납작한 사각형이었다가 몇 발만 더 가면 캔버스 같은 평면한숨 돌리며 더 가면 다시 입체로 변화무쌍 의외 모습 띤 ‘조각 작품’작가의 대표적 이미지 녹·적·파·노 주변 자연의 색과 자연스럽게 조화 서울 근교의 별장지로 유명한 경기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에 가는 방법은 두 가지다. 양수리 쪽에서 들어가거나 서종 IC 쪽에서 가는 방법이다. 양수리 쪽에서 북한강 줄기를 따라오다 문호리에 접어들면 오른쪽으로 암적색 구조물이 눈에 들어온다. 마을 입구 도로변에 벽을 세워 놓은 것처럼 납작한 사각형 건물. 그런데 조금 이동하자 이 구조물의 모습은 금세 볼륨을 가진 박스로 바뀐다. 조금 더 이동해서 정면을 향해 바라보면 다시 캔버스처럼 평면이다. 좀더 지나서 바라보면 평면은 다시 입체로 보인다. 시점에 따라 다르게, 의외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이 마치 조각 작품 같다. 건축물은 화가 서용선의 작품 전시와 아카이브를 목적으로 지어진 ‘메타박스’(METABOX)다.메타박스를 디자인한 건축가 정의엽(AND건축사사무소 소장)은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2차원적인 3차원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납작하게 보였는데 두툼하고, 두툼한 줄 알았는데 다시 납작해지는 건축에 대해 정 소장은 “이 길을 오고 가는 길목에 있는 만큼 예술작품을 볼 때처럼 익숙하지 않은 ‘낯선 지각적 경험’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서종면은 화가들의 작업실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물 맑고 산세 좋고,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예전엔 서울에 비해 땅값이 매우 낮은 편이라 넓은 공간을 확보하기가 쉬웠기 때문이었다. 역사와 설화 그리고 현대도시의 풍경을 주제로 작업하는 서용선 작가도 오래전에 서종면 문호리에 삶의 터를 잡고 작업해 왔다. 세상과 좀더 가까이 소통하는 방법을 물색하고자 전시와 아카이브를 겸하는 공간이 필요했고 마침 출판사 ‘연립서가’를 차린 조카 부부의 사무실 공간도 필요하던 차에 땅을 마련해 건물을 짓기로 했다. 서 작가는 서울대 교수 시절의 제자 정일영 작가에게서 정 소장을 소개받았다.“단순한 상업건물이 아니고 화가의 아카이브와 전시기능을 하는 공간인 만큼 서용선 작가의 고유한 태도와 시선을 건축에 새겨 넣고 싶었습니다.” 작가 서용선의 작품과 생각을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작업의 구상을 시작했다. 화가 서용선을 이해하기 위해 정 소장이 던진 첫 질문은 “그림은 무엇입니까?”였다. 정 소장이 전하는 서용선의 대답은 이렇다. “회화는 이미지를 표현하는 행위이다. 이미지란 사람의 머릿속에 무언가 떠오르게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림뿐만 아니라 글과 상징도 이미지이며 모든 인간은 이미지를 표현하며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화가의 작업은 이미지를 만드는 형식을 넓히는 행위이며 회화, 즉 이미지의 형식은 결국 인간을 표현하는 방법이다.”선문답 같지만 공간의 이미지를 만드는 건축가에게는 바로 무슨 의미인지 와닿았다. “‘화가의 작업은 이미지를 만드는 형식을 넓히는 행위’라는 말은 많은 생각거리와 작업을 풀어 나가는 실마리를 제공했다”고 정 소장은 말한다. 그는 여러 차례 서용선의 작업실을 찾아가 그의 그림들을 보면서 작가가 공간과 인물 등 이미지를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서 탐구했다. “서용선 작가의 작품은 현실의 3차원 공간을 캔버스에 2차원화하는 방식에 대한 탐구로 가득했습니다. 완전히 추상화시키거나 개념화하지는 않으면서 사실적 혹은 원근법적으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을 포착하고 있었습니다.” 서용선이 그리는 도시와 실내 공간에서 자주 보이는 격자 형태의 선들이 투시 원근법적인 도시공간의 지각을 형성하는 듯하지만 실제 공간을 재현하는 것은 아니다. 15세기 이탈리아 건축가 브루넬레스키에 의해 체계화된 원근법은 공간을 인식하는 가장 보편적인 이미지화의 방법과는 달랐다. 정 소장은 “거리가 바짝 압축되고, 다른 시간 혹은 공간이 하나의 이미지를 구성하는 서 작가의 공간 표현은 객관적 인식이라기보다는 주관적 심리와 실제적 감각 사이에 존재하는 종합적인 지각의 이미지”라면서 “이성중심적 사고방식이 만든 현대도시에서 작가가 경험하고 사유한 것을 그의 방식으로 표현한 것으로 해석했다”고 말했다.화가의 원근법적 공간지각과 평면적인 이미지, 비틀기는 정 소장이 건축물을 설계하는 방향이 됐다. 작가가 추구하고 실현하는 예술이 일상의 공간과 삶에 던지는 가치를 캔버스 밖으로 확장해 건축과 도시로 편입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고 설계했다. 정 소장은 “관습적인 공간의 이미지화 방식에 질문을 던지는 것이 이 건물이 서 있는 방식이 되도록 하고 싶었다”면서 “건축이 한 예술가가 발견하고 열망한 회화의 세계로 초대하는 하나의 상징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다시 건물을 본다. 정면에서 볼 때 건물은 마치 평면에 그린 정육면체처럼 지각된다. 정면은 19m×19m의 정사각형이 확실하지만 정육면체는 아니다. 건물 7m 두께의 건물은 거대한 박스를 밑에서 올려다보면서 캔버스에 그려 놓은 것 같다. 그러니 메타박스는 평면적 입체와 입체적 평면 사이에 존재하는 셈이다. 정면에서 보면 높이 2.2m 규격의 가늘고 긴 거푸집이 만들어 내는 격자패턴은 정직하게 기하학적 규칙을 이루고 있다. 거푸집 3칸이 한 층이다. 가운데 2개 층의 중앙에는 격자창 루버(빛을 걸러 주는 장치)를 설치했다. 두께가 없어 보이는 격자창은 CRC(시멘트 보드)를 거푸집과 같은 크기로 잘라 금속과 연결해 만들었다.평면은 좌우로 긴 사각형이다. 내부 좌측에는 엘리베이터, 우측에는 직통 계단을 설치했다. 기울어진 기단부를 이루는 1층은 홍수 침수 레벨이라 진입구와 동선으로 사용된다. 전시 공간인 2층은 루버가 있는 3층 일부까지 천장이 트여 있고 나머지 3층 공간과 4층은 출판사가 사용한다. 사무실 옥상은 외부 전시와 주변 풍경을 만나는 장소가 된다. 좌우로 분리된 수직 동선과 각 층의 수평 동선은 전시에서 다양한 동선과 공간구조를 만들 수 있도록 했다. 건물은 북서향으로 뒤쪽(남쪽)으로 난 창문들을 통해 충분하게 채광이 된다. 뒤편에 규칙적으로 뚫린 사각형 창들은 전시가 열릴 때는 작품 이미지로 대체된다. 우측 직통 계단을 따라 수직으로 가늘게 절개된 창은 조명이 들어오면 기다란 빛의 선이 서 있는 것 같다. 이 창은 정면과 측면을 분리해 파사드의 평면성을 강조하고 계단실로 빛을 산란시켜 전시 공간으로 유입시키는 역할을 한다. 정면에서 본 정육면체는 단순하지만 조금만 돌아보면 그 이미지는 이내 깨진다. 각이 잡혀 딱딱하며 뭔가 낯설고 거대한 형태는 암적색과 결합해 더욱 강렬하게 다가온다.정 소장은 “건물이 섰을 때 주변의 산에서 초록을 볼 수 있고, 노란색은 땅에서, 파란색은 하늘에서 자주 볼 수 있지만 자주 보이지 않는 붉은색 덩어리가 작가 특유의 감각을 대표하는 이미지라고 판단했다”면서 “다만 익숙한 벽돌의 붉은색이 아니라 거대하고 거칠고 원초적인 방식으로 나타나는 것이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거친 암적색 외피는 화가가 직접 조색한 반투명의 콘크리트용 스테인을 여러 번 중첩해 바른 것이다. “화가의 공간으로 초대하는 2차원적 3차원의 이미지가 됐으면 해서 화가에게 직접 조색을 요청했다”고 정 소장은 말한다. “서 작가의 작품에는 원색이 많이 등장하는데 특히 붉은색은 아주 중요한 상징성을 갖습니다. 인물의 눈에서부터 얼굴과 신체, 윤곽이나 격자 모양 선에 자주 나타납니다. 때로는 대상을 여백과 분리하기도 하고 연결하기도 하는 색으로 쓰입니다. 작가의 작품에서 붉은색은 사실적이기도 하면서 추상적이고, 상징적인 동시에 심리적인 색입니다.” 그러고 보니 낯설면서도 강렬한 서용선의 작품이 공간에 서 있는 것 같다. 정 소장은 “우리가 익히 알던 건축물이나 물질, 색과 빛에 대한 지각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메타박스는 새로운 지각과 이미지에 대한 탐구를 유도하는 서용선의 작품 속으로 떠나는 또 다른 여행으로의 초대이다. 함혜리 건축 칼럼니스트
  • 심신미약 안 통했다… ‘19층 살인 사건’ 25년형 확정

    심신미약 안 통했다… ‘19층 살인 사건’ 25년형 확정

    이별을 통보했다는 이유로 연인을 흉기로 찌른 뒤 19층 베란다에서 떨어뜨려 살해한 남성이 중형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살인과 마약류 관리법 위반(마약·향정) 혐의로 기소된 김모(33)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고 12일 밝혔다. 가상자산(암호화폐) 투자업체를 운영하던 김씨는 2021년 11월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에서 연인이던 피해자가 이별을 통보하자 흉기로 피해자의 몸을 여러 차례 찌른 뒤 아파트 19층 베란다에서 떨어뜨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김씨는 피해자와 2020년 8월쯤부터 교제했고 사건 발생 9개월 전부터는 동거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살인과 별개로 김씨의 마약 범죄도 발견됐다. 김씨는 수차례 대마를 구매해 흡연하고 환각 증상을 일으키는 전신마취제인 케타민을 구매한 혐의 등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20대에 불과했던 피해자가 목숨을 잃으면서 겪었을 신체적·정신적 고통은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극심했을 것”이라며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김씨는 심신 미약 상태에서 범행한 점을 참작해 달라며 항소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도 “김씨가 오랜 기간 정신과에서 약물 치료를 받은 점은 인정되지만, 이로 인해 범행 당시 행동 통제 능력이 줄었다고 보긴 어렵다”며 “엄중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형을 확정했다.
  • “프랑스 1490시간, 한국 1915시간…이미 ‘일 중독’”

    “프랑스 1490시간, 한국 1915시간…이미 ‘일 중독’”

    정부가 주 최대 69시간 근로가 가능한 근로시간제도 개편안을 발표한 뒤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권기섭 고용노동부 차관은 지난 9일에도 “대다수가 제도 개편을 원한다”고 설명했지만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여론이 우세한 상황이다. 개편안은 매주 52시간 상한을 지켜야 하는 기존 제도를 유연화해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평균 주 52시간’을 맞추는 게 핵심으로, 특정 주에는 최대 69시간(11시간 연속휴식 적용) 또는 64시간(11시간 연속휴식 무적용)까지 일할 수 있는 구조다. 자연스레 장시간 노동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되는 가운데, 미국 워싱턴포스트도 이를 집중 보도했다.“한국, 이미 ‘일 중독’…과로사 늘 수 있다는 우려도” 워싱턴포스트는 12일(한국시간) ‘한국 정부가 이미 긴 52시간 근무에서 늘어난 69시간 근무제도를 제안하다’라는 기사에서 “이미 ‘일 중독’으로 잘 알려진 한국에서 주 최대 69시간 근로제는 일과 삶의 균형을 망칠 것이라 우려하는 야당과 근로자들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고 전했다.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1년 통계를 인용해 미국인의 연간 노동시간은 1791시간, 프랑스는 1490시간 등이지만, 한국은 1915시간이라고 전하면서 “한국인은 이미 많은 외국인들보다 더 많은 시간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워싱턴포스트는 “윤석열 정부는 여론을 흔들기 위해, 일부 근로자는 새로운 규정에 따라 더 많은 자유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또 주 60시간 이상 연속 3주 근무하는 것에 제한이 있을 것이라 설명한다”면서 주 최대 69시간 근로제를 통해 주4일 근무가 가능하다는 이정식 고용노동부장관의 말을 전했다. 또 “이런 제안은 고용주에게 특정 시기에 더 많이 일하게 하는 법적인 근거를 줄 수 있다고 우려하는 근로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자살률, 세계에서 높은 수치 기록하는 국가 중 하나” OECD 통계를 인용한 한국의 출산율과 자살률도 비교했다. 매체는 “긴 노동 시간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한국의 출산율(0.78명)의 원인으로 꼽힌다. 반면 한국의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 당 24.1명으로 세계에서 높은 수치를 기록하는 국가 중 하나”라고 전했다. 이어 “세계보건기구(WHO)는 장시간 노동이 뇌졸중과 심장병의 위험 증가와 연관이 있다고 말한다”면서 “2021년 WHO 측은 일주일에 55시간 일하는 것은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준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MZ세대가 선호한다는 ‘주69시간’ 근로제…정작 MZ노조는 “반대” 정부는 근로시간제 개편안에 대한 반발이 목소리가 나오자 MZ세대를 언급했다. 지난 2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청년들이) 일할 때는 열심히 일하고 쉴 때는 확실히 쉴 수 있도록 근로시간을 유연화하겠다“고 밝혔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역시 7일 “20‧30 청년층 같은 경우도 다들 좋아한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MZ세대의 실제 목소리는 달랐다. 지난 9일 ‘MZ 노조’의 모임인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는 정부의 제도 개편안에 공식적으로 반대하며, 첫 의견문을 통해 ”연장근로 관리단위 확대는 노동자 근로조건을 개선해 온 국제사회 노력과 역사적 발전 과정에 역행한다. 개편안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말 15~34세 청년 7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청년들이 희망하는 주당 근로시간은 ‘42.28시간’에 불과했다. ‘추가 근로 시간에 대한 보상이 있어도 더 많은 시간을 일해야 하는 직장에는 취업하지 않을 것’이라는 답변은 46.7%였다. 근로 시간 개편으로 ‘크런치 모드’ 등 장시간 노동 직격탄이 우려되는 정보기술(IT) 업계도 부정적인 입장이다. IT노조는 ”주 69시간제는 과거로의 퇴행“이라며 ”일이 많을 땐 연장 근무와 휴일 근무까지 하고, 쉴 때 길게 쉰다고 하는 건 기계를 돌릴 때나 쓸 수 있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 헤어지자는 연인 찌르고 19층에서 밀어버린 30대, 심신미약 주장의 결말

    헤어지자는 연인 찌르고 19층에서 밀어버린 30대, 심신미약 주장의 결말

    헤어지자고 했다는 이유로 연인을 흉기로 찌른 뒤 19층에 밀어 살해한 남성에 대해 징역 25년이 확정됐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33)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김씨는 2021년 11월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에서 연인이었던 피해자와 말다툼을 벌이다 헤어지자는 말에 격분, 흉기로 피해자의 몸을 여러 차례 찌른 뒤 아파트 19층 베란다에서 밀어 떨어뜨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범행 뒤 112에 직접 신고해 자신도 극단적 선택을 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출동한 경찰에 의해 저지당한 후 체포됐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김씨의 마약 범죄도 발견됐다. 1심 재판부는 “20대에 불과했던 피해자가 목숨을 잃으면서 겪었을 신체적·정신적 고통은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극심했을 것”이라며 중형을 선고했다. 다만 김씨가 향후 불특정인을 상대로 재범할 것이라 단정하기 어렵다며 검찰의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 청구는 기각했다. 김씨는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한 점을 참작해달라며 항소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도 “엄중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며 원심판결을 유지했다. 2심 재판부는 “김씨가 오랜 기간 정신과에서 약물 치료를 받은 점은 인정되지만, 이로 인해 범행 당시 행동 통제 능력이 줄었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 美언론 “한국, 이미 ‘일 중독’…과로사 늘 수 있다는 우려도”(WP)

    美언론 “한국, 이미 ‘일 중독’…과로사 늘 수 있다는 우려도”(WP)

    정부가 주 최대 69시간 근로가 가능한 근로시간제도 개편안을 발표한 뒤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워싱턴포스트도 이를 집중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의 11일(이하 현지시간)자 ‘한국 정부가 이미 긴 52시간 근무에서 늘어난 69시간 근무제도를 제안하다’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이미 ‘일 중독’으로 잘 알려진 한국에서 주 최대 69시간 근로제는 일과 삶의 균형을 망칠 것이라 우려하는 야당과 근로자들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고 전했다.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1년 통계를 인용해 미국인의 연간 노동시간은 1791시간, 프랑스는 1490시간 등이지만, 한국은 1915시간이라고 전하면서 “한국인은 이미 많은 외국인들보다 더 많은 시간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윤석열 정부는 여론을 흔들기 위해, 일부 근로자는 새로운 규정에 따라 더 많은 자유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또 주 60시간 이상 연속 3주 근무하는 것에 제한이 있을 것이라 설명한다”면서 주 최대 69시간 근로제를 통해 주4일 근무가 가능하다는 이정식 고용노동부장관의 말을 전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의) 이러한 제안은 고용주에게 특정 시기에 더 많이 일하게 하는 법적인 근거를 줄 수 있다고 우려하는 근로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고 덧붙였다.  익명의 삼성 계열사 직원(34)은 워싱턴포스트에 “정부는 (주 최대 69시간 근로제를 통해) 우리의 연간 노동시간이 유지되거나 더 줄어들 것이라고 말한다”면서 “그러나 언제나 해야 할 일이 (근무시간보다) 많다. 주 69시간 근무제가 시행된다면 과로로 인한 사망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해당 인터뷰에 이어 OECD 통계를 인용한 한국의 출산율과 자살률을 비교했다.  이 매체는 OECD를 인용해 “긴 노동 시간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한국의 출산율(0.78명)의 원인으로 꼽힌다. 반면 한국의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 당 24.1명으로 세계에서 높은 수치를 기록하는 국가 중 하나”라고 전했다. 이어 “세계보건기구(WHO)는 장시간 노동이 뇌졸중과 심장병의 위험 증가와 연관이 있다고 말한다”면서 “2021년 WHO 측은 일주일에 55시간 일하는 것은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준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주 최대 69시간 근로제가 일부 근로자에게는 ‘공허’하게 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내놓았다.  LG계열사의 한 직원은 워싱턴포스트에 “밤 9시 또는 밤 10시까지 일하는 것은 내게 일상이다. 주52시간 근무제는 내가 더 긴 시간을 일하는 걸 막지 못했다”면서 “그래서 주 69시간 근무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언론 기사를 보면 공감이 가지 않는다. 어쨌든 나는 (이미) 장시간 노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MZ세대가 선호한다는 주69시간 근로제, 정작 MZ노조는 “반대” 정부의 근로시간제 개편안은 주 단위로 관리되던 연장근로시간을 노사가 합의할 경우 '월·분기·반기·연' 단위 총량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경우 주당 최대 69시간까지 근로가 가능해진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근로시간제 개편안에 대한 반발이 목소리가 나오자 MZ세대를 ‘방패막’으로 활용했다.  지난 2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청년들이) 일할 때는 열심히 일하고 쉴 때는 확실히 쉴 수 있도록 근로시간을 유연화하겠다“고 밝혔고,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7일 “20‧30 청년층 같은 경우도 다들 좋아한다”고 언급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도 지난 6일 “요즘 MZ세대는 기성세대와 달리 '부회장 나와라, 회장 나와라, 성과급이 무슨 근거로 이렇게 됐냐' (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권리 의식이 굉장히 뛰어나다”면서 “적극적인 권리 의식이 법의 실효성을 있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기대와 달리 MZ노조로 불리는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새로고침)은 9일 공식 입장문에서 “연장근로 관리단위 확대는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개선해왔던 국제사회의 노력과 역사적 발전 과정에 역행한다”며 “연장근로 관리단위 확대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는 OECD 가입국 38개 중 평균 근로시간이 2021년 기준 4위로 장시간 노동에 대한 지적이 있어 왔다”면서 “우리나라는 연장 근로 상한이 높고, 산업 현장에서 연장근로가 빈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MZ세대를 주축으로 한 신생 노조 새로고침은 LG전자 '사람중심사무직노조',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 등 8개 사업장 노동조합의 연대체로 지난달 21일 "정치적 구호가 아닌 노조 본질에 맞는 목소리를 내고 노사가 상생하는 사회를 만들겠다"며 공식 출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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