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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벨 당스’ 안무가 조엘 부비에, 사랑을 말하다

    ‘누벨 당스’ 안무가 조엘 부비에, 사랑을 말하다

    “유럽 사람에게 뽀뽀해 보라거나, 사랑 행위를 표현해 보라 그러면 거침없이 해요.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다소 쑥스러워 하더군요. 하지만 겉으로는 보수적인 면이 있더라도 그 내면에 담긴 풍부한 감성을 믿어요. 그걸 잘 융합해서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누벨 당스’(Nouvelle Danse)의 상징 조엘 부비에(52)의 말이다. 부비에는 시적이면서도 관능적인 표현을 주무기로 1980년대 이후 현대무용계의 총아로 떠오른 프랑스 안무가다. 국립현대무용단의 ‘해외안무가 초청공연’의 일환으로 한국 공연을 맡았다. 11월 5~6일 서울 용산동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 오르는 ‘왓 어바웃 러브’(What about love)이다. 홍승엽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은 “10여년 전 부비에 공연을 보고 크게 감동받았는데 이렇게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이라면서 “만족스러운 공연을 만들어내겠다.”고 자신했다. ‘왓 어바웃 러브’는 제목에서 드러나듯 사랑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을 몸짓으로 풀어낸다. 부비에는 지난 19일 한국 기자들과 만나 “언어가 통하지 않는 곳에 와 있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주제인 사랑을 보여주는 데에는 별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면서 “따뜻한 느낌의 안무로 섬세한 인간미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무용수들의 열정적 태도 덕분에 새로운 생각을 공유하면서 함께 만들어나간다는 느낌이 들어 몹시 즐겁다.”고 덧붙였다. 연습장면을 보니 무용수 그 자체에 집중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부비에는 “최근에는 영상 이미지를 활용한 무대가 많고, 그것이 안무를 더 다채롭게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이번 무대에서는 그런 매체를 쓰긴 하되 최소화해서 안무 자체를 돋보이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한가지의 특징이라면 지난 4월 직접 16명의 무용수를 뽑았는데 그 가운데 4명이 35세 이상이라는 사실이다. 부비에는 “춤에는 기술적인 요소도 있지만 사랑을 다루는 작품에서는 기술적 요소 못지 않게 깊숙한 표현력도 매우 중요하다.”라면서 “다양한 나이대의 다양한 사랑 얘기가 더 흥미롭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1만~1만 6000원. (02)3472-1420.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건반 위에서 완벽한 자유를 꿈꾸죠”

    “건반 위에서 완벽한 자유를 꿈꾸죠”

    다섯 살 때 처음 키보드를 만졌다. 건반을 누르면 알록달록 조명이 들어오는 카시오 장난감 키보드. 꼬마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키보드를 품고 다녔다. 맞벌이 부모 대신 꼬마를 학교에 통학시키던 이웃집 아줌마가 그 모습을 눈여겨보고 그의 어머니에게 전했다. 그때부터 피아노 레슨을 받았다. 여덟 살에 독주회를 했고, 열두 살 때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선 제법 피아노 신동으로 소문났다. 그래도 일반 고교에 진학했다. 의사였던 어머니는 아들이 같은 길을 걷길 원했다. 소년도 과학·수학 등에 관심이 많았다. 고3 때 피아니스트 레온 플라이셔의 마스터클래스에 참가한 게 소년의 운명을 돌려놓았다. 오른손 마비에도 좌절하지 않고 왼손 피아니스트로 거듭난 것으로 유명한 플라이셔는 소년을 명문 피바디음대(존스홉킨스대)로 불러들였다. 2005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쇼팽콩쿠르. 청년은 심사위원을 맡은 베트남 출신 피아니스트 당 타이 손에게 “이번 콩쿠르에서 가장 인상 깊은 연주를 들려줬다.”는 극찬을 받았다. 그런데 결선 문턱에서 쓴잔을 마셨다. 국내 언론들도 공동 3위 임동민·동혁 형제만을 주목했다. 절치부심했다. 이듬해 독일 뮌헨에서 열린 ARD콩쿠르 1위에 오르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지난 17일 서울 삼성동 올림푸스홀에서 재미교포 피아니스트 벤 킴(28·김진수)을 만났다. 독일 베를린에서 전날 입국한 탓인지 조금 피곤해 보였다. 7박 8일간 한국에 머무는데 올림푸스홀(22일) 공연을 비롯해 다섯 차례나 연주 일정이 잡혔다. 앨범(쇼팽: 24개의 전주곡과 4개의 즉흥곡)도 20일 냈다. 그래도 동안(童顔)의 맑은 미소는 여전했다. 유독 여성팬이 많은 까닭을 알 만했다. “(여성팬이 많다는 말을) 가끔 듣긴 하는데 진짜인지는 모르겠다.”며 수줍게 웃는 그는 “열네 살까지 외할머니와 함께 살며 한국말을 배웠다. 그런데 독일로 간 뒤 (한국말) 실력이 확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베를린음대에서 클라우스 헬빅을 사사하고 있다. 새 앨범과 공연 레퍼토리로 쇼팽을 고른 까닭이 궁금했다. “쇼팽을 진짜 좋아하는데 한동안 의식적으로 멀리했어요. 2005년 쇼팽콩쿠르에 앞서 1년 반 정도는 종일 쇼팽만 연습했거든요. 좀 지겨웠나 봐요. 사람들은 쇼팽의 작품을 예쁘다고만 생각하는데 그건 빙산의 일각이에요. 묵직한 통증 같은 게 그 안에 담겨 있어요.” 늦깎이인 벤 킴을 이만한 위치에 올려놓은 것은 콩쿠르 덕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는 “콩쿠르는 일종의 필요악”이라면서 “콘서트와 콩쿠르의 중압감은 비교할 수 없다. 꾸준히 노력하고 연습하는 자만이 성공할 수 있기 때문에 근육을 단련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취미로 피아노를 시작했다가 뒤늦게 진로를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충고를 부탁했다. 그는 “음악에 대한 관심이 50%, 다른 분야가 50%라면 음악을 택하는 게 낫다. 다른 길을 걷다가 뒤늦게 음악으로 돌아오려면 너무 힘들다. 음악을 하다가 다른 공부를 하는 건 상대적으로 쉽다.”고 말했다. 롤 모델에 대한 질문에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롤모델이란 건 그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까지 닮고 싶은 건데 피아니스트 중에는 없다. 피아니스트들은 연습도 혼자 하고, 연주 여행도 혼자 다니고, 공연도 혼자 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경주마처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좁아진다. 그렇게 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어 “사람들 앞에서 연주할 때 완전하게 자유롭고 싶다. 심리적인 부분과 연습량 모두 중요할 테지만 아직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글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프로배구] 삼성화재 또 독주…가빈 대항마 누구?

    [프로배구] 삼성화재 또 독주…가빈 대항마 누구?

    백중세(伯仲勢). 22일 개막하는 2011~12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그렇다. 초청팀인 상무신협을 제외한 6개 구단의 전력이 평준화된 상황에서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흥미진진한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19일 한국배구연맹(KOVO) 주최로 서울 강남구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남자부 미디어데이를 통해 올 시즌 관전 포인트를 짚어봤다. ●수니아스·추크 ‘공공의 적’ 꺾을까 지난 시즌 삼성화재의 우승을 이끌며 다른 팀에 ‘공공의 적’이었던 가빈 슈미트는 올 시즌에도 위력을 떨칠 것으로 보인다. 가빈은 “나를 꺾고 싶다는 건 내가 잘했다는 뜻이니까 칭찬으로 받아들이겠다.”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가빈을 꺾을 대항마로 떠오른 것은 캐나다 대표팀에서 가빈과 함께 생활한 현대캐피탈의 새 외국인 선수 달라스 수니아스, 그리고 가빈보다 먼저 삼성화재에서 활약하며 2차례의 우승을 견인한 ‘원조 몰빵 머신’ 안젤코 추크(KEPCO45)다. 수니아스는 “멤버가 좋아 가빈이 활약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농반진반으로 말하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추크는 활약이 예전만 못 할 것이라는 주변의 우려에 대해 “KEPCO45가 당장 최고가 되기 어려운 팀이긴 하지만 팀의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대한항공의 새 외국인 선수 네맥 마틴, 두 번째 시즌을 맞는 밀란 페피치(LIG손보)도 무시할 수 없는 복병이다. ●감독들 “삼성화재 우승 0순위” 가빈이 올 시즌에도 활약한다면 당연히 삼성화재의 우승도 가능성이 높아진다. 지난 시즌 꼴찌에서 챔피언까지 극적인 모습을 보여준 삼성화재의 독주가 올 시즌에도 계속될지가 또 다른 관전포인트다. 감독들은 “전력이 평준화돼 어떤 팀이든 무시할 수 없다.”면서도 가장 두려운 상대로 삼성화재를 꼽는다. 신영철 대한항공 감독은 “우승도 많이 해봤고 팀도 지난해보다 업그레이드됐다.”면서 삼성화재를 우승 0순위로 봤다. 하종화(현대캐피탈), 이경석(LIG손보), 박희상(서울 드림식스), 신춘삼(KEPCO45) 감독 모두 입을 모아 같은 의견을 표명했다. 이에 대해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우리 팀이나 대한항공을 2강으로 평가하는데, 상무 빼고는 어느 팀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고 끝까지 겸손한 태도를 유지했다. ●최홍석·서재덕 등 신인 주목 지난 13일 드래프트를 통해 팀에 새로 합류한 신인들의 활약도 변수 중 하나다. 아직 외국인 선수를 뽑지 못지 못한 서울 드림식스는 최홍석에게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이 외에도 각 팀이 1라운드에 뽑은 선수들은 모두 즉시 전력감으로 평가된다. 주전은 아니어도 백업 멤버로 감초은 활약을 해줄 것을 감독들은 기대하고 있다. KEPCO45의 서재덕, LIG손보의 부용찬, 현대캐피탈의 최민호, 대한항공의 류윤식, 삼성화재의 전진용이 1라운드에 뽑힌 선수들이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어른들을 위한 동물원 이야기] (25) 사랑할 수 있어 행복한 곰들

    [어른들을 위한 동물원 이야기] (25) 사랑할 수 있어 행복한 곰들

    곰, 솔직히 덩치만 크지 정말 볼품없는 녀석들이다. 비유하자면 두발로 설 줄 아는 똥개 정도라고나 할까. 그래서 동물원에서는 많이 있으면 천덕꾸러기이고, 사파리 같은 데서도 재롱을 떨지 못하면 인기가 무척 없는 동물이다. 엿들은 이야기인데 어떤 곳에서는 곰의 구걸 재주를 유도하기 위해 일부러 쫄쫄 굶긴다고도 한다. 그렇지만 야생에서 곰의 위치는 생태계의 절정에 있다. 호랑이도 함부로 곰의 영토에 들어올 수 없다. 옛날 우화(우화는 그럴싸하게 꾸민 이야기다)에 나오는 것이긴 한데, 쫓아오는 집채만 한 곰을 뒤에 두고 죽은 척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하긴 인간의 속도로는 네발로 쫓아오는 곰의 추격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하지만 이렇게 무소불위인 곰도 자기 새끼들은 정말 끔찍이 아낀다. 그러나 이건 엄마 곰에게만 해당하는 말이다. 아빠 곰은 5월에서 7월 사이에 허니문 기간이 끝나면 나 몰라라 하고 가정을 버린다. 영화 ‘가을의 전설’에서 둘째 아들 트리스탄(브래드 피트)은 불곰의 정기가 씌어 집에 가만히 있질 못하고 세상을 방랑하며 살아야 한다. 최후에는 결국 불곰과 싸우다 죽는다. 이 이야기가 바로 수곰의 생애를 빗댄 것이다. 수곰들은 영원한 자연의 방랑자인 것이다. 그러나 엄마 곰은 태어나서 3년 후 독립할 때까지는 지극 정성으로 새끼들을 돌본다. 곰은 한겨울 굴속에서 500g도 채 안 되는, 어른 곰 크기에 비해 엄청나게 작은 미숙아를 2~3마리 낳는다. 그 안에서 밥도 안 먹고 배설도 안한 채로 빼빼 마르도록 3개월 동안 새끼들만 죽어라 키운 후 따뜻한 4월이 되면 비로소 새끼와 함께 밖으로 나온다. 그때쯤이면 새끼들의 몸무게도 10~15㎏ 정도로 불어나 있고, 나가자마자 천하가 제것인 양 천방지축으로 재롱을 떨고 다닌다. 평소에는 곰을 보며 지루해하던 동물원 관람객들도 이때의 새끼 곰들만큼은 너무나 귀여워 자리를 뜰 줄 모른다. 말썽꾸러기 새끼들 주변에는 늘 어미 곰이 붙어 있다. 조금 멀리 나갔다 싶으면 언제 나타났는지 모르게 와서는 목을 물고 제자리에 데려다 놓는다. 그리고 하루에 서너 번 정도는 꼭 항문을 혀로 자극시켜 배변을 하게 하고 그걸 전부 먹는다. 그런 것도 일종의 사랑의 행위일까. 그래서 새끼들은 아무런 세상 걱정 없이 걷고, 뛰고, 헤엄치고, 싸우고, 올라타고 하는 놀이이자 세상을 살아가는 기초체력 훈련을 엄마·형제들과 부대끼는 중에 하게 된다. 3년 동안의 긴 학습이 모두 끝나면 새끼는 드디어 자의반 타의반으로 독립을 하고, 험난한 생활전선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그 희생에서 어미는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는다. 마치 사랑할 수 있어 행복했다는 듯이. 최종욱 광주우치동물원 수의사 lovnat@hanmail.net
  • [동물이야기-25] 사랑할 수 있어 행복한 곰들

    [동물이야기-25] 사랑할 수 있어 행복한 곰들

     곰, 솔직히 덩치만 크지 정말 볼품없는 녀석들이다. 비유하자면 두발로 설 줄 아는 똥개 정도라고나 할까. 그래서 동물원에서는 많이 있으면 천덕꾸러기이고, 사파리 같은 데서도 재롱 떨지 못하면 인기가 무지 없는 동물이다. 엿들은 이야기인데 어떤 곳에서는 곰의 구걸 재주를 유도하기 위해 일부러 쫄쫄 굶긴다고도 한다. 그렇지만 야생에서 곰의 위치는 생태계의 절정에 있다. 호랑이도 함부로 곰의 영토에 들어올 수 없다.  옛날 우화(우화는 그럴싸하게 꾸민 이야기다.)에 나오는 것이긴 한데, 쫓아오는 집채만한 곰을 뒤에 두고 죽은 척 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하긴 인간의 속도로는 네발로 쫓아오는 곰의 추격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하지만 이렇게 무소불위인 곰도 자기 새끼들은 정말 끔찍이 아낀다. 그러나 이건 엄마 곰에게만 해당하는 말이다. 아빠 곰은 5월에서 7월 사이에 허니문 기간이 끝나면 나 몰라라 하고 가정을 버린다. 영화 ‘가을의 전설’에서 둘째 아들 트리스탄(브래드 피트)은 불곰의 정기가 씌어 집에 가만히 있질 못하고 세상을 방랑하며 살아야 한다. 최후에는 결국 불곰과 싸우다 죽는다. 이 이야기가 바로 숫곰의 생애를 빗댄 것이다. 숫곰들은 영원한 자연의 방랑자인 것이다.  그러나 엄마 곰은 태어나서 3년 후 독립을 할 때까지는 지극 정성으로 새끼들을 돌본다. 곰은 한겨울 굴속에서 500g도 채 안 되는, 어른 곰 크기에 비해 엄청나게 작은 미숙아를 2~3마리 낳는다. 그 안에서 밥도 안 먹고 배설도 안한 채로 빼빼 마르도록 3개월 동안 새끼들만 죽어라 키운 후 따뜻한 4월이 되면 비로소 새끼와 함께 밖으로 나온다. 그때쯤이면 새끼들의 몸무게도 10~15㎏ 정도로 불어나 있고, 나가자마자 천하가 제것인양 천방지축으로 재롱을 떨고 다닌다.  평소에는 곰을 보며 지루해 하던 동물원 관람객들도 이때의 새끼 곰들 만큼은 너무나 귀여워 자리를 뜰 줄 모른다. 말썽꾸러기 새끼들 주변에는 늘 어미 곰이 붙어 있다. 조금 멀리 나갔다 싶으면 언제 나타났는지 모르게 와서는 목을 물고 제자리에 데려다 놓는다. 그리고 하루에 서너 번 정도는 꼭 항문을 혀로 자극시켜 배변을 하게 하고 그걸 전부 먹는다. 그런 것도 일종의 사랑의 행위일까.  그래서 새끼들은 아무런 세상 걱정 없이 걷고, 뛰고, 헤엄치고, 싸우고, 올라타고 하는 놀이이자 세상을 살아가는 기초체력 훈련을 엄마·형제들과 부대끼는 중에 하게 된다. 3년 동안의 긴 학습이 모두 끝나면 새끼는 드디어 자의반 타의반으로 독립을 하고, 험난한 생활전선으로 뛰어 들어야 한다. 그 희생에서 어미는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는다. 마치 사랑할 수 있어 행복했다는 듯이. 최종욱 광주우치동물원 수의사 lovnat@hanmail.net
  • 코스피 8거래일 상승 랠리·환율 급락

    코스피 8거래일 상승 랠리·환율 급락

    코스피가 8거래일 연속 상승하면서 27개월 만에 가장 긴 상승랠리를 이어갔다. 금융시장에서는 코스피가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낙관론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유럽 재정 문제와 미국 더블딥 우려, 중국 경제의 경착륙 등 대외적 불확실성이 많아 1900선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17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9.78포인트(1.62%) 오른 1865.18을 기록했다. 지난 6일 이후 8거래일째 상승세로 이 기간 동안 198.66포인트(11.92%) 상승했다. 2009년 7월 14일부터 28일까지 11거래일 연속 상승한 이후 가장 긴 상승세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도 국내외 주가 강세에 힘입어 1140.5원으로 마감했다. 지난 주말보다 15.50원 급락했고, 지난달 19일 1137.00원 이후 거의 한달 만에 최저 수준이다. 금융시장 안정세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유럽중앙은행(ECB)의 유동성 공급 조치와 유럽은행의 자본 확충 같은 해결책 등이 본격적으로 논의됐기 때문이다. 투자심리가 완화되면서 코스피 지수가 상승하고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는 동력을 얻었다. 물론 그간 국제신용평가사들이 영국과 포르투갈 은행 21곳의 신용등급을 무더기로 강등하고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신용등급을 내린 데다가 월가의 반자본주의 시위도 있었다. 하지만 유럽 문제가 해소되는 기류를 뒤바꿔 놓을 정도로 파괴력은 없었다. 미국 경제지표도 긍정적이었다. 9월 고용은 10만 3000명 증가해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고 소매 판매 역시 1.1% 늘어 지난 2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 6일부터 외국인은 우리나라 증시에서 약 1조 50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증권업계는 코스피의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오는 23일 예정된 유럽연합(EU) 정상회의, 다음 달 3일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같은 굵직한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의 3분기 실적 발표도 투자심리 개선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중국의 물가가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고 10%에 달했던 경제성장률이 7%대로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유럽 사태 역시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솔로몬투자증권 강현기 연구원은 “유럽 재정위기 해결을 위한 국제 공조 과정에서 부침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면서 “코스피지수가 1900선에 가까워질수록 주식 비중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中고속철서 파는 ‘유통기한 6개월 도시락’ 논란

    도시락 유통기한이 무려 6개월? 중국고속철도에서 파는 한 도시락의 유통기한이 무려 6개월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철도를 이용하는 승객들이 이 도시락을 촬영해 인터넷에 올리면서 알려져 현지 언론에까지 보도됐다. 이 도시락은 밥과 고기, 감자, 계란등이 들어간 일반적인 도시락으로 기재된 유통기한이 무려 6개월이다.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방부제 무첨가’로 상온에서 보존이 가능하다는 것. 이 도시락을 구매한 중국 승객들은 그러나 인터넷에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도시락”, “역겨워서 먹을 수 없다.” , “방부제를 씹어먹는 기분” 이라며 의구심을 나타냈다. 도시락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자 현지당국도 조사에 나섰다. 지난 8일 상하이 질병예방센터 측은 그러나 “도시락에 별다른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제조업체 측도 유통기한이 비정상적으로 긴 이유에 대해 “방부제를 넣지 않았다. 유통기한이 긴 이유는 기업 비밀로 알려줄 수 없다.”며 언급을 피했다. 상하이 식품학회부이사장인 왕시창 교수는 “이 도시락이 통조림과 같은 방식으로 진공상태로 밀폐돼 오래 가는 것 같다.” 며 “그러나 방부제를 넣지 않고 이렇게 길게 품질을 유지하는 것은 놀라운 기술력”이라고 분석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反월가 시위 한달] 타임스스퀘어 反탐욕 점령

    15일(현지시간) 오후 4시 30분쯤 미국 뉴욕 월가 점령 시위의 본거지인 맨해튼 남쪽 주코티 공원엔 수천명이 운집해 있었다. 그래서 시위대가 이날 처음 ‘점령지’로 삼은 타임스스퀘어에는 많아야 1만여명 정도가 참여하지 않을까 예상했다. 그러나 택시를 잡아타고 얼마 안 가 예상이 완전히 틀린 것을 깨달았다. 타임스스퀘어에 도착하기도 전에 6번가 양옆 인도에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는 시위대가 1㎞도 넘게 줄을 잇고 있었다. 택시기사는 “오늘처럼 많은 시위대는 본 적이 없다.”고 혀를 내둘렀다. 시위대의 주장에 동의하느냐고 묻자 기사는 “그렇다.”고 답했다. 타임스스퀘어에 도착했을 때 다시 한번 놀랐다. 집회 예정시간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었지만 벌써 광장 대부분을 수만명의 시위대가 ‘점령’하고 있었다. 기자는 인파에 밀려 ABC방송국 앞쪽까지 갔고, 거기서 거의 1시간을 ‘갇혀’ 있었다. 리더도 없고 마이크도 없는 시위대는 누군가 육성으로 “우리는 99%다.”라고 선창하면 다 같이 목청껏 따라하는 식이었다. “우리는 파산했는데 은행은 구제받았다.” “내 돈은 어디에 있나.”등의 구호를 번갈아 외치면서 분위기는 한껏 고조됐고, 방송국 전광판 뉴스에 ‘월가 점령 시위가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는 자막이 나오자 시위대는 광장이 떠나갈 듯 환호했다. 시위대 사이에 낀 경찰이 터준 길을 따라 겨우 광장 북쪽으로 빠져나갔다. 거기엔 좀 빈 공간이 있어 한숨을 돌리는가 싶었는데, 어디선가 우레 같은 함성이 터졌다. 광장 양옆의 6번가와 8번가 쪽에서 다른 무리의 시위대가 구름처럼 밀고 들어오고 있었다. 미리 와 있던 시위대는 기뻐 펄쩍펄쩍 뛰며 그들을 맞았다. 시위대 스스로도 믿기지 않는 표정이었다. 옆에 서 있는 청년에게 이 정도 인파를 예상했느냐고 물었다. 뉴저지에서 왔다는 밥 던(24)은 “지난 5일 노조가 참여했을 때처럼 많으면 1만명이 넘을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광장이 이 정도 들어찼으면 10만명은 되는 것 같다.”면서 “12월 31일 제야의 밤 행사 때보다 인파가 많아 보인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대학 졸업 후 2년째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는 그는 고무된 표정으로 “오늘은 글로벌 혁명의 날”이라고 했다. 도로를 점거하는 것은 불법이었기에 경찰은 오토바이로, 기마경찰로 시위대를 몰아내려 했다. 하지만 숫자가 워낙 달려 역부족을 드러내며 후퇴했고, 그때마다 시위대는 환호했다. 시위대는 경찰과 충돌이 빚어질라치면 “이것은 비폭력 시위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서로 자제시키는 성숙한 시위문화를 보여줬다. 숨 막히는 듯한 인파에 갇혀 이제는 정말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을 만큼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시위대는 “전 세계가 이곳을 지켜보고 있다.” 등의 구호를 산발적으로 외치며 1시간 이상을 시위하고서 7시가 넘어서야 스스로 흩어졌다. 이날 시위로 최소 88명이 체포되긴 했지만 인파에 비해서는 지극히 평화적인 시위였다. 시위대는 이날 뉴욕의 심장부인 타임스스퀘어를 완벽하게 ‘점령’했다. 스스로도 놀랄 만큼 파워를 확인한 시위대의 동력을 멈추기는 당분간 어려울 듯이 보였다. 뉴욕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커버스토리-월가의 99%시위] 자본주의 부정 아닌 승자독식 시스템 거부

    월가의 반(反)자본주의 시위는 자본주의의 부정이 아닌 따뜻한 모습의 자본주의가 탄생하길 바라는 쪽으로 발전하고 있다. 현재 전문가들이 진단하는 새로운 자본주의의 핵심은 ‘국가의 귀환’으로 요약된다. 탈규제와 시장 만능주의를 지향했던 신자유주의가 2008년 금융 위기 등 많은 부작용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민간경제에 양적으로 개입해 소비를 늘리는 1950~60년대 케인스학파의 논리와는 다르다. 시장의 실패를 거울삼아 정부가 공정한 분배를 위해 조율하고 개입하는 형태를 의미한다. 부(富)가 1%에 집중될 정도의 양극화를 미리 방지하고 금융 자본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을 갖는 것이다. 사실 자본주의는 그간 수없이 진화를 거듭해 왔다. 국부론의 저자 애덤 스미스의 자유방임 자본주의는 1930년대 불황을 통해 국가가 민간경제에 개입해 소비를 촉진해야 한다는 케인스식 자본주의로 전환됐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1970년대 국가 개입의 실패가 가시화되면서 시장의 복권이 시작됐다. 이렇게 등장한 ‘신자유주의 자본주의’는 복지를 강조하는 모습으로 조금씩 보완되면서 발전했다. ●“정부는 공정분배 개입하라”… 99%의 반발 하지만 장하성 고려대 교수(경영학)는 자본주의는 독주 때문에 진화의 기회를 잃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자본주의는 현실적이지만 모두를 품는 이상적인 면이 부족해 사회주의에서 사회보장제도 등을 배워 보완했다.”면서 “하지만 자본주의는 승자 독식(시장만능주의) 시스템 때문에 기존 20%대80%의 사회가 1%대99%의 사회로 갔다고 대중은 믿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시위를 하는 대중이 시장체제를 완전히 부정하는 것은 아니고, 왜 너희만 잘 먹고 잘사느냐고 반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사회학) 역시 현재의 상황을 기존의 신자유주의 자본주의가 ‘포스트 신자유주의 자본주의’로 옮겨 가는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금융 자본의 영향력은 커졌지만 통제 수단이 없고 사회 양극화가 커진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유승경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권의 높은 임금이 비판받는 이유는 긴 시간 동안 기술 개발 등을 하면서 꾸준하게 노력한 결과로 이득을 창출한 게 아니고, 한 번의 선택에 따라 큰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결국 상품 교환 관계나 임금 계약 형태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 의존도 줄이고 규제 강화해야 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역할이 커지지만 예전과 같은 모습의 케인스식 수정자본주의는 아닐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금융 부문 의존도를 줄이고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동의는 이미 이뤄진 것 같다.”면서 “하지만 재정이 불안해 정부가 통화정책으로 개입할 여지가 줄었기 때문에 양적완화 등의 방식보다 공정한 분배를 위한 역할이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경주·임주형기자 kdlrudwn@seoul.co.kr
  • JAPAN Tottori 돗토리 넌 여유롭고 만만해~

    JAPAN Tottori 돗토리 넌 여유롭고 만만해~

    1 네코무스메 열차 2, 3 요괴 라떼를 마실 수 있는 요카이 라쿠엔 입구 JAPAN TOTTORI Tottori 돗토리 넌 여유롭고 만만해~ 돗토리의 열차는 단선 궤도를 달린다. 선이 하나이니 급행열차가 지날 때면 완행열차는 역에 서서 무작정 기다린다. 시간은 돈이고, 돈은 곧 시간이라 급행열차의 요금은 완행열차의 두 배도 넘는다. 돗토리에서 급행열차를 타는 이들은 많지 않다. 돈이 이유겠지만 한편 돈보다는 도시와 시골의 모습을 적당히 두루 갖춘 돗토리의 여유이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일본 여행이 처음인 지나와 정주에게도 돗토리는 여유롭고 만만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글 Travie writer 이진경 사진 Travie writer 이진경, Travie photographer 김경현 취재협조 내일여행 www.naeiltour.co.kr, 돗토리현 진행협조 인페인터글로벌 기사를 시작하기 전에 *실제 여행시기는 8월30일부터 9월2일까지, 3박4일의 일정으로 진행됐다. *돗토리현에서의 일정과 취재는 독자가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여행을 하고 기자가 이를 소개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이번 여행의 독자는 트래비와 내일여행이 함께한 도전자유여행 이벤트에 당첨돼 다녀왔기 때문에 내일여행의 ‘금까기’ 상품 내역에 해당하는 왕복항공권 및 호텔 숙박비 등에 대한 경비부담은 제외됐다. 단, 식비 및 입장료 등 개인지출 비용은 독자가 개별적으로 부담했다. *전통 료칸 숙박이 포함된 내일여행의 ‘돗토리현 미사사온센 금까기’는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하며 83만9,000원부터(세금 및 유류할증료 제외, 항공사 및 여행사 사정에 따라 변동 가능). *기사에서는 편의상 독자의 존칭을 생략했다. 도전자유여행 33탄 돗토리현의 주인공을 소개합니다. 이지나 새치름한 외모와는 달리 털털한 웃음소리를 지녔다. 대박 쇼핑으로 일본을 휩쓸 것 같았는데 의외로 먹고 보는 데 열심이다. 알고 보니 한국에서도 쿠폰을 끊어 미용실에 가는 알뜰 처자다. 미국에 교환학생으로 다녀와 영어를 좀 한다. 장점은 착하다는 것. 이정주 첫 해외여행이다. “비행기가 뜰 때 엄청 무서웠다”고 한다. 솔직한 청년이다. 누나에게 “제발 영어를 쓰지 말라”고 직언도 서슴지 않는다. 그런데 본인은 정작 말을 잘 안 한다. 다이어리에 일본어 회화를 잔뜩 써 왔음에도. 장점은 착하다는 것. 1st day 두근두근 일본 첫 나들이 인천 공항에서 돗토리의 요나고 공항을 잇는 하늘 길은 1시간20분 거리다. 짧은 시간, 기내식으로 도시락까지 챙겨 먹으니 비행기가 말 그대로 뜨자마자 내린다. 입국에서 출국 수속까지 3~4시간이 일사천리라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기에 돗토리만한 곳이 없다. 1 요나고 공항역으로 들어오는 네코무스메 열차. JR 사카이선에서는 하루 15회 정도 요괴 열차를 운행한다 2, 3, 4, 5, 6 미즈키 시게루 로드는 <게게게노 기타로>의 세상이다. 800m 거리에는 요괴 동상이 가득하고, 요괴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는 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요괴 열차 타고 사카이미나토로 고고~ 돗토리현 서부 끄트머리에 자리한 사카이미나토. 미즈키 시게루 로드가 자리한 사카이미나토까지는 요나고 공항에서 JR 사카이선을 타고 15분 정도면 간다. 출국 수속을 마치고 남매가 탄 열차는 오후 2시39분에 요나고 공항역을 출발하는 ‘네코무스메 기타로 열차鬼太郞列車’. JR 사카이선에서는 기타로, 메다마오야지, 네즈미오토코, 네코무스메 등 네 종류의 열차를 하루 15회 정도 운행한다. 기타로, 눈알 아저씨, 간사한 쥐, 고양이 소녀가 그려진 열차는 운이 좋거나 일부러 시간을 맞추면 탈 수 있다. 열차 외관은 물론 내부 천장과 의자 등에 캐릭터가 가득하다. 미즈키 시게루 로드水木しげる一ド 애니메이션 <요괴인간 타요마>로 한국에 소개된 <게게게노 기타로>는 요괴의 대가라 불리는 미즈키 시게루의 작품이다. 돗토리현 출신인 그 덕분에 요괴 공항에 내려 요괴 기차를 타고 요괴 역을 지나 마침내 요괴의 고향인 미즈키 시게루 로드로 이어지는 여정은 늘 요괴와 함께한다. 사카이미나토역에서 800m 가량 뻗어 있는 미즈키 시게루 로드는 <게게게노 기타로>에 등장하는 요괴 캐릭터 동상과 요괴 캐릭터를 판매하는 기념품 가게가 늘어선 거리다. 열쇠고리에서 귀이개, 장식품, 문구, 술, 심지어는 화투까지 기념품 가게에서 판매하는 캐릭터 상품은 다양하다. 하나밖에 없는 캐릭터 상품을 구입하고 싶다면 직접 나무를 깎아 캐릭터를 만드는 가게에 들르면 된다. 투박하지만 개성 넘치는 기념품을 살 수 있다. 100엔 스탬프 책자를 구입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스탬프 공간을 채우며 이 가게, 저 가게를 돌다 보면 어느새 2~3시간이 훌쩍 지난다. 시게루 로드에서는 ‘꼭’ 선물로도 그만! 똑딱 지갑 요카이 가마구치妖怪がまぐち 비슷비슷한 기념품을 파는 미즈키 시게루 로드에서 단연 눈에 띄는 가게다. 가마구치란 물림쇠가 달린 돈지갑. 똑딱 하고 열리는 동전지갑을 생각하면 쉽다. 요괴 가마구치라는 가게 이름 그대로 이곳에서 판매하는 가마구치에는 <게게게노 기타로>에 나오는 요괴 캐릭터가 그려져 있다. 작은 동전지갑 외에도 다양한 크기와 디자인의 가마구치를 선보인다. 주소 鳥取?境港市松ヶ枝町14 영업시간 오전 9시30분~오후 5시30분 문의 0120-375-639 이런 젓가락은 어때요? 유젠遊膳 미즈키 시게루 로드의 끄트머리, 아케이드 근처에 자리한 젓가락 전문점이다. 몇백엔부터 몇천엔에 이르는 다양한 가격대의 젓가락을 단아하게 선보인다. <게게게노 기타로>의 캐릭터를 단 젓가락이나 젓가락 받침 등은 기념품으로도 그만이다. 주소 鳥取?境港市本町34 영업시간 오전 9시30분~오후 5시30분 문의 0859-21-8200 요괴 라떼 한잔 요카이 라쿠엔妖怪樂園 요괴 캐릭터로 꾸며진 공원과 기념품 가게가 자리한 곳으로 미즈키 시게루 기념관 근처 골목으로 50m 가량 들어간 곳에 자리했다. 간단한 음료와 스낵을 파는 곳에서는 초콜릿 가루로 요괴 모양을 만들어주는 요괴 라떼를 마실 수도 있다. 네 가지 모양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350엔. 주소 鳥取?境港市?町138 영업시간 오전 9시30분~오후 6시, 계절에 따라 다름 문의 0859-44-2889 지나 신기한 요괴 조형물과 인형들과 함께 찰칵~! 작은 마을에 아기자기한 소품 가게도 즐비해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친구 생일 선물로 고른 ‘방아 찧는 토끼 지갑’ 득템! 정주 어떤 가게의 셔터에 내가 좋아하는 만화 <원피스>의 밀짚모자 해적기가 페인팅되어 있어서 흥분되었다. 구라요시역 일대 탐방기 지나와 정주가 이틀 밤을 묵은 아크21 호텔은 JR 구라요시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자리했다. 1시간에 1~2대 꼴로 기차가 다니는 데다가 막차가 일찍 끊기는 돗토리의 현실을 감안, 이틀간의 저녁식사는 구라요시역 근처에서 해결하기로 결정! 하지만 적당히 시골스러운 구라요시에는 식당과 이자카야의 수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시끌벅적 구라요시 최고 인기 이자야카 로바타 카바?端かば 구라요시 사람들은 모두 모이는 듯한 활기찬 분위기를 자랑한다. 계절 메뉴를 비롯 고기, 해산물, 전골 등 메뉴가 다양하며, 요일별 이벤트도 많다. 따로 요구하면 한국어 메뉴를 준비해 주지만 메뉴에 사진이 있어 주문이 어렵지는 않다. 주소 鳥取?倉吉市上井町 2-10-7 영업시간 월~목, 일 오후 5시~새벽 2시 금, 토 오후 5시~새벽 3시 문의 0858-27-0100 온갖 종류의 라멘이 한자리에 토멘보東麵房 구라요시역 남쪽 출구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자리한 라멘 전문점. 추천 메뉴는 쇼유 라멘으로 그 밖에 미소, 돈코츠, 규코츠 등 다양한 라멘과 교자를 판매한다. 체인점이지만 구라요시역 인근에서는 인기 있는 편. 주문은 자동판매기로 하면 된다. 700~1,000엔. 주소 鳥取?倉吉市山根 618-3 영업시간 오전 11시30분~오후 2시, 저녁 6시~새벽 3시 문의 0858-48-9518 일본 토종 햄버거 모스 버거Mos Burger 구라요시역 앞에서 KFC와 함께 양대 산맥을 이루는 패스트푸드점. 구라요시역 남쪽 출구 방면 179번 국도변에 자리했다. 주소 鳥取?倉吉市上井町 359-1 영업시간 | 월~토 오전 8시~새벽 2시 일 오전 8시~밤 12시 문의 0858-26-6023 390엔 라멘? 사쿠라さくら 아크21 호텔 1층에 자리한 식당. 늦은 밤까지 영업을 해 이용할 만하다. 라멘이 390엔으로 저렴한 편이며, 맥주와 안주 세트 메뉴도 있다. 밥과 미소시루, 생선구이, 밑반찬 등이 나오는 조식은 700엔. 주소 鳥取?倉吉市上井町2丁目 4-6 영업시간 오전 7~9시, 점심 오전 11시30분~오후 2시30분, 저녁 오후 5시부터 문의 0858-26-8579 지나와 정주의 선택 입 안에서 사르르 녹는 쇠고기 타이헤이몬大平門 아, 언어의 장벽에 부딪힌 곳이었다. 처음에 ‘고기! 고기!’라고 외치며 고기를 달라고 했는데, 점원이 ‘코~기?’ 하면서 전혀 알아듣지 못함을 체감. ‘스페셜 메뉴’인 듯한 그림도 없는 안내장을 보고 무턱대고 ‘okay’라고 외쳐 버린 우리. 850엔이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1인분에 정말 적어 보이는 쇠고기 여섯 점…? 하지만 입 안에서 사르르 녹는 맛에 추가 주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약간 바삭한 식감의 지짐이도 Good choice! 주소 鳥取?倉吉市?谷町2丁目40 영업시간 | 월~토 오전 11시~밤 11시, 일 오전 11시~밤 10시 30분 문의 0858-26-4468 2nd day 돗토리 가이드! 버스투어 돗토리에서의 첫째 날, 버스투어 정보를 입수한 지나와 정주는 둘째 날의 일정을 일찌감치 정했다. 단돈 2,000엔으로 만만치 않은 교통비를 해결하는 건 물론 입장료, 점심식사에 후식까지 준다는 말에 귀가 번쩍 뜨인 것. 버스투어는 월, 수, 토요일에만 출발하므로 투어에 참가하고 싶다면 미리 계획하는 게 좋다. 지나 2,000엔으로 드라마 <아테나>의 여러 촬영지와 코난 박물관을 돌아보고 특제 라멘, 젤라또까지 맛볼 수 있는 버스투어! 교통비가 비싼 시내에서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특히 더울 때 시원하게 먹은 복숭아 맛 젤라또의 맛은 아직까지 생각난다. 시라카베도조군 일대는 일본 전통 건물이 잘 보존되어 있어서 이국적인 느낌이 났다. 기념품 가게에서는 맛있는 과자도 맘껏 시식하고 특히 맛있던 만주도 샀다. 주변에는 아기자기한 가게가 많아 더 구경하고 싶었다. ‘비 오면 꽃무늬가 생기는 분홍 우산’을 사오지 않은 것은 아직도 가장 후회된다. 누가 대신 사다 주실 분 없나요~ 정주 버스투어로 <아테나> 촬영지인 간장공장, 절 앞의 빨간 등 거리, 인면어가 살고 있는 수로, 묘지, 백조와 오리가 있는 호수, 코난 박물관 등을 방문했는데 모두 가볼 만한 가치가 있는 장소들이었다. 점심으로 버스투어에서 제공하는 라면을 먹었는데 소 뼈로 육수를 내서 그런지 맛이 괜찮았다. 후에 아이스크림도 먹었는데 특히 가이드 누나가 추천해 준 복숭아 맛 아이스크림이 맛있었다. <아테나> 촬영지 만끽 투어 요금 2,000엔 출발일 매주 월, 수, 토요일 오전 10시~오후 4시 출발장소 JR 구라요시역 남쪽 출구 버스 정류장 코스 구라요시역→구라요시시(시라카베도조군아카가와라)→고토우라정(규코츠 라멘 점심식사)→하나미가타 묘지(후로시키 만주)→호쿠에이정(아오야마 고쇼 후루사토관)→호조 오토 캠프장 휴게소 (‘코다’ 젤라토)→유리하마정(도고코 린카이 공원→하와이 보코로 온천)→미사사정(미사사 온천)→구라요시역 1 돗토리 고토우라정의 하나미가타 해안 묘지. 바다를 향해 2만 기 이상의 묘가 조성된 곳으로 독특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2 시라카베도조군의 다카다슈조.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술도가다 3 도고코 린카이 공원 4 아오야마 고쇼 후루사토관. <명탐정 코난>의 아가사 박사가 탄 차가 기념관 마당에 전시돼 있다 5 미사사 오스나히키 자료관에 전시된 산부쓰지 나게이레도 불당의 모형. 해발 520m 절벽에 세워진 건축 방식으로 유명한 절이다 구라요시시 시라카베도조군, 아카가와라는 하얀 벽의 건물과 붉은 기와를 얹은 전통적인 건축 양식의 창고가 자리한 거리다. 대부분의 창고는 기념품 가게나 레스토랑, 카페 등으로 쓰임새를 바꿨지만 겉모습만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산책하듯 천천히 거리를 걸으며 옛 정취를 느껴 보자. 시라카베도조군 유일무이 양조장 다카다슈조高田酒造 1875년에 창업한 양조장이다. 일대에 자리했던 수많은 술과 간장 제조장 중 유일하게 명맥을 유지하는 곳이다.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덕분에 다카다슈조에서는 드라마 <아테나>의 총격 장면이 촬영됐다. 버스투어의 가이드가 각종 장난감 총을 준비해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한다. 잘 익은 스기다마가 매달린 다카다슈조의 대표 술은 시쿤北君. 1,000엔에 구입할 수 있다. 주소 鳥取?倉吉市西仲町2663 문의 0858-23-1511 신용카드도 받아요~ 아카가와라 1호관赤瓦1?館 창고를 개조해 만든 토산품, 기념품 가게로 선보여지고 있는 아카가와라의 창고 중 유일하게 신용카드로 계산이 가능한 곳이다. 돗토리현이 자랑하는 20세기 배를 비롯해 과자, 떡 등 먹거리를 주로 판매하는데 시식만으로도 배가 부를 정도다. 주소 鳥取?倉吉市新町1丁目 영업시간 오전 8시30분~오후 5시30분 문의 0858-23-6666 귀여운 아기 붕어빵 린린야りんりんや 한입 크기의 귀여운 붕어빵을 판다. 팥소를 사용하는 건 물론 검은콩, 고구마, 크림 등을 넣은 붕어빵도 있다. 비에 젖으면 숨겨진 꽃 모양이 나타나는 우산도 판매한다. 주소 鳥取?倉吉市魚町2570 영업시간 오전 8시30분~오후 6시 문의 0858-23-1996 고토우라정 바다와 산의 혜택을 고루 받아 식재료가 발달한 고토우라정은 일본인들 사이에서 고르메 스트리트Gourmet Street라 불린다. 소 뼈를 우려내 육수를 만드는 규코츠 라멘과 아고카츠 카레, 해산물 덮밥인 카이센동 등 군침을 돌게 하는 먹거리가 많다. 고토우라정에 자리한 하나미가타 해안 묘지는 독특한 볼거리다. 2만 기 이상의 묘가 바다를 바라보며 서 있는 곳으로 묘지가 왜 볼거리가 되는지는 가 보면 안다. 이곳 또한 드라마 <아테나>의 촬영지로 선보여졌다. 시원한 사골 국물 라멘 이자카야 카즈居酒屋和 버스투어가 들르는 이자카야로 JR 우라야스 역 앞에 자리했다. 규코츠 라멘을 짜지 않게 잘 끓이며, 반찬으로 나오는 깍두기도 맛있다. 620엔. 주소 鳥取?東伯郡琴浦町?万276-3 문의 0858-53-0006 돗토리현 대표 간식 후로시키 만주 ふろしきまんじゅう 143년 전통을 자랑하는 만주 가게. 일본 전통 설탕인 와삼봉과 흑설탕을 섞어 쫀득쫀득하고 달지 않은 만주를 선보인다. 방부제 등을 전혀 사용하지 않으므로 후로시키 만주는 유통기한이 3일밖에 되지 않는다. 선물로 구입한다면 공항에서 사는 게 낫다. 주소 鳥取?東伯郡琴浦町八橋348 영업시간 오전 6시30분 ~오후 5시 문의 0858-53-2345 호쿠에이정 호쿠에이정에는 ‘아오야마 고쇼 후루사토관?山剛昌ふるさと館’이 자리했다. 만화 <명탐정 코난>의 작가인 아오야마는 돗토리현 출신 작가. 그를 기념하기 위해 2007년에 세워진 이곳에는 아오야마의 어린 시절 자료와 물건을 비롯해 <명탐정 코난>의 번역판 등이 전시돼 있어 전세계 팬들이 찾는 명소가 됐다. 배가된 재미를 느끼려면 퀴즈에 도전해 보자. 퀴즈의 답이 기념관 곳곳에 숨겨져 있어 전시물을 세심하게 보게 된다. 1단계부터 4단계까지 자신의 수준에 맞는 퀴즈를 선택해 모두 풀면 인정증도 준다. 마당에 전시된 노란색 차도 흥미롭다. <명 탐정 코난>에서 아가사 박사가 타는 차를 재현한 차로 아오야마의 아버지가 부품 하나하나를 모아 직접 제작한, 세상에 하나뿐인 차다. 주소 鳥取?東伯郡北?町由良宿1414 찾아가기 JR 유라역에서 걸어서 20분 이용요금 어른 700엔, 청소년 500엔, 초등학생 300엔 관람시간 4~10월 오전 9시30분~오후 5시30분, 11~3월 오전 9시30분~오후 5시 문의 0858-37-5389 유리하마정 석양이 아름답기로 이름난 도고코에서는 드라마 <아테나>의 많은 장면이 촬영됐다. 정우성과 수애는 도고코와 푸른 잔디가 어우러진 린카이 공원을 거닐며 데이트를 즐기고 하와이 온천의 ‘보코로望湖?, 0858-35-2221’에서 사랑을 확인했다. 보코로에서는 촬영 당시 배우와 스태프의 일정표며 정우성과 보아가 먹었던 라멘 그릇 등 사소한 것까지 전시해 놓았다. 보코로는 호수 가운데에 떠 있는 노천 온천으로 유명하다. 본 건물과 다리로 연결된 노천 온천 건물에는 노천탕과 족욕탕이 자리했다. 온천의 평균 온도가 55도인 하와이 온천에서는 달걀 표면에 예쁜 그림이나 기원을 담아 온천에 삶는 온센 타마고 체험도 가능하다. 미사사정 900년이라는 기나긴 세월이 말해 주듯 미사사 온천 마을에는 옛 정취가 가득하다. 허리 굽은 백발 노인이 지키고 있는 약국이며 오래된 사진관까지 이름이 없는 가게들조차 온천 마을의 역사를 말하고 있다. 남녀 구분 없이 노천 온천을 무료로 즐길 수 있는 가와라 노천탕은 미사사 온천의 명소 중 하나다. 족욕탕과 구분된 위태로운 칸막이 너머로는 밤낮 없이 동네 어른들이 노천욕을 즐긴다. 진쇼 축제 때 사용하는 진쇼(줄)를 전시한 오쓰나히키 자료관도 볼 만하다. 드라마 <아테나> 촬영 당시에 7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만든 진쇼를 전시 중이다. 3rd & 4th day 한낮의 모래, 온천으로 씻다 돗토리 사구를 찾기로 한 날, 지난 밤부터 내린 비는 그칠 줄 모른다. 그래도 ‘돗토리 하면 사구’를 외치며 지나와 정주는 기차에 몸을 싣는다. 구라요시역에서 돗토리역까지는 1시간 가량 거리. 덜컹덜컹 단선 궤도로 기차는 열심히 달린다. 돗토리 사구鳥取砂丘 센다이강은 바람에 쪼개지고 갈라진 주고쿠산지의 화강암을 바다로 흘러 보내 해안선까지 밀어냈다. 하루는 일주일이 되고, 일주일은 1년이 됐다. 1년의 시간을 거듭하길 10만번. 10만년이라는 세월 동안 조류와 바람이 쉬지 않고 나른 모래는 해안선을 따라 16km, 육지를 향해 2km에 이르는 사구를 만들어냈다. JR 돗토리역에서 20분. 돗토리 시내를 빠져 나오기 무섭게 사구는 거대한 몸집을 드러낸다. 신발을 신고 있어도 사구의 부드러운 모래 결이 느껴지는 건 딱딱한 아스팔트와 시멘트 바닥에 익숙해진 발 때문이다. 1,000엔 택시가 지나와 정수를 내려준 건 사구의 동쪽 입구다. 저 너머 동해를 먹어 버린 해발 48m의 말의 등(제2 사구열)이 눈앞에 펼쳐진다. 모래 언덕을 오르길 15분. 말의 등에 올라타 바다를 향해 깎아지른 사구의 모습을 조망한다. 사구와 맞닿은 동해는 역시 푸르다. 육지 쪽으로 눈을 돌리면 모래에서 잎을 틔우고 꽃을 피운 통보리사초 군락지가 펼쳐져 동해와는 또 다른 푸르른 기운을 선사한다. 밥도 먹고, 기념품도 사고 사큐카이칸 砂丘?館 사구 동쪽 입구 맞은편에 자리한 식당과 기념품 가게로 끼니때라면 들르는 게 좋다. 돗토리 사구와 우라도메 해안 일대에는 마땅한 음식점이 없다. 자루소바 840엔, 아고카츠 카레 850엔. 주소 鳥取?鳥取市福部町湯山2164 영업시간 오전 8시30분~오후 5시 문의 0857-22-6835 지나 택시로 사구와 우라도메 해안을 둘러보았는데 사구는 그야말로 놀라웠다. 정말 낙타가 있는 사막이라니! 낙타가 너무 타고 싶었지만 비가 보슬보슬 내려서 ‘낙타와의 이동’은 다음 기회로 미뤘다. 사막을 오르느라 힘이 들긴 했지만 마치 사우디의 여인이 된 것 같아 즐거웠다. 모래도 고와 경사진 언덕을 내려올 때도 무섭기는커녕 정말 신나게 내려왔다. 점심식사 시간! 메뉴에 그림이 없어 앞의 조형물을 보고 겨우 시켰지만 카레와 야끼소바의 맛은 일품이었다. 카레가 유명하다더니 정말 Good! 점심 식사를 하고 둘러본 우라도메 해안의 경치도 멋있었다. 저녁에 노을이 질 때 와도 좋을 것 같다. 즐거운 시간을 만끽하고 시내로 오니 3시간이 약간 지났지만 영국 신사 같았던 택시 아저씨는 추가 요금을 받지 않고 친절히 데려다 주셨다. 아저씨 감사해요~ 미사사칸三朝館 지나와 정주가 돗토리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낸 곳은 미사사 온천의 미사사칸이다. 둘째 날, 버스투어를 통해 미사사 온천 마을은 둘러본 터. 마지막 남은 시간은 온전히 료칸에서 보내기로 한다. 미사사 온천. 물이 참 좋은 곳이다. 900년이라는 세월 동안 온천 마을로 사랑받을 수 있었던 건 물 덕분이다. 라듐 성분이 다량 함유된 미사사 온천은 건강에도 그만이라 미사사 온천 지대 주민들의 암 사망률은 일본 평균의 절반에 불과하다. 또한 미사사 온천은 동맥경화, 천식, 당뇨병, 피부병, 부인병 등을 치료하는 데에도 효과가 크다고 한다. 미사사 물은 곧 미사사칸의 물이라 미사사칸에서의 온천욕 한 번에 온몸이 상쾌하다. 몸뿐만이 아니다. 미사사칸에서는 몸과 더불어 눈이 맑아진다. 로비와 대욕탕, 식당 등 미사사칸의 발길 닿는 곳곳에는 정갈한 정원이 자리했다. 우거진 숲 사이로 물줄기가 흘러내리는 정원이 있는가 하면, 바위를 세우고 모래를 곱게 깔아 참하게 빗어 놓은 정원도 있다. 같은 정원이라 하더라도 보는 장소에 따라 모습을 달리해 지겨울 틈이 없다. 식당과 온천으로 향하는 길, 정원이 있어 마냥 행복하다. 미사사칸의 대욕탕은 아침 저녁으로 남탕과 여탕이 바뀐다. 아침 저녁, 각각 다른 멋의 온천을 즐기라는 뜻일 테다. 커다란 노천온천이 딸린 대욕탕 외에 가족이나 커플이 따로 이용할 수 있는 두 개의 작은 노천온천도 마련돼 있다. 작은 노천온천은 체크인 후에 예약해 이용하면 된다. 문의 0858-43-0311 www.misasakan.co.jp 1, 2 돗토리에서 반드시 들러야 할 돗토리 사구 3 돗토리 사구 입구에 전시된 모래 조각 4 단아한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미사사칸의 정원 5 미사사칸 노천온천 입구 6 미사사칸의 조식 7 미사사칸 식당으로 가는 길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지나 이번 여행에서 제일 좋았던 곳! 다른 곳도 모두 좋았지만 마지막 피로를 풀기에는 최적의 선택이었다. 유카타로 갈아입고 맞이한 감동의 석식! 돗토리현에서 유명하다는 게다리와 새우 맛이 특히 일품이었다.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 온천! 밤에는 사람이 많지 않은지 혼자였는데 정말 선녀가 된 기분이었다. 시원한 밤공기를 맞으며 따뜻한 온천에서 몸을 녹이니 그 동안의 피로도 말끔히 풀렸다. 아침잠이 많지만 다음날에도 아침을 먹고 간단히 온천을 즐겼다. 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아침 온천도 떠나기 싫을 정도로 감동이었다. 온천만 하기 위해서 일본 여행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던데 이제는 100% 공감이 간다. 다음을 기약하며 떠나는 순간에도 떠나기 싫었던 미사사칸. 정주 미사사칸에서 제공하는 버스를 타고, 미사사칸으로 향하였다. 미사사칸에서 우리는 마지막 1박을 묵었는데, 일본 전통의상인 유카타도 입어 볼 수 있었다. 특히 아름답게 꾸며진 온천이 우리를 천국으로 인도하였다. 저녁식사는 회, 대게, 샤브샤브, 튀김 등이 나왔는데 한결같이 정갈하고 맛있었다. 다음날 아침 정갈한 아침식사와 마지막 온천욕을 마치고 우리는 리무진 버스를 타고 요나고 공항으로 향하였다. Travel to Tottori ▶가는 방법 인천과 요나고를 잇는 아시아나항공이 화, 금, 일요일, 주 3회 운항된다. 인천발 요나고행 항공편은 화, 일요일 오후 12시30분, 금요일 오전 9시30분에, 요나고발 인천행 항공편은 화, 일요일 오후 3시, 금요일 낮 12시에 출발한다. 요나고 공항 인, 아웃으로 3박4일 여정을 꾸린다면 화요일 출발만 가능한 것. 2박3일 등 기타 일정이라면 요일 선택이 자유롭다. ▶현지교통 이렇게 저렴한 택시가~ 돗토리시를 여행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 돗토리역에 자리한 관광안내소에서 이름, 숙소 등 간단한 정보만 작성하면 4명이 3시간 동안 1,000엔에 택시를 이용할 수 있다. 3시간을 이용한다면 시내에서 20~30분 가량 거리인 돗토리 사구와 우라도메 해안 등지를 모두 돌아볼 수 있다. 우라도메 해안 대신에 돗토리 시내를 돌아봐도 괜찮다. 1,000엔 택시 이용자는 와타나베 미술관, 간논인 정원 등의 입장료를 할인 혜택이 있는 쿠폰 카드 사용이 가능하다. 시간 오전 9시~오후 6시30분 문의 돗토리시 국제관광객 서포트 센터(한국어) 0857-36-3767, 돗토리시 관광안내소(일본어) 0857-22-3318 웬만한 곳은 다 서요~ 공항버스 미사사 온천에서 요나고 공항으로 간다면 공항 리무진 버스를 타자. 돗토리현 여기저기를 돌고 돌아가는 게 흠이라면 흠이지만 온천 송영버스와 기차를 몇 번 갈아타는 것보다는 편리하다. 1,500엔. 코스 미사사 온천 관광상공센터 앞→08:25 미사사 온천 입구(미사사칸 앞)→08:30 미사사 로얄 호텔 앞→08:45 구라요시역→09:00 하와이 온천→광장 10:00 가이케 온천→10:30 요나고 공항 ▶호텔 아크21 ア―ク21 일반적인 비즈니스호텔과 비교해 비교적 넓은 객실을 지녔다. 한국어로 된 호텔 설명서와 주변 안내도를 나눠주며, 한국 티브이 채널도 있다. 음료, 주류 자동판매기와 전자레인지를 이용할 수 있으며, 6층 전망대 목욕탕이 무료다. 목욕탕은 오전 6시~오전 9시, 오후 1시~오후 5시에는 여성, 오후 6시~자정에는 남성이 이용한다. 일회용 카드 키를 사용해 이틀 이상 묵는다면 매일 새로운 카드를 발급받아야 하며 별도의 체크아웃이 필요 없다. 문의 0858-48-1021 ▶지나의 말 8월 말, 느지막이 간 여름휴가. 동생과 함께한 첫 해외 여행이어서 어느 때보다 의미 있고 뜻 깊은 시간이었다. 처음 당첨 소식을 듣고 동생이 한 말이다. “누나는 정말 타고난 운이야~” 그런 동생에게 나 역시, “이런 누나 덕에 너도 같이 갈 수 있잖아~” 라며 웃었다. 기다림에 더 설레였던 돗토리현 여행! 평소 티격태격할 때도 있긴 하지만 사소한 고민까지 털어놓을 정도로 친한 동생이기에 때로는 친구 같기도, 철없는 나를 다독일 때는 오빠 같기도 한 동생과 함께한 즐거운 기억이 오래 여운에 남았으면 한다. 소중한 추억을 선물해 주신 관계자 여러분께도 감사 드린다. 돗토리현은 정말 천천히 다시 걸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은 도시다. 친절한 사람들과 깨끗한 거리. 그곳에서 느껴지는 여유. 한 순간, 한 순간이 영화 같았던 도시. 다음을 기약하며 소중한 추억을 되새겨본다. 1 요나고 공항 2 돗토리시에서 이용할 수 있는 1,000엔 택시 3 아크 21 비즈니스호텔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JAPAN TOKYO-도쿄 아주 오래된 아날로그 시계같은

    JAPAN TOKYO-도쿄 아주 오래된 아날로그 시계같은

    JAPAN TOKYO 도쿄 아주 오래된 아날로그 시계같은 도쿄에서의 나흘은 조금 불편했다. 대지진의 후유증 때문은 아니었으며, 서울보다 평균 2도 높은 후덥지근한 날씨 때문도 아니었다. 그냥 그곳이 도쿄였기 때문이다. 삼성과 애플의 전쟁이 마치 국가대항전이라도 되는 듯 중계되고, 스마트폰 사용자 1,000만명이 넘는 나라에 사는 사람의 눈에, 이 도시는 깊이 들여다볼수록 불편함을 감수하는 아날로그의 세계라는 점이 명백해진다. 지킬 것을 지키는 ‘진득함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도쿄와 그곳 사람들의 차분한 일상에 잠시나마 깃들어 있었다. 조바심에 길들여진 서울의 디지털적 일상이 왠지 더 어색하게 느껴졌다. 글·사진 최승표 기자 취재협조 호텔스닷컴 kr.hotels.com 1, 3, 4, 일본 동북부 대지진으로 여행을 꺼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도쿄를 여행하는 데 큰 불편은 없었으며, 도쿄 사람들은 덤덤하고 의연하게 일상을 살고 있었다 2 서울 명동만큼 많은 인파가 몰리는 시부야의 밤거리는 여전히 복작복작했다. 전통 복장을 한 거리의 예술가가 연주하는 바이올린 소리가 광장을 가득 메웠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도쿄의 안부를 묻는 당신에게 하네다공항에 내려 모노레일을 탔다. 일본 전역에서는 전력 사용을 줄이기 위해 공공장소의 냉방시설 가동률을 80% 수준으로 낮췄다고 했지만 실내 공기는 견딜 만했다. 사람들은 차분히 책을 읽고 있었고, 더러는 조용히 담소를 나누고 있었으며, 빈자리가 있는데도 20분 가량을 서 있는 사람도 있었다. 긴팔옷을 끼어 입어야 할 정도로 싸늘한, 한여름의 서울 전철과는 사뭇 달랐다. 전철을 세 번 갈아타고 숙소가 있는 도쿄의 중심가, 아카사카로 향했다. 공항 리무진버스의 배차 간격이 너무 길어 기다릴 수 없어서 이용한 전철이었는데 무거운 여행가방을 들고 수차례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이 만만치 않았다. 나흘간 도쿄의 곳곳을 돌아다니는 동안, 역설적으로 도쿄의 촘촘한 전철망은 가장 큰 불편 요소 중 하나였다. 아무리 도쿄 메트로와 JR라인이 경쟁회사라지만 도무지 어느 역에서 어떻게 갈아타야 하는지 명확한 정보를 찾기란 어려웠다. 역무원들도 헷갈리는지 전화번호부만한 책을 꺼내 질문에 답해 주기도 했다. 그나마도 한참 돌아가는 길을 알려주었다는 사실을 나중에서야 스마트폰을 찾아보고 알았다. 세계 최대의 전자기술을 가진 나라라고는 믿겨지지 않는 풍경이었다. 의외의 풍경을 나흘간 매일 마주쳤다. 직장인들이 많은 시오도메 지역에는 금권金券숍이 많았다. 겉모양은 우리의 복덕방과 흡사한데 신칸센 탑승권부터 공연 관람권, 야구경기 입장권, 맥도날드 할인권까지, ‘별의별’ 티켓이 다 있었다. 도쿄에는 온라인 쇼핑몰이며, 소셜커머스며, 할인 혜택 풍성한 카드며…, 이런 것들이 없는 세상인 것만 같았다. 아날로그 도쿄의 면모는 거리를 지나면서, 사소한 식사 한 끼를 하면서도 느낄 수 있었다. 외국인들이 많은 번화가를 제외하고는,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은 불가능했고, 무선인터넷이 잡히는 카페라고는 도통 찾아볼 수 없고, 웬만한 가게들은 신용카드를 내밀면 ‘No, Sorry’라고 답했다. 비영어권 국가에서 영어로 편하게 대화할 수 있고, 신용카드로 껌 하나까지 살 수 있는 것이 과연 ‘글로벌’한 것인지, 잠시나마 생각해 봤다. 한국에서는 일본이 지진의 트라우마를 벗어나지 못할 것처럼 보고 있다. 그러나 일본이 큰 재난을 입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단서라고는 무지MUJI 매장 1층에 비치된 재난 대비 구호용품 세트가 전부였다. 도쿄인들은 평범하고 담담하게 일상을 살고 있었다. 그들에게서 호들갑은 느껴지지 않았다. 우에노 시장에서는 늘상 그러하듯 고소한 다코야키의 향이 풍겼고, 젊은 예술가는 기치조지의 이노카시라 공원에서 밝은 그림으로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주말 벼룩시장, 거기 사람이 있었네 토요일의 정오, 하네다공항에 비행기가 착륙하자마자 서둘러 찾아간 곳은 센다가야역. 도쿄의 곳곳에서 열리는 주말 벼룩시장 중에서도 규모가 크기로 유명한 메이지공원이었다. 유행과 첨단의 도시보다는 사람냄새 나는 이면의 풍경을 만나고 싶어 오래 전부터 벼르고 있었던 곳이다. 야외에서 열리는 벼룩시장의 풍경은 얼핏 보기엔 우리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차이가 있다면 버려도 주워가지 않을 듯한 아이템부터 장인정신이 담긴 수공예품까지 종류가 다양하다는 것이었다. 목이 없는 기타가 있는가 하면, 고급 자기제품도 있었다. 아이템이 다양하다는 것은 천차만별의 상인들이 이곳에 운집해 있다는 증거다. 한국 아이돌 공연장에서 피켓을 들고 있으면 어울릴 만한 여대생들부터, 시내에서 번듯한 중고 전문 가게를 운영하다가 경제난으로 가게를 접고 주말마다 벼룩시장을 돌며 근근이 살고 있다는 영어를 잘하던 중년 사내, 자신이 직접 만든 안경은 명품 안경보다 좋다며 호기롭게 20만원짜리 안경테를 팔고 있는 30대 남성, ‘뼛속까지’ 장사꾼인 터키인도 케밥을 팔고 있었다. 이 얼마나 아날로그적인 사람 풍경인가. 굳이 주머니를 열지 않아도 정겨운 풍경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러나 조금만 발품을 팔고, 두 눈을 부릅뜨면 저렴한 가격으로 여행용 캐리어에 한 살림을 채울 수도 있다. 필름카메라, 자기 제품, 앤티크 장식품, 구제 가방 정도는 믿고 구매할 만하다. 개인적으로 80년대 초반 태생의 탐나는 필름카메라가 있어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가격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장 마감 시간을 기다려 상인과 약간의 실랑이 끝에 구매한 가격은 1,800엔(약 2만4,000원).나름대로 ‘득템’에 성공했다. 도쿄 재활용 운동 시민 모임은 1992년부터 메이지공원, 오이경마장, 세이부돔, 요코하마 등 수도권 근교 및 미야기현에서 벼룩 시장을 주최하고 있다. 입점비용 2,500~3,500엔을 내면 누구나 자신만의 제품을 들고 나와 ‘주말 장사꾼’이 될 수 있다. 시장 정보는 홈페이지(www.trx.jp)에 상세히 나와 있다. 구글 번역기를 이용하면 위치, 운영 시간 등 핵심 정보를 어렵지 않게 취할 수 있다. 1 도쿄에 여행을 간다면 반드시 주말에 벼룩시장을 들러 볼 것을 추천한다. 쓸 만한 제품을 헐값에 건질 수도 있으며, 정겨운 사람 풍경을 보면 마음까지 따뜻해진다 2 주말 벼룩시장에는 외국인도 적지 않다. 사전에 신청만 하면 누구나 자리를 깔고 생활용품을 판매할 수 있다 3, 4 벼룩시장에는 의외로 건질 만한 아이템이 많다. 반면 공짜로 줘도 쓰지 않을 것 같은 엉뚱한 물품들도 적지 않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골목길을 걷다가 느긋하게 커피 한 잔 일본인들이 도쿄에서 가장 살고 싶은 곳으로 손꼽는 기치조지와 지유가오카의 공통점은 느긋한 분위기의 아날로그적 매력이 가득하다는 것이다. 번화한 긴자, 신주쿠, 롯폰기 등 중심가에 있다가 이곳으로 오면 시간마저 절반의 속도로 흐르는 듯하다. 사실 기치조지를 가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지브리 미술관’ 때문이었다. 헌데 그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것 또한 ‘아날로그적’인 미술관의 정책 탓이었다. 버젓이 인터넷이 있는데도 미술관은 지정 여행사와 로손Lawson이라는 편의점에서만 입장권을 판매하고 있었다. 이마저도 입장일이 가까워지면 구하는 것도 어렵다. 나의 정보 부재를 한탄하며, ‘지브리’가 없어도 충분히 매력적인 기치조지로 향했다. 기치조지 전철역과 이노카시라 공원 사이에는 수많은 앤티크 숍과 독특한 분위기의 카페로 가득했다. 영화 <구구는 고양이다>의 주요 배경이 된 이노카시라 공원은 주말을 맞아 호수에서 보트를 타는 연인들과 수공예품을 들고 나온 예술가들로 활기가 넘쳤다. 폐품을 활용한 기괴한 모형의 장식품부터, 시중의 상점에서는 구할 수 없는 수공예품들로 가득했다. 이튿날, 이른 아침 지유가오카로 향했다. 커피숍 2층에 앉아 전철역 앞 작은 광장을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잠시나마 권태를 즐겼다. 갓 구워낸 빵 한 조각과 커피를 즐기고,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오밀조밀한 인테리어 소품들을 구경하며, 필름카메라를 전문으로 다루는 카메라 가게를 배회하는 시간 동안 나는 어린 시절로 되돌아간 듯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대우 재믹스’로 조악한 게임을 즐기던 시절. 내게는 ‘닌텐도 패밀리’가 있었으며, 일본 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티셔츠는 물론 국산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정교한 일제 학용품도 많았다. 도쿄에 살던 이모가 보내주는 선물 꾸러미가 도착할 때마다 나는 동네에서 영웅이 되었다. 지유가오카의 문구점과 장난감 가게, 낡은 건물 간판들까지…. 이 낯선 도시는 묘한 힘을 갖고 있었다. 나로 하여금 잊혀졌던 유년의 기억을 살포시 끄집어내 미소짓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5 지유가오카의 명소인 라비타는 작은 쇼핑거리로, 물의 도시 베니스를 연상케 한다 6, 7 기치조지의 이노카시라 공원은 주말마다 수공예품을 판매하는 장이 선다. 폐품을 활용한 예술품과 일본인들의 정교한 손기술을 보여주는 실용품들이 눈길을 끈다 8 지유가오카에 위치한 뽀빠이 카메라. 필름 카메라 사용자를 위한 제품을 전문적으로 다룬다 [people] 호텔스닷컴 피터 요시하라 한·일 마케팅 총괄이사 “도쿄 자유여행, 안심하고 오세요” 호텔스닷컴에서 한국과 일본의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피터 요시하라 이사는 한국 여행객들에게 안심하고 도쿄를 찾아달라고 당부했다 “한국의 자유여행 인구가 놀라울 정도로 늘고 있다. 아시아에서 해외여행을 가장 많이 하고 있는 일본, 호주보다도 그 성장세가 빠르다” 세계 최대의 인터넷 여행사인 ‘익스피디아Expedia’의 계열사인 호텔스닷컴Hotels.com이 한국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내 맘대로’ 호텔을 선택하는 자유여행객이 급증하고 있다는 증거다. 3월11일 일본 동북부 대지진으로 한국인 여행객의 발길이 뚝 끊겼지만 도쿄를 중심으로 서서히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한국과 일본의 마케팅을 책임지고 있는 피터 요시하라(한국이름 양성호) 이사를 만나 최근 동향을 들어 봤다. Q. 대지진으로 한국에서는 일본 여행이 급감했는데 얼마나 체감하고 있나. A. 호텔스닷컴 한국 사이트에서 도쿄는 부동의 1위를 점하고 있었으나 대지진으로 큰 타격을 입은 것이 사실이다. 일부 도쿄 호텔은 방문객 감소로 영업을 중지하기도 했으며, 많은 호텔들이 방문객이 줄면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도쿄는 여행에 전혀 지장이 없으며, 지진 이전과 비교했을 때 여행객이 느끼기에 위험하거나 불편한 요소는 없으니 한국인들이 안심하고 도쿄를 여행했으면 한다. 올여름 일본에서는 오사카, 후쿠오카, 규슈, 오키나와 등의 호텔 예약이 가장 활발했다. 오사카는 올 여름, 호텔스닷컴 한국사이트에서 예약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호황이었다. 호텔스닷컴이 전세계 여행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분의 2 이상이 일본 여행에 긍정적이라고 밝혔고, 일본은 3대 선호지역으로 꼽히기도 했다. 일본 관광산업이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증거다. Q. 여름 휴가철 한국인들의 인기 여행지역은? A. 오사카, 뉴욕, 상하이, 홍콩, 파리 등이 인기가 많았다. 한국에서는 필리핀의 예약률이 두드러지게 증가하고 있다. 호텔스닷컴이 강점을 가진 미국 지역의 예약도 많은데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라스베이거스의 예약이 꾸준한 편이다. Q. 호텔스닷컴은 최근 3년간 한국에서 매우 공격적인 모습이다. A. 한국어 사이트(kr.hotels.com)를 개설한 2008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세자리 수 이상의 매출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기본적인 온라인 키워드 광고 외에도 케이블 및 공중파 TV 채널에도 광고를 진행했다.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단골 고객이 늘고 있다는 점은 한국인들이 그만큼 호텔스닷컴의 서비스에 만족하고 있다는 증거다. Q.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의 반응은 어떠한가. A. 호텔스닷컴은 지난 5월 새로운 스마트폰용 어플리케이션을 선보였으며, 한국은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서인지 예약이 꾸준히 늘고 있다. 아이폰을 통해 8~9건 예약될 때, 안드로이드를 통해 4~5건 예약되는 비율을 보이고 있다. 아이패드를 통한 예약도 적지 않다. Q. 최근 모회사인 익스피디아도 한국어 사이트를 오픈했는데. A. 호텔스닷컴의 강점은 ‘현지화된 서비스’다. 지금 익스피디아의 한국 사이트를 보면, 호텔스닷컴의 처음 모습처럼 어색하다. 호텔스닷컴은 ‘한국 웹사이트보다 더 한국스럽게’ 만든다는 목표로 변화를 이뤄 왔다. 현재는 웹사이트에 대한 고객불만이 거의 없을 정도로 고객들이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콜센터 직원들도 호텔스닷컴의 큰 경쟁력이다. 이외에도 올해 내에는 고객들의 충성도를 높이고 다양한 혜택을 줄 수 있는 항공사 마일리지 개념의 ‘보상 프로그램’을 준비 중에 있다. ‘호텔스닷컴 Hotels.com’은 세계 최대의 온라인 여행사인 익스피디아의 자회사로서, 전세계 13만5,000개의 호텔을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원스톱 쇼핑 사이트이다. 2~3일간 반짝 할인, 마감 임박 할인, 주요 도시 40~50% 할인 이벤트로 인기를 끌고 있다. 2008년부터 한국어로 된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콜센터에서는 한국어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place] 여전히 매력적인 도쿄, 고급 호텔을 노려라 도쿄의 주요 호텔 관계자들은 “해외여행객이 크게 줄어들어 가격이 저렴해진 지금이 여행의 호기”라며 한국인들의 방문을 당부했다. 최근 인터넷을 이용해 고급 호텔을 이용하는 수요가 늘면서 한국 시장에 관심을 갖는 호텔도 늘고 있다. 호텔스닷컴이 자신 있게 추천하는 도쿄의 5성급 호텔 두 곳을 들러 관계자들과 인터뷰를 나눴다. 일본 전통에 서양의 미를 가미하다 캐피톨 호텔 도큐 Capitol Hotel Tokyu 수수무 토가시 총지배인 일본의 명성 높은 호텔 그룹인 도큐Tokyu는 지금의 캐피톨호텔을 2010년 새롭게 공개했다. 4년간의 대공사는 ‘개보수Renovation’의 개념이 아닌 ‘재건축Rebuliding’에 가까운 수준으로 진행됐다. 관공서, 기업체가 많은 아카사카 중심 지역에 위치한 만큼 출장자들이 많고, 한국 기업들도 주변에 많아 한국인들의 방문도 많은 편이다. 캐피톨호텔도큐는 일본 전통의 미를 철저히 표방한다. 건물 외관은 서양식이지만 객실 내부나 레스토랑, 로비 등을 최대한 일본식으로 꾸몄다. 최근 리츠칼튼, 페닌슐라 등 해외의 특급 체인 호텔들이 일본에 속속 등장하고 있는데 이들과 비교해도 객실 넓이는 45m2 수준으로 매우 넓은 편이다. 음식과 차도 일본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 특히 식사 후에 일본식 다도를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지난 3월 대지진의 영향으로 올해까지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한국에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통해 고객을 유치할 예정이다. 오히려 지금은 호텔 가격이 많이 내려간 만큼 출장 목적뿐 아니라 레저 여행객들도 캐피톨호텔도큐를 찾으면 좋을 것이다. www.capitolhoteltokyu.com 최고의 전망 자랑하는 디자인호텔 파크 호텔 도쿄 Park Hotel Tokyo 마코토 엔도 영업 이사 파크호텔은 전세계적 네트워크를 가진 디자인 호텔Design Hotels의 유일한 일본 회원 호텔로서 독특한 디자인과 편리한 접근성, 빼어난 전망이 강점이다. 시오도메 미디어 타워의 25층부터 34층까지 호텔로 사용하고 있으며, 독특한 디자인으로 유행에 관심이 많은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익스피디아의 직원들이 우수 호텔로 선정한 바 있으며, 미슐랭 가이드가 선정한 레스토랑도 보유하고 있다. 긴자 지역까지 걸어갈 수 있는 시오도메역에 위치한 호텔은 오다이바로 갈 수 있는 유리카모메(전용열차)를 탑승하기에도 편리하다. 객실이 전부 고층에 자리한 만큼 전망도 좋다. 도쿄타워가 가까이 보일 뿐 아니라 맑은 날에는 후지산도 보인다. 친환경적인 객실 디자인은 물론 삼각형 모양으로 34층까지 천장이 뚫려 있는 로비 등은 독특한 디자인을 자랑한다. 일본 교토식 레스토랑, 도쿄에서 가장 유명한 바텐더가 있는 펍, 아로마 테라피 등도 파크호텔의 강점이다. 현재 한국인 직원도 1명 있어 한국인들에게 더욱 친밀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www.parkhoteltokyo.com 1 캐피톨호텔도큐는 일본 전통의 미를 철저히 표방한다. 건물 외관은 서양식이지만 객실 내부나 레스토랑, 로비 등을 일본 전통식으로 꾸몄다 2 파크호텔은 일본 유일의 디자인 호텔의 회원 호텔로서 독특한 디자인과 편리한 접근성, 빼어난 전망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김문이 만난사람] 외국인 최초 가야금 독주회 여는 조세린 배재대 교수

    [김문이 만난사람] 외국인 최초 가야금 독주회 여는 조세린 배재대 교수

    ‘다스름’이라 한다. 판소리에서 목을 푸는 것이다. 가야금 연주에서의 첫 시작도 그렇다. 무대는 전통 한옥이다. 처마를 스치는 바람 소리가 서서히 잦아든다. 앞뜰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던 귀뚜라미의 울음소리도 잠시 멈춰진다. 사람들의 숨소리 또한 그렇다. 여인의 열 손가락이 가야금 열두 줄을 타기 시작한다. 느린 진양조장단에서 시작된 가야금 소리는 중모리에서 중중모리, 자진모리에서 휘모리로 잘도 넘어간다. 줄을 희롱하듯 농현(絃)한 지경에 다다른다. 이윽고 많은 박수갈채가 이어지고…. ●국악으로 하버드대서 박사학위 받아 외국인들이 한국을 찾았다가 우연히 이런 광경에 매료돼 국악을 배우는 경우가 더러 있다. 하지만 외국인이 직접 무대에 올라 국악기로 연주 발표회를 갖는 경우는 거의 없을 듯싶다. 우선 한글을 배우기가 어렵고, 가야금 등의 전통 국악기 또한 배우기가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오는 15일 서울 종로구 북촌 한옥마당에서 보기 드문 국악 행사가 열린다. 미국인 여성 조세린(41) 배재대 교수가 가야금 독주회를 처음 갖는 것. 그의 본명은 조셀린 클라크(Jocelyn Clark)로, 알래스카에서 태어나 22살 때 한국에서 가야금을 처음 접했다. 국립국악원에서 가야금을 배우다 매료돼 가야금 전도사로 나섰고 하버드대에서 가야금 병창 관련 논문으로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그런 그가 이번에 국내 최초로 가야금 산조 독주회를 갖는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특히 그는 성금연(1983년 작고)류의 긴 산조(45분 분량의 풀버전)를 선보일 예정이다. 외국인이 짧은 산조는 물론이고 긴 산조의 가야금 연주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있는 일이라는 게 국악계의 평가다. 지난달 말 대전 배재대 연구실에서 조 교수를 만났다. 그는 3년 전부터 이 대학의 국제학부 학생들에게 ‘종교와 사회’ ‘비교미학’ 과목을 영어로 가르치고 있다. 그의 연구실에 들어서자 한쪽 편에 가야금과 북이 맨 먼저 보였다. 또 벽에는 각종 국악 공연 포스터들이 붙어 있었다. 평소의 국악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었다. 막 강의를 마치고 나온 시간이어서 그런지 “잠시 목을 축여야 해요.”라고 하면서 활짝 웃는다. 이어 녹차와 찻잔을 꺼내 오더니 차 한잔을 권한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얘기를 시작했다. 그의 명함에 새겨진 ‘조세린’이라는 큰 글씨가 눈에 띄었다. 누가 이름을 지어 주었을까. ●하숙집 오빠들이 지어준 이름 조세린 “하숙집에 있을 때였지요. 같이 있는 사람들이 미국 이름(조셀린)을 얘기하면서 한국말 ‘조세린’과 비슷하니 그렇게 하자고 해서 조세린이 됐습니다. 그때 하숙집에는 오빠들도 있었는데 경상도 말을 썼어요.” 녹차를 무척 좋아하나 보다. 차를 몇 잔 더 마시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그는 한국말을 잘하는 편이었다. 다만 외국인 특유의 축약과 생략이 있는 어투였다. 중간중간 영어를 섞기도 했다. “어제 전주에 계신 선생님한테 가야금 배우러 갔다가 오늘 아침에 왔어요. 공연을 앞두고 이것저것 최종적으로 (점검을) 받고 있는데 참 어려워요(웃음).” 그는 여러 스승을 모셨지만 현재는 성금연 선생의 딸인 지성자(전북 무형문화재) 선생에게 가르침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야금이 어렵기는 하지만 리듬을 심오하게 타고 있으면 생각의 깊이를 많이 느끼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가야금 독주 얘기가 나왔다. “저 스스로 많이 힘들었어요. 어떻게 공연할지도 궁금하고요. (가야금 연주를 한다는 것이) 어려운 것 같아요. 아마 외국인으로는 처음일 것 같은데 맞죠(웃음)? 이번 독주회는 긴 산조라서 더 어려워요. 산조는 20년 전 처음 배웠다가 잠시 중단하고 (가야금) 병창을 공부했지요. (산조를) 다시 본격적으로 한 것은 올 3월이었는데 20분 분량을 소화했어요. 그 후 25분 분량을 더 늘리는 데 많이 힘들었어요.” 얘기를 나누다 보니 소탈하면서도 솔직한 성격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외국인으로서는 처음 독주회를 갖는 소감 또한 남다를 터. “알래스카에 계신 부모님도 오세요. 딸 공연을 보러 오시는 것이지요. 가야금 공부라는 것이 매번 산에 오르는 것 같아요. 왜 그렇잖아요. 산에 오를 때, 다 왔나 생각하면 또 산이 있고 오르고 또 오르고, 가야금 하는 것이 그런 것 같아요. 이번 독주회도 큰 산에 오르는 첫 단계이겠죠.” 가야금은 누구에게 배웠을까. 국립국악원에서는 서울대 이지영 교수와 지애리·강정숙 선생에게 배웠다고 했다. 또 나중에 지성자 선생에게는 가야금 산조를, 강은경 선생한테는 가야금 병창을 배웠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황병기 선생에게도 잠깐 배운 적이 있다고 했다. 가장 궁금했던 하버드대 논문에 대해 물었다. 오죽 국악을 좋아했으면 한국에 있다가 일부러 미국으로 건너가 국악을 주제로 박사학위까지 받았을까. “2005년에 박사학위를 받았지요. 판소리 흥부가에 제비소리가 있거든요. 그 대목을 논문 제목(지지지지 주지주지)으로 했습니다. 논문을 쓸 때도 가야금을 들고 미국과 한국을 몇 번 왔다 갔다 했지요.” 그러면서도 틈틈이 외국에서 가야금 연주를 했단다. 하버드대에서도 했고, 2002년에는 베를린과 시카고, 알래스카에서도 연주를 했다. 이뿐만 아니다. 유럽에 갈 일이 있을 때에도 가야금을 들고 가 프랑스 그르노블, 독일 쾰른 등에서 연주했다. 그가 가야금 전도사라는 말을 듣는 이유다. 외국에서 연주할 때 ‘미국 사람이 왜 한국 음악을 하느냐.’는 질문은 혹시 받지 않았을까. 그는 “한국에서는 (그런 질문을) 받지만 외국에 가서는 거의 없어요. 좋아서 하고 있는데 왜 그런 질문을 받아야 하죠?” 하고 오히려 반문한다. 괜한 질문을 했나 보다. ●“14페이지 악보 달달 외는 가야금 힘들죠” 내친김에 또 한 가지 우문을 던졌다. 가야금을 배우면서 정말 후회하지는 않았느냐고 했다. “그런 적은 없어요. 물론 힘들어요. 특히 (가야금의) 긴 산조는 시간이 많이 걸려요. 14페이지에 달하는 악보를 다 외워야 했어요. 가야금을 배우면서 잠시 한눈을 팔면 골목길로 빠지고 조금이라도 신경을 덜 쓰면 딴 곳으로 가는 것 같아요. 마음은 빨리 터득하고 싶은데 그렇게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가사를 외워야 하고…. 왜 그런 거 있잖아요. 먹고 싶은 당근을 바라보는 말의 심정인 것 같아요. 아무튼 가야금을 잘하면 멋있어요.” 미국인 입장에서 한국 음악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참 매력 있어요.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그 매력을 잘 살리지 않는 것 같아요. (잠시 생각하더니) 한국인들은 음악의 뿌리를 다른 나라에 심고 있어요. 학교에 와서 라디오를 켜면 서양 음악이 나와요. 제가 한국에 처음 왔을 때보다 시대가 많이 달라졌어요. 아이들은 서양 음악을 배우고, 스승과 제자 사이의 예의를 생각하면 화가 날 때도 있어요. 젊은이들이 한국 문화에 재미를 많이 느끼지 못하고 있죠. 가야금 산조도 마찬가지예요. 선생님들은 열심히 하고 있지만 제자들은 그렇지 않아요. 제가 가끔 시골에 가서 소리하는 선생님들을 만나면 참 훌륭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소리 듣고 자연 속에서 빚은 막걸리 한잔 하고 얼마나 좋아요(웃음). 한국인은 한국 밥을 먹어야 하잖아요. 지금이라도 (서양 음악에 심취하지 않도록) 잘 잡아야 해요.” ●국악은 희로애락 표현하는 삶 같은 음악 그는 이어 국악은 말 그대로 삶을 표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쁨도 있고 슬픔도 있고 덩실덩실 흥을 돋우는가 싶으면 한풀이를 하는, 그런 음악이 좋다고 했다. 그 길이 아무리 멀고 험하더라도 산에 오르는 것처럼 한국 음악과 함께 걸어갈 것이라며 웃었다. 조 교수는 어릴 때부터 바이올린과 피아노, 클라리넷을 배웠고 고등학교 때 오보에를 배울 만큼 음악을 좋아했다. 그의 할아버지는 공군 정보장교 출신으로 2차세계대전 직후 일본에서 근무했다. 외할아버지는 진주만 공습 때 해군대위였다. 아버지는 일본에 잠시 살다가 베트남전에도 참전한 경험이 있어 조 교수는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동아시아에 대해 친근함을 갖게 됐다. 17살 때에는 일본, 20살에는 중국에서 교환학생으로 생활했다. 그래서 일본의 전통 악기 고토를 배웠고, 중국에서는 쟁과 서예를 배웠다. 그러던 중 한국의 가야금에 대한 얘기를 여러 차례 들으면서 한국행을 결심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거문고 연주자를 통해 국립국악원을 소개받았던 것이다. 가야금 병창을 배울 때에는 한글을 못 읽어 무조건 외우면서 시작했다. 특히 다스름이니, 진양조니 하는 것을 배울 때에는 손가락에 피가 날 정도로 아팠지만 언젠가는 좋아하겠지 하는 심정으로 꾹 참고 견뎠다. “가야금이 저의 삶에 어떤 의미를 던져주는지 아직은 잘 모르지만 그 진정한 의미를 찾을 때까지 계속할 겁니다.” 김문 편집위원 km@seoul.co.kr ●조세린 교수는… 1970년 미국 알래스카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조셀린 클라크(Jocelyn Clark)이며 할아버지와 외할아버지, 그리고 아버지가 군인 출신이어서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동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생겨났다. 현재 그의 아버지는 알래스카에서 변호사로, 어머니는 요리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17살 때 일본에 살면서 전통 악기 고토를 배웠고 20살에는 중국에서 쟁과 서예를 익혔다. 민속음악으로 유명한 미국 웨슬리언대를 나왔으며 중국 난징대에 잠시 다니기도 했다. 그가 한국에 처음 온 것은 1992년 22살 때였다. 미국에서 거문고를 하는 한국 사람에게 소개받아 국립 국악원에서 가야금을 익히기 시작했다. 이후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하버드대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학위 논문의 주제는 모두 국악이었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가야금 연주도 여러 번 했다. 그는 한국에서 이지영 서울대 교수, 지애리·강정숙 선생에게 가야금을 배웠고 지성자 선생에게는 가야금 산조를, 강은경 선생한테는 가야금 병창을 배웠다.
  • 美 돌아온 녹스 “현실 같지 않아”

    ‘타블로이드(옐로 신문)에 의한 재판’ ‘미디어 과잉’ 등의 논란을 일으킨 이탈리아 룸메이트 살해 사건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어맨다 녹스(24)가 4일(현지시간) 고향인 미국 시애틀에 도착했다. 시애틀 타코마 국제공항에 도착한 녹스는 기다리고 있던 취재진과 지지자 수십명에게 “비행기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모든 게 현실 같지 않았다.”면서 “지금 이 순간 너무나 벅차 어찌할 줄 모르겠다.”고 말했다. 녹스는 간간이 눈물을 보이며 떨리는 목소리로 “나를 믿고 지지해준 모든 사람에게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외신에 따르면 녹스는 항소심 판결 직후 런던에서 시애틀행 비행기에 올랐으며, 비즈니스석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다. 녹스가 자란 마을과 그 주변에는 환영 현수막이 걸리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시애틀 시민들은 “여전히 녹스가 유죄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고 CNN이 전했다. 4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녹스가 풀려나긴 했지만 이탈리아의 줄리아노 미그니니 검사는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최고 형사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1심과 항소심은 미디어의 극심한 압력 속에 진행됐다.”면서 “누가 옳은지 두고 보자.”고 말했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열린세상] 축제와 함께 가을을/박양우 중앙대 예술경영학과 교수

    [열린세상] 축제와 함께 가을을/박양우 중앙대 예술경영학과 교수

    지난주 광주광역시 구도심에서 열린 충장축제를 다녀왔다. 전라남도청이 무안으로 이전한 이후 침체일로를 걷던 구도심 지역에 경제적 활기를 주자는 취지로 축제의 장을 연 지 어언 8년이 지났다. 1970, 1980년대 추억의 거리 광주 금남로에서는 80개가 넘는 팀이 참가한 거리 퍼레이드가 열렸다. 저녁 늦은 시간엔 30년 전 수많은 시민들이 독재에 항거하다 흘린 피로 물들었던 이곳에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디스코 등 7080 춤들을 신명나게 추어대는 춤판이 벌어지기도 했다. 바로 옆 충장로에서는 통기타 음악을 비롯해 추억의 음악공연들이 우다방으로 애칭되는 광주우체국 앞을 시작으로 여기저기서 줄을 이었다. 덩달아 주변 상가들은 대목이라도 되듯이 손님을 맞느라 흥에 겨웠다. 바야흐로 축제의 계절 10월이 돌아왔다. 아직도 축제라고 하면 그냥 놀고 먹고 마시는 소비성 행사요, 전시성 행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전임 단체장 임기 중 시작됐거나 성공적이라고 평가받는 축제를 줄이거나 없애는 것을 마치 시정개혁의 모델이나 되는 것처럼 얘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축제의 한 면만을 너무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본 소치다. 사실 축제는 좋은 것이다. 축제를 통해 고장에 대한 자긍심과 주민들 간의 협동심이 고취되고, 고장의 브랜드 가치도 높아진다. 고장의 전통문화가 보존되고 새로운 문화가 창조되기도 한다. 외지 손님을 맞으며 자연스레 문화의 교류도 이루어진다. 나아가 지역경제에도 큰 기여를 한다. 매년 1000개가 넘는 축제가 전국 각지에서 열리고 있다. 축제공화국이라느니 하면서 축제가 너무 많은 양 말하는 이도 있지만 우리나라 축제가 과도하게 많은 것은 아니다. 인구 1200만명 정도인 캐나다의 온타리오 한 주만 해도 1300개가 넘는 크고 작은 축제가 연중 열리고 있다. 조금만 신경을 써 살펴보면 우리나라 구석구석이 여행의 보고인 것처럼, 우리 주변엔 좋은 축제들이 널려 있다. 지역의 전통문화적 특성이 가득한 축제, 주옥 같은 공연이나 전시를 주제로 한 축제, 지역 특산물을 소재로 한 축제, 경연적 성격으로 흥미를 유발하는 축제, 친환경적 자원을 소재로 한 축제, 새로운 브랜드나 캐릭터를 활용한 축제 등 그 유형도 다양하다. 다 나름대로 흥미도 있으려니와 교육적으로도 아주 유익한 축제가 즐비하다. 최근 들어 축제는 특히 경제적 측면에서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벌써 60년이 넘은 국제페스티벌로 유명한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시는 축제만으로 한 해에 약 4600억원의 경제적 이득을 얻고 있다. 지상에서 가장 화려한 축제라고 불리는 브라질 리우카니발은 40만명이 넘는 관객이 축제 현장을 직접 찾고, 수억명의 인구가 매스컴을 통해 이 축제를 접한다. 경제효과도 1조 3000억원을 넘는다. 외국의 유명한 축제만 그런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대표적 축제인 금산인삼축제도 작년의 경우 75만명의 관광객이 축제장을 다녀갔고, 약초 판매액 655억원을 비롯해 총 935억원을 벌어들여 지역경제에 톡톡히 기여했다. 그러나 경제적 이득만이 전부일 수 없다. 축제는 오랜 기간 지역주민과 함께 가꾸어 왔고 또 가꾸어 갈 공동체의 유산이다. 우리와 후손에게 꿈을 심어주고 물려주는 호흡이 긴 문화산업이다. 며칠 전 국제세미나에서 만난 미국 알라메다 농업박람회 릭 피커링 회장의 말이 귓가를 맴돈다. 올해 박람회 100주년 행사를 치른 그는 박람회의 경제적 효과를 묻는 질문에 축제를 통해 후세들에게 우리 고장의 꿈과 비전을 계속하여 전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국민도 우리 축제들에 더 큰 관심과 사랑을 가져 보자. 이명박 정부 들어 정부지원 대상 축제 수나 예산액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지금이라도 전향적인 축제 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축제가 손짓하는 이 가을. 국민 모두 잠시 분주한 일손을 놓고 가족과 함께 축제장을 찾으면 좋겠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축제장에 가기 전 온 가족이 해당 축제에 관해 미리 꼼꼼히 공부하고 가면 훨씬 보람찬 축제 여행이 될 것이다.
  • “1승 해냈다는 생각에 경기 후 눈물 왈칵”

    ●민경진(27·라디오PD) 모두가 크게 안 다치고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어서 천만다행이다. 어떻게 이겼든 1승을 거뒀다. 2승까지 할 수 있었는데 못해서 아쉽고 미안하다. 나로서는 마지막 국가대표 경기였다. 내년에 누가 계속할지 모르겠지만 좀 더 희생정신을 가졌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행운을 빈다. ●송정은(24·이화여대) 지난해 광저우아시안게임에 나갔는데 부상 탓에 많이 못 뛰어 미련이 남았다. 1승이라는 거 꼭 해보고 싶었는데 해냈다는 느낌보다는 아직 부족하다는 자책이 든다. 다쳐서 함께 오지 못한 이제아, 이민희, 안나영, 김선아 등을 생각하며 뛰었고 그 몫까지 해내려고 최선을 다했다. ●최고야(24·이화여대) 포기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땐 럭비를 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5개월의 시간 동안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 걸 배웠다고 생각한다.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았는데 마지막까지 함께 해줘서 다들 고맙다. 우리는 앞으로 뭐든지 할 수 있을 거야, 파이팅. ●백가희(22·수원대) 이기고 싶은 욕심이 자꾸 생긴다. 오히려 진 게 분하고 억울하다. 어떻게 해야 잘할지 지금에서야 터득했다. 우리는 ‘가능성 있는 팀’이 아니라 ‘잘하는 팀’이 될 수 있다. 내년에 이 멤버들이 다시 함께할 거라고 믿는다. 혹시 럭비를 하고 싶은 사람은 내년 선발전에서 만나자. 내가 잘 이끌어 주겠다. ●김아다가(21·인천대) 팀이 원했던 1승 목표는 이뤘다. 2승까지 했다면 더 떳떳하게 한국에 갈 수 있었을 것 같지만 5개월 만에 첫 승을 거둔 것으로 일단 만족하겠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까 지금처럼, 지금보다 더 노력해서 그때는 더 큰 성과를 거두겠다. 그만큼 더 노력하겠다. ●장한아(20·동덕여대) 우리가 그토록 원하고 목말라하던 1승을 거뒀다. 시원섭섭하다. 내 몸에 휴식기간을 줄 수 있어 시원하고 우리의 기량을 실전에서 더 잘 발휘하지 못해 섭섭하다. 어쨌든 원하는 목표를 이뤄 기쁘다. 그 역사적인 순간에 내가 있었다는 자체로 감격스럽고 자랑스럽다. ●최예슬(20·명지대) 상하이대회 때는 부상으로 못 뛰었고, 이번에도 출전시간이 적었다. 1승을 거둔 라오스전에 뛰어서 좋았지만 씁쓸하고 자존심이 상하는 것도 사실이다. 럭비를 하면서 욕심이 날 때도, 회의가 들 때도 많았는데 어쨌든 이런 고된 생활을 묵묵히 견뎠다는 것이 대견하다. 이대로 끝내긴 뭔가 아쉽다. ●서보희(19·경북대) 힘들게 훈련했지만 그만큼 실력 발휘를 못한 것 같다. 1승을 했는데 그래도 뭔가 목마르다. 겁이 많고 포기하는 내 성격과 럭비가 맞지 않아 힘들었지만 금방 또 그리워질 것 같다. 여기서 만난 사람들과 운동하는 게 정말 좋았다. 올해 팀원이 많이 남아서 쭉 역사를 썼으면 좋겠다. ●송소연(18·리라아트고) 우리가 해냈다는 생각에 경기 후 눈물부터 흘렀다. 2승까지 할 수 있었는데 아쉽게 져서 속상하다. 막상 1승을 했는데 목표를 이뤘다는 쾌감보다는 더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과 욕심이 생긴다. 내년에 어떻게 할지 방향이 보였다는 것에 감사한다. 언니들과 함께한 럭비는 매 순간 감동이었다. ●트레이너 양승희(22·동덕여대) 선수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걸음마부터 함께 했다. 선수들이 나를 안 봐도 나는 항상 선수들을 봤다. 마사지나 테이핑을 하느라 고될 때도 많았지만 뿌듯하고 보람을 느낄 때도 많았다. 여자럭비팀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됐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푸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김선아 “삼순이는 평생 같이 가야 할 친구죠”

    김선아 “삼순이는 평생 같이 가야 할 친구죠”

    통통하고 괄괄하던 삼순이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대신 가냘프고 성숙한 여배우가 앉아 있었다. 지난달 30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선아(36) 이야기다. SBS 주말드라마 ‘여인의 향기’를 통해 출세작 ‘내 이름은 김삼순’(이하 ‘김삼순’)의 그늘을 벗고 물오른 연기력을 선보인 그녀는 오는 6일 개봉하는 영화 ‘투혼’으로 연타석 홈런을 노리고 있다. →살도 많이 빠지고 피부도 좋아 보인다. 이제는 친근감보다 거리감이 느껴진다는 사람도 있던데. -그러면 계속 좀 거리감이 있어야겠다(웃음). 체중은 지난해에 비해 2~3㎏밖에 빠지지 않았다. 사람들이 ‘삼순이’ 때만 기억해서 그렇지 2003년 영화 ‘위대한 유산’을 찍을 때도 살이 빠진 상태였다. 피부는 원래 좋은 편이다. 15년째 6~7일씩 밤을 새워도 아무 트러블이 없다. →살이 빠진 뒤 좋아진 점은. -‘김삼순’ 때는 힘들어해도 꾀병이라던 사람들이 이제는 조금만 힘들어해도 그렇게들 걱정해 준다. 안 좋은 점도 있다. 안티(팬)가 거의 없었는데 홈페이지에 남자 배우들이랑 찍은 사진을 올려 놓으면 “왜 계속 사진 올리느냐.”면서 경계하는 반응이 올라온다. →‘투혼’과 ‘여인의 향기’에서 연속으로 암 환자 역을 맡았다. 밥도 안 먹고 잠도 거의 자지 않았다던데. -먹지 않기 위해 사람도 안 만나고, TV에 먹는 장면이 나오면 채널을 돌려 버리는 등 도 닦는 기분으로 살을 뺐다. 가족들이 다클서클 만든다고 진짜 두 시간만 자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면서 제발 편한 작품 좀 하라고 타박하더라. →털털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있는 것 같다. (옆에 앉아 있던 매니저가 “드라마 ‘시티홀’을 할 때는 자신이 나온 언론 기사 숫자까지 다 셌다.”며 거들었다.) -‘시티홀’ 때는 공교롭게도 같은 소속사 여배우가 방송 3사에서 경쟁을 벌였기 때문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기사는 거의 다 읽어 보고 틀린 부분이 있으면 소속사를 통해 정정을 요청하기도 한다. 겁이 많아 롤러코스터 같은 것도 못 타는데 연기에서는 좀 독한 면이 있다. →신작 ‘투혼’에서는 철없는 야구 선수 남편 윤도훈(김주혁)을 내조하는 아내 오유란 역할이다. 경상도 사투리가 무척 자연스럽던데. -스크린의 내 모습을 보고 너무 낯설어 딴 사람인 줄 알았다. 극 중 유란은 남자에 의해 환경이 달라진 여자이고, 드러내고 웃는 경우도 거의 없다. 기존에 내가 연기했던 것처럼 자기 주장이 강한 인물이 아니라 그림자 같은 역할이기 때문에 이번에 절제하는 것을 많이 배웠다. 사투리는 어릴 적 대구에서 살긴 했지만 솔직히 꼬마 때라 잘 기억나지는 않는다. →‘국민 노처녀’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노처녀 역할을 많이 했는데, 이번에는 두 아이의 엄마다. -엄마 역할에 안 어울린다는 이야기를 하도 많이 들어서 처음엔 부담이 좀 컸다. 그나마 ‘여인의 향기’에서 정극 분위기를 전달한 뒤 ‘투혼’이 개봉돼 다행이다. 갑자기 내가 진지해지면 보는 분들도 어색하지 않겠는가. →잇달아 시한부 인생을 연기한다는 게 어찌 보면 모험인데. -비슷한 캐릭터로 다가갈 수 있기 때문에 배우로서는 위험한 선택이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두 인물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여인의 향기’의 이연재는 스스로를 위해서 달려갔고 점점 강인해진다. 반면 유란은 죽는 순간까지 가족을 보살피는 강인한 여자다. ‘투혼’의 내면 연기가 ‘여인의 향기’에 몰입할 때 큰 도움을 줬다. →‘투혼’은 왕년의 슈퍼스타였다가 2군으로 추락한 윤도훈이 아내를 위해 마운드에 다시 서는 과정을 담고 있다. 배우 김선아도 윤도훈처럼 시련을 겪은 적이 있나. -2007년 준비하던 영화가 무산되면서 소송이 벌어졌을 때 무척 힘들었다.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묻는 것이 싫어서 대인기피증까지 걸렸었다. 진실이 왜곡된 것이 억울해 일도 안 하고 직접 증거 자료를 수집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일을 계기로 어떤 문제가 닥쳐도 빨리 판단하고 대처할 수 있는 성숙함을 배웠다. →‘김삼순’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스타덤에 올려놓은 캐릭터이긴 하지만 족쇄로 느껴진 적은 없었나. -처음에는 너무 좋았는데 한동안 무슨 연기를 해도 사람들이 삼순이 스타일로 받아들여 스트레스를 받았다. 오버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는 성격도 아닌데, 그런 것을 자꾸 기대하는 주변 시선도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내가 바꾸려고 한다고 (대중의 인식이) 바뀌는 것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그 다음부터는 삼순이는 평생 같이 갈 친구라고 마음먹었다. ‘김삼순’처럼 인생의 희로애락을 잘 그린 작품을 언제 또 만나겠나. →‘국민 노처녀’ 수식어를 뗄 계획은 없나. -하하. 이번 영화에서 사고뭉치 남편 때문에 너무 고생해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싹 없어졌다. (극 중 남편이었던) 김주혁씨는 그래도 결혼을 해 보고 후회하는 것이 낫다고 하는데, 그렇게 마음고생하면서는 못 살 것 같다. 대화가 잘 통하고 평생 친구 같은 운명적인 상대가 나타난다면 또 모를까…. 연기도 사랑도 산수 과목이나 탐구생활처럼 치밀하게 연구하기보다는 마음 편하게 운명에 맡기고 기다리고 싶다는 김선아. 그녀는 “앞으로 장르에 상관없이 재미있는 역할이라면 좋은 리더(감독)를 만나 함께해 보고 싶다.”며 밝게 웃었다. 이제는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을 둘러 볼 여유가 생겼다는 그녀의 말에서 다음 연기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통한의 알버트 푸홀스, 10년 연속 3할 기록 실패

    통한의 알버트 푸홀스, 10년 연속 3할 기록 실패

    흔히 타격을 3할의 예술이라 부른다. 그리고 30홈런은 거포의 기준이라 칭한다. 다소 의견이 분분할 수도 있겠지만 100타점 역시 중심타자라면 반드시 기록해야 할 기준점에서 어긋남이 없는 수치 중 하나다. 하지만 현역 생활을 하는 타자들중 3할-30홈런-100타점 중 어느것 한가지도 도달하지 못하고 은퇴하는 선수들이 부지기수다. 어떻게 보면 한 시즌을 뛰면서 3할-30홈런-100타점을 동시에 달성한다는 것도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알버트 푸홀스(31. 세이트루이스)가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5타수 1안타(1타점)를 기록하며 타율 .299로 시즌을 마감했다. 빅리그 데뷔 해인 지난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이어오던 10년연속 3할 타율 기록이 깨진 것이다. 덧붙여 2타점이 필요했던 이 경기에서 1타점에 그치며 99타점을 기록, 이 부문 역시 10년연속 100타점 기록에 만족하며 그 기간을 11년으로 연장하지 못했다. 9월 중순까지만 하더라도 3할-30홈런-100타점이 확실시 됐던 푸홀스는 팀의 와일드카드 진출에 있어 부담감이 느껴져서인지 최근 5경기에서 23타수 4안타(.174)에 머무는 등 극심한 난조를 보이며 결국 대기록에 실패했다. 지난해까지 푸홀스가 가지고 있던 10년연속 3할-30홈런-100타점 기록은 140년이 넘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이다. 그보다 더 많은 3할 타율, 그리고 더 많은 30홈런과 100타점 기록을 가진 선수는 있지만 이 세가지 기록을 모두 묶어 10년연속 이어온 타자는 푸홀스가 유일했다. 더군다나 푸홀스는 이 기록을 메이저리그 루키 시즌부터 이어온 것이라 그 아쉬움이 클수 밖에 없다. 극심한 투고타저 현상이 지속되긴 했지만 그래도 푸홀스라면 본연의 몫을 충분히 해낼줄 알았다. 푸홀스를 의심하는 것은 죄악이란 우스게 소리 역시 푸홀스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 하지만 푸홀스는 6월 한때 부상으로 인해 기록연장이 종료될 위기에서 당초 6주 진단의 손목부상을 단 16일만에 완치해 내는 에어리언과 같은 모습을 보이며 메이저리그에 복귀했다. 이후 차츰 본연의 모습을 회복하더니 어느새 30홈런을 넘기면서 동시에 3할과 100타점은 당연해 보였다. 하지만 결국 팀은 극적으로 애틀랜타를 따돌리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선수 본인의 대기록은 중단되고 말았다. 비록 대기록이 중단된 푸홀스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코 올 시즌 푸홀스의 부진(?)을 비웃어서는 안된다. 8월 중순 세인트루이스가 와일드카드 싸움을 할때만 해도 애틀랜타에 5경기차로 뒤져 있었다. 그리고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올 시즌이 힘들어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시즌 막판 보여준 푸홀스의 맹타는 팀이 극적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할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개인으로서는 연속 시즌 기록 행진은 무산됐지만 세인트루이스 입장에선 푸홀스가 살아났기에 그나마 와일드카드라도 손에 쥘수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푸홀스는 11년연속 3할-100타점 기록은 단 1리와 1타점이 모자라 무산됐지만 11년연속 30홈런 기록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또하나 아쉬운 것은 10년연속 30개 이상의 2루타를 기록했던 것도 올 시즌을 끝으로 중단됐다는 사실이다. 올 시즌 푸홀스가 기록한 2루타 수는 29개. 마치 아홉수에 걸린 사람처럼 모든 기록들이 단 하나의 벽을 넘지 못하고 물거품이 됐다. 그리고 본인 커리어 사상 최악의 출루율(.366)과 장타율(.541) 그리고 .907의 처참한 OPS(출루율+장타율) 역시 오점으로 남긴 2011 시즌이다. 덕분에 지난해까지 유지해온 통산 타율 .332이 .328로 그리고 장타율 역시 .617로 떨어졌다. 2009 시즌이 끝날때까지만 해도 1.050의 OPS 역시 올 시즌이 끝난 지금 1.037로 내려와 있는 상황이다. 올 시즌을 끝으로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게 되는 푸홀스가 내년에 세인트루이스에 잔류할지 아니면 이적할지는 모르지만 제2의 전성기를 향해 달려야 한다는 사실은 틀림없어 보인다. 일각에선 그의 전성기가 점점 지나고 있다는 평가가 있긴 하지만 후반기에 보여준 모습만 봤을때는 아직은 이르다. 야구선수 그중에서도 타자의 전성기가 지났다는 평가는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떨어지는 파워의 손실이 과거에 비해 두드러졌을때를 말한다. 이 기준으로만 놓고 보면 올 시즌 리그 홈런 3위(37개)에 오른 푸홀스의 파괴력은 아직도 건재하다는 걸 알수 있다. 타격사이클로만 놓고 보면 최근 내리막길을 걸었던 푸홀스이기에 디비전시리즈때는 다시 상승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크다. 못다한 기록중단이 포스트시즌에서 어떠한 결과로 나타날지 주목되는 이유다. 한편 아메리칸리그에선 탬파베이 레이스가 뉴역 양키스를 상대로 극적인 대역전승부를 연출하며 포스트시즌을 위한 마지막 티켓 한장을 손에 넣었다. 탬파베이는 7회까지 7-0로 뒤지며 이대로 끝날줄 알았던 승부를 8회 6점, 9회 투아웃 상황에서 극적인 동점을 만든 뒤 연장 12회 에반 롱고리아의 끝내기 홈런으로 양키스를 8-7로 물리쳤다. 야구에 있어 반전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야구가 지닌 참다운 재미를 만끽할수 있는 그야말로 드라마와 같은 한판 승부였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해외야구통신원 윤석구 http://hitting.kr
  • [문화마당] 아이유와 대학 특례 입학/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문화마당] 아이유와 대학 특례 입학/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고3 수험생에게 대학 합격보다 더 큰 선물이 있을까. 본인에게도, 뒷바라지를 해온 부모들에게도 그보다 더 기쁜 일이 어디 있으랴. 그런데 이를 마다한 수험생이 있다. 인기 가수 아이유가 바로 그다. 올해 연예인 수험생 중 연예관련학과가 있는 대학의 스카우트 표적 1순위가 그였다. 몇몇 대학은 아이유 모시기에 공을 들였다. 며칠 전 아이유는 연예 특례 입학을 정중히 거절했다. 그 이유가 눈길을 끈다. ‘대학 진학의 필요성을 아직 느끼지 못했다.’였다. 또한 가수로서 해야 할 일이 남아 있고, 대학에 진학해서는 그것을 함께 병행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대학생이란 ‘타이틀’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1993년 5월생. 만 18세. 아이유의 그 같은 결단은 한낱 가십성 뉴스에서 그칠 일이 아니다. 시사 하는 바가 크다. 때가 되면 으레 해야 할 일들을 거부한다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 더군다나 우리의 교육 정서는 학업에 있어서만큼 예외가 주어지지 않는다. 이를 감안한다면, 그 같은 결단은 주목 받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아이유였기에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아이유가 방송사의 가요프로그램 녹화 무대에서 한껏 노래 솜씨를 발휘하고 내려와서 첫 번째로 하는 일은 무대복을 벗고 화장을 지운 뒤 교복을 입는 것이다. 스태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 그녀는 ‘스스로’ 고등학생의 본분으로 돌아간다. 진학 포기라는 용단을 내리긴 했지만 음악 이론과 뮤지션으로서의 성장을 위해 때가 되면 공부를 다시 하겠다는 그녀의 다짐은 우리 가요계의 미래를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연예인이 되면 대학 진학은 ‘옵션’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많은 청소년들이 인기도 누리고 대학 진학 특례도 누리는 모습을 보면서 연예인을 선망하게 된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매년 입시철마다 나오는 문제지만, 연예인 대학 특례입학이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른다. 연극·영화학과와 음악 관련 학과 등에 진학하려는 수험생은 한 해 1만명 내외다. 이상 과열이랄 수도 있는 이런 인기는 연예인이 얼마나 선망의 대상인가를 보여주는 사례다. 연예인 특례입학을 한 학생들 가운데는 정말 예술적 기질이 넘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기획사의 홍보력 덕에 TV에 몇번 나왔다는 것만으로 혜택을 보는 사람도 있다. 특례입학생 중에는 출석 여부와 관계없이 학교 책임 아래 졸업까지 보장받는 사람도 있다 하니 더더욱 놀랍다. 연예 관련 학과가 인기를 끌다 보니 지난 1990년대 중반 이후 관련 학과를 만드는 대학들이 줄을 이었다. 이들은 체계적이고 내실 있는 교육시스템을 통해 인재를 길러야 하지만 인기 학과임을 자랑하기 위해 기존 연예인을 받아들여 학교 홍보에 주력하는 방식을 쓴다. 100년을 내다봐야 한다는 대학 행정의 우울한 단면이다. 교육 행정은 상술이 아니다. 진중하고도 진중해야 한다. ‘출석’이 중요한 것은 학문에서 정보 교류를 하는 법, 정기 공연 등을 통한 통합적 메커니즘을 배우기 때문이다. 이런 진지한 협동작업을 통해 예술을 알아가는 과정 자체가 참된 예술인으로 성장하는 일이다. 이런 과정 없이 오랜 생명력을 유지하기는 힘들다. 연예 관련 학과에 대한 입시준비도 그야말로 벼락치기다. 성적이 고만고만하니까 실기 비중이 큰 연예 관련 학과로 급히 눈을 돌린다. 중·고교 시절 연극 한 편 보지 않고, 시나리오나 희곡 하나 진지하게 읽어본 적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기본’이라 할 것도 없을 정도로 민망한 수준이다. 이는 실기 현장에서 곧장 드러난다. 겉멋만 잔뜩 들어간, 유행어만 남발하는, 깊이와 느낌이 전혀 없는, 그런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올해도 연예 관련 학과의 경쟁률은 치솟을 전망이다. 즉흥적이고 근시안적 대학행정과 준비 없이 오직 스타만을 꿈꾸는 수험생들. 우리 교육이 이들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입학 자격을 갖추고도 대학 진학을 하지 않는 가수 아이유의 결단을 이제는 되짚어 볼 때다.
  • ‘폭행치사’ 국민참여재판 배심원 어떻게 뽑나 봤더니

    ‘폭행치사’ 국민참여재판 배심원 어떻게 뽑나 봤더니

    국민참여재판을 아시나요. ‘배심원’이란 말은 들어 보셨겠죠. 미국 영화를 보면 피고인이 판사가 아니라 배심원단에 읍소하는 장면이 나오잖아요. 한국에서도 2008년부터 ‘국민참여재판’이라는 일종의 배심제가 시범 실시되고 있고, 내년부터는 확대됩니다. 얼마 전 소말리아 해적들에 대한 재판이 국민참여재판으로 이뤄지면서 조금 알려지긴 했지만 아직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국민참여재판은 다른 형사 재판처럼 공개되지만 배심원 선정 과정은 비공개입니다. 배심원의 신분을 보호하기 위해서죠. 비공개인 배심원 선정 과정을 들여다봤습니다. 언제 법원에서 ‘배심원으로 나와 달라.’는 소환장이 날아올지 모릅니다. 법원에서 소환장 왔다고 놀라지 마시고, 기사를 읽어 보세요. “술 좋아합니까. 주량은 얼마나 되지요.”(검사) “주량은 소주 반 병 정도지만 자주 마시지는 않는 편입니다.”(25세 남성, 5번 배심원) 지난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 배준현) 심리로 열린 국민참여재판은 폭행치사 사건이었다. 내기 당구에서 언쟁이 붙어 피고인 김모씨가 피해자를 밀쳤고, 바닥에 머리를 부딪친 피해자가 며칠 뒤 사망한 사건이었다. 살짝 밀친 것을 폭행으로 봐야 하는지가 사건의 쟁점이었다. 적절한 배심원을 선정하기 위한 판사·검사·변호인들의 질문 공세가 이어졌다. 판사는 중립적이고 공정한 배심원을 찾기 위해서, 검사나 변호사는 자신에게 유리한 판결을 해 줄 배심원을 찾기 위해서다. 피고인과 피해자 모두 만취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라 술과 관련된 질문이 많았다. 변호인이 “술을 많이 먹고 평소에 하지 않던 행동을 한 기억이 있느냐.”고 묻자 한 배심원은 “술을 먹으면 일찍 자는 편이라 그런 일이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이번에는 검사가 질문을 던졌다. ‘폭행치사’와 ‘살인’의 차이를 아는지, 또 성폭행 범죄를 저지른 조두순의 처벌에 대한 의견도 물었다. “사람이 누군가를 때려서 죽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한 배심원은 “재수 없으면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는데 죽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답했고, 또 다른 배심원은 “치사에 이르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심원들의 답변이 끝나면 검사와 변호인은 판사에게 배심원 기피신청을 한다. 이 과정에서 ‘범죄를 엄격히 처벌해야 한다.’는 답변을 했다면 변호인이 꺼리게 되고, ‘좀 봐줘도 된다.’는 답변을 했다면 검사가 꺼릴 수 있다. 이날은 청력이 약해 질문을 거의 듣지 못했던 70대 노인 등 3번에 걸쳐 9명이 기피됐다. 결국 2시간 만에 배심원 7명에 예비배심원 1명이 결정됐다. 검사들은 보통 동종 전과를 가진 배심원을 선호하지 않는다. 피고인의 범죄에 대해 너그러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배심원들은 밤 10시가 넘어서까지 치열하게 평의했고, 징역 2년을 권고하는 의견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배심원 통지를 받은 국민은 출석 의무를 지닌다. 올해까지는 시범기간이라 그냥 넘어가지만, 어길 경우 과태료도 물어야 한다. 배심원으로 출석하면 5만원, 배심원으로 선정되면 10만원의 수당을 지급받는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투어 챔피언십] 빌 하스, 물에서 건져 올린 ‘1144만 달러’

    30명 중 25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오프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 직전 빌 하스(29·미국)의 성적이다. 뛰어나긴 하지만 타이거 우즈(미국) 같이 천재급은 아닌 하스의 실력을 그대로 말해주는 성적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연장 접전 끝에 투어 챔피언십은 물론 페덱스컵 최종 승자가 됐다. 우승상금 144만 달러에 보너스 1000만 달러를 합쳐 모두 1144만 달러(약 136억원)를 한번에 받았다. 하스는 26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이스트 레이크 골프장(파70·7154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동갑내기 헌터 메이헌(미국)과 최종합계 8언더파 272타로 동타를 이룬 뒤 연장 세 번째(18-17-18번홀) 연장을 벌여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17번홀(파4)에서의 묘기에 가까운 샷이 결정적이었다. 상황은 이렇다. 메이헌의 세컨드샷이 그린에 올라 홀컵을 7.6m 남겨놓은 반면 하스의 샷은 그린을 맞고 2m 아래 왼쪽 워터 해저드에 떨어졌다. 공이 물에 반쯤 잠겨 있었다. 하스는 1998년 박세리가 US오픈 우승 당시처럼 신발을 벗지 않았지만 주저 없이 오른쪽 발을 물에 담그고 과감하게 세 번째 샷을 시도했다. 벙커샷처럼 쳐올리자 물과 진흙이 사방으로 튀었다. 자신의 키보다 높은 그린 위로 날아간 공은 기막히게 홀컵 90㎝까지 굴러갔다. 결국 하스는 파를 잡아냈다. “모 아니면 도라고 생각했다. 안 되면 메이헌에게 축하 인사나 건네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경기 후 그는 말했다. 절묘한 샷에 동료들도 혀를 내둘렀다. 이안 폴터(잉글랜드)는 트위터에 “세상에 빌리! 끝내주는 샷이었어!”라고 했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도 “하스가 이긴다면, 분명히 올해의 샷이 될 거야.”라고 했다. 이후 승부가 갈렸다. 연장 세 번째 홀에서 흔들린 메이헌은 티샷을 그린 오른쪽 벙커에 빠뜨렸고 파퍼트마저 놓쳤다. 하지만 하스는 1.2m짜리 파퍼트를 밀어 넣었다. “운이 좋았다고 몇번이나 말해도 모자랄 지경이다.”라고 하스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말했다. “우즈 같은 천재들은 연습 라운드처럼 쉽게 경기하지만 나는 엄청나게 긴장하고 손도 벌벌 떤다. 하지만 좋은 샷을 치는 것에 집중하자고 마음먹었고 그게 먹혔다.”고 하스는 덧붙였다. 그의 말처럼 운이 좋았다. 우승하기까지 수많은 변수가 숨어 있었다. 3차전인 BMW 챔피언십까지 페덱스컵 랭킹 1위 웹 심슨(미국)이 22위를 했는데, 심슨이 18위만 했어도 하스는 페덱스컵을 놓쳤다. 최경주(41·SK텔레콤), 애런 배들리(미국)와 공동 3위를 차지한 루크 도널드(미국)가 단독 3위만 됐어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복잡한 계산 탓에 하스는 시상대에 올라갈 때까지도 페덱스컵 최종 승자인 줄 몰랐다. “트로피 두개가 놓여 있는데 나만 있어 의아해서 아내 줄리를 쳐다봤다. 줄리가 고개를 끄덕이기에 그제야 최종 우승한 걸 알았다.”며 하스는 겸연쩍게 웃었다. “가족들이 없었더라면 우승은 할 수 없었을 거다. 오늘이 여동생의 생일이라 더욱 뜻깊다.”고 하스는 인터뷰 말미에 덧붙였다. 하스는 ‘골프 가족’으로 유명하다. 아버지 제이는 PGA 투어에서 9차례 우승했고, 삼촌 제리도 1985년 마스터스에서 공동 3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런 환경에서 자라난 하스는 2004년 웨이크포리스트대학 4학년 때 10개 대회에서 우승했다. 2004년 프로로 전향, 2006년에 퀄리파잉스쿨을 통과한 뒤 지난해 2승 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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