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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램, 사업성 없다고 결론 나면 대중교통 체계 전면 재검토”

    “트램, 사업성 없다고 결론 나면 대중교통 체계 전면 재검토”

    허태정(53) 대전시장은 “트램에 대한 타당성 조사가 부정적으로 나오면 대중교통 체계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허 시장은 지난달 22일 대전시청 집무실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도시철도 건설방식뿐 아니라 국토의 한복판에서 경부·호남선이 합쳐지고 갈라지는 우리나라 교통의 중심지로서 대전 발전을 견인한 철도의 역할을 되찾으려는 고민도 드러냈다. 허 시장은 취임 후 ‘시민주권’을 강조하며 시민들의 실효적 행정 참여를 끌어내기 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허 시장은 대학 때 학생운동을 거쳐 사회로 나와선 ‘충남민주운동청년연합’ 간사를 맡는 등 시민운동에 동참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고 2002년 대통령선거 때 대전시선대본부 정책실장을 맡았다. 2003년 참여정부 출범 뒤엔 청와대 정무수석실·인사수석실 등에서 행정관으로 일했다. 허 시장은 “참여와 소통을 깨우친 게 그 무렵”이라며 웃었다.→전임 시장 때 추진한 트램(도시철도 2호선)이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타당성 조사 결과에 따르겠다고 했는데 개인적으론 어떤 건설 방식이 좋은가. -나는 지하철이 가장 좋다. 그렇지만 지하철은 사업성(건설비가 많이 들어 정부의 예비타당성 통과가 어려움) 때문에 불가능하고, 하반기에 (트램에 대한) 타당성 재조사가 긍정적으로 나오면 그대로 추진하는 게 맞다. 올 6·13 지방선거 때 저심도 방식도 나왔는데 기술적인 문제로 어렵다고 한다. 도로를 따라 모든 지하 배설물이 다 돼 있어서다. 광주도 그래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트램도 대전시내 몇몇 구간에서 도로 폭이 좁은 어려움이 있지만 개선하며 추진하면 된다. 트램이 타당성을 통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지만 만약 정부에서 도저히 사업성이 없다고 하면 대중교통 체계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것이다. 그게 현실적이고 옳다고 본다. →전국을 연결하는 철도도 대전이 우리나라의 중심이라는 이미지가 퇴색되고 있는 것 아닌가. 오송 분기 등으로 호남선 서대전역이 침체돼 있다. 경부선이 지나는 대전역도 예전 같지 않은 듯하다. 원도심 발전을 이끈 철도인데, 무슨 활성화 대책이라도 있나. -철도 문제와 관련해서는 똑 부러지게 말하기 어렵다. 호남선 직선화 문제, 철도 역세권 개발 문제도 있고…. 호남선은 코레일도 수송률이 너무 떨어져 적자라고 하소연한다. 증편하라는 것은 결국 코레일에 적자를 감수하란 말인데 서대전역을 어떻게 활성화시킬지는 좀더 고민해야 될 것 같다. 코레일 사장과 만나 증편 등을 요청했는데 이런 고충을 얘기하더라. 대전역은 역세권 개발에 총력을 쏟고 있다. 교통의 요충지로 주변 지역경제를 살려 왔는데 완전히 슬럼화했다. 역세권 주변을 재정비하고 새로운 랜드마크를 만들겠다. 그러면 대전역에서 옛 도청을 잇는 구간이 걷고 싶은 거리가 되고, 결국 대전역도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철도만 갖고 원도심 활성화를 얘기하긴 힘들 테고 다른 묘안은 없나. -원도심 활성화는 두 가지다. 대덕특구를 중심으로 첨단산업 스타트업을 키우는 것과 대전역 중심의 원도심에 관광자원을 보강하는 것이다. 관광자원을 잘 발굴해 사람들이 모여들어 먹고 마실 수 있는 거리를 만들어야 한다. 내년이 ‘7030의 해’이고 ‘대전 방문의 해’다. 시 승격 70주년, 광역시 승격 30주년이기도 하다. 원도심 활성화의 시발로 삼아 집중적으로 사업을 펼 생각이다. →베이스볼 드림파크 건설이 이슈다. 이것도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서인데 인근 주민 일부는 현 종합운동장이 경제적으로 더 도움이 된다고 한다. -후보 시절에 낸 공약인데 아직 다듬는 과정이다. 원도심에 야구장을 재건설한다는 것만 확정했고 건설 대상지 및 방식, 예산 이런 것들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이걸 하려고 추경에 용역사업비를 세웠다. 현재로서는 종합운동장에 2만석 넘는 야구장을 짓겠다는 게 기본안이다. 주변에 시유지가 없어 이곳을 벗어나 건설하면 많은 건설비와 민원이 발생한다. 하지만 전문가들한테 결정을 맡기겠다. 시 공무원들에게 어떤 간섭도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4차산업혁명특별시와 보문산 개발 등은 전임 시장도 추진했던 사업이다. 좀 차별화된 내용이 있는가. -대전이 무엇으로 먹고살고 도시 경쟁력을 키울 것이냐는 전임 시장이나 나나 다 고민할 것이고, 대전의 큰 장점이자 가장 적합한 사업을 4차 산업혁명 분야로 봤다. 대덕특구의 첨단기술과 축적된 노하우, 인적 자원을 잘 활용하는 게 대전의 가장 현실적인 정책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공약으로 제시한 부분이다. 대덕특구는 45년간 연구개발(R&D) 중심으로 성장했다. 특구에 26개 정부출연 연구기관, 1500개 기업, 3만 200여명 석·박사급 연구 인력이 있다. 이제 축적된 기술을 사업화하는 게 중요하다. 화학연구단지 일대 160만㎡에 몇몇 연구소를 묶어 어린이집 등 부대시설을 공동으로 쓰고 주거 및 창업공간을 만드는 ‘스마트 원 캠퍼스’를 세우겠다. KAIST와 충남대 사이에 창업타운도 만들겠다. 이렇게 창업 생태계를 잘 구축해 스타트업 기업 2000개를 만들 생각이다. →보문산 개발은 금세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못하더라. -내가 꼭 하겠다. 몇 가지 고민은 있지만 보문산과 그 주변 오월드(동물원 등), 뿌리공원, 관사촌 등 볼거리를 한데 묶어야 경쟁력이 커진다. 이를 연계할 수단으로 케이블카, 전기차, 곤돌라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전망대 등 일부 시설 보완도 필요한 상태다. →대전시 인구가 세종시로 빠지면서 계속 줄고 있다. 세종시와의 관계를 어떻게 이어 갈지 궁금하다. -전국 지방 대도시 인구 감소는 공통적이지만 대전은 세종시로의 유출로 150만명 선이 무너졌다. 그렇다고 세종시와 경쟁적 관계, 대립적 관계로 풀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통 크게 경제권 단일화로 상생을 이끌어 내는 게 옳다. 대전·세종권을 묶는 이른바 ‘대세 밸리’를 개발하고 산업화해 젊은이를 끌어들여야 한다. 산업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게 가장 직접적이고 실효적인 방법이다. 시설도 일부 공동 이용하는 형태로 가야 한다. 예를 들어 세종시에 야구장을 세운다면 말이 되겠나. 세종 시민들의 소비활동도 상당수 대전에서 이뤄진다. 전·월세 싸다고 세종시로 이사했다가 아이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 유턴하는 시민도 많다. →취임하면서 ‘시민주권’을 내세웠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시민들이 투표라는 소극적 주권을 행사했는데 이젠 시의 행정·정책에 직접 참여하고 다양하게 의사를 반영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새로운 대전위원회’를 만들어 시민활동가, 교수, 단체 등 100명 정도를 참여시킬 생각이다. 기본 결정은 시장과 공무원 등 행정이 하지만 위원회를 통해 시민주권을 반영하겠다. 주민자치를 적극 옹호하고 지원하는 대책을 세울 테다. 지방자치 20년을 넘었지만 여전히 관리 중심의 문화가 남아 있고, 주민의 행정 참여가 많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 시장·구청장 간담회도 ‘자치분권조정협의회’로 이름을 바꾸고 권한을 대폭 이양하겠다. 글 사진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단독] 친일파 사진이 임금님 사진으로 둔갑... 황당한 서울시 국외문화재환수사업

    서울시가 수억원을 들여 추진중인 국외문화재 환수사업이 졸속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역사적 가치가 떨어지는 자료를 과장해서 홍보하거나 심지어 친일파 사진을 임금 사진으로 둔갑하는 등 행태로 물의를 빚고 있다. 사업을 감독해야 할 서울시는 정작 사실확인도 하지 않은 채 손을 놓고 있다. 10일 정의당 소속 권수정 서울시의원에 따르면 서울시가 민간단체에 보조금 2억원을 지급해 지난해부터 시행중인 국외소재 문화재 환수에 참여하는 민간단체인 문화유산회복재단이 조선왕조 마지막 임금인 순종을 찍은 것이라며 공개한 사진이 알고보니 대표적인 친일파 이하영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하영은 최근 인기를 끌고있는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에서 등장하는 친일파 이완익의 실제 모델 가운데 한 명이다. 이상근 문화유산회복재단 이사장은 지난달 30일 미국 뉴욕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종과 순종 사진 등 역사적 가치가 높은 유물 다수를 확인했다며 일부 사진을 공개했다. 이 자리에서 이 이사장은 미국 오하이오주를 방문해 구한말 조선에서 활동했던 외교관 겸 선교사인 호러스 뉴턴 알렌의 유족을 찾아 알렌이 남긴 편지와 일기장, 사진 등 100여점을 기증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권 시의원과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이 미국 지역신문에 실린 사진 속 인물의 복장과 얼굴 생김새에 의문을 품고 자료를 조사한 결과 사진의 주인공은 이하영이었다. 이하영은 1905년 당시 법부대신을 지냈고 일제로부터 자작 작위를 받고 기업을 경영하며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2007년 대한민국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는 그를 친일반민족행위 195인 가운데 한 명으로 선정했다. 이 이사장은 서울신문과 전화인터뷰에서 “기자회견을 한 적이 없다. 미국 지역신문에 실린 기사 내용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밝혔다. “사진을 누가 제공했느냐”는 질문에는 “확인해줄 이유가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 이사장이 ‘자기는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면서 “서울시가 민간보조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에 직접 개입하긴 힘들다”고 밝혔다. 권 시의원은 “서울시가 진행중인 국외소재문화재 보호·환수 지원사업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철저한 검증을 촉구할 것”이라면서 “문화재청 산하에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이미 존재하는 마당에 서울시 차원에서 별도로 똑같은 사업을 할 필요가 있는지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 소장은 “감정적인 애국주의에 편승해 검증도 안된 단체들이 문화재환수운동에 나서는 것은 문화재환수에도 해가 되고 자칫 불필요한 외교문제까지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국외문화재 환수 관련 활동을 하는 근거는 지난해 시의회가 제정한 ‘국외소재문화재 보호 및 환수 활동 지원 조례’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가 국외문화재 환수활동을 하는 것 자체가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가 작성한 사업 추진계획 문건은 사업대상을 “서울시 소유 문화재 중 도난·분실된 것, 서울시 소유로 가능한 것” 등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실제 사업은 대부분 지방자치제 실시 이전 문화재이기 때문에 서울시 소유를 주장하는 것 자체가 설득력이 떨어진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靑, 내일 판문점 선언 비준안 제출…여야 대치 고조

    靑, 내일 판문점 선언 비준안 제출…여야 대치 고조

    김병준 “비핵화 이행 담보없인 수용 못해” 바른미래 ‘先 지지결의안·後 동의’ 입장 “표결 부치기엔 민감한 이슈” 與도 난감청와대가 11일 국회에 4·27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동의안을 제출키로 하면서 이 이슈가 정기국회의 핵심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청와대가 오는 18~20일 3차 남북 정상회담 전까지 동의안 채택을 요청하는 가운데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격렬한 여야 대치가 예상된다. 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휴일인 9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막대한 예산이 수반되는 판문점 선언을 국민적 합의 과정도 생략한 채, 비핵화 이행에 대한 확실한 담보도 없이 동의해 줄 수는 없다”며 “정부가 제출한 비용 추계가 타당한지에 대한 국회 심의를 이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야권의 반대 논리가 기우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박경미 원내대변인은 “비준 동의가 된다고 해도 비핵화 조치 이행 없이 국민의 세금인 국가재정이 한국당의 우려처럼 무조건 집행되지는 않는다”고 했다. 캐스팅보트를 쥔 바른미래당은 제3의 대안을 제시했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비준 동의안 채택의 전 단계로 판문점 선언에 대한 지지 결의안부터 채택하자고 했다. 그는 “국회가 남북 정상회담을 하기 전에 결의안을 채택해 대한민국 국회와 국민의 의사를 전달하고 비핵화의 실질적인 진전을 촉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보수 야당 둘 중 바른미래당이 판문점 선언에 우호적인 것은 여권에 고무적이지만 한국당의 반대가 완강한 것은 큰 걸림돌이다. 일단 비준 동의안의 소관 상임위인 국회 외교통일위원회가 관련 회의를 열지부터가 불투명하다. 한국당 정양석 간사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성급히 비준할 일이 아니라는 게 우리 당의 입장”이라며 “관련 의사일정을 정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외통위를 넘어 본회의에 상정된다면 표대결에선 통과가 유력하다. 민주당 129석, 민주평화당 14석, 정의당 5석, 바른미래당 내부 평화당 성향 비례대표 4석, 민중당 1석, 문희상 국회의장, 무소속 이용호·손금주 의원 등 범여권을 모두 합하면 절반을 넘어선다. 그러나 민주당은 한국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표결하는 데 대해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다. 비준 동의안의 목적은 정권이 바뀌더라도 판문점 선언의 유효성을 인정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표결로 하긴 부담스럽지 않을까 생각된다”며 “국민의 총체적 역량을 모아야 하니 국회에서 타협해서 가는 게 좋겠다”고 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여기는 중국] 아내 기다리세요…대형 쇼핑몰에 ‘남편 보관소’ 등장

    [여기는 중국] 아내 기다리세요…대형 쇼핑몰에 ‘남편 보관소’ 등장

    쇼핑하는 아내와 여자친구와 긴 시간 동행을 힘들어하는 남자들을 위해 중국 곳곳에 ‘남편 보관소’가 등장해 화제다. 최근 충칭시(重庆) 위베이취(渝北区)에 소재한 대형 쇼핑몰 4층에 ‘남편보관소’라는 간판을 단 휴식 공간이 문을 열었다. 약 20여평에 달하는 중대형 규모로 조성된 보관소 내부에는 앉거나 누울 수 있는 가죽 소파 2곳, 안락의자, 안마의자, 휴대폰 충전기 등이 설치돼 있다. ‘남편 보관소’의 주요 이용자들은 아내, 여자친구와 함께 쇼핑을 나선 남성들로 장시간 쇼핑에 지친 이들이 이곳을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유력 언론 왕이신원(网易新闻)에 따르면 남편보관소를 찾는 남성의 수는 일평균 수 백여명에 달하는데, 고객이 몰리는 주말에는 오전부터 빈 자리가 없을 정도로 ‘만원’이다고 보도했다. 특히 내부에 설치된 무료 와이파이를 이용해 장시간 게임을 하거나 인터넷 서핑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남자들이 상당하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몰리는 남성 고객 탓에 최근 남편보관소 측은 주말 오후에는 남편보관소 고객 1인 당 최대 6시간까지만 이용 가능하도록 시간 제한 규정을 신설했다. 이날 보관소를 찾은 고객 류 씨는 “종종 아내와 함께 점심 식사 후 쇼핑을 하러 온다”면서 “하지만 보통 3~4시간 동안 쇼핑을 하는 아내 탓에 물건 구경 대신 남편보관소에서 혼자 쉬는 시간을 갖는다. 여기에 올 때 지하 마트에서 간단한 간식 거리를 사서 가지고 오면 휴식을 취하기에 최고의 장소가 된다”고 말했다. 더욱이 이 곳을 찾는 이들 중 상당수는 쇼핑을 목적으로 하지 않은 오직 ‘남편 보관소’에서 휴식하기 위해 찾는 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7일 오전 남편 보관소를 찾은 장 씨는 “상점 안내도 몇 군데 의자가 있지만, 그 의자는 너무 딱딱하고 등받이도 없는 반면 남편보관소 내부의 의자는 편안해서 자주 이 곳에서 여자친구를 기다린다”면서 “여자친구가 먼저 취업에 성공, 이 근처에서 일하는 탓에 퇴근 시간까지 이 곳에서 줄곧 인터넷을 이용하며 기다린다. 보통 오후 3시 즈음 여기에 도착해서 책을 보거나 게임을 하고 여자친구가 퇴근하는 7시 무렵에 남편 보관소를 나선다”고 말했다. 현재 중국 대도시는 물론 중소 도시 곳곳에 소재한 쇼핑몰에는 ‘남편 보관소’, ‘남편과 남자친구 보관소’ 등의 다양한 명칭을 가진 남성 전용 휴식공간이 운영 중이다. 실제로 이에 앞서 지난해 후베이성 우한시 중심 대형 쇼핑몰에 등장한 ‘남편.남자친구 보관소’는 개점을 한 지 일 년이 넘는 기간 동안 꾸준한 인기를 이어가고 있는 모양새다. 우한시 완다 광장 쇼핑몰에 소재한 해당 휴식 공간은 약 10평 남짓하게 조성돼 있다. 휴식 시설 내부에는 대형 소파 2개, 1인용 소파 2개가 이 곳을 찾는 고객을 위해 무료로 제공된다. 이 곳을 자주 찾는다는 남성 고객 양 씨의 아내는 “이런 남편 보관 시설은 매우 유익한 존재”라면서 “남편 역시 나처럼 쇼핑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우리 두 사람이 좋아하는 제품의 성향이 완전히 달라서 함께 쇼핑할 시 자주 다툼이 있었다. 하지만 내가 쇼핑하는 동안 남편이 휴식을 취하고부터는 이런 다툼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 같은 남편 보관소가 등장하게 된 본래 취지는 ‘아내 또는 여자친구와 함께 쇼핑 온 남성만을 위한 공간’이라는 현재 운영 방침과는 달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남편보관소 운영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운영하기 시작한 휴식 공간의 원래 취지는 상가 내부 금연 정책에서 시작됐다”면서 “상가 금연 강제 정책 탓에 복도나 화장실 등에 숨어서 흡연하는 고객이 많았고, 이들을 위해 남녀노소 누구나 자유롭게 흡연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마련한 것이 남편 보관소의 최초 형태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에는 아내나 여자친구를 기다리는 남성들이 이 곳을 주로 찾으면서, 이들이 흡연 시간 보다 훨씬 긴 기다림의 시간을 유익하게 보낼 수 있도록 각종 서적과 잡지, 무료 와이파이를 제공하는 등의 서비스 증진 정책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임지연 베이징(중국) 통신원 cci2006@naver.com 
  •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할멈이 삶을 내려놓자, 영감은 이성을 놓았다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할멈이 삶을 내려놓자, 영감은 이성을 놓았다

    “할마이가 덩치가 이래 크단 말야. 영감이 돌보면서 억수로 힘들어했어. 그래서 니캉 내캉 죽자 이래뿐 거라. 순간적으로 해뿌린 거제. 그리고 지도 자살할라꼬 칼로 찔라뿟지. 1㎝만 더 들어가도 죽었을 긴데….”경북 포항에 사는 김금자(81·여·가명)씨는 12년 전 일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50년 넘게 같은 마을에 살던 이상용(당시 74세·가명)씨가 2006년 8월 아내(71)를 살해한 사건이다. 이씨는 집에서 망치(#①)로 아내를 10여 차례나 내려쳤다. 이어 과도로 자신의 배를 찔렀다. 장기가 밖으로 나올 정도로 심각한 부상이었지만 이웃들이 급히 병원으로 옮겨 살아났다. 이씨는 뇌졸중으로 왼쪽 팔다리가 마비된 아내를 홀로 15년간(#②) 간병했다. 오랜 간병으로 자신도 우울증과 불면증에 시달렸다. 사건 5년 전에는 교통사고를 당해 뇌수술을 했고 두통과 이명에 시달렸다.(#③) 아내는 하루에도 수십번씩 “영감 제발 나 좀 죽여도”(#④)라며 울부짖었다. 이 사건은 서울신문이 취재한 ‘간병살인’ 중 애틋함과 잔혹함이 동시에 나타난 사연이다. 당시 이씨의 심리 상태를 분석해 보기로 했다. 이씨를 직접 만나는 게 최선이지만, 이미 7년 전 지병으로 작고했다. 당시 수사 기록과 판결문, 지인들을 취재한 녹취록을 전문가에게 보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권일용(전 경찰청 범죄행동분석팀장) 동국대 경찰사법대학원 객원교수, 강덕지 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범죄심리과장 등 3명이 도움을 줬다. 망치 #①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범행도구에 주목했다. 강 전 과장은 “이씨 정신 상태가 정상이었다면 결코 이런 둔기를 쓰지 않는다. 식사를 끊거나 독극물을 쓰는 등 (피를 안 보는) 다른 방법도 많다. 정신이 붕괴해 이런 판단 자체를 못 했고, 순간적으로 눈에 보이는 걸 집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오랜 기간 지속된 애정과 분노, 즉 ‘양가감정’(서로 대립되거나 모순된 감정)이 순간적인 자극(트리거)으로 인해 과도한 폭력을 동반한 공격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때 이씨 심리는 공황 상태나 다름없어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몰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씨는 경찰에서 아내를 어떻게 내려쳤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권 교수는 “자신의 범행을 숨기려는 것이 아닌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해석했다. 이씨는 과거 폭력 전과가 전혀 없다. 15년 #② 장기간 지속된 간병도 이씨 심리를 추론하는 단서다. 이 교수는 “‘간병 고통’은 참고 견딘다고 희망이 보이는 게 아니다. 간병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 점점 인내심을 잃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강 전 과장은 “사람은 행복해지려는 욕망보다 고통을 피하려는 욕구가 훨씬 강하다. 하지만 간병 고통은 벗어날 수 없다. ‘긴 병에 효자 없다’라는 말이 있듯이 15년간 간병한다는 건 본인이 아닌 이상 절대로 알 수 없는 고통”이라고 말했다. 사실 이씨가 범행을 저지르기 6~7개월 전 간병 고통은 극에 달했다. 아내는 거의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상태가 악화됐고, 이씨가 1시간마다 대소변을 받았다. 자녀들도 생활고 등으로 이씨 내외를 돕지 못했다. 며느리들이 가끔 와 반찬을 건네 주고 가는 게 전부였다. 교통사고 #③ 이 교수는 “간병으로 본인 건강을 챙기지 못한 이씨가 여러 가지 병을 앓으면서 인지장애가 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로 인해 ‘자기조절력’(몸과 마음을 통제하고 조절하는 능력)이 약해졌고, 충동성이 일시적으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씨는 당시 이미 건강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봐야 한다”며 “본인도 삶의 의욕이 떨어지면서 ‘너 죽고 나 죽자’라는 극단적인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지적장애를 앓는 경우 주변 사람들로부터 고립되는 경우가 많다”며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감정은 무력감을 발생시키고, 이 무력감이 애정과 분노의 ‘양가감정’ 속에서 지속됐을 것”이라고 추론했다. 죽여줘 #④ 아내의 ‘촉탁’은 이씨를 무너뜨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강 과장은 “사실 이씨도 아내의 상태가 악화되자 ‘인제 그만 갔으면…’이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라며 “아내의 울부짖음은 노인들이 흔히 하는 ‘오래 살면 죽어야 해’ 같은 우스갯소리가 아닌 진심을 담은 말”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아내의 이런 말이 임계점에 도달해 끓는 물처럼 이씨의 이성을 붕괴시켰다”고 덧붙였다. 범행을 저지르기 직전 이씨는 잠시 담배를 피우고 집으로 들어갔는데, 아내가 혼자 소변을 보려고 발버둥을 치다 넘어져 울고 있었다고 한다. 아내가 “영감 나 좀 죽여서 편하게 해도. 이렇게는 못 살겠다”라고 말하는 순간, 다른 방으로 달려가 망치를 들었다. 이 교수는 “그렇지 않아도 힘든 상황에서 살려는 의지를 보여야 할 아내가 먼저 포기하니 이씨의 조절 능력이 완전히 상실됐다”고 설명했다. 이씨 변호인은 재판에서 촉탁살인이라고 주장했다. 촉탁살인은 죽음을 결심한 사람의 요구로 그를 살해하는 걸 말한다. 일반 살인보다 형량이 가볍다. 그러나 법원은 “아내가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친 나머지 흥분해 일시적으로 격정된 상태에서 한 말로 보인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비 오는 날 영감이 벌컥 우리 집 문을 여는 기라. ‘감빵에서 어찌 이리 빨리 나왔능교’ 물으니 ‘당신들 덕에 풀려났다’ 하더라카이.” 이씨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받고 풀려났다. 그간 아내를 열심히 간병했고, 이웃들이 선처해 달라는 탄원서를 집단으로 낸 게 정상참작됐다. 이후 이씨는 이웃들과 자주 왕래하는 등 나름 평온한 말년을 보냈다고 한다. 일명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로 불리는 이들 세 전문가는 감정에 치우치지 않는 냉철한 판단을 내린다. 그럼에도 이 사건을 접하고서는 모두 한마디씩 덧붙였다. “마누라 죽이고 자기만 살았다고 비난할 수 없는 사건이다. 이런 문제를 가진 노부부가 크게 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사회적 보장제도가 있더라도 이용할 줄 모르는 사람이 많다. 국가가 직접 이들을 찾아내 보살필 필요가 있다.”(이 교수) “이씨 개인의 잘못으로 몰아붙이는 건 사건을 이해하는 올바른 시선이 아니다. 사회적 책임이 더 크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하지 않으면서 그에게 책임만 물어선 안 된다.”(강 전 과장) “경찰 시절 수없이 많은 사건을 분석했지만, 이런 사건은 참 안타까운 부분이 많다.”(권 교수) 포항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포항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고종 빼돌려 을사늑약 체결 막아라” 6

    “고종 빼돌려 을사늑약 체결 막아라” 6

    서울신문은 일제 침략 당시 독립운동가의 활약을 소재로 한 해외소설 두 편을 발굴했습니다. 글쓴이는 미국의 시나리오 작가 로버트 웰스 리치(1879~1942)이고, 두 소설의 주인공은 모두 대한매일신보와 코리아데일리뉴스(KDN)를 창간해 우리 민족 항일의식을 고취한 어니스트 토머스 베델(1872~1909·한국명 배설)입니다. 100여년 전 발간된 이 소설에는 베델뿐 아니라 ‘고종의 밀사’로 잘 알려진 호머 허버트(1863~1949), 노골적 친일 행보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사살된 더럼 화이트 스티븐슨(1851-1908), 조선통감부 초대 통감 이토 히로부미(1841~1909), 을사늑약 직후 자결한 충신 민영환(1861~1905) 등 역사적 인물이 모두 등장합니다. 최근에야 국내외에 알려진 고종의 연해주 망명 시도 등 극비 내용도 담겨 있어 학계에 관심을 모읍니다. 서울신문은 이 소설 가운데 하나인 ‘황제 납치 프로젝트’(1912년 12월 출간, 원제 : The cat and the king, 부제 : Billy and Bethell)를 번역해 연재 형태로 독자들에게 소개합니다. <6회>소녀는 하기와라(훗날 2대 조선총독이 되는 하기와라 슈이치)를 완전히 매료시켰다. 그녀는 뭔가 비밀스런 내용을 말해주겠다는 듯 부드러운 눈길로 그를 끌어당겼다. 나는 곁눈질로 그들을 쳐다봤다. 소녀는 파리 스타일의 하늘거리는 실크 가운을 입고 멋진 모습으로 서 있었다. 윤이 나는 머리에 꽂은 새털 장식이 바람에 흔들거렸다. 그녀는 머리를 살짝 구부려 하기와라의 귀 가까이에 입술을 가져갔다. 이는 분명 친밀함의 표시이자 존경, 그리고 유혹을 뜻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하기와라에게 잘 보이려는 듯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공손한 자세를 취했다. 곧이어 은쟁반에 구슬이 굴러 가는 듯한 그녀의 웃음 소리가 들렸다. “좋아~좋아~” 하기와라는 그녀에게 온 신경을 다 집중하고 있는 듯 했다. 그는 우리에게 자신의 권력을 보여주고 싶었는지 중화전(왕의 업무공간) 쪽으로 가자고 손짓했다. 소녀는 나를 지나치며 살짝 웃어보였다. 우리가 꾸민 계획이 잘 풀려나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기 위해서였다. 중화전에는 황제(고종)가 있었다. 그는 대한제국이 망해 간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신의 발 아래 놓인 여러 올가미들에 묶여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노인이 된 황제는 오로지 낡은 것밖에 남지 않은 이 궁 안에서 소녀의 매력이 주는 신선함에 꽤 놀란 눈치였다. 그는 특이하게 누빈 자주빛 비단옷(곤룡포·왕이 평상시 집무할 때 입는 옷)을 입고 말총으로 된 왕관도 썼다. 신하들이 용상(임금의 업무용 책상) 아래에 모여 우리를 보며 웅성거렸다. 양의 눈을 한 대신들과 무당, 지관들이 마치 숙주에 기생하는 거머리처럼 왕에게 달라붙어 있었다. 황제의 뒤편에는 달빛이 비추는 산들과 비늘로 덮인 용이 긴 꼬리를 멋지게 늘어뜨린 옛 중국스타일 그림(일월오봉도)가 놓여 있었다. 힘을 잃어 가는 나라의 그늘진 궁과 적당히 잘 어울리는 배경이기는 했다.(편집자주:원래 조선시대 일월오봉도에는 봉황 조각물이 있었지만 대한제국 시절에는 자주국임을 천명하고자 용으로 교체했습니다. 이 소설에는 당시 이런 상황이 잘 묘사돼 있습니다.) 붉은 빛이 감도는 금색 매듭과 흰색 깃털이 있는 왕관을 쓴 그의 눈은 매우 피곤해 보였다. 하지만 소녀를 보자 잠시나마 눈빛이 빛나기 시작했다. 소녀는 중화전 계단 앞에서 잠깐 멈춰 왕에게 경의를 표했다. 소녀는 눈빛에 존경심을 가득 담아 군주의 주름진 얼굴을 바라봤다. 황제는 순간적으로 그녀의 미모에 놀랐는지 잠깐 앓는 소리를 냈다. 버선 신은 발을 살짝 동동거리더니 곧바로 안정을 되찾고 우아한 손 동작으로 내관에게 지시를 내렸다. 그녀의 등장은 경운궁에 엄청난 파문을 일으킨 듯 했다. 신하들은 황제의 등 뒤에서 흥분된 어조로 떠들어대며 수염을 만지작거렸다. 무당과 점쟁이는 이국의 소녀에게서 이상한 기운이 느껴지는 듯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자기들끼리 속삭였다. 왕 옆에 경직된 자세로 서 있던 하기와라는 이들이 ‘자신의 여자’에게 지나치게 과도한 관심을 갖는 모습에 적쟎이 화가 난 표정이었다. 왕가의 일원이자 시종무관(임금을 호위하던 무관)인 민영환(1861∼1905)은 소녀와 황제 사이에서 통역을 맡았다. 그는 변치 않는 충성심을 가진 몇 안 되는 인물이자 이 혼란스러운 궁 안에서 정확히 사리 판단을 할 줄 알던 거의 유일한 현자였다. 황제는 소녀가 무척 마음에 들었던 듯 아름다운 말로 그녀를 칭찬하며 위엄을 뽐냈다. 그는 “신께서 친절하게도 이렇게 아름다운 이방 여인을 보내줘 무척 고마울 따름”이라고 경탄했다.겸손한 초상화가를 연기하던 소녀가 말했다. “폐하, 저는 미국인이며 과거 중국에서 황후의 초상화를 화폭에 담는 영광을 누렸습니다. 대한제국 황제의 위엄은 멀리 미국에서도 여러차례 전해 들었습니다. 황제의 용안을 초상화에 담지 못하면 제 인생에 큰 회한이 될 것입니다.” 소녀는 동양의 격식을 갖춰 겸손하게 얘기했다. 둘 간 주고 받는 대화 속에 은유가 풍부해서인지 왕의 품위가 한 층 더 돋보였다. 왕은 이 소녀 덕분에 기분이 좋아졌다. 그는 감시자인 하기와라를 걱정스럽게 바라본 뒤 “고문관과 상의해 그대의 청에 대해 답을 주겠노라”고 대답했다. 7회로 이어집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벤투호에 꽃핀 ‘브로맨스’…황인범 “갓성용, 아시안게임에 없던 비주얼”

    벤투호에 꽃핀 ‘브로맨스’…황인범 “갓성용, 아시안게임에 없던 비주얼”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남자축구 A대표팀에 처음 합류한 황인범(22·아산)과 김문환(23·부산)이 주전 기성용(29·뉴캐슬)과 이용(32·전북)에 대한 호감을 아낌없이 표현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황인범과 김문환은 신임 사령탑 벤투 감독이 소집한 ‘벤투호 1기’에 승선했다. 두 선수가 A대표팀에 소집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황인범은 대한축구협회 공식 유튜브 채널(KFA TV)과의 인터뷰에서 기성용에게 먼저 같이 방을 쓰자고 제안했다고 털어놨다. 황인범은 “워낙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던 선수였다. (황)희찬이가 대표팀 명단 나오고 성용이형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해줬다. 빨리 만나서 조금이라도 뭘 배우면 좋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황인범은 “인사도 해본 적 없는 성용이형한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서 방을 같이 써도 되겠느냐고 물어봤다”며 “대화를 많이 하고 이런 저런 조언도 듣고 너무 만나고 싶었다”며 ‘팬심’을 드러냈다. 황인범은 기성용을 처음 본 소감에 대해서도 “연예인을 보는 느낌이었다.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없던 비주얼”이라며 “우리 팀에 빛현우(조현우), 빛흥민(손흥민)도 있었긴 하지만 저한테는 갓성용”이라며 애정을 표현했다. 기성용은 “뭘 남자끼리 같은 방을 쓰고 싶어하느냐”며 쑥스러워하면서도 내심 즐거운 기색이었다. 그러면서 기성용은 “(황)희찬이보다는 (내가) 잘 생겼지”라고 농담했다.지난해 말 경찰축구단인 아산무궁화로 입대한 황인범은 톡톡 튀는 ‘군대 드립’ 주목받았다. 아시안게임 나서기 전엔 “금메달을 못 따면 모두 내 후임”이라며 동료들을 자극(?)했고, 대회 우승으로 선수들의 병역 혜택이 확정되자 손흥민의 인스타그램에 “(기초군사훈련) 4주간 예쁨만 받겠네. 고생이라는 걸 끝까지 모르겠네요”라는 재치 있는 답변을 남겼다. 황인범은 A대표팀 합류 소감을 묻는 공식 인터뷰에서도 “대표팀에 후임인 주세종(28·아산) 형이 있기 때문에 잘 챙겨줄 거라고 생각해서 걱정은 없다”고 말해 취재진을 웃기기도 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측면 수비수로 인상적인 플레이를 보여준 김문환도 A대표팀 승선에 잔뜩 설렌 모습이었다. 김문환은 KFA TV와의 인터뷰에서 “영광스러운 자리라 정말 기쁘다”며 본받고 싶은 선수로 같은 포지션에서 경쟁하는 이용을 꼽았다. 김문환은 이용에 대해 “실제로 보니 엄청 잘 생겼다”고 말했다. 이용은 9살 어린 후배의 뜻밖의 칭찬에 환한 미소를 지은 뒤 김문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고마워했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오는 7일 오후 8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코스타리카와, 11일 오후 8시에는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칠레와 친선경기를 치른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바른미래 ‘판문점 선언’ 비준 싸고 집안싸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연일 4·27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안의 국회 처리를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몇몇 소속 의원이 당론과 다르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해 눈길을 끈다. 대북 문제에 대한 당내 온도 차가 갈등의 불씨로 잠복해 있는 모습이다. 손 대표는 5일 “기본방향은 남북의 비핵화와 평화정착 그 길이 맞고 지지해야 하지만 비준동의를 했을 때 예산이 뒷받침돼야 하는 사업은 어떻게 할 것인가는 아무런 협의가 없다. 그런 걸 협의하자는 것”이라며 “판문점 선언 비준동의도 협의가 있을 때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도 “4·27 선언의 비준 문제에 대해 우리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국제적 관계도 있으니 조급하게 서두르지는 않아야 하고 의원과도 상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바른미래당 이언주, 지상욱 의원은 반발했다. 이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손 대표가) 당내 협의를 전제로 깔긴 했지만 여전히 비준에 협조해야 한다는 입장인 듯하다”며 “판문점 선언은 구체적 내용, 사업, 지출 규모가 전혀 나와 있지 않은 포괄적 합의에 불과하고 그 전제였던 비핵화가 시작도 안 되고 있어서 섣불리 비준해 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지 의원도 전날 “대표 취임 후 하루 만에 아무런 상의도 없이 나온 발언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며 “완전한 비핵화 없는 판문점 선언의 이행은 바른미래당이 견지해 온 신중한 대처 방향에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장애 아들 돌본 40여년, 살아도 산 게 아니었어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장애 아들 돌본 40여년, 살아도 산 게 아니었어

    발달장애 아들 둔 허강원씨의 삶그날 힘없이 무너져 내린 건 아들의 몸뚱이만이 아니었다. 허강원(73·가명)씨의 실낱같은 희망도 함께였다. 발달장애(지적장애 1급·다운증후군)로 불혹의 나이에 키가 150㎝에서 멈춰버린 큰 아들은 질뚝거렸지만 걸어는 다녔다. 아들이 혼자 걷는다는 건 그 이상의 의미였다. 대소변을 혼자서 가리고, 밥이 있는 곳까지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노부부가 감당할 수 있는 돌봄의 한계치이기도 했다. 허씨는 여느 날과 다름없이 “밥 먹자”고 큰아들을 불렀다. 큰아들은 기우뚱하더니 서지 못하고 엎드렸다. 식탁으로 기어 오기 시작했다. 역설적이게도 그 순간 밤잠 못 이루며 끙끙댔던 고민들이 명쾌해졌다. ‘그래 같이 죽자’. 한씨는 2015년 4월 15일 집 안방에서 자던 큰아들(당시 41)의 머리를 망치로 내리쳤다.“지나고 보니 사는 게 그늘이 많았어. 안 해 본 사람은 몰라. 간병이라는 게 매스컴에 나오는 그런 것과는 많이 달라.” 유난히 태양이 뜨겁던 지난 7월 31일, 허씨를 서울 그의 집 앞에서 마주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 3년이 흘렀지만, 세상과 등진 그의 삶이 달라진 건 크게 없어 보였다. “이젠 눈에 보이지 않잖아. 노력도 많이 했고…. 지나간 일이니까”라며 애써 태연했다. 긴 설득 끝에 그의 집 앞에서 지난 삶에 대해 들었다. 아내는 강남구의 한 빌딩에 청소일을 하러 갔고, 작은아들은 결혼 후 따로 살고 있어 때마침 그는 혼자였다. 허씨는 이미 끝난 일이라며 얘기하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 한편으로 여지는 남겼다. 노인의 얼굴에 쓴웃음이 내려앉았다. “그래. 그때 예감했어. 차라리 죽었어야 했어.” 큰아들은 아내가 임신한 지 9개월째 되는 날 태어났다. 수술할 돈이 없어 산파에게 부탁했다. 어렵사리 아이는 엄마의 자궁 밖으로 나왔지만, 한동안 숨을 쉬지 못했다. 산파는 도망갔고, 아내가 급한 맘에 아이의 발을 잡고 들어 올려 엉덩이를 때렸다. 기적처럼 큰아들은 울음을 터뜨렸다. 어렵게 살아났지만 아이는 약했다. 갑자기 숨을 쉬지 않는 등 죽을 고비를 수차례 넘겼다. 다섯 살이 됐지만 서지 못했다. 다운증후군, 지적장애 1급이라고 했다. “요즘 눈으로 생각해 보면 장애를 둔 아이를 키우는 게 짜증 날 일도 아니잖아. 근데 사는 재미가 없었어. 희망이 조금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었지.” 허씨는 강원도 대관령에서 나고 자랐다. 25살 경기 동두천 내 미군부대에서 군생활을 했고, 전역하고 서울에 정착했다. 28살 아내와 혼인해 다음해 큰아들을 가졌다. 찢어지게 가난했다. 서울 중랑구 근처 면도칼 공장에서 일했는데, 벌이가 시원치 않았다. 가진 기술이 없으니 막노동이나 다름없었다. 없이 살았지만 큰아들의 장애가 나을 거라는 희망은 버리지 않았다. 집 근처에 장애인 특수학교가 없어 수소문 끝에 인천 부평에 있는 학교에 보냈다. 그때만 해도 먹고살기 어렵다는 이유로 적지 않은 부모들이 발달장애 아동의 교육을 포기하던 때다. 10개월쯤 지나서였을까. 특수학교를 찾아가 선생님에게 밥을 대접했다.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게 있느냐고 물었다. 대답은 야속했다. “나아지는 것 없다”는 말에 작은 희망조차 사라졌다. 없는 살림에 매달 쌀 한 가마니 값을 치러 가며 학교를 보냈지만, 그럴 이유도 사라졌다. ‘발달장애는 질병과 달리 낫지 않는다’, 이 사실을 모르는 부모는 없다. 머리는 알지만, 가슴은 이해할 수 없었다. 첫 겨울방학을 기점으로 아이는 집으로 돌아왔다. 첫째가 잘하는 건 집에서 텔레비전 보기였다.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텔레비전을 틀어 주면 온종일 봤다. 말은 대충 알아들었고, 간신히 걸어 똥오줌은 가렸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아이가 흘린 김칫국물을 닦고, 국물이 묻은 옷을 벗기고, 발버둥 치는 몸을 씻기는 일은 40여년을 해도 즐겁지 않았다. 큰아들을 돌보느라 나들이 한 번 제대로 가 본 적 없었다. 아이를 돌봐야 하니 일을 마치고 퇴근해도 직장 동료나 친구들과 어울리지도 못했다. 큰아들이 어렸을 땐 집에 놀러 오는 사람도 있었지만, 아이가 성인이 되고 나선 이웃도, 친구도 모두 사라졌다. “또래들이 태권도복 입고 태권도장 가는 모습을 보잖아요. 우리 아이는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찔찔찔 하는데, 사람 눈 뒤집히지. 행복할 수가 있나.” 우울증이 찾아왔다. 술만 마시면 눈물을 흘리며 비관했다. 남들한테 추한 꼴을 보이기 싫어 술도 담배도 끊었다. 이게 벌써 수십년 전이다. 언제나 단정하게 보이려고 했지만, 남들은 늘 추하게만 보는 것 같았다. 사실 큰아들 밥 차려 주고 거두는 건 힘들지 않았다. 그냥 큰아들을 바라보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였다. 공원에 가서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얘기의 끝은 늘 아들, 딸, 며느리 얘기였다. 그럴 때마다 할 얘기가 없어서 소심해졌다. 5살 터울인 작은아들에게도 형은 굴레였다. 장애를 둔 형 때문에 파혼을 당하기도 했다. 부모가 죽고 없으면 형을 돌볼 수 있는 가족은 동생뿐이지 않냐며 상대편 부모가 반대했다. 부모의 마음은 미어졌다. “부모들 모임도 여유 있는 사람들이나 가는 거야.” 그는 인터뷰 도중 자주 엄지와 검지를 말아 쥐었다. 돈을 뜻하는 손짓이었다. 결국 돌보는 노동에서 벗어나고자 아이를 센터에 보내는 것도,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경제적 기반이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허씨 내외는 경제적으로 늘 허덕였다. 맞벌이를 해 봐야 시원치 않았다. 아내는 아이를 낳고 빌딩 청소일을 해 왔고, 허씨는 여러 공장을 전전하다가 60세에 환경미화원을 끝으로 은퇴했다. 이후 빌딩 경비 일도 했지만, 2교대 근무 탓에 큰아들을 돌봐 줄 사람이 없어 금방 그만뒀다. “밥 먹다가 숟가락을 딱 떨어뜨렸어.” 그 사건이 발생하기 약 1년 전 허씨는 뇌출혈 선고를 받았다. 식사를 하다가 손에 힘이 없어 자기공명영상(MRI)을 찍었더니 뇌경색이 발견됐다. 이미 고혈압과 협심증, 류머티즘 관절염, 척추 디스크, 수면장애 등을 앓고 있었지만 뇌출혈은 느낌이 달랐다. 곧 죽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큰아들은 누가 돌봐야 할지 걱정부터 앞섰다. 잘못된 생각이 들었다. 큰아들과 함께 죽는 게 모두를 위해 최선이 아닐까 하는 믿음도 생겼다. 고민이 깊어질 무렵, 걷지 못하는 아들의 모습을 봤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팽팽하던 긴장의 사슬은 톡 끊어졌다. “아들을 망치로 내리쳤소. 규남이는 내가 데리고 갑니다. 정선희 당신을 만나 한평생 잘 지냈소. 규남이에겐 입이 열개여도 할 말이 없소이다.”(유서 전문) 2015년 4월 15일 새벽 6시쯤, 아내가 일을 나간 것을 확인하고 망치로 아들의 머리를 힘껏 내리쳤다. 회한이 몰아치기 전에 유서를 썼다. 그리고 미리 준비한 수면제 수십알을 들이켰다. 정신을 잃기 전에 아파트 복도 밖으로 뛰어내리려고 했다. 중간쯤 갔을까. 허씨는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그렇게 질긴 목숨은 끝나지 않았다. 일을 마치고 돌아온 아내가 남편을 발견했고 곧바로 병원으로 옮겼다. 허씨는 3일간 혼수상태를 오갔지만, 끝내 깨어났다. “피고인을 징역 3년에 처한다. 다만 5년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법원은 허씨가 지적장애를 가진 아들을 수십년간 정성 들여 보살펴 온 점을 인정했다. 고령이고 지병이 있고, 남은 가족을 생각해 맏아들을 살해했다는 점 등도 참작했다. 그는 돈 때문에 큰아들을 마음껏 못 가르친 게 한이 된다고 했다. 그래서 많지 않지만 월 1만~2만원씩 발달장애 아동 단체에 기부금을 낸다. “내가 어려움을 겪어 봤으니까. 그런 애들 불쌍하잖아…. 집사람이 일을 그만두면 이나마 못 하겠죠.”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불혹의 장애아들 돌보던 뇌경색 부친 “가자, 같이”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불혹의 장애아들 돌보던 뇌경색 부친 “가자, 같이”

    ●발달장애 자식에게 둔기 든 애끊는 父情 그날 힘없이 무너져 내린 건 아들의 몸뚱이만이 아니었다. 허강원(73·가명)씨의 실낱같은 희망도 함께였다. 발달장애(지적장애 1급·다운증후군)로 불혹의 나이에 키가 150㎝에서 멈춰버린 큰 아들은 질뚝거렸지만 걸어는 다녔다. 아들이 혼자 걷는다는 건 그 이상의 의미였다. 대소변을 혼자서 가리고, 밥이 있는 곳까지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노부부가 감당할 수 있는 돌봄의 한계치이기도 했다. 허씨는 여느 날과 다름없이 “밥 먹자”고 큰아들을 불렀다. 큰아들은 기우뚱하더니 서지 못하고 엎드렸다. 식탁으로 기어 오기 시작했다. 역설적이게도 그 순간 밤잠 못 이루며 끙끙댔던 고민들이 명쾌해졌다. ‘그래 같이 죽자’. 한씨는 2015년 4월 15일 집 안방에서 자던 큰아들(당시 41)의 머리를 망치로 내리쳤다. “지나고 보니 사는 게 그늘이 많았어. 안 해 본 사람은 몰라. 간병이라는 게 매스컴에 나오는 그런 것과는 많이 달라.” 유난히 태양이 뜨겁던 지난 7월 31일, 허씨를 서울 그의 집 앞에서 마주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 3년이 흘렀지만, 세상과 등진 그의 삶이 달라진 건 크게 없어 보였다. “이젠 눈에 보이지 않잖아. 노력도 많이 했고…. 지나간 일이니까”라며 애써 태연했다. 긴 설득 끝에 그의 집 앞에서 지난 삶에 대해 들었다. 아내는 강남구의 한 빌딩에 청소일을 하러 갔고, 작은아들은 결혼 후 따로 살고 있어 때마침 그는 혼자였다. 허씨는 이미 끝난 일이라며 얘기하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 한편으로 여지는 남겼다. 노인의 얼굴에 쓴웃음이 내려앉았다. “그래. 그때 예감했어. 차라리 죽었어야 했어.” 큰아들은 아내가 임신한 지 9개월째 되는 날 태어났다. 수술할 돈이 없어 산파에게 부탁했다. 어렵사리 아이는 엄마의 자궁 밖으로 나왔지만, 한동안 숨을 쉬지 못했다. 산파는 도망갔고, 아내가 급한 맘에 아이의 발을 잡고 들어 올려 엉덩이를 때렸다. 기적처럼 큰아들은 울음을 터뜨렸다. 어렵게 살아났지만 아이는 약했다. 갑자기 숨을 쉬지 않는 등 죽을 고비를 수차례 넘겼다. 다섯 살이 됐지만 서지 못했다. 다운증후군, 지적장애 1급이라고 했다. “요즘 눈으로 생각해 보면 장애를 둔 아이를 키우는 게 짜증 날 일도 아니잖아. 근데 사는 재미가 없었어. 희망이 조금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었지.” ●장애 아들 돌본 40여년, 살아도 산 게 아니었어허씨는 강원도 대관령에서 나고 자랐다. 25살 경기 동두천 내 미군부대에서 군생활을 했고, 전역하고 서울에 정착했다. 28살 아내와 혼인해 다음해 큰아들을 가졌다. 찢어지게 가난했다. 서울 중랑구 근처 면도칼 공장에서 일했는데, 벌이가 시원치 않았다. 가진 기술이 없으니 막노동이나 다름없었다. 없이 살았지만 큰아들의 장애가 나을 거라는 희망은 버리지 않았다. 집 근처에 장애인 특수학교가 없어 수소문 끝에 인천 부평에 있는 학교에 보냈다. 그때만 해도 먹고살기 어렵다는 이유로 적지 않은 부모들이 발달장애 아동의 교육을 포기하던 때다. 10개월쯤 지나서였을까. 특수학교를 찾아가 선생님에게 밥을 대접했다.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게 있느냐고 물었다. 대답은 야속했다. “나아지는 것 없다”는 말에 작은 희망조차 사라졌다. 없는 살림에 매달 쌀 한 가마니 값을 치러 가며 학교를 보냈지만, 그럴 이유도 사라졌다. ‘발달장애는 질병과 달리 낫지 않는다’, 이 사실을 모르는 부모는 없다. 머리는 알지만, 가슴은 이해할 수 없었다. 첫 겨울방학을 기점으로 아이는 집으로 돌아왔다. 첫째가 잘하는 건 집에서 텔레비전 보기였다.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텔레비전을 틀어 주면 온종일 봤다. 말은 대충 알아들었고, 간신히 걸어 똥오줌은 가렸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아이가 흘린 김칫국물을 닦고, 국물이 묻은 옷을 벗기고, 발버둥 치는 몸을 씻기는 일은 40여년을 해도 즐겁지 않았다. 큰아들을 돌보느라 나들이 한 번 제대로 가 본 적 없었다. 아이를 돌봐야 하니 일을 마치고 퇴근해도 직장 동료나 친구들과 어울리지도 못했다. 큰아들이 어렸을 땐 집에 놀러 오는 사람도 있었지만, 아이가 성인이 되고 나선 이웃도, 친구도 모두 사라졌다. “또래들이 태권도복 입고 태권도장 가는 모습을 보잖아요. 우리 아이는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찔찔찔 하는데, 사람 눈 뒤집히지. 행복할 수가 있나.” 우울증이 찾아왔다. 술만 마시면 눈물을 흘리며 비관했다. 남들한테 추한 꼴을 보이기 싫어 술도 담배도 끊었다. 이게 벌써 수십년 전이다. 언제나 단정하게 보이려고 했지만, 남들은 늘 추하게만 보는 것 같았다. 사실 큰아들 밥 차려 주고 거두는 건 힘들지 않았다. 그냥 큰아들을 바라보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였다. 공원에 가서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얘기의 끝은 늘 아들, 딸, 며느리 얘기였다. 그럴 때마다 할 얘기가 없어서 소심해졌다. 5살 터울인 작은아들에게도 형은 굴레였다. 장애를 둔 형 때문에 파혼을 당하기도 했다. 부모가 죽고 없으면 형을 돌볼 수 있는 가족은 동생뿐이지 않냐며 상대편 부모가 반대했다. 부모의 마음은 미어졌다. “부모들 모임도 여유 있는 사람들이나 가는 거야.” 그는 인터뷰 도중 자주 엄지와 검지를 말아 쥐었다. 돈을 뜻하는 손짓이었다. 결국 돌보는 노동에서 벗어나고자 아이를 센터에 보내는 것도,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경제적 기반이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허씨 내외는 경제적으로 늘 허덕였다. 맞벌이를 해 봐야 시원치 않았다. 아내는 아이를 낳고 빌딩 청소일을 해 왔고, 허씨는 여러 공장을 전전하다가 60세에 환경미화원을 끝으로 은퇴했다. 이후 빌딩 경비 일도 했지만, 2교대 근무 탓에 큰아들을 돌봐 줄 사람이 없어 금방 그만뒀다. “밥 먹다가 숟가락을 딱 떨어뜨렸어.” 그 사건이 발생하기 약 1년 전 허씨는 뇌출혈 선고를 받았다. 식사를 하다가 손에 힘이 없어 자기공명영상(MRI)을 찍었더니 뇌경색이 발견됐다. 이미 고혈압과 협심증, 류머티즘 관절염, 척추 디스크, 수면장애 등을 앓고 있었지만 뇌출혈은 느낌이 달랐다. 곧 죽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큰아들은 누가 돌봐야 할지 걱정부터 앞섰다. 잘못된 생각이 들었다. 큰아들과 함께 죽는 게 모두를 위해 최선이 아닐까 하는 믿음도 생겼다. 고민이 깊어질 무렵, 걷지 못하는 아들의 모습을 봤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팽팽하던 긴장의 사슬은 톡 끊어졌다. “아들을 망치로 내리쳤소. 규남이는 내가 데리고 갑니다. 정선희 당신을 만나 한평생 잘 지냈소. 규남이에겐 입이 열개여도 할 말이 없소이다.”(유서 전문) 2015년 4월 15일 새벽 6시쯤, 아내가 일을 나간 것을 확인하고 망치로 아들의 머리를 힘껏 내리쳤다. 회한이 몰아치기 전에 유서를 썼다. 그리고 미리 준비한 수면제 수십알을 들이켰다. 정신을 잃기 전에 아파트 복도 밖으로 뛰어내리려고 했다. 중간쯤 갔을까. 허씨는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그렇게 질긴 목숨은 끝나지 않았다. 일을 마치고 돌아온 아내가 남편을 발견했고 곧바로 병원으로 옮겼다. 허씨는 3일간 혼수상태를 오갔지만, 끝내 깨어났다. “피고인을 징역 3년에 처한다. 다만 5년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법원은 허씨가 지적장애를 가진 아들을 수십년간 정성 들여 보살펴 온 점을 인정했다. 고령이고 지병이 있고, 남은 가족을 생각해 맏아들을 살해했다는 점 등도 참작했다. 그는 돈 때문에 큰아들을 마음껏 못 가르친 게 한이 된다고 했다. 그래서 많지 않지만 월 1만~2만원씩 발달장애 아동 단체에 기부금을 낸다. “내가 어려움을 겪어 봤으니까. 그런 애들 불쌍하잖아…. 집사람이 일을 그만두면 이나마 못 하겠죠.”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탐사기획부 유영규 부장, 임주형·이성원·신융아·이혜리 기자
  • [유세미의 인생수업] 닭 두 덩어리

    [유세미의 인생수업] 닭 두 덩어리

    “말도 말어. 내가 그 생각하면 아직도 속에서 천불이 나. 생일인지 뭔지 앞으로 또 하자고 하면 이 집구석 싹 다 엎어 불고 말테니께.”생일상 잘 받아 먹었느냐고 축하 인사 한번 건넸다가 날벼락마냥 화풀이당한 친구는 어안이 벙벙하다. 사실 친구한테 퍼부을 일은 아닌데 미안하다는 소리도 안 나온다. 그날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머리꼭지가 뜨거워지는 박복자 여사. 몇 해 전부터 생일이면 즐겁기는커녕 나이 먹는 서글픔에 절로 한숨 나오는데 올해는 아들 내외 때문에 마음이 더 상했다. 그 전에도 어미 생일을 잘 챙긴다 여기지 않았건만 이번에는 전화하는 품새부터 부아를 돋운다. “어머니 생일 어떻게 할까요?” 심드렁한 며느리 음색에 서운함이 먼저 가슴에 얹힌다. ‘어떻게 하긴? 내 생일상 내가 차리랴?’ 목구멍까지 솟구친 말을 꿀꺽 삼키고 있으니 따발총처럼 떠드는 며느리는 이미 일정을 결정한 뒤였다. “아이들 학원 때문에 생신날에는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구요. 그냥 이번 토요일에 미리 저녁 먹는 걸로 하죠 뭐. 전화드릴게요.” 일방적으로 통보받은 그녀, 죄 없는 남편에게 괜한 심통이다. 시어미 알기를 오뉴월 식은 밥덩이만도 못하게 여긴다는 둥 처음부터 남편이라는 사람이 저리 무심하니 애들까지 닮아서 한통속이라는 둥 미운 남편만 가자미눈으로 째려보다 머리 싸매고 휙 드러누워 버렸다. 그래도 저녁 먹자는 토요일 오후부터 박복자 여사는 부산하게 공들여 화장하고 오랜만에 머리도 정성껏 매만졌다. 생일 아닌가. 그러나 오후 6시가 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혼자 끌탕하던 그녀가 오후부터 곱게 차려 입은 채 벌서고 있던 옷을 벗어던지려는 순간 며느리에게 전화가 왔다. 근처 찜닭 집으로 예약했으니 7시에 식당으로 오라나. “나 참 기가 막혀서. 부모 알기를 대체 어떻게 아는 건지. 남이랑 약속해도 그렇게 무성의하게 하겠냔 말야. 찜닭 먹겠다고 차려 입고 주렁주렁 걸고 달고 나선 내가 우세스러워서 원.” 이미 마음 상한 박복자 여사가 찜닭이 마음에 들 리 없다. 그래도 내색하지 않았다. “대체 그게 무슨 맛인지…. 닭 두 덩어리를 물었다 놨다 먹는 흉내만 내다 일어섰네.” 겨우 식사만 마치고 자식들이 서둘러 돌아서는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렇게 허전할 수 없다. 허청허청 걷는 걸음마다 어느덧 선득한 밤바람이다. 말하면 세금 붙는 줄 아는 남편이 그제서야 입을 뗀다. “애들한테 서운해 말어. 건강하게 새끼들 잘 키우고 제 밥벌이 하고 살면 고마운 거지. 난 아침에 눈떠 애들 생각하면 그저 고맙고 대견해.” 이 양반이 누구 염장을 지르나. 40년 같이 살며 마누라 생일 한번 변변히 챙기지 않은 당신이 할 소리냐고 막 따지려는 순간 그녀의 말을 남편이 또 가로막는다. “이 험한 세상에 내 아이들이 그저 거기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훌륭해. 그거면 됐어. 세상 철없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부모가 돼서 밤낮없이 직장에, 집안일에 달음질치는 거 보면 안타깝지. 그래도 다 이겨 내며 씩씩하게 살아가고 있잖은가.” 남편이 늙긴 늙은 모양이다. 눈가에 언뜻 물기가 비친다. “마누라를 그렇게 좀 가엾게 여겨 보쇼”라며 못 본 척 고개 돌리고 그녀는 앞서 걷는다. 그러고 보니 추석이 낼모레다. 이번 명절은 야채값이 다락같이 올라서 상을 차릴 수나 있나 벌써 겁부터 난다. 배추 사다 김치라도 미리 해놔야 애들이 와서 먹을 텐데. 아들이 좋아하는 새우장도 좀 만들고 집에 갈 때 들려 보낼 밑반찬은 뭘로 하나. 투덜거리던 마음은 그새 잊고 우리의 박복자 여사 벌써부터 마음이 급하다.
  • 아파트 선거서 대선까지 관리…지방서 중앙 가려면 ‘전입 시험’ 필수

    아파트 선거서 대선까지 관리…지방서 중앙 가려면 ‘전입 시험’ 필수

    선거법 필수…타 국가직과 동시 선발 올해 경쟁률 19.1대1 최근 5년내 최저 성적·희망 따라 구·시·군선관위 배치 국고보조금·정당 업무 등 두루 맡아 대통령부터 아파트 입주자대표까지. 우리나라의 크고 작은 모든 선거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게 유권자의 주권 행사를 돕는 이들이 있다. 국회와 정부, 법원, 헌법재판소와 함께 독립된 합의제 헌법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다. 1963년 창설된 선관위는 그동안 1100회가 넘는 공직 선거를 관리했다. 정당 경선과 대학총장, 조합장 선거 등 다양한 선거를 지원하며, 정당·정치자금 사무와 민주시민교육 등 민주정치 발전과 관련된 업무도 수행한다. 선관위에 근무하는 선거행정직 공무원은 모두 2889명. 공정한 선거 문화를 위해 일하고 싶은 공시생(공무원시험 준비생)을 위해 경기 과천시 중앙선관위에서 근무하는 네 명을 만났다.●적게 뽑고 지원자 허수 적어 합격 문턱 높아 선관위는 2008년까지만 해도 별도의 공채 시험을 치렀지만, 현재는 인사혁신처에 선발을 일임해 다른 행정부의 국가직 공무원과 같은 날 시험을 치른다. 공시생 사이에서 ‘선거행정직’의 문턱은 높은 편이다. 워낙 뽑는 인원이 적은 데다 지원자도 허수가 적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선관위는 독립성을 담보하기 위해 2013년부터 선거행정직 채용에서 ‘공직선거법’ 과목을 필수로 치르게 한다.선거행정직을 준비하는 공시생은 보통 7급과 9급에 같이 응시한다. 2016년 7급 공채에 합격한 천유림(26·여·행정국제과)씨는 9급에 합격한 뒤 연수원에 들어가기 전 7급 시험에도 최종 합격했다. 공직선거법은 양이 많고 수정이 잦아 공부하기가 까다롭다. 조항을 모두 외워야 고득점이 가능한 만큼 합격생 대부분도 핵심만 외우는 꼼수보다는 어려워도 꾸준히 반복 학습해야 한다고 말한다. 천씨는 “매일 모든 조항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으며 머릿속에 한 글자도 빼놓지 않고 집어넣으려고 노력했다”면서 “그렇다고 암기만 하면 어려운 문제가 나왔을 때 제대로 풀 수 없기에 온전히 이해하는 과정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직선거법이 어렵기 때문인지 선거행정직 경쟁률은 최근 5년 사이 감소세다. 7급 경쟁률을 보면 2014년 18명 선발에 2739명이 몰려 152.2대1이었다. 2015년에는 19명 선발에 3245명이 응시해 180.3대1을 기록했다. 그러나 2016년 149.2대1, 지난해 104.9대1, 올해 84.2대1로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9급 경쟁률도 2014년 35.2대1에서 2015년 28.2대1, 2016년 27.4대1, 지난해 21.0대1로 꾸준히 줄었다. 올해 채용 인원은 92명이었으나 응시 인원도 1759명으로 크게 줄어 경쟁률은 최근 5년래 가장 낮은 19.1대1이었다. ●연고 전혀 없는 곳에 종종 배치되기도 선관위는 중앙선관위를 비롯해 시·도선관위(17개), 구·시·군선관위(249개), 읍·면·동선관위(3490개) 등 4단계로 구성돼 있다. 선거행정직에 일단 합격하면 연수를 받은 뒤 연고지와 희망지, 시험 성적 등을 종합해 구·시·군선관위로 배치된다. 연고가 전혀 없는 곳에 배치되는 사례도 종종 있어 선거행정직 지원을 망설이는 지원자들도 있다. 서광일(36·미디어과)씨는 광주 출신이지만 초임지는 경남 밀양이었다. 서씨는 “살면서 가본 적도 없는 곳에 발령이 나 당황스럽고 힘들기도 했다”면서 “그렇지만 돌이켜보니 ‘언제 또 이곳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겠냐’라는 마음도 든다”고 말했다. 강민경(33·여·기획재정과)씨는 집이 부산이지만 울산으로 첫 발령이 났다. 강씨는 “연고지가 아닌 곳에 배치를 받으면 중앙선관위에서 관사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충분하지는 않다”면서 “처음에는 생각지도 않은 지역에 배치돼 다소 힘들 수도 있지만 연차가 쌓이면 대부분 자신의 연고지나 희망 지역으로 가게 되니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6급 이하 선거행정직 공무원이 구·시·군선관위에서 시·도선관위로, 또는 시·도선관위에서 중앙선관위로 옮기려면 별도의 시험을 치러야 한다. 중앙선관위로 전입하려면 두 단계 전형을 거쳐야 한다. 1차 법규운용능력평가는 정치관계법 25문항(공직선거법 20, 정당·정치자금법 5)이 출제된다. 해마다 중앙선관위에서 실시하는 능력검정시험(공직선거법 80문항, 정당·정치자금법 20문항)에서 60점 이상을 획득해 5급 승진 시험 기회(10년간 유효)를 얻으면 1차 시험이 면제된다. 1차 합격자나 면제자에 한해 2차 개별 면접이 진행된다. 최근 3년간 매년 두 차례씩 진행된 중앙 전입 현황을 보면 2016년 1월 36명, 7월 9명을 선발하는데 각각 48명, 27명이 지원했다. 지난해는 8명(1월 2명·7월 6명)밖에 선발하지 않아 지원자도 25명(1월 4명·7월 21명)으로 대폭 줄었다. 올해는 19명(1월 13명·7월 6명) 선발에 각각 25명, 24명이 응시했다. 김미란(32·여·선거2과)씨는 구·시·군선관위에서 시·도선관위로 이동한 뒤, 한 번 더 시험을 치러 중앙선관위로 전입했다. 김씨가 공채에 응시할 때만 해도 공직선거법이 필수과목이 아니었기 때문에 전입 시험 준비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김씨는 “현장에서 실무를 하며 공직선거법을 익히긴 했지만 전입 시험에 합격하려면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면서 “일과 시간을 마친 뒤 집에 와서 전입 시험에 매진해 2년 만에 합격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치열한 공채를 뚫고 합격하고 난 뒤 또다시 시험을 치러 중앙선관위로 오려는 이유는 좀더 다양한 업무를 경험할 수 있어서다. 강씨는 “중앙으로 온 뒤 정당과와 위원장실, 기획재정과를 거치며 짧은 시간에 선관위 업무를 두루 경험할 수 있었다”며 “지역 선관위와 비교하면 전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획 관련 업무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 시야가 넓어진다”고 설명했다. ●블록체인 활용 온라인 투표 시스템 개발 선관위는 선거와 관련된 업무만 하는 곳이 아니다. 정당 관련 사무나 각종 후원회 등록·변경, 국고보조금 지급을 비롯한 정치자금 관련 업무도 두루 맡는다. 정당이나 후보자가 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을 위반하는지를 감시·단속해 적발도 한다. 검찰·경찰과 협조해 금융거래·통신 자료를 제출받아 범죄 혐의를 입증하고 유죄 판결이 나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도 선관위의 몫이다. 최근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함께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투표 시스템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현재 선관위 온라인 투표 시스템은 학교나 공동주택 등에서 대표자를 선출하는 데 널리 쓰이고 있으며, 정당 경선과 대학교 총장 선거에도 적용되는 등 활용 범위가 커지고 있다. 글 사진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산업재해 재수없어, 절차 어쩌나…나홀로 싸움, 서러움 울컥

    일하다 다쳤다는 증거 대라니… 말리는 회사, 복잡한 절차 “일하다가 다쳤다는 증거가 없지 않느냐. 다시 한번 생각해봐라.” 대구의 한 공장에서 일하던 최모(38)씨는 지난해 직장을 그만두면서 회사 임원들에게 수시로 이런 취지의 얘기를 들어야 했다. 최씨는 2015년 작업 도중 허리를 다쳤고, 회사는 이를 쉬쉬했다. 최씨는 지난해 퇴직과 함께 산업재해를 신청했다. 그는 “10개월 정도 지나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받기는 했지만 모든 것이 불확실한 과정을 견뎌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며 “내가 신청한 사건이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 자세히 알 수 없어 답답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산재보험은 일을 하다 사고를 당하거나 병을 얻게 되면 이에 대한 보상과 다친 노동자의 재활과 사회 복귀를 위해 존재하는 제도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과 함께 4대 보험으로 분류될 정도로 모든 노동자에게 꼭 필요한 제도로 인식된다. ●산재 신청 매년 11만여건… 올해는 더 늘어 하지만 일부 사용자의 몰염치한 태도와 산재 신청을 죄악시하는 풍토 등으로 여전히 쉬운 일이 아니다. 노동 현장에서 ‘산재 노동자’로 한 번 찍힌 낙인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또 각종 사고성 산재가 아닌 질병성 재해는 산재를 신청해도 깜깜이 절차로 진행된다. 가장 기초적인 사회안전망으로 꼽히지만, 내가 신청한 산재 사건이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국민들에게 제공되는 행정서비스가 공급자 중심이어서 그렇다. 4일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산재 신청은 총 11만 3716건으로 집계됐다. 2015년 11만 4167건, 2016년 11만 3858건으로 해마다 11만여건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는 6월 기준으로 6만 5390건이 접수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만여건 많았다. 산재 신청은 치료를 위해 4일 이상의 요양이 필요하면 접수할 수 있다. 산재보험 신청은 사용자가 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가 한다. 근로복지공단 고용·산재보험 토털서비스(total.kcomwel.or.kr)에서 온라인 신청이 가능하고, 팩스나 우편, 방문 제출도 가능하다. 산재 신청서에 사용자의 확인을 받는 규정은 올해부터 사라졌다. 사고성 재해는 공단에서, 질병성 재해는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서 심사한다. ●재해자 자료 제출 요구권조차 보장 안 돼 산재를 신청한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업무로 인해 병이 걸렸다는 증거를 찾는 일은 오롯이 노동자 본인의 몫이다. 재해자의 자료 제출 요구권이 보장돼 있지 않고, 사업주가 자료를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법에 규정돼 있지 않아서다. 회사에서 산재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더라도 이를 강제하거나 재요청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을 고용노동행정 개혁위원회(개혁위)도 지적했다. 개혁위는 지난달 “산재를 은폐하고, 산재 접수를 방해하고, 산재에 해당되는지를 인식하지 못함으로써 불이익이 발생하고 있다”며 “산재 신청서도 서식이 복잡하고, 노동자에게 지나친 증명 책임이 요구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어렵게 증거를 찾아 제출해도 질병성 재해를 인정받는 데는 6개월에서 1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린다. 남편의 산재를 신청했던 김모(48·여)씨는 “처음에 신청서를 쓸 때만 해도 이 정도로 긴 싸움이 될 줄은 몰랐다”며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심사 일정은 물론 이후 절차에 대한 설명도 전혀 없었다”고 꼬집었다. ●“직업별 질병 노출 매트릭스 구축해야” 산재를 신청해도 공단의 조사 일정, 판단 기준, 절차, 내용 등에 대한 안내조차 받지 못한다. 노동자들은 산재를 신청하면 공단이 어떻게 조사하는지, 불승인이나 행정소송 이후 어떻게 처리되는지, 신청한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알 수가 없다. 반면 형사나 민사 재판엔 본인 재판이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 앞으로의 일정을 조회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이와 관련, 개혁위는 “직업별·직무별 종사 기간에 따른 질병 노출 매트릭스를 구축해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산재 처리 절차를 밟으면서 서면 통지를 비롯한 안내 조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예컨대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심사 개최 일정, 역학조사 일정, 방법 등을 미리 서면으로 알리는 게 대표적이다. 또 산재가 승인되지 않았을 때 취할 수 있는 행정소송이나 재심사 청구 안내, 산재 승인 이후 받을 수 있는 보상 내역을 알려줘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권동희 법률사무소 새날 노무사는 “산재 신청서에서 사업주 날인을 받지 않는 간단한 서식 변경에도 수십년이 걸렸다”며 “노사가 모두 얽혀 있고 각각의 이해관계가 달라 절차나 기존 방식을 바꾸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산재보험은 대표적인 사회보험이다. 사회보험의 원리에 맞게 노동자의 접근성과 보장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이해찬 “부동산 보유세는 높이고 거래세는 낮추는 것이 기본 방향”

    이해찬 “부동산 보유세는 높이고 거래세는 낮추는 것이 기본 방향”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토지나 주택 관련 세금 중에서 보유세는 높이고 거래세는 낮추는 것이 기본 방향”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충남 예산에서 열린 2018년 정기국회 대비 민주당 국회의원 워크숍 도중 기자간담회를 열고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종합부동산세만 얘기해선 안 되고 거래세도 같이 얘기해야한다”고 언급한 데 대해 이같이 말했다. 앞서 이 대표는 전날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3가구 주택 이상 및 초고가 주택의 종합부동산세 강화를 검토해줄 것을 정부에 요청한 바 있다. 다만 이 대표는 “현재 3주택 이상, 초고가 주택이 문제가 되는 것이지 일반적인 주택 거래가 문제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종부세 강화를 정부에 검토해보라고 권고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는 부처의 준비 상황을 보고받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큰 틀에서는 거래세 인하가 맞지만 현재는 보유세 강화가 더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날 청와대가 오는 5일 평양에 대북특사를 파견하기로 발표한 데 대해 당과 사전에 조율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이 대표는 “미리 조정한 것은 아니지만 당연한 절차고 예측할 수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여야가 함께 평양에 갔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는데 지금 일부 야당은 가지 않겠다는 입장이라 계속 협의를 하려 한다”면서도 “안가겠다는 사람을 모시고 가긴 어렵다. 희망하는 분만 가거나 여야가 아닌 국회의장단 또는 외교통일위원회 위원단이 함께 하는 것도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4·27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에 대해서는 “(선언에) 국가 재정의 집행 사항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남북교류기금법에 의해 비준 없이 집행될 수 없다”며 “여론조사에서 국민 72% 이상이 국회 비준에 찬성하고 있으니 야당을 설득하는 데 어려움이 있겠지만 야당이 끝까지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우리가 (의원) 숫자가 적기 때문에 야당과 협치를 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야당도 잘 설득하고 국민에게도 성의껏 말씀드려 이해도를 돕는 게 필요하다”며 야당과의 협치를 재차 강조했다. 대표 당선 직후 이 대표가 여야 5당 대표 회동을 제안한 것과 관련해 이 대표는 “바른미래당이 오는 2일 전당대회에서 대표를 선출하면 5당 대표가 다 정립이 된다”며 “현재 한국당을 제외한 나머지 당은 (5당 대표 회동에) 찬성하셨고 한국당은 좀 더 검토해보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당과 협의해서 한국당이 동의하면 5당 회동을 바로 시작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최고위원 5명이 역할을 분담해 책임지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박주민 위원은 플랫폼과 연수·교육, 박광온 위원은 지방자치, 설훈 위원은 남북관계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 평화, 김해영 위원은 청년, 남인순 위원은 민생을 맡아서 하시게 될 거 같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사무총장 등 당직 인선은 다음 주 주중에 마무리 지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대표가 지명하는 최고위원 2명은 노동과 지방자치 분야에서 1명씩 지명하기로 하고 관련 단체들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예산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손성진 칼럼] 경계해야 할 통계의 정치화

    [손성진 칼럼] 경계해야 할 통계의 정치화

    통계와 현실이 극명하게 갈리는 것은 소비자물가다. 배추 한 포기에 8000원, 무 한 개에 5000원인 현실인데 통계는 10개월째 물가상승률은 1%대로 안정적이라고 한다. 곧이곧대로 믿는 소비자는 없다. 영국이나 일본이 우리보다 물가가 비싸다는 게 옛말임은 외국에 나가 본 사람은 다 안다. 일본에서는 우리 돈 5000~6000원이면 직장인들이 점심 한 끼 때울 수 있다는데 우리로서는 10년 전 가격이다. 작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스타벅스 커피 값은 4600원으로 아시아 1위, 세계 3위다. 서민 음식 냉면 한 그릇 값으로 1만 7000원을 받는 간 큰 냉면집도 있다. 생활물가의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통계에서처럼 물가가 안정적인 나라가 아니다.무, 배추만이 아니라 무려 200개 품목의 편의점 상품값이 올랐다고 한다. 오비이락일지 모르지만 소비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라고 확신한다. 인상의 이유를 통계적으로 밝히긴 어렵다. 생산자를 상대로 한 간접 조사로 인과관계를 추론할 뿐이다. 최저임금과 물가뿐만이 아니라 최저임금과 소득, 고용의 상관관계를 둘러싸고도 논란이 분분하다. 통계라는 음식은 요리 재료, 요리사, 먹는 사람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통계의 오류와 함정은 선거 여론조사에서 반복되어 드러난다. 조사방식은 엿장수 마음대로요, 해석은 아전인수다. 현실과 괴리된, 오점투성이의 통계로 인과관계를 확인하려는 건 무리라는 말이다. 최저임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저소득층의 가계소득이 크게 감소했다는 통계는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몹시 “뼈아픈 대목”이었을 것이다. 통계청의 발표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한 사람이 신임 강신욱 통계청장이다. 문 대통령의 우군이었던 셈이다. 통계청의 발표 직후 가계소득 조사 결과가 이례적이며 표본 구성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한 근거도 그가 제공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근로자가구 소득은 약 20년 만에 최대폭으로 증가했다는 대목이 통계 자료에 있다. 말하자면 어느 부분을 강조하느냐에 따라서 해석이 달라진다. 통계는 표본구성과 조사기준, 조사방식, 조사를 받는 태도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도 있다. 현재 청년 실업률은 9.3%, 청년 실업자는 40만 9000명이란 통계가 나와 있지만, 체감실업률은 30%가 넘는다고 한다. 통계청이 취업준비생 등을 실업자에 포함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계소득 조사 표본에 1인 가구와 고령가구를 어떤 비율로 반영하느냐에 따라 결과의 차이는 크다. 양극화가 극심한 우리나라의 지니계수는 0.3 정도로 선방하고 있는데 통계에 고소득층의 금융소득 등이 누락되어 지수가 왜곡됐다. 통계(statistics)의 어원은 국가(status)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국가 운영에 필수불가결한 존재가 통계다. ‘빅데이터’와 마찬가지로 객관성과 신뢰성을 갖춘 통계는 국가뿐만 아니라 기업경영에도 매우 요긴한 존재다. 그러나 경계해야 할 것은 통계의 정치화다. 정치가들은 통계를 정치에 이용하려 하고 곧잘 통계를 왜곡한다. ‘벌거벗은 통계’의 저자 발터 크래머는 “많은 사람이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려는 목적으로 통계를 들먹인다”고 말했다. 새 통계청장이 믿을 만한, 통계청장 인사를 공격하는 야당도 인정할 만한 통계의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 낼지는 두고 볼 일이다. 혹여 정권의 입맛에 맞춘 통계 방식을 억지로 꿰맞추려 한다면 비난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미묘한 시점에 통계청장을 교체함으로써 이미 딜레마에 빠져버린 것이 문제다. 3분기 이후 가계소득 조사에서 똑같은 결과가 나오는 것도 전혀 반길 일이 아니지만, 저소득층의 소득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해도 국민이 있는 그대로 믿어줄지가 의문이다. 그런 점에서 새 통계청장의 정치 중립적인 업무 추진이 왜 중요한지는 두말하면 입 아픈 일이다.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의 논란에도 마이웨이를 선언했다. 통계의 오류에 대한 확신이 있는 듯도 하다. 연말에는 뭔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여당 쪽도 거들었다. 하지만 주변 상황은 여권에서도 반대 의견이 있는, 사면초가라고 할 만큼 녹록지 않다. 명심할 것은 결과가 뜻대로 달성되지 않았을 때 위기 국면을 타개하려고 통계를 악용하려 하다가는 더 큰 여론의 불화살을 맞는다는 사실이다. sonsj@seoul.co.kr
  •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꽃과 열매 없이도 매력적인 식물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꽃과 열매 없이도 매력적인 식물

    평소 주변 사람들로부터 어떤 식물을 좋아하느냐에 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식물이라면 다 좋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눈이 더 간다거나, 한번 그려보고 싶은 식물들이 있긴 하다. 그건 이미 연구가 많이 되어 그림 기록이 많은 것보다는 아직 연구가 덜 되어 연구하고 기록할 여지가 많은 식물이다.식물을 연구하고 기록하는 사람의 마음은 비슷할 것이다. 대중은 대체로 화려한 꽃이나 열매를 가진 이색적인 식물을 좋아하지만 연구자들은 아직 연구가 많이 되지 않은, 미지의 식물에 흥미를 느끼기 마련이다. 수목원에서 일하던 시절, 이러한 연구자들의 특정 식물에 대한 애정을 볼 수 있는 일이 많았고, 그 애정의 대상인 식물 중 하나가 양치식물류였다. 심지어 동료들은 양치식물만 연구하는 ‘양치식물 연구회’를 만들어 수년간 회사 밖에서도 이들을 좇았다. 도대체 양치식물에게 어떤 매력이 있기에 연구자들이 이토록 이들을 좋아하는 걸까? 양치식물을 본격적으로 그리기 전까지는 늘 그 이유가 궁금했다. 양치식물은 ‘포자’라는 기관으로 번식하는 식물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식물 이름에 ‘고사리’가 들어가는 고사리류와 석송류가 모두 양치식물이다. 세계적인 양치식물 권위자인 뉴욕식물원의 로빈 모란 박사가 펴낸 ‘고사리의 자연사’란 책에서 그는 양치식물 전반에 대해 말하지만, 제목에는 양치식물(pteridophytes)이 아닌 고사리(Ferns)란 용어를 썼다.그는 책의 서문에서 고사리란 용어 대신 양치식물이란 용어를 써야 했지만, 양치식물의 자연사라고 하면 제목만 보고 누가 선뜻 책을 사겠느냐며 대중이 알아보기 쉽게 ‘고사리의 자연사’라고 정했다고 했다. 그만큼 사람들에게 양치식물은 곧 고사리로 대표된다. 내가 지금 그리는 건 ‘식물학 그림’이지만 이미 ‘식물세밀화’라는 용어가 널리 알려져 있어, 식물학 그림과 식물세밀화라는 용어를 겸용해 쓸 수밖에 없는 상황과 비슷한 것일까란 생각이 들어 모란 박사의 말에 공감했다. 어쨌든 양치식물은 고사리 외에도 부처손이나 석송, 다람쥐꼬리 등 석송류 식물까지를 모두 일컫고, 연구자들이 이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우선 이들은 지구에서 3억 4000만년 동안 살아온, 가장 오래된 식물이라는 점, 그리고 이들만이 가진 독특한 번식 기관인 ‘포자’ 때문이다. 이들은 꽃이 피지도, 열매를 맺지도 않는다. 그러니 당연히 씨앗도 없다. 씨앗이 없다면 어떻게 번식할까. 이들만이 가진 씨앗, 포자를 퍼뜨려 번식한다. 무더위가 끝나고 산책하기 좋은 이맘때, 식물이 있는 공원이나 식물원, 숲에 가면 양치식물들이 한창 제 모습을 드러내는 걸 볼 수 있다. 그러나 멀리에서 혹은 위에서 이들을 바라보는 것으론 그들의 모습을 온전히 다 감상할 수 없다. 손을 뻗어 양치식물의 잎을 뒤로 돌려 바라봐야 이들의 진가가 드러나기 때문이다.거기엔 동그랗거나, 나선이거나 혹은 검정이거나 갈색이거나, 다양한 형태와 색의 포자낭군이 잎 뒷면에 붙어 있다. 포자낭군은 양치식물의 씨앗인 포자가 모여 있는 포자낭의 무리이다. 이 모습은 마치 여느 꽃과 같이 화려하고 다양하다. 잎을 다 관찰하고 포자를 만진 손을 털어내면 바람을 타고 양치식물은 번식한다. 몇 년 전 큰지네고사리라는 우리나라 자생 희귀, 멸종 양치식물을 그렸다. 이들은 제주도에서 주로 분포하는데, 늦여름 내내 이 식물을 관찰해 채색화로 그려냈다. 이들은 주맥 가까이에 3줄 정도의 갈색 둥그런 포자낭군이 달리는데, 이들을 반복적으로 그릴수록 잎에서의 포자낭군 위치와 개수에 수학적 규칙성이 있는 것만 같았다. 실제로 아직 자라지 않은 고사리 새순의 말린 모양과 일정한 각도는 스피라 미라빌리스라는 수학 용어의 기반이다. 이들에게 또 다른 수학적 규칙이 숨어 있을 여지는 많다. 그렇다고 이들이 대중에게서 영 멀리 떨어져 있는 식물은 아니다. 우리는 이미 늘 고사리나물을 먹어 왔고, 집에서는 공기 정화 효과를 가진 보스턴고사리나 듀피고사리를 키운다. 초봄 아직 채 자라지 않은 고사리, 고비 등의 잎을 톡톡 따 건조해 삶아 1년 내내 요리의 재료로 먹고, 나사에서 실험한 대표적인 공기정화식물인 보스턴고사리를 미국에서 수입해 와 집에서 재배하기도 한다. 이들은 우리나라 실내 습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고 키우기 까다롭지 않아 어디를 가든 많이 볼 수 있다. 큰지네고사리를 그린 후, 나의 가장 좋아하는 식물 목록에는 양치식물이 포함됐다. 이들에게서 나는 다른 어떤 식물들보다 오래도록 살아남을 수 있었던 특유의 고요하면서도 강인한 힘을 배운다. 꽃을 피우는 여느 식물들과는 다르지만, 다르다고 틀린 건 아니다. 그 ‘다름’이 더 오래도록 끈질기게 지구상에 살아남아 온 양치식물의 힘이기 때문이다.
  • 국방·국무 이어 유엔대사까지… 美, 대북 압박 총공세

    국방·국무 이어 유엔대사까지… 美, 대북 압박 총공세

    헤일리 “북 안 바뀌면 제재 해제 없다” 폼페이오, 비핵화 촉구 속 대화 여지미국 국방장관에 이어 국무장관과 유엔주재 미대사가 작심한 듯 대북 압박 발언을 쏟아냈다. 이는 교착 상태인 북·미 협상 테이블에 북한을 끌어내기 위한 미국의 ‘벼랑 끝 압박’ 전략으로 풀이된다.미 국무부는 여전히 북한의 비핵화 이행을 기대한다고 언급했으나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대사는 ‘강력한 대북 제재’를 강조했고,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한·미 연합훈련 재개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이 같은 미국의 분위기 변화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 취소 결정 촉매제 역할을 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도발적 편지가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들은 28일(현지시간) 기자회견과 성명, 회의 발언 등을 통한 동시다발적인 대북 압박에 나섰다. 포문은 매티스 장관이 열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6·12 북·미 정상회담으로 유예된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해 “현재로서는 더는 중단할 계획이 없다”며 훈련 재개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는 북한이 가장 민감해할 수 있는 카드로,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협상을 정면돌파하겠다는 미 정부의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또 ‘대북 강경파’인 헤일리 대사도 이날 워싱턴DC의 한 콘퍼런스에서 “우리는 제재와 비핵화에 대한 생각을 바꾸지 않을 것이고, 우리의 태도를 바꾸지 않을 것”이라며 강력한 대북 제재를 강조했다. ‘북핵 해결사’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에 비핵화 의지를 보여 줄 것을 촉구하면서도 여전히 외교적 대화의 문을 열어 뒀다. 그는 이날 성명에서 “나의 평양 방문이 연기되긴 했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6·12 정상회담)에서 한 약속을 이행할 준비가 된 것이 확실해지면 미국도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외교적 노력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며 “(폼페이오) 장관도 이것(비핵화)은 쉽지 않을 것이고 다소 긴 과정이 될 것이라고 출발부터 말해 왔다”고 말했다. 워싱턴 정가는 북·미 협상의 ‘공’이 다시 북한으로 넘어갔다고 분석했다. 김 부위원장의 도발적 편지에 대해 미 정부가 폼페이오 장관의 전격적인 4차 방북 취소에 이어 강력한 압박으로 북한의 ‘선 비핵화’를 이끌어 내겠다는 의지를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 24일 이후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는 북한의 행보가 주목된다. 미측이 북·미 협상의 ‘판’을 깨지 않는 수준에서 대북 압박에 나섰듯, 북한도 어느 정도 유화적 제스처를 담은 행동에 나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북·미 모두가 지금 협상의 판을 깨기에는 부담이 크다”면서 “북한이 미국의 강경한 태도에 한 발 뒤로 물러서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추억 속에 젖게 했던 ‘TV소설’… 22년 추억되어 사라진다

    추억 속에 젖게 했던 ‘TV소설’… 22년 추억되어 사라진다

    작품 37편… 주로 1960~70년대 배경 새 후속 드라마 ‘차달래 부인…’ 방영22년간 KBS의 평일 아침을 책임져온 TV소설이 마지막 방송을 앞두고 있다. 중장년층 시청자들의 추억을 보듬으며 묵묵히 제 역할을 해왔지만 개발에 밀려 사라지는 옛 동네처럼 쓸쓸한 퇴장이다. 지난 28일 서울 영등포구 그랜드컨벤션센터에서 KBS2 새 아침드라마 ‘차달래 부인의 사랑’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31일 종영하는 TV소설 ‘파도야 파도야’ 후속으로 다음달 3일부터 전파를 탈 드라마다. 정성효 KBS 드라마센터장은 “TV소설이 막을 내리고 본연의 아침 드라마가 돌아왔다”며 “아침 시간대 시청자들에게 더 가깝게 다가갈 것”이라고 말했다. 새 드라마 제작발표회인 만큼 TV소설에 대한 언급은 더는 없었다. 22년 역사의 TV소설을 위한 자리가 따로 마련된 것도 아니다. 그저 ‘가슴 아픈 근대사 속 인물 군상들의 가슴 뜨거운 삶을 선보여왔다’고 한 줄 언급하는 것으로 종영을 알렸다.TV소설은 1996년 3월 KBS1에서 시작됐다. 첫 TV소설 ‘은하수’는 어머니의 죽음으로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삼남매가 꿋꿋하게 현실을 극복하는 모습을 그렸다. 2009년 제작비 문제로 2년간 방송을 중단했다가 2011년 ‘복희 누나’로 KBS2에서 부활해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왔다. 방영된 작품은 37편에 이른다. 일일드라마인 만큼 호흡이 길다. 대부분 120부작을 넘긴다. 현재 방영 중인 ‘파도야 파도야’는 143부작이다. 긴 호흡의 전개로 소설이 주는 유장한 느낌을 내고 여러 등장인물의 삶을 구석구석 조명한다. 예전에는 문학 특유의 맛을 살리기 위해 해설자의 내레이션을 넣기도 했다. 작품 대부분은 1960~70년대를 배경 삼았다. 주 시청자인 중장년층을 고려한 결과다. 옛 골목을 재현한 드라마세트장과 등장인물들의 복장 등이 그 시절을 겪어낸 시청자들을 향수에 젖게 했다. 인터넷·모바일 등에 익숙하지 않은 고정 시청자가 많아 시청률은 나쁘지 않았다. 예전보다 낮아지긴 했지만 ‘파도야 파도야’는 늘 8~9%대 시청률을 유지했다. TV소설을 거쳐 간 스타도 여럿이다. ‘그대는 별’(2004년)에서 데뷔 이후 첫 주연을 맡았던 한혜진이 대표적이다. 오창석도 ‘사랑아 사랑아’(2012년)를 통해 주연급으로 올라섰다. ‘강이 되어 만나리’(2006년)의 이필모, ‘그래도 푸른 날에’(2014년)의 송하윤 등도 TV소설을 거쳤다.소재 고갈에 따른 비판을 받거나, ‘막장’ 요소가 가미된다는 지적을 듣기도 했다. 공희정 드라마 평론가는 “중장년층을 평온하게 끌어들이는 장점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구태의연해진 측면이 있다”면서도 “어르신들이 즐길 거리가 또 하나 없어졌다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몇 해 전 TV문학관이 없어지는 등 다양성이 줄어들고 있다”며 “(TV소설은) 공영방송이기에 갖고 있어야 할 것들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네일 아트에 살아있는 개미 사용한 네일숍 논란

    네일 아트에 살아있는 개미 사용한 네일숍 논란

    살아있는 곤충을 네일 아트에 사용한 네일숍이 소셜 이용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26일(현지시간) 영국 더 선은 독특한 네일 아트로 러시아의 유명한 네일숍 네일 써니(Nail Sunny)의 인스타그램 영상을 소개했다. 네일 써니가 업로드한 영상에는 플라스틱으로 된 긴 인조 손톱을 손가락에 부착한 뒤, 그 밑을 아크릴판으로 덧대서 만든 빈 공간에 살아있는 개미를 넣은 앤트 네일(Ant Nail)의 충격적인 모습이 담겨 있다. 이 기괴한 네일 아트를 본 소셜 이용자들은 “개미들이 고통받고 있다. 이것은 동물학대다”라고 비난했다. 이에 네일 써니 측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 영상을 만드는 동안 개미들이 다치는 일은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지만 소셜 이용자들의 동물 학대에 대한 비판은 줄지 않았다. 한편 해당 영상은 게재된 지 8시간 만에 10만 7800여 건의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사진= nail sunny Instagram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전공심화도 장애인 ‘정원 외’ 배려”… 국민 이익 땐 ‘적극행정’

    “전공심화도 장애인 ‘정원 외’ 배려”… 국민 이익 땐 ‘적극행정’

    공무원 “규정 없다”며 법령 소극적 해석 “반드시 필요한 경우만 규제” 기준 제시 국민 편익·신산업 발전 걸림돌 안 되게 #1. 정원 외 전형으로 전문대학에서 배움의 기회를 얻은 장애인 A씨는 전공심화과정에 진입해 학사학위까지 받고자 했지만 대학에서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는 당연히 전공심화과정에서도 정원 외 입학이 가능할 거라 생각했지만 ‘고등교육법’에는 관련 규정이 없었다. 단순히 규정에 없다는 이유로 배움을 포기하긴 아쉬웠던 A씨는 법제처에 법령해석을 요청했다. 다행히 법제처는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가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고자 전문대 학위심화과정에도 정원 외로 입학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2.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해 이웃집에 적극적으로 이를 알려 정부로부터 ‘의상자’(다른 사람을 돕다가 다친 사람)로 지정된 B씨. 그는 ‘의사상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고궁이나 국립공원 등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최근 한 국립 자연휴양림을 이용하려다가 접었다. 또 다른 법인 ‘산림문화·휴양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서 의상자를 자연휴양림 입장료 면제 대상자로 규정하지 않아 돈을 내야 했기 때문이다. 법제처는 입법 취지를 고려해 의상자에게도 국립 자연휴양림의 입장료를 면제해 줄 수 있다고 봤다. 이처럼 법제처는 국민들이 이익을 받는 쪽으로 공무원이 적극적으로 법령을 해석하고 집행할 있는 지침서인 ‘적극행정 법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28일 국무회의에 보고했다. 가이드라인은 적극적 법령해석의 기준과 사례, 신산업 활동에 대한 자율 보장방법, 대통령령 등 하위법령 마련을 통한 적극 행정 사례를 담았다. 그간 공무원들은 ‘규정에 없다’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법령을 소극적으로 해석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신산업이 속속 등장하는데 공무원의 시각은 여전히 과거에 만들어진 법령의 틀에만 갇혀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앞으로는 법령에 명확하게 주체가 적혀 있으면 규제 대상을 불필요하게 늘리지 않는다. 예컨대 ‘건설산업기본법’엔 지자체가 출자한 법인에 대해서만 규제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기존에는 지자체가 아닌 지방 공기업이 출자한 주식회사까지 여기에 포함되는 것으로 판단했다. 지방 공기업과 지자체가 서로 연관성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법제처는 “규제 대상을 엄격히 해석해 반드시 규제가 필요한 때에만 규제를 적용하고, 국민의 편익 증진 관련 규정은 넓게 해석하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라”고 기준을 제시했다. 또 소극적인 해석으로 신산업 발전을 막지 못하도록 했다. 기술의 발달로 다양한 전자서명 방식이 나오고 있지만 ‘의료법’ 등엔 “전자서명법에 따른 전자서명”만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앞으로는 공인 전자서명뿐 아니라 다른 전자서명도 인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밖에 국민 안전을 지향하는 차원이라면 규정에 없어도 공무원이 적극적으로 행정을 펼칠 수 있도록 했다. 지나친 행정편의적 법령 해석도 하지 않도록 권고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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