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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상일의 수학자의 시선] 박사학위 받고도 스트레스받는 이유

    [엄상일의 수학자의 시선] 박사학위 받고도 스트레스받는 이유

    20여년 전 고등학교 시절, 박사 학위만 빨리 받으면 다 될 것처럼 생각했다. 당시 과학고에서는 고등학교 2학년을 마치고 과학기술원에 진학할 수 있었고 대학원에서는 전문연구요원제도로 병역까지 마친다면 ‘20대 박사’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공부를 했다. 그때는 막연히 ‘박사 학위를 20대에 빨리 받으면 좋지 않나’란 생각을 했었다. 요즘도 상담을 하다 보면 ‘20대 박사’가 되기 위해 조급하게 모든 것을 마치려고 애쓰는 학생을 종종 만난다. 산업 현장으로 가려고 한다면 하루라도 빨리 박사 학위를 받고 나가는 것이 이득이다. 하지만 연구자의 길을 가기로 마음먹었다면 빨리 마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곧 깨닫게 된다.학계에서 연구자를 평가할 때는 흔히 학계 나이, 박사 학위를 받은 지 몇 년이 지났는지를 두고 비교하는 경우가 많다. 박사 학위를 빨리 받으면 학계 나이만 더 많아지는 셈이다. 그래서 좀더 실력과 성과를 쌓은 후 졸업하려고 박사 학위 취득을 미루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학교 규정이나 지도교수의 사정 등 여러 이유로 그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노릇이다. 다른 자연과학 분야처럼 수학 분야에서도 박사 학위를 받고 나면 ‘포스트 닥터’(포닥)라 불리는 비정규직 박사후연구원 자리를 구하게 된다. 이 시기는 어쩌면 연구자의 인생에서 가장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때이다. 교수가 되고 나면 강의도 해야 하고, 학생 지도도 해야 하며 회의에도 불려 다니게 돼 연구에 몰입할 시간이 줄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닥 때는 수학자의 인생에서 가장 큰 스트레스를 받는 시기이기도 하다. 짧게는 1년, 길면 3년 정도 되는 포닥 계약 기간이 끝나면 전 세계 어느 도시로 떠나야 할지 알 수 없다. 포닥 기간 중에 지도교수의 품을 떠나서도 훌륭한 연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줘야 다음 직장을 잘 구할 수 있다. 함께하고 싶은 훌륭한 교수님이 있어도, 정작 그분의 연구비가 부족하거나 기간이 맞지 않아서 포닥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국내 수학분야 연구비는 대부분 한국연구재단 지원으로 받는데, 그 규모나 기간의 문제로 인해 미리 잘 계획하지 않으면 좋은 후보자를 발견하더라도 포닥으로 채용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지난 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1년부터 시작할 ‘세종과학 펠로십’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매년 우수한 포닥 200명을 선발해 인건비와 연구비를 합쳐 1억원씩 5년 동안 지원하고, 원하는 연구기관을 자유롭게 선택해 연구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신진 연구자 육성을 위한 사업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1년 시작해 매년 10여명을 뽑던 ‘대통령 포닥 펠로십’ 사업이 있었지만 2년 전 중단됐다. 5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안정적으로 연구를 할 수 있게 해 주는 세종과학 펠로십 사업은 대통령 포닥 펠로십 사업의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제안하고 싶은 것이 하나 있다. 이 펠로십을 받은 사람이 전임 교원 채용 제의를 받은 경우, 희망에 따라 대학에서 교수 부임을 늦춰 주거나 부임 후 휴직이나 파견 처리해 연구에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한다면 어떨까? 포닥 때 겪는 가장 큰 스트레스의 원인인 구직 걱정 없이 연구에 몰입할 수 있으니 더 좋은 연구 성과를 만들어 과학 발전에 기여하지 않을까.
  • 박지원 “불행한 예언…北, 연말 ICBM 넘어 SLBM 발사할 것”

    박지원 “불행한 예언…北, 연말 ICBM 넘어 SLBM 발사할 것”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이 16일 “북한이 연말에 ICBM(대륙 간 탄도 미사일)을 넘어 SLBM(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까지 발사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면서 “불행한 예측을 하게 되지만, 내년 1월쯤 북미 간 다시 대화 정국이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방한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판문점 등지에서 북한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과 접촉할 가능성이 높지만, 회담에서 성과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서울신문 유튜브 채널 ‘박점치’(박지원의 점치는 정치)에 출연한 박 의원은 “북한이 12월에 ‘우리 핵기술이 이만큼 올라왔다’고 과시하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회담을 자신의 공적으로 내세우는 것을 무위로 돌리게 할 것”이라면서 “북한이 도발한다고 전쟁이 나는 것은 아니고, 1월에라도 다시 대화 정국으로 돌아가지 않을까”라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손흥민 돌파하듯 중국, 미국, 북한 간 외교전에서 적극 나설 때가 됐다”고 덧붙였다. 공직선거법 개정안의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범위 조율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제시안에 정의당이 반발하면서 원내 ‘4+1’ 공조가 균열상을 보이는데 대해 박 의원은 여당인 민주당의 ‘통 큰 양보’를 제안하는 동시에 이견이 불거진 선거법 개정을 추후로 미루는 방안을 제시했다. 박 의원은 “검경수사권 조정, 공수처 도입 등의 내용을 담은 검찰·사법개혁 관련 법안을 먼저 처리한 뒤 선거법 개정은 (총선 두 달 전인) 내년 2월까지도 괜찮다”고 설명했다.주말 새 ‘중소기업 후려치듯 선거법 협상을 하고 있다’<정의당 심상정 대표>거나 ‘(정의당) 안은 몇몇 중진을 살리기 위한 개혁 알박기’<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 등의 험구가 오간데 대해 박 의원은 “한국당을 제외한 진보개혁 세력이 문재인 정권 성공을 위해 뭉쳐가야 한다”면서 “양보는 큰 집(민주당)에서 해야 한다”고 둘러 말했다. 사망 사고 운전자에게 벌금형 없는 징역형 처벌을 하게 한 ‘민식이법’에 대해 박 의원은 “민식이법을 처리 당일 백내장 수술을 해 국회 본회의 참석을 못해 유감”이라면서 “분노한 국민 정서가 반영돼 과한 처벌을 요구한 것이 법제화 됐지만, 언젠가 정비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 의원은 법무부장관 출신인 천정배 대안신당 의원이 최근 “(교통사고) 과실범에게 무기징역 선고를 허용한 법은 문제가 많다. 이런 줄 알았으면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최악먹튀’ 윤석민 은퇴…FA시장 덮친 한파 경보

    ‘최악먹튀’ 윤석민 은퇴…FA시장 덮친 한파 경보

    윤, 4년 90억원에 KIA와 계약했지만 141이닝 4승16패 ‘사이버 투수‘ 오명투자 대비 비효율에 구단도 학습 효과 거품 빠지는 과정… 등급제 도입 명분윤석민의 ‘충격적인 은퇴’가 한국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 한파를 몰고 오고 있다. 15일 현재까지 FA 신청을 한 19명 중 계약을 마친 선수는 3명에 불과하고 그나마 이들 3명도 예년에 비해서는 적은 금액에 계약을 체결했다. 윤석민 이전에도 FA 투자가 실패한 사례는 종종 있었지만 ‘최악의 먹튀’라는 평가를 받는 윤석민의 실패는 ‘특정 선수에게 리그 수준과 규모에 비해 과한 금액을 투자하는 것이 맞느냐’는 근본적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 모양새다. 윤석민이 4년 총액 90억원의 FA를 맺고 남긴 성적은 141이닝 4승16패 42세이브 평균자책점(ERA) 4.08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계약 첫해인 2015년 70이닝 2승6패 30세이브 ERA 2.96의 성적을 올린 것을 감안하면 ‘사이버 투수’라는 별명이 이상하지 않을 초라한 성적이었다. 윤석민의 사례는 과거의 화려한 이력에 기대 맺은 FA가 팀에 비용, 이미지 관리 등 여러 면에서 타격이 된다는 걸 절감하는 계기가 됐다. 그동안 FA 시장은 2014~2018년 동안 5년 연속 500억원을 넘기는 광풍이 몰아쳤고 2019년 FA 시장에서 500억원 선이 깨지긴 했지만 여전히 490억원으로 판이 컸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거액의 외부 투자만큼 효율(우승)을 거둔 구단은 장원준을 영입한 두산과 최형우를 영입한 KIA 정도에 불과했다. 이 두 선수도 올해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동안 계속된 FA 광풍에 야구계와 팬들 사이에선 리그 규모와 수준에 비해 과한 금액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특히 이대호(150억원), 김현수(115억원), 황재균(88억원) 등 메이저리그 프리미엄이 붙은 선수들의 연봉이 ‘정의롭지 못하다’는 시각도 팽배해졌다. 이들보다 낮은 금액에 더 좋은 성적을 거두고 리그 MVP,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는 외국인 선수들과 비교되면서 “양심이 있으면 연봉을 토해 내라”는 팬들의 비아냥도 빗발쳤다. 결국 반복된 실패의 학습은 구단들이 합리적인 계약을 모색하는 분위기로 이어졌고 이번 FA 시장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4년간 뛰어난 성적을 거두며 모범 FA로 평가받던 정우람이 한화와 4년 39억원, 희귀한 포수 자원이던 이지영이 키움과 3년 18억원, 모범 베테랑 유한준이 kt와 2년 20억원에 계약을 맺는 등 예상보다 낮은 금액에 사인한 게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오지환, 안치홍, 김선빈, 전준우 등 생애 첫 FA를 얻은 선수들은 거액을 요구했다는 소문으로 인해 팬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속전속결로 거액의 FA 계약 소식이 이어지던 예년에 비해 속도와 규모가 확실히 줄어든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국내 프로야구의 거품이 빠지는 정상화 과정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국내 선수 자원이 줄어드는데도 외국인 선수 보유 한도를 늘리지 않음으로써 국내 선수들이 실력에 비해 과도한 몸값을 받아 챙기는 거품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올 시즌 프로야구는 질 낮은 경기력으로 관중 수 800만 붕괴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결국 한국야구위원회(KBO)가 FA등급제(내년 FA 시장부터 적용)라는 칼을 빼들며 변혁에 나섰다. 소극적으로 응하던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역시 팬들의 비난이 이어지자 도입에 찬성하기로 하는 등 대변혁이 예고된 상태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오리지널 ‘유령’의 마법… 부산 사나이 심장도 쿵!

    오리지널 ‘유령’의 마법… 부산 사나이 심장도 쿵!

    광택이 도는 검은색 톱햇을 쓴 노신사가 경매를 진행한다. 중세시대 그림과 클래식 권총 등 경매장이라면 흔히 볼 수 있는 물품들이 소개된다. 665번 경매품으로 올라온 원숭이 인형이 달린 뮤직박스에 이어 666번으로 부서진 대형 샹들리에가 공개됐다. 휠체어에 앉은 백발 노인이 경매품에 유독 관심을 보이는 가운데 경매사가 샹들리에에 얽힌 비화를 소개하자 샹들리에가 불빛을 밝히며 공중으로 떠오른다. 중세풍의 파이프 오르간 연주가 샹들리에의 화려한 조명과 함께 허공에 뿌려졌다. 그렇게 유령의 마법에 걸려 1881년 파리 오페라 하우스로 소환됐다. ●7년 만의 귀환… 부산 개막공연 매진 행렬 불멸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돌아왔다. 한국어 라이선스 버전이 아닌 오리지널팀의 월드투어 공연이다. 7년 만에 다시 한국에 온 ‘오페라의 유령’은 부산을 먼저 찾았다. 지난 13일 국내 최대 규모 뮤지컬 전용극장 드림씨어터에서 열린 개막 공연은 일찌감치 1727석 티켓이 매진됐다. 내년 2월 9일까지 부산에서 공연을 이어 가는 ‘오페라의 유령’은 1월 19일 공연 티켓까지 예매를 진행한 가운데, 대부분의 회차가 전석 매진을 기록하고 있다. 개막 공연 당일 극장은 공연 시작 1시간 전부터 ‘유령’을 맞이하려는 관객들로 붐볐다. 로비 곳곳에 마련된 포토존에도 이미 길게 줄이 늘어섰고, 프로그램북과 공연 관련 상품 구매도 이어졌다. 그간 대형 뮤지컬 관람 기회가 적었던 부산 시민의 갈증과 명작에 대한 기대감이 동시에 확인됐다.● 샹들리에·가면무도회… 탄성과 박수 이어져 막이 오르고 무대에 배우들이 하나둘 등장하자 만원 객석에는 적막감이 감돌았다. 모두가 저마다 소설과 영화, 혹은 이전 뮤지컬로 보고 추억으로 남은 ‘오페라의 유령’이 다시 생명을 얻어 되살아나는 순간이었다. 이야기는 원작 소설과 마찬가지로 오페라 극장 지하 미로에 숨어 살며 어긋난 방식으로 사랑을 키워 가는 ‘유령’과 오페라단의 새로운 프리마돈나 크리스틴, 그리고 크리스틴을 사랑하는 귀족 청년 라울이 이끌어 나간다. 2012년 내한 공연에 이어 이번에도 크리스틴 역을 맡은 클레어 라이언(32)은 더욱 깊고 섬세한 감정으로 돌아왔다. 대형 샹들리에가 무대로 떨어지는 장면, 2막 첫 가면무도회 등 곳곳에서 탄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수시로 펼쳐지는 마법 같은 무대 전환과 반복되는 명곡의 향연은 늘 감탄을 자아낸다. 공연이 끝나고 극장 바로 앞에서 탄 지하철 2호선 열차 안에서 한 관객이 지인과 나누는 관람 후기가 들려왔다. “와~확실히 오리지널이 다르긴 다르네. 심장 터지는 줄 알았다. 이거 끝나기 전에 함 더 보자.” 부산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할매는 손자를 거뒀지만… 가난의 굴레는 더 조여 왔다

    할매는 손자를 거뒀지만… 가난의 굴레는 더 조여 왔다

    광주에 사는 최금옥(59)씨의 하루는 열아홉 살 손녀 수영이의 기저귀를 갈아 주는 것부터 시작한다. 뇌병변 중증 장애인인 수영이는 내년이면 성인이 되지만, 식사나 목욕 같은 일상생활조차 스스로 할 수 없다. 생후 일주일이 갓 지났을 무렵 수영이를 안고 있던 아빠가 차 뒷좌석에 수영이를 떨어뜨리면서 뇌에 영영 손상이 갔다. 수영이 엄마는 그 뒤로 집을 나가 연락이 끊겼고, 아빠는 돈을 벌겠다며 해외로 나가 새살림을 꾸렸다. 그렇게 돌도 되기 전 수영이는 할머니와 둘만 남았다. 수영이네처럼 조부모와 손자녀로 이뤄진 조손가정은 국내 15만 가구를 넘어섰다(2015년 기준). 외환위기를 거치며 ‘가족 해체’라는 모습으로 처음 등장한 조손가정은 2000년대만 해도 5만 가구도 안 됐다. 하지만 지난 20년간 인구 고령화, 가정불화, 이혼 증가 등 한국 사회의 다양한 변화를 정면으로 맞으며 그 규모는 빠르게 늘고 있다. 통계청의 장래 가구 추계에 의하면 이들은 2030년이면 30만 가구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조손가정은 노인 빈곤과 아동 빈곤, 세대 갈등 등 여러 문제를 복합적으로 안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10년째 실태조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조손가정 관련 정부 공식 조사는 2010년 여성가족부에서 실시한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서울신문은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함께 국내 조손가정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이들이 어떤 어려움에 처해 있는지 살펴봤다. 주위 시선에 부담을 느끼는 사례자들의 요청으로 이름은 모두 가명으로 썼다. ●손자 키우다 빈곤 절벽에 내몰린 노인들 최씨네 비극이 시작된 건 수영이가 태어난 직후다. 한순간의 실수로 일어난 사고였지만, 수영이가 뇌병변 장애라는 진단을 받으며 가족은 뿔뿔이 흩어졌다. 홀로 남은 수영이를 돌볼 사람은 친조모 최씨뿐이었다. 최씨 역시 교통사고와 수술, 남편의 학대까지 겪으며 왼쪽 무릎뼈가 없어질 정도로 건강이 나쁘지만, 아픈 몸에 복대를 맨 채 168㎝, 73㎏의 수영이를 매일 먹이고 씻긴다. 월 소득은 기초생활수급비와 장애 수당을 포함한 120만원 남짓. 그나마도 물리치료비와 병원비, 교통비, 월세가 빠져나가면 관리비조차 낼 수 없어 숨이 턱턱 막힌다. 최씨는 “평생 얼마나 울었던지 이제는 눈물도 안 나온다”면서도 “나도 너무 가난하고 서럽게 살았는데, 한 번 부모한테 버려진 손녀를 다른 데 또 맡길 수가 없다”고 말했다. 조손가정은 원래 경제적으로 취약한 노인이 아동까지 양육하게 되면서 도저히 헤어날 수 없는 가난의 굴레에 갇힌다는 특성을 띤다. 가정에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수급비나 정부지원금에만 기대지만, 생활을 꾸리기엔 역부족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조손가정 15만 3000가구의 연간 평균 소득은 2175만원에 불과하다(2016년 기준). 전체 가구(4883만원)의 절반이 안 되고, 다문화가족(4328만원)이나 장애인 가구(3513만원)보다도 낮다. 현재 조손가정은 한부모가족지원법이나 아동복지법에 따라 각각 한부모·조손가족 또는 가정위탁 세대로 분류되면 별도로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양육자가 대부분 노인이라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고,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직접 신청해야 하는 등 한계가 크다. 안태정(76)씨는 남편과 아들이 하던 사업이 망하면서 친손자인 민지(16)·민국(14) 남매를 키우게 됐다. 채무자들에게 쫓기던 아들은 두 아이를 안씨에게 맡긴 뒤 연락이 끊겼고, 며느리는 우울증과 조현병 등으로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됐다. 거주지에도 ‘빨간 딱지’가 덕지덕지 붙으면서 갈 곳 잃은 안씨가 찾은 곳은 어느 교회 건물 구석이었다. 이들 가족을 안쓰럽게 여긴 목사가 동사무소에 직접 도움을 요청하기 전까지 그는 정부에서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 실제 전국 조손 가구 중 수급 비율은 겨우 5%다.●핏줄이라 떠맡긴 했지만… 공황장애까지 조부모 대부분이 손자녀를 떠맡는 건 핏줄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2010년 여가부 조사에서 조부모는 손자녀를 양육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부모의 이혼·재혼(53.2%), 가출이나 실종(14.7%), 질병·사망(11.4%), 실직·파산(7.6%) 등을 꼽았다. 이렇듯 많은 나이에 억지로 손자녀를 양육하는 데서 오는 버거움은 경제적 어려움은 물론 몸과 마음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2017년 제주국제대 연구진이 연구한 논문을 보면 조부모는 손자녀 양육에 따른 심리적 스트레스와 양육자의 역할에 대한 압박감이 컸는데, 이는 자살 충동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여가부 조사에서도 70% 이상의 조부모가 건강 문제를 겪고 있으며, 이로 인한 긴급 의료비나 생계비를 걱정하고 있다고 답했다. 안씨 역시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앓으며 4년째 약을 먹고 있다. 최근에는 호흡곤란으로 응급실에 실려 가기도 했다. 그는 “주위에서 본인 하나 건사하지도 못하면서 왜 애들을 키우느냐는 손가락질을 많이 받았다”면서 “젊을 때는 그래도 애들 덕분에 살았는데, 나이가 들면서 온몸이 쑤시고 아파 아이들에게 자꾸 화를 내게 된다”고 말했다. 자신의 자녀가 손자를 버리고 간 친부모라는 데서 오는 괴로움도 크다. 자녀의 실종이나 가출, 이혼 등은 이들에게도 큰 충격이지만, 부모에게 버림받은 손자녀가 입을 상처 때문에 누구에게도 속 시원히 얘기하지 못한다. 고등학생 태혁(18)이를 홀로 키우는 박순영(72)씨는 20년째 전화번호를 바꾸지 않고 있다. 태혁이가 태어난 지 100일 정도 됐을 무렵 “동창회에 간다”며 집을 나선 뒤 돌아오지 않는 며느리와 덩달아 떠나버린 아들이 언젠가 연락을 해 올 거라는 기대 때문이다. 박씨는 “며느리와 팔짱을 끼고 시장에 가면 사람들이 ‘딸이냐’고 물을 정도로 각별한 사이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나간 뒤 십수년째 감감무소식이라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면서 “태혁이한테 미안해서 애 앞에서는 이런 얘기도 못한다”고 말했다. 이숙자(72)씨 역시 외손자 동우(16)를 낳자마자 돈을 벌겠다고 떠나간 딸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이씨는 “자기도 힘드니까 나한테 애를 맡기고 간간이 연락만 했는데, 평생 고생하다 지난해 자궁암으로 세상을 떠났다”면서 “아직도 길을 가다 나이대가 비슷한 사람을 보면 딸 생각이 난다. 나는 딸이 너무 보고 싶은데, 동우는 엄마 얘기만 나오면 듣기 싫다고 한다”며 눈물을 흘렸다. ●‘보호자’ 있지만 ‘보호’ 못 받는 아이들 어릴 때부터 가족 해체를 경험하고 극심한 빈곤에 노출된 아동 역시 성장하면서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다. 가장 큰 문제는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가족과의 애착 관계가 또래와 학교 생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할머니, 누나와 함께 사는 우석(12)이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도벽 증세를 보였다. 주위 친구의 영향으로 문방구에서 물건을 하나둘 훔치기 시작하던 우석이는 돈에도 손을 댔고, 결국 지난해 7개월간 치료시설까지 갔다 왔다. 학교에서는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계속 산만하게 돌아다니는 등 ADHD(주의력 결핍 및 과잉 행동 장애) 증세를 보여 심리 치료도 받고 있다. 외조모 김길녀(62)씨는 “처음 우석이가 물건을 훔쳤다는 소리를 듣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면서 “학교와 아동센터 등에서 아이가 마음이 허전하고 그리울 때 그런 증상을 보인다더라”고 했다. 김씨는 “아이들이 더 어릴 때 엄마와 잠깐 살았는데, 밥도 안 주고 용돈 500원만 줘서 자판기 율무차 두 잔으로 하루를 버텼다는 얘기를 최근에야 했다”면서 “아이들이 받은 상처가 너무 커서인지 할머니가 아무리 잘해 줘도 친모가 아니라고 눈치만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집에 제대로 돌봐 줄 양육자가 없는 조손가정 아동은 편부모 가정, 저소득층 가정과 함께 게임중독 위험 집단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아직 신체적, 정신적으로 성숙하기 전인 아동은 가정에서 보호받아야 하는 대상인데도 오히려 자신이 조부모를 대신해 성인의 역할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고등학생인 민지는 “중학생 때 할머니가 쓰러져 119에 신고했는데, 너무 당황해 주소를 잘못 불러서 구급대원들에게 혼났다. 이후로 신고하는 게 무섭다”면서 “할머니가 최근 영정사진이나 장례 절차도 알아 보시는데 앞으로 동생과 둘만 남으면 어떡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태혁이는 “할머니는 당신 이름조차 읽고 쓸 줄 몰라서 어릴 때부터 대신 편지를 읽어드리거나 동사무소에 같이 가서 업무를 처리했다”고 말했다. 많게는 60살까지 벌어지는 나이 탓에 자연스레 생기는 세대 차이나 양육의 빈틈도 크다. 고령의 양육자가 제대로 키우지 못하면서 아동의 사회성이 떨어지고, 또래 집단에서 계속 소외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고등학생 대현(18)이는 최근까지 면도하는 법을 몰랐다. 집에는 치매에 걸려 거동을 하지 못하는 할머니와 누나뿐이었다. 지역아동센터 담당자가 면도기를 사 주며 손수 시범을 보일 때까지 대현이는 거뭇거뭇하게 난 수염을 깎지도 못하고 있었다. 아침에 학교에 가라고 깨우는 사람도 없어 지각하거나 결석하기 일쑤고, 학업 성적 역시 낮다. 그나마 대현이네는 양호한 사례다. 어린이재단에 따르면 조부모가 아동에게 “누구를 닮아 이 모양이냐”고 폭언하거나 빨리 돈을 벌어 오라고 재촉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렇게 방치와 학대가 반복되면 아동 대부분이 학업을 중단하는 등 방황하고, 심한 경우 자해 시도를 하기도 한다. 관련 사례를 상담한 어린이재단 서울가정위탁지원센터 박하나 대리는 “아동을 책임지고 키우는 주 양육자가 없으면 의식주 해결이 안 되는 건 물론이고, 교통카드 환승제도 같은 기본적인 것도 모르는 일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조손가정에서도 고모, 삼촌, 이모 등 보조 양육자가 있으면 조부모가 모르는 부분까지 해결해 주는 등 양육 환경이 훨씬 낫다”면서 “어쩔 수 없이 조부모와 아동만 생활해야 하는 경우에는 세대 간 간극을 메울 수 있는 사회서비스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윤석민의 실패, FA 시장 덮친 한파 경보

    윤석민의 실패, FA 시장 덮친 한파 경보

    FA투자 실패 학습효과… 합리적 계약 분위기 가속윤석민의 ‘충격적인 은퇴’가 한국 프로야구 자유계약(FA) 시장에 한파를 몰고 오고 있다. 15일 현재까지 19명의 FA선수 중 계약을 마친 선수는 3명에 불과하고 그나마 이들 3명도 예년에 비해서는 적은 금액에 계약을 체결했다. 윤석민 이전에도 FA투자가 실패한 사례는 종종 있었지만 ‘최악의 먹튀’라는 평가를 받는 윤석민의 실패는 ‘특정 선수에게 리그 수준과 규모에 비해 과한 금액을 투자하는 것이 맞는가’하는 근본적 논란을 불러 일으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 모양새다. 윤석민이 4년 총액 90억원의 FA를 맺고 남긴 성적은 141이닝 4승 16패 42세이브 평균자책점(ERA) 4.08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계약 첫 해인 2015년 70이닝 2승 6패 30세이브 ERA 2.96의 성적을 올린 것을 감안하면 ‘사이버 투수’라는 별명이 이상하지 않을 초라한 성적이었다. 윤석민의 사례는 과거의 화려한 이력에 기대 맺은 FA가 팀에게 비용, 이미지 관리 등 여러 면에서 타격이 된다는 걸 절감하는 계기가 됐다. 그동안 FA 시장은 2014~2018년 동안 5년 연속 500억원을 넘기는 광풍이 몰아쳤고 2019년 FA시장에서 500억원 선이 깨지긴 했지만 여전히 490억원으로 판이 컸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거액의 외부 투자만큼 효율(우승)을 거둔 구단은 장원준을 영입한 두산과 최형우를 영입한 KIA 정도에 불과했다. 이 두 선수도 올해는 기대에 못 미쳤다. 그동안 계속된 FA광풍에 야구계와 팬들 사이에선 리그 규모와 수준에 비해 과한 금액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특히 이대호(150억원), 김현수(115억원), 황재균(88억원) 등 메이저리그 프리미엄이 붙은 선수들의 연봉이 ‘정의롭지 못하다’는 시각도 팽배해졌다. 이들보다 더 낮은 금액에 더 좋은 성적을 거두고 리그 MVP,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는 외국인 선수들과 비교되면서 “양심이 있으면 연봉을 토해내라”는 팬들의 비아냥도 빗발쳤다. 결국 반복된 실패의 학습은 구단들이 합리적인 계약을 모색하는 분위기로 이어졌고 이번 FA시장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4년간 뛰어난 성적을 거두며 모범 FA로 평가받던 정우람이 한화와 4년 39억원, 희귀한 포수 자원이던 이지영이 키움과 3년 18억원, 모범 베테랑 유한준이 kt와 2년 20억원에 맺는 등 예상보다 낮은 금액에 사인한 게 분위기를 단적으로 반영한다. 오지환, 안치홍, 김선빈, 전준우 등 생애 첫 FA를 얻은 선수들은 거액을 요구했다는 소문으로 인해 팬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속전속결로 거액의 FA계약 소식이 이어지던 예년에 비해 속도와 규모가 확실히 줄어든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현상이 국내 프로야구의 거품이 빠지는 정상화 과정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국내 선수 자원이 줄어드는데도 외국인 선수 보유 한도를 늘리지 않음으로써 국내 선수들이 실력에 비해 과도한 몸값을 받아챙기던 거품이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올시즌 프로야구는 질낮은 경기력으로 관중수 800만 붕괴라는 직격탄을 맞기도 했다. 결국 한국야구위원회(KBO)가 FA등급제(내년 FA시장부터 적용)라는 칼을 빼들며 변혁에 나섰다. 소극적으로 응하던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역시 팬들의 비난이 이어지자 도입에 찬성하기로 하는 등 대변혁이 예고된 상태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스티븐 비건 15일 방한, 최선희와 회동 기대 높지만 가능성은 없어

    스티븐 비건 15일 방한, 최선희와 회동 기대 높지만 가능성은 없어

    북한과 미국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2박 3일의 일정으로 14일 한국을 찾는다. 이번에 두 나라 당국자가 만나면 2년 전으로 회귀할 조짐을 보이는 한반도 정세가 다시 대화 모드로 바뀌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최근 경직된 태도를 고려하면 비건 대표가 판문점을 찾더라도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 부상과의 접촉이 이뤄지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13일 외교부에 따르면 비건 대표는 16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만나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미 북핵 수석대표는 올해에만 총 30여차례 만나 협의를 진행했다. 비건 대표의 방한은 약 4개월 만으로, 지난 8월 말 북미 실무협상 재개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가장 마지막 협의는 지난 10월 초 미국에서였다. 외교부 당국자는 “양국 수석대표는 최근 한반도 정세에 대한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하는 한편,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의 실질적 진전 방안에 대해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북한이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보이는 동향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고 북한을 다시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방안을 집중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비건 대표는 이날 김연철 통일부 장관과 오찬을 가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청와대를 비롯한 관계기관을 방문하고 국내 전문가들과도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예방하는 일이 많았지만, 이번에는 강 장관이 해외 출장 중이어서 대신 조세영 1차관을 만날 것으로 보인다. 국무부 부장관에 지명된 비건 대표가 국회 인준을 거쳐 정식으로 임명되면 부장관으로서 그의 카운터파트는 조세영 1차관이다. 비건 대표는 또 판문점 등에서 북측과 접촉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비건 대표는 북측에서 원하면 언제 어디서라도 만날 준비가 돼 있지만, 아직 북측으로부터 긍정적인 신호는 받지 못했다. 현재로선 북측이 비건 대표와의 만남은 외면한 채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전날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 미국이 주도한 유엔 안보리 회의를 비난하며 “설사 대화를 한다고 해도 미국이 우리에게 내놓을 것이 없다는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고 말해 미국과의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어 “우리는 더이상 잃을 것이 없으며 미국이 선택하는 그 어떤 것에도 상응한 대응을 해줄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나 위성 발사를 가장한 장거리 로켓 발사 등 고강도 도발로 맞설 가능성을 시사했다. 10월 말 국무부 부장관에 지명된 비건 대표는 지난달 상원 외교위 인준청문회에서 최선희 부상에 대해 ‘권한을 부여 받은 협상가‘라고 부르면서 자신의 카운터파트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인준 절차는 상원 전체회의 표결만 남겨놓고 있다. 비건 대표는 북측과 만남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방한 기간 다양한 계기에 북측에 도발 자제를 촉구하고 미국은 유연하게 협상할 것임을 강조하는 대북 메시지를 발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17일 오후 일본 도쿄로 건너가 다키자키 시게키(瀧崎成樹)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등을 만날 것으로 전해졌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면접날 11시간 대기, 남은 사람 채용…나이지리아 사장의 갑질

    면접날 11시간 대기, 남은 사람 채용…나이지리아 사장의 갑질

    이른 아침 면접장에 도착했더니 면접은 시작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기약 없이 마냥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구직자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지난달 나이지리아의 한 회사가 구직자들을 상대로 다소 미련해 보이는 ‘인내심 테스트’를 진행했다. 나이지리아 청년 제리 더블스는 지난달 24일 트위터를 통해 구직자들을 11시간이나 기다리게 한 기업의 면접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한 회사가 6명의 구직자를 아침 7시에 불러들였다. 면접 복장을 차려입고 긴장된 상태로 나타난 우리에게 고용주는 기다리라는 말만 남기고 사라졌다”라고 밝혔다. 한참의 대기가 이어졌지만 면접은 시작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구직자들은 하나둘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더블스는 “오후 3시가 되자 절반이 면접을 포기했고 오후 6시가 되었을 때는 단 두 사람만 남아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11시간의 긴 대기를 견디고 남은 두 명의 구직자가 그 회사에 채용됐다. 더블스는 “그건 면접의 일환이었다. 인내심 테스트였던 것”이라고 덧붙였다.다소 미련해 보이는 회사의 인내심 테스트가 전해지자 나이지리아 청년들은 갑론을박을 이어갔다. 한 청년은 “구직자의 시간을 낭비하게 했다. 이건 모욕”이라고 분개했다. 또 다른 청년은 “적합한 구직자가 아니라 절박한 구직자를 채용했다”라면서 “회사는 시간의 가치를 모르는 사람을 원했고 최악의 구직자를 채용했다. 일 잘하는 사람은 쓸데없는 짓에 하루를 허비하지 않는다”라고 꼬집었다. 한편에서는 “아이가 있어 오랜 시간 일할 수 없는 지원자를 걸러낼 수 있는 영리한 방법이기도 하다”라거나 “생계를 위해 노예 이상의 책임 있게 일해줄 수 있는 사람을 뽑으려던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한 여성은 자신이 과거 비슷한 과정을 거쳐 취업에 성공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더블스가 해당 기업에 합격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며칠 후 다른 회사 면접에 응한 것을 보면 그가 면접장을 박차고 나왔을 가능성도 있겠다. 더블스는 지난 2일 또 다른 기업 면접을 본 사연을 공유했다. “고용주가 쉬지 않고 자사의 노동 조건에 대해 떠들어댔다”라고 말문을 연 그는 이번에도 취업에 실패했음을 인정했다. 더블스는 “주 7일 근무해야 한다더라. 스트레스 때문에 과로사할 수 있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내 표정은 점점 일그러졌지만 고용주는 아랑곳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그에게 운영국장 직함을 주겠다던 고용주는 동시에 여러 직무를 맡는 멀티 플레이어가 되어야 하며 노련한 협상력과 대인관계 기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의학과 회계학, 경제학 등 다양한 배경지식도 요구했다. 그러나 더블스가 급여와 휴가 등 근무 조건에 관해 물었을 때 더욱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다. 휴가는 물론이고 당분간 급여도 없다는 것이었다. 이 말을 들은 더블스가 자리를 뜨려 하자 고용주는 “지금 전 세계적으로 수십억 명이 구직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을 아느냐”라며 오히려 더블스를 한심하다는 듯 쳐다봤다. 1억 9천만 인구 대국인 나이지리아는 매년 청년 인구가 2% 이상 증가하고 있지만, 질 좋은 일자리가 부족해 청년실업률이 20%에 달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취업 과정에서 다양한 갑질이 벌어지고 있다. 더블스의 트위터에는 “IT 전문가를 뽑으면서 누드사진을 보내라는 곳도 있었다”라는 한탄 섞인 댓글도 있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이지운의 시시콜콜] 북한 통계

    [이지운의 시시콜콜] 북한 통계

    ‘숫자’에 관한한 북한은 미지의 세계이다. 사회주의 국가의 공통점이긴 하지만, 북한은 유난하다. 80년대까지는 그럭저럭 발표가 있었다. 예컨대 국민소득은 통계연보 등을 통해 1960년대 초반까지 공개 발표됐고, 60년대 중반이후에는 <조선중앙연감>이나 <노동신문> 기사 등을 통해 간헐적으로 전해졌다. 북한 전체인구는 1989년 <조선중앙연감>에 처음 기록됐다. 철강, 신멘트, 자동차 생산량 등 산업 관련 수치들도 80년대까지는 자체 통계수치를 대외적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북은 무슨 수치를 내놓은 게 거의 없다. 1993년 국제연합인구기금(UNFPA)의 도움으로 최초의 인구총조사를 내놓은 것 등 대단히 제한적이다. 북한은 숫자도 드물지만, 신뢰도도 대단히 낮다. 예컨대 1993 센서스 때 15~30세 남성인구가 집단 누락됐는데, 군대 인구 규모를 밝히지 않기 위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래서 북한 자료는 대개 추정치고, 그런만큼 편차도 심하다. 국민소득은 유엔과 미국 CIA, 한국은행 등이 발표하고 있는데, 수치는 3배 정도 차이를 보인다. 산업통계는 대부분 ‘외부 관찰’을 근거로 산출되고 있다. 무역은 상대 국가들의 무역 통계로 역산하고, 농업생산은 인공위성 자료 등을 활용하는 식이다. 그러니 숫자를 이해할 때도 특별한 ‘보정’이 필요하다. 산업연구원은 북한은 서비스업에서 정부 서비스는 다소 과대 평가되고, 기타 서비스는 크게 과소추정되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럼에도 숫자는 중요하다. 특히 지속적으로 관찰한 것은 더욱 그렇다. 1990년대 이후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유일한 추정치는 한국은행 등의 자료 정도라 한다. 통계청이 ‘2019 북한의 주요지표’를 내놓았다. 지난해 북한의 국민총소득은 35조 8950억원이라 한다. 남한 1898조 4527억원의 1.9% 수준이었다. 2017년 북은 36조4000억원으로 1569조원인 한국의 43분의 1이었는데, 1년새 53분의 1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1인당 국민총소득은 북은 143만원이고, 남한은 3679만원이다. 2017년 대비 북한은 3만원 줄고, 남한은 319만원 늘어났다. 북한의 지난해 인구는 2513만명으로 남한 5161만명의 절반 수준이었다. 기대 수명은 북한 남녀 각 66.5세, 73.3세로 남한 각 79.7세, 85.7세보다 10살 이상 낮았다. 이 격차는 앞으로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비단 인구,생산력,성장률 뿐 아니라 말부터 생각, 행동 양식에 이르기까지 보이지 않는 것은 더욱 큰 편차를 드러낼 것이다. 이를 좁히려는 노력들이 필요함을 새삼 일깨워주는 숫자들이다. 이지운 논설위원 jj@seoul.co.kr
  • 말폭탄 주고 받는 북미… 북 “상응 대응 준비” vs 미 “최악 대비”

    말폭탄 주고 받는 북미… 북 “상응 대응 준비” vs 미 “최악 대비”

    북한이 북미 비핵화 협상 시한으로 설정한 연말을 앞두고 북미가 말폭탄을 주고받으며 긴장을 고조시키는 모습이다. 북미 모두 연말까지 협상 판 자체는 깨지 않고 있으나 협상의 기대는 이미 접은 상황에서 연말 연초에 북한이 군사적 도발에 나서는 등 북미 간 대치 국면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윌리엄 번 미국 합참 부참모장은 12일(현지시간) 국방부 브리핑에서 북한의 군사 도발 가능성과 관련 “최선을 희망하면서 최악을 대비한다”고 했다. 번 부참모장은 ‘북한이 핵실험이나 미사일 시험발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신호를 포착한 게 있느냐’는 질문에 “공개된 자리에서 기밀정보를 공유하지 않을 것이고 구체적 신호나 경고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좀 더 일반적으로 (말하면) 북한은 비핵화와 장거리 미사일 및 핵무기 실험을 중단한다는 약속을 했다”면서 “우리는 그들(북한)이 이러한 약속을 준수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지만 희망은 전략이 아니다. 장관이 어제 의회에서 말했듯이 우리는 최선을 희망하면서 최악을 대비한다”고 했다. 앞서 마크 에스퍼 국방부 장관은 전날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이란 대응과 관련한 질문에 “최선을 희망하지만 최악에 대한 대비도 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번 부참모장이 에스퍼 장관의 이란 관련 발언을 인용하며 북한에 대해서도 군사 도발을 멈추라고 경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번 부참모장은 “우리는 (북한의) 레토릭을 심각하게 여기며 우리의 한국 파트너와 함께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적절한 방어를 하고 있다”고 했다. 데이브 크레이트 미국 전략사령부 부사령관은 이날 버지니아주에서 열린 국방전문기자 대상 세미나에서 대북 핵 억지력 관련 질문에 “미군은 북한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며 “북한이 핵·미사일 시험을 재개할 경우 우리 지도부가 원하는 대응에 나설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했다. 미국이 이처럼 북한의 군사 도발에 대해 억제력을 발휘할 수 있다며 최고 수위로 경고하고 있지만 협상 의지는 계속 내비치는 모습이다.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이날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북한의 위협과 관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1월 취임해 대북 관여 정책을 편 이후 북한의 유감스러운 행동이 현저히 떨어진 것을 봐왔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협력하고 경제 건설을 돕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스틸웰 차관보는 “그러나 또한 우리는 더이상 이런 유감스럽고 무분별한 행동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도 상기시킨다”며 “그것은 변하지 않았고, 그 입장은 똑같다”고 말했다.앞서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12일 담화를 내고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를 소집하고 북한의 군사 도발에 경고한 데 대해 강력 반발하면서 “미국이 이번 회의에서 ‘상응한 대응’이니 뭐니 하고 떠들었는데 이미 천명한 바와 같이 우리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으며 미국이 선택하는 그 어떤 것에도 상응한 대응을 해줄 준비가 돼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북미 협상이 완전히 결렬됐다는 등 협상의 문을 닫는 발언은 피함에 따라 연말까지 미국이 양보하면 협상을 재개할 수 있다는 여지는 남겨뒀다. 하지만 미국 역시 북한에 군사 도발을 멈출 것을 경고할 뿐 양보를 시사하는 발언은 하지 않음에 따라 북미가 연말까지 극적인 타협을 하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13일 ‘2019년 정세평가와 2020년 전망’ 기자간담회 자료에서 “연말 시한 종료 시 새로운 길 천명 등 예상되나, 실제 도발은 협상 붕괴 책임을 미국 측에 전가할 수 있는 명분을 찾아 개시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전략연은 “당분간 핵 활동 재개, 로켓 시험장 개보수 등 저강도 조치 예상된다”며 “하지만 행동에 나선다면 전략적 지위 과시할 수 있는 방식 택할 것”이라고 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英 총선 출구조사 “보수당 368석” 개표 결과 “364석, 단 4석 차이”

    英 총선 출구조사 “보수당 368석” 개표 결과 “364석, 단 4석 차이”

    12일(이하 현지시간) 밤 10시 영국의 조기총선 투표가 마감되자 곧바로 보수당이 368석을 차지해 하원 과반 의석을 확보할 것이란 출구조사 결과가 공표됐다.  영국 하원 의석 수는 총 650석으로 과반 기준은 326석이다. 노동당은 191석으로 200석에도 못 미칠 것으로 예측됐다. 2017년 총선과 비교하면 보수당은 50석을 더 얻지만, 노동당은 무려 71석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대신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은 2017년 대비 20석이 늘어난 55석으로 제3당의 지위를 공고히 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브렉시트(Brexit) 반대를 공약으로 내건 자유민주당은 한 석 늘어난 13석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개표 결과 보수당은 365석, 노동당은 203석, SNP는 48석, 자유민주당은 11석을 차지했다. 보수당은 출구조사 결과와 3석 차이 밖에 나지 않았다. 반면 노동당은 12석 차이가 났다.  우리네와 마찬가지로 BBC와 ITV, 스카이뉴스 등 방송 3사가 출구조사를 실시한다.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웨일스의 114개 선거구 유권자들이 투표를 마친 뒤 곧바로 어느 당에 표를 던졌는지 조사한다. 북아일랜드는 제외되는데 정당 분포가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가끔 거짓을 얘기한다. 해서 틀리기도 한다. 연합뉴스는 지난 2017년 출구조사 결과와 실제 개표 결과를 비교해 영국의 출구조사 결과가 높은 정확도를 자랑한다고 보도했는데 꼭 그렇진 않았다. 과거 엉터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출구조사를 실시하는 선거구는 인구분포를 반영하고 농촌과 도시를 균형되게 선택하고 정확한 예측이 어려운 지역에는 가중치를 매긴다. 한번 선택된 선거구는 일관성을 위해 다음 선거 때도 채택되는데 예외는 있다. 선거구 획정이 바뀌어 다른 선거구로 병합되는 경우, 의장의 선거구에는 전통적으로 다른 정당이 후보를 내지 않아 제외된다.  출구조사 종사자들은 선택된 선거구의 특정 투표소에다 본부를 차리고 투표 시작부터 끝까지 조사를 실시한다. 예를 들어 유권자 가운데 10번째 유권자를 골라내 여론조사 전문기관 입소스 모리가 고용한 조사요원들이 다가간다. 모의 투표용지를 건네 실제 투표한 것처럼 기표하도록 한다. 그런 뒤 실제 투표와 마찬가지로 기표함 안에 넣도록 한다.  스티븐 피셔 옥스퍼드 대학 정치사회학 조교수는 유권자가 큰소리로 떠벌이게 하지 않고 실제 기표하는 것처럼 하는 것은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이 결과는 런던의 모처로 보내져 전문가들의 분석을 거친다.  거칠게 얘기하면 출구조사 예측 정확도는 15석 정도의 오차라면 정확하다고 얘기할 수 있다고 피셔 교수는 말했다. 2015년 출구조사 결과는 선거운동 기간의 설문조사 결과보다 정확했지만 보수당이 다수당이 되는 것을 예측하지 못했다. 2017년 총선 때 초기 출구조사 결과는 보수당이 1당이 될 것을 예측하긴 했지만 사실상 연정을 구성해야 할 정도였던 것을 내다보진 못했다고 BBC는 지적했다.  2017년 출구조사 결과는 보수당이 314석, 노동당이 266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했는데 실제로는 각각 318석과 262석으로 상당히 근접했다. 우리네와 비교하면 적중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가장 최악의 출구조사는 1992년이었다. BBC와 ITN이 따로 출구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연정을 구성해야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개표 결과는 존 메이저가 이끄는 보수당이 의석 수가 예상보다 조금 줄긴 했지만 단독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안녕? 자연] 겨울왕국 ‘스벤’ 온난화 피해가지 못했다…북극 순록의 수난

    [안녕? 자연] 겨울왕국 ‘스벤’ 온난화 피해가지 못했다…북극 순록의 수난

    노르웨이와 스웨덴, 핀란드 등 스칸디나비아반도 북부에 거주하는 ‘사미족’에게 순록은 삶 그 자체다. 전통적으로 순록과 함께 이동하며 살아온 유목민족인 사미족은 현재는 그 수가 많이 줄긴 했지만, 소수가 여전히 순록의 고기와 가죽, 뿔, 우유 등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영화 ‘겨울왕국2’의 배경이 된 노르웨이 북부에도 아직 전통 방식을 고수하며 살아가는 사미족이 있다. 겨울왕국 제작진은 이들과 협력해 영화 속 ‘사미 언어’를 만들었다. 눈사람 올라프와 함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 ‘스벤’은 사미족이 키우는 순록을 모델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사미족과 순록이 영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꽤 높은 셈이다.그러나 현실 속 사미족과 스벤이 처한 환경은 영화와는 영 딴판이다. 지구 평균보다 두 배나 빠른 속도로 북국의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먹이를 구하지 못한 순록의 개체 수는 급감했고 사미족의 삶도 위협받고 있다. 미국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최근 12개월 동안 북극 평균기온은 1981∼2010년 평균보다 1.9도 높아졌다. 관측이 시작된 1900년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AP통신은 스웨덴에 사는 사미족의 말을 빌려 “10년에 한 번씩 겨울 날씨가 이상하긴 했지만, 따뜻한 겨울이 점점 잦아진다”라고 전했다. 기후변화로 비 섞인 눈이 내리면서 땅은 얼어붙었고, 풀과 이끼 등이 함께 파묻히면서 순록은 먹이를 구하지 못해 굶주리고 있다. 스웨덴에서 약 8000마리의 순록을 사육하고 있는 한 사미족 사람은 “기후변화로 날씨 패턴이 바뀌면서 순록이 먹이를 구하지 못해 배를 곯고 있다. 만약 순록이 풀을 뜯을 수 있는 장소를 찾지 못한다면 굶어 죽기 십상”이라고 우려했다.그는 순록 무리의 절반은 전통 경로대로 이동시키고 있지만, 나머지 절반은 먹이를 찾아 포식자가 많은 산으로 올라가고 있다고 밝혔다. 또 눈사태가 날 가능성이 높아 순록의 생명이 위험하다고 걱정했다. 사미족 사람들은 암컷 순록의 유산 및 사산도 잦아졌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미국해양대기청은 ‘2018 북극 보고서’에서 1990년대 470만 마리였던 순록이 20년 사이 210만 마리로 급감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겨울왕국 속 ‘스벤’과 산타클로스의 썰매를 끄는 ‘루돌프’를 현실에서 더는 볼 수 없는 날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이 때문에 사미족 청년단체는 지난해 유럽연합(EU)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올해 초 절차상의 이유로 기각됐지만 항소했다. 산나 반나르(24) 사미족청년회 회장은 AP통신에 “더 나은 날씨를 돈으로 살 수는 없기 때문에 돈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리는 유럽연합이 지금 당장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실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라고 역설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중국 인기 유튜버 낙후된 현실 담았다고 비난 사

    중국 인기 유튜버 낙후된 현실 담았다고 비난 사

    유튜브 접속이 차단된 중국에서 리쯔치(李子柒)란 젊은 여성은 중국 전통 요리를 하는 과정을 담은 동영상으로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구독자가 750만명에 이르는 리의 영상은 중국의 아름다운 시골을 배경으로 자연에서 얻은 재료를 정성껏 요리해 같이 사는 할머니와 함께 먹는 내용이다. ‘중국판 백종원’이라 할 정도로 까다롭고 공이 많이 드는 중국 전통 요리를 긴 생머리의 젊은 처자가 척척 해내는 장면에 네티즌들은 “공주 같다” “하늘을 나는 것 빼고는 다 할 줄 아는 것 같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중국 네티즌들은 리가 낙후된 옛날 농촌의 모습을 담아 외국인들의 중국에 대한 편견을 고정화하는 ‘부정적 문화수출’을 한다고 비난했다. 한때 장쯔이, 공리 등과 함께 중국 농촌을 그린 걸작을 찍은 영화감독 장이머우, 천카이거 등이 받았던 비판과 같은 내용이다.이에 대해 중국 언론매체인 인민망은 “리쯔치의 동영상 내용은 목가적이고 이상적인 농촌 생활을 편안하고 아름답게 그려냈다”며 “전원생활과 중국 미식문화가 외국 인터넷에서 인기를 끄는 것에서 문화수출이란 엄숙한 느낌은 찾아볼 수 없다”며 리를 두둔하고 나섰다. 이어 전통 농경문화가 중국의 낙후된 면도 아니라고 지적했다. 농경문명의 유유자적 하면서 느린 생활은 현대인들의 스트레스를 없애고 영감을 주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인기 유튜버가 유미주의 방식으로 중국 농경문화를 표현하는 것에 대해 더 많은 관용과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리의 유튜브 동영상 가운데 가장 인기가 높은 것은 눈이 내린 산속에서 장작을 구해와 할머니와 함께 뜨거운 탕에 재료를 익히는 훠궈를 먹는 내용이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함소원 “♥ 진화와 첫만남, 날라리라고 생각했다”

    함소원 “♥ 진화와 첫만남, 날라리라고 생각했다”

    함소원이 남편 진화가 첫 만남에 프러포즈한 일화를 공개했다. 지난 9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언니네 쌀롱’에서는 함소원, 진화 부부가 출연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이사배는 함소원에게 진화와의 첫 만남이 어땠냐며 “운명의 느낌이 있냐”고 질문했다. 이에 함소원은 “있기는 있다. ‘이 남자랑은 쉽게 헤어지진 않겠구나’ 이런 건 있긴 있더라. 아무 생각 없이 (중국) 심천에 놀라갔다가 심천에 있는 친구들을 만났는데 그 친구의 친구였다”고 진화와의 첫 만남을 회상했다. 이어 “그때가 그 친구의 생일파티였다. 남편이 나타나니 모세의 기적처럼 갈라졌다”며 당시 진화에 대해 “그냥 날라리라고 생각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진화가 나가서 이야기를 하자고 해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당시 진화가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했다는 함소원. 함소원은 “몇 분 있다가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알았지?’라고 물어봤다. ‘그러니까 우리 이제 결혼할래?’ 이랬다”고 진화가 프러포즈한 일화를 공개했다. 한예슬이 “(만난 지) 두 시간 만에 고백을 했다는데 사실이냐”고 진화에게 질문하자 진화는“함소원 씨 나한테 진짜 예쁜 사람이고 섹시”하다며 “그리고 얘기도 잘 통했다. 원래는 이름 몰랐다. 몇 살인지도 몰랐다. 저는 함소원 씨 20대인 줄 알았다. 나보다 조금 위로 봤다”고 말했다. 사진=MBC ‘언니네 쌀롱’ 방송 캡처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사우디 장교 美서 총격… 당황한 국왕, 즉각 트럼프에 전화 걸었다

    4명 사망 美해군기지 총격범 밝혀지자 국왕, 휴일 이례적 대응 “피해자 도울 것” 트럼프도 재빨리 “범인 사우디 대표 아냐” 카슈끄지 악몽에 빈살만 대신 국왕 나서 美도 무기구입 ‘큰 손’ 놓칠까 적극 진화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본토에서 일어난 총격 사건 범인이 사우디아라비아 장교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은 즉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슬람 율법상 가장 성스러운 휴일인 금요일에, 그것도 통상 국방·외교 전면에 나서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아니라 국왕이 직접 나섰다는 점이 이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다른 무슬림 폭력사태 대응에 비해 눈에 띄게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히려 이번 사건이 사우디 국민 일반의 대미 감정과는 별개라는 점을 강조하느라 애썼다. 7일 CNN과 워싱턴포스트(WP)는 중동 최대 우방이자 공생 관계인 두 나라 사이를 그대로 보여주는 양국 정상의 대응에 주목했다. 미국 플로리다주 펜서콜라 해군 항공기지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훈련생 신분이었던 범인 무함마드 알샴라니 소위를 포함해 4명이 죽고 8명이 다치자 살만 국왕은 놀라운 속도로 대처했다. 전화를 받은 트럼프도 재빨리 트위터로 “사우디 국민은 총격범의 야만적인 행동에 크게 화가 나 있다”면서 “범인은 미국 국민을 사랑하는 사우디 국민의 감정을 어떤 형태로도 대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백악관에서도 기자들에게 “사우디 국왕과 왕세자가 격분했으며, 국왕이 직접 유가족과 피해자를 돌보는 일에 관여할 것”이라면서 “그들이 유가족을 매우 크게 도와줄 것 같다”고 말했다. 양국이 엄중하게 상대국 심기를 챙기는 이유는 중동에서 두 나라가 서로 없어선 안 될 최대 공생 관계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무기와 기술 지원으로 이란과 예멘 후티 반군 등 적대 세력에 맞서고 있는 사우디는 미국 의회와 국민의 신뢰를 잃어선 안 된다. 미 의회는 최근 사우디로 수출한 무기가 내전 중인 예멘에 흘러들어 민간인 살상 등 우려가 높다는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의 무기수출에 수차례 제동을 걸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엔 사우디인 자말 카슈끄지 WP 기자 살해·사체 훼손 사건이 무함마드 왕세자 지시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미국인들이 분노했다. 살만 왕의 이번 대응은 사우디가 ‘국왕 책임하에 왕세자가 현대화를 추진하는 나라’라는 이미지를 공고히 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CNN 분석이다. 미국 입장에서도 사우디를 잃을 수 없다. 사우디는 미국의 가장 큰 무기 수출국으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국방비를 지출하는 ‘큰손’이다. 사우디가 미국 무기를 수입하지 않으면 수십억 달러 규모의 예산이 중국이나 러시아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사우디와 안정된 관계를 유지하고 자국 군사력을 투입해 중동에서 이란 등에 대한 전략적 억지력을 갖고 있다. 한편 미 연방수사국(FBI) 등 당국은 이번 사건에 배후나 조직이 개입된 정황은 현재까지 없다며 ‘테러’라고 정의하긴 이르다는 입장이다. 경찰에 사살된 알샴라니 소위는 범행 전날 다른 훈련생들과 총기 난사 동영상을 시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포토] ‘108cm 롱다리’ 양혜원, 맥스엔젤 유니폼 뒤태미인

    [포토] ‘108cm 롱다리’ 양혜원, 맥스엔젤 유니폼 뒤태미인

    MAX FC 맥스엔젤 양혜원이 절정의 미모를 과시했다. 양혜원 지난 7일 경북 안동에서 열린 MAX FC 20 대회에 앞서 자신의 SNS에 맥스엔젤 유니폼을 입고 화려한 미모를 자랑했다. 다른 사진에는 절친인 동료 송주아와 함께 한 모습을 게시해 뜨거운 ‘케미’도 자랑했다. 174cm의 큰 키와 아름다운 용모의 소유자인 양혜원은 중앙대학교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한 재원. 2017년부터 맥스엔젤로 활동하고 있는 양혜원은 “맥스앤젤은 경기장의 꽃이다. 선수는 물론 팬들을 위해 많은 퍼포먼스가 필요한 일이다. 이번 대회를 위해 맥스엔젤들이 다양한 공연을 펼쳤다. 맥스엔젤들이 가수, 댄서 등의 일을 했기 때문에 팬들에게 큰 즐거움을 줄 수 있었다”고 전했다. 다리길이가 108cm나 돼 ‘영덕대게’, ‘타란툴라’라는 닉네임을 가지고 있는 양혜원은 롱다리와 긴 생머리 때문에 ‘절대 뒤태미인’으로도 불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만화가에서 방송인으로 변신해 다채롭게 활동을 펼치고 있는 기안84를 이상형으로 꼽아 큰 화제를 일으켰다. 스포츠서울
  • 만취해 여대 동아리방서 잠든 20대男…기소의견으로 檢 송치

    만취해 여대 동아리방서 잠든 20대男…기소의견으로 檢 송치

    만취한 상태로 여대 동아리방에 들어가 잠든 남자 대학생이 건조물침입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넘겨졌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8일 건조물침입 혐의로 20대 초반 남성 A씨를 입건해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 등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18일 오전 6시 44분쯤 술에 취한 상태로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학생회관의 한 동아리방에 들어가 책상에서 잠든 혐의를 받고 있다. 오전 10시쯤 동아리방에서 A씨를 발견한 한 학생이 학교 보안팀에 알렸고, 보안팀 직원이 112에 신고한 뒤 A씨를 경찰에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경찰에서 “택시를 탄 사실만 기억한다”면서 “술에 취해 우리 학교인 줄 알고 들어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들어갔던 동아리방에서는 여학생 1명이 자고 있었지만 신체 접촉이나 성적 불쾌감을 주는 언행 등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올해 6월 숙명여대에서는 긴 머리 가발을 쓰고 치마를 입은 남성이 캠퍼스 내 여자화장실에 들어갔다가 들켜 목격자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또 3월에는 학생회관 화장실에 숨어 있던 마약 투약 수배자 남성이 목격자인 학생과 몸싸움을 벌인 뒤 달아난 일도 있었다. 숙명여대 관계자는 “학생회관의 건물 잠금 해제시각을 오전 6시 30분에서 오전 7시 30분으로 변경하고 보안 강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멕시코 경찰, 테슬라 사이버 트럭 15대 주문…비용 얼마?

    멕시코 경찰, 테슬라 사이버 트럭 15대 주문…비용 얼마?

    멕시코의 한 지역이 경찰차 용도로 활용하기 위해 고가의 테슬라 사이버트럭을 구매한 사실이 알려졌다. 미국 전기자동차 제조업체인 테슬라가 내놓은 사이버 트럭은 6명까지 탑승할 수 있으며, 뒤쪽에 화물칸이 달린 전기 픽업트럭이다. 기능뿐만 아니라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에 나올법한 독특한 디자인으로 화제를 모았다. 멕시코뉴스데일리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거주 인구수가 17만 6000명인 중부 산루이스포토시 시장은 해당 도시 경찰이 사용할 테슬라 사이버 트럭 15대를 주문했다고 발표했다. 산루이스포토시장에 따르면 테슬라는 사전 주문비용으로 한 대당 100달러 씩, 총 1500달러(한화 약 180만 원)를 선입금했다. 1500달러는 산루이스포토 시장의 한달 급여와 비슷한 수준의 금액이다. 각각의 사이버 트럭의 권장소비자가격은 옵션에 따라 4만 9900~6만 9900달러(약 5830만원~8320만원) 선이며, 총비용은 84만 8500달러, 한화로 약 10억 1000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산루이스포토 시장은 해당 시 경찰이 사용할 테슬라의 사이버 트럭을 주문했다고 밝히는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테슬라 CEO인) 엘론 머스크에게 할인을 해줄 수 있는지 물어봤다”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이어 “테슬라의 사이버 트럭은 매우 비싼 것이 사실이지만, 주문할 만한 가치가 있다. 기존 경찰이 사용하는 경찰차의 유지보수 비용인 2400만 페소(한화 약 14억 7600만원)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테슬라의 사이버 트럭은 경찰이 업무수행 중 대형 쓰레기를 수거하거나 건설현장 및 일반적인 유지보수 등에 사용될 수 있다”면서 “우리는 (자동차의) 빠른 속도를 원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테슬라의 사이버 트럭에 관심을 보인 것은 산루이스포토시 만이 아니다. 지난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경찰은 도시의 경찰 휘장이 그려진 테슬라의 사이버트럭 모형을 공개한 바 있다. 해당 도시는 부가티 베이론부터 벤틀리 컨티넨탈 GT, 포르쉐 파나메라 등 수많은 고급차량은 경찰차량으로 이용하고 있다. 한편 테슬라 사이버 트럭의 연비와 효율성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방탄 기능을 실험하겠다며 던진 금속공이 유리창을 박살내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긴 했지만, 전기 트럭에 대한 관심은 뜨겁기만 하다.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광고나 유료광고 없이 전기 픽업트럭인 사이버 트럭의 사전 주문량이 20만 건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판깨스트] 법원 달군 ‘성범죄’ 연예인들…정준영 징역 6년·강지환 집행유예 뭐가 달랐나

    [판깨스트] 법원 달군 ‘성범죄’ 연예인들…정준영 징역 6년·강지환 집행유예 뭐가 달랐나

    지난 한 주간 성폭력 혐의로 법정에 선 연예인들에게 선고된 판결을 두고 여러 반응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집단 성폭행 및 불법촬영 혐의를 받은 가수 정준영씨와 최종훈씨는 각각 중형이 선고된 반면 성폭행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던 배우 강지환(본명 조태규)씨는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되자 형량을 두고 논란이 벌어진 것인데요. 어떻게 해서 판결이 이렇게 극명하게 달라졌는지 짚어보겠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 강성수)는 지난달 29일 정씨에게 징역 6년을, 최씨에게 징역 5년을 각각 선고했습니다. 정씨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등 이용촬영 및 특수준강간) 혐의에서 모두 유죄가 인정됐습니다. 피해자들의 의사에 반해 동영상이나 사진을 촬영하고 그 촬영물을 카카오톡 채팅방에 유포한 혐의와 최종훈과 공모해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인 점을 이용해 강간했다는 것이 공소사실의 내용입니다. 최씨도 정씨와 함께 저항할 수 없는 상태에 있던 여성을 강간한 혐의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특수준강간)에서 유죄 판단을 받았습니다. 다만 또 다른 여성을 강제추행 한 혐의는 무죄로 판단됐습니다. 지난 5일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합의1부(부장 최창훈)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강씨도 같은 죄명인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준강간) 혐의를 받았고 준강제추행 혐의가 더해졌습니다.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강씨가 구속된 지 5개월 만에 석방되면서 법원과 성폭력 범죄에 대한 양형이 너무 적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비슷한 죄명인데 왜 이토록 큰 차이가 있는지와 강씨의 혐의도 매우 무거워 보이는데 어떻게 집행유예로 풀려날 수 있냐는 것이 공통된 지적으로 보입니다. ●정준영·강지환, ‘준강간’ 혐의에서도 내용 달라…양형기준도 큰 차이 준강간이라는 죄명은 비슷하지만 두 사건의 내용은 크게 다릅니다. 정씨와 최씨는 지난 2016년 1월 강원도 홍천에서, 또 그 해 3월 대구 등에서 술에 취한 여성을 집단으로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정씨는 특히 지난 2015년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여성들을 불법으로 촬영하는 영상을 공유하는 등 11차례에 걸쳐 불법 촬영물을 유포한 혐의도 받았습니다. 강씨는 지난 7월 9일 경기 광주시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촬영을 돕던 여성 스태프 두 명과 술을 마신 뒤 이들이 자고 있던 방으로 들어가 한 명을 성폭행하고 다른 한 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에 긴급체포됐죠. 이후 구속된 뒤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술에 취해 심신 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인 여성을 성폭행하면 준강간죄가 성립되는데, 준강간죄에 대한 대법원 양형기준은 일반 강간죄와 같이 기본이 징역 2년 6개월~5년입니다. 감경 요소가 있을 때 징역 1년 6개월~3년, 가중될 때는 징역 4년~7년으로 높아집니다. 술에 취한 여성 스태프 한 명을 성폭행한 강씨의 혐의는 일반 준강간죄에 해당됩니다.그러나 정씨와 최씨의 죄명은 특수준강간이었습니다. 두 명 이상이 합동으로 준강간을 범했다는 것입니다. 특수준강간은 기본 양형기준이 징역 5년~8년으로 일반 강간죄의 가중 시보다 더 높습니다. 감경요소가 있으면 징역 3년~5년 6개월, 가중요소가 있으면 징역 6년~9년이 기준 형량입니다. 성폭행 혐의만 보더라도 두 사건은 양형기준부터 차이가 큽니다. 정씨가 받은 혐의인 불법촬영 관련 죄는 법에서 정한 형량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입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는 불법촬영의 심각성을 우려해 불법촬영죄에 대한 양형기준을 마련하고 있기도 합니다. 법관이 형량을 정할 때 참고하는 기준인 대법원 양형기준에는 감경·가중인자도 기준이 정해져 있습니다. 이 가운데 강씨의 사건을 들여다 보면 강씨에게는 형을 감경받을 수 있는 요인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자백’과 ‘처벌불원’인데요. 강씨는 사건이 벌어진 직후부터 재판에 넘겨져서까지 처음에는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가 도중에 혐의를 모두 인정하는 것으로 입장을 바꿨습니다.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모두 인정하고 깊이 뉘우친다고 밝히는 것은 자백과 반성을 동시에 재판부에 보여줄 수 있는 효과를 줍니다. 게다가 강씨 사건의 피해자들은 강씨와 합의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형이 감경되면 징역 3년 미만의 징역형에 대해서는 집행을 유예할 수 있으니 재판부가 강씨에게 범죄 전력이 없었던 점이나 피해자들과 합의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는 태도 등을 고려해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입니다. 피해자와 합의를 하면 가해자(피고인)의 형을 줄일 수 있는 상황 때문에 성폭력 피해사건을 맡아 온 변호사 등 법조계 일각에서는 피해자와의 합의나 처벌불원 의사를 감경인자로 고려하지 않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기도 합니다. 자신의 처벌수위를 줄이기 위해 피해자를 끈질기게 찾아다니며 괴롭히기도 하고, 합의를 한다고 해도 피해자가 입은 상처는 지워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강지환은 ‘자백·피해자 처벌불원’ 감경요소…정준영 “합의한 성관계” 혐의 부인 재판부도 이러한 점을 강씨에게 따끔하게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공판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피고인의 처벌을 바라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성범죄 특성상 피해가 온전히 회복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이런 점에서 보면 피고인은 합의가 되었다는 점에서 그쳐서는 안 되고 피해자들의 상처가 아물기를 생을 다할 때까지 참회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습니다. 또 “여성이 있기에 사람들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을 잊지 말고 앞으로 더 노력해서 밝은 삶을 살길 바란다”는 당부도 덧붙였죠. 반면 정씨와 최씨의 경우 특수준강간 혐의를 부인하는 입장을 재판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했습니다. 정씨는 피해 여성이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고 합의한 성관계였다고 했고, 최씨는 아예 성관계 자체가 없었다며 사실관계조차 부인한 것입니다. 단톡방에 불법촬영물을 유포한 혐의와 관련해선, 재판부는 단톡방에 대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는데, 정씨가 촬영물 유포를 인정해 그 점을 양형에 반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피해자들과 합의하거나 용서를 받지 못했다는 것도 이들에겐 불리한 요인이 됐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연령이 어리긴 하지만 호기심 어린 장난으로 치기에는 각 범행의 피해가 상당히 크고, 피해 회복 역시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누군가는 징역 5~6년의 무거운 형을 선고받고 울먹이며 법정을 떠났고 또 누군가는 구치소에서 석방돼 고개를 숙이며 나왔습니다. 석방된다는 자체만으로 마치 죄를 용서받는 듯한 느낌을 주다 보니 강씨와 강씨에게 판결을 선고한 법원에 싸늘한 시선이 계속되는데요. 집행이 유예돼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 쉽지만 강씨는 엄연히 징역 2년 6개월에 달하는 심각한 죄를 범했다고 법원에서 인정한 것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염혜란 “이렇게 많은 지지받은 적 처음...실제는 홍자영보다 노규태에 가깝죠”

    염혜란 “이렇게 많은 지지받은 적 처음...실제는 홍자영보다 노규태에 가깝죠”

    “귀한 손님에게 큰 선물을 받은 것 같아요. 잘 간직하려구요.” 화제의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최고의 신스틸러 중 한 명인 홍자영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배우 염혜란. 옹산의 엘리트인 이혼전문 변호사로서 할말은 하는 시원시원한 ‘걸크러쉬’ 매력으로 여성팬들의 지지를 한몸에 받았다. “연기 인생에서 이렇게 큰 지지를 받은 것은 처음이에요. 한동안 연락이 끊긴 친구들도 너무 잘 보고 있다고 전화가 오더라구요. 사실 제 본 모습은 홍자영 보다는 노규태에 가까운데, 하고 싶은 것들을 과감하게 하는 자영을 보고 저도 캐릭터를 사랑하게 됐죠.” 임상춘 작가는 등장 인물을 동물에 빗대어 설명했고, 그 중 홍자영을 고양이로 표현했다. “작가님이 자영은 사랑받고 싶다고 꼬리를 흔들지도 못하고 드러누워서 배를 까지도 못하는 고양이처럼 도도하고 센 척을 한다고 표현했는데, 그게 딱 들어맞더라구요.” 연극 배우 출신으로 다양한 영화에서도 활약해 온 베테랑 연기자 염혜란은 긴 머리를 싹둑 자르고 이혼전문 변호사가 쓴 책을 보면서 홍자영의 캐릭터를 만들어갔다. “작품을 위해서라면 머리를 자르는 정도가 아니라 삭발이라도 할 각오였어요. 이혼 절차에 관한 책을 하도 열심히 보니까 어느 날 집에서 남편이 ‘대체 의도가 뭐냐’고 묻더군요.(웃음)” 그는 실제 홍자영과 자신의 싱크로율은 0.5%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대신 홍자영에 가까운 인물로 동백 역을 연기한 공효진을 꼽았다. “효진씨는 상황 파악을 객관적으로 잘 하고, 구별할 줄 아는 똑똑한 배우에요. 하늘씨는 언제나 반갑게 맞아주고 인사를 꾸벅 해요. 둘 다 어리지만 선배 같아요.”이번 작품에서 규태와 자영의 연상 연하 로맨스는 동백과 용식의 러브 라인 못지 않게 큰 사랑을 받았다. 마지막회에 동백과 용식의 후드티 키스신을 패러디한 규태와 자영의 멜빵 키스신도 큰 화제였다. 그는 “솔직히 우리만의 패러디라서 위험성도 있고 감독님도 고민하셨는데, 잘 나와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대역인 배우 오정세에 대해 “상대방에 대한 배려심도 깊고 연기에 대한 고민을 열심히 하는 배우다. 촬영하면서 많이 의지했다”고 말했다. 이어 홍자영에게 노규태는 “큰 아들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아이 캔 스피크’의 진주댁을 비롯해 매 작품마다 인상 깊은 연기를 남긴 그는 “결정적인 신을 한 적이 많고, 각인되는 역할을 많이 한 나는 행운아”라면서 “작품이 좋은 덕분”이라면서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염혜란은 “‘동백꽃’은 홍자영의 성장기이기도 하다”고 작품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그는 “동네 사람들에게 빗장을 걸고 살던 홍자영은 초반에 까멜리아를 기웃거리면서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지만 그러지 못했다. 하지만 나중에 동백과 술을 마시는 장면은 이웃들과 서로 어울리는 자영의 변화를 의미한다”면서 “마지막에 자영이 임신 사실을 떡집에서 들키는 장면도 그런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염혜란은 “저 역시 너무 힘들어서 연기를 하면서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흔들린 적도 있었지만, 이 드라마를 하면서 응원과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살다보면 자꾸 높은 것만 보고 더 나은 삶만 보고 비교하고 살잖아요. 극중 대사에서 동백이가 ‘내 삶에는 특별히 극적인 순간도 없었지만 그것마저도 기적’이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큰 감명을 받았어요. 여러분도 자기만의 꽃밭을 일구면서 사시면 힘이 될 것 같아요. 저도 볼 때마다 반가운 오래가는 배우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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