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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일 새 역사… 삼성전자 주가 6만원 뚫었다

    연일 새 역사… 삼성전자 주가 6만원 뚫었다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감이 높아지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연일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 가고 있다. 13일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2018년 5월 액면 분할 이후 처음으로 장중 6만원을 돌파했다. 지난 9일과 10일 연속 최고가를 경신한 데 이어 이날 전 거래일보다 0.84% 오른 6만원에 거래됐다. 액면 분할 전 가격으로 환산하면 300만원에 이른다. 1975년 6월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이후 45년 만의 최고가다. SK하이닉스도 이날 10만원을 찍었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장중 전 거래일보다 1.62% 오른 10만 5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2012년 3월 SK하이닉스 출범 이후 장중 주가나 종가 기준으로 10만원대 벽을 뚫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장에서는 지난 8일 삼성전자가 증권사 전망치 평균(6조 5000억원)을 웃도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7조 1000억원) 실적을 발표하면서 이를 반도체 바닥 탈출, 실적 반등의 신호로 해석했다. 낸드플래시에 이어 D램 가격 상승 전망, 수요 개선 등에 따라 이르면 1분기나 2분기부터 실적 개선이 이뤄질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기 때문에 주가의 추가 상승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들도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목표 주가를 앞다퉈 올려 잡고 있다. 삼성전자의 목표 주가는 6만원 초반대에서 7만원대가 ‘대세’가 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11만원대부터 14만원대(유안타증권)까지 10만원이 넘는 목표 주가 전망이 줄을 잇고 있다. 어규진 DB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있다’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최근 삼성전자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긴 했으나 그에 못지않게 메모리 업황 반등에 따른 수익성 개선세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며 “때문에 현재 주가 대비 기업가치는 여전히 부담스럽지 않다”고 짚었다. 올해 메모리 업황의 완연한 성장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5G, 폴더블 스마트폰 등의 초기 시장까지 선점하면서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세가 뚜렷할 거란 분석이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日국민들 럭비에 열광… 한국 ‘다윗의 기적’ 연출할까

    日국민들 럭비에 열광… 한국 ‘다윗의 기적’ 연출할까

    대학선수권 관중들 전철역서부터 줄 입장권 6만여장 이미 하루 전에 동나 한국럭비, 96년 만에 첫 올림픽 출전 등록선수 日 11만명… 한국은 1000명 ‘골리앗과의 싸움’ 한일전 승리 꿈꿔지난 11일 아침 일본 도쿄 신주쿠 2020도쿄올림픽스타디움에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고 있었다. 전철역에서부터 경기장 입구까지 몇백 미터에 걸쳐 긴 줄이 늘어서 있어 지나가기가 힘들 정도였다. 이 스타디움은 옛 국립경기장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새로 세워진 지상 12층 높이의 새 국립경기장이었다. 총공사비 1490억엔(약 1조 5800만원)을 들여 3년 만에 완공, 지난해 12월 15일 준공했다. 이곳에서는 오는 7월 24일 개막 예정인 도쿄올림픽과 도쿄패럴림픽의 개·폐회식이 열리게 된다. 경기장 측은 새로 지은 집의 속살을 낱낱이 보여 주려는 듯 수십개의 출입문을 활짝 열어젖혔고, 주말을 맞은 시민들은 오후 2시 열리는 경기를 보려고 이른 아침부터 이 경기장으로 모여들었다. 시민들의 발길을 끌어들인 경기는 와세다대학과 메이지대학의 대학럭비선수권 결승전이었다. 6만여장의 입장권은 이미 하루 전 모두 동이 났다. 출입문에서 아내, 두 딸과 입장 순서를 기다리고 있던 와세다대학 출신의 후지와라 마코토(38)는 “이곳 국립경기장자리에서 두 대학이 럭비 결승전을 펼치는 건 23시즌 만”이라며 “우리 대학은 16번째 선수권 우승을 노리고 있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또 “3년 전 철거를 앞둔 옛 국립경기장의 고별경기로 럭비가 열렸을 만큼 럭비는 일본인들에겐 아주 특별한 스포츠”라고 했다. 후지와라의 기억대로 2016년 5월 28일은 56살 먹은 옛 국립경기장의 마지막 경기가 열린 날이었다. 후지와라는 그날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한 날로 기억한다. 30대부터 50대까지의 일본대학 럭비 레전드들이 스크럼을 짜고 몸을 부딪치는 장관이 펼쳐졌다. 대학 럭비 선수 출신인 모리 요시로 전 일본 총리도 관중석에 모습을 드러내 응원을 보냈다. 일본에 럭비가 보급된 건 미국과 영국의 ‘포함 외교’가 한창 펼쳐지던 1854년이다. 12년 뒤 요코하마에서 첫 경기가 열린 이후 일본 럭비는 현재 세계 랭킹 8위의 강국으로 성장했다. 2018년 현재 일본의 럭비 등록선수는 10만 8000여명, 클럽 수는 3620개에 달한다. 반면 한국의 럭비는 역사와 규모 면에서 일본에 한참 뒤진다. 1923년 우리나라에 럭비가 도입된 이후 현재 세계 랭킹 31위이며, 남녀 등록선수는 987명에 불과하다. 클럽도 실업팀 3개, 대학팀 4개가 전부다. 도쿄올림픽 본선 진출이 확정된 11개국 중 한국보다 등록 선수가 적은 국가는 한 곳도 없다. 이처럼 열악한 상황이지만 지난해 한국 럭비는 럭비가 국내에 도입된 이후 무려 96년 만에 처음으로 2020년 도쿄올림픽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지난해 11월 인천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아시아 지역 예선에서 한국 남자 럭비는 일본과 함께 아시아 최강으로 꼽히는 홍콩에 극적인 12-7 역전승을 거두고 개최국 일본을 제외하고 아시아에 배정된 단 1장의 도쿄올림픽 직행 티켓을 손에 넣은 것이다. 이 때문에 지금 한국 럭비는 그 어느 때보다 사기가 충천해 있다. 특히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나 다름없는 한일전에서 기적 같은 승리를 꿈꾸며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문제는 국민들의 관심이다. 96년 만에 올림픽 본선 진출 쾌거를 이룬 지난해 11월 인천 남동아시아드 럭비경기장에는 불과 수백명의 관중밖에 없었다. 11일 도쿄의 거대한 새 국립경기장에서 “일본 럭비”를 외치던 6만여명 일본 럭비 팬들의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쩌렁쩌렁하다. 글 사진 도쿄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단독] 폐지 232㎏에 달랑 ‘만원’…‘삶의 무게’에 욱신거렸다

    [단독] 폐지 232㎏에 달랑 ‘만원’…‘삶의 무게’에 욱신거렸다

    “신문 11㎏에 660원, 폐지 80㎏에 3200원인데 4000원 쳐 드릴게요.” 오전 내내 서울 송파구 잠실동 일대 빌라촌을 돌며 모은 폐지의 가격을 듣고 절로 한숨이 나왔다. 혹시 ‘돈이 될까’ 싶어 주워 온 22㎏가량의 독서대, 베개 등 폐기물을 원래 주인이 버려 둔 자리에 되돌려 놓는 조건으로 받은 금액이다. 설렁탕 한 그릇에 7000원이 넘는 시대 4000원은 한 끼 식사조차 제대로 해결할 수 없는 돈이다. ●빈 손수레도 79㎏… 폐지 노인에겐 “유일한 밥벌이” 지난 9일 20대 후반의 서울신문 기자 2명은 영하 날씨에 잠실동과 삼전동 일대를 돌며 10시간에 걸쳐 232㎏의 폐지와 11kg의 신문지를 주웠다. 고물상과 빌라촌을 세 차례 오가며 각각 75㎏, 80㎏, 77㎏의 폐지를 날랐다. 그렇게 번 돈은 총 1만원 남짓. 그날 새벽 편의점에서 산 빨간 목장갑은 고된 노동 끝에 시꺼메졌고, 양발에는 물집이 잡혔다. 노동의 흔적은 다음날까지 온몸 구석구석에 고스란히 남아 근육통의 아픔을 남겼다. 20대 청년들에게도 버거운 이 노동은 대부분 노인의 몫이다. 손에 쥐는 돈은 얼마 되지 않지만 이마저도 하지 않으면 입에 풀칠하기 힘든 노인들이 주로 고단한 노동을 택한다. 거리에서 만난 노인들은 “폐지 줍기가 고되고 돈도 되지 않지만 그나마 노인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밥벌이”라고 말한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 따르면 폐지 수집 노인은 6만 8000명(2017년 기준)이다. 이 중 생계를 위해 폐지를 줍는 노인은 4만 6000명에 달한다. 오전 5시 30분 거리에서 만난 김민태(62·가명)씨도 폐지 줍는 일을 하며 생을 이어 간다. 페인트공으로 일하다가 은퇴한 김씨는 아내와 사별하고 아들과도 떨어져 혼자 고시원에서 산다고 했다. 그는 “일이 고되고 힘들어도 어쩌겠어. 기초생활수급비로는 나 한 몸 먹고살기도 턱없이 부족해. 그나마 걸리면 몰래 조금씩 하는 거지”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그의 재산은 79㎏인 빈 리어카가 전부다. 일주일 내내 새벽부터 일한다는 그는 하루에 4000원 정도를 손에 쥔다고 했다. 김씨를 따라다니며 해 본 폐지 줍기는 지루한 단순 작업의 연속이다. 리어카를 끌고 골목골목을 다니며 폐지를 줍고 리어카에 올리는 일이 끊임없이 반복된다. 영하 3도의 날씨. 세차게 부는 바람에 리어카 위에 쌓아 올린 폐지들은 연신 리어카 밖으로 날아갔다. 박스를 줍기 위해 허리를 굽혔다 펴기를 여러 번. 찬바람에도 이마에는 송골송골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그래도 줍는 만큼 돈이 된다는 생각에 한시도 쉴 수 없었다.●빌라 1층·편의점 필수 코스… 일일이 박스 해체해야 그나마 빌라촌에서 쉽게 주울 수 있는 건 주로 인터넷 쇼핑몰에서 온 박스들이었다. 빌라 1층이나 편의점 주변 한쪽 구석엔 상자를 모아 놓은 곳이 있었다. 문제는 해체였다. 박스에 붙은 테이프를 일일이 떼고 최대한 평평하게 하는 작업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김씨도 옆에서 “비닐이나 테이프가 너무 많이 붙어 있는 박스는 적당히 포기하라”는 현실적인 조언을 해 줬다. 멀쩡하고 깨끗한 박스를 만나는 일은 드물다. 쓰레기를 담고 있던 상자나 피자 박스, 음식 포장박스 등에는 어김없이 오물이나 남은 음식물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 누군가 생각 없이 뱉은 가래침이나 정체 모를 구정물이 손에 묻을 때도 있었다. 오래돼 상태가 좋지 않은 박스도 많았다. 몇 장 접었는데도 금세 악취가 훅 올라왔다. 폐지가 높이 쌓일수록 리어카를 끄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졌다. 포장이 파인 길을 가거나 과속방지턱을 만날 때마다 리어카 위 폐지가 계속 쏟아졌다. 차도를 오가다 아찔한 순간도 여러 번 있었다. 박스를 줍고 허리를 펴니 코앞에서 택시가 쏜살같이 지나가 ‘악’ 소리가 절로 나왔다. 좁은 골목길에서도 차들은 야속하게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빨리 비키라’는 듯 노골적으로 경적을 울려 대는 차도 여러 대였다.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리어카와 빵빵거리는 차들 사이에서 당혹스러움과 곤욕스러움이 무수히 교차했다. 차에도, 행인에게도 연신 “죄송하다”며 굽신 댈 수밖에 없었다. 좁은 도로 옆 차 사이를 지나는 순간 손수레가 검은색 벤츠 옆을 스쳤다. 다행히 박스로 리어커를 덧댄 부분과 닿아 차에 흠집은 나지 않았지만 수입차 주인이 득달같이 내려 소리쳤다. “안 치긴 뭘 안 쳐요. 스치는 소리가 났는데….” 악다구니 치는 차 주인의 목소리 뒤로 김씨와 함께 연신 “미안하다”는 말이 오버랩됐다. 서너 달 일당을 날릴 아찔한 순간이었다.●무게가 돈… 폐지·신문지 ㎏당 가격 2년 전 비해 반토막 오후 1시. 오전 동안 열심히 모은 폐지와 신문지 값을 치를 시간이다. 폐지 80㎏에 신문지 11㎏. 새벽에 한 차례 모았던 폐지 75㎏에 비하면 나쁘지 않은 성과였지만 과욕으로 주워 온 폐기물이 문제가 됐다. 무게만 나가면 무조건 많이 버는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고물상 주인은 “종이나 철, 캔 아니면 돈 못 준다”며 어렵게 들고 온 베개와 나무판자를 골라 냈다. 고물상 주인은 “이렇게 폐기물까지 주워 오면 우리가 돈 주고 다시 버려야 한다. 여기 버리지 말고 원래 있던 자리에 갖다 두라”고 말했다. 그렇게 22㎏은 쓰레기라고 여겨 셈에서 제외했다. 무게를 다는 절차는 복싱선수가 마치 계체량을 재는 듯 엄격했다. 무게가 곧 돈이기 때문이다. 고물상에서는 폐지가 실린 전체 리어카 무게는 물론 빈 리어카와 폐지 무게도 각각 따로 잰다. 눈이나 비에 젖은 폐지는 아예 받지 않는 것도 업계의 원칙이다. 젖은 폐지는 무게가 더 나가는 고물상이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는 탓이다. 돈 안 되는 폐기물 역시 꼼꼼히 골라 낸다. 이 때문에 실랑이도 여러 차례 이어졌다. 고물상에서 만난 한 할머니는 슬쩍 저울에 발을 올렸다. “할머니 장난해요. 내려오라고요”라는 고물상 주인의 매서운 한마디에 할머니는 멋쩍어했다. “그래 봐야 돈 1000원 더 주는 건데 저 친구는 매번 저렇게 매몰차게 말해.” 할머니가 고물상 눈치를 보며 속삭였다. 최근 폐지 가격이 역대급으로 떨어졌다. 기자 역시 오전 5시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총 232㎏의 폐지를 모았지만 겨우 1만원을 벌었다. 김씨 역시 “예전에는 가격을 쳐줬는데 요즘은 많이 떨어져 벌이가 안 된다”며 한숨을 쉰다. 현재 폐지(골판지)는 ㎏당 40원, 신문지는 ㎏당 60원꼴이다. 2년 전(2017년 12월 수도권 기준으로 폐지는 143원, 신문지는 154원)에 비하면 3분의1도 안 되는 가격이다. 2018년부터 중국이 쓰레기 수입을 금지한 데다 제지 회사가 질 좋은 외국 폐지를 수입해 쓰다 보니 노인들이 줍는 폐지 가격은 완전히 폭락했다. 김영광 전국고물상연합회 사무총장은 “중국은 쓰레기 수입을 안 하고, 제지 회사는 수거 단계부터 상태가 좋은 외국 폐지를 주로 수입해 쓰다 보니 폐지로 생계를 이어 가는 어르신들의 삶만 점점 팍팍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날 물집·근육통에 약값 5000원, 병원은 엄두 안 나 하루 10시간의 ‘넝마주이’ 체험은 끝났지만 통증은 다음날까지 이어졌다. 양쪽 팔과 어깻죽지는 물론 박스를 쥐었던 손아귀가 오랫동안 저릿했다. 발가락 사이사이 잡힌 물집은 걷는 내내 기자를 괴롭혔다. 결국 약국에서 5000원짜리 연고를 사 들고 나와야 했다. 오후 내내 주운 77㎏의 폐지(3000원)로는 살 수도 없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폐지 수집 노인 92명 중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노인은 71.7%였는데, 진료가 필요하지만 병원조차 이용하지 못했다는 응답자는 이 중 29.1%나 됐다. 대부분(83.3%)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었다. “하루 종일 폐지를 주워도 3000원 하는 국수 한 그릇도 제대로 먹지 못해 자주 굶어….” 이수역 근처 고물상에서 폐지 가격을 두고 실랑이하던 80대 할머니의 얼굴이 생각난다. 글 사진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손흥민, 70m 원더골 후 한달간 잠잠…수비 부담이 원인?

    손흥민, 70m 원더골 후 한달간 잠잠…수비 부담이 원인?

    토트넘, 12일 새벽 리버풀에서 0-1 패배손흥민, 후반 결정적 동점 기회 날려 버려수비 가담 부담 늘며 결정력 떨어졌다 평가조제 모리뉴 감독 부임 전 8골, 부임 후 2골지난 11일 손흥민의 70m 질주 원더골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2월의 골로 선정됐다. 개인 통산 두 번째다. 그러나 원더골 이후 손흥민의 득점포가 침묵하고 있다. 크게 늘어난 수비 가담에 대한 부담이 골 결정력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손흥민의 토트넘은 12일 새벽 열린 2019~20시즌 프리미어리그 홈 경기에서 전반 호베르투 피르미누에게 얻어맞은 골을 극복하지 못하고 0-1로 무릎을 꿇었다. 리버풀은 20승1무(승점 60)를 신고하며 무패 1위를 질주했고, 토트넘은 8승6무8패(승점 30)를 기록하며 8위까지 밀려났다. 특히 토트넘은 FA컵 경기를 포함한 최근 4경기에서 2무2패의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팀의 주포 해리 케인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상황에서 손흥민은 루카스 모라와 번갈아 가며 이따금 최전방에 서기도 했지만 주로 왼쪽 측면을 오가며 쉴 새 없이 뛰었으나 소득이 없었다. 슈팅을 세 번 날렸으나 모두 골문 안쪽으로 향하지 못했다. 전반 6분 리버풀의 조던 핸더슨을 압박해 공을 가로챈 손흥민은 상대 페널티 박스 바깥에서 오른발 감아차기를 시도했으나 골문을 크게 비껴갔다. 후반 14분에는 페널티 박스 안쪽에서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패스를 받아 파 포스트를 겨냥해 슛을 깔았으나 상대 수비에 스치며 굴절돼 역시 골문을 비껴갔다. 후반 29분에는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다. 지오바니 로 셀소가 태클로 빼낸 공을 모라가 페널티 박스 안쪽으로 연결해주며 오픈 찬스를 잡았으나 공을 허망하게 하늘로 떴다. 손흥민으로서 충분히 결정지어줄 만한 기회여서 아쉬움이 컸다. 손흥민은 현지 언론으로부터 “골든 찬스를 날려버렸다”는 혹평과 함께 6점 대의 낮은 평점을 받았다. 손흥민은 3경기 출장 정지 징계에서 돌아온 지난 5일 FA컵 미들즈브러전에 이어 2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했다. 징계 이전까지 포함하면 5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가 없다. 조제 모리뉴 감독의 부임 첫 경기에서 1골 1어시스트로 활약한 뒤 이후 도움 3개를 추가하고 번리전에서 70m 질주 원더골을 터뜨린 이후 잠잠하다.이 같은 부진이 수비 가담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 체제에서 수비 가담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모리뉴 감독은 공격수들에게 보다 더 수비적인 역할을 주문하고 있다. 실제로 손흥민은 이날 리버풀전서도 상대 풀백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의 공격을 차단하기 위해 평소보다 더 깊숙이 자기 진영까지 내려왔다가 상대 진영으로 치고 나가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당연히 체력적인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손흥민은 모리뉴 감독 부임 이전 15경기에서 8골 4어시스틀 기록했으나 부임 이후 10경기에서 2골 5어시스트에 그치고 있다. 공격력이 확연하게 떨어졌다. 지난 시즌 케인이 부상으로 이탈했을 때는 팀의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지만 아직 케인이 없는 두 경기째이긴 하지만 그런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대본을 읽다 보면 눈물이 차올라요”

    “대본을 읽다 보면 눈물이 차올라요”

    “얘가 걔였어?”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필구, ‘호텔 델루나’ 속 어린 구찬성, ‘미스터 션샤인’의 어린 유진 초이. 이 다양한 인물을 한 소년이 연기했다는 걸 알아본 시청자들은 으레 이런 감탄을 터뜨린다. 맞다. 그 아이가 이 아이, 배우 김강훈(11)군이다. 적지 않은 드라마에서 주인공 아역을 도맡는 동안 연기력도 키만큼 몰라보게 컸다. 최근 서울 JW메리어트 호텔에서 만난 김군에게 뜨거운 인기가 어떤지 물었더니 수줍게 웃었다. “동백꽃 이후 훨씬 많은 분들이 알아보고 사진 촬영 요청을 하시더라고요. 내가 그렇게 유명해졌나 신기하고, 조금 부끄럽기도 해요.” 김군이 처음 연기자로 카메라 앞에 선 건 2014년 MBC ‘오만과 편견’에서다. 연기 수업을 받아본 적도 없던 다섯살짜리 꼬맹이가 새 얼굴을 찾던 연출자의 시선을 잡았다. 이후 2016년 jtbc ‘이번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 2017년 KBS ‘김과장’에 이어 지난해 ‘로맨스는 별책부록’, 영화 ‘엑시트’와 ‘변신’, ‘블랙머니’까지 부지런히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올해도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2’, MBC ‘더 게임: 0시를 향하여’ 등 출연을 확정했다.어른스러움과 천진함을 넘나드는 김군의 표현력은 ‘차세대 유승호·여진구’라는 칭찬이 아깝지 않다. 속 깊은 ‘애어른’을 능청스레 소화하는 비결을 물으니 “대본을 열심히” 본단다. 다소 심심한 첫말에 곁들인 설명이 ‘7년차 배우’답다. “처음부터 끝까지 여러 번 읽어요. 제 대사는 엄마나 두 살 차이 남동생과 맞춰 보고요. 같은 장면을 여러 가지 버전으로 연습하다 보면 대사도 저절로 외워져요.” 긴 호흡의 대본이 지루할 법도 한데, 새 단어를 배우고 이야기를 따라가는 재미가 훨씬 크단다. 좋아하는 과목도 국어와 역사다. 김군은 “최근에는 527쪽짜리 역사책을 여러 번 읽었다. 중요한 부분은 따로 옮겨 적는다”며 “책이 떨어지면 꼭 서점에 간다”고 했다. 역사 인물 중에는 유관순 열사를 가장 좋아한다. “저랑 몇 살 차이도 나지 않는데 어떻게 나라를 위해 희생할 수 있는지 놀랍고도 슬퍼요.” 김군의 목소리가 커졌다. 공책과 펜을 갖고 다니며 자기 나름의 이야기를 구상하고 랩 가사를 적기도 한다. “소설가처럼 글을 꼭 써 보고 싶다”는 야무진 꿈도 있다. 이야기에 대한 몰입 덕분일까. 그의 크고 동그란 눈에 순식간에 눈물이 차오르면 어른들도 이내 눈물을 뚝뚝 흘린다. ‘동백꽃’ 임상춘 작가는 “우는 장면이 너무 많아서 필구에게 미안하다”고 했지만, 김군은 “대본을 보면 자연스레 감정에 빠져들어 눈물이 난다”고 했다. 사연 많은 극 중 역할과 달리 김군은 축구와 ‘방방장’을 좋아하는 평범하고 밝은 ‘초딩’이다. 촬영이 새벽에 끝나도 아침 7시면 집 근처 풋살장에서 친구들과 공을 찰 정도다. 친구들과 자유롭게 놀 때처럼 이제 제 나이답게 개구쟁이, 사고뭉치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고 한다. 인터뷰 자리에 함께한 어머니 유시정(39)씨는 “강훈이가 연기 활동을 하면서 점점 자신감이 붙고 밝아졌다”고 했다. 현장에서도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얘기하는 게 재밌어 지칠 줄 모른다. 사람과 이야기를 좋아하는 김군의 목표는 인성 좋은 배우다. 한 명 한 명 눈을 맞춰 인사하고 늘 웃는 강하늘 형이 롤모델이다. “연기는 못해도 인성은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연기력은 이미 증명했으니,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그의 성장을 지켜볼 일만 남았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대본 읽다보면 눈물 글썽···이젠 사고뭉치 캐릭터 해보고 싶어요”

    “대본 읽다보면 눈물 글썽···이젠 사고뭉치 캐릭터 해보고 싶어요”

    대본 처음부터 끝까지 여러번 읽어사람 만나 얘기하는 게 너무 신나요소설가처럼 이야기도 써보고 싶어연기 못해도 인성 좋은 사람 되고파“얘가 걔였어?”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필구, ‘호텔 델루나’ 속 어린 구찬성, ‘미스터 션샤인’의 어린 유진 초이. 이 다양한 인물을 한 소년이 연기했다는 걸 알아본 시청자들은 으레 이런 감탄을 터뜨린다. 맞다. 그 아이가 이 아이, 배우 김강훈(11)군이다. 적지 않은 드라마에서 주인공 아역을 도맡는 동안 연기력도 키만큼 몰라보게 컸다. 최근 서울 JW메리어트 호텔에서 만난 김군에게 뜨거운 인기가 어떤지 물었더니 수줍게 웃었다. “동백꽃 이후 훨씬 많은 분들이 알아보고 사진 촬영 요청을 하시더라고요. 내가 그렇게 유명해졌나 신기하고, 조금 부끄럽기도 해요.” 김군이 처음 연기자로 카메라 앞에 선 건 2014년 MBC ‘오만과 편견’에서다. 연기 수업을 받아본 적도 없던 다섯살짜리 꼬맹이가 새 얼굴을 찾던 연출자의 시선을 잡았다. 이후 2016년 jtbc ‘이번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 2017년 KBS ‘김과장’에 이어 지난해 ‘로맨스는 별책부록’, 영화 ‘엑시트’와 ‘변신’, ‘블랙머니’까지 부지런히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올해도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2’, MBC ‘더 게임: 0시를 향하여’ 등 출연을 확정했다.어른스러움과 천진함을 넘나드는 김군의 표현력은 ‘차세대 유승호·여진구’라는 칭찬이 아깝지 않다. 속 깊은 ‘애어른’을 능청스레 소화하는 비결을 물으니 “대본을 열심히” 본단다. 다소 심심한 첫말에 곁들인 설명이 ‘7년차 배우’답다. “처음부터 끝까지 여러 번 읽어요. 제 대사는 엄마나 두 살 차이 남동생과 맞춰 보고요. 같은 장면을 여러 가지 버전으로 연습하다 보면 대사도 저절로 외워져요.” 긴 호흡의 대본이 지루할 법도 한데, 새 단어를 배우고 이야기를 따라가는 재미가 훨씬 크단다. 좋아하는 과목도 국어와 역사다. 김군은 “최근에는 527쪽짜리 역사책을 여러 번 읽었다. 중요한 부분은 따로 옮겨 적는다”며 “책이 떨어지면 꼭 서점에 간다”고 했다. 역사 인물 중에는 유관순 열사를 가장 좋아한다. “저랑 몇 살 차이도 나지 않는데 어떻게 나라를 위해 희생할 수 있는지 놀랍고도 슬퍼요.” 김군의 목소리가 커졌다. 공책과 펜을 갖고 다니며 자기 나름의 이야기를 구상하고 랩 가사를 적기도 한다. “소설가처럼 글을 꼭 써 보고 싶다”는 야무진 꿈도 있다. 이야기에 대한 몰입 덕분일까. 그의 크고 동그란 눈에 순식간에 눈물이 차오르면 어른들도 이내 눈물을 뚝뚝 흘린다. ‘동백꽃’ 임상춘 작가는 “우는 장면이 너무 많아서 필구에게 미안하다”고 했지만, 김군은 “대본을 보면 자연스레 감정에 빠져들어 눈물이 난다”고 했다.사연 많은 극 중 역할과 달리 김군은 축구와 ‘방방장’을 좋아하는 평범하고 밝은 ‘초딩’이다. 촬영이 새벽에 끝나도 아침 7시면 집 근처 풋살장에서 친구들과 공을 찰 정도다. 친구들과 자유롭게 놀 때처럼 이제 제 나이답게 개구쟁이, 사고뭉치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고 한다. 인터뷰 자리에 함께한 어머니 유시정(39)씨는 “강훈이가 연기 활동을 하면서 점점 자신감이 붙고 밝아졌다”고 했다. 현장에서도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얘기하는 게 재밌어 지칠 줄 모른다. 사람과 이야기를 좋아하는 김군의 목표는 인성 좋은 배우다. 한 명 한 명 눈을 맞춰 인사하고 늘 웃는 강하늘 형이 롤모델이다. “연기는 못해도 인성은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연기력은 이미 증명했으니,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그의 성장을 지켜볼 일만 남았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박신혜, ‘휴머니멀’ 출연료 전액 기부…오늘 ‘정희’ 출연

    박신혜, ‘휴머니멀’ 출연료 전액 기부…오늘 ‘정희’ 출연

    배우 박신혜가 오늘(9일) 낮 12시부터 방송되는 MBC FM4U ‘정오의 희망곡 김신영입니다’에 출연한다. 최근 높은 화제 속에 방송 중인 MBC 창사특집 다큐멘터리 ‘휴머니멀’의 프레젠터로 출연한 박신혜는 오늘 라디오에서 다큐멘터리 제작에 관한 다양한 뒷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박신혜는 보름이 넘는 아프리카 출장을 매니저 단 한명과 동행하며, 긴 이동거리와 허름한 숙소, 낯선 먹거리를 불평 한마디 없이 견뎌냈다. 오직 코끼리와 코뿔소를 직접 만나 그들과 교감하고 싶다는 의지가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박신혜는 아프리카 보츠와나에 방문해 코끼리 보호단체 ‘국경 없는 코끼리회’ 활동가들과 함께 고아 코끼리들을 돌보고, 추적 가능한 GPS 장치를 야생 코끼리에게 부착하는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했다. 또 케냐에서는 코뿔소 보호구역 ‘올페제타’에 방문해 지구상에 단 두 마리만 남은 북부흰코뿔소를 만나고 돌아왔다. ‘휴머니멀’ 제작진에 따르면 박신혜는 출연 제안을 넣자마자 바로 적극적인 참여 의사를 드러냈다. 단번에 섭외에 응한 박신혜는 “이번 다큐멘터리 참여가 일생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반려동물을 키우는 동물애호가로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박신혜는 첫 미팅 때부터 동물과 야생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자신이 이미 SNS 등으로 팔로우하고 있는 동물보호단체 정보를 줄줄 읊으며, ‘휴머니멀’에 적합한 인물과 장소를 섭외하는 데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동물보호에 대한 박신혜의 열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박신혜는 ‘휴머니멀’ 출연료 전액을 코끼리 보호단체 ‘국경없는 코끼리회’에 기부했다. 애초에 출연료를 받지 않겠다고 했지만 제작진의 만류에 바로 기부 의사를 밝힌 것. 단체 대표인 마이크 체이스 박사는 “수많은 헐리웃과 유럽의 셀럽들이 방문했지만, 신혜 씨처럼 이렇게 적극적으로 본인들의 활동에 참여하고 동물과 교감한 사람은 없었다”며 박신혜에게 ‘국경 없는 코끼리회’ 명의로 감사패를 전달했다. 박신혜가 출연하는 MBC 창사특집 다큐멘터리 ‘휴머니멀’은 오늘(9일)부터 1월 한 달 동안 매주 목요일 밤 10시 5분에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금연에도 골든타임, 마흔다섯 전엔 끊어야 합니다”

    “금연에도 골든타임, 마흔다섯 전엔 끊어야 합니다”

    19살에 담배를 피우기 시작해 40대 초반에 끊었다. 평생을 폐렴 환자 치료에 전념해온 호흡기내과 분야 권위자인 정기석(61)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담배와 20년 넘는 질긴 인연을 끊지 못해 이어갔던 경험이 있다. 2016년 첫 차관급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정 교수는 “45세 이전에 담배를 끊으면 위험도가 차츰 줄어든다”면서 “이후에 끊으면 늦으니 꼭 45세 전에 끊으라”고 조언했다. 담배를 끊은 지금 60대 정 교수는 젊은이 못지않게 건강하다. 최근에는 근육 운동도 시작했다. 정 교수는 “건강을 지킨다는 것은 나를 사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담배는 몇 년을 피웠나요. “40대 초반에 담배를 끊을 때까지 20여 년을 피웠죠. 흔히 말하는 ‘헤비 스모커’는 아니었어요. 그때는 담배를 주고 받는 문화가 있었어요. 처음 만나 악수하고서는 ‘담배 한대 피우시죠’ 라고 하는 게 흔한 인삿말이었죠. 의사들은 담배를 안 피울 거라고 여기는 분들이 있는데 의사도 똑같은 사람이에요. 담배가 어떤 건 줄 아니까 겁이 나서 적게 피우는 것뿐이지요. 예전에는 병동에서도 의사들이 담배를 피웠어요. 맡은 환자가 사망하면 허무한 마음에 한 번씩 담배를 피우고는 했죠. 마흔이 넘어가면서 이렇게 술 마시고 담배 피우고 일을 많이 하다가는 내 몸이 망가지겠다 싶어 굳게 결심하고 끊었어요.” -어떻게 끊었습니까. “담배를 피우는 과정을 한번 생각해보세요. 먼저 담배를 사서 포장을 벗기고 밖으로 나가 흡연구역을 찾은 다음 불을 붙이죠. 이 긴 과정에서 하나만 안 하면 담배를 피울 수 없어요. 담배를 끊으려면 먼저 주변에 금연 사실을 알려야 해요. 그래야 담배를 꺼내 물을 때마다 눈치가 보이죠. 그런데도 끊지 못하는 것은 심리적·물리적 의존성 때문이에요. 뇌에는 니코틴 수용체가 있어요. 그 수용체를 자꾸 자극해줘야 마음이 편해지거든요. 그 수용체가 남들보다 더 과한 자극을 요구하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담배를 끊기 어려워지는 거예요. 그게 바로 중독이죠. 물리적 의존성이 있는 사람은 약의 도움을 받아 담배를 끊을 수 있어요. 호흡기질환 환자 중에도 여전히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많아요. 몇 번을 이야기해도 끊지 않으면 ‘내가 내 밥그릇 차는 권고를 계속하는 데도 안 들어주실 겁니까’라고 해요. 그렇게까지 이야기하면 환자들이 수긍해요. 온 국민이 담배를 끊으면 호흡기내과 의사들은 일이 없어 상대적으로 힘들어지겠죠. 전 세계 인구가 담배를 끊으면 병의 3분의1은 없어질 거예요.”-금연에도 골든타임이 있습니까. “45세 전에는 끊어야 해요. 담배를 끊고서도 그동안 피운 담배로 인한 위험은 상당히 오랜 기간 남아요. 하지만 45세 이전에 끊으면 위험도가 차츰 줄어들어요. 그 이후에 끊으면 소용이 없고요. 피부에 찰과상이 생기면 금방 회복되잖아요. 하지만 깊게 파인 상처는 좀처럼 낫질 않아요. 20갑년(하루 한 갑씩 20년 흡연) 정도 되면 그동안 담배로 쌓인 폐병 위험이 진행되고 있는 거예요.” -담배를 피운다고 다 병에 걸리지는 않는다고 하던데요. “10명 중 7명은 담배를 피워도 담배와 관련된 병에 걸리지 않아요. 그 7명 안에 들 자신이 있으면 피워도 돼요. 찻길을 건널 때 좌우를 둘러보잖아요. 헌데 그렇게 둘러보지 않아도 사람이 건너면 운전자는 서요. 그렇다고 좌우를 살피지 않고 건널목을 건너는 일을 평생 반복하면 언젠가 한 번은 차에 치일 거예요. 항상 위험을 줄이는 쪽으로 움직여야 해요. 특히 건강은 언제나 위험이 발생할 확률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관리해야 해요. 더러운 손으로 음식을 집어 먹지 않잖아요. 그런데 계속 그렇게 먹어도 큰 상관은 없어요. 병에 잘 안 걸려요. 그럼에도 손을 깨끗이 씻으라는 것은 혹시라도 병에 걸릴 확률을 줄이자는 것이지요.” -담배로 생기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은 어떤 병인가요. “폐암보다 고통스러운 COPD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낸 적이 있었어요. 요즘은 폐암 생존율이 높지만, 그래도 많이 악화한 환자는 몇 년 안에 사망하고는 해요. 그러나 COPD는 그렇지 않아요. 대신 숨을 못 쉬는 고통을 굉장히 긴 시간 느끼다 사망하죠. 삶이 시나브로 돌이킬 수 없이 망가지고 마지막에는 인공호흡기를 달아요. 숨을 내쉬지 말고 연속으로 다섯 번 들이마셔 보세요. 그리고 그 상태로 말을 해보세요. 숨이 차서 말을 잘 못할 거예요. COPD 환자들의 상태가 그래요. 폐가 짓눌려 있는 거죠. 우리나라 COPD 환자의 80%가 담배를 피운 분들이에요. 가장 큰 단일 원인이 담배예요. 간은 잘라내도 재생이 돼요. 하지만 폐는 손상을 입으면 아물면서 굳어버려요. 복구가 안 돼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도 호흡기 감염병이었죠. 호흡기내과 교수가 본 메르스는 어땠나요. “평생 호흡기 감염을 보아온 의사인데도 두려웠어요. 이렇게 강한 병원체를 본 적이 없었죠. 폐렴 사망률이 높다고 하지만 메르스보다는 낮아요. 의사들은 병원에서 늘 병균을 대하니 마스크를 끼고 다니지 않아요. 그런데 메르스 때는 우리도 메르스에 걸리면 큰일 나겠다는 두려움이 있었어요. 아무리 슈퍼박테리아라도 단시간에 사람을 이 정도로 많이 죽이지 못해요. 그 정도로 놀라운 병이었어요.” -메르스 사태 이후 질병관리본부장이 되셨죠. “가자마자 홍역을 치렀어요. 2016년 4·13총선 날 아침 새벽에 문자가 왔는데,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온 메르스 의심환자가 서울 모 병원에서 도주했다는 거예요. 의심환자가 서울 시내를 활보하는 상황이었어요. 경찰이 출동해 폐쇄회로(CC)TV로 추적해 결국은 서울의 한 호텔에서 찾아냈죠. 메르스를 잡으려고 그 고생을 했는데, 환자가 도주한 상황이었으니 매우 긴박했죠. 그 해에는 지카바이러스도 유행했어요. 우리나라에서 첫 환자가 발생해 공포가 컸죠. 서아프리카에 에볼라이바러스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비판을 받아서인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카바이러스 때는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언하며 전 세계를 향해 과하게 겁을 줬어요. 국회도, 언론도 난리가 났었죠.” -감염병이 대유행한다면 또 호흡기 질환일 텐데요. “제일 걱정이 인플루엔자 변형이에요. 인플루엔자 유전자가 크게 바뀌면 막아내질 못해요. 이런 바이러스를 철새가 옮기기 시작하면 세계 곳곳에 퍼질 수 있어요. 결국은 호흡기 쪽 바이러스가 대유행을 일으킬 거예요. 만일의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기침 예절만 잘 지킨다면 상당한 예방 효과가 있을 거예요. 메르스도 기침을 통해 퍼졌으니까요.” -정신건강은 어떻게 관리하세요. “화가 나고 흥분될 때는 ‘화를 내면 내가 지는 거다’라고 암시를 걸어요. 화를 낼 때 머리가 어질어질하기도 하잖아요. 온몸이 긴장하기 때문이에요. 마음의 평화를 외치며 되도록 화를 내지 않도록 마음을 관리하는 게 제일 중요해요. 건강해지려고 운동을 많이 하더라도 마음이 따라가지 않으면 건강해질 수 없어요. 한마디 할 때 세 번을 생각하고 될수록 말을 적게 해야 다른 이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내가 뱉은 말로 후회하는 일도 줄일 수 있어요.” -어떤 운동을 하고 있나요. “등 근육이 잡힐 정도로 근육 운동을 많이 하고 있어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 들여 만든 근육 사진도 올리고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꾸 많이 먹고 관리를 소홀히 하게 돼요. 정형외과 의사들 말을 들어보면 요즘은 90대도 발목이 부러져서 온 데요. 근육이 없으면 넘어질 때 발목이 지지대 역할을 하지 못해 옆으로 바로 쓰러져버려요. 그러면 고관절이 골절돼요. 정형외과를 찾는 노인 중 발목이 부러져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운동을 많이 해서 발목에 힘이 있다는 거예요. 넘어질 때 발목에 힘을 주다 보니 발목이 먼저 꺾이는 거죠. 근육을 강화하는 가장 쉬운 운동은 앉았다가 일어서기예요. 집에서 팔굽혀펴기만 해도 건강한 몸을 만들 수 있어요. 건강을 지킨다는 것은 나를 사랑하는 거예요. 나를 아끼고 몸가짐을 신중하게 하라는 ‘자중자애’(自重自愛)라는 말이 있죠. 건강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새길 말이 아닌가 합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금연에도 골든타임, 마흔다섯 전엔 끊어야 합니다”

    “금연에도 골든타임, 마흔다섯 전엔 끊어야 합니다”

    19살에 담배를 피우기 시작해 40대 초반에 끊었다. 평생을 폐렴 환자 치료에 전념해온 호흡기내과 분야 권위자인 정기석(61)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담배와 20년 넘는 질긴 인연을 끊지 못해 이어갔던 경험이 있다. 2016년 첫 차관급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정 교수는 “45세 이전에 담배를 끊으면 위험도가 차츰 줄어든다”면서 “이후에 끊으면 늦으니 꼭 45세 전에 끊으라”고 조언했다. 담배를 끊은 지금 60대 정 교수는 젊은이 못지않게 건강하다. 최근에는 근육 운동도 시작했다. 정 교수는 “건강을 지킨다는 것은 나를 사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담배는 몇 년을 피웠나요. “40대 초반에 담배를 끊을 때까지 20여 년을 피웠죠. 흔히 말하는 ‘헤비 스모커’는 아니었어요. 그때는 담배를 주고 받는 문화가 있었어요. 처음 만나 악수하고서는 ‘담배 한대 피우시죠’ 라고 하는 게 흔한 인삿말이었죠. 의사들은 담배를 안 피울 거라고 여기는 분들이 있는데 의사도 똑같은 사람이에요. 담배가 어떤 건 줄 아니까 겁이 나서 적게 피우는 것뿐이지요. 예전에는 병동에서도 의사들이 담배를 피웠어요. 맡은 환자가 사망하면 허무한 마음에 한 번씩 담배를 피우고는 했죠. 마흔이 넘어가면서 이렇게 술 마시고 담배 피우고 일을 많이 하다가는 내 몸이 망가지겠다 싶어 굳게 결심하고 끊었어요.” -어떻게 끊었습니까. “담배를 피우는 과정을 한번 생각해보세요. 먼저 담배를 사서 포장을 벗기고 밖으로 나가 흡연구역을 찾은 다음 불을 붙이죠. 이 긴 과정에서 하나만 안 하면 담배를 피울 수 없어요. 담배를 끊으려면 먼저 주변에 금연 사실을 알려야 해요. 그래야 담배를 꺼내 물을 때마다 눈치가 보이죠. 그런데도 끊지 못하는 것은 심리적·물리적 의존성 때문이에요. 뇌에는 니코틴 수용체가 있어요. 그 수용체를 자꾸 자극해줘야 마음이 편해지거든요. 그 수용체가 남들보다 더 과한 자극을 요구하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담배를 끊기 어려워지는 거예요. 그게 바로 중독이죠. 물리적 의존성이 있는 사람은 약의 도움을 받아 담배를 끊을 수 있어요. 호흡기질환 환자 중에도 여전히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많아요. 몇 번을 이야기해도 끊지 않으면 ‘내가 내 밥그릇 차는 권고를 계속하는 데도 안 들어주실 겁니까’라고 해요. 그렇게까지 이야기하면 환자들이 수긍해요. 온 국민이 담배를 끊으면 호흡기내과 의사들은 일이 없어 상대적으로 힘들어지겠죠. 전 세계 인구가 담배를 끊으면 병의 3분의1은 없어질 거예요.” -금연에도 골든타임이 있습니까. “45세 전에는 끊어야 해요. 담배를 끊고서도 그동안 피운 담배로 인한 위험은 상당히 오랜 기간 남아요. 하지만 45세 이전에 끊으면 위험도가 차츰 줄어들어요. 그 이후에 끊으면 소용이 없고요. 피부에 찰과상이 생기면 금방 회복되잖아요. 하지만 깊게 파인 상처는 좀처럼 낫질 않아요. 20갑년(하루 한 갑씩 20년 흡연) 정도 되면 그동안 담배로 쌓인 폐병 위험이 진행되고 있는 거예요.” -담배를 피운다고 다 병에 걸리지는 않는다고 하던데요. “10명 중 7명은 담배를 피워도 담배와 관련된 병에 걸리지 않아요. 그 7명 안에 들 자신이 있으면 피워도 돼요. 찻길을 건널 때 좌우를 둘러보잖아요. 헌데 그렇게 둘러보지 않아도 사람이 건너면 운전자는 서요. 그렇다고 좌우를 살피지 않고 건널목을 건너는 일을 평생 반복하면 언젠가 한 번은 차에 치일 거예요. 항상 위험을 줄이는 쪽으로 움직여야 해요. 특히 건강은 언제나 위험이 발생할 확률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관리해야 해요. 더러운 손으로 음식을 집어 먹지 않잖아요. 그런데 계속 그렇게 먹어도 큰 상관은 없어요. 병에 잘 안 걸려요. 그럼에도 손을 깨끗이 씻으라는 것은 혹시라도 병에 걸릴 확률을 줄이자는 것이지요.” -담배로 생기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은 어떤 병인가요. “폐암보다 고통스러운 COPD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낸 적이 있었어요. 요즘은 폐암 생존율이 높지만, 그래도 많이 악화한 환자는 몇 년 안에 사망하고는 해요. 그러나 COPD는 그렇지 않아요. 대신 숨을 못 쉬는 고통을 굉장히 긴 시간 느끼다 사망하죠. 삶이 시나브로 돌이킬 수 없이 망가지고 마지막에는 인공호흡기를 달아요. 숨을 내쉬지 말고 연속으로 다섯 번 들이마셔 보세요. 그리고 그 상태로 말을 해보세요. 숨이 차서 말을 잘 못할 거예요. COPD 환자들의 상태가 그래요. 폐가 짓눌려 있는 거죠. 우리나라 COPD 환자의 80%가 담배를 피운 분들이에요. 가장 큰 단일 원인이 담배예요. 간은 잘라내도 재생이 돼요. 하지만 폐는 손상을 입으면 아물면서 굳어버려요. 복구가 안 돼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도 호흡기 감염병이었죠. 호흡기내과 교수가 본 메르스는 어땠나요. “평생 호흡기 감염을 보아온 의사인데도 두려웠어요. 이렇게 강한 병원체를 본 적이 없었죠. 폐렴 사망률이 높다고 하지만 메르스보다는 낮아요. 의사들은 병원에서 늘 병균을 대하니 마스크를 끼고 다니지 않아요. 그런데 메르스 때는 우리도 메르스에 걸리면 큰일 나겠다는 두려움이 있었어요. 아무리 슈퍼박테리아라도 단시간에 사람을 이 정도로 많이 죽이지 못해요. 그 정도로 놀라운 병이었어요.” -메르스 사태 이후 질병관리본부장이 되셨죠. “가자마자 홍역을 치렀어요. 2016년 4·13총선 날 아침 새벽에 문자가 왔는데,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온 메르스 의심환자가 서울 모 병원에서 도주했다는 거예요. 의심환자가 서울 시내를 활보하는 상황이었어요. 경찰이 출동해 폐쇄회로(CC)TV로 추적해 결국은 서울의 한 호텔에서 찾아냈죠. 메르스를 잡으려고 그 고생을 했는데, 환자가 도주한 상황이었으니 매우 긴박했죠. 그 해에는 지카바이러스도 유행했어요. 우리나라에서 첫 환자가 발생해 공포가 컸죠. 서아프리카에 에볼라이바러스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비판을 받아서인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카바이러스 때는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언하며 전 세계를 향해 과하게 겁을 줬어요. 국회도, 언론도 난리가 났었죠.” -감염병이 대유행한다면 또 호흡기 질환일 텐데요. “제일 걱정이 인플루엔자 변형이에요. 인플루엔자 유전자가 크게 바뀌면 막아내질 못해요. 이런 바이러스를 철새가 옮기기 시작하면 세계 곳곳에 퍼질 수 있어요. 결국은 호흡기 쪽 바이러스가 대유행을 일으킬 거예요. 만일의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기침 예절만 잘 지킨다면 상당한 예방 효과가 있을 거예요. 메르스도 기침을 통해 퍼졌으니까요.” -정신건강은 어떻게 관리하세요. “화가 나고 흥분될 때는 ‘화를 내면 내가 지는 거다’라고 암시를 걸어요. 화를 낼 때 머리가 어질어질하기도 하잖아요. 온몸이 긴장하기 때문이에요. 마음의 평화를 외치며 되도록 화를 내지 않도록 마음을 관리하는 게 제일 중요해요. 건강해지려고 운동을 많이 하더라도 마음이 따라가지 않으면 건강해질 수 없어요. 한마디 할 때 세 번을 생각하고 될수록 말을 적게 해야 다른 이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내가 뱉은 말로 후회하는 일도 줄일 수 있어요.” -어떤 운동을 하고 있나요. “등 근육이 잡힐 정도로 근육 운동을 많이 하고 있어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 들여 만든 근육 사진도 올리고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꾸 많이 먹고 관리를 소홀히 하게 돼요. 정형외과 의사들 말을 들어보면 요즘은 90대도 발목이 부러져서 온 데요. 근육이 없으면 넘어질 때 발목이 지지대 역할을 하지 못해 옆으로 바로 쓰러져버려요. 그러면 고관절이 골절돼요. 정형외과를 찾는 노인 중 발목이 부러져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운동을 많이 해서 발목에 힘이 있다는 거예요. 넘어질 때 발목에 힘을 주다 보니 발목이 먼저 꺾이는 거죠. 근육을 강화하는 가장 쉬운 운동은 앉았다가 일어서기예요. 집에서 팔굽혀펴기만 해도 건강한 몸을 만들 수 있어요. 건강을 지킨다는 것은 나를 사랑하는 거예요. 나를 아끼고 몸가짐을 신중하게 하라는 ‘자중자애’(自重自愛)라는 말이 있죠. 건강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새길 말이 아닌가 합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복지망 사각지대 놓인 다문화 부부의 안타까운 죽음

    형편이 어려운 장애인 남편과 결혼 이주여성이 숨진 채 발견된 것과 관련해 맞춤형 복지 시스템의 구멍이 드러났다. 사회 보살핌이 필요한 가난·장애·다문화라는 취약 요소를 모두 가진 부부였지만 수많은 각종 복지 대책들은 이들을 보호하지 못했다. 7일 광주 남부경찰서와 남구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9시 30분께 광주 남구 주월동 한 주택에서 뇌병변 장애가 있는 남편 A(63)씨와 필리핀 출신 아내 B(57)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아내가 뇌출혈로 먼저 쓰러지자 거동이 어려운 남편이 이불을 덮어주려다 침대에서 떨어진 뒤 저체온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침대엔 전기장판이 켜져 온기를 머금고 있었지만, A씨 부부는 차디찬 바닥에 쓰러진 채 발견됐다. 2004년 필리핀에서 온 B씨와 결혼한 A씨는 생활 형편이 좋지 않아 이듬해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로 인정됐다. 월 100만원 남짓한 기초생활 수급비로 빠듯하게 생계를 유지하던 A씨는 2015년 2월 교통사고로 뇌병변 장애가 생겼다. 침상에 누워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된 A씨는 최근까지 아내와 인근에 사는 동생의 돌봄을 받아왔다. 지방자치단체는 고독사를 방지한다며 중증장애인과 독거노인 가정을 주기적으로 방문하고 있었지만, A씨의 경우 돌봐줄 보호자가 있다는 이유로 그 대상에 포함되지 못했다. 한 달에 한 번 통장이 쓰레기봉투를 제공하거나 민간 봉사단이 반찬을 두고 가긴 했지만, 부부를 직접 만나지 않고 부엌에 물건을 두고 가는 일이 다반사였다. 아내는 16년간 동안 한국에서 지내면서도 한국어에 서툴 정도로 외부 활동이나 접촉을 꺼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중증환자 응급안전 서비스’ 일환으로 A씨 부부 집 안에 설치된 움직임 감지 장치도 무용지물이었다. 남구가 2015년부터 최근까지 중증장애인과 독거노인 가정 191곳에 7600여만원을 들여 설치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 장치를 모니터링하는 업무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모니터링 요원이 1명에 불과해 혼자 191개 가정을 모두 살펴야 하고, 기계가 고장나면 고치는 역할까지 해야 했다. 게다가 교대 인력이 없어 주말·공휴일, 늦은 시각에는 모니터링 자체가 아예 이뤄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담당 모니터링 요원은 움직임 감지 장치에서 신호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도 닷새가 지나서야 A씨 부부 집을 방문했다가 숨져있는 이들을 발견했다. 광주복지공감플러스 박종민 대표는 “점점 개인화·고립화하면서 사회적 약자의 사망을 방지하려는 각종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런 안타까운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응급 벨 등 안전장치가 갖춰져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활용할 인력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현존 세계 최고령 다나카 가네 할머니 117세 생일 맞아

    현존 세계 최고령 다나카 가네 할머니 117세 생일 맞아

    지난해 기네스 월드 레코드에 의해 세계 생존 최고령으로 공인된 일본 할머니 다나카 가네가 지난 2일 117회 생일을 맞았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다나카 할머니는 남부 후쿠오카에 있는 요양원에서 5일 뒤늦게 잔치를 열어 직원들과 친구들로부터 축하를 받았다. TVQ 규슈 방송이 전한 데 따르면 그녀는 생일 떡을 한입 베어물고는 “맛있네”라고 말하곤 미소 지으며 “조금 더 먹고 싶네”라고 말했다. 6일 미국 일간 USA 투데이에 따르면 할머니는 1903년 여덟 자녀 가운데 일곱 번째로 예정일을 앞당겨 태어났으며 1922년 다나카 히데오와 결혼해 네 자녀와 입양 자녀 한 명을 뒀다. 지난해 3월 9일 116세 66일로 세계 최고령 기록을 고쳐 쓴 할머니는 일본의 급속한 노령층 급증과 출산율 감소로 노동력 부족과 미래 경제성장 둔화를 전망케 하는 상징이 되고 있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지난해 일본 신생아 숫자는 무려 5.9%나 줄어 정부가 인구 통계를 내기 시작한 1899년 이후 처음 90만명 이하로 떨어졌다고 후생성이 밝혔다. 다나카 할머니의 최고령 기록은 현재 살아있는 이들 가운데 최고령이란 뜻이지, 역대 최고령 기록은 아니다. 같은 일본 할머니 오가와 미사오도 2015년 3월 5일에 117회 생일을 맞았다. 2013년 기네스 월드 레코드에 의해 세계 최고령 공인을 받은 그녀는 오사카에서 1898년 태어났다. 117회 생일 잔치를 열어준 오사카 현청의 오구라 다케히로가 117년을 산 느낌이 어떤지 묻자 그녀는 “다소 짧게 보인다”고 답했다. 또 “장수의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나도 그 점이 궁금하다”는 답을 돌려줬다. 당시 일본 정부에 따르면 이 나라의 100세 이상 어르신이 5만 8000명 이상이었다. 그 중 87%가 여성이었다. 오가와 할머니는 듣는 데 문제가 조금 있긴 했지만 잘 드시고 건강한 편이었다고 오사카 요양원은 밝혔다. 그녀는 1919년 유키오 할아버지와 결혼해 2녀 1남에다 네 명의 손주, 여섯 명의 증손주를 뒀는데 남편은 1931년 세상을 떠났다. 오가와 할머니는 117회 생일을 지낸 지 한달도 안돼 만우절에 세상을 떠났다. 미야코 치요 할머니도 2018년 7월에 117세 나이를 끝으로 세상을 접었다. 역대 최고령 생존자는 프랑스의 잔느 칼멩 할머니로 1997년 8월 숨을 거뒀는데 122세까지 살았다. 물론 그녀의 출생 기록이 조작됐다는 의심이 늘 따라다녔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하루 6시간, 주 4일 근무...’꿈의 직장’ 추진하는 핀란드 30대 총리

    하루 6시간, 주 4일 근무...’꿈의 직장’ 추진하는 핀란드 30대 총리

    30대 여성 총리로 세계의 이목을 끌었던 핀란드 총리가 하루 6시간, 주 4일 근무를 골자로 한 탄력근무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EU 전문매체 ‘뉴유럽’은 2일(현지시간) 산나 마린(34) 핀란드 총리가 노동자의 ‘워라밸’(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 Work and Life Balance)을 위한 근로시간 단축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마린 총리는 “근로자가 가족 및 연인과 함께 취미, 문화생활 등 삶의 다른 측면을 위해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자격이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마린 총리는 지난해 교통커뮤니케이션 장관 재직 시절부터 근로시간 단축을 줄기차게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린 총리는 근로자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도 근로시간 단축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핀란드는 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가 일반적이다. 이에 대해 리 안데르손(32) 교육장관은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안데르손 장관은 “근로시간 단축은 매우 중요한 문제”라면서 “여성 지도자의 집권 스타일의 문제를 떠나 유권자와의 약속을 지키는 행보”라고 지지했다. OECD 통계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핀란드의 1인당 연간 근로시간은 1555시간, 주당 근로시간은 30시간 정도다. 마린 총리는 여기서 주당 근로시간을 6시간 더 단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이 같은 총리의 행보에는 인접 국가인 스웨덴의 선례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스웨덴은 주 40시간인 근무시간은 주 30시간으로 줄이기 위한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2015년 2월 스웨덴 제2 도시 예테보리는 ‘스발테달렌’이라는 노인요양원 간호사 68명을 대상으로 하루 근무시간을 8시간에서 6시간으로 줄이는 실험을 진행했다. 임금은 동일하게 유지했다. 실험 결과 간호사의 병가 사용 일수는 줄고 환자들 건강은 호전됐지만, 추가 고용에 따른 비용 지출이 늘어났다. 초반에는 비용 부담에 대한 불안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예테보리 시의회는 2년 후 “직원의 건강이 호전된 것은 물론, 행복지수와 생산성도 높아졌으며 환자의 만족도도 높아졌다”라고 밝혔다. 고용률이 높아지고 세수도 늘었다. 한편 2018년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근로시간은 1993시간, 주당 38.2시간 정도로 OECD 국가 중 뒤에서 3번째로 길었다. 일본(1680시간)보다 313시간, OECD 평균(1734시간)보다 259시간 더 일한 셈이다. OECD 회원국 중 연간 근로시간이 가장 긴 나라는 멕시코(2148시간)이었으며, 그다음은 코스타리카(2121시간)였다. 다만 주52시간 근무제 도입과 더불어 ‘워라밸’ 중시 문화가 반영되면서 초과근로 시간은 줄었다. 지난해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일, 가정 양립 지표’를 보면 2019년 초과근로 시간은 9.5시간으로 전년(10.1시간) 대비 0.6시간 감소했다. 근로자의 월평균 초과근로 시간이 10시간 아래로 떨어진 건 1인 이상 사업체를 기준으로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처음이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닐로 장덕철 소속사 “‘그알’ 방송, 죽고 싶을 만큼 참담” [전문]

    닐로 장덕철 소속사 “‘그알’ 방송, 죽고 싶을 만큼 참담” [전문]

    ‘그것이 알고 싶다’ 음원 사재기 의혹 편 방송이 화제인 가운데, 가수 닐로와 장덕철 소속사 리메즈 엔터테인먼트 측이 공식입장을 밝혔다. 5일 리메즈는 보도자료를 통해 “다시 음원 사재기와 관련하여 당사는 아니라고, 하지 않았다고 공허한 메아리처럼 입장을 되풀이해야 되는 작금의 상황이 너무나 절망스럽다. 4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보도와 관련 깊은 유감을 넘어 죽고 싶을 만큼 참담하다”며 음원 사재기 의혹을 부인했다. 리메즈는 “문체부 및 관련 기관들에 진상을 규명해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했고, 수많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하여 강력하게 이야기 해왔음에도 그 긴 시간 동안 그 어떤 의혹도 해소되지 못했다. 그 기간 동안 소속 아티스트들은 셀 수도 없는 악플과 따가운 시선 등을 받으며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어 “누구보다 공정한 보도로 더는 무고한 사람이 생기지 않게 진실된 취재를 해줄 것으로 기대했던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조차 저희 가수들의 자료화면을 수차례 띄우며 마치 사재기를 한 가수인 마냥 대중을 호도하는 방송을 송출했고, 실체 없는 의혹제기로 끝난 방송 이후 저희는 더욱 심각한 마녀사냥을 당하고 있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리메즈는 “최근 정확한 사실 확인 없이 실명부터 공개한 모 가수와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팀 모두에게 정식 사과를 요구하는 바”라며 “음원 사재기 업체들과 의뢰를 한 기획사, 그리고 유통사까지 전반적인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모든 조사에 성실하고 적극적으로 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4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일부 가수들의 음원 사재기 의혹에 대해 다루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방송에서는 해당 가수로 닐로, 장덕철, 송하예 등이 언급됐다. 연예 기획사 관계자들은 “노래방 인기 순위에서 아무 반응이 없다가 갑자기 올라왔다. 일반적인 역주행 곡은 노래방에서 많이 가창되고 그 다음에 음원 차트에서 결과가 나온다”, “이 정도 실력에 이 정도 인기면 단독 공연을 엄청 성황리에 해야 하는데 텅 비어서 공연을 취소했다”며 닐로의 음원 사재기 의혹이 풀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리메즈 공식입장 전문. 안녕하세요. 리메즈 입니다. 다시 음원 사재기와 관련하여 당사는 아니라고, 하지 않았다고 공허한 메아리처럼 입장을 되풀이해야 되는 작금의 상황이 너무나 절망스럽습니다. 1월 4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보도와 관련하여서도 깊은 유감을 넘어 죽고 싶을 만큼 참담함을 느낍니다. 저희는 2018년 4월 소속 가수의 곡이 음원 차트 1위를 한 시점부터 지금까지 모든 소속 가수들이 사재기 루머에 지속적으로 시달려오고 있습니다. 당시 문체부 및 관련 기관들에 진상을 규명해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했고, 수많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하여 강력하게 이야기 해왔음에도 그 긴 시간 동안 그 어떤 의혹도 해소되지 못했습니다. 그 기간 동안 소속 아티스트들은 셀 수도 없는 악플과 따가운 시선 등을 받으며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누구보다 공정한 보도로 더는 무고한 사람이 생기지 않게 진실된 취재를 해줄 것으로 기대했던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조차 지난 4일 저희 가수들의 자료화면을 수차례 띄우며 마치 사재기를 한 가수인 마냥 대중을 호도하는 방송을 송출하였고, 실체 없는 의혹제기로 끝난 방송 이후 저희는 더욱 심각한 마녀사냥을 당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측은 보도했던 대로 실제 사재기가 있고 실행자가 있다면 카더라식 제보를 받은 그 분들의 실체를 더욱 명확히 밝혀 주시고, 카더라 제보와 여러 조작 정황 자료 화면이 마치 저희와 관련 있는 듯한 뉘앙스로 방송되었는데 저희와 대체 어떤 연관성이 있기에 교묘하게 편집하여 보도하였는지, 왜 방송을 통해 저희를 사재기 집단으로 여론몰이 하시는지 그 배후가 궁금하며, 연관성이 없다면 강력하게 정정보도를 요청 드립니다. 가요계에 음원 사재기가 뿌리 뽑혀야 된다는 것에는 당사 역시 매우 공감하는 바이며, 최근 정확한 사실 확인 없이 실명부터 공개한 모 가수와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팀 모두에게 정식 사과를 요구하는 바입니다. 더불어 음원 시장의 질서를 바로 잡기 위해 검찰과 경찰을 비롯 모든 수사 기관에게 저희부터 수사 해주시기를 간곡하게 요청 드립니다. 저희 리메즈의 모든 것에 대하여 철저하게 조사 해주시고 명백히 밝혀 주시기를 강력하게 촉구하며, 저희 또한 음원 사재기 업체들과 의뢰를 한 기획사, 그리고 유통사까지 전반적인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모든 조사에 성실하고 적극적으로 임할 것입니다. 하루 빨리 불법 행위를 조장하는 범죄자가 밝혀지고 음원 시장의 혼란을 바로 잡고 제 2의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막아 주시기를 바랍니다. 사진=뉴스1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험난한 앞날 예고한 秋, 검찰간부 앞에서 ‘검찰개혁’ 8번 강조

    험난한 앞날 예고한 秋, 검찰간부 앞에서 ‘검찰개혁’ 8번 강조

    추 장관, 밝은 미소에도 긴장감 흐른 취임식 현장김오수 차관에 감사 전해“법무부 위상 되찾겠다”3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법무부 장관 취임식장에 들어선 추미애 신임 장관의 표정에선 여유로움이 흘러 넘쳤다. 푸른색 정장을 입고 가슴 한 켠에 꽃을 달고 나타난 추 장관은 단상에 오르기 전부터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며 밝은 모습을 보였다. 조국 전 장관이 사퇴한 뒤 80일간 법무부를 이끈 김오수 차관은 추 장관 뒤에서 약간의 간격을 두고 걸어 들어왔다. 이후 마이크를 잡은 추 장관은 취임사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김 차관에 감사 인사를 건넸다. 추 장관은 정치인 출신답게 1000여명의 참석자들 앞에서 전혀 긴장하지 않은 듯 밝은 미소를 띠며 취임사를 읽어 내려갔다. 하지만 추 장관의 표정과 달리 취임사에는 전쟁에 나서는 장수의 심정을 드러낸 듯한 표현들이 자주 등장했다. 전날 임명장 수여식에서 “여러 번 찌르는 건 명의가 아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통해 검찰을 긴장시킨 추 장관은 이날 취임사에서도 ‘검찰개혁’이란 표현을 8차례나 썼다. ‘서해맹산’의 정신으로 검찰개혁 소명을 완수하겠다고 한 조국 전 장관이 취임사에서 검찰개혁을 9차례 언급했는데, 추 장관도 취임식에 참석한 검찰 고위간부들 앞에서 검찰개혁을 수차례 강조한 것이다. 이날 취임식장에는 강남일 대검찰청 차장검사,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을 비롯해 윤석열 검찰총장의 핵심 참모들이 총출동했다. 추 장관은 실추된 법무부 위상을 바로 세우는 것이 ‘검찰의 제자리 찾기’를 위한 필수적인 전제 조건이란 점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했다. 또 “법무부가 검찰개혁의 소관 부처로서 역사적인 개혁 완수를 위해 각별한 자세와 태도로 임해야 한다”며 험난한 앞날을 예고하기도 했다. 다만 “검찰을 개혁 대상으로만 치부하지 않고 개혁의 동반자로 삼겠다”고 하면서 일방적으로 검찰에 개혁의 칼을 휘두르지는 않을 것이란 입장도 내비쳤다. 추 장관은 검찰개혁을 강조하면서 ‘줄탁동시’란 표현도 썼다.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날 때 병아리와 어미 닭이 안팎에서 함께 쪼아야 한다는 뜻으로 법무부 뿐 아니라 검찰도 개혁을 위해 동참해 줄 것을 당부한 것이다. 추 장관은 취임사를 마무리하면서 “법무부와 그 소속 기관들은 조직의 개별적 이익이 아니라 주권자 국민에게 낮은 자세로 봉사하는 ‘공복의 자세’로 돌아와야 할 것”이라며 강도 높은 내부 쇄신 작업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폭력 마주한 은희, 굴레 갇힌 여성…누구도 외면 않는 목소리 만들 것”

    “폭력 마주한 은희, 굴레 갇힌 여성…누구도 외면 않는 목소리 만들 것”

    ‘원더키디’ 방영 30년 후 상영된 이 영화에서 주인공 ‘키디’는 소년이 아닌 소녀다. 우주 탐사선의 선장이었던 ‘원더’한 아버지 대신 서울 대치동의 미도상가에서 떡방앗간을 하는 현실의 아버지가 있다. 국내외 영화제에서 35관왕에 등극한 영화 ‘벌새’의 김보라(39) 감독이 직조한 1994년의 한국이다.첫 장편 입봉에 거둔 놀라운 성과. 소감이 어떨까. 새해 벽두,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 감독은 영화 관련 행사에 불려 다니느라 자신의 마음을 차분히 들여다볼 새가 없었다고 했다. “영화가 많은 사랑을 받아서 감사했고요. 주변에서 되게 좋아하셨어요. 오래 뭘 하던 사람이 잘되면 기쁜가 봐요.” 이 원더한 키디의 탄생에 지인들이 더욱 감격한 까닭은 그의 오랜 노력을 알기 때문이다. 시나리오 구상을 하던 2012년부터 영화를 완성하기까지 6년, 독립영화치고도 긴 기간이었다. 더욱 완벽해야 상영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시나리오를 고치고 또 고쳤다. “여성 감독들의 영화가 구성 단계에서 절반가량 틀어지니까요. 학교(동국대 영화영상학과) 다닐 때 재능 있던 여성 감독들이 데뷔하지 못한 경우를 많이 봤고요. 영화판이라는 게 남성 중심이라 여성 롤모델이 없고, 창작자로서 자기 검열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면서 시간이 더욱 오래 걸렸어요.” ‘벌새’는 15세 소녀 은희에게 가해지는 세상의 폭력들을 미세하게 포착, 14만 관객들의 공감을 얻었다. 성적으로 아이들을 줄 세우고 ‘날라리’를 적어 내라는 학교, 집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오빠의 폭력, 사랑하는 이를 앗아 가는 성수대교 참사 등이다. 최근에 김 감독을 놀라게 하는 것은 “중년의 남성 의사가 은희를 진찰할 때 아이를 강간할까 봐 불안했다”는 후기들이다. “여태까지 한국 영화에서 얼마나 강간 신이 자주 재현됐으면 그런 공포를 주는지 충격을 받았어요. 여성 관객들이 마음 편히 영화조차 못 봤겠다 싶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영화를 계속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김 감독 생각에 그런 신들은 윤리적 문제와 함께, 적지 않은 영화에서 똑같은 장면을 반복재생한다는 점에서 미학적으로도 ‘직무태만’이다. 은희부터 한문학원 선생님 영지, 은희의 엄마에 이르기까지 세필로 그린 듯한 ‘벌새’의 여성 서사는, 그가 20대 초반 페미니즘 공동체에서 생활한 게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 그렇다고 그의 영화에서 남성은 무조건적인 악, 화해할 수 없는 적이 아니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일견 가해자로 보이는 남성들조차도 사랑으로 그리려고 노력했습니다. 뒤틀린 권력을 쥔 사람은 행복할 수가 없거든요.” ‘벌새’에서 가족들 위에 군림하던 아빠가 딸의 수술 소식에는 오열하고, 의사는 오빠의 폭력에 고막이 찢어진 은희에게 ‘진단서 끊어줄까?’ 묻는다. 새내기 감독에게 배우와 스태프들이 감독의 OK 사인 하나만 바라보는 촬영 현장은 아직도 버겁지만, 몇 프레임 차이로 뉘앙스가 바뀌는 편집의 리듬은 조금씩 체화하는 중이다. 직업적 굴레였던 여성이라는 정체성도, 지금은 축복으로 여긴다. “소수자로 살아간다는 건 분명 힘들지만, 그만큼 많은 이들과 연대할 수 있는 장이 열린 겁니다. 다른 사람들의 아픔에 팔짱 끼고 구경하지 않게 되는 거죠. 관객들이 영화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는 목소리를 만들어 가고 싶어요.”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페이커, 공개할 수 없는 연봉 수준 “은퇴 후 기부할 것”

    페이커, 공개할 수 없는 연봉 수준 “은퇴 후 기부할 것”

    세계 최정상 프로게이머인 페이커(본명 이상혁·23)가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각종 소문에 대한 솔직한 답변을 내놨다. 1일 밤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는 ‘올해도 잘 될 거야 아마두’ 특집으로 슈퍼주니어 김희철, 게이머 페이커, 뮤지컬배우 김소현, 메이크업아티스트 정샘물이 게스트로 출연했다. 이날 김희철은 “스케줄이 안 맞아 그동안 출연을 거절해왔는데 오늘 크리스마스인데도 파티를 모두 취소하고 나왔다. 이유는 페이커”라며 “너무 떨린다. 게임하는 분들에게는 ‘리빙 레전드(살아있는 전설)’인 분”이라고 극찬했다. 스페셜 MC로 함께한 도티도 “페이커 선수가 손흥민 방탄소년단과 함께 한국을 알린 3대장으로 꼽혔다”고 설명했다. 페이커는 “중국에서 100억대 연봉을 제안했고 북미에서도 백지 수표를 제안했다”는 소문에 “실제로 계약서를 본 적은 없지만 나도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해외 구단과 계약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타지 생활이 불편한 것도 있지만 금액을 떠나 한국에서 생활하는 게 나에게 맞다고 생각했다. 잘하는 선수도 많고 경쟁력 있는 한국에서 하는 게 재밌어서”라며 “한국 대표로 자리 잡다 보니 많은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김희철은 “페이커는 경기 비용을 빼고도 광고 수입 등 그 외 매출액이 더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봉 50억원설’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계약상 연봉은 공개할 수 없다. 그런 소문이 있긴 하더라”며 “비밀을 잘 이야기하지 않는다. 부모님과 돈을 관리해주는 친척과 나 말고는 내 연봉을 모른다”고 말을 아꼈다. 이에 ‘라디오스타’ MC들은 지난해 롤드컵 우승 상금이 74억원이었다는 것을 강조했다. 김희철은 “아까 50억원 이야기할 때 페이커가 약간 비웃었다. ‘왜 나를 그 정도로밖에 소개하지 않나’라고 생각한 것”이라고 말했고 페이커는 대답 대신 미소만 지었다. 1세대 프로게이머이자 선배 임요환과의 비교에 대해서는 “매번 비교할 수 없다고 말씀드린다. 내 개인적인 기준에서는 임요환 선수가 더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아예 없는 길을 새로 만들었으니까. 나는 선배들이 만들어준 길을 걸어왔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연애 경험을 묻는 질문에는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면 시간도 없고 서로에게 불편할 것 같아 프로게이머를 하면서 연애를 한 적은 없다”고 밝혔고 결국 MC들의 집요한 질문 공세에 ‘모태솔로’임을 인정했다. 또한 키스신 토크 등이 나올 때마다 물을 벌컥벌컥 들이켜며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으로 귀여운 순수 매력을 드러냈다. 어마어마한 수입을 올리는 페이커지만 한 달 소비하는 금액이 20만원이라고. 페이커는 “평소에 돈을 잘 안 쓴다. 치약과 칫솔 없을 때 사는 정도”라며 “취미 활동도 없고 술도 안 마신다. 책을 읽긴 하지만 돈 쓸 일이 딱히 없다. 검소가 몸에 배서 선수 생활할 때는 안 쓰지만 은퇴하면 나를 위해 쓰지 않을까 싶다”고 털어놨다. “은퇴 후 어디에 돈을 쓰고 싶냐”는 질문에 페이커는 “기부하고 싶다”고 대답해 또 한 번 놀라움을 안겼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2020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발이 도마가

    [2020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발이 도마가

    엄마는 내가 좀 특별한 아이래요. 내가 뭘 잘 하든 못하든, 그건 내가 특별하기 때문이라고 말하죠. 오빠는 내가 좀 이상한 아이래요. 내가 뭘 잘하든 못하든, 진짜 이상하다고 혀를 차요. 엄마가 다른 사람 보고 혀 차는 건 나쁜 버릇이랬는데. 난 글을 잘 못 읽어요. 초등학교 2학년이지만, 친구들과 좀 다르거든요. 잘 못 읽고, 잘 쓰지도 못해요. 아직 내 이름을 쓰는 것도 어려워요. 1학년 때는 받아쓰기를 빵점만 받았는데, 엄마는 그래도 항상 잘했다고 칭찬해 줬어요. 어차피 선생님이 불러 주는 건 받아 쓸 수 없으니, 나는 글자 대신 그림을 그렸어요. 가끔은 생각나는 글자를 한 글자씩 마음대로 쓰기도 하고요. 엄마는 빨간 줄이 주욱주욱 그어진 받아쓰기 공책을 한참씩 들여다보며 맞는 글자를 찾았어요. “와, ‘가’ 자에 ‘ㄱ’을 이번엔 거꾸로 쓰지 않고 아주 예쁘게 잘 썼네!” 한 줄에 한 글자씩만 똑바로 쓴 글자가 있어도, 엄마는 백점만큼 잘한 거라고 칭찬해 줬어요. 빵점을 맞아도 방실방실 웃는 나와 엄마를 보면서 오빠는 옆에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혀를 찼죠. “무슨 초등학생이 글자를 모르냐고?” 아, 혹시 우리 오빠처럼 오해할까봐 다시 말하는 건데요, 전 글자를 못 읽는 게 아니라 글을 못 읽는 거예요. 물론 얼마 전까지는 글자도 잘 못 읽었지만. 오빠는 자꾸 그게 그거라고 하는데, 그건 분명히 다르거든요. 자꾸 헷갈리는 표정인 걸 보니 우리 오빠처럼 이해를 잘 못하시는군요? 그러니까 저는 ‘가’를 읽을 수 있고 어렵지만 ‘방’도 읽을 수 있어요, 이제. 하지만 아직 ‘가’하고 ‘방’이 붙으면 머릿속에서 글자들이 막 춤을 추며 날아다녀요. 글자만 보고는 무슨 뜻인지 이해가 잘 안 돼요. 하지만 괜찮아요. 언어치료 선생님이 한 글자를 읽을 수 있게 된 것처럼 언젠가 두 글자가 만나도, 세 글자가 만나도 잘 읽게 되는 시간이 올 거라고 했어요. 학교에서도 난 좀 특별해요. 선생님과 친구들이 날 아주 많이 도와준다는 걸 알고 있어요. 선생님은 수업 시간에 칠판에 글을 열심히 쓰고 난 후에도 꼭 나와 눈을 맞추고 다시 한번 읽어 주세요. 내가 잘 모르겠다고 눈을 깜빡거리고 있으면 두 번이고, 세 번이고 다시 읽어 주세요. 그건, 선생님과 나 사이의 신호 같은 거예요. 내가 고개를 끄덕일 때까지 선생님은 몇 번이고 다시 읽어주시죠. 어떨 땐 다른 친구가 일어나서 읽어 주기도 해요. 내가 고개를 끄덕일 때까지 지훈이, 예슬이, 선우, 지은이. 계속 계속 읽어 주죠. 받아쓰기를 한 후에도 선생님은 내 공책에는 빨간 줄 대신 색연필로 그림을 그려주세요. 어차피 내 마음대로 쓴 글자지만 선생님은 정답을 찾는 게 중요한 게 아니랬어요. 그래서 내 받아쓰기 공책은 1학년 때처럼 빨간 비가 오는 공책이 아니라, 노란색 애벌레가 점점 자라 허물을 벗고 예쁜 분홍나비가 되어 가는 그림이 예쁘게 그려져 있죠. 그런데요, 우리 선생님은 글자도 예쁘게 잘 쓰고, 예쁜 목소리로 동화 구연도 잘하시고 다 잘 하시는데, 나보다 애벌레는 못 그리는 것 같아요. 처음 선생님의 애벌레 그림을 보고는 우리 오빠가 휴지 위에 뱉어 놓은 껌인 줄 알았다니까요. 어느 날 점심시간이 끝나갈 때쯤,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김민철이 우리 교실에 들어왔어요. 김민철은 1학년 때부터 친구들을 자꾸 괴롭히던 아이예요. 엄마에게 일렀더니, 엄마는 “민철이가 너무 심하게 굴면 선생님이나 엄마에게 다시 한번 자세히 이야기해 줘. 하지만 민철이가 친구들과 더 친해지고 싶어서 그러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 엄마는.” 하고 말했었죠. 민철이는 우리 교실을 한 바퀴 쓱 둘러보고는 내 앞에 앉은 예슬이 책상 앞으로 다가왔어요. “야, 너 아까 문방구에서 콜라볼 사더라. 나 한 줄만 줘.” “안 돼. 이거 이따 방과 후 수업 전에 애들이랑 나눠 먹기로 했단 말이야.” “참나, 어차피 나눠 먹을 거니까 나도 좀 달라고. 너 아침에 문방구에서 불량식품 사왔다고 니네 선생님한테 다 이른다.” 예슬이는 민철이를 째려보며 가방에서 콜라볼을 꺼냈어요. “이걸 어떻게 나눠 달라는 거야?” “가위로 반 잘라 주면 되겠네.” “한 줄만 달라며?” “마음이 바뀌었어.” 예슬이는 화가 났는지 곧 울음이 터질 것같이 빨간 얼굴이 되었어요. 예슬이가 울게 생겼는데 내가 어떻게 나서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그리고 콜라볼은 예슬이가 방과 후 수업 가기 전에 나에게도 나눠 주기로 했던 거란 말이에요. “야, 김민철. 너 왜 예슬이 괴롭혀?” “니가 뭔데 그래.” “친구 거 뺏는 건 나쁜 거잖아.” 점점 주변으로 아이들이 모여들었어요. 웅성웅성 우리 반 친구들이 한 마디씩 거들기 시작했어요. “무슨 일이야?” “김예슬 울어? 왜 울어?” “김민철, 너 왜 김예슬 울려?” “왜 남의 반에 와서 난리래?” 김민철의 얼굴도 점점 빨개지기 시작했어요. 그러더니 김민철이 나를 툭 밀며 말했어요. “야, 너 장애인이라며?” “뭐라고?” “우리 형이 그러는데, 너 글자 못 읽는 장애인이랬거든? 뭐라 그랬지? 나, 난, 뭐라고 했는데.” 당황스럽고 속상한 마음에 내 눈에도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어요. 우리 오빠가 울면 지는 거라고 그랬는데, 울면 안 되는데…. 나는 꾹 참으며 김민철에게 소리쳤어요. “장애인이 뭐 어때서? 그래서 뭐 어쩌라고!” 예슬이도 벌떡 일어나서 김민철에게 따지며 소리쳤어요. “너 진짜 못됐구나!” 곁에 있던 친구들도 화난 목소리로 김민철에게 한마디씩 했어요. “야, 김민철! 우리 엄마가 친구한테 못되게 굴면 다시 다 자기한테 돌아온다고 했어.” “야, 박하민 장애인 아니거든!” “맞아, 글자 좀 못 읽는 거 가지고! 그건 배우면 되는 거지!” “우리 아빠가 사람은 다 똑같은 거라고 했거든. 막 다른 사람 차별하고 무시하고 그러면 안 된다고.” 그 순간 나는 참고 참던 울음이 터져 나왔어요. 그건 김민철이 미워서가 아니라, 장애인이라는 말을 들은 게 속상해서가 아니라, 내 편이 되어 준 친구들이 고마워서 터져 나온 울음이었어요. 김민철은 당황한 표정을 하고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어요. “아니, 우리 형이 그랬다고. 내가 그런 게 아니라.” 나는 아예 책상에 엎드려 울어 버렸고, 김민철이 언제 어떻게 가버렸는지는 모르겠어요. 5교시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나는 내 방에 들어가 그림을 그리고 있었어요.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기분이 점점 좋아지거든요. 난 힘들고 속상한 일은 금방 잊어요. 그건 오빠도 인정한 나의 특별한 점이에요. 그런데 학교에서 방과 후 수업을 마치고 온 오빠가 집으로 들어오며 시끄럽게 내 이름을 불러댔어요. “박하민! 박하민! 엄마, 박하민 어디 있어요?” 소란스럽게 내 방 문을 연 오빠는 나를 다그쳐 물었어요. “야, 김민철이 몇 반이야? 오늘 너 괴롭혔다며?” “어, 어떻게 알았어?” “방과 후 시간에 다 들었어.” 오빠의 방과 후 수업은 줄넘기 수업이었으니, 아, 지훈이가 오빠에게 다 얘기했나 봐요. 그리고 오빠는 다시 엄마에게 들은 이야기를 다 전했죠. “우리 하민이가 많이 속상했겠네.” “괜찮아요. 우리 반 친구들이 다 내 편이 돼서 김민철한테 막 뭐라고 해줬어요.” “우리 하민이 곁에 좋은 친구들이 많아서 감사한 일이네.” 엄마가 날 보고 웃어주자 오빠가 투덜댔어요. “엄마, 그냥 그렇게 넘어갈 게 아니라, 내일 가서 혼내줘야 한다니까요. 김민철 몇 반이냐고?” “아, 오빠는 참견하지 말라고. 무슨 5학년이 2학년하고 싸우려고 하냐고.” 나는 오빠가 정말 김민철을 찾아가서 혼내줄까봐 걱정이 됐어요. 다음날 나는 학교에 가자마자 지훈이에게 가서 다짐을 받았어요. “야, 오늘 우리 오빠가 너한테 김민철 몇 반이냐고 물으면 절대 알려주면 안 돼! 알겠지?” “왜?” “우리 오빠가 김민철 혼내주러 간다고 했단 말이야. 절대 안 돼! 알겠지?” “진짜? 하랑이 형이 김민철 혼내준대? 우와, 형 멋지다!” “멋지긴 뭐가 멋져? 5학년이 2학년하고 싸우는 게 말이 되냐고! 알겠지? 절대 알려주면 안 돼!” 난 오빠가 2학년 교실을 뒤지고 다닐까 봐 하루종일 걱정이 돼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어요. 김민철 때문에 좀 속상했던 건 사실이지만, 그건 벌써 어제 일인걸요. 그리고 5학년이 2학년을 불러서 시비를 거는 건 너무 치사한 일이잖아요. 오전 수업이 끝나고 점심을 먹은 난 도서관이 있는 4층으로 올라가려고 교실을 나섰어요. 그런데 오빠가 2학년 교실이 모여 있는 2층 복도를 성큼성큼 걸어가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나는 깜짝 놀랐지만 오빠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뒤로 살살 걸어가다가 김민철네 반으로 냅다 들어갔어요! “김민철, 도망가!” 하지만 교실엔 김민철이 없었어요. “야, 아직 김민철 급식 먹으러 갔다가 안 왔어!” 아, 괜히 큰 소리로 김민철을 부르는 바람에 옆 반 교실을 지나던 오빠가 내 목소리를 듣고 달려왔어요. “김민철이 어디 있다고?” 나는 숨이 차도록 달려서 급식실로 가다가 1층 복도에서 어슬렁거리고 있는 김민철을 만났어요. “야! 김민철! 우리 오빠가 너 잡으러 쫓아오고 있어! 빨리 도망쳐!” “뭐라고?” “빨리 도망가라고!” 나는 김민철의 팔을 붙잡고 급식실 안 쪽, 선생님들이 아직 식사 중인 식탁 옆으로 뛰어갔어요. “박하민, 멈춰! 급식실에선 위험하니까 절대 뛰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을 텐데?” 선생님에게 잡힌 나는 숨을 몰아쉬며 뒤를 돌아봤어요. 오빠가 급식실 입구에서 우리를 못마땅하게 쳐다보고 있었어요. “후! 하! 그러니까요, 선생님. 뛰면 안 되는 건 아는데, 안 뛸 수가 없어서….” 내가 채 말을 끝내기도 전에 김민철네 담임선생님도 김민철을 보고 큰 소리로 말했어요. “아이고, 우리 민철이가 같이 뛰었구나! 아까도 쉬는 시간에 복도에서 뛰다가 혼난 걸 그새 잊으시고?” 우리는 담임선생님을 따라 우리 교실로 와서는 점심시간이 끝날 때까지 교실 뒤 사물함 앞에 가만히 서 있어야 했어요. “자, 가만히 서서 급식실에서 뛰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반성하고 있어.” 선생님은 교실 앞 선생님 책상으로 가서 수업 준비를 하셨어요. “박하민, 너 때문이잖아!” “야, 그래도 이게 나을걸. 우리 오빠한테 잡히는 것보다. 우리 오빠가 너 잡으면 가만 안 둔댔단 말이야!” 김민철이 입을 꾹 다물었어요. “야, 김민철. 오늘 5학년도 5교시 하는 날인 거 알지? 너 이따가 학교 끝나면 무조건 집까지 뛰어가라. 문방구 같은 데 들렀다가 우리 오빠랑 마주치지 말고. 알겠냐?” 김민철은 한숨을 푹 쉬며 물었어요. “야, 니네 오빠가 날 언제까지 잡으러 다닐까?” “글쎄. 그건 잘 모르겠지만, 우리 오빠도 바쁜 사람이고, 뭐 나한테 그렇게 관심이 많지는 않으니까 며칠 있으면 잊어버리지 않을까?” “니네 오빠 힘 세?” “우리 오빠 여섯 살 때부터 태권도 다녔거든.” 김민철의 한숨 소리가 더 커졌어요. “그리고, 혹시라도 니네 형한테 우리 오빠 얘기하면 안 된다. 5학년들끼리 싸우면 엄청 무섭댔어.” “야, 나도 그 정도 눈치는 있거든!” “누가 반성하랬더니 시끄럽게 떠들지?” 투닥거리는 우리 소리를 들으셨는지, 선생님이 주의를 주셨어요. 우리는 동시에 입을 꾹 다물고 바짝 서 있었죠. 점심시간이 끝나기 5분 전 예비종이 울렸어요. “자, 민철이는 너희 교실로 가서 수업 준비해. 하민이도 자리로 들어와 앉고.” 나는 교실로 돌아가는 김민철을 쳐다보며 입을 삐죽거렸어요. “잘 가라.” 내 인사를 듣고는 잠시 머뭇머뭇 대던 김민철이 조용히 소근거렸어요. “박하민, 미안해. 어젠 내가 좀 나빴어. 그리고 사실, 나도 아직 받침 두 개 달린 글자는 잘 몰라.” “야, 나는 그거랑은 좀 다르다니까.” “어쨌든 미안한 건 미안하다고.” 김민철은 자기 할 말만 후다닥 하고는 자기 교실로 쪼르르 가버렸어요. 참, 나. 나는 피식 웃음이 났어요. 난 그거랑 좀 다른데. 하지만 상관없어요. 지금 중요한 건, 오늘은 5학년도 5교시 수업까지 한다는 거니까. 나는 서둘러 종합장을 꺼내 크게 글자를 썼어요. 우리 오빠가 김민철을 찾기 전에 내가 이 쪽지를 김민철에게 먼저 전해줄 수 있을까요?
  • 박스 터질까 봐 세제도 병도 못 넣어… ‘끈 없는’ 장보기 첫날 당혹

    박스 터질까 봐 세제도 병도 못 넣어… ‘끈 없는’ 장보기 첫날 당혹

    종이상자에 무거운 물건은 빼고 담아 집에서 테이프·끈 들고 온 ‘준비파’도 외국인 “출국 때 가져가야 하는데 난감” 장바구니·종량제 봉투 사는 손님 늘어 시민들 “불편하지만 환경에 도움될 것”“이건 무거워서 안 되겠다, 빼, 빼.” “아이, 장바구니를 가져왔어야 하는데….” 1일 서울 영등포구 이마트 영등포점을 찾은 황의동(36)씨는 새해를 맞아 장을 본 뒤 자율 포장대 앞에서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이날은 환경부와 체결한 ‘장바구니 사용 활성화 점포 운영 자발적 협약’에 따라 롯데마트·이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가 포장용 테이프와 플라스틱 끈을 제공하지 않은 첫날이다. 갑자기 테이프와 끈이 사라지다 보니 급한 대로 박스 하단을 딱지처럼 접어 쓰는 사람이 많았다. 황씨는 “상자가 약한데 테이프가 없어서 물건이 밑으로 다 빠질까 봐 불안하다. 2ℓ 세제를 담았더니 박스가 찢어졌다”고 말했다. 황씨처럼 제도가 바뀐 줄 몰라 당황하며 불편을 호소하는 손님이 적지 않았다. 이마트 영등포점에서 장을 본 50대 부부는 종이상자에 물건을 담았다가 빼는 일을 한참 반복했다. 이 부부는 결국 상자에 넣었던 와인 2병을 도로 꺼내면서 “병은 떨어지면 깨질 테니까 그냥 들고 가야겠다”고 했다. 일본에서 친구와 여행 왔다는 나카가와 모에(17)는 “일본 친구들에게 한국 과자를 선물해 주려고 했는데, 포장할 끈과 테이프가 없어 당황스럽다”면서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모르겠다”며 진땀을 흘렸다. 싱가포르에서 왔다는 캔드릭 엔지(31)도 상자 아래 바닥을 두 손으로 받치며 “출국 전 가져갈 물건을 잔뜩 샀는데 테이프가 없어 물건이 쏟아질 것 같다”고 걱정했다. 집에서 테이프나 끈을 미리 챙겨 온 ‘준비파’도 있었다. 이마트 영등포점을 찾은 장모(50)씨는 “지난번에 안내 글을 본 기억이 나서 오늘 테이프를 챙겨 왔다”며 “장바구니는 물건이 많이 안 담기고, 너무 무거우면 손잡이가 끊어지는 일도 있어 상자보다 훨씬 불편하다”고 말했다. 돈을 내고 종량제 봉투를 사는 손님도 늘었다. 하지만 봉투가 비닐인 탓에 무거운 물건을 담기에는 불편하다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롯데마트 서울역점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1일 한정으로 3만원 이상 구매자들에게 작은 장바구니를 나눠주기도 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외국인이나 노인 등 제도가 바뀌는 걸 몰라 당황하는 분들이 있을까 봐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시민들은 불편을 토로하면서도 환경보호 취지에는 공감했다. 서울 마포구 홈플러스 합정점을 찾은 이정화(77)씨는 “환경을 보호하려면 덜 쓰고 아껴야 한다”며 “테이프가 없어서 불편하긴 하지만 플라스틱 쓰레기를 생각하면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그간 고객들이 박스 포장을 할 때 밑이 터지지 않게 일부만 테이프로 봉하는 게 아니라 아예 박스 전체를 둘둘 감싸는 등 지나치게 테이프를 낭비하는 측면이 있었다”면서 “당장은 불편하겠지만 정책이 바뀌었으니 앞으로 장바구니 활용이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진선민 기자 jsm@seoul.co.kr윤연정 기자 yj2gaze@seoul.co.kr
  • 10명 중 7명 “최저임금 인상 경제에 부담… 더 안 올려도 된다”

    10명 중 7명 “최저임금 인상 경제에 부담… 더 안 올려도 된다”

    소득주도성장을 기조로 내건 문재인 정부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가장 핵심적인 경제정책이다. 2018년과 지난해 가파르게 최저임금을 끌어올렸으나 경제에 부담이 된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올해는 2.9% 오른 시간당 8590원으로 속도를 조절했다. 국민 10명 중 7명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1일 서울신문이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10명 대상)에서 최저임금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절반에 가까운 48.0%가 “최저임금은 현재 수준이 적절하다”고 답했다. 되레 “인하해야 한다”는 의견도 22.0% 나왔다. 현재 수준 유지와 인하를 합쳐 70%가 최저임금 추가 인상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것이다. “더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은 27.8%에 그쳤다. 모든 연령과 직업, 지지 정당, 이념을 통틀어서 최저임금 인상 의견이 유지보다 많게 나온 경우는 없었다. 60세 이상에선 인하(28.0%)가 인상(16.6%)보다 많았고, 격차가 줄긴 했지만 50대(29.8%-27.1%)도 마찬가지였다. 최저임금 인상 부담이 가장 큰 자영업자 역시 인하(33.7%)가 인상(21.7%)보다 훨씬 많았다. 정부 지지층에서도 최저임금 인상 목소리가 크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 인상에 표를 던진 비율은 37.5%에 그쳐 유지(51.3%)보다 13.8% 포인트 낮았다. 민주당과 정치적 성향이 비슷한 정의당 지지층도 유지(43.2%)가 인상(37.5%)을 웃돌았다. 자유한국당 지지층은 인하(42.7%) 의견이 유지(42.4%)를 제쳐 가장 많았고, 인상은 소수(13.2%)에 불과했다. 이념별로도 진보에서 인상(39.3%) 목소리가 유지(46.0%)보다 강하지 않았다.●“최저임금 급격 인상 땐 고용 감소 등 부작용”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근로자 후생을 늘리기 위해 정부가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인데, 너무 급격하게 인상하면 고용이 줄어들어 오히려 부작용이 나타난다”며 “국민 인식과 정부 정책 간 괴리를 줄이기 위해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완만하게 조절하고 충격이 크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달 역대 부동산 대책 중 가장 강력하다는 ‘12·16 대책’이 나왔지만, 올해 집값은 상승에 베팅한 쪽이 더 많았다.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38.8%)이란 응답이 가장 많이 나온 가운데 ‘소폭 상승할 것’(22.7%)이 뒤를 이었다. ‘크게 상승할 것’(8.3%)까지 합치면 31.0%가 올해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진단했다. 반면 하락 전망은 ‘소폭’(20.1%)과 ‘대폭’(3.4%)을 합쳐 23.5%에 그쳤다.다만 부동산 전망은 지역별로 엇갈려 양극화 현상을 보였다.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주목받는 서울에선 상승(37.1%) 의견이 보합(36.5%)과 하락(20.5%)을 앞질렀다. 12·16 대책으로 인해 15억원 이상 고가 주택은 주택담보대출 자체가 금지되고, 9억원 이상 주택도 담보대출비율(LTV)이 큰 폭(9억원 초과분 40%→20%)으로 낮아졌지만 효과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 많은 것이다. 인천·경기에선 보합(36.3%) 의견이 우세한 가운데 상승(32.3%)이 하락(25.5%)을 웃돌았다. 반면 광주·전남은 하락(27.0%) 의견이 상승(18.6%)보다 많았고, 강원·제주(32.0%-27.9%)도 마찬가지였다. 분양가 상한제와 12·16 대책으로 전반적인 주택 경기는 둔화될 수밖에 없는데, 서울이나 수도권이 아닌 지방이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가 깔려 있다.●“부동산 시장 실소유자 중심으로 재편 시급”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는 집값이 오르기 전에 예방하는 ‘정책’이 아닌 집값이 오르면 막는 땜질식 ‘대책’만 내놓았기 때문에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보유세 강화를 통한 실소유자 중심의 부동산 시장 재편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해선 10명 중 6명(60.3%)이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원래 방안대로 가야 한다’(35.1%)는 것보다 25% 포인트 이상 많았다. 지난해 7월부터 300인 이상 기업에 시행된 주 52시간제는 올해부터 50~299인 기업에도 확대 적용된다. 다만 정부는 중소기업 여건을 고려해 1년간 단속 유예 방식으로 계도기간을 줬다. 직업별로는 자영업자(조정 필요 61.1%-원안 유지 35.2%)와 생산직(블루칼라·65.8%-29.6%) 등에서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주 52시간제로 종업원 고용을 늘려야 하거나 근무시간 감소로 실제 임금이 줄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직업이다. 진보 성향(60.4%)과 민주당(57.8%) 및 정의당 지지층(55.6%) 등에서도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주류였다. 다만 가정주부는 조정 필요(51.5%)와 원안 유지(40.2%) 간 격차가 상대적으로 좁아 주 52시간제에 대한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세종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툰베리 부친 “딸이 홍보용 아바타?…사람들 미움살까봐 걱정된다”

    툰베리 부친 “딸이 홍보용 아바타?…사람들 미움살까봐 걱정된다”

    스웨덴의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6)의 아버지가 딸에 대한 걱정을 드러냈다. 30일(현지시간) 영국 BBC는 그레타 아버지와의 인터뷰 내용을 전했다. 인터뷰를 위해 간판 앵커 미샬 후세인이 스웨덴으로 날아갔다. 연극배우인 그레타의 아버지 스반테 툰베리(50)는 환경운동을 위해 딸이 학업을 중단하는 것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딸이 환경운동의 전면에 나서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내비쳤다. 그레타가 환경운동에 뛰어든 후 훨씬 행복해지긴 했지만, 사람들의 미움을 산 것이 걱정스럽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본격적으로 환경운동에 뛰어들기 3, 4년 전까지만 해도 그레타는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소녀의 아버지는 “딸은 말을 잃었다. 학교에도 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곡기를 끊은 탓에 체중도 10㎏가량이나 줄었다. 툰버그는 “부모로서 그보다 더 끔찍한 상황은 없었다”라고 회상했다. 그레타는 선택적 자폐와 아스퍼거증후군 진단을 받았다.그런 소녀가 기후 문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적극적인 변화가 생겼다. 그레타는 “기후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인권을 논하는 것은 엄청난 위선”이라고 역설하며 비행기를 타지 말라고 부모를 설득했다. 그 후로 아버지는 완전채식주의자가 되었고, 오페라 가수인 어머니 말레나 에른만(49)은 비행기를 타야 하는 해외공연은 포기했다. 그레타의 아버지는 “기후를 살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아이를 구하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내겐 두 딸이 전부다. 그저 아이들이 행복하기만을 바란다”라고 말했다. 그런 아버지에게 딸에 대한 가짜뉴스와 비난은 큰 걱정거리다. 그는 자신의 딸이 환경 문제 때문에 삶의 형태를 바꾸고 싶어 하지 않는 이들의 숱한 공격과 마주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레타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일각에서는 그레타가 기업과 가족의 조종을 받는 홍보용 아바타에 지나지 않는다며 깎아 내기리를 시도하고 있다. 세계적인 10대 환경운동가를 딸로 둔 아버지는 “아마도 유명해진 내 딸이 평범하지 않은, 비범하고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거다. 하지만 내게 그레타는 그저 춤을 좋아하고 웃음이 많은 평범한 소녀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버지의 우려와 달리 그레타는 사람들의 미움에 잘 대처하고 있다. 툰베리는 “다행히 딸은 사람들의 비판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잘 대처하고 있다”면서 “대부분 웃어넘긴다. 재밌어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상황이 더 악화되는 것은 경계했다. 또 그레타가 학업을 이어가기를 바란다는 뜻도 전했다. 그레타는 현재 학교를 휴학한 상태다. 오는 3일 그레타가 17살이 되는 것에 대해서는 “딸의 여정에 더이상 동행할 필요가 없겠지만, 만약 딸이 나를 필요로 한다면 얼마든지 노력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러면서도 딸이 혼자서도 훌륭하게 모든 활동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며 굳건한 믿음을 드러냈다. 한편 비행기를 꺼리는 그레타를 만나러 가면서 항공편을 이용한 것에 대해 비판이 일자 BBC 측은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할 시간이 없었다”라면서 대신 저명한 동물학자 데이비드 애튼버러와 그레타의 만남은 화상전화를 이용했다고 해명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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