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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석열에 ‘경고’와 ‘신뢰’ 보낸 문 대통령 “檢개혁 앞장서야”

    윤석열에 ‘경고’와 ‘신뢰’ 보낸 문 대통령 “檢개혁 앞장서야”

    “권력에 굴하지 않는 수사로 국민 신뢰”“檢수사권처럼 대통령 인사권도 존중해야”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신뢰와 경고 메시지를 동시에 보냈다. 윤 총장이 검찰개혁을 차질없이 추진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한편 권력에 굴하지 않는 모습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었다고 추켜세웠다. 문 대통령은 윤 총장에 대해 “엄정한 수사, 권력에도 굴하지 않는 수사, 이런 면에서는 이미 국민에게 신뢰를 얻었다”며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찰조직문화 개선에 앞장서면 더 신뢰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검찰 개혁은 검찰 스스로 주체라는 인식을 가져줘야만 가능하고 검찰총장이 가장 앞장서줘야만 수사관행 뿐 아니라 조직문화 변화까지 이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왜 자꾸 검찰은 나무라냐는 억울한 생각을 가질 수 있지만 수사권이 절제되지 못한다거나 피의사실 공표로 여론몰이를 하는 초법적 권력과 권한이 행사된다고 국민이 느끼기에 검찰개혁이 요구되는 것”이라며 “검찰이 겸허히 인식해야 한다. 권한이 과거보다 줄긴 했지만 검찰 권력은 여전히 막강하다”고도 했다. 최근 검찰 고위직 인사를 둘러싼 파동에 대해서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손을 들어줬다.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이) 제3의 장소에 인사 명단을 가져와야만 의견을 말할 수 있겠다‘고 한다면 인사프로세스에 역행되는 것”이라며 “과거에 만약 그런 일이 있었다면 그야말로 초법적 권한, 권력을 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검찰 수사권이 존중돼야 하듯이 법무장관과 대통령의 인사권도 존중돼야 한다”고 밝혀 윤 총장에게 직접 경고성 메시지도 보냈다. 다만 “그 한 건으로 저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평가하고 싶지 않다”며 신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청와대를 겨냥한 검찰 수사에 대해서는 “검찰개혁은 그 이전부터 꾸준히 진행된 작업이고 청와대 수사는 오히려 그 이후 끼어든 과정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서도 “검찰개혁에 기여가 굉장히 크다”며 “조 전 장관이 지금까지 겪은 고초만으로도 저는 크게 마음의 빚을 졌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전문] 문재인 대통령 신년회견 중계

    [전문] 문재인 대통령 신년회견 중계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갖고 내외신 출입 기자들과의 문답을 통해 새해 국정구상을 공개했다. ‘확실한 변화, 대한민국 2020’이라는 부제로 열린 이번 회견은 오전 10시부터 진행됐고 TV로도 생중계됐다. 청와대 출입 기자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정치·사회, 민생·경제, 외교·안보 등 세 가지 주제로 질의응답이 이뤄졌다. 다음은 문 대통령과의 일문일답. Q.문재인 대통령의 신뢰에 대해서 묻겠다. 먼저 남북관계 관련한 신뢰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답방 여건의 마련을 위해 남북이 같이 노력하자고 제안했다. 이를 북한은 사실상 거부했고 미국에서도 제재 완화와 관련해 앞서가지 말란 신호를 보내는 것 같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 그리고 김 위원장 답방에 대해 여전히 신뢰하나. 아울러 검찰과 관련된 신뢰에 대해 묻겠다. 대통령은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며 국민의 신뢰를 받고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할 수 있는 분이라 격려했다. 하지만 이후 항명 논란이 있었다. 여전히 대통령은 윤 총장을 신뢰하나. -두 가지 다 참 답하기 어려운 문제다. 지금 남북 간 그리고 북미 간 대화 모두 현재 지금 낙관할 수도 없지만, 비관할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께서 김 위원장의 생일을 축하한 과정 때문에 논란이 좀 있었다.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이 한미일 3국 안보당국자 간 회의를 위해 방미 했을 때 사전 예정 없이 트럼프 대통령이 집무실로 불러서 김 위원장에게 생일축하의 메시지를 꼭 좀 전해달라고 당부했다. 물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생각했는지 별도로 친서를 똑같은 내용으로 북측에 보냈다. 저는 그 사실이 아주 긍정적이라고 평가한다. 많은 분들은 ‘뭔가 도발적 행위가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염려까지 있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생일을 기억하고 축하메시지를 보내면서 대화 메시지를 여전히 강조한 것은 대단히 좋은 아이디어였고, 높이 평가를 하고 싶다. 북한도 그 친서를 수령했고 또 그에 대한 반응을 즉각 내놨다. 두 정상 간 친분관계도 다시 한번 더 강조를 했고 북한의 요구가 수긍돼야만 대화할 수 있단 대화의 전제를 달기는 했지만 여전히 대화의 문을 닫지 않았다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지금 북미 간 대화가 활발한 상태는 아니지만 여전히 대화를 이뤄가려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양 정상 간 신뢰는 계속되고 있고 그런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저는 대단히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남북 간도 마찬가지다. 남북 간도 외교란 것은 눈에 보이는 부분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들이 더 많이 있다. 북미관계 대화의 교착 상태와 맞물리면서 남북관계도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러나 대화를 통해 협력을 늘려나가려는 노력들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고 충분히 잘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저는 낙관적인 전망을 가지면서 추진해 나가고 있다. 윤석열 총장의 검찰은 어제부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만 아니라 검경수사권 조정이라는 제도적인 개혁작업이 끝났다. 검찰의 권한이 과거보다 줄긴 했지만 검찰은 여전히 주요 사건들의 직접 수사권을 갖고 있고, 경찰이 직접 수사권 갖는 사건에 대해서도 영장청구권을 갖고 있으면서 여러 가지 수사를 지휘 통제할 수 있는 요소들이 있기 때문에 검찰 권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기소권도 공수처에서 판검사 기소권만 갖게 되고 나머지 기소권은 여전히 검찰의 손에 있기 때문에 검찰의 기소독점도 유지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간 기소되는 판검사 수가 몇 명이나 되겠나. 거의 대부분 국민들은 여전히 검찰의 기소독점상태에 있다. 그래서 개혁 이 부분은 여전히 중요하다. 그리고 검찰의 개혁은 검찰 스스로 우리가 주체라는 그런 인식을 가져줘야만 가능하고 또 검찰총장이 가장 앞장서 줘야만 수사 관행 뿐 아니라 조정문화 변화까지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검찰의 수사와 검찰의 개혁이란 여러 가지 과정들이 청와대에 대한 수사와 맞물리면서 그것이 조금 무슨 권력투쟁 비슷하게 다뤄지는 경향이 있는데 아시다시피 검찰개혁은 그 이전부터, 정부 출범 이후부터 꾸준히 진행해온 작업이고 청와대 수사는 오히려 그 이후에 끼어든 그런 과정에 불과하다. 두 가지를 결부시켜서 생각해주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드리고 싶고, 검찰뿐 아니다. 우리 청와대, 검찰, 국정원, 국세청, 경찰 이런 모든 개혁기관들은 끊임없이 개혁 요구를 받고 있다. 그것은 자칫 잘못하면 이런 기관들이 원래 가진 법적 권한을 뛰어넘는 초법적인 권력이나 권한 지위를 누리기가 쉽기 때문에 그런 것을 내려놓으란 것이 권력기관 개혁요구의 본질이다. 검찰로선 아마도 사회정의 구현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하고 있는데 왜 자꾸 검찰을 보고 나무라느냐란 점에 대해서 억울한 점을, 그런 생각을 가질지 모르겠다. 검찰의 엄정수사 위해선 누구나 국민들이 박수갈채를 보내는 바이고, 그런 과정에서 수사권이 절제되지 못한다거나 피의사실공표가 이뤄져서 여론몰이를 한다거나 초법적 권력 권한이 행사된다고 국민이 느끼기 때문에 검찰이 정의론 대한민국 위해 앞장서서 가장 많은 일을 함에도 불구하고 검찰개혁이 요구되는 것이다. 그 점을 검찰이 겸허히 인식한다면 검찰개혁을 빠르게 이뤄나가는데 훨씬 더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Q.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 평가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평가하나. -검찰의 수사는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나 또는 과거의 권력에 대해서나 또는 검찰 자신이 관계되는 사건에 대해서나 항상 엄정하게 수사돼야 한다. 어떤 사건에 대해 선택적으로 열심히 수사하고 어떤 사건은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수사의 공정성에 오히려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게 될 것이다. 요즘 일어나고 있는 많은 일들은 검찰 스스로가 성찰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리라고 믿는다. 어쨌든 윤석열 총장은 이른바 엄정한 수사, 권력에도 굴하지 않는 수사 이런 면에서는 이미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저는 그 점에 대해서 검찰도 민주적 통제를 받아야 하는 기관이라는 점에서 조금 더 분명히 인식하면서 국민들로부터 비판받고 있는 검찰 조직문화라든지 수사 관행 이런 부분을 고쳐 나가는 부분까지 윤 총장이 앞장서 준다면 국민들로부터 훨씬 더 많은 신뢰를 받게 되리라고 믿는다.Q.검찰 고위간부직 인사가 있었다. 결론적으로 윤 총장의 손발을 잘라내는 인사가 아니었느냐는 시각도 있다. 이 충돌을 문 대통령은 어떤 시각에서 보고 있는지. -법무부 장관이 검찰 사무의 최종 감독자라는 것은 제가 말한 게 아니라 검찰청법에 규정된 것이고, 저는 그 규정을 말한 것이다.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은 항시 계속되는 것이지만, 그런 수사나 재판하고는 별개로 정기 인사는 항상 이뤄져 왔다. 이 부분을 분명히 해야 할 것 같다. 수사권은 검찰에 있다. 그러나 인사권은 장관과 대통령에게 있다. 검찰 수사권이 존중돼야 하듯이 장관과 대통령의 인사권도 존중돼야 하는 것이다. 검찰청법에도 검사의 보직에 관한 인사는 법무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제청하게 돼 있고 법무부 장관은 그 제청에 있어 검찰총장 의견을 듣는 것으로 그렇게 규정돼있다.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에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그럼 총장은 여러 가지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인사의 어떤 큰 방향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고 검찰 수사가 특수부로 너무 편중돼 있어서 형사부나 공판 여러 직역의 공평한 발탁이 필요하다는 말을 대통령이 여러 번 강조한 바 있기에 그런 부분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야기할 수도 있다. 이번 인사가 고검장과 지검장 승진인사였기 때문에, 어느 기수까지 승진 대상으로 삼을 것인가 이런 의견 이야기를 할 수도 있고, 나아가선 인사대상자가 될 만한 사람들에 대한 인사평가 자료를 전달해 참고하게끔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수사 때문에 특별한 문제 있다면 특별히 고려할 사안에 대한 의견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법무부 장관이 그 의견을 들어 인사안을 확정하고 그를 대통령에 제청하는 것이다. 그런데 거꾸로 보도에 의하면 법무부 장관이 먼저 인사안을 만들어 보여줘야만 그에 대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고 했다는 것인데, 그것은 인사 프로세스에 역행되는 것이다. 그리고 또 인사에 관해 의견을 말해야 할 총장이 법무부 장관이 와서 말해달라 그러면 그것도 얼마든지 따라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제3의 장소에서 명단을 가져와야만 할 수 있겠다라고 한다면, 그것도 인사 프로세스에 역행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에 그런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만약에 그런 일이 있었다면 그야말로 아까 제가 말씀드린 초법적 권한, 또는 권력을 누린 것이다. 아마도 과거에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이 검찰 선후배였던 시기에 그때는 서로 편하게 또는 밀실에서 그런 의견교환이 이뤄졌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진 세상인 만큼 내용은 공개되지 않더라도 총장의 인사개진, 법무부 장관의 제청 이런 절차는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한건으로 저는 윤석열 총장을 평가하고 싶지 않다 인사위에서 제청을 하게 돼 있을 때 그 제청의 방식, 또는 의견을 말할 수 있게 돼 있을 때 말하는 방식이 정형화돼 있지 않다. 그리고 제청이나 의견을 말하는 게 어느 정도의 인사에서 비중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라는 점에서도 정립돼 있지 않고 애매모호한 점들이 많다. 그래서 이번 일은 그런 의견을 말하고 제청하고 하는 그런 식의 방식이나 절차가 아주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어났던 일이라고 일단 판단하고, 이번을 계기로 의견을 말하고 제청하는 절차가 투명하게 국민이 다 알 수 있도록 분명하게 정립돼나가기를 바란다. Q.하명 수사 의혹 사건과 관련해서 울산과 청와대, 검찰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울산 공공병원 등 각종 사업들이 검찰 수사와 맞물려 유관 부처에서 소극적으로 지원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제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공공병원이라는 것은 산재모병원이라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보다 융통성 있는 표현으로 공공병원이라는 표현도 했는데, 개인적으로 2012년 대선 때 공약했고, 2017년 대선 때 다시 한번 공약했고 실제로 지역에서 논의는 참여정부, 또는 훨씬 이전부터 논의돼왔다. 그 이유는 울산이 광역시인데 유일하게 광역시도 가운데 공공병원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병원이 타당성 평가라는 벽을 넘지 못했기에 오랫동안 이뤄지지 못하다가 국가균형발전사업 차원에서 각 지자체로부터 의견을 들어서 지자체당 평균 1조원 정도 규모의 예비타당성 면제 사업을 허용했는데, 그 가운데 산재모병원이 포함돼 가능하게 된 것이다. 사업 취지는 검찰 수사와 무관하게 아무런 지장을 받지 않을 것이다. 아마 검찰 수사는 그 과정에서 뭔가 위법한 일이 있지 않았냐 하는 부분을 수사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 검찰 수사는 엄정하게 되어야 할 것이다. 관계없이 산재모병원이라는 사업의 추진은 아무런 변동 없이 계속될 것이라는 약속을 드린다. Q.정세균 신임 총리가 협치내각 구성을 대통령에게 제안하겠다고 했는데 수용하실 의사가 있으신지 궁금하다. 또 취임 초반에 강력하게 드라이브 걸었던 개헌이 수면 아래로 내려간 것 같다. 여전히 의지를 갖고 계시는지 말씀해달라. -협치야말로 우리 정치에서 가장 큰 과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제가 정세균 총리를 후보자로 지명할 때 저도 정 총리도 함께 고심을 많이 했는데 그 이유는 아시다시피 국회의장을 했기 때문에 삼권분립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당연히 있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분을 발탁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그분이 국회의장을 하셨고 늘 대화하고 협력하는 데 역할을 많이 하시는 분이기 때문에 정부와 국회 사이에서 협치의 정치를 마련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당연히 다음 총선 지나고 나면 야당 인사 가운데서도 내각에 함께 할 수 있을만 한 분이 있다면 함께하는 그런 노력을 해나가겠다. 내각제에서 하는 연정과는 다르기 때문에 정당별로, 일률적으로 배정되거나 특정 정당에게 몇석을 배정한다거나 하는 이런 식은 어려우리라고 본다. 그러나 전체 국정철학에 공감하지 않더라도 해당 부처의 정책 목표에 공감한다면 함께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말씀드리고 싶은 점은 협치가 대통령의 의지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방금 말씀드린 노력은 이미 제가 전반기에 여러 차례 했었다. 언론에 보도도 있었지만 야당 인사에 입각 제안했었고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지만, 그보다 더 비중 있는 통합의 정치, 협치의 상징이 될만한 분에 대한 제안도 있었다. 모두가 협치나 통합의 정치라는 취지에는 공감했지만 아무도 수락하지 않았다. 그것은 지금 우리의 정치 풍토, 우리의 정치 문화 속에서는 저는 그분들이 당적을 버리지 않고 기존 당적을 그대로 가지고 기존의 정치적 정체성 유지하면서 함께 해도 좋다고 제안했지만 그럼에도 우리 정부 내각에 합류하게 되면 자신이 속한 기반 속에서는 배신자처럼 평가받는 것을 극복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대통령이 그 부분을 공개적으로 추진하게 되면 그것은 바로 야당 파괴, 야당 분열 공작으로 공격받는 게 우리 정치 현실이다. 당연히 다음 총선 이후에 대통령이 그런 방식을 통한 협치에 노력을 기울이겠지만 총선 통해서 우리 정치 문화도 달라져야 한다. 책임총리라는 이런 카테고리와 별개로 예를 들어 외교조차도 대통령의 외교를 분담해서 할 수 있도록 그런 여러 번의 순방의 기회를 드리기도 하고 순방 때 대통령 전용기를 내어드리기도 하고 매주 국회의장을 만나면서 함께 국무총리를 만나면서 함께 국정 논의하는 노력을 해왔다. 그런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Q.검찰개혁 입법이 국회에서 완료됐는데, 검찰개혁의 불쏘시개라 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여쭙고 싶다. 대통령께서 본 조국 전 장관은 어떤 사람이었나. 정치는 다수의 지지라 생각하는데, 대통령께서 끝까지 밀어붙인 배경을 허심탄회하게 말씀해달라. -공수처법과 검찰개혁, 검경수사권 조정법안의 국회 통과에 이르기까지 조국 전 장관이 민정수석으로서, 또 법무부 장관으로서 했던 기여는 굉장히 크다고 생각한다. 그분의 유무죄는 수사나 재판 과정을 통해서 밝혀질 일이지만, 그 결과와 무관하게 이미 조국 전 장관이 지금까지 겪었던 고초, 그것만으로도 저는 아주 크게 마음의 빚을 졌다고 생각한다. 국민들께도 호소하고 싶다. 조국 장관의 법무부 장관 임명으로 인해서 국민들 간 많은 갈등과 분열이 생겨났고, 그 갈등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점에 대해서 참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이제는 검경수사권 조정법안까지 다 통과됐으니 이젠 조국 장관은 좀 놓아주고, 그분을 지지하는 분이든 반대하는 분이든 앞으로 유무죄는 그냥 재판 결과에 맡기면 좋겠다. 이제 그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끝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국민들께 드리고 싶다. Q.변화의 핵심, 정점은 개헌이다. 남은 임기 동안 개헌 추진 계획이 있는지, 권력 구조가 어떻게 가야 한다고 보는지. -개헌은 정말 우리 정치 구조, 또 우리 사회를 근원적으로 바꿔내려는 저나 우리 정부의 어떤 철학 같은 것이 다 담긴 것이었고, 지방선거 때 함께 개헌하는 것이 정말 두 번 다시 없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무산된 것은 대단히 안타까운 일이다. 이제 그렇게 됐기 때문에 개헌에 대해서 대통령이 다시 추진 동력을 가지긴 어렵다 본다. 개헌이 필요하다면 개헌 추진 동력을 되살리는 것은 이제 국회의 몫이 됐다고 본다. 지금 국회에선 어렵겠지만 다음 국회에서라도 총선 시기 공약 등을 통해 개헌이 지지를 받는다면, 그다음 시기에 그다음 국회에서 개헌이 추진될 수 있을 것이고, 당연히 대통령은 국민들이 동의할 수 있는 내용인지 여부를 검토해서 대통령도 그에 대한 입장을 정하게 될 것이다. Q.대통령이 느끼는 국민들이 준 가장 큰 소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또 국회에서 굉장히 극한 대결이 펼쳐졌는데 이 부분을 협치의 방향으로 돌리기 위해 여야정협의체를 다시 활성화할 계획이 있는가. -우리 정부의 소명은 촛불 정신이 정해줬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그에 대한 생각은 변함이 없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자는 것이고, 한편으로는 더 혁신적이고 또 포용적이고 공정한 경제를 만들어내자는 것이다. 또 한편으로 남북 간에도 이제는 대결의 시대를 끝내고 평화의 시대 만들자는 것이다. 그 점에 대해서는 마지막 순간까지 시대와 국민이 부여한 소명을 잊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 여야 협의 부분은 정말, 이번 국회를 보면서 절실하게 느끼는 과제다. 국회가 지금처럼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민생경제가 어렵다고 다 이야기를 한다. 민생경제가 어려우면 그 어려움을 이겨내고 함께 손을 잡고 머리를 맞대야 하는데, 말로는 민생 경제가 어렵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정부가 성공하지 못하기를 바라는 듯한, 이렇게 제대로 일하지 않는 것은 안된다고 본다. 국회와 정부가 (힘을) 합쳐서 국민을 통합의 방향으로 가도록 노력해야지, 오히려 정치권이 앞장서 국민을 분열시키고 갈등을 조장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다음 총선을 통해 그런 정치 문화가 달라지기를 바란다. 누차 강조하지만 손뼉을 치고 싶어도 한손으로는 칠 수 없다. 기억할지 모르지만 저는 (2017년) 5월 10일에 그냥 아무런 인수위원회 등의 과정 없이 약식 취임식을 했다. 그 전에 가장 먼저 한 일이 야당 당사들을 다 방문한 것이었다.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많은 야당 대표와 야당 원내대표를 만났을 것이다. 야당은 끊임없이 변했다. 분당을 하고 합쳐지기도 해 대화 상대를 특정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 속에도 가능하면 하고자 했다. 분위기가 좋으면 만나고, 안좋으면 안 만나지 않도록 아예 3개월에 한번씩 분위기가 좋든 나쁘든 무조건 만나자는 식으로 여야정 협의체에 합의했다. 그러나 합의조차도 지켜지지 않았다. 그것이 지금까지의 현실이다. 그에 대해서 대통령은 잘했는가, 책임을 다 한 것이냐고 말한다면 참 송구스럽기 짝이 없지만 어찌 되었든 협치의 어떤 의지를 갖고 있기에 국회에서 조금만 마주 손을 잡아 준다면, 또는 마주 손뼉을 쳐준다면 국민에게 좋은 모습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어려운 경제와 어려운 여건을 헤쳐나가는 길이고 하다. 현실적으로 지금 국회에서 되기는 쉽지는 않겠지만 남아있는 입법과제가 많은 만큼 최대한 유종의 미를 거둬주길 바란다. 다음 국회에서 거듭나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바란다. Q.대통령은 지난 신년사에서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반드시 이기겠다고 말했다. 국민들은 정부가 역량과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을 가진 듯하다. 현상 수준 유지인지, 취임 초 수준인지 부동산 안정화 정책의 목표를 말해달라. 이번 부동산대책 약효가 떨어질 때 보유세 강화로 나아가야 하는 것 아닌지. -부동산 투기를 잡고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 지난번 부동산 대책으로 부동산시장은 상당히 안정되는 것 같다. 단순히 더이상 가격이 인상되지 않도록 하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라 일부 지역은 정말 서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만큼, 위화감을 느낄 만큼 급격한 가격 상승이 있었는데 가격 상승은 원상회복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될 때까지 노력을 기울이겠다. 지난번 부동산 대책으로 모든 대책이 다 갖춰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난번 9억원 이상 고가 주택, 다주택에 대해 초점을 줘서 지금은 9억원 이하 주택 가격이 오르는 풍선효과가 생긴다거나 또는 부동산 매매수요가 전세수요로 바뀌며 전세가가 또 오르는 식으로 정책에서 기대하는 것 이외의 효과가 생길 수 있어 그런 부분에 대해 예의주시하면서 언제든 보완대책을 강구해나갈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부동산 대책이 오랜 세월 동안 그대로 효과가 계속 간다고 볼 수 없다. 부동산 가격이 오른 것은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워낙 과잉상태고 저금리 상태기 때문에 말하자면 갈 곳 없는 투기자본이 부동산 투기로 모이고 있고, 그래서 세계 곳곳에 우리보다 훨씬 더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는 나라들이 많이 있다. 우리나라도 똑같은 양상을 보여서 대책을 내놓으면 상당 기간은 효과가 먹히다가도 결국에는 다른 우회적인 투자수단을 찾아내고 하는 것이 투기자본의 생리이기 때문에 정부는 지금의 대책이 뭔가 조금 시효를 다했다고 판단되면 또 보다 강력한 대책을 끝없이 내놓을 것이다. 어쨌든 부동산만큼은 확실히 잡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분명히 보이고, 그 점에서는 언론도 협조를 바란다. 정부의 대책이 큰 비중을 차지하겠지만, 언론에서도 그 대책이 효과를 볼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봐주시면 효과가 먹힌다. 발표하자마자 언론에서 ‘안 될 것이다’라고 하면 그 대책이 제대로 먹힐 리가 없다. 언론에서도 서민 주거를 좀 더 보호하자는 점에 대해서는 크게 좀 함께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크게 보면 보유세는 강화하고, 거래세는 낮추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고 본다. 보유세는 실제로 강화되고 있다. 고가 주택과 다주택에 대한 종부세를 좀 더 인상하기로 했었고, 그 외 주택 보유세도 공시가격이 현실화하면서 사실상의 보유세 인상이 이뤄지고 있는 상태다. 거래세 완화 부분은 길게 보면 맞는 방향이지만 당장은 취득세, 등록세가 지방재정, 지방정부의 재원이기 때문에 그 부분을 당장 낮추기가 어려운 점이 있다. 양도소득세의 경우에는 부동산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양도차익, 불로소득 과세이기 때문에 그걸 낮추는 것은 국민 정서에도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보유세 강화, 거래세 완화 부분도 앞으로 부동산 가격의 동정을 보아가면서 신중하게 검토해 나가겠다. Q.행정안전부가 제공하는 인구통계를 보면 수도권 인구가 전체 인구의 50% 넘는다. 이는 역사적으로 처음이다. 연방제에 준하는 국가, 지방 잘사는 나라를 공언했는데 수도권 집중을 막지 못했다. 지역균형발전 평가와 공공기관 추가 지방 이전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 -지난 연말 주민등록상으로 수도권 인구가 50%를 넘었다. 주민등록인구가 실인구와 꼭 같지는 않다. 해외거주자도 있고, 실제 거주자는 50%를 조금 못 넘었을 것이라고 보는데, 그게 중요하진 않고 이러건 저러건 50%에 와있는 것이다. 그런데 과거 참여정부 때 이미 49.5%까지 오른 바가 있다. 그 이후 참여정부가 시행한 국가균형발전이 제대로 될 때는 수도권 인구증가가 상당히 둔화했다가 그것이 약해졌을 때는 다시 속도가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지금 드디어 50%를 넘어섰고 이런 식으로 편중되어가다가는 지방은 다 도산하겠다는 것이 단순한 수사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균형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혁신도시를 발전시키고 공공기관을 이전하는 그 자체는 다 완료됐다. 이제는 과거 균형발전 사업 연장선상에서 민간기업이 혁신도시로 이전하는 노력을 해나갈 것이다. 우리 정부는 2단계 국가균형발전 사업으로 전체적으로 23개 사업에 25조원을 배정해서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고 국가균형을 도모하는 사업을 지방에서 할 수 있도록 했다. 지방 사회기반시설(SOC) 건설 사업도 올해 예산에 10조원 넘게 배정했다. 또한 올해 지방소비세율이 과거 부가가치세의 11%였던 것이 21%로 10%포인트 높아지게 된다. 상당히 획기적 변화다. 지방분권의 핵심이 재정 분권에 있다고 보면 국세 지방세의 비중이 8 대 2에서 75 대 25로 높아질 것이고, 우리 정부 말에는 7 대 3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 정부에도 계속해서 지방세 비중이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공기관 이전 이후에 새롭게 생겨난 공공기관 이전이라든지 충남, 대전 지역에서 나오는 혁신도시 추가 지정 요구 등은 총선을 거치면서 검토해나가겠다. Q.임기 반환점을 돌아서 후반기로 돌아가고 있다. 여러 가지 일들을 마무리해야 하는데, 국민들은 대통령 임기가 끝나면 좋지 않은 뒷모습을 보아야 했고 그것이 상처로 남는 경우가 많았다. 문 대통령께서 임기가 끝난 후 어떤 대통령으로 남고 싶은가. 또 어떤 대통령으로 남기 위해 노력해왔나. -저는 대통령 이후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대통령으로 끝나고 싶다. 대통령 임기 이후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이라든지, 현실정치와 연관을 계속 갖는다든지, 그런 것은 일체 하고 싶지 않다. 일단 대통령 하는 동안 전력을 다하고, 대통령 임기 후에는 그냥 잊힌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 솔직히 구체적인 생각은 별로 안 해봤다. 임기 끝난 이후 좋지 않은 모습은 아마 없을 것이다. Q.올해 경제 성장률, 물가 실업률 등과 관련한 계획과 목표를 말해달라. 또한 ‘타다’와 같은 새로운 서비스가 있다. 이해관계 충돌을 푸는 방법 마련하겠다 했지만 쉽지 않다. 복안과 구상을 말해달라. -제가 지난번 신년사에서도 우리 경제 상황에 대해 많이 말씀드렸다. 제가 경제에 대해서 조금 긍정적인 말씀을 드리면 ‘우리 현실경제의 어려움을 모르고 안이하게 인식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는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경제지표는 늘 긍정적 지표, 부정적 지표가 혼재한다. 제가 지난번 신년사 때, 신년사이기 때문에 긍정적인 지표를 보다 많이 말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제가 말한 내용은 전부 사실이다. 부정적 지표를 말하지 않았을 수 있지만 제가 말한 내용에 대해선 전부 사실이다. 그 점에 대해서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 있다면 지적해달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 경제의 부정적인 지표는 점점 적어지고 긍정적인 지표는 점점 늘어난다는 것은 분명하다.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전망도 국내외적으로 일치하다. 아마 이달 하반기쯤 되면 추정치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2% 정도 될 것이라고 정부는 판단한다. 과거 지난 우리 경제성장에 비하면 성장률이 많이 낮아진 것이지만, 전체 세계를 놓고 보면 비슷한 3050클럽, 국민 소득 3만 달러 이상 인구 5천만 이상 정도의 규모를 갖춘 국가들 가운데서는 미국 다음으로 2위를 기록한 결과다. 아주 어려움 속에서 선방했다 생각한다. 신년에는 그보다 성장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국제경제기구나 우리나라의 한국은행을 비롯한 경제연구소의 분석이 일치한다 실제로 작년 12월 정도 기점으로 수출이 좋아지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이달도 1월 1일부터 1월 10일까지의 수출은 모처럼 5.3% 증가했다. 물론 1월 설 연휴가 있기 때문에 월간 기록이 늘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일별 평균 수출액은 분명 늘 것으로 예상된다. 주가도 연초에 기분 좋게 출발하고 있다. 주가가 많이 오른다는 것은 결국 주가는 기업의 미래 가치를 보는 것이기 때문에 기업의 미래 전망을 외국 투자가나 국내 투자가들이 밝게 본다는 뜻이다. 거시경제가 좋아진다고 해서 국민들 개개인의 삶에서 체감하는 경제가 곧바로 좋아진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거시경제가 좋아지는 이 계기에 실질적인 삶의 향상으로 이어지도록 정부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타다 문제는 우리 정부가 규제 혁신을 위해 규제 샌드박스 등을 통해 세계 어느 나라보다 규제혁신에서 속도 내고 있다. 실제로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타다 문제처럼 신구산업 간의 사회적 갈등이 생기는 문제를 아직 풀고 있지 못하고 있다. 그런 문제 논의하는 사회적 타협기구들이 건별로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을 통해 기존의 혁신하는 분들의 이익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타다 같은 보다 혁신적인 사업들이 진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Q.윤종원 IBK기업은행장 임명에 대해 노조와 시민단체가 ‘낙하산 인사’라고 비판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때 기업은행장 인사에 대해 당시 민주당은 관치금융의 폐해라고 지적해 인사가 무산된 바 있다. 그때는 반대하고 지금은 왜 낙하산 인사를 하는지에 비판이 있는데. -과거에는 민간 금융기관과 민간 은행장들까지 인사에 대해 정부가 사실상 개입을 했었다. 그래서 관치금융이니 낙하산 인사니 하는 평을 들었다. 기업은행은 정부가 투자한 국책은행이고 정책금융기관이다. 일종의 공공기관과 같다. 인사권이 정부에 있다. 변화가 필요하면 외부에서 수혈하고 안정이 필요하면 내부에서 발탁한다. 윤 행장은 자격이 미달하는 인사라면 모르겠지만, 경제금융 분야에 종사해왔고 과거 정부 때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도 했다. 우리 정부에서는 청와대 경제수석을 했다. IMF(국제통화기금) 상임이사도 역임했다. 경력 면에서 전혀 미달 되는 바가 없다. 그냥 내부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비토’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다음에는 내부 발탁 기회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기업은행의 발전과 기업은행이 해야 할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과 역할을 얼마나 더 활발히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관점에서 인사를 봐달라고 노조에 부탁하고 싶다. Q.지난 한 해 인구 증가 수가 2만 3802명이다. 인구절벽은 국가소멸 문제와 맞닿아 있다. 저출산·고령화 정책에 많은 열정 보였는데,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저출산·고령화 문제, 인구의 수도권 집중 문제를 재점검하고 재설계할 의향은 없는지. -실제로 수도권에 인구가 집중되는 것은 단순히 사람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돈, 기업 등 경제력이 다 집중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방은 그만큼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지방이 어렵다는 것이 그냥 말로만의 어려움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지방의 기초자치단체들은 지역 인구가 줄어나가면서 기초자치단체로서의 인구요건에 미달되는, 기초자치단체가 폐지돼야 하는 그런 상황에 처한 기초자치단체들이 많다. 심각한 문제다. 지역이 수도권보다 출산율이 높다. 그래서 출산율이 낮아서 인구가 주는 것은 전혀 아니고, 지역의 출산율이 높지만, 젊은이가 희망 가질 수 있는 일자리가 적기 때문에 젊은이들이 서울로, 서울로 유출되면서 지방 인구가 줄어든다. 이 흐름을 반전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국가비상사태를 말했는데 꼭 그렇게 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런 마음으로, 자세로 하자는 뜻으로 이해하겠다. 그렇게 노력해나가겠다. Q.북한은 그간 리비아, 이라크 등 여러 국가 사례를 자신들의 핵 보유 정당화를 위해 사용해왔다. 현재 이란 사태를 북한이 주시하고 있다. 미국이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사살한 이후 미국이 북한 핵을 포기하게끔 어떻게 설득할 수 있고 북한과 맺게 될 합의가 변경되지 않는다고 어떻게 보장할 수 있는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 생일 축하 메시지를 보낸 것에 대해 제가 높은 평가를 한다고 한 것과 같은 의미가 있다. 당시 미국은 국내적 상황도 있지만 이란 문제도 있고 여러 복잡한 일들이 많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생일축하 메시지를 보낸 것은 그런 상황에서도 미국이 또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여전히 가장 중요한 외교 상대방으로 여기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의미가 있다. 뿐만 아니라 정상 간 친분을 유지하며 대화를 계속해 나가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평가한다. 북한이 연말이라는 시한을 설정한 바가 있어서 그 시한을 넘어가면 북미 간 대화 관계가 파탄 나지 않을까 걱정을 하는 분이 많았지만, 북한은 그 시한이 넘어서도 여전히 대화의 문을 닫지 않았다. 물론 ‘북한의 요구 조건을 미국이 수긍해야만 대화할 수 있다’는 대화 조건을 강조하긴 했지만, 그건 북한의 종전 주장과 달라진 바 없다. 북한 역시 대화의 문을 열어두고 있고 대화를 하고 싶다는 뜻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제 문제는 미국이 국내적으로도 대선이 본격적 국면에 들어서게 되면 이젠 북미 대화를 위해서 시간 자체를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북미 간 많은 시간 여유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화가 단절된 것은 아니지만 대화가 여전히 진전되지 못하고 있고 교착상태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대화 교착이 오래된다는 것은 결국은 상황을 후퇴시킬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못하다. 북미 간 최대한 빨리 대화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우리 정부는 그렇게 되도록 노력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신년사에서 밝힌 것은 이제 북미 대화만 바라보고 있을 게 아니라 교착상태에 놓인 만큼 남북 간에서도 이 시점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여러 현실적 방안을 찾아서 남북관계를 최대한 발전 시켜 나간다면 그 자체로도 좋은 일일 뿐만 아니라, 북미 대화에 좋은 효과를 미치는 선순환적 관계를 맺게 될 것이란 뜻을 말씀드렸던 것이다. 아직은 북미 대화의 성공 가능성에 더 많은 기대를 걸고 싶다. Q.북한과의 관계를 더욱 심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하셨는데, 유엔을 필두로 한 대북 제재가 지속되고 있다. 제재 완화에 조건이 부과될 수 있는지, 북한과의 관계를 증진하기 위해서 제재 일부를 완화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대북제재는 대북제재 자체가 목표가 아니다. 대북제재를 통해서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는 것에 제재의 목표가 있다. 그래서 북한이 비핵화에 있어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한다면 당연히 미국이나 국제사회도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하고, 그 조치 속에는 대북제재 완화도 포함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이 어떤 조치를 취할 때 어떤 정도의 대북제재를 완화할 수 있을지 또는 대북제재 완화의 조건으로 북한이 어디까지 비핵화 조치를 취할 지라는 서로 간의 상응 조치를, 어떻게 프로그램을 만들어낼 지라는 것이 지금 북미 대화의 과제다. 북미 간에 이 필요성, ‘북한의 비핵화와 상응조치’라는 원론에 대해 같은 의견을 가지고 있지만 구체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대화가 교착상태에 있는 것이다. 교착상태를 돌파하기 위해서 미국도 한국과 긴밀히 협력해나가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누차 말씀드린 바와 같이 북미 대화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남북 관계에서도 할 수 있는 최대한 협력 관계를 넓혀나간다면 북미 대화를 촉진할 뿐 아니라 필요한 경우에 북한에 대한 제재에 대해서 일부 면제나 예외조치를 인정하는 데 대한 국제적 지지를 넓힐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라고 본다. Q.얼마 전 대통령께서 중국을 방문했고 시진핑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가 방한 예정이라고 말씀하셨다. 올해 한중관계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시는가. 또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이 어떤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겠는가. -올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이 예정돼 있다. 올해 한중일 정상회의가 한국에서 열리게 되는데, 그때는 리커창 총리께서 오시기로 예정돼 있다. 중국의 두 분 국가지도자들의 방한은 한중관계를 획기적으로 도약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 믿는다. 또 한국과 중국은 2022년 수교 30주년을 맞게 된다. 이를 계기로 한중관계를 한 단계 더 크게 도약시켜나가자는데 양국 지도자들의 생각이 일치한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2021년과 2022년을 ‘한중 문화교류의 해’로 지정해 보다 활발한 문화 교류와 인적교류가 이뤄지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중국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일대일로 사업과 한국 정부가 역점을 두는 신남방정책·신북방정책의 접점을 찾아 함께해나가는 데도 속도를 낼 것이다. 북한의 핵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다. 실제로 중국은 지금까지 굉장히 많은 도움을 줬다. 거기에 대해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이 하루아침에 끝날 문제가 아니다. 오랜 적대 관계에서 신뢰를 구축하고 평화를 찾아 나가는 여정은 긴 여정이라서 한반도의 완전한 평화와 항구적 평화를 구축할 때까지 중국이 끊임없이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저희가 함께 협력해 나갈 것이다. Q.대통령께서는 평창올림픽 당시 한미군사훈련 중단 가능성을 말씀했다.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많이 변했다. 미국 쪽에서 한미군사훈련이나 미국 미사일방어체계에 대해서 재검토·재협의를 하자는 제안이 들어왔을 때 한국 정부는 어떻게 답할 수 있을까. -우선 이렇게 말씀을 드리고 싶다. 한미동맹은 어느 때보다 공고하다. 또 한미 간에 긴말한 소통과 공조가 잘 이뤄지고 있다. 한미 간 긴밀한 소통과 공조가 현재의 남북관계 발전 그리고 북미 대화를 이끌어낸 것이다. 되돌아보면 2017년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을 통해 한반도가 완전히 위기상황이었을 때 저는 2017년 한 해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과 3차례 정상회담을 갖고 7차례 통화를 하면서 평창올림픽에의 북한 참가를 위해 한미연합훈련을 유예할 수 있다는 결정을 이끌어냈다. 그것을 통해서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간 대화가 봇물 터지듯 터진 것이고 남북 간 대화는 곧바로 북미 간 대화로 이어졌다. 북미 간 대화가 본격화하고 난 이후에는 남이나 북 모두 북미 대화의 진전을 지켜봤다. 왜냐하면 북미 대화가 타결되면 남북 협력의 문이 더 활짝 열릴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북미 대화가 교착상태에 들어가서 한편으로 북미 대화의 모멘텀을 되살리는 한편 남북 간에도 북미 대화만 쳐다보는 게 아니라 남북 간 할 수 있는 최대한 협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 한국과 미국 사이에는 이견이 없으며, 앞으로도 필요한 조치에 대해 충분히 협력할 것이다. 구체적 문제에 대해 답변 드리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 Q.작년 말 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되고 대화를 통해 현안을 해결해 나가자고 한 것은 정말 다행이다. 하지만 양국 간 갈등 문제가 놓여 있다.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어떤 해법을 구상하고 있는지. 또 대통령은 임기 안에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의 관계 개선을 낙관하는지. 도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고 아베 총리와 만날 생각이 있는지. -일단 한일 간에 강제징용 판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의 문제가 있고, 그 문제에서 일본의 수출규제라는 문제가 생겨났고, 그 때문에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문제로 연결됐다. 크게는 세 가지 문제이다. 그 문제들 외에 한일관계는 대단히 건강하고 좋은 관계라고 말씀드린다. 한일관계를 더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나가야겠다는 의지, 한국이 일본을 가장 가까운 이웃 국가로 여기고 있다는 자세들은 확고하다고 말씀드린다. 지금 국제경기가 어렵다. 그래서 양국이 오히려 힘을 합쳐 어려운 국제경기에 대응해 나가야 할 시기인데, 이런 어려운 문제들, 특히 수출규제를 통해서 한국기업뿐 아니라 일본기업에도 어려움을 주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게 생각된다. 우선 일본의 수출규제, 지소미아 문제 등 보다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빨리 해결한다면 양국 간 신뢰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다. 강제징용 판결도 한국 정부는 이미 여러 차례 해법을 제시했다. 한국 입법부도 법안을 발의하는 등 입법부 차원에서 노력했다. 원고 대리인단이었던 한일 변호사들, 한일 시민사회들도 공동협의체 구성 등의 해법을 제시했다. 한국 정부는 그 협의체에도 참여할 의향 있다. 어쨌든 일본도 그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면서 한국과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본다. 한국 측이 제시한 해법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본의 수정 의견이 있다면 수정 의견을 내놓고 한국이 제시한 방안과 일본이 수정 제시한 방안들을 함께 놓고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 나간다면 충분히 해결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그 해법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피해자들의 동의를 얻는 해법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피해자들의 동의 없인 한일 간 정부가 아무리 합의해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위안부 합의 때 아주 절실히 경험한 바 있다. 일본 정부가 피해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해법이라는 점에 좀 충분히 염두에 두면서 방안을 마련하면 양국 간에 해법을 마련하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다고 보고 있고, 지금 강제집행 절차에 의해서 강제 매각을 통한 현금화가 이뤄지는데, 많은 시간의 여유가 있지 않기 때문에 한일 간 대화가 더 속도있게 촉진됐으면 하는 생각이다. 도쿄올림픽의 성공을 위해선 한국 정부가 적극 협력할 계획이다. 도쿄올림픽은 남북 간에 있어서도 일부 단일팀 구성이 합의돼 있고 공동입장 등의 방식으로 한반도를 위한 평화 촉진의 장으로 만들어 갈 수도 있다. 한일관계 개선과 교류를 촉진하는 그런 기회로도 삼을 수 있다. 평창올림픽 때 아베 총리가 개막식에 참석했듯 도쿄올림픽에도 한국에서 고위급 대표가 참석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도쿄올림픽 역시 한일관계 문제를 근본적으로 푸는 좋은 계기가 되기 바란다. Q.신년사에서 남북관계 증진을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북한은 지금도 남한 불신에 대해 이야기한다. 남북관계 증진을 위해 현실적으로 가능한 안이 있나. 또한 미국이 압박하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과 방위비분담금 협상 문제에 대한 견해는. -외교는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이 훨씬 많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외교는 당장 내일의 성과만을 바라보고 하는 것은 아니다. 1년 후, 2년 후, 긴 미래를 바라보면서 하는 것이다. 북한의 메시지를 잘 보더라도 비핵화 대화는 북미 간의 문제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고, 남북관계의 발전이나 남북 협력을 위한 남북 대화를 거부하는 메시지는 아직 전혀 없는 상태다. 남북 간에도 이제는 북미 대화만 바라보지 않고 남북 협력을 조금 증진하면서 북미 대화를 촉진해나갈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물론 국제 제재라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남북이 할 수 있는 협력에 있어서 여러 가지 제한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제한된 범위 안에서 남북 간에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우선 접경지역 협력을 할 수 있다. 또한 관광, 개별 관광 같은 것은 국제 제재에 저촉되지 않아 충분히 모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스포츠 교류도 있다. 도쿄올림픽 공동 입장, 단일팀 구성뿐 아니라 나아가 2032년 올림픽의 남북 공동개최도 이미 합의한 사항이다. 그 부분을 추진할 구체적인 협의도 필요하다. 남북관계에 대해 협력해 나가는 데 있어 유엔 제재로부터 예외적인 승인이 필요하다면 그 점에 대해서 노력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찌 되었든 남북 관계는 우리 문제라서 우리가 조금 더 주체적으로 발전시켜나가야 한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본다. 호르무즈 파병 문제는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가 얽혀있다. 우리가 가장 중요히 여길 것은 현지 진출한 우리 기업과 교민의 안전 문제일 것이다. 또한 원유 수급이나 에너지 수송 문제도 관심을 가질 대상이다. 한미동맹도 고려해야 하고 이란과도 외교관계가 있어서 그 전체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현실적인 방안을 찾아 나가겠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진전이 있다. 그러나 아직도 거리가 많이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한국으로서는 기존의 방위비 분담 협상의 틀 속에서 합리적이고 공평한 분담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동의할 수 있다. 또 방위비 분담 협상안은 국회 동의받아야 하는 데 국회의 동의도 그 선을 지켜야만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어쨌든 미국과 점점 서로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있고 서로의 간격도 좁혀지고 있어 빠른 시일 내 타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Q.혁신도시 추가 지정과 공공기관 지방 이전 관련해서 총선을 거치며 검토하겠다고 했다. 검토 방식을 말하는 것인지 시기를 말하는 것인지. -원래 혁신도시는 국가균형발전의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다. 혁신도시를 지정하며 수도권은 제외했다. 수도권은 혁신도시라는 추가적 발전 방안이 필요하지 않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경기도 쪽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 혁신도시가 지정됐지만 충남·대전 쪽은 제외됐다. 그 이유는 그 당시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이전한다는 개념이 있었기에 충청·대전은 신수도권 지역이 될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행정수도는 실현되지 않았다. 더 현실적으로는 세종시가 커지면서 세종시 쪽으로 인구 등이 흡입되는 것이 충남과 대전 경제에 어려움을 주는 요인들이 있다. 그래서 충남과 대전에서는 추가로 혁신도시를 지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요구를 오래전부터 해왔고, 그를 위한 법안도 국회에 계류돼있다. 그 법안이 통과되면 그에 따라서 최대한 지역에 도움 되는 방향을 찾아 나가려 한다. Q.부동산과 관련해 ‘가격 상승은 원상 회복돼야 한다’고 하셨는데, 그 기준이 언제라고 생각하시는 건지. 대통령이 원상 회복하시겠다고 하면 집 없는 서민들은 집을 안 사고 마음 놓고 기다려도 되는 것인가. -대답이 불가능한 질문이다. 그런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라고 생각해달라. 서울의 일부 특정지역, 일부 고가주택의 문제라고 하더라도 지나치게 높은 주택 가격은 정말 많은 국민에게 상실감을 준다. 그런 문제를 반드시 잡겠다는 것이다. 너무 이례적으로 가격이 오른 지역, 아파트에 대해서 가격을 안정화하는 정도로 만족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이해해달라. 궁금증이 충분히 해소됐는지 모르겠다. 늘 이렇게 짧다. 지난해와는 다르게 신년사와 별도로 기자회견을 구분해서 진행했는데, 신년사에 더해서 국민들의 궁금증을 많이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국민과의 소통을 더욱더 늘리려는 의지로 봐주기 바란다. 아까 협치에 대한 질문도 나왔지만, 사실 우리 정치를 보면 우리의 현실이 어려운 만큼 소통과 협치, 통합과 같은 것이 참으로 절실한데 우리의 현실은 너무나 거꾸로 가고 있다. 정말 대통령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물론 그 가운데 상당한 부분은 대통령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책임을 다 미루려는 뜻은 없다. 어쨌든 대통령으로서도 더 많은 노력을 해야겠지만, 그중 한 방향은 우선 국민과 더 많은 소통을 해야겠다는 것이다. 다음에 새로운 국회가 구성되면 새로운 국회와도 더 많은 소통을 통해 협치의 노력을 해나가고, 이를 통해 우리 경제를 살려 나가는 더 강력한 힘을 얻어내겠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 주시기 바란다. 오늘 좋은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어쨌든 늘 다짐하는 바지만 이렇게 기자들과도 소통하는 기회를 더 많이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나가겠다. 감사하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문 대통령 “수사권은 검찰에, 인사권은 장관·대통령에 있다”

    문 대통령 “수사권은 검찰에, 인사권은 장관·대통령에 있다”

    “장관과 대통령의 인사권도 존중돼야검찰개혁, 검찰총장이 가장 앞장서줘야검찰 권한, 과거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막강”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수사권은 검찰에 있지만, 인사권은 장관과 대통령에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장관과 대통령의 인사권도 존중돼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검찰 고위간부 인사와 관련한 논란을 묻는 질문에 “법무장관은 검찰총장에 인사 의견 개진 기회를 줬다”면서 “인사안을 먼저 보여 달라는 것은 인사 프로세스에 역행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번 검찰 인사는 청와대 수사와 별개로 이뤄진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 개혁은 검찰 스스로 주체라는 인식을 가져줘야만 가능하고 검찰총장이 가장 앞장서줘야만 수사관행 뿐 아니라 조직문화 변화까지 이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서는 “이른바 엄정한 수사, 권력에도 굴하지 않는 수사, 이런 면에서는 이미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검찰의 권한이 과거보다 줄긴 했지만, 여전히 주요 사건의 직접 수사권을 갖고 있고 경찰이 직접 수사권을 가진 사건에 대해서도 영장청구권을 갖고 있으면서 여러 수사를 지휘·통제할 수 있는 요소가 있기 때문에 검찰 권력은 여전히 막강하다”고 언급했다. 또한 “검찰 개혁이라는 여러 과정이 청와대에 대한 수사와 맞물리면서 (청와대와 검찰 간) 권력투쟁 비슷하게 다뤄지는 경향이 있는데, 아시다시피 검찰개혁은 그 이전부터 꾸준히 진행된 작업이고 청와대 수사는 오히려 그 이후 끼어든 과정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새해는 우리 정부 임기 후반기가 시작되는 해”라면서 “정부는 국민을 믿고 초심을 잃지 않고 임기 후반기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 포용, 공정, 평화 여러 분야에서 만들어낸 희망의 새싹이 확실한 변화로 열매를 맺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연일 새 역사… 삼성전자 주가 6만원 뚫었다

    연일 새 역사… 삼성전자 주가 6만원 뚫었다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감이 높아지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연일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 가고 있다. 13일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2018년 5월 액면 분할 이후 처음으로 장중 6만원을 돌파했다. 지난 9일과 10일 연속 최고가를 경신한 데 이어 이날 전 거래일보다 0.84% 오른 6만원에 거래됐다. 액면 분할 전 가격으로 환산하면 300만원에 이른다. 1975년 6월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이후 45년 만의 최고가다. SK하이닉스도 이날 10만원을 찍었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장중 전 거래일보다 1.62% 오른 10만 5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2012년 3월 SK하이닉스 출범 이후 장중 주가나 종가 기준으로 10만원대 벽을 뚫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장에서는 지난 8일 삼성전자가 증권사 전망치 평균(6조 5000억원)을 웃도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7조 1000억원) 실적을 발표하면서 이를 반도체 바닥 탈출, 실적 반등의 신호로 해석했다. 낸드플래시에 이어 D램 가격 상승 전망, 수요 개선 등에 따라 이르면 1분기나 2분기부터 실적 개선이 이뤄질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기 때문에 주가의 추가 상승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들도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목표 주가를 앞다퉈 올려 잡고 있다. 삼성전자의 목표 주가는 6만원 초반대에서 7만원대가 ‘대세’가 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11만원대부터 14만원대(유안타증권)까지 10만원이 넘는 목표 주가 전망이 줄을 잇고 있다. 어규진 DB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있다’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최근 삼성전자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긴 했으나 그에 못지않게 메모리 업황 반등에 따른 수익성 개선세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며 “때문에 현재 주가 대비 기업가치는 여전히 부담스럽지 않다”고 짚었다. 올해 메모리 업황의 완연한 성장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5G, 폴더블 스마트폰 등의 초기 시장까지 선점하면서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세가 뚜렷할 거란 분석이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日국민들 럭비에 열광… 한국 ‘다윗의 기적’ 연출할까

    日국민들 럭비에 열광… 한국 ‘다윗의 기적’ 연출할까

    대학선수권 관중들 전철역서부터 줄 입장권 6만여장 이미 하루 전에 동나 한국럭비, 96년 만에 첫 올림픽 출전 등록선수 日 11만명… 한국은 1000명 ‘골리앗과의 싸움’ 한일전 승리 꿈꿔지난 11일 아침 일본 도쿄 신주쿠 2020도쿄올림픽스타디움에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고 있었다. 전철역에서부터 경기장 입구까지 몇백 미터에 걸쳐 긴 줄이 늘어서 있어 지나가기가 힘들 정도였다. 이 스타디움은 옛 국립경기장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새로 세워진 지상 12층 높이의 새 국립경기장이었다. 총공사비 1490억엔(약 1조 5800만원)을 들여 3년 만에 완공, 지난해 12월 15일 준공했다. 이곳에서는 오는 7월 24일 개막 예정인 도쿄올림픽과 도쿄패럴림픽의 개·폐회식이 열리게 된다. 경기장 측은 새로 지은 집의 속살을 낱낱이 보여 주려는 듯 수십개의 출입문을 활짝 열어젖혔고, 주말을 맞은 시민들은 오후 2시 열리는 경기를 보려고 이른 아침부터 이 경기장으로 모여들었다. 시민들의 발길을 끌어들인 경기는 와세다대학과 메이지대학의 대학럭비선수권 결승전이었다. 6만여장의 입장권은 이미 하루 전 모두 동이 났다. 출입문에서 아내, 두 딸과 입장 순서를 기다리고 있던 와세다대학 출신의 후지와라 마코토(38)는 “이곳 국립경기장자리에서 두 대학이 럭비 결승전을 펼치는 건 23시즌 만”이라며 “우리 대학은 16번째 선수권 우승을 노리고 있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또 “3년 전 철거를 앞둔 옛 국립경기장의 고별경기로 럭비가 열렸을 만큼 럭비는 일본인들에겐 아주 특별한 스포츠”라고 했다. 후지와라의 기억대로 2016년 5월 28일은 56살 먹은 옛 국립경기장의 마지막 경기가 열린 날이었다. 후지와라는 그날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한 날로 기억한다. 30대부터 50대까지의 일본대학 럭비 레전드들이 스크럼을 짜고 몸을 부딪치는 장관이 펼쳐졌다. 대학 럭비 선수 출신인 모리 요시로 전 일본 총리도 관중석에 모습을 드러내 응원을 보냈다. 일본에 럭비가 보급된 건 미국과 영국의 ‘포함 외교’가 한창 펼쳐지던 1854년이다. 12년 뒤 요코하마에서 첫 경기가 열린 이후 일본 럭비는 현재 세계 랭킹 8위의 강국으로 성장했다. 2018년 현재 일본의 럭비 등록선수는 10만 8000여명, 클럽 수는 3620개에 달한다. 반면 한국의 럭비는 역사와 규모 면에서 일본에 한참 뒤진다. 1923년 우리나라에 럭비가 도입된 이후 현재 세계 랭킹 31위이며, 남녀 등록선수는 987명에 불과하다. 클럽도 실업팀 3개, 대학팀 4개가 전부다. 도쿄올림픽 본선 진출이 확정된 11개국 중 한국보다 등록 선수가 적은 국가는 한 곳도 없다. 이처럼 열악한 상황이지만 지난해 한국 럭비는 럭비가 국내에 도입된 이후 무려 96년 만에 처음으로 2020년 도쿄올림픽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지난해 11월 인천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아시아 지역 예선에서 한국 남자 럭비는 일본과 함께 아시아 최강으로 꼽히는 홍콩에 극적인 12-7 역전승을 거두고 개최국 일본을 제외하고 아시아에 배정된 단 1장의 도쿄올림픽 직행 티켓을 손에 넣은 것이다. 이 때문에 지금 한국 럭비는 그 어느 때보다 사기가 충천해 있다. 특히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나 다름없는 한일전에서 기적 같은 승리를 꿈꾸며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문제는 국민들의 관심이다. 96년 만에 올림픽 본선 진출 쾌거를 이룬 지난해 11월 인천 남동아시아드 럭비경기장에는 불과 수백명의 관중밖에 없었다. 11일 도쿄의 거대한 새 국립경기장에서 “일본 럭비”를 외치던 6만여명 일본 럭비 팬들의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쩌렁쩌렁하다. 글 사진 도쿄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단독] 폐지 232㎏에 달랑 ‘만원’…‘삶의 무게’에 욱신거렸다

    [단독] 폐지 232㎏에 달랑 ‘만원’…‘삶의 무게’에 욱신거렸다

    “신문 11㎏에 660원, 폐지 80㎏에 3200원인데 4000원 쳐 드릴게요.” 오전 내내 서울 송파구 잠실동 일대 빌라촌을 돌며 모은 폐지의 가격을 듣고 절로 한숨이 나왔다. 혹시 ‘돈이 될까’ 싶어 주워 온 22㎏가량의 독서대, 베개 등 폐기물을 원래 주인이 버려 둔 자리에 되돌려 놓는 조건으로 받은 금액이다. 설렁탕 한 그릇에 7000원이 넘는 시대 4000원은 한 끼 식사조차 제대로 해결할 수 없는 돈이다. ●빈 손수레도 79㎏… 폐지 노인에겐 “유일한 밥벌이” 지난 9일 20대 후반의 서울신문 기자 2명은 영하 날씨에 잠실동과 삼전동 일대를 돌며 10시간에 걸쳐 232㎏의 폐지와 11kg의 신문지를 주웠다. 고물상과 빌라촌을 세 차례 오가며 각각 75㎏, 80㎏, 77㎏의 폐지를 날랐다. 그렇게 번 돈은 총 1만원 남짓. 그날 새벽 편의점에서 산 빨간 목장갑은 고된 노동 끝에 시꺼메졌고, 양발에는 물집이 잡혔다. 노동의 흔적은 다음날까지 온몸 구석구석에 고스란히 남아 근육통의 아픔을 남겼다. 20대 청년들에게도 버거운 이 노동은 대부분 노인의 몫이다. 손에 쥐는 돈은 얼마 되지 않지만 이마저도 하지 않으면 입에 풀칠하기 힘든 노인들이 주로 고단한 노동을 택한다. 거리에서 만난 노인들은 “폐지 줍기가 고되고 돈도 되지 않지만 그나마 노인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밥벌이”라고 말한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 따르면 폐지 수집 노인은 6만 8000명(2017년 기준)이다. 이 중 생계를 위해 폐지를 줍는 노인은 4만 6000명에 달한다. 오전 5시 30분 거리에서 만난 김민태(62·가명)씨도 폐지 줍는 일을 하며 생을 이어 간다. 페인트공으로 일하다가 은퇴한 김씨는 아내와 사별하고 아들과도 떨어져 혼자 고시원에서 산다고 했다. 그는 “일이 고되고 힘들어도 어쩌겠어. 기초생활수급비로는 나 한 몸 먹고살기도 턱없이 부족해. 그나마 걸리면 몰래 조금씩 하는 거지”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그의 재산은 79㎏인 빈 리어카가 전부다. 일주일 내내 새벽부터 일한다는 그는 하루에 4000원 정도를 손에 쥔다고 했다. 김씨를 따라다니며 해 본 폐지 줍기는 지루한 단순 작업의 연속이다. 리어카를 끌고 골목골목을 다니며 폐지를 줍고 리어카에 올리는 일이 끊임없이 반복된다. 영하 3도의 날씨. 세차게 부는 바람에 리어카 위에 쌓아 올린 폐지들은 연신 리어카 밖으로 날아갔다. 박스를 줍기 위해 허리를 굽혔다 펴기를 여러 번. 찬바람에도 이마에는 송골송골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그래도 줍는 만큼 돈이 된다는 생각에 한시도 쉴 수 없었다.●빌라 1층·편의점 필수 코스… 일일이 박스 해체해야 그나마 빌라촌에서 쉽게 주울 수 있는 건 주로 인터넷 쇼핑몰에서 온 박스들이었다. 빌라 1층이나 편의점 주변 한쪽 구석엔 상자를 모아 놓은 곳이 있었다. 문제는 해체였다. 박스에 붙은 테이프를 일일이 떼고 최대한 평평하게 하는 작업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김씨도 옆에서 “비닐이나 테이프가 너무 많이 붙어 있는 박스는 적당히 포기하라”는 현실적인 조언을 해 줬다. 멀쩡하고 깨끗한 박스를 만나는 일은 드물다. 쓰레기를 담고 있던 상자나 피자 박스, 음식 포장박스 등에는 어김없이 오물이나 남은 음식물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 누군가 생각 없이 뱉은 가래침이나 정체 모를 구정물이 손에 묻을 때도 있었다. 오래돼 상태가 좋지 않은 박스도 많았다. 몇 장 접었는데도 금세 악취가 훅 올라왔다. 폐지가 높이 쌓일수록 리어카를 끄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졌다. 포장이 파인 길을 가거나 과속방지턱을 만날 때마다 리어카 위 폐지가 계속 쏟아졌다. 차도를 오가다 아찔한 순간도 여러 번 있었다. 박스를 줍고 허리를 펴니 코앞에서 택시가 쏜살같이 지나가 ‘악’ 소리가 절로 나왔다. 좁은 골목길에서도 차들은 야속하게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빨리 비키라’는 듯 노골적으로 경적을 울려 대는 차도 여러 대였다.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리어카와 빵빵거리는 차들 사이에서 당혹스러움과 곤욕스러움이 무수히 교차했다. 차에도, 행인에게도 연신 “죄송하다”며 굽신 댈 수밖에 없었다. 좁은 도로 옆 차 사이를 지나는 순간 손수레가 검은색 벤츠 옆을 스쳤다. 다행히 박스로 리어커를 덧댄 부분과 닿아 차에 흠집은 나지 않았지만 수입차 주인이 득달같이 내려 소리쳤다. “안 치긴 뭘 안 쳐요. 스치는 소리가 났는데….” 악다구니 치는 차 주인의 목소리 뒤로 김씨와 함께 연신 “미안하다”는 말이 오버랩됐다. 서너 달 일당을 날릴 아찔한 순간이었다.●무게가 돈… 폐지·신문지 ㎏당 가격 2년 전 비해 반토막 오후 1시. 오전 동안 열심히 모은 폐지와 신문지 값을 치를 시간이다. 폐지 80㎏에 신문지 11㎏. 새벽에 한 차례 모았던 폐지 75㎏에 비하면 나쁘지 않은 성과였지만 과욕으로 주워 온 폐기물이 문제가 됐다. 무게만 나가면 무조건 많이 버는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고물상 주인은 “종이나 철, 캔 아니면 돈 못 준다”며 어렵게 들고 온 베개와 나무판자를 골라 냈다. 고물상 주인은 “이렇게 폐기물까지 주워 오면 우리가 돈 주고 다시 버려야 한다. 여기 버리지 말고 원래 있던 자리에 갖다 두라”고 말했다. 그렇게 22㎏은 쓰레기라고 여겨 셈에서 제외했다. 무게를 다는 절차는 복싱선수가 마치 계체량을 재는 듯 엄격했다. 무게가 곧 돈이기 때문이다. 고물상에서는 폐지가 실린 전체 리어카 무게는 물론 빈 리어카와 폐지 무게도 각각 따로 잰다. 눈이나 비에 젖은 폐지는 아예 받지 않는 것도 업계의 원칙이다. 젖은 폐지는 무게가 더 나가는 고물상이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는 탓이다. 돈 안 되는 폐기물 역시 꼼꼼히 골라 낸다. 이 때문에 실랑이도 여러 차례 이어졌다. 고물상에서 만난 한 할머니는 슬쩍 저울에 발을 올렸다. “할머니 장난해요. 내려오라고요”라는 고물상 주인의 매서운 한마디에 할머니는 멋쩍어했다. “그래 봐야 돈 1000원 더 주는 건데 저 친구는 매번 저렇게 매몰차게 말해.” 할머니가 고물상 눈치를 보며 속삭였다. 최근 폐지 가격이 역대급으로 떨어졌다. 기자 역시 오전 5시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총 232㎏의 폐지를 모았지만 겨우 1만원을 벌었다. 김씨 역시 “예전에는 가격을 쳐줬는데 요즘은 많이 떨어져 벌이가 안 된다”며 한숨을 쉰다. 현재 폐지(골판지)는 ㎏당 40원, 신문지는 ㎏당 60원꼴이다. 2년 전(2017년 12월 수도권 기준으로 폐지는 143원, 신문지는 154원)에 비하면 3분의1도 안 되는 가격이다. 2018년부터 중국이 쓰레기 수입을 금지한 데다 제지 회사가 질 좋은 외국 폐지를 수입해 쓰다 보니 노인들이 줍는 폐지 가격은 완전히 폭락했다. 김영광 전국고물상연합회 사무총장은 “중국은 쓰레기 수입을 안 하고, 제지 회사는 수거 단계부터 상태가 좋은 외국 폐지를 주로 수입해 쓰다 보니 폐지로 생계를 이어 가는 어르신들의 삶만 점점 팍팍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날 물집·근육통에 약값 5000원, 병원은 엄두 안 나 하루 10시간의 ‘넝마주이’ 체험은 끝났지만 통증은 다음날까지 이어졌다. 양쪽 팔과 어깻죽지는 물론 박스를 쥐었던 손아귀가 오랫동안 저릿했다. 발가락 사이사이 잡힌 물집은 걷는 내내 기자를 괴롭혔다. 결국 약국에서 5000원짜리 연고를 사 들고 나와야 했다. 오후 내내 주운 77㎏의 폐지(3000원)로는 살 수도 없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폐지 수집 노인 92명 중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노인은 71.7%였는데, 진료가 필요하지만 병원조차 이용하지 못했다는 응답자는 이 중 29.1%나 됐다. 대부분(83.3%)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었다. “하루 종일 폐지를 주워도 3000원 하는 국수 한 그릇도 제대로 먹지 못해 자주 굶어….” 이수역 근처 고물상에서 폐지 가격을 두고 실랑이하던 80대 할머니의 얼굴이 생각난다. 글 사진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손흥민, 70m 원더골 후 한달간 잠잠…수비 부담이 원인?

    손흥민, 70m 원더골 후 한달간 잠잠…수비 부담이 원인?

    토트넘, 12일 새벽 리버풀에서 0-1 패배손흥민, 후반 결정적 동점 기회 날려 버려수비 가담 부담 늘며 결정력 떨어졌다 평가조제 모리뉴 감독 부임 전 8골, 부임 후 2골지난 11일 손흥민의 70m 질주 원더골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2월의 골로 선정됐다. 개인 통산 두 번째다. 그러나 원더골 이후 손흥민의 득점포가 침묵하고 있다. 크게 늘어난 수비 가담에 대한 부담이 골 결정력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손흥민의 토트넘은 12일 새벽 열린 2019~20시즌 프리미어리그 홈 경기에서 전반 호베르투 피르미누에게 얻어맞은 골을 극복하지 못하고 0-1로 무릎을 꿇었다. 리버풀은 20승1무(승점 60)를 신고하며 무패 1위를 질주했고, 토트넘은 8승6무8패(승점 30)를 기록하며 8위까지 밀려났다. 특히 토트넘은 FA컵 경기를 포함한 최근 4경기에서 2무2패의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팀의 주포 해리 케인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상황에서 손흥민은 루카스 모라와 번갈아 가며 이따금 최전방에 서기도 했지만 주로 왼쪽 측면을 오가며 쉴 새 없이 뛰었으나 소득이 없었다. 슈팅을 세 번 날렸으나 모두 골문 안쪽으로 향하지 못했다. 전반 6분 리버풀의 조던 핸더슨을 압박해 공을 가로챈 손흥민은 상대 페널티 박스 바깥에서 오른발 감아차기를 시도했으나 골문을 크게 비껴갔다. 후반 14분에는 페널티 박스 안쪽에서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패스를 받아 파 포스트를 겨냥해 슛을 깔았으나 상대 수비에 스치며 굴절돼 역시 골문을 비껴갔다. 후반 29분에는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다. 지오바니 로 셀소가 태클로 빼낸 공을 모라가 페널티 박스 안쪽으로 연결해주며 오픈 찬스를 잡았으나 공을 허망하게 하늘로 떴다. 손흥민으로서 충분히 결정지어줄 만한 기회여서 아쉬움이 컸다. 손흥민은 현지 언론으로부터 “골든 찬스를 날려버렸다”는 혹평과 함께 6점 대의 낮은 평점을 받았다. 손흥민은 3경기 출장 정지 징계에서 돌아온 지난 5일 FA컵 미들즈브러전에 이어 2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했다. 징계 이전까지 포함하면 5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가 없다. 조제 모리뉴 감독의 부임 첫 경기에서 1골 1어시스트로 활약한 뒤 이후 도움 3개를 추가하고 번리전에서 70m 질주 원더골을 터뜨린 이후 잠잠하다.이 같은 부진이 수비 가담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 체제에서 수비 가담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모리뉴 감독은 공격수들에게 보다 더 수비적인 역할을 주문하고 있다. 실제로 손흥민은 이날 리버풀전서도 상대 풀백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의 공격을 차단하기 위해 평소보다 더 깊숙이 자기 진영까지 내려왔다가 상대 진영으로 치고 나가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당연히 체력적인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손흥민은 모리뉴 감독 부임 이전 15경기에서 8골 4어시스틀 기록했으나 부임 이후 10경기에서 2골 5어시스트에 그치고 있다. 공격력이 확연하게 떨어졌다. 지난 시즌 케인이 부상으로 이탈했을 때는 팀의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지만 아직 케인이 없는 두 경기째이긴 하지만 그런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대본을 읽다 보면 눈물이 차올라요”

    “대본을 읽다 보면 눈물이 차올라요”

    “얘가 걔였어?”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필구, ‘호텔 델루나’ 속 어린 구찬성, ‘미스터 션샤인’의 어린 유진 초이. 이 다양한 인물을 한 소년이 연기했다는 걸 알아본 시청자들은 으레 이런 감탄을 터뜨린다. 맞다. 그 아이가 이 아이, 배우 김강훈(11)군이다. 적지 않은 드라마에서 주인공 아역을 도맡는 동안 연기력도 키만큼 몰라보게 컸다. 최근 서울 JW메리어트 호텔에서 만난 김군에게 뜨거운 인기가 어떤지 물었더니 수줍게 웃었다. “동백꽃 이후 훨씬 많은 분들이 알아보고 사진 촬영 요청을 하시더라고요. 내가 그렇게 유명해졌나 신기하고, 조금 부끄럽기도 해요.” 김군이 처음 연기자로 카메라 앞에 선 건 2014년 MBC ‘오만과 편견’에서다. 연기 수업을 받아본 적도 없던 다섯살짜리 꼬맹이가 새 얼굴을 찾던 연출자의 시선을 잡았다. 이후 2016년 jtbc ‘이번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 2017년 KBS ‘김과장’에 이어 지난해 ‘로맨스는 별책부록’, 영화 ‘엑시트’와 ‘변신’, ‘블랙머니’까지 부지런히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올해도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2’, MBC ‘더 게임: 0시를 향하여’ 등 출연을 확정했다.어른스러움과 천진함을 넘나드는 김군의 표현력은 ‘차세대 유승호·여진구’라는 칭찬이 아깝지 않다. 속 깊은 ‘애어른’을 능청스레 소화하는 비결을 물으니 “대본을 열심히” 본단다. 다소 심심한 첫말에 곁들인 설명이 ‘7년차 배우’답다. “처음부터 끝까지 여러 번 읽어요. 제 대사는 엄마나 두 살 차이 남동생과 맞춰 보고요. 같은 장면을 여러 가지 버전으로 연습하다 보면 대사도 저절로 외워져요.” 긴 호흡의 대본이 지루할 법도 한데, 새 단어를 배우고 이야기를 따라가는 재미가 훨씬 크단다. 좋아하는 과목도 국어와 역사다. 김군은 “최근에는 527쪽짜리 역사책을 여러 번 읽었다. 중요한 부분은 따로 옮겨 적는다”며 “책이 떨어지면 꼭 서점에 간다”고 했다. 역사 인물 중에는 유관순 열사를 가장 좋아한다. “저랑 몇 살 차이도 나지 않는데 어떻게 나라를 위해 희생할 수 있는지 놀랍고도 슬퍼요.” 김군의 목소리가 커졌다. 공책과 펜을 갖고 다니며 자기 나름의 이야기를 구상하고 랩 가사를 적기도 한다. “소설가처럼 글을 꼭 써 보고 싶다”는 야무진 꿈도 있다. 이야기에 대한 몰입 덕분일까. 그의 크고 동그란 눈에 순식간에 눈물이 차오르면 어른들도 이내 눈물을 뚝뚝 흘린다. ‘동백꽃’ 임상춘 작가는 “우는 장면이 너무 많아서 필구에게 미안하다”고 했지만, 김군은 “대본을 보면 자연스레 감정에 빠져들어 눈물이 난다”고 했다. 사연 많은 극 중 역할과 달리 김군은 축구와 ‘방방장’을 좋아하는 평범하고 밝은 ‘초딩’이다. 촬영이 새벽에 끝나도 아침 7시면 집 근처 풋살장에서 친구들과 공을 찰 정도다. 친구들과 자유롭게 놀 때처럼 이제 제 나이답게 개구쟁이, 사고뭉치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고 한다. 인터뷰 자리에 함께한 어머니 유시정(39)씨는 “강훈이가 연기 활동을 하면서 점점 자신감이 붙고 밝아졌다”고 했다. 현장에서도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얘기하는 게 재밌어 지칠 줄 모른다. 사람과 이야기를 좋아하는 김군의 목표는 인성 좋은 배우다. 한 명 한 명 눈을 맞춰 인사하고 늘 웃는 강하늘 형이 롤모델이다. “연기는 못해도 인성은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연기력은 이미 증명했으니,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그의 성장을 지켜볼 일만 남았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대본 읽다보면 눈물 글썽···이젠 사고뭉치 캐릭터 해보고 싶어요”

    “대본 읽다보면 눈물 글썽···이젠 사고뭉치 캐릭터 해보고 싶어요”

    대본 처음부터 끝까지 여러번 읽어사람 만나 얘기하는 게 너무 신나요소설가처럼 이야기도 써보고 싶어연기 못해도 인성 좋은 사람 되고파“얘가 걔였어?”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필구, ‘호텔 델루나’ 속 어린 구찬성, ‘미스터 션샤인’의 어린 유진 초이. 이 다양한 인물을 한 소년이 연기했다는 걸 알아본 시청자들은 으레 이런 감탄을 터뜨린다. 맞다. 그 아이가 이 아이, 배우 김강훈(11)군이다. 적지 않은 드라마에서 주인공 아역을 도맡는 동안 연기력도 키만큼 몰라보게 컸다. 최근 서울 JW메리어트 호텔에서 만난 김군에게 뜨거운 인기가 어떤지 물었더니 수줍게 웃었다. “동백꽃 이후 훨씬 많은 분들이 알아보고 사진 촬영 요청을 하시더라고요. 내가 그렇게 유명해졌나 신기하고, 조금 부끄럽기도 해요.” 김군이 처음 연기자로 카메라 앞에 선 건 2014년 MBC ‘오만과 편견’에서다. 연기 수업을 받아본 적도 없던 다섯살짜리 꼬맹이가 새 얼굴을 찾던 연출자의 시선을 잡았다. 이후 2016년 jtbc ‘이번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 2017년 KBS ‘김과장’에 이어 지난해 ‘로맨스는 별책부록’, 영화 ‘엑시트’와 ‘변신’, ‘블랙머니’까지 부지런히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올해도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2’, MBC ‘더 게임: 0시를 향하여’ 등 출연을 확정했다.어른스러움과 천진함을 넘나드는 김군의 표현력은 ‘차세대 유승호·여진구’라는 칭찬이 아깝지 않다. 속 깊은 ‘애어른’을 능청스레 소화하는 비결을 물으니 “대본을 열심히” 본단다. 다소 심심한 첫말에 곁들인 설명이 ‘7년차 배우’답다. “처음부터 끝까지 여러 번 읽어요. 제 대사는 엄마나 두 살 차이 남동생과 맞춰 보고요. 같은 장면을 여러 가지 버전으로 연습하다 보면 대사도 저절로 외워져요.” 긴 호흡의 대본이 지루할 법도 한데, 새 단어를 배우고 이야기를 따라가는 재미가 훨씬 크단다. 좋아하는 과목도 국어와 역사다. 김군은 “최근에는 527쪽짜리 역사책을 여러 번 읽었다. 중요한 부분은 따로 옮겨 적는다”며 “책이 떨어지면 꼭 서점에 간다”고 했다. 역사 인물 중에는 유관순 열사를 가장 좋아한다. “저랑 몇 살 차이도 나지 않는데 어떻게 나라를 위해 희생할 수 있는지 놀랍고도 슬퍼요.” 김군의 목소리가 커졌다. 공책과 펜을 갖고 다니며 자기 나름의 이야기를 구상하고 랩 가사를 적기도 한다. “소설가처럼 글을 꼭 써 보고 싶다”는 야무진 꿈도 있다. 이야기에 대한 몰입 덕분일까. 그의 크고 동그란 눈에 순식간에 눈물이 차오르면 어른들도 이내 눈물을 뚝뚝 흘린다. ‘동백꽃’ 임상춘 작가는 “우는 장면이 너무 많아서 필구에게 미안하다”고 했지만, 김군은 “대본을 보면 자연스레 감정에 빠져들어 눈물이 난다”고 했다.사연 많은 극 중 역할과 달리 김군은 축구와 ‘방방장’을 좋아하는 평범하고 밝은 ‘초딩’이다. 촬영이 새벽에 끝나도 아침 7시면 집 근처 풋살장에서 친구들과 공을 찰 정도다. 친구들과 자유롭게 놀 때처럼 이제 제 나이답게 개구쟁이, 사고뭉치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고 한다. 인터뷰 자리에 함께한 어머니 유시정(39)씨는 “강훈이가 연기 활동을 하면서 점점 자신감이 붙고 밝아졌다”고 했다. 현장에서도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얘기하는 게 재밌어 지칠 줄 모른다. 사람과 이야기를 좋아하는 김군의 목표는 인성 좋은 배우다. 한 명 한 명 눈을 맞춰 인사하고 늘 웃는 강하늘 형이 롤모델이다. “연기는 못해도 인성은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연기력은 이미 증명했으니,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그의 성장을 지켜볼 일만 남았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박신혜, ‘휴머니멀’ 출연료 전액 기부…오늘 ‘정희’ 출연

    박신혜, ‘휴머니멀’ 출연료 전액 기부…오늘 ‘정희’ 출연

    배우 박신혜가 오늘(9일) 낮 12시부터 방송되는 MBC FM4U ‘정오의 희망곡 김신영입니다’에 출연한다. 최근 높은 화제 속에 방송 중인 MBC 창사특집 다큐멘터리 ‘휴머니멀’의 프레젠터로 출연한 박신혜는 오늘 라디오에서 다큐멘터리 제작에 관한 다양한 뒷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박신혜는 보름이 넘는 아프리카 출장을 매니저 단 한명과 동행하며, 긴 이동거리와 허름한 숙소, 낯선 먹거리를 불평 한마디 없이 견뎌냈다. 오직 코끼리와 코뿔소를 직접 만나 그들과 교감하고 싶다는 의지가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박신혜는 아프리카 보츠와나에 방문해 코끼리 보호단체 ‘국경 없는 코끼리회’ 활동가들과 함께 고아 코끼리들을 돌보고, 추적 가능한 GPS 장치를 야생 코끼리에게 부착하는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했다. 또 케냐에서는 코뿔소 보호구역 ‘올페제타’에 방문해 지구상에 단 두 마리만 남은 북부흰코뿔소를 만나고 돌아왔다. ‘휴머니멀’ 제작진에 따르면 박신혜는 출연 제안을 넣자마자 바로 적극적인 참여 의사를 드러냈다. 단번에 섭외에 응한 박신혜는 “이번 다큐멘터리 참여가 일생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반려동물을 키우는 동물애호가로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박신혜는 첫 미팅 때부터 동물과 야생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자신이 이미 SNS 등으로 팔로우하고 있는 동물보호단체 정보를 줄줄 읊으며, ‘휴머니멀’에 적합한 인물과 장소를 섭외하는 데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동물보호에 대한 박신혜의 열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박신혜는 ‘휴머니멀’ 출연료 전액을 코끼리 보호단체 ‘국경없는 코끼리회’에 기부했다. 애초에 출연료를 받지 않겠다고 했지만 제작진의 만류에 바로 기부 의사를 밝힌 것. 단체 대표인 마이크 체이스 박사는 “수많은 헐리웃과 유럽의 셀럽들이 방문했지만, 신혜 씨처럼 이렇게 적극적으로 본인들의 활동에 참여하고 동물과 교감한 사람은 없었다”며 박신혜에게 ‘국경 없는 코끼리회’ 명의로 감사패를 전달했다. 박신혜가 출연하는 MBC 창사특집 다큐멘터리 ‘휴머니멀’은 오늘(9일)부터 1월 한 달 동안 매주 목요일 밤 10시 5분에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금연에도 골든타임, 마흔다섯 전엔 끊어야 합니다”

    “금연에도 골든타임, 마흔다섯 전엔 끊어야 합니다”

    19살에 담배를 피우기 시작해 40대 초반에 끊었다. 평생을 폐렴 환자 치료에 전념해온 호흡기내과 분야 권위자인 정기석(61)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담배와 20년 넘는 질긴 인연을 끊지 못해 이어갔던 경험이 있다. 2016년 첫 차관급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정 교수는 “45세 이전에 담배를 끊으면 위험도가 차츰 줄어든다”면서 “이후에 끊으면 늦으니 꼭 45세 전에 끊으라”고 조언했다. 담배를 끊은 지금 60대 정 교수는 젊은이 못지않게 건강하다. 최근에는 근육 운동도 시작했다. 정 교수는 “건강을 지킨다는 것은 나를 사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담배는 몇 년을 피웠나요. “40대 초반에 담배를 끊을 때까지 20여 년을 피웠죠. 흔히 말하는 ‘헤비 스모커’는 아니었어요. 그때는 담배를 주고 받는 문화가 있었어요. 처음 만나 악수하고서는 ‘담배 한대 피우시죠’ 라고 하는 게 흔한 인삿말이었죠. 의사들은 담배를 안 피울 거라고 여기는 분들이 있는데 의사도 똑같은 사람이에요. 담배가 어떤 건 줄 아니까 겁이 나서 적게 피우는 것뿐이지요. 예전에는 병동에서도 의사들이 담배를 피웠어요. 맡은 환자가 사망하면 허무한 마음에 한 번씩 담배를 피우고는 했죠. 마흔이 넘어가면서 이렇게 술 마시고 담배 피우고 일을 많이 하다가는 내 몸이 망가지겠다 싶어 굳게 결심하고 끊었어요.” -어떻게 끊었습니까. “담배를 피우는 과정을 한번 생각해보세요. 먼저 담배를 사서 포장을 벗기고 밖으로 나가 흡연구역을 찾은 다음 불을 붙이죠. 이 긴 과정에서 하나만 안 하면 담배를 피울 수 없어요. 담배를 끊으려면 먼저 주변에 금연 사실을 알려야 해요. 그래야 담배를 꺼내 물을 때마다 눈치가 보이죠. 그런데도 끊지 못하는 것은 심리적·물리적 의존성 때문이에요. 뇌에는 니코틴 수용체가 있어요. 그 수용체를 자꾸 자극해줘야 마음이 편해지거든요. 그 수용체가 남들보다 더 과한 자극을 요구하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담배를 끊기 어려워지는 거예요. 그게 바로 중독이죠. 물리적 의존성이 있는 사람은 약의 도움을 받아 담배를 끊을 수 있어요. 호흡기질환 환자 중에도 여전히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많아요. 몇 번을 이야기해도 끊지 않으면 ‘내가 내 밥그릇 차는 권고를 계속하는 데도 안 들어주실 겁니까’라고 해요. 그렇게까지 이야기하면 환자들이 수긍해요. 온 국민이 담배를 끊으면 호흡기내과 의사들은 일이 없어 상대적으로 힘들어지겠죠. 전 세계 인구가 담배를 끊으면 병의 3분의1은 없어질 거예요.”-금연에도 골든타임이 있습니까. “45세 전에는 끊어야 해요. 담배를 끊고서도 그동안 피운 담배로 인한 위험은 상당히 오랜 기간 남아요. 하지만 45세 이전에 끊으면 위험도가 차츰 줄어들어요. 그 이후에 끊으면 소용이 없고요. 피부에 찰과상이 생기면 금방 회복되잖아요. 하지만 깊게 파인 상처는 좀처럼 낫질 않아요. 20갑년(하루 한 갑씩 20년 흡연) 정도 되면 그동안 담배로 쌓인 폐병 위험이 진행되고 있는 거예요.” -담배를 피운다고 다 병에 걸리지는 않는다고 하던데요. “10명 중 7명은 담배를 피워도 담배와 관련된 병에 걸리지 않아요. 그 7명 안에 들 자신이 있으면 피워도 돼요. 찻길을 건널 때 좌우를 둘러보잖아요. 헌데 그렇게 둘러보지 않아도 사람이 건너면 운전자는 서요. 그렇다고 좌우를 살피지 않고 건널목을 건너는 일을 평생 반복하면 언젠가 한 번은 차에 치일 거예요. 항상 위험을 줄이는 쪽으로 움직여야 해요. 특히 건강은 언제나 위험이 발생할 확률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관리해야 해요. 더러운 손으로 음식을 집어 먹지 않잖아요. 그런데 계속 그렇게 먹어도 큰 상관은 없어요. 병에 잘 안 걸려요. 그럼에도 손을 깨끗이 씻으라는 것은 혹시라도 병에 걸릴 확률을 줄이자는 것이지요.” -담배로 생기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은 어떤 병인가요. “폐암보다 고통스러운 COPD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낸 적이 있었어요. 요즘은 폐암 생존율이 높지만, 그래도 많이 악화한 환자는 몇 년 안에 사망하고는 해요. 그러나 COPD는 그렇지 않아요. 대신 숨을 못 쉬는 고통을 굉장히 긴 시간 느끼다 사망하죠. 삶이 시나브로 돌이킬 수 없이 망가지고 마지막에는 인공호흡기를 달아요. 숨을 내쉬지 말고 연속으로 다섯 번 들이마셔 보세요. 그리고 그 상태로 말을 해보세요. 숨이 차서 말을 잘 못할 거예요. COPD 환자들의 상태가 그래요. 폐가 짓눌려 있는 거죠. 우리나라 COPD 환자의 80%가 담배를 피운 분들이에요. 가장 큰 단일 원인이 담배예요. 간은 잘라내도 재생이 돼요. 하지만 폐는 손상을 입으면 아물면서 굳어버려요. 복구가 안 돼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도 호흡기 감염병이었죠. 호흡기내과 교수가 본 메르스는 어땠나요. “평생 호흡기 감염을 보아온 의사인데도 두려웠어요. 이렇게 강한 병원체를 본 적이 없었죠. 폐렴 사망률이 높다고 하지만 메르스보다는 낮아요. 의사들은 병원에서 늘 병균을 대하니 마스크를 끼고 다니지 않아요. 그런데 메르스 때는 우리도 메르스에 걸리면 큰일 나겠다는 두려움이 있었어요. 아무리 슈퍼박테리아라도 단시간에 사람을 이 정도로 많이 죽이지 못해요. 그 정도로 놀라운 병이었어요.” -메르스 사태 이후 질병관리본부장이 되셨죠. “가자마자 홍역을 치렀어요. 2016년 4·13총선 날 아침 새벽에 문자가 왔는데,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온 메르스 의심환자가 서울 모 병원에서 도주했다는 거예요. 의심환자가 서울 시내를 활보하는 상황이었어요. 경찰이 출동해 폐쇄회로(CC)TV로 추적해 결국은 서울의 한 호텔에서 찾아냈죠. 메르스를 잡으려고 그 고생을 했는데, 환자가 도주한 상황이었으니 매우 긴박했죠. 그 해에는 지카바이러스도 유행했어요. 우리나라에서 첫 환자가 발생해 공포가 컸죠. 서아프리카에 에볼라이바러스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비판을 받아서인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카바이러스 때는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언하며 전 세계를 향해 과하게 겁을 줬어요. 국회도, 언론도 난리가 났었죠.” -감염병이 대유행한다면 또 호흡기 질환일 텐데요. “제일 걱정이 인플루엔자 변형이에요. 인플루엔자 유전자가 크게 바뀌면 막아내질 못해요. 이런 바이러스를 철새가 옮기기 시작하면 세계 곳곳에 퍼질 수 있어요. 결국은 호흡기 쪽 바이러스가 대유행을 일으킬 거예요. 만일의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기침 예절만 잘 지킨다면 상당한 예방 효과가 있을 거예요. 메르스도 기침을 통해 퍼졌으니까요.” -정신건강은 어떻게 관리하세요. “화가 나고 흥분될 때는 ‘화를 내면 내가 지는 거다’라고 암시를 걸어요. 화를 낼 때 머리가 어질어질하기도 하잖아요. 온몸이 긴장하기 때문이에요. 마음의 평화를 외치며 되도록 화를 내지 않도록 마음을 관리하는 게 제일 중요해요. 건강해지려고 운동을 많이 하더라도 마음이 따라가지 않으면 건강해질 수 없어요. 한마디 할 때 세 번을 생각하고 될수록 말을 적게 해야 다른 이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내가 뱉은 말로 후회하는 일도 줄일 수 있어요.” -어떤 운동을 하고 있나요. “등 근육이 잡힐 정도로 근육 운동을 많이 하고 있어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 들여 만든 근육 사진도 올리고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꾸 많이 먹고 관리를 소홀히 하게 돼요. 정형외과 의사들 말을 들어보면 요즘은 90대도 발목이 부러져서 온 데요. 근육이 없으면 넘어질 때 발목이 지지대 역할을 하지 못해 옆으로 바로 쓰러져버려요. 그러면 고관절이 골절돼요. 정형외과를 찾는 노인 중 발목이 부러져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운동을 많이 해서 발목에 힘이 있다는 거예요. 넘어질 때 발목에 힘을 주다 보니 발목이 먼저 꺾이는 거죠. 근육을 강화하는 가장 쉬운 운동은 앉았다가 일어서기예요. 집에서 팔굽혀펴기만 해도 건강한 몸을 만들 수 있어요. 건강을 지킨다는 것은 나를 사랑하는 거예요. 나를 아끼고 몸가짐을 신중하게 하라는 ‘자중자애’(自重自愛)라는 말이 있죠. 건강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새길 말이 아닌가 합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금연에도 골든타임, 마흔다섯 전엔 끊어야 합니다”

    “금연에도 골든타임, 마흔다섯 전엔 끊어야 합니다”

    19살에 담배를 피우기 시작해 40대 초반에 끊었다. 평생을 폐렴 환자 치료에 전념해온 호흡기내과 분야 권위자인 정기석(61)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담배와 20년 넘는 질긴 인연을 끊지 못해 이어갔던 경험이 있다. 2016년 첫 차관급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정 교수는 “45세 이전에 담배를 끊으면 위험도가 차츰 줄어든다”면서 “이후에 끊으면 늦으니 꼭 45세 전에 끊으라”고 조언했다. 담배를 끊은 지금 60대 정 교수는 젊은이 못지않게 건강하다. 최근에는 근육 운동도 시작했다. 정 교수는 “건강을 지킨다는 것은 나를 사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담배는 몇 년을 피웠나요. “40대 초반에 담배를 끊을 때까지 20여 년을 피웠죠. 흔히 말하는 ‘헤비 스모커’는 아니었어요. 그때는 담배를 주고 받는 문화가 있었어요. 처음 만나 악수하고서는 ‘담배 한대 피우시죠’ 라고 하는 게 흔한 인삿말이었죠. 의사들은 담배를 안 피울 거라고 여기는 분들이 있는데 의사도 똑같은 사람이에요. 담배가 어떤 건 줄 아니까 겁이 나서 적게 피우는 것뿐이지요. 예전에는 병동에서도 의사들이 담배를 피웠어요. 맡은 환자가 사망하면 허무한 마음에 한 번씩 담배를 피우고는 했죠. 마흔이 넘어가면서 이렇게 술 마시고 담배 피우고 일을 많이 하다가는 내 몸이 망가지겠다 싶어 굳게 결심하고 끊었어요.” -어떻게 끊었습니까. “담배를 피우는 과정을 한번 생각해보세요. 먼저 담배를 사서 포장을 벗기고 밖으로 나가 흡연구역을 찾은 다음 불을 붙이죠. 이 긴 과정에서 하나만 안 하면 담배를 피울 수 없어요. 담배를 끊으려면 먼저 주변에 금연 사실을 알려야 해요. 그래야 담배를 꺼내 물을 때마다 눈치가 보이죠. 그런데도 끊지 못하는 것은 심리적·물리적 의존성 때문이에요. 뇌에는 니코틴 수용체가 있어요. 그 수용체를 자꾸 자극해줘야 마음이 편해지거든요. 그 수용체가 남들보다 더 과한 자극을 요구하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담배를 끊기 어려워지는 거예요. 그게 바로 중독이죠. 물리적 의존성이 있는 사람은 약의 도움을 받아 담배를 끊을 수 있어요. 호흡기질환 환자 중에도 여전히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많아요. 몇 번을 이야기해도 끊지 않으면 ‘내가 내 밥그릇 차는 권고를 계속하는 데도 안 들어주실 겁니까’라고 해요. 그렇게까지 이야기하면 환자들이 수긍해요. 온 국민이 담배를 끊으면 호흡기내과 의사들은 일이 없어 상대적으로 힘들어지겠죠. 전 세계 인구가 담배를 끊으면 병의 3분의1은 없어질 거예요.” -금연에도 골든타임이 있습니까. “45세 전에는 끊어야 해요. 담배를 끊고서도 그동안 피운 담배로 인한 위험은 상당히 오랜 기간 남아요. 하지만 45세 이전에 끊으면 위험도가 차츰 줄어들어요. 그 이후에 끊으면 소용이 없고요. 피부에 찰과상이 생기면 금방 회복되잖아요. 하지만 깊게 파인 상처는 좀처럼 낫질 않아요. 20갑년(하루 한 갑씩 20년 흡연) 정도 되면 그동안 담배로 쌓인 폐병 위험이 진행되고 있는 거예요.” -담배를 피운다고 다 병에 걸리지는 않는다고 하던데요. “10명 중 7명은 담배를 피워도 담배와 관련된 병에 걸리지 않아요. 그 7명 안에 들 자신이 있으면 피워도 돼요. 찻길을 건널 때 좌우를 둘러보잖아요. 헌데 그렇게 둘러보지 않아도 사람이 건너면 운전자는 서요. 그렇다고 좌우를 살피지 않고 건널목을 건너는 일을 평생 반복하면 언젠가 한 번은 차에 치일 거예요. 항상 위험을 줄이는 쪽으로 움직여야 해요. 특히 건강은 언제나 위험이 발생할 확률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관리해야 해요. 더러운 손으로 음식을 집어 먹지 않잖아요. 그런데 계속 그렇게 먹어도 큰 상관은 없어요. 병에 잘 안 걸려요. 그럼에도 손을 깨끗이 씻으라는 것은 혹시라도 병에 걸릴 확률을 줄이자는 것이지요.” -담배로 생기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은 어떤 병인가요. “폐암보다 고통스러운 COPD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낸 적이 있었어요. 요즘은 폐암 생존율이 높지만, 그래도 많이 악화한 환자는 몇 년 안에 사망하고는 해요. 그러나 COPD는 그렇지 않아요. 대신 숨을 못 쉬는 고통을 굉장히 긴 시간 느끼다 사망하죠. 삶이 시나브로 돌이킬 수 없이 망가지고 마지막에는 인공호흡기를 달아요. 숨을 내쉬지 말고 연속으로 다섯 번 들이마셔 보세요. 그리고 그 상태로 말을 해보세요. 숨이 차서 말을 잘 못할 거예요. COPD 환자들의 상태가 그래요. 폐가 짓눌려 있는 거죠. 우리나라 COPD 환자의 80%가 담배를 피운 분들이에요. 가장 큰 단일 원인이 담배예요. 간은 잘라내도 재생이 돼요. 하지만 폐는 손상을 입으면 아물면서 굳어버려요. 복구가 안 돼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도 호흡기 감염병이었죠. 호흡기내과 교수가 본 메르스는 어땠나요. “평생 호흡기 감염을 보아온 의사인데도 두려웠어요. 이렇게 강한 병원체를 본 적이 없었죠. 폐렴 사망률이 높다고 하지만 메르스보다는 낮아요. 의사들은 병원에서 늘 병균을 대하니 마스크를 끼고 다니지 않아요. 그런데 메르스 때는 우리도 메르스에 걸리면 큰일 나겠다는 두려움이 있었어요. 아무리 슈퍼박테리아라도 단시간에 사람을 이 정도로 많이 죽이지 못해요. 그 정도로 놀라운 병이었어요.” -메르스 사태 이후 질병관리본부장이 되셨죠. “가자마자 홍역을 치렀어요. 2016년 4·13총선 날 아침 새벽에 문자가 왔는데,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온 메르스 의심환자가 서울 모 병원에서 도주했다는 거예요. 의심환자가 서울 시내를 활보하는 상황이었어요. 경찰이 출동해 폐쇄회로(CC)TV로 추적해 결국은 서울의 한 호텔에서 찾아냈죠. 메르스를 잡으려고 그 고생을 했는데, 환자가 도주한 상황이었으니 매우 긴박했죠. 그 해에는 지카바이러스도 유행했어요. 우리나라에서 첫 환자가 발생해 공포가 컸죠. 서아프리카에 에볼라이바러스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비판을 받아서인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카바이러스 때는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언하며 전 세계를 향해 과하게 겁을 줬어요. 국회도, 언론도 난리가 났었죠.” -감염병이 대유행한다면 또 호흡기 질환일 텐데요. “제일 걱정이 인플루엔자 변형이에요. 인플루엔자 유전자가 크게 바뀌면 막아내질 못해요. 이런 바이러스를 철새가 옮기기 시작하면 세계 곳곳에 퍼질 수 있어요. 결국은 호흡기 쪽 바이러스가 대유행을 일으킬 거예요. 만일의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기침 예절만 잘 지킨다면 상당한 예방 효과가 있을 거예요. 메르스도 기침을 통해 퍼졌으니까요.” -정신건강은 어떻게 관리하세요. “화가 나고 흥분될 때는 ‘화를 내면 내가 지는 거다’라고 암시를 걸어요. 화를 낼 때 머리가 어질어질하기도 하잖아요. 온몸이 긴장하기 때문이에요. 마음의 평화를 외치며 되도록 화를 내지 않도록 마음을 관리하는 게 제일 중요해요. 건강해지려고 운동을 많이 하더라도 마음이 따라가지 않으면 건강해질 수 없어요. 한마디 할 때 세 번을 생각하고 될수록 말을 적게 해야 다른 이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내가 뱉은 말로 후회하는 일도 줄일 수 있어요.” -어떤 운동을 하고 있나요. “등 근육이 잡힐 정도로 근육 운동을 많이 하고 있어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 들여 만든 근육 사진도 올리고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꾸 많이 먹고 관리를 소홀히 하게 돼요. 정형외과 의사들 말을 들어보면 요즘은 90대도 발목이 부러져서 온 데요. 근육이 없으면 넘어질 때 발목이 지지대 역할을 하지 못해 옆으로 바로 쓰러져버려요. 그러면 고관절이 골절돼요. 정형외과를 찾는 노인 중 발목이 부러져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운동을 많이 해서 발목에 힘이 있다는 거예요. 넘어질 때 발목에 힘을 주다 보니 발목이 먼저 꺾이는 거죠. 근육을 강화하는 가장 쉬운 운동은 앉았다가 일어서기예요. 집에서 팔굽혀펴기만 해도 건강한 몸을 만들 수 있어요. 건강을 지킨다는 것은 나를 사랑하는 거예요. 나를 아끼고 몸가짐을 신중하게 하라는 ‘자중자애’(自重自愛)라는 말이 있죠. 건강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새길 말이 아닌가 합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복지망 사각지대 놓인 다문화 부부의 안타까운 죽음

    형편이 어려운 장애인 남편과 결혼 이주여성이 숨진 채 발견된 것과 관련해 맞춤형 복지 시스템의 구멍이 드러났다. 사회 보살핌이 필요한 가난·장애·다문화라는 취약 요소를 모두 가진 부부였지만 수많은 각종 복지 대책들은 이들을 보호하지 못했다. 7일 광주 남부경찰서와 남구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9시 30분께 광주 남구 주월동 한 주택에서 뇌병변 장애가 있는 남편 A(63)씨와 필리핀 출신 아내 B(57)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아내가 뇌출혈로 먼저 쓰러지자 거동이 어려운 남편이 이불을 덮어주려다 침대에서 떨어진 뒤 저체온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침대엔 전기장판이 켜져 온기를 머금고 있었지만, A씨 부부는 차디찬 바닥에 쓰러진 채 발견됐다. 2004년 필리핀에서 온 B씨와 결혼한 A씨는 생활 형편이 좋지 않아 이듬해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로 인정됐다. 월 100만원 남짓한 기초생활 수급비로 빠듯하게 생계를 유지하던 A씨는 2015년 2월 교통사고로 뇌병변 장애가 생겼다. 침상에 누워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된 A씨는 최근까지 아내와 인근에 사는 동생의 돌봄을 받아왔다. 지방자치단체는 고독사를 방지한다며 중증장애인과 독거노인 가정을 주기적으로 방문하고 있었지만, A씨의 경우 돌봐줄 보호자가 있다는 이유로 그 대상에 포함되지 못했다. 한 달에 한 번 통장이 쓰레기봉투를 제공하거나 민간 봉사단이 반찬을 두고 가긴 했지만, 부부를 직접 만나지 않고 부엌에 물건을 두고 가는 일이 다반사였다. 아내는 16년간 동안 한국에서 지내면서도 한국어에 서툴 정도로 외부 활동이나 접촉을 꺼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중증환자 응급안전 서비스’ 일환으로 A씨 부부 집 안에 설치된 움직임 감지 장치도 무용지물이었다. 남구가 2015년부터 최근까지 중증장애인과 독거노인 가정 191곳에 7600여만원을 들여 설치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 장치를 모니터링하는 업무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모니터링 요원이 1명에 불과해 혼자 191개 가정을 모두 살펴야 하고, 기계가 고장나면 고치는 역할까지 해야 했다. 게다가 교대 인력이 없어 주말·공휴일, 늦은 시각에는 모니터링 자체가 아예 이뤄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담당 모니터링 요원은 움직임 감지 장치에서 신호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도 닷새가 지나서야 A씨 부부 집을 방문했다가 숨져있는 이들을 발견했다. 광주복지공감플러스 박종민 대표는 “점점 개인화·고립화하면서 사회적 약자의 사망을 방지하려는 각종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런 안타까운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응급 벨 등 안전장치가 갖춰져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활용할 인력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현존 세계 최고령 다나카 가네 할머니 117세 생일 맞아

    현존 세계 최고령 다나카 가네 할머니 117세 생일 맞아

    지난해 기네스 월드 레코드에 의해 세계 생존 최고령으로 공인된 일본 할머니 다나카 가네가 지난 2일 117회 생일을 맞았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다나카 할머니는 남부 후쿠오카에 있는 요양원에서 5일 뒤늦게 잔치를 열어 직원들과 친구들로부터 축하를 받았다. TVQ 규슈 방송이 전한 데 따르면 그녀는 생일 떡을 한입 베어물고는 “맛있네”라고 말하곤 미소 지으며 “조금 더 먹고 싶네”라고 말했다. 6일 미국 일간 USA 투데이에 따르면 할머니는 1903년 여덟 자녀 가운데 일곱 번째로 예정일을 앞당겨 태어났으며 1922년 다나카 히데오와 결혼해 네 자녀와 입양 자녀 한 명을 뒀다. 지난해 3월 9일 116세 66일로 세계 최고령 기록을 고쳐 쓴 할머니는 일본의 급속한 노령층 급증과 출산율 감소로 노동력 부족과 미래 경제성장 둔화를 전망케 하는 상징이 되고 있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지난해 일본 신생아 숫자는 무려 5.9%나 줄어 정부가 인구 통계를 내기 시작한 1899년 이후 처음 90만명 이하로 떨어졌다고 후생성이 밝혔다. 다나카 할머니의 최고령 기록은 현재 살아있는 이들 가운데 최고령이란 뜻이지, 역대 최고령 기록은 아니다. 같은 일본 할머니 오가와 미사오도 2015년 3월 5일에 117회 생일을 맞았다. 2013년 기네스 월드 레코드에 의해 세계 최고령 공인을 받은 그녀는 오사카에서 1898년 태어났다. 117회 생일 잔치를 열어준 오사카 현청의 오구라 다케히로가 117년을 산 느낌이 어떤지 묻자 그녀는 “다소 짧게 보인다”고 답했다. 또 “장수의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나도 그 점이 궁금하다”는 답을 돌려줬다. 당시 일본 정부에 따르면 이 나라의 100세 이상 어르신이 5만 8000명 이상이었다. 그 중 87%가 여성이었다. 오가와 할머니는 듣는 데 문제가 조금 있긴 했지만 잘 드시고 건강한 편이었다고 오사카 요양원은 밝혔다. 그녀는 1919년 유키오 할아버지와 결혼해 2녀 1남에다 네 명의 손주, 여섯 명의 증손주를 뒀는데 남편은 1931년 세상을 떠났다. 오가와 할머니는 117회 생일을 지낸 지 한달도 안돼 만우절에 세상을 떠났다. 미야코 치요 할머니도 2018년 7월에 117세 나이를 끝으로 세상을 접었다. 역대 최고령 생존자는 프랑스의 잔느 칼멩 할머니로 1997년 8월 숨을 거뒀는데 122세까지 살았다. 물론 그녀의 출생 기록이 조작됐다는 의심이 늘 따라다녔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하루 6시간, 주 4일 근무...’꿈의 직장’ 추진하는 핀란드 30대 총리

    하루 6시간, 주 4일 근무...’꿈의 직장’ 추진하는 핀란드 30대 총리

    30대 여성 총리로 세계의 이목을 끌었던 핀란드 총리가 하루 6시간, 주 4일 근무를 골자로 한 탄력근무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EU 전문매체 ‘뉴유럽’은 2일(현지시간) 산나 마린(34) 핀란드 총리가 노동자의 ‘워라밸’(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 Work and Life Balance)을 위한 근로시간 단축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마린 총리는 “근로자가 가족 및 연인과 함께 취미, 문화생활 등 삶의 다른 측면을 위해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자격이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마린 총리는 지난해 교통커뮤니케이션 장관 재직 시절부터 근로시간 단축을 줄기차게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린 총리는 근로자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도 근로시간 단축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핀란드는 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가 일반적이다. 이에 대해 리 안데르손(32) 교육장관은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안데르손 장관은 “근로시간 단축은 매우 중요한 문제”라면서 “여성 지도자의 집권 스타일의 문제를 떠나 유권자와의 약속을 지키는 행보”라고 지지했다. OECD 통계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핀란드의 1인당 연간 근로시간은 1555시간, 주당 근로시간은 30시간 정도다. 마린 총리는 여기서 주당 근로시간을 6시간 더 단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이 같은 총리의 행보에는 인접 국가인 스웨덴의 선례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스웨덴은 주 40시간인 근무시간은 주 30시간으로 줄이기 위한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2015년 2월 스웨덴 제2 도시 예테보리는 ‘스발테달렌’이라는 노인요양원 간호사 68명을 대상으로 하루 근무시간을 8시간에서 6시간으로 줄이는 실험을 진행했다. 임금은 동일하게 유지했다. 실험 결과 간호사의 병가 사용 일수는 줄고 환자들 건강은 호전됐지만, 추가 고용에 따른 비용 지출이 늘어났다. 초반에는 비용 부담에 대한 불안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예테보리 시의회는 2년 후 “직원의 건강이 호전된 것은 물론, 행복지수와 생산성도 높아졌으며 환자의 만족도도 높아졌다”라고 밝혔다. 고용률이 높아지고 세수도 늘었다. 한편 2018년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근로시간은 1993시간, 주당 38.2시간 정도로 OECD 국가 중 뒤에서 3번째로 길었다. 일본(1680시간)보다 313시간, OECD 평균(1734시간)보다 259시간 더 일한 셈이다. OECD 회원국 중 연간 근로시간이 가장 긴 나라는 멕시코(2148시간)이었으며, 그다음은 코스타리카(2121시간)였다. 다만 주52시간 근무제 도입과 더불어 ‘워라밸’ 중시 문화가 반영되면서 초과근로 시간은 줄었다. 지난해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일, 가정 양립 지표’를 보면 2019년 초과근로 시간은 9.5시간으로 전년(10.1시간) 대비 0.6시간 감소했다. 근로자의 월평균 초과근로 시간이 10시간 아래로 떨어진 건 1인 이상 사업체를 기준으로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처음이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닐로 장덕철 소속사 “‘그알’ 방송, 죽고 싶을 만큼 참담” [전문]

    닐로 장덕철 소속사 “‘그알’ 방송, 죽고 싶을 만큼 참담” [전문]

    ‘그것이 알고 싶다’ 음원 사재기 의혹 편 방송이 화제인 가운데, 가수 닐로와 장덕철 소속사 리메즈 엔터테인먼트 측이 공식입장을 밝혔다. 5일 리메즈는 보도자료를 통해 “다시 음원 사재기와 관련하여 당사는 아니라고, 하지 않았다고 공허한 메아리처럼 입장을 되풀이해야 되는 작금의 상황이 너무나 절망스럽다. 4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보도와 관련 깊은 유감을 넘어 죽고 싶을 만큼 참담하다”며 음원 사재기 의혹을 부인했다. 리메즈는 “문체부 및 관련 기관들에 진상을 규명해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했고, 수많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하여 강력하게 이야기 해왔음에도 그 긴 시간 동안 그 어떤 의혹도 해소되지 못했다. 그 기간 동안 소속 아티스트들은 셀 수도 없는 악플과 따가운 시선 등을 받으며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어 “누구보다 공정한 보도로 더는 무고한 사람이 생기지 않게 진실된 취재를 해줄 것으로 기대했던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조차 저희 가수들의 자료화면을 수차례 띄우며 마치 사재기를 한 가수인 마냥 대중을 호도하는 방송을 송출했고, 실체 없는 의혹제기로 끝난 방송 이후 저희는 더욱 심각한 마녀사냥을 당하고 있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리메즈는 “최근 정확한 사실 확인 없이 실명부터 공개한 모 가수와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팀 모두에게 정식 사과를 요구하는 바”라며 “음원 사재기 업체들과 의뢰를 한 기획사, 그리고 유통사까지 전반적인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모든 조사에 성실하고 적극적으로 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4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일부 가수들의 음원 사재기 의혹에 대해 다루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방송에서는 해당 가수로 닐로, 장덕철, 송하예 등이 언급됐다. 연예 기획사 관계자들은 “노래방 인기 순위에서 아무 반응이 없다가 갑자기 올라왔다. 일반적인 역주행 곡은 노래방에서 많이 가창되고 그 다음에 음원 차트에서 결과가 나온다”, “이 정도 실력에 이 정도 인기면 단독 공연을 엄청 성황리에 해야 하는데 텅 비어서 공연을 취소했다”며 닐로의 음원 사재기 의혹이 풀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리메즈 공식입장 전문. 안녕하세요. 리메즈 입니다. 다시 음원 사재기와 관련하여 당사는 아니라고, 하지 않았다고 공허한 메아리처럼 입장을 되풀이해야 되는 작금의 상황이 너무나 절망스럽습니다. 1월 4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보도와 관련하여서도 깊은 유감을 넘어 죽고 싶을 만큼 참담함을 느낍니다. 저희는 2018년 4월 소속 가수의 곡이 음원 차트 1위를 한 시점부터 지금까지 모든 소속 가수들이 사재기 루머에 지속적으로 시달려오고 있습니다. 당시 문체부 및 관련 기관들에 진상을 규명해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했고, 수많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하여 강력하게 이야기 해왔음에도 그 긴 시간 동안 그 어떤 의혹도 해소되지 못했습니다. 그 기간 동안 소속 아티스트들은 셀 수도 없는 악플과 따가운 시선 등을 받으며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누구보다 공정한 보도로 더는 무고한 사람이 생기지 않게 진실된 취재를 해줄 것으로 기대했던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조차 지난 4일 저희 가수들의 자료화면을 수차례 띄우며 마치 사재기를 한 가수인 마냥 대중을 호도하는 방송을 송출하였고, 실체 없는 의혹제기로 끝난 방송 이후 저희는 더욱 심각한 마녀사냥을 당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측은 보도했던 대로 실제 사재기가 있고 실행자가 있다면 카더라식 제보를 받은 그 분들의 실체를 더욱 명확히 밝혀 주시고, 카더라 제보와 여러 조작 정황 자료 화면이 마치 저희와 관련 있는 듯한 뉘앙스로 방송되었는데 저희와 대체 어떤 연관성이 있기에 교묘하게 편집하여 보도하였는지, 왜 방송을 통해 저희를 사재기 집단으로 여론몰이 하시는지 그 배후가 궁금하며, 연관성이 없다면 강력하게 정정보도를 요청 드립니다. 가요계에 음원 사재기가 뿌리 뽑혀야 된다는 것에는 당사 역시 매우 공감하는 바이며, 최근 정확한 사실 확인 없이 실명부터 공개한 모 가수와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팀 모두에게 정식 사과를 요구하는 바입니다. 더불어 음원 시장의 질서를 바로 잡기 위해 검찰과 경찰을 비롯 모든 수사 기관에게 저희부터 수사 해주시기를 간곡하게 요청 드립니다. 저희 리메즈의 모든 것에 대하여 철저하게 조사 해주시고 명백히 밝혀 주시기를 강력하게 촉구하며, 저희 또한 음원 사재기 업체들과 의뢰를 한 기획사, 그리고 유통사까지 전반적인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모든 조사에 성실하고 적극적으로 임할 것입니다. 하루 빨리 불법 행위를 조장하는 범죄자가 밝혀지고 음원 시장의 혼란을 바로 잡고 제 2의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막아 주시기를 바랍니다. 사진=뉴스1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험난한 앞날 예고한 秋, 검찰간부 앞에서 ‘검찰개혁’ 8번 강조

    험난한 앞날 예고한 秋, 검찰간부 앞에서 ‘검찰개혁’ 8번 강조

    추 장관, 밝은 미소에도 긴장감 흐른 취임식 현장김오수 차관에 감사 전해“법무부 위상 되찾겠다”3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법무부 장관 취임식장에 들어선 추미애 신임 장관의 표정에선 여유로움이 흘러 넘쳤다. 푸른색 정장을 입고 가슴 한 켠에 꽃을 달고 나타난 추 장관은 단상에 오르기 전부터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며 밝은 모습을 보였다. 조국 전 장관이 사퇴한 뒤 80일간 법무부를 이끈 김오수 차관은 추 장관 뒤에서 약간의 간격을 두고 걸어 들어왔다. 이후 마이크를 잡은 추 장관은 취임사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김 차관에 감사 인사를 건넸다. 추 장관은 정치인 출신답게 1000여명의 참석자들 앞에서 전혀 긴장하지 않은 듯 밝은 미소를 띠며 취임사를 읽어 내려갔다. 하지만 추 장관의 표정과 달리 취임사에는 전쟁에 나서는 장수의 심정을 드러낸 듯한 표현들이 자주 등장했다. 전날 임명장 수여식에서 “여러 번 찌르는 건 명의가 아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통해 검찰을 긴장시킨 추 장관은 이날 취임사에서도 ‘검찰개혁’이란 표현을 8차례나 썼다. ‘서해맹산’의 정신으로 검찰개혁 소명을 완수하겠다고 한 조국 전 장관이 취임사에서 검찰개혁을 9차례 언급했는데, 추 장관도 취임식에 참석한 검찰 고위간부들 앞에서 검찰개혁을 수차례 강조한 것이다. 이날 취임식장에는 강남일 대검찰청 차장검사,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을 비롯해 윤석열 검찰총장의 핵심 참모들이 총출동했다. 추 장관은 실추된 법무부 위상을 바로 세우는 것이 ‘검찰의 제자리 찾기’를 위한 필수적인 전제 조건이란 점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했다. 또 “법무부가 검찰개혁의 소관 부처로서 역사적인 개혁 완수를 위해 각별한 자세와 태도로 임해야 한다”며 험난한 앞날을 예고하기도 했다. 다만 “검찰을 개혁 대상으로만 치부하지 않고 개혁의 동반자로 삼겠다”고 하면서 일방적으로 검찰에 개혁의 칼을 휘두르지는 않을 것이란 입장도 내비쳤다. 추 장관은 검찰개혁을 강조하면서 ‘줄탁동시’란 표현도 썼다.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날 때 병아리와 어미 닭이 안팎에서 함께 쪼아야 한다는 뜻으로 법무부 뿐 아니라 검찰도 개혁을 위해 동참해 줄 것을 당부한 것이다. 추 장관은 취임사를 마무리하면서 “법무부와 그 소속 기관들은 조직의 개별적 이익이 아니라 주권자 국민에게 낮은 자세로 봉사하는 ‘공복의 자세’로 돌아와야 할 것”이라며 강도 높은 내부 쇄신 작업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폭력 마주한 은희, 굴레 갇힌 여성…누구도 외면 않는 목소리 만들 것”

    “폭력 마주한 은희, 굴레 갇힌 여성…누구도 외면 않는 목소리 만들 것”

    ‘원더키디’ 방영 30년 후 상영된 이 영화에서 주인공 ‘키디’는 소년이 아닌 소녀다. 우주 탐사선의 선장이었던 ‘원더’한 아버지 대신 서울 대치동의 미도상가에서 떡방앗간을 하는 현실의 아버지가 있다. 국내외 영화제에서 35관왕에 등극한 영화 ‘벌새’의 김보라(39) 감독이 직조한 1994년의 한국이다.첫 장편 입봉에 거둔 놀라운 성과. 소감이 어떨까. 새해 벽두,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 감독은 영화 관련 행사에 불려 다니느라 자신의 마음을 차분히 들여다볼 새가 없었다고 했다. “영화가 많은 사랑을 받아서 감사했고요. 주변에서 되게 좋아하셨어요. 오래 뭘 하던 사람이 잘되면 기쁜가 봐요.” 이 원더한 키디의 탄생에 지인들이 더욱 감격한 까닭은 그의 오랜 노력을 알기 때문이다. 시나리오 구상을 하던 2012년부터 영화를 완성하기까지 6년, 독립영화치고도 긴 기간이었다. 더욱 완벽해야 상영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시나리오를 고치고 또 고쳤다. “여성 감독들의 영화가 구성 단계에서 절반가량 틀어지니까요. 학교(동국대 영화영상학과) 다닐 때 재능 있던 여성 감독들이 데뷔하지 못한 경우를 많이 봤고요. 영화판이라는 게 남성 중심이라 여성 롤모델이 없고, 창작자로서 자기 검열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면서 시간이 더욱 오래 걸렸어요.” ‘벌새’는 15세 소녀 은희에게 가해지는 세상의 폭력들을 미세하게 포착, 14만 관객들의 공감을 얻었다. 성적으로 아이들을 줄 세우고 ‘날라리’를 적어 내라는 학교, 집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오빠의 폭력, 사랑하는 이를 앗아 가는 성수대교 참사 등이다. 최근에 김 감독을 놀라게 하는 것은 “중년의 남성 의사가 은희를 진찰할 때 아이를 강간할까 봐 불안했다”는 후기들이다. “여태까지 한국 영화에서 얼마나 강간 신이 자주 재현됐으면 그런 공포를 주는지 충격을 받았어요. 여성 관객들이 마음 편히 영화조차 못 봤겠다 싶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영화를 계속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김 감독 생각에 그런 신들은 윤리적 문제와 함께, 적지 않은 영화에서 똑같은 장면을 반복재생한다는 점에서 미학적으로도 ‘직무태만’이다. 은희부터 한문학원 선생님 영지, 은희의 엄마에 이르기까지 세필로 그린 듯한 ‘벌새’의 여성 서사는, 그가 20대 초반 페미니즘 공동체에서 생활한 게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 그렇다고 그의 영화에서 남성은 무조건적인 악, 화해할 수 없는 적이 아니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일견 가해자로 보이는 남성들조차도 사랑으로 그리려고 노력했습니다. 뒤틀린 권력을 쥔 사람은 행복할 수가 없거든요.” ‘벌새’에서 가족들 위에 군림하던 아빠가 딸의 수술 소식에는 오열하고, 의사는 오빠의 폭력에 고막이 찢어진 은희에게 ‘진단서 끊어줄까?’ 묻는다. 새내기 감독에게 배우와 스태프들이 감독의 OK 사인 하나만 바라보는 촬영 현장은 아직도 버겁지만, 몇 프레임 차이로 뉘앙스가 바뀌는 편집의 리듬은 조금씩 체화하는 중이다. 직업적 굴레였던 여성이라는 정체성도, 지금은 축복으로 여긴다. “소수자로 살아간다는 건 분명 힘들지만, 그만큼 많은 이들과 연대할 수 있는 장이 열린 겁니다. 다른 사람들의 아픔에 팔짱 끼고 구경하지 않게 되는 거죠. 관객들이 영화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는 목소리를 만들어 가고 싶어요.”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페이커, 공개할 수 없는 연봉 수준 “은퇴 후 기부할 것”

    페이커, 공개할 수 없는 연봉 수준 “은퇴 후 기부할 것”

    세계 최정상 프로게이머인 페이커(본명 이상혁·23)가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각종 소문에 대한 솔직한 답변을 내놨다. 1일 밤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는 ‘올해도 잘 될 거야 아마두’ 특집으로 슈퍼주니어 김희철, 게이머 페이커, 뮤지컬배우 김소현, 메이크업아티스트 정샘물이 게스트로 출연했다. 이날 김희철은 “스케줄이 안 맞아 그동안 출연을 거절해왔는데 오늘 크리스마스인데도 파티를 모두 취소하고 나왔다. 이유는 페이커”라며 “너무 떨린다. 게임하는 분들에게는 ‘리빙 레전드(살아있는 전설)’인 분”이라고 극찬했다. 스페셜 MC로 함께한 도티도 “페이커 선수가 손흥민 방탄소년단과 함께 한국을 알린 3대장으로 꼽혔다”고 설명했다. 페이커는 “중국에서 100억대 연봉을 제안했고 북미에서도 백지 수표를 제안했다”는 소문에 “실제로 계약서를 본 적은 없지만 나도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해외 구단과 계약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타지 생활이 불편한 것도 있지만 금액을 떠나 한국에서 생활하는 게 나에게 맞다고 생각했다. 잘하는 선수도 많고 경쟁력 있는 한국에서 하는 게 재밌어서”라며 “한국 대표로 자리 잡다 보니 많은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김희철은 “페이커는 경기 비용을 빼고도 광고 수입 등 그 외 매출액이 더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봉 50억원설’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계약상 연봉은 공개할 수 없다. 그런 소문이 있긴 하더라”며 “비밀을 잘 이야기하지 않는다. 부모님과 돈을 관리해주는 친척과 나 말고는 내 연봉을 모른다”고 말을 아꼈다. 이에 ‘라디오스타’ MC들은 지난해 롤드컵 우승 상금이 74억원이었다는 것을 강조했다. 김희철은 “아까 50억원 이야기할 때 페이커가 약간 비웃었다. ‘왜 나를 그 정도로밖에 소개하지 않나’라고 생각한 것”이라고 말했고 페이커는 대답 대신 미소만 지었다. 1세대 프로게이머이자 선배 임요환과의 비교에 대해서는 “매번 비교할 수 없다고 말씀드린다. 내 개인적인 기준에서는 임요환 선수가 더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아예 없는 길을 새로 만들었으니까. 나는 선배들이 만들어준 길을 걸어왔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연애 경험을 묻는 질문에는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면 시간도 없고 서로에게 불편할 것 같아 프로게이머를 하면서 연애를 한 적은 없다”고 밝혔고 결국 MC들의 집요한 질문 공세에 ‘모태솔로’임을 인정했다. 또한 키스신 토크 등이 나올 때마다 물을 벌컥벌컥 들이켜며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으로 귀여운 순수 매력을 드러냈다. 어마어마한 수입을 올리는 페이커지만 한 달 소비하는 금액이 20만원이라고. 페이커는 “평소에 돈을 잘 안 쓴다. 치약과 칫솔 없을 때 사는 정도”라며 “취미 활동도 없고 술도 안 마신다. 책을 읽긴 하지만 돈 쓸 일이 딱히 없다. 검소가 몸에 배서 선수 생활할 때는 안 쓰지만 은퇴하면 나를 위해 쓰지 않을까 싶다”고 털어놨다. “은퇴 후 어디에 돈을 쓰고 싶냐”는 질문에 페이커는 “기부하고 싶다”고 대답해 또 한 번 놀라움을 안겼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2020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발이 도마가

    [2020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발이 도마가

    엄마는 내가 좀 특별한 아이래요. 내가 뭘 잘 하든 못하든, 그건 내가 특별하기 때문이라고 말하죠. 오빠는 내가 좀 이상한 아이래요. 내가 뭘 잘하든 못하든, 진짜 이상하다고 혀를 차요. 엄마가 다른 사람 보고 혀 차는 건 나쁜 버릇이랬는데. 난 글을 잘 못 읽어요. 초등학교 2학년이지만, 친구들과 좀 다르거든요. 잘 못 읽고, 잘 쓰지도 못해요. 아직 내 이름을 쓰는 것도 어려워요. 1학년 때는 받아쓰기를 빵점만 받았는데, 엄마는 그래도 항상 잘했다고 칭찬해 줬어요. 어차피 선생님이 불러 주는 건 받아 쓸 수 없으니, 나는 글자 대신 그림을 그렸어요. 가끔은 생각나는 글자를 한 글자씩 마음대로 쓰기도 하고요. 엄마는 빨간 줄이 주욱주욱 그어진 받아쓰기 공책을 한참씩 들여다보며 맞는 글자를 찾았어요. “와, ‘가’ 자에 ‘ㄱ’을 이번엔 거꾸로 쓰지 않고 아주 예쁘게 잘 썼네!” 한 줄에 한 글자씩만 똑바로 쓴 글자가 있어도, 엄마는 백점만큼 잘한 거라고 칭찬해 줬어요. 빵점을 맞아도 방실방실 웃는 나와 엄마를 보면서 오빠는 옆에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혀를 찼죠. “무슨 초등학생이 글자를 모르냐고?” 아, 혹시 우리 오빠처럼 오해할까봐 다시 말하는 건데요, 전 글자를 못 읽는 게 아니라 글을 못 읽는 거예요. 물론 얼마 전까지는 글자도 잘 못 읽었지만. 오빠는 자꾸 그게 그거라고 하는데, 그건 분명히 다르거든요. 자꾸 헷갈리는 표정인 걸 보니 우리 오빠처럼 이해를 잘 못하시는군요? 그러니까 저는 ‘가’를 읽을 수 있고 어렵지만 ‘방’도 읽을 수 있어요, 이제. 하지만 아직 ‘가’하고 ‘방’이 붙으면 머릿속에서 글자들이 막 춤을 추며 날아다녀요. 글자만 보고는 무슨 뜻인지 이해가 잘 안 돼요. 하지만 괜찮아요. 언어치료 선생님이 한 글자를 읽을 수 있게 된 것처럼 언젠가 두 글자가 만나도, 세 글자가 만나도 잘 읽게 되는 시간이 올 거라고 했어요. 학교에서도 난 좀 특별해요. 선생님과 친구들이 날 아주 많이 도와준다는 걸 알고 있어요. 선생님은 수업 시간에 칠판에 글을 열심히 쓰고 난 후에도 꼭 나와 눈을 맞추고 다시 한번 읽어 주세요. 내가 잘 모르겠다고 눈을 깜빡거리고 있으면 두 번이고, 세 번이고 다시 읽어 주세요. 그건, 선생님과 나 사이의 신호 같은 거예요. 내가 고개를 끄덕일 때까지 선생님은 몇 번이고 다시 읽어주시죠. 어떨 땐 다른 친구가 일어나서 읽어 주기도 해요. 내가 고개를 끄덕일 때까지 지훈이, 예슬이, 선우, 지은이. 계속 계속 읽어 주죠. 받아쓰기를 한 후에도 선생님은 내 공책에는 빨간 줄 대신 색연필로 그림을 그려주세요. 어차피 내 마음대로 쓴 글자지만 선생님은 정답을 찾는 게 중요한 게 아니랬어요. 그래서 내 받아쓰기 공책은 1학년 때처럼 빨간 비가 오는 공책이 아니라, 노란색 애벌레가 점점 자라 허물을 벗고 예쁜 분홍나비가 되어 가는 그림이 예쁘게 그려져 있죠. 그런데요, 우리 선생님은 글자도 예쁘게 잘 쓰고, 예쁜 목소리로 동화 구연도 잘하시고 다 잘 하시는데, 나보다 애벌레는 못 그리는 것 같아요. 처음 선생님의 애벌레 그림을 보고는 우리 오빠가 휴지 위에 뱉어 놓은 껌인 줄 알았다니까요. 어느 날 점심시간이 끝나갈 때쯤,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김민철이 우리 교실에 들어왔어요. 김민철은 1학년 때부터 친구들을 자꾸 괴롭히던 아이예요. 엄마에게 일렀더니, 엄마는 “민철이가 너무 심하게 굴면 선생님이나 엄마에게 다시 한번 자세히 이야기해 줘. 하지만 민철이가 친구들과 더 친해지고 싶어서 그러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 엄마는.” 하고 말했었죠. 민철이는 우리 교실을 한 바퀴 쓱 둘러보고는 내 앞에 앉은 예슬이 책상 앞으로 다가왔어요. “야, 너 아까 문방구에서 콜라볼 사더라. 나 한 줄만 줘.” “안 돼. 이거 이따 방과 후 수업 전에 애들이랑 나눠 먹기로 했단 말이야.” “참나, 어차피 나눠 먹을 거니까 나도 좀 달라고. 너 아침에 문방구에서 불량식품 사왔다고 니네 선생님한테 다 이른다.” 예슬이는 민철이를 째려보며 가방에서 콜라볼을 꺼냈어요. “이걸 어떻게 나눠 달라는 거야?” “가위로 반 잘라 주면 되겠네.” “한 줄만 달라며?” “마음이 바뀌었어.” 예슬이는 화가 났는지 곧 울음이 터질 것같이 빨간 얼굴이 되었어요. 예슬이가 울게 생겼는데 내가 어떻게 나서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그리고 콜라볼은 예슬이가 방과 후 수업 가기 전에 나에게도 나눠 주기로 했던 거란 말이에요. “야, 김민철. 너 왜 예슬이 괴롭혀?” “니가 뭔데 그래.” “친구 거 뺏는 건 나쁜 거잖아.” 점점 주변으로 아이들이 모여들었어요. 웅성웅성 우리 반 친구들이 한 마디씩 거들기 시작했어요. “무슨 일이야?” “김예슬 울어? 왜 울어?” “김민철, 너 왜 김예슬 울려?” “왜 남의 반에 와서 난리래?” 김민철의 얼굴도 점점 빨개지기 시작했어요. 그러더니 김민철이 나를 툭 밀며 말했어요. “야, 너 장애인이라며?” “뭐라고?” “우리 형이 그러는데, 너 글자 못 읽는 장애인이랬거든? 뭐라 그랬지? 나, 난, 뭐라고 했는데.” 당황스럽고 속상한 마음에 내 눈에도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어요. 우리 오빠가 울면 지는 거라고 그랬는데, 울면 안 되는데…. 나는 꾹 참으며 김민철에게 소리쳤어요. “장애인이 뭐 어때서? 그래서 뭐 어쩌라고!” 예슬이도 벌떡 일어나서 김민철에게 따지며 소리쳤어요. “너 진짜 못됐구나!” 곁에 있던 친구들도 화난 목소리로 김민철에게 한마디씩 했어요. “야, 김민철! 우리 엄마가 친구한테 못되게 굴면 다시 다 자기한테 돌아온다고 했어.” “야, 박하민 장애인 아니거든!” “맞아, 글자 좀 못 읽는 거 가지고! 그건 배우면 되는 거지!” “우리 아빠가 사람은 다 똑같은 거라고 했거든. 막 다른 사람 차별하고 무시하고 그러면 안 된다고.” 그 순간 나는 참고 참던 울음이 터져 나왔어요. 그건 김민철이 미워서가 아니라, 장애인이라는 말을 들은 게 속상해서가 아니라, 내 편이 되어 준 친구들이 고마워서 터져 나온 울음이었어요. 김민철은 당황한 표정을 하고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어요. “아니, 우리 형이 그랬다고. 내가 그런 게 아니라.” 나는 아예 책상에 엎드려 울어 버렸고, 김민철이 언제 어떻게 가버렸는지는 모르겠어요. 5교시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나는 내 방에 들어가 그림을 그리고 있었어요.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기분이 점점 좋아지거든요. 난 힘들고 속상한 일은 금방 잊어요. 그건 오빠도 인정한 나의 특별한 점이에요. 그런데 학교에서 방과 후 수업을 마치고 온 오빠가 집으로 들어오며 시끄럽게 내 이름을 불러댔어요. “박하민! 박하민! 엄마, 박하민 어디 있어요?” 소란스럽게 내 방 문을 연 오빠는 나를 다그쳐 물었어요. “야, 김민철이 몇 반이야? 오늘 너 괴롭혔다며?” “어, 어떻게 알았어?” “방과 후 시간에 다 들었어.” 오빠의 방과 후 수업은 줄넘기 수업이었으니, 아, 지훈이가 오빠에게 다 얘기했나 봐요. 그리고 오빠는 다시 엄마에게 들은 이야기를 다 전했죠. “우리 하민이가 많이 속상했겠네.” “괜찮아요. 우리 반 친구들이 다 내 편이 돼서 김민철한테 막 뭐라고 해줬어요.” “우리 하민이 곁에 좋은 친구들이 많아서 감사한 일이네.” 엄마가 날 보고 웃어주자 오빠가 투덜댔어요. “엄마, 그냥 그렇게 넘어갈 게 아니라, 내일 가서 혼내줘야 한다니까요. 김민철 몇 반이냐고?” “아, 오빠는 참견하지 말라고. 무슨 5학년이 2학년하고 싸우려고 하냐고.” 나는 오빠가 정말 김민철을 찾아가서 혼내줄까봐 걱정이 됐어요. 다음날 나는 학교에 가자마자 지훈이에게 가서 다짐을 받았어요. “야, 오늘 우리 오빠가 너한테 김민철 몇 반이냐고 물으면 절대 알려주면 안 돼! 알겠지?” “왜?” “우리 오빠가 김민철 혼내주러 간다고 했단 말이야. 절대 안 돼! 알겠지?” “진짜? 하랑이 형이 김민철 혼내준대? 우와, 형 멋지다!” “멋지긴 뭐가 멋져? 5학년이 2학년하고 싸우는 게 말이 되냐고! 알겠지? 절대 알려주면 안 돼!” 난 오빠가 2학년 교실을 뒤지고 다닐까 봐 하루종일 걱정이 돼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어요. 김민철 때문에 좀 속상했던 건 사실이지만, 그건 벌써 어제 일인걸요. 그리고 5학년이 2학년을 불러서 시비를 거는 건 너무 치사한 일이잖아요. 오전 수업이 끝나고 점심을 먹은 난 도서관이 있는 4층으로 올라가려고 교실을 나섰어요. 그런데 오빠가 2학년 교실이 모여 있는 2층 복도를 성큼성큼 걸어가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나는 깜짝 놀랐지만 오빠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뒤로 살살 걸어가다가 김민철네 반으로 냅다 들어갔어요! “김민철, 도망가!” 하지만 교실엔 김민철이 없었어요. “야, 아직 김민철 급식 먹으러 갔다가 안 왔어!” 아, 괜히 큰 소리로 김민철을 부르는 바람에 옆 반 교실을 지나던 오빠가 내 목소리를 듣고 달려왔어요. “김민철이 어디 있다고?” 나는 숨이 차도록 달려서 급식실로 가다가 1층 복도에서 어슬렁거리고 있는 김민철을 만났어요. “야! 김민철! 우리 오빠가 너 잡으러 쫓아오고 있어! 빨리 도망쳐!” “뭐라고?” “빨리 도망가라고!” 나는 김민철의 팔을 붙잡고 급식실 안 쪽, 선생님들이 아직 식사 중인 식탁 옆으로 뛰어갔어요. “박하민, 멈춰! 급식실에선 위험하니까 절대 뛰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을 텐데?” 선생님에게 잡힌 나는 숨을 몰아쉬며 뒤를 돌아봤어요. 오빠가 급식실 입구에서 우리를 못마땅하게 쳐다보고 있었어요. “후! 하! 그러니까요, 선생님. 뛰면 안 되는 건 아는데, 안 뛸 수가 없어서….” 내가 채 말을 끝내기도 전에 김민철네 담임선생님도 김민철을 보고 큰 소리로 말했어요. “아이고, 우리 민철이가 같이 뛰었구나! 아까도 쉬는 시간에 복도에서 뛰다가 혼난 걸 그새 잊으시고?” 우리는 담임선생님을 따라 우리 교실로 와서는 점심시간이 끝날 때까지 교실 뒤 사물함 앞에 가만히 서 있어야 했어요. “자, 가만히 서서 급식실에서 뛰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반성하고 있어.” 선생님은 교실 앞 선생님 책상으로 가서 수업 준비를 하셨어요. “박하민, 너 때문이잖아!” “야, 그래도 이게 나을걸. 우리 오빠한테 잡히는 것보다. 우리 오빠가 너 잡으면 가만 안 둔댔단 말이야!” 김민철이 입을 꾹 다물었어요. “야, 김민철. 오늘 5학년도 5교시 하는 날인 거 알지? 너 이따가 학교 끝나면 무조건 집까지 뛰어가라. 문방구 같은 데 들렀다가 우리 오빠랑 마주치지 말고. 알겠냐?” 김민철은 한숨을 푹 쉬며 물었어요. “야, 니네 오빠가 날 언제까지 잡으러 다닐까?” “글쎄. 그건 잘 모르겠지만, 우리 오빠도 바쁜 사람이고, 뭐 나한테 그렇게 관심이 많지는 않으니까 며칠 있으면 잊어버리지 않을까?” “니네 오빠 힘 세?” “우리 오빠 여섯 살 때부터 태권도 다녔거든.” 김민철의 한숨 소리가 더 커졌어요. “그리고, 혹시라도 니네 형한테 우리 오빠 얘기하면 안 된다. 5학년들끼리 싸우면 엄청 무섭댔어.” “야, 나도 그 정도 눈치는 있거든!” “누가 반성하랬더니 시끄럽게 떠들지?” 투닥거리는 우리 소리를 들으셨는지, 선생님이 주의를 주셨어요. 우리는 동시에 입을 꾹 다물고 바짝 서 있었죠. 점심시간이 끝나기 5분 전 예비종이 울렸어요. “자, 민철이는 너희 교실로 가서 수업 준비해. 하민이도 자리로 들어와 앉고.” 나는 교실로 돌아가는 김민철을 쳐다보며 입을 삐죽거렸어요. “잘 가라.” 내 인사를 듣고는 잠시 머뭇머뭇 대던 김민철이 조용히 소근거렸어요. “박하민, 미안해. 어젠 내가 좀 나빴어. 그리고 사실, 나도 아직 받침 두 개 달린 글자는 잘 몰라.” “야, 나는 그거랑은 좀 다르다니까.” “어쨌든 미안한 건 미안하다고.” 김민철은 자기 할 말만 후다닥 하고는 자기 교실로 쪼르르 가버렸어요. 참, 나. 나는 피식 웃음이 났어요. 난 그거랑 좀 다른데. 하지만 상관없어요. 지금 중요한 건, 오늘은 5학년도 5교시 수업까지 한다는 거니까. 나는 서둘러 종합장을 꺼내 크게 글자를 썼어요. 우리 오빠가 김민철을 찾기 전에 내가 이 쪽지를 김민철에게 먼저 전해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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