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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朴 “재외국민 참정권 줘야”

    박근혜 전 대표는 18일 사흘 만에 4·25 재·보선 지원유세에 나섰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오후 화성 지역을 찾아 한나라당 고희선 후보 지원유세를 벌였다. 이날 지원유세는 정책발표와 당원간담회 등의 일정 때문에 16∼17일 ‘휴지기’를 가진 뒤 사흘 만에 재개되는 것이다. 그는 유세에서 “경제, 외교·안보, 교육, 일자리 등에서 제대로 한 게 없는 열린우리당에 또 속으시겠느냐.”며 “답은 정권교체다. 이번 보궐선거는 정권교체로 가는 마지막 관문”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박 전 대표는 국회에서 한나라당 김덕룡, 열린우리당 김성곤 의원 공동 주최로 열린 ‘2007 대선, 재외국민 참정권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 참석해 “여건만 허락된다면 하루빨리 법제화를 거쳐 올해 대선부터 시행됐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한편 박 전 대표를 비방하는 괴CD가 이날 국회 의원회관 등에 나돌아 캠프측이 경위 파악에 나섰다. 이 CD의 발신처는 ‘긴급조치피해자가족협의회’로 돼 있으며, 주소와 전화번호까지 적혀 있으나 해당 전화번호는 일반 가정집인 것으로 확인돼 출처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문제의 CD는 지난 90년대 초반 발간된 1개 일간신문 및 6개 주간지 기사 스크랩 17개를 한 군데 모아 놓은 것이다.화성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한·미 FTA 연장협상] 금융쟁점 막판 진통 거듭

    한·미 FTA 협상에서 금융부문은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일반인에게 파급효과가 큰 ‘국경간 금융거래’가 일찌감치 계리와 손해사정 등 보험부수서비스와 선박보험과 같은 기업상품에 국한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과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금융시장이 상당 부분 개방된 점도 고려됐다. 무엇보다도 협상이 진행되면서 쇠고기 등 농산물과 자동차·섬유 등 ‘빅3 쟁점’에 가려 언론에 부각될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그런데 31일 1차 협상시한에 임박해서도 금융은 타결점을 찾지 못했다. 외환위기와 같은 사태가 발발할 경우 ‘단기 세이프가드’를 통해 외국자본의 본국 송금을 제한하려는 우리측 생각과 국내 우체국 보험의 특혜를 없애려는 미국측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자칫 ‘딜 브레이커(협상결렬요인)’가 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단기 세이프가드는 외국 투기자본의 급격한 유출로 발생할 수 있는 금융위기를 차단하기 위한 일종의 ‘긴급조치’다. 하지만 미국은 다른 나라와의 FTA에서 이같은 조항을 둔 적이 없으며 송금을 억제하는 것은 투자자본을 보장하지 않는 ‘독소조항’이라고 맞섰다.하지만 선진금융시스템이 완비되지 않은 우리로서는 시장안정을 위해 필요한 조치로 보고 있다. 우체국보험의 특혜시비는 국내에 진출한 미국계 보험사가 제기했다. 예금보험료도 없고 세금도 안 내다 보니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이 생기자 국내에 진출한 외국보험사가 미 당국에 압력을 가했다. 더욱이 우체국보험이 변액보험이나 퇴직연금 등 민간상품으로 확대할 움직임을 보이자 미국측은 협상 의제로 삼아 제동을 걸었다. 정부는 우체국보험의 경우 기존의 영업범위를 유지하고 감독당국으로부터 지급여력비율 등 건전성 규제를 받는 선으로 일단 물러섰다. 그 대신 단기 세이프가드를 관철시키겠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측이 완강히 반대, 막판 진통을 거듭했다.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신연숙 대기자의 금요 초대석] ‘세번 구속 세번 무죄’ 박주선 前의원

    [신연숙 대기자의 금요 초대석] ‘세번 구속 세번 무죄’ 박주선 前의원

    전 청와대 사정비서관의 제이유 사건 무혐의 처분 사례를 계기로 사법개혁의 필요성이 또한번 관심사로 떠올랐다. 노무현 대통령과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 문재인 청와대 비서실장은 국무회의에서 이 사건을 언급, 검찰권 남용을 견제하기 위한 형사소송법 개정 추진에 다시 한번 불을 지폈다. 박주선 전 의원은 검찰권 남용의 대표적 피해자.‘세번 구속, 세번 무죄’로 모든 것을 빼앗겼다 작년 서울시장 선거 후보자로 대중 앞에 다시 나섰던 전직 검사. 그를 만나 검찰권의 문제점과 제도적 개혁방안에 대해 들어보았다. ●검사 소영웅주의·수사평점제도 문제 ▶제이유 사건 연루 의혹을 받았던 이재순 전 청와대 사정비서관이 무혐의처분을 받은 데 이어 검찰이 이 전 비서관을 엮어 넣기 위해 허위진술을 강요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른바 ‘검찰 살인’의 피해자로서 이 사건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요. “검찰 수사에 성역이 없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처럼 억울하게 기소가 됐다 무죄가 된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지 못하고, 아직도 검찰 조직 내에 소영웅주의와 매명(賣名)의식이 팽배해 있다는 사실에 아쉽고 안타까웠습니다. 누구를 표적으로 삼아, 고위공직자나 사회저명인사를 구속시켜 ‘한 건’ 하기 위해 참고인 등에게 나를 한 번 봐달라고 애걸복걸하는 검사란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왜 이런 식의 수사가 계속될까요. “검사의 소영웅주의, 공명심과 함께 수사평점제도도 원인이 됩니다. 중요사건을 수사하여 ‘한 건’하면 평가가 올라가거든요. 이번 사건에는 해당이 안되지만 정치권에 아부하려는 일부 검사들도 문제입니다. ▶전관예우란 말도 있는데, 거꾸로 ‘친정’이라 할 검찰에서 더 지독한 핍박을 당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2005년 5월 최종 판결이 났을 때 회견에서 기자들에게 취재좀 해 알려달라고 했던데요. “수사검찰 입장에서 죄가 있다면 검찰 출신 피의자라고 봐줘서는 안되겠지요. 그러나 제 경우 검찰의 독자적 판단이라기보다 정치적 압력이 있었다고 봅니다. 제 사건 수사 책임자들이 영전하거나 승진하고 있잖아요. 검사가 기소한 사건이 무죄판결이 났다면 그 검사는 오히려 책임을 져야지요. 옷로비 의혹 때는 정치권과 여론의 광풍을 잠재우기 위한 희생양이 됐고, 나라종금, 현대그룹 뇌물의혹 때는 민주당 고사작전에 피해를 본 것이지요. 검찰 쪽으로부터 외압얘기를 분명히 들었습니다.” 박 전 의원은 나라종금 사건 당시 현역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지 않는다고 시민단체들까지 국회앞에서 체포조를 구성해 시위를 벌였던 일을 회상하며,“피의자의 명예와 인권을 이토록 짓밟을 수가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죄판결은 났지만 검찰과 법원의 판단이 다른 것일 뿐이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당시 수사책임자였던 안대희씨는 대법관 청문회에서 ‘법원에서 무죄를 받았다고 역사적으로 그 일을 안했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검찰은 할 일을 다했는데 법원이 잘못했다는 듯, 정당성을 호도하고 견강부회하고 있는 거예요. 최소한 법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말해서는 안 되지요. 민주 법치사회는 죄형법정주의를 원칙으로 합니다. 법원에서 죄가 아니라고 하면 검사가 아무리 죄라고 말할지라도 죄가 돼서는 안됩니다. 거꾸로 아무리 개인이 무죄라고 하더라도 유죄 확정판결을 받으면 죄가 되는 겁니다.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어놓고 역사적으로 그일을 안했다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말을 대법관이라는 분이 할 수 있는 겁니까.” 너무 기능주의적 언급이라고 생각돼서 추가질문을 해보았다. ▶법원이 꼭 옳은 판결만 하는 것은 아니지요. 긴급조치위반사건 판결 판사 명단도 그래서 공개된 것 아닙니까. “물론 재심을 통해 판결이 번복되는 수도 있지요. 민청학련 사건은 재심을 통해 수사과정부터 모든 사람들이 잘못을 한 것으로 드러났지요. 이건 당연한 귀결입니다. 그러나 긴급조치 건은 국민 96%가 찬성해 만든 긴급조치권에 의한 판결로써 경우가 다릅니다. 물론 수사와 법 적용을 잘못한 사례가 있다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포괄적으로 판결자체를 문제시해 명단을 공개한 것은 사실상의 보복, 면박주기입니다.” ●배심원제도 도입해야 ▶무죄판결을 받고 그동안 피해에 민사·형사상의 모든 책임을 묻겠다고 했는데 진행상황은. “개인적인 원망, 금전적인 피해 같은 것은 다 용서하고 잊기로 했습니다. 대신 다시는 나같은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진상규명과 제도적 장치를 요구하고 있는데 이게 잘 안되고 있어요.” 제도적 장치란 첫째, 불구속 수사 대폭 확대, 둘째 무죄 선고시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책 수립, 셋째 외부인사 참여에 의한 투명한 검사 평점제도와 무죄 선고시 이를 평점에 반영하는 것 등이다. 넷째는 검사 동일체원칙에 따라 상사가 철저하게 수사 결재를 함으로써 법률적 통제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박 전의원은 “법무장관의 수사통제권이 엉뚱한 곳에 행사됐다.”며 구속 자체로 모든 명예와 사회적 기회를 날려버린 자신의 경험을 상기시켰다. 특히 “옥중출마한 17대 총선 때는 선거기간 중엔 구속시켜 놓더니 선거가 끝나자마자 보석시켜 주더라.”고 허탈해 했다. 박 전의원은 죄없이 336일 동안 구속된 보상금으로 국가로부터 2399만원을 받았다. 이 돈은 좋은 일에 쓰기 위해 따로 보관 중이라고 했다. ▶사법개혁이 지지부진한데요. “공판중심주의는 공감하지만 법정에서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기가 쉽지는 않을 겁니다. 대법원장은 검찰조서는 휴지통에 던져버리라고 했다지만, 검찰 조서의 증명력과 증거능력은 구별돼야 한다고 봅니다. 증명력을 갖기 위해 수사능력을 개발해야겠지요. 불법 수사는 철저히 배격해야 합니다. 배심원 제도도 하루빨리 들여와야 한다고 봅니다. 한 사람의 운명을 사회경험 일천한 법관이 결정하는 것보다는 일반 시민이 판단해 주는 게 의미가 있어요.” ▶서울시장 선거에서 낙선했는데 앞으로의 계획은. “그동안의 고난은 하늘의 뜻으로 보고 과거보다는 미래를 보고 나가려고 해요. 아내는 그렇게 뜨거운 물을 뒤집어쓰고 또 정치를 하려느냐고 하지만, 우리에겐 분열과 갈등을 청산하고 미래를 건설할 수 있는 총합의 정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반민주, 좌·우, 세대차이를 넘어서 융합하는 총합세력이 만들어지면 성원해 주시기 바랍니다.”전형적인 우등생 이미지. 검찰 때문에 역경을 겪어 ‘암벽을 뚫고 솟아나는 소나무’가 되겠다면서도,‘검찰 조직’에 대한 애정만은 숨기지 않는 게 신기해 보였다. ‘조직´은 그래서 힘이 센가 보다. yshin@seoul.co.kr ■ 그는 누구 1949년 전남 보성 출생(만57세). 가난한 어린시절을 보냈다. 행상으로 가족을 부양했던 어머니는 아들의 중학교 입학금 마련을 위해 피를 팔기도 했다. 남동생은 형의 대학진학을 위해 학업을 포기하는 희생을 했다.1974년 서울대 법대 4학년 때 16회 사법시험에 수석합격, 검사로서 탄탄대로를 걷기 시작했다. 초임부터 서울지검 특수부에서 화려하게 출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부장검사, 서울지검 특수부 부장검사, 대검찰청 수사기획관 등 요직을 모두 거쳤다. 장래 검찰총장 감이 확실하다는 평이었다. 1998년 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 발탁되면서 인생행로가 꼬이기 시작했다.‘세 번 구속, 세 번 무죄’라는 사법사상 초유의 기구한 드라마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김대중 정부시절, 옷로비 의혹 사건에 휘말려 1차 구속됐다. 무죄 판결이 난 후 국회의원에 당선돼 명예가 회복되는 듯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나라종금퇴출저지 로비,2004년 현대그룹 뇌물수수 혐의로 또다시 구속됐다 무죄로 풀려나는 불운이 계속됐다.17대 때는 피의자 신분으로 옥중출마해 낙선. 작년에는 서울시장 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나서기도 했다. 시장 선거 때 시정원칙으로 내세운 것이 ‘억울함이 없는 시정’‘약자를 보듬는 시정’. 이른바 ‘검찰살인’의 피해자로서 7년간 겪은 고통을 엿볼 수 있게 한다. 현재 민주당 평당원으로 정치적 재기를 준비 중이다.
  • ‘인혁당 사건’ 14명 재심청구

    ‘인혁당 사건’에 연루돼 징역형이 내려졌던 14명이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22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인혁당 사건’으로 무기징역이 선고됐던 전모씨 등 8명과 징역 20년이 선고됐던 황모씨 등 6명이 최근 재심청구서를 제출했다.‘인혁당 사건’으로 구속된 23명 중 사형이 집행됐던 8명은 이미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고 나머지 15명 중 14명이 이번에 재심을 청구했다. 이들은 청구서에서 “지난달 선고가 확정된 8명에 대해 법원이 국가보안법 및 긴급조치 위반 등에 대해 무죄 및 면소 판결을 내린 만큼 재심의 사유가 생겼다.”며 청구 이유를 밝혔다.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신연숙 대기자의 금요 초대석] 박석운 한미FTA 저지 범국본 공동집행위원장

    [신연숙 대기자의 금요 초대석] 박석운 한미FTA 저지 범국본 공동집행위원장

    한·미 FTA 협상이 막바지 국면에 접어들면서 이에 대한 저항강도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철저한 경제적 실익’을 강조하며 자신감을 보인 것과는 대조적으로 국회에까지 차기 정권 연기론이 나오는 이상기류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같은 한·미 FTA반대 기류의 중심에 박석운(52) 한·미 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이하 범국본) 공동집행위원장이 있다. 수배상태인 탓에 동료들과 떨어져 모처에서 혼자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박 위원장을 만났다. 그는 자신은 결코 쇄국주의자가 아니라 단지 실패가 잠복된, 준비 안된 한·미 FTA에 반대하는 것뿐이라며 협상내용 공개와 국민의견 수렴을 강조했다. ▶협상 타결이 임박한 분위기입니다. 범국본 활동이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협상 중단을 끌어내지 못했으니 전적으로 성공했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요. 그러나 중간과정에서 협상력을 높이는 데는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봅니다. 또한 지난 1년간의 투쟁은 그 자체로 역사적 의미가 있습니다.6월항쟁 이래로 이렇게 많은 시민, 민중, 전문가단체가 연대하여 운동을 벌인 적이 없었거든요. 최종 결과는 좀더 두고봐야 하지만, 협상이 체결된다 하더라도 이번 경험은 다른 사회·연대운동의 소중한 토대가 될 것입니다.” 범국본은 작년 1월 준비위가 구성돼 3월 말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박 위원장은 범국본이 협상에 기여한 사례로 제대로 된 준비 없이 협상에 들어간 한국대표단을 비판하여 꼼꼼한 대비를 하도록 여론의 질타를 끌어냈고, 독자적인 문제의식으로 투자자국가소송제와 무역구제 분야 등의 문제점을 제기한 점을 들었다. 투자자국가소송제는 공공정책에 결정적 족쇄가 될 수 있는 사안인데 범국본의 문제제기가 있은 후, 협상 개시 6개월이 지나서야 헌법충돌 여부를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슈퍼 301조 남용의 문제점을 제기한 무역구제 분야 역시 미국의 사법절차는 협상대상이 아니라는 인식에 머물러 있던 것을 협상 대상으로 포함시키는 결과를 끌어냈다고 했다. ▶이렇게 중대한 사안을 정부가 몰랐다는 주장은 믿기 어려운데요. “사실입니다. 미국은 작년 2월3일 협상 개시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협상목표를 미국의회에 송부했을 정도로 뚜렷한 목표와 준비를 갖고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지 못했습니다.3월21일 범국본은 수석대표를 면담하여 미국에 4대 선결조건을 들어주고, 우리가 받을 게 뭐냐고 물었으나 아무런 대답도 못 들었습니다. 이것은 협상전략 때문이라기보다, 협상목표 자체가 없었던 때문이라고 우리는 봅니다. 무역구제 반덤핑 항목은 우리가 그날 제기했는데, 그 자리에서는 협상대상이 아니라더니 8,9월에 가서는 16개 항목을 요구하기 시작했어요.” 박 위원장은 졸속 추진의 또다른 예로 지난달 말 국정홍보처 사이트에 제시된 협상 추진일정을 들었다. 미국 무역촉진권한(TPA)은 협상결과를 의회에 통보한 후 90일이 지나야 협정을 체결하도록 돼 있는데, 이 추진일정은 4월2일 협상타결과 동시에 한·미 양측 대통령이 협정문을 조인하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측이 TPA 기본내용조차 보지 않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증거라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협상 진행을 이렇게 서두르는 이유가 뭐라고 보십니까. “통상관료들의 무리한 성과주의, 대통령의 잘못된 확신 때문이라고 봅니다.‘묻지마 체결’을 위해 더듬수를 계속하고 있어요. 이미 30개 쟁점분야에서 우리 측에 유리하게 전개되는 부분은 3∼4개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이쯤되면 작년 12월 말에 협상중단 선언을 했어야 합니다.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유리한 분야가 3∼4개라도 파급효과가 크다면 의미가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 않다는 것이 문제지요. 사실 지금까지 진척이 많이 된 것 같지만 결정적 쟁점은 타결이 안 됐어요. 그래서 7차협상 때부터 빅딜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는데, 이를 위해서는 항목별로 구체적 실익이 수치로 나와야 한단 말이죠. 그러나 막연하게 한·미FTA가 되면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된다, 수출경쟁력이 높아진다는 식으로 홍보만 하지, 항목별로 이것을 하면 경제효과가 얼마가 마이너스고 얼마가 플러스가 된다는 얘기는 하나도 없어요. 언론도 검증에 손놓고 있기는 마찬가지죠. 지금이라도 합의내용, 예측치 등을 공개해서 국민들이 따져볼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범국본은 그동안 한·미 양측에서 나오는 단편적인 자료를 모아 손익을 따져왔는데 이것만으로도 빅딜을 통해서는 얻을 게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전체 내용이 공개될 경우 더욱 상세한 검증을 할 수 있을 것이라 했다. 예로 무역구제와 자동차·의약품, 농산품과 섬유의류 등의 빅딜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이 경우 대차대조표는 완전참패라는 주장이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한 칼럼에서 국민투표를 요구했던데요. “범국본도 13일 집행위원회에서 협정 체결 전 내용 공개와 국민투표를 정식으로 요구하기로 했어요. 곧 공식 입장을 밝힐 겁니다. 물론 국회가 있지만 FTA에 관한 한 국회는 국민대의기관으로서 성실한 논의를 하고 있지 않습니다. 또한 FTA는 충분히 국민투표 사안이 된다고 봅니다. 스위스도 미국과 협정 체결 전 국민투표를 통해 부결시킨 전례가 있습니다. 바람직하기는 협상기한에 연연하지 말고 경제적 실익에 입각하여 실사구시로 협상하는 것입니다. 무모하게 일정에 맞춰 끝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11일 금지된 가두시위를 강행하여 서울시내 교통이 마비됐고,25일에 또다시 시위가 예정돼 있는데, 이런 과격 이미지로 국민을 설득하기는 어렵지 않습니까. “국민들께 죄송하게 생각합니다만, 원인제공은 경찰이 했습니다. 시위를 금지하지 않았다면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겁니다. 헌법이 보장한 집회 시위를 경찰이 금지할 수는 없습니다. 주권자로서 25일 집회를 신고하겠고, 평화집회를 할 것을 약속합니다. 다만 국민 설득부분은, 한·미 FTA의 내용이 베일에 가려 있고, 내용이 추상적이라 국민들의 피부에 와닿지 않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협상 내용이 전면 공개되면 사정은 달라질 것입니다. 이 때문에 정부가 4월에 협상 타결이 돼도 5월 중하순에 공개하겠다는 것이지요.” 박 위원장은 뒤늦은 공론화로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르느니, 졸속·밀실 협상을 중단하고 내용을 공개하여 국민의사를 수렴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또한 쇄국정책을 하자는 것이냐는 반박에 대한 견해를 묻자 ‘웃기는 얘기’라고 일축하며 준비 안된 졸속 FTA에 반대할 뿐임을 분명히 했다. ■ 박석운 그는… 1955년 2월, 부산 출생(만 52세).1973년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으나 긴급조치 위반으로 두 차례 투옥,1986년 졸업했다.80년대 후반까지 반독재 민주화운동을 벌이다 노동운동 투신.1988년 원진레이온 직업병 투쟁에 참여, 노동자 측 협상대표로 직업병 판정을 이끌어냈다. 이때 노사 동수 추천의 전문가그룹이 직업병 유무를 판정토록 한 것은 당시로서는 유례가 없던 갈등해결 방식. 이어 이주노동자 운동에도 참여, 외국인노동자보호법 제정운동을 주도하기도 했다. 1994년부터 4년간 참여연대 상임집행위원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노동정책연구소 소장과 원진직업병관리재단 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자녀들에게 알려줬던 자신의 직업은 ‘사회운동가’. 요즘은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상임집행위원장, 한국진보연대(준) 상임위원장 등으로 연대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그러나 선언적으로 사안을 옳고 그른 것으로 가르는 데 대해서는 체질적으로 거부하며 자신은 ‘실사구시’가 신조라고 공언한다. 노동자 인권향상에 대한 공로로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주는 제4회 시민인권상을 수상했다(1996). yshin@seoul.co.kr 사진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 [신연숙 대기자의 금요 초대석] 진실·화해위원장 송기인 신부

    [신연숙 대기자의 금요 초대석] 진실·화해위원장 송기인 신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원회)가 긴급조치 유죄판결 판사 명단 공개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위원장 송기인 신부는 노무현 대통령의 ‘정신적 스승’으로도 주목 받았던 인물. 송 신부를 20일 서울 필동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실에서 만났다. 성직자라기보다는 강직한 학자 같은 인상. 만나자마자 “내가 노 대통령보다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인데…”라며 언론에 대한 경계심부터 내비쳤지만, 정치적인 질문에 대해서도 답변엔 머뭇거림이 없었다. 이라크 파병, 한·미 FTA 추진방법 등에 대해선 반대와 국민설득이 필요하다는 소신을 분명히 했다. ▶긴급조치 조사 보고서가 정쟁거리가 돼버렸는데요. “섭섭한 부분입니다. 특정인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진실을 밝히고 해소해 나가자는 뜻이었어요. 우리는 정리만 했지 새로 만든 것은 없습니다. 법관 이름이 안 들어간다면 누가 납득하겠습니까. 법원, 특히 정당 쪽 반응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명단 유출 때문에 다른 중요한 내용이 묻혀 버린 것도 아쉬워요. 예로 민족일보 조용수 사건이나 이수근 위장간첩 사건 등은 언론이 상세히 다뤄줄 만한 사건이었는데요.”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5년 후에 보자고 했던 것은 거리를 두겠다는 뜻으로 읽혔는데 위원장직을 맡으셨습니다. 지난 1년을 평가하신다면. “거리를 두겠다는 원칙은 변함 없어요. 위원장직 맡은 것은 본의가 아닙니다. 거절해 놓고 유럽엘 갔다와 보니 발표가 나 있었어요. 한 인터뷰에서 과거사 정리는 꼭 필요하다는 말을 했었는데 그게 씨가 된 겁니다. 맡고 보니 문제가 많아요. 작년 10월에는 두 차례나 뭇매를 맞았어요. 접수만 하고 왜 조사 안 하냐, 왜 이리 진도가 느리냐며 유족들이 농성을 하길래 나도 같이 농성하자고 했죠. 진실규명 신청을 해온 1만 845건 중 2836건(26.9%)에 조사가 착수돼 5건이 끝났어요. 할 일은 많고 어려운데 직원은 192명뿐이에요. 조사원은 그중 절반이니 일이 느릴 수밖에 없어요. ▶6년 한시 조직인데, 선별해 조사하는 게 옳지 않을까요. 부일장학회 건 등 재산 관련 사건까지 조사할 필요가 있을까 싶습니다만. “어느 사건도 배제할 순 없습니다. 과거사 문제는 누가 관련됐든 이번에 꼭 매듭짓고 가야 한다는 게 국민들의 공통적 생각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법 만들 때도 야당이 더 찬성한 것 아닙니까. 다만 현재 인원으로는 13년 걸린다는 계산이 나왔습니다.130∼140명만 더 있으면 될 텐데 정부와 국회에서 도와줘야 합니다.” 송 신부는 노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가는 길에 가진 인터뷰에서 여러 가지 당부의 말을 한 적이 있다. 이 발언을 실마리로 하여 정치적인 화제들을 꺼내 보았다. “여러 기사가 나왔나 본데, 사실 대통령에게 딱 두 가지 얘기를 했어요. 첫째, 돈을 모으지 마라. 전직 대통령들을 예로 들면서 당부했더니 ‘저를 모릅니까.’ 해요. 둘째, 개혁은 끝나는 날까지 지속적으로,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지금까지 두 가지 모두 섭섭한 문제가 없습니다. 적어도 내 부탁은 잘 이행하고 있어요. 고맙게 생각합니다. 물론 함량 부족이죠. 생각보다 모자란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하려고 애쓰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참여정부 4년에 대해 평가한다면. 실패라는 평가가 많은데요. “단연 성공이지요. 지난 4년간의 변화는 40년의 변화와 맞먹는 것입니다. 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봅니다. 정치자금이 없어졌습니다. 이건 일본, 미국도 못하고 있는 일이에요. 정경유착이 끊어졌습니다. 아무리 책임이 많다지만 지금 정부 책임자들은 역사상 그 어떤 사람들보다 청렴합니다. 그 점은 국민들이 더 잘 알 것입니다.” ▶그렇다면 낮은 지지율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여권은 대통령 후보도 못내고 있는 상황인데요. “경제가 파탄됐다고 하는데 수긍이 잘 안갑니다. 솔직히 경제에는 문외한이라 내놓고 말할 처지가 못됩니다만. 지지율에 대해서는 걱정마라, 당신이 책임질 일 아니다, 정권 놓치는 것 당연하다고 말해 주고 싶습니다. 한 정권만 계속 집권하면 되겠습니까. 바뀌어야 혁신이 되죠.” ▶그러나 정권의 실패를 민주세력의 위기로 보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렇잖아도 누가 찾아와 민주 정착이 덜 된 상태에서 보수에게 정권이 넘어가면 그동안 고생한 게 도루묵이 된다고 걱정을 하더군요. 그러나 이런 말은 민주화운동 자체를 희화화하는 것입니다. 민주화 안 됐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란 얘기도 있다는데 납득이 안 갑니다. 판결문에 나온 판사 이름 밝혔다고 말들이 많은데, 긴급조치 시대 땐 어땠습니까. 맘에 안 드는 말 한마디 했다고 3년,1년 반씩 징역 때렸습니다. 이걸 결국 민주화운동이 해결한 겁니다.” 정권을 재창출할 방법이라도 있느냐고 다그쳐 묻자 ‘희망사항’이 그렇다며 ‘지난번에도 봤지 않느냐.’고 2002년을 회상했다. 그해 봄 송 신부는 노 대통령과 여름 티베트 여행을 계획했다. 그런데 대통령 후보 얘기가 나오더니 바람몰이가 시작됐다. 광주 이변에다가 6월 월드컵 축구 4강 진출, 부산아시안게임 최다 금메달 획득,12월 대통령 당선 등 낭보가 이어졌다. 그해가 칠십 평생에 가장 즐거운 해였다는 송 신부는 “우리 국민들이 그런 저력을 갖고 있다.”며 장래에 대한 낙관론을 피력했다. ▶그럼 정권 재창출에 대통령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저는 그런 것에 신경 안 썼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하는 일 열심히 해서 임무 끝내고 후임자가 잘해 주길 바라면 된다고 봅니다. 아직 개혁과제 할 일이 많습니다. 교육, 법원, 기업 등 현재 상태로는 선진국이 될 수 없어요. 특히 사학법에 대한 국회의 태도는 맘에 안 듭니다. 나도 사학 이사 해봤지만, 재단에 재산 출연을 했으면 공익을 위해 일해야지요.” ▶개헌 제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시기가 어떻다 하는데, 개헌은 야당이 주장했던 것 아닌가요. 반대는 어거지를 위한 어거지지요. 야당이 다음 집권에 자신 있다면, 지금 하는 게 더 좋을 것입니다.” ▶노 대통령 취임 때 언론을 포용할 것도 조언하셨습니다. “요즘 언론은 국가를 생각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언론을 위한 언론, 회사와 그룹만을 생각하는 것 같아요. 공익과는 담을 쌓고 자기 주장만 관철하려는 속성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걸 감싸지 못한 정권도 형편없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마지막으로 국민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주십시오. “인내심을 갖고 참고 기다릴 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우리 경제가 먹고살 거리를 걱정할 상황은 아니라고 봅니다. 정책으로 극복해야 할 부분도 많겠지만 삶의 자세를 어떻게 가지느냐, 생각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 교육이 너무 경쟁, 기술만 강조했지 철학이 부재했던 문제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할 말은 하면서도, 정권에 대해선 애정이 여전했다. yshin@seoul.co.kr ■ 송기인 그는… 1938년 부산 출생(만 69세). 가톨릭대 신학과를 나와 1972년 사제서품을 받았다. 군사독재 시절 부산지역에서 반독재 민주화 투쟁을 벌였다.1982년 부산 미문화원 방화사건 때 노무현 대통령이 변론을 맡으면서 노 대통령과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1988년 13대 총선 때 노 대통령의 정계 진출을 끌어냈고, 대통령을 질책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란 말을 들을 정도로 깊은 사이다. 교회사를 전공해 부산교회사연구소장직을 맡고 있고, 민족문제연구소 이사를 맡을 정도로 과거사 청산에 관심이 크다.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이사장, 동아대 석좌교수. 요산 김정한 선생 기념사업회장을 맡아 생가와 문학관을 완공하는 등 은퇴 후엔 사회를 ‘풍요롭게’ 하는 일이나 음식 쓰레기 안 남기기 운동 같은 시민운동에 참여할 생각이다. 국민훈장 모란장 수훈.
  • 최악 인터넷망 해킹 한국이 진원지 논란

    전 세계 인터넷 흐름을 관리하는 미국의 핵심 컴퓨터 ‘루트 서버’를 공격하는 강력한 해킹이 지난 6일 일어났다. 2002년 10월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의 해킹으로 미국 전문가들은 공격 진원지가 한국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이 7일 전했다.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 해킹대응팀은 “해외 해커들이 국내 서버와 PC를 경유한 것 같다.”고 밝혔다. 해외 해커들이 한국의 고도화된 통신망을 국제적인 인터넷 오류를 일으키는 해킹 경유지로 악용한 사례로 보고 있다. 안철수연구소 관계자도 “공격 근원지가 외부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AP통신은 이번 해킹으로 전 세계 기간 인터넷망을 통제하는 13대의 서버 컴퓨터 중 3대가 공격 받았다고 전했다. 표적이 된 일부 서버는 미 국방부가 관리하고 있다.“루트 서버에 대한 해킹은 최악의 경우 전 세계 인터넷망을 마비시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정통부 조사 결과 6일 저녁 7시30분부터 8시40분까지 사이버 공격이 감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통부는 KT, 데이콤 등 국내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들과 협의, 해외로 나가는 6개 루트 DNS를 차단하는 긴급조치를 취해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통부 관계자는 “국내 ISP에서 해외로 나가는 트래픽이 평소보다 8∼20%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루트 서버는 ‘com´ ‘net´ ‘org´, 그리고 각국의 국가 코드 같은 최상위 도메인 이름의 공식적인 원본 목록이 유지되고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전 세계 인터넷망은 13개 루트 서버에 의해 유지되며 이 가운데 10개가 미국에 있다. 정기홍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서울광장] ‘긴급조치’ 사과하는 판사가 없다/황진선 편집국 수석부국장

    [서울광장] ‘긴급조치’ 사과하는 판사가 없다/황진선 편집국 수석부국장

    1970년대 중후반 학번의 대학 선후배가 모처럼 대폿집에 마주 앉았다. 이제 둘다 50대다.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나누다 긴급조치위반 사건 담당 판사의 명단이 공개된 데까지 이어졌다. 변호사인 선배는 못마땅해 했다. 하지만 운동권 출신 후배의 반론도 만만찮았다. “아다시피 유신헌법은 필요한 때에는 대통령이 긴급조치를 발할 수 있도록 했고, 사법심사의 대상도 되지 않는다고 규정했어. 긴급조치는 위헌여부를 다툴 수도 없게 되어 있었지. 그런데 이제와서 자연법이나 정의에 따라 재판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판사들을 비판하고 명단을 공개하는 것은 잘못이지. 판사는 자연법이 아니라 실정법에 따라 재판할 수밖에 없잖아.” “인혁당 사건 정도는 아니지만 긴급조치로 수많은 사람이 억울하게 징역을 살았어요. 시위를 모의하고 주도하다 경찰에 쫓겨다니고, 제적을 당했지요. 긴급조치 위반 기소 사건만 589건이었요. 그런데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가 없어요. 박정희 전대통령에게 모든 책임을 미루고 모두가 나몰라라 하는 게 말이 됩니까.” “그렇긴 하지만 악법도 법이란 말이 있잖아. 현재의 시각으로 당시 판사를 매도하는 것은 옳지 않아. 이를 테면 앞으로 사형제가 폐지된다해서, 이전에 사형 선고를 내린 판사들을 공개하고 비판한다면 옳은 일이라고 할 수는 없잖아.” “사형제의 존폐는 민주적 입법 절차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잖아요. 긴급조치는 유신시대 폭압적인 정치 구조의 산물이에요. 지금 여야가 긴급조치 무효화 특별법 제정을 검토하고 있는데, 긴급조치가 인권을 무참하게 짓밟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지요.” “무고한 피해자에게 보상을 해주는 것에는 찬성이지. 그런데 선진국 일수록 법원의 권위를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 우리 사회의 최종 ‘해결사’인 법원과 판사를 망쳐놓으면 만인에 대해 만인이 투쟁하는 사회가 될 수 있어. 이건 법조계의 신뢰회복 노력과는 별개의 문제야.” “만약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판사들의 이름을 빼고 보고서를 만들었다면 국민들의 비판이 적지 않았을 거예요. 명예훼손이라거나 인적 청산을 하려한다고 주장하는 분들도 있지만 긴급조치 사건 관련자들이 당한 고통을 생각하면 그런 얘기 하기 어렵지요. 정략적으로 이용한다는 주장도 하던데 과거사 정리는 다음 정권으로 넘길 수 없는 문제지요.” “판사가 법정에 들어서면 방청객들이 모두 일어서지 않는가. 검사와 변호사도 법정에 들어서면서 법대(法臺)를 향해 인사를 한다네. 그건 판사 개인이 아니라 판사라는 직위, 법원을 존중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네. 거듭 얘기하지만 사법부를 마구 흔들어 대선 안돼.” “사법부는 존중해야 하지요. 그러나 인혁당의 ‘사법살인’이나 긴급조치 사건의 판사들이 무고한 희생자들에게 겸손하게 ‘그때 정의의 이름으로 행동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자세가 필요하지요. 대법원이 ‘사법시스템이 짊어질 과오’라고 발표하기는 했지만 스스로 반성하는 분들이 없다는 게 안타까워요. 그래야 진실로 화해가 되고, 반면교사도 되지 않겠어요.” “글쎄, 판사들도 마음의 빚은 느끼고 있겠지…. 어찌됐든 사법부가 무너지면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라네.” 밤은 깊었고 취기는 올랐다. 두 사람은 어깨를 겯고 대폿집을 빠져나왔다. 황진선 편집국 수석부국장 jshwang@seoul.co.kr
  • [‘혼전양상’ 초반 대선구도 점검] 박근혜캠프 ‘전의 다지기’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가 2일 55번째 생일을 맞았다. 사생활 노출을 꺼리는 박 전 대표는 이례적으로 이날 오전 서울 삼성동 자택에서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등 인터넷 팬클럽의 카페지기 20여명을 ‘깜짝 초청’해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그는 이들이 가져온 ‘축하 떡’을 나눠 먹으며 “내년 생일파티는 청와대에서 갖자.”는 팬들의 덕담에 웃음으로 화답했다. 방탄조끼를 선물로 받고는 지난 5월 테러 당시를 잠시 회상했다. 최근 정국이 자신에 대해 정치적 공세로 흐르고 있다고 여기고 있는 탓인지 간간이 무거운 표정을 지어 보이기도 했다. 실제로 여의도에 위치한 박 전 대표 캠프는 최근 전운이 감돌고 있다. 당 안팎에서 박 전 대표를 겨냥한 ‘옥죄기’가 시작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위원회가 긴급조치 위반사건 재판에 관여한 판사 실명을 공개한 것은 명백한 박 전 대표에 대한 정치적인 공세로 받아들이고 있다. 당내에서 원희룡 고진화 의원이 박 전 대표를 겨냥해 ‘이념공세 기획설’을 제기하고 있는 것도 박 전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기 위한 일련의 움직임으로 해석한다. 박 전 대표의 최측근인 유승민 의원은 이날 “과거사위원회가 1년내내 한나라당 전신과 박정희 시대의 어두운 면만 조명시켜 박 전 대표에게 타격을 입히려 하고 있다.”며 “위원회는 대선전까지 정수장학회 등의 조사 결과를 들춰내 박 전 대표에게 끊임없이 흠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캠프 관계자는 “최근 정국의 흐름은 노무현 대통령이 이미 사전검증을 받은 박 전 대표를 한나라당 경선 과정에서 떨어뜨리고, 본선에서는 약점이 많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손쉬운 대결을 하기 위한 일련의 움직임”이라고까지 해석했다. 당내의 정체성 공방에서도 ‘반박(反朴)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점을 예의주시중이다. 고진화 의원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당 경선 관련 움직임이 건전한 보수를 넘어서 색깔론과 지역주의를 통해 특정후보를 사실상 도와주는 행위로 극에 달했다.”며 “색깔론, 지역주의, 불공정 대선 경선 조장행위에 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한다.”며 박 전 대표를 겨냥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 진영은 정체성 공방을 계기로 이념에 대한 방향을 확실히 함으로써 ‘보수성향층’과 ‘TK(대구·경북)지역층’을 강화해 이 전 시장의 지지율 독주체제를 깨는 계기로 삼자며 당내외 공세에 강경 대응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열린세상] 진실과 화해/김형태 변호사

    국제평화모임에 가면 늘 겪는 일이 하나 있다. 일본 사람들은 매번 원폭피해자 입장만을 애써 강조할 뿐 우리나라, 중국, 동남아에서 자신들이 벌인 전쟁과 학살, 여성에 대한 폭력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독일이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쟁과 유대인 학살을 반성하고 배상하는 것과 대조된다. 일본이 과거에 대해 ‘유감’ 이상의 표현을 쓰지 않는 것도 딱하다.‘다 지난 일을 가지고 왜 끝도 없이 이야기를 꺼내는가.’ 일본 사람들의 이런 생각을 우리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요즈음 유신시절의 평가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30년 전 일을 가지고 왜 아직도 들먹이는가. 지금의 잣대를 가지고 그때를 재단해서는 안 된다. 정략적 의도가 보인다. 이제는 그런 일이 없다. 과거를 가지고 미래의 발목을 잡는다.’ 일본 사람들의 항변과 흡사하다. 하긴 최근 들어 우리 사회 일부에서도 일제 식민통치가 조선 근대화에 단초를 제공했다거나 구한말 상황에서 친일을 한 사람들도 이해해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혁당 재심과정에서 충격적인 정황들이 나왔다. 중앙정보부는 억지 진술을 받아내기 위해 ‘수사지침’이라는 각본까지 만들었고, 이 각본대로 자백을 받아내지 못하면 수사경찰까지 유치장에 가두었다. 일본인 기자가 민청학련 학생들에게 취재비조로 7500원을 준 것을 폭력혁명을 위한 자금으로 표현하라고 지시하는 문건도 나왔다. 창자가 빠져나오는 고문과 조작으로 8명이 사형을 당하고 16명이 오랜 세월 옥고를 치렀다.32년 만에 무죄가 선고되었지만 죽은 이들을 되살릴 길은 없다. 당시 대통령을 비방하다 술자리에서 잡혀가 수년간 징역을 살았던 이들도 수두룩하다. 장기집권을 꿈꾸었던 대통령은 죽어 말이 없고 그의 지시대로 유신헌법과 긴급조치를 만들고, 국민들을 잡아다 고문하고, 재판했던 수많은 사람들 중 누구하나 ‘내탓이오.’를 말하는 이가 없다. 일본이 전쟁과 식민통치에 대해 취하고 있는 태도와 똑같다. 긴급조치 관련 판결에 이름을 올린 한 분을 안다. 개인적으로 참 좋은 분이다. 도매금에 사회의 매도를 받을 분이 아니다. 하지만 과거사 정리는 한 개인에 대한 윤리적 평가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형법교과서는 ‘책임’에 대해 이렇게 적고 있다.‘책임은 개별적 행위에 대한 책임이지 인격책임 또는 행위자 책임이 될 수 없다.’ 과거사 정리 과정에서 책임을 논하는 것은 그가 처한 상황에서 과연 윤리적, 인격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를 따지자는 것이 아니다. 어쩔 수 없었다 할지라도 결과적으로 잘못된 행위에 가담했다면 그 역사적, 사회적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의 관점으로 유신체제하의 법관, 수사관들에게 돌을 던지는 이들도 그때 그 상황에 처했더라면 똑같은 잘못을 저질렀을 수 있다. 개인 윤리차원에서는 ‘누가 이 간음한 여인에게 돌을 던질 수 있으랴.’라는 식의 자기 성찰적 접근이 가능하다. 하지만 과거를 직시하고 이를 토대로 올바른 미래를 그리는 공적 차원에서 보자면 그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일본의 식민통치에 대해, 유신체제하 인권을 유린한 이들에게 과연 어떤 방식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밝혀내고 잘못된 일에 대해서는 그 당사자가 잘못되었다고 고백하는 것. 그리고 그에 대해 일방적 매도나 보복을 하지 않고 화해하는 것. 그래서 외국의 수많은 과거사위원회 이름 앞에는 ‘진실·화해’라는 문구가 들어 있다. 우리의 과거사를 정리하는 기관 이름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위원회’로 되어 있다. 그 이름 그대로 잘못한 이들이 먼저 진실을 고백하고 이를 토대로 서로가 화해하여 더불어 함께 살아갈 일이다. 김형태 변호사
  • [사설] 긴급조치 무효화 특별법 검토해야

    사법부 과거사 정리에서 먼저 할 일은 무고한 희생자를 구제하는 것이다. 또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법·제도로 접근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과거사위의 긴급조치 관련 판사 명단 공개는 성급했다. 피해자 구제보다 권위주의 정권 아래였지만 실정법에 따라 판결한 법관의 인적 청산을 앞세우려는 처사는 정치적 배경을 의심받는다. 대법원은 긴급조치와 더불어 반공법, 국가보안법, 집회·시위법과 연관된 판결 6000여건의 문제점을 이미 분석했다고 한다.1972년부터 1987년 사이 200건 이상의 시국·공안사건이 판결문에서 고문·불법구금 논란이 있었다는 검토 결과가 나왔다. 일각에서는 대법원이 재심청구가 없어도 이들 사건에 대해 포괄적 오류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초법적인 발상이다. 재심 확대와 함께 판례 변경으로 피해자를 구제하고, 판결문을 통해 과거 잘못을 사죄하는 게 옳은 방향이라고 본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재심 사유가 극히 제한되어 있다. 국회는 재심청구 범위를 넓히는 특별법 제정을 검토해야 한다. 재심 확대를 넘어 과거 정권의 시국·공안 재판을 모두 무효화하는 특별법 제정은 법의 안정성을 깬다는 측면에서 신중해야 한다. 하지만 긴급조치에 한해서는 이를 무효화하고 피해자를 보상하는 특별법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 긴급조치 위반사건은 죄가 되지 않는 사안을 처벌한 것으로 사실관계의 다툼이 적다. 고문이나 증거조작이 개입된 사실이 없으면 재심이 사실상 어렵다. 때문에 특별법 제정을 통한 일괄 무효·일괄 보상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여야가 긴급조치 무효화 특별법 제정을 논의할 의사를 밝히고 있는 점은 다행이다. 법에 의해 진실을 규명하고, 피해자 보상을 한 뒤 화해로 나아가야 한다. 잘못의 실체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시점에서 사법부 수장의 사과 절차가 있어야 할 것이다.
  • [대선후보 취약점 보완 분주] 김근태, 대구서 박근혜 맹공

    “독배를 몇 잔 마신 것 같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1일 오전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8개월을 이렇게 돌아보고 “전당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 단순한 리모델링이 아닌 대통합신당으로 나아가 진정 반성하고 거듭 태어나겠다.”고 밝혔다. 오후에는 대구를 찾아 당 기반이 취약한 영남지역에 대한 2박3일간의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김 의장은 집단탈당 움직임에 대해 ‘지붕 위에 올라가게 한 뒤 사다리를 치운다.’는 뜻의 ‘상옥추제(上屋抽梯)’라는 말로 비판했다.“전당대회 준비위원회, 중앙위원회로 합의한 내용을 지붕에 올렸는데 사다리를 걷어차는 것은 국민과 민주주의에 대한 배반행위”라고 지적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탈당 문제와 관련해서는 “필요한 시점이 오면 대통령이 판단하고 결심할 것”이라면서 “당도 필요하면 적절한 시점에서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구·경북지역 핵심당원 간담회에서는 “어렵지만 정권 재창출을 위해 함께 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오전 기자간담회에 이어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인혁당 무죄판결’과 ‘긴급조치 판사 명단 공개’를 두고 자신에 대한 정치적 공격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 “역사와 국민에 대한 모욕이고 능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대구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특별법 제정… ‘유죄’ 없던 일로”

    사법부의 과거사 청산 방법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재심을 통한 해법과 특별법 제정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재심은 확정된 판결에 대해 사실인정에 중대한 오류가 있는 경우 당사자 등의 청구에 의해 다시 재판하는 것이다. 형사소송법에서는 재심청구사유를 원판결의 증거서류나 증거물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위·변조된 것으로 증명된 경우 등 7가지로 제한하고 있다. 원판결에 설령 사실오인 등의 잘못이 있더라도 이 재심 규정에 해당되지 않으면 재심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인혁당 사건은 재판에 증거로 사용된 진술서와 수사기록 등이 고문 등 불법행위를 통해 허위로 작성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재심이 받아들여졌고 32년만에 무죄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그동안 이 재심청구사유를 좁게 해석한 경향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넓게 해석하고 있다. 재심청구가 원판결의 법원이 관할한다는 형소법의 규정을 따를 경우 인혁당 사건은 원래 1심 법원이었던 군사법원에서 담당해야 했었다. 유가족들이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한 재심도 법적논란이 될 수 있었지만 법원이 이를 그대로 인정한 것이 좋은 예다. 1972∼87년 시국공안사건 중 사건 당사자가 불법구금이나 불법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한 224건 등은 재심의 소지가 있는 사건으로 대법원은 보고 있다. 이 사건의 재심청구가 받아들여져 대법원까지 올라올 경우 대법원 판결을 통해 판례를 새롭게 만드는 것은 물론 과거의 판결이 잘못됐었다는 점을 판결문에 밝히는 절차를 밟게 된다. 하지만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판사 실명을 공개한 ‘긴급조치 판결’중에는 재심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예가 적지 않다. 그래서 특별법을 만들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긴급조치 자체를 특별법으로 무효화해 이 법으로 유죄선고를 받은 사건을 모두 없던 것으로 하자는 것이다. 서울대 법대 한인섭 교수는 “재심청구권을 포괄적으로 인정하는 정도로는 미흡하고 긴급조치에 대해 특별법을 만드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일각에서는 특별법 제정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부산대 법대 김배원 교수는 특별법 제정에는 동의하면서도 “특별법의 기준과 범위, 보상·배상문제 등에서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법적 정당성 차원에서 국민의 권리를 침해한 모든 법의 무효화를 주장하게 될 수도 있고 유신시절에 불합리한 판결에 적용된 모든 법들을 무효화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긴급조치 판결 무효화 與의원들, 특별법 추진

    열린우리당 김동철·김종률·문병호·이은영 의원은 1일 유신시대 긴급조치로 인한 사법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긴급조치 판결 무효화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법률 제정안에 ▲긴급조치의 부당성을 적시하고 ▲긴급조치 판결의 효력을 원천무효화하며 ▲긴급조치 판결 피해자의 국가배상을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기로 했다. 김종률 법률담당 원내부대표는 “긴급조치는 초법적인 조치였으므로 특별입법을 통해 판결을 일률적으로 무효화하는 게 타당하다.”며 “이번 2월 임시국회에 법안을 발의해 처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장기집권 염증표현 무죄” 소신 판결

    2159일간의 이른바 ‘긴급조치 시대’에 내린 1412건의 판결 중 법 논리와 소신을 바탕으로 무죄를 선고한 사례도 있다. 31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공개한 긴급조치위반 판결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1976년 11월 서울지법 영등포지원(재판장 이영구 부장판사·현 변호사)은 수업 중 “우리나라 정권은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해먹는다.”고 말해 긴급조치 9호, 반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고교 교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이영구 당시재판장 전보 뒤 재야로 재판부는 “1인집권도 자유당 시절 경험했던 역사적 사실이어서 그 자체가 날조된 사실이거나 왜곡한 것이라 하기 어렵다.”면서 “박정희 정권이 장기집권임은 부인할 수 없는 것이어서 장기집권에서 오는 지루한 안정에 대해 자유 국민이 갖는 염증 감상을 표현한 것이므로 무죄”라고 밝혔다. 박정희 정권을 장기 집권으로 표현하는 것 자체가 금기였던 당시 분위기를 떠올리면 ‘파격’적인 판결이다. 이 재판에는 조홍은 판사(현 변호사)와 민형기 판사(현 헌법재판관)가 배석 판사로 참여했다. 이영구 부장판사는 이 판결 뒤 전주지법으로 발령을 받았지만 한달만에 법복을 벗었다. 두 배석판사는 서울형사지법으로 옮겨 법관 생활을 계속했다. 이 사건은 항소심에서 장기간 계류돼 있다 긴급조치가 해제된 1980년 3월 면소 판결로 마무리됐다.●민형기 헌법재판관 배석판사 눈길 또 광주고법(재판장 노병인 부장판사·별세)에서는 1976년 5월 “박정희 대통령이 무력으로 집권했다.”는 등의 발언을 해 긴급조치 9호 등 위반 혐의로 기소된 뒤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던 농민에게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한 판결이 있었다. 피고인이 부인하는데다 마을 사람들의 증언도 일관되지 못하다는 게 무죄 이유였다. 이 사건은 1976년 대법원에서 검찰의 상고가 기각돼 확정됐다. 노병인 부장판사는 1979년 변호사 개업을 했다. 주심을 맡은 양영태 판사(현 변호사)는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다가 1984년 법복을 벗었다고 한다.임광욱기자 limi@seoul.co.kr
  • 강신옥 변호사 “출세욕에 눈멀어… 사표라도 냈어야”

    “용기가 없었을 뿐이지. 학교에서 배운 대로 했다면 사표를 내더라도 저항했어야지.” 1970년대 긴급조치 위반사건을 유죄 선고한 판사들 명단이 공개돼 여론의 찬반이 뜨거운 가운데 자신도 긴급조치 위반으로 감옥에 들어갔던 강신옥(71) 변호사가 사법부를 향해 일침을 가했다. 강 변호사는 74년 민청학련 사건에서 당시 서울대학교 학생이었던 이철, 유인태, 김지하 등을 변호하다 “긴급조치를 비방했다.”는 이유로 자신도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감옥살이를 했다. “젊은 기자양반은 상상을 못합니다.”라면서 말문을 뗀 강 변호사는 유신헌법에 따라 계엄령이 전국에 내려졌던 70년대를 한마디로 ‘중세시대’로 규정했다. 긴급조치는 법이 아니라 폭력이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계엄령 당시 법정인 보통군법회의에선 장교가 재판장이 되어 판결을 좌지우지했고, 반대심문도 받아주지 않은 채 재판을 종결하기도 했다. 강 변호사는 사법부 내의 반대 여론에 대해 묻자 “법률가가 불법적인 폭력에 따라야 하느냐.”며 반문했다.“출세하려는 욕심 때문에 가만히 있었던 것이지 양심에 따라 했다면 유신시대는 금방 끝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정법이어서 어쩔 수 없었다는 주장도 자기합리화이자 강변일 뿐이라고 말했다. 출세욕에 눈이 멀어 형량을 더 세게 때리던 판사들도 있었다고 한다. 강 변호사는 “사법부의 권위가 어디서 나오냐.”면서 “과거의 잘못에 대해 반성하는 것이 권위”라고 말했다. 현재의 사법부가 공동 죄의식을 가지고 있어서 과거사 정리에 망설이고 있다면서 부끄러운 과거에 대해 하루 빨리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신시대의 대표적인 인권변호사였던 강 변호사는 58,59년 고등고시 행정과와 사법과에 잇달아 합격하고 62년 서울지법 판사로 있을 때 영장기각을 많이 한다는 이유로 경주지법으로 발령나자 임명 2년도 안된 상태에서 법복을 벗었다.임광욱기자 limi@seoul.co.kr
  • ‘긴급조치 유죄 판결’ 판사 492명 실명 공개

    ‘긴급조치 유죄 판결’ 판사 492명 실명 공개

    진실화해위는 31일 오후 긴급조치 위반사건 재판에 관여한 판사 실명이 포함된 ‘2006년 하반기 조사보고서’를 공개했다. 긴급조치 위반 유형별 판결 현황을 보면 ▲반유신 재야·야당정치활동 65건 ▲간첩 2건 ▲학생운동(유신반대·긴급조치해제 시위 등) 191건 ▲기타(유신체제 비판발언 등) 282건 ▲국내재산 해외도피 및 공무원 범죄 29건 등 589건이다. 판결수(1∼3심)는 1412건, 인원수는 1140명이다. 보고서에 포함된 ‘긴급조치 위반사건 판결분석 보고서’ 별첨 자료에는 알려진 대로 이강국 헌법재판소장과 이공현·민형기 헌법재판관, 양승태·김황식·박일환·이홍훈 대법관 등 현직 고위법관 10여명이 긴급조치 위반 사건을 재판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또 전 대법원장 윤관, 최종영, 김용철 등 전직 고위법관 100여명의 이름도 있다. 한편 대법원은 이날 유신시대 긴급조치 위반 사건과 관련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보고서 공개와 관련,“방식의 적절성 여부를 떠나 사법부의 과거를 되새기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며 유감 표명을 했다. 대법원 변현철 공보관은 보고서 공개 직후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변 공보관은 “긴급조치와 관련된 판결은 당시 실정법 처벌 규정을 일률적으로 적용한 결과로 개별 판결의 잘잘못을 따지는 재심과 같은 방식으로 해결되기는 어렵다.”면서 “포괄적이고 제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30년 전 시대 상황에서 사법시스템 전체가 짊어져야 할 과오를 우연히 현재까지 현직에 남아 있는 몇 명의 법관들에게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전개된다면 결코 우리가 바라는 진실과 화해에 바탕을 둔 미래지향적인 과거사 정리를 이룩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일영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정치공세” “수용해야” 찬반 엇갈리는 정치권

    “나에 대한 정치공세라고 생각한다.”긴급조치 판사 명단발표에 대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31일 반응이다. 지난 23일 인혁당 사건으로 사형당한 8명에 대한 법원의 무죄판결이 나왔을 때 반응을 보이지 않던 태도와는 사뭇 다른 뉘앙스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열린 오찬 간담회에서 판사 실명 공개논란에 대해 “이것이 한국 정치의 현실이다. 왜 (판사실명을)지금 발표하는 것이냐.”며 이같이 말했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이날 판사실명 공개에 대한 반응이 엇갈렸다. 여당에서도 반응이 엇갈렸다. 열린우리당 우상호 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인혁당 재심 판결에서 보듯 과거 독재정권 유지에 기여했던 판결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사법부도 하고 있고, 필요한 일이지만 판결에 관여한 경중을 따지지 않고 판사의 실명을 공개해 낙인을 찍는 건 과도하다.”고 말했다. 반면 문병호 제1정조위원장은 “사법부도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말해 판사 이름 공개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제1야당인 한나라당은 과거사위 해체까지 주장하며 비판했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진실을 밝혔으면 화해의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정 반대로 가고 있다. 일괄폭로식 공개는 바람직하지도 않고 적절한 방법도 아니다.”고 지적했다.이밖에 민주당, 민주노동당에서는 찬성하는 입장을 냈다.박현갑기자 eagleduo@seoul.co.kr
  • 장영달 與원내대표는

    장영달 열린우리당 신임 원내대표는 재야파 출신으로 제14대 국회 때부터 지역구 전북 전주에서 내리 네 차례 당선됐다. 2005년 4월 전당대회에서 당내 재야파 출신 인사들의 지원에 힘입어 경선을 통해 상임중앙위원(최고위원)에 당선, 처음으로 지도부에 입성했지만 이후엔 4선의원이란 중량감에도 불구,‘무관의 제왕’으로 지내왔다. 지난 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징역 7년을 선고받은 것을 비롯, 긴급조치 9호 위반,5·3 인천개헌운동 등과 관련돼 8년여에 걸쳐 옥고를 치렀다. 83년 김근태 현 당의장과 함께 민주화운동청년연합을 창립해 초대 부의장을 지내는 등 반독재 민주화투쟁에 앞장섰다. 정치권 입문 뒤 평민당 기조실장·수석부대변인 등을 거쳐 16대 국회서 병장 출신으로 국방위원장을 지냈고,2003년 민주당 분당 시기엔 열린우리당 창당준비위 조직위원장을 맡았다. 소탈하고 농담을 좋아해 인간관계가 비교적 원만하단 평을 듣는다. 가족으로는 부인 김혜식(54)씨와 아들 둘이 있다. ▲1948년 전북 남원 ▲국민대 행정학과 ▲16대 국회 국방위원장 ▲열린우리당 상임중앙위원 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법관이 어떻게 법에 저항하나” 항변

    긴급조치 위반사건 재판을 담당했던 현직 판사들은 실명 공개 등에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대부분 할말이 없다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실명공개가 판사 비판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실명이 공개된 양승태, 이홍훈 대법관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강국 헌법재판소장과 이공현·민형기 재판관 등의 이름이 공개된 헌법재판소도 “공식입장은 없다.”며 애써 외면했다. 하지만 일부는 솔직한 심정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77년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기소된 국회의원 서영수씨에게 징역 1년 등을 선고한 재판부의 배석판사였던 김진기 대구고법원장은 “실명 공개는 원칙적으로 반대한다.”면서 “단순히 몰랐던 국민에게 알리는 의도라면 상관없지만 그 당시 판결을 모아서 공개하는 것은 단순히 알리는 의미보다는 여론몰이식·인민재판적 성격이 강한 다른 의도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와 의도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순수하지는 못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 사법적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30년,100년 뒤에 지금의 판결에 그 당시의 잣대를 들이대면 문제가 될 일이 많을 수밖에 없지 않나. 가치관과 문화가 바뀌면 법적 환경도 바뀐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시 판사들이 저항하지 못한 것은 비난받을 수 있지 않으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이 시대의 잣대로 돌아 보면 그렇지만 당시 대한민국 헌법에 따라 긴급조치가 적용된 것으로 국민투표에서도 90%가 넘는 지지를 받았다.”면서 “어떻게 법을 다루는 법관이 이에 저항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에 대해 생각해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이어 “판사는 유효한 실정법에 따라 재판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라고 반문하며 “만약 단독판사였다고 해도 당시 실정법에 따라 판결했을 것이고 법관의 기준을 지금의 잣대로 비판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말했다. 1978년 육본 보통군법회의에 있을 때 “박정희 대통령이 독재정치를 하고 있다.”는 대화를 한 군인에게 징역 2년 등을 선고한 재판부에 속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이호원 서울가정법원장은 “77∼80년 20사단에서 군법무관으로 근무했는데,78년에는 군검찰관으로 그 해에는 재판을 하지 않은 것으로 기억한다.”면서 “어떻게 내 이름이 올라가 있는지 나도 궁금하다. 옆 사단에 지원나가기도 한 것 같은데, 그때 그 재판을 했는지….”라며 말끝을 흐렸다.그는 자료가 공개되면 무슨 이야기인지 자신도 꼭 보고 싶다면서 “기억을 못하는 것에 대해 비판하면 그건 달게 받겠지만 30년 전 이야기라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반면 오세빈 대전고법원장과 권남혁 부산고법원장은 관계자를 통해 개인적 의견을 밝히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김효섭 임광욱기자 newworl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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