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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위 20%가 주택 78% 싹쓸이… ‘불평등 쓴맛’만 키운 대한민국

    상위 20%가 주택 78% 싹쓸이… ‘불평등 쓴맛’만 키운 대한민국

    지난해 서울 아파트값 13.5% 올라1월 분양 평당 5273만원 역대 최고상위 0.1% 연봉, 서민 165년 일해야안전한 공간 ‘도넛’ 밖으로 내몰려20대 금융빚은 빠르게 늘어 악순환공공지출 OECD 수준으로 늘려야 대한민국 다주택자 상위 20%가 전체 주택 자산의 78%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20% 가구가 전체 순자산의 63.1%를 점유하는 등 부의 쏠림은 임계치에 다다랐다. 특히 부동산이 자산 증식의 핵심 수단으로 작동하면서 ‘집이 자산을 만들고, 자산이 다시 격차를 키우는’ 불평등의 악순환이 굳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은 23일 발간한 ‘2026 도넛 리포트’에서 한국 사회가 모두가 안전하고 존엄하게 번영할 수 있는 공간인 ‘도넛’ 밖으로 빠르게 밀려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분배 시스템이 사실상 한계에 도달했다는 진단이다. 자산 격차는 곧 소득의 극단적 양극화로 이어진다. 소득 하위 50% 근로자가 상위 0.1%의 연 평균소득(약 14억 2000만원)을 벌기 위해서는 단 한 푼도 쓰지 않고 165년을 일해야 한다. 상위 0.1%가 단 이틀 만에 버는 소득이 하위 절반 근로자의 1년 평균소득(858만원)에 맞먹는다. 내 집 마련의 문턱은 특히 청년 세대에게 높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는 전년 대비 13.5% 상승하며 2021년 이후 최대폭을 기록했다. 연간 전세가 상승률(5.6%) 역시 최근 5년 내 가장 높았다. 올 1월 기준 서울 민간아파트 평당(3.3㎡) 분양가는 5273만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30평형 아파트 한 채를 분양받는 데 평균 15억 8190만원이 든다는 의미다. 생활권역별 아파트 실거래 가격은 강남 3구가 포함된 동남권(서초·강남·송파·강동)이 23.0%로 가장 많이 올랐고, 도심권(종로·중·용산) 15.6%, 서남권(강서·양천·영등포·구로·금천·동작·관악) 12.5% 순이었다. 지난해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약 13억 4543만원)을 마련하려면 월 중위소득(2023년 기준 278만원)을 전액 저축해도 약 40년이 걸린다. 소득의 절반만 저축할 경우 기간은 80년 이상으로 늘어난다. 반면 2012년 이후 20대의 금융부채는 3.4배로 급증했다. 자산은 더디게 늘고 부채는 빠르게 불어나는 구조다. 노동시장과 성별에 따른 격차도 뚜렷하다. 같은 연봉을 벌기 위해 비정규직은 정규직보다 267일을, 중소기업 근로자는 대기업 근로자보다 220일 더 일해야 한다. 여성 근로자가 남성과 같은 임금을 받으려면 130일 더 출근해야 한다. 특히 여성은 첫 자녀 출산 10년 후 남성과 임금 격차가 33.4%까지 벌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남성이 평균 200만원을 벌 때, 여성은 133만 2000원밖에 벌지 못한다는 의미다. 교육 역시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아닌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의 성취로 이어지는 ‘불평등의 대물림’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 사회경제적 배경 상위 10% 학생은 하위 40%보다 사교육비를 2배 이상 지출한다. 기후 위기도 예외가 아니다. 월 소득 600만원 이상 가구가 100만원 미만 가구보다 열에너지를 4배 더 소비하며 탄소를 배출하고 있지만 피해는 고스란히 약자의 몫이다. 온열질환자 4명 중 1명(26%)은 단순 노무 종사자이며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10명 중 6명은 폭염 등에 따른 추가 생활비 지출로 경제적 부담을 겪고 있다. 옥스팜은 하위 40%에 대한 공적 이전 소득을 7.5% 늘린다면 상위 10%와 하위 40%가 공정한 몫을 나누는 ‘팔마 비율 1.0’에 도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사회지출은 15.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21.2%)의 72% 수준에 불과하다.
  • [기고] 국민 모두 ‘산불 감시원’이 되어야

    [기고] 국민 모두 ‘산불 감시원’이 되어야

    우리는 푸른 숲을 미래 세대에게 온전히 물려줘야 하는 책임이 있다. 이를 위해 나무를 심고 산림을 체계적으로 가꾸는 노력이 필요하다.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되는 일이 있다. 바로 산림 재난을 막는 것이다. 단 한 번의 산불이 100년의 세월을 한순간에 잿더미로 만들 수 있다. 최근 10년간 우리나라 연평균 산불 발생 건수는 500건을 웃돈다. 특히 지난해에는 피해 면적이 10만 4000㏊로 서울의 1.7배에 달하는 산림이 사라졌다. 수십 명이 소중한 생명을 잃고 수많은 이재민이 삶의 터전을 떠나야 했다. 복구 비용만 1조 8000억원에 달한다. 산림이 1년간 흡수할 수 있는 탄소량의 20%가 한번에 줄었다. 산불은 경제 재난이자 환경 재난이며 동시에 기후위기 대응을 후퇴시키는 국가적 손실이다. 문제는 대형 산불의 위험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후변화로 고온건조한 날씨가 길어지고 강풍이 잦아졌다. 올해에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동해안과 영남권에서 눈과 비가 오지 않는 날이 이어졌다. 급기야 경남 함양에서 올해 들어 첫 대형 산불이 발생하고야 말았다. 통계는 또 다른 사실을 보여 준다. 산불의 99%가 인위적 요인으로 발생한다. 영농 부산물과 쓰레기 소각, 입산 중 불 사용, 무심코 버린 담배꽁초 등이다. 특히 산불 건수의 67%가 건조한 3월에 집중된다. 날씨가 풀리면 많은 사람이 산을 찾는다. 사람과 함께 위험한 ‘불씨’가 산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그렇기에 산불은 피할 수 없는 재난은 아니다. 정부는 지난 13일 ‘산불방지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산불 위기 경보가 사상 처음 1월에 ‘경계’ 단계까지 격상됐다. 계도를 넘어 처벌을 강화할 수밖에 없을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산림이나 산림 인접 지역에서 불을 피우거나 불씨를 소지하는 행위만으로도 최대 2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산불을 내면 형사처벌과 함께 복구 비용에 대한 구상권까지 청구한다. 산불은 더이상 실수로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공동체의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 범죄다. 산불 예방 활동도 강화했다. 영농 부산물 소각을 줄이기 위해 파쇄 지원과 장비 무상 임대에도 나섰다. ‘소각 산불 없는 녹색마을’ 캠페인과 함께 올해 처음 3월 첫째 주를 ‘산불 조심 주간’으로 정했다. 산불 감시와 대응 체계도 고도화했다.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 폐쇄회로(CC)TV가 연기를 감지하고 열화상 카메라를 장착한 헬기가 상공에서 화선을 포착한다. 위성까지 활용한 ‘3중 그물망’ 감시 체계로 사각지대를 해소할 계획이다. 지상 진화의 핵심인 공중진화대와 특수진화대를 확충했고 대형 산불 진화 헬기 도입과 범부처 헬기 공조 체계 구축도 재점검했다. 산불이 발생하면 최단거리에 있는 헬기가 30분 이내 현장에 도착하고 50㎞ 이내 모든 헬기를 투입하는 등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제도가 촘촘하고 장비가 첨단이라 해도 초기 불씨를 막지 못하면 대응은 사후 수습에 불과하다. 산불 예방의 출발은 거창하지 않다. 논밭에서 소각을 멈추는 선택, 산에 오르기 전 라이터를 내려놓는 실천, 연기나 불씨를 보면 즉시 119나 112에 신고하는 행동이다. 이 작은 결단이 국토의 63%를 차지하는 거대한 숲을 지키는 길이다. 국민 한 명 한 명이 모두 산불 감시원이 되어야 한다. 산불은 막을 수 있는 재난이며 그 출발점은 우리의 행동이다. 우리의 미래를 사라지게 할 수 있는 산불은 모두가 참여하는 예방을 통해 막을 수 있다. 박은식 산림청장 직무대리
  • 따뜻한 남녘은 벌써 ‘꽃망울’ … 상춘객 맞을 채비하는 지자체

    따뜻한 남녘은 벌써 ‘꽃망울’ … 상춘객 맞을 채비하는 지자체

    최근 남부 지방 낮 최고 기온이 20도에 육박하는 등 따뜻한 날씨에 꽃망울이 터지기 시작하면서 남녘 지방자치단체들이 봄맞이 준비에 한창이다. 지난해 한파 등 이상 기후로 꽃봉오리가 움츠러들어 축제 시기를 변경하는 등 속앓이를 했으나 올해는 예년 같은 개화 모습을 기대하며 반색하고 있다. 겨울 추위가 이어진 지난해는 3월 둘째 주까지 꽃이 피지 않아 가지만 앙상한 상태에서 지역 축제가 열린 곳이 많아 관광객의 원성이 높았다. 전남 신안군은 오는 27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임자도 1004섬 튤립·홍매화 정원 일원에서 ‘2026 섬 홍매화 축제’를 개최한다. 국내에서 가장 이른 시기에 피어나는 홍매화를 주제로 전국에서 제일 먼저 봄을 알리는 마중물 축제다. 붉은 꽃망울을 터뜨린 홍매화는 방문객들에게 강렬하면서도 서정적인 봄의 정취를 선사할 예정이다. 지난해 일조량 부족과 기습 한파로 개막을 두 차례나 변경하며 애를 먹었던 전남 순천 ‘매곡동 탐매축제’는 다음 달 7일 개막을 앞두고 벌써 상춘객들로 북적인다. 300m 도로에 홍매화 1200여 그루가 군집을 이룬 매곡동 일대는 선홍색 붉은빛으로 장관을 이루고 그윽한 매화 향기가 마을을 덮는 지역 명소다. 김순옥 매곡동장은 23일 “현재 15% 개화 상태여서 축제를 앞당길까 걱정할 정도로 꽃이 피기 시작했다”며 “개막일에는 봄의 전령사 홍매화가 가득한 절정의 모습을 볼 것 같다”고 기대했다. 2026년 전남 대표 축제에 4년 연속 선정된 ‘광양매화축제’는 다음 달 13일부터 22일까지 광양 매화마을 일원에서 열린다. 올해는 ‘꽃 없는 축제’였던 지난해와 달리 꽃이 50~60% 정도 개화한 상태에서 행사가 시작될 전망이다. 시 관계자는 “꽃이 막 피기 시작한 단계로 축제 시작일엔 만발할 것 같다”고 밝혔다. 국내 최대 산수유 군락지인 전남 구례군은 다음 달 14일부터 22일까지 산동면 지리산온천 관광지 일원에서 ‘제27회 구례산수유꽃축제’를 연다. 구례 화엄사는 국가 유산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홍매화의 아름다움을 공유하는 ‘화엄사 홍매화·들매화 사진 콘테스트’를 오는 27일부터 다음 달 29일까지 진행한다.
  • MZ 저격 ‘런트립’… 건강·체험 다 잡는다

    MZ 저격 ‘런트립’… 건강·체험 다 잡는다

    요즘 여행업계는 단순한 휴양을 넘어 ‘목적이 있는 여행’이 주도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러닝과 여행을 결합한 ‘런트립(Run+Trip)’은 성취감과 현지 체험을 동시에 중시하는 2030 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 중이다. 여행이 더 이상 단순한 쉬는 시간이 아닌 ‘나를 증명하는 시간’으로 인식되면서, 완주라는 목표를 향해 낯선 도시를 달리는 과정 자체가 핵심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다. 노랑풍선은 이러한 흐름을 선점하기 위해 사이판, 괌, 호주를 잇는 역동적인 런트립 라인업을 구축했다. 가장 먼저 3월 14일 열리는 ‘사이판 마라톤 2026’은 에메랄드빛 해변을 따라 달리는 이국적인 코스가 강점이다. 풀코스부터 5km 입문 코스까지 종목이 다양해 초보자부터 숙련자까지 폭넓게 참여할 수 있으며, 89만 9000원부터 판매된다. 이어 4월에는 완만한 코스로 휴양과 러닝을 동시에 즐기기 좋은 ‘괌 코코로드 레이스’ 상품(84만 9000원부터)을 운영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두 상품 모두 대회 참가 등록 대행은 물론 만세 절벽, 한국인 위령탑 등 주요 명소 관광이 포함되어 ‘현지 완결형’ 여행을 지향한다. 7월 4일부터 이틀간 개최되는 ‘골드코스트 마라톤 2026’은 기록 경신을 노리는 진지한 러너들을 위한 전략 상품이다. 남반구의 선선한 기후와 평탄한 해안 코스로 명성이 높은 이 대회는 세계 각국의 러너들이 모이는 국제적인 축제다. 노랑풍선은 자유 일정 중심의 에어텔부터 가이드 동반 패키지까지 맞춤형 구성을 지원하며 가격은 269만 9000원부터다. 완주 후에는 해변 휴식과 도심 관광을 연계해 장거리 여행의 체류 만족도를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노랑풍선 관계자는 “여행이 휴식에서 경험으로 진화함에 따라 런트립은 목적지와 만나는 가장 감동적인 방식이 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마라톤, 트레킹 등 스포츠와 관광을 결합한 고부가가치 테마 상품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시장을 선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 노동·이주·젠더·존재… 무대 위 주인공 된 ‘실험 정신’

    노동·이주·젠더·존재… 무대 위 주인공 된 ‘실험 정신’

    젊은 예술가 4팀 공연, 전석 1만원티켓 수익 전액 예술가에게 전달 두산아트센터가 젊은 공연 예술가를 지원하는 ‘두산아트랩 공연 2026’이 3월 한 달간 노동, 이주, 젠더, 존재의 고민을 풀어낸다.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올리는 공연은 전석 1만원으로, 티켓 수익 전액은 예술가에게 전달한다. 공연 마지막날에는 아티스트와 대화의 장을 준비했다. 3월 5~7일에는 극작가 윤주호가 3년간 예능 프로그램 PD로 근무했던 현장 경험을 녹인 연극 ‘관찰, 카메라, 그리고 남은 에피소드들’이 올라간다. 기술에 대한 희곡을 쓰는 그는 인공지능(AI), 통신 기술 등 현실 기술에 대해 탐구했다. 이번 공연에선 관찰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새로 등장한 직업인 거치 카메라 감독을 통해 ‘카메라로 본다는 일’과 ‘기계와 함께 일한다는 경험’이 만들어내는 감각을 살핀다. 12~14일에는 경계 밖의 삶을 주목하는 진윤선이 쓰고 연출한 연극 ‘나의 땅은 어디인가’를 공연한다. 이 작품에서 진윤선은 길 위의 사람들, 아직 도착하지 못한 이들을 그린다. 조건에 따라 이주와 정체성이 유예된 존재들이 어디에 설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다. 박동과 리듬 같은 신호를 따라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각자의 길을 찾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함께 선다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다. 여성국극이 전통적으로 그린 주제를 되짚는 ‘자네는 왜 그리 굉장히 기다란 담뱃대로 담배를 피이나’도 흥미롭다. 극작과 연출을 맡은 황지영은 국가무형유산 판소리 이수자로, 아홉 살 때부터 1세대 여성국극 배우 조영숙에게서 국극을 배우며 무대에 올랐다. 3세대 여성국극 배우로서 작품 속 다양한 인물을 관찰한 그는 이 작품으로 ‘완성된 사랑’을 다시 바라보고 그 의미를 재해석한다. 작품은 19~21일 무대에 오른다. 26~28일 공연하는 연극 ‘슬픔과 멜랑콜리 혹은 태초부터 지금까지 영원토록 외로운 조지’로 올해의 두산아트랩이 막을 내린다. 손현규 연출은 AI, 기후 위기, 노동 등 시대 변화에 관한 주제들로 융복합 무대 실험을 지속해왔다. 박본의 동명 희곡을 무대화한 작품은 거대한 멸종 위기 동물인 갈라파고스 거북이 ‘조지’의 내면을 따라가는 철학적 판타지극이다. 소통이 불가능한 조지를 통해 고독과 존재의 의미를 새롭게 바라본다. 두산아트랩은 매년 5월 정기 공모로 예술가를 선정하고, 예술가에게 작품 개발비(1000만원)와 발표장소, 무대기술, 부대장비, 연습실과 홍보마케팅을 지원한다.
  •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돌봄’을 말하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돌봄’을 말하다

    사람은 누구나 요람에서 무덤까지 누군가의 돌봄을 받고 누군가를 돌봐야 한다. 과연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돌봄의 책임과 권리를 공평하게 걸머지고 있을까. 돌봄에 관해 좀 더 깊이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책들이 나와 눈길을 끈다. ●다중 위기 시대의 해법으로 제시 ‘돌봄의 정치학’(사월의책)은 정치학자 5명이 신자유주의적 불평등 구조의 심화, 저출생·초고령화로 인한 공동체 재생산 위기,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 위기 등 다중 위기 시대의 해법으로 ‘돌봄’을 제시하고, 돌봄에 대한 정치학적 접근을 시도한다. 저자들은 돌봄을 사적·윤리적 사안이나 복지 담론의 한 영역이 아닌 정치와 민주주의의 핵심 문제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돌봄을 개인의 능력 이전에 사회적 역량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우리 사회가 돌봄 책임을 과도하게 떠맡고 있는 취약한 개인들에게 계속 부과할 것인지, 반대로 공공정책과 사회적 실천을 통해 돌봄을 매개로 증폭되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악순환을 끊어내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국내 대표적인 돌봄 연구자인 김희강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김주형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와 대담에서 돌봄책임복무제, 돌봄부 설치, 돌봄연금 도입, 그리고 돌봄을 헌법적 가치로 명시할 필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나 포함 누군가를 성장시키는 ‘돌봄’ ‘돌봄의 철학’(민들레)은 돌봄의 철학적 측면을 집중적으로 연구한 미국 철학자 밀턴 마이어로프(1925 ~1979)의 유일한 책으로, 인간이 어떻게 타인과 세계, 자기 자신을 돌보며 성장하는지를 사유한 현대 돌봄 철학의 고전으로 꼽힌다. 마이어로프는 “돌봄은 누군가를 성장시키기 위해 혹은 무언가를 잘되게 하기 위한 과정에서 자기 자신도 함께 성장하는 관계”로 정의한다. 교사는 학생들을 보살피면서 성장하고, 부모는 자식을 돌보면서 성장하는 것처럼, 돌보는 과정에서 신뢰, 이해, 용기, 책임, 헌신, 정직 같은 능력을 발휘하면서 자신도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돌봄에는 성장하려는 나 자신의 욕구에 응답함으로써 나 자신을 돌볼 수 있고, 자신의 보호자가 돼 내 삶에 책임을 질 수 있게 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 네덜란드 38세 첫 성소수자 총리 취임

    네덜란드 38세 첫 성소수자 총리 취임

    친유럽·이민규제 강화 내세워하키 선수와 결혼 앞두고 있어 네덜란드에서 38세 총리가 탄생했다. 역대 최연소이자 첫 공개 성소수자 총리다. dpa통신 등에 따르면 중도좌파 정당 D66 대표 롭 예턴은 23일 헤이그 왕궁에서 빌럼 알렉산더르 국왕 앞에서 선서하고 총리에 취임했다. 그는 공개적으로 동성애자임을 밝힌 첫 총리로, 두 차례 올림픽에 출전한 아르헨티나 출신 하키 선수 니콜라스 키넌과 결혼을 앞두고 있다. D66 출신 총리가 탄생한 것도 네덜란드 역사상 처음이다. 친유럽·자유주의 성향의 D66은 기후 대응, 주택 공급 확대, 이민 규제 강화를 공약으로 내세워 지난해 10월 조기 총선에서 제1당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이후 D66은 기독민주당(CDA), 자유민주당(VVD)과 연정을 구성했다. 다만 의석은 150석 중 66석에 그쳐 과반에 못 미치는 소수정부다. 하원 약 3분의 1을 급진 우파 정당들이 차지하고 있어 법안 통과 때마다 야당 협력에 의존해야 한다. 네덜란드에서 소수정부 사례가 드문 점까지 겹치면서 연정의 안정성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dpa는 예턴 총리가 이끄는 연정이 4년 임기를 채우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고 전했다. 새 정부는 사회복지·보건 지출을 줄이는 대신 국방비를 대폭 늘릴 방침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속에서 유럽의 재무장 기조에 보조를 맞추겠다는 구상이다.
  • 노동계 “약해” 경영계 “과해”… 李정부 노동법 1호 법안 뭐길래[이슈 인사이드]

    노동계 “약해” 경영계 “과해”… 李정부 노동법 1호 법안 뭐길래[이슈 인사이드]

    노동자 권리 규정 ‘총론’ 기본법실질적 보호 제공 ‘각론’ 추정제라이더 등 법 사각지대의 노동자권리 강화 위한 상호보완 두 법안노동계 “둘 다 실효성 미흡” 반대경영계 “추정제, 소송 부담” 반발 ‘친노동 정부’를 표방하는 이재명 정부는 ‘일하는 사람 권리 기본법’(일터 기본법) 제정과 ‘근로자 추정제’ 도입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배달 라이더 등 노동법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의 권리를 한층 더 강화하기 위한 정책 드라이브다. 올해 5월 1일 노동절을 입법 데드라인으로 정할 정도로 자신감도 상당하다. 그런데 이 ‘1호 노동법안’이 별안간 ‘노동계 반대’라는 복병을 만났다. 언뜻 비슷해 보이는 ‘일터 기본법’과 ‘노동자 추정제’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지, 노동계는 왜 노동자를 보호하는 법에 반대하는지 22일 살펴봤다. Q. ‘일터 기본법’은 무엇을 규정하나. A. 누군가를 위해 일을 하고 돈을 받는 모든 사람을 ‘일하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고용 형태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모든 노동자의 헌법상 기본권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일하는 사람은 일터에서 평등한 대우를 받고,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하고, 괴롭힘을 당하지 않고, 공정한 계약을 체결하고, 적정한 보수를 받고, 합리적인 이유 없이 해고되지 않고, 일과 개인 생활의 조화를 보장받는다. 다만 선언적인 ‘기본법’이어서 강제력은 약하다. 위반하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김태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안) 정도만 부과된다. Q. ‘근로자 추정제’는 어떤 제도인가. A. 노동 분쟁에서 노무를 제공한 사람의 ‘근로자성’(근로자 요건)을 노동자가 아닌 사용자가 입증하도록 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다. 근로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노동자도 노무를 제공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추정한다. 현재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비임금 노동자 870만명을 보호하려는 조치다. 배달 라이더·택배 노동자·대리운전 기사·캐디·학습지 교사 등이 해당된다. 이들의 근로자성이 인정되면 고용주는 근로기준법상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 최저임금 보장, 퇴직금 지급, 4대 보험 적용 등이다. 책임을 피하려면 고용한 사람이 직접 근로자가 아님을 밝혀야 한다. Q. 정부가 동시에 추진하는 이유는. A. ‘권리 밖 노동자’를 포괄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다. 일터 기본법이 큰 틀에서 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인식과 지원 체계를 규정하는 ‘총론’이라면, 근로자 추정제는 노동 분쟁에서 실질적인 보호를 제공하는 ‘각론’에 해당한다. 당장 일터 기본법만으로는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하기 어렵지만, 근로자 추정제가 함께 도입되면 기존 근로기준법상 강력한 의무를 부여할 수 있다. 따라서 두 법은 상호 보완적인 성격을 띤다. Q. 경영계 반응은 어떤가. A. 일터 기본법 입법은 대체로 수용하는 분위기다. 다만 근로자 추정제 도입에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근로자성을 입증할 책임이 사업주에게로 넘어가면 각종 민사 소송에 시달릴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또 최저임금 보장·퇴직금 지급·4대 보험 지원·연 15일 이상 연차 보장 등 근로기준법상 의무 이행이 확대되면 인건비 부담이 커지게 된다. 이런 배경에서 소상공인연합회는 “실질적인 계약과 관계없이 일단 근로자로 간주하고 이를 반박할 책임을 영세한 소상공인에게 지우는 것”이라며 “법률적 대응 능력이 약한 소상공인은 복잡한 근로자성 입증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허비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와 각종 플랫폼 업계는 “인건비 증가로 고용 절벽이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Q. 노동계는 환영하나. A. 예상과 달리 입법에 반대하고 나섰다. 노동계는 일터 기본법에 대해 “근로기준법 밖에 있고, 강제성이 없고, 후속 입법도 미지수여서 미흡하다”고 주장한다. 근로자 추정제에 대해선 “민사 소송에 한정돼 있고, 평상시에는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고 법적 분쟁이 일어나야만 작동하기 때문에 사후 구제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민주노총은 “현재 플랫폼 노동자들은 실효성이 크지 않은 일하는 사람 기본법과 정부의 노동자 추정 패키지 법안을 원하지 않는다”며 재논의를 촉구했다. 노동계 일각에서는 “고용주가 근로 계약서도 없으니 근로자가 아니라고 우기면 그만”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Q. 앞으로 입법 절차는. A. 일터 기본법 제정안과 근로자 추정제 도입안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 모두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0일 두 법안에 대한 토론회를 진행하는 등 입법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국회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특히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근로자 추정제 입법안에 대해 “인건비 부담이 가중돼 소비자 물가 인상으로 이어지고, 신규 투자와 고용이 위축될 거란 우려가 나온다. 기업의 손발을 묶으면 일자리는 당연히 줄어든다.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울 수는 없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물론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이 법안을 단독으로 처리할 순 있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 1호 노동법안에 ‘반쪽짜리 입법’이란 꼬리표가 붙는 건 부담이다. 그러면 법이 시행돼도 사회적 갈등이 커져 동력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 수돗물을 믿을 水 없다고?… 플라스틱 생수의 ‘불안 마케팅’

    수돗물을 믿을 水 없다고?… 플라스틱 생수의 ‘불안 마케팅’

    지난달 미국 컬럼비아대 연구팀의 시판 생수 속 나노 플라스틱 연구 결과가 언론에 보도되며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연구팀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 연구논문에서 생수 1ℓ에서 7종류의 플라스틱 입자 24만개가 나왔으며 이 가운데 미세 플라스틱보다도 작은 나노 플라스틱이 90%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나노 플라스틱은 1㎛보다 작은 크기로 혈액과 간, 뇌에 침투할 수 있을 정도의 크기다. 미국의 사회학자인 대니얼 재피 포틀랜드 주립대 교수가 10년이 넘는 집필 기간을 통해 출간한 ‘언보틀드’ 역시 이 문제에 주목한다. 그는 병입 생수가 나노 플라스틱 문제뿐 아니라 어떻게 우리의 건강과 생명을 갉아먹고, 인권과 미래를 빼앗아 가는지 추적한다. 소규모 소비자층의 사치재였던 병입 생수는 불과 40년 사이 어떻게 3000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소비재가 됐을까. 저자는 이른바 ‘빅4’라 불리는 음료 기업(네슬레, 코카콜라, 펩시, 다논)이 전 세계적으로 병입 생수 사업을 급격하게 확장하면서 펼친 기만적 마케팅이 공공 상수도 운영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다. 그는 병입 생수 산업이 기회주의적이고 기만적인 마케팅을 통해 대중에게 수돗물에 대한 두려움과 불신을 심었고 결국 공공 인프라 개선을 위한 투자 압력을 낮췄다고 강조한다. 결국 개선되지 못한 상수도 공급망이 깨끗한 물을 공급하지 못하고, 이는 다시 병입 생수 구매로 돌아서게 만드는 악순환을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나아가 “물은 어떤 것과도 다르다. 모두가 물에 연결되어 있다”며 플라스틱병에 담겨 있는 것은 물뿐만이 아니라고 말한다. 병입 생수가 환경오염(플라스틱 쓰레기), 생태 위기(지역 담수 고갈), 기후 위기(잦은 가뭄)뿐 아니라 불평등(저개발, 저소득층의 식수 부족), 공공성 위기(예산 부족과 낙후된 수도 인프라), 자본주의(민영화, 상품화, 강탈에 의한 축적), 공중보건(수돗물보다 22배 많은 미세 플라스틱) 등 여러 문제가 교차하는 지점에 논쟁적으로 놓여 있음을 드러낸다. 지난해 6월 세계환경의 날에 맞춰 제주를 찾은 잉거 안데르센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총장은 “한국은 수도꼭지를 틀기만 해도 깨끗한 물이 나오는 환경을 가졌는데 왜 플라스틱 생수를 구매하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은연중에 수돗물에 대한 두려움을 퍼뜨리고 있는 물 관련 상품 광고들에 대해 무엇이 진실인지 다시 생각해야 할 때다.
  • 네가 왜 여기서 나와?…남극 심해서 사상 첫 상어 포착 [핵잼 사이언스]

    네가 왜 여기서 나와?…남극 심해서 사상 첫 상어 포착 [핵잼 사이언스]

    차가운 남극 바다에서 사상 처음으로 상어의 존재가 확인됐다. 지난 18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은 남극 해역에서 남방 잠꾸러기 상어가 헤엄치는 모습이 처음으로 카메라에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남극 사우스 셰틀랜드 제도 인근 바닷속 약 488m에서 모습을 드러낸 이 상어는 길이가 3~4m로 서호주 대학 심해연구센터가 설치한 카메라에 앞을 쑥 하고 지나갔다. 연구팀도 예상치 못한 상어가 깜짝 등장한 것으로 그 옆으로는 마치 길을 비켜주듯 가오리 한 마리도 함께 촬영됐다. 앨런 제이미슨 연구원은 “남극에는 상어가 없다는 것이 상식이기 때문에 이를 볼 것이라 전혀 예상치 못했다”면서 “게다가 작은 덩치도 아니었으며 마치 탱크처럼 다가왔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남극의 새로운 깜짝 스타가 된 남방 잠꾸러기 상어(Southern sleeper shark)는 남반구 차가운 심해에 서식하는 대형 상어로 몸은 원통형이며 짙은 회색을 띤다. 특히 잠꾸러기라는 재미있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매우 느릿느릿하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잠꾸러기 상어는 이름값을 하듯 평상시에는 ‘초절전 모드’를 유지하며 기회를 엿보다 먹잇감이 나타나면 순식간에 낚아채는 매복 포식자다. 그간 상어는 북극에 사는 그린란드 상어를 포함 지구상의 거의 모든 해양 생태계에 서식해 왔지만 남극만은 예외였다. 호주 찰스 다윈 대학교 생물학자 피터 카인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기후 변화로 인한 해수 온도 상승이 상어를 남극으로 몰아넣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다만 남극 지역이 워낙 외딴곳이라 서식지 변화에 대한 자료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잠꾸러기 상어의 특성 때문에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채 오래전부터터 남극에서 서식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제이미슨 연구원도 “잠꾸러기 상어의 개체수가 워낙 적어 그간 인간이 발견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면서 “다른 남극 상어들도 같은 수심에 서식하며 죽어서 바닥으로 가라앉은 고래, 거대 오징어 등의 사체를 먹고 살 것”이라고 추측했다.
  • [마감 후] ‘쓰레기 원정 소각’ 정부가 나설 때

    [마감 후] ‘쓰레기 원정 소각’ 정부가 나설 때

    1990년대는 대한민국의 쓰레기 처리 역사의 전환점이 된 정책 변화가 집중된 시기다. 1993년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옛 ‘난지도’로 쓰레기 반입이 중단됐다. 1978년 이래 15년 동안 서울의 쓰레기를 감당해 오던 난지도는 침출수와 악취 등 환경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폐쇄 요구가 이어지던 터였다. 15년 동안 쌓인 쓰레기가 높이 90m짜리 2개의 산을 이뤘다. 당시 중앙정부가 적극 나섰다. 환경청(현 기후에너지환경부)이 1987년 수도권매립지 제1매립장(인천시 서구)을 광역 쓰레기 매립지로 지정했고, 1991년 수도권매립지운영관리조합(현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을 설립했다. 이듬해부터 제1매립장에 서울시는 물론 경기도와 인천시의 쓰레기 반입이 시작됐다. 이즈음 서울시는 쓰레기 소각장(자원회수시설) 설립을 추진했다. 1991년 ‘기본 폐기물 처리 계획’에 따르면 시는 총 11곳의 소각장 설치를 추진했다. 하루 1만 6500t의 쓰레기를 소각할 수 있는 처리시설 건립이 최초 목표였다. 결과적으로 현실을 고려하지 못한 희망 사항에 불과했다. 지역 주민의 반발을 고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이옥신 등 소각장에서 배출되는 유해 물질에 대한 우려로 주민들은 강하게 반대했고, 결국 시가 소각장을 건립한 곳은 양천구(1996년), 노원구(1997년), 강남구(2001년), 마포구(2005년) 등 4곳에 그쳤다. 현재 하루 소각하는 쓰레기는 양천 400t, 노원 800t, 강남 900t, 마포 750t 등 총 2850t이다. 이는 1991년 시 목표의 17.3%에 불과하다. 올해부터 시행된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조치에 따라 기존 소각장에서 처리하던 분량 외에 추가로 소각·처리해야 하는 쓰레기 양만 21만t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의 각 자치구는 급한 대로 경기·충청·강원 등의 민간 소각장에서 처리한다는 계획이지만 이런 ‘원정 소각’ 소식에 해당 지역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12일 기후부는 뒤늦게 공공소각시설 설치 기간 단축 방안을 내놨다. 국고 보조를 확대하고 ‘패스트트랙’을 도입해 통상 12년이 걸리는 설치 기간을 최대 8년까지 줄인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문제는 절차가 아니라는 사실을 누구나 안다. 1991년 이후 35년 동안 주민의 반대에 부딪혀 4곳의 소각장을 짓는 데 그친 서울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1990년대에 시행된 대한민국 쓰레기 정책의 큰 전환점은 하나 더 있다. 1995년 전국적으로 시행된 쓰레기 종량제다. 도입 당시 혼란과 반발도 있었지만 김영삼 정부는 제도 시행과 동시에 환경처를 환경부로 승격시키는 등 제도 정착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1995년 412만 6690t이었던 재활용 처리 폐기물은 2005년 994만 3695t으로 10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었다. 1995년 쓰레기 종량제가 시행된 지 올해로 31년째다. 중앙정부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쓰레기 정책의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어 낼 때다. 박재홍 사회2부 기자
  • 노원은 글로벌 기후위기 대응 ‘우등생’

    노원은 글로벌 기후위기 대응 ‘우등생’

    서울 노원구가 글로벌 기후행동 이니셔티브인 글로벌 기후에너지 시장협약(GCoM)의 기후행동 평가에서 ‘준수 배지’를 획득하고 ‘리더십 A- 등급’을 달성했다. 노원구 관계자는 18일 “온실가스 감축, 기후 적응 등에서 높은 수준의 목표 설정과 이행 성과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며 “리더십 A- 등급은 자치구 단위의 최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GCoM는 세계 각국의 도시가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을 위한 계획을 이행하고 성과를 국제사회와 공유하는 실천형 국제협약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2023년 노원구의 관리 권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년 대비 5.2%, 2018년 대비 20.4% 감소했다. 이는 제1차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에 따른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절반 이상을 달성한 수치다. 구의 탄소중립 정책은 국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녹색전환연구소 등이 전국 226개 기초지방자치단체의 탄소중립 기본계획을 전수조사한 결과, 노원구는 A등급을 받았다. A등급을 받은 지자체는 전국 11곳, 서울에서는 3곳뿐이다. 수도권이라는 지역 특성을 반영해 건축, 수송, 에너지, 시민참여 분야에 맞춤형 계획을 수립한 점도 탄소중립 선도도시로 선정될 당시부터 주목받아 왔다. 오승록 구청장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은 무엇보다 시민참여가 중요하기에, 구민과 함께한 기후 행동의 결과가 더욱 값진 것”이라며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탄소중립 정책을 통해 선도도시의 역할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 SK온의 대반전… 1조 ESS 정부 2차 입찰서 50% 수주

    1조원대 규모의 제2차 에너지저장장치(ESS) 중앙계약시장에서 SK온이 예상을 깨고 물량의 50% 이상을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국산 소재를 활용하고 국내에서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생산하기로 하는 등 산업 기여도를 높인 게 적중했다는 분석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전력거래소는 제2차 ESS 중앙계약시장 우선협상 대상자로 전남 6곳과 제주 1곳 등 총 7개 사업지를 선정했다고 12일 밝혔다. ESS는 전력 생산이 많은 시간에 잉여 전력을 저장한 후 전력 소비가 높은 시간에 공급해 피크 수요에 대비하고 운영 안전성을 높이는 핵심 설비다. 이번 제2차 시장은 2027년까지 육지와 제주에 각각 525㎿, 40㎿ 규모의 ESS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SK온은 총 7개 사업지 중 3곳에 배터리를 공급한다. 물량으로는 총 565㎿ 가운데 284㎿(50.3%)를 차지한다. 지난해 1차 입찰에서는 한 곳도 수주하지 못했지만 2차에서 압승을 거뒀다. 1차 입찰에서 76%를 싹쓸이한 삼성SDI는 3건 202㎿(35.7%)의 물량을 확보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1차에서 24% 수주로 고전한 데 이어 이번에도 14%(79㎿)의 점유율을 얻는 데 그쳤다. SK온의 선전은 핵심 평가 요소인 ‘산업·경제 기여도’에서 우위를 확보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SK온은 2차 입찰에 참여하며 국내 서산 2공장 라인 일부를 전환해 올 하반기 중 3GWh 규모의 ESS용 LFP 배터리 생산 라인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화재 및 설비 안전성 평가’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SK온 관계자는 “업계 최초로 이상 징후를 조기 감지하는 전기화학 임피던스 분광법(EIS) 기반 진단 기술을 도입했다”며 “화재 안정성에서도 인정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기후부와 전력거래소는 올해 중 제3차 중앙계약시장을 추가 개설할 계획이다.
  • “AI 탓 새 불평등 생겨… 일터 차별 없게 최선”

    “AI 탓 새 불평등 생겨… 일터 차별 없게 최선”

    이창곤 신임 사무금융우분투재단 이사장이 12일 공식 취임했다. 이 신임 이사장은 취임사에서 “AI 기술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새로운 불평등과 노동권 사각지대가 나타나고 있다. 이런 시대일수록 ‘네가 있어 내가 있다’는 우분투 정신이 절실하다”며 “재단이 차별 없는 일터와 함께 잘 사는 사회를 만드는 데 힘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언론과 학계를 넘나들며 불평등과 노동, 복지국가 관련 의제를 꾸준히 공론화해왔다. 한겨레신문사에서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장과 논설위원 등을 지냈으며, 현재는 중앙대 사회복지대학원에서 ‘영국 복지사상과 역사’, ‘기후위기와 녹색복지’, ‘복지정치’ 등을 강의하고 있다.저서로는 ‘복지가 왜 권리일까’, ‘복지의 문법’ 등이 있다. 재단 관계자는 “이 신임 이사장은 2019년 재단 창립 당시부터 이사로 참여했다. 기후위기 등 복합위기 시대에 필요한 ‘녹색복지국가’ 비전과 노동의 역할에 정통한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우분투재단은 사무금융 노사가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를 목표로 사회연대기금을 조성해 설립한 공익법인이다.
  • ‘산재 사망 반복 땐 영업익 5% 과징금’ 의결… 경영계 “비현실적 제재”

    ‘산재 사망 반복 땐 영업익 5% 과징금’ 의결… 경영계 “비현실적 제재”

    산업재해로 연간 3명 이상 근로자가 사망한 기업에는 영업이익의 최대 5%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12일 여당 주도로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경영계는 “비현실적인 경제제재”라며 반발했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는 이날 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잇따라 열고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국민의힘은 법안 처리에 반발하며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퇴장했다. 해당 법안엔 안전·보건 조치를 위반해 1년간 근로자 3명 이상이 사망할 경우 영업이익의 5%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았다. 공공기관 등 영업이익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30억원 미만의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또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한 건설사는 고용노동부가 관계부처에 등록말소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을 신설했다. 등록말소 처분을 받은 건설사는 신규 사업·수주·하도급 등 모든 영업 활동이 불가능해진다. 올해 도입된 ‘안전일터 신고 포상금 제도’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사업주의 작업 중지 의무 강화와 노동자의 작업 중지 요구권을 확대하는 내용도 이번 법안에 담았다. 표결에 불참한 기후노동위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입장문을 내고 “여야 간 어떠한 협의도 없이 고용노동법안소위를 기습적으로 소집해 입법독주를 자행했다”고 비판했다. 경영계는 제재 수준이 과도하다며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대규모 사업장에는 천문학적 비용이 부과될 수 있고 중소기업의 경우 기업경영에 심각한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미 경영자를 형사처벌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 중임에도 추가로 과징금제도를 신설하는 것은 중복 제재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산재 감소 효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근로자의 작업 중지 요구권을 확대하는 내용에 대해선 “기준이 모호해 작업 중지 범위를 둘러싼 노사다툼 및 법적 분쟁이 증가하는 등 현장 혼란이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또 사후 처벌보다는 사전예방 대책 마련에 힘써 달라고 정부와 국회에 제언했다.
  • 올레길의 물길 끝에서 만나는 제주의 비경, 쇠소깍

    올레길의 물길 끝에서 만나는 제주의 비경, 쇠소깍

    제주도 서귀포시 하효동에 자리한 쇠소깍은 제주 올레길 6코스의 시작점이자 5코스의 마지막 지점으로, 제주의 물길과 바닷길이 만나는 기수지역이자 상징적인 장소다. 한라산 남쪽 자락에서 흘러내린 효돈천의 담수가 바다와 만나며 만들어낸 깊은 웅덩이와 용암 협곡은 오래전부터 ‘서귀포칠십리’에 숨은 비경으로 손꼽혀 왔다. 쇠소깍이라는 이름은 소가 누워 있는 모습을 닮은 연못을 뜻하는 ‘쇠소’에 끝자락을 의미하는 제주 방언 ‘깍’이 더해져 붙여졌다. 과거에는 지형이 소가 드러누운 형상이라 하여 ‘쇠둔’이라 불리기도 했다. 쇠소깍은 한라산에서 분출된 용암이 흘러내리며 굳어 형성된 계곡형 골짜기다. 검은 현무암 절벽 사이로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며 만들어내는 물빛은 유난히 깊고 푸르다. 썰물 때면 계곡 바위틈에서 솟아오르는 지하수가 그대로 드러나 신비로운 장면을 연출하고, 깊은 수심 탓에 물속 바위의 윤곽까지 또렷이 비춘다. 또한 기수 지역의 특성으로 민물 냄새를 따라 들어오는 다양한 해수어들을 만날 수 있다. 계곡을 따라 자생하는 소나무숲과 기암괴석은 거칠면서도 단정한 풍경을 이루며, 바다로 향하는 물길의 끝자락에서 절정을 이룬다. 효돈천 하류인 쇠소깍 일대는 과거 민물과 해수가 만나는 입구를 막아 염전을 운영하던 곳이기도 하다. 동시에 가뭄이 들면 기우제를 지내던 신성한 공간으로 여겨져 함부로 돌을 던지거나 물놀이를 하지 못했던 장소이기도 하다. 자연을 삶의 일부로 존중하던 제주 사람들의 태도가 지금까지 전해진다. 이곳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체험은 제주 전통 목선 ‘테우’다. 효돈리 마을 청년회에서 운영하는 테우는 물에 절인 나무를 엮어 만든 뗏목형 배로 별도의 동력 없이 사람의 힘과 바람, 물살에 의지해 움직인다. 약 30분간 이어지는 짧은 승선이지만 쇠소깍의 전설과 물길을 따라 천천히 흘러가는 경험은 이곳에서만 가능한 기억으로 남는다. 쇠소깍은 제주 올레길 6코스의 출발점이자 5코스의 종착지다. 바다와 마을, 숲길을 지나 걷던 길이 이곳에서 물길로 이어지며 자연스럽게 마무리된다. 걷는 여행자가 잠시 걸음을 멈추고 풍경을 내려다보기에, 쇠소깍은 올레길 전체에서도 유난히 인상적인 쉼표 같은 존재다. 쇠소깍 인근에는 제주 남부를 대표하는 명소들이 밀집해 있다. 서귀포 해안을 따라 펼쳐진 주상절리대, 제주 대표 휴양지 중문해수욕장, 그리고 계곡과 폭포가 어우러진 천제연 폭포까지 하루 일정으로 함께 둘러보기 좋다.바로 옆에 자리한 쇠소깍산물관광농원도 눈여겨볼 만하다. ‘산과 물’을 뜻하는 이름처럼 제주의 생명수와 자연을 테마로 한 공간으로, 한라봉 하우스 안에 조성된 이색 박물관과 온실 카페, 레트로 감성의 포토존이 어우러져 있다. 한라봉·천혜향 생과일 주스와 제주 토종 유자로 만든 댕유자차는 산책 후 가볍게 즐기기 좋다. 쇠소깍이 위치한 효돈동 일대는 한라산 남쪽 기슭의 온화한 기후 덕분에 감귤 재배로 특히 유명하다. 겨울철이면 마을 곳곳에 감귤 향이 퍼지고, 효돈 감귤은 당도와 산미의 균형이 좋아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도 품질로 인정받는다. 제철에 찾는다면 감귤 직판장이나 감귤 디저트를 파는 소박한 카페를 함께 둘러보는 것도 쇠소깍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 올레길의 물길 끝에서 만나는 제주의 비경, 쇠소깍 [두시기행문]

    올레길의 물길 끝에서 만나는 제주의 비경, 쇠소깍 [두시기행문]

    제주도 서귀포시 하효동에 자리한 쇠소깍은 제주 올레길 6코스의 시작점이자 5코스의 마지막 지점으로, 제주의 물길과 바닷길이 만나는 기수지역이자 상징적인 장소다. 한라산 남쪽 자락에서 흘러내린 효돈천의 담수가 바다와 만나며 만들어낸 깊은 웅덩이와 용암 협곡은 오래전부터 ‘서귀포칠십리’에 숨은 비경으로 손꼽혀 왔다. 쇠소깍이라는 이름은 소가 누워 있는 모습을 닮은 연못을 뜻하는 ‘쇠소’에 끝자락을 의미하는 제주 방언 ‘깍’이 더해져 붙여졌다. 과거에는 지형이 소가 드러누운 형상이라 하여 ‘쇠둔’이라 불리기도 했다. 쇠소깍은 한라산에서 분출된 용암이 흘러내리며 굳어 형성된 계곡형 골짜기다. 검은 현무암 절벽 사이로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며 만들어내는 물빛은 유난히 깊고 푸르다. 썰물 때면 계곡 바위틈에서 솟아오르는 지하수가 그대로 드러나 신비로운 장면을 연출하고, 깊은 수심 탓에 물속 바위의 윤곽까지 또렷이 비춘다. 또한 기수 지역의 특성으로 민물 냄새를 따라 들어오는 다양한 해수어들을 만날 수 있다. 계곡을 따라 자생하는 소나무숲과 기암괴석은 거칠면서도 단정한 풍경을 이루며, 바다로 향하는 물길의 끝자락에서 절정을 이룬다. 효돈천 하류인 쇠소깍 일대는 과거 민물과 해수가 만나는 입구를 막아 염전을 운영하던 곳이기도 하다. 동시에 가뭄이 들면 기우제를 지내던 신성한 공간으로 여겨져 함부로 돌을 던지거나 물놀이를 하지 못했던 장소이기도 하다. 자연을 삶의 일부로 존중하던 제주 사람들의 태도가 지금까지 전해진다. 이곳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체험은 제주 전통 목선 ‘테우’다. 효돈리 마을 청년회에서 운영하는 테우는 물에 절인 나무를 엮어 만든 뗏목형 배로 별도의 동력 없이 사람의 힘과 바람, 물살에 의지해 움직인다. 약 30분간 이어지는 짧은 승선이지만 쇠소깍의 전설과 물길을 따라 천천히 흘러가는 경험은 이곳에서만 가능한 기억으로 남는다. 쇠소깍은 제주 올레길 6코스의 출발점이자 5코스의 종착지다. 바다와 마을, 숲길을 지나 걷던 길이 이곳에서 물길로 이어지며 자연스럽게 마무리된다. 걷는 여행자가 잠시 걸음을 멈추고 풍경을 내려다보기에, 쇠소깍은 올레길 전체에서도 유난히 인상적인 쉼표 같은 존재다. 쇠소깍 인근에는 제주 남부를 대표하는 명소들이 밀집해 있다. 서귀포 해안을 따라 펼쳐진 주상절리대, 제주 대표 휴양지 중문해수욕장, 그리고 계곡과 폭포가 어우러진 천제연 폭포까지 하루 일정으로 함께 둘러보기 좋다.바로 옆에 자리한 쇠소깍산물관광농원도 눈여겨볼 만하다. ‘산과 물’을 뜻하는 이름처럼 제주의 생명수와 자연을 테마로 한 공간으로, 한라봉 하우스 안에 조성된 이색 박물관과 온실 카페, 레트로 감성의 포토존이 어우러져 있다. 한라봉·천혜향 생과일 주스와 제주 토종 유자로 만든 댕유자차는 산책 후 가볍게 즐기기 좋다. 쇠소깍이 위치한 효돈동 일대는 한라산 남쪽 기슭의 온화한 기후 덕분에 감귤 재배로 특히 유명하다. 겨울철이면 마을 곳곳에 감귤 향이 퍼지고, 효돈 감귤은 당도와 산미의 균형이 좋아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도 품질로 인정받는다. 제철에 찾는다면 감귤 직판장이나 감귤 디저트를 파는 소박한 카페를 함께 둘러보는 것도 쇠소깍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 두 예술가 근원적 고독과 단절… 우주에 닿았다

    두 예술가 근원적 고독과 단절… 우주에 닿았다

    이성자·아드난 예술적 여정 담아고향 등진 채 예술혼 불태우고정규 미술 교육 과정도 안 거쳐이성자, 여성·대지 관계 추상화아드난은 변하지 않는 산 표현지구·행성 기하학적 형상 등장 “내가 붓질을 한 번 더 하는 것이 아이들 옷을 한 벌 더 입혀 학교에 보내는 것이고, 선을 하나 더 긋는 것이 아이들에게 밥 한술 더 먹이는 것으로 생각했다.”(이성자) “타말파이스산은 내 집이 됐다. 나에게 그 산은 회화 그 자체였다.”(에텔 아드난)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이혼 후 세 아들과 생이별한 뒤 프랑스로 간 이성자(1918~2009) 화백이 캔버스 앞에서 스스로에게 걸었던 최면과 같은 말은 작품 속 무수한 점과 선으로 남았다. 레바논에서 태어나 프랑스, 미국 등을 오가며 살았던 에텔 아드난(1925~2021) 작가의 단절된 삶은 변하지 않는 존재인 산에 대한 열망을 낳았다. 고독과 단절은 예술의 고약한 원천이다. 서울 강남구 화이트 큐브에서 열리고 있는 ‘태양을 만나다: 에텔 아드난과 이성자’는 고향을 등진 채 살며 예술혼을 불태웠던 두 작가가 공명하는 자리다. 두 사람의 예술적 여정은 이주와 망명 외에도 여러 면에서 궤를 같이한다. 두 작가 모두 30대 이후 작업을 시작했으며 정규 미술 교육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전시장에는 이 화백의 1960년대 작품과 아드난의 2010년 이후 말기 작품이 함께 걸렸다. 이 화백은 1950년대 후반 작업부터 고향에 대한 기억과 모성의 속성을 기하학적 형태로 구성했다. 1961~1968년에 선보인 ‘여성과 대지 시리즈’는 작가가 여성과 대지의 관계를 추상화하는 데 몰두했던 시기다. 그는 1960년 프랑스 한 화랑에서 개인전을 열며 “나는 여성인 내 자신 이외에는 아무것도 모른다. 나는 흙으로 고온의 불덩어리를 덮고 폭풍과 노도를 고요히 받아들이면서 만물에 생을 주는 여성과 같은 땅만을 알 뿐이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물들인 왕골을 손으로 겹쳐가며 엮는 화문석처럼 그의 작품은 세밀한 붓으로 그어낸 선과 기하학적 형상이 캔버스를 빼곡히 채웠다. 작품에는 ‘5월 단오 No.1’, ‘달콤한 나의 도시’와 같은 시적인 제목이 붙었다. 아드난에게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타말파이스산은 안식처와 같은 존재였다. 레바논 내전 등은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지만, 미 서부의 따뜻한 기후와 산은 우주의 질서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가르쳐준 대상이었다. 그는 이젤을 세워 그림을 그리지 않고 산에게 편지를 쓰듯 캔버스를 수평으로 펼친 후 안료를 섞지 않고 그대로 얹었다. 절제된 형태들과 안온한 색감의 작품은 가로, 세로 모두 50㎝를 넘기지 않는 작은 캔버스에 담겼다. 전시 제목 ‘태양을 만나다’는 아드난이 1968년 발표한 시에서 차용한 것으로, 인류 최초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의 죽음을 기리는 애가(哀歌)다. 태양과 달, 산의 실루엣을 끊임없이 그렸던 아드난과 지구와 행성계의 구조를 환기하는 기하학적 형상을 등장시키는 데까지 나아간 이 화백의 근원적 고독은 그렇게 우주에 닿는다. 전시는 다음 달 7일까지.
  • 김성환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로 균형발전… 기업도 이득”

    김성환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로 균형발전… 기업도 이득”

    수도권 몰린 기업, 지방 분산 유도낮 인하·밤 인상… 요금 인하 효과 정부가 지역별로 전기 요금을 달리 부과하는 ‘차등 전기요금제’ 도입을 본격 추진한다. 수도권에는 상대적으로 비싼 요금을, 비수도권은 저렴한 요금을 적용해 기업의 지방 이전을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난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산업별·계절·시간대별 전기요금과 지역 요금제를 결합해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전기요금 차등 적용은 기업이 수도권으로 몰리는 현상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가 제도의 초점”이라며 “지방은 인재를 수급하기 어려운 만큼 전기요금이라도 싸게 해 기업이 지방으로 갈 유인 요소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별 차등요금제는 지역마다 서로 다른 요금을 물리는 제도다. 정부는 연내 추진 방안을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다. 전기 생산은 지방에서, 소비는 수도권에서 하는 구조 속에서 송전 비용 일부를 요금에 반영하는 방향으로 설계하고 있다. 여기에 인구감소지역, 인프라·산업체 부족 지역 등 지역 균형 발전 요소까지 고려할 방침이다. 지역별 차등요금제는 산업용 전기를 우선 고려하고 있다. 김 장관은 “일반 국민까지 지역 차등요금제를 적용했을 때 이익이 큰지, 비용이 큰지 계산해봐야 한다”며 “(일반인 지역 차등제 적용이) 정책 목표에 맞는지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이와 함께 1분기 중 산업용 전기요금을 시간대별로 달리하는 방향의 체계 개편도 추진한다. ‘낮 시간대 인하, 저녁·밤 시간대 인상’으로, 태양광 발전량이 많은 낮에 전력 소비를 유도하는 방안이다. 24시간 공장을 가동하는 업체의 전기요금 부담이 커질 우려에 대해 김 장관은 “대부분 기업에는 오히려 득이 될 것”이라며 “실제로 요금 인하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재생에너지 산업의 육성 의지도 재차 밝혔다. 김 장관은 “중국이 태양광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한 상황에서 한국이 포기하면 시장을 완전히 내주게 된다”면서 “어려움이 있지만 국가 정책을 통해 산업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 금융 경제·AI 수학… 학점제는 진화, 학교는 과부하

    금융 경제·AI 수학… 학점제는 진화, 학교는 과부하

    ‘융합 선택’ 추가돼 실용 학문 늘어통계·인공지능·환경 등 주제 다양부진 학생 처리 어렵고 교사 부담대입 기준 모호… 변별력 약화 문제 고교학점제가 시행 2년 차를 맞은 가운데 올해부터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해 듣는 수업이 본격화된다. 실용 학문을 비롯한 여러 신설 과목이 고등학교 교육 과정에 도입되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3년간 자신의 진로·적성에 따라 다양한 교과목을 선택·이수한 뒤, 공통과목 48학점을 포함해 총 192학점을 따야 졸업할 수 있는 제도다. 지난해부터 모든 고교 1학년을 대상으로 시행됐다. 1학년 때 기초 소양을 위해 공통국어·수학·영어, 통합사회·과학 등 공통과목을 공부한다면, 2학년부터는 선택과목을 수강한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따르면 선택과목은 일반, 진로, 융합으로 나뉜다. 기존 2015 교육과정에 없었던 융합 항목이 새로 생겼다. 일반선택 과목은 문학, 미적분Ⅰ, 영어Ⅰ, 세계사, 물리학 등 기초 학문이 주를 이루고, 진로선택 과목은 문학과 영상, 영어 발표와 토론, 국제 관계의 이해 등 보다 심화된 내용을 다룬다. 융합선택은 실용 통계, 실생활 영어 회화, 금융과 경제생활 등 일상에서 활용 가능한 학문으로 구성돼 있다. 그중에서도 학생들이 합리적인 경제 주체로 성장하는 데 초점을 둔 과목들이 다수 눈에 띈다. 예컨대 ‘금융과 경제생활’은 저축과 투자, 금융사기 예방 등 실생활에서 어떻게 ‘돈 관리’를 해야 할지를 보다 직접적으로 가르친다. 이와 연계해 합리적 소비, 소득과 분배, 고용 및 경제문제 등을 배우는 ‘인간과 경제생활’도 있다. 인공지능(AI)과 관련된 과목들도 눈여겨볼 만하다. 대표적으로 ‘인공지능 수학’은 AI의 데이터처리와 의사결정에 수학이 개입하는 사례들을 배운다. 집합·벡터·행렬 등 AI 데이터처리에 활용되는 수학 개념과 확률·함수·미분 등에 기반한 AI 기술을 배우는 식이다. ‘로봇과 공학세계’는 휴머노이드 로봇 등 피지컬AI 분야를 다룬다. 기후 위기와 환경 문제를 집중 탐구하는 과목들도 있다. ‘기후 변화와 지속가능한 세계’는 기후 변화의 원인과 문제, 생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 등을 가르친다. ‘기후 변화와 환경 생태’는 통합과학에서 습득한 과학 지식을 바탕으로 기후 변화가 초래하는 환경·생태계 변화, 대응 노력 등을 배운다. 다만 학교 현장에서는 고교학점제 안착을 위해 준비가 좀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경기권 고교 교사는 “공통과목에서 E 이하(40점 미만)의 성취도를 받은 미이수 학생을 어떻게 해야 할지 문제가 아직도 크다”면서 “교사들이 인수분해도 모르는 학생들을 어떻게 미적분Ⅰ에서 40점 이상 받게 하겠느냐”라고 토로했다. 현경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선택과목 급증으로 교사들의 업무 부담이 커져서 연로한 교사나 임신한 교사를 배려하는 문화도 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대입을 준비해야 하는 학생들의 혼란이 가중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대입과 고교학점제의 연계는 필수적이지만, 아직까지 권장과목 등 평가 기준을 정하지 못한 대학들이 많다. 특히 인문계 학과의 경우 권장과목을 정해둔 곳이 거의 없다. 자연계 학과의 경우 물리학과·기계공학과는 ‘물리학’ 과목을 이수하도록 권장하는 등 기준이 비교적 명확하다. 또한 내신 평가가 5등급으로 전환되면서 변별력 약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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