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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흑연 수출통제’에 日 반도체규제 때처럼 국산화 맞대응… “연내 인조흑연 생산공장 조기 가동”

    ‘中 흑연 수출통제’에 日 반도체규제 때처럼 국산화 맞대응… “연내 인조흑연 생산공장 조기 가동”

    오늘부터 산업부-유관기관 합동 ‘흑연수급대응 TF가동‘인조흑연 국산화 성공’ 포스코퓨처엠내년 상반기 인조흑연 음극재 3천t 생산국내 공급 연 8000t…2030년 15만t탄자니아·모잠비크로 대체 물량 확보中 고위급 외교 대화 채널 풀가동도4년 전 日반도체 경제보복 극복 선례 중국 정부가 전기차에 들어가는 이차전지의 핵심 연료인 흑연을 수출 통제 대상에 포함시킨 것과 관련 23일 ‘흑연 수출통제 태스크포스’를 본격 가동하고 국내 기업이 수급에 지장이 없도록 전방위 지원사격에 나섰다. 포스코퓨처엠은 내년에 가동될 예정이었던 8000t 규모의 인조흑연 음극재 생산 공장을 연내 조기 가동하기로 했다. 내년 상반기 포스코퓨처엠이 생산할 인조흑연 음극재 국내 생산량은 3000t에 달할 예정이다. 한때 일본의 반도체 핵심 소재 규제 당시 기술 개발을 통한 국산화와 수입선 다변화로 위기를 극복했던 것을 연상시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대한상의에서 장영진 1차관을 주재로 중국 정부의 흑연 수출통제 관련 ‘민관 합동 흑연 공급망 대응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이 담긴 대응책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는 지난 20일 중국 정부의 발표 당일 긴급점검회의 이후 보다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후속 회의로 기획재정부, 외교부, 국내 배터리3사, 포스코퓨처엠, 배터리협회, 소부장 공급망센터(KOTRA·무역협회·기계산업진흥회), 광해광업공단 등이 모두 참석했다. 우선 정부는 업계와 함께 흑연 수급 안정화를 위한 대응책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중국이 오는 12월부터 수출 통제를 하기로 한 만큼 그 전에 업계가 차질없이 추가 물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산업부와 유관기관(코트라 등)이 합동으로 ‘흑연 수급대응 TF’을 가동해 밀착 지원한다. 무엇보다 중국과 일본 등 해외에서 전량 수입하는 인조흑연이 국내에서도 공급될 수 있도록 내년 가동 예정인 인조흑연 생산공장의 조기 가동해 생산 역량 확충하는데 적극 뒷받침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난해 국내 최초로 인조흑연 음극재 개발에 성공한 포스코퓨처엠이 생산한 인조흑연을 수요처에서 신속히 쓸 수 있도록 거래에 필요한 인증 절차 관련 중재에 참여하는 등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앞서 정부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예산 97억원을 투입해 소부장 협력모델 연구개발(R&D)을 지원, 내년 포스코퓨처엠을 통한 8000t 규모의 국내 인조흑연 생산 개시를 사전 준비했다. 2019년은 일본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불만을 품고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핵심 소재 3종(불화수소·포토레지스트·불화폴리이미드)에 대한 수출규제를 가하는 경제 보복을 단행했을 때다. 당시 정부와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들은 합심해 원천 기술개발을 통한 소재 국산화와 수입선 다변화로 자체 경쟁력을 끌어올리며 위기를 극복했고 그 결과 일본 반도체 소재 의존율을 크게 낮췄다.산업부 관계자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포스코퓨처엠의 인조흑연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해 내년 상반기까지 3000t을 조기 생산하는 등 연 8000t 생산 규모의 제1공장 가동을 조기에 본격화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현재 인조흑연 음극재를 시범 생산하고 있는 포스코퓨처엠은 내년까지 1만t 규모의 제2공장 증설 등을 통해 2025년 전기차 47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연간 1만 8000t의 인조흑연 음극재를 생산하고, 2030년에는 15만t으로 늘릴 계획이다. 인조흑연 음극재 생산은 철강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콜타르)을 가공하는 공정으로, 국내에서 100% 원재료 조달이 가능하다. 한국은 지난해 이차전지 음극재용 흑연을 2억 4100만 달러(약 3300억원)가량 수입했으며 이 가운데 93.7%를 중국산에 의존했다. 중국이 올 하반기 반도체 소재의 핵심 부품인 갈륨을 수출 통제했을 당시에는 한 달 정도 수급이 지연됐었다. 정부는 인조흑연 상용화를 통한 단기 대응과 함께 탄자니아·모잠비크 등 흑연 매장량을 보유한 국가로부터 대체 물량을 확보하고, 실리콘 음극재 등 흑연 대체재를 적극 개발해 흑연 공급망 자립화와 다변화를 위한 대응역량도 확충해나가기로 했다. 포스코그룹 계열사인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마다가스카르와 탄자니아에서 중국이 이번에 새롭게 수출 통제 대상으로 올린 천연흑연을 최대 연간 9만t가량까지 대량으로 조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새 공급선 운영이 안정화하면 국내 배터리 음극재용 천연흑연 수요가 상당 부분 아프리카산 흑연으로 대체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산업부는 내년 예산에 실리콘 음극재 기술사업과 관련해 2027년까지 31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내용을 반영했다. 또 리튬메탈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기술개발 사업에도 내년 160억원 등 2028년까지 1987억원의 예비타당성조사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중국 정부와의 외교 채널도 폭넓게 가동해 우리 업계의 수입물량에 대해 허가가 지연되거나 반려되지 않도록 중국 정부와 고위급 협력 등 다층적 외교채널도 가동해 긴밀히 소통하고 협의한다고도 밝혔다. 이와 함께 컨틴전시(비상) 플랜을 통해 흑연 수급 여건과 상황에 따른 필요한 조치도 시행할 계획이다. 업계는 정부에 중국 정부와 지속 소통을 요청하며 중장기적으로 국내외 안정적인 흑연 공급망 구축을 위해 국가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중국 상무부는 이번 수출 통제 조치가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는 게 공식 입장이지만 갈륨과 게르마늄에 이어 흑연까지 통제하면서 미국의 중국 견제에 대한 반격으로 중국의 ‘자원 무기화’ 행보가 노골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장영진 1차관은 “중국의 이번 수출통제 조치가 우리 첨단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가 큰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면밀히 대비할 계획”이라면서 “흑연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민관이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라고 강조했다.
  • K발레 개척자… “이젠 후배들 멘토, 한일 문화교류 다리 역할 할래요” [임형주의 임의 동행]

    K발레 개척자… “이젠 후배들 멘토, 한일 문화교류 다리 역할 할래요” [임형주의 임의 동행]

    한때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던 이웃이었다. 동네에서는 늘 수수하고 편안한 옷차림으로 반려견과 산책하던 모습으로 만났다. 카리스마를 발산하며 발레계를 호령했고 국립발레단을 12년간 이끌면서 한국 발레의 부흥을 이룬 주인공이라는 걸 누가 알까. 최근 인터뷰를 위해 서울 세종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만난 그는 평소와 다르게 화사한 바지 정장 차림으로 나타나 예의 그 화사한 미소로 인사를 건넸다. 세월을 비껴 간 모습에 유지 비결이 뭐냐고 물었더니 “오늘 사진도 찍어야 한다고 해서 신경 좀 썼다”고 했다. 살짝 매서워 보이는 듯한 눈이 반달처럼 바뀔 때는 손주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때다. “두 딸의 아이들과 반려견을 데리고 놀아 주는 게 인생 최대의 행복인 할머니”라며 웃어 보였다.최태지 전 국립발레단장은 1996년 최연소(37세)로 단장과 예술감독을 맡은 이후 연임과 재임용, 또다시 연임을 거치며 12년간 발레단을 이끌었다. 정동극장(현 국립정동극장) 극장장,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발레협회, 무용협회, 광주시립발레단 예술감독 등 다양한 위치에서 예술행정가로서 길을 걸어 온 게 27년이다. 이제는 서울시가 출범한 서울문화재단 문화예술포럼의 공동대표로서 여전히 광폭 행보를 하고 있다. 오랜 시간을 어찌 그토록 에너지 넘치게 활동하는지 물었더니 “아이고, 이제는 ‘노땅’이라 옛날이야기 하는 게 쑥스럽다”며 운을 뗐다. 지금에야 국립발레단의 공연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객석이 꽉꽉 들어찰 정도로 사랑받지만 1990년대는 달랐다. “그때는 정말 답답한 게 너무 많았습니다. 지금도 내 한국말이 유창하지 않은데 그때는 더했죠. 한국말도 잘 못하고 행정 경험도 전혀 없고. 모든 게 낯설고 어색했어요. 그래서 더 노력했죠, 잘하려고. 정말 진심을 담아서.” 그래서인지 발레계에선 여전히 최 단장 시절의 발레단을 이야기한다. 필자의 지인들도 “비약적인 성장을 이룬 불꽃 같은 추진력은 누구도 못 따라간다”고 입을 모았다. “아이고, 그건 너무 좋게만 이야기하는 겁니다. 누구도 그렇게 했을 거예요. 당시는 국립단체인데도 지원이 부족했습니다. 처우 개선이 너무나 필요했죠. 예를 들어 발레리나는 하루 종일 연습하니까 토슈즈가 금방 너덜너덜해져요. 공연을 앞두고는 2~3일마다 바꾸기도 하는데 이런 지원이 전혀 없는 거죠. 지원 예산을 요청했더니 ‘빨아서 쓰면 되는 거 아니냐’는 말이 돌아와요. 토슈즈는 나무와 종이가 들어가 있거든요. 이런 걸 하나하나 설명해야 해요. 너무 힘들죠. 연말에는 으레 공연하는 ‘호두까기 인형’ 하나 올리는데도 정부 예산을 따야 하니 쉽게 간 게 하나도 없었죠. 그땐 거의 매일 기획재정부 가서 납작 엎드리는 게 일이었어요.” 추억은 항상 좋은 느낌으로 남아 있게 마련인가. “그때처럼 술을 많이 마셨던 적도 없는 듯하다”는 그는 “관계도 잘 다져야 하니까 기재부 공무원들과 모임도 많이 했다. 빼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맥주, 소주, 사이다 섞은 ‘폭탄’도 엄청 먹고 다음 날 일어나지도 못했던 적이 몇 번 있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한국말을 잘 못해서 너무 어려웠는데, 가끔은 그게 도움이 되기도 했다. 적어도 거짓말은 안 하겠지, 이렇게 생각했다더라”고 후일담을 들려주기도 했다. 아름다운 발레리나였던 삶에서 180도 바뀐 셈이다.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지 않았는지 묻자 그는 “책임감이 절 붙잡는다”고 했다. “오빠 둘과 언니 하나, 4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서 아버지께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어요. 그런 아버지가 한국의 국립단체에서 일한다니까 굉장히 자랑스러워하셨어요. 막내딸이 무섭고 외로울까 봐 매달 한국에 와 주시기도 했고요.” 최 전 단장은 일본 교토에서 태어난 재일 한국인 2세다. 대학까지 일본에서 공부했고 1980년대에 프랑스 프랑게티 발레 아카데미와 미국 조프리 발레스쿨을 연이어 수료했다. 일어와 프랑스어, 영어가 한국어보다 먼저 튀어나올 수밖에 없는 조건이랄까. “무엇 하나 쉬운 것 없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아버지는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셨다”고 했다. “아버지는 늘 세상에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 ‘봉사’해야 한다고 생각하셨어요. 서른일곱 살도 춤출 수 있는 나이였지만 아버지의 적극적인 지지로 프리마돈나의 길을 벗어던지고 과감하게 예술행정가의 길을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1996년 초~2001년 말과 2008년 초~2013년 말, 그의 임기 동안 국립발레단은 르네상스를 맞았다. 창작 발레와 대작, 현대 발레를 골고루 선보이면서 무용수들의 수준이 높아지고 관객들이 자연히 몰려들었다. 발레 공연 관객의 비중도 달라졌다. 초대 인사가 대부분이었던 객석에 유료 관객 점유율이 높아지며 그의 퇴임까지 꾸준히 90% 중반을 유지했다. 그는 “주변에 누가 있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지고 깊이 배우게 된다. 많은 분의 도움이 있었고 감사히 일할 수 있었다”고 돌이켰다. 아버지와 함께 떠올리는 분은 임성남(1929~2022) 1대 국립발레단장이다. “일본에서 발레를 할 때 ‘이지메’(따돌림)를 많이 당했어요. 좋은 역할만 하니까 같이 놀아 주질 않더라고요. 탈의실에서 혼자 바나나 먹고, 애들은 옆에서 웃고 있고. 너무 외롭고 속상했지. 늘 부족하다는 생각에 도망가고도 싶었고. 그때 고등학교 선생님이 이런 말을 해 주셨어요. ‘야스에(최 전 단장의 일본 이름이다)짱, 발레의 신이 당신을 사랑하게 돼서 도망갈 수가 없어요.’ 듣는 순간 소름이 끼쳤어요. 그리고 힘을 얻었죠.” 그런데 또 한 번 벽에 부딪혔다. 일본에서 해외 발레 연수 프로그램에 도전하려고 보니 우선 조건이 ‘일본 국적’이었다. “아버지는 한국 국적을 버리지 않으셨어요. 제가 그 뜻을 거역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자비로 프랑스 유학을 택했죠.”프랑스 유학 후에 일본에 돌아와서도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끊이지 않던 때 당시 일본발레협회장이었던 시마다 히로시(한국명 백성규) 선생이 당시 국립발레단을 맡고 있던 임 전 단장을 이어 줬다. 그렇게 1983년 국립발레단 무용수로 한국 무대에 섰다. 실력이 남다른 그의 몸짓에 평단과 관객은 열광했고, 그렇게 한국의 삶이 시작됐다. 임 전 단장 얘기가 나올 때마다 그는 “너무나 감사하다”는 말을 덧댔다. “학연도 지연도 없던 한국에서 실력으로 인정해 주시고 한국의 정이라는 것, 따스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가 말썽도 많이 부렸는데 끝까지 믿어 주셨어요.” 결혼과 출산으로 발레계를 떠날 생각을 했던 그를 설득하고 손을 내밀었다. 2000년 국립발레단이 재단법인화했을 때 최 전 단장은 그를 초대 이사장으로 모시며 국립발레단의 변화에 더욱 큰 의미를 부여했다. 발레단 지도위원으로 있던 그를 3대 단장으로 강력하게 추천한 김혜식 2대 단장에게도 감사의 마음이 크다. “처음엔 ‘내가?’, ‘말도 안 돼’라고 생각했는데 한편으론 뭐랄까, 운명 같은 걸 느꼈습니다. 그런 운명을 받아들이니 책임감을 갖게 되더라고요.”유료 관객률을 90%까지 끌어올리고 국립발레단 예산도 100억원을 넘기면서 이제는 국립발레단도 잘 유지될 거라 생각하면서 그는 단장직을 기쁘게 내려놓았다. 그러다 윤장현 당시 광주시장이 한국의 유일한 시립발레단을 키워 달라는 요청을 해 왔다. “이제 개인적인 시간을 우리 강아지랑 더 보내야 한다고, 이제 좀 쉬고 싶다고 하는데 내가 필요하다고 하시더라”며 웃어 보이더니 “그런데 너무나 간곡히 요청해 와서 결국엔 갈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한국의 발레 부흥을 이끈 그가 지역 발레단으로 간다는 소식은 무용계의 주목을 받았다. 한편으로는 실력이든 환경이든 국내 최정상과는 다를 수밖에 없으니 의아해하기도 했다. 결국 자리를 받아들인 이유는 단순했다. “그저 광주에서도 발레가 더 활성화되기를 바라는 마음, 한국에 하나밖에 없는 시립발레단이 잘되면 다른 도시들에도 시립단체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기대”였다. 스스로는 ‘국립발레단과 절대 비교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단원들에게도 자신이 이곳에 온 이유를 충분히 얘기하면서 “우리가 할 일이 이렇게 많다”며 의욕을 북돋웠다. 1983년부터 40년, 한국 발레계를 성장시킨 최 전 단장 덕에 많은 문화계 후배가 문화예술행정가를 꿈꾸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예술계에 몸담은 필자의 입장에서도 최 전 단장의 존재와 발자취가 크고 남다르게 다가온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을 물었더니 주저 없이 “후배들의 멘토”라는 답이 튀어나왔다. “그건 아마 죽을 때까지 내가 해야 할 일이에요. 요즘 정말 훌륭한 발레계 후배들이 많아요. 그런 사람들을 키워야죠. 그리고 내게 마지막 소망이 하나 있다면 재일교포 출신으로서 한일문화교류에 이바지하는 거예요. 이제 코로나 팬데믹도 끝났고 활발하게 교류할 때라고 봅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교과서 문제나 역사 인식 문제 등이 있지만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게 문화예술이라고 봅니다. 참 복잡한 문제이긴 하지만 예술로 다리를 놓는, 그런 일을 하고 싶어요.” “한국 아티스트를 일본에 더 많이 소개하고 일본 예술가들도 많이 초청해야 한다”면서 그는 광주에 있는 아시아문화의전당을 언급했다. “아시아의 문화 허브로 만들겠다고 지었는데 아직 활성화하지 못해 아쉬울 뿐이죠. 이제 실천해야 하지 않을까요.” 인터뷰하던 2시간 내내 그가 풀어 놓은 국내 발레계와 국공립단체들의 이야기 속에서 그만의 노하우와 경험들, 빛나는 아이디어가 무척이나 아깝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청년 못지않게 정열적으로, 크고 둥근 눈을 반짝이며 이야기하는 모습에서 다시 한번 우리 문화예술계를 위해 ‘봉사’해 주었으면 하는 소망이 커졌다. 그에게 ‘실례’가 되려나, 아니면 필자의 ‘욕심’이려나. 무엇이든 문화예술계에 그는 필요한 존재라는 확신이 든다.
  • [이번주 미리 쏙! 쏙!]

    24일(화) 기획재정부, 2023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 발표 한국은행, 2023년 9월 생산자물가지수 발표 금융감독원, 2023년 8월 말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 현황(잠정) 발표 25일(수) 기획재정부, 2023년 8월 인구동향 발표 26일(목)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2023년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 발표
  • 럼피스킨 급속 확산… 발병 소 모두 살처분

    럼피스킨 급속 확산… 발병 소 모두 살처분

    긴급 백신접종… 3주간 방역 강화75개 시군 내일까지 이동중지 연장흡혈곤충이 전파했을 가능성 염두예방 차원 살처분… 식품 유통 없어한우·우유 가격 영향에는 제한적 국내 최초로 소 럼피스킨병이 확인된 지 사흘째인 22일 오전까지 충남·경기 일대 확진 사례가 총 10건으로 집계됐다. 당국은 백신 접종을 서두르는 한편 접종 뒤 항체 형성기인 약 3주 동안 방역 조치를 강화할 방침이다. 또 식품 불안 해소를 위해 발병 농가에서 키우는 소를 모두 살처분하기로 했다. 확진농가 10곳에서 사육한 소는 모두 651마리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충남 서산·태안·당진, 경기 평택 등 발병 농가들이 밀집한 서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추가 발생이 우려된다며 백신 접종을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이날 주재한 중수본 회의에서 “54만여분의 백신을 확보하고 관련 지침을 제정해 두는 등 정부가 지난해부터 (럼피스킨병) 대비를 해 왔다”면서 “기획재정부와 예산을 협의한 뒤 우선 170만여분의 백신을 오는 11월 초에 신속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백신 접종은 이미 시작됐다. 우선 충남에서는 서해안을 중심으로 보령·아산·당진·홍성·예산·태안·서산 등 7개 시군에 대해 오는 25일까지 긴급 백신 접종을 완료하기로 했다. 관내 가축시장 10곳은 폐쇄됐다. 다음달 1일 ‘한우의 날’을 앞두고 27일과 28일 이틀간 열릴 예정이었던 서산한우페스티벌도 취소됐다. 서산의 한 농장주는 “40년간 소를 키우고 있는데 럼피스킨병은 처음 듣는다”며 “한우 가격은 떨어지고 사료 가격은 올라가는 와중에 이런 일이 터져 걱정”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역시 질병 확산을 막기 위해 평택시 청북읍 인근 10㎞에 위치한 502개 축산농가 소 3만 8980마리에 대한 긴급 백신 접종을 26일까지 완료하기로 했다. 농가 이동에 따른 확산 방지 대책도 마련됐다. 중수본은 발병 직후 경기·충남권 75개 시군에 발동한 일시이동중지 명령을 우선 24일까지 48시간 연장하기로 했다. 발병 농가가 위치한 10곳은 지역별로 서산 5곳, 당진 1곳, 태안 1곳, 평택 2곳 및 경기 김포 1곳이다. 다른 9곳과 먼 지역인 김포에서 럼피스킨병이 발병하자 방역 과정에서 흡혈곤충이 이동했을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긴장하는 모습이다. 이번 사태가 한우 및 유제품 소비 위축으로 연결되지 않게 하는 일도 중수본의 주요 과제다. 정 장관은 “럼피스킨병은 소에게만 발병하는 병으로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기 때문에 과도한 불안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면서 “발병 농장의 소를 살처분하기 때문에 감염된 소가 식품으로 유통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한우 이동 제한, 살처분 등의 여파로 한우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에 대해 정부는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농식품부 측은 “일시적으로 한우값이 오를 수 있지만 사육 마릿수가 평년 대비 8.6% 증가한 점을 고려하면 수급이나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또 원유 가격 결정 특성상 원유 및 우유 가격 변동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원유값은 시장의 수요·공급을 온전히 반영하는 대신 생산단가 등에 연동해 결정된다. [용어 클릭] ●럼피스킨병 아프리카에서 1929년 처음 발생한 뒤 2013년 동유럽과 러시아, 2019년 아시아로 퍼진 제1종 가축 전염병이다. 소만 걸리는 병으로 고열과 피부 결절(두드러기 증상), 체중 감소, 불임, 유산, 우유 생산량 급감 등의 증상이 동반된다. 모기·파리·진드기 등 흡혈곤충에 의해 주로 전파되는데 오염물질 또는 감염축의 이동도 전파 원인으로 꼽힌다.
  • “소 몸에 두드러기가” 럼피스킨병 이틀 만에 10곳 확산… 발병 소 전부 살처분

    “소 몸에 두드러기가” 럼피스킨병 이틀 만에 10곳 확산… 발병 소 전부 살처분

    추가 발생 우려 긴급백신접종 시작예방 차원 살처분… 식품 유통 안돼24일까지 75개 시군 일시이동 중지‘한우의 날’ 앞두고 서산 축제 취소흡혈곤충이 전파했을 가능성 염두“사람에 전염 안돼…한우값 영향 제한적” 국내 최초로 소 럼피스킨병이 확인된 지 사흘째인 22일 오전까지 충남·경기 일대 확진 사례가 총 10건으로 집계됐다. 당국은 백신 접종을 서두르는 한편 접종 뒤 항체 형성기인 약 3주 동안 방역 조치를 강화할 방침이다. 또 식품 불안 해소를 위해 발병 농가에서 키우는 소를 모두 살처분하기로 했다. 확진농가 10곳에서 사육한 소는 모두 651마리다. 정황근 “170만분 백신 11월초 도입”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충남 서산·태안·당진, 경기 평택 등 발병 농가들이 밀집한 서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추가 발생이 우려된다며 백신 접종을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이날 주재한 중수본 회의에서 “54만여분의 백신을 확보하고 관련 지침을 제정해 두는 등 정부가 지난해부터 (럼피스킨병) 대비를 해 왔다”면서 “기획재정부와 예산을 협의한 뒤 우선 170만여분의 백신을 오는 11월 초에 신속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백신 접종은 이미 시작됐다. 우선 충남에서는 서해안을 중심으로 보령·아산·당진·홍성·예산·태안·서산 등 7개 시군에 대해 오는 25일까지 긴급 백신 접종을 완료하기로 했다. 관내 가축시장 10곳은 폐쇄됐다. 다음달 1일 ‘한우의 날’을 앞두고 27일과 28일 이틀간 열릴 예정이었던 서산한우페스티벌도 취소됐다. 서산의 한 농장주는 “40년간 소를 키우고 있는데 럼피스킨병은 처음 듣는다”며 “한우 가격은 떨어지고 사료 가격은 올라가는 와중에 이런 일이 터져 걱정”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역시 질병 확산을 막기 위해 평택시 청북읍 인근 10㎞에 위치한 502개 축산농가 소 3만 8980마리에 대한 긴급 백신 접종을 26일까지 완료하기로 했다.농가 이동에 따른 확산 방지 대책도 마련됐다. 중수본은 발병 직후 경기·충남권 75개 시군에 발동한 일시이동중지 명령을 우선 24일까지 48시간 연장하기로 했다. 발병 농가가 위치한 10곳은 지역별로 서산 5곳, 당진 1곳, 태안 1곳, 평택 2곳 및 경기 김포 1곳이다. 다른 9곳과 먼 지역인 김포에서 럼피스킨병이 발병하자 방역 과정에서 흡혈곤충이 이동했을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긴장하는 모습이다. “소에만 발병, 사람에 전염 안돼 과도한 불안감 가질 필요 없어” 이번 사태가 한우 및 유제품 소비 위축으로 연결되지 않게 하는 일도 중수본의 주요 과제다. 정 장관은 “럼피스킨병은 소에게만 발병하는 병으로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기 때문에 과도한 불안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면서 “발병 농장의 소를 살처분하기 때문에 감염된 소가 식품으로 유통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한우 수급에 미칠 영향과 관련, “이동 제한 등으로 일시적으로 한우 가격이 상승할 수 있지만 사육 마릿수 등을 고려할 때 수급이나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라면서 “원유(原乳)의 가격결정 특성상 원유 및 우유 가격은 변동이 없을 것으로 전망되며 수급 관리에도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전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날 기준 한우 사육 마릿수는 356만 마리로 평년보다 8.6% 증가했다. 이어 정 장관은 “지방자치단체들도 긴급 백신 접종이라든지 흡혈곤충 방제, 농가 주변에 대한 일제 소독을 추진해 주시고 행정안전부에도 긴급 방제를 위한 특별교부세 지원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어 “럼피스킨병 외에도 조류인플루엔자(AI)도 방제 기간이고 구제역 우려도 있다”면서 “가축 질병이 집중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경각심을 갖고 대처해야겠다”고 덧붙였다.
  • “제2의 IMF 위기” vs “가짜 위기 선동”… 엇갈린 경제 진단, 누구 말이 맞나

    “제2의 IMF 위기” vs “가짜 위기 선동”… 엇갈린 경제 진단, 누구 말이 맞나

    우리나라 경제 상황을 놓고 여야의 진단이 극단적으로 갈리고 있다. 야당은 제2의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에 준하는 상황이라며 경제 위기론을 띄우고 있고, 여당과 정부는 전 세계 경제가 둔화한 가운데 한국 경제가 선방하고 있고, 차츰 살아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누구의 말이 맞을까. 22일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을 둘러싼 여야 공방은 IMF가 지난 10일 세계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재점화했다. IMF는 우리나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4%를 유지하고,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2.4%에서 2.2%로 0.2% 포인트 내렸다. 그러자 야당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경제 정책이 실패했다는 증거라는 지적이 나왔다. IMF가 일본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4%에서 2.0%로 0.6% 포인트, 미국의 전망치를 1.8%에서 2.1%로 0.3% 포인트 올리면서 우리나라 전망치를 유지한 건 사실상 후퇴라는 해석도 제기됐다. 추 부총리 “한국 내년 성장 전망 선진국 중 최고”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3일(현지시간) 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차 방문한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내년 성장률 전망치가 2%대 초반인 나라는 웬만한 경제 규모를 가진 국가 가운데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며 야당이 꺼낸 경제 정책 실패론을 반박했다. 추 부총리는 “IMF가 우리나라 내년 성장률 전망치의 리바운드 크기 정도를 조금 낮춘 것이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해 굉장히 이례적으로 리바운드를 높게 본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IMF가 발표한 주요 선진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보면 미국 1.5%, 독일 0.9%, 프랑스 1.3%, 이탈리아 0.7%, 스페인 1.7%, 일본 1.0%, 영국 0.6%, 캐나다 1.6% 등 선진국 평균 1.4%로 한국(2.2%)보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가 높은 나라는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제 위기 ‘맞다 vs 아니다’… 여야 국감 공방 하지만 야당은 지난 19~20일 기재부를 상태로 연이틀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경제 위기설을 더 강하게 제기하며 정부와 여당을 몰아세웠다. 더불어민주당 강준현 의원은 “상저하고 전망은 끝나지 않는 희망 고문이다. 정부가 대책 없이 물을 떠 놓고 비 내리라고 기우제를 지내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국민의힘 류성걸 의원은 “민주당은 우리 경제가 폭망하도록 기우제를 지내는 것이냐”라고 반박했고, 같은 당 박대출 의원은 “민주당은 국익 자해 세력”이라고 되받아쳤다.野 “국가부도 위기” vs 與 “경제 실패 프레임 공격” 여야 원내지도부의 고공전도 이어졌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생산·소비·투자 등 모든 영역에서 우리 경제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올해가 70일밖에 남지 않았는데 하반기에 경제가 반등할 것이라는 ‘상저하고’를 주술처럼 되뇌고 있다”면서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 경제가 제2의 IMF를 맞이할 수 있다는 상상조차 하기 싫은 전망도 제기된다”며 국가부도 가능성을 꺼내 들었다. 그러자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근거 없는 국가 부도 위기 주장을 꺼낸 것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부 정책에 실패 프레임을 씌우고 국민 불안감을 부추기기 위한 목적”이라면서 “우리나라 경제는 견고하다”고 반박했다. IMF “한국 GDP 감소율 중국보다 클 수도” 이런 상황에서 IMF는 지역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미국을 비롯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중국이 서로 디리스킹(위험 제거)에 나서면 한국이 비교적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놨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과 OECD가 동맹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하는 이른바 ‘프렌드쇼어링’ 상황에서 한국의 GDP는 4%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프렌드쇼어링 상황은 중국과 OECD 회원국들이 서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비관세 무역장벽을 강화하되, 다른 국가와의 교역을 제한하지 않는 환경을 가정했다. 그 결과 중국은 중국산 제품에 대한 수요 감소와 공급망 변동에 따른 생산 비용 상승 등으로 인해 장기적으로 GDP가 6.8% 줄어드는 것으로 나왔다. 한국은 그보다는 낮지만 중국과의 관련도가 높은 만큼 GDP 감소율이 2% 이하인 다른 경제권보다는 피해가 클 것으로 평가됐다. 앞서 IMF가 우리나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4%로 유지한 배경과 관련해 우리나라 경제의 중국 의존도가 높아 중국의 경기 침체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 [책으로 정책읽기] ‘민주 대 반민주’는 틀렸다…‘참여민주주의’ 열정이 ‘팬덤정치’ 괴물 만들어

    [책으로 정책읽기] ‘민주 대 반민주’는 틀렸다…‘참여민주주의’ 열정이 ‘팬덤정치’ 괴물 만들어

    박상훈, 2023, <혐오하는 민주주의>, 후마니타스. 많은 이들이 직접민주주의를 더 우월한 혹은 더 순수한 주주의라고 생각한다. 고대 그리스에서 총회를 통해 직접민주주의를 구현했다는 이야기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더라도 함께 모여 논쟁을 거듭한 끝에 결론을 이끌어내는 모습은 충분히 멋지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주민참여예산이 법제화되고 더 나아가 국민참여예산까지 제도화되는 건 민주주의가 더 높은 수준에서 구현된다는 인상을 줬다. 실제 굴러가는 모습을 직접 보기 전까지는. 적어도 초기엔 그랬다. 서울시주민참여예산을 처음 시행한 2011년만 해도 오랜 토론과 집단지성을 통해 단순히 도로짓고 건물짓는 일회성 예산이 아니라 작은 도서관이나 공원처럼 주민들의 일상생활을 더 윤택하게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예산을 쓰도록 결론이 모아졌다.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자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주민참여예산에 큰 열정을 가지고 참여하는 지인은 서울시 주민참여예산 현장마다 특정한 정치적 목적을 갖고 조직적으로 참여하는 분들과 소모적인 논쟁의 구렁텅이에 빠지는 걸 걱정했다. 그 목적이란 건 다름 아닌 ‘동성애를 조장하는 예산’을 반대하고 삭감하는 활동이었다. 그걸 위해 양성평등 관련 사업은 물론이고 성교육까지도 반대했다. 순수한 열정으로 바쁜 시간을 쪼개가며 주민참여예산위원으로 참여한 이들을 질리게 만들고 참여하지 않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졌다. 아마 그게 목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한 해 두 해 지나며 주민참여예산은 이제 주민들의 참여는 물론 관심마저 사그라져 버렸다. 왜 그렇게 됐을까 고민하다보니 애초에 직접민주주의라는 목표 자체에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민주주의의 이상향처럼 느껴졌던 직접민주주의, 노무현 정부의 지상과제같았던 참여민주주의란 사실 대의제 민주주의란 탈을 쓴 ‘저들’의 위선과 기득권을 깨트리기 위한 우리의 짱돌’이라고 생각했던 건 아닐까. 하지만 짱돌을 더 열심히 던질수록 우리가 마주한 건 우리가 꿈꾸던 민주주의에서 더 멀어지는 기묘한 역설이었다. 잠시 시계를 돌려서 참여민주주의를 그토록 강조했던 열린우리당이 어떻게 지리멸렬했는지 떠올려 보자. 주민투표는 아이들 밥그릇 뺏기 위한 정치투쟁 수단이 될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가 나름 야심차게 시작했던 국민참여예산은 결국 기획재정부에 과장급 부서 하나 새로 만들고 딱 그만큼 정부부처 통제만 강화시켰을 뿐이다. 직접민주주의가 정당운영의 원칙과 만났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보여준 가장 좋은 사례는 아마도 지난해 9월 정의당을 통째로 뒤흔들어놨던 의원 총사퇴 권고 당원 총투표였다. 비례대표 5명에게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 패배 책임을 물어 물러나게 하자는 당원들의 직접행동이 만약 가결됐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일단 의원들은 투표 결과에 따를 의무가 없다. 강제로 의원들을 물러나게 할 방법도 없다. 결국 투표 결과와 상관없이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달라지는 걸 굳이 찾자면 더 심해질 감정대립과 분열이라는 막장드라마 뿐이었겠고, 그게 실제로 정의당에 일어난 일이었다. 정의당에서 벌어진 일은 어차피 망하는 집안에서 벌어진 지리멸렬한 자중지란일 뿐일까. 나름대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힘과는 무관한 일일까. 국회미래연구원 초빙연구위원으로 일하고 있는 박상훈 박사가 쓴 <혐오하는 민주주의>는 한국 정치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 가운데 하나로 떠오른 ‘팬덤 정치’의 뿌리에서 ‘참여민주주의 확대’라는 열린우리당부터 더불어민주당까지 야당을 지배해온 도그마를 연결짓는다. 이른바 ‘강성 지지자’들은 자신들의 정당성을 ‘참여민주주의’에서 찾지만 저자가 보기에 ‘참여민주주의’는 정치개혁 혹은 더 많은 민주주의로 가는 길이 아니 선무당 사람잡기일 뿐이다. 저자의 입장은 서문에서부터 명확하다. 팬덤 정치가 강해질수록 정치가 무너진다. 그리고 팬덤 정치가 지배하는 민주주의는 결국 민주주의 자체를 고사시킨다. 그런 면에서 보면 ‘민주 대 반민주’라는 오래된 도식은 틀렸다. “이제 민주주의의 적은 민주주의다(21쪽)” 곧 ‘팬덤 민주주의’다. “민주주의 안에서, 혹은 여러 민주주의’들’ 사이에서의 싸움이 문제가 되고 있다(21쪽).” 저자는 팬덤 정치가 우리에게 남긴 결과물로 ‘시민을 폭군으로 만드는 민주주의’를 꼽는다. 저자가 보기에 “그들은 정치의 자율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정당의 문화나 전통, 규범, 가치를 중시하지 않는다. 정상적인 정치과정과 절차를 신뢰하고 기다려 주지 않는다… 그들은 정치, 정당, 의회, 언론, 지식인을 신뢰하지 않고 정치가를 믿지 못한다(95쪽).” “팬덤 정치는 의회정치와 정당정치의 구조를 허물어뜨린다. 더 나은 합의를 위해 싸우는 정치가 정당정치라면, 팬덤 정치는 상대의 몰락을 위해 싸운다. 상대가 몰락하는 정치를 지향하지만, 결과는 모두가 몰락하는 정치로의 퇴락을 가져온다(107쪽).” 여당과 야당의 갈등만 부추기는 것도 아니다. 팬덤 정치는 당내에서도 적대감을 확대재생산한다. 이는 파벌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결국 “권력은 있지만 책임은 지지 않는, 신종 권력 집단(109~110쪽)”인 “열정적 소수자 집단이 당을 지배하게 하고(109쪽)” “다른 목소리나 이견이 대표될 기회를 억압(109쪽)”하게 만든다. 거기다 팬덤 정치는 자신들이 지지하는 지도자를 “박해받는 구원자 이미지로 포장”하는 ‘정치의 유사종교화’를 부추긴다(110쪽).” 그러므로 그들은 “불만에 찬 시민(97쪽)”이다. “그들의 눈에 자신의 의지대로 따르지 않는 정치가는 반개혁, 반시민 세력이다. 공격과 저주를 받아 마땅한 구악이다. 그들은 오로지 하나의 정당 혹은 그 정당을 지배하게 될 팬덤 리더와 그를 따르는 사람들만 인정한다. 사실상 일당제 지지자에 가까운 마음 상태를 갖는 시민들이다(97쪽).” 그들은 의견이 다른 사회구성원들을 ‘우리’로 생각하지 않는다(49쪽). 심지어 동료 당원들조차 ‘우리’가 아니라 ‘수박’이나 ‘진실하지 않은 사람’으로 취급받는다. 팬덤은 민주주의 투사인 양 행동하지만 그들이 더 열심히 투쟁할수록 민주주의는 말라죽을 운명에 직면해 있다. 흔히 팬덤 정치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국한된 얘기처럼 거론된다. 하지만 저자는 팬덤 정치의 뿌리로 ‘친박’을 지목한다. “박근혜는 국회 개혁과 직접 민주주의를 앞세워 국민서명운동에 참여한 최초의 현직 대통령이었다(91쪽).” 친박 현상은 곧 ‘친문’ 현상으로 이어졌다(63쪽). “촛불 ‘합의’는 촛불 ‘혁명’이 되었다. 다당제는 극단적인 양당제로 퇴락했다(68쪽).” 그 뒤 “대통령의 여론 직접 정치가 만들어 낸 결과물이 ‘문빠’로 불리는 정치 팬덤이었다(69쪽).” 2019년 광화문 집회와 서초동 집회는 정치 양극화와 팬덤 정치가 한국 사회를 둘러 찢어놓는 장면이었다. 그 뒤 벌어지는 일은 우리가 익히 아는 그대로다.물론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장 자크 루소가 말했던 ‘좋은 정치가 좋은 시민을 만들고 나쁜 정치가 사나운 시민을 만든다’는 명제를 고민의 출발점으로 삼는 저자가 보기에 팬덤 정치는 ‘일부’ 강성 지지자들의 문제가 아니다. 그건 잘못된 진단이다. 진짜 문제는 “팬덤을 필요로 하는 정치(306쪽)”에서 찾아야 한다. 그러므로 “팬덤 정치는 정치를 바꾸는 문제로 접근할 일이지 시민을 바꿔서 해결할 일이 아니다… 팬덤이라고 불리는 강성 지지자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나쁜 정치에 의해 ‘만들어진’ 문제다(306~307쪽).” 언제까지나 이렇게 국민이 국민을 서로 서로 고문하면서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변화를 위해 필요한 것들은 뭘까. 대안의 핵심은 정치의 복원이고, 그 중에서도 정당이 제구실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는 저자는 덜 힘들이고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정당개혁 대안을 제시한다.(182~192쪽). 이름뿐인 당원들을 정리하고, 책임감 있는 당원 괸리를 시행해야 한다. 특히 당직자를 늘릴 수 있도록 사무원 숫자를 제한하고 지구당 금지한 법조항을 개정해서 정당이 풀뿌리 민주주의의 중요 행위자가 되도록 해야 한다. 더 나아가 인재영입이라는 이름으로 외부인사 데려오는 ‘이벤트’를 지양하고 정당이 인재를 육성하고 경력을 관리해주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변화는 어디서 일어나야 할까. 정당이다. 승부를 봐야 할 곳은 정당이다. ‘좋은 정당 만들기’ 없이 그 어떤 변화도 지금과 같은 정치를 바꾸지 못할 것이다… 정당들이 사회의 다원적 요구를 잘 대표하고, 의회정치를 책임 있게 이끌며, 공공 정책의 유능한 공급자로서 능력을 키워 가지 못하면 민주주의도 최악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오늘의 한국 사회가 말해준다(298~299쪽).”
  •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 조직위 출범 본격화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 조직위 출범 본격화

    세계 최초로 ‘섬’을 주제로 열리는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의 성공적 개최를 준비할 조직위원회 출범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전라남도와 여수시는 20일 여수시청 상황실에서 재단법인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 조직위원회 설립 발기인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에서는 재단 설립에 필요한 설립취지문과 정관, 출연재산 승인안 등을 심의·의결하고 임원 선임을 마쳐 재단법인 공식 출범 여건을 마련했다. 재단법인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 조직위원회는 오는 12월 공식 출범 예정이며 2024년부터 박람회장 조성과 운영, 전시 연출, 수익사업, 참여국 및 관람객 유치 등 국제행사 준비와 운영을 전담하게 된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발기인총회가 순천만정원박람회와 전국체전의 송공 개최에 이어 여수세계섬박람회를 세계적인 행사로 개최하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 성공 개최를 통해 세계로 웅비하는 여수와 전남도가 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여수 진모지구에서 열리는 세계섬박람회는 기획재정부 승인 국제행사로, ‘섬, 바다와 미래를 잇다’를 주제로 30개국 200만 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남도와 여수시는 지난 2021년 국제행사 승인 이후 종합기본계획 수립, 여수세계섬박람회 조직위원회 설립 및 지원조례 제정, 조직위원회 설립 등을 추진 중이다.
  • 양향자 첫 정책…“R&D 예산 GDP 6%까지 확대”

    양향자 첫 정책…“R&D 예산 GDP 6%까지 확대”

    ‘한국의희망’을 창당한 양향자 의원이 정부의 연구개발(R&D) 정책을 비판하며 “R&D 투자 예산을 2021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4.9%였던 것을 6%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한국의희망은 20일 국회에서 ‘과학기술 퍼스트무버 대한민국’을 주제로 과학기술과 관련된 정책 발표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양 의원은 이날 “현 정부는 늘려도 부족한 과학기술 R&D예산을 R&D카르텔 혁파를 명분으로 10% 이상 삭감했다”며 “R&D카르텔 단어는 국가발전 카르텔이나 미래희망 카르텔만큼 어색한 조합으로 억지이자 무지”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가 R&D 체계를 재정비하고, 정부 R&D 예산 중 기초연구비 비중을 50%로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양 의원은 “국가 R&D의 근간은 50년 대계이며 정부가 교체되어도 흔들림 없이 지속 유지될 수 있어야 한다”며 “정부 연구기관과 산·학간 소모적인 연구 과제 수주 경쟁을 교통 정리하고 제5차 기초연구진흥 종합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양 의원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대통령께서 계속 과학 기술이 중요하다고 했고, 반도체도 중요하다고 하셨지만 (지금까지) 말씀과 행동이 너무 달랐다”며 “정량적 근거와 데이터를 확실하게 갖고 이야기 해야하는데 (R&D를) 그냥 악의 축으로 생각을 하게 만드니까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충분히 과학기술계를 북돋아 주고 대한민국이 어떤 목표와 비전으로 나아갈 테니 우리가 다 같이 한번 해보자라는 메시지가 섬세하고 치밀하게 긍정적으로 나와야 한다”고 답했다. 양 의원은 19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R&D 예산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한 발언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의 ‘R&D 카르텔’의 연장선에 있는 말로, 또 한 번 과학기술계를 세금 낭비 집단으로 매도했다”며 “부총리 발언은 우리 아이들에게 커서 ‘과학기술인 될 생각 하지 마라’ 하는 소리”라고 비판했다.
  • 추경호 “尹정부 세수 추계, 작년엔 정확했고 올해는 틀려 1승 1패”

    추경호 “尹정부 세수 추계, 작년엔 정확했고 올해는 틀려 1승 1패”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윤석열 정부의 세수 추계가 1승 1패”라고 말했다. 지난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새로 한 세수 추계는 정확히 맞았지만, 올해는 급변하는 경제 상황으로 불가피하게 전망이 빗나갔다는 것이다. 추 부총리는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조세 분야 국정감사에서 “지난해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세수 전망을 다시 했는데 그때는 정확히 맞았다”면서 “올해는 여러 경제 상황 때문에 당초보다 세수 전망이 틀렸다. 쉽게 말하면 1승 1패”라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의 세수 추계 결과 지난해에는 53조원이 더 걷혔고, 올해는 59조원 덜 걷히는 것으로 예측됐다. 지난해 발생한 초과 세수는 문재인 정부의 추계가 실패한 결과였고,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재추계한 결과에서는 거의 오차가 나지 않았다. 추 부총리는 세수 오차와 관련한 특별감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요구에 “세수 추계 실패가 감사할 사안은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자 양 의원은 “이 사태를 초래한 실무 책임자는 물론 장·차관을 직무 유기, 직무 소홀과 분식회계 등으로 고발 조치할 계획”이라면서 “감사원에 특별감사를 요청하고 수사 의뢰까지 검토하겠다”고 압박했다. 한편, 추 부총리는 “우리 경제가 증세해야 할 상황까지 몰렸다”는 야당의 요구를 “증세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 ‘통계조작 의혹’ 문재인정부 대통령기록물 압수수색

    ‘통계조작 의혹’ 문재인정부 대통령기록물 압수수색

    문재인 정부가 집값을 비롯한 주요 국가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대통령기록관을 이틀째 압수수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검은 전날 세종시 대통령기록관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감사원이 수사를 요청한 통계 조작 의혹 사건과 관련, 당시 청와대 관련 문건을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대통령 기록물 중 당시 관련 자료를 선별해 열람하는 방식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대통령비서실)와 국토교통부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최소 94차례 이상 한국부동산원 통계 작성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수치를 조작하게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원이 매주 발표한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 통계치를 국토부가 공표 전 입수해 청와대 입맛에 따라 바꿨으며, 부동산시장 과열로 여론 뭇매를 맞던 청와대가 부동산 대책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지속해서 통계 조작을 지시했다는 것이 감사원의 판단이다. 또 집값뿐 아니라 소득·고용 관련 통계에도 청와대가 정권에 유리한 쪽으로 왜곡·조작하기 위해 개입했다는 게 감사원 주장이다. 통계법상 통계 작성 기관이 작성 중인 통계를 공표 전에 제공 및 누설하거나 목적 외 용도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다. 검찰은 이달 초 통계청, 부동산원, 국토부,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등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에 나서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업무용 PC에 대해 데이터 포렌식 작업을 진행했다. 이어 2017년 당시 통계청 표본 관련 부서에서 근무했던 통계청 과장 A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감사원이 수사를 요청한 대상에는 전임 정부 정책실장 4명(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이 모두 포함됐다. 홍장표 전 경제수석,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강신욱 전 통계청장, 윤성원 전 국토부 1차관, 김학규·손태락 전 한국부동산원장도 대상이다. 다만 문재인 전 대통령은 포함되지 않았다.
  • [마감 후] 큰 채찍과 복지부동/김동현 전국부 차장

    [마감 후] 큰 채찍과 복지부동/김동현 전국부 차장

    “요즘 분위기를 보면 진짜 ‘복지부동’(伏地不動·땅에 엎드려 움직이지 않는다)만이 살길인 것 같아요. 적극행정요? 그런 거 하다가 큰일 납니다.”(중앙부처 공무원 A씨) “예전에는 주요 부서에서 함께 일하자고 이야기했지요. 그런데 지금은 못 해요. 일도 힘든데 자칫 잘못하면 징계받고, 승진도 못 하게 될 수 있으니까요.”(공무원 B씨) 과거 중앙부처 공무원들에게 대통령실 파견은 ‘영전’으로 통했다. 최고 권력을 근거리에서 보좌하면서 높은 사람들과 만날 기회가 많고, 원대복귀할 때면 고생했다고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무엇보다 대통령실 근무는 엘리트 ‘인증 마크’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다르다. 대통령실에서 일하는 것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다. 대통령실로 인사가 난 공무원은 ‘축하’보다 몸조심하라는 이야기를 더 많이 듣는다. 어느새 대통령실은 가고 싶은 곳이 아닌 탈출해야 하는 곳이 됐다. 대통령실뿐만이 아니다. 중앙부처의 주요 보직과 핵심 부서도 인기가 없다. 세종시로 주요 부처들이 이전한 후 인기가 떨어졌다고 하지만 그래도 요즘이 가장 바닥이다. 나라 살림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 예산실은 항시적인 구인난이고, 핫이슈인 주택정책을 맡고 있는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은 완전 기피 부서다. 이들 부서 공무원은 업무가 너무 많다고 징징대면서도 ‘우리가 돈이 없지 자존심이 없냐’는 허세를 부리며 일하던 이들이다. 그런데 그런 허세를 부리며 일하는 공무원도 이제는 찾기 힘들어졌다. 소 키울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근본적인 이유는 일과 삶의 균형이 중요한 세상이 됐기 때문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1~2년 새 만들어진 복지부동 분위기는 윤석열 정부 들어 나날이 위세가 높아지고 있는 감사원이 한몫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감사원의 크고 매서운 채찍을 맞지 않으려면 가만히 있는 것이 상책이라는 것이다. 감사원이 감사 업무를 충실하게 하는 것에 토를 달겠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감사원을 보면 ‘감사’가 아닌 ‘수사’를 하는 듯하다. 감사 대상 공무원들의 휴대전화 포렌식 규정을 완화하고, 감사 기간 연장도 수시로 한다. 공직사회에서 ‘먼지털기식 감사’라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감사의 초점은 전 정부의 정책이 대부분이다. 정권이 바뀌고 전 정권의 잘못을 바로잡는 작업은 예전에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달라진 것은 과거 처벌 대상이 고관대작이었다면 최근에는 실무 과장급까지 채찍질을 맞고 있다는 점이다. 소 키울 사람이 없어지는 이유다. 매섭고 큰 채찍을 휘두르는 사이 감사원은 윤석열 정부 최고 실세 기관으로 자리잡았다. 그와 함께 정치적 중립성을 잃어버렸다는 비판도 듣고 있다. 그리고 공무원들은 땅과 ‘물아일체’가 되고 있다. 장기 집권을 자신했던 문재인 정부가 5년 만에 권력을 내준 이유 중 하나는 ‘적폐청산’에 바빠 자기 일을 못 해서다. 잘못을 바로잡는 일도 중하지만, 나라의 미래를 만들고 경영하는 것이 더 중하다. 자기 실적을 보여 주기 위해선 채찍보다 적극적으로 일을 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
  • 팔토시·장화 무장한 통계청… 벼 베고 낟알 골라내며 ‘현장 조사’

    팔토시·장화 무장한 통계청… 벼 베고 낟알 골라내며 ‘현장 조사’

    이형일 청장 등 조사팀 농가 파견직접 수확하며 쌀 비축량 등 결정 “한 손으론 벼 한 모숨을 쥐고 낫을 밖에서 안쪽으로, 사선으로 베어야 합니다.” 지난 18일 황금 논이 끝없이 펼쳐진 경북 상주 함창읍. 귀농 5년차 박상조(45)씨의 논 한가운데가 낫질 몇 번에 민둥산처럼 구멍이 뚫리기 시작했다. 챙이 넓은 모자로 얼굴을 가리고 팔토시와 고무장화로 무장한 채 능숙하게 낫을 휘두르는 사람은 박씨가 아닌 동북지방통계청의 조일섭 농어업조사팀장. 그 옆에선 같은 차림의 이형일 통계청장이 조 팀장의 안내에 따라 고개 숙인 벼를 한 단씩 베어 나갔다. 통계청을 책상 앞에서 숫자만 다루는 곳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이날 박씨의 논에서 진행된 ‘2023년 쌀 생산량 조사’에서는 최재혁 통계청 농어업통계과장과 유환재 동북지청 농업생산팀장을 비롯한 통계조사원들이 모여 벼베기에 몰두했다. 매년 10월 추수철에 하는 쌀 생산량 조사는 700여명의 통계청 직원이 전국 3137개의 표본 필지에 파견돼 직접 벼를 베고 낟알을 골라내는 ‘현장 조사’다. 쌀 생산량 조사는 한 해 나라의 식량 정책을 좌우하는 통계청의 대표적인 농작물 통계다. 쌀 생산량 통계를 바탕으로 정부는 쌀 수급의 청사진을 그리고 잉여분을 얼마나 비축할지, 시장 가격을 어떤 방향으로 안정시킬지 결정한다. 기획재정부와 농림축산식품부는 물론 직접 농사를 짓는 농민들에게도 통계청이 11월마다 발표하는 쌀 생산량은 도소매 가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경북을 비롯해 전국에 임의로 표본 필지가 정해지면 통계조사원들은 해당 필지에 나가 약 한 평(3.3㎡) 안에 있는 벼를 직접 벤다. 이후 직접 주문한 소형 탈곡기에 일일이 넣어 낟알만 골라낸 뒤 바람을 만드는 ‘풍구’를 이용해 쭉정이를 걸러낸다. 이후 실제 시중에 판매되는 쌀과 동일하게 수분을 15% 수준으로 건조하고 껍질을 깎아낸 뒤 1.6㎜의 다 자란 쌀알만 걷어내면 한 표본 필지에서의 실수확량 조사가 끝이 난다. 이날 상주의 표본필지에서 집계된 수확량은 384g.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9월 예상보다 건조하고 해가 잘 들어 흉작은 면했지만, 10월 기온이 갑작스레 떨어진 영향으로 당초 예상치보다 생산량이 다소 적다. 일일이 수작업으로 진행된 조사를 통계조사원들은 농부의 마음으로 하나하나 지켜봤다. 조사에 동참한 이 청장은 “데이터를 하나하나 만들기 위해 어떻게 실측하는지 볼 수 있었다”며 “통계청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올라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성실 납세자에 친절한 도우미, 악성 체납자에 ‘강제 징세’ 칼 뺀다 [윤석열 정부-2023 공직열전]

    성실 납세자에 친절한 도우미, 악성 체납자에 ‘강제 징세’ 칼 뺀다 [윤석열 정부-2023 공직열전]

    국세청은 친근하면서도 엄격한 두 얼굴을 지닌 기획재정부 외청이다. 헌법 제38조가 규정하는 납세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도록 안내하고 돕는 서비스 기관이라는 점은 국세청을 ‘천사표’로 인식하게 한다. 하지만 세금을 내지 않는 악성 체납자를 상대로 강제 징세하는 모습은 ‘저승사자’ 그 이상이다. ‘세무조사’라는 고유 권한 덕에 국세청은 검찰청, 경찰청, 국가정보원과 함께 대한민국 4대 사정기관 반열에 올라 있다. 법에 따라 국세청이 보유한 과세 정보는 국민의 가장 내밀한 정보라 할 수 있는 소득과 자산 정보에 닿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세청은 개인 납세자의 과세 정보에 대한 보안을 아주 철저하게 지킨다. 세무조사에 나섰을 때도 조사를 했다는 사실조차 숨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정부조직법에 따라 국세청은 내국인을 상대로 내국세를 걷는다. 외국에서 수입된 물품에 부과되는 관세도 국세에 포함되지만 관세는 관세청이 담당한다. 재정당국인 기재부는 내국세와 관세를 포함한 국세로 국가 재원의 90% 이상을 조달한다. 내국세에는 소득세, 종합부동산세, 상속세, 증여세, 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 주세, 인지세, 증권거래세, 교육세, 교통·에너지·환경세, 농어촌특별세가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징수하는 재산세, 주민세, 자동차세, 취득세 등 지방세는 국세청 업무와 무관하다. 주류 면허 관리를 비롯한 주세 행정은 국세청이 출범할 때부터 보유해 온 고유 권한이다. 제주 서귀포에 있는 국세청주류면허지원센터는 주류 면허와 세원 관리 업무를 지원한다. 주류 제조 면허를 새로 받은 사업자에게 주류 제조 기술을 지도하고 신기술을 보급하는 역할도 한다. [세종 본청] 윤석열 정부 1기 국세 행정을 총괄하는 김창기 국세청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중부국세청장과 부산국세청장까지 지낸 뒤 퇴임했다가 정권 교체 후 윤석열 대통령에게 발탁됐다. 김 청장은 국세청 간부들이 추진하는 업무의 진행 상황을 세세하게 파악하는 등 국세 행정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직원의 개인사까지 꿰고 있을 정도로 소통도 원활하다. 국세청 서열 2위인 김태호 차장은 묵묵히 뚝심 있게 업무를 추진해 나가는 정중동 스타일의 리더다. 국세청에서 조사·인사·재산 등 본청 과장 5개 보직을 도장 깨기하듯 역임한 이례적인 기록도 갖고 있다. 구성원들을 세심하게 배려하는 덕장의 면모를 지녔다. 매너가 좋고 소탈하며 외유내강의 인품을 보유한 선비 같은 공무원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특히 입이 무거운 간부로 알려졌다. 박해영 감사관은 국세청 대표 일꾼이다. 중부·인천·부산·대전청에서 잇따라 국장직을 맡으며 폭넓은 경험을 쌓았다. 특히 조사 업무에 잔뼈가 굵다. 중부청 조사3국장 재직 당시 기업 자금을 불법으로 유출한 탈세 기업을 상대로 엄정한 추징에 나섰다. 지금은 국세청 감사관으로서 부조리를 사전에 차단하고, 예방 중심의 감사를 활성화해 국세 행정의 효율적인 운영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동운 기획조정관은 탈세를 잡아내는 데 도가 튼 조사 전문가다. ‘국세청의 중수부’라 불리는 서울국세청 조사4국장 시절 고강도 특별세무조사로 기업들을 벌벌 떨게 했다. 이 조정관은 사안의 본질에 집중하면서 큰 그림을 그리는 선이 굵은 스타일이다. 유행에 뒤처지지 않는 젊은 감성과 센스를 지녀 직원과의 소통에도 막힘이 없다. 솔직한 면모와 따뜻한 인간미를 동시에 지녀 “나이스한 상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수준급 운동 실력을 갖춘 반전 매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국세청 직원들은 김국현 정보화관리관 하면 ‘테니스’부터 떠올린다. 국세청에 테니스 실력자가 즐비한데 그중에서 김 국장의 실력이 군계일학이라고 한다. 김 국장은 주세 업무를 전담하는 국세청 소비세과장 시절 ‘가짜 석유 추적 전담팀’을 구성하고 추적 조사를 매섭게 실시해 유류 거래 질서 정상화에 기여했다. 변혜정 납세자보호관은 국세청의 비타민 같은 존재다.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며 조세 분야 전문 지식과 실무 경험을 두루 갖췄고 지금은 납세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권익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변 보호관은 다양한 경험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를 가감 없이 제시하며 국세 행정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업무 열정이 넘치고 책임감과 기획력, 판단력이 뛰어난 간부로도 소문이 자자하다. 박재형 국제조세관리관은 난도가 높기로 악명 높은 ‘국제 조세’ 분야에 10년 이상 매진한 최고 전문가다. 첫 한국·베트남 국세청장회의 개최를 이끌었고 2006년 제3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세청장회의에서 각국 국세청장들이 첫 ‘서울 선언’을 도출하는 데 일조했다. 박 관리관은 성실한 학구파 공무원이기도 하다. 여전히 세법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고, 직원 대상 세법 강의도 하고 있다. 커피에 조예가 깊고 내리는 솜씨도 탁월해 국세청 직원들은 박 관리관이 내린 커피를 마셔 본 사람과 마셔 보지 못한 사람 두 부류로 나뉜다고 한다. 김동일 징세법무국장은 매사 업무를 자로 잰 듯 깔끔하게 처리하는 ‘해결사형’ 리더다. 신중한 스타일에 언변에 군더더기가 없고 자기 관리에 철저하고 인품까지 따뜻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재계 저승사자라 불리는 서울국세청 조사4국장, 국제 조사 베테랑이 맡는 국제조세관리관에 이어 국세청 조사의 꽃이자 최고 요직인 조사국장까지 두루 지내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차기 서울국세청장 후보로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동훈 개인납세국장은 국세청 내 소통의 아이콘으로 대인관계가 매우 원만하다. 처음 만나는 사람도 단번에 경계를 풀고 격의 없이 대화하게 하는 재주를 지녔다. 대변인을 지내 언론이나 외부 기관과의 협업에도 능숙하다. 옆집 아저씨같이 푸근한 성품을 지녔지만 업무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정교하다. 그는 부가가치세·소득세 납부 기한 연장, 환급금 조기 지급, 인적 용역 소득자 환급금 직접 찾아 돌려주기, 근로·자녀장려금 자동신청 제도 도입 등 각종 세정 지원을 적극 추진했다. 다국적 기업의 조세회피와 불공정 탈세 행위에는 엄정한 대응에 나서며 지엄한 공권력을 이행했다. 최재봉 법인납세국장은 조사·국제조세·감사 분야를 섭렵한 ‘국세 제너럴리스트’다. 미국 예일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취득했고, 감사담당관으로 일하며 기획 감사를 통해 국세 행정의 전 분야를 접한 뒤 제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 지금은 수출 기업 세정 지원 강화, 공익법인 투명성 향상을 주도하고 있다. 최 국장은 직원들이 잠재력을 펼칠 수 있도록 돕는 ‘코치형 리더’의 면모를 지녔다. 안덕수 자산과세국장은 국세 행정의 모든 분야에 정통한 ‘올라운드 플레이어’다. 세무조사, 징세송무, 재산제세, 납세자 권익 보호 등 국세 행정 전반의 경험과 지식을 보유했다. 국무조정실 조사심의관실, 기재부 환경에너지세제과장, 미국 국세청 국장급 해외 연수 등의 마당발 경험도 안 국장의 최대 자산이다. 이런 다양한 근무 경험 덕에 부처 간 업무 협조·조율 능력이 탁월하다. 원칙과 합리에 따라 일을 처리하고 사안의 맥도 정확하게 짚어 낸다. 차분한 성품에 외모도 호감형이다. 국세청 직원들은 안 국장을 장래가 촉망되는 간부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정재수 조사국장은 ‘성과 창출형’ 리더다. 강한 책임감을 동력 삼아 업무 추진력을 얻는 스타일이다. 지난 4월 법인납세국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해외 시장 개척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 주류업체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K리커(Liquor) 수출지원 협의회’를 출범시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하는 주류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이바지했다. 정 국장은 또 공사 구분이 분명해 사적인 상황에서 의전이나 격식을 따지지 않고 소탈하고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 준다. 박수복 복지세정관리단장은 ‘포용의 리더십’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변 사람을 두루 배려하며 선후배들과 함께 일하는 직장 환경을 편안한 가족 같은 분위기로 만드는 데 애쓰고 있다. 박 단장에게는 근래 ‘정책 아이디어 발명가’라는 별명이 생겼다. 2019년 정부혁신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세금 신고·납부와 연말정산 등을 모바일로 쉽고 빠르게 하는 모바일 홈택스 확대 사업을 제안해 대통령상을 받았다. [지방청장] 강민수 서울국세청장은 명실상부 국세청 에이스로, 업무 내공이 정점에 달한 국세 베테랑이다. 국세 행정 전반에 걸쳐 깊고 넓은 통찰력을 지녔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획조정관, 징세법무국장, 법인납세국장 등 본청에서만 5개 국장 보직을 역임하며 폭넓은 경험을 쌓았다. 국세청 직원 사이에서는 김태호 차장과 함께 가장 유력한 차기 국세청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강 청장은 젊은 감각을 바탕으로 직원들과 연배를 초월해 소통하는 데도 거리낌이 없다. 자기 관리에 철저할 뿐만 아니라 솔직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에 친화력까지 겸비했다. 국회 등 외부기관과의 업무 조율에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오호선 중부국세청장은 인성과 실력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엘리트 경제 관료다. 오 청장을 롤 모델로 삼는 직원이 줄을 설 정도라고 한다. 현재 국세청을 대표하는 조사통으로 공정한 시장 경쟁을 해치는 역외 탈세에 대응하는 데 탁월한 역량을 발휘했다. 본청 조사국장 시절에는 ‘적법 절차, 적법 과세’를 세무조사 전 과정에 관행으로 정착시켜 납세자 권익을 증진했다. 중부국세청장에 부임해서는 악성 민원에 시달리는 국세청 직원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섰다. 오 청장의 노력 덕에 많은 직원이 “조직이 나를 보호해 주는구나”라는 인식을 갖게 됐다고 한다. 정확한 상황 판단과 탁월한 정무 감각, 민첩한 이슈 대응 능력과 함께 신뢰감을 주는 다정다감한 말투도 오 청장의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민주원 인천국세청장은 두뇌 회전이 빠른 법인세 분야 조사 전문가다. 자신을 앞세우지 않고 공을 늘 직원들에게 돌리는 인간적인 면모도 갖췄다. 조사 업무는 책상 위가 아닌 현장에 정답이 있다는 원칙 아래 추진해 왔고, 직원들의 사소한 부분까지 챙기는 세심함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희철 대전국세청장은 ‘동네 형’같이 푸근하고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지닌 덕장인 동시에 업무 파악 속도가 빠르고 일 처리가 명쾌한 지장으로 소문났다. 본청 정보화관리관으로 재직하면서 ‘K전자세정’을 헝가리와 탄자니아 등에 수출하는 데 기여했다. ‘알기 쉬운 대화형 신고 세금비서’도 최초로 시행했다. 양동구 광주국세청장은 다양한 현장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효율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실무형 리더다. 직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소통의 아이콘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양 청장은 사업자가 전자세금계산서를 쉽게 발급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해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윤종건 대구국세청장은 강한 추진력과 뚝심으로 업무를 리드하는 간부다. 지시 일변도의 업무 스타일을 지양하고 소통과 존중을 바탕으로 한 업무 추진을 지향한다. 본청 복지세정관리단장을 맡아 근로·자녀장려금 자동신청 제도를 최초로 시행해 저소득가구 경제적 지원을 강화하는 데 기여했다. 장일현 부산국세청장은 업무에 열정이 넘치는 공무원이다. 2013년 아시아지역 16개국 국세청장이 참여하는 제43회 아시아국세청장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데 일조했다. 장 청장은 평소 직원들과 탁구를 즐기고 청장실을 직원들에게 개방해 소통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송바우 국세공무원교육원장은 1994년 22세의 나이로 행정고시 38회에 소년급제했다. 서울국세청 조사3국장과 조사1국장, 본청 징세법무국장과 기획조정관을 역임했고 앞으로 장래가 기대되는 유능한 공무원으로 꼽힌다. 업무는 원칙에 따라 빈틈없이 처리하는 동시에 겸손한 성품까지 겸비해 주변의 칭찬이 자자하다.
  • [르포]썬캡·팔토시 무장하고 낫질하는 ‘통계맨’···한해 식량 정책 좌우하는 쌀 생산량 조사 현장

    [르포]썬캡·팔토시 무장하고 낫질하는 ‘통계맨’···한해 식량 정책 좌우하는 쌀 생산량 조사 현장

    “한 손으론 벼 한 모숨을 쥐고 낫을 밖에서 안쪽으로, 사선으로 베어야 합니다.” 지난 18일 황금 논이 끝없이 펼쳐진 경북 상주 합창읍. 귀농 5년차 박상조(45)씨의 논 한가운데가 낫질 몇 번에 민둥산처럼 구멍이 뚫리기 시작했다. 챙이 넓은 모자로 얼굴을 가리고 팔토시와 고무장화로 무장한 채 능숙하게 낫을 휘두르는 사람은 박씨가 아닌 동북지방통계청의 조일섭 농어업조사팀장. 그 옆에선 같은 차림의 이형일 통계청장이 조 팀장의 안내에 따라 고개 숙인 벼를 한 단씩 베어나갔다. 통계청을 책상 앞에서 숫자만 다루는 곳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이날 박씨의 논에서 진행된 ‘2023년 쌀 생산량 조사’에는 최재혁 통계청 농어업통계과장과 유환재 동북지청 농업생산팀장을 비롯한 통계조사원들이 동참했다. 매년 10월 추수철에 실시하는 쌀 생산량 조사는 700여명의 통계청 직원들이 전국 3137개의 표본 필지의 6274개 표본 구역에 파견돼 직접 벼를 베고 낟알을 골라내는 현장 조사다. 이날 조사가 이뤄진 상주를 비롯해 9월 중순 전국에 임의로 표본 필지가 정해지면 통계조사원들은 해당 필지의 경작자에 조사 취지를 설명하고 협조를 구한다. 이 과정에서 경작자가 조사를 거부하거나 연락이 닿지 않는 등 변수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경작자와 좋은 관계를 맺는 것 역시 통계조사원의 업무다.벼를 수확하는 10월이 되면 통계조사원들은 해당 필지에 나가 약 1평(3.3㎡) 안에 심어져있는 벼를 직접 벤다. 한 필지당 표본 구역은 2곳으로, 각 구역에서 수확한 벼를 생산량 조사 전용으로 제작된 소형 탈곡기에 일일이 넣어 낟알만 골라내는 작업을 거친다. 바람을 이용해 채 다 여물지 않은 ‘쭉정이’를 걸러내는 기계 ‘풍구’에 넣으면 상대적으로 무거운 쌀 낟알이 풍구의 양쪽 구멍을 통해 쏟아져 나온다. 실제 농작에서는 트랙터를 이용해 수확과 탈곡을 한 번에 진행하지만 통계청의 경우 중간중간 수확한 볏짚단과 낟알의 무게 등을 기록으로 남겨야 하기에 전 과정이 수작업으로 진행된다. 이후에는 실제 시중에 판매되는 쌀과 동일하게 도정하기 위해 이틀에 걸쳐 수분을 15% 수준으로 건조한다. 껍질을 깎아낸 뒤 1.6㎜의 다 자란 쌀알만 걷어내면 한 표본 필지에서의 쌀알 수확이 끝난다. 이 청장이 큰 소리로 측정한 쌀알 무게를 외치자 다른 편에 선 유 팀장이 조사표에 숫자를 기록했다.해당 생산량을 10a(아르) 단위 면적으로 환산하는 통계청의 수식에 넣은 뒤 고해상도 위성으로 조사한 전국 경지 단위로 계산하면 한 해의 전국 쌀 생산량이 집계된다. 11월마다 공표되는 쌀 생산량 조사를 바탕으로 정부는 그 다음 해의 쌀 수급 청사진을 그린다. 작황이 얼마나 성공적이었는지는 물론, 잉여분을 얼마나 비축할지, 시장 가격을 어떤 방향으로 안정시킬지도 쌀 생산량 통계에 기반해 결정된다. 기획재정부와 농림축산식품부뿐만 아니라, 직접 농사를 짓는 농민들에게도 통계청의 쌀 생산량은 도소매 가격을 좌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추수부터 도정까지 실제 경작과 같은 절차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통계조사원들도 ‘농부의 마음’으로 그해 작황을 분석한다. 최 과장은 “올해 9월이 예상보다 건조하고 해가 잘 들어 당초 예상보다 작황이 좋았다”면서도 “10월 기온이 갑작스럽게 떨어진 영향으로 생산량이 다소 적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 조사에 동참한 이 청장은 “통계청 직원들이 데이터를 하나하나 만들기 위해 어떻게 실측하는지 볼 수 있었다”며 “통계청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올라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외국 금융기관 최소 30곳, 내년 국내 외환시장 뛰어든다

    내년부터 국내에 지점을 두지 않은 외국 금융기관도 국내 외환시장에 직접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최소 30여개의 외국 금융기관이 국내 외환시장에 뛰어들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18일부터 국내 외환시장에 참여할 외국 금융기관들이 외환당국에 등록하는 절차를 공식 시작한다고 밝혔다. 외국 금융기관의 외국환 업무에 관한 지침이 시행된 데 따른 것이다. 기존에는 국내 지점을 설립하거나 국내 금융기관의 고객인 외국 금융기관만 국내 외환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었다. 내년 1월부터는 해외에 있는 외국 금융기관도 외환당국 등록을 완료하면 국내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현물환, 외환 스와프 및 선물환을 거래할 수 있게 된다. 기재부와 한국은행이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11일까지 주요 글로벌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전 수요조사 결과 30여개 기관이 참여 의향을 표명했다. 기재부는 국내 외환시장 전반의 인프라와 외환거래 규제·관행 등 개선 작업도 조속히 추진한다. 주요 외환시장 참여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논의하는 과정에서 발굴한 과제별로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다음달 중으로 외환건전성협의회를 통해 확정할 계획이다.
  • 지방 교육교부금 10조 ‘구멍’… 허리띠 졸라매는 교육청

    역대 최대 규모의 세수 결손으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대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시도교육청마다 재정 운용에 비상이 걸렸다. 17일 전국 시도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교육교부금 감소 규모가 총 10조 5544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기획재정부의 2023 세수 재추계 결과 자산시장 침체와 기업실적 둔화로 내국세가 54조 8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 데 따른 것이다. 시도교육청별로는 경기교육청 교부금 결손액이 2조 3885억원으로 가장 많고 서울시교육청이 9131억원, 경남 8626억원, 경북 7405억원, 전남 6239억원, 충북 5968억원, 전북 5824억원 순이다. 광주시교육청도 3385억원이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런 예상 재정결손액은 학생 1인당 평균 1800만원이다. 강원교육청과 충북교육청은 각각 3300만원, 전남교육청 3200만원, 전북은 2900만원으로 더욱 영향이 크다. 특히,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한 규모로 교부금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교육청마다 교육과정 및 교육활동 지원, 교육환경 개선 사업 추진에 막대한 차질이 우려된다. 더구나 시도교육청은 교부금 결손액을 통합교육재정 안정화 기금에서 끌어다 쓸 예정이나 6개 교육청은 기금으로도 예상 결손액을 메우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교육청은 예상 결손액보다 안정화 기금(지난해 기준)이 6302억원 적었고, 서울시교육청도 4481억원 모자란다. 경북(4034억원), 전남(2011억원), 울산(1142억원), 제주(1207억원)도 안정화 기금 규모가 예산 결손액보다 적다. 전북도교육청은 대처 방안으로 긴요하지 않은 재정수요는 최대한 억제한다는 방침이다. 또 성과가 미흡한 사업은 축소 또는 폐지하는 등 사업 타당성을 면밀하게 분석해 가혹한 예산 조정에 나설 방침이다. 법정·의무지출을 제외한 사업비 집행에 대해서도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광주시교육청 관계자는 “정부의 긴축재정으로 3000억원가량의 교부금을 지원받지 못해 어렵게 회계를 운용하는 실정”이라며 “내년에도 예산 감축 기조가 이어지면 큰 타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유·초·중·고교에 활용되는 예산으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제3조에 따라 내국세의 20.79%와 교육세 일부로 조성된다.
  • [단독] “文정부 R&amp;D 예산 3배 늘었지만 집행 실적은 부진”

    [단독] “文정부 R&amp;D 예산 3배 늘었지만 집행 실적은 부진”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연구개발(R&D) 예산의 증가폭이 직전 같은 기간에 비해 3배 넘게 확대됐지만 집행 실적은 부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이 기간 일본, 중국 등 주요국 대비 기술 경쟁력이 후퇴해 R&D 예산의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의 R&D 예산은 2017~2022년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19조 4615억원에서 29조 7770억원으로 10조 3155억원 증가했다. 2012~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직전 5년간 3조 4371억원 증가한 데 비해 증가폭이 3배 이상 늘어났다. 하지만 정부의 R&D 예산을 지원받은 기관은 예산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남겼다. 2022 회계연도 국회예산결산특별위 전문위원 검토 보고를 보면 R&D 예산 관리를 위해 만들어진 연구비통합관리 시스템상 지난해 R&D 전문기관이 받은 정부 출연금 16조 3450억원 중 2조 5463억원(15.58%)이 미집행 잔액으로 남았다. 특히 기업 연구소 중심의 실용 연구와 관련한 정부 출연금의 경우 8조 1865억원 가운데 2조 5228억원(30.82%)이 미집행됐다. R&D 예산은 늘었지만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좁혀지고 일본과의 격차는 벌어지는 등 예산 효과는 크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의 기술수준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과학기술 수준을 100%로 봤을 때 한국은 2018년 76.9%에서 2020년 80.1%로 3.2% 포인트 증가했다. 중국은 2018년 76.0%에서 2020년 80.0%로 성장하며 한국과의 격차를 0.9% 포인트에서 0.1% 포인트로 좁혔다. 2018년 한국보다 5.8% 포인트 높았던 일본은 2020년 격차를 7.2% 포인트로 벌렸다. 송 의원은 “철저한 검증을 통해 국가 성장동력을 창출할 수 있는 혁신사업 중심의 R&D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 배추·천일염 최대 50% 싸게 판다

    배추·천일염 최대 50% 싸게 판다

    정부가 배추·천일염·수입과일 등 다양한 먹거리를 아우르는 물가 대응방안을 17일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중동 정세 불안 등으로 또다시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민생물가 안정에 모든 부처가 만전을 기해 달라”고 지시한 지 하루 만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민생·물가안정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달 들어 기온이 급격히 낮아지면서 채소류의 가격 하락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며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우선 김장철을 앞두고 이번 주부터 2주간 배추 총 2200t을 집중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으로 품귀 현상을 빚었던 천일염은 이달 말부터 1000t 물량에 한해 50% 할인된 금액으로 시중에 공급될 예정이다. 배추·대파·사과 등 12개 품목 농산물에 대해선 19일부터 최대 30% 할인을 지원한다.
  • 피치, 한국 신용등급 ‘AA-’ 유지… 전망도 ‘안정적’

    피치, 한국 신용등급 ‘AA-’ 유지… 전망도 ‘안정적’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17일 올해 하반기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로 유지했다. 국가신용등급 전망도 ‘안정적’으로 평가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글로벌 거시경제・금융시장의 높은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발표된 금번 결과에서 피치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이같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피치는 2012년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에서 ‘AA-’로 상향 조정한 뒤 11년 동안 같은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피치는 이번 신용등급 평가에서 재정 분야에 대한 정부의 개선 조치를 긍정 평가했다. ‘양호한 대외건전성’, ‘거시경제 회복력’, ‘수출 부문의 역동성’도 한국 경제의 강점으로 언급했다. 피치는 올해 초까지 국가부채의 빠른 증가 등을 이유로 한국의 신용등급 전망에 대해 우려를 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재정건전화 노력을 평가하며 내년 정부 예산안에 대해서도 “건전재정 운용을 유지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며 지지 입장을 표명했다. 다만 피치는 ‘고령화에 따른 구조적 문제’, ‘북한 등 지정학적 위험’ 등을 등급 산정시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피치는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1.0%, 내년은 2.1% 전망했다. 앞서 피치가 지난 9월 한국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각각 1.2%, 2.5%에서 1.0%, 2.1%로 하향 조정했는데, 이번 신용등급 평가에서 해당 전망치를 활용했다고 기재부는 설명했다. 피치는 이번 평가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의 성장세가 회복되고, 정부의 재정 건전화 노력에 힘입어 재정적자 수준도 지속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재부는 “피치 등과 수시로 소통하며 대외신인도 유지・강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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