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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원시험 가산점제 위헌제청

    대전지법 행정부(부장 신귀섭)는 13일 교원시험 응시자 가운데 응시지역 사범대학 및 교원대 졸업자로서 교원경력이 없는 사람에게 10% 이내의 가산점을 주도록 한 교육공무원법 11조2의 관련조항에 대해 “평등권과 공무담임권을 제한한다.”며 위헌제청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재판부는 아울러 국가유공자와 5·18민주유공자, 독립유공자 등 각종 유공자나 그 자녀가 교원임용 시험에 응시하면 10% 이내의 가산점을 주도록 한 관련 법률 규정에 대해서도 위헌제청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공무원 임용시험의 가산점은 경쟁관계에 놓인 응시자 중 특정 집단만 우대함으로써 능력주의나 기회균등원칙에 저촉될 위험이 크므로 합헌 여부를 엄격히 심사해야 한다.”면서 “가산점이 응시자의 능력과 무관한 기준에 의해 부여된다면 원칙적으로 불허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교육공무원법에 대해 “지역가산점 제도는 특정 대학 출신자들이 그 지역 교직을 독차지하게 해 교육의 다양성을 저해하고 타 지역 우수교사의 임용을 제한하게 된다.”면서 “비사범대 출신자가 사범대 출신자보다 소명감이나 자질이 떨어진다는 것은 근거도 없고 교원경력자가 비경력자보다 차별받을 이유도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각종 유공자 예우 법률에 대해서도 “입법목적에는 찬성하나, 교원임용 시험의 합격선이 치열한 경쟁으로 거의 만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10%라는 가산점은 지나치다는 의문이 든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12월에도 2005학년도 중등교사 임용시험 응시자 등 4300명이 국가유공자 예우법과 독립유공자 예우법,5·18민주화유공자 예우법 등에 대해 공무담임권과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낸 바 있다.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논술이 술술] 시사 키워드/3不정책

    [논술이 술술] 시사 키워드/3不정책

    6월 국회에서는 이른바 ‘3불(不)정책’을 놓고 의원들이 설전을 벌일 전망이다.3불정책이란 고교등급제와 기여입학제, 본고사를 금지하는 정책이다. 최근 입시제도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자 한나라당이 대입제도 개선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교육계의 뜨거운 현안인 대입제도를 둘러싼 논쟁이 여의도 정치현장의 공방 대상이 된 것이다. 한나라당은 ‘3불정책’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내놓을 대입제도 개선안은 대학의 자율성을 강화하는 쪽이 될 것으로 보인다.2012년부터 대학에 학생선발 자율권을 완전히 주고 기여입학제와 본고사, 고교등급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른바 ‘3무(無)정책’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여당은 절대 양보하지 않겠다는 자세다. 한나라당이 발의하더라도 상임위에서 통과시켜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여당보다 더 강한 태도로 3불정책을 지지하고 있다. 최순영 의원은 3불정책을 입법화하는 법률개정안을 최근 내놓았다. ●본고사 도입 논란 본고사는 대학마다 다른 주관식·서술식 시험 문제로 응시생들 해결과정을 보아 능력을 평가한다는 취지의 제도다. 본고사를 찬성하는 쪽에서는 대학이 자율적으로 원하는 인재를 뽑기 위한 제도라고 주장한다. 수능시험만으로는 실력을 가늠하기 어렵고, 고교간 학력 차이가 나는 현실에서 대학 자체적인 선발 수단을 줘야 한다는 것이 다. 또한 교육의 소비자인 학생과 학부모에게는 학교 선택권을 주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본고사 도입을 반대하는 쪽에서는 가장 큰 이유로 본고사가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점을 든다. 또한 본고사를 도입하면 수능시험과 내신외에 또하나의 부담을 학생들에게 지운다는 것이다. 결국 본고사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려면 사교육에 의존하려 할 것이고 사교육비를 댈 수 없는 농어촌 지역이나 저소득층 국민들은 위화감을 느끼게 된다. 소위 명문대에 들어가려는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고 부유층 자녀들의 명문대 입학 길을 넓혀줌으로써 사회격차를 더 벌리게 된다. 본고사 반대론자들은 따라서 본고사 부활은 기득권을 가진 계층의 부와 권력의 세습을 위한 것이라고까지 말한다. 이에 대한 본고사부활론자들은 본고사가 폐지된 뒤에도 사교육이 줄어들지 않았다고 반박한다. 또한 고교평준화의 뒤를 이은 본고사 폐지는 하향 획일적인 인간을 만들 뿐이라고 한다. ●기여입학제 찬반론 기여입학제란 학교에 물질을 무상으로 기부해 재정적 도움을 준 경우나 대학의 설립 또는 발전에 비물질적으로 기여한 공로가 있는 사람의 직계자손을 대학이 정하는 기준과 방법에 따라 입학시켜주는 제도이다. 기여입학제에 반대하는 중요한 이유는 부모의 사회경제적 능력·배경에 따라 자식의 입학 여부가 결정되므로 이는 헌법 제31조 1항에 규정된 교육의 기회균등과 평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또 부유층과 빈곤층의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찬성하는 쪽에서는 기여입학제 때문에 다른 학생들이 입학할 기회를 침해하지는 않되 대학에서 공부할 능력을 갖춘 사람들만 정원외 특별전형으로 선발한다면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기여입학제로 대학의 재정이 풍부해진다면 심각한 사학의 재정난을 해소하고 교육환경을 개선하는데 보탬이 될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운다. 또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더 많은 장학금을 줄 수 있을 것이어서 위화감 조성보다는 실질적인 평등과 계층간 융화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한 설문조사에서는 ‘돈과 입학을 맞바꿔 부에 이어 학벌까지 세습하는 것으로 반대한다.’는 의견이 70.3%로 나타났다. ●고교등급제 마찰 고교등급제란 학교에 따라 존재한다는 학력의 차이를 대입에서 반영하는 제도다. 고교등급제 반대론자들은 등급제가 고교 서열화를 부추기면서 학교간 경쟁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말한다. 또 학교별로 등급이 매겨질 경우 같은 학교를 졸업했다는 이유로 연좌제식으로 같은 등급을 받는 것도 불합리하다고 한다. 결국은 과거와 같은 일류고병이 되살아나 지역갈등, 위화감, 부의 세습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학교등급을 정할 경우 낮은 등급의 학교에서도 얼마든지 뛰어난 학생이 있을 수 있는데 학교등급 때문에 낮은 평가를 받는 억울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반대 이유로 든다. 고교등급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쪽은 서울과 지방, 강남과 강북 등 학교의 위치에 따라 학생들의 실력 차이가 나므로 내신 1등급이라고 해서 같은 등급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학생들의 실력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나는 고등학교는 실력 차이를 입시에 반영해 주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대학의 자율선발과 사교육 폐단 본고사와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는 모두 대학에 학생선발에 관한 자율권을 얼마나 주느냐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대학의 자율권은 보장되어야 한다. 다만 어느 선까지 인정하느냐하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이는 또 평준화정책과도 맞물려 있다. 고교등급제를 인정하고 본고사를 부활한다면 사실상 평준화를 부인하는 것이 된다. 고교 평준화가 시행된 지 30년이 다 됐지만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다만 고등학교의 학생선발 자율권을 부인한 평준화정책에 문제점이 있다는 것은 인정돼 보완책이 마련되고 있다. 특수목적고와 자립형 사립고와 같은 제도들이다. 당국이 자율권을 100% 보장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교육 비대화 때문이다. 일류고등학교와 명문대학에 보내려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사교육비를 투자하게 될 것이다. 현재의 상태에서도 사교육 규모는 줄어들 줄 모르고 있다. 따라서 정부 입장에서는 3불정책을 유지하면서 보완책을 시행하는 것으로 사교육이 더 커지는 것을 막으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미봉책으로 100년 대계, 교육을 언제까지 땜질할 수는 없다. 학교의 공교육을 정상화시켜서 언젠가 학교에 자율권을 되돌려줘야 할 것이다. 손성진기자 sonsj@seoul.co.kr
  • [수도이전 논란] 대전공청회“인구 빨아들이는 블랙홀 되지 않게”

    12일 대전에서 열린 신행정수도 첫 전국 순회 공청회에서 수도 유치를 바라는 충청지역 민심을 반영하듯 건설의 타당성을 지적하는 의견이 많았다. ●“신행정수도를 관광자원화해야” 김동완 충남도 기획관리실장은 “프랑스 파리가 ‘퐁피두센터’를 지어 하루 2만 5000명의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처럼 도시 자체를 관광자원화할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김 실장은 “후보지의 토지거래가 줄어들고 있는데도 부동산업자들이 얘기하는 호가 중심으로 가격상승을 과장보도,행정수도 건설비가 천문학적으로 증가하는 것처럼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한 뒤 “3군본부가 있는 계룡대 등 국방관련 기관의 이전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충남발전연구원 송두범 박사는 “신행정수도는 정치행정의 중심도시로,대전은 신행정수도 배후도시로,천안·아산·연기·공주·논산은 문화·관광·국방 등 전문화된 도시로 상호보완적·유기적 협력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종남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행정수도 건설에는 공감하지만 환경이나 생태계 부분의 가중치가 낮고 문화적 요소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면서 “지금의 자연환경을 최대한 살려 친환경도시로 건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숙 충남대 교수는 “주거환경을 저밀도로 만들고 교통체계와 주차공간 등 각종 도시 시스템을 인간 중심으로 건설해야 한다.”면서 “신행정수도가 대전,천안,청주 등 주변 도시의 인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지 않도록 이들 도시와의 네트워크도 잘 살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헌법소원에는 불만의 목소리 공청회에서 수도이전의 타당성이 집중거론된 것과 동시에 이날 특별법의 위헌여부를 묻는 헌법소원이 제기된 것에 대해서는 충청 지역 지자체,의회,시민단체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충남도의회 임상전 행정수도추진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신행정수도 건설 추진은 대통령 공약사업이며 국회의 동의를 얻어 특별법까지 만들어 추진되는 정책적으로 결정된 국가의 대사업”이라며 “이를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낸 것은 균형개발을 무시한 서울의 특권층을 비호하는 반국가적이며 반역적인 사고”라고 주장했다.충북도 이두영 지방분권국민운동 집행위원장은 “신행정수도 건설이 수도권 주민들의 참정권 침해라고 주장하는데 그렇다면 충청권 주민들의 참정권도 존중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박한 뒤 “지난 30∼40년간의 천문학적 세금이 수도권에 집중됐던 것은 충청권의 기회균등과 평등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충북도의회도 성명을 내고 “신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발목잡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고 “특별법 통과 당시와 지금을 비교해 볼때 달라진 것이 없는데도 이제와서 헌법소원을 내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수도이전 논란] 대전공청회“인구 빨아들이는 블랙홀 되지 않게”

    12일 대전에서 열린 신행정수도 첫 전국 순회 공청회에서 수도 유치를 바라는 충청지역 민심을 반영하듯 건설의 타당성을 지적하는 의견이 많았다. ●“신행정수도를 관광자원화해야” 김동완 충남도 기획관리실장은 “프랑스 파리가 ‘퐁피두센터’를 지어 하루 2만 5000명의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처럼 도시 자체를 관광자원화할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김 실장은 “후보지의 토지거래가 줄어들고 있는데도 부동산업자들이 얘기하는 호가 중심으로 가격상승을 과장보도,행정수도 건설비가 천문학적으로 증가하는 것처럼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한 뒤 “3군본부가 있는 계룡대 등 국방관련 기관의 이전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충남발전연구원 송두범 박사는 “신행정수도는 정치행정의 중심도시로,대전은 신행정수도 배후도시로,천안·아산·연기·공주·논산은 문화·관광·국방 등 전문화된 도시로 상호보완적·유기적 협력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종남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행정수도 건설에는 공감하지만 환경이나 생태계 부분의 가중치가 낮고 문화적 요소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면서 “지금의 자연환경을 최대한 살려 친환경도시로 건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숙 충남대 교수는 “주거환경을 저밀도로 만들고 교통체계와 주차공간 등 각종 도시 시스템을 인간 중심으로 건설해야 한다.”면서 “신행정수도가 대전,천안,청주 등 주변 도시의 인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지 않도록 이들 도시와의 네트워크도 잘 살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헌법소원에는 불만의 목소리 공청회에서 수도이전의 타당성이 집중거론된 것과 동시에 이날 특별법의 위헌여부를 묻는 헌법소원이 제기된 것에 대해서는 충청 지역 지자체,의회,시민단체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충남도의회 임상전 행정수도추진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신행정수도 건설 추진은 대통령 공약사업이며 국회의 동의를 얻어 특별법까지 만들어 추진되는 정책적으로 결정된 국가의 대사업”이라며 “이를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낸 것은 균형개발을 무시한 서울의 특권층을 비호하는 반국가적이며 반역적인 사고”라고 주장했다.충북도 이두영 지방분권국민운동 집행위원장은 “신행정수도 건설이 수도권 주민들의 참정권 침해라고 주장하는데 그렇다면 충청권 주민들의 참정권도 존중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박한 뒤 “지난 30∼40년간의 천문학적 세금이 수도권에 집중됐던 것은 충청권의 기회균등과 평등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충북도의회도 성명을 내고 “신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발목잡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고 “특별법 통과 당시와 지금을 비교해 볼때 달라진 것이 없는데도 이제와서 헌법소원을 내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헌재결정문 요지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주선회 재판관)는 2004년 5월14일 대통령(노무현)에 대한 탄핵심판청구를 기각하였다. I.탄핵소추의 적법여부 1.국회에서의 충분한 조사 및 심사가 결여되었다는 주장에 관하여 물론,국회가 탄핵소추를 하기 전에 소추사유에 관하여 충분한 조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국회법 규정에 의하면 조사의 여부를 국회의 재량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이 사건에서 국회가 별도의 조사를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하였다고 할 수 없다. 2.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되었다는 주장에 관하여 피청구인은 “이 사건 탄핵소추를 함에 있어서 청구인은 피청구인에게 혐의사실을 정식으로 고지하지도 않았고 의견제출의 기회도 부여하지 않았으므로 적법절차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피청구인이 주장하는 ‘적법절차원칙’이란,국가공권력이 국민에 대하여 불이익한 결정을 하기에 앞서 국민은 자신의 견해를 진술할 기회를 가짐으로써 절차의 진행과 그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는 법원리를 말한다.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국회의 탄핵소추절차는 국회와 대통령이라는 헌법기관 사이의 문제이고,국회의 탄핵소추의결에 의하여 사인으로서의 대통령의 기본권이 침해되는 것이 아니라,국가기관으로서의 대통령의 권한행사가 정지되는 것이다.따라서 국가기관이 국민과의 관계에서 공권력을 행사함에 있어서 준수해야 할 법원칙으로서 형성된 ‘적법절차의 원칙’을 국가기관에 대하여 헌법을 수호하고자 하는 ‘탄핵소추절차’에는 직접 적용할 수 없다고 할 것이고,그 외 달리,탄핵소추절차와 관련하여 피소추인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할 것을 요청하는 명문의 규정이 없으므로,국회의 탄핵소추절차가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되었다는 주장은 이유없다. 3.그 외 탄핵소추가 부적법하다는 주장도 이유없다. Ⅱ.헌법 제65조의 탄핵심판절차의 본질 헌법 제65조는 집행부와 사법부의 고위공직자에 의한 헌법위반이나 법률위반에 대하여 탄핵소추의 가능성을 규정함으로써,그들에 의한 헌법위반을 경고하고 사전에 방지하는 기능을 하며,국민에 의하여 국가권력을 위임받은 국가기관이 그 권한을 남용하여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하는 경우에는 다시 그 권한을 박탈하는 기능을 한다.공직자가 직무수행에 있어서 헌법에 위반한 경우 그에 대한 법적 책임을 추궁함으로써,헌법의 규범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탄핵심판절차의 목적과 기능인 것이다. 헌법 제65조는 탄핵소추의 사유를 ‘헌법이나 법률에 대한 위배’로 명시함으로써 탄핵절차를 정치적 심판절차가 아니라 규범적 심판절차로 규정하였고,이에 따라 탄핵소추의 목적이 ‘정치적 이유가 아니라 법위반을 이유로 하는’ 대통령의 파면임을 밝히고 있다. Ⅲ.대통령이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했는지의 여부 아래에서는 국회 탄핵소추의결서에서 기재된 소추사유를 유형별로 나누어,각 헌법이나 법률의 위반 여부를 살펴보기로 한다. 1.2004년 2월18일 경인지역 6개 언론사와의 기자회견,2004년 2월24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기자회견에서 특정 정당을 지지한 행위가 공선법 제9조의 ‘공무원의 중립의무’에 위반했는지의 여부 가.대통령도 ‘선거에서의 중립의무’를 지는 공무원인지에 관하여 (1)선거에서의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는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공무원의 지위를 규정하는 헌법 제7조 제1항,자유선거원칙을 규정하는 헌법 제41조 제1항 및 제67조 제1항 및 정당의 기회균등을 보장하는 헌법 제116조 제1항으로부터 나오는 헌법적 요청이다.공선법 제9조는 이러한 헌법적 요청을 구체화하고 실현하는 법규정이다. (2)따라서 공선법 제9조의 ‘공무원’이란,위 헌법적 요청을 실현하기 위하여 선거에서의 중립의무가 부과되어야 하는 모든 공무원 즉,구체적으로 ‘자유선거원칙’과 ‘선거에서의 정당의 기회균등’을 위협할 수 있는 모든 공무원을 의미한다.그런데 사실상 모든 공무원이 그 직무의 행사를 통하여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므로,여기서의 공무원이란 원칙적으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모든 공무원 즉,좁은 의미의 직업공무원은 물론이고,적극적인 정치활동을 통하여 국가에 봉사하는 정치적 공무원을 포함한다. (3)다만,국회의원과 지방의회의원은 정당의 대표자이자 선거운동의 주체로서의 지위로 말미암아 선거에서의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될 수 없으므로,공선법 제9조의 ‘공무원’에 해당하지 않는다.국가의 중립의무에 의하여 보장된 ‘정당간의 자유경쟁’에서 국회의원은 정당의 대표자로서 선거운동의 주역으로 활동하게 되는 것이다. (4)따라서 선거에 있어서의 정치적 중립성은 행정부와 사법부의 모든 공직자에게 해당하는 공무원의 기본적 의무이다.더욱이,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공정한 선거가 실시될 수 있도록 총괄·감독해야 할 의무가 있으므로,당연히 선거에서의 중립의무를 지는 공직자에 해당하는 것이고,이로써 공선법 제9조의 ‘공무원’에 포함된다. 나.이 사건의 경우,대통령의 발언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에 위반되는지에 관하여 (1)여기서 문제되는 기자회견에서의 대통령의 발언은 공직자의 신분으로서 직무수행의 범위 내에서 또는 직무수행과 관련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보아야 한다. (2)대통령이 특정 정당을 일방적으로 지지하는 발언을 함으로써 국민의 의사형성과정에 영향을 미친다면,정당과 후보자들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기초로 하는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형성과정에 개입하여 이를 왜곡시키는 것이며,동시에 지난 수년 간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하여 꾸준히 지속해 온 정당과 후보자의 정치적 활동의 의미를 반감시킴으로써 의회민주주의를 크게 훼손시키는 것이다.그런데 이 부분 대통령의 발언은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반복하여 특정 정당에 대한 자신의 지지를 적극적으로 표명하고,나아가 국민들에게 직접 그 정당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내용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선거에 임박한 시기이기 때문에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이 어느 때보다도 요청되는 때에,공정한 선거관리의 궁극적 책임을 지는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전 국민을 상대로,대통령직의 정치적 비중과 영향력을 이용하여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발언을 한 것은,대통령의 지위를 이용하여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이로써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한 것이므로,선거에서의 중립의무를 위반하였다. 2.기자회견에서 특정 정당을 지지한 행위가 공무원의 선거운동금지를 규정하는 공선법 제60조에 위반되는지의 여부 공선법 제58조 제1항은 ‘당선’의 기준을 사용하여 ‘선거운동’의 개념을 정의함으로써,‘후보자를 특정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선거운동의 요건으로 삼고 있다.그러나 이 사건의 발언이 이루어진 시기인 2004년 2월18일과 2004년 2월24일에는 아직 정당의 후보자가 결정되지 아니하였으므로,후보자의 특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발언을 한 것은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뿐만 아니라,여기서 문제되는 대통령의 발언들은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의 형식으로 수동적이고 비계획적으로 행해진 점을 감안한다면,대통령의 발언에 선거운동을 향한 능동적 요소와 계획적 요소를 인정할 수 없고,이에 따라 선거운동의 성격을 인정할 정도로 상당한 목적의사가 있다고 볼 수 없다.그렇다면 피청구인의 발언이 특정 후보자나 특정 가능한 후보자들을 당선 또는 낙선시킬 의도로 능동적·계획적으로 선거운동을 한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 3.그 외 총선과 관련한 발언으로서,2003년 12월19일 ‘리멤버 1219’ 행사에서의 발언,2003년 12월24일 전직 비서관과의 청와대 오찬에서의 발언,2004년 1월14일 연두기자회견에서의 발언,2004년 2월5일 강원지역 언론인 간담회에서의 발언 등은 모두,허용되는 정치적 의견표명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서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다. 4.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법위반 결정에 대한 대통령의 행위 ‘헌법을 준수하고 수호해야 할 의무’가 이미 법치국가원리에서 파생되는 지극히 당연한 것임에도,헌법은 국가의 원수이자 행정부의 수반이라는 대통령의 막중한 지위를 감안하여 제66조 제2항 및 제69조에서 이를 다시 한번 강조하고 있다.이러한 헌법의 정신에 의한다면,대통령은 국민 모두에 대한 ‘법치와 준법의 상징적 존재’인 것이다. 청와대 홍보수석이 발표한 내용은 그 취지에 있어서,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결정에 대하여 유감을 표명하면서,현행 선거법을 ‘관권선거시대의 유물’로 폄하한 것이라 할 수 있다.그러나 대통령이 현행법을 ‘관권선거시대의 유물’로 폄하하고 법률의 합헌성과 정당성에 대하여 대통령의 지위에서 공개적으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헌법과 법률을 준수해야 할 의무와 부합하지 않는다.물론,대통령도 정치인으로서 현행 법률의 개선방향에 관한 입장과 소신을 피력할 수는 있으나,어떠한 상황에서,어떠한 연관관계에서 법률의 개정에 관하여 논의하는가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대통령이 선거법위반행위로 말미암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경고를 받는 상황에서 그에 대한 반응으로서 현행 선거법을 폄하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법률을 존중하는 태도라고 볼 수 없는 것이다. 모든 공직자의 모범이 되어야 하는 대통령의 이러한 언행은 법률을 존중하고 준수해야 하는 다른 공직자의 의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나아가 국민 전반의 준법정신을 저해하는 효과를 가져오는 등 법치국가의 실현에 있어서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대통령 스스로가 법을 존중하고 준수하지 않는다면,다른 공직자는 물론,국민 누구에게도 법의 준수를 요구할 수 없는 것이다. 결론적으로,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현행법의 정당성과 규범력을 문제삼는 행위는 법치국가의 정신에 반하는 것이자,헌법을 수호해야 할 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5.2003년 10월13일 재신임 국민투표를 제안한 행위 헌법 제72조는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고 규정하여 대통령에게 국민투표 부의권을 부여하고 있다.국민투표는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사안에 대한 결정’ 즉,특정한 국가정책이나 법안을 그 대상으로 한다.따라서 국민투표의 본질상 ‘대표자에 대한 신임’은 국민투표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우리 헌법에서 대표자의 선출과 그에 대한 신임은 단지 선거의 형태로써 이루어져야 한다.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재신임을 국민투표의 형태로 묻고자 하는 것은 헌법 제72조에 의하여 부여받은 국민투표부의권을 위헌적으로 행사하는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국민투표제도를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정치적 도구로 남용해서는 안 된다는 헌법적 의무를 위반한 것이다.물론,대통령이 위헌적인 재신임 국민투표를 단지 제안만 하였을 뿐 강행하지는 않았으나,헌법상 허용되지 않는 재신임 국민투표를 국민들에게 제안한 것은 그 자체로서 헌법 제72조에 반하는 것으로 헌법을 실현하고 수호해야 할 대통령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6.대통령이 2003년 4월25일 국회 인사청문회가 고영구 국가정보원장에 대하여 부적격 판정을 하였음에도 이를 수용하지 아니한 행위,2003년 9월3일 국회가 행정자치부장관 해임결의안을 의결하였음에도 이를 즉시 수용하지 아니한 행위는 헌법이 규정하는 권력분립구조 내에서의 대통령의 정당한 권한행사에 해당하거나 또는 헌법규범에 부합하는 것이며,국회에 대한 비하적 발언은 정치적 비난의 대상이 될 수는 있을지언정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한 것은 아니다. 7.대통령 측근의 권력형 부정부패 가.헌법 제65조 제1항은 ‘대통령…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라고 하여,탄핵사유의 요건을 ‘직무’집행으로 한정하고 있으므로,위 규정의 해석상 대통령의 직위를 보유하고 있는 상태에서 범한 법위반행위만이 소추사유가 될 수 있다. 나.썬앤문 및 대선캠프 관련 불법정치자금 수수 등에 관하여 이 부분 소추사유들은 피청구인이 2003년 2월25일 대통령으로 취임하기 전에 일어난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어서 대통령으로서의 직무집행과 무관함이 명백하므로 나아가 피청구인이 그러한 불법자금 수수 등에 관여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를 살필 것 없이 탄핵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측근비리에 관하여 이 부분 소추사유 중 피청구인이 대통령으로 취임한 후에 일어난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은,최도술이 청와대 총무비서관으로 재직하는 동안 삼성 등으로부터 4억 700만원을 수수하였다는 부분,안희정이 2003년 3월부터 같은 해 8월까지 10억원의 불법자금을 수수하였다는 부분,여택수 및 양길승에 관한 부분이다. 그러나 이 사건 변론절차에서 현출된 모든 증거에 의하더라도 피청구인이 위 최도술 등의 불법자금 수수 등의 행위를 지시·방조하였다거나 기타 불법적으로 관여하였다는 사실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이를 전제로 한 이 부분 소추사유는 이유없다. 8.불성실한 직책수행과 경솔한 국정운영으로 인한 정국의 혼란 및 경제파탄 헌법 제69조는 대통령의 취임선서의무를 규정하면서,대통령으로서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의무’를 언급하고 있다.비록 대통령의 ‘성실한 직책수행의무’는 헌법적 의무에 해당하나,‘헌법을 수호해야 할 의무’와는 달리,규범적으로 그 이행이 관철될 수 있는 성격의 의무가 아니므로,원칙적으로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헌법 제65조 제1항은 탄핵사유를 ‘헌법이나 법률에 위배한 때’로 제한하고 있고,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절차는 법적인 관점에서 단지 탄핵사유의 존부만을 판단하는 것이므로,이 사건에서 청구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정치적 무능력이나 정책결정상의 잘못 등 직책수행의 성실성여부는 그 자체로서 소추사유가 될 수 없어,탄핵심판절차의 판단대상이 되지 아니한다. 9.소결론:법위반이 인정되는 대통령의 행위 (가)대통령의 2004년 2월18일 경인지역 6개 언론사와의 기자회견에서의 발언,2004년 2월24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대통령 기자회견에서의 발언은 공선법 제9조의 공무원의 중립의무에 위반하였다. (나)2004년 3월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법 위반결정에 대한 대통령의 행위는 법치국가이념에 위반되어 대통령의 헌법수호의무에 위반하였고,2003년 10월13일 대통령의 재신임 국민투표 제안행위는 헌법 제72조에 반하는 것으로 헌법수호의무에 위반하였다. Ⅳ.대통령을 파면할 것인지의 여부 1.헌법재판소법은 제53조 제1항에서 “탄핵심판청구가 이유 있는 때에는 헌법재판소는 피청구인을 당해 공직에서 파면하는 결정을 선고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위 규정은 헌법 제65조 제1항의 탄핵사유가 인정되는 모든 경우에 자동적으로 파면결정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문리적으로 해석할 수 있으나,직무행위로 인한 모든 사소한 법위반을 이유로 파면을 해야 한다면,이는 피청구인의 책임에 상응하는 헌법적 징벌의 요청 즉,법익형량의 원칙에 위반된다.따라서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1항의 ‘탄핵심판청구가 이유 있는 때’란,모든 법위반의 경우가 아니라,단지 공직자의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법위반의 경우를 말한다. 2.한편,대통령에 대한 파면결정은,국민이 선거를 통하여 대통령에게 부여한 ‘민주적 정당성’을 임기 중 다시 박탈하는 효과를 가지며,직무수행의 단절로 인한 국가적 손실과 국정 공백은 물론이고,국론의 분열현상 즉,대통령을 지지하는 국민과 그렇지 않은 국민간의 분열과 반목으로 인한 정치적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대통령에 대한 파면효과가 이와 같이 중대하다면,파면결정을 정당화하는 사유도 이에 상응하는 중대성을 가져야 한다. 3.‘대통령을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 법위반이 어떠한 것인지’에 관하여 일반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나,대통령의 직을 유지하는 것이 더 이상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거나 대통령이 국민의 신임을 배신하여 국정을 담당할 자격을 상실한 경우에 한하여,대통령에 대한 파면결정은 정당화되는 것이다. 4.그런데 이 사건에서 인정되는 대통령의 법위반이 헌법질서에 미치는 효과를 종합하여 본다면,대통령의 구체적인 법위반행위에 있어서 헌법질서에 역행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사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위협으로 평가될 수 없다. 따라서 파면결정을 통하여 헌법을 수호하고 손상된 헌법질서를 다시 회복하는 것이 요청될 정도로,대통령의 법위반행위가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없고,또한 대통령에게 부여한 국민의 신임을 임기 중 다시 박탈해야 할 정도로 국민의 신임을 저버린 경우에 해당한다고도 볼 수 없으므로,대통령에 대한 파면결정을 정당화하는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 5.마지막으로,대통령의 권한과 정치적 권위는 헌법에 의하여 부여받은 것이며,헌법을 경시하는 대통령은 스스로 자신의 권한과 권위를 부정하고 파괴하는 것이다. 특히,짧은 민주정치의 역사 속에서 국민의 헌법의식이 이제야 비로소 싹트기 시작하였고 헌법을 존중하는 자세가 아직 국민 일반의 의식에 확고히 자리를 잡지 못한 오늘의 상황에서,헌법을 수호하고자 하는 대통령의 확고한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대통령은 ‘법치와 준법의 상징적 존재’로서 자신 스스로가 헌법과 법률을 존중하고 준수해야 함은 물론이고,다른 국가기관이나 일반 국민의 위헌적 또는 위법적 행위에 대하여 단호하게 나섬으로써 법치국가를 실현하고 궁극적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수호하기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Ⅴ.결론 1.이 심판청구는 탄핵결정에 필요한 재판관 수의 찬성을 얻지 못하였으므로,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헌법재판소법 제34조 제1항,제36조 제3항에 따라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2.헌법재판소법 제34조 제1항에 의하면 헌법재판소 평의는 공개하지 아니하도록 되어 있다.그러므로 개별 재판관의 의견을 결정문에 표시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평의의 비밀에 대해 예외를 인정하는 특별규정이 있어야만 가능한데,탄핵심판에 관해서는 평의의 비밀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는 법률규정이 없다.따라서 이 탄핵심판사건에 관해서도 재판관 개개인의 개별적 의견 및 그 의견의 수 등을 결정문에 표시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위의 견해에 대하여,‘동법 제36조 제3항은 탄핵심판에 있어 의견을 표시할지 여부를 관여한 재판관의 재량판단에 맡기는 의미로 해석해야 할 것이므로 반대의견도 표시할 수 있다.’는 견해가 있었다.
  • 헌재결정문 요지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주선회 재판관)는 2004년 5월14일 대통령(노무현)에 대한 탄핵심판청구를 기각하였다. I.탄핵소추의 적법여부 1.국회에서의 충분한 조사 및 심사가 결여되었다는 주장에 관하여 물론,국회가 탄핵소추를 하기 전에 소추사유에 관하여 충분한 조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국회법 규정에 의하면 조사의 여부를 국회의 재량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이 사건에서 국회가 별도의 조사를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하였다고 할 수 없다. 2.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되었다는 주장에 관하여 피청구인은 “이 사건 탄핵소추를 함에 있어서 청구인은 피청구인에게 혐의사실을 정식으로 고지하지도 않았고 의견제출의 기회도 부여하지 않았으므로 적법절차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피청구인이 주장하는 ‘적법절차원칙’이란,국가공권력이 국민에 대하여 불이익한 결정을 하기에 앞서 국민은 자신의 견해를 진술할 기회를 가짐으로써 절차의 진행과 그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는 법원리를 말한다.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국회의 탄핵소추절차는 국회와 대통령이라는 헌법기관 사이의 문제이고,국회의 탄핵소추의결에 의하여 사인으로서의 대통령의 기본권이 침해되는 것이 아니라,국가기관으로서의 대통령의 권한행사가 정지되는 것이다.따라서 국가기관이 국민과의 관계에서 공권력을 행사함에 있어서 준수해야 할 법원칙으로서 형성된 ‘적법절차의 원칙’을 국가기관에 대하여 헌법을 수호하고자 하는 ‘탄핵소추절차’에는 직접 적용할 수 없다고 할 것이고,그 외 달리,탄핵소추절차와 관련하여 피소추인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할 것을 요청하는 명문의 규정이 없으므로,국회의 탄핵소추절차가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되었다는 주장은 이유없다. 3.그 외 탄핵소추가 부적법하다는 주장도 이유없다. Ⅱ.헌법 제65조의 탄핵심판절차의 본질 헌법 제65조는 집행부와 사법부의 고위공직자에 의한 헌법위반이나 법률위반에 대하여 탄핵소추의 가능성을 규정함으로써,그들에 의한 헌법위반을 경고하고 사전에 방지하는 기능을 하며,국민에 의하여 국가권력을 위임받은 국가기관이 그 권한을 남용하여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하는 경우에는 다시 그 권한을 박탈하는 기능을 한다.공직자가 직무수행에 있어서 헌법에 위반한 경우 그에 대한 법적 책임을 추궁함으로써,헌법의 규범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탄핵심판절차의 목적과 기능인 것이다. 헌법 제65조는 탄핵소추의 사유를 ‘헌법이나 법률에 대한 위배’로 명시함으로써 탄핵절차를 정치적 심판절차가 아니라 규범적 심판절차로 규정하였고,이에 따라 탄핵소추의 목적이 ‘정치적 이유가 아니라 법위반을 이유로 하는’ 대통령의 파면임을 밝히고 있다. Ⅲ.대통령이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했는지의 여부 아래에서는 국회 탄핵소추의결서에서 기재된 소추사유를 유형별로 나누어,각 헌법이나 법률의 위반 여부를 살펴보기로 한다. 1.2004년 2월18일 경인지역 6개 언론사와의 기자회견,2004년 2월24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기자회견에서 특정 정당을 지지한 행위가 공선법 제9조의 ‘공무원의 중립의무’에 위반했는지의 여부 가.대통령도 ‘선거에서의 중립의무’를 지는 공무원인지에 관하여 (1)선거에서의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는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공무원의 지위를 규정하는 헌법 제7조 제1항,자유선거원칙을 규정하는 헌법 제41조 제1항 및 제67조 제1항 및 정당의 기회균등을 보장하는 헌법 제116조 제1항으로부터 나오는 헌법적 요청이다.공선법 제9조는 이러한 헌법적 요청을 구체화하고 실현하는 법규정이다. (2)따라서 공선법 제9조의 ‘공무원’이란,위 헌법적 요청을 실현하기 위하여 선거에서의 중립의무가 부과되어야 하는 모든 공무원 즉,구체적으로 ‘자유선거원칙’과 ‘선거에서의 정당의 기회균등’을 위협할 수 있는 모든 공무원을 의미한다.그런데 사실상 모든 공무원이 그 직무의 행사를 통하여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므로,여기서의 공무원이란 원칙적으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모든 공무원 즉,좁은 의미의 직업공무원은 물론이고,적극적인 정치활동을 통하여 국가에 봉사하는 정치적 공무원을 포함한다. (3)다만,국회의원과 지방의회의원은 정당의 대표자이자 선거운동의 주체로서의 지위로 말미암아 선거에서의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될 수 없으므로,공선법 제9조의 ‘공무원’에 해당하지 않는다.국가의 중립의무에 의하여 보장된 ‘정당간의 자유경쟁’에서 국회의원은 정당의 대표자로서 선거운동의 주역으로 활동하게 되는 것이다. (4)따라서 선거에 있어서의 정치적 중립성은 행정부와 사법부의 모든 공직자에게 해당하는 공무원의 기본적 의무이다.더욱이,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공정한 선거가 실시될 수 있도록 총괄·감독해야 할 의무가 있으므로,당연히 선거에서의 중립의무를 지는 공직자에 해당하는 것이고,이로써 공선법 제9조의 ‘공무원’에 포함된다. 나.이 사건의 경우,대통령의 발언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에 위반되는지에 관하여 (1)여기서 문제되는 기자회견에서의 대통령의 발언은 공직자의 신분으로서 직무수행의 범위 내에서 또는 직무수행과 관련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보아야 한다. (2)대통령이 특정 정당을 일방적으로 지지하는 발언을 함으로써 국민의 의사형성과정에 영향을 미친다면,정당과 후보자들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기초로 하는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형성과정에 개입하여 이를 왜곡시키는 것이며,동시에 지난 수년 간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하여 꾸준히 지속해 온 정당과 후보자의 정치적 활동의 의미를 반감시킴으로써 의회민주주의를 크게 훼손시키는 것이다.그런데 이 부분 대통령의 발언은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반복하여 특정 정당에 대한 자신의 지지를 적극적으로 표명하고,나아가 국민들에게 직접 그 정당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내용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선거에 임박한 시기이기 때문에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이 어느 때보다도 요청되는 때에,공정한 선거관리의 궁극적 책임을 지는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전 국민을 상대로,대통령직의 정치적 비중과 영향력을 이용하여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발언을 한 것은,대통령의 지위를 이용하여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이로써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한 것이므로,선거에서의 중립의무를 위반하였다. 2.기자회견에서 특정 정당을 지지한 행위가 공무원의 선거운동금지를 규정하는 공선법 제60조에 위반되는지의 여부 공선법 제58조 제1항은 ‘당선’의 기준을 사용하여 ‘선거운동’의 개념을 정의함으로써,‘후보자를 특정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선거운동의 요건으로 삼고 있다.그러나 이 사건의 발언이 이루어진 시기인 2004년 2월18일과 2004년 2월24일에는 아직 정당의 후보자가 결정되지 아니하였으므로,후보자의 특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발언을 한 것은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뿐만 아니라,여기서 문제되는 대통령의 발언들은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의 형식으로 수동적이고 비계획적으로 행해진 점을 감안한다면,대통령의 발언에 선거운동을 향한 능동적 요소와 계획적 요소를 인정할 수 없고,이에 따라 선거운동의 성격을 인정할 정도로 상당한 목적의사가 있다고 볼 수 없다.그렇다면 피청구인의 발언이 특정 후보자나 특정 가능한 후보자들을 당선 또는 낙선시킬 의도로 능동적·계획적으로 선거운동을 한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 3.그 외 총선과 관련한 발언으로서,2003년 12월19일 ‘리멤버 1219’ 행사에서의 발언,2003년 12월24일 전직 비서관과의 청와대 오찬에서의 발언,2004년 1월14일 연두기자회견에서의 발언,2004년 2월5일 강원지역 언론인 간담회에서의 발언 등은 모두,허용되는 정치적 의견표명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서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다. 4.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법위반 결정에 대한 대통령의 행위 ‘헌법을 준수하고 수호해야 할 의무’가 이미 법치국가원리에서 파생되는 지극히 당연한 것임에도,헌법은 국가의 원수이자 행정부의 수반이라는 대통령의 막중한 지위를 감안하여 제66조 제2항 및 제69조에서 이를 다시 한번 강조하고 있다.이러한 헌법의 정신에 의한다면,대통령은 국민 모두에 대한 ‘법치와 준법의 상징적 존재’인 것이다. 청와대 홍보수석이 발표한 내용은 그 취지에 있어서,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결정에 대하여 유감을 표명하면서,현행 선거법을 ‘관권선거시대의 유물’로 폄하한 것이라 할 수 있다.그러나 대통령이 현행법을 ‘관권선거시대의 유물’로 폄하하고 법률의 합헌성과 정당성에 대하여 대통령의 지위에서 공개적으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헌법과 법률을 준수해야 할 의무와 부합하지 않는다.물론,대통령도 정치인으로서 현행 법률의 개선방향에 관한 입장과 소신을 피력할 수는 있으나,어떠한 상황에서,어떠한 연관관계에서 법률의 개정에 관하여 논의하는가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대통령이 선거법위반행위로 말미암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경고를 받는 상황에서 그에 대한 반응으로서 현행 선거법을 폄하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법률을 존중하는 태도라고 볼 수 없는 것이다. 모든 공직자의 모범이 되어야 하는 대통령의 이러한 언행은 법률을 존중하고 준수해야 하는 다른 공직자의 의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나아가 국민 전반의 준법정신을 저해하는 효과를 가져오는 등 법치국가의 실현에 있어서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대통령 스스로가 법을 존중하고 준수하지 않는다면,다른 공직자는 물론,국민 누구에게도 법의 준수를 요구할 수 없는 것이다. 결론적으로,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현행법의 정당성과 규범력을 문제삼는 행위는 법치국가의 정신에 반하는 것이자,헌법을 수호해야 할 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5.2003년 10월13일 재신임 국민투표를 제안한 행위 헌법 제72조는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고 규정하여 대통령에게 국민투표 부의권을 부여하고 있다.국민투표는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사안에 대한 결정’ 즉,특정한 국가정책이나 법안을 그 대상으로 한다.따라서 국민투표의 본질상 ‘대표자에 대한 신임’은 국민투표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우리 헌법에서 대표자의 선출과 그에 대한 신임은 단지 선거의 형태로써 이루어져야 한다.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재신임을 국민투표의 형태로 묻고자 하는 것은 헌법 제72조에 의하여 부여받은 국민투표부의권을 위헌적으로 행사하는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국민투표제도를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정치적 도구로 남용해서는 안 된다는 헌법적 의무를 위반한 것이다.물론,대통령이 위헌적인 재신임 국민투표를 단지 제안만 하였을 뿐 강행하지는 않았으나,헌법상 허용되지 않는 재신임 국민투표를 국민들에게 제안한 것은 그 자체로서 헌법 제72조에 반하는 것으로 헌법을 실현하고 수호해야 할 대통령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6.대통령이 2003년 4월25일 국회 인사청문회가 고영구 국가정보원장에 대하여 부적격 판정을 하였음에도 이를 수용하지 아니한 행위,2003년 9월3일 국회가 행정자치부장관 해임결의안을 의결하였음에도 이를 즉시 수용하지 아니한 행위는 헌법이 규정하는 권력분립구조 내에서의 대통령의 정당한 권한행사에 해당하거나 또는 헌법규범에 부합하는 것이며,국회에 대한 비하적 발언은 정치적 비난의 대상이 될 수는 있을지언정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한 것은 아니다. 7.대통령 측근의 권력형 부정부패 가.헌법 제65조 제1항은 ‘대통령…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라고 하여,탄핵사유의 요건을 ‘직무’집행으로 한정하고 있으므로,위 규정의 해석상 대통령의 직위를 보유하고 있는 상태에서 범한 법위반행위만이 소추사유가 될 수 있다. 나.썬앤문 및 대선캠프 관련 불법정치자금 수수 등에 관하여 이 부분 소추사유들은 피청구인이 2003년 2월25일 대통령으로 취임하기 전에 일어난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어서 대통령으로서의 직무집행과 무관함이 명백하므로 나아가 피청구인이 그러한 불법자금 수수 등에 관여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를 살필 것 없이 탄핵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측근비리에 관하여 이 부분 소추사유 중 피청구인이 대통령으로 취임한 후에 일어난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은,최도술이 청와대 총무비서관으로 재직하는 동안 삼성 등으로부터 4억 700만원을 수수하였다는 부분,안희정이 2003년 3월부터 같은 해 8월까지 10억원의 불법자금을 수수하였다는 부분,여택수 및 양길승에 관한 부분이다. 그러나 이 사건 변론절차에서 현출된 모든 증거에 의하더라도 피청구인이 위 최도술 등의 불법자금 수수 등의 행위를 지시·방조하였다거나 기타 불법적으로 관여하였다는 사실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이를 전제로 한 이 부분 소추사유는 이유없다. 8.불성실한 직책수행과 경솔한 국정운영으로 인한 정국의 혼란 및 경제파탄 헌법 제69조는 대통령의 취임선서의무를 규정하면서,대통령으로서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의무’를 언급하고 있다.비록 대통령의 ‘성실한 직책수행의무’는 헌법적 의무에 해당하나,‘헌법을 수호해야 할 의무’와는 달리,규범적으로 그 이행이 관철될 수 있는 성격의 의무가 아니므로,원칙적으로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헌법 제65조 제1항은 탄핵사유를 ‘헌법이나 법률에 위배한 때’로 제한하고 있고,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절차는 법적인 관점에서 단지 탄핵사유의 존부만을 판단하는 것이므로,이 사건에서 청구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정치적 무능력이나 정책결정상의 잘못 등 직책수행의 성실성여부는 그 자체로서 소추사유가 될 수 없어,탄핵심판절차의 판단대상이 되지 아니한다. 9.소결론:법위반이 인정되는 대통령의 행위 (가)대통령의 2004년 2월18일 경인지역 6개 언론사와의 기자회견에서의 발언,2004년 2월24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대통령 기자회견에서의 발언은 공선법 제9조의 공무원의 중립의무에 위반하였다. (나)2004년 3월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법 위반결정에 대한 대통령의 행위는 법치국가이념에 위반되어 대통령의 헌법수호의무에 위반하였고,2003년 10월13일 대통령의 재신임 국민투표 제안행위는 헌법 제72조에 반하는 것으로 헌법수호의무에 위반하였다. Ⅳ.대통령을 파면할 것인지의 여부 1.헌법재판소법은 제53조 제1항에서 “탄핵심판청구가 이유 있는 때에는 헌법재판소는 피청구인을 당해 공직에서 파면하는 결정을 선고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위 규정은 헌법 제65조 제1항의 탄핵사유가 인정되는 모든 경우에 자동적으로 파면결정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문리적으로 해석할 수 있으나,직무행위로 인한 모든 사소한 법위반을 이유로 파면을 해야 한다면,이는 피청구인의 책임에 상응하는 헌법적 징벌의 요청 즉,법익형량의 원칙에 위반된다.따라서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1항의 ‘탄핵심판청구가 이유 있는 때’란,모든 법위반의 경우가 아니라,단지 공직자의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법위반의 경우를 말한다. 2.한편,대통령에 대한 파면결정은,국민이 선거를 통하여 대통령에게 부여한 ‘민주적 정당성’을 임기 중 다시 박탈하는 효과를 가지며,직무수행의 단절로 인한 국가적 손실과 국정 공백은 물론이고,국론의 분열현상 즉,대통령을 지지하는 국민과 그렇지 않은 국민간의 분열과 반목으로 인한 정치적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대통령에 대한 파면효과가 이와 같이 중대하다면,파면결정을 정당화하는 사유도 이에 상응하는 중대성을 가져야 한다. 3.‘대통령을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 법위반이 어떠한 것인지’에 관하여 일반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나,대통령의 직을 유지하는 것이 더 이상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거나 대통령이 국민의 신임을 배신하여 국정을 담당할 자격을 상실한 경우에 한하여,대통령에 대한 파면결정은 정당화되는 것이다. 4.그런데 이 사건에서 인정되는 대통령의 법위반이 헌법질서에 미치는 효과를 종합하여 본다면,대통령의 구체적인 법위반행위에 있어서 헌법질서에 역행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사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위협으로 평가될 수 없다. 따라서 파면결정을 통하여 헌법을 수호하고 손상된 헌법질서를 다시 회복하는 것이 요청될 정도로,대통령의 법위반행위가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없고,또한 대통령에게 부여한 국민의 신임을 임기 중 다시 박탈해야 할 정도로 국민의 신임을 저버린 경우에 해당한다고도 볼 수 없으므로,대통령에 대한 파면결정을 정당화하는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 5.마지막으로,대통령의 권한과 정치적 권위는 헌법에 의하여 부여받은 것이며,헌법을 경시하는 대통령은 스스로 자신의 권한과 권위를 부정하고 파괴하는 것이다. 특히,짧은 민주정치의 역사 속에서 국민의 헌법의식이 이제야 비로소 싹트기 시작하였고 헌법을 존중하는 자세가 아직 국민 일반의 의식에 확고히 자리를 잡지 못한 오늘의 상황에서,헌법을 수호하고자 하는 대통령의 확고한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대통령은 ‘법치와 준법의 상징적 존재’로서 자신 스스로가 헌법과 법률을 존중하고 준수해야 함은 물론이고,다른 국가기관이나 일반 국민의 위헌적 또는 위법적 행위에 대하여 단호하게 나섬으로써 법치국가를 실현하고 궁극적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수호하기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Ⅴ.결론 1.이 심판청구는 탄핵결정에 필요한 재판관 수의 찬성을 얻지 못하였으므로,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헌법재판소법 제34조 제1항,제36조 제3항에 따라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2.헌법재판소법 제34조 제1항에 의하면 헌법재판소 평의는 공개하지 아니하도록 되어 있다.그러므로 개별 재판관의 의견을 결정문에 표시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평의의 비밀에 대해 예외를 인정하는 특별규정이 있어야만 가능한데,탄핵심판에 관해서는 평의의 비밀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는 법률규정이 없다.따라서 이 탄핵심판사건에 관해서도 재판관 개개인의 개별적 의견 및 그 의견의 수 등을 결정문에 표시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위의 견해에 대하여,‘동법 제36조 제3항은 탄핵심판에 있어 의견을 표시할지 여부를 관여한 재판관의 재량판단에 맡기는 의미로 해석해야 할 것이므로 반대의견도 표시할 수 있다.’는 견해가 있었다.˝
  • [시론] 지방인재 채용목표제 위한 변론/남궁근 서울산업대 교수·IT정책대학원장

    최근 3년간 고시 합격자를 보면 대학생 수로는 26%에 불과한 서울소재 대학출신 합격자가 85%를 차지하고,지방대 출신 비율이 해마다 1∼2%씩 줄어들고 있다. 며칠 전 대통령자문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가 지방인재채용목표제 도입을 발표한 데 대하여 찬반양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5급 공무원 채용시험,즉 행정·외무·기술고시 합격자에 서울을 제외한 지방소재 학교 출신자의 비율이 20%에 미달할 경우,미달한 비율만큼 추가인원을 합격시키는 제도이다. 최근 3년간 고시 합격자를 보면 대학생 수로는 26%에 불과한 서울소재 대학출신 합격자가 85.6%를 차지하고,지방대 출신 비율이 해마다 1∼2%씩 줄어들고 있다.이러한 추세를 방치할 경우 서울과 지방대학의 격차가 더욱 심화될 텐데,이러한 현상을 국가균형발전의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한 정부가 지방대 출신 임용확대방안의 하나로 이 제도를 도입키로 하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제도에 대하여 지방에서는 채용목표가 “너무 적다.”고 볼멘소리이고 서울에서는 역차별이라고 반대하고 있다.찬반논쟁의 쟁점은 ‘평등원칙 위반’,‘실적주의 원칙 문제’,‘공무담임권 침해’ 여부로 요약된다. 첫째,지방출신에 일정비율을 할당하는 것은 기회균등,공정경쟁을 제약하므로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된다는 주장이 있다.그러나 위헌의 소지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는 집단에 혜택이 갈 경우 발생한다.예컨대 공무원시험에서 남성에 혜택을 주는 군가산점제도는 99년 위헌판결을 받았지만,여성들에게 혜택을 주는 여성채용목표제도는 95년 시행 초기에 위헌논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위헌판결을 받지 않았다.지방대는 서울소재 대학에 비하여 여러 여건상 불리하기 때문에 사회적 약자에 해당되며 이들을 적극적으로 배려하는 것을 위헌이라고 보기 어렵다. 둘째,이 제도가 실력에 따라 공무원을 채용하는 ‘실적주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주장이 있다.그 예외는 여성,소수민족,장애인 등 생래적 조건에 따른 사회적 약자인 경우에만 인정되는데,지방대 출신이 생래적 조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컨대 모든 나라에서 공무원 채용시 장애인을 우대하고 있으며,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장애인에 5%의 정원을 따로 배정하고 있다.장애인 중 상당수는 교통사고 등 후천적 장애인이 차지하고 있는데,같은 논리라면 이들에게는 혜택을 주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한편 이 제도를 통하여 다양한 경험과 배경을 가진 여러 지역의 지방대 출신이 공직사회에 유입됨으로써 고위 공직의 다양성과 지역대표성의 제고에 기여할 수 있는데,이러한 가치는 실적주의에 못지않게 중요한 가치로 여겨지고 있다. 셋째,서울소재 대학 출신자의 공직임용기회를 제한하므로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는 의견이 있다.그러나 이 제도는 일정 인원을 추가로 선발하는 제도이므로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사실상 5급 공무원 임용은 신규공채 이외에도,전문가 특채,6급 공무원의 승진 등 여러 경로를 통하여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 중 신규공채의 비율은 30% 정도에 불과하다.그러므로 이 제도가 반드시 지방대 출신 추가합격자만큼 서울소재 대학 출신의 공채임용을 제한하는 것은 아니다.빠른 시일 내에 지방대 출신 합격률이 목표비율을 상회한다면 찬반논쟁의 쟁점이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다.현재 양성평등 채용목표제의 목표비율은 30%인데 2003년에 여성합격자가 이미 행시 33.5%,외무고시 35.7%를 차지하여 더 이상 추가합격은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지방인재채용목표제도와 함께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의 지방대학육성대책이 지방대학의 역량 강화로 이어져 빠른 시일 내에 지방대학 출신의 합격자가 채용목표를 초과하기를 기대한다. 남궁근 서울산업대 교수·IT정책대학원장˝
  • 中 첫 공개 경선 시장 선출

    |베이징 오일만특파원|중국에서 처음으로 공개 경선을 통해 선출직 시장이 탄생했다.쓰촨(四川)성 핑창(平昌)현(군에 해당)에서는 9개 향(鄕)·진(鎭)의 당서기가 직선으로 무더기로 선출됐다. 향·촌 등 하급 행정단위에서 부분적으로 시행되던 ‘풀뿌리 민주제’ 선출방식이 현·시급 이상으로 확대되는 등 중국의 민주주의 실험이 확대되는 것이다.장쑤(江蘇)성 진탄(金壇)시 인민대표대회(人大·지방의회)는 10일 인대대표 233명 중 229명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우샤오둥(吳曉東·41) 상무부시장을 시장으로 선출했다고 반관영통신 중국신문사가 보도했다. 이번 선거는 인대 대표들의 간접선거 방식으로 치러졌지만 진일보한 민주제 실험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해 장쑤성 당위원회의 ‘공개 추천 공개 선출’ 결정에 따라 실시된 이번 선거는 59명의 시장 후보 중에서 민주적 추천,현장 시험,연설 및 답변,인대 상무위 표결 등 8가지 단계를 거쳐 이루어졌다. 중국 언론들은 이번 선거가 투명성,공정성,기회균등의 원칙을 실현하고 임명제 하의 부패 현상을 근절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보도했다.지금까지 중국의 각 현시(縣市·군과 시)급 최고 행정책임자는 사전 비공개 조정을 거치는 실질적인 임명제로 선출됐다. 핑창현의 9개 향·진도 지난 1∼7일까지 당서기 후보를 공개 추천받아 연설,답변 등 능력 검증 기회를 거친뒤 향·진 별로 당대회를 열어 무기명 투표를 실시했다고 홍콩의 문회보(文匯報)가 11일 보도했다.당 서기,당 부서기,당 위원을 별도로 선출하기 위해 세번의 선거를 실시하고,그 결과를 즉각 발표해 투명성을 높였다. 핑창현은 지난 2001년 링산(靈山)향에서 당서기를 직선으로 선출한 데 이어 이번에 이런 선거 방식을 중국 내에서 처음으로 9개 향·진에 확대했다. oilman@
  • [폴리시 메이커]임종순 경기 경제투자관리실장

    최근 국무회의를 통과한 ‘국가균형발전특별법안’ 제정 문제를 놓고 정부와 경기도간의 신경전이 점입가경이다.정부는 지역간 발전의 기회균등을 꾀하려하지만 경기도는 수도권을 역차별하는 조항이 들어있다며 대체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경기도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임종순(46) 경제투자관리실장은 경제에 있어서 ‘평준화 해제,입시 부활론자’라고 할 수 있다. “경기도는 한국경제의 성장엔진으로 국민소득 2만달러 도약을 위한 디딤돌이 되어야 합니다.그러나 정부의 법안을 보면 경기도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마저 빼앗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임실장은 “국가의 우선 목표는 국민들이 편안하고 잘살게 하는 것인 만큼 이를 먼저 달성한 뒤 지역간 불균형 해소에 나서도 늦지 않다.”며 “그럼에도 정부는 현재의 생존과 미래에 대한 가치를 희생하면서까지 형평성을 고집하고 있다.”고 꼬집었다.그는 또 “정부의 법안은 수도권을 지방에서 제외시키는 등 수도권과 지방을 획일적으로 양분하고 있어 결국 수도권·비수도권의 2분법적 구조를 고착화시키게 된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최근 국내 기업체들이 중국으로 블랙홀처럼 빨려들어 가고 있습니다.토지를 무상 공급하고 임금도 국내 절반 수준밖에 안되는데 어느 기업이 국내에 남아 있겠습니까.” 임실장은 “지금 세계는 무한경쟁시대에 접어들었고 이웃 중국은 세계적인 경기침체에도 불구,눈부신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며 “국내의 소모적인 논쟁에서 벗어나 동북아 경제중심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상생의 전략은 무엇인지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중앙정부의 수도권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 정부만을 탓할 수는 없다.”며 “경제와 민생을 책임진다는 자세로 다양한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고충해결 옴부즈맨 제도 및 공장건축총량사전 예고제운영,도시형 공장 지방세 지원 등 ‘기업하기 좋은 여건만들기 사업’이 바로 그것이다.특히 불필요한 행정규제로 인해 기업들이 불이익이 당하는 일이 없도록 민원감사의 방향을 기업인의 입장으로 바꿨다고 강조했다. 용산고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임실장은 행정고시 24회로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을 거쳐 국무조정실 심사평가 1심의관실과 규제개혁 1심의실 등 국무조정실에서 주로 근무한 경제통이다.지난 5월 경기도로 자리를 옮겼다.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
  • [폴리시 메이커]통일부 윤미량 이산가족1과장

    ‘1&1(원 앤드 원)’ 통일부 윤미량(사진) 이산가족1과장이 추구하는 정책의 목표다.한 사람이라도 더,하루라도 빨리 이산가족들을 만나게 해주겠다는 다짐이다. 윤 과장은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이어진 1∼7차 남북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줄곧 직·간접적으로 담당해 왔다.지난해 10월 이산가족 주무 과장이 된 뒤에는 직접 금강산 상봉 현장도 방문하고 있다. 윤 과장의 이산가족 정책은 ▲현재의 제한된 상봉 채널을 최대한 활용하고 ▲앞으로 만남의 채널을 더욱 다양화하는 것이다. 윤 과장은 최근에는 비동수(非同數)·비동시(非同時) 상봉 추진에 중점을 두고 있다.북한의 이산가족 자원이 적기 때문에 남측 가족이 더 많이,더 자주 가야 한다는 것이다.또 금강산에 남북이산가족 면회소가 건설되면 몸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한 ‘영상 상봉’도 추진할 계획이다.어렵지만 국군포로나 전시납북자들을 이산가족상봉 행사 때마다 드러나지 않게 포함시키는 노력도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윤 과장은 “6·15 이후 남북의 1399가족,7109명이 상봉했고,1만7000명이 생사를 확인한 뒤 서신을 교환했다.”고 밝히고 “아쉽지만 지난 85년 일시적으로 65가족이 상봉했던 것과 비교하면 큰 진전”이라고 말했다. 윤 과장은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7차까지 진행되면서 차츰 덜 민감해지고,덜 이벤트적인 행사가 되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북한측도 다른 경협사안과 비교할 때 이산가족 문제는 비교적 유연하게 다루며 협조도 잘 하는 편이라고 한다. 이산가족 정책의 핵심은 공정성이다.윤 과장은 “1,2차 때 상봉가족을 선정하면서 정책적 배려를 했다가 부작용이 난 이후부터는 철저하게 기회균등의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강영훈 전 총리도,심지어 이산가족을 이끌고 금강산에 오가는 적십자사 서영훈 총재도 아직 상봉의 기회를 잡지 못했다. 이산가족 보도와 관련,윤 과장은 “다른 정책에 비해서 언론의 협조를 많이 받는 편”이라고 말했다.윤 과장은 그러나 “노인들은 마음이 약해서 신문에 이산가족 상봉과 관련한 좋은 소식이 나오면 정말로 믿다가 사실이 아닌 걸로 드러날 때 쇼크를 받는 경우가 많다.”며 조심스러운 접근을 희망했다. 윤 과장은 남북적십자회담의 대표도 맡고 있다.여성이 적십자회담 대표에 임명된 것은 30년 회담역사상 윤 과장이 처음이다.올해 43세인 윤 과장은 마산여고,중앙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으며 87년 행정고시 30회에 합격,통일부에 들어왔다.또 ‘제3의 길’로 유명한 앤서니 기든스가 있는 영국 LSE(London School of Economics)에서 정치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윤 과장이 특별히 연구한 분야는 여성학. 윤 과장은 이를 북한 여성 연구에 접목시켜 경남대 북한대학원에서 객원교수로 북한여성학을 강의하고 있다. 이도운기자 dawn@
  • [오늘의 눈] 내부 인사부터 잘 해야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속담이 있다.신당창당 문제로 신·구주류간 갈등의 골이 깊어만 가는 민주당이 이런 형국이다. 민주당의 사무처 직원들과 의원들은 최근 단행된 정무직 인사와 국회 예결위 위원장과 위원 임명을 두고 불만이 많다.원칙없는 인사를 하면서 국민들에게 정치개혁과 국민통합을 호소할 자격이 있느냐는 지적이다. 사무처 직원들의 경우,여성 부대변인 임명에 대해 불만이다.당은 지난달 29일 신주류측 L의원과 가깝다는 특정인을 여성 부대변인으로 임명했다. 대부분 여성 당직자들은 이번 인사는 대변인제 폐지를 주장한 당 개혁안에 정면 배치될 뿐만 아니라 공정성·투명성·기회균등이라는 인사의 기본원칙도 무시했다고 비판했다.이들은 대선 이후 두차례나 지도부에서 이같은 인사를 강행하려다 명분이 떨어져 포기한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한 당직자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배석자들을 다 내보내고 결정된 것으로 안다.”면서 “정무직 인사라는 특수성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밀실논의로 처리한 것은 누가 봐도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비난했다.한 최고위원은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아직 당이 그대로 있으니….”라고 말끝을 흐렸다. 의원들도 불만스럽기는 마찬가지다.지난달 말 국회 예결위원장에 구주류 성향의 이윤수 의원이 내정되고 일반 위원들도 구주류 중심으로 짜여지자,신주류측에서 이를 문제삼고 나섰다.예결위원 선임권을 가진 구주류측 정균환 원내총무를 겨냥한 발언이었다.결국 2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신·구주류 양측은 예결위원장은 그대로 인정하는 대신 일반 위원 인선은 다시 논의하는 선에서 절충했다. “정치권 인사는 다 정실인사예요.그것도 지켜야 할 관행인지 모르겠지만요.” 한 당직자가 냉소적으로 던진 말이 의미심장하다. 정치개혁은 선거제도 개선도 중요하지만,잘못된 인사 관행을 바로잡는 데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박 현 갑 정치부 기자 eagleduo@
  • ‘한·미동맹 50년’ 세미나 요지/ 韓美 대북정책 조율 내밀히 해야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한·미 관계가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한·미 동맹관계와 북한핵 문제 등을 조명하는 국제세미나가 20일 서울 프라자 호텔에서 열렸다.‘한반도에서의 도전과 한·미 동반자 관계’란 주제로 열린 이번 세미나는 미 공화당의 대외정책에 큰 영향을 끼치는 헤리티지재단과 한국국방연구원(KIDA),한·미교류협회가 공동으로 주관했다. 황동준 국방연구원장은 “이번 발표내용은 새 정부측에 건의,정책 수립에 도움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다음은 이날 주요 발표 내용. ●피터 브룩스(헤리티지재단 아시아 국장) 한·미관계의 발전을 위해서는 우선 양국 정부가 대북관계에 서로 다른 정책을 시행하더라도 자국의 입장을 합리화하기 위해 상대방을 흠집내지 말아야 한다.정책논쟁도 언론을 통해서가 아니라 내밀하게 진행해야 한다.또 군대의 효율성과 신속성,유연성을 향상시켜야 한다.미군은 구조개편을 시도하고 있다.지상군 중심에서 세계 어느 곳이든 신속하게 배치하고 최대의 화력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경량화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조만간 한반도에는 더 적은 수의 미군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이는 물론 철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북한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일본 중국 러시아와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또 미사일 방어계획 등 전쟁억제 능력을 향상시키는 대안적 전략도 모색해야 한다. ●로버트 아인혼(미 CSIS 선임고문) 남북관계는 북한핵 문제와 별개로 진행될 수 없다.그럼에도 많은 한국인들은 북한핵이 한국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핵문제 해결을 위해 한·미 양국은 북한정권에 대해 ‘핵무기와 생존’ 둘 중 하나를 택하라고 요구해야 한다.북한측에 핵무기를 포기할 경우 더 밝은 미래가 보장된다는 점을 인식시켜야 한다. 미국은 북한체제를 위협하거나 그들의 주권을 빼앗지 않는다는 점을 확실히 해야 하고,한국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경제제재를 포함한 심각한 불이익이 가해질 것임을 인식시켜야 한다.또 협상을 진행하는 동안 한·미 양국이 군사적으로 완벽하게 대비해 있어야 한다.군사적 선택은 최후의 수단이지만 테이블 위에서 치워서는 안 된다. ●스콧 스나이더(미 아시아 재단 한국 대표) 한국에서 전후세대 대통령이 처음 집권했다.한국이 앞으로 어떻게 통일을 추구하느냐가 한·미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남북관계 진전은 주변국이 환영할 일이지만 북한을 국제사회의 요구에 부응하도록 해야 지지를 얻을 수 있다.반대로 한국이 북한을 위해 자신의 기준을 무너뜨리거나 화해를 위해 북한 방식을 채택한다면 지지를 잃을 것이며,한국의 고립을 초래할 것이다. 한국에서는 북한 인권문제를 거론하는 것이 보수적이고 반통일적인 것으로 치부되고 있다.그러나 세계 여타지역에서 진보주의자는 자유와 기회균등을 가장 강력히 옹호하는 세력이다.한국의 새 정부가 북한과의 협상과정에서 이같은 가치를 어느 정도 추가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중요한 초점이 될 것이다. 조승진기자 redtrain@
  • 한나라 ‘좌로 반걸음’

    한나라당이 성장과 분배의 비중을 종전 ‘6대4’에서 ‘5대5’ 정도로 조정하는 등 당의 수구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새 정강정책을 마련했다.당정치개혁특위는 16일 정강정책 개정안을 확정하고 18일 의원 및 지구당위원장 연찬회에 회부,최종 채택키로 했다. 새 강령의 기조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이념으로 종전과 같지만 성장과 분배의 조화를 강조하고 환경권,노동자의 안정된 일자리 등 일부 진보적 색채의 조항을 명문화한 것이 특징이다. 임태희(任太熙) 의원은 “인권과 정의,법치주의 등 전통보수 이념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합리적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고 이념과 명분보다는 실용주의 노선을 채택,당의 정체성을 온건·중도·개혁적 보수로 맞추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생활정치,맞춤형 서비스 정치를 통해 정치소비자인 국민의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고,경제면에서는 중산층을 복원하고 ‘일자리복지’를 통해 계층·지역간 불균형을 해소키로 했다.교육도 엘리트 위주라는 인식을 벗고 기회균등을 강조하고 있다. 남북문제에 대해서는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한 평화통일’을 처음으로 명시했다.이와 함께 남북간 평화협정체결 우선 추진을 못박음으로써 북한이 북미 평화협정을 통해 남한을 배제하는 발상에 대응키로 했다. 이밖에 사이버윤리,고령화대책,젊은이의 꿈과 능력이 발휘되는 사회 등도 포함됐다. 특위 1분과 이강두(李康斗) 위원장은 “기존의 강령이 굉장히 추상적이고 선언적이었다.”면서 “국민과 함께하는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단순히 개정차원을 넘어 제정에 버금가는 혁신적 내용을 담았다.”고 밝혔다. 박정경기자 olive@
  • [세대를 넘어 지역을 넘어] ④ 지역감정 해소

    지역감정에 대한 영남과 호남의 시각은 꽤 다르다.이번 대통령 선거 결과에따른 앙금도 상당히 남아 있다. 해법에 대한 접근에도 어느 정도 차이는 있으나,고른 인재 등용과 지역균형개발 등을 통해 국민통합을 이뤄내야 한다는 데는 영호남이 크게 다르지 않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지난 20일 당선 회견에서 “이번 선거에서도 지역주의의 장벽을 허물지 못한 데는 큰 아쉬움이 남지만,충분히 가능하다는 희망은 발견했다.열심히 노력해 국민통합을 이뤄내겠다.”고 밝혔지만 해묵은 불신의 벽을 헐어내기가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다. 양 지역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영남의 마음 “호남지역의 개표상황을 보면서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김대중 대통령 당선을 계기로 호남 사람들의 마음이 열렸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역시나였다.”(김성진·39·경남 진주시 동성동) 16대 대선이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승리로 끝나자 한나라당의 텃밭이었던 영남지역 주민들은 착잡한 가운데 패배에 따른 실망감과 아쉬움을 안으로 삭이는 듯한 표정들이다.이들은 이번 선거에서도 어김없이 나타난 동서간 지역주의,특히 노 당선자에 대한 호남 몰표에 대해 ‘해도 너무한다.’는 식의 섭섭함을 감추지 않았다.경남에서조차 이 지역 출신 대통령을 배출했다는 기쁨보다 호남지역에서 나타난 몰표현상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다. 상인 우모(55·대구시 중구 동인동)씨는 “대구·경북에서 노 당선자에게 20% 안팎의 지지를 보냈는데 호남이 노 당선자에게 90% 이상의 몰표를 몰아준 것은 결코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며 “앞으로 동서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택시기사 황모(53·경북 안동시 용상동)씨는“손님들이 애써 선거 이야기를 외면한다.”면서 “호남에 또 졌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주부 정종숙(47·경남 창원시)씨는 “이제는 전라도 사람들이 피해의식에서 벗어나야 하고,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세력들을 정치권에서 몰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노 당선자를 적극 지지한 20∼30대 젊은층을 중심으로 이번 선거가 지역주의를 희석시키는 계기가 됐으며 영남 출신으로 동서화합에 제격인 노 당선자로 인해 지역감정이 수그러들고 진정한 화합이 이뤄질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대학생 이모(21·대구시 동구 신천동)씨는 “대구·경북에서 노 당선자가 20%안팎의 지지를 받은 것은 지역주의 극복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며 “호남을 탓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마음을 열어간다는 자세가 중요하며,노 당선자가 흩어진 민심을 추스르고 지역갈등 봉합에 앞장서는 등 정치를 잘할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보험회사 직원 이모(33·여·부산 사하구 괴정동)씨는 “동서간 표쏠림 현상이 이번에도 나타나 아쉽지만 이제 모두 힘을 합해 잘 사는 나라를 만드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식인들은 동서화합을 위해 고른 인재 등용과 지역균형개발,영호남 공동사업 등을 새 정부에 주문했다. 김태일(47·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DJ 정부가 동서화합에 실패한가장 큰 요인은 호남 편중의 인사와 영·호남 토호 수구 세력간의 연대를 통한 지역주의 해결 모색”이라며 “새 정부는 지역과 계파,계층을 초월한 유능한 인재의 고른 등용과 함께 개혁세력을 동서화합의 파트너로 삼아야 할것”이라고 주문했다.이동철(46·의학박사) 포항지역사회연구소장은 “인재등용과 지역개발 측면에서 영·호남인들 서로가 피해의식을 갖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창원 이정규·부산 김정한·대구 황경근기자 jeong@ ◆호남의 마음 호남지역 유권자들이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낸 이유는 여당으로 누렸던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호남을 텃밭으로한 민주당의 공천을 받은 영남 출신 대통령을 배출함으로써 오랫동안 피해의식으로 자리잡았던 지역감정을 떨쳐버리고 동서화합과 개혁을 이뤄보겠다는간절한 소망에서다. 호남지역 주민들은 자신들이 영남 출신 후보에 몰표를 준 투표결과에 스스로 놀라며 이번 대선으로 망국적인 지역감정이란 단어가 어색하게 느껴지는계기가 됐다고 자평하는 한편 이같은 모습이 다른 지역에 어떻게 비쳐질지걱정하는 모습이다. 회사원 조동균(40·광주시)씨는 “개표 방송을 지켜 보면서 다른 지역에 미안한 마음도 느꼈다.”며 “그러나 현 정권에서 사사건건 발목을 잡았던 한나라당 후보에게 표를 던질 수는 없었다.”고 털어놓았다.회사원 이모(36·광주시)씨는 “정몽준 대표의 투표 전날 ‘지지 철회’ 발언에 위기의식을느껴 투표 당일 아침 친구와 친지들에게 전화를 걸어 꼭 투표에 참여할 것을 권유했다.”고 말했다. 광주지역 시민단체나 진보적 지식인들도 “노 후보에 대한 압도적 지지는 80년 5·18 민주화운동을 겪으면서 자생적으로 발생한 이곳 주민들의 변화와개혁에 대한 열망”이라고 진단했다.전남대 정근식(사회학과) 교수는 “영남 사람인 노 당선자를 열렬히 지지한 것은 그가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외길을 걸어온 경력과 무관치 않다.”며 “이를 해묵은 지역주의 잣대로 가늠해 또 다른 지역감정을 유발하는 계기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호남주민들은 노 당선자가 이번 대선 결과 동·서로 양분된 민심을 추스르고 이를 제2도약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학생 김모(23·전북 전주시)씨는 “노 당선자는 정치개혁을 통해 구시대인물을 퇴출시키고 참신한 인물을 골고루 발탁해 민주당을 전국정당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주문했다.광주에서 사업을 하는 김영환(41)씨는 “지역감정 해소를 위해서는 연고주의를 배제한 능력 위주의 인사와 지역 균형개발이 최우선 과제”라며 “정치인들 역시 지역주의를 이용해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는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엄격한 감시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이정천(47) 위원장도 “지역감정은 객관적 사실보다는 감정적인 편중인사를 하는 데서 출발한다.”고 강조하고 “노 당선자가 지방분권을 공약으로 내건 만큼 중앙정부의 권한을 실질적으로 지방정부에이양해 지방자치가 뿌리내리도록 하는 것도 지역감정을 뿌리뽑는 기반이 될것”이라고 말했다. 전북지역 기업인들은 새 정부가 행정수도를 충청권으로 옮기고 지역균형발전정책을 함께 추진할 경우 그동안 발전에서 소외됐던 전북,충북,호남·충남 서해안,경북 북부지역이 자연스럽게 발전하면서 지역감정의 벽도 허물어질것으로기대하고 있다. 전주 임송학·광주 최치봉기자 cbchoi@ ◆전문가 해법 “지역갈등을 없애고 우리 같은 서민을 위하는 좋은 대통령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를 위해 TV에 출연,화제가 됐던 부산 자갈치시장 아지매 이일순(58)씨가 노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자 한 말이다. 무엇이 이 평범한 서민 아지매로 하여금 첫마디에서 ‘지역 갈등’을 없애야 한다는 말이 나오도록 한 것일까. 지난 40여년간 한국정치의 최대 화두는 ‘지역감정’이었고,역대 선거에서도 이만큼 강력한 위력을 발휘한 무기가 없었다.따라서 정치인들은 선거에서 유권자들에게 좋은 정책을 제시하려 하기보다는 지역감정이란 편리한 무기를 거머쥐는 데만 관심을 쏟게 됐다. 원래 애향심과 관련된 ‘자기지역 우선주의’와,타 지역 사람과의 감정 및정서상 이질감에서 비롯된 지역감정을 나쁘다고 탓할 수만은 없다.그러나 이런 순수한 지역감정이 우리 사회에서는 정치권력의 획득·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면서 지역패권주의로 전락했고 그것이 우리 사회에끼친 해악은실로 엄청났다.특히 지역갈등이 영·호남간 정치적 대결구도로 고착되면서우리는 심각한 국론분열 현상에 직면하게 됐고,이런 상황에서 지역갈등은 이미 그 어떤 이성적 설득도 통하지 않는 맹목적이고 교조화된 도그마로 정착된 느낌까지 갖게 했다. 그러나 이번 대통령 선거를 계기로 우리는 지역갈등 극복의 새로운 희망을발견하게 된다.지역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스스로 편한 길을 마다하고 험난한 길을 걸어온 노 후보에게 국민들이 뜨거운 지지를 보냄으로써,지역갈등은이미 고질적 병폐에서 치유 가능한 것으로 인식의 변화를 가져왔다. 물론 아직도 표의 동서 양분현상이 존재하고,선거 후에도 노 후보에 몰표를 던진 호남지역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타 지역에서 나오는 등 넘어야 할 산과 강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표의동서현상은 과거 지역대결 구도와는 여러가지 면에서 다르다고 본다. 호남인들이 영남 출신 후보에게 보낸 높은 지지는 동서화합을 원하고 실천할 수 있는 적임자로 노 후보를 선택한결과이기 때문이다.노 후보가 영남지역에서도 나름대로 높은 지지를 얻은 데서 지역갈등 극복을 바라는 전국적국민 여망이 잘 나타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이제 지역갈등보다는 누가 진정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지도자인가를 선택의 기준으로 삼으려는 젊은유권자들의 표심이 크게 작용했다.민심은 이미 과거 지향적 지역주의에서 벗어나 미래 창조적 국민주의로 바뀌어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이제 남은과제는 정치인들이 이러한 국민들의 요구를 수용하고 변화하는 것이다. 이제 21세기 첫 대통령이 될 노 당선자는 이같은 국민 여망을 절실히 인식하고 지역갈등을 20세기의 유물로 확실히 묻어버리는 과감한 개혁과 화합책을 도모해야 한다.세계화와 신자유주의가 맹위를 떨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동북아의 중심국가로 우뚝 서기 위해서는 국민 단합과 지역갈등 극복이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이다. 노 당선자가 지역갈등을 극복한 최초의 대통령으로 기록되기 위해서는 다음 몇가지 점에 유의했으면 한다. 첫째,역대 정부의 인사정책을 반면교사로 삼아 능력을 최우선으로 하되 가능하면 지역간 고르게 등용함으로써 지역화합을 도모해야 한다.이 점에 있어서 노 당선자는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도 자유로운 입장에 있기 때문에 그리어려운 일이 아니다. 둘째,수도권에 집중된 경제력을 지역에 분산시켜 수도권에는 삶의 질을 높이고,지방에는 발전의 기회균등을 도모,건강한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 셋째,지역간 균형발전은 교육제도의 근본적 개혁에서 찾아야 한다.대학마다 특성화되지 못하고 백화점식 구조를 탈피하지 못하는 한 진정한 의미의 지역간 인적교류는 기대하기 어렵다. 넷째,지역화합뿐 아니라 장래의 통일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청소년을 비롯한 모든 국민들이 선진민주의식을 함양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국가적차원에서 도모했으면 한다.이를 통해 우리 국민들이 자기 이익과 함께 남을배려하는 여유를 배우는 것만이 정치개혁을 이룩하는 첩경이다. 아무쪼록 한반도의 우리 민족은 이제 모두 하나되는 열린 마음속에 21세기첫 대통령과 함께 대동세상을 활짝 꽃피우는 데 앞장서야 하겠다. ◆영.호남.충청 표분석 16대 대선은 세대와 지역의 승부로도 관심을 모았다.세대간 대결 양상이 고질적 병폐인 지역대결 양상을 누를 것인가,2030세대는 과연 지역감정의 벽을 뛰어넘을 것인가 등이 화두(話頭)였다.결론은 가능성을 확인한 ‘미완의 성공’으로 보인다. 한국 정치의 가장 큰 특징인 영·호남 대립구도는 이번 선거에서도 여실히드러났다.특히 호남지역의 몰표는 뿌리깊은 지역구도의 현실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는 영남에서 68.6%를 득표한 반면 호남에서는 고작 4.9% 득표에 그쳤다.노무현(盧武鉉) 당선자는 민주당 지지기반인 호남에서 무려 92.3%의 압도적 승리를 거뒀고 영남에서도 25.5%를 얻었다.노 당선자의 호남 득표율은 15대 대선때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얻은 92.9%에 맞먹는 수치다.호남에서 10명 가운데 9명 이상이,영남에서는 4명 중 1명이 노 당선자를 찍은 셈이다. 영남의 표심은 노 당선자의 득표율만 놓고 보면 지역감정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것처럼 보인다.노당선자는 고향(김해)인 경남에서 27.1%,부산에서 29.9%의 득표율을 기록했다.울산에서는 35.3%를 얻었다.PK(부산·경남·울산)지역을 합하면 29.1%로,10명중 3명이 그를 지지했다.15대 때 김 대통령이 부산 15.0%,울산 15.2%,경남 10.8% 등 13.4%를 얻은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약진한 셈이다. 그러나 당시 선거가 3자대결구도로 치러진 반면 이번에는 양자대결이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이회창 후보의 득표율도 15대 때보다 부산(3.4%포인트)과 경남(12.4%포인트)에서 모두 상승했다. TK(대구·경북)에서도 노 당선자는 대구 18.7%,경북 21.7%로 김 대통령의 12.4%,13.4%보다 4∼7%포인트 더 득표했다.그러나 이회창 후보는 15대 때보다 대구에서 6.1%포인트,경북에서 12.5%포인트가 올라 상승폭이 더 컸다.3자대결구도가 양자대결구도로 전환한 것이 노 당선자 득표율 상승의 첫째 요인임을 말해준다.다만 15대 때 국민신당 이인제(李仁濟) 후보가 얻었던 표가 모조리 이 후보에게 가지 않고 절반 정도 노 당선자에게 갔다는 점에서 다소나마 지역감정의 벽이 낮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이들 영호남과 달리 충청권 표심은 의미있는 현상을 담고 있다.DJP연대가사라지고,이 지역에 연고를 둔 이인제 의원이 빠진 상태에서 노 당선자가 이 후보와 득표율 상승분을 양분한 것이다.노 당선자의 득표율은 15대 김 대통령의 것보다 대전에서 11%포인트,충남에서 5%포인트,충북에서 14%포인트 상승했다.반면 이 후보도 대전에서 11%포인트,충남에서 18%포인트,충북에서 12%포인트 더 얻었다. 15대 대선때 김 대통령은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와의 연대로 충청권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그러나 이번 대선에서 노 당선자는 김 총재가 중립을지킨 가운데 대전과 충남북 모두에서 승리했다.지역 연고를 갖고 있는 이 후보는 고향인 충남 예산과 홍성,충북 제천 등 3개 지역구에서만 앞섰을 뿐 대전 5곳을 비롯,나머지 28개 지역구에서 패했다. 이는 노 당선자의 행정수도 이전 공약이 효과를 거둔 때문으로 풀이된다.정책공약이 지역감정의 벽을 뛰어넘을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지역감정 극복의 가능성은 2030세대의 투표행태에서도 나타난다.대선 투표당일인 지난 19일 여론조사기관인 미디어리서치가 4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투표자 조사에서 PK지역 20대의 42%,30대의 40.3%가 노 당선자를 찍었다고답했다.이는 노 당선자의 지역 득표율 29.1%를 11∼13%포인트 정도 웃도는수치다. TK에서도 20대의 31.6%,30대의 28.4%가 노 후보를 지지해 전체 득표율 19.97%를 11%포인트 가량 웃돌았다.물론 전국적으로 20대의 60.6%,30대의 60.5%(19일 한국갤럽 조사)가 노 당선자를 지지한 것과 비교하면 이들 영남권 2030세대가 지역감정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음을 보여준다고도 할 수 있다.결국 영남지역 젊은 층의 표심은 지역감정 극복에 있어서 이번 대선이 안겨준 성과이자,과제인 셈이다. 진경호기자 jade@
  • 법원 “노사모 大選중 폐쇄 정당”/집행정지신청 기각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에 대해 대선기간 동안 폐쇄조치를 내린 것은 정당하다는 법원 결정이 내려졌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 白春基)는 4일 노사모가 “중앙선관위의 폐쇄조치는 사조직 폐쇄명령취소 청구소송이 진행중인 만큼 일시 정지돼야 한다.”며 중앙선관위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노사모가 대선기간 이전에도 직·간접적으로 선거활동을 했고 대선기간에도 위법행위를 할 것으로 예상돼 잠정적으로 폐쇄조치가 계속된다 하더라도 노사모측에 치명적인 손해가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면서 “특정 단체가 선거운동 기간을 전후해 특정 정치인에 대해 지원활동을 하는 것은 선거에 있어서 헌법상 보장된 기회균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하지만 선관위가 일정기간을 정하지 않고 사무실,인터넷 사이트 등을 포함한 전 조직에 대해 폐쇄를 명한 것은 재량권을 넘어선다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홍지민기자 icarus@
  • 선관위 ‘단일화 TV토론’해석·정당 반응/ 정치권 이해 ‘꿰맞추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일단 후보단일화를 위한 TV토론 허용 쪽에 손을 들어주었다.그러나 횟수를 1회로 제한하고,방송사 주관 토론을 불허함으로써 한나라당의 불만도 어느 정도 감안한 듯한 인상이다. 특히 ‘동시 중계방송’ 문제를 방송사간 협의사항으로 넘긴 것은 지나치게 정치권의 눈치를 살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TV토론을 후보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의 전 단계로 활용하려던 민주당과 국민통합21측의 당초계획은 상당부분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후보단일화를 위한 TV토론의 허용 여부에 대한 쟁점은 두 가지다.하나는 방송사가 후보단일화를 위한 TV토론을 주관하는 것이 선거법에 위배되는지 여부다.중앙선관위는 이에 대해 ‘불가’ 판정을 내렸다. 언론의 공정보도를 규정한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이하 선거법) 8조(언론보도의 공정보도 의무)와 82조 3항에 위배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른 하나는 정당이 주관하는 후보단일화를 위한 TV토론 중계가 위배되는지 여부다.중앙선관위는 이에 대해서도 선거법을 위배될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공정성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한 차례에 한해 노무현(盧武鉉)·정몽준(鄭夢準) 두 후보간의 토론회에 대해서는 전 국민적 관심사인데다 언론의 고유 기능이라는 이유를 들어 허용 배경을 설명했다.중앙선관위 조영식(曺永湜) 홍보국장은 이에 대해 “언론기관이 국민적 관심 사안에 대해 취재·보도하는 것은 언론의 고유 기능이며,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는 차원에서 이를 허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 차례로 토론회 횟수를 제한한 것에 대해서는 “언론기관의 취재·보도라 할지라도 선거운동의 기회균등과 선거보도의 공정성을 준수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은 이에 대해 “선관위가 미디어 선거를 크게 활성화하고 선거 공영제를 대폭 확대하는 선거법 개정의견을 국회에 냈던 것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면서 “언론기관의 보도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를 극도로 제약하는 잘못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국민통합21 김행(金杏)대변인은 “선관위의 결정은 지나치게 제한적인 법 해석”이라면서 “재심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나라당 신경식(辛卿植) 단장은 “특정 후보를 위한 중계방송 자체가 불법”이라면서 선관위의 결정에 강력반발했다. 미디어대책위 이원창(李元昌) 의원은 “선관위가 법이 정한 명문 규정을 넘어선 유권해석을 내렸다.”면서 “1차례면 합법이고 2∼3차례면 불법이냐.”는 불만을 토로했다. 김재천기자 patrick@
  • [사설] 공정성에 무게 둔 ‘TV 토론’ 결정

    ‘노·정 후보단일화’와 관련한 TV토론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8일 방송사가 1회에 한해 정당주최 TV토론을 중계방송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중앙선관위는 또 단일화 TV토론에 참여하지 못한 여타 후보가 형평성에 이의를 제기할 경우 다른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는 중앙선관위가 중계방송을 단 한번으로 제한한 것은 국민의 알 권리충족이나 언론보도의 자율문제에 있어서는 다소 미흡하다고 본다.그러나 여타 후보가 이의를 제기할 경우 다른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며,토론의 주최를 방송사가 아닌 정당으로 한 점 등은 기회균등과 공정성의 원칙을 살린 유권해석이라고 평가한다. 이처럼 공정성에 무게를 둔 중앙선관위의 결정은 높이 평가하지만 앞으로 기회균등 문제에 있어서 구체적인 결정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다.일단 중앙선관위가 단일화 토론에 참여하지 못한 다른 후보들이 형평성에 이의를 제기할 경우에 대해 ‘다른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유권해석을 내렸지만 그 다른 기회에 대한 구체적인 유권해석이 없다. 이와 함께 중앙선관위가 후보단일화와 관련한 TV토론 문제에 대해 신속한 결정을 내린 것은 선거전이 본질을 벗어나 정쟁에 휘말리는 것을 서둘러 차단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앞으로도 중앙선관위는 선거관리에 있어서 선거법과 관련한 논쟁에는 신속한 판단을 내려 이번 대통령 선거가 페어플레이가 되도록 능동적으로 유도해야 할 것이다. 후보단일화에 나설 정당들도 공정성에 무게를 둔 중앙선관위 결정의 취지를 살려 TV토론을 유권자들이 차분한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로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다.그러기 위해서는 지지율 반전을 노린 이벤트성 흥행으로 몰고 가서는 안 된다.두 후보 간의 정치이념과 정책 노선의 차별성 등 실질적인 내용을 통해 국민들이 판단을 할 수 있는 재료를 제공하도록 해야 한다.이벤트와 토론 중계를 통한 후보 띄우기에 급급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새겨 들어야 할 것이다.
  • ‘개별화 수업’ 신용산초등학교 2학년2반/ 놀이하듯 문제풀면 학습능률 쑥쑥

    교사는 칠판 앞에서 설명하고 학생은 이를 듣기만 하는 낡은 교육은 가라.7차교육과정에서 지향하는 학생 개인차를 인정하고 개인의 성장과 잠재력을 개발하는 수준별 학습법인 ‘개별화 수업’이 일부학교에서 시도,효과를 얻고 있다.학생 스스로 자신의 흥미에 맞는 학습계획을 짜고 교사는 학습목표에 이르도록 지원하고,사고할 기회를 만들어주는 개별화 교육은 인간성이 존중되는 교육으로 눈길을 끈다.현재 서울시내 초등학교 중 신용산을 비롯해 11개의 선도학교에서 개별화 교육이 진행되고 있고 해마다 그 숫자가 늘고 있다.개별화 교육이 진행되고 있는 신용산초등학교 2학년2반,수학수업시간을 들여다봤다. 우선 교사는 과자가 든 통을 두개 보여줬다.3개씩 4봉지가 든 통과 6개씩 2봉지가 든 통을 보여주면서 “과자의 숫자를 어떻게 계산했어요?”교사는 질문했고,“3 곱하기 4”“6 곱하기 2”아이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12를 만드는 곱셈방법을 이렇게 보여주면서 기본활동은 끝났다. ◆아이들이 스스로 학습방법을 선택하는 교실- 교사 앞에 동그랗게 모였던 아이들은 교실 뒤편의 다양한 교구 중 오늘 자신이 공부할 것을 선택하느라 소란스러워졌다.색비즈,구슬틀,체커판,골든벨판,마커펜 중에서 하나씩 선택한 아이들은 자신의 자리에 돌아왔고,곧 짝과 마주보며 곱셈식을 만들기 시작했다.“짝이 2번,나도 2번 맞혔다.”고 말하는 아이의 얼굴에 성취감이 가득했다. 교사는 아이들 사이를 걸어다니며 지도했고,아직 곱셈을 이해하지 못한 아이는 교사책상에 놓인 컴퓨터 앞에 불러내어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다시 설명했다.교사에게 설명을 들으면서 자신감이 생긴 아이에게 교사는 다른 친구를 가르쳐줄 것을 주문했다.교사의 역할이 맡겨진 아이는 ‘내가 선생님이다.’는 자족감이 가득찬 얼굴로 열심히 컴퓨터 키를 두드리며 친구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에게 교사의 역할을 맡기는 것은 어떤 칭찬보다 강력한 격려와 지지가 됩니다.자신이 방금 익힌 것을 친구에게 가르쳐주는 과정을 거치면서 아이는 완전하게 익히기도 합니다.” 담임교사 한희경씨는 개별화 학습의 효과를 설명했다. 놀이하듯 수학공부를 하고있는 아이들 중 아직 8단이나 9단 등 어려운 구구단의 개념을 제대로 익히지 못한 아이가 발견되면 못이 박힌 구슬틀에 고무줄을 이용해 네모를 만들고,이를 작은 네모로 다시 만들도록 했다.“8곱하기 6을 이렇게 고무줄로 만들자.이번에는 3곱하기 2,이런 작은 네모를 몇 개만들 수 있는가 이 속에서 만들어 볼까?”아이들이 서로 평가한 것을 훑어본 교사는 오늘의 수업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들에게는 조금 쉬운 숙제를,학습목표에 이미 도달한 학생에게는 학습지를 내주는 등 심화,보충수업을 유도하며 수업을 마무리했다. 전반적으로 주입식 수업시간보다는 산만했고,마치 미술시간 같았다.그러나 아이들은 놀이하듯 문제를 풀면서도 진지했다.“구구단을 외는 것은 싫은데 학교에서는 재미있어요.”“쉬워요.” 아이들은 참여하는 수업의 재미에 흠뻑 빠진 것 같았다. 한 교사에게 “각기 다른 교재를 가지고 공부하는 아이들의 수업정도를 어떻게 측정해서 가르치느냐.”고 물었더니 “주입식 수업보다 더 많은 준비는 물론 수업중에도집중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진단평가를 비롯해 평가를 계속해서 35명 아이들의 학습수준과 오늘 수업의 결과를 정확히 알 수 있는 것은 개별화 수업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선뜻 개별화 수업의 장점부터 들었다.그리고 “뛰어난 아이와 학습부진아를 동시에 가르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교사의 철저한 준비·연구가 우선해야- 2년째 서울시교육청 지정 수업방법개선 선도학교로 지정된 이 학교는 교사들이 지난 겨울방학 내내 새학년에서 가르칠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학습방법을 연구했다.또 개별화 교육에서는 절대조건인 다양한 교재·교구를 만들었다. 올 3월 신입교사들을 위해서는 교사들이 직접 여섯차례의 공개수업을 했을만큼 철저한 준비를 했다. 연구부장 류경혜 교사는 “교사들이 자신감을 갖고 수업에 임할 수 있어야 개별화 교육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하며 “국어와 미술,국어와 슬기로운 생활을 통합하는가 하면 수학의 경우 학생들의 수준에 맞춰 진도를 각기 다르게 시간차 수업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개별화교육의 효과는 학습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이 학교 정병택 교감은 “효과적인 학과수업은 물론 동시에 학생들의 상호활동과 협동을 기대할 수 있고 교구를 쓰고 나면 정리정돈하는 기초생활질서까지 배우게 된다.”고 말했다. 또 ‘학습도우미’라 불리는 학부모들이 다양한 교재·교구를 제공하는 것이 개별화 교육을 가능하게 해준다고 말했다.학부모 이명자씨는 “처음에는 비효율적으로 느껴지기도 했지만 아이가 학습에 흥미를 느끼고,집중하는 것 같다.”고 개별화교육에 대해 만족해했다. 허남주기자 yukyung@ ■집에서 실천하는 교육 포인트/ 학습결과보다 칭찬·격려를 더 많이 학생이 적극적으로 학습을 준비하고 참여하는 자기주도적인 개별화 학습을 가정에서도 실천해 보자. 손웅(서울시교육청 초등교육과) 장학사는 “학교에서 개별화 교육이 자리잡게 하기 위해서는 학부모의 절대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몇가지 포인트를 짚어줬다. 손 장학사는 ▲공부할 계획을 아이들 스스로 정하게 할 것 ▲너무 많은 것을해낼 것을 부모가 요구하지 말고 한 문제라도 스스로 생각하도록 유도할것 ▲교과 중심보다는 지적이고 탐구적인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할 것 ▲숙제에 부모가 깊이 관여하지 말고 스스로 하도록 할 것 등을 권했다. 예를 들면 수학공부할 때 부모는 “하루에 3장씩 풀어라.”고 말하기보다 얼마나 공부할지 스스로 정하게 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아이가 모르는 것을 설명해서 단번에 알려주지 말고,다시 생각할 기회를 갖게 하는 것이 좋다.이때 모르는 문제는 표시를 해두고 나중에 다시 생각하도록 지도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 자신이 잊지 말고 아이의 학습을 체크하고 칭찬·격려한다는 점이다. 김혜숙(신용산초) 교사는 “학습의 결과보다는 과정을 칭찬·격려하고 실수나 오류를 부끄러워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알게 하는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틀린 것이 잘못이나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할 때 아이들은 자신감을 가지고 생각과 계획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점수보다는 발전 정도에 부모가 관심을 갖고 틀린 부분은 다시 한번 생각하고,반드시 알고 지나갈 수 있도록 지도할 것”을 강조하며 몇 가지를 체크하라고 당부했다. 정확하고 짧게 말하는 습관들이기,느낌을 살려 책을 소리내어 읽기,생각을 글로 표현하기,일상생활에서 발견되는 호기심을 학습으로 연결하기,개념과 원리를 생각하며 문제풀기 등을 훈련하라고 말했다. 창의성 교육은 가정에서 먼저 시작할 수 있다.주입식 교육이 가시적이고 즉각적인 효과를 가져온다면 개별화된 자기주도적인 학습이 창의성을 계발하고 오래 기억에 남는 학습법임을 교사와 교육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주장하고 있다. 허남주기자 ■개별화 교육 왜 필요한가 ◆개별화 교육이란- 일명 자기주도적 학습법으로 한 반의 학생에게 동시에 가르치는 설명식·전통적인 학습법이 아니라 개인의 수준차와 흥미에 따라 다양한 활동을 거쳐 교육목표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학생 하나하나의 소질·적성·능력에 초점을 둔 학습방법으로 ‘물고기를 주는 것이 아니라 낚시방법을 가르치는 교육’으로도 설명된다. ◆왜 개별화 교육이 필요한가- 획일화 교육은 개인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누구에게나 같은 학습과제와 학습량,학습방법으로 하는 학습은 다양하고,수준차이가 나는 학생들의 개인차를 무시하고 창의성과 잠재적 가능성을 키우기 어렵다.반면 학생 개개인의 적성과 능력,흥미에 따라 자신에게 적절한 학습내용과 자기진도에 따라 진행되는 학습은 많은 정보들 가운데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찾아내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이를 스스로 평가하는 능력을 키워준다. 이는 정보화 사회에서 지식을 활용할 밑거름이 된다. 또한 일반학교 학생 숫자가 35명이나 되는 학급에서도 학습부진아와 영재등 개별적인 특성을 가진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다고 교사들은 말했다. ◆개별화 학습의 효과- 개별화 교육은 교사에게 학생의 수준에 맞춰 다양하게 지도할 수 있도록 완벽한 학습준비를 최우선으로 하고 다양한 학습자료와 교구들을 필요로 한다.주입식 교육보다는 다소 번거로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개별화 교육이 이뤄지기만 한다면 교사나 학생·학부모가 모두 만족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개별화교육 선도학교인 두산초등학교가 최근 발표한 결과에 의하면 대부분의 교사들은 개별화 학습이 ‘학생의 학습에 대한 흥미나 참여도를 높이고 있다.’(83.5%)고 평가했고,‘학생들의 자기주도적 학습능력 신장에 크게 도움이 됐다.’(87.9%)고 반겼다.특히 저학년의 경우 효과가 매우 크다고 97.3%의 교사들이 인식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학부모들 역시 학교교육에 대해 신뢰감을 형성하고 있음도 확인됐다.“학생의 개인차를 존중하며 교육의 기회균등에 기여하고 창의력 신장에 효율적이다.”고 평가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또 개별화 교육을 위해서는 우선해야할 다양한 교재·교구제작과 보조교사 등 수업도우미 역할에 대해서도 90.3%의 학부모들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개별화 교육에 대해 만족하고 있었다. ◆풀어야 할 문제들- 개별화 수업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기초기본교육의 강화가 최우선이라고 교사들은 지적했다.버릇없이 자란 요즘 아이들을 지도하려면 학습활동에 앞서 기초생활지도에 매달려야 하기 때문이다.35명의 학생들이 스스로,함께하는 개별적 교육을 하려면 “정리정돈 교육을 가정에서 시켜야 한다.”고 교사들은 말했다. 허남주기자
  • 민주 신당추진 ‘파문’, 한대표 “”재보선후 당 해체”” 공식 표명

    한화갑(韓和甲) 대표 등 민주당 주요 지도부가 30일 8·8 재보선 이후 민주당을 해체하고 외부인사를 폭넓게 영입,정계개편 수준의 신당 창당을 추진할 뜻을 공식적으로 밝혔다.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정치판을 흔들려는 음모라면서 신당창당론을 강력히 비판,파문이 일고 있다. 한 대표는 기자간담회를 갖고 “그동안 당내 여론을 수렴한 결과 대체로 신당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 같다.”며 “재보선 이후 신당창당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느 당이 주체가 되고 누가 흡수되는 것이 아니며,기회균등 상태에서 참여하자는 것”이라고 말해 정계개편 차원의 ‘헤쳐모여’식 신당 창당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특히 “누구를 배제하고 누구를 옹립하느냐를 떠나 완전히 마음을 비워 기득권을 포기하고 백지상태에서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의 후보직 사퇴를 전제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그는 ‘외연확대에 정몽준(鄭夢準) 의원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당에 들어오려는 모든분들을 포함해 하는 얘기”라고 부인하지 않았다. 이인제(李仁濟) 의원 등 비주류측은 “노무현 후보가 기득권을 포기한 뒤 새로운 경선을 통해 신당의 대통령후보를 뽑아야 한다.”면서 노 후보의 후보직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노무현 후보는 “신당 얘기에 원칙적으로 찬성하고 지금 민주당으로는 대선을 치르기 어렵다는 일반적 평가에 동의한다.”면서 “새로운 정치를 위한 신당 논의는 언제나 찬성하고 대화할 준비가 돼 있으나 과거로 돌아가자는 신당론에는 반대한다.”고 말해 후보직 사퇴주장을 일축한 뒤 신당이 자신을 중심으로 추진되어야함을 시사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민주당지도부가 신당창당론과 개헌론을 잇따라 제기하는 것과 관련,논평을 내고 “개헌과 신당설은 국민에게 외면받고 8·8 재보선선거 패배가 확실해지자 판을 흔들어 보려는 책략”이라며 “개헌 술수와 신당 창당 음모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김상연기자 carlos@
  • 독자의 소리/ 서울대 지역할당제 도입 신중히

    신임 정운찬 서울대총장이 신입생 선발때 지역별로 할당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우선 그 발표과정에 문제가 있다.대학입시 정책은 아주 중요한 것으로 교수회의를 거쳐 결정되어야 한다.그럼에도 정 총장은 자신이 평소에 구상하던 바를 밝혀 도화선이 되었다.지역별 할당제는 아주 민감한 사안으로 대학 내부에서 교수들의 협의와 토론을 충분히 거치고 공개토론과 여론수렴을 거친뒤에 최종 결정해야 할 것이다. 물론 대학이 자체적으로 입시정책을 변경할 수 있고 나름대로의 특성을 살릴 수도 있다. 지역할당제도 장점이 있을 수 있다.하지만 수험생의 실력과 자질을 파악하는 데 지역을 배려하여 할당한다는 것은 입시제도가 경쟁선발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납득이 가지 않는다. 단지 인구가 많은 지역이라 하여 학생 실력에 관계없이 많이 뽑고 인구가적다 하여 실력이 있어도 적게 배정된다면 기회균등의 원칙에도 어긋나고 공정성에도 문제의 소지가 많다. 더구나 서울대 입시는 타 대학에 미치는 영향력이 지대하므로 신중에신중을 기하지 않으면 안된다. 누구나 새로이 취임하면 업적이나 성과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았음을 우리는 많이 보아왔다.하지만 자칫 서두른다면 뒤따르는 문제점과 후유증이 만만찮음을 인식하고 대학 교수회의를 거치고 사회의 여론도 보아 가면서 신중히 결정되길 바란다. 우정렬 [교사·부산 중구 보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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