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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섶에서] 95세 언니/최광숙 논설위원

    며칠 전 지하철에서 할머니 두 분이 똑같은 재킷을 입고 있었다. 자매인가 싶었는데 아니지 싶다. 마침 한 할머니가 지하철에서 내려 다른 할머니와 나란히 앉게 됐다.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어봤더니 고종사촌 언니라고 한다. 자신은 81세이고, 그 언니는 83세. 얼굴에 주름도 별로 없고 혈색도 아주 좋다. 60대 초반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다. 아픈 데는 없으시냐니까 간간이 허리가 좀 아프단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데 오늘은 계모임에 다녀오는 길이란다. 서울에 사는 사촌들과 매월 한 차례 만나서 식사를 한다고 했다. 5만원씩 다달이 부은 곗돈 60만원을 오늘 탔다면서 좋아하신다. 식사값은 각자 1만원씩 거둬서 낸다고 했다. 계원은 10명으로 모두 할머니다. 막내는 73세, 왕언니는 95세다. 혈연으로 맺어진 끈끈한 사이라 세대 차이도 못 느낀다고 했다. 지난달 일본 여행도 다녀왔단다. 여행 계획은 제일 큰언니가 맡는단다. 선생님 출신이라 여행지, 비행기표 등을 꼼꼼하게 챙긴다고 했다. 95세 큰언니가 계모임이 끝나고 헤어질 때 하는 말이 있다. “애들아, 우리 100세까지 건강하자.” 최광숙 논설위원
  • 장애인 투표 모의체험

    장애인 투표 모의체험

    한 장애인단체 대표가 이날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장애인단체 업무협의회에서 뇌성마비 등 지체장애인들이 손목에 착용해 기표를 할 수 있는 투표 용구를 시험해 보고 있다.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 킹 도전 선언한 김종인 “인재들 모아 통합정부”

    킹 도전 선언한 김종인 “인재들 모아 통합정부”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 대표가 5일 “여러 정파와 인물을 아우르는 최고 조정자로서, 나라를 안정시키고 국민을 편안하게 해드리겠다”며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날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출마 행사에는 김병준 전 국무총리 지명자와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 등 각계 인사 300여명이 참석했다. 민주당을 탈당한 무소속 최명길 의원이 사회를 맡았고 친김종인계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성수·최운열 의원, 안희정 충남지사 캠프 대변인이었던 박수현 전 의원, 200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 대변인이었던 안형환 전 의원 등도 눈에 띄었다. 김 전 대표는 “저는 이번 대통령 선거에 정당 추천 없이 출마해서 국민의 선택을 받고자 한다”고 했다. 이어 “지난 세월이 모두 적폐라면서 과거를 파헤치자는 후보가 스스로 대세라고 주장한다”면서 문재인 민주당 대선 후보에 날을 세웠다. 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에 대해선 “또 다른 후보는 어떻게 집권할지도 모르면서 혼자서 해보겠다고 한다”며 자강론을 비판했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신라면세점 인천공항 매장 길찾기 서비스 도입

    신라면세점 인천공항 매장 길찾기 서비스 도입

     신라면세점이 5월 ‘황금연휴’를 한달 앞두고 붐비는 출국장에서도 편리하게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자사 모바일 앱에 ‘인천국제공항 매장 길찾기’ 서비스를 새롭게 도입했다고 30일 밝혔다. 인천국제공항 매장 길찾기는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고객이 면세품 인도장·브랜드 매장·안내데스크·탑승구 등 원하는 목적지까지 빠른 시간 안에 도달할 수 있도록 최단거리를 안내해주는 내비게이션 서비스다.  신라면세점 모바일 앱을 통해 해당 기능을 선택하면 GPS(위성 위치확인 시스템), 비컨(블루투스 기반 근거리 통신기술) 등을 활용해 현재 자신이 있는 곳을 지도상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경로를 안내한다. 또 앱에 로그인하면 출국정보를 바탕으로 여러개의 면세품 인도장 중 본인이 방문해야 하는 곳을 자동으로 안내해주며, 카테고리별 혹은 개별 브랜드 매장도 검색이 가능하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2004년부터 ‘고객의 소리’를 체계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는데, ‘인천국제공항에서 헤매다가 탑승시간에 쫓겨 제대로 쇼핑하지 못했다’는 내용의 불편 사항이 잦아 이를 개선하기 위해 서비스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신라면세점은 앱을 통해 인도장 대기인원 수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줄을 서지 않고도 대기표를 발권할 수 있는 ‘모바일 인도장 대기표 발권 서비스’를 지난해부터 도입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국민의당 국민경선 호남 흥행성공 이유는?

    국민의당 국민경선 호남 흥행성공 이유는?

     사전 선거인단 없이 선거인 등록부터 투표까지 2분 내    안철수 “두 후보와 함께 대선 승리하겠다”  박주선 “진짜 호남의 정권 교체를 이루겠다”  손학규 “국민과 나라 다시 세우는 소임 다하겠다” 국민의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호남 지역 순회투표가 연일 ‘깜짝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전날 광주·전남·제주 지역 순회투표에 6만 2389명이 참여한데 이어 26일 전북 순회투표 참여인수도 2만 1996명이라고 국민의당은 집계했다. 사전 선거인단이 없었던 이번 순회투표의 예상 참여인수는 광주·전남 등지가 5만여명, 전북이 1만 5000여명이었다. 날마다 예상인원을 훌쩍 뛰어넘는 참여인원이 몰리는 셈이다. 사전등록 선거인단이 없지만 투표의 문턱을 낮춘게 국민의당 경선의 흥행을 이끈 요인 중 하나로 평가된다. 선거인 신청서에 주민등록번호와 휴대전화 번호를 적어 제출한 뒤 투표용지를 받아 기표하고 투입하기까지 1~2분에 끝난다. 절차가 간단하니 투표소 주변 상인들이 출근하다, 투표소 주변 행사 참가자가 잠깐 들러 투표를 하는 모습도 자주 목격됐다. 국민의당은 선거인 신청서 제출 즉시 선거인명부를 작성해 중복투표를 방지하는 한편 신원확인 과정 중 얼굴을 녹화해 중복투표 논란 등이 불거졌을 때 예비 검증장치를 마련했다. 이같은 시스템에 힘입어 선거 이틀째인 이날 전북 정읍 투표에서 중복투표 시도가 사전 적발되기도 했다. 국민의당 지도부와 후보들은 호남 지역의 ‘샤이(shy·숨겨진) 국민의당 지지표’가 힘을 발휘했다고 자평했다. 이날 전주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박지원 당 대표는 “아직 호남에 지난해 총선 민심이 남아있다고 했을 때 모든 분들이 ‘문재인 대세론’을 얘기했지만, 이번 호남 경선을 보면 차기 대통령이 국민의당 후보라는 것을 여러분에게 선언할 수 있겠다”고 반색했다. 경선이 시작되기 전 ‘가보지 않은 길’이라며 완전국민경선에 긴장감을 표시했던 박 대표는 “(일반 국민에게 경선을 개방한) 도박이 대박이 되었다”고 총평했다.  순회투표 결과가 곧바로 발표됨에 따라 대선 주자들의 행보에도 ‘컨벤션 효과’가 반영되기 시작했다. 전날 광주·전남·제주 지역에서 60.6%의 득표율로 1위 성적표를 받아든 안철수 후보는 이날 연설 초반부 “국민의당 중심으로 정권교체하라는 뜨거운 의지를 확인했다. 손학규 후보, 박주선 후보와 함께 반드시 대선에서 승리하겠다”며 한결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 박 후보는 여러 당의 중 자신이 유일한 호남 출신 후보임을 내세우며 “진짜 호남 정권 교체를 이루겠다”고 호소했다. 박 후보의 광주·전남·제주 지역 득표율은 16.4%로 3위였다.  전날 연설문을 대부분 반복한 두 후보와 다르게 손 후보는 전북 연설회에서 전날 읽은 연설문의 4할 이상을 새롭게 바꿨다. 손 후보는 전날 22.9%의 득표를 기록했다. 손 후보는 “어제 광주·전남에서 크게 져서 ‘이 사람 잠은 잘 잤나’ 걱정 많이 하셨겠지만 손학규는 늠름하고 건재하다”며 호응을 이끌어냈다. 손 후보는 “광주·전남 경선은 저에게 새로운 깨우침을 주었다”면서 “국민과 함께 무너져 가는 나라를 이기라는 소임 완수를 위해 반드시 이긴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경선은 현장투표(80%)와 여론조사(20%) 방식으로 진행된다. 26일 전북(전주실내체육관), 28일 부산·울산·경남(벡스코), 30일 대구·경북·강원(대구실내체육관), 다음달 1일 경기(수원종합운동장), 2일 서울·인천(장충체육관), 4일 대전·충청(한밭체육관) 순서로 합동연설회가 실시되고, 같은날 권역별 순회투표가 실시된다. 이어 다음달 3~4일 진행되는 여론조사 결과를 합산해 대선 후보를 가린다.  광주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광주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구로구 ‘색다른’ 민원실

    서울 구로구가 주민들을 위해 민원실 환경을 대폭 개선했다고 20일 밝혔다. 우선 안내 사인을 정비했다. 민원실에 들어서면 ‘민원여권과’ 등의 업무명이 연두색 바탕에 흰색 글씨로 돼 있어 눈에 띄지 않았다. 바탕색은 같게 하되 흰색을 진한 남색으로 바꿨다. 14개로 나뉘어 있던 창구는 6개로 줄였다. 세분화돼 있던 업무를 통합한 것이다. 임산부, 장애인 등 취약계층이 우선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핑크하트 배려창구’도 새롭게 만들었다. 보다 많은 민원인이 편안하게 머무를 수 있도록 북카페도 넓혔고 좌식 서류 작성 필기대도 설치했다. 외국인이 쉽게 일을 볼 수 있도록 신경을 쓴 점도 눈에 띈다. 번호표 발권기에 적혀 있던 ‘순번대기표’ 표시를 ‘번호표’라고 바꿨다. 구 관계자는 “조선족들이 동네에 많은데 발권기를 눈앞에 두고도 순번대기표라는 뜻을 이해 못하더라”며 취지를 설명했다. 외국인에 대한 민원안내 및 상담을 위해 중국어, 영어 가능자 4명이 자원봉사자의 역할을 한다. 이성 구로구청장은 “주민 눈높이에 맞춘 민원행정 서비스로 민원실이 주민들에게 편안하고 친근한 곳으로 인식될 수 있길 바란다”면서 “외국인 주민들도 혼란을 겪지 않고 보다 쉽게 일 처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5월 최장 11일 ‘황금연휴’… 누군가는 ‘지옥연휴’

    5월 최장 11일 ‘황금연휴’… 누군가는 ‘지옥연휴’

    연휴동안 근무하는 직장인 박탈감 느껴 맞벌이 부부는 아이 맡길 곳 없어 걱정“회사 사정 때문에 5월 황금연휴에도 쉬지 못하고 대부분 출근해야 할 상황입니다. ‘황금연휴에 제주도라도 가자’며 들떠 있는 아내에게 일해야 한다고 말하면 어떻게 나올지 벌써부터 겁이 나네요.”(직장인 김모씨·35) 최장 11일까지도 쉴 수 있는 5월 황금연휴를 앞두고 직장인들의 희비가 갈리고 있다. 대기업이나 외국계 기업 직원 등은 대체로 여행 예약까지 마쳤지만 중소기업 직원이나 서비스직 종사자 등 긴 휴가가 힘든 이들은 상대적으로 위축된 상태다. 특히 맞벌이 부부는 황금연휴 기간 어린이집이나 학교가 방학을 할 예정이어서 대책을 마련하느라 부산했다. 지난 15일 정부가 오는 5월 9일을 19대 대통령 선거일(임시 공휴일)로 최종 확정하면서 직장인들은 5월 2·4·8일에 휴가를 내면 무려 11일을 놀 수가 있다. 4월 29~30일, 5월 6~7일은 주말이고 5월 1일(근로자의 날), 3일(석가탄신일), 5일(어린이날) 등은 공휴일이기 때문이다. 대기업에 다니는 홍모(36)씨는 5월 3일 일본으로 가족여행을 떠나 9일에 귀국할 계획이다. 그는 “회사에서 2일 또는 4일 중 하루는 꼭 쉬라고 해서 부담 없이 휴가를 냈다”며 “황금연휴여서 비행기표가 비쌌지만 자주 오는 기회가 아니지 않으냐”고 말했다. 전모(35)씨는 “4월 30일부터 사이판으로 3박 4일짜리 태교여행을 가는데 회사 분위기가 자유로워 휴가를 내기 어렵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5월 해외 여행객 수는 급증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지난 15일까지 접수된 5월 해외 여행객은 8만 3000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 많다”며 “또 5월 여행객의 42%가 황금연휴인 1~7일에 집중됐다”고 말했다. 모두투어도 4월 30일부터 5월 6일까지 예약된 해외 여행건수가 지난해보다 1.5배 정도 늘어난 상태다. 반면 황금연휴를 즐길 수 없는 직장인들은 상대적 박탈감과 가족에 대한 미안함에 황금연휴가 오히려 두렵다고 했다. 간호사 김모(34·여)씨는 “연휴기간 내내 저녁근무를 해야 해서 여행은커녕 어린이날에 아이와 같이 있어 줄 수도 없고 어버이날에 부모님께 식사 대접도 못한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에 사는 김모(44)씨는 “초등학교 2학년인 아이가 5월 첫주에 단기 방학을 한다고 해서 오전에 아이를 봐줄 곳이 있는지 급하게 찾고 있다”며 “징검다리 휴일에 연이어 휴가를 낼 수 없는 맞벌이 부부에게는 황금연휴가 지옥연휴”라고 말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3월의 바람과 5월의 꽃

    [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3월의 바람과 5월의 꽃

    어려서는 봄이 좋은지도 몰랐다. 내가 봄이었으니까. 1980년에 대학생이 돼 서울의 봄을 지나 잔인한 5월을 맞은 뒤, 나는 봄이 싫어졌다. 4월이면 피어나던 최루탄 냄새를 잊고, 나이가 들어 봄이 좋아졌다. 올해처럼 봄이 기다려지는 해도 없었다. 우리 모두에게 길고도 초조했던 겨울이 드디어 끝났다. 탄핵이 인용되고 처음 맞은 주말. 미세먼지 날리는 3월의 거리에 서서, 들뜬 마음은 벌써 4월을 지나 5월을 기다린다. 수영장을 나와 젖은 머리로 거리를 활보하다 감기에 걸렸다. 몸에 차오르는 봄기운을 누르고 방에 틀어박혀 3월의 노래를 듣는다. * 3월의 바람과 4월의 비가 어여쁜 5월의 꽃을 데려오지요. 그리고 6월이, 달빛 아래 당신이 오지요 3월의 바람과 4월의 비가 내리면 로맨스가 곧 시작되고, 두 사람을 위한 야외의 천국이 열리지요 3월의 바람과 4월의 비가 사랑스런 5월의 꽃을 데려오지요. 그리고 6월이, 달빛 아래 당신이 내게 오지요 3월의 바람과 4월의 비가 행복한 시간들에 길을 열어주고 그리고 5월, 6월, 사랑의 시간 그리고 당신. …(후략) March winds and April showers Make way for sweet May flowers And then comes June, a moon and you March winds and April showers Romance will soon be ours An outdoor paradise for two March winds and April showers Make way for sweet May flowers And then comes June, a moon and you March winds and April showers Make way for the happy hours And the May time, June time, love time and you3월의 시를 찾다가 우연히 발견한 옛날 노래다. 1930년대에 유행하던 노래라는데 작사자도 작곡자도 누군지 모르겠다. “3월의 바람과 4월의 비가 5월의 꽃을 피게 한다”는 영국 속담이 있는데,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온 속담을 토대로 만들어진 민요일 수도 있겠다. 밥 딜런이 노벨상을 받는 세상인데, 영국인만 아니라 미국인들도 사랑하는 노래를 세계의 명시로 소개해도 크게 나무랄 사람은 없으리라. 시국 때문인지 요즘의 내 기분은 무거운 시를 읽고 번역하기 싫다. 한가로이 노래나 듣고 흥겨운 리듬에 맞춰 춤이라도 추고픈데…몸이 받쳐주지 못해 아쉽다. 3월의 바람과 4월의 비. 그리고 5월의 꽃. 길게 주절주절 설명하지 않고 짧게 찌르는, 단순 명쾌한 가사가 마음에 와 닿았다. 영국에서는 4월에 비가 많이 온다. 대서양으로부터 불어오는 강한 제트기류 때문이라는데 날씨가 얼마나 변화무쌍한지. 햇볕이 화사한 봄날인 것 같다가 갑자기 비를 뿌리더니, 차디찬 비가 눈으로 변하기도 한다. 영국에 가본 이들은 다 알겠지만, 4월만 아니라 한여름에도 날씨가 고약하다. 런던올림픽이 열리던 해 7월 초에 런던에 며칠 있었는데 정말 날씨가 지랄 같았다(말투가 곱지 않음을 용서하시길). 하루에도 여름과 겨울이 오락가락해 외출할 때 우산과 외투를 챙겨야 한다. 호텔을 나서며 바람막이 재킷을 손가방에 넣고 다니다 필요하면 걸쳤다. 나처럼 어쩌다 며칠 있는 여행자가 아니라 붙박여 살아야 하는 영국인들은 변덕스러운 기후에 익숙해서인지 웬만한 비에는 우산을 꺼내지도 않아, 이슬비에 젖기 싫어 우산을 펼쳐든 내가 무안할 정도였다. 사나운 비와 바람을 맞은 뒤에 꽃이 개화한다. 역경을 겪어본 사람만이 축제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촛불과 태극기가 난무하는 3월을 지나, 4월을 지나 5월에 활짝 웃고 싶다. 유럽의 6월은 춥지도 덥지도 않고, 사랑하기 딱 좋은 아름다운 계절. 최선을 원하지만 최악에도 대비하는 나는, 탄핵이 인용되지 않으면 한국을 떠나겠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고 런던행 비행기표를 예약했다. 구매를 하지 않아 예약이 취소됐을 텐데. 세상이 바뀌어 좋기는 한데, 이제 무슨 핑계로 이 나라를 떠나나. ‘March winds and April showers’를 검색하면 비슷비슷한 가사에 편곡을 달리한 곡들이 여럿 뜬다. 미국의 가수이자 배우인 루스 에딩의 아주 느린 발라드는 감칠맛이 나고, 1935년에 아베 리만의 캘리포니아 오케스트라의 반주에 맞춘 남자 가수의 노래는 빠르고 신났다. 영국의 아이들이 입을 맞춰 낭송하는 동시도 들었는데, 가사는 애들의 시가 더 심오하다. * 3월의 바람과 4월의 비가 5월의 꽃을 피게 하지요. 밤에 붉게 물든 하늘은 양치기의 기쁨이고, 아침에 붉은 하늘은 양치기에게 경고하지요. 비, 비, 저리 가버려. 다른 날에 다시 오렴. 비야, 비야, 어서 가버려. 꼬마 조니는 놀고 싶어; 비야, 비야, 스페인으로 가서, 다시는 네 얼굴을 비추지도 마 March winds and April showers bring forth May flowers. Red sky at night, shepherd’s delight; Red sky at morning, shepherd’s warning. Rain, rain, go away, come again another day. Rain, rain, go away, Little Johnny wants to play; Rain, rain, go to Spain, never show your face again 지겨운 비야, 스페인으로나 가버리라는 영국 아이들의 애국심이 귀엽지 않나.
  • [본사손님]

    ●장기표(신문명정책연구원장)씨 인사
  • [北 김정남 피살] 신속 탈출위해 범행 장소로 공항 택했다

    암살 직후 화장실서 옷 갈아입어 사전 준비 자카르타 비행기 탑승 김정남 암살을 실질적으로 주도한 북한 국적 용의자 4명은 당국의 눈을 피해 따로 입국했고, 암살 직후 말레이시아를 쉽게 탈출하기 위해 공항을 범행 장소로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1년 전부터 김정남의 동선을 세밀히 파악하며 범행을 모의한 이들은 범행 직후, 일시에 말레이시아를 떠나는 치밀함을 보였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상주 공작원으로 추정되는 리정철(47)을 제외한 용의자 4명이 암살 사건 당일인 지난 13일 출국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들은 김정남이 13일 10시에 출발하는 마카오행 비행기에 탑승할 계획을 인지하고 이에 맞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행 비행기표를 미리 끊어 두는 등 치밀한 사전 탈출 계획을 세웠다고 현지 중문 일간지 중국보가 전했다. 이들은 범행 직후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인도네시아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말레이시아 정부 소식통은 “공항 청사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결과 용의자들은 공격 전에는 회색, 보라, 초록색 옷을 입고 있었지만, 공격 이후 화장실로 가 옷을 갈아입고 출국장으로 향했다”고 말했다. 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한 수법이다. 말레이시아 경찰이 밝힌 용의자 가운데 30대인 홍송학(34)과 리지현(33)은 베트남 국적 여성 도안 티 흐엉과 인도네시아 국적 여성인 시티 아이샤가 범행에 실패했을 경우에 대비한 2차 공격조로 추정된다. 이들은 각각 지난달 31일과 이달 1일 말레이시아에 입국했다. 말레이시아 주재 외화벌이 업체 대표로 위장한 리재남(57)은 지난 1일에, 암살의 총괄자로 추정되는 오종길(55)이 7일 마지막으로 입국했다. 이들 4명과 달리 중간 연락책 역할을 맡은 리정철은 체포되더라도 윗선 연계가 드러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일부러 말레이시아에 남긴 것으로 분석된다. 말레이시아 중문 매체 동방(東方)일보는 소식통을 인용해 “리정철은 희생양으로 설계된 인물일 것”이라며 “다른 주범들이 무사히 도피한 뒤 말레이시아를 떠나도록 안배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쿠알라룸푸르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장시호 자필 진술서 내용 보니…“최순실이 숨은 주인, 난 그림자”

    장시호 자필 진술서 내용 보니…“최순실이 숨은 주인, 난 그림자”

    최순실(61·구속기소)씨의 조카 장시호(38·구속기소)씨가 자신의 차명 회사의 실제 운영자가 최씨라면서 “나는 최순실의 그림자”라고 밝힌 장씨의 자필 진술서 일부 내용이 공개됐다. 장씨가 자신의 차명 회사로 알려진 스포츠 마케팅 회사 ‘더스포츠엠’(SPM)의 대표는 한모씨였지만, 실제 운영자는 최씨라고 자필 진술서에 적었다고 TV조선이 지난 13일 보도했다. 14일 보도 내용에 따르면 장씨는 “SPM을 설립하라”는 최씨의 지시로 회사를 만들었고 “‘KT 스키단’과 ‘동계스포츠단’ 창단 등이 목적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스포츠단 창단과 관련해 최씨가 “삼성 때와 같이 어디에선가 연락이 올 것”이라고 했는데, 실제로 KT 측에서 연락이 왔다고 장씨는 진술서에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KT 측의 반대로 KT 스포츠단 창단은 성사되지 못했다. 장씨는 “이후 최씨가 ‘한 대표가 어려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쫓아냈다”고 밝혔다. 또 “최순실 지시로 삼성동 일대에 회사를 만들고, 그 위에 최순실 집무실을 만들고 (중략) 기획안 등을 만들어 최순실에게 제출하였으며”라는 내용도 진술서에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씨는 도표까지 그려가며 이런 정황을 설명했다. 최씨가 SPM의 숨은 주인이고 장씨는 그림자, 최씨 지시로 대표에 선임한 한씨는 바지사장이었다고 표현한 도표였다. 장씨는 SPM 돈으로 최씨가 독일 비행기표를 구매했다며 날짜까지 제시했다. 장씨는 진술서를 통해 “최씨가 SPM을 통해 동계스포츠영재센터 등의 이권을 노렸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씨는 지난해 12월 7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게이트’ 국회 국정조사 2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모가 (영재센터를) 만들라고 해서 지원서를 만들어 드렸고 계획서를 김종 전 문체부 차관에게 냈다”고 진술한 바 있다. 하지만 최씨 측 변호인은 지난달 17일 열린 최씨 등의 1차 공판에서 “영재센터 직원들은 장씨가 업무지시 및 자금관리 운영 등을 했다고 진술했다”면서 “실질적으로 장씨가 영재센터를 좌지우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추석 황금연휴, 中 장자제 여행 3배 넘는 315만원

    추석 황금연휴, 中 장자제 여행 3배 넘는 315만원

    “중국 장자제에 5박 6일로 여행을 가고 싶다고 했더니 80만원대에도 다녀올 수 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시점을 올해 추석 황금연휴 때로 잡아 견적서를 뽑아 달랬더니 한순간 315만원으로 뛰는 겁니다. 사람이 몰리면 가격이 오른다지만 이 정도면 폭리 아닙니까.”(60대 여성 이모씨)●10월 2일 연차 쓰면 최대 10일 휴무 길게는 열흘까지 쉴 수 있는 올 추석(10월 4일) ‘황금연휴’를 겨냥한 해외여행 러시가 연초부터 뜨겁게 이어지면서 각 여행사의 해외여행 상품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장년층과 노년층에 인기 여행지인 장자제만 해도 비수기 가격의 2.4배까지 치솟았다. 직장인은 올 추석 연휴에 10월 2일 하루만 연차를 내면 9월 30일(토요일)부터 한글날인 10월 9일(월요일)까지 10일을 쉬게 된다. 5일 하나투어는 지난달 23일까지 예약된 추석 연휴 주간(10월 1~7일) 항공권이 총 2만 1369장으로 지난해 초에 예약된 추석 연휴(9월 10~16일) 항공권 5339장보다 약 4배 많다고 밝혔다. 지역별로 미주 지역이 505장에서 2619장으로 418.6% 증가했고, 일본(346.2%), 동남아(301.8%), 남태평양(299.5%), 유럽(242.3%), 중국(204.4%) 순이었다. 문제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여행상품 가격이 비상식적으로 급등했다는 점이다. 비성수기에 한 명당 130만원, 여름 성수기(8월 1~15일)에도 180만원 선이던 중국 장자제(5박 6일) 여행상품은 추석 연휴에 314만 9000원으로 뛰었다. 호주 시드니(5박 7일)는 여름 성수기 330만 4400원에서 추석 연휴에는 590만 4400원으로 78.8% 올랐고, 태국 푸껫(4박 5일)은 164만 3000원에서 269만 3000원으로 63.9% 상승했다. 미국 하와이(4박 6일)도 469만원에서 604만원으로 28.8% 올랐다. ●“성수기 가격과 비교해도 너무 비싸” 지난해 12월에 시민단체 소비자교육중앙회가 88개 온·오프라인 여행사의 617개 여행상품에 대해 비수기와 성수기 가격을 비교한 결과 최고 차이가 65.1%(푸껫 3박 5일 기준)였던 것을 감안하면 거의 폭등 수준이다. 통상 추석 연휴에 가족여행을 계획하는 것을 감안하면 체감 상승폭은 더욱 커진다. 하와이의 경우 4인 가족(성인 2명, 자녀 2명)의 추석 연휴 여행 비용은 2234만 8000원으로 여름 성수기(1735만 3000원)보다 499만 5000원을 더 지불해야 한다. 직장인 박모(38)씨는 “이번 추석에 남태평양 쪽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오려고 했는데 지난해 10월에 43만원이던 상품이 올해 150만원으로 뛰었다”며 “너무 비싸 내년으로 계획을 미뤘다”고 말했다. 주모(33·여)씨는 “가까운 일본에라도 다녀올까 했는데 비행기표가 아예 없다. 여행사에서 사재기한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여행업계 관계자는 “성수기와 비수기는 호텔 숙박비와 항공료에서 크게 차이 나기 때문에 희소성의 원리에 따라 자연스레 가격이 오르는 것”이라며 “극성수기에는 가격과 상관없이 항공권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최애연 소비자교육중앙회 국장은 “호텔과 항공료 성수기 가격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기 때문에 같은 상품이 150만원까지 차이가 나는 것은 너무 심한 수준”이라며 “여행사가 폭리를 취하는 건 아닌지 의심해 볼 만하다”고 주장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청년희망재단 59개 일자리에 23억…대부분 비정규직”

    “청년희망재단 59개 일자리에 23억…대부분 비정규직”

    청년 실업난 해소를 위해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제안해 2015년 9월 탄생한 청년희망재단이 지난해 해외 일자리 59개를 만드는 데 23억4000만원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1일 한국일보가 청년희망재단을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재단은 지난해 해외 인재 양성에 집행예산 80억원 중 30%인 23억4000만원을 썼다. 이 예산으로 해외 취업에 성공한 청년은 59명에 그쳤고, 상당수가 비정규직으로 취업을 했다. 17억2600만원이 투입된 ‘청년글로벌보부상’ 프로그램으로 일자리를 구한 청년 41명 중 15명만이 정규직 일자리를 얻었다. 26명이 계약직이었다. 다른 프로그램으로 일자리를 얻은 청년들까지 합해도 정규직은 33명이 전부였다. 한국일보는 청년글로벌보부상 사업에 참여하는 국내 기업이 해외지사에서 일할 청년 1명을 채용하면 재단이 비행기표와 체재비를 포함해 인건비의 80%를 대준다고 지적했다. 이는 큰 돈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인원이 적을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재단은 기업으로부터 1026억1608만원을, 국민으로부터 435억2246만원의 기부금을 받아 총 1461억원에 이르는 돈을 관리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2000만원을 기부하며 1호로 가입하기도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시각장애인 울리는 인터넷 기차표 예매

    시각장애인 울리는 인터넷 기차표 예매

    “저희도 고향에 가고 싶은 마음은 똑같습니다.” 시각장애인 최모(37)씨는 10일 평소보다 1시간 이른 오전 5시 30분에 일어나 컴퓨터를 켰다. 이번에는 인터넷으로 설 기차표를 예매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다. 글자는 구분할 수 없고 사물만 흐릿하게 볼 수 있는 최씨는 2010년 자신과 같은 저시력 장애인 남편을 만났다. 시댁이 부산이라 이때부터 명절마다 부산행 기차표 예매를 시도했지만 7년간 단 한 차례도 성공하지 못했다. 최씨는 인터넷 예매일을 “괴롭고 힘든 날”이라고 했다. 컴퓨터에 내장된 화면읽기 음성지원 프로그램으로 웬만한 인터넷 사이트를 어려움 없이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명절 기차표 예매 사이트는 3분이 지나면 자동으로 접속이 끊겨버려 예매는커녕 설명을 다 듣지도 못한다. 개인 접속 횟수가 6번으로 제한돼 있어 최씨에게 예매의 벽은 높디높다. 최씨와 함께 예매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음성지원 프로그램이 예매 사이트 내용을 절반도 채 못 읽었는데 3분이 지나버렸다. 접속이 끊기자 최씨는 ‘또 이럴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이번에는 남편이 연차를 냈습니다. 명절이면 서울역에 가려고 번갈아 연차를 쓰죠. 둘 다 저시력이라 외출이 쉽지 않지만, 명절 기차표는 전화로도 예약이 안 되거든요.” 코레일은 명절 승차권 중 70%를 인터넷을 통해, 30%는 역 창구와 대리점에서 통해 판매한다. 이날 최씨의 남편은 오전 6시쯤 용산역으로 출발했다. 시각장애인에게 현장예매는 말 그대로 고역이다. 사람들이 빽빽이 들어찬 대중교통을 이용해 낯선 곳을 방문해야 한다. 대기장소를 찾지 못해 역에 가고도 허탕 친 적도 있다. “고속버스를 이용하면 되지 않느냐고 묻는 지인도 있습니다. 기차보다 훨씬 더 힘듭니다. 지하철로 터미널에 간 뒤 매표소에서 표를 찾아 버스가 주차된 곳까지 찾아가려면 장애물이 즐비합니다. 4년 전에 버스로 가본 적이 있는데 부모님이 섭섭해하시더라도 가지 않는게 좋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위험했습니다.” 최씨의 하소연을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을 받았다. 이날 오전 9시 30분쯤 최씨의 남편은 친절한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현장예매에 성공했다고 전화를 했다. “올해는 다행히 내려갈 수 있겠네요. 올 추석에는 취소표나 대기표만이라도 전화로 예매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시작장애인의 고충을 전해 들은 코레일 관계자는 “시각장애인이라는 걸 입증하는 승객에 대해 명절 승차권 예매의 접속 시간을 연장해주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 사진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최민용 이순재 신지 김혜성 ‘라디오스타’ 뒤흔든 10년 묵은 웃음 “시청률도 하이킥”

    최민용 이순재 신지 김혜성 ‘라디오스타’ 뒤흔든 10년 묵은 웃음 “시청률도 하이킥”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이순재 최민용 신지 김혜성이 큰 웃음을 선사하며 명불허전 웃음 킬러임을 입증했다. 이들은 지난 10년 동안의 묵직한 ‘근황 보따리’를 풀었고, 듣기만해도 배꼽 잡는 이야기들로 시청자들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하며 웃음에도 시원하게 ‘하이킥’을 날렸다. 지난 4일 방송된 고품격 토크쇼 MBC ‘라디오스타’(기획 강영선, 연출 황교진)는 ‘라스를 향해 날려~ 하이킥! 하이킥!’ 특집으로 이순재 최민용 신지 김혜성이 출연했다. 5일 시청률 조사회사 TNMS에 따르면 전날 방송된 ‘라디오스타’는 수도권 기준 10.2%로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해 동 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라디오스타’를 찾은 이순재 최민용 신지 김혜성은 등장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이순재가 속해 있는 ‘거침없이 하이킥’팀을 맞이하기 위해 4MC가 기립인사를 한 것. 윤종신은 “’라스’ MC들이 기립을 하는 경우가 흔치 않은데”라며 시작부터 범상치 않음을 예고했다. 근황의 아이콘 최민용이 초장부터 웃음을 유발했다. 최민용은 10년 전 ‘거침없이 하이킥’의 의상을 갖춰 입고 등장했는데, 여기에 시청자들의 편안함을 위해 연기 톤으로 토크를 한다며 설정(?) 방송임을 미리 알렸다. 이어서 최민용은 ‘복면가왕’에 출연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그는 라이브를 안해도 된다는 말에 출연을 결심한 것. 하지만 그것은 그를 낚기 위한 허위 정보였고, 그는 ‘복면가왕’ PD를 만나 근처 노래방에 가서 가혹한(?) 오디션을 치뤘다고 말해 깨알 웃음을 자아냈다. 이순재는 ‘거침없이 하이킥’을 하드캐리 했던 ‘야동순재’ 에피소드의 숨은 이야기를 공개했다. 이순재는 ‘야동순재’의 에피소드가 전파를 탄 후 최민용에게 도움을 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최민용은 이순재가 “네 팬클럽 동원시켜서 야동 이야기 좀 그만하라는 댓글 달아라”고 말했다며, “제가 팬클럽이 그래봐야 몇 명 있다고..”라고 당시의 난처함을 덧붙여 스튜디오를 폭소케 만들었다. 또 신지는 이순재의 다른 별명을 제보하기도 했다. 신지는 일본에서 이순재가 ‘야동순재’가 아닌 ‘AV순재’로 불린다고 말해 웃음을 더했다. 이후 대본 암기의 달인으로 알려진 이순재는 암기력을 유지하기 위해 미국 역대 대통령의 이름을 외운다고 밝혔고, 이름에 부가설명까지 술술 외워가며 ‘뇌섹남’의 면모를 보이는 등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센 언니 이미지의 신지는 외로움을 많이 탄다고 고백했다. 그는 혼자 밥 먹는게 외로워 차라리 밥을 굶는다고 말해 안쓰러움을 자아냈다. 이어서 그는 자신의 SNS에 사진을 업로드 하지 않으면 매니저에게 전화가 온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신지는 김종민이 외로움을 많이 타는 자신을 걱정해 자신의 SNS를 염탐했고, 사진이 업로드 되지 않으면 매니저를 시켜 연락을 취한 것이라고 밝혔다. 신지는 ‘거침없이 하이킥’의 ‘서선생’ 서민정과 즉석 전화통화를 하기도 했다. 반가운 목소리로 근황을 전한 서민정은 “’라디오스타’ 가고 싶었는데, 비행기표 보내주셨으면 갔을 텐데”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서민정은 기회가 되면 연기를 하고 싶다고 밝혔고, 시청자들에게 반가운 인사를 더했다. 이 밖에도 김혜성은 ‘씰룩 민호’ 표정으로 웃음을 선사했다. 그는 냉동인간 같은 외모로 표정을 완벽하게 재연해냈고, 오늘 이후로 요청을 많이 받을 것이라는 칭찬을 받기도 했다. 또한 그는 결벽증 지인과 해외여행을 하다, 지인이 챙긴 ‘휴대용 비대’ 때문에 공항 검색대에서 낭패를 봤던 사연을 공개해 웃음을 더했다. 끝으로 이순재는 “어려운 한해입니다. 불운의 한해였다고 생각 할 수도 있죠”라며 “새해에는 새 희망을 가지고 좋은 나라 좋은 환경에서 신나게 사는 그런 사회가 펼쳐 지길 바란다”고 훈훈한 마무리 인사를 전했다. 이처럼 이순재 최민용 신지 김혜성은 반가운 모습으로 등장해 지난 10년의 공백기가 무색한 듯 거침없이 입담을 펼쳐가며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사진=MBC ‘라디오스타’ 화면 캡처 연예팀 seoulen@seoul.co.kr
  • [2017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해부된 육체:부분이 발설하는 단서들 - 김효숙

    [2017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해부된 육체:부분이 발설하는 단서들 - 김효숙

    인간의 몸이 고깃덩어리와 무엇이 다른가. 이러한 질문은 인간에 대한 전일적 관점을 위반하는 데서 시작한다.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의 도발적 상상력을 끌어와 보면 이러한 점은 더 명백해진다. 인간을 꿈틀거리는 생명덩어리, 즉 고기로 표현한 그의 이미지에 기대면서 우리는 인간이라는 존재를 새로이 증명할 방법을 탐구한다. 이때 우리는, 완벽한 몸이라는 정형을 벗어나 감각과 존재를 해방하고 자유를 부여하기 위해 본능의 심연까지 가 닿으려 한다. 프랜시스 베이컨이 인간의 살과 고기의 살점을 저울에 달 때와 정용준의 관점은 다음 같은 문장에서 겹친다. “모든 고기는 저울 위에서 평등하기 때문이다”(‘개들’,105쪽). 함량과 수치만을 기준으로 따지면 인간은 고기와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인간의 무게가 고기와 동급으로 처리된다는 사실이 어리둥절하다. 베이컨의 고기-인간들은 2) 육체라는 전체성으로부터 해방되면서 정형과 규격을 위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뇨·혈액·타액·정액 같은 체액들, 한쪽이 지나치게 비대하거나 홀쭉해진 형체들을 그의 그림은 보여 준다. 여기에 정용준의 소설은 해부하고 해체한 육체의 일부분들과 조각들, 먹다 버린 음식물 찌꺼기처럼 넘치는 비만한 살들, 지문, 주민등록번호, 냄새 같은 기호들을 추가한다. 육체라는 전체로부터 일부분이 끊임없이 탈주하는 그곳에서 인간은 재정의된다. 흘러나온 육체의 일부분들이 스스로 의미를 발설하면서 전체성으로서 육체의 허위가 무너지는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존재자가 이 지구 상에 있는 한 완결할 수 없는 질문, 그래서 우리는 반복하여 묻는다. 그 물음이 단지 존재의 물질성을 해명하려는 것이 아닌 한 실존 그 자체로서 무수한 질문을 품는다. 해부된 육체의 일그러지고 녹아내린 듯한 모습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라고 누군가가 주문한다면 공포를 주문하는 것일 수도 있다. 갈가리 찢어지거나 분해된 육체 3)의 성분들, 일부분이 지나치게 비대한 육체는 미학적이지 않으므로. 그래서 우리는 물질과 물질이 부딪쳐 상처 나고 찢어진 것을 원상태로 되돌리려 애쓴다. 완결된 육체, 곧 육체의 전체성으로부터 이탈하는 현상을 죽음으로 보기 때문이다. 온전한 형태를 갖춘 몸이 와해될 때 인간은 이른바 고기가 되고 말 테니까. 살점 일부와 한 컵의 피, 한 바가지의 오줌으로 존재가 정의된다면 그것은 과연 한 점 얼룩일 뿐일까. 이러한 의문을 품고서 정용준의 소설로 들어가보면 우리는 거기서 육체의 질곡과 해방을 동시에 경험한다. 정용준의 소설은 세계를 이루는 존재자들을 되도록 부분적으로 보여 준다. 완전체로서 육체가 아니라 그것을 쪼갬으로써 개별성과 존재다움을 드러낸다. 쪼개진 그 조각에 장식이란 없으며 당연히 아름답지도 않다. 자연 상태 그대로 인간들은 거칠고 낯설고 섬뜩하기까지 하다. 몸의 조직에 정신을 심으면서 정용준의 소설은 국부로 전체를 드러낸다. 그것은 전체성으로서보다 피 한 방울, 지문, 살점 일부분들에 압착되어 있다. 몸은 해체되면서 전체를 말하고, 부분은 전체로 나아간다. 정용준의 소설은 가족공동체로부터 발화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유사한 소재를 다루는 동시대 작가들과 구별된다. 그는 존재를 말하기 위해 우리 삶의 작은 조직들에 주목하고, 몸을 해체하듯 관계를 해체한다. 롤랑 바르트 식으로 말하면, 우리는 그러한 조직들에 대해 말할 수 없지만 정용준은 ‘말한다’. 사진만이 인간의 육체를 죽임으로써 전체를 보여 준다는 바르트의 사유방식으로 말하면 정용준은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우리 몸을 죽이지 않음으로써 일부분으로 접근한다. 미소한 부분으로부터 존재의미를 캐면서 가장 생생한 육감을 재현해 내려 한다. 심지어 보이지 않는 존재에게까지도 정용준의 육감은 벋는다. 존재가 어느 한 부분의 신체조각으로 증명될 때 우리는 이 세계의 존재자들에 대한 또 다른 이해방식을 얻게 된다. 보이지만 ‘없는’ 쁘리즈락 우리 몸은 ‘근대’라는 개념이 만들어 낸 하나의 물질이다. 시간은 몸의 물기를 쥐어짜면서 흐르고, 우리의 몸은 점점 건조해지고 단단해져 간다. 시간에 휩쓸려 가는 물질로서의 육체는 점점 추악해지고, 위선 속에서만 순결성을 띤다. 이 세계는 온통 ‘금지’ 구역이자 그것을 무너뜨리려는 육체들이 에너지를 발산하는 곳이기도 하다. 육체를 무너뜨리고 분해하고서야 위선의 고리는 끊어진다. 개인을 넘어선 인류 전체의 육체에 대한 이야기가 그때 탄생한다. 그것은 어느 개인의 몸에 관한 담론이 아니며, 불멸하는 육체를 이미지화한 비개인적인 것이다. 금지에 결박된 덩어리로서 몸이 아니라, 타고난 본성을 그 몸의 일부로 자유롭게 구가하는 생명성이다. 사회의 습속을 배반하고서야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는 몸, 자연의 일부를 떼어다 놓은 듯 거칠고 기이한 몸들은 그때 허위에서 해방된다. 자연의 법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따지지 않는 상태로 존재한다는 사실. 이때 우리 몸은 사회라는 인위적이고 완강한 간섭보다 자연이라는 거칠고 전체적인 범주 안에서 더 자유롭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소설이란 바로 그러한 지점에 구겨 박힌 육체를 불러내는 장르가 아니겠는가. 그러나 이 세계가 우리에게 존재란 무엇인지를 다시 물어온다면 위와 같은 단언만으로는 그 답이 불충분하다. 여기에 정용준 소설의 고민이 자리한다. 내가 누구인지를 말할 필요 없는 사회적 기호를 우리는 두 개 갖고 있다. 지문과 주민등록번호다. 전자가 개별 신체의 주소지라면 후자는 개인의 번지수다. 두 개 코드는 인간 개체에게 한편의 안정과 다른 편의 위험을 동시에 안겨 준다. 존재를 나타낸다는 것은 안전을 보호받는다는 의미와 그것이 위협당하는 현상을 동시에 내포한다. 인간의 나타남이 사회의 가시적 존재임을 증명해 준다면, 존재의 숨김에 대한 탐문은 비가시적 공간의 인간에 대한 것이 아닐까. 가시적이라는 분명한 현상 가운데서도 모든 타자는 불가사의할 수밖에 없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비가시적 존재와 가시적 존재 간 차별성은 없다. 가시적인 존재자에 대한 탐문도 결국에는 보이지 않는 부분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474번’에서 우리는 이런 존재를 만난다. “그의 지문은 등록되어 있지 않았고 실제로 그에게는 주민등록번호 자체가 없었다.” 가시적이지만 증명이 불가능한 존재를 어떻게 명명해야 할까. ‘그’라는 3인칭만이, 열다섯 명을 살해한 흉악범이라는 오명만이 그를 말해 준다. 살인을 한 이유도 ‘그냥’이다. 지문과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무존재자가 그것이 있는 존재자를 살해했으므로 사건은 실종된다. 법이 작동하는 곳은 물리적 공간인데 그것을 적용할 존재가 없다. 죄를 물어야 하지만 죄인을 찾을 수 없는 것이다. 사건은 애당초 일어나지 않았다며 종결지으면 될 일이 아닌가. 정용준은 여기서 ‘사건 있음’과 실존재의 부재라는 현상을 넘어 하나의 알레고리를 던져 준다. ‘가해자 없음’과, 분명히 누군가가 죽어 없어진 이해할 수 없는 현상들을. 여기에 이 소설의 발화의지가 있다. 가해자 없음으로부터 정용준은 오히려 존재를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먼저 ‘지문’ 부재현상으로부터 소설로 접근해 가자. 지문은 인간의 몸에 새겨진, 인간의 개별성을 나타내는 유일한 기호이므로. 정용준은 이 소설에서 지문 없는 존재 곧 몸이 없는 존재와, 살인자의 ‘의도’를 추적하기보다 살인 ‘현상’을 보여줌으로써 그 존재의 ‘없음’에 대해 말한다. 살인은 이렇게 이루어진다. “무심코” “거리낌 없이” 몹시 “자연스러운 것”으로. 이러한 살인자에게 우리는 정신병력이 있는지, 무슨 원한이라도 있는지, 금품이 필요했는지 등을 물을 수가 없다. 작가가 살인동기부터 이렇게 밝혀 놓고 있어서이다. 그렇다면 살인동기의 자연스러움을 그 존재의 어떤 특성과 연계해야 하는가. 살인이란 타자가 가지고 있는 모든 가능성을 절멸하는 것이기에 범죄임이 분명한데 말이다. 여기서 우리는 ‘가해자 없음’과 ‘무심코’라는 두 가지 단서를 얻었다. 이에 대한 단정은 잠시 유보하고 또 다른 단서를 위해 조금 더 앞으로 나가 보자. 그 살인현상에 대해 정용준은 이렇게 해명한다. “사자가 사슴의 숨통을 끊고서 자신을 만든 창조자에게 용서를 빌지 않”고 “자신의 용맹함을 자랑하며 포효하”듯 그가 살인을 했다고. 그는 “잔인한 성향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었”고,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며 “스스로도 정신이상에 대해 부정”한다고. 그는 죄책감이 없으며 살인을 해놓고도 용맹을 자랑하는 존재다. 이쯤에서 우리의 사고에 진전이 있어야 한다. 무성無性, 이렇게 존재를 확정하고서 정용준이 보여 준 살인자의 특성으로 다시 돌아가 보면 손에 잡혀 오는 것이 있다. 그의 본성의 그러함과, 보이지 않는 현상으로부터 확보한 ‘그’라는 존재. 존재를 감추는 방식으로 존재하는 그는 탁월한 킬러다. 존재가 은닉하는 문제를 감추는 식으로 존재하는 자를 신으로 명명한 하이데거 방식대로라면 그는 최상의 존재자 4)다. 자연 이후 문명 이전의 존재자, 인간의 죄를 물으며 공격적으로 성장한 종교현상을 빗대는 존재다. 그가 누구인지 증명할 수 없으므로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러니 ‘무성’이다. 이렇게 단정하고 보면 생각의 가지는 다시 갈라진다. 정용준은 ‘그’로부터 신의 존재를 환유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는,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이원적 사고를 넘어서려 한다는 것을, 그의 소설은 이것일 수도 저것일 수도 있는 열린 지층이라는 것을. 단정은 그의 소설의 지층을 단면화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하나의 지층을 거기에 더 얹어 놓자. 그는 아버지와 누나 사이에 태어났지만 이 부부는 혼인신고를 할 수 없는 근친이다. 그래서 현실공간으로 부상할 수 없는 존재, 정용준의 표현대로 ‘쁘리즈락’이다. 가시적이므로 분명한 존재자이지만 사회의 법망에 등록할 수 없으므로 ‘없는 사람’이다. 법의 그물망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존재들과 달리, 정화할 수 없는 원죄의 피가 흐르는 몸, 주소지도 번지수도 없으므로 무성의 캐릭터다. 이 ‘없음’ 현상에 ‘신’이라는 비가시적 존재가 자꾸만 얹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뭔가가 자꾸 겹쳐지는데도 명징하지 않은 그 존재가. 도스토옙스키가 ‘백치’에서 미쉬낀 공작에게 신의 속성을 심어놓았듯 정용준은 ‘474번’의 그에게 신의 속성을 이식하지 않았을까. 극단적으로 말하면, 무슨 일이든 저지를 수 있으나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소재지에 신도 ‘그’도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은 것이 아닐까. 작가의 질문은 이어진다. 자연에서 벌어지는 살해에 과연 의도가 있는가? 의도된 살해가 증오나 이해관계의 결과물이라면, 의도 없는 살해는 자연현상처럼 일상적인 것이 아닐까라는. 살해 후의 정서와 애도 행위가 죽음과 나를 관계 맺게 하지만 이때 살해에는 아무런 정감도 없으므로 죽음에 대해 내가 떠안을 책무란 없다. 살해는 일상처럼 이뤄진다. 충동·쾌락·분노 같은 격동이 없으므로 그에게는 괴로움도 없다. ‘도깨비감투’를 쓰면 자신이 남에게 보이지 않는다는 동화에서처럼, 존재의 사라짐과 비밀의 완전 봉인은 동시에 진행된다. 그런 점을 알게 된 아이가 악행에 빠지듯 그는 ‘순수’하게 살인을 한다. 지능 높은 어린이들을 훈련시켜 체제에 반대하는 양민을 죽이게 한 폴포트 정권도 이러한 순진무구함이 더 악랄하다는 것을 입증하지 않았던가. 순수함과 죄책감 없음은 동류의 정서임을, 그러므로 순수하다는 것은 오히려 나쁜 것이며, ‘순수한 죄인’은 더 극악함을 일깨운다. 도깨비감투를 쓴 아이, 지능 높은 순수한 아이, ‘474번’의 그는 이때 최상의 존재자가 된다. 정용준의 소설은 이러한 방식으로 이 세계에 널린 ‘현상’들을 증명한다. 그의 소설의 두께는 그렇게 형성된다. 그러니 앞서 우리가 본 ‘그’가 ‘지문’ 곧 육체가 없는 존재임을 확인한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소설의 또 다른 문면으로 접근하기 위해 ‘그’의 주민등록번호 부재 현상을 보자. 번호가 부여되면서 존재를 인정받는 사회에서 번호 부재는 곧 존재 부재를 일컫는다. 정용준은 이 존재를 쁘리즈락이라고 부르지만 우리는 이를 요즘 소설에 흔히 등장하는 유령현상과는 구별하고 싶다. 번호가 존재를 증명하지만 그 번호가 사실은 존재를 희미하게 지워 나가는 기호임을 우리는 ‘벽’의 염전 일꾼들에서 본 바 있다. 가혹한 구타, 죽음 같은 침묵의 공간, 감정은 일체 거세된 채 오직 복종하고, 죽음에 이르러 물질이 되어 가는 그들의 몸을 보면서 우리는 21, 23, 9 같은 숫자일 뿐인 그들이 누구였는지 알 수 없어진다. 존재를 지워 존재를 드러내는 이러한 화법으로부터 우리의 생각은 다시 갈라진다. 그러면서, 번호는 우리의 육체를 알기 위해 매겨진 하나의 기호이며, 육체를 아는 것으로부터 모든 지식은 출발한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언제나 타자일 수밖에 없는 육체, 거울로서의 육체, 이 육체로부터 우리의 모든 ‘앎’은 출발한다. ‘그’의 몸이 없으므로 우리가 그를 알 수 없는 것은 그러므로 당혹스러운 일이 아니다. 사건 수사관들이 ‘유령’이라며 고개를 젓고, 지문도 주민등록번호도 없어서 존재증명이 불가능한 그. 상대는 나를 볼 수 없으나 나는 상대를 꿰뚫어보는 일방향의 시선이 목적성을 가질 때 악의든 호의든 가장 완벽한 존재자가 되는 지점을 이 소설은 놓치지 않는다. 상처 충돌의 흔적-체액들 다시 묻는다. 나는 누구인가. 자신이 누구인지를 묻는 일에서부터 사유가 탄생한 그리스 철학과, 그리스로의 회귀를 꿈꾼 셰익스피어가 ‘리어왕’(1막 4장)에서 물은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라는 맥락 안에서 인류가 존재를 증명해 온 것이 사실이다. 정의는 다르지만 결국 하나의 맥락으로 수렴되는 존재증명, 그것은 결국 인간의 ‘몸’이 ‘운동’할 때부터 물질로 전락하는 때까지를 이르는 것이 아닐까. 존재에 대한 탐색은 그 무엇보다 꾸준히 정치하게 진행되어 왔고, 정용준의 소설은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보이지 않지만 보이는 이른바 ‘겹치는’ 존재자들로부터 인식의 깊이를 수립한다. 내가 누구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타자의 시선이 되어야 한다는 인식하에 우리는 언제나 바라보는 ‘시선’이었으며 동시에 ‘응시’당하는 존재이지 않은가. 이는 하이데거가 타자를 ‘함께 있음’ 즉 서로 관계하는 방식으로 본 것으로, 정용준 소설의 타자들 중에는 냉혈한의 정서로 관계망을 형성한 인물들이 제법 있다. 이를테면, 한 점 살이나 오줌 얼룩으로 존재를 말하고, 각기 다른 피들이 혼종된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음습하게 그리면서 존재를 증명하는 ‘개들’, 혈액 투석으로 빠져나가는 단백질을 채워 넣는 일에 골몰하며 계란을 먹어치우는 아버지를 보여 주면서, 새 피를 보충하고 허약해진 ‘근육’을 회복하려는 남성의 고투를 그린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가 그러하다. 한 점 살과 피·눈물·오줌 같은 체액들로 그가 누군지를 말하기 위해 정용준은 미소한 부분을 응시한다. 피는 수치數値라는 정확성으로 우리를 근원의 비밀로 이끌지만 정용준의 소설은 이러한 과학적 접근을 위해 긴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을 거부함으로써 ‘수치’를 따지려드는 우리를 긴장시킨다. 이 소설에서 피는 부패의 습격을 막으려는 살에 대한 메타포가 아닐까. 살과 몸은 제 안에서 피를 단속할 때는 부패하지 않지만 피가 쏟아져 살만 남을 때 몸은 썩는 것. 그러므로 살아 있는 살과 몸에는 피가 방부제다. 존재는 보여 준다, 인간의 체액 중 피가 가장 원초적인 진실이라는 것을. 존재의 근원을 은폐하는 것과, 진실을 은폐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가장 깊은 속성에 관계된 것임을 작가는 보여 주고 싶었던 것이리라. 여기, ‘피’라는 물질만이 개별자와 가족을 묶는 준거가 될 수 있는지를 묻는 작품이 있다. 타자의 피와 내 피의 원소가 겹쳐 하나의 혈맥을 이루는 양태를 생물학적으로는 가족으로 정의할 수 있으나, 피가 섞이지 않은 가족도 정용준의 소설에는 등장한다. ‘개들’에서 ‘곰’은 동물세계의 지배자와 동격이다. ‘모란’은 그의 하인이자 아내·종업원·딸이다. 모란이 곰의 하인이자 종업원이라는 데에는 의미 부여가 달리 필요 없다. 그러나 아내이자 딸이라는 자격은 보편을 위반하는 강한 금지를 동반한다. 성생활과 혼인관계의 교차로가 가족이라면, 아내이자 딸이라는 모란의 자격은 근친상간이라는 강한 장치를 내포한다. 성생활의 특권을 합법적으로 누릴 수 있는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근친상간이 꽃피는 두려운 비밀의 세계, “불가결의 접합부로서 끊임없이 환기되고 거부” 5) 되면서 관계의 틀 안으로 수렴되는 욕망이 곰의 아내이자 딸인 모란에게서 발산된다. 그러나 모란이 손님들로부터 ‘연변아가씨’라고 불리는 데에 이르면 또 다른 소격현상에 우리의 의식이 밀린다. 모란이 곰과 혈연관계가 아니며, 원시공간 속 여성 대명사로서 문명 이전 세계에서 가족이 형성되는 양상을 보여 주는, 아직 자연으로부터 미분화한 존재라는 점 때문이다. 이러한 진단은 우리가 앞서 본 ‘474번’의 그가 실정법에 매이지 않는 존재임을 확인하는 순간과 같은 정서를 몰아온다. 곰과 모란을 이해하기 위해, 이 부부와 동거하는 고아인 ‘나’를 보자. ‘나’에게서 풍기는 다소 불쾌한 징후들, 이를테면 ‘나’는 곰의 아들이라는 자격으로 한 집에 살지만 곰의 아내인 모란에게 특별한 감정을 품고 있다. 지금이야. 비가 오면 여자들은 마음이 부드러워지거든. 모란의 방에 찾아가. 마음을 고백하고 결혼하자고 말해. 모란도 원하고 있을 거야. 병구는 얼굴이 빨개졌다. 그리고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발을 동동 구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정말?” “정말.”(‘개들’, 120쪽) ‘나’는 욕망의 자연스러운 발현에 충실하다. 노련한 ‘나’가 병구를 꼬드기지만 그것은 불가능을 주문하는 것이고, ‘나’도 그 점을 잘 알기에 모란을 두고 병구와 경쟁하는 짓은 하지 않는다. 경쟁 상대가 아니기에 사실은 어떤 주문도 가능할지 모른다. 지능이 모자란 병구가 사랑을 위해 고투하는 어수룩한 형태의 결말은 빤하고, 모란을 향한 병구 마음의 경사도와 실패 가능성 또한 비례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러니까 모란에게 자신의 존재를 나타낼 날을 기다리며 묵묵히 ‘근육’을 단련하는 냉혈한이다. 이렇게, “이두박근, 승모근, 상박근, 하박근 등 근육”을 키우며 “내 근력은 곰에 비해 어느 정도”인지를 은밀하게 확인해 나간다. ‘곰’은 원시자연의 지배자이므로 나는 곰이라는 법을 뛰어넘기 위해, 즉 모란을 얻기 위해 근육을 단련한다. 곰의 근력에 근접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강화해 가야 할 욕망의 저장고, 그곳은 근육을 단련함으로써만 채워질 것이다. 어머니이자 누나인 모란의 육체와의 연속성과 경계 없음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곰처럼 완력을 갖춰야 한다. 어머니-누나의 경계가 없는, 있다 할지라도 나와 비혈연인 모란과는 피차 내재적 질서가 없는 관계이므로, 우연과 외면성으로 정해진 관계이므로 ‘곰’과 ‘나’에게 모란은 혈연이라는 필연에 묶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남성의 욕망을 대변하는 두 인물은 이 세계에 유일한 하와, 곧 자연의 속성을 그대로 간직한 모란에게 똑같이 집중하는 것이다. ‘개들’의 인물 중 우리는 ‘병구’를 지나칠 수 없다. 곰과 ‘나’가 근육으로 자신의 존재를 표명한다면, 병구는 근육들의 세계로부터 일찍이 소외된 자로서 또 다른 신체의 일부를 우리에게 보여 준다. 그것도 죽음으로써. 모란의 방문이 열리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곰”을 보았고, 그 뜻을 알았고, 아는 순간 세계가 열리는 그 지점으로부터 병구를 들여다 보자. 그리고 그 순간 침묵하는 병구의 심정을 헤아려 보자. 모호함이 순간적으로 벗겨지면서 충격을 가하는 인식세계, 병구는 곰의 건장한 몸을 보고 있었고, 성을 인식했고, 그 순간의 눈뜸은 새로운 세계로 입문하는 입사식과 같다. 새로운 세계의 도래는 ‘앎’이라는 충격파가 이전세계의 인식을 부수는 것이다. 곰과 모란이 아프로디지아(aphrodisia, 어떤 형태의 쾌락을 제공해 주는 행위·몸짓·접촉 ; 푸코, 같은 책, 55쪽)를 누리고 있는 그때 수다쟁이인 그가 말이 없어지고, 울보가 울지 않고, 칭얼거리지도 않고, 화도 내지 않고, “멍하니 어둠의 한 지점을 응시”하면서 “무엇인가 깨닫”는 그곳이 ‘앎’의 정곡이다. 그의 시각을 충격하는 것은 미학적인 감정이기보다 본능에 대한 자극이며, 지식에 대한 충동이 그 대상과 맞닥뜨린 순간이다. 병구가 본 곰은 나체였고, 곰의 몸 중 일부분이었으며, 그 조각만으로도 세계의 비밀은 누설되었을 터, 곰의 벗은 몸으로부터 흘러나온 비밀이 그를 충격한다. 일부분이 세계 전체의 환유일 때 그 조각은 본래 체적을 초과하여 팽창하는 게 아닐까. 좁은 문틈으로 바라볼 때도 바깥세계의 면적은 팽창하는 이치대로. 벌거벗은 ‘곰’처럼 ‘개들’은 고깃덩어리 같은 육질을 갖고 있다. 우리는 이 작품에서 어떤 덩어리가 툭, 이 세계를 흔드는 것을 감지한다. 병구가 곰의 나체를 응시하는 한 몸에 대한 의미생산은 이어진다. 남녀 상호 간 본능적으로 생산되는 몸의 기호들이 상대의 감각을 지배할 때 거기서 비밀이 탄생하고, 그것에 휘어잡히고, 사로잡힌 자는 몸이 부단하게 발설하는 비밀의 노예가 된다. 그러나 비밀은 ‘복종’하지 않는다. 주인인 몸을 언제나 벗어난다. 탈주를 노릴 때만 비밀은 자신의 신분을 확정한다. 그러니 절대성을 갖는 비밀은 없다. 모란의 몸이 생산하는 기호들이 병구에게 와 닿자 세계의 비밀은 열리기 시작했고, 그렇게 누설된 비밀 때문에 병구는 죽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세계의 비밀을 알아버린 죄인으로서 스스로 그 비밀이 선고한 사형수가 된 셈이다. 성에 대해 발설하는 순간 언어는 세속화라는 폭발력을 갖게 된다. 그 과정은 수습 불가능한 자기 증식력을 동반한다. 그러니 침묵할 수밖에 없다. 그것에 대한 노골적 담론화는 죽음으로 가는 직행통로다. 나타나는 순간 폭발하는 속성 때문에 성은 자신을 숨기는 대가로서만 유지된다. 병구의 죽음은 이렇게 그것의 나타남을 몸소 덮어버린 철저한 제의다. 성을 버리는 것, 그것은 죽음처럼 깊고 캄캄하지만 가장 분명한 가시성이다. “이십 년을 살다 죽은 병구의 사체는 십 개월을 산 도사견보다 작아 보였다”는 지점에는 세계의 비밀을 보게 된 자신을 폐기해 버린 왜소한 몸과, 삶의 마지막 기표인 “오줌으로 변색된 면바지가 까”맣게 남는다. 경련이 일고, 감각이 빠져나가고, 몸은 굳어간다. 이때 흘러나온 오줌은 산 자를 해체하는 마지막 운동의 징표다. 죽음 직전 감각이 마지막으로 운동한 흔적이며, 인간이 물질화되는 바로 직전 현상이다. 병구는 오줌 얼룩을 남기며 이 세계의 비밀로부터 도망쳤고, 그 얼룩은 성이라는 불경스럽고 속된 것으로부터 병구 자신의 욕망을 확인한 육체의 기호일 것이다. 욕망하면서도 수치스럽게 여겨질 수밖에 없는. 안타깝게도, 병구가 스무 살 성년의 문턱을 막 넘어서다 직면한 세계는 그의 진입을 허용하지 않는다. 세계인식의 빛은 병구가 눈을 뜨는 순간 번쩍임과 사그라짐이 동시에 진행되고 만다. 병구는 발설되어서는 안 될 것을 싸안고 캄캄한 죽음 속으로 투신한다. 억압되었으므로 알 수 없었으나 억압을 통해서만 검토되는 성에 대해 허용된 그 시각, 병구는 새로운 세계에 눈을 떴고, 동시에 죽었다. “나를 죽여 주세요”라고 자신의 서투른 삶 같은 글씨를 써놓고서. 베이컨의 그림 한 컷처럼, 그의 가장 강렬한 경험과 인식, ‘지식애’(피터 브룩스)의 흔적은 오줌 얼룩으로 남는다. 그의 몸에서 마지막으로 빠져나온 액체인 오줌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일어난 격렬한 경련의 징표다. 그가 죽음으로써 성이 노출되는 것에 대한 염려도 무화되었다. 부재하고 비표명되도록 숨겨야만 성은 생동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성의 본성은 오래도록 은밀하게 유지되어 왔을까. 죽음처럼 절대적인 침묵은 없으므로 차라리 죽음으로써 입을 다물어 버린 병구, 자신에게는 허용되지 않은 저 세계의 문을 죽음으로써 영원히 닫아 버린 것이다. 그럼으로써, 말해져서는 안 될 세계는 폐기되고, 병구의 목숨도 그 비밀처럼 폐기된다. 변하는 살 냄새에 존재 묻기 정용준 소설의 인물들에게서는 눅눅한 냄새가 난다. 이 또한 ‘존재’에 접근하기 위한 후각의 발현으로 보인다. 죽은 것에서는 냄새가 나지 않으므로. 시각에 의존하는 문명인과 달리 정용준의 캐릭터들은 원시 인간처럼 퇴화하지 않은 후각으로 존재의 진실에 접근한다. 원시공간에서 막 생성된 존재가 바닷물로부터 비릿함을 감아올릴 때처럼 개 냄새, ‘모란’ 냄새, 곰팡이 냄새, 비린내, 게 냄새 등으로. 하층계급과 중간계급의 관심사에서 보이는 중요한 차이가 냄새에 대한 태도에 있다는 지적 6)대로라면, 정용준 소설에서는 소외계층의 냄새가 불유쾌한 조짐들을 몰고 온다. 하층민일수록 그들의 습관은 냄새에 더 잘 실려 있다. 이웃은 그들의 습속을 냄새로 타자에게 실어 나르고, 냄새는 이웃에게 번지면서 생명에서 비생명으로 진행한다. 이때 ‘썩음’이라는 현상을 동반하는데, 냄새를 맡는 일은 사멸할 것에 대한 불쾌한 감각의 마지막 쏠림이다. 부패 현상의 끝과 죽음은 같은 지점에 있으며, 죽음이 가까울수록 냄새도 강렬하다. ‘개들’에서의 냄새는 어디에서 오는가. 비와 오물과 진흙으로 뒤범벅된 곳은 개가 도륙당하는 도축장이다. 죽음 냄새가 음습하게 번지면서 불쾌함이 주조를 이룬다. 오래 맡아도 익숙해지지 않는 냄새, 기분을 바꾸려고 다른 데로 신경을 써도 여전히 붙들리는 냄새. 악취도 오래 맡다 보면 휘발되기 마련이나, 그렇지 않다면 어디선가 지속적으로 살이 썩고 있다는 증거다. 오래 씻지 않은 하층민의 삶처럼 눌어붙은 냄새, 고질화된 고통, 그것은 썩어가는 살의 증표다. 생명체는 예외 없이 부패하고, 부패선상에서의 피 흘림과 절규는 살이 단단해지고 건조해질 때까지 진행된다. 그때까지만 우리의 몸은 냄새를 풍긴다. 살 냄새, 즉 우리가 살아 있다는 냄새를. 비가 싫다. 마당은 오물과 진흙으로 뒤범벅되고 냄새는 진해진다.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 개 냄새. 주변을 장악하고 오염시키는 우울한 기운들. 마르지 않은 오줌 위에 누워 철창 밖으로 내리는 비를 바라보는 수십 개의 노랗고 빨간 눈들. 플라스틱 바구니를 무겁게 채워 팔이 끊어지도록 들었다 놨다를 반복해도 불쾌한 기분은 가시지 않는다.(‘개들’, 100쪽) 우울하고 물기 마를 날 없고 갈망으로 충혈된 “노랗고 빨간 (개의) 눈들”. 개들처럼 인물들도 습도 높은 공간의 음습함에 지배당한다. 찌든 ‘개 냄새’가 어두운 기운에 섞인 채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이질감, 그것은 곧 도축될 짐승의 살 냄새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화자는 우울한 정서가 깔린 공간에 떠 있는 개들의 처절한 눈빛에서 예정된 죽음을 본다. 질척한 죽음의 세계를 눈에 핏발이 서도록 바라보는 개들. 전망 없이 하강하는 비, 그 빗금들을. 소설 읽기는 해석학의 유혹 7)을 동반한다. 표층 의미가 견인해 내는 숨은 의미를 찾아 들어갈 때 느끼는 쾌락이 없다면 독서행위를 지속하기란 어렵다. 비평은 독서행위의 연장인 만큼, 소설 읽는 즐거움의 다른 표현임을 부정할 수 없다. 정용준 소설의 존재들은 눅진한 그림자처럼 천천히 몸집을 불렸다가 작아지며 이렇게 소설 공간으로 편입된다. 어둠의 한쪽을 잠시 떼어낸 듯한 그 그림자들은 인간의 살이 흘러나온 것처럼 자유롭지만, 한편으로는 우리를 그것으로부터 격리시킨다. 아래 예문의 ‘비린내’는 핍진한 생명의 냄새를 풍긴다. 나는 수도꼭지를 꽉 잠그고 ‘플라스틱 바구니’에 담겨 있는 삶은 계란 두 개를 꺼내들었다. 열려 있는 창문에서 습한 바람이 들어왔고 어디에선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비린내가 났다. 나는 창문을 닫고 탁자에 걸터앉아 계란껍데기를 깠다. 갑자기 견딜 수 없이 배가 고팠고 현기증이 났다. 하얗고 부드러운 계란을 반으로 나누고 한쪽을 입에 넣고 우물우물 씹었다.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 65쪽) “정체를 알 수 없는 비린내”. 그것은 생명의 발원지로부터 확산하는 냄새다. 투석 환자인 아버지가 과도하게 식탐을 부려 다른 환자들보다 계란과 치즈를 더 많이 먹고, 다시 혈액에 독이 쌓여 삶과 죽음이 동시에 진행되지만 생명의지는 죽음을 거부한다. 예문에서 보듯 이러한 생명의지가 ‘나’ 또한 존속게 한다. 인류가 출현하던 그때, 바다에서 시작된 생명이 비린내를 몸에 내장하고 나온 후 우리들 세포에 그대로 삼투된 냄새, 체액을 품은 살이 비린내를 풍기고, 땀을 많이 쏟을수록 생명체는 냄새를 더 짙게 풍긴다. 살아 있으므로 우리의 살은 냄새의 진원지가 되는 것, 그러나 우리는 날마다 썩어가면서 살고 있고, 냄새를 풍기고 살면서 동시에 죽어간다. 살이 내장한 액체들이 다 마르기 전까지만 우리는 생명체인 것이다. 정용준의 소설은 이렇게 인간의 살 냄새와 피 냄새를 그리워하며 ‘존재’를 확인하는 ‘과정’ 또는 ‘사이’의 문학이다. 다시 ‘474번’으로 돌아가 누나가 사갖고 들어온 꽃게에서 풍기는 ‘진짜’ 냄새를 맡아 보자. 그 냄새는 이제까지 먹어 온 가짜 게맛살과 달리 생경하다. 지금까지 ‘나’는 게맛살이 가공식품이라는 것을 의심해 본 적이 없고, 누나는 누나로서 존재했으므로. 그러나 누나가 꽃게를 사들고 와 ‘진짜’ 모성을 풍김으로써 비극이 불거진다. 몰라도 상관없을 세계를 ‘나’가 알아버린 것이다. “누나가 어머니라는 사실”처럼 가짜 냄새와 진짜 냄새가 겹치고, 이제 진짜가 출현함으로써 자아 탐문이 다른 방향성을 갖는다. ‘나’가 누구인지는 ‘가짜’가 규정해 왔지만 진짜를 아는 순간 나를 충격하는 세계, 끝까지 누나여야 할 존재가 ‘진짜’ 어머니가 된 이때부터 게는 썩은 냄새를 풍긴다. ‘나’가 누나의 존재를 아는 순간부터 진행되는 게의 부패현상, 이는 정용준이 ‘개들’에서 병구를 통해 보여 준 인식의 자국을 따라간다. 앎으로써 세계는 열리지만, 앎이 죽음을 몰고 와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는 것이다. 어머니/누나, 진짜 냄새/가짜 냄새로 나뉘는 세계, ‘나’의 존재는 진짜 꽃게 냄새와 게맛살 냄새처럼 섞인다. 어느 쪽이 진짜이고 가짜인지 모를 겹침 현상이다. 꽃게는 점점 썩어가고, 냄새는 확산되고, 존재는 죽어간다. 죽음 뒤에는 냄새를 풍기지 않을 존재, 그러므로 모든 존재는 살아 있는 한 묻는다. 나는 누구인가를. 존재를 규정하는 데 완벽한 준거가 있는가. 이러한 물음에 대해 정용준은, 육체의 일부분들을 열어놓고 그 조각들을 비개인적 욕망의 역사라는 맥락에서 풀어나간다. 피와 눈물과 오줌의 물기가 번들거리는 살은 아름답지 않지만 그것으로도 존재는 증명되고 해방된다. 정용준 소설에서의 ‘부분’들은 비천함의 육체적 표지이기보다 욕망의 현실적 드러남이다. 근대의 합리와 원칙과 정형을 따르지 않고 결합·분해·해체하여 인류의 근원적 욕망을 그 조각에 실어낸 표식이며 현상이며 증상이다. 그곳에 근접해 보면 고귀하다고 할 수 없는 이 작은 조직들에 박힌 ‘존재’가 보인다. “정육점에 들어가서 고깃덩어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살피” 8)는 화가의 역설적 심미안에 정용준의 소설은 다시 중첩된다. ‘나’가 ‘곰’을 죽인 후 “손목을 타고 피와 내장이 그리고 그의 생명이 바닥으로 쏟아지”(‘개들’, 128쪽)는 여기, ‘나’는 아버지를 죽임으로써 모란을 포함하여 모든 부권을 계승하게 될 것이다. 아버지의 몸에서 빠져나온 몸의 일부분이 ‘개의 간식’으로 먹히는 현장에서 벌이는 아들의 저항과 투쟁이 보이는가. 과연 지금, 모든 고기는 저울 위에서 평등하다. 그것은 ‘중량’의 문제가 아니며, 존재가 거부되거나 수용되는 경계에서 육체의 일부분들이 뭉치거나 녹아내리거나 해체된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끝장에 다다른 생명체들에서 오히려 인류의 영속적인 생명의지를 반어법으로 만나면서 ‘존재’를 재확인한다. 소설이 반드시 미의식을 표방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품고 정용준 소설 속 원시의 육체를 바라볼 때 우리는 의도 없는 듯 냉담한 그곳으로부터 낮게 울려나오는 목소리를 듣는다. 남성들조차도 중성 코드를 띠는 곱다란 사회에서 정용준의 소설은 다소 거칠게 인간 육체의 일부를 들어낸다. 전체성에 대한 해체와 저항, 부분으로 해석되는 육체들은 그때도 욕망한다. 전체로부터 흘러나온 조각과 살 냄새로부터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고자 한다. 그래서 그 물질들의 전일적 주체인 인간은 끊임없이 재정의되고 재증명된다. 나.는.누.구.인.가. ■각주 1)정용준 창작집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문학동네, 2015), ‘가나’(문학과지성사, 2012)를 참조하였다. 이 글은 이 작품집에 실린 ‘개들’, ‘474번’, ‘벽’,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에 대한 고찰이다. 2)프랜시스 베이컨의 회화에서는 인간이 아니라 인간을 만들어 내는 고독·공포·절규가 가득하며, 흘러넘치는 비가시적인 힘들이 잔뜩 뒤틀린 채 표현된다. 프랑크 모베르, 박선주 옮김, ‘인간의 피 냄새가 내 눈을 떠나지 않는다’, 그린비, 2015, 117쪽. 3)노태훈은 “인간 근원의 존재론적 탐색을 지속하는 여러 작가들과 (정용준이) 변별되는 중요한 지점이 바로 ‘몸’이라는 실체에 대한 꾸준한 관심”이라고 말한다. 이는 정용준 소설의 지향을 적시한 것으로 보인다. 노태훈, ‘문학성을 회복하는 방법-정용준,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 ‘문학의 오늘’, 2015, 겨울호, 216쪽. 4)엠마뉘엘 레비나스, 김도형 외 옮김, ‘신, 죽음, 그리고 시간’, 그린비, 2013, 9쪽. 5)미셸 푸코, 이규현 옮김, ‘성의 역사 1’, 나남, 2015, 126쪽. 6)슬라보이 지제크, 이현우 외 옮김, ‘폭력이란 무엇인가’, 난장이, 2014, 232쪽. 지제크는 이웃을 “냄새 풍기는 자”로 정의한다 7)위의 책, 118쪽. 지제크는 이를 보다 깊은 의미나 숨겨진 메시지를 찾고자 하는 유혹이라고 말한다. 8)데이비드 실베스터, 주은정 옮김, ‘나는 왜 정육점의 고기가 아닌가’, 디자인하우스, 2016, 161쪽. 저자와 베이컨의 대담 부분.
  • [이경형 칼럼] ‘촛불’ 너머 국가 진운을 생각한다

    [이경형 칼럼] ‘촛불’ 너머 국가 진운을 생각한다

    세밑 정치권은 사실상 대선 전초전에 돌입했다. 정국은 새누리당 비주류가 탈당, 개혁보수신당을 선언함으로써 4당 체제로 전환됐다. 이 체제가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정당 간 연합을 통해 이합집산할 가능성이 크고 대선 결과에 따라 ‘헤쳐 모여’ 식으로 재편될 수 있는 탓이다. 다음달 중순 귀국하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행동 반경에 따라 일부 정파 간의 연대가 가시화할 수 있다. 개헌의 시기나 내용을 연결고리로 하여 대선 전초전의 전선이 구축될 수 있다. 특검의 수사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계속되는 탄핵 정국과 개헌·대선 정국이 맞물려 돌아가는 형국이다. 정치권은 이처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그 방향과 행태는 대선 게임의 승리를 위한 정치공학에 치우쳐 있다. 앞으로 나라를 어디로, 어떻게 끌고 나가겠다는 비전 제시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대선 주자들은 출사표의 깃발을 흔들고 있지만, 그 속에 선명한 메시지가 없다. 지난 2개월여 지속돼 온 촛불의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국민적 신뢰를 잃은 박근혜 대통령을 권좌에서 내쫓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를 뛰어넘고 있다. 한국 사회에 심화되고 있는 경제적 불평등, 양극화 현상을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지상명령을 담고 있다. 정의로운 대한민국 공동체 건설을 희구하고 있다. 대기업 중심의 성장정책, 산업화시대에 적용했던 박정희식 국가 경영 모델에서 벗어날 때가 된 것이다. 촛불의 시대정신은 기득권에 대한 거부다. 특히 기득권 정치, 기성 제도를 혁신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기존의 권력 작동 시스템을 바꾸는 것도 포함된다. 개헌을 통해서라도 권력 구조를 재건축해야 한다. 시민들은 기득권 정치를 거부하지만, 결코 정치 냉소주의에 머물지 않는다. 정치권이 자기 개혁, 스스로 개조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거대한 저항의 쓰나미를 몰고 올 역량을 갖고 있다. 새해 늦은 봄이나 초여름엔 대통령 선거가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차기 정권의 역사적 소명은 막중할 수밖에 없다. 차기 정권은 평화적인 촛불 함성이 쟁취한 명예혁명의 의제들을 소화하고 구체화할 사명이 있다. 우리가 걸어온 산업화, 민주화 이후에 추구할 국가 건설의 지향점을 고민해야 한다. 그동안 막연하게나마 선진화를 내걸었지만 이를 구체화한 국가 모델을 상정하지 못했다. 북유럽이나 독일 등 여러 선진국들의 경험을 살 수는 있어도 우리에게 맞는 옷을 짓지는 못했다. 이제는 그 옷을 스스로 재단해야 한다. 양극화의 처방으로 최근 학계를 중심으로 제시되고 있는 공정 성장, 포용 성장, 동반 성장 등의 개념을 경제정책에 구체화하는 데 정권의 명운을 걸어야 한다. 재벌과 권력이 야합할 수 있는 고리도 끊어야 한다. 1960년 4·19혁명 후 출범한 민주당 정권은 단명으로 끝나 실패했다. 직접적인 이유는 5·16 군사 쿠데타였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장면 정권이 당시 민중이 요구한 시대적 의제를 소화하여 국정의 동력으로 끌어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1년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에서 이집트 등으로 확산된 ‘아랍의 봄’이 내전의 혼란과 반동 쿠데타로 무위가 됐다. 혁명의 거대한 기운을 다음 정권이 역사 발전의 에너지로 승화시키지 못하면 역사는 오히려 후퇴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새로운 대한민국의 진운도 어떤 리더십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지금은 과거 김영삼, 김대중과 같은 정치 거목도 없거니와 설사 있다 해도 개인의 카리스마에 의존하는 정치문화는 낡은 옷이 돼 버렸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서 소통과 토론을 통해 합일점을 찾아가는 거버넌스의 리더십이 요구된다. 박근혜의 실체를 모르고 허상을 보면서 기표를 했던 내 손가락을 원망한들 어찌할 수 없다. 지금 한반도 주변 정세는 트럼프 등장 이후 대단히 유동적인 상황에 있다. 개혁의 이름으로 ‘포퓰리즘 정책’을 세일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차기 대선에서라도 4년 전과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유권자들이 후보를 감별하는 눈을 지금부터라도 키워야 한다. khlee@seoul.co.kr
  • 도의회 의장 선거에서 500만원 돈봉투 주고받은 도의원들 입건

    도의회 의장 선거에서 500만원 돈봉투 주고받은 도의원들 입건

    충북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충북도의회 의장 선거를 앞두고 동료 의원에게 지지를 부탁하며 수백만원을 건넨 새누리당 소속 A도의원을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은 A도의원에게 돈을 받았다가 돌려준 같은 당 소속 B도의원을 뇌물수수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은 수사가 아직 진행 중이라며 구체적인 혐의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지만, 이들이 주고받은 돈은 500만원으로 알려졌다. A도의원에게 5만원권 100장이 든 봉투를 받은 B의원은 며칠 후 계좌를 통해 이 돈을 돌려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경찰에서 A도의원은 “개인적인 금전거래“라고 주장하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현직 도의원 6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는 등 지금까지의 수사상황을 고려할 때 대가성이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A도의원은 소속 정당 도의회 의장 후보 경선에서 탈락했다. 경찰은 지난 7월 있었던 새누리당 도의회 의장 후보 선출 과정도 확인하고 있다. 투표용지가 누구 것인지 알 수 있도록 손톱으로 표시하는 등 부정 투표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경찰은 새누리당 충북도당에서 기표용지를 넘겨받아 지문 등을 정밀 분석하고 있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조윤희 “내 아들 곁에서 떠나” 호소에 이동건과 이별 결심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조윤희 “내 아들 곁에서 떠나” 호소에 이동건과 이별 결심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조윤희가 이동건과의 이별을 결심했다. 25일 방송된 KBS 2TV 주말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극본 구현숙, 연출 황인혁, 제작 팬 엔터테인먼트)’ 36회에서는 조윤희(나연실 역)가 위기를 이겨내지 못하고 끝내 이동건(이동진 역)과 헤어지기로 결심하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연실은 동진과 헤어지라는 곡지(김영애 분)의 말에 “저 정말 부족하고, 동진씨에 비하면 정말 보잘 것 없지만… 정말 안 될까요? 사장님이나 사모님께, 그리고 동진 씨한테 저 정말 잘할게요. 맹세할 수 있어요”라고 애원했다. 그러나 곡지가 앞으로 기표(지승현 분)와 엮여서 벌어질 일들에 걱정을 하며 “내가 이렇게 빌게, 연실아. 내 아들 곁에서 떠나거라”라고 말하자 연실은 결국 눈물을 터트리고 말았다. 곡지가 간곡하게 자신의 아들인 동진과 헤어져달라고 한 상황에 연실의 마음은 더욱 복잡해져만 갔다. 그때 양복점으로 걸려온 기표의 전화 한 통은 동진과의 이별 결심에 결정적인 한방이 됐다. 연실은 기표로부터 동진을 지키기 위해 끝내 동진과 헤어지기로 다짐했다. 동진을 떠나기 전, 그에게 맞춤 양복을 선물하기로 한 연실. 애써 밝게 웃으며 채촌을 시작하지만, 이내 연실의 눈가에는 눈물이 맺혔다. 줄자를 꾹 쥐며 가까스로 눈물을 막아낸 연실은 동진을 향해 그가 좋아하는 미소를 지어줬다. 조윤희는 사랑만으로는 이동건과의 연애를 지속할 수 없는 상황을 잘 그려내며 보는 이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특히 김영애의 품에 안겨 이동건과 헤어지겠다며 오열을 하는 장면과 이별 선물을 준비하면서 눈물을 글썽이는 장면에서는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며, 몰입도를 상승시켰다.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맞춤 전문 양복점 ‘월계수 양복점’을 배경으로 사연 많은 네 남자의 눈물과 우정, 성공 그리고 사랑을 그리는 드라마다. 매주 토, 일요일 오후 7시 55분 방송. 연예팀 seoulen@seoul.co.kr
  • 하지정맥류 환자 5년 동안 2만 8000여명 증가

    혈관 판막에 이상이 생겨 혈액이 역류하는 하지정맥류 환자가 최근 5년간 2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환자는 여성이 남성보다 2배 이상 많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11일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하지정맥류 환자가 2010년 16만 4028명에서 지난해 19만 2296명으로 5년간 17.2% 늘었다고 밝혔다. 연령별로는 50대 이상 환자가 5만 292명으로 가장 많았고 40대 4만 1421명, 60대 3만 3268명 순이었다. 여성 환자는 각 연령대에서 남성보다 많았는데, 40대 여성 환자는 남성의 3.0배였고, 30대와 50대 환자는 여성이 남성보다 각각 2.5배 많았다. 하지정맥류가 여성에게 더 잘 발생하는 이유는 여성호르몬 때문이다. 임신 중 호르몬 변화로 정맥류가 생겼다가 출산 후 호전되는 사례도 있다. 홍기표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하지정맥류는 여성호르몬의 영향으로 남성보다 여성에서 발생 빈도가 높고, 비교적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있고 건강에 관심도 많은 50대가 병원을 찾아 적극적으로 치료받는 경향이 있어 50대 여성 환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인구 10만명당 진료 인원을 봐도 여성은 50대가 882명으로 가장 많았다. 남성은 70대 이상이 657명으로 가장 많고 60대 543명, 50대 356명 순으로 나타났다. 하지정맥류에는 유전적 요인도 영향을 미친다. 부모에게 정맥류가 있으면 자녀가 하지정맥류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 또 오래 서서 일하거나 앉아서 일하는 사람도 종아리 정맥에 이상이 생겨 혈관이 확장하면서 하지정맥류가 생길 수 있다. 하지정맥류가 발생하면 혈관이 꽈리처럼 부풀어 튀어나온다. 보기에 좋지 않을뿐더러 다리가 무겁고 피로감을 빨리 느끼며 다리 저림, 통증 등이 생길 수 있다. 피부염, 색소침착, 궤양 등의 합병증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정맥류를 예방하려면 오래 서 있거나 앉아서 하는 일은 되도록 피하고, 수시로 다리를 들어 올리고 구부렸다 펴는 운동을 자주 해야 한다. 의료용 고탄력 압박 스타킹을 착용해도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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