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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대학 자율화의 선행 과제/김선영 서울대 생명공학부 분자유전학 교수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기 위해서 필요한 조건들이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대학개혁이다.21세기에 국가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경제력이나 문화 수준 등 중요 지표들이 모두 지식기반 산업에 뿌리를 두고 있는데, 대학은 그러한 산업을 기르는 토양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 대학들은 사실상 교육부의 통제 아래 있었기에 급변하는 시대 상황에 대처하기가 어려웠다. 학과의 신설, 입학 정원, 교수 채용 및 인사 등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안 될 만큼 광범위하게 시시콜콜한 부분에 이르기까지 많은 대학의 업무를 교육부가 관리해 왔었는데, 다행히도 상당 부분은 2004년도에 구성된 대학자율추진위원회의의 결정에 따라 대학의 자율 권한 영역이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입시에 관련된 사항들, 특히 본고사, 기여 입학, 고교등급제에 관해서 교육부와 대학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지금까지 대학 자율에 대한 논의는 주로 교육부가 대학을 얼마나 심하게 규제하고 있나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를 대학 자체의 운영 능력의 관점에서 봐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대학의 내부 상황을 들여다보면 대학의 자체 개혁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대학에서 학과가 신설될 때를 보면 교수들 간의 갈등으로 분과하여 나온 경우도 있고, 실제 분과가 필요한 경우에는 교수들의 감정적 반대로 안 되는 경우도 있고, 일부 대학에서는 입학생들을 현혹하기 위해 학과의 이름만 번드르르하게 바꾸는 경우도 있었다. 학과목 신설, 변경, 강의 평가도 만만치 않다. 인기 과목은 서로 하려 하고, 꼭 필요하지만 득이 별로 없다고 여겨지는 교양과목의 강의는 담당교수 구하기가 어렵다. 강의 평가를 하려고 하면 각종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논리로 반대하고, 강의를 부실하게 하는 교수를 교체하는 건 대통령 탄핵보다도 힘들다. 교수들에게 배정되는 공간이나 대학원생 수는 교수들의 재정 및 연구 능력과 관계없이 ‘공평’하게 나눠져야 한다. 교수 채용시의 여러 부작용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대학의 자율화 문제는 교육부가 규제의 고삐를 풀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학도 그만한 능력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대학의 자율 운영 능력에 회의를 갖게 하는 대표적인 사례는 총장 직선제이다. 과거 독재정권들의 폭압에 대한 반작용으로 시작했던 대학의 총장 및 학장 직선제는 이제 하루 빨리 중단해야 한다. 이는 고려대 사태에서 보였던 학내 분란을 막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대학 선진화에 반드시 필요한 전제 조건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서울대학교의 경우 인문대나 자연대와 같이 그야말로 기초학문을 연구, 교육하는 대학에서부터 공대, 농대, 의대, 음대, 미대 등과 같이 전문 직업인이나 예술인을 양성하는 대학에 이르기까지 학문적 방법론이나 문화가 크게 다른 단과 대학이 무려 21개나 있다. 이들의 요구를 모두 만족시키고 총장이 되는 사람이 대학을 선진적으로 개혁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서울대가 선진화되려면 몇 개 단과대학이나 학과들을 통·폐합해야 할지 모른다. 종신 교수가 될 수 있는 확률을 70% 미만으로 낮추고 공무원 체질에 익숙한 직원들에게 혁신적인 인사 및 보상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그러나 직선제 총장 하에서 이에 대한 논의는 시작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교육부의 3불 정책은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없애거나 개선해야 하고 대학의 거의 모든 사안에 대해 자율권을 줘야 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대학은 높은 강도로 개혁을 이루고 선진적 운영기법을 도입해야만 한다. 그러지 않는 한 교육부는 여전히 ‘자기 이익 추구에만 급급한 우민(愚民)’들을 선도할 권리를 갖는다는 관료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선영 서울대 생명공학부 분자유전학 교수
  • “어윤대 前총장은 65점”

    ‘최고경영자(CEO)형 총장’으로 바람을 일으켰으나 연임에 실패한 어윤대 고려대 전 총장이 학생들로부터 5점 만점에 3.28점을 얻어 ‘보통’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25일 고려대에 따르면 학보인 고대신문이 최근 재학생 968명을 대상으로 어 전 총장의 임기 4년에 대해 1점(매우 못했다)에서 5점(매우 잘했다)까지 점수를 매기도록 한 결과, 중간점을 약간 웃도는 3.28점을 얻었다.100점 만점으로 환산하면 65.6점이다. 학생들은 어 전 총장의 ‘건물 신축’,‘세계 200대 대학 진입’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반면 ‘신자유주의적 대학경영’,‘기초학문 위축’,‘독선적 경영방식’ 등을 부정적인 행적으로 꼽았다. 어 전 총장은 발전기금 3500억원을 유치하고 전체 학교 건물의 40%를 신·증축하면서 대학가에 CEO형 총장 바람을 일으켰으나 급격한 영어강의 확대, 기업 기부금 확장 등을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학생 출교(黜校) 사태 등은 미해결 과제로 남겼다. 어 전 총장은 차기 총장 선거에 출마했지만 교수회의의 총장후보 자격 적부심사에서 탈락해 연임에 실패했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기로에 선 교육정책

    기로에 선 교육정책

    ■ 경찰 호위속 국립대 법인화 공청회 전교조선 ‘교원평가 저지’ 삭발시위 교육인적자원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립대 법인화 방안이 좀더 체계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교육부는 6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국교원소청심사위원회 대강당에서 ‘자율선택에 따른 국립대학 법인화 공청회’를 열었다. 토론자로 나선 서울대 법대 김재형 교수는 “(교육부는) 국립대 법인화로 대학이 더 좋아질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법인화에 따른 손실은 눈에 보일 만큼 뚜렷한데 비해 이익은 불확실하다.”면서 “교육부가 반대 의견을 설득할 수 있는 근거나 구체적인 실천계획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뚜렷한 손실에 대해 시장논리 도입에 따른 기초학문 분야의 상황 악화와 직원들의 공무원 자격 상실 등을 꼽았다. 주제발표에 나선 광운대 일본학과 이광철 교수도 “이사회 심의기구를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거나 이사회의 감사 선임, 대학평의회에 관한 규정 등은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립대 법인화 저지와 교육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투쟁위원회는 이날 공청회장 앞에서 집회를 갖고 “편파적인 공청회를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공청회도 경찰 도움으로 무사히 마쳤지만 국립대교수회연합회 정해룡 회장 등 150여명이 공청회 도중 교육부의 참석자 제한에 반발해 퇴장하면서 한때 술렁이기도 했다. 교육부는 이날 공청회 결과를 토대로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 ‘국립대학 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을 보완, 올해 안에 입법예고할 방침이다. 한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날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제석 부위원장 등 간부 3명이 삭발했다. 전교조는 “정부가 교원평가제를 강행하고 전교조 노조원을 구속하면서 수석교사제를 도입하고 근무평가제를 강화하는 등 교원정책을 총체적 파탄으로 내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교대생 ‘임용고사 거부’ 철회 12개교 동맹휴업 오늘 논의 초등교원 수급정책 재검토를 요구하며 임용고사 거부 움직임을 보여왔던 전국교육대학생 대표자협의회(교대협)는 6일 “시험 거부에 따르는 부담을 고려, 임용고사를 치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교대협은 전날 오후 대구교대 총학생회실에서 전국 12개 교대 총학생회장과 각과 4학년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 교대협은 “임용고사를 거부했을 때 감당해야 할 부담이 크고 각 대학별로 사정이 달라 시험 거부투쟁을 관철하는 데는 실패했다.”고 말했다. 앞서 5일 서울교대는 총학생회 차원의 시험거부 방침을 세우지 않고 응시 여부를 학생 개인의 선택에 맡기기로 결정한 바 있다. 한편 전국 12개 교대는 7일 각 학교에서 전교생이 참석하는 학생총회를 열고 안정적인 초등교원 수급정책 수립과 교육재정 확충을 촉구하기 위한 동맹휴업에 돌입할지를 놓고 학생 의견을 물을 예정이다. 교대협 관계자는 “임용고사 거부투쟁에는 실패했지만 12개교 동맹휴업은 성사될 분위기이며 22일로 예정된 전교조 ‘연가투쟁’에 합류할 계획도 유효하다.”고 전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세계의 싱크탱크] (11) 프랑스 콩코드재단

    [세계의 싱크탱크] (11) 프랑스 콩코드재단

    |파리 이종수특파원|‘프랑스를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로 만들기’ 프랑스 우파 지식인들이 지난 97년 창설한 싱크탱크 ‘콩코드 재단’ 홈페이지(www.fon dationconcorde.com)의 머리를 장식하고 있는 문구다. 한 문장으로 압축된 이 문구는 콩코드 재단의 정체성은 물론 프랑스 지식인 사회의 변화상을 보여주고 있다. 콩코드 재단은 파리 8구 테레란로 9번지의 7층에 세들어 있다. 좁은 사무실과 두 칸의 회의실이 전부다. 그다지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콩코드 재단이 프랑스에서 지닌 의미는 자못 크다. 콩코드는 창립 9년 만에 ‘엘리제궁과 가장 가까운 싱크탱크’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프랑스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실제 재단의 초기 멤버 가운데 6명이 지난 2002년 자크 시라크 대통령 재선에 공을 세운 뒤 입각했다. 도미니크 페르벤 법무부 장관, 르노 뒤트레유 공직·국가개혁부 장관, 에르베 게마르 농업·수산·전원부 장관 등이다. 여기에 시라크 대통령의 오랜 정치고문인 제롬 모노가 재단 창립부터 지금까지 든든한 후원자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집권당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인 니콜라 사르코지 내무장관도 재단의 주요 회원이다. 콩코드 재단의 특징은 전통적으로 ‘앙가주망(사회참여)’을 기치로 한 사회주의 지식인의 목소리가 강한 프랑스 사회에서 우파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파리-도핀대 경제학과 교수인 미셸 루소 소장은 “좌파에 대응하자는 데 공감한 지식인들이 모여서 재단을 창설했다.”고 설명했다. 그들의 논거는 좌파에게서는 더 이상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만큼 정치적 입장도 명백하다.‘중도 우파’를 내건 재단은 “다양한 프로젝트를 조정하는 가교 역할을 하면서 개혁을 촉진하는 것을 주요 임무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구체적으로 재단측은 단기적 목표가 지난 2002년 대통령 선거 때보다 더 중요한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내년 대선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것이라고 공언한다. 콩코드 재단의 또 다른 특징은 ‘거버넌스 담론’에 기초한 새로운 개념의 싱크탱크라는 점이다. 단순한 학자들의 연구기관이 아니라 학계, 재계, 정·관계 등 각 분야의 구성원들이 연계해 활동한다. 현재 정식 회원은 1800여명이다. 여기에 콩코드 재단과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는 사람이 8000여명이다. 이들은 주로 상·하원 의원, 고위 공무원,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표, 지방자치단체 의원 등으로 콩코드 재단의 정책 방향에 공감하고 함께 호흡하고 있다는 게 재단측 설명이다. 재단은 소장과 3명의 부소장 아래 ‘전문가 협의체’와 ‘분야별 위원회’로 구성돼 있다. 교수·작가·기업 대표 등으로 구성된 전문가 협의체는 재단이 연구할 이슈를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그러면 분야별 위원회가 매달 첫째 주 월요일 정기 모임을 갖고 활발하게 논쟁을 벌이면서 심층 연구한다. 이어 정책 포럼·외부 토론회·심포지엄 등을 거쳐 간행물 형태의 보고서를 발표한다. 위원회는 행정 개혁, 국방, 국가 정체성, 지방분권, 에너지 대책, 복지, 기업과 고용문제 혁신, 국제협력 및 개발, 고등교육 개혁 등의 분야를 포함하고 있다. 섀도 캐비닛을 방불케한다. 최근엔 사회보장제도를 둘러싼 국가 부채 문제를 놓고 이슈를 제기했다. 지난 25일에는 ‘부채의 역사, 경제에 미치는 부담과 해결책’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전 예산부장관을 지낸 알랭 랑베르가 연사로 나섰다. 아울러 지난해 대학생과 청년들이 창립한 ‘콩코드의 힘’(Impulsion Concorde)이 콩코드재단의 든든한 네트워크로 활동하고 있는 것도 인상적이다.‘우리 미래는 우리 세대가 결정한다.’는 슬로건을 창립 목표로 내세운 ‘콩코드의 힘’은 18∼30세 연령층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사회보장제도와 관련, 콩코드재단과 연계해 논쟁을 제기해 주목받았다. vielee@seoul.co.kr ■ 佛 싱크탱크 변천사 |파리 이종수특파원|프랑스의 주요 싱크탱크는 30여곳이다. 영국이나 미국식 개념의 정책 어젠다 개발은 주로 정부 부처 산하의 위원회가 분야별로 담당한다. 이들이 관계 및 학계·연구소의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대표적으로 외무부의 정책분석위원회(CAP)를 들 수 있다. 종합적 성격의 싱크탱크는 민간 연구소에서 맡는다. 물론 대부분 학술적 활동에 머물러 있어 영미식 싱크탱크와는 약간 거리가 있다. 비교적 연혁이 오래된 국제관계연구소(IFRI)와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등이 대표적이다.IFRI는 외교·안보분야,CNRS는 기초학문 분야와 통계 분야에서 유명하다. 영미식 싱크탱크가 등장한 것은 80년대 들어서다. 대표적인 단체가 1985년 중도 좌우파 연합을 기치로 내건 생시몽 재단과 범 우파 연합의 성격을 띠고 1997년 창설된 콩코드 재단이다. 이 재단들은 정·관·학계는 물론 기업·언론인 등이 함께 모여서 연구하고 활동하는 이른바 ‘거버넌스(분야간 협력체제) 담론’에 바탕한 싱크탱크다. 최근 한국에서도 강조되고 있는 ‘사회적 파트너십’에 따른 두 싱크탱크의 등장과 활동은 프랑스에 많은 논란을 불러왔다. 처음에는 이전처럼 학문적 수준의 연구에 그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주체의 현실 참여로 주목받았다. 총체적 시각으로 정책을 내놓고 이슈를 제기해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그러나 특정 정파나 계층의 이해관계를 대변한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특히 생시몽 재단의 경우는 미국 자본이 뒤에서 후원해 ‘세계화’를 미화하는 데 일조한다는 이유로 좌파 진영의 질타를 받았다.‘제3의 길’에 가까운 노선을 취했던 생시몽재단은 좌파 지식인들과 격렬한 논쟁을 벌이다 지난해 문을 닫았다. 생시몽 재단에 견줘 콩코드 재단은 공공연하게 미국식 자본주의 논리를 옹호하고 나섰다. 좌파 지식인들은 “‘우파 그룹이 만든 ‘생시몽 재단’” “권력 재탈환을 겨냥한 우파의 결집”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그러나 콩코드재단은 ‘부의 창출 없이는 사회 정책이 불가능하다.’는 모토 아래 경제와 기업 활동 촉진에 주력하고 있다. vielee@seoul.co.kr ■ “안정 바라는 유럽인 우파지지 계속할것” |파리 이종수특파원|콩코드재단의 미셸 루소 소장은 “정치적 독립성과 역동성이 콩코드 재단의 정체성”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국제관계연구소(IFRI)는 너무 가라앉은 분위기이고 공적 영역에만 활동이 국한돼 있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는 관료적이고 규범적이어서 창의성이 모자란다.”며 다른 싱크탱크의 한계를 지적했다. “지난 2002년 대선 때 자크 시라크 대통령 재선의 일등공신으로 ‘엘리제궁과 가장 가까운 싱크탱크’라는, 다분히 냉소적인 기사를 봤다.”고 반문하자 그의 대답은 단호했다. “국가 영역에서 독립됐다는 뜻이다. 우리의 정치 지향점이 우파이기 때문에 특정 정파를 도울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분야에서 그들과 입장이 같지는 않다. 집권당인 대중운동연합의 유력한 대선주자인 니콜라 사르코지 내무장관과 매우 가깝다. 그러나 재단 운영은 자율적이다. 우리는 그저 현실의 여러 문제를 분석하고 논쟁을 제기할 뿐이다.” 그는 장 마리 르펜이 이끄는 극우 파와의 차이를 강조했다.“우리는 중도 우파다. 그들의 사상은 우리보다 훨씬 과격하다. 위험한 면도 있고….” 자연스레 질문은 최근 유럽에서 우파 혹은 극우파(최근 벨기에와 오스트리아의 경우)가 강세를 보이는 배경으로 넘어갔다. 그의 신념은 확고했다.“유럽에서 넓은 의미의 우파가 미칠 영향력은 계속 증가할 것이다. 두 가지 이유 즉, 이민자와 이슬람 문제 때문인데 사회 안정을 바라는 유럽인들은 우파를 지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는 당연히 터키의 유럽연합 가입에 대해서도 반대했다. 그들이 이슬람 문화권이지 유럽문명의 세례자는 아니라는 것이다.“터키가 유럽연합에 가입한다면 인도는 왜 안되는가.”라고 덧붙였다. 이민자 문제의 해결 방안을 물었더니 역시 우파 지식인다운 반응이 나왔다.“(사견을 전제로)끔찍하다. 당장 멈춰야 한다. 우리는 이민자가 필요하지 않다. 왜 아프리카인들은 프랑스만 쳐다보고 있는가. 왜 일본이나 한국으로 가지 않는가. 여기엔 두 가지 배경이 있다. 공간적으로 가깝다는 것과 그들에게 학교·건강 분야에서 공짜라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대학과 사회보장제도의 개혁을 주장하는 것이다.” 올해 초 학생 소요 사태를 야기한 ‘최초고용제도’에 대해서도 비슷한 입장이었다.“대학생들이 과격 시위를 한 것은 30년 가까이 프랑스 사회를 지배해 온 사회주의 문화 탓이다. 시라크 대통령이 최근 사회관계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듯 속도는 조절하더라도 제도 자체의 문제는 없다고 본다.” 내년 대선에 대해서도 물었다. 그는 “당연히 사르코지가 이긴다. 대선은 사르코지와 루아얄의 좌우 각축 속에 흥미롭게 진행될 것이다. 그러나 최종 승자는 사르코지다. 좌파에게서는 변화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프랑스에 필요한 것은 변화다.”고 말했다. 루소 소장은 파리시 공무원과 세 차례 소도시의 시장을 역임한 뒤 파리-도핀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vielee@seoul.co.kr
  • [명문대 교육혁명] (20) 일본 교토대

    [명문대 교육혁명] (20) 일본 교토대

    |교토 이춘규특파원|도쿄대와 함께 일본의 양대 명문 중 하나인 교토대는 ‘기초학문’이 특히 강한 대학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물리, 화학 등 자연과학분야의 노벨상 수상자만 5명, 수학부문의 노벨상인 ‘필즈상’ 수상자만 2명이다. 이처럼 기초과학이 강한 이유는 그동안 국가의 지원 및 ‘자유와 토론을 중시하는 학풍’ 때문이란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하지만 교토대도 지금 중요한 변환기에 서있다. 그동안 학교의 상징으로 자부해 왔던 ‘무제한적 방임적인’ 학생의 자유 허용을 재고하려는 움직임이다. 자유보장의 학풍이 급변하는 시대조류에 뒤처지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게다가 교토대는 2004년 국립대학에서 법인화 이후 빠른 변화에도 변신을 준비 중이다. 법인화에 적극 대처해 나가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법인화와 교토대의 자랑인 자유와의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 경영측면에선 정부 통제에서 더욱 벗어나 연구나 학교운영의 자율성을 높이고 학생관리에는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이기로 한 것이다. 마쓰모토 히로시 부학장은 “국가의 재정이 어려워져 재정투입이 줄어든 것은 예상된 것”이라며 “법인화 이후 스스로 하겠다는 기운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 예로 기부금 모금 노력에 다퉈 앞장서고 있다. 실제 교토대는 법인화 이후 매년 직접 운영비는 1%씩 줄이고 있지만 반대로 기부금 등 외부자금을 더 많이 끌어왔다. 교토대에 따르면 2004년 265억엔 정도였던 과학연구비보조금·공동연구비·외부수탁연구비·기부금 등 외부자금의 총 합계는 2005년에는 323억엔으로 크게 늘었다. 그 중에서도 2004년 37억 6000만엔이었던 기부금의 경우 법인화 이후 적극적인 유치 활동 덕분에 한 해 사이 두 배인 37억엔이 늘어 74억 6000만엔이나 됐다. 그래도 교토대의 안정적 재정확보는 여전한 과제다. 장기연구성과를 꾸준히 내기 위해서다. 하지만 갈수록 2∼3년내에 연구성과를 내라는 요구가 강해지고 있어 고민이다. 교토대의 의지와는 달리 장기간의 연구가 필요한 기초연구가 위협받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교토대는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융합한 교육을 강화하려고 한다. 종합대인 특성을 살려 기초연구에서 응용연구까지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 연구들을 계속하려 한다고 오카모토 부학장이 밝혔다. 안정적인 재정을 확보,2∼3년을 바라보는 게 아닌 100년 정도를 내다보는 기초연구를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대학부설 수리해석연구소는 학교 특성을 잘 보여준다. 이 곳은 일본의 ‘전국공동이용연구소’로 1963년 출범했다. 강한 일본 수학의 산실이다. 8월 중순 찾아간 연구소는 자유와 토론이 넘쳤다. 우선 복장이 자유로웠다. 이날 대학원 신입생 면접시험이 있었는데도 다카하시 요이치로 소장, 가시와라 마사키 전 소장, 오카모토 히사시 부소장, 모리 시게후미 교수 등은 모두가 편안한 자유복장이었다. 연구소 1층의 휴게실 책꽂이에는 영어판 전문지와 신문 등이 가득 꽂혀있었다. 연구자들이 쉬면서 토론할 수 있도록 탁자가 있었고, 칠판도 갖춰져 있어 토론환경으로 좋았다. 이날 몇개 팀이 계속 와 쉬면서도 토론을 했다. 이날 만난 연구자들의 출신대학도 이채로웠다. 수학의 노벨상인 필즈상을 수상한 모리 교수를 제외하고는 소장, 부소장, 전 소장 등이 모두 도쿄대 출신이었다. 오카모토 부소장은 “연구자들이 일본 전국 각지에서 이 곳에 몰려들고 있다.”고 소개했다. 교토대적인 것에 대해 다카하시 소장은 “다른 대학은 사회·국제정세의 흐름에 맞춰 연구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교토대는 ‘나의 길’을 가는 스타일”이라며 “전국 수학자가 연간 70회 정도 이 곳에 모여 세미나 등을 갖는다.”고 소개했다. 외국에도 열려 있다. 현재 이 연구소에는 이용남 서강대 수학과 교수 등 한국의 연구자 4명이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을 포함, 외국인 연구자는 10명이다. 평소에는 20명정도의 외국인 연구자가 활동한다. 이날은 입시에다 방학이 겹쳐 적은 편이었다. 이용남 교수는 “교토대는 서두름이 없다. 빠른 성과를 강요하지도 않고, 그런 요구도 없다.”면서 “수리해석연구소는 수학분야의 세계 최고 수준으로, 연구자들도 큰 업적을 내기 위한 욕구가 강하다. 형식적이지도, 과시적이지도 않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박사 후 과정 펠로십의 지원을 받아 교토대 수학과에서 연구하고 있는 허형진씨는 “템포가 느리다. 기본적으로 시간을 많이 준다. 속박이 없다. 집에 처박혀 있어도 연구결과물만 내면 되는 극히 자유로운 분위기”라고 전했다. 교토대의 전형적 연구풍토와 관련, 모리 교수는 “개성을 존중한다. 특히 다른 사람과 같은 주제의 연구를 하면 안 된다는 풍조”라고 말했다. 또 이과계열 노벨상 수상자가 많이 나오는 것에 대해 “하고 싶은 일은 철저하게 추구하기 쉬운 환경과 자기 것을 추구하려는 독립성 강한 연구의욕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오카모토 부소장의 분석은 더 이채롭다. 도쿄대 교수들은 일본 1위의 대학이라고 모두가 생각하기 때문에 그 방면의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감이 있다고 말했다. 최첨단 학문도 해야 한다는 중압감도 있다는 것. 반면 교토대는 유행하는 최첨단과는 무관하게,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기초학문에 전념할 수 있다. 교토대는 ‘명예교수를 경원하는’ 특징도 갖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명예교수를 임명하면 예전의 ‘시니어리티 제도’의 영향으로 “나는 선배다. 내 연구소에 가까이 오지 마라.”는 등의 권위적인 경향이 있기 때문이란다. 그 대신 지원의 사각지대인 40∼50대 중견연구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고 마쓰모토 부학장이 밝혔다. 교토대의 실용적인 면을 엿볼 수 있다. taein@seoul.co.kr ■ 한국유학생 198명… 한국석사 인정 안해 |교토 이춘규특파원|교토대에서 유학하는 한국인 유학생은 2005년 기준으로 198명이다. 그 중에 박사과정이 94명, 석사과정 36명이고, 학부생은 25명 등이다. 유학생들의 설명을 들어보면 교토대학의 자유와 ‘느리게 가기’가 돋보였다. 인문학 분야의 박사학위 받기는 7∼8년 걸린다. 한국에서 받은 석사학위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물리, 화학 등 기초과학 분야도 느리다. 공과대분야는 상대적으로 짧다. 이처럼 학위기간이 길어져 미래를 걱정하는 연구자들이 늘어나자 “빨리 학위를 주는 방향으로 방침을 바꾸는 흐름이 보인다. 박사과정을 그만두고 취직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 법학 박사과정 정영훈씨의 소개다. 한국인유학생회 회장 김정환(박사과정 재료공학) 씨는 “자유로운 분위기 때문에 논문 방향에 대한 지도교수의 제시도 없어 유학생은 어렵다.”면서도 “느리다는 지적을 받으면서도 깊은 연구와 질 높은 논문이 많다.”고 말했다. 학부 분위기도 유사하다. 공학부 전기전자공학과 3학년 오지민씨는 “선생이 공부시키는 것이 없다. 출석체크도 없고 수업을 안받아도 된다는 분위기다.”라면서도 “자기 관심분야를 찾아서 두드러진 성취를 이뤄내는 학생들이 눈에 띈다.”고 귀띔했다. 오씨는 도쿄대에 갈 실력이 있는 학생도 자유로운 교토대의 학풍을 좋아해 선택한 경우도 많다고 했다. 그는 교토대는 도쿄대와는 달리 서둘러 결과물을 내야 하는 압박이 없다면서 “새로운 분야, 새로운 이론을 개척하는 학풍”이라고 덧붙였다. taein@seoul.co.kr ■ “세계 최고·유일 추구… 자유와 토론이 학풍” |교토 이춘규특파원|교토대 마쓰모토 히로시 부학장(연구·재정담당)은 “교토대는 연구 중심대학으로 자유와 토론을 중시한다.”면서 “스스로 생각하고, 해결책을 찾아가는 학풍이 강함의 원천”이라고 강조했다. ▶교토대학의 특징은. -연구대학이자 탐험·모험심이 강한 대학인 점이 특징이다. 세계 최고, 유일(唯一)을 추구하는 연구가 많다. ▶교토대의 강점은. -자유로운 학풍이다. 스스로 생각하고 해결책을 찾아가도록 한다. 흉내내지 않고 우리의 것을 추구한다. 미국의 대학은 돈이 되는 곳에 연구를 집중하지만 교토대는 장기적이고 기초적인 측면에 집중한다. 지식도 추구하지만 우리는 지혜를 중시한다. 이를 위해 토론을 중요하고 철저하게 여긴다. ▶법인화 이후 기부 현황은. -기부금이 증가하고 있다.1인당 과학연구비에서 도쿄대가 100이라면 교토대는 115로 많다. ▶우수학생 확보 방안은. -유치 방안도 중요하지만 전통이 더 큰 힘을 발휘한다. 교토대에 가면 자유스럽다는 학풍이 힘이다. 지금의 아이들은 가이드라인이 없으면 자신 스스로 생각하는 사고능력이 적다. 우리는 이를 길러준다. 한국이나 중국, 구미의 최우수 학생들이 몰려올 수 있도록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지금까지 도쿄대는 정치계나 관료를 하려는 학생들이 가고, 교토대는 학문하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몰리는 경향도 있었다. ▶외국의 인재 확보 방안은. -국제교류 추진 담당이사직을 만들어 중국과 동남아 등에서 우수한 학생과 교수들을 모으려 한다. ▶우수한 젊은 연구자 확보 방안은. -우수한 선생과 학생이 갑자기 모이지 않는다. 아직 학교 명성이 중요하다. 선배들이 활동한 업적 등을 본다. 그래서 실적을 장기간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여성 연구인력 확보 방안은. -세계적 수준에서 보면 일본의 여성연구인력 진출이 낮다. 여성 연구자 비율이 교토대는 7%정도다. 이를 15년 뒤에는 20% 수준으로 높이려 한다. 우선 3년간은 10% 정도로 끌어올리겠다. 그러나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선발하는 일은 없다. 철저하게 능력위주다. 여성 연구자가 출산을 해도 안심하고 육아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3년간 정부 지원도 있고, 이후 학교자체 예산도 확보해 놓았다. ▶세계 최고 대학이 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가장 큰 과제는 학생과 연구자, 교원의 책임감과 자각이다. 다음 과제는 재정 기반과 연구전략 마련이다. 교육시스템 개혁도 중요하다. 종합대학의 장점을 살리는 시스템도 만들어야 한다. 예들 들면 의사가 돼도 인문학분야의 전문성을 갖추게 하려 한다. ▶교토대 하면 노벨상이 얘기되는데. -5명이 노벨상을 받았지만 더 많은 교토대 학자들이 상을 받아야 한다고 본다.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는 노벨상 받을 만한 학자가 매우 많지만 제대로 못받는다. 서구 심사위원들이 동양학자들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잘 알리려는 활동도 중요하다. 공간적 약점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서구학자들을 교토대에 불러 3∼4개월정도 장기 체류시키면서 토론하고, 연구내용을 알도록 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산·학 연대는 잘되고 있나. -잘 되고 있지만 매우 미묘하다. 특허권 신청도 늘고 있다. 그런데 양보다는 질이 중요하다. 한 건을 신청하기 위해 50만엔이나 필요하다. 몇 건의 특허를 출원하는 것에는 얽매이지 않는다. 기업에도, 대학에도 모두 만족스러운 특허 및 지적재산권 제도를 만들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특허 분쟁도 있나. -국제특허의 경우는 기업들이 매우 신중하다. 미국에서 특히 수억엔이 드는 소송이 많다. 소송에 말려들면 기업은 자신을 방어할 수 있지만 대학은 방어력이 없다. 엄청난 금액을 소모해야 하는 위험성이 있다. 대학의 지식은 모두의 것이지 특정집단의 이익이나 돈을 위한 연구하지 않는다.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세계의 라이벌 대학을 꼽는다면. -유럽은 문과계 대학들이, 미국은 이공계가 강하다. 미국은 사립뿐 아니라 공립도 강하다. 스탠퍼드, 하버드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명문들이 즐비하다. 중국의 칭화대나 한국의 서울대 등이 어떤 의미에서 우리 라이벌이다. taein@seoul.co.kr
  • [명문대 교육혁명] (10) 일본 도쿄대

    [명문대 교육혁명] (10) 일본 도쿄대

    |도쿄 이춘규특파원|도쿄대학은 범국가적인 지원을 받았다. 도쿄대 출신인 구로가와 기요시 일본학술회의 회장은 “도쿄대학이 강한 것은 한마디로 정부와 국민들이 힘을 모아 지원했기 때문이다. 실력자들이 가르치도록 해 좋은 학생들이 모여들었다. 특히 패전 과정에서 인재의 소중함을 경험한 뒤 지원이 강화됐다.”고 말했다. 일본 인재의 산실인 도쿄대도 스스로 변화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본질적으로 변하지 않으면 세계적 경쟁속에서 살아남기 어렵기 때문이다. 위에서부터 학생 개개인까지 개혁의 바람이 강력히 불고 있다. 최근 도쿄대학 첨단과학기술센터가 고마바리서치 캠퍼스에서 개최한 포럼은 도쿄대의 변화를 실감케 했다. 토론내용은 불과 수초의 간격으로 일어로 풀이돼 센터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즉각 올려졌다. 현장에서도 대형 동영상으로도 일어, 영어로 토론내용이 올랐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를 느낄 수 있었다. 참석자들은 변화를 외쳤다. 고미야마 히로시 총장은 격려사에서 “지금 대학은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선 5%가 바뀌면 전체가 바뀌게 된다.”면서 선구자적 역할을 강조했다. 실험정신도 강조하면서 ‘선두에 서려는 용기’를 학생들에게 요구했다. 하시모토 가즈히토 첨단연구센터 소장도 “지금도 개혁은 계속되고 있다. 국가의 전체 예산은 줄고 있지만 연구소에 연간 교부금 10억엔(약 80억원)씩,5년간 50억엔 정도가 투입됐다. 외부자금도 연간 20억엔이 넘는다. 이런 자금력으로 기존제도의 제약을 깨고 150명 정도의 계약직 특임교수를 투입, 연구의 새바람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난야 다카시 전 소장은 도전정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첨단연구센터는 기존조직과 학문분야의 틀을 뛰어넘는 탄력적 연구를 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문과학과 자연과학을 결합시켜 인간을 위한 학문을 지향하고 있으며, 상식을 깨부수고 있다는 것이다. 난야 전 소장은 경영과 교육의 분리를 주장하면서 “대학의 평가는 평가위원회가 하는 것이 아니다. 세계의 시장이 한다. 입학할 학생이나 교수가 가고 싶어야 하는 것”이라며 “연구를 위탁하는 기업이나 정부기관, 기부하고 싶은 독지가 등 시장의 지지를 얻는 것이 대학경영의 목표가 돼야 한다.”고 ‘시장 평가론’을 주장했다. 도쿄대에 요구되는 인재상과 관련, 구로가와 회장은 “대학캠퍼스가 세상을 보는 유일한 창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세계의 선도대학이 되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세상을 넓게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를 위해서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15년여간 미 UCLA 의학부에서 내과학을 강의한 구로가와 회장은 “선생은 학생이 영감을 갖도록 자극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대학은 학생에게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혜를 가르치라고 주문했다.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사명감, 상식을 깨부수는 반항정신과 호기심도 요구했다. 도쿄대의 연구환경은 지금도 세계적인 수준으로 평가된다. 이 대학 동양문화연구소 현대송(45) 교수는 방대한 소장도서를 높이 평가했다. 기초학문을 연구할 자료가 충분히 갖춰져 있다는 것이다. 연구의 연속성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많은 나라에서는 한 사람의 천재가 사라지면 공백을 메우는 게 아주 어렵거나 불가능하지만 도쿄대의 경우 사람이 아닌 시스템에 의해 돌아가므로 성과의 축적이 잘 되어 있다는 것이 현 교수의 설명이다. 자료공유도 잘 되고 있다. 도쿄대의 기초학문이 강한 이유는 기초학문을 해도 미래 걱정을 하지 않는 일본사회 분위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자공학과 석사과정 김웅현씨는 “이과1계열은 자연계·공학계 일부가 포함돼 있는데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과배정을 할 때 물리, 화학 등 기초과학에 우수학생이 몰린다.”고 설명했다. 연구진행과정, 학습과정이 객관적이고 투명한 것도 도쿄대의 큰 강점으로 꼽힌다. 정에 치우치지 않고 선·후배간의 서열의식도 엷어 “선·후배가 똑같은 과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토론하고, 문제가 생기면 선생이 중재한다.”는 게 수의학과 박사과정 최재혁(30)씨의 체험담이다. 도쿄대학은 어떤 미래를 지향하는가. 고미야마 총장은 “예전에는 선진국의 모델을 따라하면 됐지만 모델을 찾아 흉내내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모델로는 안 된다.”면서 “세계를 선도하는 대학이 되려면 에너지, 환경, 소자화(少子化·저출산), 고령화 등 21세기 지구적인 과제들을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하고 창조성을 발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taein@seoul.co.kr ■ 고미야마 히로시 총장 |도쿄 이춘규특파원|도쿄대 고미야마 히로시 총장은 도쿄시내 혼고캠퍼스 총장실에서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국내·외 인재유치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도쿄대 국제경쟁력은 어느 정도인가. -대부분 대학경쟁력 평가를 영국의 기관이 한다. 그래서 영국, 캐나다, 호주 등 영연방 소속 대학들이 많이 포함된다. 일본과 한국, 중국 등이 랭킹을 만들면 (동양권 대학의 순위가)아주 좋게 나올 것이다. ▶특별히 강한 분야는. -창립 때부터 응용분야가 포함됐다. 그래서 과학기술분야가 강하다. ▶법인화된 이후 국가지원은 줄었나. -단계적으로 매년 직접 운영비의 1%씩 줄어들고 있으나 별 영향은 없다. 특히 국가에서는 전체적인 과학기술기본계획에 따라 1기(5년씩) 17조엔(약 140조원),2기 24조엔(약 200조원)을 지원했다. 지난 4월 시작된 3기에도 25조엔(약 210조원)을 지원한다. 국가의 전체 예산규모는 줄고 있지만 과학기술예산은 늘 정도로 일본 정부는 과학을 중시한다. ▶독립행정법인이 된 뒤 재정형편은. -1년 예산이 2000억엔(약 1조 7000억원)정도 되는데 큰 문제는 없다. 기부금도 늘고 있다. 다만 일본 전체를 놓고 보면 문제가 생겼다. 가속기, 단백질분석기 등 거액이 드는 기자재를 공동으로 구입하는 길이 최근 막혔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당국과 대화 중이다. ▶기부금은 충분한가. -건물기부 등을 포함, 최근 170억∼180억엔 정도 모았다. 충분하다. ▶세계경쟁이 치열한 시대인데. -더 국제적으로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연구자는 가족이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숙사와 자녀의 학교, 병원 등이 갖춰져야 한다. 국립대학도 4월부터 이런 시설을 지을 자금차입이 가능하게 돼 인터네셔널 게스트하우스 건설 계획 등을 시작했다. ▶교수들의 경쟁력 유지 방안은. -21세기는 네트워크화와 핵심연구가 되는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도쿄대에 만들었다. 교수 한 사람만으로는 안 된다. 총장의 리더십이 중요한 시대다. ▶노벨상 수상자가 상대적으로 적은데. -오에 겐자부로, 사토 에이사쿠 총리 등이 있다. 노벨상은 서양이 만들어 서양이 뽑고 있다. 일본이 서양의 나라였다면 노벨상 수상자가 3배는 늘었을 것이다. 노벨상을 받지 못한 게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훌륭한 선생도 물리·화학분야 등에 10명 가까이 된다. 물리분야에서 5년간 논문인용빈도가 1위인 선생도 있다. ▶도쿄대 출신의 관료진출이 줄고 있는데. -역사적으로 도쿄대는 일본을 빨리 강하게 해야 한다는 책무 같은 게 있었다. 그래서 오랜 기간 공직으로 인재들을 많이 보냈다. 하지만 지금은 변했다. 벤처 등 다양한 취직 분야를 찾아가는 것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산학연대는 잘 되는가. -도쿄대 엣지캐피탈에 83억엔(약 700억원) 정도가 모여 도쿄대발 (산학연대)사업이 잘되고 있다. 순조롭다. ▶세계의 라이벌 대학은. -굳이 말하자면 여러 분야의 학부를 갖고 있는 버클리대학 정도가 아닌가. 하버드에는 테크놀로지가 없다.MIT에는 인문과학이 없다. 옥스퍼드·캠브리지는 대학의 구조가 다르다. 시대의 선두를 달리는 노력을 개인과 대학이 함께 해나가야 한다. ▶학술통합을 강조하는데. -20세기에 학문은 매우 진화했다. 지식의 양이 엄청나게 증가했다. 영역도 늘었다. 지식분야가 너무 늘어 상대 영역이 제대로 보이지 않게 됐다. 학술통합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학생의 기초학력 강화방안은. -예전과 비교하면 기초학력이 떨어졌다. 하지만 단순한 일이 아니다. 학생에게 기초적으로 필요한 정보들이 매우 늘어났다. 기초학력을 위해 보충학습을 해야 한다는 단순한 생각은 안한다. 전체 상(像)을 잘 봐야 한다. 따라서 기초학력 논란은 불필요하다고 본다. taein@seoul.co.kr ■ 경쟁력 원천 어디서 나오나 |도쿄 이춘규특파원|도쿄대학의 한국인 유학생들은 “학교측의 풍부한 재정지원과 뛰어난 기자재, 방대한 소장도서 등이 도쿄대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분석했다. 한국 유학생은 지난해 470명으로 이 중 학부생은 39명에 불과하다. 유학생들에 따르면 공대 등 자연계열의 박사과정은 특별한 잘못이 없으면 3년 정도면 마친다고 한다. 우리나라나 미국에 비해 빠르다. 우리나라는 아주 빠르면 3년 반, 보통 4∼5년, 늦으면 6년 이상 걸린다. 도쿄대는 학생을 배우는 사람으로 대접한다. 그래서 실험실에는 교수 이외에도 비서와 실무진이 포함돼 학생들은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다. 그래서 학위를 취득하는 기간이 짧다. 중도에 적성에 맞지 않으면 실험실을 바꾸기도 쉽다고 한다. 우수한 장비는 좋은 연구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도쿄대에서 단기연수를 한 KAIST 재료공학전공 석사과정 이학성(27)씨는 “수십억∼수백억원하는 전자현미경을 갖고 있었다.”면서 “세계 전자현미경의 1위 브랜드인 JEOL과 실험실(결정구조연구실)이 연계돼 있어 경쟁력이 강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험이 잦은 것도 경쟁력의 원동력이다. 전자공학과 석사과정 김웅현(24)씨는 “차세대 에너지, 핵융합 등과 관련된 비싼 장비를 갖춰 학생들이 하고싶은 실험은 안되는 경우가 없다.”면서 “잡일을 시키지 않는 것도 상당히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대충대충은 절대 없다. 실험실에서 그날 과제를 해결못하면 집에 못간다. 매학기 5% 정도의 학생은 유급한다. 평소에는 동아리나 취미, 봉사활동을 충분히 한다. 학부 물리공학과 4학년 채은미(23)씨는 “무서울 정도로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다.”면서 “취미가 양자역학이라는 친구도 있다.”고 말했다. 철저한 시간활용도 인상적이라고 한다. 법학부는 중간·기말시험은 없다.1년에 한 차례 방학동안에 시험을 본다는 것이 이 대학 동양문화연구소 현대송(45) 교수의 설명이다. 다른 단과대학도 유사하다. 축제나 취업설명회 등도 수업이 없는 주말을 이용한다. taein@seoul.co.kr ■ 2004년 법인화후 변화 급물살 |도쿄 이춘규특파원|도쿄대가 2004년 일본 정부의 대학개혁 방침에 따라 ‘독립행정법인’으로 변하면서 변화와 개혁의 물결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눈에 띄는 변화는 홍보활동의 강화다. 법인화를 계기로 민간의 노하우를 접목시키기기 위해 광고나 채용전문회사 출신 민간홍보 전문가들을 채용, 공격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다. 법인화로 정부 부처인 문부과학성이라는 ‘필터’가 사라지면서 사회에 스스로를 알려야 할 책임이 생긴 것이다. 그것이 홍보활동 강화로 이어졌다. 홍보활동을 통해 교육연구실적을 국내·외에 폭넓게 알리기 시작했다. 시민들과 접촉강화를 위해 설립된 커뮤니케이션 센터에서는 광촉매시트 등 도쿄대의 연구성과물 등 특산물을 판매한다. 도쿄대 정체성 확립작업도 강화하고 있다. 저출산으로 일본의 전체대학 모집정원이 수험생을 웃도는 시대가 임박,“매력이 없는 대학은 도태된다.”는 위기감이 도쿄대라고 예외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개교 이래 처음으로 신입생 모집 지방순회 설명회를 가졌다. 평상시에는 캠퍼스관광안내도 실시한다. 지난달 27∼28일 열린 제79회 5월축제에도 많은 시민들이 참가했다. 구내식당도 일반인에 개방, 도쿄대와 친숙하게 하고 있다. 커리어 서포터실도 개설, 졸업생들의 취직 등 사회진출을 돕고 있다. 이에 따라 개교 이래 처음으로 4∼5월 4차례에 걸쳐 정부부처와 대기업 등 169개사가 참가한 합동회사 설명회를 학교내에서 개최했다.2004년 11월엔 ‘도쿄대학 학우회’도 설립, 학교전체 차원의 동창회 활동을 강화키로 했다. taein@seoul.co.kr
  • 국립대 정원 4700명 추가 감축

    보건·의료 분야 학과 신설이나 증원 여부 등이 지역별로 미리 결정돼 대학들의 관련 학과 신설·증원 신청 경쟁이 줄 전망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18일 저출산에 따른 대학 입학정원 감소에 대비하고 사회적 수요에 맞는 질 높은 인력양성을 위해 이같은 방안을 담은 ‘2007학년도 대학(원) 학생 정원 조정계획’을 대학에 통보했다. 이에 따르면 지역 대학들의 큰 관심사인 물리치료사, 응급구조사,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등 보건·의료분야의 경우 직종(학과)별·지역별 증원 가능 인원이 먼저 정해진 다음 이를 토대로 대학별 정원이 결정된다. 지금까지는 교육부가 사전에 전국 대학으로부터 신설·증원 신청을 받아 보건복지부와의 협의를 거쳐 사후에 직종별·지역별 증원 인원을 정하는 식이었다. 이 때문에 대학들은 신설·증원 여부가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직역별로 과도하게 신청하는 등 행·재정적인 낭비가 크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교육부는 이와 함께 국립대학의 경우 국가전략 분야, 기초학문 분야 등 사학이 담당하기 어려운 분야를 우선 육성하는 데 주력하기로 하고 2007∼2009학년도에 정원 4700명을 추가로 의무 감축하도록 했다. 사립대학에 대해서는 2009년까지 전임교원 확보율(연구중심 65%, 교육중심 61%)로 연차적 준수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재정지원 사업에 반영해 자율적인 특성화 및 정원감축을 유도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이밖에 전문대학원에 박사과정을 설치하려는 경우 논문 이외에 특허 등록 및 기술이전 실적도 연구업적으로 인정해 산학협력 활성화를 도모하기로 했다.박현갑기자 eagleduo@seoul.co.kr
  • 일부대 양극화 해소 사례

    각 대학에서는 비인기 전공학과의 고사(枯死)를 막기 위해 학교와 교수들이 다각도의 노력을 하고 있다. 건국대는 학과가 없어지는 것을 감수한 교수들의 노력이 빛을 본 사례로 통한다. 건국대는 지난해 학부제 도입 이후 지원학생이 적어 폐강사태가 속출했던 불어불문학과, 독어독문학과, 히브리어과를 없애고 각 학과의 기능을 조금씩 살린 ‘문화정보학부’를 신설했다. 올해 처음 전공지원을 받은 결과 문과대학을 원한 244명 중 37명(15.2%)이 문화정보학부에 지원했다. 전공별로 EU문화정보학 17명, 커뮤니케이션 전공 13명, 히브리·중동학 전공 7명 등이다.2004년에는 불문과와 독문과 지원자가 각각 2명,3명에 불과했고 2003년에는 각각 4명,2명이었다. 반대로 2년 연속으로 60명 이상이 몰렸던 국어국문과는 올해 48명,2003년 무려 118명이 지원했던 영어영문과는 88명으로 줄었다. 전공 선택의 쏠림 현상이 일부 해소되는 기미가 보인 것이다. 문과대 조오현 학장은 “같은 단과대라도 학과간 이기주의 때문에 구조조정을 하다 보면 구성원들의 반발이 많기 마련”이라면서 “하지만 폐지되는 학과의 교수들이 전공변경과 재배치 등을 감수해 기초학문이 골고루 발전하는 토대를 닦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단국대의 경우 광역화된 모집단위를 세분화시켜 전공 지원 양극화 해소를 모색하고 있다. 단국대는 그동안 한국어문학·역사학·영어·독어·프랑스어·스페인어·러시아어·중국어·일본어 등 9개 전공 등으로 구성된 어문학부를 3개 학부와 1개 학과로 세분화시켰다. 중국어와 일본어 전공을 묶어 동양어학부, 독일어·프랑스어·스페인어·러시아어 전공을 묶어 서양어학부로 바꿨으며 영어 전공은 따로 영어과로 모집했다. 이를 통해 영어·중국어·일본어 전공 집중 현상을 완화할 수 있었다. 유지혜 김기용기자 wisepen@seoul.co.kr
  • [사회플러스] 이화여대 단과대통폐합 ‘내홍’

    이화여대가 예술계열 단과대 통폐합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대학 구조개혁을 추진하면서 내홍을 겪고 있다. 이화여대 음악대·조형예술대·체육과학대·생활환경대 학생회와 동창회 소속 100여명은 20일 대학 본관을 점거하고 총장실 진입을 시도하면서 현재 추진중인 2007학년도 구조개혁 철회를 주장했다. 이대의 구조개혁안에 따르면 기존 13개 단과대는 11개로 축소돼 음대·조형예술대·체대와 의류직물학과는 `예술종합대´, 영양학과·간호과학대·체육학과는 `건강과학대´, 소비인간발달학과는 `사회대´로 통합되며 인문·사회·자연계열의 기초학문 분야를 하나로 묶는 `학부대학´을 신설한다. 이에 대해 이 대학 박통희 기획처장은 “구조개혁은 대학 경쟁력 강화와 통합교육을 받은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필수적”이라면서 “상당수의 동문과 교수는 지지 의사를 표명하고 있으며, 반대하는 사람들은 극소수”라고 말했다.
  • 2단계 BK21 2조300억 지원

    올해부터 오는 2012년까지 정보기술(IT), 나노기술(NT), 바이오기술(BT) 등 응용과학 및 기초과학 분야 등에 모두 2조300억원이 투입된다. 지역간 연구력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지역 우수대학원 육성사업도 추진된다. 교육인적자원부는 4일 이런 내용의 2단계 두뇌한국 21(BK21)사업 계획을 확정, 공고했다.BK21사업은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 대학을 키우고 고급 연구인력을 배출하기 위한 대형 국책 사업이다. 지원분야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우수대학원 육성 분야에서는 과학기술과 인문사회 분야별로 지원한다. 과학기술의 경우 기초과학과 응용과학, 학제간 융합 분야로 나눠 차세대 성장분야인 IT와 NT,BT 등 응용과학 및 기초과학 분야에서 연간 1만 6000명을 지원한다. 인문사회의 경우 기초학문 및 디자인, 문화·예술산업, 사회복지 등에서 연간 3000명을 중점 육성한다. 지역 우수대학원 육성과 고급 전문서비스 인력양성 분야는 이번 2단계 사업에 새로 포함됐다. 지역 우수대학원 육성 분야에서는 공공기관 이전과 연계해 지역 특성을 고려한 고급 인력을 키운다. 고급 전문서비스 인력양성 분야는 국제서비스 시장 개방에 대비해 경쟁력이 요구되는 의료와 경영 분야에서 연간 3000명을 지원한다. 교육부는 다음달 13∼14일 사업신청서를 접수한 뒤 서면과 인터뷰, 실사 등 선정평가 절차를 거쳐 3월말 대형사업단 190여개, 핵심사업팀 290여개 등 지원대상을 최종 선정할 계획이다.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단과대 독립채산제 붐

    단과대 독립채산제 붐

    고려대 어윤대 총장은 다른 대학 총장들보다 결재량이 매우 적다.2억원 이상짜리 사업에만 직접 사인을 한다.2억원 미만 사업은 단과대 학장들이 알아서 결정한다. 교수 인선을 제외한, 교직원 채용·전보 등 단과대 인사도 학장의 몫이다. 지난해 인사 및 예산권을 학장들에게 대거 위임한 결과다. 학교 관계자는 “부학장의 학장보좌 기능을 대폭 강화하면서 학장의 권한을 빠르게 확대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는 이르면 2007년 단과대별로 독립채산제를 실시할 방침이다. 대학에 단과대 중심의 분권화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몇 년 사이 조금씩 확대돼온 단과대 자치강화의 흐름이 최근 ‘단과대 독립채산제’로 나아가고 있다. 단과대 자치권한을 강화해 인사·예산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단과대간 경쟁을 유도, 특성화·전문화를 꾀하는 한편 궁극적으로 대학 전체의 역량을 높이겠다는 목표다. 독립채산제가 시행되면 단과대별로 등록금을 자율 책정하거나 다양한 사업으로 수익을 늘릴 수도 있다. 한양대는 내년 3월부터 단과대 독립채산제를 시범 운용한다. 학장이 예산 편성·집행은 물론 교수 임용·평가, 교과과정 편성 등을 총괄해 책임지게 된다. 곧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시범 단과대를 선정하고 자치권한의 범위 등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 제도가 뿌리를 내리면 대학본부는 전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정도의 기능만 맡게 된다. 2003년 이후 출판부, 어학원, 기기원, 교육개발센터 등에 순차적으로 독립채산제를 도입해 온 성균관대도 곧 단과대로 독립채산제를 확대할 방침이다. 학교측은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을 통해 투입 대비 성과 측정 등 노하우가 축적된 만큼 다른 학교보다 빠르게 정착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희대는 학생 수와 등록금 수입을 기준으로 단과대에 예산을 배분하는 ‘자율예산제’를 시행하고 있다. 등록금의 10% 이내에서 단과대별로 예산을 할당, 실험실습비와 학생지원비 등에 쓰도록 하고 있다. 또 시간강사는 학장이 직접 임명하고 있으며 대학본부 학사지원과의 업무를 단과대 행정실로 옮겨왔다. 단과대별로 다른 등록금을 받는 독립채산제를 추진 중이다. 서울대 공대가 내년에 해외석학평가를 받기로 한 것도 자체 경쟁력 강화와 맥을 같이한다. 같은 이공계인 자연대가 올해 해외석학평가에서 세계 30위권이라는 좋은 성적을 받은 것에 자극을 받았다. 공대 차원의 석좌교수를 두기로 하고 지난 14일 조원호 재료공학부 교수를 임명한 바 있다. 공대, 자연대, 농대, 의대, 사범대 등이 기획실장을 따로 두고 있는 것도 경쟁력 강화의 일환이다. 독립채산제가 경영대 등에서는 가능하지만 순수·기초학문에서는 독이 될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 경희대 박태지호 부총학생회장은 “단과대에서 등록금을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만들면 단과대의 발전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걸어 등록금을 무분별하게 인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유종 김준석기자 bell@seoul.co.kr
  • [코드로 읽는책] 스무 살에 선택하는 학문의 길/김용준·정운찬 등 지음

    수험생 55만여명이 치른 ‘200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났다. 그러나 대학·학과 지원전략도 짜야 하고, 논술·면접도 준비해야 한다. 자칫 수험생들이 마음만 분주해 시간을 그냥 흘러보낼 수 있는 시기, 대학 새내기를 꿈꾸며 읽어볼 만한 책은 없을까? 현직 대학총장과 교수·연구원 등 각 분야에서 뛰어난 학문적 성취를 이룬 49명의 전문가들이 필자로 참여한 ‘스무 살에 선택하는 학문의 길’(김용준·정운찬 등 지음, 아카넷 펴냄)은 대학 진학을 앞둔 학생들을 위해 든든한 ‘학문의 조언자’ 역할을 자청하고 나선 가이드북이다. 어느 대학, 어느 전공을 선택해야 할 지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진정한 학문의 가치와 미래의 비전을 일깨워줘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기획됐다. 대학 간판이나 취업률 등 겉으로 보이는 기준이 아니라, 미래의 주역들이 대학에서 학문에 몰입할 수 있는 특권을 제대로 누릴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분야별 전문가들이 1년간 철저한 준비를 거쳐 7개 주제로 학문에 대한 깊이 있는 접근을 펼친다.‘학문이란 무엇인가’를 시작으로,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공학, 의학·생활과학·예술, 학문과 사회 등 기초학문에서 첨단 응용학문까지 소개하고 전망까지 제시해 진로 선택의 충실한 길잡이가 된다. 기초학문은 외면받고 고시·의학전공으로 몰리는 불균형 현상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담긴다.“대학 본연의 존립근거인 교육과 연구의 균형발전을 꾀해 대학의 정체성을 확립해야 합니다. 젊은 세대가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유목민정신, 자유로운 창조정신을 갖기를 기대합니다.”(정운찬 서울대 총장)“21세기는 통합인문학의 시대로, 학생들 스스로가 학과·학군의 벽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능동적 자세와 인생의 비전을 품기 위해 인문학의 ‘부드러운 기술’을 습득해야 합니다.”(이진우 계명대 총장) 이런 의미에서 ‘학문이란 무엇인가’에서 소개되는 학문의 발전과 분화 등은 전공을 선택하기 앞서 학문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제공한다. 이어 인문학에서 예술분야까지 생생한 공부법과 사회진출을 위한 조언, 관련 추천도서 등은 전공학문에 대한 필수적인 정보가 되기에 충분하다. 저자들은 학문에 대한 솔직한 고백을 통해 학생들이 전공에 대한 뚜렷한 문제의식과 목표를 가질 것을 요구한다. 특히 대학에서의 공부가 단순한 전공지식의 습득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인접학문의 경험을 통해 풍부해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인문학자들뿐 아니라 법학·의학 교수들의 고민도 눈길을 끈다. 인문·사회과학이 서양학문의 종속성을 극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젊은 세대가 창의적인 연구성과를 통해 우리 학문의 주체성을 확립하는 데 노력해 줄 것을 당부한다. 법대·의대 교수들은 “단순한 직업적 인기도를 진로의 척도로 삼아서는 안 된다. 부당한 특권을 기대하지 않는,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정신과 높은 직업윤리 정신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교사 등 기성세대도 대학의 변화와 의미를 생각해 보는 기회를 제공하는 책.1만 8000원.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열린세상] 지방대학,그 위기와 거듭나기/이해준 공주대 사학 교수

    지방대학들은 요즈음 신입생 충원과 재학생 유지 및 취업에 있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신입생 미충원율을 포함하여, 어렵게 모집한 신입생이 휴학하거나 지역간·학교간 이동을 시도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하여 취업률 역시 수도권 대학에 비하여 취약하여 바야흐로 생존을 위한 획기적 변화를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이제 대학들은 과거처럼 ‘성장과 규모’의 지향과는 기본적으로 다른, 과감한 구조적 개혁과 질적 변화를 도모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존립과 발전을 기약하는 화두로 특성화와 구조개혁을 말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좋게 보면 제자들을 잘 되게(?) 하는 일인데 무슨 노력인들 못하겠는가 하는 생각도 없지 않지만, 솔직하게 말하면 나는 이런 교육적 현실에 익숙할 수가 없다. 그리고 때로는 과연 ‘대학은 무엇을 하는 곳인가?’라는 근본적 회의에 빠질 때도 많다. 사실 이러한 지방대학의 위기는 지난 10∼20년간의 방만한 대학정원 확대정책과 대학의 소극적 위기대응에서 비롯된 것이다. 즉, 현재의 대학 위기는 백화점식 양적 팽창에 주력해온 지난 대학정책의 필연적 결과이자, 자체 노력 없이 유지되어온 대학의 안전망이 경쟁력을 상실하게 한 까닭이기 때문이다. 좀더 비판적으로 말한다면 무임승차의 즐거움과 남 탓으로 일관하던 과거의 관행들이 현재의 위기를 자초한 측면도 크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대학들이 특성화에 사활을 걸고 좌충우돌하는 모습은 참으로 안타깝다. 비교우위와 경쟁력을 강조하는 것도 필요하기는 하지만, 장만 서면 계획서를 들고 이리저리 쫓아다니거나 변신의 귀재가 되는 것도 대학의 본연의 모습은 결코 아니다. 특성화란 기본적으로 경쟁력 있다고 하는 일부 학과와 학문분야를 선택, 집중지원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대학 공동체 구성원들의 공생에 관한 합의와 실천이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 비 특성화 학과(학부)의 재구조화와 학과·학문·계열간 연계체제 구축을 통한 중층적 종합적 학문구조의 생성 노력이 필요함이 지적되고 있다. 예컨대 기초과학과 응용과학의 통합이라든가, 외국어학과와 경영행정계열의 통합 연계, 철학·역사·심리학·국문학 등을 기초로 하여 예술과 창작·영상·애니메이션 등을 중층으로 구성하는 문화콘텐츠 개발 등과 같은 간 학문적인 통합 학문구조를 만들어 단위대학 전체의 학문적 재구조화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 이는 기존의 전통적 학문구분과 학과체제에 기초한 대학편제를 과감하게 재구조화하는 접근이며, 특히 지방 소규모 대학에서 효과가 있는 전략이 될 것이다. 한편 기초학문, 그리고 대학 본연의 기능인 교육과 연구의 상대적 소외와 부실도 매우 긴요한 현안문제이다. 기술의 진보나 지식의 축적은 경쟁을 통하여 보다 높은 수준으로 향상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창의적으로 활용하고 재편·발전시키는 아이디어는 오히려 다른 분야의 아이디어가 주효할 수도 있다는 점을 유념하여야 한다. 인문사회분야나 기초과학분야의 성장과 발전이 없는 경영효율은 마치 불만만 터트리는 입(口)을 무시하다가 온 몸이 굳어버리게 된 ‘이솝우화’를 연상케 한다. 그런 점에서 대전의 한 대학이 산업대학으로서는 이해가 안되는 문화예술관을 건립하여 수준 높은 경쟁력과 창의력의 원천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은 참으로 신선하고 선도적인 것이라 여겨진다. 한편 특성화나 경쟁력의 강조가 자칫 교육활동의 강화와 내실화에 역행하게 된다면 이 역시 주요한 경계 대상이다. 대학 특성화나 경쟁력 강화가 아무리 중요하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교육활동에 기반을 두지 못하는 연구 활동은 취약하게 되어 있고, 연구결과의 피드백이 없는 교육활동은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경쟁력과 특성화가 더욱 강조될수록 교육활동의 내실화와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이해준 공주대 사학 교수
  • [학부·학과 올 가이드](8)자연과학

    [학부·학과 올 가이드](8)자연과학

    미래과학 기술인력의 산실이 자연과학계열 관련 학과들이다. 국가에서는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로 진입하기 위한 기초 자연과학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들어 황우석 교수 신드롬이 불면서 일반인들로부터 주목받고 있는 바이오 산업 종사자들도 이러한 자연과학계열 전공자들이 주축이다. 자연과학계열 전공 특성 등을 정리한다. 자연과학계열은 산업현장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학문을 배우는 이공계열과 달리 순수 기초과학을 배우는 곳이다. 우주와 물질의 기원부터 생명현상까지 다양한 물질세계의 원리를 과학적인 방법으로 연구한다. 물리, 화학, 수학, 동·식물학, 자원학, 환경학, 통계학, 천문기상학, 지구지리학과 등이 있다. 자연과학을 공부하려면 새로운 것을 발견하려는 지적 호기심과 창의력이 왕성하면 좋다. 자연과학을 택하기 전에 자신에게 어떠한 적성이 있는지,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는지를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물리학과 서울대 물리학과의 학과 소개에 따르면 물리학은 우주의 궁극적인 기본원리를 찾고, 그를 바탕으로 자연현상에 대한 합리적 이해를 추구하며 새로운 과학기술의 혁신으로 연결시키는 학문이다. 물리학은 미세한 소립자의 세계에서 무한한 우주의 구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자연현상의 본질을 다루는 한편 반도체를 포함한 응집물질, 레이저, 입자 가속장치 등과 같이 첨단과학기술과 밀접한 분야들도 포함한다. ●생물학과 생명의 탄생, 발달, 유전, 진화 등 생명체를 연구하는 분야다. 모든 응용분야의 기초가 될 뿐만 아니라 오늘날 첨단 과학의 기초가 되는 순수학문이다. 최근 들어 날로 심각해지는 환경오염 문제나 이에 따른 생태학적 연구, 유전자 공학에 따른 생명체의 연구 등으로 발전 가능성이 무한한 분야다. 일반생물학, 일반화학, 동물분류학, 식물분류학, 동물해부학, 식물형태학, 일반생리학, 세포학, 조직학, 유전학 등을 배운다. 생물학 전공 졸업생들은 대학원에 진학, 식물·동물·미생물·유전·분자생물학 등 관련 전공분야를 연구, 교수로 진출하거나 생명과학과 관련된 식품, 제약회사 연구원 또는 한국과학기술연구소, 원자력 연구소, 환경문제 연구소, 국립보건연구원 등의 국·공립 기관의 연구원으로도 진출할 수 있다. ●화학과 화학 분야는 물질의 성질, 조성 및 구조 그리고 그들 사이의 상호변환인 화학 반응 등을 연구하고 나아가 현대사회에 필요한 새로운 물질의 합성이나 새로운 현상을 예측하는 학문이다. 첨단산업의 바탕이 되는 기초과학의 중요한 분야다. 화학을 전공하려면 화합물의 조성이나 구조, 화학반응의 과정들을 눈으로 관찰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러한 것들을 밝혀내기 위한 실험과 관찰, 많은 생각과 창의력이 요구된다. ●미생물 미생물(육안의 가시한계를 넘어선 0.1㎜이하의 크기인 미세한 동물)학은 단세포로 되어 있는 세균, 바이러스 등 미생물 안에서 일어나는 생명현상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즉 단세포로 되어 있는 미생물 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생명현상의 본질을 규명하려는 기초학문이다. 최근 들어서는 미생물을 이용하여 유용한 물질을 합성하거나 공장에서 폐기되는 물질을 분해하는 환경보존 분야까지 다룬다. 졸업생들은 각종 연구소는 물론, 제약회사, 주류 생산업체, 우유가공업체, 효소 생산업체, 식품 첨가물 제조업체, 화장품 제조업체 등으로도 진출할 수 있다. ●수학과 수학은 수와 함수, 공간 등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엄격한 논리체계 및 사물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방법은 모든 과학의 언어로서 자연과학, 공학은 물론, 인문과학과 사회과학 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응용된다. 불과 50년 전에는 응용될 수 없는 것 같아 보이던 순수수학 이론들도 오늘날에는 자동화된 구조의 제어, 위성으로부터의 데이터 전달, 재무기록의 보호, 계산을 위한 효율적인 알고리즘 등과 같은 응용 분야에 꼭 필요하게 됐다.(경희대 수학과 홈페이지에서) ●의학전문대학원 진학, 자연계 유리 선배들의 전공선택 노하우도 수험생들 입장에서는 고려해볼 만한 방법이다. 자연과학 계열 전공의 최근 두드러지는 특징은 생물·화학과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점이다. 이들 학과전공이 의·치의학 전문대학원 진학시험인 미트(MEET)나 디트(DEET)시험 준비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경영학도가 의·치의학 전문대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이들 과목을 따로 학원에서 배우는 실정임을 감안하면 이들 학과진학이 상대적으로 유리함을 알 수 있다. 이런 추세는 자연과학 계열 관련 학과를 학부 단위로 뽑는 대학에도 그대로 적용돼 다른 전공들도 덩달아 강세를 보이는 성향이 나타나고 있다. 학부 단위로 신입생을 뽑는 서울 지역 대부분의 주요 대학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서울시립대와 중앙대 등 학과별로 신입생을 뽑는 대학들의 경우 지난해 생물학과와 화학과의 성적이 다른 자연과학 계열 전공에 비해 수능점수가 10점 이상 높았다. 또 다른 특징은 교사가 되기 위해 지원하는 학생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사범대에 비해 당장 입학하기 쉬운데다 교직과목을 이수한 뒤 교원임용고사를 치러 교사로 진출하는 코스를 노리는 것이다. 박현갑기자 eagleduo@seoul.co.kr ■ 자연과학계열 합격 전략 자연과학 계열 전공도 다른 계열처럼 정시모집에서는 수능 성적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중요한 것은 대학별로 반영 영역과 비율이 큰 차이가 나 꼼꼼히 살펴서 미리 지원 대학을 정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대학이 내신과 수능을 반영한다. 논술을 치르는 대학은 거의 없으며, 서울대만 심층면접을 실시한다. 결국 수능이 당락의 변수가 된다. 수능 성적은 대학별로 반영 영역이 다르다.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등 상위권 대학의 경우 언어와 수리, 외국어, 과학탐구 등 네 영역을 반영한다. 중위권 이하 대학들은 언어를 제외한 세 영역을 반영하는 추세다. 수리에서는 상위권은 ‘가’형을, 중위권 이하는 ‘나’형을 반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과학탐구 영역 반영 방법도 대학별로 다르므로 주의해야 한다. 서울대는 과탐 8과목 가운데 Ⅰ과목 세 개를 마음대로 선택하되, 이미 선택한 Ⅰ과목과 연관된 Ⅱ과목 하나를 반드시 선택하도록 하는 ‘3+1방식’으로 반영한다. 연세대와 고려대, 한양대, 이화여대, 숙명여대 등 서울 지역 중상위권 대학의 경우 대부분 과탐 8과목 가운데 마음대로 3과목을 고르도록 하고 있다. 중위권 이하 대학들은 주로 두 과목만 반영한다. 이 때 주의할 점은 대학별로 수능 영역별 반영 비율을 잘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마다 반영 비율과 영역이 천차만별이다. 예를 들어 성균관대의 경우 언어와 수리, 외국어는 각 30%씩 반영하지만 과학탐구는 10%만 반영한다. 과탐은 거의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반면 숙명여대는 언어와 외국어는 각 10%씩만 반영하지만 수리와 과탐은 각 40%씩 반영, 수리와 과탐 성적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때문에 남은 기간 수능에 대비할 때도 어느 대학에 지원할 것인지를 염두에 두고 해당 대학에서 중요시하는 영역을 공부하는데 시간을 집중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와 함께 진로와 적성도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다. 어느 정도 향후 진로의 윤곽이나 목표는 정해놓고 지원하는 것이 나중에 취업이나 진학에 도움이 된다. 의·치의학전문대학원을 염두에 두고 있더라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당장 전문대학원 진학에 유리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이 들겠지만 대학 졸업 이후 전문대학원 진학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치를 각오를 해야 한다. 교직과목을 이수해 교직으로 진출하려고 생각한 수험생들도 신중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학과 성적이 상위 10% 안에 들어야 교직과목을 들을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교직과목을 들은 뒤에는 교원임용고사에 응시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도움말:종로학원 평가연구실 남윤곤 팀장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사회진출 선배들의 조언 “스스로 좋아해서 하는 공부가 아니면 적응하기 어렵습니다.” 대학에서 자연과학을 전공하고 사회에 진출한 선배들이 자연과학 계열을 지망하는 수험생들에게 주는 공통적인 조언이다. 현재 기업체와 연구소에서 활동하고 있는 선배들에게 얘기를 들어봤다. ●LG필립스 엔지니어 이동우(27)씨 구미 공장에서 LCD 신제품을 개발하는데 필요한 전체적인 공정을 관리하고 있다. 성균관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했는데 공부를 하면서 처음으로 느낀 것은 공부가 어렵다는 점이었다. 웬만큼 공부해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과목이 많다. 기초과목이 많다 보니 대학 다닐 때는 ‘이런 것 배워서 어디에 쓰나.’라는 생각도 했지만 실제 기업에 입사해보니 큰 도움이 되더라. 기초학문의 장점은 기본에 충실하기 때문에 남들보다 응용력이 뛰어나고 기술 이해도 빠르다는 점이다. 나는 학사만 마쳤지만 기업체의 경우 석사까지는 대우가 거의 비슷하다. 기업체에서 전문가로서 대우를 받으려면 박사학위를 마쳐야 한다. 물리학과의 경우 졸업 후 진로는 반도체나 LCD 등 첨단기술 분야가 많다. 요즘에는 계속 공부를 하는 경우보다는 빨리 취업하려는 경향이 많은 편이다. 특히 화학이나 생물학 전공자의 경우 기업의 수요가 많다. 자연과학 계열 전공의 가장 큰 장점은 전문가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기초학문의 경우 첨단산업에 발을 들여놓기 쉬워 일하면서 보람도 적지 않게 느낀다. 물리나 화학·생물 등 기초과학에 관심이 많고 재미를 느낀다면 도전을 권하고 싶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위성관제기술연구팀 이병선(42) 책임연구원 연세대 천문우주학과에서 학·석사를 마쳤다. 우리나라 다목적위성인 아리랑위성 1호의 관제 기술을 국산화했고, 오는 2008년 말 쏘아올리는 통신해양기상위성 관제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후배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은 ‘자기가 좋아하면 하라.’는 것이다. 다른 분야는 억지로 하면 돈이라도 벌 수 있지만 이 분야는 좋아하지 않으면 할 수 없다.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려면 최소한 석사 이상은 마쳐야 가능하다. 석사 2년에 박사는 3∼6년이 걸린다. 특히 과학 분야는 다른 분야와는 달리 계속 새로운 이론과 기술이 등장하기 때문에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연구가 불가능하다. 늙어서도 공부할 수 있을 만큼 관심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석사 과정 때 해외로 유학을 떠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석사 10명 가운데 3∼4명은 유학을 선택하는 것 같다. 최근에는 외국에서 학위를 마치고 직장까지 잡아 경력까지 쌓은 뒤 국내에 들어오거나, 아예 현지에서 활동하는 사람들도 많다. 정리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학부 학과 올 가이드(5)] 의·치대

    [학부 학과 올 가이드(5)] 의·치대

    자연계열 수험생들에게 인기있는 학부를 고르라면 의학계열을 빠뜨릴 수 없다. 의사에 대한 사회·경제적 인식과 대우가 좋아 성적이 우수한 수험생들이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적성에 맞아야 한다. 의학공부를 마치고도 진로를 바꾸는 사람들도 있다. 의학계열에 관심있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알아야 할 의·치의학 교육내용과 최근 교육과정 개편이 한창 진행 중인 의·치의학 전문대학원 운영현황, 입시전략 등을 소개한다. 의학부 ●전국 41개대 설치, 일부는 전문대학원으로 전환 인간의 신체 구조와 기능을 연구하고 질병을 진단, 치료함으로써 인류 복지향상에 기여하는 학문이다. 의학계열 전공은 전문성이 요구된다. 교육 과정이 2년의 예과 과정과 4년의 본과과정 등 6년으로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전국 41개 의과대학 가운데 17개교는 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하고 있거나 할 예정이다. 의학을 전공하려면 어떤 자질이 필요한가?물리, 화학, 생물 등 자연과학적 지식이 뛰어나야 한다. 많은 전공서적이 영어로 되어 있는 만큼 뛰어난 영어실력도 요구된다. 최소 6년이라는 긴 교육과정을 뒷받침할 체력과 생명을 다루는 의사로서의 사명감, 책임의식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인체를 외과적으로 다루는 과정을 거치는 만큼 해부나 수술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야 한다. ●예과 후 기초·임상의학 과목 이수 6년의 교육과정은 전문적인 의학지식을 배우기 전 2년 동안의 예비교과 과정(의예과 과정)과 4년 동안의 본과 교육과정(의학과 과정)으로 나뉜다. 예과 과정에서는 장차 의학교육을 받는데 기반이 될 물리, 화학, 생물 등 자연과학 계통과 그 외의 광범위한 분야에 걸친 교과목을 이수하게 된다. 본과 과정은 기초의학 과정과 임상의학 과정으로 나뉜다. 기초의학은 인체의 구조, 기능, 생리, 질병의 원인 등을 알기 위한 전공 분야다. 해부학, 생리학, 병리학, 미생물학, 약리학, 예방의학, 기생충학 등 생물의학적 지식에 해당되는 학문이다. 반면 임상의학은 질병의 진단, 치료, 예방, 환자 재활 등을 연구하는 분야다. 내과학, 외과학, 산부인과학, 정형외과학, 소아과학, 정신과학, 신경외과학, 비뇨기과학, 피부과학, 재활의학, 임상병리과학, 방사선과학 등이 있다. 임상의학 분야에 대한 이론적 탐구뿐만 아니라 병원에서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실습함으로써 질병 치료 및 예방을 연구한다. ●국가시험, 전문의 시험 거쳐야 의사가 되려면 의사국가시험에 합격해야 한다.1년 과정의 수련의(인턴)과정과 4년 과정의 전공의(레지던트)를 이수한 뒤, 피부과·외과 등 각 전공에 대한 전문의 자격시험을 통과해 전공 영역을 진료할 수 있다. 물론 개업의사로 활동할 수도 있다. 군대는 군의관이나 공중보건의로 복무한다. 치의학부 ●시력, 손재주 좋아야 치아와 턱을 비롯한 얼굴(구강 악안면)부위의 질환, 기형, 발육장애 등을 치료하고 그 예방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의학부와 마찬가지로 6년 과정을 거친다.2년의 치의예과 과정과 치의학과(본과) 4년이다.2년 과정의 치의예과에서는 본격적인 치의학 전공에 앞서 화학, 생물학, 발생학, 유전학 등을 공부하게 된다. 치의학과에서는 기초 치의학 및 임상치의학 교과목을 통해 전문적인 치의학 이론을 공부하게 되고 병원에서 임상실습도 한다. 필요한 적성은 의학부의 경우와 같다. 한가지 추가한다면 아무래도 좁은 구강내 질병을 다루는 만큼 시력에 장애가 있어서는 곤란할 수 있다. 손놀림과 손재주도 좋아야 한다. 치의학부를 마치고 국가시험에 합격하면 치과의사 면허를 받아 치과의사로 활동할 수 있게 된다. 의료보건 행정가로 구강보건 정책을 기획할 수도 있다. 의학부와 마찬가지로 군에서는 치과 군의관이나 공중 보건의로도 일할 수 있다. ●학부없이 의·치의학 전문대학원만 둬 교육인적자원부는 의대 입시 과열현상에 따른 재수생 양산을 막기 위해 의·치대를 전문대학원으로 개편하고 있다. 학사 학위를 받은 사람에게 전문대학원 입학 자격을 주는 것이다. 하지만 대학별로 일정한 선수과목 이수를 요구하고 있어 진학을 희망하는 대학에서 요구하는 과목을 많이 배우는 학과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 전문대학원은 4년 석사과정이며 졸업 때 의무석사 학위를 받는다. 의사 교육과정이 6년에서 8년으로 늘어나는 셈이다. 지난 7월말 현재 전체 의과대학 41개 중 17개교(42%), 치과대학 11개 중 7개교(64%)가 전문대학원으로 전환했다. 전문대학원으로 전환중인 의대의 경우 가천의대, 건국대, 포천중문의대, 경상대, 경북대, 부산대, 전북대, 이화여대는 현재 고졸자를 대상으로 한 의예과 신입생을 선발하지 않고 있다. 강원대, 제주대, 경희대는 2006학년도부터 신입생을 뽑지 않게 된다. 충남대, 조선대는 2007학년도부터 뽑지 않는다. 이밖에 영남대는 2007학년도부터 현재 의대 정원의 절반만 선발할 예정이다. 치과대학의 경우, 전국 11개 대학 중 서울대, 경희대, 부산대, 경북대, 전남대, 전북대 등 7개 대학이 이미 학부 신입생을 선발하지 않고 있다. 조선대는 2007학년도부터 학생모집을 하지 않는다. 박현갑기자 eagleduo@seoul.co.kr ■지방대학도 ‘수능 1등급’이 기본요건의학과 치의학 계열은 한의예과와 함께 자연·이공계열 전공 가운데 최상위권 학과에 속한다. 그만큼 수험생들이 가고 싶어하는 학과다. 이는 서울 및 수도권이나 지방 소재 대학을 가리지 않는다. 정시모집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수능 성적이다.1등급(상위 4% 이내)은 기본이다. 대학별로 보면 서울에 있는 대학의 경우 수능 총점으로 상위 1% 안에 들어야 합격을 생각해볼 수 있다. 서울과 수도권에서 가까운 충청권 대학은 상위 2∼3%, 지방대도 3% 안팎에서 당락이 결정된다고 보면 된다. 정시모집에서 논술과 면접을 치르는 곳도 있지만 비중은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면접을 치르는 곳은 서울대가 대표적이다. 연세대나 고려대, 가톨릭대, 한양대 등 대부분의 의·치대는 논술이나 면접을 실시하지 않는다. 내신은 변별력이 거의 없다. 때문에 수능 성적에서 1∼2점 차이로 합격과 불합격이 갈리는 실정이다. 수능 반영 과목은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가톨릭대, 울산의대 등이 언어·수리·외국어·과학탐구 전 영역을 반영한다. 반면 한양대와 중앙대, 아주대 등은 언어를 반영하지 않는다. 주목할 부분은 수리 ‘가’형과 과학탐구 영역의 성적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이다. 언어와 외국어 영역은 인문계 수험생들과 함께 치르기 때문에 백분위 점수를 받기가 쉬운 편이다. 반면 수리 ‘가’형과 과탐은 자연계열 수험생들끼리 경쟁하기 때문에 당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지방대로 갈수록 언어 영역 자체를 반영하지 않는 곳이 적지 않아 수리와 과탐 영역의 성적이 뛰어날수록 유리하다. 인기가 많은 상위권 대학일수록 재수생의 지원이 많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상위권 대학에 지원하려는 학생들은 최근 확산되고 있는 의·치의학전문대학원을 염두에 두기도 한다. 의대나 치대를 꼭 가겠다고 목표를 정한 수험생이 아닌 경우 전문대학원을 염두에 두고 일단 화학이나 생물학 등의 전공을 택해 지원하는 것이 최근의 추세다. 반면 의대나 치대를 확고한 목표로 삼고 있는 수험생들은 재수나 삼수를 해서라도 진학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편이다. 지방대에 지원하는 수험생의 경우 공부 기간과 또다른 경쟁 부담을 의식해 전문대학원 진학을 염두에 두지 않는 편이다. 의·치대에 지원하려는 수험생들이 남은 기간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일이다. 대부분 최상위권 성적이기 때문에 수능 당일 몸 상태나 실수 여부에 따라 당락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때문에 남은 기간에는 오답노트 등을 활용해 실수를 줄이는 공부에 초점을 맞추고 감기 등에 걸리지 않도록 몸 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 도움말 종로학원 평가연구실 남윤곤 팀장, 대성학원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졸업후의 진로는? 의대와 치의대 졸업 후 진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환자를 진료하는 임상 분야나 대학에서 계속 연구하는 연구 분야다. 임상 분야에서는 대학 병원이나 중소 병원에 월급제 의사로 근무하거나 개업을 할 수 있다. 연구 분야는 의학에 필요한 기초학문을 전공,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연구한다. 서울대 황우석 교수가 큰 연구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도 기초학문을 연구한 의학박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연구 인력은 6년 과정을 마치면 곧바로 석·박사 과정을 밟게 된다. 군 복무는 6년 과정을 마치고 시작해 보건소에서 공중보건의로 일하거나 군의관으로 활동할 수 있다. 의대의 경우 최근 진출 분야가 다양해지고 있는 추세다. 행정 분야 공무원이나 보건소장 등 공공 분야나 언론, 법조계, 제약회사 등 기업체로 진출하기도 한다. 특히 임상의 경우 단순히 환자를 진료하는 분야를 벗어나 최첨단 기술을 활용한 임상이 각광을 받고 있다. 바이오나 유전공학 등을 기초로 임상에 적용시키는 분야가 대표적이다. 의사 출신 벤처기업 CEO가 등장하고 미국에서 경영대학원(MBA) 학위를 받아 투자회사나 컨설팅회사에 진출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건강에 관심이 늘면서 건강을 일일이 체크해주는 이른바 ‘유비쿼터스 아파트’를 짓는 데도 의사들의 전문 지식을 필요로 한다. 치대는 지난해부터 치과의 전문의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수련의(인턴)와 전공의(레지던트) 과정 각 1년,2∼3년을 거쳐 환자 진료경험을 넓히는 것이다. 전문의 과목은 수술을 하는 구강외과와 잇몸을 다루는 치주과, 이를 해 넣는 보철과, 교정과, 소아치과, 치아보존과 등 다양하다. 치대에서 공부하려면 눈썰미나 손재주가 있으면 훨씬 유리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꾸준한 기술을 갈고 닦는 노력이다. 하루가 다르게 기술이 발전하는 요즘 새로운 기술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 적용시키려는 노력 없이는 도태되기 쉽다. 스포츠 치의학이나 스트레스에 따른 턱관절 손상을 치료하는 분야는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유망 분야다. ■ 도움말 대한의사협회 권용진 사회참여이사, 대한치과의사협회 이원균 공보이사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사설] 서울대 총장 법인화 찬성 기대 크다

    서울대 정운찬 총장이 엊그제 공식석상에서 처음으로 국립대 법인화를 찬성하는 입장을 피력했다. 법인화와 관련, 국립대 교수 1000여명이 이미 대규모 반대 집회를 가졌고 학생과 직원들도 반대 기류가 압도적이다. 때문에 정 총장의 발언에는 소신과 책임, 무게가 실렸다고 평가할 만하다.50개 국립대 총·학장들은 법인화 반대 목소리를 내는 교직원들의 눈치만 살피던 터였다. 정 총장은 “서울대는 더 이상 도약이 힘들다고 판단되는 지금, 법인화를 하나의 돌파구로 생각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서울대에 대한 적확한 진단이다. 법인 전환은 국가의 보호막에서 벗어난 홀로서기다. 당장 불안감은 있지만 정부의 통제나 간섭없이 인사권을 행사하고 등록금·기부금·기성회 등을 법인회계로 단일화해 필요에 따라 적절하게 쓸 수 있게 된다. 자율성이 극대화되는 것이다. 지금껏 국립대가 줄곧 요구해오던 사안이다. 정 총장의 리더십을 기대한다. 반대교수들을 설득하는 한편 법인화를 찬성하면서도 침묵했던 교수들의 목소리도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야 한다. 등록금 인상에 따른 학부모 부담이라든가 수익성이 없는 기초학문 분야의 고사 등의 문제 해결은 별로 어렵지 않다고 본다. 등록금 인상은 교육의 질로 보상하면 된다. 기초학문에 대해서는 정부가 재정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교수들은 이제 공무원에서 민간인으로 신분이 바뀌는 데 대한 불안감을 털고 법인화를 발전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세계 최고수준 대학을 지향하는 서울대야말로 법인 전환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정 총장의 언급을 계기로 활발한 논의가 있기 바란다.
  • 儒林(436)-제4부 百花齊放 제2장 性善說(12)

    儒林(436)-제4부 百花齊放 제2장 性善說(12)

    제4부 百花齊放 제2장 性善說(12) “…그리고 나서 공자는 다음과 같이 자로에게 말을 이었다. ‘잘 들어 두어라. 무릇 굶주리고 곤궁할 때에는 함부로 취하여 자신을 살리는 일을 사양하지 않아야 할 것이며 풍부하고 배부르면 곧 거짓된 행동으로라도 스스로를 꾸며야 하는 것이다.’” 묵자는 이처럼 노나라의 왕실보다는 권력자인 계손에게 아부하였던 공자의 행실과 궁지에 빠져있을 때에는 어디서 났는지 묻지도 않고 돼지고기와 술을 넙죽 받아먹고, 이와는 달리 군주의 대접을 받게 되니 바르게 썰어있지 않으면 고기를 먹지도 않는 공자의 이중적이고 위선적인 모습을 일일이 열거한 후 마침내 다음과 같이 결정타를 날리는 것이다. “더럽고 사악하며 거짓되기가 이보다 더 큰 게 있겠는가.(汚邪詐僞 孰大於此)” 평소에 ‘세상에 사람이 생겨난 이후로 공자보다 더 빼어난 인물은 나오지 않았다.’라고 선언하고 ‘공자는 성인으로서 때를 알아서 해나간 사람이었다. 공자와 같은 분을 집대성했다는 것이다.’라고 말함으로써 ‘집대성(集大成)’이란 고사성어를 탄생시켰으며, 오직 소망이라면 ‘공자를 본받으며 살아가고 싶다.’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 유가의 맹장 맹자에게는 참기 어려운 모욕이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성인 공자를 ‘더럽고 사악하고 거짓된 사기꾼’이라고 맹비난한 묵자에 대해서 맹자는 하늘 아래서는 도저히 함께 살 수 없는 ‘불구대천(不俱戴天)’의 원수라고 생각하였음이 분명한 사실인 것이다. 맹자가 ‘…양주와 묵적의 도가 없어지지 않으면 공자의 도는 드러나지 않으니, 나는 양주와 묵적을 막으며, 방자한 말을 몰아내고, 사설을 없애고, 치우치는 행동을 막으려는 것이다.’라고 했던 말은 철천지원수인 묵자와 한바탕 성전(聖戰)을 벌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비장한 각오를 나타낸 출사표(出師表)와 같은 것이다. 실제로 한비자(韓非子)의 ‘현학(顯學)’편에 보면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오고 있다. “세상에 두드러진 학파는 유가와 묵가인데, 유가의 정점은 공자이고, 묵가의 정점은 묵적이다.” 그러나 맹자가 살았을 전국시대 때에는 오히려 유가보다 묵가가 세상에 가득 차서 맹자의 표현대로 천하의 언론이 묵가 아니면 양주로 돌아가는 절대위기에 봉착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 묵자는 어째서 유가로부터 뛰쳐나와 종교개혁을 부르짖은 중국판 마르틴 루터가 될 수 있었던가. 또한 묵자는 유가라는 기초학문 바탕에서 어떻게 예수가 부르짖었던 사랑, 즉 겸애(兼愛)의 진리를 발견할 수 있었던가. 그뿐인가. 묵자는 공자가 미처 깨닫지 못한 하늘의 개념을 파악함으로써 하늘의 주재자인 인격적인 상제(上帝)의 존재를 터득한 사람이었다. 스스로를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자칭한 예수처럼 묵자 역시 ‘만물의 창조자이며 인격적인 주재자’인 하느님의 존재를 발견하고 동양사상 최초로 ‘하느님’을 부르짖은 중국에서 태어난 제2의 예수인 것이다. 오히려 묵자가 예수보다 훨씬 앞서 태어났으니 묵자가 그리스도라 불리는 예수보다 500여 년 앞서 태어난 ‘전생적 예수’라고 불릴 만하다.
  • 儒林(432)-제4부 百花齊放 제2장 性善說(8)

    儒林(432)-제4부 百花齊放 제2장 性善說(8)

    제4부 百花齊放 제2장 性善說(8) 양계초가 묵자를 ‘작은 예수’라고 비유하였던 것은 탁견이다. 실제로 묵자는 예수와 쌍둥이처럼 닮은 생애와 놀랍도록 똑같은 사상을 부르짖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묵자는 중국에서 태어난 ‘제2의 예수’라고 부를 만하다. 우선 예수가 하느님의 아들로서 가난한 목수의 아들로 태어났듯이 묵자도 비천한 집에서 태어났다. 공자와 맹자 등 뛰어난 사상가들 대부분이 비록 몰락하였다고는 하지만 명문가의 후손으로 태어난 것에 비하면 묵자는 천민출신이었다. 이러한 사실은 초나라가 운제를 이용하여 송나라를 치려 하였을 때 묵자가 그 소문을 듣고 노나라로부터 열흘 밤 열흘 낮을 쉬지 않고 달려간다는 ‘묵자’의 ‘공수(公輸)편’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일화를 통해 여실히 드러난다. “묵자가 돌아가는 길에 송나라를 지났다. 마침 비가 와 그곳 마을 문안에 들어가 비를 피하려 하였으나 문지기가 그를 들여보내주지 않았다.” 비를 피하려고 집안에 들어가려 하였으나 불가촉천민이라 하여 문전박대 당했던 묵자. 실제로 묵자는 초나라의 왕을 만나보고는 이렇게 말한다. “저는 북방의 천한 사람입니다(臣北方之鄙人也). 듣건대 대왕께서 송나라를 공격하려 하신다는데 정말 그렇습니까.” 스스로를 비인(鄙人), 즉 천한 사람이라고 자칭하였던 묵자. ‘여씨춘추(呂氏春秋)’‘고의(高義)편’에 보면 묵자 스스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저는 몸에 따라서 옷을 입고, 배나 채우려 음식을 먹으며, 떠돌아다니는 천한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고 있으니, 감히 벼슬을 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자신을 ‘천한 사람들과 지내고 있는 천한 사람’이라고 표현하고 있는 묵자의 모습은 ‘내가 이 세상에 죄인을 부르러 왔다.’고 율법학자들에게 선언하고 일부러 병자, 죄인, 세리, 이방인들과 어울렸던 예수의 행동을 떠올리게 한다. 그뿐인가. 많은 학자들은 묵자의 성인 묵(墨)이 형벌을 뜻하는 것으로 경형(刑), 즉 죄를 지으면 얼굴에 묵형(墨刑)을 하여 먹물로 문신하는 형벌에서 비롯되었으며, 따라서 묵자는 얼굴에 먹물문신을 하였던 죄인출신이었을 것이라고까지 추정한다. 또 한편으로는 ‘묵’은 검정색을 의미하므로 그가 입던 검정색 옷과 그의 얼굴이 검은 데서 비롯돼 붙여진 이름으로 묵자는 인도에서 건너온 브라만 교도이거나 회교도를 믿는 아랍사람일지도 모른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묵자의 사상이 전통적인 중화사상에서 보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교도(異敎徒)’적인 사상이자 태생적으로 불가능한 사상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만큼 묵자의 사상은 비중국적이며, 오히려 범신론(汎神論)에 가깝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한 것은 묵자가 처음에는 공자의 학문을 연구하였던 유가의 출신이었다는 점이다. 회남자(淮南子)는 묵자가 ‘유가의 학문을 공부하고, 공자의 학술을 전수받았으며, 옛 성인의 학문을 닦고, 육예의 이론에 통달하도록’ 유가사상을 자신의 기초학문으로 삼았다고 전하고 있다. 이는 공자사후 노나라에서는 개인적인 강학이 성행하였을 때였으므로 유가를 공부하였던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묵자는 유학에 반기를 들고 유가를 박차고 뛰어나간다. 그것은 일종의 ‘종교혁명’과도 같은 것이었다.
  • 연세대, 일부학과 학부로 전환

    연세대가 대학 특성화와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일부 학과를 묶어 학부로 전환하는 학제 개편을 단행한다. 연세대는 14일 2006학년도 정시모집부터 의생명과학분야 특화를 위해 현재 이과대학에 개설된 생물학과와 생화학과 등 2개 학과를 묶어 ‘생명과학부’로 전환, 신입생을 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연세대는 또 기초학문 육성을 위해 기존 문과대학 독어독문학과, 불어불문학과, 노어노문학과 등 3개 학과를 한데 통합해 ‘유럽언어학부’로 개편키로 했다. 사회과학대 신문방송학과를 언론홍보영상학부로 개편하고 상경대학 경제학과를 경제학부로 전환해 신입생들이 1학년 때부터 다양한 전공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연세대는 학부로 전환되는 해당학과 모집정원은 현 모집인원의 5% 내외수준에서 늘리거나 축소할 방침이며 학제개편에 따른 세부 입시관련 사항은 8월에 열리는 교내 입시관계협의회에서 결정할 방침이다.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일본을 다시본다] (7) 노벨상의 산실 교토대

    [일본을 다시본다] (7) 노벨상의 산실 교토대

    |교토 특별취재팀|2003년 10월 스웨덴 한림원이 각 부문별 노벨상 수상자를 발표하자 일본인들은 한숨을 내쉬었다.2000년부터 2002년까지 3년 연속 노벨화학상 수상자를 냈고 2002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까지 배출한 기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가 무너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4년 연속 노벨상 수상’이라는 기록 달성 여부와 관계없이 ‘잃어버린 10년’의 경기 침체가 노벨상 수상을 가로막지 못했다는 사실은 이미 3년 동안 입증된 다음이었다. 지금까지 일본인 노벨상 수상자는 모두 12명. 문학상과 평화상을 받은 3명을 제외한 자연과학계열 수상자 9명을 배출한 일본 학계의 저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궁금증을 풀기 위해 자연과학계열 9명의 수상자 가운데 1949년 일본인 최초로 노벨상을 수상한 유카와 히데키 교수를 비롯,5명을 배출한 교토대를 찾았다. ●방치에 가까운 연구풍토… 사회공헌 의식도 한몫 일본 최고 명문대 교토대와 도쿄대는 곧잘 비교되지만 규모 면에선 상당한 차이가 있다. 지난해 5월 현재 교토대의 학생 수는 학부와 석·박사 과정 통틀어 2만 2103명이지만, 도쿄대는 2만 8350명이다. 석·박사 과정만 놓고 보면 교토대 학생 수는 8828명으로 1만 2676명인 도쿄대보다 3326명이 적다. 졸업생 숫자로 보면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격차는 더 벌어진다. 하지만 자연과학계열 노벨상 수상자에 관한 한 교토대는 도쿄대를 5대 2로 한참 앞질러 가고 있다. “수도인 도쿄에서 떨어져 있어 국가 분위기와 상관없이 학문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됐다는 점과, 자유를 중시하는 학풍이 노벨상의 비결이라면 비결인 것 같다.”는 것이 교토대 기초물리학연구소 사사키 미사오(우주물리학) 교수의 말이다. 오이케 가즈오 교토대 총장과 석·박사 과정 학생들도 같은 생각이었다. 오이케 총장은 “자유로운 학풍과 산책하기 좋은 지형, 학문의 사회적 공헌을 중시하는 전통”을 ‘노벨상의 비결’로 꼽았다. 박사과정(우주물리학)의 히키다 와타루는 “어찌 보면 방치라는 느낌이 들 만큼 학생 개인의 자유에 맡겨두지만 책임은 철저하게 묻는다.”고 말했다. 대학원생들의 경우에도 지도교수가 논문 방향을 제시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자유와 학문의 사회 공헌을 강조하는 이같은 정신은 유카와 교수의 일본인 최초 노벨상 수상을 기념,1952년 교토대에 설립된 기초물리학연구소(유카와연구소)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초대 연구소장을 지낸 유카와 교수는 연구자들이 경제 문제를 걱정하지 않고 연구에 매진할 수 있게 지원하는 기관으로 만들 것을 강조했다고 한다. ●일본 물리학의 중심, 유카와연구소 유카와연구소의 특징은 교토대 외부의 연구자들에게 열린 공간이라는 점이다. 현재 연구소의 박사후과정(PostDoc) 23명의 과반수가 교토대 졸업생이 아니며 그 중 6명은 외국대학 출신 이방인이다.3∼4개월가량 머무는 방문연구원은 현재 16명으로 그 중 2명만이 일본 학자들이다. 이렇게 일본 각지와 외국에서 모인 물리학자들은 분야별로 우주, 소립자, 물성(物性), 원자핵 등 4개로 나뉘어 연구한다. 연구소측은 서로 다른 분야의 학자들을 같은 연구실에 배정, 분야간 교류가 쉽도록 배려하고 있다. ●서로 다른 분야 한 연구실 배정 교류 유도 오사카대에서 핵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박사후과정으로 유카와연구소에서 공부하고 있는 다카하시 도루는 “서로 다른 전공의 학자 4명과 같은 연구실에서 공부하기 때문에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다.”면서 “유카와연구소는 교토대 내에서도 특별한 자유가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유카와연구소에는 일본의 물리학자들이 수시로 모여든다. 물리학계의 사랑방인 셈이다. 기자가 찾은 날에도 인근 나고야대와 오사카대 등에서 온 학자들이 연구소에서 동료 학자들과 전공 관련 논의를 하고 있었다. 오사카대 박사후과정(우주물리학)에 있는 사고 노리치카는 “세미나와 같은 특별한 행사가 없어도 전국에서 관련 분야 학자들이 찾아와 1주일씩 머물며 논의하다 가기도 한다.”며 연구소를 찾은 이유를 설명했다. 일본의 유력한 차기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손꼽히는 물리학자 2명도 외부에서 유카와연구소를 찾아왔던 학자들이다. 교토산업대 이학부 마스카와 도시에 교수와 쓰쿠바 고에너지가속기연구기구 소립자원자핵연구소 고바야시 마코토 교수는 1960년대 유카와연구소에서 만나 공동 연구를 시작했다. 두 학자는 이어 73년 2월 연구소에서 ‘고바야시·마스카와 이론’이라는 소립자물리학 이론을 학계에 발표했고 노벨상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노벨상 발표일에도 두 사람의 연구실과 집 앞에는 기자들이 몰려들었다고 한다. ●국비지원 중단… ‘기초학문 중시´ 풍토 흔들 하지만 현재 교토대와 유카와연구소는 법인화 후폭풍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4월 정부가 국립대 법인화를 선언하고 국비지원을 중단하자 학문의 사회 공헌을 강조하며 기초학문을 중시하는 전통을 이어가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오이케 총장은 “노벨상을 받은 유카와 교수는 ‘대학마저 기초학문을 등한시하면 결코 안된다.’고 강조했다.”면서 “이런 교토대의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어떻게든 경제적 지원을 하려고 한다.”며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사키 교수는 “생산성을 중시하는 것은 세계적인 경향”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없었다면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이용하는 자동차 네비게이션(자동항법장치)은 존재할 수 없었다.”며 기초학문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촉구했다. surono@seoul.co.kr ■ 오이케 총장이 말하는 ‘유연한 학풍’ |교토 특별취재팀| “자네 아직도 교토대에 있나? 그러니까 노벨상을 못 받는 것 아닌가. 하고 싶은 연구는 찾아다니면서 해야지.” 허연 수염에 백발이 인상적인 오이케 가즈오 교토대 총장. 올해 예순다섯인 그는 교토대가 노벨상의 산실이 된 비결을 묻자 1987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대학 친구이자 현재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인 도네가와 스스무 박사의 일화를 소개했다. 지난 59년 교토대에 입학한 오이케 총장과 도네가와 교수는 1학년 때 같은 학부 같은 반이었다. “(1학년을 마친 뒤) 저는 지구물리학으로 전공을 결정했고 그 사람은 화학과로 갔습니다. 그런데 화학과로 간 사람이 생물학 연구에 푹 빠져 4학년이 됐는데도 졸업 논문도 안 쓰고 이학부에 가서 바이러스 연구를 했지 뭡니까. 논문을 제출하지 않으면 졸업을 할 수 없었지만 학교에서는 그의 학구열을 높이 평가해 졸업을 시켜줬습니다. 학교를 마치고 그 친구가 미국과 스위스로 가서 연구를 할 수 있었던 건 교토대의 자유롭고 유연한 학풍 덕분이기도 했지요.”지난해 벳푸에서 열린 동창회에서 만난 도네가와 교수는 그에게 “자넨 교토대에만 있으니까 노벨상을 못 받는 거야.”라며 농담을 건넸다고 한다. 오이케 총장은 교토대 출신으로 지난 81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후쿠이 겐이치 교수가 밝힌 ‘노벨상을 받게 해준 두가지 습관’도 소개했다. 후쿠이 교수가 소개한 습관은 ‘아침에 눈을 떴을 때나 산책하면서 드는 생각들을 메모하라.’는 것과 ‘사색하기 좋은, 경사가 약간 있는 곳을 걸어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오이케 총장은 후쿠이 교수가 걸었다는 ‘철학의 길’이란 이름의 교토대 산책로를 언급하면서 “교토가 지형적으로 동쪽이 조금 높아 산책하기에 좋은 환경이라는 점도 노벨상 수상에 기여했다.”며 지구물리학자다운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지난 72년 교토대에서 지구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교수와 부총장 등을 거쳐 2년 전 총장에 취임했다. 그는 역대 노벨상 수상자들의 업적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기초학문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노벨상 수상은 사람들에게 기초학문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교토대가 올해부터 중학생과 고등학생 대상 특별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것도 기초학문에 대한 중·고교생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서다. 오는 9월부터 실시할 계획인 ‘주니어캠퍼스프로그램’은 일요일마다 교토대 교수들이 중학생들에게 기초학문을 강의하는 프로그램이다. 또 오사카대와 도쿄공대 등 5개 대학과 함께 공동으로 올해 내에 시작할 계획인 ‘오픈코스웨어(OCW·강의정보공개)’는 고등학생 대상 웹사이트 무료 공개강의다. 이 역시 기초학문 중심이다. 오이케 총장은 “노벨상의 비결이라고 한다면 자유와 여유를 강조하는 교토대의 연구 풍토와 사회에 대한 공헌을 강조하는 학풍이 아닐까 싶다.”는 말로 인터뷰를 끝맺었다. surono@seoul.co.kr ●특별취재팀 한종태 국제부장(팀장), 황성기 사회부장, 이춘규 도쿄특파원, 주병철(경제부)·손원천·이언탁(사진부)차장, 안미현(산업부)·김상연(정치부)·황장석(국제부)·유지혜(사회부)·정연호(사진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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