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해도 「농업종합상사」 호쿠렌(일본농업 탐방:19)
◎24개 가공공장 보유… 연 매출 1조엔/자체 고속화물선으로 도쿄까지 채소 직송/시장개방 대비 수입쌀 가공… 해외역수출 모색
일본 도부현을 통틀어 최대 농산물 생산지는 홋카이도다.전체 경지면적이 일본의 23%(1백20만8천㏊)에 이른다.이곳의 농가당 경지면적 13㏊는 전국평균의 12배나 된다.쇠고기 우유 쌀 보리 콩 감자 팥 밀 옥수수의 생산량은 전국 1위를 자랑한다.
미국인 선교사 클라크목사가 이 땅에 발을 디딘 지 1백20년만에 이룬 것이다.홋카이도가 혹한·폭설등의 기후조건을 극복하고 이같이 개발된 것은 바로 홋카이도경제농업협동조합연합회(호쿠렌)가 있었기 때문이다.
농협의 한 기관인 호쿠렌의 출발은 대정8년인 1919년.농민을 상대로 삿포로주변 농산물의 구매사업을 시작한「홋카이도구매연합」이 출발하면서부터이다.이 구매연합은 1954년까지 홋카이도내 판매연합을 통합,홋카이도구판조직으로 확대됐고 이어 농협기관과 통합이 되면서 거대한 농업조직을 이루었으며 이것이 호쿠렌이다.
호쿠렌을 일본에선 종합무역상사라고 부른다.직원수가 2천여명.24개의 농산물가공공장을 보유하고 있고 연간 판매액만도 1조엔에 이른다.
홋카이도를 근거지로 하면서도 도쿄는 물론 일본전국 24개 주요도시에 지소·영업소망을 갖고 있다.
『대부분의 농협이 농산물을 가공·판매하고는 있지만 프로농부들이 모여 가공식품을 개발,기업적으로 수출까지 하고 있는 곳은 이곳이 유일한 곳입니다』호쿠렌의 사쿠라(앵길보)참사의 말이다.사쿠라씨의 소개처럼 호쿠렌은 간단한 농협부속기관만은 아니었다.
우선 호쿠렌 산하의 가공공장은 지역내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1백% 활용,가공하는 것이 특징이다.도내 13개의 가공공장은 단순농산물을 가공하는 공장부터 미곡도정공장,곡물가공센터,제당·전분공장,종자공장까지 어떤 농산물이라도 가공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미카사(삼립)식품가공공장은 호쿠렌의 특성을 알 수 있는 전형적인 농협소속회사이다.
이 회사에서는 찐 쌀밥,냉동초밥,유부초밥,산채비빔밥,찐 옥수수,포테이토 칩등 쌀과 감자 옥수수를 이용해 모두 18가지의 가공식품을 만들고 있었다.각각의 상품에는 모두 「레토루토」란 상표를 달고 있었다.
스즈키(영목리행)제조과장은 『이들 식품들은 모두 상온에서 장기보존이 가능해 어디서라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식품』이라면서 『가공원료로 쓰이는 쌀은 모두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쌀을 쓰고 있다』고 소개했다.이 회사에서 소비하고 있는 쌀의 양은 1백t이 넘는다고 했다.실제 레토루토쌀밥은 일본 자위대의 비상식량이외에도 일본인의 지진대비용 식량으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미카사공장외에도 옥수수가공품을 만드는 도카치(십승)공장,아스파라거스·감자·고구마 가공식품을 만드는 비에(미영)가공공장도 있다.
미카사 공장의 이와세(암뢰충)공장장은 『연 12억엔정도의 매출액에 이익금은 모두 농협으로 환원하고 있다』면서 『환원금은 출자금에 따라 농가에 배당되고 있다』고 밝혔다.
호쿠렌이 자랑하는 가공식품은 바로 호쿠렌산하 농업통합연구소에서 개발된 것들이다.산하연구기관은 모두 4곳.삿포로연구소는 이른바 「그린농업」을 지향하는 기초연구소로 활용되고 있다.호우스와 나가누마에는 연구농장이 있어 토양,기후,육종,재배,저장,물류,가공등을 폭넓게 연구하고 있다.또 홋카이도 기후에 맞는 우량품종을 개발하고 선도를 유지하며 혼슈와 외국에 수송하는 기술도 함께 연구한다.
바이오테크놀러지를 이용,일본 최초로 개발한 스위트콘꽃밥은 바로 이 연구소에서 세계최초로 개발한 것이다.호쿠렌은 자체 고속화물선도 소유하고 있다.이 화물선은 홋카이도와 혼슈사이를 운항하며 농산물의 수확단계에서부터 소비지까지 일관되게 선도를 유지·배달하고 있다.다른 도부현까지 해상수송시간을 이 화물선을 이용한 직송으로 3분의2까지 줄였다는 것이 이와세공장장의 얘기였다.홋카이도 농산물이 도쿄까지 공급되자 도쿄근교의 감자·양파재배농가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같은 일본최대의 「농업종합상사」도 최근에는 시장개방추세에 맞춰 생존전략을 짜내느라 여념이 없다.우선 국내수요창출에는 어느정도 한계가 있다고 보고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있다.사쿠라참사는 이 방안의 하나로 수입쌀을 가공,해외로 역수출하는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지난 89년에는 기온차가 심한 사할린에 채소용 정온(정온)시설을 지어 수출기반을 마련하기도 했다.
물론 호쿠렌은 일본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미국·홍콩등에 쇠고기나 채소를 수출한 적이 있다.호쿠렌이 가공한 고급쇠고기는 이미 이들 나라의 호텔용으로 수출이 시도됐다.지난해에는 양파를 러시아에 수출한 적이 있는데 『채산성은 맞지 않지만 장래성을 생각해서 수출하고 있다』는 것이 사쿠라참사의 말이었다.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호쿠렌은 역수입도 생각하고 있다.즉 타지역에 맞는 품종을 개발,타지에서 생산토록 한뒤 싼가격에 다시 사들이는 방식이다.이 방식은 이미 일본의 소규모 무역회사를 통해 중국·러시아등에서 시도되고 있다.국가간 경협차원에서 호쿠렌은 개발한 기술을 전수해주기도 한다.홋카이도는 미국과 유럽의 대규모영농을 경쟁자로 생각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