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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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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일본은 있다/송종국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놀란 것은 히타치라는 기업이 기초연구를 수행한다는 것과 세계 최고의 권위자가 기업에 있더라도 필요한 연구시설의 구축을 지원해 주는 일본정부의 과학기술정책이다. 난주 도쿄 북서쪽의 사이타마현에 위치한 히타치 기초연구소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이 연구소는 일본 대표기업의 하나인 히타치의 차세대 이후 사업품목을 개발하고 첨단기술개발 연구를 수행한다고 한다.한마디로 히타치의 미래를 짊어진 연구소이다.십여만평의 언덕에 자리를 잡은 4층 건물의 겉모습은 여느 연구소와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런데 연구소 홍보영화의 절반이 한 연구자의 소개로 구성되어 있고,그 연구자를 위한 실험시설을 자랑스럽게 소개하는 것이 무척 의외였다.한국의 정부출연연구소나 기업연구소 어디를 가도 개인 연구자를 자랑스럽게 소개하는 곳은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일본기업이 미국기업과 엎치락뒤치락 경쟁할 수 있는 원천이 무엇인가 짐작케 한 부분이다. 필자가 미국에서 유학할 때 일본 손님만 오면 인사하지 못해 안달을 하던 미국인들을 보고 놀랐던 것이 1980년대 중반이다.‘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을 거리낌없이 얘기하는 일본이 얄미웠고,일본을 배우자고 외치던 미국에 왠지 동정이 갔던 기억이 난다.그런데 1990년대 초반 미국 출장을 갔을 때 더 이상 일본을 배울 게 없다고 의기양양해 하던 미국사람들의 오만이 무척 눈에 거슬렸던 생각이 난다. 지금까지는 1990년대 미국기업의 절치부심이 일본기업을 압도해온 것처럼 보인다.그러나 지난주 일본 출장에서 왠지 또 다른 역전의 서곡이 들리는 것 같았다. 외환위기를 겪고 피눈물 나는 경제구조조정을 한다고 해온 우리는 왜 이들의 게임을 구경만 하고 있어야 하는가.우리 경제의 문제에 대한 진단도 가지가지이다.혹자는 ‘1만달러 함정’이라고 하고,혹자는 샴페인을 일찍 터트린 성급함을,혹자는 정치적 통합능력의 약화를 들고 있다.모두 틀린 말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다.그러나 가장 중요한 문제는 뛰어난 과학자를 찾기 어렵고 키우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적극적인 이민정책으로 국가발전에 필요한 전세계의 고급인력을 얻어왔다.그것이 과학부문의 노벨상을 미국이 휩쓸고 있는 이유이며 미국이 경쟁력을 유지해온 비결이다. 비록 문화와 언어의 핸디캡을 안고 있지만 일본도 과학기술 부문의 노벨상 수상자를 9명이나 배출시켰다.순혈주의를 고집해온 일본임을 감안한다면 미국과 견줄 수 있는 실적이다.특히 최근 3년간 연속으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온 것은 새로운 역전을 위한 일본의 준비가 견실함을 보여준다. 히타치기초연구소가 내세운 도노무라박사는 노벨상 순번을 기다리는 후보였기에 자랑스러웠던 것이다.더욱 놀란 것은 히타치라는 기업이 기초연구를 수행한다는 것과 세계 최고의 권위자가 기업에 있더라도 필요한 연구시설의 구축을 지원해 주는 일본정부의 과학기술정책이다. 히타치기초연구소가 전략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분야는 우리 정부가 최근 시작하고 있는 신기술 분야로 양자계측,뇌과학응용,나노기술 등 세 분야이다.양자계측 연구는 새로운 계측시스템과 소재 및 디바이스개발에 응용되고,뇌과학응용은 인간의 질병치료에 응용될 수 있다.나노기술 개발도 새로운 고기능 소재의 개발과 고온 초전도체 개발에 응용될 수 있다.언제 제품화가 되고 이익을 실현할지 모르는 분야에 세계 최고의 연구자를 고용하여 투자할 수 있는 일본기업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최고의 권위가 인정된 연구자 대신에 역대 기관장의 인물사진이 걸려있는 우리의 연구기관이나 대학으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국가의 경쟁력이 과학기술경쟁력에 좌우되는 시대에는 최고의 인력이 필요하다.최고의 권위자를 키우는 정책과 또 그를 인정해 주는 연구풍토가 없다면 더 이상 우리의 미래는 없다.정부연구개발사업의 선정에서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는데 급급해하면 최고의 권위자는 탄생시킬 수 없다.최고의 전문가가 있는 곳에 연구비가 따라가야 하며,그 연구에 샴페인을 터뜨리는 조급함으로 결과를 채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송종국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 출연연구기관 제도보완 시급하다

    정부 출연연구기관이 정부 각 부처 소속에서 국무조정실 산하 연구회 체제로 바뀐 지 오는 29일이면 꼭 4년째다.국무조정실이 정부 출연연구기관을 총괄 관리하고 그 아래 경제사회·인문사회·기초기술·산업기술·공공기술 등 5개 연구회가 42개 연구기관을 각각 관리하고 있다.연구회 체제는 긍정적인 측면과 함께 부정적인 측면을 동시에 안고 있다는 평가다.고건 국무총리를 비롯해 여기저기서 제도 보완론이 솔솔 나오고 있다.연구회 제도의 장·단점과 보완방안 등을 짚어본다. 지난해 한국개발연구원(KDI)을 대상으로 실시된 국정감사장.초대 원장을 지냈던 한나라당 김만제 의원은 KDI를 질타했다.연구원을 옛날처럼 부처 소속으로 돌려보내라는 지적이었다.그래야 국책연구원들이 국가와 정부의 발전방안을 중장기적으로 연구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지난해 12월 남극 세종기지 연구원들이 조난당했을 때 국무총리실 등록기자들이 기사를 작성하자 고건 총리는 “왜 한국해양연구원 관련기사를 과학기술부 등록기자들이 쓰지 않고 총리실 기자들이 쓰느냐.”고 물었다.국무조정실이 해양연구원을 비롯한 연구기관을 총괄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에 “연구기관들의 감독 권한을 각 부처로 넘기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연구기관 관리방식이 바뀐 지 4년 만에 보완작업이 본격 거론되기 시작한 것이다. ●“실패한 정책” 감사원은 지난해 정부 출연연구기관과 자치단체 출연연구기관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감사를 실시한 결과,연구기관 가운데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거나 유사한 성격의 연구회를 일정 규모의 조직으로 통·폐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정부 출연연구기관 중에 동전의 양면과 같은 재정(세출)과 조세(세입)를 KDI와 한국조세연구원이 각자 연구하고 있다는 문제점도 제기했다.또 교통개발연구원과 국토연구원의 교통정책,한국농촌경제연구소와 산업연구원 등 연구 분야가 중복돼 긴밀한 연관속에 연구할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지적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정부 출연연구기관은 민간이 할 수 없거나 하기 어려운 기초연구분야 등 공공성이 강한 연구 분야를 중점적으로 연구해야 하는데도 이를 제대로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남극 세종기지 조난사고가 발생한 한국해양연구원과 수능 복수정답 시비를 불러 일으킨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등의 사례에서 보듯이 정부 출연연구소를 국무조정실이 모두 감독관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자성론이 나오고 있다.정부 관계자도 “연구회 체제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완방안은 “우리가 국책연구기관인지,대학부설연구소인지 헷갈립니다.” 연구기관 박사들이 지적하는 문제점이다.고객은 정부 부처들인데,평가자들은 연구회의 대학교수로 이뤄진 이중구조여서 ‘고객 따로,평가자 따로’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다.대학교수들은 아무래도 정부정책에 보탬이 됐는지보다는 학술적인 연구논문 방식을 선호하고 있으며,여기에 맞출 수밖에 없다는 하소연이다. 한 박사는 “연구기관을 평가할 때 정부부처의 평가 비중을 10%에서 40% 가량으로 크게 높여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외부에 공개되지는 않지만 상대평가 방식으로 이뤄지는 연구기관들의 성적은 연구회 내에서 1등부터 차례로 매겨진다.이런 상대평가 방식이 불필요한 경쟁을 가져오고 있다고 연구기관 박사들은 불만이다. 국무조정실 연구심의관실 관계자는 “평가결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주기 때문에 상대평가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국무조정실은 상대평가가 갖고 있는 부정적인 측면을 감안해 정부 부처의 평가비중을 서서히 높여 나간다는 계획이다. 연구기관이 제기하는 또다른 개선방안은 연간 단위의 평가방식을 3년 단위로 바꾸자는 것이다.관계자는 “1년 단위로 평가하기보다는 연구기관의 기관장 임기(3년) 단위로 평가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게 좋을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전체예산 가운데 연구 프로젝트 비중을 평균 30%에서 줄여 나가자는 게 연구원들의 희망사항이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감사원이 지적한 개선방안을 현실에 맞도록 적용해 나갈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그렇게 개선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그렇다고 과거 방식으로 되돌아 가는 것에 대해 기대감을 갖는 연구기관 박사들은 거의 없다 박정현 조현석기자 hyun68@■KDI원장지낸 강봉균 의원 “국책연구기관들은 부처에 예속돼서는 안되고 경쟁을 해야 합니다.” 국책연구기관 연구원들이 엇갈린 평가를 내리고 있는 상황에서 열린우리당 강봉균 의원이 연구회 체제에 대해 내린 해법이다.강 의원은 27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국책연구기관들을 지금처럼 연구회 체제로 둬야 한다며 제도 손질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강 의원은 재정경제부 장관으로서 연구기관에 지시를 내리던 입장이었고,그뒤 2001년 3월 공모절차를 밟아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으로 2002년 6월까지 1년 3개월여 동안 원장을 지냈다.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원들이 현행 제도 아래서는 중장기 과제를 연구하기 어렵다는 불만을 털어놓는데. -근거없는 얘기다.요즘은 정부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고,자신들이 과제를 직접 선정하기 때문이다. 연구원들은 평가방식을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 등으로 바꿀 것을 요구하는데. -대학교수도 평가를 받는 시대다.연구기관은 어떤 방법으로든 평가를 받아야 한다.평가 방법을 개선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미국에서도 연구원들이 마케팅을 하고 있다.돈만 주고 알아서 연구하라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평가란 경쟁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상대평가를 해야 하는 것이다.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부처에 돌려주면 보고서가 부처 입맛에 맞게 나올 수밖에 없다.장단점이 있지만 정답은 없다. 부처에 돌려주는 의견에 대해서는. -그런 의견에 반대다.연구원들은 그들의 마켓(시장)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부처들이 지금은 지시를 하지 않는다.부처 지시를 받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연구회 체제로 바꾼 것이다. 박정현기자 jhpark@ ■출연연구기관 개편 4년 명암 “정부가 출연한 국책연구기관들은 소속된 정부 부처의 입장과 정책논리만을 옹호합니다.정부 출연연구기관들이 독립성을 가진 순수한 연구기관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외환위기로 사회 전체에 개혁의 바람이 한창이던 지난 1998년.진념 전 경제부총리가 기획예산위원장을 맡던 당시 정부 출연연구기관을 대상으로 한 대수술은 이렇게 시작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산업연구원 등이 재정경제부 산하에있던 구조가 외환위기의 심각성과 경고음을 제대로 내지 못했다는 시각도 깔려 있었다. ‘정부출연 연구기관 설립·운영 법률’이 1999년 1월29일 발효되면서 42개 정부출연 연구기관들을 국무조정실 산하의 5개 연구회 체제로 바꾸었다.소속된 부처와 연구기관의 관계가 단절된 것이다. ●“구각을 벗었다” “정부 부처에 소속돼 있을 때는 툭하면 사무관이 전화를 걸어와 정책과제 연구를 해달라고 했지만 이제는 그런 일이 없습니다.” “정부 부처들은 연구원장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수시로 갈아 치웠지만 지금은 연구원장의 3년 임기가 보장돼 있어 다행스럽습니다.인사 외압도 거의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박사들의 연구에 자율성이 주어졌다는 점에서 바람직스러운 변화였다고 봅니다.” 연구회 체제 전환에 대한 연구원 박사들의 긍정적인 평가들이다.연구기관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강화됐다는 얘기다. 대덕연구단지의 한 박사는 “1년 내내 각 부·팀마다 사업제안서를 만들고 수주를 하러 다니면서 과제 수주경쟁력이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다른 연구원 박사는 “연구용역을 따내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했다. ●“이게 무슨 국책연구소냐?” 서울 청량리의 한 연구원 박사들은 29일까지 연례 연구실적을 연구회에 보고해야 하는 관계로 부산하게 움직였다. “연구실적 평가 결과에 따라 연구원의 성적 순위가 매겨지기 때문에 연구결과 보고서 작성에 결사적으로 매달립니다.”심지어 연구기관들은 평가위원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려고 보고서의 표지 색깔과 디자인을 예쁘게 바꾸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일부 연구기관의 박사들은 보고서를 작성하느라 아예 합숙도 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원장은 더 많은 예산을 확보하려고 박사들에게 연구 프로젝트를 따내라고 독려한다.연구원장들은 평가에서 하위권을 면해 상위권에 들어서라고 박사들을 압박한다.예산도 예산이지만 하위권에 꼽히면 자존심이 상한다는 것이다. 경제사회연구회에 소속된 연구기관의 한 연구원은 “연구원 박사들이 순수한 연구활동을 하기보다는 연구용역을 따내는 것이 능력을 평가받는 잣대”라고 말했다. 프로젝트를 따내기 위해 부처 사무관들에게 아부해야 할 때 박사들은 “이러려고 외국에 유학가서 그 고생을 하면서 박사학위를 받았나.”하는 자괴감이 든다고 한다. 연구원들은 연구사업비를 따내려고 이곳 저곳을 돌아다녀야 하는 자신들의 처지를 ‘앵벌이’,‘세일즈맨’에 비유한다.연구원들이 용역비를 버느라 단기과제 위주로 뛰고 있는 동안 국가발전을 위한 중장기 연구과제는 손도 대지 못한다고 푸념한다. 대덕연구단지의 한 박사는 “연구원의 부서장이나 팀장들은 프로젝트를 못따낼 경우 팀이 해체될 수 있어 용역을 따내느라 열을 올리고 있고,박사들도 항상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이는 결국 연구의 부실화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또다른 박사는 “정부의 연구·개발예산은 변함이 없는데,이같은 연구성과평가 방식은 연구의 질적 하락과 국가 전체의 경쟁력 약화라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사회연구회의 다른 연구기관 박사는 “안정적인 연구비 확보가 되지 않아 깊이 있는 연구활동을 하기가 어렵다.”면서 “특히 부처와는 지식과정보를 긴밀하게 교환하는 연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바꿔 말해 연구내용의 현실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연구원들은 이처럼 용역을 따내는데 힘을 쏟다 보니 연구원의 실제 연구시간과 노력은 많게는 50%,적게는 20% 가량 줄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박정현 박승기 기자
  • 강원大 ‘에너지 센터’ 개소

    강원대는 12일 교내 정보통신연구소에서 에너지 관련 사업을 발굴,추진하게 될 ‘차세대 에너지 기반 전기전자설비 연구센터’(센터장 박종연 교수) 개소식을 갖는다. 연구센터는 강원대 전기전자 정보통신공학부 등 전기전자 전공 교수들을 주축으로 삼척대·한라대 등 도내 대학교수들이 공동 발의해 설립됐다. 연구센터는 산업자원부 전력기술 기초연구사업의 지역거점 핵심 과제에 선정돼 올해부터 2006년까지 3년간 모두 9억 3700만원의 연구비를 지원받는다. 산자부와 협력해 전력산업 연구개발사업을 비롯한 각종 연구사업과,전기에너지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등 산업체와의 산학협력 활동을 벌인다. 춘천 조한종기자 bell21@
  • [열린세상] 6자회담의 숨은 그림

    한해를 마감하면서 남북관계를 회고했을 때 가장 큰 이슈는 북한핵 문제와 6자회담의 추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북한의 의도적인 핵위기 고조 시도와 미국의 군사적 대응 가능성에 따라 당사자인 우리 역시 매우 민감한 상태에 놓일 수밖에 없었다.다행히 이 과정에서 6자회담이 성사됨으로써 북핵문제가 관련 당사국간의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주고 있다.문제는 이 6자회담의 실체에 대해 우리가 현실적 인식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것이며,6자회담의 결과에 대해서도 낙관적 시나리오에 의존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점이다. ‘이 시점에서 왜 6자회담이 성사되었느냐.’는 질문의 핵심은 미국과 북한의 자세변화와 관련되어 있다.그동안 한반도 문제의 다자적 접근을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나라는 러시아였고,이는 초강대국으로서의 지위를 상실한 러시아가 한반도 문제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반면 북한은 미국과 직접적 해결을 원했고,주도권을 가진 미국 역시 굳이 ‘여러 목소리가나오는 테이블’에 앉아야 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예상을 뛰어 넘는 숨가쁜 북핵위기의 고조에 따라 각국의 입장에 변화가 나타났으며,6자회담의 성사에 필요한 조건들이 만들어 졌다.우리로서는 어떻든 평화적 해법을 찾아야 했고,중국은 동북아의 핵도미노와 일본재무장 방지의 필요성,그리고 일본은 안보위협의 방지와 한반도문제에 대한 영향력 행사의 필요성을 인지했다.미국과 북한 역시 ‘시간벌기’라는 점에서 6자회담에서 이해관계가 일치했다. 그러나 미국과 북한의 시간벌기에 대한 동기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북한의 경우 위기의 원인을 미국에 의한 안보적 위협과 경제적 봉쇄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으며,핵문제의 부각을 통한 미국과의 협상에서 생존을 보장받으려 하고 있다. 북한은 이라크 전쟁을 목도하면서 미국의 자신들에 대한 군사공격 가능성을 현실로 받아들였고,북·미 직접대화의 교착상태에서 일종의 탈출구로 6자회담을 선택했다. 이라크 전쟁의 여파로 미국 역시 현실적으로 북핵문제를 군사적으로 해결할 여력을 가지고있지 않았다.또한 현 상황에서 동맹국인 남한내부의 정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이 점에서 미국도 시간 벌기를 위해 6자회담을 잠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필요성을 인지했다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6자회담에서 미국이 잃을 것이 별로 없으며,6자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지더라도 선택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이해관계가 다른 참여자들이 늘어난 6자회담은 지루한 논의의 과정이 될 것이며,그만큼 합의에 도달하기 어렵다는 개연성을 지닌다. 한반도 비핵화를 추구하는 중국과 러시아는 6자회담이 결렬될 경우 미국이 북핵문제를 유엔으로 가지고 가는 것을 막을 수 없을 것이며,미국 주도로 강력한 대북봉쇄조치가 유엔에 상정되더라도 거부할 명분을 가지기 어려울 것이다.이 경우 마땅한 대응 수단이 없는 북한은 과거처럼 안보적 위기의 고조라는 방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이 과정에서 미국은 대북 군사적조치를 위한 명분을 착실히 쌓아갈 것이다.이와 같은 상황이 도래한다면 미국의 대북 군사조치는 가능한 현실로다가올 것이다. 이와 같은 점에서 6자회담의 비관적 전망은 가능한 것이다.이는 우리에게 보다 현실적 인식과 적극적 대응책의 마련을 요구하는 것이다.전방위의 노력을 통해 핵과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하는 것 이외에 북한의 대안이 없다는 사실을 설득해야 한다.아울러 미국에 대해서 북핵위기의 본질이 취약해진 북한의 내구력에서 비롯된 것이며,북한의 생존전략이라는 점을 설득해야 한다.따라서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이외에 우리가 동의할 수 있는 그 어떠한 해법도 없다는 사실을 미국에 강력하게 전달해야만 한다. 조 한 범 통일연구원 북한기초연구사업 본부장
  • 정부연구기관 감독권 부처 환원

    정부출연 연구기관에 대한 총괄 감독권한이 다시 각 부처로 환원될 전망이다. 총리실은 17일 남극 세종기지를 관장하는 한국해양연구원 등 연구회 5개,연구원 42개 등 47개 연구기관의 감독권한을 각 부처로 다시 넘기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해양연구원과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등의 예산과 업무 감독권한이 각각 해양수산부와 교육부로 이관되는 등 지난 1999년 각 소속부처에서 떨어져 나와 총리실 산하 5개 연구회 조직으로 통합된 47개 연구기관의 감독 권한이 각 부처로 환원될 것으로 보인다. ●남극 세종기지 조난사고 계기 총리실 관계자는 “지난 99년 행정부처마다 1∼3개씩 산하연구소를 두고 막대한 예산을 쓰면서도 이렇다할 연구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각 부처에 흩어져 있던 연구기관을 경제사회·인문사회·기초기술·산업기술·공공기술 등 5개 연구회로 묶어 감독해 온 지 5년이 넘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정책의 실패를 인정한 뒤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의 개정에 앞서 먼저 감독권한을 각 부처에 넘길 방침”이라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최근 남극 세종기지 조난사고가 발생한 한국해양연구원과 수능 중복정답 시비를 불러일으킨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등의 사례에서 나타났듯이 정부출연 연구소를 총리실이 모두 감독 관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면서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감독권한을 다시 각 부처로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하라는 총리의 지시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연구기관 내에서는 ‘지난 99년 이전에는 관련부처에서만 통제를 받았지만 지금은 총리실과 연구회,기획예산처,관련부처 등으로부터 이중삼중의 통제를 받고 있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중복기능 통·폐합 이와 함께 중복 기능이 있는 연구기관의 통·폐합과 연구개발 주무부처와 출연 연구기관간 긴밀한 협조체제 구축방안 등 대대적인 조직 재정비 작업도 추진될 전망이다.총리실은 지난 5월 감사원으로부터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업무가 중복되거나 유사한 성격을 띠고 있는 만큼 유사한 성격의 연구기관을 통합하거나축소·해산·인력이동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받은 뒤 내부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감사원은 당시 “각 부처 소관이던 연구원들을 조직운영 측면의 검토 없이 총리실 산하 5개 연구회로 승계·관리토록 함으로써 기초연구부실,각개약진식 연구,관료적 조직운영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아울러 청와대에서도 국책연구기관의 연구개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한국개발연구원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등 정부출연 연구기관을 총리실에서 분리해 별도의 기관으로 통합하는 방향의 개선책을 마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현석기자 hyun68@
  • [열린세상] 차분히 통일 준비할 때다

    남북관계의 변화와 더불어 과거와 달리 통일에 대한 현실적 인식을 갖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과거 남북간의 대립이 첨예했던 때에는 통일문제에 대한 여론조사결과는 압도적으로 통일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다.그러나 현재의 여론조사는 이와는 다소 다르게 나타난다.과거보다 통일에 대한 지지도가 더 낮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남북관계가 과거보다 진전되고 있고,통일도 과거보다 가시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이같은 결과는 다소 의아스럽게 여겨질 수도 있다.그리고 이를 통일 열기의 약화로 이해하는 사람들의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보다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통일에 대해 사람들이 구체적인 인식을 가지는 것으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사실상 통일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나타났던 통일에 대한 일방적인 열망은 의미를 지닐 수 없는 것들이었다.이제 통일이 가시화되면서 사람들은 통일을 구체적으로 인식하기 시작했고,실제적으로 통일의 과정과 결과를 고민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의 상황은 통일 열기의 약화가 아니라 통일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는 것으로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이는 과거에 비해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통일에 대한 현실적 인식의 도래가 곧바로 통일에 대한 실질적인 준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지구상의 모든 사회주의체제가 시장체제로 전환을 선택한 지금,북한이 사회주의체제를 고수하는 한 그 미래는 비관적일 수밖에 없다.실제 그 어느 곳에서도 북한내의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는 징후를 찾아볼 수 없다. 핵 문제를 풍선처럼 부풀리고 있는 북한의 기이한 태도는 체제의 보장과 생존을 위한 몸부림으로 이해될 수 있다.탈북주민들로 인해 주중 한국대사관의 업무가 마비되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은 한반도문제의 평화적 관리와 아울러 통일을 위한 내실 있고도 차분한 준비가 필요한 때라는 것을 의미한다.독일의 통일도 어느 날 갑자기 다가오지 않았던가.사정이 이럴진대,통일을 위한 우리의 준비는 어디쯤 와 있는지 새삼 되물어볼 필요가 있다.남북을 오가는 발걸음들 속에서 통일에 대한 감각은도리어 무뎌지는 것은 아닌지.지속되는 경기침체와 국내정치 상황,이라크 파병 등 산적한 현안들로 인해 우리의 시선은 통일문제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통일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가장 빈도가 높은 질문 중의 하나는 ‘대북 퍼주기로 얻은 것이 무엇이고,북한의 변화는 무엇인가?’라는 것이다.고마워하지도 않고,우리가 원하는 바람직한 변화가 나타나는 것 같지도 않은데 북한을 계속 지원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질문이다.그럴 때 필자의 대답은 간단하다.‘북한 주민들이 그 만큼 덜 굶주렸고,단 몇 사람이라도 기아의 위협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다. 북한이 우리의 잘려진 반쪽이라는 말에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다.우리의 잘려진 반쪽에 대한 지원은 우리 몸의 일부에 심한 상처가 나고 출혈이 생겼을 때,우선 치료를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우리 몸 어느 곳의 작은 상처라도 방치하면,특히 그 상처가 자연치유되는 것이 아니라면,종국에 가서는 우리의 생명을 앗아 갈 수도 있는 것이다. 북한은 이제 더 이상 우리의 맞상대가 아니다.북한문제는 대결이 아닌 관리의 문제로 그 본질이 변화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만 한다.잘려진 반쪽인 북한에서의 문제는 바로 우리의 문제인 것이다.지금 우리는 북한의 위기를 평화적으로 관리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동시에,차분한 자세로 다가올 ‘그 어느 날’을 준비해야 한다. 월동준비라는 말이 사라질 만큼 겨우살이가 수월해진 지금,벌써 하나둘씩 눈에 띄기 시작하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바라보면서 이 시각에도 끼니를 걱정하고 있을 북녘의 사람들을 생각해본다.이방인들의 차가운 시선 속에서 만주땅 어디에선가 매서운 칼바람을 맞고 있을 탈북주민들을 생각해 본다. 조 한 범 통일연구원 북한기초연구사업 본부장
  • [열린세상] 한미관계 현실적 접근

    국민의 정부 출범과 아울러 본격화된 대북포용정책과 이를 계승한 참여정부의 평화번영정책은 다양한 차원에서 남북관계의 새로운 변화를 가져왔다.동해에서는 금강산관광유람선이 오가고,북한의 미녀 응원단이 남한에서 인기몰이를 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변화는 이에 맞는 새로운 질서의 형성을 요구하는 관성을 지니며,이는 종종 과거의 질서와 충돌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은 역사의 평범한 상식이다.남북관계의 변화는 냉전적 패러다임속에서 안주했던 우리에게 새로운 질서의 구축과 적응을 요구하고 있으며,이는 우리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한반도 평화의 의미와 미국의 역할에 대한 인식의 변화이다.한·미관계는 2차세계대전의 종식과 분단,그리고 한국전쟁이라는 일련의 역사적 과정에서 그 기원이 형성되었다.이 과정에서 한국과 미국은 한·미동맹이라는 긴밀한 협력관계를 형성했다.이유야 어떻든 미국은 한반도에서 자신들의 피를 흘렸으며,우리의 젊은이들은 미국의 전쟁인 베트남에서 피를 흘렸다.이렇게 본다면피로 맺어진 동맹의 의미를 지니는 ‘혈맹’이라는 한·미관계의 상징 용어가 그리 어색한 것은 아니었다.이와 같은 끈끈한 한·미동맹은 냉전기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처하는 핵심적 수단이었다.따라서 과거 냉전기의 경우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유일한 문제아는 북한이었으며,‘전쟁=북한의 남침’이라는 등식은 남한사회의 삼척동자도 다 아는 상식에 해당했다.이 과정에서 미국은 한반도에서 전쟁을 억제하고 평화를 지켜주는 ‘수호자’였으며,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국민정서상 용납되기 어려웠다. 냉전의 해체는 이와 같은 한·미관계에도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그러나 한반도 문제를 보는 미국의 시각은 아직 과거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할 수 없다.부시행정부의 출범이후 미국은 북한에 대해 압박정책을 구사했으며,이 과정에서 미국에 의한 군사적 수단의 사용가능성도 공공연하게 제기되었다.특히 북한 핵문제가 부각되면서 군사적 해법에 대한 논의도 가속화되는 경향을 보인 바 있다.다자회담 등으로 북핵문제에 대한 해법이 평화적인 방식으로 해결될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이 과정에서 우리는 과거 인지하지 못했던 평범한 상식 하나를 얻었다.그것은 미국도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이다.미국의 관료나 정치지도자들의 입에서 한반도 문제에 대한 평화적 해결이라는 단어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오늘의 현실이 이를 대변하고 있다.물론 미국의 군사적 행동가능성은 불량국가에 대한 응징이라는 명분을 지닌 것이지만,북한은 우리의 잘려진 반쪽인 동시에 한반도의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각별한 의미를 지닐 수밖에 없다. 한·미관계의 변화는 주한미군의 감축가능성과 후방배치라는 문제의 제기에서도 부각되어 나타나고 있다.영원한 혈맹으로 한반도의 보루가 되어줄 것으로 믿어졌던 미국에 있어서도 국익은 핵심적 요소이며,국익에 따라 주한미군의 위상도 변화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이는 단순히 미국에 대한 흑백논리차원의 가치판단을 요구하는 문제가 아니라 2003년의 한반도의 현실을 직시해야 함을 의미한다. 한·미동맹은 역사적인기원과 명분을 가지고 있으며,양국간의 협력관계에서도 방기되어서는 안 될 의미를 지니고 있다.그러나 역사적 기원과 명분 때문만으로 새로운 한·미관계의 구축이 제약될 수는 없다. 지금 우리 앞에는 한·미관계가 새로운 상황에 맞게 발전적으로 변화되어야 한다는 숙제가 놓여있다.이라크 추가파병과 관련하여 관료와 정치인들이 입만 열면 국익을 외치고 있다.그러나 국익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적 선택에 의해서 추구될 수 있는 것이다.한·미관계에 대해 감정이 아니라 냉정한 이성에 기초한 현실적 접근이 필요한 이유이다. 조 한 범 통일연구원 북한기초연구사업 본부장
  • [열린세상] ‘성찰적 통일’을 제안하며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도로변에 걸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진을 보고 북한응원단은 우리가 이해하기 어려운 반응을 보였다.그리고 며칠전 송두율 교수와 해외거주 민주화 운동인사들의 ‘오랜만의 귀향’이 있었다.필자는 얼핏 보기에 서로 관련이 없는 것 같은 이 일들을 분단으로 인한 남북한의 이질화와 냉전문화의 영향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사안으로 해석한다. 분단이후 남북한은 50년 이상을 상호 이질적인 체제에서 존속해 왔으며,최근까지도 냉전적 대립을 지속해 왔다.이와 같은 과정은 필연적으로 남북한간의 이질화를 심화시켜 왔으며,분단국의 이질화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사실은 독일의 경험이 이미 증명하고 있다.그것은 남북한 사회의 차이가 일반적인 상이성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근대화의 주제가 서로 달랐다는 본질적인 문제에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분단은 냉전체제의 최전선에 남북한을 대치하게 만들었으며,서로 상이한 방식으로 근대화의 여정을 걸어가게 만들었다.남북한은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라는 두 체제의이념적 대립이 극단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에 놓였으며,남북한의 근대화 역시 이 과정에 의해서 지배되어 왔다.냉전적 대립속에서 남북한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가치체계를 극단적이고 폐쇄적인 방식으로 발전시켜 왔다.상대방은 철저하게 적대시되었으며,이 같은 상황에서는 상대방의 가치에 대한 그 어떠한 이해나 동조도 이적행위와 동일시될 수밖에 없었다.이 점에서 남북한의 근대화는 분단과 극단적 대립으로 인해 기형적으로 진행되어 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북한은 독재와 전체주의적 속성을 평등주의로 포장해 왔고,남한에서는 발전논리속에서 종종 정당한 요구들이 배제되어 왔다.그 결과로 우리는 체제의 생명력을 상실하고 있는 북한과,성장지상주의 속에서 상실했던 가치의 회복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는 남한의 현실을 목도하고 있다. 이미 IMF 위기에서 나타난 것처럼 남한사회의 근대화는 그 자체로서 완결성을 가지지 않으며,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선진자본주의 국가들과 비교하여 시장경제체제,사회복지체제,법치주의와 정치적 민주화의완성,문화적 다원주의 형성의 측면에서 남한사회는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무엇보다 분단체제와 냉전문화에 의해 왜곡된 사회의 정상화과정이라는 과제를 지니고 있다.남한의 성공은 아직도 갈 길이 남아있는 ‘절반의 성공’인 셈이다.포스트 모더니즘의 논리를 들지 않더라도 자본주의적 근대화 전체가 ‘성찰적 근대화’라는 대안적 요구에 직면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분단상태의 근대화는 이중적인 의미의 성찰을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통일은 성공한 체제가 실패한 체제를 수렴하는 방식으로 이해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남한은 변화를 위한 주체적인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체제로서 전망을 가지지 못한 북한과 동일시될 수 없다.그러나 북한의 실패가 남한이 절반의 성공에 안주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논리가 될 수 없다.남한 역시 왜곡된 근대화를 정상화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우리 역시 분단으로 인한 ‘내 안의 장애’를 극복해야만 한다. 완전하지 못한 상태의 장애를 지니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 북한을 산술적으로 더하는 방식의 통일은 새로운 갈등의 소지를 지닐 뿐만 아니라,근대화를 완성시킬 수 있는 기회의 박탈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낳을 뿐이다.남북통일은 왜곡된 근대화의 정상화 과정으로서 해석되어야 하며,따라서 ‘성찰적 통일’이 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점에서 완전한 의미로서 통일의 시제는 과거로의 회귀도 아니며,현재도 아니다.그것은 미래 어느 시점이 되어야 하며,우리 스스로의 정상화 노력을 포함하는 ‘과정’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우리 스스로의 성찰을 통해 북한을 포용하는 내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조 한 범 통일연구원 북한기초연구사업 본부장
  • [열린세상] 해빙기의 아침

    광복절날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시내나들이를 한 나는 공교롭게도 두 집회의 가운데를 지나가게 되었다.한쪽은 예비역 군인들의 차량 행진이었고,다른 한쪽은 젊은 대학생들의 집회였다.이 두 집회는 경찰과 버스로 완벽하게 격리되어 있었다.그 장면을 뒤로 하고 지나면서 아직 여름이 한창인 그때 나는 좀 엉뚱하지만 ‘해빙기의 아침’이라는 한수산 작가의 오래 전 소설 제목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길고도 추운 겨울이 지나면 따사로운 햇볕과 훈풍이 부는 봄이 온다.그러나 겨울과 봄 사이에는 해빙기라는 지나야 할 문이 있다.해빙기에는 예기치 않은 위험들이 도사리고 있다.겨우내 꽁꽁 얼었던 얼음이 녹으면서 축대가 무너지기도 하고,얼음놀이 하던 아이들이 물에 빠지기도 한다.두꺼운 외투를 벗으면서 변덕스러운 날씨에 겨울보다 오히려 감기에 걸리기 쉬운 때가 해빙기이다. 세계적인 냉전체제가 해체된 지금에도 한반도의 냉전체제는 완전하게 해체되지 않고 있으며,냉전문화라는 형태로 우리의 일상에서 재생산되고 있다.그래서 혹자는 우리 민족의역사시계는 세계사의 그것보다 늦게 가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우리 역시 역사의 시계 속에서 한반도의 냉전 상황을 극복하고 봄을 향해 가야만 한다.이와 같은 점에서 햇볕정책은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당위의 문제였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남북관계는 과거에 비해 괄목할 만한 진전을 이루고 있다.상징적이나마 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지고 있고,‘금강산 한번 가보았으면 소원이 없겠다.’는 말은 이제 의미를 상실하고 있다.남북철도의 연결과 개성공단 사업도 현실화되고 있다.또 부산 아시안게임에서의 작지 않은 감동도 이전에는 상상할 수 있던 일이 아니지 않은가? 그러나 남북관계가 발전하는 것과 정비례해서 우리 내부의 문제들이 증폭되어 나타났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대북정책을 둘러싼 여야의 대립은 일상화해 버렸고,보수와 진보 진영은 서로를 도외시한 채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데만 열중하고 있다.주한미군의 주둔과 철수라는 상반된 주장의 시위가 같은날 이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야당은 여당의 대북정책이 문제라고 하고,여당은 야당의 발목잡기 때문에 올바른 대북정책의 수행이 어렵다고 탓한다.보수는 진보가 위험하다고 말하고, 진보는 보수 때문에 개혁이 지체되고 있다고 말한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이 가지는 혼란스러움과 우려를 이해하지 못할 바가 아니다. 금강산 사업을 지휘했던 한 기업인의 자살을 두고 그 이유에 대해 많은 해석이 있었다.그러나 아직도 해체되지 않은 한반도의 냉전구조와 냉전문화의 일상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 자신 모두가 진정한 이유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많은 사람들이 우리 사회의 보·혁간 분열상이 심각한 수준을 넘고 있다고 우려한다.그러나 냉전이라는 겨울에서 민족화해라는 봄으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빙기를 거쳐야 하고,지금의 상황은 ‘해빙’에서 나타나는 필연적인 결과로 해석되어야 한다.보·혁이 존재한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이 두 세력간의 공존이 어렵다는 현실이 문제인 것이다.우리 스스로 화해하지 않으면서 남북의화해를 이룰 수 없다. 따사로운 봄 햇살을 맞이하기 위해 우리는 해빙기의 위험들을 잘 극복해야만 한다.차이를 인정하고 서로를 관용하는 시민사회의 노력과 언론의 진지한 고민,그리고 사회 지도층과 정부의 적절한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다. 무엇보다 냉전의 자폐에서 벗어나 정상성을 회복하기 위한 우리 모두의 진지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우리 모두는 냉전의 피해자이자 동시에 가해자이기도 하다.겨울이 지나면 봄은 반드시 돌아오고,우리 역사시계의 봄도 멀지 않다.그래서 이 ‘해빙기의 아침’에 ‘성찰’이라는 단어의 진지한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것이다. 조 한 범 통일연구원 북한기초연구사업 본부장
  • [열린세상] 남북관계의 퍼즐

    요즈음 남북관계는 복잡하다.감동을 선사했던 남북정상회담은 이제 특검의 대상이 되었고,북한은 없다고 발뺌을 해야 할 핵무기가 있다는 듯이 우기고 있다.우방인 미국은 주한미군의 한강이남 배치를 주장하면서도 북한 핵문제에 대한 군사적 조치의 가능성을 완전 배제하지 않고 있다.대통령이 나서 주변국과 심도 있는 협의를 했음에도 북핵문제 해결에 대한 우리의 역할을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동해에서는 관광유람선이 남북을 오가고,서해에서는 남북 해군간에 교전이 벌어지는 상황’,오늘의 남북관계에 대한 극단적 평가중 하나이다.그만큼 남북관계는 여러 얼굴을 지니고 있으며,때로는 전문가들조차 혼동스럽게 만든다.이는 남북관계가 몇 조각으로 나누어진 퍼즐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에 기인하며,이 조각들이 제자리에 위치해야만 비로소 명확해질 수 있다.남북관계는 남북 양자관계 차원,남한의 국내 정치적 차원,국제적 차원,그리고 북한 내부 차원이라는 4가지 퍼즐조각으로 이루어져 있다. 직접적인 남북 양자관계는 남북간의 교류와 평화정착이라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두 얼굴을 지니고 있다.남북관계 발전의 현실적 수단인 남북교류는 국민의 정부출범 이후 양과 질에서 현저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반면 남북간의 군사적 신뢰구축과 평화체제로의 전환은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남북교류가 증가하고 상징적인 협력사업들에도 불구하고 불안정성이 상존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두 측면간의 불균형에 기인한다. 남북문제는 곧바로 남한 내부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국내 정치적 차원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당사자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민족문제는 여야에 의해서 정략적으로 활용되어온 측면이 있다.남북관계를 둘러싼 여러 문제들이 종종 정쟁의 대상으로 이용되었으며,남한사회 내부의 냉전문화는 남북관계 진전과 대북정책의 추진력을 약화시켜 왔다.이는 남북관계의 진전과 병행해 남한사회 내부의 보혁갈등도 정비례해서 확대되어온 현실의 숨은 이유이다. 남북관계 변화는 역내 질서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국제정치적 차원의 얼굴을 지니고 있다.주변국의 민감한 이해관계와 아울러우리는 한·미동맹이라는 ‘현실’을 인정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이는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부시행정부 출범이후 남북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졌던 현실적 이유이다. 북한내부의 상황 역시 남북관계에 곧바로 투영된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요인이다.북한은 이미 장기간의 위기 상황으로 내구력이 현저하게 약화돼 있으며,체제의 생존을 위해 사활을 건 모험을 시도하고 있다.북한이 확대시키고 있는 북핵문제는 체제에 대한 보장과 생존을 위한 지원 및 세계경제 체제로의 편입을 요구하는 북한내부 상황의 외적인 표현 방법으로서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남북관계의 퍼즐을 푸는 해법은 바로 이 네 가지 조각을 각각 제자리에 놓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여당은 남북관계의 퍼즐조각 중 하나인 교류협력의 활성화가 전체의 조각을 완성시키는 것으로 생각했고,야당은 자신들 역시 퍼즐조각을 맞추어야 하는 주체임에도 불구하고 3자의 입장에서 퍼즐이 안 맞는다고 비판해온 측면을 부인할 수 없다. 국민의 정부는 남북화해의 시도라는 역사적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으며,참여정부는 대북정책을 국가발전 전략에 포함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한 걸음 나아가고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남북관계의 네 가지 조각을 제자리에 맞추는 큰 틀의 전략적 사고와 이에 대한 해법은 명확하지 않다. 남북관계의 퍼즐은 여야의 협력구도 정착과 국민적 합의,그리고 냉전문화 해소에 대한 사회전체의 노력이 함께 어우러져야 풀 수 있는 문제이다.우리 모두는 남북관계 발전의 의무와 권리를 동시에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조 한 범 통일연구원 북한기초연구사업 본부장
  • 기고 / 차세대 성장동력산업 육성 시급

    한국 경제는 지금 선진경제(Developed Economy)로 도약할 수 있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1995년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를 달성한 뒤 8년이 지났다.그러나 지금까지도 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1만달의 함정’에 빠져 있다.일본이 지난 81년에 1만달러를 달성하고 6년 뒤인 87년에 2만달러를,5년 뒤인 92년에 3만달러를 달성한 것과 비교하면 우리는 상당히 뒤처져 있다. 최근 국내외의 급변하는 경제환경 속에서 국내 잠재성장률의 하락 추세는 일본의 80년대 고도성장 종료 시기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제조업 수출경쟁력의 하강 조짐도 장기화되고 있다.이 같은 제조업의 침체와 국내 제조업체의 해외 탈출을 방치하면 우리도 일본과 같이 극심한 경기침체에 직면할 수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차세대 성장동력산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전략이 매우 절실한 문제다.지금이 바로 그때다. 미국은 80년대까지 제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서비스업이 경제성장을 주도했다.그러나 93년 이후엔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선(先)순환 체제를 구축함으로써 제조업이 경쟁력을 되찾고 성장을 견인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산업연구원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대(對) 개발도상국 수출변화 추이(90∼99)를 분석한 결과 일반기계,자동차,화학제품 등 주력 기간산업 제품군의 수출비중이 10년간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이는 OECD 국가들의 경제성장에 있어서 주력 기간산업이 여전히 강력한 성장엔진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을 의미하고 있다. 우리 경제에 있어서도 국내총생산(GDP) 규모나 산업성숙 정도를 볼 때 국내 주력 기간산업의 역할은 10년 뒤에도 변함없이 경제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된다.다만 끊임없는 기술혁신을 통해 주력기간 산업의 역동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기술혁신과 산업의 역동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핵심 부품소재의 원천기술 확보와 마케팅 역량 강화 등 질적 성장 추구 ▲주력 기간산업에 정보기술(IT),생명기술(BT) 등 신기술 접목을 통한 수요창출 및 경쟁력 확보 ▲안정적 노사관계 유지,우수 인력공급 등 기업환경 개선 ▲산업별 차세대 성장동력을 발굴,정부와 기업의 역량 집중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여기서 차세대 성장동력산업으로는 지능형 연료전지(하이브리드)자동차,홈네트워크,인텔리전트SOC,나노섬유,한국형 액화천연가스(LNG)선,액정디스플레이(LCD),바이오칩 등 총 55개 제품(분야)을 꼽을 수 있다. 국내산업의 연구개발은 상용화에 가까운 개발연구 비중이 약 85%로 높은 반면,응용 및 기초연구의 비중은 각각 13%,2%로 낮은 수준이다.이런 구조로는 기술수명 주기상 후발 개도국의 빠른 추격을 받게 되며,선진국과의 근본적인 격차를 줄일 수 없다고 확신한다.따라서 기술개발 대상을 보다 본원적인 기술개발로 이전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공공부문 주도의 산·학·연 공동연구가 산업계 중심으로 재편되어야 한다.세계 R&D(연구개발) 투자의 1∼3위 국가인 미국,일본,독일은 산업계 중심의 연구를 유도하기 위해 각각 회사 형태,재단법인,협회조직 등을 만들어 이용하고 있음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을 중점 육성하고 벤처기업 확인제도를 민간평가체제로 전환하며,인수합병(M&A) 및 코스닥시장 활성화 등의 중소기업 혁신기반을 확충해야 한다. 기업지배구조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지주회사를 활성화하는 등 선진적 회사제도를 도입해야 한다.시장기능 중심의 구조조정 시스템과 법적 퇴출제도도 정비해야 한다. 박중구 산업연구원 산업동향분석실장
  • [Look! 아시아]1부 新장보고 루트르포 (8) 日 시미즈社CEO 탐방

    *노벨상 사원 배출한 기초기술 투자 |교토 황성기특파원| “달걀과 닭 중에 무엇이 먼저”라는 논쟁은 다나카 고이치의 2002년 노벨화학상과 시마즈(島津)제작소에도 맞춰봄직하다. “다나카 개인의 독창성인가,시마즈의 비옥한 토양 덕분인가.” 개인이 뛰어났기 때문에 노벨상이 가능했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그 역(逆)의 주장도 만만치 않다.“기초연구에 유달리 집착하는 시마즈의 사풍(社風)이 없었다면 다나카의 노벨상이 있었을까.”라는 의문은 그래서 제기된다.시마즈의 야지마 히데토시 사장을 만나 궁금증을 풀어본다. ●노벨상으로 달라진 것이라면. 브랜드 이미지랄까,네임밸류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시마즈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어도,교토(京都)의 오래된 회사인 것은 알아도 뭐하는 회사인지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주가(도쿄증시 1부시장에 상장)도 별로 움직이지 않는 매력이 없는 회사였다.그러던 시마즈가 일반에 널리 알려졌다.사원들도 힘이 생겨났다. ●개인적으로는. 나도 바빠졌다(웃음).매출의 75%를 담당하고 있는 국내외대리점의 고충은 제너럴 일렉트릭(GE)이나 필립스에 비해서 브랜드 이미지가 약한 점이었다.그러나 이제 사람들이 나를 만나면 “노벨상을 낳은 시마즈의 사장님이냐.”고 기대감을 갖는다.교토의 시마즈가 일본의 시마즈,나아가 세계의 시마즈로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 ●시마즈의 유전자가 노벨상을 낳았다고 할 만큼 독특한 사풍을 자랑하는데. 1875년 시마즈 겐조가 창업한 시마즈는 출발부터 벤처기업이었다.독일의 뢴트겐 박사가 X선을 발견한 이듬해인 1896년 X선 사진촬영에 성공했다.일본 ‘첫 발명’,‘첫 제품’이 수두룩하다. 다나카의 노벨상도 마찬가지이다.분자량을 측정해 어디다 쓰겠냐는 분위기가 그가 질량분석기를 발명했을 당시(1983년)에도 있었다.하나의 예를 더 들어보겠다.35년 전 교토대에 누마 교수란 분이 간암에 걸렸는데 사후에도 연구를 계승했으면 한다는 얘기를 듣고 시마즈 사장이 5억엔을 쾌척했다.당시 60인승 비행기 1대가 1억 5000만엔 정도였으니 대단한 돈이다.한 자리 숫자 이익밖에 내지 못하면서도 5억엔을 아무런 대가없이 낼 줄 아는 그런 회사이다.경기가 나쁘고 적자를 낸다고 해서 연구비를 줄이는 일은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도 연구비를 120억엔 정도로 고정투자하고 있는데. 그렇다.70%는 오늘,내일의 밥이 될 사업에 쓰고 30%는 뭐가 될지는 모르지만,하지 않으면 안 되는 기초연구에 쓰라고 지시하고 있다.매출의 8∼10%는 연구에 쓴다. ●연구자의 연구기간에 제한이 있나. 될 때까지 하라고 한다.아직 성공 못했지만 피부를 찌르지 않고도 혈당치를 잴 수 있는 기계를 개발하고 있다.5명이 팀을 이뤄 연구했는데 현재 중단상태이다.불가능할지도 모르지만 연구자를 교체해서라도 다시 시도할 것이다.세상에 없는 것에 대한 도전이 중요하다.‘온리 원(only one) 정신’이다. ●연구비 투자의 기준이라면. 무엇이 사업이 될까를 사장이 공부해서 아래에 지시하는 톱다운(top down)으로 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이다.물론 이거 하라,저거 하라고 할 때 연구의 자유가 없으면 안된다.그건 안돼,그걸 그만두라고 하든가 쓸데없는 것까지 따지면 성장이 없다.나처럼 문학자(독문학 전공) 같은 문외한이라고 해도 큰 부분은 사장이 고민하고 고민해서 결정해야 한다. ●사장에 취임해 2년 연속 적자를 낸 시련도 있었다. 2000년도 적자는 회계제도가 바뀌어 불가피했다.2001년도는 매출이 줄어 대리점 재고가 크게 늘었다.3개월반분 155억엔의 재고가 쌓였다.이것을 한꺼번에 처리하기 위해 공장제조를 중지했다.그래서 적자가 생겼다.천천히 재고를 정리하는 방법도 있었으나 과감히 처리했다.명예퇴직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128명 받았다.인원정리는 더 이상 하지 않는다. ●올 3월 결산(2002년도) 전망은. 작년은 100억엔 적자였지만 올해에는 매출 1400억엔,경상이익 40억엔을 예상하고 있다.나는 낙관주의를 좋아한다.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비관만 하는 사람을 매우 싫어한다. ●시마즈를 어떤 회사로 만들고 싶었나. 시마즈가 가진 기초기술을 응용할 수 있는 분야를 골라 키우는 ‘선택과 집중’이었다.자기공명장치(MRI)는 우리가 첫 국산제품을 냈지만 과감히 포기했다.MRI의 기술을 유지하고 업그레이드하려면 40명의 기술자가 필요하다.GE,필립스 같은 회사는 의료기기 기술자만 6000명이다.150명의 기술자밖에 가지지 못한 우리로서는 경쟁할 수 없다.포기할 것은 포기해야 한다.예를 들겠다.X선은 시장성이 크지 않아 대기업이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그 틈새를 노려 제대로 된 물건을 만들면 된다.X선을 특화해 노렸던 400억엔 시장을 4분의3으로 줄여 300억엔으로 하고 적자가 없는 체제로 가자는 것이 내 경영목표이다. ●시마즈 특유의 ‘오프사이트 미팅’이 평판이 좋은데. 회사 밖 후생시설에서 중견간부 10∼15명과 찌개 안주에 술을 마시면서 대화를 나눈다.대화를 통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얘기하면 얼굴도 기억되고 친밀감도 생겨난다.20차례 했다. ●다나카를 최근 만난 적 있나. 오늘도 사원식당에서 봤다.그는 그러나 먼저 말을 거는 사람이 아니고,누구한테 들은 얘기로는 나를 만나면 긴장한다고 했다(웃음). marry01@kdaily.com ■야지마 사장은. 68세.게이오대 출신.뉴스위크 일본지사에 합격했으나 아버지 권유로 방위청에 들어가 2년간 조달업무를 배운 뒤 일본최초의 국산 항공기를 제작한 일본항공기제조로 옮겨 영업외길을 걸었다.1977년 시마즈로 옮겨 1998년 사장에 취임했다.혈색 좋은 그는 술을 즐기지만 밤 10시면 꼭 자고 아침 6시면 일어나는 건강법을 유지하고 있다. ■노벨상 수상이후 근황-‘스케줄 비서' 둔 다나카 *강연 요청만해도 300건 육박 이달들어 겨우 안정감 되찾아 |교토 황성기특파원|지난해 10월 노벨상 발표 후 5개월간 이곳저곳 불려다니랴,논문쓰랴 정신 없었던 다나카 고이치(43)는 이달들어 겨우 안정감을 찾았다.지난 1월 말 노벨상위원회에 논문을 제출하고 가까스로 소원대로 현장에도 복귀했다. 100여건이 넘는 일본 국내외 언론의 인터뷰 신청이 밀려 있지만 일절 응하지 않았다.시마즈 제작소는 최근 인터뷰를 신청한 대한매일 등 언론사에 “연구개발업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시간을 확보해줬으면 한다.”고 일일이 연락을 취했다.“다나카에게 가장 서툰 분야가 매스컴”(야지마 히데토시 사장)이란 점도 작용한 듯하다. 300건 가까운 강연요청에는 와세다 대학(3월20일)을 시작으로 응할 생각이다.쓰쿠바 대학에서는 4월부터 객원교수로 학생도 가르칠 계획. 눈코 뜰새 없이 바빠지면서 스케줄을 관리하는 직원이 따라붙었다.1월에는 ‘다나카 고이치 기념연구소’도 문을 열었다.주임에 불과하던 그의 직책은 ‘부장급 펠로’로 몇 단계 올랐다.700만엔이던 연봉도 1000만엔으로 껑충 뛰었다.회사의 임원 승진 제안,미국 모회사의 연봉 6000만엔 제의는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어눌하고 우스꽝스러운 언변,촌스러운 헤어스타일,유행을 모르는 옷차림이지만 일본 여성들에게 ‘다나카형 기술자’는 최고의 신랑감 모델로 우뚝 섰다. 다나카가 30살 좀 넘어서 그와 같이 영업을 나간 적이 있다는 하나타니 다헤이 홍보부장의 말.콧대가 너무 높거나 허풍을 떨거나 고지식한 3가지 기술자 타입 중 그는 세번째 유형이다.“중요한 고객 앞에서도 되는 것은 되고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분명히 말하는 타입”이라는 하나타니 부장은 “그래서 누가 뭐라건 한 곳에 집중이 가능한 것 같다.”고 풀이한다. ‘다나카 효과’로 시마즈 제작소는 광고선전 등 유형무형의 이득을 보고 있다.“돈으로 헤아릴 수 없다.10억엔을 쓴다고 해서 그런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하나타니 부장) 노벨상 발표 전 261엔이던 주가도 한때 475엔까지 갔다. 도호쿠 대학 졸업 전 소니에 입사시험을 치렀으나 깨끗이 낙방했던 다나카.그때 소니에 들어갔더라면 노벨상의 영광이 있었을까.그는 단언한다.“결과론이지만 떨어져서 잘됐다고 생각한다.”고.노벨상의 유전자는 시마즈에서 비롯됐다는 애정을 담뿍 담은 한마디이다. ■다나카 재직 시마즈社-교토 대표기업…벤처 원조 1875년 발명가 시마즈 겐조가 교토에서 창업한 벤처기업의 원조.소형축전지,X선 사진촬영기,의료용 뢴트겐장치 등 ‘세계 최초’,‘일본 최초’ 제품을 다량 내놓았다.그러나 대량 생산을 통한 돈벌이보다는 기초연구에 전념하는 독특한 사풍으로 사세를 크게 늘리지 않았다. 일본 고도성장기에도 기술력으로 승부하는 ‘다품종 소량주의’를 내세워 틈새시장을 공략하며 착실히 내실을 다져온 ‘괴짜 기업’. 자본금 168억엔,종업원 3216명,2001년도결산 매출 1266억엔으로 일본에서는 그리 크지 않은 중견기업이다.사세는 그렇지만 기술력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해 일본의 기술개발형 회사의 대표격이다. 뿐만 아니라 교세라,무라타 제작소,닌텐도,로무 등 교토를 기반으로 하는 기업의 원류에는 시마즈가 있다고 할 정도로 시마즈는 개발한 기술을 공유하는 데 인색하지 않았다.다나카의 단백질 질량분석기도 특허를 제출하지 않을 정도.택시를 탄 뒤 운전수에게 “교토를 대표하는 기업이 어디냐.”고 묻자 주저없이 “시마즈”라고 대답할 만큼 교토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다만 2년 전에는 창업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내는 시련을 딛고 올 3월 2002년도 결산 때부터 흑자로 돌아선다.2003년도에는 매출 2100억엔에 경상이익 90억엔,2005년도 매출 2300억엔에 경상이익 125억엔을 각각 목표로 하고 있다.
  • 양자컴퓨터 회로 일본에서 첫 개발

    |도쿄 연합|일본 NEC와 이화학연구소는 미래의 초고속 계산기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양자 컴퓨터의 기초 회로를 공동 개발했다고 니혼 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20일 보도했다. 슈퍼 컴퓨터로 수십억년이 걸리는 계산을 수초만에 해치우는 양자 컴퓨터의 원리를 확인할 수 있는 회로 개발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자 역학의 원리를 활용한 양자 컴퓨터는 대량의 정보를 동시 병행해 일거에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특징으로,지금까지는 소자(素子) 1개를 사용하는 기초연구가 중심이었다.연구팀은 이번 성과를 20일자 영국 과학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양자 컴퓨터가 실현될 경우 신약의 효과나 신재료 기능을 실제로 만들기 전에 정확히 예측할 수 있게 된다.실현 시기는 수십년 후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Look! 아시아]1부 新장보고 루트르포 (7) 이바라키현發 경제회생

    |쓰쿠바·미토 황성기특파원|일본은 지금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재정도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지방 자치단체의 재정은 만성적인 재정 적자와 함께 중국으로의 공장이전 등으로 점점 더 황폐화의 길을 걷고 있다.그러나 이런 와중에서도 위기를 회생과 부흥의 기회로 역전시키려는 노력이 한쪽에서 생겨나고 있다.이러한 지방발 ‘뉴 재팬’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이바라키의 경우다.기업과 대학,지방자치단체의 ‘지(知)의 융합’을 키워드로 한 새 비즈니스 창조,그 발원지인 이바라키현 쓰쿠바 연구학원 도시의 성공사례를 집중취재했다. 지난해 4월 쓰쿠바대학은 ‘산학리에존 공동연구센터’란 특이한 조직을 만들었다.상아탑의 연구성과를 사회에 환원하고 지적 재산의 사업화를 노린 ‘인큐베이터’이다.발명이나 새 기술을 기업에 이전하고 기업이 요구하는 기술,발명을 위해 연구도 한다. “연구성과를 그대로 기업이 활용하기는 상당히 힘들어 기업의 요구를 조사,발굴해 연구하는 쪽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는 이 센터 기쿠모토 히토시 교수의 설명이다.그는 “설립 초기라 실적은 많지 않지만 5년 이내에 궤도에 오를 것으로 본다.”고 낙관한다. 지금까지 쓰쿠바대에서 배출한 벤처기업은 13개사.국·공립대학 가운데 도쿄대와 동률 1위를 기록할 만큼 벤처정신이 전국에서도 출중하다.‘MR 테크놀러지’는 물리공학계 교수와 대학원생이 설립한 회사다.1대에 3억엔인 의료기기 자기공명영상장치(MRI)를 10분의1 가격에 만들어냈다. 연구센터가 힘을 쏟고 있는 분야는 ‘쓰쿠바 융합시스템’이다.쓰쿠바대와 경제산업성 산하의 산업기술종합연구소,문부과학성 산하의 물질·재료연구기구 3자가 인사교류를 포함한 협정을 맺고 ‘연구 융합’에 들어갔다. 그 첫 결실이 ‘도시부 산학관 연대촉진사업’이다.“쓰쿠바시를 하나의 거대한 실험장으로 한 정보통신(IT) 도시의 실현”(기쿠모토 교수)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2004년까지 3년간 4억 2000만엔을 투입,세계적인 첨단도시,쓰쿠바시에 어울리는 도시환경을 조성한다.시각장애인의 보행을 원격지에서 휴대전화로 알려주거나 밤길에 귀가하는 자녀들의 모습을가정에서 감시한다.교차로나 역에서 수상한 움직임이나 방화등을 자동으로 발견해 경찰에 통보하는 공상과학 소설에나 등장하는 일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주식회사 ‘쓰쿠바연구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쓰쿠바대·산업기술종합연구소·자동차연구소 외에 ‘쓰쿠바 멀티미디어’‘IT 쓰쿠바개발센터’ 등 다수의 중소기업이 참여한다.기대되는 효과는 IT도시의 창조뿐이 아니다.특허출원 30여건,벤처기업 10여개사,연구성과 40여건 등 파생되는 경제효과는 투입되는 예산을 수십배 웃돌 것으로 어림된다. ‘지의 융합’이 보다 원활히 이뤄지기 위해서는 기업과 지자체,대학(연구소)은 물론 벤처정신을 뒷받침하는 자본의 조달도 빼놓을 수 없다.‘쓰쿠바 연락회’는 이바라키현이 바로 이런 목적에서 만들었다. 연락회는 벤처를 배양하는 밑거름이 되는 원활한 자본 조달을 위해 ‘이바라키 벤처 마켓’을 열어 벤처기업가의 새 사업과 자본을 연결하는 행사를 주관하는 등 벤처 캐피털 유치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3년 안에 쓰쿠바발 벤처기업을 100개사 만들고 그중 10개사는 상장시키겠다.”고 현청에서 이 연구센터로 파견나온 다나카 게이치 과학기술연락관은 의욕을 보였다. 그러나 어려움도 적지 않다.대학 교수를 비롯한 연구자들이 사업이 되는 기술보다는 기초연구 쪽을 아직도 선호한다.대기업의 경우 기업비밀을 이유로 산학관(産學官)의 ‘지의 융합’을 꺼린다.중소기업도 나름대로 고민이 있다.이바라키 산업회의의 기무라 후쿠이치 사무국장은 “대학의 첨단연구가 필요하지만 중소기업에게는 대학의 문턱이 너무 높다.”고 말한다.이같은 난관에도 불구하고 쓰쿠바와 이바라키의 실험에 거는 기대는 많다. 기쿠모토 교수는 “쓰쿠바와 이바라키의 시도는 침체에 빠진 일본 지방경제와 일본 회생의 길잡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marry01@kdaily.com ◆쓰쿠바.도카이 지적특구 |미토 황성기특파원|‘쓰쿠바·도카이 지적 특구구상’은 ‘지(知)의 융합’과 신 산업의 효과적인 창출을 노린 이바라키현의 야심사업이다.쓰쿠바와 도카이 두 지역이 보유한 일본 제1의 연구 인력을활용해 이바라키를 게놈연구,바이오,신약,IT 등 고부가가치 연구와 벤처기업의 거점으로 키워간다는 것이 현의 구상이다.지원의 핵심은 규제완화다. 쓰쿠바에는 국가연구기관 11개(전체의 40.7%)에 직원이 5216명(49.5%)으로 쓰쿠바대를 비롯한 각 대학의 연구인력까지 합치면 그야말로 도시 자체가 연구단지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원자력발전소가 있는 도카이(東海)지역에는 2800명의 원자력 관련 연구자가 모여 있다. 특구구상에 따르면 이미 설립된 쓰쿠바 과학아카데미를 중심으로 지적 자원을 종횡으로 관리한다.산학관의 성과를 위해 규제도 대폭 완화한다.먼저 연구자들이 쉽게 창업하고 기술이전을 할 수 있도록 (공무원의) 겸업규제를 풀고 국가의 연구 시설이나 장비를 민간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또 기업이 연구소에 맡긴 연구성과를 쉽게 취득할 수 있도록 하고 목적에 맞는 연구활동을 늘리기 위해 연구자의 시한부 고용 확대를 늘리는 한편 연구자 고용 유동화를 통해 연구의 경쟁환경도 조성한다. 외국인에게 문턱이 높은 일본이지만 이바라키현은 그 문턱을 대폭 낮춘다.쓰쿠바시에 등록된 외국인 6500명 가운데 3500여명이 연구자일 정도로 외국인의 비중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외국인 연구자를 적극 받아들이기 위해 연구자 본인과 가족의 체류자격을 현행 3년에서 5년으로 대폭 연장하고 그들을 연구직은 물론 국·공립대학의 관리직에 임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지난 연말 국회에서 특구법안이 통과돼 구체적인 규제완화를 중앙정부와 상의해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쓰쿠바에는 ‘쓰쿠바 바이오·게놈 추진회의’도 설립한다.쓰쿠바대·식품종합연구소·농업환경기술연구소 등 관련 단체가 촘촘히 밀집한 입지조건을 100% 살린다.이바라키현의 이같은 특구 구상에는 2005년 완성될 도쿄∼쓰쿠바간 철도인 ‘쓰쿠바 익스프레스’가 원동력으로 작용한다.상공정책과의 시바 마사키 신 산업담당관은 “중앙정부에 의뢰한 44건의 규제완화 가운데 30건이 ‘가능’하다는 회답이 와서 오는 4월 특구 신청서를 제출하고 여름쯤에는 특구를 가동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토 산업기술종합연구소부문장 인터뷰 |쓰쿠바 황성기특파원|“옛날의 산학 제휴는 연구자끼리의 친목 수준 정도였으나 지금은 연구자가 제품을 만드는 기업 사람과 만나 얘기하고 연구의 방향성을 정해가는 바람직한 쪽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경제산업성 산하 산업기술종합연구소(산종연)의 고토 다카시 산학관 제휴부문장은 최근 일본에서 일고 있는 ‘지(知)의 융합’을 이렇게 설명한다.2001년 4월 16개 국립연구소의 통폐합으로 탄생한 산종연은 쓰쿠바 산학관(産學官) 연대의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는 일본 최대 규모의 연구소다. ●‘산학관 제휴부문’이라는 조직의 특징은. 우리 연구소의 연구성과를 기업이나 다른 연구소에 보내고 기업이나 다른 연구소의 위탁을 받는 창구역할이다.연구자 출신인 산학관 코디네이터 26명이 일종의 영업을 하고 있다.이들은 기업이 원하는 연구를 발굴하고 그 연구에 맞는 연구자를 찾아 기업과의 공동연구나 위탁연구를 알선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과거에는 없던 ‘지적 재산부’라는 별도의 부서도 특징이다.연구시작 단계에서 논문을체크하고 특허 취득 단계의 사무절차를 대행해 준다.연구자의 연구외 업무부담을 크게 덜어 준 셈이다. 연구소 바깥에는 재단법인 ‘산종연 이노베이션스’를 두고 취득한 특허를 파는 영업활동도 펴고 있다.코디네이터가 사전에 연구 아이템을 발굴해 오는 영업부대라면 이노베이션스는 사후 연구결과를 기업에 파는 영업부대라는 점이 틀리다. ●연구자들의 의욕을 자극하기 위한 장치는. 지적재산권이 얼마나 소중한지 일깨우는 의식 개혁과 함께 그것을 장려하는 인센티브를 크게 강화했다.과거에는 논문 중심의 평가였다면 지금은 지적재산(특허)과 논문을 동등하게 평가한다.연구자에게 돌아가는 성과급을 한해 600만엔으로 제한했으나 지금은 무한대다.또한 어떤 연구그룹이 발명을 하면 과거에는 발명자에게만 혜택이 주어졌으나 지금은 같은 그룹의 주변 연구자에게도 일정한 혜택을 주고 있다. ●민간기업의 반응은 어떤가. 적극적인 산학관 제휴 추진으로 민간 기업으로부터의 위탁연구 건수가 비약적으로 늘었다.2000년 5건에 불과하던 위탁연구가 2001년 78건,2002년에는 250건(추정)이 됐다.80% 정도가 대기업일 정도로 반응이 좋다. ●대학과는 어떤 제휴를 맺고 있나. 44개 대학과 제휴를 맺고 있다.연구자가 해당 대학원에 가서 교수로 활동한다.학생들은 산종연의 첨단설비를 이용하고 박사학위도 취득할 수 있다.연구자는 젊은 학생들로부터 진취적인 학습열기를 접하고 새로운 연구에의 자극을 받는다. ●이바라키현과의 제휴는 어떻게 진행되나. 쓰쿠바대,물질·재료연구기구와 3자협정을 맺고 교류하고 있다.기업으로는 쓰쿠바·히타치 지구의 중소기업에 연구자를 보내 기술 상담을 하고 있다.현청이 주최하고 있는 쓰쿠바 연락회의 포럼에는 우리 연구소 연구자가 상당수 참여하면서 산학관 제휴의 폭을 넓히고 있다. ◆고토 다카시는 50세.1975년 도쿄대 공학부 졸업,같은 해 통산산업성에 입성.공업기술원 연구개발관,정보처리진흥사업협회기술센터 소장 역임.과학기술청 조정과장을 거쳐 2001년부터 현직.
  • ‘‘北송금 파문 해법’ 전문가진단

    거액의 대북 현금 지원을 둘러싸고 지원 방식과 합의 과정 등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서독의 대 동독 통일정책과 비교 논의도 활발하다. 전문가들은 이번 파문을 향후 대북 정책의 투명성과 국민적 합의를 만들어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이참에 북한에 대해 ‘기존방식으론 통하지 않는다.’는 확실한 메시지를 주라는 주장도 많다.인권 등 남한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보편적 가치를 북한 사회에 이전하고,안보를 담보하기 위한 조건부 지원이 아니라면,이른바 ‘평화 비용’은 구두선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김학성(金學成·통일연구원 북한기초연구사업본부장) 이번 대북 송금 행태는 새로운 형태의 정경유착으로도 볼 수 있다.그러나 어떻게 해결하느냐는 향후 대북 협상과 관련,매우 중요하다.북한에 대해 과거에는 대통령의 힘이 막강해서 마음대로 할 수 있었지만,이제는 ‘돈주고는 안 된다.’는 우리 내부 논리를 이해시키는 것이다.지난날 대기업들이 북한에 가기 위해선 입북료를 내야 했다.최근엔 북한도 입북료를 달라고 하지 않는데,이를 확실히 하는 메시지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이와 함께 한·미간 신뢰회복을 위해서도 문제 해결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이런 문제 때문에 한·미간 불신의 관계가 생긴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남북관계 해소를 위해선 한국과 미국간에도 신뢰가 형성되고 이해가 돼야 한다.서로 다른 이익을 가지고 신뢰를 깰 수 있는 원인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서독과 동독의 경우를 단순비교하는 것은 무리다.하지만 분단국가의 경우,국내정치,남북관계,국제적 상황 등 세가지 축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현 정부는 세가지 축 가운데 하나만 갔다.그러다 보니,편법을 동원해서라도 인위적으로 짧은 시간에 가시적 성과를 얻기 위해 급급했다.따라서 대북 포용정책의 성과를 위해선 시민교육·정치교육을 통한 국민적 시각교정이 있어야 한다. ●김광동(金光東·나라정책원장·정치학 박사) 통일정책은 인류 보편사적인 가치 지향적인 방향에서 추진돼야 한다.즉 북한 주민들에게 우리 남한의 자유,민주주의 가치가전해져 그들의 인권이 확보되는 방향으로 돼야 한다는 것이다.대북 지원이 현 정권의 이익과 남북관계의 표피적인 성과만을 얻기 위해서 이뤄져선 안 되고,북한 독재 체제를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돼서도 안 된다. 문제는 안보다.지난 98년 11월 금강산 사업이 시작돼 북한에 현금이 들어간 직후 북한이 카자흐스탄에서 미그기 수대를 구입했다는 보도가 있었고 그 나라 국방장관이 해임됐다. 때문에 ‘평화 비용’이란 현 정부의 변명은 빛을 잃는다.책임있는 정부의 최대 과제는 국민의 안보를 확보하는 것으로 조건이 붙는 협상이어야 한다. 김수정 홍원상 기자 crystal@
  • 쿠릴스키 佛파스퇴르 연구소장 “한국분소 설립… 말라리아 연구 주력”

    “일단 말라리아 연구에 전력하고,향후 결핵,위암,간암 등으로 연구영역을 확대해나갈 계획입니다.” 한국분소 설립을 위해 방한한 필립 쿠릴스키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장은 12일 “현재 말라리아 연구를 위한 프로젝트를 연구소의 미래 중심과제로 추진중”이라면서 “파스퇴르가 갖고 있는 기초연구 성과를 토대로 말라리아 퇴치 연구를 한다면 한국과 파스퇴르 양측 모두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또 한국분소와의 말라리아 공동연구를 통해 발생하는 모든 이익은 한국에 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그는 11일 채영복 과학기술부장관,박호군 KIST원장과 파스퇴르연구소 한국분소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이에 따라 이르면 2∼3월쯤 ‘파스퇴르연구소-한국(IP-Korea)’이 설립된다. 박홍환기자 stinger@
  • 복지 40~80/ ‘노인의 날’ 모란장 수상 박상철 서울의대교수

    “노인은 특별한 사람이 아닙니다.언제부터인가 노인을 특별한 사람 취급하는 잘못된 풍조가 노인문제 해결에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너무 과장·과잉된 우리의 전통적 효사상과 경로의식도 오히려 노인들의 당당한 삶을 방해하곤 합니다.” 트랜스글루타미네이즈라는 인체내 단백질생성효소를 발견한 공로로 지난 89년 ‘올해의 과학자’로 선정된 노화학계의 세계적 권위자인 박상철(朴相哲·55) 서울대 의대 교수가 주장하는 한국 노인문제해결의 급소이다. 그의 문제의식과 해결법은 미국이나 일본,유럽식 노인복지문제를 연구한 복지학자들과는 사뭇 다르다.수치와 통계를 들이대며 고령화사회로의 진입에 따른 사회적 문제를 지적하면서 복지시설의 확충을 위한 예산 부족 타령에 열을 올리지 않는다. 실험실출신의 생화학자답게 직접 현장에서 노인들을 만나 부대끼며 몸으로 직접 겪고 느낀 것만을 인정하고 노인들의 애로사항을 풀 답을 제시하는 현장주의자이다. 그의 노인론은 독특하고 신선하다.때문에 ‘생명보다 아름다운 것은 없다’‘건강보다 참된것은 없다’ 등 2권의 생명에세이집과 각종 강연을 통해 노인문제의 새로운 접근법을 내놓은 그에게 동료 교수들은 ‘의학과 사회학의 만남’(서울대 외교학과 하용출교수),‘과학적 지식과 인문학적 상상력의 조화’(서울대 국문과 권영민 교수)라는 헌사를 바쳤다. 한국노화학회 회장을 거쳐 국제노화학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15개 학회에서 의학자로,과학자로 맹활약중이다.현재는 한국노화학회와 한국노년학회,대한노인병학회를 통합한 한국노인과학학술단체협의회 회장을 맡아 노인춤 개발,전국장수지역표본조사,멋진 노인선발대회 등을 통해 노인의 삶의 질 향상에 매달렸다. 그런 그에게 정부는 지난 2일 올 ‘노인의 날’기념식에서 170명의 유공자중 최고 포상인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여했다. 인터뷰를 하러간 기자에게 느닷없이 “몇 살까지 살 것 같은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70∼80살 정도면…”라고 답하자 “왜 70∼80살이냐,살다보면 저절로 100세 장수가 가능하다.”고 질책하는 ‘돌연변이성’ 노인문제 전문가를 서울 동숭동 서울의대 함춘동산 뒤 기초연구동 4층 연구실에서 만났다. ◇실험실에서 인체노화로 인한 기능쇠퇴의 원인을 규명하고 체내 노화와 암화와의 상관관계를 연구하던 생화학자가 노인문제의 사회적 해결을 외치는 노인복지문제전문가로 ‘외도’를 하게된 계기는. 건강하게,멋지게,당당하게 사는 노인사회를 실현하기 위해서다.노인문제에 뛰어들길 정말 잘했다.고정관념이 없기 때문에 노인들에게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노인들의 삶에 나 스스로 감동했고 미국이나 일본식 이론에 익숙해져 있던 다른 학자들도 나의 색다른 접근법에 감동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 ◇노인문제는 사회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요.구체적 방안을 말씀해 주시죠. 노인문제는 의학적,생물학적으론 해결이 안됩니다.사회구성원이 모두 나서서 함께 풀어야 한다.젊은이가 노인이 되는 노화과정에는 환경적 요인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미국의 경우 75년 어떻게 하면 노인들을 사회에 참여시킬 수 있을 지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이에 따라 국가기관 부터 정년퇴직을 없앴다.보직은 맡지 않으면서 정년전까지 하던 일을 계속할 수있도록 한 것이다.노인들의 사회참여를 확대하는 방안을 통해 고령화사회의 벽을 허문 것이다.이에 반해 일본은 어떻게 하면 노인들에게 좀 더 나은 복지시설을 제공해 줄 수 있을까를 위주로 복지정책이 세워졌다.그 결과 스즈키라는 일본인 학자는 ‘보석에서 화석으로’라는 보고서를 내놓고 실패로 규정했다.최고의 시설에서 요양할 수 있도록 한 결과 생명을 연장시키는데는 성공했지만 ‘보석같은 생명이 화석화’해 버렸다는 얘기다. ◇일본의 사례는 우리나라의 노인정책에도 시사하는 점이 많은 것같습니다.한국복지정책의 현주소를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해 주시죠. 우리나라의 복지정책은 일본식으로 가고 있다.요양시설을 확대하고 경로연금지급 대상자를 늘리는 식이다.이 정도론 고령화사회의 벽을 넘기엔 역부족이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문제되는 것은 효(孝)사상과 경로사상이다.옛말에 ‘대효(大孝)집안에 장수(長壽)없다’는 말이 있듯이 부모나 어른을 모신다는 핑계로 노인을 안방에다 몰아넣고 화석화시킨다.또 잘 모신다며 복지시설에 수용하는 것이 무슨 대접이냐.노인이 주체적으로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하며 정책은 이를 보조해야 하는 것이다.얼마전 ‘집으로’라는 한국영화에 300만 관객이 몰렸다고 한다.이 영화는 어머니라는 중간세대가 빠진 상태에서 일어나는 할머니와 손자의 일상사다.이 영화의 키워드는 할머니라는 노인이 손자에게 줄 것이 아주 많다는 점이다.우리 문화의 특성중 하나인 ‘주는 문화’의 성공담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한국의 노인들이 주체적으로 살수 있도록 하기 위한 최소한도의 제도적 뒷받침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정부는 노인복지정책의 큰 방향을 제시하고 나머지는 시민단체가 주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사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NGO운동의 소재가 노인문제여야한다.지방자치단체별로 지역 시민단체가 각종 동호회모임을 활성화하면 된다.노인들은 생각보다 경쟁의식이 강하기 때문에 각종 경연대회를 통해 경쟁을 유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면 된다. 대도시의 아파트나 수용시설에 ‘갇힌’ 노인보다 혼자 혹은 부부끼리의 ‘열린’공간을 가진 독거노인들의 수명이나 건강이 훨씬 양호하다는 얘기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나고 자란 지역사회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살면 비록 독거노인이라고 하더라도 행복지수는 더 높다.늙었다는 이유만으로 국가가 생활을 보장해야 하고 돈을 제공하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 경제력을 박탈,의존적으로 만든 뒤 자식이 모시는 노인 보다 경제력을 가지고 친구들과 어울리며 사는 노인이 더 건강하다. ◇모든 것은 건강이 관건이겠죠.얼마전 우리나라 65세이상 노인의 8.3%인 29만명이 치매노인으로 추산된다는 통계가 나왔습니다.치매의 예방이 가능합니까. 몸을 자꾸 움직여야 한다.늙으면 신경세포는 죽지만 다른 신경세포 끼리 서로 얽히는 수상돌기는 더 많아진다는 실험결과가 있다.기억력은 떨어지지만 종합적인 사고능력이 생기는 셈이다.머리를 쓰고 몸에 자극을 많이 받으면 뇌의 일정 부분이 고장나도 커버가 된다.특히 새로운 것을 배워야 뇌를 자극한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노주석기자 joo@
  • 2003년 예산안/ “빚없이 살림”…빠듯한 균형재정

    ■의미와 문제점 정부가 24일 확정한 내년 예산안의 가장 큰 특징은 ‘균형재정 달성’이라고 할 수 있다.이 때문에 예산규모 증가율이 크게 줄었다. 이 결과 항목이 정해져 있어 돌려쓸 수 없는 ‘경직성 경비’의 비중은 늘어났다.여기에 지난번 추경을 통해 내년에 쓸 돈을 미리 쓰는 바람에 예산이 빠듯해 올해와 같은 대형 재해가 닥칠 경우의 추경편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또 사회간접자본(SOC)투자와 연구·개발(R&D)예산,국방비 예산 등의 증가폭이 둔화돼 일부에서는 ‘긴축예산’에 따른 잠재성장률 저하가 우려된다는 지적도 있다. ◇6년만의 적자재정 탈피-걷히는 세금이 부족해 98년부터 발행해 온 적자보전용 국채를 내년부터 중단키로 한 것은 국가경제의 여력을 비축한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조치로 평가된다.정부는 외환위기 직후인 98년 9조 7000억원을 시작으로 99년 10조 4000억원,2000년 3조 6000억원,지난해 2조 4000억원,올해 1조 9000억원의 국채를 발행해 세입 부족분을 충당해 왔다. 연기금 등 재정의 각 부문을 총괄한 통합재정수지도 98년 국내총생산(GDP)대비 4.2% 적자에서 올해 1.0%의 흑자로 돌아선데 이어 내년에는 흑자규모가 3% 수준으로 높아진다.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기금을 제외하면 올해 소폭적자에서 내년 0.3%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보여 재정건전성 확보에 청신호가 되고 있다. ◇긴축이냐,중립이냐.-정부는 내년도 예산을 균형에 무게를 둔 ‘중립’으로 표현했지만 일반회계 예산증가율이 1.9%에 그쳐 긴축예산이라는 지적도 있다. 일반회계 증가율은 98년 13.3%에서 99년 10.7%,2000년 6.0%,지난해 11.8%,올해 10.5% 등 매년 10% 안팎으로 늘었다.태풍 ‘루사’에 따른 추경예산 편성이라는 대형변수가 악재가 됐다. 정부는 당초 내년 예산규모를 120조 이내 규모로 편성하기로 했다가 113조∼114조원 규모로 줄이고,또다시 111조 7000억원으로 줄였다.예산규모가 줄면서 SOC시설과 R&D 투자,국방비 등도 덩달아 줄었다.정부는 그러나 추경을 제외한 본예산 대비로는 5.5% 증가율이 유지되고 최근 확정된 재해대책 관련예산 9조원이 올 4·4분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풀리게 된다는 점에서 긴축이 아닌 ‘중립예산’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경직(硬直)성 경비가 59%-내년 재정 여건은 한마디로 어렵다.올해 기업들의 실적호조로 내년 세수증대 요인은 있으나 공기업 매각수입이 올해 5조 4000억원에서 1조 6000억원으로 줄고 국채발행이 중단되는 등 세외수입이 올해에 비해 크게 감소한다.미국의 이라크 공격가능성에 따른 대외 경제변수의 불확실성도 내년 성장률과 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처럼 재정여건은 어렵지만 지방교부금 등 법적으로 지출이 의무화되어 있는 경직성 경비의 지출은 조정할 수 없다. 경직성 경비 비중이 높을수록 예산편성에 걸림돌이 되고 재정의 경기대응 능력 또한 타격을 입는다.내년 일반회계 기준 경직성 경비는 지방교원 임금을 포함한 지방교부금이 25조원,군인 인건비를 포함한 방위비가 17조 9000억원,공무원 인건비 13조 1000억원 등 총 65조 8000억원으로 전체 일반회계의 59%를 차지한다.나머지 41%를 갖고 예산을 짜야 하는 셈이다. 함혜리기자 lotus@ ■어떻게 쓰이나 ◇사회복지- 복지사각지대 해소와 생산적 복지의 내실화를 추구한다.소득은 미미하지만 재산기준을 초과,기초생활보장 대상에서 제외된 차상위계층 5만명을 추가로 생활보호 대상자에 포함시키고,의료보호 대상에도 차상위계층 5000명을 추가한다.생계급여 대상자의 자립의지를 고취시키기 위해 저소득 학생과 장애인의 근로소득 공제비율이 10∼15%에서 30%로 확대된다.치매·중풍노인 요양시설,장애인 생활시설 등 중산·서민층을 위한 복지시설도 늘어난다.여성의 사회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보육시설이 18곳에서 60곳으로 대폭 늘어나고 취학전 장애아에 대한 무상교육이 실시된다.모든 복지시설에 2교대 근무가 실시된다. 무료암검진 대상에 간암이 추가돼 대상인원이 99만명에서 124만명으로 늘고 희귀 난치성질환의 치료비 지원범위가 6개에서 8개로 확대된다. ◇국민의 안전·건강 보장-재해 피해규모가 해마다 증가하는 점을 감안,사후복구가 아닌 사전예방 투자를 확대한다.대규모 홍수피해가 발생한 낙동강 수계 치수사업 지원규모가 991억원에서 1500억원으로 확대되고 소양강과 화북댐 등 댐 투자에 3082억원,재해위험지구 정비 등 사전예방 투자에 4050억원이 투입된다.홍수 예·경보 시설과 기상관측 시설도 확충된다.교통범칙금과 과태료 수입 8425억원 전액을 교통안전사업에 투자해 사고가 잦은 곳과 위험도로를 개선하고 중앙분리대를 설치하는데 사용한다. ◇교육-대학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국립대 시간강사료가 3만원에서 3만 5000원으로 오르고 교수 1000명이 증원된다.의·치의학 분야에 전문대학원제도가 도입되고 2개 대학에 외국인 학생기숙사가 국고로 건립된다.초·중등학교 253곳이 신설되고 교원 1만 3000명이 늘어 학급당 최대 학생수가 35명으로 줄어든다.중학교 무상교육이 도시지역 2학년까지 확대되고 비정규학교의 중학교과정 학비지원도 2학년까지 늘어난다.초·중등학생의 외국어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시·도 교육청에서 총 150명의 원어민 보조교사를 초빙할 수있다. ◇과학기술투자-연구개발(R&D)분야 투자규모가 올해 5조원에서 내년 5조 3000억원으로 늘어난다.선택과 집중 원칙에 따라 예산이 생명공학기술(BT),나노기술(NT)등 성장 기반기술 분야에 집중 지원되고 기초연구분야에 대한 투자비중도 19.0%에서 19.6%로 높아진다.국내 이공계 대학생과 대학원생 2만 5000명에 대해 장학금과 연구비,해외연구개발비가 지원되고 정부 출연연구기관의 기본사업비가 3288억원에서 4318억원으로 대폭 확대된다. ◇문화·관광-문화예산 비중을 전체예산의 1%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대중문화 향유기반 조성에 역점을 둔다.옛 명동 국립극장이 복원되고 국립 지방국악원 건립이 추진되며 국악·발레·오페라 등 국립공연예술단 단원도 587명에서 657명으로 늘어난다.게임·영화·애니메이션 등 문화산업의 콘텐츠 창작기반 마련과 마케팅 활성화를 위해 607억원이 지원되고 서울 상암동의 문화콘텐츠 종합 콤플렉스와 종합스튜디오 건립에도 38억원이 지원된다.문화산업진흥기금과 영화진흥금고에 500억원이 출연된다. ◇수출 및 중소·벤처기업 지원-월드컵 대회의 성공적 개최가 경제적 성과로 연결되도록 수출확대와 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한 지원이 강화된다.대불·마산·군산 자유무역지역 조성에 1040억원이 투입되고 수출마케팅 지원과 외국인 투자유치 지원에 각각 2090억원과 1680억원이 투입된다. ◇농어업 경쟁력 강화- 쌀개방 확대와 쌀값 하락에 대비한 소득보전직불제도입에 1100억원이 투입되고 정부 재고미의 저가 매각에 대비해 양곡특별회계 지원이 5297억원에서 1조 78억원으로 확대된다. 경지정리 등 증산을 촉진하는 생산기반투자는 1조 6000억원에서 1조 5000억원으로 축소된다.사과·배 등 과수농가의 경영안정을 위해 농작물재해보험대상지역이 주산지에서 전국으로 확대된다. ◇통일·외교-북한 이탈주민이 신속하게 정착할 수 있도록 생활안정자금 지원대상이 300명에서 600명으로 늘어나며 교육훈련시설도 증축된다.남북협력기금 출연금은 3000억원으로 줄지만 기존 재원을 활용해 제2차 경제협력추진위원회에서 합의한 남북 철도와 도로 연결 등 교류협력사업을 차질없이 지원하게 된다.아프간 재건지원사업을 확대하는 등 무상원조사업이 699억원에서 923억원으로 늘어나고 유엔 등 국제기구에대한 분담금도 160억원 가량 확대된다. ◇국방-16조 4000억원에서 17조 4000억원으로 1조원이 늘어난다.막사와 목욕탕 등 장병 복지시설 예산이 대폭 늘고 교육용 탄약과 유류 등 훈련경비 지원도 확대된다.전력투자 사업은 F-15K 전투기와 차기구축함,K-9 자주포 등 차세대 전략무기 중심으로 미래 필수전력 확충에 중점을 두게 된다. ◇환경-농어촌과 외딴섬 등 낙후지역의 상수도개발 지원규모가 838억원에서 1064억원으로 늘고 대기환경 개선을 위해 천연가스버스 보급도 646대에서 2000대로 늘어난다.수도권지역 청소차 80대를 천연가스자동차로 교체하기 위해 24억원이 투입된다. 함혜리기자
  • 정부출연硏 장애인 고용 외면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들이 장애인을 채용하는 대신 부담금을 내는 등 장애인 고용 의무를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대덕연구단지 출연연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장태완(張泰玩) 의원은 기초·공공·산업기술연구회 등 과학기술계 3개 연구회 산하 출연연 대부분이 ‘장애인 의무고용률’(2%)을 지키지 않고 1인당월 평균 39만 2000원의 부담금을 납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 의원이 밝힌 ‘장애인의무고용 이행실태’에 따르면 한국과학기술연구원과 생명공학연구원 등 기초연구회 산하 2개 연구원의 경우 지난해말 현재 장애인 의무고용률이 절반에 그쳐 각각 3444만원과 1769만원의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납부했다. 또 산업기술연구회 산하 생산성기술연구회와 전자통신·기계·화학·전기연구원 등 5개 연구원들도 절반 정도만 고용하고 나머지는 1억 6047만원의 부담금으로 냈다. 항공우주·해양·에너지·지질자원·건설·표준과학연구원 등 공공기술연구회 산하 6개 연구원들도 의무고용수의 3분의1정도만 채용,지난해 1억 2952만원의 고용부담금을 납부했다. 장 의원은 “정부출연 연구기관조차 장애인 의무고용을 지키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이윤추구가 목적인 기업체들에 의무 이행을 독려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
  • 대한매일 후원 ‘지식정보화’ 심포지엄/ “미래사회 국가경쟁력 지식이 좌우”

    21세기 미래 정부의 기능과 구조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한국행정학회가 주최하고,대한매일과 K-TV가 후원한 ‘지식정보화와 미래정부 모형’심포지엄이 10일 오후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렸다. 한국행정학회 김영평(金榮枰) 회장의 개회사와 대한매일 김행수(金幸洙) 부사장의 축사로 시작된 이날 심포지엄에는 학계와 재계 인사,공무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정부 전자정부특별위원회 안문석(安文錫) 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심포지엄에서는 염재호(廉載鎬) 고려대 교수의 ‘지식정보화와 국가발전’,송희준(宋熙俊) 이화여대 교수의 ‘지식정보화와 미래형 정부 설계의 방향’,오철호(吳徹虎)숭실대 교수의 ‘지식정보산업과 정부의 역할’ 등이 발표됐다. 또 LG CNS 오해진(吳海鎭) 사장,대한매일 염주영(廉周英) 논설위원,한국경제 이계민(李啓民) 논설실장,노화준(盧化俊) 서울대 교수,강근복(康根福) 충남대 교수 등이 토론자로 나서 열띤 토론을 벌였다.주제발표 및 토론내용을 간추린다. ◆안문석 위원장- ‘정보화사회’라는 단어 앞에 ‘지식’을붙인 것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세계화추세 속에서 각국은 ‘두뇌국가’와 ‘몸통국가’로 나뉜다.그 중 새로운 부가가치는 두뇌국가가 소유하게 된다.여기에 우리나라가 두뇌국가가 돼야 하는 당위성이 있다.지식정보화사회로 나가기 위해서는 정부의 체계적인 노력과 거국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염재호 교수- 인류는 21세기로 진입하면서 정보통신혁명이라는 ‘제2의 산업혁명’을 경험하고 있다.정보의 급속한 확산과 생산활동에의 활용은 정보통신뿐 아니라 생산관리·금융·유통 등의 분야에서 혁명적인 변화를 초래해 소위 ‘지식기반경제’라는 신경제의 출현을 가능하게 했다. 세계적인 기업들은 지식생산에 주력하고 있고,정부도 지식생산이나 기술개발정책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미래사회의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것은 정보보다는 지식이기 때문이다. 우리도 정보화를 거쳐 지식사회로 이행하려면 국가의 지식정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정부와 기업·사회에서 지식생산이 가능한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하는가가 중요한 문제다. ◆송희준 교수- 새로운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새 정부의 기능설정에 대한 논의와 함께 급변하는 국내외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정부의 재구축 방안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이에 따른 새 정부 설계방향은 민주주의 질의 제고,지식정보기반의 고도화,세계화추세의 확산,사회변화에의 적극적인 대응 등을 꼽을 수 있다. 또한 시장과 시민사회와의 수평적 상호의존 관계를 통해 국정운영의 틀을 구축하고,이해당사자·전문가·공익대표의 의견을 수렴하는 ‘네트워크 가버넌스’를 구축해 참여형태를 더욱 활성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시장에 대한 정부개입도 최소화해야 한다. 또 기초연구개발 지원,지식정보 인프라와 공동활용체제 구축,프라이버시·지적재산권 보호,사이버 법률체계의 정비가 요구된다.정부조직의 감축보다는 기능 재조정과 인력 재배치로 새로운 행정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오철호 교수- 우리나라 정보통신산업 역시 과거 대량생산 방식에 의존한 성장전략을 추구해 왔으나 인터넷 패러다임이 주도하는 경쟁구도로 전개되고 있어 기술·산업과 연계된 ‘신산업정책’이 요구된다. 정부는 변화하는 산업환경과 패러다임에 적합하도록 적극적인 정보기술(IT)사용자,차별적이며 전략적인 산업촉진자,유통성있는 최소한의 규제자 역할을 해야 한다.특정부분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보다는 국가정보화의 고도화라는 관점에서 정보화 수요창출에 투자하고,차별화할 수 있는 부문을 중점 육성해야 할 것이다. ◆오해진 사장- 기업이 신제품을 개발할 때 과거와 달리 부품업자 및 연구소와 개발단계부터 지식정보를 교류하면서 신제품 개발속도가 빨라지고 제품의 질이 향상되고 있다.정부조직도 칸막이를 허물고 비밀스런 정보를 교류해야 한다.정보의 효율적 사용을 위해 업무와 조직이 바뀌어야 한다. ◆이계민 실장- 정부의 정보공개,조직개편,기능축소 등에 있어 어느 선까지 할 것인가에 대한 개념정립이 필요하다.시대에 맞는 관료들의 사고방식과 책임행정이 요구된다. ◆염주영 위원- 정부는 대외비와 군사기밀,사생활보호 등의 이유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부가가치 창출의 기회를 잃고 있다.정보공개의 사회적 원칙을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대한매일에서는 올해 초 ‘실패학 시리즈’를 연재했는데 실패에서 많은 교훈을 얻었다.정부정책들 가운데 실패한 정책을 연구해 원인을 규명하고 실패과정의 정보를 축적해서 데이터베이스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노화진 교수- 정부의 기능과 조직을 과감하게 대폭 줄여야 한다.정부업무의 민간과 지방정부로 이양이 필요하며,감사원이 과정을 통제해서는 안된다. ◆강근복 교수- 지식사회로 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육이 강조돼야 한다.창의적인 학습은 받지 못한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는데 지식사회가 가능할 것인지 의문이 든다.또한 학습하는 정부를 지향해야 한다.매년 반복되는 수해와 부동산투기,입시지옥은 과거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리 조현석기자 hyun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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