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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영상]전문가·복지 공무원 “기초생활보장 급여 기준 5~10% 높이고, 부양의무자 폐지해야”[비수급 빈곤리포트-4회]

    [단독·영상]전문가·복지 공무원 “기초생활보장 급여 기준 5~10% 높이고, 부양의무자 폐지해야”[비수급 빈곤리포트-4회]

    서울신문은 가난을 증명할 수 없는 빈곤층 문제를 조명한 ‘2023 비수급 빈곤 리포트’ 1~3회에서 복지 안전망 밖으로 밀려난 사람들의 사연을 전하고 구조적인 원인을 짚었다. 4, 5회에서는 복지 전문가와 현장 공무원들이 제안한 정책과 벼랑 끝에서 희망을 찾은 이웃들의 사례를 통해 대안을 모색한다. 사회복지 공무원과 복지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가 ‘비수급 빈곤층’을 품기 위해선 무엇보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소득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특히 기본 의식주 비용인 생계급여 선정 기준을 현재 중위소득 30%에서 최소 5~10% 포인트 높여 더 많은 위기가구를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따로 떨어져 살아도 가족 구성원 중 소득이 있으면 지원에서 배제되는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였다. 16일 서울신문이 사회복지 공무원과 복지 전문가 14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를 선정하는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고 답한 공무원과 전문가는 90명(62.9%)이었다. 특히 전문가 37명 중 34명(91.9%)은 ‘소득 기준 완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사회복지 공무원 106명 중 56명(52.8%)도 같은 의견이었다. 이번 설문조사는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정순둘 이화여대 교수, 이상은 숭실대 교수, 김미옥 전북대 교수,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장의 자문을 거쳐 진행됐다. 이론과 현실 사이의 절충점을 찾아 대안과 해법을 제시하고자 현장에서 일하는 사회복지 공무원 106명, 복지제도를 연구해 온 교수 등 전문가 37명의 의견을 들었다. 현재 기초생활보장제도 급여를 받으려면 국민 가구소득의 중간값인 ‘기준 중위소득’의 일정 비율 이하여야 한다. 생계급여는 중위소득의 30%, 의료급여는 40%, 주거급여는 47%, 교육급여는 50% 이하일 때 대상자가 된다. 이때 소득은 실제 사업소득과 근로소득에 부동산, 자동차 같은 재산을 환산한 금액을 더해 계산한다. 전문가와 공무원은 각 급여에 적용되는 ‘중위소득 대비 비율’을 높여서 더 많은 빈곤층을 끌어안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인상 수준에 대해선 모든 급여에서 “현재보다 5~10% 포인트 올려야 한다”는 의견(평균 31.4%)이 가장 많았다. 앞서 정부는 생계급여 선정 기준을 중위소득 30%에서 35%로, 주거급여는 47%에서 50%로 단계적으로 상향한다고 밝혔는데, 이보다 더 올려야 한다는 얘기다. 생계급여는 중위소득의 35~40%로 높이자는 의견(30.2%)이 가장 많았고, 45~50%로 올려야 한다는 의견(23.3%)도 꽤 있었다. 의료급여는 45~50%로 올리자는 의견(39.5%)이, 주거급여는 50~55%까지 상향 조정하자는 응답자(27.9%)가 가장 많았다. 수급자 선정 기준에 이어 급여 수준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특히 전문가 10명 중 8명(78.4%)은 현 생계급여액으로 생계를 꾸리는 게 불가능하다고 했다. 생계급여는 기준(1인 가구 62만 3368원)에서 가구의 소득인정액을 뺀 나머지를 받는데, 기준이 낮으면 급여도 낮을 수밖에 없다. 현장에선 현 생계급여 수준으로는 치솟는 물가를 감당할 수도, 생활고에서 벗어날 수도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초생활보장 급여 중 의료급여는 진찰·검사·약제 지급 등을 정부가 감당하는 방식이고, 교육급여는 고등학생 1인당 65만 4000원의 교육활동비가 연 1회 바우처 형식으로 제공된다. 임차료를 지원하는 주거급여는 서울(1급지) 기준으로 매월 33만원(1인 가구)의 상한선이 있다. 소득과 재산이 모두 0원인 기초생활보장 수급 1인 가구의 생계·주거급여는 한 달에 95만원선이다. 5월 기준 생계·주거·의료·교육급여 중 한 가지 이상 받는 수급자는 총 250만 9099명이다. 이 중 생계급여 수급자는 159만 960명(63.4%), 주거급여 수급자는 232만 510명(92.5%)이다. 상대적으로 선정 기준이 낮은 주거급여만 받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정창률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소득인정액에서 재산 인정 비율이 너무 높아 생계급여 수급에서 탈락하는 빈곤층이 많다”며 “급여 선정 기준뿐 아니라 재산의 소득 환산 비율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복지 사각지대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돼 온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거나 완화하자’는 응답도 절반(53.8%)을 웃돌았다. 구체적인 폐지·완화 방안에 대해선 응답자의 42.9%가 ‘의료·생계급여에서 모두 폐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현재 부양의무자 기준은 의료급여와 생계급여 일부에 적용된다. 부양의무자 기준은 가족이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기준으로, 전통적인 가족 문화가 사라지는 상황에서 시대착오적인 장벽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유영림 초당대 사회복지상담학과 교수는 “자립 청소년이나 노인의 경우 부양의무자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오히려 가족과 단절되는 부작용도 있다”며 “부양의무자 기준을 없애고 소득조사를 심층적으로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당사자가 직접 급여를 신청해야 받을 수 있는 신청주의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35.7%)도 높았다. 권태훈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복지사업본부 팀장은 “대상자에 대한 낙인 없이 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빈곤에 대한 무력감과 불안감을 치유하고 회복할 수 있는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14년 생활고로 인해 스스로 삶을 마감한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에도 비슷한 사건이 반복되는 원인에 대해서 10명 중 4명은 “신청주의에 따라 대상이 빠지기 때문”이라고 답해 제도 개선 요구에 힘을 실었다. 다음은 설문조사에 참여한 전문가 37명 명단(가나다순, 직책 생략). 강동욱(한경국립대), 권정호(인천대), 김연명(중앙대), 김윤민(창원대), 김윤영(전북대), 김지영(인천시사회서비스원), 김태완(한국보건사회연구원), 남기철(동덕여대), 남찬섭(동아대), 박은하(용인대), 배은경(호남대), 배정희(성균관대), 성정숙(물결 사회복지연구소), 송다영(인천대), 송인주(서울시복지재단), 송인한(연세대), 송치호(가톨릭대), 양정빈(남서울대), 유영림(초당대), 윤홍식(인하대), 은석(덕성여대), 이민아(중앙대), 이봉주(서울대), 이영수(인천대), 이원진(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충권(인하대), 전용호(인천대), 정무성(숭실대), 정순둘(이화여대), 정익중(아동권리보장원), 정재훈(서울여대), 정창률(단국대), 조흥식(서울대), 주은선(경기대), 최영(중앙대), 최지선(한국보건복지인재원), 홍선미(한신대). 서울신문의 ‘2023 비수급 빈곤리포트’ 기획 시리즈 기사는 아래 QR코드를 찍거나 링크를 복사해 인터넷 주소창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news/newsList.php?section=poor1
  • [단독·영상]‘쓰레기 집’서 살던 조씨는 어떻게 희망을 찾았나[비수급 빈곤리포트-4회]

    [단독·영상]‘쓰레기 집’서 살던 조씨는 어떻게 희망을 찾았나[비수급 빈곤리포트-4회]

    매서운 칼바람이 몰아치던 지난 2월 2일. 서울 노원구 ‘대문 살피미’ 단원인 통장 임정희씨는 집 앞에 쌓인 쓰레기 탓에 사람이 사는 곳인지, 버려진 집인지 알 수 없는 상계동 한 무허가 주택을 찾았다. 노원구 19개 행정복지센터의 통장 717명, 반장 1710명으로 이뤄진 대문 살피미는 복지 사각지대 발굴을 위해 지역 내 모든 가구의 집을 살핀다. 임 통장은 집 앞 수북한 쓰레기뿐 아니라 건강보험료 등 각종 체납 고지서를 ‘위험 신호’로 보고 현관문을 두드렸다. 한참이 지나서야 지팡이를 짚고도 중심을 잡지 못해 비틀거리는 한 남성이 걸어 나왔다. 벌어진 문틈 사이로 16.5㎡(5평) 남짓한 방을 가득 채운 쓰레기 더미가 보였다. 음식물 썩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쓰레기 더미에 고립돼 있었던 조원호(57·가명)씨는 “청소하지 않겠다”며 도움의 손길을 거부했다. 하지만 임 통장이 몇 시간을 붙들고 설득한 끝에 조씨는 방을 치우기로 했다. 이튿날 상계동 행정복지센터 이형호 복지팀장과 이경아 주무관, 임 통장을 포함해 모두 6명이 조씨 집을 다시 찾았다. 거실만 치웠는데도 50ℓ짜리 쓰레기봉투 10개가 동이 났다. 3시간 넘게 청소하는 동안 악취와 함께 정체불명의 벌레들도 쏟아져 나왔다. 이날 청소를 함께한 대문 살피미 단원은 원인 모를 바이러스에 감염돼 한 달간 항생제 치료를 받기도 했다. 보험설계사로 일하며 홀로 살던 조씨는 지난해 5월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수술 대신 약물치료를 받던 조씨는 평소에도 술에 취한 것처럼 말이 어눌해졌다. 또 걸음을 제대로 걸을 수 없고 손의 움직임도 부자연스러워졌다. 몸의 한쪽 근력이 저하되는 편마비와 뇌 기능 저하까지 생겨 씻지도, 쓰레기를 치우지도 못한 채 6개월을 보냈다. 노원구는 청소 당일 조씨를 설득해 그의 거처를 인근 고시원으로 옮겼다. 안정된 주거지를 찾기 전까지 이곳에 거주하는 조씨는 “너무 좋다. 그저 감사할 뿐”이라고 했다. 구는 생계비 62만원과 긴급주거비(고시원비)를 지원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신청을 위한 서류 준비도 일사천리로 진행했고, 장애 등록 신청도 바로 연계했다. 임 통장이 조씨를 발견한 지 석 달 만인 지난 5월 조씨는 생계·의료·주거급여 대상자가 됐다. 쓰레기 집에 고립돼 절망을 마주해야 했던 조씨가 희망을 갖게 된 건 공무원과 전문가가 한목소리로 강조한 ‘민관 협력’이 빛을 발했기 때문이다. 마을 구석구석을 알고 있는 통·반장, 신속하게 행정 처리에 나선 지방자치단체, 쓰레기 집에서 세상 밖으로 나오려 했던 조씨의 회복 의지가 더해지면서 낭떠러지로 떨어질 뻔한 한 인생을 붙잡은 것이다. 서울신문의 ‘2023 비수급 빈곤리포트’ 기획 시리즈 기사는 아래 QR코드를 찍거나 링크를 복사해 인터넷 주소창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news/newsList.php?section=poor1
  • 여성청소년 보건위생물품도 세심하게 챙기는 강서구

    여성청소년 보건위생물품도 세심하게 챙기는 강서구

    서울 강서구가 저소득층 여성 청소년을 위해 ‘보건위생물품 지원사업’을 실시, 올 연말까지 신청 접수를 받는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사업은 저소득층 여성 청소년의 건강한 생활을 보장하고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추진된다. 지원 대상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생계·의료·주거·교육 급여 수급자와 법정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족지원법’에 따른 지원 대상자 중 만 9~24세 여성 청소년이다. 지원 금액은 지난해 월 1만 2000원에서 올해 월 1만 3000원으로 증액, 연 최대 15만 6000원을 바우처 포인트로 제공한다. 신청은 청소년 본인 또는 부모가 오는 12월 15일까지 거주지 동 주민센터에 직접 방문하거나 복지로 홈페이지 또는 모바일 앱을 통해 온라인으로 할 수 있다. 동 주민센터 방문 신청의 경우 부모의 사정으로 지원 신청이 어렵거나 주 양육자가 부모가 아닌 경우에는 청소년의 양육을 실질적으로 담당하는 친족, 후견인, 법정대리인 등이 신청할 수 있다. 한번 지원을 신청하면 자격이 변동되지 않는 한 만 24세가 되는 해까지 계속 지원돼 기존 신청자는 재신청할 필요가 없다. 지원 대상자는 국민행복카드를 발급받아 CU편의점, GS25편의점 등 발급 카드사별 온·오프라인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다. 구매 가능한 품목은 일회용 생리대, 탐폰, 생리컵 등 시중에 판매되는 보건·위생물품이다. 구 관계자는 “저소득층 여성 청소년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보건위생물품을 지원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사업을 적극 홍보하고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사업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성동구, 매월 넷째주 수요일은 복지사각지대 집중 발굴의 날

    성동구, 매월 넷째주 수요일은 복지사각지대 집중 발굴의 날

    서울 성동구가 매월 넷째주 수요일을 ‘복지사각지대 집중발굴의 날’로 지정해 복지사각지대 발굴체계를 강화한다고 7일 밝혔다. ‘복지사각지대 집중 발굴의 날’에는 숨겨진 위기가구를 발굴하기 위해 17개 동이 모두 힘을 합해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하고 지원할 계획이다. 지난달 28일에 처음 집중 발굴의 날을 운영했다. 동별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17개 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 200여 명이 공동으로 캠페인을 진행했다. 또 음식점이나 카페 등 생활업종 종사자 대상으로 명예사회복지공무원 활동에 대한 참여할 것을 홍보했다. 이날 캠페인에 참여한 마장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 김성찬 위원장은 “우리들의 작은 노력을 통해 어려운 상황에 놓인 이웃들이 많은 도움을 받길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구는 신속한 위기가구 발굴을 위해 전담 인력 ‘촘촘발굴단’을 채용해 주거취약지역 중심으로 집중발굴과 홍보활동을 하고 있다. 또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의 빅 데이터와 1인가구 실태조사를 통해 위기 징후를 포착하고 위기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더불어 카카오톡 채널 ‘성동이웃살피미’를 운영하여 누구나 쉽게 위기가구를 신고하고, 신고에 따른 포상금을 지원하는 등 성동형 복지사각지대 발굴체계를 운영한다. 실제로 기초생활보장수급자까지 연계되어 포상금이 지급된 사례도 있다. 구는 발굴된 위기가구에는 긴급지원과 스마트 돌봄서비스, 돌봄SOS 등 맞춤형 서비스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주민들의 관심으로 주변을 돌아보면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는, 모두가 행복한 성동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주민들의 관심과 협조를 당부드리며 성동구도 더 촘촘한 복지안전망을 구축하고 맞춤형 지원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죽기 전날도 수급 탈락 아쉬워해”… 가난은 죽음까지 가뒀다 [비수급 빈곤 리포트-3회]

    “죽기 전날도 수급 탈락 아쉬워해”… 가난은 죽음까지 가뒀다 [비수급 빈곤 리포트-3회]

    누구도 찾지 않는 쓸쓸한 죽음고시원 전전하던 60대 극단선택기초수급 탈락·구직난에 생활고 가족도 영정사진도 없는 장례식복지망 밖 죽음 뒤에 홀로 남겨져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고시원을 전전하던 60대 최순오(가명)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가족과 연락이 끊긴 채 홀로 살았던 최씨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을 신청했지만 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했다. 고립된 삶을 살았던 터라 최씨를 기억하는 이는 생전 마지막으로 생활했던 고시원 원장뿐이었다. 원장은 “죽기 전날에도 수급에서 탈락했다고 아쉬워했다. 일자리 구하기도 쉽지 않았던 때라 많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을 받지 못해 어려운 상황에 있다 죽음을 맞는 이들 중에는 유독 고독사와 무연고 사망자가 많다. 삶을 이어갈 때도 복지망에 편입되지 못한 채 자신의 힘만으로 버텨냈던 이들은 생을 마감할 때도, 그리고 죽은 이후에도 홀로 남겨진다는 얘기다. 고립과 빈곤이 뒤엉켜 빚어낸 비극적인 죽음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주위에 아무도 없는 상태에서 홀로 생을 마감하는 ‘고독사’는 2017년 2412명에서 2021년 3378명으로 증가했다. 이와 별개로, 시신을 수습하고 장례를 치를 이가 아무도 없어 지방자치단체가 직권으로 사망신고를 해야 하는 ‘무연고 사망자’도 같은 기간 2008명에서 3603명으로 늘었다. 박승희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공동체 와해와 인간관계의 단절이 사회적 고립을 불러오고, 빈곤 문제와 맞물리면서 고독사와 무연고 사망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작년 서울에서만 1101명 공영 장례 지난달 2일 찾은 서울시립승화원 화장장 한쪽에 마련된 빈소에는 무연고 사망자인 김인철(가명)씨와 이상길(가명)씨의 위패가 각각 놓여 있었다. 장례 절차도 없이 바로 화장터로 인계되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시민단체와 서울시는 2018년부터 약 6.6㎡(2평) 남짓한 이곳에서 마지막 애도를 담아 고인을 떠나보내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의 공영 장례 서비스 ‘그리다’ 빈소에도 무연고 사망자 3000여명의 위패가 있다. 서울에서만 지난해 1101명이 공영 장례를 치렀다. 같이 일하던 동료나 지인들이 찾아와 고인의 마지막을 기억하는 경우가 간혹 있지만, 대부분 영정사진 하나 없이 위패만 놓여 있다. 매주 금요일마다 이곳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김소진씨는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죽음을 애도하는 장례식”이라고 말했다. 이날 진행된 장례에도 김씨와 이씨의 영정사진은 없었다. 시민단체 ‘나눔과나눔’ 관계자 2명, 자원봉사자 1명, 천주교 신부와 수녀, 장례업체 직원 2명 등 모두 7명이 두 사람의 마지막 가는 길을 애도했다. 두 사람의 유해는 무연고자 ‘추모의 집’으로 옮겨져 5년간 보관된다.●한 장 기록도 못 채우는 무연고 죽음 무연고 사망자들은 장례 이후 단 한 장의 기록으로 남는다. 지자체는 시신 처리 절차를 마친 후 보건복지부 e하늘장사정보 시스템에 고인의 정보 16개 항목을 기입한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사망 원인, 일시 및 장소 등 인적 사항, 사망 정보, 무연고 시신 처리과정 등이다. 그나마 고인의 생전 모습을 가늠해볼 수 있는 항목은 ‘시신의 발생 상황 및 특징’이지만 빈칸일 때가 많다. 이 업무를 담당하는 한 공무원은 “고인이 생전 어떻게 생활했는지를 남긴다면 좋겠지만, 대부분 구체적 내용을 알 수 없어 주로 빈칸으로 남는다”고 전했다. ‘1946년생, 김명식(가명), 병사, 화장 후 봉안.’●전입신고 못 해 아사 직전 발견도 지난해 코로나19로 생을 마감한 김명식(당시 76세)씨의 마지막 기록도 이렇게 남았다. 김씨는 2년 전인 2021년 5월 아사 직전에 발견됐다. 김씨를 찾아냈던 황미화 사회복지사는 “같은 건물에 사는 다른 사례자를 지원하러 갔더니 집주인이 ‘어르신 모습이 안 보이고, 문을 두드려도 기척이 없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집 앞에는 건강보험료 연체 고지서, 가스와 수도요금 미납 고지서와 함께 며칠 뒤면 가스와 물이 끓긴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황 복지사와 동주민센터 복지담당 공무원이 경찰과 소방을 불러 현관문을 열었고, 침대에 누워 있는 김씨를 발견했다. 문을 두드려도 대답할 힘도, 현관까지 걸어 나올 수도 없었던 상태였다. 사람 사는 곳이라고 보기가 어려울 정도로 집 안 상태는 심각했다. 전입신고를 하지 않아 복지망에 편입되지 못했던 김씨는 같은 해 8월에야 뒤늦게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제도권 지원을 받은 지 1년도 채 안 돼 세상을 떠났다. 김씨의 사망 이후 시신을 인도해 가는 친인척은 없었고, 김씨는 결국 무연고 사망자로 처리됐다. ●쓸쓸한 죽음 맞는 비수급 빈곤 많아 김씨는 사망 직전에라도 수급 대상이 됐지만 홀로 사는 비(非)수급 빈곤층 가운데 일부는 외롭게 생을 마감한다. 고시원 단칸방에서 혼자 쓸쓸히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가 많고, 이들의 죽음은 길게는 몇 달간 드러나지 않기도 한다는 게 복지 담당자들의 말이다. 나충열 천주교 서울대교구 신부는 “경제적으로 궁핍한 1인 가구는 살아 있는 동안에도 무관심과 경제적 고통 속에서 홀로 지내는 경우가 많은데다 사망할 때도, 장례를 치를 때도 혼자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서울신문의 ‘2023 비수급 빈곤리포트’ 기획 시리즈 기사는 아래 QR코드를 찍거나 링크를 복사해 인터넷 주소창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news/newsList.php?section=poor1
  • [단독]장판에 눌어붙은 삶의 무게… “구더기·빈병 속 외로움 느껴져” [비수급 빈곤 리포트-3회] 영상포함

    [단독]장판에 눌어붙은 삶의 무게… “구더기·빈병 속 외로움 느껴져” [비수급 빈곤 리포트-3회] 영상포함

    반지하·옥탑방 등 단출한 살림마지막까지 가족사진 품고 떠나 “일주일 내로 모든 것을 정리하고 혼자 떠날 것 같습니다. 장례 비용과 청소 비용은 섭섭지 않게 남기겠습니다. 뒷정리를 부탁 드리겠습니다.” 지난 1월 고독사 청소용역업체 결벽우렁각시의 구찬모 대표는 한 50대 남성에게 이러한 연락을 받았다. 당시 구 대표는 한참을 다독이며 설득했다고 한다. 그러나 몇 주 뒤 이 남성이 극단적 선택으로 고독사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경기 용인시 외곽의 16㎡(5평) 남짓한 원룸. 구 대표가 현관문을 열자 시신이 부패하며 나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시신이 누워 있던 자리 밑 장판엔 체액이 스며들어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그 주변으로 구더기 같은 벌레들이 기어다녔다고 한다. 눈에 띄도록 탁자 위에 가지런히 놓인 흰 봉투 안에는 간단한 메모와 함께 장례와 청소 비용으로 400만원이 들어 있었다. 이 남성은 일용직 노동자의 삶을 전전하던 비(非)수급 빈곤층으로 가족과 연락을 끊고 살았지만 부양의무자(가족)가 존재한다는 이유로 기초생활보장 수급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구 대표는 “현장을 보면서 참혹하다 못해 외로움이 느껴졌다”며 “유족들이 인수하기를 거부하면서 시신을 알아서 처분해 달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길해용 스위퍼스 대표 역시 “이 일을 하면서 부양의무자가 있다는 이유로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고 고독사한 분들을 많이 본다”며 “대부분 반지하 단칸방, 옥탑방 등에서 술에 의존하며 근근이 벌어 사는 분들이었다”고 전했다. 고독사한 이들 중 상당수는 죽기 직전까지도 가족을 그리워했지만 개인 사정으로 가족 간 불화를 겪으며 외로움 속에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부양의무자에게 부양할 수 없다는 사실을 생전에 입증했다면 수급 대상이 될 수도 있었지만, 가족에게 연락조차 하기 어려운 이들에게는 가족을 찾아 ‘관계 단절’을 증명하는 것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했다. 가족의 외면과는 상반되게 고독사한 그들이 마지막까지 품고 있던 것 중 상당수는 가족사진이었다. 이들은 30~40년 전 찍은 딸아이 모습부터 아들의 결혼식 장면까지 이미 빛바랜 사진을 마지막까지 소중하게 여겼다고 한다. 지난 2월 충북 청주시의 4평 남짓한 원룸에서 고독사한 40대 남성의 시신 주변에도 오랫동안 연락이 끊긴 딸의 사진 수십 장이 흐트러져 있었다. 그 주변으로 술병과 담뱃갑, 약봉지, 각종 고지서가 정리되지 않은 채 널브러져 있었다. 현장을 청소한 업체 대표는 “이혼한 뒤 병이 생겼고 오랜 기간 혼자 지내셨던 것으로 안다”며 “어릴 적부터 커 가는 과정이 담긴 딸 사진이 시신 주변에 놓여 있었는데, 마지막까지 가족을 그리워했을 모습을 떠올리며 마음이 안 좋았다”고 돌아봤다. 청소용역업체 관계자들이 본 그들의 마지막은 극심한 빈곤 상태를 그대로 드러냈다고 한다. 단칸방과 반지하 등을 전전하며 산 이들이 많아 살림이 단출하고 음식을 해 먹은 흔적이 없는 게 공통점이다. 일용직 근로자들이 상당수인데 큰 배낭과 현장 장비가 집 곳곳에 놓여 있고 냉장고에는 김치나 단무지, 생수병만 덩그러니 들어 있다. 외로움을 알코올에 의존하거나 지병이 있어 술병이나 약봉지가 많은 현장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김현섭 에버그린 대표는 “유족들이 시신 인수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은데 현장을 가보면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가족사진이 놓여 있다”며 “결국 경제적 문제가 가족 갈등 원인인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서울신문의 ‘2023 비수급 빈곤리포트’ 기획 시리즈 기사는 아래 QR코드를 찍거나 링크를 복사해 인터넷 주소창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news/newsList.php?section=poor1
  • [단독] 최소한의 안전망에서조차 버려진 ‘외로운 죽음’ [비수급 빈곤 리포트-3회]

    [단독] 최소한의 안전망에서조차 버려진 ‘외로운 죽음’ [비수급 빈곤 리포트-3회]

    2021년 고독사 중 최소 13.3%사각지대인 ‘비수급 위기가구’미발굴 등 있어 규모 더 늘 듯임종 후에도 3일 넘게 방치실태 파악 어려운 ‘고독사’ 2021년 한 해 고독사한 3378명 가운데 적어도 449명(13.3%)이 기본적 사회안전망인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제외된 ‘비(非)수급 위기가구’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홀로 죽음을 맞은 이들 중 복지 혜택에서 고립된 제도권 밖 빈곤층이 적지 않았다. 정부가 각종 체납고지서 같은 위기 징후 정보로 찾지 못한 ‘미발굴 위기가구’(1184명)와 ‘주민등록번호 확인 불가’(446명) 고독사까지 고려하면 실제 비수급 위기가구의 고독사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현재 비수급 빈곤층의 전체 사망 통계는 따로 집계되지 않는다. 비수급 위기가구의 고독사 통계를 통해 복지망 밖 빈곤층의 전체 사망 규모를 간접적으로 추론할 수 있을 뿐이다.6일 서울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보건복지부는 올해 ‘제1차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을 수립하며 고독사한 이들의 사회보장제도 지원 여부를 살펴봤다. 애초 이 조사는 생계 곤란뿐 아니라 사회 고립이나 정신 불안 등이 고독사로 이어지는 규모를 추정하기 위해 실시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경제 위기 징후가 나타났는데도 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한 비수급 위기가구의 고독사가 다수 발견됐다. 홍순미 한신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1인가구 고독사는 중년 남성에게서 가장 높은 비율로 나타나는데 이는 생활고 즉 신용불량자나 실업 등 경제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2021년 고독사 전체 규모는 3378명으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1299명(38.5%) ▲미발굴(위기 징후 미발견) 위기가구 1184명(35.0%) ▲비수급 위기가구 449명(13.3%) ▲주민등록번호 확인 불가 446명(13.2%)으로 집계됐다. 복지부의 ‘고독사 중 비수급 위기가구 사망통계’는 병원에서 사망하거나 여러 명으로 구성된 가구원의 사례는 포함되지 않은, 단순 고독사만을 추린 수치다.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고독사는 1인가구로 혼자 자택 등에서 임종을 맞고 시신이 최소 3일 이상 발견되지 않은 사망을 뜻한다. 세금 체납·단전·단수 같은 위기 징후가 포착되지 않은 사각지대 비수급 위기가구의 죽음이 더 있었을 가능성도 크다. 지난달 2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서 심하게 부패된 상태로 발견된 50대 A씨 역시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 이상 전기료를 미납했지만, 위기 발굴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고독사 발생 사례를 보면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한 고위험군에서 주로 발생한다”며 “비수급 위기가구의 극단적 선택을 줄이려면 발굴 시스템으로 찾아낸 위기가구가 제도권으로 편입돼 기본적인 최저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하는 실질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이르면 이달 고독사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정책보고서를 내놓을 계획이다. ■특별기획취재팀 (사회부)백민경·강병철·김헌주·홍인기·김지예·강윤혁·김주연·김소희·김중래·박상연·곽진웅 (전국부)임태환·명종원 기자 서울신문의 ‘2023 비수급 빈곤리포트’ 기획 시리즈 기사는 아래 QR코드를 찍거나 링크를 복사해 인터넷 주소창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news/newsList.php?section=poor1
  • [단독]고독사 중 13.3%가 ‘비수급 위기가구’였다[비수급 빈곤리포트-3회] 영상포함

    [단독]고독사 중 13.3%가 ‘비수급 위기가구’였다[비수급 빈곤리포트-3회] 영상포함

    2021년 한 해 고독사한 3378명 가운데 적어도 449명(13.3%)이 기본적 사회안전망인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제외된 ‘비(非)수급 위기가구’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홀로 죽음을 맞은 이들 중 복지 혜택에서 고립된 제도권 밖 빈곤층이 적지 않았다.정부가 각종 체납고지서 같은 위기 징후 정보로 찾지 못한 ‘미발굴 위기가구’(1184명)와 ‘주민등록번호 확인 불가’(446명) 고독사까지 고려하면 실제 비수급 위기가구의 고독사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현재 비수급 빈곤층의 전체 사망 통계는 따로 집계되지 않는다. 비수급 위기가구의 고독사 통계를 통해 복지망 밖 빈곤층의 전체 사망 규모를 간접적으로 추론할 수 있을 뿐이다. “고독사, 실업 등 경제적 요인 작용…중년남성 많아” 6일 서울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보건복지부는 올해 ‘제1차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을 수립하며 고독사한 이들의 사회보장제도 지원 여부를 살펴봤다. 애초 이 조사는 생계 곤란뿐 아니라 사회 고립이나 정신 불안 등이 고독사로 이어지는 규모를 추정하기 위해 실시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경제 위기 징후가 나타났는데도 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한 비수급 위기가구의 고독사가 다수 발견됐다.홍순미 한신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1인가구 고독사는 중년 남성에게서 가장 높은 비율로 나타나는데 이는 생활고 즉 신용불량자나 실업 등 경제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2021년 고독사 전체 규모는 3378명으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1299명(38.5%) ▲미발굴(위기 징후 미발견) 위기가구 1184명(35.0%) ▲비수급 위기가구 449명(13.3%) ▲주민등록번호 확인 불가 446명(13.2%)으로 집계됐다. 병원 사망자나 다인가구 포함하면 비수급 전체 위기가구 사망 늘듯 복지부의 ‘고독사 중 비수급 위기가구 사망통계’는 병원에서 사망하거나 여러 명으로 구성된 가구원의 사례는 포함되지 않은, 단순 고독사만을 추린 수치다.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고독사는 1인가구로 혼자 자택 등에서 임종을 맞고 시신이 최소 3일 이상 발견되지 않은 사망을 뜻한다. 세금 체납·단전·단수 같은 위기 징후가 포착되지 않은 사각지대 비수급 위기가구의 죽음이 더 있었을 가능성도 크다. 지난달 2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서 심하게 부패된 상태로 발견된 50대 A씨 역시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 이상 전기료를 미납했지만, 위기 발굴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고독사 발생 사례를 보면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한 고위험군에서 주로 발생한다”며 “비수급 위기가구의 극단적 선택을 줄이려면 발굴 시스템으로 찾아낸 위기가구가 제도권으로 편입돼 기본적인 최저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하는 실질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이르면 이달 고독사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정책보고서를 내놓을 계획이다.서울신문의 ‘2023 비수급 빈곤리포트’ 기획 시리즈 기사는 아래 QR코드를 찍거나 링크를 복사해 인터넷 주소창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news/newsList.php?section=poor1
  • [단독]살아있을 때도 죽어서도 ‘혼자’인 그들…누구도 찾지 않는 쓸쓸한 죽음[비수급 빈곤 리포트-3회] 영상포함

    [단독]살아있을 때도 죽어서도 ‘혼자’인 그들…누구도 찾지 않는 쓸쓸한 죽음[비수급 빈곤 리포트-3회] 영상포함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고시원을 전전하던 60대 최순오(가명)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가족과 연락이 끊긴 채 홀로 살았던 최씨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을 신청했지만 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했다. 고립된 삶을 살았던 터라 최씨를 기억하는 이는 생전 마지막으로 생활했던 고시원 원장뿐이었다. 원장은 “죽기 전날에도 수급에서 탈락했다고 아쉬워했다. 일자리 구하기도 쉽지 않았던 때라 많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을 받지 못해 어려운 상황에 있다 죽음을 맞는 이들 중에는 유독 고독사와 무연고 사망자가 많다. 삶을 이어갈 때도 복지망에 편입되지 못한 채 자신의 힘만으로 버텨냈던 이들은 생을 마감할 때도, 그리고 죽은 이후에도 홀로 남겨진다는 얘기다. 고립과 빈곤이 뒤엉켜 빚어낸 비극적인 죽음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주위에 아무도 없는 상태에서 홀로 생을 마감하는 ‘고독사’는 2017년 2412명에서 2021년 3378명으로 증가했다. 이와 별개로, 시신을 수습하고 장례를 치를 이가 아무도 없어 지방자치단체가 직권으로 사망신고를 해야 하는 ‘무연고 사망자’도 같은 기간 2008명에서 3603명으로 늘었다. 박승희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공동체 와해와 인간관계의 단절이 사회적 고립을 불러오고, 빈곤 문제와 맞물리면서 고독사와 무연고 사망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일 찾은 서울시립승화원 화장장 한쪽에 마련된 빈소에는 무연고 사망자인 김인철(가명)씨와 이상길(가명)씨의 위패가 각각 놓여 있었다. 장례 절차도 없이 바로 화장터로 인계되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시민단체와 서울시는 2018년부터 약 6.6㎡(2평) 남짓한 이곳에서 마지막 애도를 담아 고인을 떠나보내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의 공영 장례 서비스 ‘그리다’ 빈소에도 무연고 사망자 3000여명의 위패가 있다. 서울에서만 지난해 1101명이 공영 장례를 치렀다. 같이 일하던 동료나 지인들이 찾아와 고인의 마지막을 기억하는 경우가 간혹 있지만, 대부분 영정사진 하나 없이 위패만 놓여 있다. 매주 금요일마다 이곳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김소진씨는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죽음을 애도하는 장례식”이라고 말했다. 이날 진행된 장례에도 김씨와 이씨의 영정사진은 없었다. 시민단체 ‘나눔과나눔’ 관계자 2명, 자원봉사자 1명, 천주교 신부와 수녀, 장례업체 직원 2명 등 모두 7명이 두 사람의 마지막 가는 길을 애도했다. 두 사람의 유해는 무연고자 ‘추모의 집’으로 옮겨져 5년간 보관된다. 무연고 사망자들은 장례 이후 단 한 장의 기록으로 남는다. 지자체는 시신 처리 절차를 마친 후 보건복지부 e하늘장사정보 시스템에 고인의 정보 16개 항목을 기입한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사망 원인, 일시 및 장소 등 인적 사항, 사망 정보, 무연고 시신 처리과정 등이다. 그나마 고인의 생전 모습을 가늠해볼 수 있는 항목은 ‘시신의 발생 상황 및 특징’이지만 빈칸일 때가 많다. 이 업무를 담당하는 한 공무원은 “고인이 생전 어떻게 생활했는지를 기록에 남긴다면 좋겠지만, 대부분 구체적 내용을 알 수 없어 주로 빈칸으로 남는다”고 전했다. ‘1946년생, 김명식(가명), 병사, 화장 후 봉안.’ 지난해 코로나19로 생을 마감한 김명식(당시 76세)씨의 마지막 기록도 이렇게 남았다. 김씨는 2년 전인 2021년 5월 아사 직전에 발견됐다. 김씨를 찾아냈던 황미화 사회복지사는 “같은 건물에 사는 다른 사례자를 지원하러 갔더니 집주인이 ‘어르신 모습이 안 보이고, 문을 두드려도 기척이 없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집 앞에는 건강보험료 연체 고지서, 가스와 수도요금 미납 고지서와 함께 며칠 뒤면 가스와 물이 끊긴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황 복지사와 동주민센터 복지담당 공무원이 경찰과 소방을 불러 현관문을 열었고, 침대에 누워 있는 김씨를 발견했다. 문을 두드려도 대답할 힘도, 현관까지 걸어 나올 수도 없었던 상태였다. 사람 사는 곳이라고 보기가 어려울 정도로 집 안 상태는 심각했다. 전입신고를 하지 않아 복지망에 편입되지 못했던 김씨는 같은 해 8월에야 뒤늦게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제도권 지원을 받은 지 1년도 채 안 돼 세상을 떠났다. 김씨의 사망 이후 시신을 인도해 가는 친인척은 없었고, 김씨는 결국 무연고 사망자로 처리됐다. 김씨는 사망 직전에라도 수급 대상이 됐지만 홀로 사는 비(非)수급 빈곤층 가운데 일부는 외롭게 생을 마감한다. 고시원 단칸방에서 혼자 쓸쓸히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가 많고, 이들의 죽음은 길게는 몇 달간 드러나지 않기도 한다는 게 복지 담당자들의 말이다. 나충열 천주교 서울대교구 신부는 “경제적으로 궁핍한 1인 가구는 살아 있는 동안에도 무관심과 경제적 고통 속에서 홀로 지내는 경우가 많은데다 사망할 때도, 장례를 치를 때도 혼자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서울신문의 ‘2023 비수급 빈곤리포트’ 기획 시리즈 기사는 아래 QR코드를 찍거나 링크를 복사해 인터넷 주소창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news/newsList.php?section=poor1
  • [단독]체액 스며든 장판, 시신 옆 구더기, 가슴엔 딸 사진…고독사 청소용역업체가 말하는 ‘그들의 마지막’[비수급 빈곤 리포트-3회] 영상포함

    [단독]체액 스며든 장판, 시신 옆 구더기, 가슴엔 딸 사진…고독사 청소용역업체가 말하는 ‘그들의 마지막’[비수급 빈곤 리포트-3회] 영상포함

    “뒷정리를 부탁합니다”홀로 떠나는 이의 부탁에 울컥 “일주일 내로 모든 것을 정리하고 혼자 떠날 것 같습니다. 장례비용과 청소비용은 섭섭지 않게 남기겠습니다. 뒷정리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지난 1월 고독사 청소용역업체 결벽우렁각시 구찬모 대표는 한 50대 남성에게 이러한 연락을 받았다. 당시 구 대표는 한참을 다독이며 설득했다고 한다. 그러나 몇 주 뒤 이 남성이 극단적 선택으로 고독사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오래 방치된 시신 자리엔 체액 스며들고 구더기 기어다녀 경기 용인시 외곽의 16㎡(5평) 남짓한 원룸. 구 대표가 현관문을 열자 시신이 부패하며 나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시신이 누워있던 자리 밑 장판엔 체액이 스며들어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그 주변으로 구더기 같은 벌레들이 기어 다녔다고 한다. 눈에 띄도록 탁자 위에 가지런히 놓인 흰 봉투에는 간단한 메모와 함께 장례와 청소비용으로 400만원이 들어있었다. 이 남성은 일용직 노동자의 삶을 전전하던 비(非)수급 빈곤층으로 가족과 연락을 끊고 살았지만 부양의무자(가족)가 존재한다는 이유로 기초생활보장 수급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구 대표는 “현장을 보면서 참혹하다 못해 외로움이 느껴졌다”라며 “유족들이 인수하기를 거부하면서 시신을 알아서 처분해달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길해용 스위퍼스 대표 역시 “이 일을 하면서 부양의무자가 있다는 이유로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고 고독사한 분들을 많이 본다”며 “대부분 반지하 단칸방, 옥탑방 등에서 술에 의존하며 근근이 벌어 사는 분들이었다”고 전했다. 고독사 한 이들 중 상당수는 죽기 직전까지도 가족을 그리워했지만 개인 사정으로 가족 간 불화를 겪으며 외로움 속에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부양의무자에게 부양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생전에 입증했다면 수급 대상이 될 수도 있었지만 가족에게 연락조차 하기 어려운 이들에게는 가족을 찾아 ’관계 단절’을 증명하는 것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했다. 가족과 연락끊겼지만 ‘관계단절’증명못해 기초수급 혜택도 못받아 가족 외면과 상반되게 고독사한 그들이 마지막까지 품고 있던 것 중 상당수는 가족사진이었다. 이들은 30~40년 전 찍은 딸아이 모습부터 아들의 결혼식 장면까지 이미 빛바랜 사진을 마지막까지 소중하게 여겼다고 한다. 지난 2월 충북 청주시 4평 남짓한 원룸에서 고독사한 40대 남성의 시신 주변에도 오랫동안 연락이 끊긴 딸의 사진 수십 장이 흐트러져 있었다. 그 주변으로 술병과 담뱃갑, 약봉지, 각종 고지서가 정리되지 않은 채 널브러져 있었다. 현장을 청소한 업체 대표는 “이혼한 뒤 병이 생겼고 오랜 기간 혼자 지내셨던 것으로 안다”며 “어릴 적부터 커 가는 과정이 담긴 딸 사진이 시신 주변에 놓여 있었는데 마지막까지 가족을 그리워했을 모습을 떠올리면 마음이 안 좋았다”고 돌아봤다.청소용역업체 관계자들이 본 그들의 마지막은 극심한 빈곤 상태를 그대로 드러냈다고 한다. 단칸방과 반지하 등을 전전하며 산 이들이 많아 살림이 단출하고 음식을 해 먹은 흔적이 없는 게 공통점이다. 일용직 근로자들이 상당수인데 큰 배낭과 현장 장비가 집 곳곳에 놓여 있고, 냉장고에는 김치나 단무지, 생수병만 덩그러니 있다. 외로움을 알코올에 의존하거나 지병이 있어 술병이나 약봉지가 많은 현장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김현섭 에버그린 대표는 “유족들은 시신 인수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은데 현장을 가보면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가족사진이 놓여 있다”며 “결국 경제적 문제가 가족 갈등 원인인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고 했다.서울신문의 ‘2023 비수급 빈곤리포트’ 기획 시리즈 기사는 아래 QR코드를 찍거나 링크를 복사해 인터넷 주소창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news/newsList.php?section=poor1
  • [서울 on] 아직 못다 한 이야기/홍인기 사회부 기자

    [서울 on] 아직 못다 한 이야기/홍인기 사회부 기자

    “아이들이 교복을 입고 다녀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옷 한 벌 사주는 게 어려운 형편이다 보니 엄마라는 사람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더라고요. 참 못났죠.” 사람들 이야기를 듣는 걸 업으로 삼다 보면 ‘더하거나 빼지 않고 그대로 많은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비(非)수급 빈곤층을 만나기 위해 부단히도 애썼던 지난 5월 만난 이임숙(54·가명)씨의 인터뷰도 그런 이야기였다. 임숙씨는 10년간 이어졌던 남편의 가정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2016년 이혼해 홀로 두 아이를 키웠다고 했다. 300만원 정도의 빚만 남기고 떠난 남편은 그동안 양육비는 물론 아이들에게 용돈 한 번 쥐여 준 적이 없다. 새벽 5시 편의점으로 출근하고, 이삿짐센터 일이 들어오면 일주일에 며칠이라도 단기 아르바이트를 한다. 주말에는 예식장 뷔페에서 종일 설거지를 한다. 그렇게 임숙씨는 한 달에 150만원 남짓을 번다고 했다. 운이 좋게도 이삿짐센터 일이 많은 달은 200만원 넘게 버는 때도 있다. 임숙씨의 소득은 3인 가구 생계급여 선정·지급 기준(133만 445원)을 넘는다. 남보다 못한 존재가 돼 버린 전 남편이 두 아이의 부양의무자로 돼 있어서 의료급여도 받지 못한다. 임숙씨는 이삿짐센터 일을 하고 나면 온몸 구석구석 안 아픈 곳이 없지만 그냥 참는다고 했다. 남편과 이혼할 때 초등학생이었던 두 아이는 어느새 임숙씨의 키를 훌쩍 넘길 정도로 컸다. 키가 작은 임숙씨도 머리가 닿는 화장실, 세 가족이 누우면 꽉 차는 지하 단칸방은 7년째 그대로다. 주거급여와 한부모가정 아동 양육비가 나라에서 받는 지원의 전부지만, 임숙씨는 “남들은 일을 하지 않고 수급을 받으면 된다고 하지만 아직 몸을 움직일 수 있으니 스스로 벌어서 아이들을 책임지고 싶다”고 말했다. 취재팀이 지난 4월부터 3개월 동안 비수급 빈곤층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건 이들이 벼랑 아래로 떨어지지 않도록 손을 붙잡고 있었던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과 복지재단 활동가, 사회복지사들 덕분이었다. 기초생활수급자는 지난 5월 기준 250만명이고, 2018년 기준 비수급 빈곤층은 73만명으로 추산된다. 생계·의료·주거·교육 등 맞춤형 급여 도입 다음해인 2016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7년여간 기초생활보장 수급을 신청한 10가구 중 4가구는 제도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위기가구 발굴, 긴급복지 확대 등 복지망이 촘촘해지고 있지만 우리 사회 최후의 안전망에서 비켜서 있는 이들은 여전히 많다. 짧은 취재 기간, 인력의 한계와 빚이나 수치심에 숨어 버리는 이들을 더 많이 찾지 못한 역량의 한계로 취재팀은 24가구의 이야기만을 담아낼 수 있었다. 비수급 빈곤층 추산 규모(73만명)를 생각하면 우리가 들은 이야기만으로 고립과 빈곤에 짓눌려 있는 이들의 현실을 모두 전할 수는 없을 테다. 가족들이 노출될까 인터뷰를 망설였던 30대 싱글맘부터 ‘더 어려운 사람이 많을 것’이라며 인터뷰를 거절한 50대 일용직 노동자까지, 듣지 못한 이야기가 많았다. 이들에 대한 편견과 오해가 걷히고 아직 못다 한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그날이 오길 기다린다.
  • 홀로 사는 중장년, 가족돌봄 청년도 일상 돌봄 받는다

    홀로 사는 중장년, 가족돌봄 청년도 일상 돌봄 받는다

    가사·심리·생활운동 지원본인 부담금만 내면 수혜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사회서비스 고도화’ 정책이 첫발을 뗐다. 올해 하반기부터 홀로 사는 중장년, 가족을 돌보는 가족돌봄청년도 돌봄·가사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사회서비스 대상이 일반 국민으로 확대된 건 처음으로 그동안에는 노인·장애인·아동이나 저소득층만 이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보건복지부는 12개 시도 37개 시군구에서 질병·부상·고립 등으로 돌봄이 필요한 중장년(40∼64세)과 질병이나 장애가 있는 가족을 돌보는 가족돌봄청년(13∼34세)에게 ‘일상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5일 밝혔다. 중장년은 고독사 고위험군으로, 정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1년 고독사한 3378명 가운데 50~60대 남성이 절반 이상(52.1%)이다. 20~30대와 달리 자살보다 지병 등으로 고립돼 홀로 죽음을 맞는 이들이 더 많다. 가족돌봄청년은 주당 21.6시간 가족을 돌본다. 학업·취업 준비를 하기가 어려워 결국 전 생애가 취약해지는 빈곤의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이들에게 돌봄과 집안일, 장보기 동행 등 기본서비스와 식사·영양 관리, 병원 동행, 심리·휴식 지원 등 특화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중장년은 생활 운동 프로그램과 여럿이 함께 요리하는 ‘소셜 다이닝’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고 가족돌봄청년은 간병·돌봄과 자립 기반 조성을 위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기본 서비스 비용은 12시간 이용 시 월 19만원, 36시간 이용 시 월 63만 6000원이다. 특화 서비스는 종류에 따라 월 12만~25만원이다. 대상자는 소득 수준이 아닌 필요도에 따라 선정한다. 중산층도 본인부담금만 내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기본서비스의 경우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은 본인 부담이 없고 기준 중위소득 120% 이하는 전체 서비스 금액의 10%, 중위소득 120~160%는 20%, 중위소득 160% 초과는 100%를 부담한다. 김혜진 사회서비스 정책관은 “하반기에 6000여명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돌봄 지원을 늘려 가겠다”고 밝혔다.
  • [단독] ‘수급 퇴짜’ 75만 가구… 가난마저 부정당했다[비수급 빈곤 리포트-2회] 영상포함

    [단독] ‘수급 퇴짜’ 75만 가구… 가난마저 부정당했다[비수급 빈곤 리포트-2회] 영상포함

    생계·의료·주거·교육 등 맞춤형 급여 도입 이후 2016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7년여간 기초생활보장 수급을 신청한 10가구 중 4가구는 제도의 문턱을 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서울신문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단독 확보한 ‘기초생활보장 선정·탈락 현황’에 따르면 지난 7년여간 기초생활보장 수급을 신청한 총 193만 5499가구 가운데 75만 4453가구(39.0%)가 ‘부적합’으로 분류됐다. 이 기간 수급 신청 가구 탈락 비율은 매년 40%를 오르내렸다. 올해만 놓고 보면 10만 1307가구 중 4만 934가구(40.4%)가 제도권 편입에 실패했다.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복지 사각지대 발굴 노력에도 불구하고 빈곤층을 위한 최후의 복지망에 편입되는 과정은 여전히 어렵다는 얘기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을 신청한 가구는 2016년 15만 707가구에서 지난해 29만 9495가구로 매년 증가세다. 특히 코로나19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았던 2021년에는 수급 신청 가구가 44만 2890가구로 급증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부적합으로 분류돼 단 하나의 급여도 받지 못한 가구는 2016년 7만 2415가구에서 지난해 10만 9784가구로 늘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 신청에서 탈락하는 이유는 다 쓰러져 가는 집을 소유하거나 생계용으로 끌고 다닌 자동차가 수급 기준을 넘어서, 연락이 끊긴 서류상 가족이 부양의무자로 남아 있어서다. 주로 소득인정액이나 소득인정액으로 환산되는 재산, 차량가액 등이 기준을 넘는 사례가 많았다. 이상은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집이나 차가 있으면 그걸 팔아 생활비로 쓰고 난 뒤에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신청해야 가능성이 높아지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기초생활보장 신청은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상담을 거쳐 이뤄진다. 신청 이후에는 신청자를 포함해 가족 구성원의 재산을 월소득으로 환산하고 근로소득과 합해 소득인정액 기준을 넘는지 등을 확인한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소득보장 정책의 취지에 맞게 재산에 대한 소득 환산 기준이라도 크게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 동작구에서 손녀 안혜영(13·가명)양과 44세 아들을 부양하는 최윤자(64·가명)씨도 20년 전 물려받은 낡은 빌라가 재산으로 잡힌 탓에 수급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최씨는 수년 전 빚을 내 아들에게 개인택시를 구해 줬지만, 아들은 알코올중독 증세가 심해지면서 일을 못 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목 디스크로 최씨마저 일자리를 잃었다. 가족 구성원 누구도 일을 하지 못하면서 생계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1억원 넘게 대출을 끼고 있는 시세 2억 5000만원짜리 낡은 빌라와 방치된 택시가 월소득 약 290만원으로 환산돼 이들의 발목을 잡았다. 3인 가구가 생계급여를 받는 기준인 월 소득인정액(133만 445원)을 훌쩍 넘어섰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허물어져 가는 낡은 집에서 숨진 80대 어머니와 50대 아들이 기초생활수급 보장을 받지 못한 이유도 바로 ‘그 낡은 집 한 채’였다. 수급 신청 가구의 40%가량이 떨어지다 보니 긴급복지 지원 가능 여부를 문의하는 경우가 늘었다. 서울신문이 확보한 ‘보건복지부의 보건복지상담센터 상담 현황’을 보면 2018년 5만 9344건이었던 긴급복지 지원, 복지 사각지대 관련 상담이 지난해 9만 4760건으로 4년 새 60%가량 급증했다. 전체 복지상담 건수 내 비중(긴급복지와 복지 사각지대 상담)도 같은 기간 3.6%에서 9.1%로 늘었다.서울신문의 ‘2023 비수급 빈곤리포트’ 기획 시리즈 기사는 아래 QR코드를 찍거나 링크를 복사해 인터넷 주소창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news/newsList.php?section=poor1
  • 이웃도, 복지망도 끊긴 채 빚더미에 신음… 목숨마저 끊었다[비수급 빈곤 리포트-2회]

    이웃도, 복지망도 끊긴 채 빚더미에 신음… 목숨마저 끊었다[비수급 빈곤 리포트-2회]

    복지 사각지대에서 신음하던 위기가구 중에는 극단적 선택으로 삶을 마무리한 이들이 적지 않다. 서울신문은 이들의 안타까운 발자취를 좇았던 수사관들을 직접 만나 공통적인 위기 징후와 재발 방지에 대한 목소리를 들어 봤다.2022년 8월 ‘수원 세 모녀’ 사건 모친은 암환자, 두 딸은 우울증 세간살이도 없어 통장 잔액 ‘0’ 수원남부경찰서 한명수 형사3팀장은 “세 모녀가 한자리에서 사망한 건 32년 경찰 생활 중 처음이라 충격이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특히 그는 “자살 사이트에서 만난 사람들은 죽기 전 번개탄 비용까지 더치페이할 정도로 서로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서 그나마 감정이입이 덜하다”면서 “하지만 일가족 자살은 고인이 생명을 다해 가며 마지막으로 눈에 담는 게 가족이 고통스럽게 죽어 가는 모습이라 같은 사람으로서 괴로운 마음이 더 컸다”고 토로했다. 당시 수원 권선로의 낡은 주택에는 생필품도, 세간살이도 거의 없었다고 한다. 사망 한 달 전인 지난해 7월 기준 통장 잔액도 ‘0원’이었다. 모친은 암환자였으며 큰딸과 작은딸은 질병과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아들이 3년 전 질병으로 사망한 뒤 세 모녀는 극심한 생활고를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이들은 복지급여 상담 등도 일절 받지 않아 전화번호조차 아는 사람이 없었고, 경찰은 뚜렷한 범죄 혐의점이 있거나 실종 신고가 들어오지 않으면 현행법상 휴대전화 추적도 못 해 사실상 세 모녀는 안전망 체제에서 사라진 상태였다고 한다. 한 팀장은 “모녀는 빚이 많아 숨어 살았던 것으로 조사됐는데 채무는 파산 신청이나 회생 절차를 밟고, 질병이 있어 기초수급 또는 긴급복지 혜택이라도 받을 수 있었을 텐데 아예 삶의 의지 자체를 놓았던 것 같다”면서 “위기가구 중에는 이들처럼 우울증과 질병으로 복지 혜택을 신청할 의욕조차 없는 이들이 많은 만큼 이웃 사회나 주변에서 나서는 게 절실하다”고 강조했다.2014년 2월 ‘송파 세 모녀’ 사건 죽기 전 공과금·월세 유서 남겨 기초생활보장제도 모른 채 포기 “사람이 셋이나 죽었다고 해서 살인 사건인 줄 알고 갔어요.” 석정복 전 송파경찰서 강력계장이 사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창문에는 테이프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고 바닥엔 타고 남은 번개탄이 놓여 있었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적힌 유서와 70만원이 담긴 봉투가 발견됐다. 어머니 박모(당시 60세)씨는 큰딸(35세), 작은딸(32세)과 함께 살고 있었다. 큰딸은 당뇨와 고혈압을 앓고 있었지만 병원비가 없어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했고 작은딸은 아르바이트를 하며 간간이 돈을 벌었지만 생활비와 병원비로 빚이 쌓이면서 신용불량자가 됐다. 그는 “아버지가 지병으로 돌아가신 후부터 어머니가 세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었는데 극단적 선택 한 달 전 빙판길에서 넘어져 팔이 부러진 이후 일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절망감이 더 커졌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석 전 계장은 “수사할수록 ‘어떻게든 악착같이 세 식구가 버텨왔구나’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세 모녀는 끼니를 라면으로 때울 때가 많을 정도로 쪼들렸지만 공과금이나 월세는 이전까지 단 한 번도 밀린 적이 없었다. 그렇게 10년 넘게 자신들의 힘으로 삶의 무게를 버텨 온 세 모녀는 기초생활보장제도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도 몰랐던 것으로 파악됐다. 석 전 계장은 “재발을 막기 위해 당사자의 의지와 복지 혜택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가 중요할 것 같다”고 했다.2019년 11월 ‘성북 네 모녀’ 사건 지인 아닌 제3자가 한달 뒤 발견 이웃과 교류 없어 도움 요청 못해 안재형(강북경찰서 삼양파출소 순찰팀장) 당시 성북경찰서 형사3팀장은 70대 어머니와 40대 세 딸이 숨진 채 발견된 그날을 이렇게 회상했다. “바닥에는 네 사람이 나란히 반듯하게 누운 상태로 사망해 있었고 머리맡에 번개탄을 피운 흔적과 재가 수북했어요. 창문 틈까지 테이프로 막아 놨는데 악취 때문에 20여년 형사 생활 중 처음으로 점퍼부터 티셔츠, 바지, 속옷, 단화까지 모두 버려야 할 정도였어요.” 시신들은 건물 보수를 위해 이곳을 찾은 리모델링 업체 관계자가 이상한 냄새가 난다며 경찰에 신고해 발견됐다. 가족·친지 또는 이웃 주민이 아닌 제3자가 한 달여 만에 발견했을 만큼 네 모녀는 사회적 관계망으로부터 단절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집 우편함엔 은행, 카드사, 신용정보회사 등에서 보낸 채무 이행 통지서가 20통 가까이 쌓여 있었다. 하지만 사망 직전에 급격한 경제적 위기에 내몰린 탓에 위기 상태를 알아챈 이들이 없었다. 각종 공과금이 3개월 이상 체납돼야 사회보장 정보 시스템을 통해 해당 구에 통보된다. 안 전 팀장은 “네 모녀가 3년 전 해당 지역으로 이사왔지만 이웃과 교류가 없어 곤궁한 상태라는 걸 아는 이들이 없었다”며 “지역사회 공동체가 이런 위기가구를 발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더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서울신문의 ‘2023 비수급 빈곤리포트’ 기획 시리즈 기사는 아래 QR코드를 찍거나 링크를 복사해 인터넷 주소창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news/newsList.php?section=poor1
  • 아깝게 탈락한 빈곤층 대책 없어… 장기 추적·관리시스템 도입 시급[비수급 빈곤 리포트-2회]

    아깝게 탈락한 빈곤층 대책 없어… 장기 추적·관리시스템 도입 시급[비수급 빈곤 리포트-2회]

    정부가 기초생활보장제도에 편입되지 못한 ‘비(非)수급 빈곤층’을 위해 위기가구 발굴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제도권 편입을 위한 지원과 이들에 대한 장기 추적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수급 대상에서 아슬아슬하게 떨어진 경계선상 비수급 빈곤층에 대한 맞춤형 대책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경기도의 한 사회복지사는 “수급을 신청했다가 탈락한 이들의 경우 긴급복지 지원, 공공요금 감면 같은 일회성·단기간 지원책만 있을 뿐 자립을 위한 연속적이고 장기적인 추적·관리 시스템이 사실상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비수급 빈곤층에 주어진 선택지는 좀더 가난해져 이를 증명함으로써 수급자가 되거나 비수급 상태에서 삶의 무게를 홀로 지는 것 두 가지인 셈이다. 정부는 일제조사 등을 통해 비수급 빈곤층을 수차례 파악하려 했으나 논란이 일었다. 비수급 빈곤층 명단을 정리하고 관리하는 업무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추적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복지 전문가는 “정부가 비수급 빈곤층을 복지행정 개념으로만 인지했을 뿐 실질적인 복지 대상자로 포섭하진 못했다”고 꼬집었다. 공적 지원 간 형평성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제도권에 들어가지 못한 비수급 빈곤층의 삶의 질이 수급자보다 크게 떨어져서다. 2018년 보건복지부는 ‘중위소득 및 실태조사’를 발표하면서 “기초생활보장 혜택 여부에 따라 수급 가구와 비수급 가구 간 소득역전 현상이 크게 발생했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결국 수급자들도 공적 지원을 계속 받으려고 소극적으로 경제생활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비수급 빈곤층을 실질적으로 도우려면 ‘발굴’에서 더 나아가 ‘추적 조사’와 ‘추가 지원’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복지단체 관계자는 “민간기관 연구자들이 비수급 빈곤층 관련 현황을 파악하고 논의하려 해도 정부가 ‘기초생활보장 선정 탈락 사유’ 같은 자료 등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아 실질 대책 마련이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다”고 말했다.서울신문의 ‘2023 비수급 빈곤리포트’ 기획 시리즈 기사는 아래 QR코드를 찍거나 링크를 복사해 인터넷 주소창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news/newsList.php?section=poor1
  • 딸 시집가 기뻤는데 사위도 부양의무자에… 중도 탈락 ‘날벼락’[비수급 빈곤 리포트-2회]

    딸 시집가 기뻤는데 사위도 부양의무자에… 중도 탈락 ‘날벼락’[비수급 빈곤 리포트-2회]

    복지 사각지대에서 허덕이다 스스로 삶을 마감한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에도 엄격한 부양의무자와 소득인정액 기준 등은 ‘비수급 빈곤층’의 제도권 복지망 진입을 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실제 현실과 동떨어진 복잡한 소득인정액 기준은 기초생활보장 탈락 사유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4일 서울신문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단독 확보한 ‘기초생활보장 신청 및 탈락 현황’을 보면 2016년부터 올해 5월까지 7년여간 기초생활보장 수급을 신청했다가 탈락한 75만 4453가구 중 51만 4979가구(68.3%)는 소득인정액 기준에 발목을 잡힌 것으로 집계됐다. 탈락 10가구 중 7가구는 소득인정액 기준 탓에 복지망에 편입되지 못했다는 의미다. 소득인정액은 한 가구의 전체 생활 수준을 평가하는 지표다. 근로소득 중 월소득 평가액(실제 소득)에다 땅이나 집, 자동차와 같은 재산을 일정한 계산식에 따라 소득으로 환산한 금액을 더해 매긴 값이다. 즉 실제 소득이 전혀 없다고 해도 부동산이나 차량 등의 자산이 있으면 소득인정액 기준을 넘어서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기준에서 단 100원만 초과돼도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해 현장에서는 많은 불만이 제기된다. 생계·의료 급여에 적용되는 부양의무자 기준도 문제로 지적된다. 빈곤층에 일정한 소득과 재산을 가진 부모나 자녀, 배우자 등이 있으면 국가보다 그 가족이 먼저 부양 책임을 진다. 하지만 부양의무자의 재산과 소득을 일률적 기준으로만 따진다는 점은 비판 요소다. 고공행진 중인 집값과 고물가 같은 경제 상황뿐 아니라 부양의무자 가구의 자녀 여부, 가구원 숫자, 수급권자 이외의 다른 가족 부양 여부, 부채 정도 등 부양의무자 가구의 전반적인 처지를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신문이 만난 탈북민 박운병(74)씨도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였다가 함께 살던 딸이 결혼해 맞벌이가 되면서 수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사위가 부양의무자에 포함돼서다. 이는 부양의무자 가구의 연소득이 1억원을 넘거나 재산이 9억원을 넘으면 수급자 본인의 소득·재산에 상관없이 생계급여를 받지 못하는 제도 탓이다. 박씨처럼 딸의 소득과 자산에 그 배우자인 사위의 몫까지 합산하면 일부 지역의 경우 연소득 1억원을 넘기는 가구가 적잖아 수급 중도 탈락의 원인이 된다. 실제 서울신문 취재 결과 2016년부터 올해 5월까지 7년여간 기초생활보장 수급을 신청했다가 탈락한 가구 중 7111가구(전체의 0.9%)가 이러한 부양의무자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탈락 사유가 복합적인 경우가 많은 만큼 소득인정액 기준 초과나 기타 사유(전체의 30.8%)로 탈락했다고 집계된 경우에도 부양의무자의 재산·소득 증가가 영향을 미쳤을 수 있어 실제로 관련 사례가 더 많을 것이란 게 현장 공무원의 설명이다. 이들이 기초생활보장 수급을 받으려면 ‘부양의무자가 있어도 가족관계가 해체돼 부양받을 수 없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그런데 가족관계 해체 여부를 단순히 ‘가족 간 단절 기간’으로 판단하려는 관행이 비수급 빈곤층을 양산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급자가 부양의무자와 몇 년 만에 한 번 전화 통화를 하거나 만났다는 이유로 수급 대상에서 제외되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수급 중지·탈락 등을 결정하는 것은 1차적으로 기초지방자치단체의 몫이다. 수급자가 부양의무자의 부양 기피를 주장할 경우에는 지방생활보장위원회로 안건이 넘어가 심의를 받는 구조다. 지방생활보장위원회로 안건을 보낼지 말지도 지자체가 결정한다. 시군구별로 운영되는 지방생활보장위원회는 현장 사회복지사 의견과 수급자의 생활 실태, 통장 입금 내역 등을 감안해 수급 선정 또는 중도 탈락 등을 판단한다. 하지만 이때도 공무원 재량에 따라 결과가 갈리는 경우가 적잖다. 전가영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변호사는 “소득 1억원, 재산 9억원 등의 수치에서 요건이 맞지 않아 탈락된 경우엔 지자체가 위원회로 안건을 대부분 보내지 않는다”며 “공무원이 탈락의 심증을 갖고 있는 경우 서류 역시 그렇게 꾸려질 수밖에 없어서 번복될 여지도 적다”고 했다. ‘신청주의 방식’도 복지 사각지대를 키우는 대표 요인으로 꼽힌다. 예컨대 소득 관련 확인 서류를 받기 위해선 은행에, 임대차계약서를 받기 위해선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의사 소견서를 떼기 위해선 병원 등에 일일이 방문해야 한다. 의료급여 심사 땐 부양의무자 소득도 중요하기 때문에 연락이 끊긴 자녀를 찾아내야 하는 수고까지 더해진다. 기초연금이 소득인정액에 100% 포함되는 것을 두고도 불만이 크다. 윤석열 대통령이 “기초연금을 40만원까지 올리겠다”고 공언한 것을 두고 비수급 빈곤층에선 기초연금 인상분 때문에 소득인정액 기준을 넘어설까 봐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 극단적인 사건이 발생한 이후 다시 일제조사를 반복하는 사후약방문 처방에 대한 지적도 있다. 전가영 변호사는 “지자체에서 아무리 사례를 더 발굴해도 기준이 바뀌지 않으면 그들은 또다시 탈락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서울신문의 ‘2023 비수급 빈곤리포트’ 기획 시리즈 기사는 아래 QR코드를 찍거나 링크를 복사해 인터넷 주소창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news/newsList.php?section=poor1
  • [단독]공무원 1명당 5~7가구 할당… 빈곤층 찾아내도 방치되기 일쑤[비수급 빈곤 리포트-2회]

    [단독]공무원 1명당 5~7가구 할당… 빈곤층 찾아내도 방치되기 일쑤[비수급 빈곤 리포트-2회]

    “기초생활보장 수급을 받지 못하는 빈곤층을 찾으면 뭐 합니까. 발굴하고 나서 방치되는 경우가 허다해요. 그럴 땐 허무하죠.” 비(非)수급 빈곤층을 포함해 위기가구를 발로 뛰어 찾는 사회복지사와 통합사례관리사, 복지담당 공무원들은 ‘한 번 지원하면 끝나는’ 식의 정책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장기적인 관리보다 위기가구 발굴 숫자에 집중하는 규정에 대한 불만도 쏟아냈다. 가족 분쟁이나 건강, 약물 의존, 정신 문제가 있는 ‘고난도 위기가구’나 이러한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통합사례 위기가구’의 경우 삶의 질이 개선되기까지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경기도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직 공무원 A씨는 “복합적 문제가 있는 위기가구는 단순 민간서비스 연계에서 그칠 게 아니라 자체적인 문제 해결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며 “하지만 정책 결정권자들은 ‘지원을 해준 곳에 또 주면 안 된다’는 식으로 자원 분배 기준에 대한 이해도가 현장과 완전히 동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말 그대로 탁상행정만 하고 있다는 얘기다.현장을 누비는 복지 담당자들은 인력, 매뉴얼(지침), 권한 부족 등도 위기가구 발굴 한계의 원인으로 꼽았다. 담당 공무원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당사자의 가난을 증명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전북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직 공무원 B씨는 “위기 대상자가 체납 문제로 소유 계좌가 압류됐을 때 긴급생계비라도 확보하기 위해 압류 계좌 변경을 신청해야 할 때가 있다”며 “당사자가 소유한 계좌의 은행을 모두 방문해 잔액 증명서를 떼는절차를 밟아야 해 며칠간 다른 업무를 할 수 없다”고 했다. 통합사례관리사로 10년 넘게 일한 공무직(무기계약직 신분으로 공무원을 보조하는 민간인 근로자) C씨도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한 해에 발굴해야 하는 위기가구 할당량이 공무원 1명당 5~7가구인 점을 고려하면 (발굴을 넘어) 실제로 생계 문제를 해결해 줄지는 담당자 재량에 달린 셈”이라고 말했다. 사회복지사 D씨는 “한 사람을 설득하는 데 최대 1년이 걸릴 수 있는데 할당에 묶여서 고난도 위기가구 사례자를 설득하고 깊이 있게 지원하는 게 부담스럽다”고 털어놨다. 당연히 현장에서 인력이 적으면 사례 관리의 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위기가구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은둔형인 경우가 많아 찾아내더라도 지원까지 이뤄지려면 상당 기간이 소요된다. 설득에만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 하지만 위기가구의 사례 관리 기간은 매뉴얼상 최대 3개월이고, 부득이한 경우 6개월로 규정돼 있다. 통합사례관리사 E씨는 “전형적인 책상머리 행정이 빚어낸, 현실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규정”이라고 했다. 권한의 한계에 부딪힐 때도 많다. 예컨대 실제 소유하지 않지만 서류상 자기 명의의 재산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때는 타인의 재산 문제이다 보니 도움 주고 싶어도 담당 공무원이 실체에 접근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폭력 등 ‘안전위협’이나 ‘정신문제’로 연결되는 고난도 위기가구의 경우는 시간과 노력이 더 들지만 가산점을 포함해 인센티브 요인이 전혀 없다. 위기가구 발굴에 필요한 활동비 집행도 경직돼 있다는 불만이 나왔다. 보건복지부에서 발간한 ‘2023년 희망복지지원단 업무 안내’를 보면 위기가구 사례 관리의 경비로 쓸 수 있는 항목은 외부 전문가 자문수당, 기타운영비, 교육훈련비, 교육출장여비, 의료비, 생활지원비 등으로 명시돼 있다. 현장에서는 활동비 항목을 ‘쓸 수 있는 항목’ 대신 ‘쓸 수 없는 항목’으로 정해 두는 게 위기가구 발굴과 관리 활성화에 적합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더불어 정성평가를 늘려 현장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통합사례관리사와 사회복지사, 복지직 공무원 등 일선에서 일하는 이들의 낮은 처우는 수십 년째 해결되지 않는 문제다. 통합사례관리사 F씨는 “공무원 신분이 아니라 공무직이라 지자체별 예산에 따라 급여가 책정되는데 30년을 근무해도 280만원 수준일 정도로 급여가 낮고 전문직으로 인정도 받지 못한다”고 밝혔다. 지원 대상에 대한 민간기관의 기준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통합사례관리사 G씨는 “긴급 위기가구 지원 대상 기준은 공공과 민간이 거의 유사하다”면서 “더 많은 비수급 빈곤층을 지원하려면 민간 기준과 공공기관 기준을 달리해 더 많은 이들을 끌어안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 특별기획취재팀 (사회부)백민경·강병철·김헌주·홍인기·김지예·강윤혁·김주연·김소희·김중래·박상연·곽진웅 (전국부)임태환·명종원 기자 서울신문의 ‘2023 비수급 빈곤리포트’ 기획 시리즈 기사는 아래 QR코드를 찍거나 링크를 복사해 인터넷 주소창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news/newsList.php?section=poor1
  • 서울시 ‘안심소득’ 지원 범위 확대… 2단계 시범사업 1100가구 선정

    서울시 ‘안심소득’ 지원 범위 확대… 2단계 시범사업 1100가구 선정

    서울시는 ‘오세훈표 복지 모델’인 안심 소득 2차 참여자 1100가구를 선정하고 이달부터 2년간 지원한다고 4일 밝혔다. 안심소득은 소득이 일정액에 못 미치는 가구에 미달 소득의 일정 비율을 현금으로 지원하는 복지 제도다. 시는 지난해 1차로 중위소득 50% 이하 500가구를 선정해 같은 해 7월 복지 급여를 처음 지급했다. 올해는 중위소득 85% 이하까지 대상을 확대하고 참여 가구도 두 배 늘렸다. 이에 따라 그동안 복지 급여 혜택에서 배제된 중위소득 50~85% 600가구가 새로 안심소득 혜택을 받게 됐다. 2차 참여 가구는 이달 11일 첫 급여를 시작으로 2025년 7월까지 중위소득 85% 기준액과 가구 소득 간 차액의 50%를 매달 받는다. 단 현행 복지 제도 중 현금성 복지 급여인 생계·주거급여, 기초연금, 서울형 기초생활보장, 서울형 주택 바우처, 청년 수당, 청년 월세와 중복해 지원받을 수 없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서울시청에서 안심소득 2차 참여 가구를 만나 안심소득 출범 1년에 대한 소회를 전했다. 오 시장은 “오늘 안심소득 1차 지원받은 분의 일터에 다녀왔다. 현재 경비원으로 일하고 계시는데 취직을 하게 되면서 안심소득 지원 금액이 줄었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한 달에 얼마씩 저금도 한다고 하셔서 더할 나위 없이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근로 의욕을 고취하며 복잡한 복지 시스템의 단점을 최소화하는 등 서울시가 기대하고 있는 안심소득의 효과가 실현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정책 실험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 [단독]7년간 기초생활수급 신청 가구 40%가 퇴짜[비수급 빈곤 리포트-2회] 영상포함

    [단독]7년간 기초생활수급 신청 가구 40%가 퇴짜[비수급 빈곤 리포트-2회] 영상포함

    생계·의료·주거·교육 등 맞춤형 급여 도입 이후 2016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7년여간 기초생활보장 수급을 신청한 10가구 중 4가구는 제도의 문턱을 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서울신문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단독 확보한 ‘기초생활보장 선정·탈락 현황’에 따르면 지난 7년여간 기초생활보장 수급을 신청한 총 193만 5499가구 가운데 75만 4453가구(39.0%)가 ‘부적합’으로 분류됐다. 이 기간 수급 신청 가구 탈락 비율은 매년 40%를 오르내렸다. 올해만 놓고 보면 10만 1307가구 중 4만 934가구(40.4%)가 제도권 편입에 실패했다.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복지 사각지대 발굴 노력에도 불구하고 빈곤층을 위한 최후의 복지망에 편입되는 과정은 여전히 어렵다는 얘기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을 신청한 가구는 2016년 15만 707가구에서 지난해 29만 9495가구로 매년 증가세다. 특히 코로나19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았던 2021년에는 수급 신청 가구가 44만 2890가구로 급증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부적합으로 분류돼 단 하나의 급여도 받지 못한 가구는 2016년 7만 2415가구에서 지난해 10만 9784가구로 늘었다.기초생활보장 수급 신청에서 탈락하는 이유는 다 쓰러져 가는 집을 소유하거나 생계용으로 끌고 다닌 자동차가 수급 기준을 넘어서, 연락이 끊긴 서류상 가족이 부양의무자로 남아 있어서다. 주로 소득인정액이나 소득인정액으로 환산되는 재산, 차량가액 등이 기준을 넘는 사례가 많았다. 이상은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집이나 차가 있으면 그걸 팔아 생활비로 쓰고 난 뒤에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신청해야 가능성이 높아지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기초생활보장 신청은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상담을 거쳐 이뤄진다. 신청 이후에는 신청자를 포함해 가족 구성원의 재산을 월 소득으로 환산하고 근로소득과 합해 소득인정액 기준을 넘는지 등을 확인한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소득보장 정책의 취지에 맞게 재산에 대한 소득 환산 기준이라도 크게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 동작구에서 손녀 안혜영(13·가명)양과 44세 아들을 부양하는 최윤자(64·가명)씨도 20년 전 물려받은 낡은 빌라가 재산으로 잡힌 탓에 수급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최씨는 수년 전 빚을 내 아들에게 개인택시를 구해 줬지만, 아들은 알코올중독 증세가 심해지면서 일을 못 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목 디스크로 최씨마저 일자리를 잃었다. 가족 구성원 누구도 일을 하지 못하면서 생계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1억원 넘게 대출을 끼고 있는 시세 2억 5000만원짜리 낡은 빌라와 방치된 택시가 월 소득 약 290만원으로 환산돼 이들의 발목을 잡았다. 3인 가구가 생계급여를 받는 기준인 월 소득인정액(133만 445원)을 훌쩍 넘어섰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허물어져 가는 낡은 집에서 숨진 80대 어머니와 50대 아들이 기초생활수급 보장을 받지 못한 이유도 바로 ‘그 낡은 집 한 채’였다. 수급 신청 가구의 40%가량이 떨어지다 보니 긴급복지 지원 가능 여부를 문의하는 경우가 늘었다. 서울신문이 확보한 ‘보건복지부의 보건복지상담센터 상담 현황’을 보면 2018년 5만 9344건이었던 긴급복지 지원, 복지 사각지대 관련 상담이 지난해 9만 4760건으로 4년 새 60%가량 급증했다. 전체 복지상담 건수 내 비중(긴급복지와 복지 사각지대 상담)도 같은 기간 3.6%에서 9.1%로 늘었다.서울신문의 ‘2023 비수급 빈곤리포트’ 기획 시리즈 기사는 아래 QR코드를 찍거나 링크를 복사해 인터넷 주소창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news/newsList.php?section=poor1
  • [단독]“고난도 빈곤층, 장기관리 필요한데 한 번 지원하면 끝…방치되기 일쑤”[비수급 빈곤 리포트-2회]

    [단독]“고난도 빈곤층, 장기관리 필요한데 한 번 지원하면 끝…방치되기 일쑤”[비수급 빈곤 리포트-2회]

    “기초생활보장 수급을 받지 못하는 빈곤층을 찾으면 뭐 합니까. 발굴하고 나선 방치되는 경우가 허다해요. 그럴 땐 허무하죠.” 비(非)수급 빈곤층을 포함해 위기가구를 발로 뛰어 찾는 사회복지사와 통합사례관리사, 복지 담당 공무원들은 ‘한 번 지원하면 끝나는’ 식의 정책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장기적인 관리보다 위기가구 발굴 숫자에 집중하는 규정에 대한 불만도 쏟아냈다. 가족 분쟁이나 건강, 약물 의존, 정신 문제가 있는 ‘고난도 위기가구’나 이러한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통합사례 위기가구’의 경우 삶의 질이 개선되기까지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약물의존, 정신문제 등 복합사례 빈곤층 장기적 대책없어 경기도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직 공무원 A씨는 “복합적 문제가 있는 위기가구는 단순 민간서비스 연계에서 그칠 게 아니라 자체적인 문제 해결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며 “하지만 정책 결정권자들은 ‘지원을 해준 곳에 또 주면 안 된다’라는 식으로 자원 분배 기준에 대한 이해도가 현장과 완전히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말 그대로 탁상행정만 하고 있다는 얘기다. 현장을 누비는 복지 담당자들은 인력, 매뉴얼(지침), 권한 부족 등도 위기가구 발굴 한계의 원인으로 꼽았다. 담당 공무원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당사자의 가난을 증명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전북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직 공무원 B씨는 “위기 대상자가 체납 문제로 소유 계좌가 압류됐을 때 긴급생계비라도 확보하기 위해 압류 계좌 변경을 신청해야 할 때가 있다”며 “당사자가 소유한 계좌의 은행을 모두 방문해 잔액 증명서를 떼는절차를 밟아야 해 며칠간 다른 업무를 할 수 없다”고 전했다. 통합사례관리사로 10년 넘게 일한 공무직(무기계약직 신분으로 공무원을 보조하는 민간인 근로자) C씨도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한 해에 발굴해야 하는 위기가구 할당량이 공무원 1명당 5~7가구인 점을 고려하면 (발굴을 넘어) 실제로 생계 문제를 해결해 줄지는 담당자 재량에 달린 셈”이라고 지적했다. 사회복지사 D씨는 “한 사람을 설득하는데 최대 1년이 걸릴 수 있는데 할당에 묶여서 고난도 위기가구 사례자를 설득하고 깊이 있게 지원하는 게 부담스럽다”고 털어놨다. 당연히 현장에서 인력이 적으면 사례 관리의 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은둔형 빈곤층 설득에 장기간 걸리는데 매뉴얼상 3개월만 매달려 실제로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위기가구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은둔형인 경우가 많아 찾아내더라도 지원까지 이뤄지려면 상당 기간이 소요된다. 설득에만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 하지만 위기가구의 사례 관리 기간은 매뉴얼상 최대 3개월이고, 부득이한 경우 6개월로 규정돼 있다. 통합사례관리사 E씨는 “전형적인 책상머리 행정이 빚어낸, 현실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규정”이라고 꼬집었다. 권한의 한계에 부딪힐 때도 많다. 예컨대 실제 소유하지 않지만 서류상 자기 명의의 재산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때는 타인의 재산 문제이다 보니 도움 주고 싶어도 담당 공무원이 실체에 접근하기엔 한계가 있다.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폭력 등 ‘안전 위협’이나 ‘정신 문제’로 연결되는 고난도 위기가구의 경우는 시간과 노력이 더 들지만 가산점을 포함해 인센티브 요인이 전혀 없다. 위기가구 발굴에 필요한 활동비 집행도 경직돼 있다는 불만이 나왔다. 보건복지부에서 발간한 ‘2023년 희망복지지원단 업무안내’를 보면 위기가구 사례 관리의 경비로 쓸 수 있는 항목은 외부 전문가 자문 수당, 기타 운영비, 교육 훈련비, 교육 출장 여비, 의료비, 생활지원비 등으로 명시돼 있다. 현장에서는 활동비 항목을 ‘쓸 수 있는 항목’ 대신 ‘쓸 수 없는 항목’으로 정해두는 게 위기가구 발굴과 관리 활성화에 적합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더불어 정성평가를 늘려 현장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현장서 발로 뛰는 공무직 30년 일해도 급여 280만원 뿐” 통합사례관리사와 사회복지사, 복지직 공무원 등 일선에서 일하는 이들의 낮은 처우는 수십년째 해결되지 않는 문제다. 통합사례관리사 F씨는 “공무원 신분이 아니라 공무직이라 지자체별 예산에 따라 급여가 책정되는데 30년을 근무해도 280만원 수준일 정도로 급여가 낮고 전문직으로 인정도 받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지원 대상에 대한 민간기관의 기준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통합사례관리사 G씨는 “긴급 위기가구 지원 대상 기준은 공공과 민간이 거의 유사하다”면서 “더 많은 비수급 빈곤층을 지원하려면 민간 기준과 공공기관 기준을 달리해 더 많은 이들을 끌어안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울신문의 ‘2023 비수급 빈곤리포트’ 기획 시리즈 기사는 아래 QR코드를 찍거나 링크를 복사해 인터넷 주소창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news/newsList.php?section=poor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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