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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여행 | 타이완-당신이 타이동에 가면 좋겠다

    해외여행 | 타이완-당신이 타이동에 가면 좋겠다

    화려하지 않은 것들에게도 눈길을 주고, 아름다운 것을 잘 발견해 내는 사람. 그런 당신이라면 타이동을 쉽게 사랑하게 될 테니. 타이동은 타이베이 송산 공항에서 비행기로 50분, 타이베이 기차역에서 4시간 40분 소요된다. 평일의 경우 당일 예매가 가능하지만 사전에 예약하는 것이 좋다. 타이동까지 가는 동안 아름다운 해안 풍경을 보고 싶다면 항공은 오른쪽 창가에, 기차는 왼쪽 창가에 앉는 것이 좋다. 누가 타이동台東에 가야 할까?당신이면 좋겠다. 낮은 담 꽃길 사이로 걷는 오후의 산책을 좋아하는 사람. 어린 고양이 앞에서 발걸음을 오래 멈추는 그대. 핸드폰으로도 예쁘게 사진을 찍고, 가이드북의 형식적 추천보다 골목의 우연한 발견을 더 사랑하는 사람. 야시장의 생기로움과 한 잔의 맥주에 고마움을 느끼는 사람. 늦은 아침의 자전거 여행을 사랑하고 두렵도록 푸른 바다 앞에 서면 어느 순간 가슴까지 함께 일렁이는 그대. 걸음을 멈추고 문득 누군가를 그리워할 줄 아는 사람. 물들어 가는 노을과 바람에 눈과 귀 기울이고, 흔들리는 수천 개 등불에 마음 빼앗기는 사람. 풍경은 쉽게 잊어도 사람은 오래 기억하는 그대. 그런 당신이 타이동에 가면 좋겠다. 그렇다면 당신도 나처럼 타이동을 쉽게 사랑하게 될 테니까.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만나기 전부터 사랑할 것 같은 느낌 기내식을 주식처럼 먹을 정도까지 자주는 아니어도, 여행 좀 다녀 봤다고 자부하는 사람에게는 일종의 감이 있다. 풍경에 대한 감각이다. 이곳을 내가 사랑하게 될 것인가 아닌가 하는 직관적 느낌. 공항 문을 열고 낯선 곳의 첫 공기를 들이마셨을 때, 택시 기사의 웃음과 마주쳤을 때, 햇살을 가리려고 경례하듯 손 그늘 만들며 도심 멀리 바라볼 때, 현지인의 그릇과 소품들에 마음 빼앗길 때, 그 느낌은 그냥 온다. 여행의 감이 오는 것이다. 나에게도 그런 감이 있다. 나의 경우 화려하고 높은 빌딩과 쇼윈도 속 명품 가방을 보고 감이 온 적은 없다. 호텔 앞 24시간 편의점을 보고 감이 온 적도 없다. 뉴요커와 파리지엥도 크게 나를 현혹시키진 못했다. 나의 감은 오히려 소박하고 사소한 것들에게서 왔다. 벽에 그려진 그림들. 아이들의 웃음소리들. 이름을 알 수 없는 꽃잎들. 작지만 예쁜 카페의 불빛들. 조금 쓴 커피와 부드럽고 달콤한 디저트들. 그런 것들에게서 나는 여행의 감을 얻었다. 하지만 타이동은 조금 특이한 경우다. 도착하기 전부터 이미 그런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프로펠러가 달린 조그만 비행기를 타고 타이베이 공항을 출발했을 때, 오른쪽 창가에 앉은 내가 볼 수 있었던 건 수백 킬로미터에 달하는 눈부신 해변이었다. 크기를 짐작할 수도 없는 태평양이었다. 아름다웠다. 파도의 흰 거품이 맥주처럼 해안에 밀려와 넘치는데, 목마른 모래톱이 그걸 다 받아 마시고 있었다. 멀리 생각보다 웅장한 타이완의 산맥과 그 중턱의 마을들. 한 뼘 위의 구름들. 그 아름다운 풍경들을 보면서 나는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내가 곧 타이동을 사랑하게 될 것임을. 하늘로 오르는 등불 짐을 내리고 숙소를 나와 타이동의 길을 처음 걸을 때, 먼저 나를 반겨 준 것은 수천 개의 등불이었다. 멀리 하나씩 보이던 등불이, 광장 쪽으로 걸어 나오자 곧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아졌고, 다시 골목을 하나 더 돌아 티에화춘鐵花村에 들어서니, 그곳은 이미 등불의 군락이었다. 열기구 모양의 등불은 각각의 무늬와 색깔 속에서, 마치 티에화춘 전체를 공중으로 몇 미터쯤 들어 올린듯 화려하게 빛나고 있었다. 폐허였던 기차역과 주변을 완벽하게 문화의 중심지로 변화시킨 곳. 금요일마다 예술가들의 수공예품 마켓이 열리고 또 어떤 요일엔 달콤한 음악 공연이 열리는 곳. 오후의 햇살이 길게 비출 때 선로 위를 가만히 걸어 보거나 오래된 역사의 나무의자에 앉아 오지 않을 기차를 조금 기다려 보는 일. 어느 담벼락의 무늬를 배경으로 찰칵 사진을 담아 보는 일. 티에화춘의 낮 시간은 그렇게 사소한 일들로 한적하게 흐르고, 드디어 밤이 오면 온통 등불과 사람들로 반짝인다. 당신이 언젠가 티에화춘에 간다면, 그저 그 등불 아래에서 마음이 쉽게 흔들릴 수 있도록 경계의 벨트를 가만히 풀어 두면 된다. 섬세하게 만든 은반지와 고양이 모양 조각 비누를 하나쯤 사고, 예쁜 엽서와 노트를 구경하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노래를 배경음으로 다시 수천 개의 등불 아래 앉으면 그뿐이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당신의 안쪽에서 등불처럼 빛나는 어떤 얼굴 하나를 떠올려 봐도 좋다. 그것은 그리움일까 연민일까 고민하다가 남아 있는 미련을 조금 덜어 내 등불과 함께 날려 보내면 어떨까. 늦은 밤 그 시간이 되면 어차피 등불이 티에화춘을 날아 오르게 할 테니까. 당신의 마음도 함께 날아가고 있을 테니까. 티에화춘鐵花村옛 철도 역사와 인근 부지를 예술촌으로 만들어 보존했다. 옛 역사와 기차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고 철로를 걸어 볼 수도 있다. 매일 다양한 공연이 펼쳐지며 주말에는 예술 수공예품 마켓도 열린다. 밤에는 수천 개의 등불이 아름답게 불을 밝힌다. No. 26, Lane 135, Xinsheng Rd, Taitung City, Taitung County 비에 젖은 꽃잎, 맑은 웃음, 좁고 예쁜 골목 택시를 타고 갈 때 볼 수 없었던 풍경을, 걸으면서 다 보았다. 속도의 눈속임 속에 숨겨져 있던 타이동의 모습들이었다. 사람 손길을 무서워하지 않는 고양이들은 구두 수선집 낮은 지붕 위에 자리를 잡았고, 과일 가게 옆에는 귀 접힌 어린 강아지가 졸고 있었다. 작은 카페들이 조화를 이루며 골목을 채웠다. 어디와 비슷하다고 말하면 좋을까. 북적이기 전의 서촌과 비슷하고 합정역 어느 골목과 닮았을까. 줄무늬 천막으로 비를 겨우 가린 노점의 작은 식당이 있고, 옆으로 간판이 예쁜 베이커리가 있는데 둘 다 각자의 모습 그대로 그곳에서 어울렸다. 오후의 소나기와 만나라고 화분을 밖으로 내어 놓은 상점들과 손으로 우산을 든 채 자전거를 타고 가는 할머니의 모습이 타이동의 풍경이었고, 길을 물으면 친절히 알려 주는 웃음들이 또한 그대로 타이동이었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당신이라면 타이동과 어울릴 것이라고. 화려하지 않은 것들에게도 눈길을 주고, 아름다운 것을 잘 발견해 내는 사람. 공산품보다 수공예품을 더 좋아하며 일상에 아무리 바빠도 한나절의 여유로움을 즐길 줄 아는 사람. 주말이면 가방에 책 한 권쯤 담고 떠나는 사람. 그저 사람들 몰려가는 곳보다, 내가 좋아하는 곳을 오래 지켜 가는 사람. 경주와 군산, 통영의 골목을 천천히 걷다 돌아와도 참 좋은 여행이었다고 추억하는 사람. 그날 오후에 걸었던 타이동의 거리는 내게도 충분히 그런 곳이었다. 무심코 찾아 들어간 카페에서 나눈 간단한 대화는 정겨웠고, 커피는 향긋했으며, 망고 케이크는 입에서 모음처럼 부드럽게 녹았다. 그날 짠맛 아이스바를 물고 투명한 햇살 아래서 걸을 때, 타이동이 내게 다시 한 번 알려 줬는지도 모른다. 바빠지려고 여행을 온 게 아니라, 바쁘게 살았기 때문에 여행을 온 것이라고. 그러니까 여행에선 바쁘지 않아야 하는 법이라고. 진팡빙청津芳冰城40년 역사를 자랑하는 타이완 전통 빙수집. 팥빙수를 닮은 다양한 빙수와 짠맛이 가미된 아이스바를 맛볼 수 있다. 타이동 야시장 입구 근처에 있다. No. 358, Zhengqi Rd, Taitung City, Taitung County +886 8 932 8023 아이스바 TWD35(한화 약 1,300원) 나무 그늘 아래 쌀국수 한 그릇 점심을 맛있게 먹고 오후에 그냥 걷는 것. 두 번째 날의 전체 일정이었다. 타이동은 그렇게 느긋한 계획에 어울리는 여행지다. 좌표를 찍듯 어딘가를 찾아 가서 인증하고 높이와 면적을 자랑하는 건물에 줄 서서 들어가는 일은, 적어도 타이동에서는 필요 없는 일이었다. 멀리 시외로 나서면 계곡이 있고, 바람이 높게 불어 여름마다 열기구 축제가 열리는 언덕도 있다 했지만, 시내는 그저 낮고 한가로울 뿐이었다. 쌀이 좋기로 유명하다는 설명이 있었고 여행자라면 한 번쯤 들러 간다는 쌀국수집이 있다는 말도 들었다. ‘보리수나무 아래 쌀국수집’. 우리말로 풀어 쓰면 그 정도 이름인 곳. 수십년 전 어느 나무 아래 노점의 작은 국수집으로 시작하여, 이제 번듯한 식당이 된 곳이다. 한적한 골목 사이로 걷고 도로를 두 개쯤 건너 식당에 도착했을 때, 조금 놀랐다. 오전 11시가 막 지났을 뿐인데, 이미 사람들이 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입구 쪽으로 주방의 풍경이 그대로 눈에 보였다. 바쁜 손놀림이었다. 성성한 흰쌀면을 다발처럼 담아 국물로 적신 후 싱싱한 가츠오부시를 가득 얹어 끝없이 식탁으로 날랐다. 쌀이 좋고, 가츠오부시가 좋아서 더 맛있는 쌀국수가 된다는 설명이다. 생각보다 국물이 시원했다. 식탁 위의 고추소스를 조금 덜어 국물에 풀자 매콤함이 면에 부드럽게 스몄다. 짧고 쉽게 부서지는 면은 숟가락으로 떠서 마시듯 먹기 좋았다. 한국인의 속도로 한 그릇을 다 비웠다. 이마의 땀을 닦고, 그제야 식당을 살펴보니, 현지인들은 한 손에 신문을 들고 천천히, 아이와 눈 맞추며 천천히, 친구와 이야기 나누며 천천히 음식을 즐기고 있었다. 그것이 타이동의 속도였다. 나는 그 속도로 천천히 오후의 골목을 걷기로 했다. 타이동에서는 타이동의 속도를 지키는 것이 도리이므로.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롱슈시아 쌀국수榕樹下米苔目· Rong Shu Xia Rice Noodles타이동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점 중 하나. 맑은 국물과 가쓰오부시 속 희고 투박한 쌀국수면이 특징이다. 건면과 탕면이 있다. 탕면을 먹을 경우 식탁 위에 있는 고추소스와 식초를 적당히 넣으면 매콤하고 시원하게 즐길 수 있다. No. 176, Datong Rd, Taitung City, Taitung County, 950 +886 963 148 519 09:30~15:00, 17:00~20:00 (15:00~17:00 Break Time) 탕면 기준 TWD40(한화 약 1,500원) 가난하지만 풍부한 사람들 얼마 전까지 타이동 아이들의 소원은 맥도날드를 먹어 보는 것이었다. 매일 바닷가재만 먹는 가난한 생활이 싫어 부모님께 투정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타이완의 다른 도시들에 비해 문명의 상점은 멀고 바다에서 오는 풍성한 선물은 가득하다. 물론 지금은 맥도날드와 나이키, 5층짜리 백화점도 들어와 있지만. 필리핀판과 유라시아판이 수백만년 동안 서로를 밀어내면서 저절로 깊은 계곡과 산맥이 형성된 곳. 울창한 삼림 아래로 모래 해변이 끝도 없이 이어지다가 어느 곳에서는 바위로 절경을 보여 주는 곳. 태평양과 가장 가깝게 닿은 기차역이 있고 빈랑槟榔 열매를 오래 씹어 이가 모두 붉게 물든 노인들이 많은 곳. 해안의 기괴한 바위들과 산호초들이 명품이며, 인근해의 난류 속에 어자원이 풍성하여 마치 줍듯이 물고기를 잡을 수 있고, 산에서 무너져 내려온 암석들에서 쉽게 옥과 보석이 발견되는 곳. 코로 피리를 연주하고, 꽃무늬 전통 의상을 입은 소수민족들이 고산지역에서 옛 풍습 그대로 살아가고 있으며 낙농업이 발달하여 전국의 우유를 책임지는 곳이 타이동이다. 타이완 일주여행의 마지막 코스. 휴가 때 정말 쉬려고 현지인들이 찾아오는 현지인의 여행지. 진한 커피를 즐겨 마시는 사람들의 땅. 부처의 머리 모양을 닮은 과일 석가로 유명하고 야자수 나무들이 인가 옆으로 길게 늘어서 있고 계곡을 건너는 다리가 많고 태평양을 손으로 만질 수 있으며, 야시장에서 현지인들과 앉아 과일 맥주 한잔으로 하루를 잊을 수 있는 곳이 타이동이다. 그리고 타이동은 자전거로 어디든 갈 수 있는 도로들과 길고 먼 삼림과 호수, 멀리 바다로 고기잡이 떠난 남자를 기다리다 반쪽의 꽃이 됐다는 처녀의 전설이 있으며 그 꽃 뒤로 먼 수평선이 끝없이 아름다운 곳이다. 내가 만난 타이동, 내가 들은 타이동은 그렇다. 그러나 당신은 당신의 방식으로 타이동을 만나게 될 터. 타이동에서 당신의 골목과 당신의 사람은 당신에게 다른 모습을 보여 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직도 변하지 않는 것 하나는 당신도 쉽게 타이동을 사랑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 일종의 확신으로 말하는 것이다. 자전거 하나로 행복한 길 숙소에서 전기 자전거를 빌려 시내를 한 바퀴 돌아 보니, 좋았다. 어디선가 본격적으로 자전거를 타 보기로 결심했다. 자전거를 좋아하는 당신이라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사람들에게 물으니 츠샹池上을 권했다. 기차와 버스로 쉽게 갈 수 있는 곳. 유명한 쌀 생산지로, 타이완 사람들이 쌀의 고향이라 부른다 했다. 아침을 먹은 후 출발하여 몇 시간쯤 자전거를 타고 다시 시내로 돌아오는 코스를 택했다. 치샹에 닿으니 역 앞으로 몇몇 자전거 대여점이 보였다. 3시간쯤 달릴 수 있다는 전기자전거를 택했다. 도시락도 구입했다. 그 지역 최고 품질의 쌀로 만든 도시락, ‘츠샹판바오’를 앞 바구니에 실었다. 달리다 느끼는 허기를 채워 줄 것이다. 목적지는 완안萬安 지역의 바이랑따다오伯朗大道로 정했다. 푸른 논 사이로 곧게 뻗은 도로가 아름답고, 영화배우 금성무가 광고를 찍은 덕으로, 타이완 사람들에게도 인기 있는 지역이었다. 조금은 낯선 전기 자전거의 작동 방법을 시험해 본 후 지도를 보고 출발했다. 몇 미터쯤 비틀거렸다. 그러나 이내 나는 라이더가 되었다. 자전거 도로를 따라 한참 달리니 온통 들판이었다. 푸른 논 사이사이로 잘 닦여진 도로가 곡선과 직선으로 길게 펼쳐졌다. 이제는 익숙해진 핸들로 그 사이를 달렸다. 페달을 밟지 않아도 앞으로 나아가니, 그저 풍경과 자유에만 집중할 수 있어 좋았다. 많은 타이완 여행객들이 자전거를 타고 있었지만, 그곳에는 나와 내가 탄 자전거 하나만 있는 듯 느껴졌다. 그건 무엇이었을까. 현실에서 멀리 떠나와 낯선 곳을 자전거로 달리는 기분. 여행이라는 자유와 자전거라는 자유가 함께 만나, 모든 것을 잠깐 잊게 해주는 것. 때마침 비도 내렸다. 비가 왜 두려우랴. 비닐 우비를 꺼내 입고 즐겁게 소리 지르며 달렸다. 자전거로 달렸다. 누군가가 그때 내게 물었다면 나는 대답했을 것이다. 최고의 순간이라고. 여행이 최고이며, 자전거가 최고라고. 만약 도시락을 먹고 있을 때 물었다면 답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모든 것들이 그곳에서 최고였다. 츠샹池上 자전거 도로 끝없이 펼쳐진 논 사이를 자전거로 달릴 수 있다. 츠샹역에 내려 바이랑따다오伯朗大道까지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 계절에 따라 푸른 녹색과 황금들녘, 만발한 유채꽃이 펼쳐진다. 곧게 뻗은 일직선 도로와 ‘금성무 나무’로 불리는 나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타이완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타이동 시내에서 버스를 타고 갈 수 있으며 반나절 코스로 선택하면 좋다. 도시락과 비닐 우비까지 챙겨 가면 완벽. No. 259, Zhongxiao Rd, Chishang Township,Taitung County 노랑 고양이의 하품, 옥빛 조약돌의 ‘샤르륵’ 뜻밖의 장소에서 기대하지 않던 최고의 순간을 만날 때도 있다. 그것이 여행이다. 가고 싶은 곳만 갔을 때엔 만나지 못할 수도 있는 일. 타이동 여행에서도 그런 순간이 있었다. 내키지 않은 채 출발했던 ‘샤오예류小野柳’와 ‘산시엔타이三仙台’에서 뜻밖의 선물을 만난 것. 모래 암석들이 경관을 이룬 샤오예류는 수만년의 시간이 응축된 곳이었다. 해안에 가득한 기묘한 바위들은 충분히 아름다웠지만 감탄을 주진 않았다. 어느 나라에선가 더 큰 바위를 만났던 적도 있었고, 그런 풍경도 쉽게 잊힌다는 걸 경험으로 잘 알고 있었다. 그날 내가 그곳에서 받은 선물은 오후의 고양이었다. 지질학 체험관 뒤에서 늘어지게 한숨 자고 있던 타이동의 노란 고양이. 손으로 가만히 등을 쓸어 주니 친근한 태도로 내 손등에 머리를 비볐다. 온전한 기대와 신뢰의 표현이었다. 어느 날 당신 앞으로 그 고양이가 걸어와 손등에 머리를 기댈지도 모른다. 저 멀리 암석들과 열대의 나무들과 태평양을 신경 쓰지 않고 그저 고양이와 나누는 잠깐 동안의 공감. 여행에 있어 그것이 전부일 수도 있다. 산시엔타이는 오래된 전설이 드리운 곳이다. 아름다운 다리를 건너가면 먼 태평양과 해변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이었다. 그곳에 꼭 가보라 했다. 의미가 풍경을 형성하고, 전설이 더해질 때 더 아름다워지는 곳이라고. 하지만 그래서 내게는 오히려 와 닿지 않았다. 전설의 의미를 잘 알 수 없었고, 공감이 생기지 않았다. 실망하여 되돌아가려는데 어디선가 ‘샤르륵샤르륵’ 소리가 들려왔다. 아름다운 소리였다. 해안에 수많은 옥빛 조약돌들을 태평양의 파도가 밀어서 적시고, 다시 되돌아갈 때 물과 돌이 서로 부딪히며 나는 소리였다. 파도가 한번 밀려오면 조약돌이 옥빛으로 물들고, 파도가 건너가면 일제히 ‘샤르륵’ 소리를 내는 것. 물속에서 수십만 개의 조약돌이 내는 합창, 아니 물과의 협연. 가만히 해안에 앉아 오래도록 그 소리를 들었다. 타이동에 오길 잘했다. 다시 한 번 생각했다. 느긋한 속도와 연한 간지러움 같은 기분들. 순박한 사람들. 초록의 잎과 붉은 꽃들. 물렁한 과일들. 풍성한 해산물과 정겨운 골목들. 지붕들. 타이동에 오길 잘했다. 나의 감이 적중한 것이다. 이제 당신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글·사진 Travie writer 최성규 에디터 고서령 기자 취재협조 타이완관광청 tourtaiwan.or.kr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詩 사는 공간 아닌, 詩 얻는 공간 되길

    詩 사는 공간 아닌, 詩 얻는 공간 되길

    만남과 헤어짐, 도착과 떠남이 매일 교차하는 서울 신촌 기차역 앞에 ‘시의 공간’이 움튼다. 시단의 현재를 이끄는 젊은 시인 유희경(36)이 차리는 시집 서점 ‘위트 앤 시니컬’이다. 그가 시집 서점을 낸다는 소식은 문인들의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미 소문이 왁자하다. 새달 7일 오픈에 앞서 2일 열리는 김소연 시인의 시 낭독회는 유료지만 이미 매진이다. ‘어쩌자고 시집 서점을 차렸냐’는 질문에 시인은 공감의 웃음을 터뜨리며 “어쩌자고”란 말을 되뇌었다. 착상은 지난해 여름부터였다. “편집자 생활을 9년 했는데 한쪽 눈이 보이지 않아 쉬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놀 순 없고 글을 쓰면서 재미있는 걸 해보자 했더니 할 줄 아는 게 시밖에 없더라구요. 박준 시인에게 처음 얘기했더니 ‘나는 시집 리어카를 해보고 싶었다’며 웃더라고요. ‘상업적으로 오래할 수 있는 건 아니겠지만 성실히 잘 가꾸면 형한테 많은 게 남을 것 같다’고요. 빚만 남지는 않겠죠.”(웃음) 문인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용기 있는 결정”, “편이 되어주겠다”는 격려가 쏟아졌다. “시인들이 좋다고 해서 용기는 많이 얻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시인들이란 돈 셈을 못 하니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사람들이더라구요(웃음). 지금 워낙 관심이 많아서 한두 달은 잘될 것 같은데 저는 2년 정도 봐요. 회의적인 게 아니라 할 수 있는 걸 다 쏟아붓겠다는 각오죠. 시를 ‘사는’ 공간이 아니라 시를 ‘얻어가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바람이에요. 안 망할 순 없을 것 같고(웃음) 신촌 향레코드처럼 누군가에게 추억의 한 페이지가 됐으면 해요.” ‘위트 앤 시니컬’이란 서점 이름은 그가 대표로 있는 시 잡지 ‘눈치우기’ 멤버들 사이에서 나온 말이다. “제가 발음이 좋지 않아요. 한번은 제가 ‘위트 있는 시’라고 말했더니 하재연 시인이 ‘위트 앤 시니컬이 뭐야’라고 되물어서 우리끼리 깔깔대다 헤어졌죠. 명사와 형용사의 조합이라 문법적으로는 오류예요. 하지만 모든 시가 위트(재치)와 시니컬(냉소적)이라는 성정을 갖고 있잖아요. 마음에 들었죠.” 요즘 일부 시집이 잘 팔리는 추세를 미리 짚은 것일까. 시인은 고개를 내저었다. “대형 서점에 가면 팔리는 시집만 눈에 띄는 매대에 나와 있고 오히려 서가에 꽂혀 있는 시집 권수는 대폭 줄었다”면서.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복합문화공간 카페 파스텔 안에 자리잡은 3평짜리 서점에는 2000여권의 시집이 채워진다. 매대의 주제는 외국시집 특별전, 시인의 첫 시집 등 늘 생동감 있게 바뀔 예정이다. 감각 있는 시인이자 눈 밝은 편집자가 그려주는 시의 지도, 시의 무늬는 어떤 모습일까. “요즘은 젊은 시인들의 시집만 찾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들이 읽었던 시는 선배들의 시거든요. 그래서 ‘시의 계보’를 큐레이팅 해보려고요. 나만 알고 있고 숨겨놓고 싶은 보석 같은 시집들, 문학과지성사, 문학동네, 창비 같은 대형 문학 출판사뿐 아니라 작은 출판사들이 펴낸 희소한 외국 시집들, 제대로 발굴 안 되거나 지금은 팬덤이 사그라져 찾지 않는 좋은 시집들…. 절판된 것도 많아서 중고책방을 열심히 뒤질 생각이에요. 제일 빨리 들여놓고 싶은 건 절판된 성석제 소설가의 시집 2권이에요. 매대를 보면 저뿐 아니라 시인들이 추천하는 시집들을 짚어볼 수 있을 거예요.”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사진 강성남 선임기자 snk@seoul.co.kr
  • “시 사는 공간 아닌 시 얻어가는 공간으로”

    “시 사는 공간 아닌 시 얻어가는 공간으로”

     만남과 헤어짐, 도착과 떠남이 매일 교차하는 서울 신촌 기차역 앞에 ‘시의 공간’이 움튼다. 시단의 현재를 이끄는 젊은 시인 유희경(36)이 차리는 시집 서점 ‘위트 앤 시니컬’이다.  그가 시집 서점을 낸다는 소식은 문인들의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미 소문이 왁자하다. 새달 7일 오픈에 앞서 2일 열리는 김소연 시인의 시 낭독회는 유료지만 이미 매진이다. ‘어쩌자고 시집 서점을 차렸냐’는 질문에 시인은 공감의 웃음을 터뜨리며 “어쩌자고”란 말을 되뇌었다. 착상은 지난해 여름부터였다.  “편집자 생활을 9년 했는데 한쪽 눈이 보이지 않아 쉬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놀 순 없고 글을 쓰면서 재미있는 걸 해보자 했더니 할 줄 아는 게 시밖에 없더라구요. 박준 시인에게 처음 얘기했더니 ‘나는 시집 리어카를 해보고 싶었다’며 웃더라고요. ‘상업적으로 오래할 수 있는 건 아니겠지만 성실히 잘 가꾸면 형한테 많은 게 남을 것 같다’고요. 빚만 남지는 않겠죠.”(웃음)  문인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용기 있는 결정”, “편이 되어주겠다”는 격려가 쏟아졌다.  “시인들이 좋다고 해서 용기는 많이 얻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시인들이란 돈 셈을 못 하니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사람들이더라구요(웃음). 지금 워낙 관심이 많아서 한두 달은 잘될 것 같은데 저는 2년 정도 봐요. 회의적인 게 아니라 할 수 있는 걸 다 쏟아붓겠다는 각오죠. 시를 ‘사는’ 공간이 아니라 시를 ‘얻어가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바람이에요. 안 망할 순 없을 것 같고(웃음) 신촌 향레코드처럼 누군가에게 추억의 한 페이지가 됐으면 해요.”  ‘위트 앤 시니컬’이란 서점 이름은 그가 대표로 있는 시 잡지 ‘눈치우기’ 멤버들 사이에서 나온 말이다. “제가 발음이 좋지 않아요. 한번은 제가 ‘위트 있는 시’라고 말했더니 하재연 시인이 ‘위트 앤 시니컬이 뭐야’라고 되물어서 우리끼리 깔깔대다 헤어졌죠. 명사와 형용사의 조합이라 문법적으로는 오류예요. 하지만 모든 시가 위트(재치)와 시니컬(냉소적)이라는 성정을 갖고 있잖아요. 마음에 들었죠.”  요즘 일부 시집이 잘 팔리는 추세를 미리 짚은 것일까. 시인은 고개를 내저었다. “대형 서점에 가면 팔리는 시집만 눈에 띄는 매대에 나와 있고 오히려 서가에 꽂혀 있는 시집 권수는 대폭 줄었다”면서.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복합문화공간 카페 파스텔 안에 자리잡은 3평짜리 서점에는 2000여권의 시집이 채워진다. 매대의 주제는 외국시집 특별전, 시인의 첫 시집 등 늘 생동감 있게 바뀔 예정이다.  감각 있는 시인이자 눈 밝은 편집자가 그려주는 시의 지도, 시의 무늬는 어떤 모습일까.  “요즘은 젊은 시인들의 시집만 찾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들이 읽었던 시는 선배들의 시거든요. 그래서 ‘시의 계보’를 큐레이팅 해보려고요. 나만 알고 있고 숨겨놓고 싶은 보석 같은 시집들, 문학과지성사, 문학동네, 창비 같은 대형 문학 출판사뿐 아니라 작은 출판사들이 펴낸 희소한 외국 시집들, 제대로 발굴 안 되거나 지금은 팬덤이 사그라져 찾지 않는 좋은 시집들?. 절판된 것도 많아서 중고책방을 열심히 뒤질 생각이에요. 제일 빨리 들여놓고 싶은 건 절판된 성석제 소설가의 시집 2권이에요. 매대를 보면 저뿐 아니라 시인들이 추천하는 시집들을 짚어볼 수 있을 거예요.”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금요 포커스] 전선에서 피는 가장 아름다운 꽃/황인무 국방부 차관

    [금요 포커스] 전선에서 피는 가장 아름다운 꽃/황인무 국방부 차관

    어느덧 계절은 봄의 끝자락에서 여름을 맞이할 준비가 한창이다. 뜨거운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기도 하다. 6월의 열기는 나라를 위해 희생했던 호국영령들의 뜨거웠던 애국심과 유난히 닮아 있다. 역사는 우리에게 안중근 의사, 김좌진 장군, 윤봉길 의사와 같은 이름을 남겨 줬다. 그러나 어렴풋한 숫자로만 기록되어 있는, 이름도 사진도 남지 않은 셀 수 없는 젊은이들 또한 절망과 불의가 뒤덮인 세상에 몸을 던졌다. 그들은 청산리와 봉오동에서, 뜨거웠던 다부동과 눈발이 휘날리는 백마고지에서 하나밖에 없는 그들의 청춘을 국가를 위해 바쳤다. 고귀한 삶과 죽음이 모두 역사에 기록되어 있지는 않다. 그들이 어디에서 왔으며, 무엇 때문에 사지(死地)에 오기로 결심하였는지 오늘날의 우리는 알지 못한다. 다만 분명한 것은 그들의 삶과 죽음이 우리들 삶의 씨앗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름 없이 스러져간 이들을 함께 기억해야 한다. 국방부는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이름 모를 영웅들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6·25전쟁에 참전한 12만 4000여 전사자가 아직도 이 땅의 산과 들 어딘가에 묻혀 있다. 이들은 오랜 세월에 풍화되어 작은 뼛조각이나 단추, 칫솔 같은 조그만 모습으로 자신을 드러내곤 한다. 국방부는 그 작은 흔적들을 단서로 전사자의 신원을 확인하고 가족들의 품으로 보내드리고 있다. 더디고 어려운 작업이지만 현재 9100여명의 국군 전사자를 찾았고 그중 113명의 신원을 확인해 그리던 가족 품에 안겼다. 그러나 이들의 직계유족은 대개 70~80대의 고령이다. 시간이 촉박하다. 유해 소재 제보와 유전자 시료채취 등 유해발굴사업의 국민적 참여가 절실하다. 6·25전쟁의 포성이 멎은 지도 어느덧 60년이 훨씬 지났다. 하지만 남과 북은 여전히 대치 중이고, 북한의 국지 도발은 끊이지 않고 있다. 작년 고요했던 서부 전선에서 북한의 목함지뢰가 터졌다. 갑자기 닥친 위험에도 장병들은 놀라운 속도로 경계태세를 취하며 부상자를 옮겼다. 오른쪽 발목을 잃은 김정원 하사는 정신이 들자 동료의 안부를 먼저 물었다. 이후 전 군에서는 전역 연기 신청이 잇따랐다. 올해 초까지 북한의 도발이 지속되는 와중에 전역 연기를 자원한 장병은 1000여명이 넘는다. 바로 이들이 우리 국방의 근간이다. 젊음을 꽃피우기에도 아까운 시간이지만 지금도 우리의 젊은이들은 묵묵히 전선을 지킨다. 이들의 이름 또한 역사에 기록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역사가 오늘날의 평화로움을 기록한다면 보이지 않는 곳에 우리 장병들이 있다. 그들은 묵묵히 서서 생애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전선에 내어주고 있다. 이것은 존중받아야만 하는 일이다. 이런 우리 장병들을 더 많은 국민들이 사랑해 주시기를 바란다. 따스한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봐 주시기를 바란다. 국민들의 온기가 전선 장병의 시린 손을 녹이고 불의와 적의 앞에서 당당할 수 있게 격려해 주시기를 바란다. 터미널에서, 기차역에서 만나는 장병들에게 따뜻한 눈인사를 건네 주시기를, 아들 같고 동생 같은 이들의 듬직한 등을 한 번쯤은 두드려 주시기를 당부드린다. 국방부도 젊은이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이들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복무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2015년 병영문화 혁신 대책을 수립해 군 인권을 개선하고, 복지문화시설 확충 등 근무여건 개선 사업을 진행 중이다. 올해 3월부터는 전·공상 장병 민간의료 지원제도의 정비를 통해 장병들이 완치될 때까지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장병들의 노고에 보답하기 위한 국방부의 노력은 앞으로도 다방면에서 진행될 것이다. 오늘 밤에도 이 나라의 아들딸들은 훈련으로 지친 몸을 야지에 기댈 것이다. 전선의 초병은 여전히 눈을 빛낼 것이고,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는 초계함이 파도를 이겨내며 자리를 지킬 것이다. 이 땅의 가장 아름다운 꽃은 전선에서 피고 있다.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젊은이들에게 우리 모두는 어쩌면 빚을 지고 있을지 모른다. 늘 고마운 마음으로 그 고귀한 희생이 기억되기를 바란다.
  • [The Best 시티] 차 없는 청춘 거리 모텔 대신 창업기지…추억 팔던 신촌 두 가지 ‘부활 카드’

    [The Best 시티] 차 없는 청춘 거리 모텔 대신 창업기지…추억 팔던 신촌 두 가지 ‘부활 카드’

    26일 연세로는 평일인데도 인파로 북적인다. 대학가라 젊은이들이 가장 많은 것은 당연. 하지만 이전에 눈에 띄지 않던 사람들이 보인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엄마들과 삼삼오오 여행용 캐리어 가방을 밀고 다니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바로 그들이다. 연세대를 졸업한 이모(32)씨는 “이전에는 아이를 데리고 신촌거리에 나온다는 것은 상상도 못한 일”이라면서 “차가 줄고 보행로가 넓어지면서 지금은 유모차를 가지고 나와도 될 정도”라고 말했다. 연세로에서 화장품 가게를 하는 김모(43)씨는 “예전에는 여행용 캐리어를 놓고 물건을 사가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는데, 요즘은 길이 편해선지 그냥 가방에 담아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전했다. ●4차로 연세로 줄여 폭 8m 보행로 조성 뒤 부활가 연세로를 중심으로 신촌이 살아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홍대 앞에 밀리면서 1990년대 추억팔이를 하는 동네로 전락했던 신촌이 반격을 시작했다. 그 반격의 중심에는 ‘차 없는 거리’가 있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신촌 일대 재생을 고민하던 중 2012년 박원순 서울시장과 브라질 쿠리치바를 찾아 보행친화도시를 보러 갔다. 거기서 박 시장이 ‘서울에서 차 없는 거리를 만든다는 곳이 있으면 팍팍 밀어주겠다’고 약속해서 덥석 물었다”고 설명했다. 신촌오거리에서 연세대까지 이어지는 연세로는 550m 구간 왕복 4차로였던 도로가 2차로로 줄어든 대신 보행도로 폭은 최대 8m까지 넓어졌다. 처음은 쉽지 않았다. 연세대 송도국제캠퍼스가 문을 열어 신입생이 빠져나갔다. 상인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넓어진 보행로에서 워터슬라이딩과 물총 페스티벌, 댄스 경연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놀러 갈 만하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에 따르면 2013년 하루 평균 7184명이던 연세로 버스 이용객은 지난해 9664명으로 2년 새 34.5%가 늘었다. 이용객이 가장 많은 시간을 말하는 첨두시간(오후 5시~6시) 기준 보행자 수는 2014년 4월 4989명에서 올 4월 5761명으로 15.4%가 늘었다. 나쁜 것은 줄었다. 2013년 48건이던 연세로 교통사고는 지난해 35건으로 감소했고, 연세로를 걷는 시민의 86.0%가 보행환경에 만족을 표하면서 그 이유로 편리하고 안전해서(83.3%)라고 답했다. 결국 차 없는 거리는 신촌 재생의 ‘신의 한 수’가 됐다. 2013년 4102억 3700만원이던 신촌 지역 상가 매출은 지난해 4673억 6500만원으로 2년새 13.9%나 뛰었다. 문 구청장은 “골목 안쪽의 상가들은 아직 멀었다”면서 “연세로의 온기가 명물거리까지 확산되도록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우리는 아직 배고프다”며 욕심을 드러냈다. 걷기 좋은 거리가 도시에 활기를 불어 넣는다는 확신이 생기면서 명물거리와 이대 앞, 신촌기차역의 보행 환경을 개선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서울시 교통본부 관계자는 “시에서도 보행 중심 도시의 경제적 성과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북가좌동 청년조합 중심 준공공임대 추진 아직 고민이 남아 있다. 중심거리는 살아났지만, 연세로 안쪽과 명물거리, 이화여대 옆 골목길, 신촌역사 앞은 여전히 활기가 없다. 문 구청장은 “연세로의 성공이 다른 지역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며 긴장감을 나타냈다. 그만큼 쉽지 않다는 뜻이다. 첫 번째 사업의 무기가 ‘걷기 좋은 도시’였다면 구가 준비하는 두 번째 무기는 ‘청년’이다. 서대문구 인구 32만명 중 19~39세가 9만 6318명으로 전체의 30.4%에 달하고 대학만 9개가 있다. 문 구청장은 “신촌에 청년이 창업하고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면 자연스럽게 지역이 살아날 것”이라면서 “걷기 좋은 길이 물리적 변화로 도시를 바꾸는 것이라면, 이번 사업은 소프트웨어의 변화가 중심”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 2018년까지 105억원을 투입해 신촌에서 이대 앞까지 40만 7600㎡에 대한 재상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 신촌도시재생시범사업 구역에선 2개의 청년 일자리 사업이 진행 중이다. 그중 하나는 모텔을 고쳐 청년창업기지로 만드는 프로젝트다. 연세로 안쪽에 있는 션샤인 모텔은 빠르면 내년 5월쯤 지하 1층~지상 3층인 연면적 348.6㎡의 주거·업무가 동시에 가능한 창업기지가 된다. 건물 리모델링을 맡은 현승헌 선랩건축사사무소 소장은 “모텔과 주거용 건물은 사실 비슷하다”면서 “리모델링을 통해 밤낮없이 일하는 청년 창업가들에게 맞춤형 공간을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대 뒷골목은 ‘이화 스타트업 52번가 프로젝트’를 통해 청년 최고경영자(CEO)들이 문을 열었다. 상점 4곳에서 대학생으로 구성된 6개 팀(HAH, JE.D, 위브아워스, 지홍, 데이그래피, 아리송)이 입주해 직접 만든 장신구와 액세서리, 디자인 소품 등을 판매하고 있다. ‘지홍’을 운영하고 있는 정지수씨는 “3월에 처음 문을 열었을 때는 손님이 하루 1명인 날도 있었는데, 지금은 30명 정도가 가게를 방문한다”면서 “방문객이 늘어나면서 골목의 활기도 살아나고 있다”고 전했다. 구는 이화여대와 지속적인 협업으로 디자인, 정보기술(IT), 건축공학 교수들의 재능기부를 받아 창업 전문교육과 멘토링 지원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청년들의 창업공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들이 살 수 있는 주거환경을 만드는 작업도 착착 진행 중이다. 북가좌동에 청년협동조합이 중심이 돼 28가구의 준공공임대주택이 들어선다. 또 SH공사와 함께 빈집살리기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구는 청년들의 참여를 끌어내려고 대학들과 함께 지역연계수업도 운영하고 있다. 문 구청장은 “학생들의 도시 재생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것과 함께 참신한 아이디어를 얻어낼 기회”라면서 “특히 창업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청년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재생 중심은 사람”… 젠트리피케이션 해결책 고심 특히 사업의 중심에는 주민이 있다. 신촌재생사업의 총괄계획가인 이제선 연세대 교수는 “신촌·이대 상권이 오랜 침체를 겪으며 어려움에 처했던 상인들이 최근 서울시와 구가 대중교통전용지구 선정과 이화스타트업52, 청년창업모텔 사업 등을 추진하는 것을 보고 희망을 가지기 시작한 것 같다”면서 “어느 지역보다 주민 참여 열기가 뜨겁다”고 말했다. 문 구청장은 “공청회에 가보면 뭘 더 해달라는 주민들이 훨씬 많다”면서 “힘들기는 하지만 처음 이곳 상인들을 만났을 때 자포자기한 표정보다 훨씬 기분 좋은 얼굴들”이라며 웃었다. 진행되는 과정이 만사형통만은 아니다. 고민도 있다. 슬금슬금 나오기 시작한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다. 벌써 신촌오거리 인근에선 개발사업과 맞물리면서 임대료가 올라 상인들이 밀려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문 구청장은 “건물주들과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를 위해 상생협약을 맺고 있는데,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는 이미 과도한 욕심이 어떻게 도시와 거리를 망치는지 경험했다”면서 “해법은 공동체에서 찾아야 하고, 꾸준히 해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故 배우 김진구 누구? ‘친절한 금자씨’ ‘마더’ ‘도희야’ 강렬한 인상

    故 배우 김진구 누구? ‘친절한 금자씨’ ‘마더’ ‘도희야’ 강렬한 인상

    원로 배우 김진구(71)가 한달 전 별세한 사실이 뒤늦게 전해지며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배우 김진구는 지난 4월 6일 경북 울진에서 KBS 2TV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를 촬영하고 서울로 올라가던 중 뇌출혈로 쓰러져 별세했다. ‘함부로 애틋하게’ 제작사는 11일 “고인이 당일 다른 배우들과 함께 한 장면 단역으로 출연해 촬영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쓰러지셨다”며 “과거에도 뇌출혈로 쓰러진 적이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당일에도 홀로 기차역 인근에서 쓰러지셨다고 전해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고인의 출연 분은 드라마 후반에 한차례 등장할 예정이며 해당 방송이 될 때 자막을 통해 고인을 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진구는 이로써 단역으로 출연한 ‘함부로 애틋하게’가 유작이 됐다. 김진구는 1971년 KBS 공채 9기로 데뷔한 후 수십년간 꾸준히 연기활동을 이어왔다. 평범한 역할보다는 강렬한 느낌을 주는 연기파 배우의 이미지로 영화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와 봉준호 감독의 ‘마더’, 정주리 감독의 ‘도희야’ 등 굵직한 작품에도 출연한 바 있다. ‘친절한 금자씨’에서는 이영애가 연기한 주인공 금자에게 법구경을 건넸던 남파간첩 고선숙 역으로 등장했다. 또한 ‘마더’에서는 여고생 아정(문희라 분)의 할머니로, ‘도희야’에서는 배두나가 연기한 도희의 계할머니이자 송새벽이 연기한 용하의 어머니로 등장한 바 있다. 이밖에도 영화 ‘오아시스’, ‘목포는 항구다’, ‘통증’, ‘행복’, ‘플란다스의 개’, ‘할머니는 일학년’, ‘할매는 내 동생’, ‘돌연변이’ 등이 고인의 필모그래피다. 특히 ‘복날’, ‘할머니는 일학년’, ‘할매는 내 동생’ 등에서는 주인공을 맡아 열연을 펼치기도 했다. 각종 작품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왔던 배우 김진구의 뒤늦은 별세 소식에 애도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원로 배우 김진구, 한달전 별세 ‘함부로 애틋하게’ 촬영 후 귀가하다..

    원로 배우 김진구, 한달전 별세 ‘함부로 애틋하게’ 촬영 후 귀가하다..

    원로 배우 김진구(여.71)가 한달 전 별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배우 김진구는 지난달 6일 경북 울진에서 KBS 2TV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를 촬영하고 서울로 올라가던 중 뇌출혈로 쓰러져 별세했다. ‘함부로 애틋하게’ 제작사는 11일 “고인이 당일 다른 배우들과 함께 한 장면 단역으로 출연해 촬영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쓰러지셨다”며 “과거에도 뇌출혈로 쓰러진 적이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당일에도 홀로 기차역 인근에서 쓰러지셨다고 전해들었다”고 밝혔다. 1971년 KBS 9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배우 김진구는 영화와 드라마에서 할머니 역을 맡아 조연과 단역으로 종종 얼굴을 내밀었다. 지난 2012년 영화 ‘할머니는 일학년’에서는 타이틀롤을 맡기도 했다. ‘함부로 애틋하게’ 제작사는 “고인의 출연 분은 드라마 후반에 한차례 등장할 예정이며 해당 방송이 될 때 자막을 통해 고인을 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우빈과 수지가 주연을 맡은 ‘함부로 애틋하게’는 사전제작 드라마로 지난달 촬영을 모두 마친 상태. 7월6일 첫 방송 예정이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바이두 검색추천 병원은 돌팔이 ‘의피아’

    바이두 검색추천 병원은 돌팔이 ‘의피아’

    70년대 불법 의료인 모임 시조… 바이두 광고 매출의 12% 차지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百度) 검색이 추천한 병원에서 엉터리 치료를 받다가 숨진 대학생 웨이쩌시(魏則西·21) 사건으로 바이두의 ‘검색어 장사’는 물론 중국 의료체계를 주무르는 ‘의료 마피아’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4일 신경보 등 중국 언론에 따르면 숨진 웨이쩌시가 입원했던 병원인 베이징 무장경찰 제2병원 ‘생물면역치료센터’는 ‘푸톈계 병원’이 위탁받아 운영해 온 곳으로 드러났다. 푸톈계는 중국 푸젠성의 해안도시 푸톈 출신의 의료인들과 이들이 운영하는 병원을 일컫는 말로, 1만 1000개에 이르는 중국 민영병원의 80%를 장악한 의료계 마피아다. 사고가 발생한 생물면역치료센터는 푸톈계인 상하이의 캉신그룹이 지분을 갖고 있었다. 지분 다툼으로 회사를 나온 한 인사는 북경청년보에 “캉신에게 도급을 준 군대 및 경찰 병원만 80개에 이른다”면서 “인민해방군 소속 병원장, 의무처 주임, 정치 주임 등에게 1인당 20만 위안씩(약 3500만원) 뇌물을 줬다”고 폭로했다. 천더량(陳德良·65)이라는 인물이 시조인 푸톈계는 정식 의사가 아닌 떠돌이 의료인이거나 약장수의 모임이었다. 병원이 턱없이 부족했던 1970~80년대 이들은 중국 각지를 돌며 피부병, 비염, 치질 등을 치료했다. 피부병 약을 1위안(약 177원)도 안 되게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큰 환영을 받았다. 돌팔이 의사들이 많았고 약효가 의심스러웠지만 병원을 구경조차 못 한 이들에게 떠돌이 의사는 구세주나 다름없었다. 1980년대에는 기차역 주변의 허름한 여관에서 성병과 불임을 치료하며 자본을 축적해 나갔다. 당시까지만 해도 모든 병원은 국가 소유로 인민해방군과 무장경찰대 등이 주로 운영했다. 1990년대 들어 정부가 국영병원 지원금을 급격히 줄이는 대신 피부과나 부인과, 정형외과 등을 민영병원 체제로 돌리자 푸톈계가 재빠르게 이런 진료 과목을 낚아채 국영병원으로 진입했다. 2000년대 의료기관 민영화가 본격화하자 전국 곳곳에 종합병원을 세웠다. ‘중국의료연맹’이라는 거대한 로비단체도 만들었다.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성형·미용 시장도 푸톈계 병원이 석권하고 있다. 의료기술이 부족했던 이들이 환자를 끌어들이는 가장 효과적이 방식은 광고였다. 초기에는 전봇대에 광고지를 덕지덕지 붙였다. 신문, 잡지, 라디오, TV 등으로 광고를 확대해 오다가 바이두가 검색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자 바이두 광고에 몰입했다. 모건스탠리 보고서에 따르면 바이두의 2014년 매출액에서 의료 광고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15~25%에 달한다. 이 중 푸톈계 병원 광고는 30~50%를 차지해 바이두 매출의 5~12%를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가위생계획생육위원회와 인터넷정보판공실, 국가공상총국 등 정부 합동조사팀은 바이두의 리옌훙(李彦宏) 회장을 직접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고, 중앙군사위원회는 무장경찰 제2병원 조사에 착수해 이번 파문이 바이두와 푸톈계는 물론 군부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수많은 의료 사고와 과장 광고로 수차례 수사를 받은 푸톈계의 먹이사슬이 한 청년의 억울한 죽음으로 끊길지 주목된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비틀즈 생애 최초 연기작 ‘비틀즈: 하드 데이즈 나이트’ 티저 예고편

    비틀즈 생애 최초 연기작 ‘비틀즈: 하드 데이즈 나이트’ 티저 예고편

    영국의 전설적인 밴드 비틀즈가 직접 출연한 영화 ‘비틀즈: 하드 데이즈 나이트’가 오는 5월 국내 개봉된다. ‘비틀즈: 하드 데이즈 나이트’는 비틀즈 멤버 존 레논, 폴 메카트니, 조지 해리슨, 링고 스타가 직접 출연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1964년 첫 상영 후, 1천200만 달러가 넘는 수익을 거둬들였다. 당시 아카데미 각본상과 주제가상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팬들을 피해 도망 다니고 바보 같은 질문을 던지며 음악을 하는 비틀즈의 하루를 따라가는 이 영화는 미국 일간지 빌리지 보이스가 “주크박스 영화의 ‘시민 케인’”이라고 격찬한 작품이다. 이번 국내 개봉은 당시 감독을 맡은 리처드 레스터의 승인을 받아 이뤄졌다. 디지털 해상도 복원을 마친 4K 리마스터링 버전이며, 사운드 트랙은 비틀즈의 프로듀서였던 조지 마틴의 아들 자일스 마틴이 리믹스 및 리마스터링했다. 개봉에 앞서 공개된 티저 예고편에는 비틀즈의 풋풋한 연기를 엿볼 수 있다. 팬들을 피해 도망 다니다가 전화 부스로 몸을 숨긴 조지 해리슨, 링고 스타, 존 레논 그리고 폴 메카트니의 모습은 유쾌한 웃음을 자아낸다. 이어 기차역을 벗어나 들판을 뛰어다니는 그들의 모습은 순수한 시절, 그들의 자유로운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이 작품은 개봉 후 뮤직비디오, 뮤직다큐멘터리 스타일의 원형을 창조했다. 수많은 영화가 ‘비틀즈: 하드 데이즈 나이트’를 변주하고 오마주했으며, 이 작품을 무려 25번이나 봤다는 영화평론가 로저 에버트는 “‘사랑은 비를 타고’와 견줄 만한 작품”이라고 극찬했다. 국내에서 정식으로 개봉한 적 없는 ‘최초의 상영’이라는 점과 비틀즈 ‘최초의 연기’를 만날 수 있는 영화 ‘비틀즈: 하드 데이즈 나이트’는 5월 5일 국내 개봉한다. 88분. 전체 관람가. 사진 영상=찬란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개성 있는 서점, 도시 밝히는 별빛이죠”

    “개성 있는 서점, 도시 밝히는 별빛이죠”

    100년 된 뉴욕 ‘아르고시’ 등 38곳 탐방 “한국 서점의 위기, 문자이탈 현상 때문” “서점은 책만 파는 곳이 아닙니다. 당대의 사유가 담긴 곳이자 도시를 밝히는 별빛 같은 존재입니다.” 전 세계 주요 서점을 둘러본 탐방기를 ‘세계서점기행’이란 제목의 책으로 펴낸 김언호 한길사 대표는 11일 열린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김 대표가 1년 6개월가량 준비해 펴낸 이 책은 전 세계 서점과 서점거리 38곳을 둘러본 탐방기다. 미국 뉴욕의 100년 된 고서점 ‘아르고시’, 워싱턴DC의 ‘폴리틱스 앤드 프로즈’, 헤르만 헤세가 도제 수업을 했다는 독일 튀빙겐의 ‘헤켄하우어’, 대만의 고서점 ‘주샹쥐’, 중국 상하이의 ‘지펑서원’ 등 명문 서점들이 등장한다. 부산의 ‘영광도서’와 보수동 책방골목 등 국내 서점도 소개했다. 그는 “세계 언론에서 좋은 책방이라고 소개된 곳, 독립서점으로 자체 프로그램을 많이 운영하는 곳, 저만의 개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지역을 변화시킨 서점 위주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온라인 서점과 전자책의 등장으로 국내 서점이 위기에 내몰린 것은 스마트폰 등 우리 사회의 문자이탈 현상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폐허가 된 극장에 들어선 미국 펜실베이니아 해리스버그의 ‘미드타운 스콜라’는 낙후된 지역을 재생하는 기적을 낳았다. 영국 북단의 작은 마을 안위크에 있는 중고서점 ‘바터북스’는 기차역을 개조한 독특한 공간으로 관광명소로 떠올랐다. 프랑스 파리의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나 뉴욕의 ‘스트랜드’는 명문 서점을 넘어 이미 세계인의 관광코스로 자리매김했다. 외관부터 독특한 중국의 ‘중수거’는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으로 손꼽히며 주말에만 관광객이 1만명씩 몰려든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 서점도 저만의 개성을 구축해 현재의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종이책의 미학을 보여주기 위해 자신이 쓴 616쪽 서적에 직접 촬영한 사진 수백여장을 컬러로 담아 화려함을 뽐냈다. 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장도 겸하는 그는 2002년 문을 닫은 종로서적 복원 운동도 추진하고 있다. 글 사진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해외여행 | [기차를 타면 스위스가 보인다] 고르너그라트 산악열차-열차 타고 해발 3,089m까지!

    해외여행 | [기차를 타면 스위스가 보인다] 고르너그라트 산악열차-열차 타고 해발 3,089m까지!

    ●열차 타고 해발 3,089m까지! 고르너그라트 산악열차 Gornergrat Bahn 25km에 달하는 유럽에서 가장 긴 스키 슬로프, 400km가 넘는 하이킹 트레일, 해발 3,883m로 유럽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레스토랑. 알프스의 특별한 마을 체르마트가 보유하고 있는 기록들이다. 여기에 1898년부터 운행을 시작한 고르너그라트의 기록도 빠트리면 안 된다. 스위스에서 가장 오래된 전기 톱니바퀴 열차인 고르너그라트. 선로 사이에 깔린 톱니바퀴 위를 서서히 달려 ‘알프스의 여왕’이라 불리는 마테호른 앞까지 데려다 준다. 유유자적 눈 구경하며 오른 해발 3,089m. 고맙고 미안한 마음에, 열차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척 올린다. 생각만 해도 미소가 지어지는 곳이 있다. 발레Valais주에 있는 체르마트Zermatt가 그런 곳이다. 싱싱한 에너지가 넘치고 달달한 공기가 흐른다. 자동차가 다니지 않아 공기도 깨끗하다. 스키만큼 좋은 아프레 스키 해발 4,000m가 넘는 거대한 봉우리 사이에 아기처럼 폭 안겨 있는 체르마트. 알프스의 속살을 만나러 떠나는 관문이자 베이스캠프다. 삼각형 모양의 토블론 초콜릿과 파라마운트사의 영화에서 보던 마테호른Mattehorn도 체르마트를 특별하게 만들어 준다. 체르마트는 1년 365일 만년설로 덮여 있다. 그러니 겨울이면 오죽할까. 유럽에서 가장 넓은 스키 지역을 보유하고 있어 수많은 국가대표 스키팀들이 훈련을 위해 이곳을 찾는다. 전문가뿐만이 아니다. 고르너그라트와 마테호른, 로트호른에서 스키를 탈 수 있는데, 이곳의 스키 슬로프 길이를 합하면 360km가 넘는다. 스위스 동서간 거리인 346km보다도 길다. 스키를 타고 국경도 훌쩍 지난다. 마테호른 글래시어 파라다이스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면, 눈길을 가르며 스키를 타고 이탈리아로 넘어갈 수 있다. 체르마트에서는 스키 외에도 다양한 겨울 스포츠들을 경험할 수 있다. 설원을 가르는 크로스컨트리나 스노슈, 겨울철 하이킹, 좁고 긴 썰매인 토보건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져 있다. 헬리콥터에서 내려 산꼭대기에서부터 스키를 타고 내려오는 헬리스킹도 있다. 체르마트는 ‘아프레 스키Apres ski’로도 유명하다. 아프레 스키란 스키를 타고 난 후에 즐길 만한 것들을 말하는데, 체르마트에는 스파나 클럽,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 등이 많아 스키 후에도 다채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체르마트에서 많은 이들이 찾는 곳 중 하나가 마테호른 박물관이다. 1865년 7월14일 마테호른 정상을 처음으로 밟은 영국 등반가 에드워드 윔퍼에 대한 자료를 비롯해 마테호른 등반 역사, 이 지역의 생태계에 대한 자료들을 담고 있다. 체르마트의 옛 모습이 궁금하다면, 힌터도르프Hinterdorf 골목도 잊지 말고 찾아보자. 돌로 탄탄하게 지지대를 만들고 그 위에 통나무 집을 얹은 모양이 재미있다. 체르마트는 자동차가 다니지 않는 마을로도 유명하다. 자동차는 가지고 오더라도 체르마트에서 5km 떨어진 테쉬마을에 세워 놓아야 한다. 환경을 위해 체르마트 안에는 앙증맞은 전기차만 다닌다. 택시도 버스도 전기차다. 속도는 30km 이하. 세상에서 가장 느린 택시다. 크기는 작지만 가격은 1억원을 호가한다. 전기차만 가능한 환경은 알프스를 공해로부터 지키겠다는 주민들의 의지에서 만들어진 것. 그래서 더 놀랍다. 마테호른으로 화룡점정 체르마트 기차역 건너편에 있는 고르너그라트역. 기차를 타러 들어가니 체르마트의 마스코트인 월리Wolli가 맞아 준다. 기차역에는 ‘출발점’이라는 표시가 한글부터 수십 가지의 언어로 적혀 있다. 열차의 배차 간격은 24분으로 핀델바흐Findelbach, 리펠알프Riffelap 등 5개 역을 지나 해발 3,089m인 고르너그라트역까지 달린다. 겨울 기차여행의 관건은 날씨. 열차를 타면 꺾어질 때마다 마테호른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해서 부푼 기대를 안고 탔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풍경은 한가지였다. 눈만 끝없이 쏟아져 내렸다. 고르너그라트를 오르며 ‘알프스의 여왕’ 마테호른을 만나고 여행을 마무리하려던 계획은 눈에 덮여 버렸다. 좀 더 높은 곳에 가면 마테호른을 볼 수 있을까? 고르너그라트에서 서둘러 내려와 마테호른 글래시어 파라다이스로 향했다. 푸리Furi에서 곤돌라를 갈아탄 후, 트로케너 스테그Trockener steg에서 빨간색의 마테호른 파라다이스 케이블카에 올랐다. 높이 올라갈수록 새로운 빙하세계가 나타났다. 바람이 결을 만들어 놓은 눈 평원은 하얀 사막을 보는 것만 같다. 유리창 너머 풍경에 빠져 있을 때, 옆에서 ‘오마이갓’ 외마디 비명이 들렸다. 갑자기 마테호른이 모습을 드러낸 것. 나도 모르게 환호성을 질렀다. 조용했던 케이블카 안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도도하게 서 있는 마테호른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케이블카가 멈춘 곳은 ‘작은 마테호른’이라 불리는 클레인 마테호른의 꼭대기. 온도계는 영하 25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시계도 세계도 꽁꽁 얼어붙었다.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마테호른의 카리스마에 보는 이도 함께 얼어붙었다. 오른쪽에는 신들이 살 것 같은 알프스의 영험한 봉우리들이 파노라마로 펼쳐져 있었다. 마테호른을 보고 여행을 마무리할 수 있어 행운이었다. 온몸에 흐른 전율이 가라앉을 즈음 두 손을 모았다. 스위스를 여행하는 모든 이들에게 평화가 깃들기를. 솜사탕처럼 가벼운 발걸음으로 하산했다. 고르너그라트 산악열차 www.gornergratbahn.ch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Info Zurich Navigation | 취리히에서 체르마트까지는 기차로 3시간 30분 걸린다. Food | 산악지방에서는 치즈를 많이 먹는다. 치즈를 불에 녹인 후 칼로 살짝 긁어서 감자를 곁들여 먹는 라클렛Raclette과 가늘게 채친 감자를 감자전처럼 만든 뢰슈티Rosti를 많이 먹는다. 에너지가 필요할 때는 초콜릿 가루인 오보말타인Ovomaltine을 우유에 뿌려 먹는다.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오보’라고 주문하면 된다. Restaurant | 마테호른 글래시어 파라다이스 레스토랑 3,883m에 위치한 친환경 건축물로 유명하다. 태양 에너지 패널을 설치해 외부에서 에너지 공급을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생성, 사용한다. 간단한 기념품도 판매하고 있는데, 국내 디자인 업체가 만든 투명 마테호른 잔도 볼 수 있다. Info Center | 체르마트역 바로 옆에 있다. 지도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고르너그라트역도 대각선에 있어 찾기 쉽다. www.zermatt.ch 인기 있는 취리히 공항 이착륙 전망대 취리히 공항은 스위스 여행의 관문이다. 비행기를 갈아탈 때 여유가 있거나 비행기에 관심이 있다면 취리히 공항의 이착륙 전망대를 찾아보자. 비행기 활주로를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어,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인기를 얻고 있다. 비행기가 힘차게 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어 사진가들이 많이 찾는다. 또 모형 비행기와 미끄럼틀 등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시설도 마련되어 있다. 운이 좋으면, 착륙을 마치고 손을 흔들어 주는 친절한 파일럿을 만날 수도 있다. 취리히 공항 B동에 위치해 있으며, 체크인 2 라운지 옆으로 가면 된다. 입장료는 성인 CHF5. www.flughafen-zuerich.ch 에디터 천소현 기자 글·사진 Travie wirter 채지형 취재협조 스위스관광청 www.myswitzerland.co.kr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해외여행 | [기차를 타면 스위스가 보인다] 아로사 라인-힐링캠프 아로사로 향하는 시골열차

    해외여행 | [기차를 타면 스위스가 보인다] 아로사 라인-힐링캠프 아로사로 향하는 시골열차

    ●힐링캠프 아로사로 향하는 시골열차 아로사 라인Arosa Line 아로사Arosa에 가기 위해 도착한 쿠어 기차역. 머리에는 헬멧을 쓰고 어깨에는 스키를 둘러멘 어린이들이 재잘거리며 어디론가 힘차게 걷고 있었다. 그들이 향한 곳은 아로사행 빨간 열차가 서 있는 플랫폼. 아이들과 함께 늠름한 산양을 담은 그라우뷘덴주의 문장이 그려진 열차에 올랐다. 기차 안은 베르니나 익스프레스보다 소박했다. 관광용 열차가 아니라, 현지인들이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는 열차다. 깜찍한 아로사 라인은 계곡 사이의 좁은 길을 뚫고 수많은 커브를 돌며 설원을 달린다. 쿠어에서 아로사까지는 약 1시간. 열차를 탄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아로사를 눈앞에 둔 랑비이스역이다. 열차는 여기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아로사 라인의 하이라이트인 랑비이스 비아둑트Langwies Viaduct를 향해 달린다. 랑비이스 비아둑트는 플레수르Plessur 강 위에 서 있는 거대한 철교. 기차가 다리 위를 달릴 때, 짜릿함이 온몸을 감싼다. 아로사에 도착한 날,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 많은 눈이 쏟아졌지만, 끝없이 내리는 눈도 아로사의 사랑스러움을 가리지는 못했다. 코난 도일도 반한 아로사의 깨끗한 공기 꼬불꼬불 이어진 길은 아로사에서 멈춘다. 아로사를 지나면 철길은 없고, 우락부락한 봉우리들만 웅장하게 마을을 감싸고 있다. 아름다운 샨피그 밸리 끝에 자리하고 있는 아로사. 열차가 없었으면 이 산골마을까지 올 수 있을까 싶다. 지금은 아로사가 인기 있는 겨울 휴양지로 꼽히지만, 100년 전에는 아픈 이들에게 유명한 곳이었다. 험한 마을까지 들어올 수 있는 교통수단이 별로 없어 공기가 깨끗했고 높은 계곡이 있어 강한 바람을 피할 수 있었다. 그래서 1880년대 아로사에는 특히 폐렴환자를 위한 요양원이 많았다.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탐정 셜록 홈즈. <셜록 홈즈>를 쓴 코난 도일도 병마와 싸우는 부인과 함께 아로사에 머물렀다. 럭비와 크리켓, 권투를 망라한 스포츠광으로도 유명한 코난 도일은 이곳에서 스키를 즐겼다. 1894년 영국에서 발행하는 <스트랜드 매거진the Strand Magazine>에 그가 기고한 스키에 대한 기사는 영국인들에게 스키를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코난 도일은 영국인들이 스키를 타러 스위스로 몰려들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그의 예견은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하룻밤만 자면 리프트도, 버스도 공짜 1900년대 이후 아로사는 겨울 스포츠를 위한 곳으로 빠르게 변신했다. 100년이 지난 지금은 스위스의 대표 겨울 휴양지 중 하나로 꼽힌다. 그라우뷘덴주에서 가장 긴 225km 활강코스를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스키나 스노보드 외에도 다양한 겨울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오밀조밀해 접근성이 편리한 것도 장점이다. 아로사역 바로 옆에서 케이블카를 타면, 해발 2,653m의 바이스호른Weisshorn까지 오를 수 있다. 여기서부터 신나게 스키를 즐길 수 있다. 아로사가 매력적인 큰 이유 중 하나는 단 하루만 머물어도 대부분의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산악열차와 곤돌라, 스키리프트는 물론이고 시내버스와 박물관 입장까지 모두 공짜다. 대가족이 와도 지갑 걱정하지 않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그래서인지 가족단위 여행자들이 많다. 또한 겨울에 오는 관광객을 위한 특별한 이벤트도 있다. 꽁꽁 언 호수 위에서 축구경기를 펼치는 아로사 얼음호수 축구시합과 유럽의 희극인들이 참가하는 아로사 유머 페스티벌이 그것이다. 아로사 유머 페스티벌은 12월에 열리는데 매년 수만명이 참여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다람쥐와 함께 즐거운 산책 아로사에서 인기 있는 곳 중 하나는 다람쥐 트레일. 눈이 펑펑 내리는데 다람쥐가 나타날까 싶지만 기우라는 것을 금방 알게 된다. 걸어가는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는 다람쥐를 발견한 것. 분명 살아 있는 다람쥐다. 준비한 견과류를 손바닥에 올려놓으니, 재빠르게 달려와 먹이를 채 간다. 새하얀 눈 덕분에, 짙은 회색 털을 가진 다람쥐가 눈에 잘 보인다. 동심으로 돌아가 다람쥐들과 숨바꼭질을 하며 놀다 보니, 40분 걸린다는 다람쥐 트레일을 1시간이 넘도록 걸었다. 점심을 먹으러 레스토랑에 들어가니 가족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유리창 밖으로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따끈한 핫 초콜릿과 스위스 전통음식을 즐기는 가족들을 보니, 그 안에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포근해졌다. 레스토랑 밖에서는 어르신들이 신나게 썰매를 타고 있었다. 아로사에서 썰매는 아이들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어찌나 흥겨운지, 그들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환해졌다. 아로사에서 쿠어로 돌아가는 길, 겨우 하루를 보낸 곳인데도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문득 아로사가 고향 같다던 자니네의 말이 생각났다. 낮에 본 할머니처럼 신나게 썰매를 타러 아로사에 다시 오겠다는 다짐을 하고서야, 쿠어행 열차에 오를 수 있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Info St. Arosa Navigation | 쿠어에서 아로사까지는 매시간 열차가 출발한다. 약 1시간 소요. 취리히에서 아로사로 갈 때는 쿠어에서 기차를 갈아타야 한다. 전체 소요시간 약 2시간 30분. Food | 그라우뷘덴에 왔다면, 향토음식 카푼스를 맛봐야 한다. 카푼스는 야채와 고기류를 잘게 썬 것을 큰 잎으로 싸고, 그 위에 크림소스를 얹은 스위스 전통음식이다. 겉모양은 통통한 스프링롤처럼 생겼지만, 맛은 다르다. 크림소스 때문에 식감은 부드럽고 안에 든 고기 덕분에 든든하다. Place | 스키를 타지 않더라도 바이스호른에 올라가 보자. 꼭대기에 있는 파노라마 레스토랑에서는 400여 개의 산봉우리들을 360°로 볼 수 있다. www.arosa.ch 에디터 천소현 기자 글·사진 Travie wirter 채지형 취재협조 스위스관광청 www.myswitzerland.co.kr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日, 전철역·대학·쇼핑몰에도 투표소

    일본에서는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전철역과 기차역, 쇼핑센터 등 상업시설, 대학 등에서도 투표가 가능해진다. 이는 개정된 공직선거법이 6일부터 발효됨에 따라 7월 참의원 선거부터 적용될 전망이다. 선거 당일 주소지 부근 투표소에서만 가능했던 투표가 이제는 해당 지역구 선거민이라면 ‘공통 투표소’ 어디에서라도 투표를 할 수 있게 됐다. 투표에 어린이를 동반할 수도 있다. 통근자들을 위해 지하철이나 기차역 개찰구 부근에 투표소를 만들어 이른 새벽이나 밤에만 여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지방자치단체가 투표 가능 시간을 오전·오후 2시간씩 늘릴 수 있게 했다. 지금까지 투표 가능 시간대는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8시까지였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7일 “올해 7월 참의원 선거에서는 아오모리 현 히라카와 시, 시즈오카 현 야이즈 시, 지바 현 나라시노 시, 미야자키 현 미야코노조 시 등이 거대 유통체인 이온계열의 상업 시설에 투표소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기업 입장에선 투표를 겸해 쇼핑도 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적이다. 이 같은 방안은 저조한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투표자의 동선에 맞춘 것이다. 일본에서는 1980년대까지 70% 안팎이던 중의원 투표율이 2014년에 52.66%로 최저를 기록했다. 참의원 선거는 2013년 52.61%로 10년 전보다 약 5% 포인트 낮아졌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해외여행 | [Surprising China] 톈진-북방 최대의 무역 항구 도시 톈진

    해외여행 | [Surprising China] 톈진-북방 최대의 무역 항구 도시 톈진

    톈진(천진, 天津)은 베이징(북경, 北京), 상하이(상해, 上海), 충칭(중경, 重慶)과 함께 중국 4대 직할시 중 하나다. 해안가 시골에 불과했던 톈진이 지금의 기틀을 마련한 것은 베이징의 동부 해안 방어선 군사기지 역할을 하면서부터였다. 이후 1858년 톈진항이 외국에 개항되면서 급속도로 성장, 북방 최대 무역항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역사가 길지 않아 볼거리가 풍부하진 않지만 발달된 중국 산업도시의 면모와 유럽식 건축물들의 이국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다. 톈진 최고의 전망대 천탑 천탑天塔은 톈진 어디에서든 볼 수 있는 톈진의 랜드마크이다. 톈진 TV 방송국의 송신탑으로 높이가 무려 415.2m에 이른다. 세계에서 네 번째로 높은 타워로 천탑호天塔湖라는 인공호수 중앙에 우뚝 서 있다. 엘리베이터를 탑승하면 전망대까지 초고속으로 올라간다. 주변에 산이 없는 톈진 시내는 그야말로 도심의 지평선을 보여 준다. 사방 모두가 끝없이 이어지고 아주 먼 어딘가에서 하늘과 맞닿는다. 특히 해가 질 무렵에는 하나 둘 불을 밝히는 빌딩들과 도로를 수놓는 자동차들의 황금 불빛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전망대에서 한층 더 올라가면 레스토랑이다. 좀 더 여유를 즐기고 싶다면 이곳에서 식사를 하며 전망을 감상할 수 있다. 주의할 점은 날씨다. 흐리거나 미세먼지가 많은 날은 가시거리가 짧아 온통 뿌연 세상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지하철 1호선과 3호선이 만나는 영구도营口道역 주변은 쇼핑의 중심지다. 특히 보행자 전용도로인 빈강도滨江道는 톈진의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찾는 번화가다. 백화점과 쇼핑센터, 음식점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빈강도 남쪽 끝에서 길을 건너면 역시 양쪽에 쇼핑센터가 들어서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 여행자들의 시선을 끄는 것은 쇼핑센터보다 정면에 보이는 서양식 건축물이다. 바로 톈진에서 규모가 가장 큰 성당인 서개천주교당西开天主教堂이다. 1917년, 조계 시절 프랑스인에 의해서 세워진 서개천주교당은 붉은색 벽돌과 화강암이 조화를 이루는 건축물이다. 양쪽에 두 개의 첨탑이 세워져 있으며 첨탑의 돔은 연한 초록색이다. 내부의 벽면과 기둥은 흰색이며 천장은 외부의 돔처럼 연한 초록색이다. 전체적으로 황금색 라인이 장식되어 있어서 차분하면서도 고급스런 느낌이다. 벽면에는 각종 성화 액자가 걸려 있으며 중앙 제단 주변에는 예수의 희생을 표현한 스테인드글라스가 장식되어 있다. 미사가 없을 때는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지만 엄숙한 분위기를 깨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톈진 속 작은 유럽 이태리풍경구 1856년 벌어진 애로Arrow호 사건은 2차 아편전쟁의 시발점이 되었다. 사건은 영국 국기를 달고 있던 중국인 소유의 해적선 애로호를 단속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영국 국기가 강제로 끌어 내려지며 영국은 명예가 손상되었다며 배상금과 사과문을 요구하는 억지를 부린다. 청나라는 이를 거부했고 영국은 이를 빌미로 프랑스와 연합하여 광저우를 점령하고 본격적인 2차 아편전쟁을 벌였다. 톈진까지 점령한 영국은 1858년 불평등한 톈진조약까지 맺었고 톈진의 8배에 달하는 지역을 조계지로 삼았다. 이후 서구 열강의 각축장이 되어 버린 톈진에는 1902년까지 영국, 미국, 프랑스, 독일, 일본, 러시아 등 9개국의 조계지가 들어섰다. 이러한 외세 침략의 아픈 흔적은 지금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톈진 도심 곳곳에 남아 있는 유럽풍 건축물들이 그것들이다. 특히 이탈리안 거리로 불리는 이태리풍경구意大利风景区는 테마파크가 연상될 정도로 조계지 시대의 건축물들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이태리풍경구는 민족로와 자유도가 교차하는 지점을 중심으로 장방형으로 퍼져 있다. 두 개의 길이 교차하는 지점은 마르코폴로 광장이다. 광장 중앙에는 시원한 분수대가 설치되어 있는데, 석주 정상에는 날개 달린 여신상이 월계관을 높이 들고 있다. 사방으로 뻗어 있는 도로의 주변은 온통 2~3층 높이의 이국적인 건축물들이며 1층은 대부분 카페나 레스토랑들이다. 해가 질 무렵 카페에 앉아서 시원한 생맥주에 피자나 파스타를 곁들인다면 이곳이 중국이란 것을 새까맣게 잊어버릴 정도다. 청대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고문화가 톈진에서 가장 주목 받는 곳은 누가 뭐라 해도 고문화가古文化街다. 100여 년 전 톈진의 부자들이었던 소금상인들이 모여 살던 고문화가는 현재 청대 거리를 재현해 놓은 쇼핑 지구로 패루가 세워진 입구를 지나면 고풍스런 2층 규모의 건물이 길게 늘어서 있다. 대부분 근래 조성된 건물들이지만 청대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판매하는 물품들도 차나 다기, 도장과 벼루, 골동품과 전통 장신구들이 많아서 예스럽다. 고문화가 한복판에는 천후궁天后宮이 자리하고 있다. 천후궁은 천비궁天妃宮 또는 낭랑묘娘娘廟라고도 부르는데 바다 또는 물의 신인 천후를 모신 사원이다. 전설에 따르면 천후는 어릴 때 도사를 만나 특별한 능력을 얻게 되었는데 거대한 파도 앞에서 위기를 맞은 어민을 구해낸 후 사람들은 그녀의 영험한 능력을 특별하게 여겨 바다의 여신으로 칭송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해상 교통의 요지인 톈진에 천후궁이 세워진 것은 원나라 때인 1326년. 사원 내부는 시끌벅적한 고문화가와는 달리 매우 조용하고 차분하다. 출입문 하나만을 통과했는데도 마치 다른 세상에 들어온 느낌이 들 정도다. 사원 안에는 천후를 모신 정전正殿을 비롯해 10개가 넘는 전각들이 자리하고 있다. 천후궁에서 나와 북쪽 출입구 방향으로 걷다가 우측 골목으로 빠져나가면 옥황각玉皇閣이 자리한다. 2층 규모의 옥황각은 톈진에서 가장 큰 도교 사원 건축물로 명나라 초기인 1427년에 중건된 것으로 의미 있는 건축물이다. 또 고문화가 북쪽 출입구에서 15분 정도 걸으면 해하海河강 위에 자리잡은 관람차 톈진아이天津之眼를 만나게 되는데 해하강 주변 풍경을 시원하게 감상하기에 이만한 것이 없다. 톈진 시민의 휴식처 수상공원 톈진 남쪽에 자리한 수상공원水上公園은 톈진 시민들이 사랑하는 휴식처다. 총 면적도 167만km2에 이를 정도로 방대하다. 사각 모양의 공원은 출입문이 여럿인데 지하철 3호선 주등기념관周邓纪念馆역에서 하차하면 곧바로 북쪽 출구와 연결된다. 공원에 들어서면 수상공원답게 넓은 호수가 가장 먼저 시선을 압도한다. 수상공원은 크게 동호와 서호로 나뉘는데 북쪽 출구에서 마주하는 호수는 서호다. 호숫가 산책로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산책 나온 많은 시민들을 만나게 된다. 시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즐기기도 하고 제기차기를 하기도 한다. 제기차기는 중국의 어느 공원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놀이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전통적인 제기뿐 아니라 핸드볼보다 약간 작은 크기의 공을 이용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롤러블레이드를 즐기는 시민들도 꽤 많다. 흥미로운 것은 대부분 중년 이상이라는 것. 입구에서 400여 미터를 내려가면 아치형의 석교를 건너게 되는데, 좌측에 보이는 호수가 동호다. 다리 건너 작은 언덕에는 3층 규모의 콘크리트 누각이 세워져 있는데 이곳에 오르면 수상공원 전체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호수와 숲이 어우러진 고즈넉한 풍경을 보고 있으면 마음까지 평온해진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동호 북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회전목마와 바이킹, 후룸라이드 등을 비롯해 다양한 놀이기구가 설치되어 있는 놀이공원이 자리한다. 이곳에서 가장 시선을 끄는 것은 역시 관람차. ‘수상공원’이라는 글씨가 붙어 있는 관람차는 기념사진을 찍기에도 안성맞춤이다. 3층 누각 전망대에서의 전망이 아쉬웠다면 관람차를 타고 시원한 전망을 감상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수상공원 남쪽에는 180여 종, 1,800여 마리의 동물과 조류들을 보유한 톈진동물원天津动物园이 있다. 중국에서도 손꼽히는 규모로 사자, 호랑이, 기린, 하마 등을 비롯해 수십 종의 파충류 등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희귀한 백호와 손오공의 모델이 되었다는 황금원숭이도 만날 수 있다. 주은래의 삶과 업적을 한눈에 수상공원 북쪽 출구 바로 옆에는 주은래등영초기념관周恩来邓颖超纪念馆이 자리하고 있다. 주은래기념관이나 주등기념관이라고 부르지만, 정식 명칭은 주은래등영초기념관이다. 정치가이자 혁명가였던 주은래는 장쑤성강소성, 江蘇省 후아이안회안, 淮安에서 태어나 톈진의 남개대학에서 수학하면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졸업 후에는 일본에서 유학했다. 1919년, 항일운동이자 반제국주의 운동이었던 5·4 운동 때는 톈진에서 활약하다가 투옥되기도 했다. 1920년에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으며 1921년에는 파리에서 공산당 프랑스 지부 결성에 참여했다. 1924년 귀국 후에는 꾸준하게 공산당 혁명 운동을 이끌었고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정권이 수립되자 초대 수상 겸 외교부장 자리에 올랐다. 당대 함께 활동했던 모택동毛澤東이 중국의 영웅으로 추앙 받고 있는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모택동이 엄하고 강한 이미지의 정치가였다면 주은래는 인자하고 포용심 많은 정치가로 인정받고 있다. 늘 중국 인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을 뿐만 아니라 모택동이 이끌었던 문화대혁명 시기에도 중국의 문화유산을 지켜내기 위해 애썼던 인물이다. 기념관은 1998년 2월28일 주은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개관했다. 기념관 입구에 있는 황동 간판 글씨는 강택민江澤民이 쓴 것이다. 기념관 내부로 들어서면 홀 정면에 세워진 주은래와 부인 등영초邓颖超의 흰색 조각상을 먼저 만나게 된다. 너나 할 것 없이 조각상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다. 기념관 1층에는 주은래의 일생과 관련된 자료들이 꼼꼼하게 전시되어 있다. *본문에 나오는 중국의 지명은 중국어 발음으로 적고 한자 음과 한자를 동시에 표시했다. 관광지, 사람 이름, 산 등 지명 이외의 것은 한자 음을 적고 한문을 병행 표기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travel info 天津 Airline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중국국제항공 등이 톈진까지 직항편을 운행한다. 운항 회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매일, 중국국제항공은 주 1회. 소요시간은 약 1시간 50분. 여행이 목적이라면 톈진 직항보다 베이징 직항을 이용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톈진보다 베이징 직항 항공권 요금이 훨씬 저렴하고, 톈진과 베이징 간 교통이 편리하기 때문이다. TIP가는 길┃베이징에서 톈진까지는 고속철로 30분이면 갈 수 있다. 베이징남역에서 출발하며 도착역은 톈진역과 톈진남역 두 곳이다. 톈진역과 톈진남역을 모두 정차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목적지에 따라 각각 다른 열차를 선택해야 한다. 톈진 시내 교통┃톈진 시내에서는 지하철로 이동하면 편하다. 톈진은 현재 4개의 지하철 노선이 운행 중이다. 기차역인 톈진역과 톈진남역도 모두 지하철이 연결돼 있다. 주은래등영초기념관┃입장료는 무료지만, 외국인은 여권을 소지해야만 입장권을 받을 수 있다. 여권을 꼭 챙기자. 촬영 명소┃이태리풍경구에서 고문화가에 이르는 길은 사진 찍기 좋은 곳이다. 해하강을 따라 북쪽으로 800m 정도 이어지는데, 유럽풍 건축물이 줄지어 있어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걷다 보면 보행전용 다리가 나오는데, 이 다리를 건너면 곧바로 고문화가 남쪽 출입구를 만나게 된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박동식 여행작가 취재협조 중국국가여유국 서울지국 www.visitchina.or.kr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열린세상] 네트워크, 플랫폼, 콘텐츠의 경쟁과 협력/이성엽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네트워크, 플랫폼, 콘텐츠의 경쟁과 협력/이성엽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우리가 먼 지역으로 이동하고자 기차를 이용할 때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가장 먼저 철로가 부설돼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사람들이 기차를 타고 내리는 기차역이 있어야 한다. 끝으로 다양한 가격과 서비스 수준을 가진 기차가 마련돼야 한다. 여기서 철도망이 네트워크, 기차가 콘텐츠다. 그리고 기차역을 흔히 플랫폼이라고 하는데 이는 최종 소비자에게 재화나 용역을 제공하기 위한 유무형의 시설 또는 상품과 콘텐츠를 사고팔거나 마케팅을 하는 일종의 장터다. 이를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에 적용해 보면 통신이나 방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KT 같은 통신업체, CJ헬로비전 같은 케이블TV 업체가 플랫폼에 해당한다.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해 이를 플랫폼에 제공하는 CJ E&M 등은 콘텐츠 업체다. 그리고 유무선 정보통신망을 네트워크라고 한다. 플랫폼은 콘텐츠가 유통되는 창구로서, 콘텐츠는 플랫폼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내용물로 상호 의존관계에 있고 네트워크는 서비스를 전달하는 통로로서 역할을 한다. 그런데 KBS와 같은 지상파 방송사는 이 3가지 요소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직접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 편성해 자신이 구축한 방송 네트워크를 통해 시청자에게 방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반면에 케이블TV는 네트워크를 설치, 운영하고 플랫폼으로서 방송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콘텐츠를 가지고 있지 않다. 포털, 게임업체 등은 자신이 제작·편집한 콘텐츠를 이용자에게 유통시키지만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지 않다. 이렇게 정보통신 서비스의 완결적인 제공을 위해 필요한 3요소가 분리되면서 일어나는 갈등이 네트워크 중립성, 플랫폼 중립성, 콘텐츠 동등 접근 이슈다. 중립성이란 어느 편에 치우치지 말고 누구에게나 똑같이 대하는 것이다. 네트워크 중립성은 네트워크를 관리하는 통신업체에 대해 콘텐츠 사업자가 데이터 트래픽을 그 내용, 유형 등에 관계없이 동등하게 처리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플랫폼 중립성은 구글, 애플의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나 iOS 플랫폼에 콘텐츠나 장비 업체가 차별 없이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콘텐츠 동등 접근은 예컨대 신규로 위성, IPTV시장에 진출하는 통신업체가 지상파 프로그램에 대한 재송신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으로 플랫폼이 콘텐츠에 동등하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이슈들은 후발 사업자가 자신에게 없는 요소설비를 저렴하게 차별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정부에 규제를 요청하는 것이다. 정부는 미디어간 균형 발전이나 공정경쟁 차원에서 3자 간의 갈등을 조정해 왔으나 지상파 재송신 대가를 둘러싼 지상파와 케이블의 갈등처럼 3자 간 첨예한 이해대립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경기불황으로 인한 매출 감소, 인터넷 트래픽 급증, 글로벌 ICT 업체의 시장 확대는 문제 해결을 위한 양보와 협력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고 네트워크 고도화, 콘텐츠 활성화, 플랫폼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몇 가지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다른 사업자의 설비,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에 대한 적정한 비용 부담의 원칙을 확립하는 것이다. 콘텐츠 또는 플랫폼 사업자의 네트워크 사업자에 대한 망이용 대가, 플랫폼 사업자의 콘텐츠 사업자 프로그램 이용 대가가 비용, 수익에 기초해 적절하게 산정돼야 한다. 둘째, ICT 시장의 글로벌화에 대응해 국내 ICT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기업의 사업 재편이 활발히 진행될 필요가 있다. ICT 전 분야가 아니라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하고 이에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동남아시아 등 ICT 미개척지로 진출해야 한다. 셋째, 공통의 인프라로서 네트워크의 지속적인 고도화 방안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서 콘텐츠산업 발전 방안에 특별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네트워크, 플랫폼, 콘텐츠의 경쟁과 협력의 출발점은 3자 간 적정한 비용 분담 원칙의 확립이다. 정부도 3자 간 공정경쟁 확보 차원에서 비용 분담 원칙의 기준을 정립하고 필요하다면 직접 대가를 정할 수도 있어야 한다. 동시에 경쟁의 조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네트워크 고도화와 콘텐츠 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 일본엔 고양이, 개 말고도 ‘잉어 역장’이 있다

    日 기차역에 ‘잉어 역장’ 최초 취임 고양이와 개를 역장으로 취임시키는 것으로 유명한 일본에서 이번엔 ‘잉어 역장’을 탄생시켜 화제다. 일본 니시니폰신문에 따르면, 일본 규슈 나가사키현(県) 시마바라시(市)에 있는 시마바라철도(島原鉄道)의 시마바라역(島原駅)에 27일 잉어 한 마리가 명예역장으로 취임했다. 몸길이 약 80cm의 황금색 코이잉어로 알려진 새 역장은 이날부터 개찰구 옆에 마련된 커다란 수조에 자리잡게 됐다. 코이잉어는 일본 잉어의 일종으로 작은 수족관에 넣어두면 8㎝밖에 크지 않지만 강물에 방류하면 무려 120㎝까지 성장한다. 나가사키현 철도 측에 따르면, 개나 고양이 등의 동물 역장은 지금까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잉어는 이번이 처음이다. 철도 측은 지역 부흥 계획의 일환으로 시마바라시의 관광명소인 ‘잉어가 헤엄치는 거리’와의 연관성을 두기 위해 잉어를 역장으로 기용했다고 밝혔다. 또한 역 앞에 있는 수로에서 헤엄치는 잉어는 ‘부역장’이라는 설정이며, 이들의 이름은 앞으로의 공모를 통해 결정하게 된다. 이날 잉어 역장에게는 ‘임명장’이 교부됐으며 즉시 업무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美 국무부가 권하는 테러 위협 속 유럽 안전 여행 팁

    美 국무부가 권하는 테러 위협 속 유럽 안전 여행 팁

    최근 브뤼셀에서 일어난 비극적 테러로 유럽을 향한 세계인들의 눈길은 불안에 가득 차고 있다. 이번 여름을 맞아 유럽 여행을 계획해놓은 사람이라면 위험을 피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25일(이하 현지시간) 디스커버리 채널 산하 인터넷매체 디스커버리 뉴스가 이를 알아보는 기사를 게재해 눈길을 끌었다. 우선 브뤼셀 폭탄테러 사건 이후인 22일 미 국무부는 자국민들에게 유럽지역 여행에 대한 ‘주의보’를 발표했다. 발표문에서 국무부는 “테러 그룹들이 가까운 시일 내 지속적으로 유럽 지역의 스포츠 행사, 관광명소, 음식점, 대중교통 등을 대상으로 테러를 다시 자행할 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슬람국가(IS)등의 테러단체들이 최근 벌이는 공격은 민간인들이 모이는 일상적 장소들을 노린 ‘소프트 타깃 테러' 양상을 띠고 있다. 이에 따라 미 국무부 또한 미국 시민들에게 유럽을 여행 중 공공장소를 방문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경계심을 잃지 말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 국무부는 되도록 인파가 많은 장소를 기피하는 것에 더불어, 특히 대규모 축제 및 종교행사를 방문할 때 안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27일 파키스탄에서 발생한 폭탄테러는 부활절 행사로 몰린 인파를 표적으로 삼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전 세계 8500여 여행사들의 연합체이자 세계 최대 여행업 기구인 ASTA(American Society of Travel Agents) 대변인 제니퍼 미셸 또한 여행 중 테러 위협에 대응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을 몇 가지 전했다. 미셸에 따르면 사실 가장 좋은 방법은 테러의 위협이 적은 지중해 등으로 여행지 자체를 변경하는 것이다. 미셸은 지난해 파리 테러 직후 파리행을 포기하는 미국인의 수가 생각보다 적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말한다. 당시 파리 여행을 취소한 사람은 전체의 약 3분의 1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여행지 변경 없이 유럽 여행을 강행하겠다면 되도록 현지 상황을 최대한 많이 파악해 둘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 지역 신문이나 TV 방송에 늘 주의를 기울여 유사시 최대한 빨리 대처할 수 있도록 하자. 만약 실제로 상황이 터지고 만다면 빠르게 도시에서 벗어날 필요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어디를 가든 가까운 공항이나 기차역 등의 위치를 기억하고, 가장 빨리 도달할 수 있는 방편 또한 사전에 조사해 두면 좋다고 미셸은 전했다. 사진=게티이미지/멀티비츠 이미지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처음 테러 장소 브뤼셀 아니었다” 이라크 정보당국

    “처음 테러 장소 브뤼셀 아니었다” 이라크 정보당국

    22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일어난 폭탄테러가 자신들 소행이라고 밝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최근 경찰에 붙잡힌 ‘파리 테러’의 주범, 살라 압데슬람의 배신을 두려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당초 계획한 테러 장소와 시간을 싹 바꿨다는 것이다. 브뤼셀 테러는 압데슬람 체포에 대한 IS의 보복 공격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압데슬람이 IS를 배신하고 수사당국에 협력할 것을 우려해 다른 곳을 겨냥한 테러를 앞당겨 저질렀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IS는 이날 밤 인터넷을 통해 아랍어와 불어로 낸 성명에서 “우리 형제들이 자살폭탄 벨트와 폭탄을 품고 자벤텀 공항과 브뤼셀 지하철역에서 최대한의 죽음을 가져오려 했다”며 범행을 자처했다. 이 단체는 또 “IS에 대적하는 모든 국가에 이와 같은 결과로 답했다. 이는 시작에 불과하고, 알라의 허락 아래 결과는 참혹하고 끔찍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표면적으로 IS는 벨기에의 ‘반 IS 전선’ 참여를 주된 공격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범행 나흘 전 압데슬람이 체포된 게 결정적인 도화선이 됐다는 진단이 우세하다. 압데슬람을 비롯해 파리 테러 연루자를 대대적으로 검거한 벨기에에 보복을 가하는 것은 물론 압데슬람이 수사당국에 협조해 IS의 공격 계획을 누설할 가능성을 경계했다는 것이다. BBC 방송에 따르면 얀 얌본 벨기에 내무장관은 현지 라디오 방송을 통해 압데슬람 체포 후 실제로 보복공격의 위협이 있었다며 “한 조직을 멈추면 또다른 조직이 (공격을) 실행에 옮기게 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라크 정보당국 관계자는 AP 통신에 “IS가 공항과 기차역을 타깃으로 한 유럽 내 공격을 두 달 동안 준비해왔다”며 이번 테러가 IS의 수도격인 락까에서 기획됐다고 밝혔다. 그는 IS의 원래 공격 목표가 브뤼셀이 아니었다며 “압데슬람의 체포 때문에 브뤼셀로 작전지를 변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압데슬람이 체포된 후 수사관들에게 ‘새로운 계획을 진행했다’고 자백하는 등 수사에 협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전해지면서 IS가 공격 목표를 바꾸고 실행일을 앞당긴 것으로 정보당국은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영국 일간 데일리 메일은 유럽의 정보당국 관계자가 브뤼셀 테러를 “압데슬람 체포에 대한 보복이자 동시에 그가 지하디스트를 배신할 수 있다는 점을 두려워한 결과”로 규정했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대규모 테러의 준비기간으로 나흘은 너무 짧다며 ‘압데슬람 체포와 브뤼셀 테러 사이엔 상관관계가 없다’는 주장을 내놨다. 이에 대해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는 벨기에 내 IS의 작전능력을 과소평가한 것”이라며 “압데슬람의 체포는 (IS의) 다른 조직이 준비해왔던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또 파리 테러와 관련해 지금까지 6개국에서 체포된 18명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유럽은 이제 IS가 상시적으로 가공할 공격을 할 능력을 갖췄을 가능성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佛 경계태세 강화…올랑드 대통령 긴급 장관회의 소집

    佛 경계태세 강화…올랑드 대통령 긴급 장관회의 소집

    22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자살폭탄 테러로 추정되는 폭발사고가 일어나자 프랑스 정부가 긴장하고 있다. 정부 수뇌부는 긴급 회동을 갖고 대책을 논의했다. 파리 주변 공항과 기차역에 대한 경비가 삼엄해졌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올랑드 대통령이 마뉘엘 발스 총리와 장이브 르 드리앙 국방장관, 베르나르 카즈뇌브 내무장관을 불러 벨기에 브뤼셀 공항과 지하철역에서 벌어진 폭탄테러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프랑스는 지난해 11월 13일 130명의 목숨을 앗아간 파리 테러 이후 국가비상사태를 오는 5월까지 연장하고 추가 테러 가능성을 예의주시 해왔다. 프랑스 경찰 당국은 브뤼셀 테러 이후 즉각 파리를 비롯한 프랑스 전역의 공항과 기차역에 대한 보안을 강화했다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샤를 드골 국제공항의 8개 터미널에는 최다 경찰인력이 배치됐다. 이 공항과 연결된 기차역 두곳에서는 브뤼셀에서 출발한 기차들에 대한 검문검색이 강화됐다고 공항 관계자는 AFP에 전했다. 파리 남쪽 오를리 국제공항과 프랑스 남부 툴루즈에도 추가 경비인력이 투입됐다. 모든 기차역과 대중교통수단에 대한 경계 수위도 올라갔다고 경찰 측은 덧붙였다. 영국 런던의 게트윅 국제공항,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공항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키폴 국제공항 등 서유럽 전 지역의 보안도 브뤼셀 테러 이후 한층 강화됐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중국여성, 9000원 빌려준 ‘은인’ 찾아 나선 34년의 여정

    중국여성, 9000원 빌려준 ‘은인’ 찾아 나선 34년의 여정

    최근 중국에서는 단 돈 50위안(약 9000원)을 갚기 위해 장장 34년 동안 ‘은인’을 찾아나선 50대 중국 여성이 화제다. 사연은 198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19살이었던 장(蒋)씨는 돈벌이를 위해 친가인 저장(浙江)성 유에칭(乐清)을 떠나 산시(山西)성 창즈(长治)로 여정에 올랐다. 기차를 갈아타려고 정저우(郑州)역에 내려보니 수중에 지닌 전 재산 130위안이 사라져 버렸다. 소매치기에게 털린 장씨는 끼니를 해결할 돈조차 없었다. 도움을 청할 곳이 없어 망연자실 기차역 모퉁이에 주저앉아 울고 있을 때 한 젊은 청년이 다가왔다. 그는 “무슨 일이냐”고 물은 뒤 장씨의 딱한 사연을 듣고는 주머니 돈 50위안을 털어 주저 없이 건넸다. 지금은 50위안이 큰 돈이 아니지만, 당시에는 근로자의 한 달 급여에 해당할 만큼 큰 액수였다. 발길을 돌리는 청년을 불러 세워 장씨는 “주소를 남겨 달라”고 요구했다. 그의 끈질긴 요구에 청년은 하는 수 없이 주소를 적은 쪽지를 건넸다. 주소지는 저장성(浙江省) 원저우(温州)로 장씨와는 동향이었다. 청년 우(吴) 씨의 도움으로 곤경에서 빠져 나올 수 있었던 장씨는 청년이 남기고 간 쪽지를 품에 소중히 간직했다. 그리고 언제가 반드시 청년에게 손수 50위안을 갚겠다고 결심했다. 그 해 말 장씨는 고향으로 돌아가 청년에게 편지 한 통을 보냈지만 답신이 없었다. 청년의 집 주소를 찾아갈까도 생각했지만, ‘낯선 여자가 그의 집을 찾아가면 사람들이 오해할 수 있겠다’ 싶어 차마 발길을 옮기지 못했다. 이후 장씨는 시안(西安)에서 20여 년간의 세월을 보낸 뒤 시댁인 타이저우(台州)로 돌아왔다. 청년의 주소지와 가까운 곳이었다. 2008년 여름, 장씨는 주소가 적힌 청년의 집을 찾아갔지만, 이미 수년 전 이사를 갔다는 이웃주민들의 말을 들었다. 이미 쉰 세 살이 된 장씨는 더 늦기 전에 34년 전 온정을 베풀었던 청년을 반드시 만나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해 졌다. 식구들의 도움으로 장씨는 다시 한번 청년을 찾아 나섰고, 지역 경찰들도 지원에 나섰다. 마침내 이달 10일 장씨는 경찰의 도움으로 청년의 소재지를 찾아냈다. 그는 현재 충칭(重庆)에서 인쇄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연락을 받은 우씨는 그 때의 일을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 내가 한 일은 사소한 일에 지나지 않고, 당연한 일을 한 것에 불과한데… 저는 이미 잊은 지 오래니 괘념치 마셔요”라고 전했다. 그러나 장씨는 올해 안에 반드시 만나 손수 돈을 돌려주고,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다며, “50위안은 적은 돈에 불과하지만, 신의는 값으로 따질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곤경에 처했던 장씨에게 우씨의 작은 온정은 한평생 잊을 수 없는 ‘은혜’로 각인 되었다. 장씨가 34년 간 가슴에 품어온 것은 따뜻했던 ‘온정’에 대한 기억이었고, 그 기억은 오랜 세월에도 바래지 않았다. 우씨의 순수한 ‘베풂’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기억이다. 사진= 浙江日报 이종실 상하이(중국) 특파원 jongsil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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