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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벌써 ‘서울시장 임무교대’ 채비

    민선 4기 서울시장을 뽑는 5·31 지방선거를 20여일 앞두고 서울시가 새로운 시장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11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각 국·과별로 각 정당 서울시장 후보들의 공약 내용 검토 등 업무보고 준비를 시작했다. 통상 지방선거 2,3일 후부터 국별로 시장 당선자에게 업무보고를 하는데 주요 공약 사항에 대한 추진 가능성, 재원조달 방안, 법률적 문제 등이 보고 내용에 포함돼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시 기획담당관실은 언론 보도와 후보자 홈페이지 검색 등을 통해 각 정당 후보의 정책 구상과 공약 내용을 모니터링해 실무적 검토가 필요한 사항은 해당 국·과에 통보해 주고 있다.‘용산 이전’(강금실) vs ‘현 위치 재건축’(오세훈)으로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새 청사 건립 문제는 당연히 주요 검토 대상이다. 서울시는 이명박 시장이 최근 ‘신청사 건립은 새 시장에 맡기겠다.’고 선언한 만큼 용산 이전시 예상되는 문제점 등도 함께 살펴보고 있다. 서울의 대기질을 일본 도쿄 수준으로 개선하겠다는 오 후보의 공약과 관련, 해당 부서에서는 도쿄의 대기질 자료 등을 확보해 관련 내용을 분석하고 있다. 용산·마포·성수동 등 강북 개발 계획, 난지 골프장의 문화공원 전환(강금실)이나 뉴타운 구역 확대 지정, 경전철·모노레일 도입(오세훈) 등도 검토하고 있다.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02일 TV 하이라이트]

    ●세계 세계인(YTN 오전 10시35분) 영국의 한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사랑의 매 대신 침을 놔 준다. 학생들에게 침을 놓겠다고 교육청의 허가를 받고, 공격적인 행동 때문에 벌을 받았던 학생에게 침을 놓았다.6주가 지나자 스스로 놀랄 만큼 변화가 일어났다. 학부모들도 체벌보다 침을 맞는 것이 훨씬 긍정적인 해결책이라 생각한다.   ●대발견 아이Q(EBS 오후 8시5분) 3세 이전 아기들의 스트레스 실태, 원인, 심각성 등을 알아보고 기질에 따라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방법, 적당한 스트레스를 감당할 수 있는 요령에 대해서 알려준다. 이번 시간을 통해 내가 우리 아기의 스트레스를 모르고 지나쳐온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점검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본다.   ●진실게임(SBS 오후 8시55분) 요리보고 조리봐도 사랑스러운 ‘둘리 쌍둥이’, 군대까지 함께 다녀온 씩씩한 사나이들 ‘군대 함께 간 쌍둥이’, 사랑스러운 그녀들 반짝반짝 빛나는 미소천사 ‘꾀꼬리 쌍둥이’, 눈빛만 봐도 통한다는 ‘오누이 쌍둥이’, 둘이 뭉쳐 두 배로 즐겁다 유쾌 상쾌 통쾌한 ‘신바람 쌍둥이’ 5팀 중에서 남남인 한 쌍을 찾는다.   ●넌 어느 별에서 왔니(MBC 오후 9시55분) 영화 촬영장에서 마주친 승희와 복실은 승희에게 선을 왜 봤냐며 실망했다고 한다. 승희는 인사하며 가려는 복실에게 선 같은 거 평생 안 보겠다고 약속하고, 복실은 눈물을 글썽이며 뒤돌아 뛰어간다. 집에 돌아온 복실은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리고, 그걸 보는 진희의 마음은 아프기만 한데….   ●그 여자의 선택(KBS2 오전 9시) 택시에서 영규를 쫓아낸 진진은 얼마 못 가서 택시를 세우고 토하기 시작한다. 정신을 잃고 쓰러진 진진은 부축하는 영규를 치한으로 오인해 발로 걷어찬 후 도망친다. 한편, 주리는 대학로에서 초상화를 그리는 대학선배 장우를 우연히 만나게 되고, 장우의 순수하고 인간적인 면에 반한다.   ●생로병사의 비밀(KBS1 오후 10시) 소아비만은 지방세포의 크기가 커지는 문제점도 있지만, 지방세포의 수가 증가한다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 또한 소아비만은 성인비만으로까지 이어져 당뇨, 고지혈증 등의 합병증을 유발하면서 아이들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 소아비만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과 노력을 소개한다.
  • 새로운 조선을 꿈꾼 실학자들의 교우·도전과 좌절

    18세기 조선의 대표적인 북학론자인 초정(楚亭) 박제가. 당대 최고의 지식인으로 손꼽힌 청나라 학자 이조원은 초정을 이렇게 평했다.“…그가 구사하는 문사(文詞)는 아름답고, 별빛같고, 조개껍데기처럼 단단한 기운이 있으며, 교룡(蛟龍)이 사는 수궁의 물처럼 상서로움이 있었다. 어찌 천하의 신기한 문장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스스로 떨쳐 일어나기에는 힘이 부족하였으므로 끝내 그를 알아주는 자가 매우 드물었다.” 서얼 출신으로 어린 시절부터 시·서·화에 뛰어난 소질을 보이며 이름을 떨친 박제가는 이처럼 의미심장한, 조선의 기남자(奇男子)였다. ‘박제가와 젊은 그들’(박성순 지음, 고즈윈 펴냄)은 실학자 박제가의 일대기를 다룬 평전 형식의 책이다. 박제가라는 인물이 함축하고 있는 역사적 의미를 다각도로 보여준다. 박제가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백탑파 문인들과 그들을 인정하고 등용해 개혁의 길에 나선 국왕 정조다. 연암그룹, 연암일파, 북학파 등으로도 불린 백탑파는 연암 박지원을 중심으로 한 동인집단으로 백탑은 지금의 탑골공원 원각사지 10층 석탑을 가리킨다. 박제가는 이 백탑파 문인들과 교류하며 혈연을 뛰어넘는 끈끈한 우정과 학문적 교류를 이어갔다. 이덕무·유득공·이서구·서상수 등이 백탑파의 주요 인물. 박제가는 ‘야숙강산(夜宿薑山)’이란 시에서 이 다정한 벗들을 “기질 다른 형제요 한 방에 살지 않는 부부”로 묘사했다. 이 책에선 이들을 ‘젊은 그들’이라 부른다. 백탑파 인사들은 당시 팽배해 있던 소중화사상을 부정했다. 나아가 조선이 진정한 중화가 되기 위해선 그에 합당한 내실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했으며, 이를 위해선 청나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것이 바로 ‘북쪽’을 배우자는 북학론(北學論)이다. 이 책은 박제가와 그의 벗들이 일생을 바쳐 주장한 북학론이 어떤 배경에서 나왔으며 그 내용은 무엇이고 정조의 개혁정치와는 어떻게 연결되는가를 소상히 다룬다. 북학파의 생각은 북벌론에서 이어져 내려온 소중화사상이나 대명의리론과는 판이한 것이었다. 당시 조선의 사상계는 매우 경직돼 있었다. 경전의 해석을 주자의 주대로 하지 않고 독창적으로 해석하면 사문난적(斯文亂賊)으로 몰렸다. 이런 배경에서 박제가는 1778년 청나라 연경에 다녀온 뒤 ‘북학의’를 지어 이용후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청의 발달한 문물을 본받아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해 중국병에 걸린 ‘당괴(唐魁)’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박제가와 그의 벗들이 기회 있을 때마다 자신들의 경세론을 펼 수 있었던 것은 물론 국왕 정조의 지우(知遇)에 힘입은 바 크다. 정조는 특히 박제가를 아껴 견줄 자가 없는 선비라는 뜻의 ‘무쌍사(無雙士)’라 불렀다. 박제가는 정조의 인정을 받아 서얼 출신임에도 규장각 검서관에 발탁됐다. 검서관은 비록 7품 이하의 하급 관직이었지만 표전(表箋, 임금께 올리는 글)을 짓는 등 중요한 일을 맡았으며, 사실상 임금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하는 사관의 임무까지 띠고 있었다. 정조의 개혁정치에 힘입어 박제가는 사회개혁을 위한 여러 시무책들을 올렸다. 그는 중국과의 통상, 서사(西士)초빙론, 중국 유학을 통한 인재양성론 등을 주창했으며 놀고먹는 사족층의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생을 도태시키고 수레를 통일해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당시로선 무척이나 파격적인 것이었다. 개혁군주인 정조조차 그를 송나라의 급진개혁파 정치가 왕안석과 같다고 평할 정도였다. 조선 후기 사림세력에 맞서 ‘이용후생의 학문’을 주창한 박제가와 스승 박지원, 그들이 존경해마지 않았던 국제적인 학자 홍대용, 박제가의 절친한 벗인 이덕무·백동수·이서구…. 이 책에는 새로운 나라를 꿈꾼 조선 청춘들의 아름다운 만남과 사귐, 도전과 좌절의 이야기가 실렸다.“박제가의 한 몸에는 조선 후기 실학사조의 발흥과 전개, 그리고 몰락의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게 저자(성균관대 대동문화연구원 연구교수)의 말이다.1만2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새 아파트 女 10만명당 23명 발암 위험

    새 아파트 女 10만명당 23명 발암 위험

    한국대기환경학회 학술대회에선 실내공기 오염실태를 다방면에서 살핀 연구논문이 대거 발표됐다. 사무실과 PC방, 사립 보육시설, 극장, 대형 음식점 등 이른 바 ‘사각지대’에 대한 제도적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2004년 6월부터 지하역사·찜질방 등 16개 다중이용시설의 실내공기 질 법정기준이 설정돼 정부의 감독을 받고 있지만 이들 시설은 여전히 대상 밖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이번 학술대회에 발표된 여러 논문의 내용을 실내 장소별로 나눠 정리했다. ●아파트 발암위험 크다 순천향대학 손부순 교수팀의 ‘아파트 실내 발암물질 건강영향 평가’ 논문을 보면,“집에서 잠자기가 겁난다.”는 말이 절로 나올 법하다. 합판이나 접착제, 단열재 등 실내자재에서 뿜어나오는 포름알데히드와 벤젠은 국제암연구센터(IARC)가 공인한 발암물질. 손 교수팀은 신축 아파트와, 지은 지 4년 이상 된 아파트 주민을 상대로 이들 물질의 인체 발암영향을 구했다. 먼저 전국 6개 도시(서울·인천·고양·김해·목포·여수시)의 새로 지은 아파트 120가구의 실내에서 포름알데히드 농도를 측정, 평균값을 토대로 발암 위해도를 계산했다. 남성은 10만명당 17명, 여성은 10만명당 23명 꼴로 암에 걸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래프(1)). 120가구의 평균값이 아닌 상위 95%의 측정농도를 기준으로 삼을 경우 발암확률은 10만명당 90.4명으로까지 치솟았다. 손 교수는 “여성의 위험도가 남성보다 더 높은 것은 주택에 거주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더 길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오는 6월쯤 최종 연구결과가 나오는대로 외국 학회지에도 논문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축 아파트뿐만 아니라 지은 지 4년을 넘은 아파트도 위험하긴 마찬가지였다. 손 교수팀이 서울·대구·아산시 등 3개 도시의 아파트를 대상으로 벤젠의 발암 위해도를 평가한 결과, 남성은 10만명당 2.7명, 여성은 3.8명으로 나타났다. 미국환경청(EPA)이 포름알데히드를 비롯한 발암물질의 허용기준치를 ‘100만명당 1명’으로 제시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심각하기 이를 데 없는 수치다. 우리나라도 다른 선진국처럼 발암위해도 기준을 설정한 뒤 이를 잣대로 유해물질 관리정책을 펴 나갈 계획인데, 환경부는 국내 산업계의 현실 등 여러 여건을 고려해 이보다는 완화된 ‘10만명당 1명’ 수준을 염두에 두고 있다. ●사무실·극장·학원도 기준치 초과 ㈜젝시엔중앙연구소는 환경부가 발주한 ‘미적용 다중이용시설의 실내공기 질 실태조사’ 용역과제 중 일부 내용을 논문으로 발표했다. 일반 직장인들이 근무하는 부산지역 19개 지점 사무실을 면적별, 건축연도별로 나눠 총휘발성유기화합물(TVOC)의 농도를 측정했다.99평 미만이거나 지은 지 1년 이내 사무실에서 ㎥당 520∼800㎍(마이크로그램·100만분의1g)이 검출됐다(그래프(2)). 지하상가·찜질방 등 법정 규제대상 시설물에 적용되는 기준치(500㎍ 이하)보다 최고 1.6배 높은 수준이다. 이 연구소 김도형 팀장은 “사무실 규모가 작을수록, 최근에 지은 사무실일수록 벤젠과 톨루엔·자일렌 등이 포함된 TVOC 농도가 높게 나왔다.”고 말했다. 극장·학원 등 실내공기질 규제대상이 아닌 다른 시설도 사정은 비슷했다. 김 팀장은 “복합상영관 극장은 카펫·장식재 등이 화려하지만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 농도가 심각할 정도로 높게 나온 곳이 많았다. 대형음식점은 일산화탄소, 학원은 이산화탄소가 법정 기준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이들 ‘미적용 다중이용시설’의 오염실태 조사결과를 곧 발표할 예정이다. ●PC방·보육시설은 어린이 건강 위협 연세대 김성헌(환경공학부) 교수팀은 서울의 한 PC방을 골라 초미세먼지(PM2.5) 농도를 쟀다. 초미세먼지는 입자 굵기가 2.5㎛(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1m) 이하로, 머리카락 굵기의 수십분의1 정도. 이 때문에 코에서 걸러지지 않은 채 막바로 폐조직에 달라붙어 호흡기·심혈계통 등에 직접적인 손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국내외 학회에 보고돼 있다. 사흘 동안 시간대별로 7차례 오염도를 잰 결과, 이 중 5차례 측정치가 미국환경청 1일 기준(㎥당 65㎍ 이하)을 초과했다. 오염도가 가장 심한 오후 5시∼자정 사이는 159㎍으로 미국기준의 2.5배였다(그래프(3)). 김 교수는 논문에서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것은)PC방에서의 흡연 등 요인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했다. 유아들이 지내는 보육시설의 공기질 실태도 심각하긴 마찬가지였다. 젝시엔중앙연구소는 올해 초, 지은 지 1∼31년이 지난 부산지역 9개 사립 보육시설의 오염실태를 조사했다. 이산화탄소 평균 농도가 1016(피피엠·100만분의1분율)으로 국·공립 보육시설에 적용되는 법정 기준치(1000)를 넘어섰다(그래프(4)). 특히 2곳의 보육시설은 발암 및 신경독성 물질로 구성된 총휘발성유기화합물(TVOC) 농도가 법정 기준치를 초과한 상태였다. 김도형 팀장은 “아동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려면 사립보육시설도 국·공립처럼 규제대상에 포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 김희리 사무관(생활공해과)은 이와 관련,“다음달 중 공청회를 열어 법 개정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하철 공기오염, 개선대책 시급 직장인들의 출·퇴근길은 위험천만이었다. 한양대 환경 및 산업의학연구소(소장 김윤신 교수)는 지하철 오염 문제를 다룬 2개 논문을 발표했다. 그동안 환경부 발주 차세대핵심환경기술개발 연구용역 과제로 수행해 오다 이번에 일부 내용을 공개했다. 승객들은 지하철 승강장에 있을 때보다 객차 안에 있을 때 더 높은 위험에 노출됐다. 서울시내 1∼4호선 8개 지하철역 승강장의 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104㎍이었다.1호선(시청·동대문역)이 168㎍으로 가장 높았고,2호선(신도림·사당역)은 81㎍으로 최저였다.3호선(종로3가·고속터미널역)과 4호선(이수·서울역) 승강장도 국내 기준치 이하였다(그래프(5)). 이 연구소 김종철 연구원은 “2호선의 미세먼지 농도가 예상보다 낮게 나왔는데, 사당역에 설치된 스크린도어가 차단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객차 내 오염은 사정이 크게 달랐다. 지난해 10∼12월 서울의 1∼8호선 전체 지하철 노선을 대상으로 시발역∼종착역까지 객차 내 각종 오염물질의 농도를 시간대별로 세 차례씩 측정했다. 일산화탄소와 부유세균은 지하철 승강장·지하상가 등에 적용되는 법정기준 미만이었다. 그러나 전체 노선의 미세먼지(PM10) 평균 농도는 기준치(150㎍)의 1.4배, 지하철 승강장(104㎍)보다는 2.1배 높았다. 미세먼지보다 인체에 더 해로운 초미세먼지(PM2.5)의 경우 비상벨을 요란하게 울려야 할 판이다. 아침 출근시간대의 평균농도가 94㎍으로 측정됐고, 일부 노선에선 최고 312㎍까지 검출됐다(그래프(6)). 미국환경청이 제시한 기준치(65㎍)보다 1.5∼5배나 높은 수준이다. 이산화탄소 역시 아침과 낮, 저녁 시간대 모두에서 실내공기 국내기준(1000)을 뛰어넘었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달마가 서해로 간 까닭은?

    달마가 서해로 간 까닭은?

    해마다 이때쯤 서해안은 파닥파닥 생기가 돈다. 곳곳에서 해산물을 주제로 한 축제가 열릴 만큼 먹을거리가 풍성해진다. 바지락이 출하되기 시작하고, 새조개가 식도락가들을 유혹한다. 겨울부터 나온 간재미는 제맛을 한껏 자랑한다. 봄바다 맛의 진수는 충청남도 당진의 실치회. 아주 잠깐동안 담백하고 쫄깃한 제 몸맛을 알려주고는 금세 사라진다. 안면도 자연휴양림의 안면송이 뿜어내는 솔향기는 또 어떤가. 몸이 날아갈 듯 상쾌함을 준다. 주변에 즐비한 관광명소들을 들러보는 것은 기분 좋은 덤이다. 풍성한 먹을거리와 볼거리가 가득한 서해안. 가족과 함께 1박2일 나들이코스로 제격이다. 글 당진·태안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충남 당진 장고항 # 실치는 실치의 원래 이름은 뱅어. 지역에 따라서는 복숭아꽃이 필 때쯤 나온다고 해서 도화뱅어라고 부르기도 한다. 성어가 되어도 길이가 10㎝를 채 넘지 못할 만큼 작아 생선이라고 하기엔 민망한 크기. 특히 5㎝가 넘지 않는 크기의 뱅어를 실오라기처럼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실치라고 부르기도 한다. 살아 있을 때는 몸빛깔이 투명하지만 죽으면 흰색으로 변한다. 매년 3월쯤 되면 충남 당진의 장고항 등에 실치가 비치기 시작한다. 이때의 길이가 2∼3㎝정도.3월 중순에는 4∼5㎝정도로 커지고,5월 초순을 넘으면 10㎝ 크기의 성어로 자란다. # 실치의 주무대 장고항 충남 당진의 장고항은 예전부터 실치 생산지로 유명했던 곳. 농사지어서는 못시켰던 자식교육을 실치를 잡아서 시킨다고 할만큼 이 지역 어민들의 주수입원이었다. 겨우내 한적했던 이곳에 3월하순부터 ‘당진 8미(味)’실치를 찾는 식도락가들의 발걸음이 줄을 잇기 시작한다. 이때부터는 장고항의 거의 모든 음식점들이 실치요리집. 그중에서 가장 먼저 실치회 요리를 시작했다는 용왕횟집(041-353-0255)을 찾았다. 손녀딸을 등에 업은 채, 외지인을 맞은 사람은 주인 김기순(50)씨. 요리장(?)을 겸하고 있다. 손님들이 주문한 실치 회무침을 만드느라 정신이 없는 모습. 장고항이 실치로 유명한 이유가 궁금했다.“실치가 싱싱허니께 많이들 찾는 거지유. 아, 어장이 코앞인디 얼매나 싱싱허것슈?”실치 어장은 장고항 선착장에서 배로 2∼3분 거리. 실치가 떨어질 때쯤되면 배타고 나가 ‘뺑뺑이’라는 그물속에 잡힌 실치를 걷어온다. 횟수는 손님의 숫자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하루 4∼5차례.“실치란 놈이 얼매나 성질이 급한지, 물밖에 나오면 채 30분밖에 살지를 못혀유.”그래서 장고항이 살아 있는 실치회를 맛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란 설명이다. # 다양한 실치요리 실치는 3∼5월 사이에 반짝 먹을 수 있는 계절음식. 요즘이 딱 제철이다. 대표적인 실치요리는 각종 야채와 곁들여 먹는 실치회무침이다. 보릿고개에 배고픈 어부들이 실치 한사발을 떠서 초고추장이나 된장에 비벼먹었던 데서 시작되었다는 일화가 전해온다. 갓 잡아온 실치를 쑥갓과 배, 당근, 미나리, 오이 등을 초고추장에 버무린 양념야채에 곁들여 먹는다. 특히 쑥갓과 배는 꼭 들어가야 제맛이 난다. 새콤하고 담백한 맛이 겨우내 잃었던 입맛을 되찾는 데 그만이다. 3월 중순쯤 처음 잡히는 실치는 너무 연해서 회로 먹기는 어렵다. 횟감으로 적당한 크기와 육질을 가진 놈들이 잡히기 시작하는 것은 4월초순부터. 생선 특유의 비린내가 없고 뒷맛이 산뜻하다. 실치 자체가 씹힐 것이 없고 부드럽기 때문에 입에서 녹아드는 듯하다.3∼4명이 먹을 수 있는 한접시에 2만원. 실치를 아욱과 함께 끓여낸 된장국, 부추나 당근 등의 야채와 함께 부쳐 먹는 실치전도 별미다. 5월중순쯤 성어가 되면 뼈가 억세지고 쓴맛이 강해져 회로는 먹을 수가 없다. 이때부터는 말려서 먹는데, 이것이 그 유명한 뱅어포. 씹히는 맛이 부드러워 특히 안주용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김기순씨에 따르면 뱅어포에 얽힌 사랑얘기도 많았단다. 뱅어포를 만들기 시작하는 초봄이면, 항구주변에 사는 처녀총각들 사이에 애정행각(?)이 끊이질 않았다고. 로맨스의 무대는 바닷가 보리밭. 실치를 널어 놓는 곳 바로 뒤편이다.“이 마을엔 노총각 노처녀가 없었슈. 실치를 널겠다고 나와서는 공공연히 연애질이었다니께. 보리밭에 들어갔다가 한참만에야 나오는 애들도 봤슈.” # 봄철 해변 영양식 뱅어포에 양념 발라 구워내면 밑반찬은 물론 술안주로도 그만이다. 특히 풍부한 것이 칼슘.“하루 두 장 정도만 먹으면 칼슘 보충에 따를 것이 없다.”는 것이 김씨의 주장이다. 실치는 단백질과 지방이 적은 반면, 칼슘 등의 무기질이 풍부하다. 통째로 먹기 때문에 뼛속의 칼슘을 고스란히 섭취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옆에서 실치회무침을 먹고 있던 김옥자(67·충남 예산)씨는 한술 더 뜬다. 자칭 ‘실치박사’.“칼슘의 왕 멸치보다도 칼슘이 10배가 더 많은 것이 실치”란다. 과장도 심하시다. 설마 그렇게 칼슘의 양이 많을까만, 아무려면 어떤가. 제철음식을 즐겁게 먹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 또다른 별미 간재미 실치와 함께 장고항에서 맛볼 수 있는 별미가 간재미다. 사철 잡히긴 하지만 살이 여물어진 겨울부터 지금까지가 제철이다. 서해안 중남부 지역에서 잡히는 가오리과의 심해어.‘갱개미’라고도 불린다. 홍어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가격은 10분의1에도 못 미친다. 쫄깃한 살점과 무른 뼈가 어우러져 오돌오돌 씹히는 맛이 그야말로 일품이다. 꼬리뼈가 세 개인 것이 수컷, 하나인 것이 암컷이다. 특히 수컷은 ‘스태미나’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먹는 방법은 회나 찜, 탕 등 다양하다. 그중 가장 일반적인 요리는 회무침. 단단한 육질을 유지하기 위해 막걸리로 씻은 다음, 배·미나리·무 등을 넣고 고추장으로 양념을 한 것이다. 미식가들이 결코 놓치지 않는 것이 바로 간재미의 간이다. 고소한 맛이 일품. # 가는 길 서해안 고속도로 송악IC를 나와 38번 국도를 타고 대산방향으로 진행. 석문방조제를 지나 615번 지방도로 갈아탄 뒤,5㎞ 정도 직진하면 오른쪽이 장고항. 당진군청 문화관광과 (041)350-3121∼3. ■ 충남 안면도 자연 휴양림 # 솔향기 가득한 안면도 실치회로 입안 가득 봄의 미각을 채웠다면, 이젠 솔향기 맡으며 도시생활에 찌든 몸과 마음을 맑게 씻어줄 차례. 다소 헐렁거린다 싶을 만큼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고 안면송이 가득찬 휴양림속에서 삼림욕을 즐겨보자. 온몸이 날아갈 듯 상쾌해진다. 원인은 소나무를 비롯한 초목들이 풍기는 그윽한 향기. 바로 피톤치드(phytoncide)다. 초목들이 자신을 해치는 미생물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내뿜는 독한 냄새가 인간에겐 더없이 고마운 향기가 된다. 안면읍에서 남쪽으로 2㎞정도 떨어진 승언리 소나무숲.77번 국도변에 넓게 펼쳐져 있는 이 소나무 숲 한가운데 안면도 자연휴양림(anmyonhuyang.go.kr)이 자리잡고 있다. 집단으로 서식하고 있는 안면송이 가장 큰 자랑거리. 안면송 군락지로는 국내에서 유일하다.2005년 세계식량농업기구(FAO)가 선정한 아시아·태평양지역 우수산림 경영사례 중 한국에서는 유일하게 포함되기도 했다. 수령은 100년 내외. 중부지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부러진 소나무와는 달리 늘씬한 자태를 자랑한다. 예로부터 귀한 목재로 사용되기도 했다. 조선시대에 궁궐을 짓거나 보수할 때, 이곳의 소나무를 이용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기도 하다. 현재 소나무 천연림의 면적은 430㏊에 달한다. 휴양림에 들어서자 안면송이 뿜어내는 솔향기가 이내 정신을 맑게 해준다. 매표소를 지나 오른쪽으로 오르다 보니 창기리 출신의 시인 채광석의 시비가 세워진 둔덕이 나왔다. 소나무 사이로 부서지는 햇살을 받으며 잠시 쉬었다 가기에 좋은 곳. 네살배기 아들과 산책을 하던 류광희(35·충남 태안)씨는 “저멀리 바다와 함께 흐드러지게 핀 진달래, 철쭉을 함께 볼 수 있는 요맘때가 안면도 휴양림이 가장 예쁠 때.”라며 만족한 표정이다. 류씨는 또 “전망대에서 보는 탁트인 서해바다의 모습이 장관”이라며 “동남쪽으로 펼쳐진 울창한 소나무 군락지도 빼놓지 말고 감상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안면송의 ‘정기’를 온몸으로 받은 다음 77번국도를 가로질러 가면 수목원이 나온다. 연못위의 정자가 인상적인 한국정원과 야생화 꽃길, 철쭉원 등으로 꾸며져 있다. 안면도 자연휴양림의 또다른 장점은 주변에 관광명소들이 즐비하다는 것. 아름다운 낙조로 널리 알려진 꽃지 해수욕장이 자동차로 불과 10분거리에 있다. 실치로 유명한 마검포, 철새들의 천국인 천수만, 그리고 어리굴젓으로 유명한 간월도 등이 인근에 위치해 있다. 홍성의 남당항에서는 새조개 축제가 열리고 있기도 하다. 바다낚시터 또한 지천이다. 낚싯대 하나에 새우미끼 한통이면 감성돔까지 노려볼 만하다. 연륙교 아래와 황도 등이 유명 포인트. # 가는 길:서해안 고속도로 홍성IC→서산A,B방조제→안면도 이용시간 : 휴양림-오전 9시∼오후 6시까지, 숲속의 집-오후 3시∼다음날 낮 12시까지. 요금 : 숲속의 집-2만원∼7만원, 휴양림-성인 1000원, 청소년 800원. 주차료 : 소형 3000원, 대형 5000원. 숲속의 집 이용객은 입장료와 주차료 면제. 문의 : (041)674-5019. # 석문방조제도 가봐요 충남 당진의 석문방조제는 길이만 10.6㎞에 달하는 국내 최장의 방조제다. 도대체 그 끝을 가늠할 수 없을 만치 길다. 교통신호 하나 없는 방조제옆 도로를 달리다 보면, 말할 수 없는 해방감을 만끽할 수 있다. 길이 7.8㎞에 달하는 대호방조제가 바로 인근에 위치해 ‘드라이브 벨트’를 이룬다. 그야말로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서해안 드라이브의 백미다. 방조제 옆 서해 갯벌에는 풍부한 해산물이 넘쳐난다. 굴 등의 해산물을 직접 캘 수도 있고, 어민들이 채취한 것들을 살 수도 있다. # 가는 길: 서해안 고속도로 서해대교를 지나 송악IC로 나온다.38번국도를 타고 대산방면으로 25㎞정도 직진하면 석문방조제.
  • [뷰티Up 스타일Up] 부모 관심이 키 키운다

    자녀를 둔 부모라면 가장 관심을 갖는 부분은 당연히 교육일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 교육에 대한 관심만큼 엄마들 사이에서 비중이 높아진 것이 바로 자녀의 ‘키’이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내가 작은데 어떻게 아이의 키가 클 수 있겠는가.’라는 반문을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식습관이 바뀌고 청소년들의 평균 신장이 70년대에 비해 10㎝ 정도 커진 것을 본다면 선천적으로 타고난 기질뿐 아니라 후천적인 노력으로 아이들의 키를 크게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최근 우리 사회는 점점 키 크고 멋진 외모가 필수 조건으로 자리잡고 있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렇듯 아이들의 성장에 꾸준하고 지속적인 관심이 절실히 요구된다. 자녀의 키는 부모의 키가 크다 할지라도 꾸준한 관심을 갖지 않을 경우 자칫 부모보다 작은 키가 될 수도 있다. 최근 일부 아이들은 비염이나 알레르기성 질환, 운동부족, 영양부족과 불균형, 수면부족,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 컴퓨터 사용 등의 이유로 자기가 가진 잠재성장보다 충분히 못 자라는 경우가 많다. 또 성장에 문제가 있더라도 엄마가 아이에게 조금만 관심을 가진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우선 아이가 잘 자라지 않는다고 느낄 경우는 3개월 또는 6개월마다 키와 체중을 기록해두어 아이가 정상적으로 자라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5세 이후에는 일년에 5∼6㎝ 정도 크는 것이 보통이다. 자녀의 성장은 사춘기 시기까지만 이루어진다. 그 이후에는 성장판이 닫혀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1∼2㎝ 정도 이상은 자라기 힘들다. 만일 정상보다 키나 체중이 정체되고 있다고 판단될 경우 아이들 ‘성장’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을 찾아 전반적인 아이의 건강 상태를 체크한 후 문제되는 부분을 빨리 고쳐주어야 정상적으로 키가 클 수 있다. 가령 음식을 잘 못먹는 아이는 소화기 계통 등의 치료를 꼭 해야 한다. 부모가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성장 상태를 체크해야만 ‘키짱’인 아이를 만들 수 있다. ■ 김기준 자연담은한의원 원장(www.nature-clinic.com/growth)
  • 한명숙과 그남편 “별거끝에”

    한명숙과 그남편 “별거끝에”

    현처형(賢妻型)가수 한명숙(韓明淑·34)이 15년간 계속해 온 결혼생활을 청산하고 부군 이인성(李寅星·39)씨와 합의이혼했다고 밝혔다. 약 2개월 전부터 별거생활을 시작한 이들은 8월8일 정식으로 이혼장에 도장을 찍었고 李씨가 집을 나옴으로써 서로 남과 남의 사이가 됐다. 가요계에서는 보기 드물게 모범가정을 이룩했던 것으로 알려진 그가 마침내 이혼을 했다는 것은 하나의 충격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한명숙(韓明淑)의 이혼(離婚)발표는 전혀 돌발적인건 아니다. 그녀의 불화(不和)내지 이혼설은 이따금씩 그의 측근가수들을 통해 새어나왔다. 약 2개월전에 그녀는 가장 친근한 동료가수 H양집에 와서 한바탕 답답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이런 상태로는 도저히 가정을 유지할 수 없다』고. 그때 이미 이혼할 의사를 비쳤으나 친구의 간곡한 만류를 듣고 그대로 집에 돌아갔다는 얘기. 별거는 그때부터. 남자로 치면 대장부, 활발하고 이해성 깊기로 소문난 한명숙이 15년간 유지해온 부부생활에 무엇 때문에 종지부를 찍고만 것일까? 그에겐 14세된 맏딸을 비롯, 2남1녀의 3남매가 있다. 그의 부군 이인성(李寅星)씨는 비록 「미남은 아니지만 씩씩하게 생긴」 호남자. 李씨는 한때 육군모부대의 군악대장을 지냈고 인천(仁川) 모 고등학교 교사로 있었다. 「트럼본」을 불고 「밴드·마스터」로 일했지만 연예계선 이른바 「딴따라 기질」이 없기로 차라리 소문난 사람. 악기를 모조리 부순 후로 韓양의 뒷일 살피던 李씨 그는 한명숙이 인기절정일 때 「밴드·마스터」를 그만두고 TBC-TV의 보조 PD로 직업을 바꿨다. 유명한 「에피소드」하나. 그는 직업을 바꾸면서 그가 가지고 있던 「트럼본」 「클라리넷」등의 모든 악기를 모조리 발로 꺾어 버렸다. 『아이들에게 우리 아버지가 악사(樂士)였다는 말을 듣기전에 그만두는 것』이라고. 그리고 주로 한명숙의 뒤에서 그의 인기관리에 주력했다. 이쯤되면 두사람의 파탄 이유가 그 흔한 「성격차이(性格差異)」 때문은 아닐 성싶다. 그런데도 주변사람들은 그들의 불화(不和)-이혼(離婚)의 이유를 「성격차이」에 두고 있다. 李씨의 친구 한 사람은 李씨가 술, 여자관계를 재치있게 처리하지 못했다고 그나름의 해석을 내렸다. 그의 술 친구들은 李씨의 무한대한 주량에 내심 존경을 표하면서 뒤처리가 항상 투박했다고 안타까와했다. 「남자가 한 두번 외도를 했기로서니-」라고 혀를 차 사람이 있겠지만 한명숙 자신이 이것을 이해 못하는 사람도 아니라는 결론. 李씨에게 새로운 여인이 나타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도 나돌고 있다. 사실 이들 부부관계가 위기에 처했던 일은 7년전에도 있었다. 그때도 한명숙은 집을 나와 모 가수집에서 「헤어지겠다」고 떼를 썼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한명숙은 『노란샤쓰의 사나이』로 절정의 인기를 누린 「톱·싱거」. 부부 싸움 끝의 가출은 일종의 「데모」로 끝났고 평탄한 가정으로 되돌아 갈 수 있었다. 피난온 소녀시절 군악대 악장 그이 만나 이들이 처음 만난 것은 1·4후퇴뒤, 인천에서였다. 진남포(鎭南浦)태생의 한명숙은 그때 피난민 대열을 따라 남하(南下)해온 17세 소녀였고 이인성은 그곳에 주둔하고 있는 육군 군악대의 상사(上士) 악장이었다. 한명숙이 가수로 등장한게 그 이듬해인 18세때. 집에서 「오르갠」을 치며 노래하는 모습을 지켜 본 이웃집 흥행사가 8군 무대진출을 주선해 준 것이 시발점이니까 노래솜씨는 이 때부터 나타난 것같다. 가수지망생인 소녀와 군악대 악장 사이엔 쉽사리 「로맨스」가 싹텄고 3년뒤엔 정식 부부가 됐다. 한명숙·이인성부부의 결합이 가장 이상적이었느냐는 그만두고 어쨌든 한명숙만큼 「스캔들」없는 연예인도 흔치 않다. 조금만 유명해지면 곧 「스캔들」의 소용돌이에 말려버리는 수많은 연예인들과는 사정이 사뭇 다르다. 한명숙이 누린 장수의 인기는 바로 그의 현처형(賢妻型)의 인품, 소탈하고 달관한듯한 처세술에서 얻은게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 한명숙이 뒤늦게 이혼을 결심했다. 8월 19일 지방공연에서 돌아온 그녀는 『더 이상 보람없는 희생을 할 수 없어서 이혼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고민이 지나쳤던지 얼굴의 반면(半面)이 경련을 일으켰다. 가장 큰 원인은 경제문제 아이들 생각에 가슴아파 그녀가 밝힌 이혼 이유중 가장 큰 문제로 경제문제가 등장한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한명숙은 현재 「적수공권(赤手空拳)」의 상태. 서울 효창(孝昌)동 546 자택은 옛 철도국 관사로 「톱·싱거」의 저택치곤 퍽 허술한 편. 그녀는 고작 이집 하나를 지키고 있을 뿐이며 전화기까지 다 잡혀있어 남은 재산이 없다는 얘기다. 그의 「히트·송」 『노란샤쓰의 사나이』는 한명숙의 대명사처럼 됐지만 그 뒤에도 「히트」가 없는건 아니다. 『사랑의 송가』 『우리 마을』 『그리운 얼굴』 『비련(悲戀) 10년(年)』등 손꼽자면 꽤 많다. 8군무대의 「포퓰러·송」에서 시작하여 최근 몇 년간의 이미자(李美子)식 「뽕짝」조(調)에 눌리기 까지 한명숙의 노래는 「밝고 건전한 노래」의 대표급으로 꼽을 수 있다. 가요계서의 위치 역시 여가수의 대표급. 이젠 원로 칭호를 붙여줘도 아깝잖다. 20년 가까이 노래했고 누구 못지 않게 화려했던 그가 현재 직면한 사정은 어쩌면 허울좋은 인기연예인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 된다. 그가 부양해 온 가족은 현재 무직인 남편과 3자녀 친정어머니 시어머니 동생 가정부를 포함해서 평균 10여명. 몇번인가 인기만회를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어쩔수 없이 줄어든 수입으로는 벅찬 짐이다. 『이대로 나가다가는 아이들과 도저히 살아갈 수 없어요. 15년간 쌓은 탑이 무너지고 아이들의 가슴에 못을 박는 것 같은 아픔을 느끼지만-』 한명숙의 모습은 곧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이 침통해졌다. [ 선데이서울 69년 8/24 제2권 34호 통권 제48호 ]
  • 우디 앨런의 ‘매치포인트’ 14일 개봉

    우디 앨런의 ‘매치포인트’ 14일 개봉

    인생의 불가해성을 이야기하는 영화는 숱하다. 아니, 어쩌면 세상의 모든 영화들이 그 주제를 향해 변주되는 것일 수도 있다. 우디 앨런 감독이라면 어떨까.13일 개봉하는 ‘매치 포인트’(Match Point)는 그가 만들었지만 편견은 금물이다. 자의식에 기우뚱 기댄 예술영화 쯤으로 속단하지 말라는 얘기이다. 세속적 욕망과 격정적 사랑 사이에서 위태롭게 줄타기하는 남녀의 이야기를 그렸는데, 한참동안 고개가 갸웃거려진다.‘쉬어가는 영화’라는 결론이 일찌감치 내려질 만큼 중후반까지 일정규격의 보폭만 유지하는 무난한 드라마이다. 신분상승을 꿈꾸는 테니스 강사 크리스(조나단 라이 메이어스)는 런던의 갑부 집안 아들 톰(매튜 굿)과 사귀면서 자연스럽게 그의 여동생 클로에(에밀리 모티머)와도 가까워진다. 자신에게 첫눈에 반한 클로에가 적극적으로 구애해오자 이를 받아들이지만, 처음부터 크리스의 속마음은 딴 데 가 있다. 톰의 약혼녀이자 육감적인 외모를 가진 배우지망생 노라(스칼렛 요한슨)에게 매혹당한 채 위험천만한 애정행각을 이어간다. 이건 감독의 넘치는 자신감 혹은 오만인지도 모르겠다. 압축미 없이 시시콜콜 이야기를 늘어놓는 화법은 얼핏 욕망과 사랑을 주제로 한 주말연속극을, 불륜과 치정의 은밀한 욕망으로 화면을 긴장시키는 일련의 대목들은 TV드라마 ‘부부클리닉’의 스크린 버전 같다. 꿈에 그리던 상류사회에 진입한 크리스가, 격정적 사랑을 포기하지 못해 노라와의 위험한 밀회를 이어가며 수위를 높여가는 구도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이 있다. 빤한 이야기가 지지부진 너무 길다는 불평이 나올 중후반 어느 지점에서 영화는 핸들을 확 꺾으며 관객의 뒤통수를 친다. 스릴러 아닌 평이한 치정극에 등장하기엔 너무나 색다른 반전이 후반부에 놓였다. 크리스의 아이를 임신한 노라가 크리스의 손에 살해된 이후 결론부에서 감독은 ‘이 영화를 왜 이런 방식으로 만들었는지’ 참았던 의도를 밝힌다. 크리스는 어떻게 됐을까, 그에게 어떤 결론이 적용돼야 인생의 공식에 맞는 걸까. 위로인지 조소인지, 감독의 괴짜기질이 극장을 나서는 관객의 등을 툭툭 친다. 바둥댈 거 뭐 있어? 인생 그거 운(運)이야, 운!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베리타스·한국법학교육원과 함께하는 PSAT 실전강좌]

    논리적 판단은 논점을 설정하고 분석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내재적인 분석방법을 말한다. 논리적인 추론능력을 요구하는 문제다. 먼저 사실을 분석하고 합리적인 추론능력을 동원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나가야 한다. 그러나 대개 매우 복잡한 상황이 설정돼 있기 때문에 한 번에 결과를 도출하기는 까다롭다. 따라서 빨리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조건의 형상화가 필수적이다. 표나 그림, 수직선 등을 이용해 주어진 조건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는 테크닉이 있어야 한다. 다음의 문제는 형상화를 하지 않고 논리적인 추론을 몇 번 반복하는 것을 통해 해결할 수도 있지만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는 표로 형상화를 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문제)두 기업이 5억원을 걸고 입찰 경매를 한다. 각 기업이 써낸 액수를 동시에 공개해서, 더 높은 액수를 쓴 사람이 건 돈을 갖는다. 대신 진 기업에는 진 기업이 써낸 액수만큼을 준다고 하자. 만일 같은 액수를 써 냈다면 5억원을 그대로 나누어 가진다. 입찰가의 단위는 1억원이라고 할 때 얼마를 써내는 것이 더 좋은 전략인가? (1)4억원 (2)5억원 (3)6억원 (4)7억원 (5)8억원 정답:(3) (풀이)5억원을 기준으로 분류를 한다. 만일 5억원보다 적은 액수를 써낸다면 상대 기업이 그 금액보다 적은 액수를 쓰지 않는 한 당연히 손해가 발생하게 된다. 또한 지나치게 많은 액수를 써내면 이겨도 상대 기업이 5억원보다 많은 액수를 쓴 경우에 손해가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내가 이겨도 상대가 5억원을 초과해서 받을 수 없고, 내가 지더라도 5억원보다 많은 액수를 받을 수 있는 6억원을 쓰는 것이 가장 이익이 된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이 논리적으로 서술되지 않거나 비교할 것이 없어서 확신이 들지 않는다면 섣부르게 답을 찾기가 곤란하다. 따라서 종합적인 상황을 형상화할 수 있는 테크닉이 필요하다. 아래의 표는 손익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작성한 표이므로 이를 보고 판단해 보기로 한다. (논점의 설정) 글의 진술 방법과 방향을 통해 ‘의논상의 쟁점’을 파악하는 일이다. 상황판단에서 추구하는 논점이란 주어진 글 속으로 주제를 축소해 글쓴이의 핵심적인 주장과 쟁점을 선정하는 것이다. 추론과는 다르기 때문에 문장에 나타나지 않은 사실까지 확대 해석하지 말아야 한다. (문제)다음의 (A)에서 (D)까지의 서술은 감기에 대해 일반인들이 잘못 알고 있는 상식에 대한 내용이다. 아래 서술로부터 진실을 확인할 수 있는 잘못된 상식을 모두 고르면? (A)겨울보다는 밤낮의 기온차가 큰 환절기에 인체의 방어능력이 떨어지면서 감기 등 호흡기질환에 걸리기 쉽다. 또한 난방을 심하게 해도 바깥과 방안 공기의 기온차가 커져 체내 면역력이 쉽게 떨어진다. 추위는 다만 우리 몸의 방어력을 약화시켜 바이러스가 침투하기 쉬운 상태로 만든다. 감기예방을 위해서는 보온에 신경 쓰기보다는 평소 규칙적인 운동과 올바른 영양섭취로 면역력을 키우고 바이러스가 전염되지 않도록 개인청결에 힘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 (B)우리가 흔히 먹는 감기약은 치료제라기보다는 기침, 고열, 통증 등을 억제시켜 몸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을 줘 감기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저항력을 키워주는 약이다. 몸이 안정되고 감기에 대한 면역능력이 생기면 몸은 스스로 바이러스를 극복할 수 있다. (C)위중한 질환 중에는 초기 증상이 감기와 비슷한 것이 많다. 때문에 감기 증상을 소홀히 했다가는 자칫 내 몸의 중요한 신호를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또한 말 그대로 ‘감기’일 뿐이라 하더라도 증상이 심할 경우 기관지염이나 폐렴 등 합병증이 올 수 있다. 일주일 이상 계속되는 감기는 의사의 진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 (D)약국에 갔을 때 약을 쥐어주며 약사가 꼭 하는 한마디는 “식후 30분 후에 드세요.”라는 것이다. 감기약이 다른 약에 비해 위에 부담이 많이 가기 때문이다. 공복에 먹게 되면 위에 무리가 가서 염증이나 속쓰림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에 음식이 소화되는 식후 30분이 적당하다. 가. 감기에 걸렸을 때는 소주에 고춧가루가 최고다. 나. 감기약은 빈속에 먹어야 약발이 잘 듣는다. 다. 감기에도 특효약이 있다. 라. 감기에 걸리는 것은 날씨가 추워서이다. 마. 감기는 주사 한 방이면 씻은 듯이 낫는다. (1)가, 다, 마 (2)나, 다, 라 (3)가, 나, 다, 마 (4)가, 다, 라, 마 (5)나, 다, 라, 마 정답은 (2) (해설) 전체논점:감기에 대한 잘못된 상식 (A)논점:감기에 걸리는 것은 날씨가 추워서이다. (B)논점:감기에도 약이 있다. (C)논점:감기 자체는 병도 아니다. (D)논점:감기약은 빈속에 먹어야 약발이 잘 듣는다. 이승일 에듀PSAT 연구소 소장
  • [섬에서 온 봄편지] 청산도·여서도를 가다

    [섬에서 온 봄편지] 청산도·여서도를 가다

    ■ 완도에서 뱃길 45분…청산도를 가다 ‘나비야 청산 가자 범나비야 너도 가자/가다가 저물거든 꽃에 들어 자고 가자….’ 청산도나 여서도처럼 베일 속에 감춰진 섬들의 이름을 들을 때면, 알 수 없는 기대감과 설렘이 고개를 쳐든다. 그래서 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중독과도 같다. 시계추처럼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난 짧은 일탈, 그리고 해방감. 청산여수(靑山麗水)란 뜻에서 이름붙여 졌다던가. 푸른 보리밭과 쪽빛 바다가 넘실대는 곳. 청산도와 여서도를 다녀왔다. 글 사진 완도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뭍과 하늘, 그리고 바다 등이 온통 쪽빛으로 물든 것 같다고 해서 ‘청산(靑山)’이란 이름을 갖게 된 청산도. 행정구역은 전라남도 완도군 청산면이다. 문학작품 속에서나 접했던 그 섬에 가기 위해 완도항에서 청산페리호에 올랐다. 뱃길로 45분. 청산도에 대해 ‘예습’이라도 할 생각으로 운항실 문을 열어 항해사 이기정(56)씨를 찾았다.13년 동안 완도와 청산도를 오가며 뭍 사람과 섬 사람들을 실어나른 베테랑 항해사다.“ 청산도 처녀들이 시집갈 때꺼정 쌀을 서말(세말)을 못먹는당께요.”청산도는 농사지을 땅이 모자라 항상 쌀이 부족했다. 그래서 이곳에서 나고 자란 처녀가 뭍으로 시집갈 때까지 쌀 세말만 먹으면 ‘부잣집 처녀’소리를 들었단다. 뭍에서 자란 처녀를 ‘청산도로 시집보내지 말라.’는 말과 함께 이런 얘기도 들려준다. 육지 처녀가 청산도로 시집을 갔다. 어느날 아침. 시어머니가 새색시에게 “오늘 안으로 12개의 밭을 매라.”라고 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어느 분의 영이라고 거역하랴. 하루종일 밭을 맨 새색시가 저녁무렵 허리를 펴고 세어보니 아무리 봐도 11개밖에 안 되더란다. 설움에 북받쳐 울던 새색시가 털고 일어서는 데, 바로 그곳이 12번째 밭이었더라는 얘기. 작디 작은 섬을 일구며 살아온 섬 사람들의 고단한 생활사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일 게다. 풍요로운 때도 있었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바다뿐인 천혜의 어장에서는 사시사철 고기가 끊이질 않았다. 주로 잡혔던 어종은 멸치와 고등어, 삼치 등. 특히 70년대초 청산도의 고등어 파시는 교과서에 실릴 만큼 유명했다. 청산도 입구 도청항에는 건착망(巾着網)이라는 그물로 무장한 수백척의 고등어잡이 배들이 몰려들었다. 건착망은 그물아래쪽에 죔줄을 대 두 척의 어선이 고등어떼를 포위하고 주머니모양으로 조여가며 잡는 방법. 청산도 뭍과 바다가 밤, 낮을 가리지 않고 흥청거렸던 건 당연지사였다.“아, 그때가 좋았지라. 뱃놈들 보고 뭍에서 건너온 술집 아가씨들이 200명도 넘었당께라.” 항해사 이씨의 말끝에 향수가 묻어나왔다.“도청항 주변으로 한집 건너 술집이 들어섰제.” 요즘엔 고등어가 잘 들지 않는다. 해수의 온도가 낮아졌기 때문이라고도 하고, 고등어의 먹이가 되는 멸치를 모두 잡아버렸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어느덧 해거름에 도착한 청산도 도청항. 섬색시의 따스한 환대를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다소 휑한 느낌만은 지울 수가 없었다. 도청항 주변을 일별한 다음, 서둘러 숙소에 짐을 풀고 밥집으로 향했다. 뭍에서 손님이 왔다고 마중을 나온 정성희(57) 청산면장과 함께 찾은 곳은 바다식당(061-552-1502).‘체도(본섬을 뜻하는 현지말)’ 내의 다른 식당들과 마찬가지로 자연산 활어가 주종이다. 우럭과 광어를 다진 배추 위에 얹어 내오는데, 한 접시에 5만원을 받는다. 곰삭은 김장김치인 ‘묵은지’에 싸서 먹는 회맛이 일품. 무엇보다 특이한 음식은 ‘꾸죽(참소라)’구이다. 청산도와 소안도 등 일부지역에서만 생산되는 꾸죽을 참기름과 함께 볶은 것. 껍질에 불퉁스러운 뿔이 나 있는 것이 다른 소라들과는 영 딴판이다. 술이 한 순배 돌고나자, 정 면장이 청산도에 얽힌 옛이야기들을 풀어내기 시작했다. 고등어가 파시를 이루던 60~70년대. 유난히 교육열이 높았던 청산도에는 부산이나 광주는 물론, 일본으로까지 유학가던 학생들이 많았다.‘청산도에 가서 글자랑하지 말라.’는 말이 나온 것도 그 때문. 돈은 골목마다 지천으로 넘쳐났다.“그 시절엔 서울에만 명동이 있는 거이 아니고 청산에도 명동이 있었당께.” 요즘엔 다른 어촌들과 마찬가지로 청산도에도 젊은이들이 없다. 모두가 저마다의 ‘명동’을 찾아 도회지로 떠난 것.60세 이상이 주민의 절반을 넘고,40세가 넘은 택시운전기사가 이 섬의 ‘막내’급이다. 사람이 없다보니 “면장이 쓰레기도 치워야 한다.” 그러나 총총히 뜬 별과 함께 돌아오는 길에 얼핏 눈에 띈 노래방만 해도 서너곳. 청산은 아직도 옛 영화를 잊지 못하는 듯하다. 이튿날 날이 밝기 무섭게 찾은 곳은 청산도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당리. 도청항에서 고개 하나 넘으면 닿는 거리에 있다.1993년 청산도를 세상에 알렸던 영화 ‘서편제’의 촬영지다. 이웃마을에서 ‘소리’를 팔고 돌아오던 유봉(김명곤)과 의붓딸 송화(오정해), 그리고 의붓아들 동호(김규철)가 진도아리랑을 부르며 내려오던 돌담길이 바로 이곳. 현재 당리에 남아 있는 유일한 초가집도 이때 만들어졌다. 최근엔 ‘봄의 왈츠’라는 한 방송사의 주말연속극이 촬영되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다시한번 ‘청산도 붐’이 불기를 기대하는 것이 현지의 분위기. 이 드라마를 위해 당리와 읍리 등의 민가지붕이 모두 새로 칠해져 넓은 ‘세트장’으로 변하기도 했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일이란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것. 드라마 촬영을 위해 돌담길 언덕 위에 세워진 ‘그림 같은 집’ 때문에 예전의 토속적인 느낌이 많이 사라진 것도 사실이다. 당리는 청보리가 무릎언저리에 이를 만큼 자라고, 유채꽃이 노오란 꽃잎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지금부터가 가장 아름답다. 마치 시인 정지용의 ‘향수’를 연상케 한다. 당리에서 바닷가쪽 도락리 포구까지는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읍리쪽에서는 “얼룩배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소리가 들린다.“차마 꿈엔들 잊힐리” 없는 곳이다. 다음에 들른 곳은 부흥리의 구들장논. 농사 지을 땅이 부족해 산비탈에 논을 만든 것으로 계단식 논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윗논과 아랫논의 높이차이가 2m에 이르는 곳도 있다. 산자락을 깎아 돌을 평평하게 깐 다음 그 위에 흙을 얹은 모습에서 섬사람들의 억척스러움과 애틋함이 고스란히 배어나왔다. 대부분을 여자들이 만들었다는 얘기도 전해온다. 박토의 천수답에 물을 대고 작대기 모를 심는 일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선비기질이 남달라 ‘똥지게를 지고도 한시(漢詩)를 읊조리는’ 이 섬의 남정네들이 얼마나 원망스러웠을까? 청산도로 시집오지 말라는 말도 그래서 생겨난 듯하다. 구장리에서 본 ‘초분’은 외지인에겐 다소 당혹스러운 장례풍습이었다. 망자를 돌 위에 얹고 짚으로 만든 이엉으로 지붕을 삼아 초가집처럼 만든 것. 이곳에서 2∼3년간 머물다 뭍으로 나간 후손이 돌아와 다른 곳에 이장하게 된다. 일종의 풍장(風葬)으로 청산도 등의 일부 섬지역에서만 볼 수 있다. 아직도 청산도 안에 3∼4기의 초분이 남아 있기도 하다. 청산도에서 유명세를 치르는 또다른 명소가 ‘유두봉’. 여인네의 가슴언저리와 비슷하다 해서-반대편 화랑포쪽에서보면 상당히 설득력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일부 현지 남자들이 명명했다. 이곳에서 보는 주변모습 또한 절경이다. 가깝게는 거북바위와 저멀리 다도해 국립공원의 수려한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5월쯤 전망대가 들어서면서 정식명칭도 생길 예정. 권덕리 주차장에서 도보로 15분정도 걸린다. 청산도 여행이 가장 즐거울 때가 바로 지금부터. 푸르른 보리가 섬을 수놓고, 바다에서는 삼치잡이가 한창일 때다. 이때부터 비로소 청산(靑山)이 훨훨 날갯짓을 한다. 가는길 완도항에서 청산페리호가 하루 4회(오전 8시,11시20분, 오후는 2시30분과 6시) 운항한다. 요금은 편도 5800원. 승용차를 실을 경우 편도 2만 3000원,1인은 무료. 여름 성수기에는 8∼10회로 증편된다. 문의 완도군청 문화관광과(061)550-5421. 완도 여객터미널 (061)552-0116. 숙박업소 등대모텔(061-552-8558) 등 4∼5개의 깔끔한 숙박업소들이 도청항 주변에 몰려 있다. 현지교통 여객선 입출항 시간에 맞춰 청산운수(051-552-8546)소속 버스가 선착장에 나와 있다. 개인택시는(061-552-8747) 지프차로 모두 4대. ■ 청산도에서 25km…여서도의 봄 ‘그 곳에 가면 애 배 나온다.’는 섬 여서도. 청산도에서도 남동쪽으로 25㎞ 떨어진 외딴섬이다. 배가 여서항 선착장에 닿자 서너명의 마을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섬의 형상이 쥐와 같다 해서 고양이 모습을 한 거문도 사람과는 혼인을 하지 않는 풍습이 여전히 남아 있을만큼 순박한 섬사람 모습 그대로다. 청산도보다는 다소 차가운 날씨. 습도가 높아선지 말할 때마다 입가에 김이 서렸다. 남도의 끝자락에 있는 섬답게 벌써 제비들이 하늘을 주름잡고 있었다. 청산도와 여서도 등의 해녀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대부분 제주도 출신이라는 것과 남편의 사랑을 듬뿍 받는다는 것. 채민자(60)씨도 돈을 벌기 위해 청산도를 찾았다가 섬마을 총각과 눈이 맞아 눌러 살게 된 전형적인 케이스다. 고향은 제주도 북제주군 구좌읍 종달리. 제주도에서 해녀생활을 하다 30여년 전 청산도에 돈과 해산물이 많다는 말에 귀가 솔깃해져 고향을 떠났다. 그때 나이 23세.‘물질’의 고단함이야 어디라고 다를까. 하루하루가 힘들었던 객지생활 끝에 ‘불과’ 4개월 만에 남편 정규만(61)씨의 포근한 품에 안겨버렸다. 지금껏 편안하게 대해준 남편을 의식해서였을까. 힘들었던 기억에 대해선 말을 아끼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 점은 대화를 나눴던 다른 해녀들도 마찬가지. 그러나 자식들 얘기를 하면서는 목소리가 촉촉이 메었다. “고 어린 것들을 배에 두고 물 속에 들어갔다 오면 언 놈은 토해놓기도 하고, 또 언 놈은 기절이라도 한 듯 쓰러져 있기도 했지라.” 뭍의 친척집에 맡겨두고 나올 때도 있었다. 밤 9∼10시쯤 빈손으로 돌아와 저녁도 거른 채 쓰러져 자고 있는 아이들 모습을 볼 때면 가슴이 찢어질 듯했다는 것. 지금은 건강하게 잘 살고 있는 삼남매가 참 고맙단다. 맑은 날이면 청산도에서도 보이는 고향 제주도. 떠나온 후 지금까지 4∼5번밖에 찾아가 보지 못했다.“볼 때마다 반갑지라. 언니랑 동생, 그리고 친구들도 보고잡고….” 55가구 100여명이 주민의 전부인 섬. 이렇게 조용한 섬에 여자가 들어오면 애를 밴다는 난잡한 얘기가 나돌게 된 이유는 뭘까. 여서도는 예로부터 제주도의 해녀들이 많이 들락거릴만큼 완도보다는 오히려 제주도에 가까운 곳이었다. 이곳에 ‘물질’하러 온 제주 해녀들이 ‘청산도 모퉁이까지는 장담을 해도 여서도까지는 가봐야 안다.’는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뱃길이 막혀 묶이게 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젊은 처녀가 한달이고 두달이고 갇혀 있다 보면 섬총각과 가까워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 이러구러 시간이 지나 앳된 처녀가 그 섬을 나올 때면 어느덧 애엄마가 되었다는 얘기다. 외진 곳에서 ‘물질’로 살아가는 섬아낙네들의 애환을 질펀한 해학으로 풀어낸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처녀가 시집갈 때까지 쌀 세 말을 못먹는 곳’이 청산도라면, 여서도에는 ‘평생을 살아도 쌀 한 가마니를 못먹는다.’는 말이 전해진다. 그만큼 먹을거리가 궁하고 가난하기 짝이 없는 섬이란 뜻이다. 그 척박한 땅에서 살아남기 위해 섬총각과 ‘애 밴’여인네들은 산모퉁이를 깎아내 논을 일구었다. 마치 계단처럼 산자락을 돌아나간다고 해서 ‘두렁논’이라 불렀다. 요즘엔 농사지을 사람이 없어 그나마 소의 방목장으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여서도는 아직까지도 때묻지 않은 천혜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섬이다. 특히 30∼40m 깊이의 바닷속이 훤히 보일 만큼 맑은 물색이 자랑이다. 여서도로 시집가던 새색시의 앞섶이 풀어지며 옷고름이 바닷물에 빠져 황급히 들어보았더니 옥색으로 물들어 있더라는 전설이 전해질 만큼 맑고 곱다. 이 맑은 바닷속 비경을 보기 위해 해마다 스킨 스쿠버 다이버들이 여서도를 찾아 오기도 한다. 미역, 다시마 등의 해산물과 함께 많이 나는 것이 문어. 마을 앞이 문어밭이어서 문어를 잡아 던지면 집안 빨랫줄에 바로 걸릴 정도란다. 구멍 등에 숨기를 좋아하는 문어의 특성을 이용한 ‘단지어업’도 성행하고 있다. 자그마한 단지모양을 한 플라스틱 통을 그물에 연결해 바닷물 속에 사나흘 넣어두면 통마다 문어들이 가득차 있다는 것. 여서도에는 학교가 한 곳, 청산초등학교 여서분교뿐이다. 학생은 김민욱(11), 은빈(8)남매와 정주훈(9)군 등 세 명. 반면에 선생님은 김금남(48) 분교장 등 두 명이다. 교육환경만큼은 무척 좋은 편(?)이다. 요즘 여서도 주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뭍에서 오는 낚시꾼들을 돌봐주는 것이다. 섬 주변에 고기들이 많아 사철 낚시꾼들이 몰려든다. 이들에게 밥도 지어주고 잠도 재워주는 것이 주업이 되었다. 며칠 조용하게 쉬다 오기에는 딱 좋은 섬이다. 청산도에서 휴가를 즐기다 1박정도는 이 섬에서 보내도 좋을 듯하다. 단, ‘애 배는 불상사’를 피하려면 사전에 기상정보를 꼼꼼히 살펴보고 가야 한다. 가는 길 완도항에서 섬사랑 3호가 매일 오후 2시30분에 출항한다. 소모도와 대모도, 장도 등을 들러가는 ‘완행’이다. 요금은 여서도까지 편도 8800원. 승용차를 싣고 가는 데는 편도 2만 8000원이다. 운전자 요금은 무료. 문의 완도군청 문화관광과(061)550-5421. 완도 여객터미널 (061)552-0116. 숙박업소 민박집 외에는 없다. 대부분의 집에서 민박이 가능하다. 문의 김명남 이장 (061)552-8927.
  • [수도권플러스] 내년까지 ‘서울시 기후지도’ 제작

    서울시는 내년 말까지 서울시의 기상·기후, 대기질 자료를 총망라한 ‘서울시 기후지도’를 제작할 예정이라고 6일 밝혔다. 기후지도에는 1908년부터 최근까지 서울의 온도 분포, 풍속, 강우 분포, 대기질 현황 도면 등이 실리게 된다. 시는 서울시내 37곳에 설치된 대기오염 측정망과 90개 지점의 온·습도계를 통해 수집된 정보를 토대로 환경부와 기상청 축적 자료를 종합해 기후지도를 제작할 예정이다.
  • [길섶에서] 활수와 브로커/오풍연 논설위원

    온 나라가 윤상림, 김재록씨 사건으로 시끌벅적하다. 이른바 ‘게이트’로 비화될 조짐이다. 이름 앞에 ‘거물’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도 똑같다. 둘과 교분을 튼 인사 면면을 볼 때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내로라하는 정·관·재계 인사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이들과 형·아우처럼 지냈다니 얼마나 ‘허세’를 부렸겠는가. 물건을 아끼지 않고 시원시원한 사람을 활수(滑手)라고 한다. 또 돈을 쓰면서 잘 노는 사람을 한량(閑良)으로 부른다. 활수나 한량에게도 사람이 꼬여들기 마련이다. 무엇을 바라기보다는 낭만과 여유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브로커는 질적으로 다르다. 이롭다고 판단될 경우 어떻게든 접근해 자기사람으로 만든다. 그러다가도 행여 약점을 보이면 맹수처럼 다가가 물어 뜯는다. 결국 브로커 기질이 있는 사람과 상종하지 않는 게 상책이다. 세상이 각박해지면서 활수나 한량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인관계에 있어 재미도 그만큼 줄어들고 있다. 그들을 ‘인간문화재’로 지정해야 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오풍연 논설위원 poongynn@seoul.co.kr
  • 미리가본 울진·영덕 토실토실 대게축제

    미리가본 울진·영덕 토실토실 대게축제

    “소는 한 마리를 다 먹어도 흔적이 안 남지만, 대게는 작은 놈 한 마리만 먹어도 숨길 수가 없다.”는 말이 있다. 담백한 맛도 일품이지만, 멀리서도 느낄 수 있을 만큼 향기가 짙고 오래 간다는 뜻. 대게는 또한 칼슘과 인, 철분 등 필수아미노산이 가득찬 영양의 보고(寶庫)다. 특히 무기질이 많이 함유돼 있어 노화방지와 어린이 성장발육에 좋다. 요즘 제철을 만난 대게가 우리를 유혹하고 있다.7∼9일까지는 울진에서,13∼16일까지는 영덕에서 각각 대게축제가 열린다. 축제도 즐기고 대게의 맛과 향기에도 취해보면 어떨까. 글 사진 울진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대게 요리’ 이렇게 해보세요 # 고르는 법 (1) 배를 눌러보아 단단해야 한다. 말랑말랑한 놈은 ‘물게’일 가능성이 많다. (2) 배부분이 검은 것은 피한다. (3) 다리가 몸에 비해 가늘고 길어야 한다. (4) 다리, 특히 집게다리가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이 좋다. (5) 다리가 불그스레 해야 한다. 허연 빛깔은 피한다. (6) 게뚜껑에 검은 게딱지가 붙어 있으면 금상첨화. 게딱지는 공생관계에 있는 일종의 기생충으로 대게에 영양분을 공급해준다. (7) 삶은 대게의 경우 같은 크기라면 무거운 것을 고른다. # 찌는법 대게를 제대로 찐다는 것은 대게를 맛있게 먹는다는 말과도 같다. 그만큼 찌는 방법이 중요하다는 것.‘대게아줌마’ 서현숙(48)씨가 강력추천하는 ‘제대로 찌는 법’이다. (1) 살아있는 대게를 미지근한 민물에 5분가량 담가둔다. (2) 대게가 혹시 살아 움직이지 않는가 반드시 확인한다. 산 채로 찌게 되면 몸을 비틀어 게장이 쏟아지게 된다. 또 다리를 스스로 잘라버려 맛이 떨어진다. (3) 배가 위쪽으로 향하도록 차곡차곡 쌓고, 센 불에 20분가량 찐다. (4) 불을 끄고 남아 있는 수증기로 5분정도 뜸을 들인다. (5) 찔 때 정종이나 맥주를 물속에 조금 넣으면 비린내가 제거된다. ※주의할 점은 첫째, 모든 과정에서 대게의 배는 항상 위쪽으로 향하고 있어야 한다. 둘째, 반드시 김, 즉 수증기로만 쪄야 한다. 대게에 물이 닿으면 안된다. 셋째, 찌는 중간에 문을 열어서도 안된다. 게장이 다리쪽으로 흘러 맛도 떨어지고 보기도 흉해진다. # 먹는법 대게는 살과 게장은 물론 껍질까지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 예전엔 껍질을 버리기도 했지만 요즘엔 가루로 만들어 조미료 대신 쓰기도 한다. 특히 게껍질엔 키토산이 많아 제약회사에서 일괄 수거해 가기도 한다. 이제 먹는 방법을 알아보자. 마지막으로 게장이 든 몸통. 따끈따끈한 밥에 게장을 긁어 넣고 참기름, 김, 파 등과 함께 볶아먹는다. 게껍질에 밥만 넣어 비벼 먹는 맛도 일품. # 대게를 찾아서 대게를 찾아 경상북도 울진으로 가는 36번 국도변. 개나리들이 길가를 샛노랗게 물들이며 군무를 펼치고 있다. 주변 산자락은 진달래의 연분홍빛 살결로 타들어 가는 듯하다. 마치 외지인의 방문을 먼저 알고 환영이라도 나온 듯하다. 어디 그뿐인가. 여인의 입술처럼 붉디붉은 홍매화는 관능적인 자태를 뽐내며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그야말로 만화방창(萬化方暢),‘아니 노지는 못할’계절이다. 울진군 죽변항에서 대게찜 잘하기로 소문난 ‘7호횟집’을 찾았다.‘대게 아줌마’로 알려진 주인 서현숙(48)씨는 대게찜 경력만 10년인 베테랑. 서글서글한 눈매와 살가운 경상도 사투리가 인상적이다.“대게는 무조건 크다고 맛있는 것이 아니지예. 작아도 살이 꽉찬 놈이 맛있는 기라예.”작년 11월부터 잡기 시작한 대게는 다리마다 살들이 가득찬 요즘이 딱 제철이란다.5월31일이 지나면 금어기. 그때부터는 북한과 러시아 등에서 들여오는 수입게들이 판을 친다. 국내산에 비해 다리에 물이 많아 다소 맛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 맛으로 치면 대게의 동생뻘되는 ‘너도대게’가 등장하는 것도 이때쯤이다. 횟집 안쪽은 대게를 찾아 전국에서 온 식도락가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술한잔에 얼굴이 불콰해진 할아버지부터 초롱초롱한 눈으로 신기한 듯 대게를 바라보는 어린 아이까지. 남녀노소가 따로없이 얼굴엔 하나같이 웃음 일색이다. 대게의 집게발을 특히 좋아한다는 강부옥(42·경주)씨는 “부드럽고 단맛이 정말 일품이라예.”라며 한입에 집게다리살을 털어 넣는다.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자니 입에 침이 괼 지경이다. 강씨는 또 “내일 아침엔 수협 공판장에서 당일 잡아온 싱싱한 대게를 사다가 대게탕을 끓여먹을기라예.”라며 줄곧 싱글벙글이다. 어느새 식탁 위엔 다리 껍데기만 수북하게 쌓였다. 마치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몸통과 다리가 완벽하게 ‘분리’됐다. 대게가 언제 있었냐 싶은 광경이다. 이제 남은 것은 게 등껍질. 어떻게 먹나 궁금했다. 강씨는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따뜻한 밥을 게장에다 넣어 몇번 썩썩 비비더니 김치 한쪽을 얹어 한입 가득 넣는다.‘밥도둑’이 따로 없다. 횟집에서 게장에 갖은 양념을 넣고 밥과 함께 볶아주기도 하지만, 아무 양념없이 그냥 비벼먹는 것이 훨씬 맛있단다. 대게를 찾아온 사람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며 ‘대게 아줌마’서씨가 나섰다.“게장에는 노란색의 항장과 진녹색의 먹장 두가지 종류가 있지예. 색이 다소 검다고 해서 못 먹는 게 아니라예.”게장이 검푸른 색을 띤다고 해서 상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시나브로 해는 지고 사위가 어둑해질 쯤 횟집을 나섰다. 다른 사람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란 생각이 든다. 이런 것이 세상 사는 맛일까. # 대게는? 몸통에서 뻗어나간 다리의 모양이 대다무와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한문으로는 죽해(竹蟹). 예전에는 다리가 여섯마디라서 ‘육촌(六寸)’, 혹은 대나무를 닮아 ‘죽촌(竹寸)’이라 부르기도 했다. 우리가 먹는 대게는 모두 수컷이다. 몸체가 작고 찐빵 같다고 해서 ‘빵게’라고도 불리는 암컷은 포획이 금지되어 있다. 박달대게는 대게 중에서도 몸집이 크고 속살이 박달나무처럼 단단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값은 한 마리에 15만∼20만원을 호가한다. 수협공판장에서도 하루에 한 마리 보기가 쉽지 않은 귀한 몸이다. 대게는 우리나라 동해안 전역에 서식하고 있지만, 특히 울진군과 영덕군 사이 앞바다에서 잡힌 놈을 최고로 쳐준다. 다리마다 가득찬 속살들이 야물고 쫄깃해 이미 고려시대부터 명성이 자자했던 지역 특산품. 이 지역에서 생산된 대게의 맛이 유난히 좋은 이유는 뭘까. 해답은 ‘왕돌초’ 등 이 지역의 탁월한 서식환경에서 찾을 수 있다. 왕돌초는 후포항에서 20여㎞ 떨어진 수중암초 지역을 가리키는 이름.‘왕돌짬’이라고도 불린다. 왕돌초의 샛짬, 중간짬, 맛짬 등 세개의 봉우리를 중심으로 남북으로 길게 펼쳐져 해저산맥을 이루고 있다. 크기는 남북으로 6∼10㎞, 동서로 6㎞에 달한다. 바다의 숲인 셈이다. 수심은 200∼400m정도. 한류와 난류가 쉼없이 교차면서 생명력 넘치는 해양생태계를 만들어 놓았다. 해저는 펄이 전혀없이 깨끗한 모래로만 이루어져 있다. 연중기온도 섭씨 2∼3도정도로 안정적이어서 대게가 살기에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 울진과 영덕, 원조는? 파는 곳만 다를 뿐,‘임금님께 진상되었던’ 똑같은 대게다. 교통이 지금처럼 원활하지 못했던 시절에 이 지역에서 잡힌 대게들이 모두 영덕으로 집하(集荷)되어 반출되었기 때문에 ‘영덕대게’라고 고유명사화된 것. 요즘엔 영덕지역 상인들이 울진군 죽변항에서 대게를 사오기도 한다. 영덕을 찾는 식도락가들이 워낙 많아 생산량이 수요를 채우기에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영덕에 비해 이름이 덜 팔린 울진지역은 상대적으로 대게가격이 다소 싼 편.
  • 당신 아내가 어느날 남성이라고 판정받는다면?

    진짜 ‘완전한 양성인(兩性人)’이 존재하는 걸까? 중국 대륙에 단순히 심정적,또는 기질적인 것이 아닌 육체적으로 거의 완벽에 가까운 양성인이 등장,화제를 모으고 있다. 중국 동중부 안후이(安徽)성에 살고 있는 한 여성이 최근 염색체 등의 검사를 여러차례 실시한 결과 육체적으로 거의 완전에 가까운 양성인인 것으로 판정났다고 중국 양자만보(楊子晩報)가 3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화제의 주인공은 결혼한지 3년이 된 20대 후반의 여성인 란란(蘭蘭·가명).허리 양측에 남성 고환이 각각 하나씩 숨겨져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물론 지금까지 란란 자신도 모르고 있었던 사실이어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충격을 받고 있다. 이 여성을 진단한 상하이(上海)시 셰허(協和)의원 왕리쥔(王麗君) 박사는 “현재 그녀가 양성인이라는 컴플렉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신체적·정신적 치료를 도와주고 있다.”면서 “이번 진단은 결혼을 하기 전에 보다 꼼꼼하게 각종 질병이나 성별 등의 검사가 필요하다는 점을 일깨워주고 있다.”고 충고했다. 란란씨의 양성인 진단은 지난해 국경절 연휴기간(10월 1∼7일)에 이뤄졌다.당시 란란씨 부부는 결혼한지 3년이 넘겼지만 아기가 생기지 않아 진찰을 받기 위해 상하이시 셰허의원을 찾았던 것이다. 검은 색의 긴 생머리가 매력적인 데다 동양적인 미모까지 갖춘 란란씨는 담당의사의 진단 결과에 대한 설명을 듣고 몽둥이로 뒤통수를 맞는 듯한 큰 충격 속으로 빠져들었다. 란란씨는 생식기 등의 부분에서는 여성적 특징이 비교적 명확하게 보인 반면,임신을 위해 필요한 자궁과 난소 등이 보이지 않는다는 판정을 받은 까닭이다. 특히 염색체 검사를 해본 결과 남성 염색체를 갖고 있었을 뿐 아니라,허리 양쪽에 각각 하나씩의 남성 고환을 몰래 숨겨져 있었다.따라서 란란씨는 ‘고환 여성화 종합증’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선천성 질환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란란씨의 이같은 선천성 질환은 그녀의 어머니가 그녀를 임신한지 3개월안에 약물을 복용했거나 호르몬류 미용품을 남용했던가,환경오염에 노출됐을 가능성 등이 태아에 영향을 미쳐 기형적으로 발육하게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란란씨의 남편은 충격을 받은 것은 불문가지.그토록 사랑스러웠던 아내가 어느날 갑자기 자신과 같은 남성이라는 사실을 들은 그녀의 남편은 도저히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어 집을 나가버렸다. 크게 상심하고 있던 란란씨는 이 때문에 자살까지 시도를 했다.이에 담당 의사인 왕 박사는 6개월여 동안 이리저리 알아본 결과 그녀의 남편과 연락이 닿아 설득했다. 왕 박사는 그녀의 남편이 너무나 끔찍히 아내를 사랑한다는 점을 간파,“란란씨가 남성 고환제거 수술을 받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하다.”고 여러차례 강조하는 등 설득해 남편으로부터 가까스로 고환절제 수술에 대한 동의를 받았다. 절제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은 란란씨는 남편과 함께 왕 박사를 찾아와 “정말 감사하다.”며 “고아를 입양해 키우겠다.”고 말해 안심시켰다고 한다.왕 박사도 “정말 어려운 선택을 했다.”며 힘차게 박수를 치며 이들의 앞날을 격려했다. 온라인뉴스부
  • 석면에 노출된 재건축 교육현장 르포

    석면에 노출된 재건축 교육현장 르포

    3일 오후 서울 은평구 진관외동 은평뉴타운재개발 현장 2지구. 진관외길 왕복 2차선 도로 양쪽 상가와 주택은 이미 대부분 주민들이 이사를 해 흉측스러운 몰골만 드러내고 있다. 건물 벽면엔 ‘은평뉴타운도시개발구역 이주대책 공고’가 여기저기 붙어 있다.320번지에 자리한 은평웹미디어고에서는 이날도 변함없이 750명의 학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었다. 학교 바로 앞에선 굴착기 3대가 철거 작업에 한창이다. 폐건축 자재에서 석면이 함유된 먼지는 바람을 타고 학교 쪽으로 바로 날아갔다. 발암물질이 날려 학생들의 호흡을 따라, 혹은 피부를 통해 몸속에 침투되는 상황인데도 안전조치는 전혀 없다. 수업을 방해하는 소음과 진동은 석면에 비하면 사소한 걱정이다. 도로에서 100m가량 떨어진 등하굣길은 날카로운 철근과 나무 판자 등이 어지러이 널브러져 있어 다치기 십상이다. 뉴타운 개발 시공사인 SH공사가 지난달 초부터 2지구에서 본격적인 철거작업을 시작했지만 학생들은 변변한 집진·방음장치 없이 위험한 환경에서 학습권을 침해받고 있었다. 은평웹미디어고 이우하 교감은 “뉴타운에 학교가 존속될 예정이기 때문에 먼지와 소음이 가득한 환경에서도 어쩔 수 없이 수업을 계속하고 있다. 학교 차원에서 대책을 세워 시공사에 항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수업 현장 앞에서 굴착기 가동…먼지 속에서 체육수업 같은 시각 고등학교에서 300m가량 떨어진 262번지 신도초등학교 운동장에선 체육수업이 한창이다. 역시 근처 철거 현장에서 날아온 분진이 그대로 아이들의 입속에 빨려 들어가고 있다. 매일 474명의 초등학교 아이들과 82명의 병설 유치원생들이 이용하는 등하굣길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폐건축물로 뒤덮여 학생들의 안전을 위협한다. 이 학교 1학년 아들과 5학년 딸을 둔 박은숙(35·은평구 구파발동)씨는 “살고 있는 3지구는 보상문제가 마무리되지 않아 어디로 떠날 수도 없다. 붕괴 직전 건물에 더해 석면이 포함된 먼지까지 날아다닌다니 아이들이 평생 호흡기 질환에 시달리지 않을까 겁이 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강동구 강일동 재건축 현장 일대도 마찬가지였다. 이곳 역시 SH공사 하청업체에 의해 6∼7개월 전부터 철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현장 내부에 있던 하일초등학교는 석달 전 폐교됐다. ●발암 물질에 무방비로 노출된 학생들 서울대 보건대학원 산업보건학교실은 지난달 14일 SH공사 철거 협력업체가 은평 2지구 다섯 군데에서 채취해 분석 의뢰한 천장재와 슬레이트 폐자재 시료의 석면 함유량 측정 결과를 발표했다. 다섯가지 시료를 편광 현미경법으로 분석한 결과, 모든 시료에서 백석면이 1% 이상 검출됐다. 백석면이 1% 이상 나오면 발암 위험 수준이다. 강일동은 더 심각했다. 산업보건학교실이 지난해 10월 31곳에서 채취한 슬레이트 자재의 석면 함유량을 측정한 결과 석면이 적게는 3%에서 많게는 무려 30%까지 검출됐다. 산업안전보건법은 건축물을 철거할 때 건축 자재에 석면 함유량이 1%가 넘으면 노동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 폐건축 자재를 처리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특수폐기가 가능한 전문 기업이 석면을 처리하는 공사현장은 거의 없다. 대부분 철거업체가 문서상 허가만 받고 석면 함유 물질을 대충 버리고 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산업위생실장 최상준 박사는 “석면은 함유량이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노출이 됐다는 자체만으로 발암 가능성이 높다.”면서 “특히 면역력이 낮고 어른보다 호흡량과 활동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어린 학생들에게는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강조했다. ●학습권 요구에 시공사는 휴교 요청 하지만 SH공사는 아이들의 학습권·건강권과 관련된 보호시설을 갖춰 달라는 학교측의 요구를 외면한 채 재개발사업 추진에만 급급했다. 신도초등학교 이송도 교감은 “폐건물과 폐쓰레기를 가리고 먼지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여러 차례 SH공사에 요청했지만 오히려 이달 7일 공문을 보내와 도시개발사업을 위해 예정보다 빠른 오는 8월 학교를 휴교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고 말했다. SH공사 토목팀 관계자는 “대부분 지역에서 이주가 마무리돼 가고 있어 학교측의 내년 2월 휴교 주장은 일리가 없다. 다만 휴교 전까지는 학습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통학로를 확보하는 등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SH공사 보상팀 관계자는 “현장 하청업체가 석면 폐기물을 특수처분하고 먼지가 생기지 않게 물을 뿌리며 작업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현실과 다른 소리를 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정부 차원 유해물질 확산 막아야” “재개발이나 재건축이 아무리 급해도 발암물질에 노출된 우리 아이들의 건강이 더 우선이지요.” 3일 은평뉴타운재개발 현장에서 만난 석면문제연구소 박영식(59) 소장은 “전문성이 전혀 없는 철거업체들이 석면 제거를 마구잡이로 진행하다 보니 작업 노동자들과 인근 학교 학생들 모두가 석면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석면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지만 서울 은평구 쪽에 주로 살고 있는 영세민들은 생계 유지에 바빠 환경문제에는 대처할 엄두조차 못내고 있다. 지난번 원촌중학교 문제처럼 만약 강남 지역에서 이런 상황이 발생했다면 벌써 공사가 중단됐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박 소장은 석면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기 위해 지난해 8월 석면문제연구소를 차렸다. 재개발 현장 등을 누비며 석면 처리를 감시하고 불법을 저지르는 업체들을 노동부에 고발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미국 환경보호청이 발행하는 석면 처리 면허증을 취득하기도 했다.“시공사인 대기업이나 공기업이 최저가 낙찰만 고집하다 보니 전문적인 석면 처리 능력과 설비를 갖추지 못한 업체들이 공사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부는 근로 감독관을 철저하게 교육하고 단속인원을 늘려 유해물질 확산 방지에 단단히 신경써야 합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얼마나 위험한가 석면(石綿)은 화성암의 일종으로 광물에서 채취된 섬유 모양의 규산화합물이다. 부식과 마찰에 강하고 방음·단열 효과가 커 건축재료로 활용돼 왔다. 하지만 미국 산업안전보건청(OSHA)이 제시한 ‘인체에 암을 일으키는 것이 확실한’ 1급 발암물질 27종에 포함될 정도로 몸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준다. 눈에 보이지 않는 데다 한참 후에 증상을 나타내기 때문에 ‘소리없는 죽음의 공해’라고 불린다. 특히 한번 호흡기나 피부 등을 통해 몸에 들어가면 쉽게 배출되지 않는다. 석면은 종류에 상관없이 인체에 치명적이지만 통상 백석면-갈석면-청석면 순으로 더 해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석면이 몸에 과도하게 쌓이면 폐가 돌덩이처럼 굳어가는, 진폐증과 비슷한 ‘석면폐증’을 일으킨다. 폐에 들어간 석면은 폐세포를 이상 증식시켜 ‘폐암’을 일으키기도 하고 가슴막이나 복막 등의 중피 표면조직에 붙어 1년 안에 죽음을 부르는 악성종양 ‘중피종암’을 불러오기도 한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국내법 실태 선진국들은 강력한 법규를 통해 석면피해 예방에 힘쓰고 있다. 미국 산업안전보건청(OSHA)은 공기 중 석면 허용농도를 공기 1㏄당 입자 0.01개로 이하로 정해 두고 이를 어기면 즉각 제재를 한다. 석면에 한번이라도 노출된 장소는 특별관리지역으로 정해 노출된 물건을 모두 폐기한다. 영국 보건안전청도 공기 중 석면농도를 정기적으로 조사해 허용기준 이상이면 제재를 하고 있다. 일본은 헤파필터 등 석면전용 집진기 등 완벽한 시설과 장비를 갖추고 제거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는 관련법이 허술한 데다 이마저도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노동부가 2003년 7월 공포한 산업안전보건법이 유일한 관련법이다. 석면이 들어 있는 자재를 해체하고 제거할 때 작업 장소를 밀폐하고 습식(濕式)으로 작업하며 근무자 전원에게 방진마스크와 보호의를 착용토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관리감독이 불충분해 현장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석면이 사람들에게 노출되고 있는 데 대해 환경부에서는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2004년 만들어진 ‘다중이용시설 등의 실내공기질관리법’에 따라 공기 중 석면 허용농도를 국제기준과 같이 공기 1㏄당 입자 0.01개 이하로 정했지만 권고기준일 뿐 제재 근거는 전혀 없다. 80년대 중반 국내 석면 문제를 처음 제기한 서울대 보건대학원 백남원 교수는 “선진국들도 뒤늦게 심각성을 느껴 대책을 마련했지만 앞으로 10년은 지나야 석면 문제가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도 서둘러 대비책을 세우지 않으면 석면이 큰 사회 문제로 번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세계 5대 웰빙 음식 김~치~

    최근 미국의 건강전문 잡지인 ‘헬스’가 김치를 ▲일본 콩식품 ▲인도의 렌틸콩(말린 콩) ▲스페인의 올리브유 ▲그리스의 요구르트와 함께 세계 최고의 5대 건강식품으로 선정하고, 특히 김치에 대해 ‘비타민A·B·C 등 핵심 비타민이 풍부하고, 소화를 돕는 유산균이 많으며, 섬유질이 풍부한 저지방 다이어트식품’이라고 평가했다. 우리의 전통 식품인 김치의 건강성이 새삼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김치, 왜 좋은가 김치는 지난 2002∼2003년 사스(SARS)파동 때 유독 한국인에게 감염이 안되는 배경으로 주목되면서 세계의 관심을 끌었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 김치의 우수성은 항균·항산화·항암·비만방지효과 및 면역 활성화로 요약된다. 영양면에서도 매우 우수해 주재료인 배추 무 열무 갓 고추 파 마늘 생강 당근 등에는 항산화 비타민인 비타민A·B·C와 무기질, 섬유질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또 발효 과정을 거쳐 맛있게 익은 김치에는 비타민C가 많고, 고추 무청 파 갓 열무 등의 녹황색 채소가 많이 섞여 비타민A가 풍부하다. 성인 1인이 1회 분량의 김치(40∼60g)를 1일 3회 정도 섭취할 경우 비타민C 1일 권장량인 100㎎의 30∼40%를 섭취할 수 있다. 또 김치가 발효되면서 생기는 유산균(젖산균)은 장내의 유익한 미생물 증식을 도와 대장암을 예방하며, 김치에 넣는 채소들은 저열량인데다 많은 식이섬유를 함유, 체중조절에 도움을 준다. 또 고추의 캡사이신 성분은 신진대사를 촉진해 체중조절에도 도움을 준다. 마늘 파 등에는 항산화 비타민과 항세균 성분이 풍부해 노화 억제, 암 예방, 면역력 증강 등의 효과가 있다. ●바람직한 섭취법 ▲김치는 섬유질이 풍부하지만 염장식품이므로 당뇨, 고혈압, 위염 및 위궤양이 있는 사람들은 많이 먹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특히 염분 섭취량이 문제라면 1회 40g 이하로 섭취량을 제한하는 게 좋다. 또 섬유질이 많으므로 소화력이 약한 사람은 너무 많이 먹지 않아야 한다. 단, 매운 성분은 위염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으므로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바람직한 섭취법은 다음과 같다.▲매 식사 때마다 40∼60g씩 먹는다.▲묵힌 신김치보다 적절히 익은 김치가 좋다.▲김치냉장고 등 보관기술이 좋으므로 너무 짜게 담그지 않는다.▲자극이 적은 백김치 나박김치 동치미 등을 다양하게 먹되 염분이 많이 든 김치국물은 가능한 한 먹지 않는다. ●바람직한 염분섭취량 2001년 국민영양조사 결과 한국인의 1일 평균 염분 섭취량은 8∼10g(1g은 찻숟가락 2분의1)으로,WHO의 권장량인 1일 5g에 비해 2배 가량 많다. 주요 염분 섭취 경로는 양념류 37.4%, 김치류 27.1%, 라면 등 가공식품류 4.5% 등이다. 특히 배추김치의 경우 평균 염분 함량이 김치 60g당 3∼4g이나 돼 1일 180g의 김치를 먹는 것만으로도 WHO의 권장 섭취량을 2배 이상 초과하는 만큼 의식적으로 섭취량을 줄이도록 해야 한다. ■ 도움말 이선희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 영양상담실 과장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씨줄날줄] 표적공천/ 오풍연 논설위원

    정치판에서는 과격한 용어가 난무한다. 각 당의 성명을 보노라면 소름이 오싹 돋는다. 상대방이 조금이라도 약점을 보일 경우 끝까지 물고 늘어져 생채기를 낸다. 각종 루머 등은 확대재생산되는 것이 생리다. 특히 선거철에 접어들면 더욱 그렇다. 저격수와 표적(標的) 공천은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상대 후보를 거꾸러뜨리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표적 공천은 이웃 일본에서도 화제가 됐었다. 지난해 9월 치러진 총선에서다. 그들은 사무라이 기질 탓인지 암살자를 의미하는 ‘자객(刺客)’이라는 표현을 썼다. 중의원의 우정민영화법을 반대해 자민당을 나와 무소속으로 출마한 ‘반란파’를 타깃으로 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유명인과 여성 등을 표적 공천, 이른바 저격수의 임무를 맡긴 것이다. 최근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기소된 호리에 다카후미 라이브도어 전 사장도 ‘자객’으로 등장했었다. 정치권의 이합집산이 많은 우리나라는 표적 공천의 종주국 격이다.‘배신자 심판’ 차원에서 여러 인물들이 뜨고 지곤 했다.2000년 16대 총선에서는 민주당 김성호 전 의원이 표적 공천지역인 서울 강서을에서 한나라당 이신범 전 의원을 물리쳤다. 당시 한나라당 허태열 후보는 부산 북·강서을에서 차세대 주자였던 노무현 후보를 꺾어 기염을 토했다.2004년 17대 총선에서는 ‘공안검사’ 대 ‘정치 사형수’간 대결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결과는 공안검사 출신인 정형근 의원이 이철 전 의원을 누르고 당선됐다. 열린우리당 이부영 전 의장은 자신의 권유로 정치에 입문한 한나라당 김충환 의원에게 패했다. 민주당 박주선 전 의원이 어제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선언했다. 그는 풍운아다. 제16회 사법시험에 수석합격한 뒤 검사로서 탄탄대로를 걸었다. 국민의 정부 시절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맡으면서 운명이 갈리기 시작했다.‘옷로비’사건에 연루돼 첫 번째 구속됐다. 참여정부 들어 강금실 전 법무장관 때만 2번이나 더 쇠고랑을 찼다. 하지만 3번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번 지방선거에는 당초 전남지사 도전장을 냈다가 서울시장으로 선회했다.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확정적인 강 전 장관의 저격수로 나선 것이다. 파괴력이 얼마나 클지 지켜볼 일이다. 오풍연 논설위원 poongynn@seoul.co.kr
  • [웰빙 한방칼럼] 봄나물, 신이 내린 영양제

    황사, 꽃가루, 비염, 춘곤증 등 반갑지 않은 봄손님들을 한순간에 사라지게 해주는 것이 바로 향긋하고 신선하며 영양 가득한 봄나물이다. 추위에 웅크렸던 몸을 활짝 펴게 하는 봄에 사람들이 누구나 가릴 것 없이 봄나물을 찾는 데에는 확실한 이유가 있다. 겨울 동안 꽁꽁 얼었던 단단한 대지를 뚫고 나오는 봄나물의 풍부한 영양과 효능에 대해서는 ‘동의보감’에서도 여러 차례에 걸쳐 설명하고 있으며, 식용뿐 아니라 약재의 재료로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우리가 봄에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봄나물로는 냉이, 민들레, 두릅, 쑥, 유채, 취나물, 씀바귀, 달래, 고사리, 미나리 등이다. 이 중 독특한 향을 가지고 있어 봄철 입맛을 돋우는 냉이는 단백질 함량이 높고, 비타민A뿐만 아니라 칼슘과 인, 철분 등의 무기질도 풍부해 눈(目)과 간(肝) 관련 질환에 효과적이다. 하지만 몸이 찬 사람이라면 몸을 더욱 차게 만드는 성분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한방에서 목두채(木頭菜)라 부르는 두릅은 위에 특히 좋으며 당뇨병에도 효과가 있다. 신경을 안정시키는 칼슘도 많이 들어 있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샐러리맨이나 공부에 시달리는 수험생에게 딱 어울리는 건강식이다. 쑥은 항암효과가 뛰어나며 감기치료와 냉증을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다. 복통이나 자궁출혈, 생리불순 등에 효과적이며 강장제로도 좋다. 씀바귀는 팔 다리가 마르고 허약한 아이들에게 ‘약’이 되는 나물이며, 춘곤증을 물리치는 등 노곤한 봄철에 정신을 맑게 해주며 부스럼과 기침 등에도 효과가 있다. 따뜻한 성질을 갖는 취나물은 근육이나 관절이 아플 때, 만성기관지염·인후염에 좋으며, 말을 많이 해 목소리가 갈라지거나 목이 아플 때도 좋다. 한방에서 포공영(蒲公英)이라 불리는 민들레는 피를 맑게 하는 약재로 열독을 풀고 종기나 멍울을 낫게 하는 효과가 있으며,달래는 성욕을 왕성하게 해주며 비타민 A,B1,B2,C를 골고루 가지고 있어 식욕을 돋우고 피부를 맑게 해주는 미용 음식이기도 하다. 이렇듯 이맘 때의 봄나물은 봄의 상승하는 성장 기운을 강하게 가지고 있어 성장기에 있는 아이나 청소년들이 꼭 먹어야 할 신이 내린 자연 ‘영양제’이다. ■ 김기준 원장 (자연담은 한의원·www.nature-clinic.com/growth)
  •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13) 진리의 보편성과 특수성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13) 진리의 보편성과 특수성

    지나온 세월동안 진리의 보편성과 특수성의 인식을 위한 세미나들이 과거에 종종 있었다. 나도 거기에 참석해 본 적이 있었다. 보편성의 실재를 강력히 주장하는 분들은 보편성이 문화적 선진국들에서 전파된 것처럼 여기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거기에 반대의견을 개진하면, 특수성을 보호막처럼 고집하는 국수주의자인 양 취급하려는 사고관행을 보았다. 그 경우에 내가 가장 자주 언급한 철학사상이 율곡의 이통기국론(理通氣局論=보편적인 理는 특수적인 氣의 제약과 같이 실존함)이었다. 나는 유가적인 율곡의 저 말이 진리를 하나로 회통시키는 본질사상과 다양한 사실들을 살리려는 실존사상을 아울러 융합시킨 이사상자(理事相資=진리와 사실이 서로 의지함)나 이사무애(理事無碍=진리와 사실이 서로 장애없이 교환됨)라는 불가적인 화엄사상과 별로 다르지 않다고 늘 생각해 왔었다. 나는 사상의 보편성을 늘 선진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사고방식을 관행으로 여기는 한, 우리가 세계사에 우뚝 솟은 좋은 나라의 성공사례를 역사에 결코 남길 수 없고, 늘 아류국의 후진성을 면치 못하리라 생각한다. 옛날에 보편성이 중국에 있다고 여기는 것이나, 지금 그것이 서양 선진국에 있다고 여기는 것이나 전혀 다르지 않다. 중국 본토와의 교류가 터진 이후 별로 사상적으로 대단찮은 현대 중국의 책들이 번역되어 인기물이 되고, 그 주인공들을 불러 엄청나게 후대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는 옛 사대주의의 업보를 언제 벗게될지 절망을 느낀 적이 있었다. 율곡의 ‘이통기국론’이나 화엄의 ‘이사무애론’이나 다 보편적인 진리는 구체적으로 실존하는 ‘여기와 지금’의 특수한 사실이나 기질의 제약을 떠나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다산 정약용이 우리 조선을 늘 동국이라 칭하는 관행을 비웃으면서, 조선입장에서 보면 조선이 중국이고 중국은 서국이라는 말을 개진했다. 이런 생각을 국수주의로 매도해서는 안된다. 국수주의는 자존망대의 배타적인 사고관행이다. 이것은 황당한 코미디다. 모든 문화는 잡종의 만남이다. 문화적 순종을 찬양하는 일은 근친교배처럼 문화적 허약체질을 만들고 시들어 죽을 뿐이다. 그런데 그 잡종의 만남에 어떤 중심이 따로 없고, 다양한 기국(氣局)의 사실들이 곧 중심이 될 뿐이다. 보편성의 중심은 사실상 어디에도 없다. 모든 기국의 사실에 보편성이 이미 녹아 있다는 것이다. 보편성은 실재하는 어떤 것이 아니라, 그냥 인간의 본성이 좋아하는 기호일 뿐이다. 그런데 그 본성이 사람들에게 개성과 함께 동거해 있다. 개성과 본성은 이원적인 것이 아니고, 불일이불이(不一而不二=하나도 둘도 아님)나 부잡불리(不雜不離=섞인 것도 분리된 것도 아님)의 방식으로 실존할 뿐이다. 원효나 율곡이 다 이 점을 아주 강조했다. 이것을 우리는 진지하게 사유해야 한다. 김치나 비빔밥이나 된장찌개는 다 한국음식이다. 이 음식이 동시에 국제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맛있는 한국음식을 개발하는 길 이외에 우리가 음식문화에서 어떻게 국제적인 경쟁력을 얻을 것인가? 누구나 다 외국음식들을 좋아한다면, 그것은 우리가 좋아하는 보편성이 그들의 특수성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전통음식을 수구적으로만 지키려는 순수주의적 자세는 경쟁력에서 이기지 못한다. 왜냐하면 기(氣)의 특수성 속에 이(理)의 보편성이 이미 함축되어 있다 하여도, 그 기의 특수성도 역시 고착적인 것이 아니라, 어떤 습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습관은 어떤 일정한 경향성을 지니고 있지만 불변적인 것은 아니다. 혀의 미각은 인간의 오감의 느낌 가운데 가장 변화에 둔감하다. 그러나 그것도 불변적인 것은 아니다. 기국의 제약성은 기국의 독자적인 폐쇄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의 미각의 기가 다른 나라의 미각의 기와의 차이의 변별성에 불과하다. 문화는 본디 잡종의 혼융이므로 순수한 것의 독존은 성립안된다. 한국인의 미각도 다른 나라의 것과의 교류관계 속에서 섞이는 혼융이다. 그런 한에서 관계의 차이 속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상관적 관계의 함수가 다르면, 자기의 맛도 조금씩 달라진다. 그러므로 기국은 자기문화의 어떤 습관화된 기호를 말하지만, 그 기호가 다른 문화와 맺는 상관관계의 함수에 따라 늘 변화를 빚는다. 기국도 시대의 인연에 따라 변한다. 김치도 임란 이후에 고추가 들어와서 맵게 변했다 한다. 그러나 기국은 늘 우리가 살아가는 실존적 살(肉)이다. 이 살을 떠나서 한국인이 성립하지 않는다. 살의 의미를 철학에 처음으로 도입한 이가 20세기 프랑스의 현상학자 메를로-퐁티다. 살을 통하여 내가 느끼고 생각한다. 사실상 살이란 객관적 도구를 통하여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살이 느끼고 생각한다고 말해야 하리라. 왜냐하면 나의 느낌과 생각이 살과 분리되어 존재하지 않고, 살과 함께 생활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살은 주관적인 것인가? 그것은 주관적인 것도 객관적인 것도 아닌 상호주관적인 공통성을 띠고 있다. 살은 물론 내 몸이지만, 그 몸의 영역이 고착적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다. 내 몸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나는 모든 인연이 다 살이다. 내가 만나는 사람만 살일 뿐만 아니라,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모든 현상과 사건도 다 살로서 연장된다. 살은 생활세계의 분위기다. 그래서 우리는 생활세계의 분위기와 함께 느끼고 생각한다. 이것이 문화다. 우리는 우리의 문화가 느끼고 생각하고 말하는 속에서 함께 느끼고 생각하고 말한다. 그래서 기국으로서의 한국문화는 한국인을 낳고 자라게 하는 집단습관의 태반과 같다. 이 집단습관의 태반을 불교식으로 표현하면 무의식의 공동업(共同業)이다. 모든 인간은 다 살로서 생활하고 실존한다. 살의 실존과 관념의 사상이 따로 놀지 않아야 살이 건강하고 행복을 노래한다. 살의 실존과 관념의 사상이 따로 헛도는 경우에, 살은 자신의 공동업이 인간본성의 본질에로 접근되는 해방과 행복의 길을 얻지 못하고 자신의 하고싶은 말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무의미로 천대받는다. 그것은 삼국시대의 무속신앙이 외래 관념사상의 권위에 밀려 천대받아 온 것과 유사하다 하겠다. 살의 실존은 무의식적 공동업의 생활인데, 그 생활이 보편적 의미로 향하여 접목되려는 욕망을 가진다. 그 욕망의 표현이 곧 각 문화권의 관념적 사상이다. 기국이라는 무의식의 공동업은 율곡의 생각처럼 내용을 담는 특수한 기질(氣質)이기도 하고, 또 발현하는 기운(氣運)이기도 하다. 기질과 기운이 서로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기실 같은 의미를 달리 전하는 것이다. 몸은 제약의 기질이지만, 동시에 그 기질을 통하여 우리가 기운을 낸다. 기질이 머금고 있는 특수한 기운이 보편적 의미의 옷을 입고 솟아야 우리의 마음이 유의미해진다. 보편적 의미의 옷이 바로 율곡이 말한 이통(理通)이겠다. 그 의미의 보편적 옷이 다른 곳에서 수입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 몸 안에 이미 주어져 있는 인간의 본성에 다름 아니다. 그래서 율곡의 이통기국론은 보편적 이(理)가 기국의 살밖에 별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살의 기질과 기운 속에 함께 동거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화엄학처럼 해석하면,개성의 사실 속에 진여의 진리가 함께 동거하고 있다는 것과 같다하겠다. 개성이 곧 진여인 것은 아니지만, 개성의 발현을 떠나서 진여의 꽃이 피는 것도 아니다. 이 말은 개성의 업(業) 속에 진여의 출현을 가로막는 장애가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이 말을 좀 더 확대하면, 한국인의 상호주관적 공동업의 살 속에 본성인 보편성의 출현을 방해하는 악업이 깃들어 있다는 것과 같다. 한국적 관념의 사상이 한국의 정신문화인데, 이 정신문화가 실존적 살의 분위기와 어긋나 헛돌지 않으려면, 실존의 살이 안고 있는 업장의 병을 고치려는 구원의 사상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 관념의 사상이 살이 아파하는 병을 치유할 수 있게 되면, 그 살은 자신의 의미를 말하는 통로를 얻어 세상을 향하여 풍요하고 다양한 삶의 잔치에 높은 대우를 받으면서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은 마치 우리 음식이 자신의 기국을 통하여 세상이 다 좋아하는 세계적 음식으로 통하게 되는 것과 같겠다. 그러기 위하여 좋은 요리사의 창조가 선행되어야 한다. 살의 업은 장애이기도 하고, 동시에 물결이나 나무결과 같은 결이기도 하다. 장애와 결의 차이가 객관적으로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활용(11회 글)에 따라 구분된다. 즉 마음의 활용에 따라 우리를 방해하던 그 업이 오히려 우리를 생기나게 하는 결로 되살아난다. 그러므로 한국의 정신문화는 우리의 공통적인 마음을 잘 활용하는 법을 익히는 이치와 다르지 않겠다. 그렇게 되면 우리 속에 깃든 특수성이 본성의 보편성과 접목하여 각자가 자기의 타고난 결대로 꽃을 피워 이타행을 하며 즐거워하는 찬란한 정신문화의 금물결을 세상에 반짝이게 하리라. 보편성은 밖에서 수입해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속에 있는 본성인데, 이것이 특수성과 함께 살아나는 길을 창조해야 한다. 그러면 왜 외국학을 공부해야 하는가? 외국을 공부해야 한국의 병과 결을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를 알기 위해서 자기를 떠나는 법을 알아야 한다. 자기는 타자와의 인연에서 생기지, 홀로 독생(獨生)하는 것이 아니다. 보편성이 선진국에 있는 것이 아니듯, 특수성도 자기 것만으로 구성되지 않는다. 그러나 하이데거는 독일에서만 나오고, 베르그송도 프랑스에서만 생긴다. 듀이는 미국에서만 탄생되며, 도스토예프스키는 러시아적 신비를 풍긴다. 왜 그럴까? 이 물음에 이통기국의 비밀이 있겠다. 성철스님, 청화스님, 숭산스님 등은 한국이 낳은 자랑스러운 고승들이다. 이 고승들의 실존을 한국문화의 이념형(Ideal type=사회문화의 특수성을 인식하기 위하여 경험적 현상들을 개념적 준거의 틀로 유형화하는 막스 베버의 사회학이론)으로 삼을 수 있을까?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친환경 아파트’ 몰려온다

    ‘친환경 아파트’ 몰려온다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친환경 아파트.’ 21세기 아파트의 모토는 단연 친환경이다. 친환경이란 나와 내 가족이 중심이었던 ‘웰빙’에다 나뿐만 아니라 환경과 이웃의 행복까지 배려하는 ‘로하스(LOHAS:Life styles of Health and Sustainability)’의 개념이 더해진 것이다.‘더불어 건강하게 꾸준히 잘 살 수 있도록 해주는 주거 환경’이 친환경 아파트가 지향하는 목표다. 친환경 개념을 적용한 아파트는 주변에 비해 높은 시세를 형성하고 있어 브랜드의 핵심 가치로 평가되는 추세다. ●새집증후군 유발물질 얼마나 줄일 수 있나요 ‘건강을 해치지 않는 집’은 아파트의 기본이다. 실내공기질 관리법 시행으로 2004년 5월 이후 사업승인을 받은 100가구 이상 아파트를 짓는 업체는 늦어도 입주 3일 전까지 새집증후군 유발물질 수치를 측정, 시·군·구에 보고하고 아파트 출입구 등에도 이를 게시해야 한다. 이런 단지들은 올해 말부터 입주가 본격화된다. 이 기준을 지키지 못하면 특별한 제재를 받지 않지만 애써 쌓아 올린 브랜드 파워가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 업체들은 ▲친환경 자재 사용 ▲베이크 아웃(Bake-Out·아파트 실내 온도를 높여 건자재에 들어있는 유해물질을 새어나오게 한 뒤 통풍을 시켜 나쁜 공기를 집 밖으로 빼내는 방식) ▲환기 등 세 가지 방법을 동원해 실내 공기질 수치를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SK건설의 경우 포름알데히드 방출량을 일반 제품의 10분의1로 줄이고 공기 청정 후드, 무독성 수성 접착제를 사용해 주방을 더욱 쾌적하게 만드는 친환경 자재 구성 패키지 적용을 검토 중이다. 소음 제거도 필수다. 동탄신도시 아파트의 경우 층간 소음을 막기 위해 바닥을 두껍게 만들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일반 아파트의 바닥 두께는 15㎝ 남짓이지만 동탄신도시에서는 포스코건설, 금강종합건설 등 많은 업체들이 바닥 두께를 18㎝로 늘렸다.SK건설은 지난해부터 SK케미칼과 공동으로 ‘층간소음 연구동’을 세워 층간소음 제거를 위한 인정바닥구조를 개발 중이다. 보다 깨끗한 공기와 따사로운 채광을 위해 평면 설계도 바뀌고 있다. 주택공사가 판교에서 선보인 전용 25.7평 아파트가 좋은 예다. 안방, 작은방, 거실, 부엌, 주방 등 5개 공간을 앞쪽 발코니 쪽으로 배치한 설계를 내놓았다.GS건설은 주상복합아파트에만 적용되던 강제 배기 시스템을 일반 아파트에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밖에 내년 1월부터 2000가구 이상 공동주택 분양시 소음, 구조, 생활환경, 화재소방 등 항목별로 등급을 표시하는 주택성능등급 표시제가 시행될 예정이어서 메이저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친환경 공간 만들기 프로젝트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공원 같은 단지… 운동 공간도 필수 “아이들은 집 앞 개울에서 물놀이를 하고, 어른들은 아침마다 삼림욕을 즐기고, 거실에서는 쾌적한 공기를 마시고…” 실내 환경에 대한 친환경 요소가 마감재의 업그레이드로 이어졌다면 외부환경에 대한 친환경 요소는 조경시설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거듭났다. 지난해부터 입주하기 시작한 새 아파트들을 보면 단지내 주차장을 찾아보기 어렵다. 지상에 주차장이 없다 보니 숲, 연못, 개울, 산책로 등에 초점이 맞춰진 조경 공원들이 자리잡고 있다. 뿐만 아니다. 건강·레저 생활에 대한 소비자 욕구에 맞춰 헬스기구, 골프연습장, 놀이방 등 웰빙을 추구하는 각종 편의시설도 포함된다. 실내와 실외 모두에 자연 요소를 적용해야 진정한 친환경 아파트라는 평이다. 서울 강동구 현대홈타운아파트는 단지내 ‘꽃향기마당’‘물빛마당’‘대숲정원’‘봄빛동산’ 등 주제별로 공원을 조성했는데 꽃향기 마당에는 입주민을 위해 운동시설을 갖췄다. 황토로 만든 산책로, 장미터널, 화훼원 등도 조성돼 있다.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대림 4차 ‘e-편한 세상’은 단지 내에 생태연못과 개울 등을 조성했으며 경기 용인시 보정리 대림 e-편한세상 아파트는 단지 내에 1만평 규모의 숲이 있는데 아파트 부지 매입 때 인근 숲까지 사들여 주민들의 삼림욕장으로 만든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웃과 함께’ 공동체 성격의 로하스 개념 강조 녹지 환경이 풍부하고 좋은 재료로 짓는 것뿐만 아니라 이웃과의 소통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공간이 공원 단지내 조경의 주요 테마로 자리잡고 있다. 다양한 조경물들을 매개로 이웃과 손쉽게 만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주거 환경이 로하스의 출발점이다. 2008년 준공을 목표로 GS건설이 짓고 있는 여의도자이는 1층을 없애고 대신 5m 높이의 독서실, 명상휴게실, 원기회복실 등이 있는 동별 공동시설인 ‘워커블 커뮤니티(walkable community)’를 도입한다. 생태공원, 퍼팅그린 등도 마련된다. 운동으로 건강을 관리하는 것은 물론 이웃과 자주 만남으로써 육체와 정신이 모두 건강한 주거 생활을 지향하는 게 목표다. 이밖에 단지내 12곳에 운동 코스를 마련했으며, 조경공간이 2000평을 넘는다. 산책로를 조성해 스트레스 해소용 클리닉으로 활용하는 설계도 이제는 보편화됐다. 음이온, 원적외선을 이용한 맥반석, 옥자갈 지압로 등을 설치해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꾸며 이웃간 만남의 장으로 설계하기도 한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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