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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HO&WHAT] “B형보다 O형이 더 좋다고? 당신 속았어”

    [WHO&WHAT] “B형보다 O형이 더 좋다고? 당신 속았어”

    4월의 화창한 봄날.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4층 서울신문사 편집국. 두 젊은 남자 기자의 푸념이 이어졌다. 훤칠한 키에 준수한 외모로 나름 ‘킹카’를 자부하는 편집부 김민석 기자와 강신 기자. 두 사람은 솔로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봄이라고 부쩍 늘어난 주변의 결혼 소식은 두 사람의 우울함만 부추길 뿐이다. 작심하고 원인 분석에 들어간 두 사람. 이상형과 최근 자신들이 했던 소개팅을 되짚어 보던 그들은 공통점을 발견했다. 바로 ‘B형 남자’라는 것. 소개팅을 하자면 꼭 혈액형부터 물어보는 주선자들. B형 남자라고 대답하면 “성급하고 단순하며 자기중심적”이라며 거부당하기 일쑤다. 두 사람은 B형 남자가 ‘최악’이라는 ‘통념’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솔로를 벗어나기 위해선 반드시 깨야 할 잘못된 상식이야.” 머리를 맞댄 두 사람은 가장 기자다운 방법으로 사태를 해결해 보기로 뜻을 모았다. 전문가를 초청해 기자회견을 하자는 것. 하지만 전문가를 찾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혈액형과 성격에 관한 책들은 대부분 일본 책을 번역한 것이었고, 상당수 이론들이 출처가 불분명했다. “전혀 근거 없는 얘기”라며 무시하는 과학자도 많았다. 결국 두 사람은 이 모든 사태의 출발점인 ‘혈액형’의 아버지 카를 란트슈타이너(1868~1943·오스트리아 병리학자)에게 직접 따져 묻기로 했다. 가상 인터뷰 ‘Who&What’의 이번주 주인공은 란트슈타이너다. ABO식 혈액형, MN식 혈액형, Rh식 혈액형을 구분한 란트슈타이너는 그 공로로 1930년 노벨상을 받았다. 유로화 등장 이전 오스트리아 지폐 도안의 주인공이기도 했다. 의학사에서는 그를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해 낸 인물”로 표현하고 있다. 과연 란트슈타이너는 ‘인류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연구의 산물인 혈액형이 100년 후 성격과 연관 지어질 것임을 짐작이나 했을까. →김민석 아주 기초적인 질문부터 시작하자. 혈액형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란트슈타이너 (웃음) 말 그대로 피의 종류, 혈액형(Blood type)이다. 내가 한창 연구활동을 하던 19세기 말에는 수혈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피를 많이 흘려 죽는 사람을 치료하기 위한 목적이 컸지만, 죄 지은 사람의 피를 바꾸면 악함이 사라진다는 생각도 있었고 심지어 류머티즘이나 결핵이 있는 사람의 피에 특수한 물질이 생긴다는 가설도 있었다. 난 서로 다른 사람의 피를 섞으면 응고되는 경우와 그렇지 않다는 경우가 있다는 데 착안해 피의 종류 자체가 다를 것으로 판단했다. 수많은 실험을 거친 결과 마침내 A 또는 B라는 항원과 이에 대응하는 혈청 속의 항A, 항B라는 응집소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항원의 종류에 따라 A, B, O, AB형 등 네 가지로 나누는 것. 이게 바로 ABO식 혈액형이다. →강신 혈액형이 ABO식만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란트슈타이너 그렇다. 나는 1901년에 ABO식 혈액형을 발견했고, 27년이 지나서 MN식 혈액형을, 1940년에는 Rh형 혈액형도 찾았다. 나의 세 가지 혈액형 구분이 일반적이기는 하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혈액형 감별 방식은 150가지가 넘는다. 이것만 조합해도 사람이 가질 수 있는 혈액형은 수백조(兆) 가지가 넘는다. 물론 아직도 혈액형의 모든 것이 밝혀진 것은 아니다. →김민석 당신의 원래 의도와 달리 혈액형 이론이 처음으로 널리 활용된 것은 인종 간 우열을 가르는 ‘우생학’(優生學)이었다. -란트슈타이너 ABO식 혈액형이 등장한 이후 1910년대 독일에서 “유럽에 A형이 많고, 아시아에 B형이 많은 것은 백인이 아시아인보다 우월하다는 증거”라는 인식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몰지각한 백인 우월주의가 내 발견과 맞물리면서 잘못된 인식으로 굳어졌다. 유감이다. →김민석 혹시 ABO식 혈액형이 사람의 성격과 관련 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나. -란트슈타이너 혈액형과 성격의 상관관계는 애초에 발생 자체가 위에 언급한 우생학과 맞닿아 있다. 처음으로 혈액형과 성격의 상관관계를 언급한 사람이 우생학이 유행하던 당시 독일에 있던 일본학자 후루카와 다케지였다. 후루카와는 고작 주변 사람 319명을 조사해 지금 유행하는 것과 거의 흡사한 ‘혈액형에 따른 기질 연구’라는 책을 펴냈다. 물론 당시에는 관심조차 받지 못했다. →강신 결국 정확한 과학적 근거나 통계학적인 조사가 뒷받침되지 않은 것인가. -란트슈타이너 재미있는 사실을 하나 알려 주겠다. 혈액형과 성격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학술논문을 찾아봐라. 거의 없을 것이다. 그나마 대부분 일본에서 나온 것이다. 일본에서 유행한 것은 1970년대 일본 저널리스트 노오미 마사히코가 후루카와의 연구로 창작에 가까운 책을 써내면서부터다. 실제로 전 세계에서 혈액형과 성격에 대해 별자리 이상의 관심을 보이는 건 일본과 한국뿐이다. →김민석 하지만 과학적으로 혈액형과 성격이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다는 연구 또한 이뤄진 적이 없지 않은가. -란트슈타이너 주요한 연구 결과는 아니지만 사람의 성격을 구분하는 심리학 검사인 MBTI 결과와 혈액형별 유형은 상관관계가 없다는 조사는 있다. 몇 가지 과학적 예도 들어 보자. 인구 분포로 보면 한국은 A형 37%, O형 28%, B형 27%이고 일본 역시 A형 37%, O형 31%, B형 22%다. 비교적 고른 분포다. 반면 프랑스는 A형이 44%, O형이 42%이고 미국은 A형 40%, O형 45%다. 그럼 프랑스는 한국에 비해 소심한 사람이 많고, 미국 사람들은 고집이 세다는 얘기다. 동북아시아는 다른 지역보다 B형이 월등히 많은데, 그렇다고 다른 곳보다 자유분방한가. 한국이나 일본에서 혈액형과 성격이 유행하는 건 이렇게 혈액형 분포가 다양해서 설명 가능한 성격의 가짓수가 많기 때문으로 봐야 한다. 특히 혈액형이 성격에 선천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면 유전적으로 성격을 규정짓는 유전자와 혈액형을 결정하는 유전자가 동일한 위치에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강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혈액형과 성격을 믿을 뿐 아니라 상당히 정확하다고 느끼고 있는 건 사실 아닌가. -란트슈타이너 기자에게 묻겠다. 당신은 좋아하는 일에는 적극적이지만, 하기 싫은 일에는 소극적인가. →강신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란트슈타이너 이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얘기하는 사람이 더 이상한 거다. 이런 애매한 질문이나 ‘자유분방’,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다’, ‘생각이 많다’, ‘주변 사람들의 일에 관심이 많다’는 식의 모호한 표현을 모은 후에 이걸 각각 ABO식 혈액형에 맞춰 나눠 보자. 그럼 대부분 자신도 그렇다고 느끼지 않겠나. 그게 아니라고 주장하면 “당신은 전형적인 그 혈액형 타입이 아니군요.”라고 말하면 그뿐이다. 이걸 심리학에서는 ‘바넘효과’(Barnum effect)라고 한다. 일반적이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평범한 현상을 정작 듣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딱 맞는 얘기라고 생각하는 거다. →김민석 혈액형과 성격의 관계는 허무맹랑한 얘기라고 단언해도 되는가. -란트슈타이너 그런 얘기를 계속 듣다 보면 실제로 성격이 바뀌지 않더라도 무의식 중에 비슷하게 행동하게 될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결국 성격은 결정된 것이 아니라 본인의 의지에 달린 것이 아닐까. 당신들도 혈액형과 성격 같은 ‘훌륭한 심심풀이’를 절대적이라고 믿지 않는 현명한 여자를 만나길 기대한다. 성공을 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도움말 주신 분들 ●한규섭 서울대 의대 진단검사의학과장 ●권석운 울산대 의대 진단검사의학과 교수 (란트슈타이너가 들려주는 혈액형 이야기 저자)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손영우 연세대 인지과학연구소장(심리학과 교수) 서울신문은 매주 1회 독특한 포맷의 가상 인터뷰 [WHO&WHAT(후 앤드 왓)]을 1개면에 걸쳐 연재하고 있습니다. 일반 신문기사로는 다루기 힘든 동서고금의 지식과 역사의 정수들을 만남 또는 대담의 형식을 통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청소년, 어른 모두에게 즐겁고 색다른 지식의 장이 될 것으로 자부합니다. 특히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훌륭한 논술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WHO&WHAT] “퀴즈쇼서 인간에 완승한 슈퍼컴 왓슨(Watson)을 만나다” [WHO&WHAT] 무덤에서 불러낸 독재자 4인의 가상만찬 ‘재스민 혁명’을 논하다 [WHO&WHAT] 천재소년 송유근, ‘우주비행 성공 50주년’ 맞아 유리 가가린을 만나다 [WHO&WHAT] ‘슈퍼히어로’ 스파이더맨, 정신과 전문의 김상준 원장과 상담하다 [WHO&WHAT] 지구수비대 지원한 인간형 로봇 ‘마루’ “아톰·태권V처럼 지구 지켜서…” [WHO&WHAT] ‘최악’ 통념 B형 男기자, 혈액형의 아버지 ‘란트슈타이너’에 따지다 [WHO&WHAT] ‘전 세계 여성의 로망’ 버킨백을 만나다 [WHO&WHAT] 선택 따라 전혀 다른 결과…”이렇게 검색하면 진리가 밝혀질까?” [WHO&WHAT] “남느냐, 떠나느냐” 희곡으로 본 어느 서재 도서들의 열띤 논쟁 [WHO&WHAT] ‘위대한 유산’ 남긴 간송미술관의 전형필, 그리고 우피치미술관의 메디치 [WHO&WHAT]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 그는 왜 라파엘로를 죽이고 싶었을까 [WHO&WHAT] ‘美우주왕복선은 초대형 폭탄이나 마찬가지’ 물리학자 파인먼의 폭로 [WHO&WHAT] 외규장각 도서 귀환으로 본 약탈문화재의 ‘수구초심(首丘初心)’ [WHO&WHAT] “재능만 주고 사랑은 주지 않던 나쁜 부모들” 유명 인사들의 회상기 [WHO&WHAT] 인류역사를 바꾼 ‘억세게 운 좋은 사내들’ 서바이벌 현장…과연 승자는? [WHO&WHAT] 소설 속 영국인 주인공 폴 웨스트 “파리서 1년 살아보니” [WHO&WHAT] 인류 첫 셀레브러티 ‘클레오파트라’… 베일 속의 그녀의 얘기 들어보니 [WHO&WHAT] 유전학의 창시자 수도사 멘델의 고백… “저, 유전학의 아버지 아니에요”
  • 관악구, ADHD학생·치매노인 전수조사

    관악구가 초등학교 저학년을 중심으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를 드러낸 학생을 치료하고, 만 65세 이상 노인을 중심으로 치매와 우울증을 관리하기 위해 전수조사를 시작했다고 18일 밝혔다. ADHD는 그동안 어린이 정신건강문제의 하나로 학교에서 부적응 문제를 심화시키고, 치매 노인 문제는 심각한 가족 간 갈등요인이라는 점을 고려해 구는 적극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이를 위해 구는 지난 1월 정신보건센터와 치매지원센터를 전국에서 처음으로 직영체제로 전환하고, 서울시립 보라매병원 및 시립 어린이병원과 협약을 체결하여 전문의가 주 1회 이상 파견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공동의료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구 정신보건센터는 교육특구 사업의 일환으로서 동작교육지원청 및 관내 22개 초등학교와 협력체계를 구축하여 초등학교 1~4학년 7840명 중 ADHD 주의 에 해당하는 학생들에게는 학부모와 상담한 뒤 심층면접 및 상담·치료 등을 직접 맡고 있다. 구 치매지원센터는 고령화 사회의 노인치매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고자 65세 이상 4만 6478명을 대상으로 지난 4일부터 1차 전수조사를 하고 있다. 1차로 각 동의 지역 리더(626명)가 다음 달 13일까지 경로당이나 가정 등을 직접 방문, 치매 및 노인우울증 선별 설문을 벌이고, 필요하면 치매지원센터에서 6월 말까지 2차 정밀검진을 할 예정이다. 이후 치료가 필요한 노인에겐 보라매병원 등과 연계하여 치매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치매에 대한 정신과적 접근과 함께 기질학적 질환과 치매를 구분해 치료하고, 치매 노인의 가족까지 보호할 계획이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나른한 봄철 도움 되는 음식들

    나른한 봄철 도움 되는 음식들

    봄은 미각의 계절이다. 각종 나물류 등 제철 음식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런 제철 음식을 잘 섭취하면 질병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전문의들은 “특정 질환이나 증상을 음식으로 통제하기는 어렵지만 제때 피로를 털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등 건강수칙과 함께 음식을 잘 섭취하면 당연히 건강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봄철의 대표적 문제인 황사와 춘곤증, 알레르기, 호흡기질환 등에 도움이 되는 음식을 짚어 본다. 몸 곳곳에 달라붙은 황사 먼지를 제거하는 데는 물이 최고다. 하루 8잔(1.0∼1.5ℓ) 이상의 수분을 섭취해 호흡기의 방어 메커니즘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물과 함께 섬유질이 많은 잡곡밥과 제철 과일·채소 등도 도움이 된다. 섬유질이 많은 음식이 장운동을 촉진하거나 황사 속 중금속과 결합해 유해물질 배출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또 황사 먼지나 중금속은 인체의 산화스트레스와 염증을 증가시키는데, 이때 항산화 영양소를 보충해 주면 산화스트레스를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대표적 항산화 영양소인 비타민A·C·E와 폴리페놀·셀레늄 등의 섭취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 이런 항산화 영양소와 엽산이 부족하기 쉬운 흡연자와 만성 음주자는 봄철 야채 중 두릅이나 치커리를 충분히 먹으면 도움이 된다. 과일 중에는 딸기나 바나나·오렌지 등에 엽산이 많아 하루 4∼5개의 딸기와 바나나 1개, 오렌지 반개 정도를 번갈아 먹으면 된다. 환절기에 잘 걸리는 호흡기질환을 예방하는 데도 음식을 고루 잘 먹는 게 좋다. 흔히 봄에는 몸보신을 해야 한다며 육류 위주의 음식을 섭취하려는 경향이 있으나 이보다는 신선한 야채나 과일 등에 많은 비타민 C가 항산화 효과가 있어 육류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인체의 면역력을 높인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또 야채나 과일의 섬유질이 장 면역력을 높인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물론 많은 양의 비타민을 한번에 복용하는 방법이 얼마나 효과적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정답이 없지만 적정 수준의 비타민과 무기질 섭취가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물론 세끼 식사를 충실히 한다면 따로 영양보충제를 복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전문의들의 견해다. 특히 무기질인 아연은 세포 면역을 강화하지만 영양제 등을 통해 과잉 섭취할 경우 오히려 면역 기능에 이상을 가져올 수 있으므로 쇠고기 콩 굴 해바라기씨 계란 우유 등 음식을 통해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춘곤증의 원인은 아직 과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겨울 동안 추운 날씨에 적응했던 몸이 따뜻한 봄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게 정설이다. 따라서 춘곤증에 대비해 균형 잡힌 영양과 충분한 에너지를 확보해야 한다. 특히 영양소 중 결핍되기 쉬운 B1과 C를 보충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타민 B1은 보리 콩 견과류 간 육류 우유 계란 등에 많고, 비타민 C는 냉이 달래 쑥갓 미나리 씀바귀 등의 봄나물과 키위 딸기 감귤류 채소 브로콜리 토마토 감자 등에 많다. 식단은 하루에 필요한 영양소와 열량이 세끼 식사에 고루 나눠지도록 준비하는 게 좋다. 특히 아침을 거르면 피로감이 더욱 쉽게 느껴지는 데다 점심·저녁에 과식하기 쉬워 오히려 춘곤증이나 식곤증을 부를 수 있으므로 반드시 챙겨 먹도록 한다. 심재억 의학전문기자 jeshim@seoul.co.kr ■도움말 한림대한강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김미영 교수
  • [일본통신] ‘모 아니면 도’ 이승엽 부진 원인은?

    [일본통신] ‘모 아니면 도’ 이승엽 부진 원인은?

    홈런타자에게 있어 숙명과도 같은 것이 삼진이다. ‘바늘과 실’의 관계로도 비유되는 이러한 슬러거들의 운명은 결국 얼마만큼 삼진을 줄이면서 확률적으로 홈런포를 터뜨리느냐에 따라 선수 평가가 달라진다. 이 기준으로만 놓고 보면 현재까지(17일 기준) 이승엽(35.오릭스)은 전혀 만족스럽지 못한 야구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승엽은 오릭스 버팔로스가 6경기를 소화한 지금 현재, 퍼시픽리그 삼진 공동 1위에 올라와 있다. 이승엽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선수는 랜디 루이즈(라쿠텐)로 원래 이 선수는 ‘극과 극’의 타격성향으로 공갈포 유형에 더 가깝다. 이승엽의 성적은 23타석 20타수 2안타(타율 .100 희생타 1개, 볼넷 2개)에 삼진이 무려 10개다. 아직 시즌 초반이기에 그에 대한 평가가 이르긴 하지만 타수 대비 삼진율이 무려 50%다. 그렇다고 이승엽의 홈런이 많은 것도 아니다. 1개의 홈런포를 쏘아올리긴 했지만 타격에서 기본이라고 할수 있는 안타조차도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타리그와는 달리 유달리 타율에 대한 값어치를 높이 평가하는 일본야구라는 점을 감안하면 심각한 수준이다. 이승엽의 삼진을 두고 이미 오카다 아키노부 오릭스 감독은 “볼에 몇번이나 방망이가 나가는지 모르겠다. 가만 있으면 볼넷으로 걸어 나갔을텐데…” 라며 불만 섞인 멘트를 한바 있다. 오카다 감독은 자신이 믿고 점찍은 선수에겐 한 없이 너그럽지만, 한번 눈밖에 난 선수는 쳐다도 보지 않을 정도로 그 성향이 뚜렷한 지도자다. 일단 이승엽이 개막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선발 라인업에 포함됐다는 사실은 이승엽에 대한 오카다 감독의 기대가 크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부진이 계속해서 이어진다면 언제까지 그를 기용할지 아무도 장담할수 없다. 오카다도 인간이기 때문이다. 이승엽의 초반 부진이 안타까운 것은 오프시즌 동안 중점을 두고 연습에 매달렸다는 ‘밀어치기’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개의 장타(홈런, 2루타)는 센터펜스를 기준으로 모두 우측으로 날아간 타구였다. 밀어치기가 중요한 것은 단지 타구방향을 좌측(좌타자 기준)으로 보내는 것에만 국한된게 아니다. 밀어친다는 것은 잡아당겨 칠때보다 히팅 포인트가 뒤쪽에 형성된다는 뜻과 같다. 뒤쪽에 형성된다는 것은 공을 좀 더 오래 본다는 의미고 그만큼 투수가 던진 공에 대한 반응을 일찍 판단하지 않기에 나올수 있는 타격이다. 이러한 타격은 삼진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타격시 이승엽은 무게중심이 뒤에 있다. 공과 배트가 만나는 컨택트(Contact)지점에서 이승엽의 상체 위치를 보면 중심이 확실히 뒤에 있다는 걸 알수 있는데 이러한 타격스타일을 지닌 타자를 가리켜 스테이 백 히터(Stay-back hitter)라고도 한다. 타격자세로만 놓고 보면 공을 자신의 히팅 존까지 끌어들여 스윙을 할것 같지만 실상 그는 앞 어깨가 빨리 열리는 습관을 고치질 못했다. 좋은 타격폼이지만 장점을 살리지 못한, 덧붙여 투수가 던진 공을 섣부르게 일찍 판단해 스윙을 하기에 밀어치는 타격이 실종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에는 일본투수들의 포크볼도 그의 부진을 부채질했다. 모든 구종이 다 마찬가지겠지만 포크볼이라도 타자 앞에서 볼성(안 건드리면 볼)으로 떨어지는 것과 카운트를 잡는(스트라이크를 잡는) 포크볼로 나뉜다. 지금 이승엽이 전혀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게 전자의 포크볼이다. 대표적으로 이승엽은 16일 경기(라쿠텐전)에서 상대 선발 나가이 사토시(27)에게 포크볼에만 2번의 삼진을 당했다. 이날 나가이가 이승엽을 상대로 스트라이크를 잡은 포크볼을 던진 것은 5회초 타석 때 딱 하나였다. 나머지는 전부 볼성으로 떨어지는 공이었는데, 대놓고 이 구종을 실험이라도 하듯 이승엽을 농락했다. 한번 속으니 계속해서 그 약점을 물고 늘어진 것이다. 타격에서 학습효과는 상대 투수를 막론하고 경험 하지 않고도 대처하는게 가장 좋고, 경험을 한 후 고치면서 발전하는게 두번째다. 가장 좋지 않은 것이 이미 경험을 했음에도 똑같은 패턴을 반복하는 것이다. 오카다 감독이 ‘건드리지 않으면 전부 볼’이라며 불만을 표시했던 것도 이승엽의 이러한 면을 아쉽게 생각해서다. 이승엽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중에도 일치하는게 하나가 있다. 바로 언제 터질지 모를 그의 한방능력이다. 부진을 거듭하더라도 그의 한방이 터질때면 시원함을 넘어 아름답기까지 하다. 소위 걸리면 대형홈런인 이승엽의 타구는 승부사 기질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모 아니면 도’ 식의 타격은 이승엽이 지양해야 한다. 근본적인 원인은 밀어치는 타격이 실종됐다는데 있지만, 지금은 요미우리 시절처럼 ‘이번에 못치면 2군으로 내려간다’의 상황이 아니다. 기술적인 문제에 더해 이유를 알수 없을 정도로 심리적으로 느긋하지 못한 것도 그가 부진한 원인중 하나다. 다수의 야구팬들은 이승엽이 부진 하더라도 중요한 순간에 터지는 그의 홈런포를 기다린다. ‘희망고문’인 셈이다. 이승엽이 본연의 모습을 찾았다는걸 확인하는 순간은 밀어쳐서 안타가 나올때다. 오릭스의 선수구성상 당분간 이승엽을 대체할 대안이 없다는 것도 스스로 생각해 볼 문제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일본야구통신원 윤석구 http://hitting.kr
  • 겨우 변비? 방치하면 장폐색·쇼크 올수도

    겨우 변비? 방치하면 장폐색·쇼크 올수도

    변비 환자가 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2년 92만 7000명에서 2009년 142만 8000명으로, 7년 새 54%나 늘었다. 연평균 7만여명(6.4%)씩 늘어나는 셈이다. 이런 증가세는 특히 20대 이하의 젊은 층에서 두드러진다. 젊은 세대는 섬유질이 부족한 인스턴트식품을 즐기는 데다 운동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9세 이하는 배변 훈련이 안 돼 변을 참다가 변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변비란 1주일에 2회 이하로 변을 보거나 변을 볼 때 심하게 힘을 줘야 하며, 굳어서 딱딱한 변을 보거나 배변 후에 잔변감이 남는 증상이 3개월 이상 계속되는 경우를 말한다. ●7년새 변비환자 54% 늘어 변비는 흔한 만큼 가볍게 여기기 쉽다. ‘겨우 변비’라며 방치하는 것이다. 변비가 심하면 복통과 복부 팽만감·조기 포만감·가스 팽창감이 나타나거나 오심·구토·소화불량이 생기기도 한다. 합병증도 만만찮다. 가장 대표적인 후유 질환은 치질이다. 딱딱한 변을 누느라 힘을 주어야 해 쉽게 항문이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항문 점막이 찢어지는 치열이나 통증 때문에 배변을 참아 변비를 악화시켜 드물게는 장폐색이나 쇼크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런가 하면 만성 변비에는 대장암의 암 조직이 장을 막는 것이 원인이 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무턱대고 변비약 복용하면 위험 변비 증상을 느끼면 그냥 참거나 시중에서 판매하는 변비약을 복용하기 쉽다. 하지만 이는 병을 키우는 위험한 행위다. 변비에도 종류가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종류에 따라 치료도 달라진다. 변비는 크게 기질성과 기능성으로 나뉜다. 기질성은 대장암·게실염 등의 염증, 허혈성 대장염 등으로 대장이 막혀서 생기는 변비다. 이런 경우라면 당연히 원인 질환을 먼저 치료해야 한다. 기능성은 기질성과 달리 원인 질환은 없지만 대장 기능에 문제가 있어 생기는 변비로, 대부분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런 기능성 변비는 다시 이완성·경련성·직장형 등으로 구분된다. 이완성은 대장의 운동력이 떨어져 생긴다. 대장 운동이 약해 변을 밀어내지 못하는 것이다. 이 경우 배변욕이 약하고 변을 안 봐도 크게 고통스럽지 않으며, 한번에 많은 양의 변을 본다. 이런 환자는 대장의 운동력을 높이기 위해 장 운동을 촉진하는 약물을 사용해야 한다. 적당한 운동과 섬유소 중심의 식이요법도 도움이 된다. 경련성은 대장이 경련을 일으켜 생기는 변비다. 스트레스 등으로 장 운동과 관련된 자율신경이 긴장해 장경련을 유발한다. 이 경우 변이 장의 특정 부위를 통과하지 못해 변욕은 느끼지만 변이 나오지 않는다. 이런 경련성은 스트레스 관리가 중요하다. 또 장에 무리를 주는 술·탄산음료·인스턴트식품 등을 삼가며, 자극이 적고 소화가 잘되는 음식을 섭취하면 도움이 된다. 직장형은 변이 직장에 걸려 더 이상 못 내려가는 상태를 말한다. 직장형은 괄약근이 잘 이완되지 않거나 오히려 긴장해 배변을 막는다. 이는 자주 변을 참아 감각기능에 이상이 오는 등 나쁜 배변 습관 때문에 생긴다. 대개 수술을 통해 괄약근의 일부를 절개하거나, 항문을 열 수 있도록 바이오피드백이라는 항문이완요법으로 치료한다. ●생활습관 교정이 중요 변비 치료와 예방을 위해서는 생활수칙을 잘 지켜야 한다. 화장실에 오래 앉아 있지 말아야 하고 변욕이 느껴질 때 참지 않아야 한다. 아침식사를 거르지 않아야 하며 하루 1.5∼2ℓ 정도의 물을 마시는 것도 좋다. 또 스트레스의 효과적인 관리와 함께 식이섬유가 많은 야채와 과일, 유산균 식품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특히 최근에는 프로바이오틱 락토바실러스 등 기능성 유산균을 다량 함유한 발효유 등이 출시돼 변비 극복에 도움이 되고 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도움말:소화기질환 전문 비에비스 나무병원 김경호 전문의
  • “방사능 풍문 따른 휴교, 무지의 소치”

    “방사능 풍문 따른 휴교, 무지의 소치”

    “교육감님에게 전화라도 걸까 싶었습니다.” 오죽 답답했으면 그런 생각까지 했을까. 추적추적 ‘방사능비’가 내린 7일 오전, 서울 한양대 공과대학에 있는 서울지방방사능측정소에서 만난 이재기(61)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기회 있을 때마다 방사능 피폭을 걱정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는데도 여전히 불안 심리가 가시지 않아 문제”라며 이날 경기도교육청이 재량휴교 공문을 돌린 것은 “무지의 소치”라고 개탄했다. 이 교수는 세계에서 12명 밖에 없는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의 유일한 한국인 위원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기회 있을 때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 재량휴교령까지 내렸다. 과학자로서 답답하지 않은지. -유의할 만한 위험이 있으면 재량권에 따라 학생 보호를 위해 그런 조치를 취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럴 상황이 아니다. 기회있을 때마다 후쿠시마 원전과 1000~1100㎞ 떨어져 있고 어떤 경우에도 국민들에게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해왔다. 비행기로 10시간만 이동해도 우주방사선 때문에 0.2mSv 피폭량이 는다. 그런데 이번 일본 원전사태로 국민들이 피폭될 것으로 추정되는 방사선량이 연간 0.1mSv다. 그런 미미한 수준인데 국민들은 점점 더 위험한 쪽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과민반응이다. 풍문만 갖고 휴교하는 건 학생들로 하여금 ‘정말 위험하구나.’ 인식하게 한다. →방사성물질이 몸에 묻어도 샴푸나 비누로 깨끗이 씻긴다고 했는데. -오늘 비에는 방사능뿐만 아니라 황사 성분도 들어가니 당연히 샤워해야 한다. 옷이 비에 젖거나 피부에 닿았더라도 방사능 피폭을 걱정할 수준이 아니다. 워낙 의미 없는 농도이기 때문에 샤워하면 방사성물질은 전부 제거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수습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판단하다고 하셨는데 어떤 근거로. -원자로가 정지되고 나면 핵분열은 나지 않는다. 이제 방사능 에너지가 잔류열인데, 잔류열이 원자로가 바로 서고 난 뒤에는 정상 출력의 6.6%가 된다. 후쿠시마 원전은 200만㎾짜리인데 6.6%면 13만㎾ 정도 된다. 이 정도면 꽤 많은 열이다. 라면 끓이는 전기 히터가 보통 2㎾이니 그런 게 6만개가 들어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식혀줘야 하는데 그걸 못해 핵연료가 녹는 건데, 이번처럼 발전소 정전 사태가 발생하면 진행되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 사실은 며칠 안 가서, 얼마 못 가서 원전이 ‘붕괴’되는데 이번에는 굉장히 천천히 진행됐다. 거진 한달이 다 돼가는데 그 열이 점점 준다. 하루 지나면 그 열이 10분의 1로 준다. 원래 6.6%였던 게 0.8% 줄고, 그 다음에는 더 천천히 준다. 현재 원자로에 남아있는 열이 5000㎾ 정도 될 것이다. 초기에 비해 엄청 준 것이다. 그렇다면 원자로 바닥이 녹고, 압력 용기가 녹아 밑으로 뚫고 들어가는 그런 심각한 사고가 일어나려면 벌써 일어났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 일이 초기에 일어나는 것이니까. 그러나 지금까지 잘 버텨왔다. 그리고 이미 원자로 내에 물이 들어갔다. 들어갔으니까 더이상은…. 물론 경계하는 것은 물이 없을 때는 괜찮았는데 물이 들어갔기 때문에 수소폭발처럼 다시 수소가 발생하고 또 어떤 2차 폭발이 있는 것 아닌가 걱정하는데. 일단은 원자로 속에 물이 들어가 있고. 물론 핵연료가 녹아있고 부서져 있겠지만 일단 그런 것들을 덮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온도가 올라가지 않고, 또 수소를 발생시키려면 1200도까지 올라가야 하는데, 그렇게까지 되지는 않을 것 같고. 특별하게 더 악화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환경에서 나오는 방사능도 줄어든 형태이고, 고비는 넘긴 것 같다. →식품 방사선 기준이 일관되지 않고 샘물 기준이 지나치게 낮다는 점을 지적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수산물이 오염됐을 때 어느 정도까지 소비하도록 할 것인가 하는 비상시에 적용하는 기준이 있다. 일본은 다행히 국토 일부만 오염됐지만 재수가 없었으면 국토 전체가 오염될 수 있었다. 방사능 농도가 조금 높더라도 위험을 조금 더 감수하고라도 식품을 소비해야 하는, 다른 방법이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우리는 아직 비상시가 아니기 때문에, 조금 영향을 받지만 비상시라고 보지는 않으므로 여전히 평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식품 기준은 식품의약청 기준이 있고 국제 협약으로는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기준이 있다. CODEX는 체르노빌 사고 이후 만들었는데 유럽 국가들이 방사능 날아오는 것에 대해 굉장히 민감해지고, 상대적으로 더 오염된 나라에서 자란 농산물을 다른 나라들이 수입 안하려는 것이었다. 실제 영향은 미미한데도 방사능 조금만 검출되면 수입 안하겠다, 이렇게 되니까 무역 분쟁이 생겼다. 그래서 그런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미리 국제적으로 기준을 정해놓고 그 기준보다 낮으면 무역 거부를 할수 없도록 만든 것이다. 아직까지는 권고로만 돼 있다.국제 협약이라는게 국가마다 이해하는 것이 다르니까, 체르노빌 영향 때문에 토지가 더 오염된 나라는 기준을 조금이라도 더 높이려고 할 것이고, 오염이 덜 된 나라는 더 낮추려 할 것이고…. 서로 합의가 잘 안 돼 강제 규정이라기보다 그냥 권고 수준으로 돼 있는, 그런 의미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일본 사고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CODEX 기준에 맟추고 하는, 그런 기준은 전혀 안되니까 문제는 없다. 다만 이제 일본에서 수입되는 농·수산물이 오염된 것이 들어올수 있지 않은가, 물론 그럴 가능성은 있다. 당연히 일본도 자국민 보호를 위해 이미 오염이 심한 지역의 농·수산물은 반출을 금지시켰다. 마찬가지로 원자로 자체가 어느 정도 수습되고 나면 전국의 토지 오염도를 다 조사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 어느 수준 이상이 되는 지역에서는 무조건 경작을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다 방법들이 있다. 세슘은 토양에다 칼슘 같은 것, 석회석을 많이 뿌려주면 칼슘하고 세슘은 화학적으로 성질이 비슷하니까 토양 속에 칼슘이 많아지고, 어차피 식물은 칼슘이나 세슘 모두 필요한데 많이 빨아들이면 세슘의 농도가 약해진다. 희석 효과가 있다. 그렇게 되면 세슘에 토양이 오염되더라도 농산물의 방사능은 많이 줄일 수 있다. 그렇게 하면 기준치 이하로 내려갈 수 있고. 그런 것은 일본이 장기적인 계획과 전략을 세울 것이다. 어류들이 동해로, 남해로 들어오고 오염된 수산물이 잡힐 수도 있지 않나 이런 건 수산하시는 분들이 어류 이동이라든가 그런 것들을 장기적으로 살펴봐야 할 것이다. 그렇더라도 아직은 바다로 나간 방사능이 꽤 되긴 하지만 넓은 범위까지 심각한 영향을 줄 정도라고 보지 않는다. 그래서 좁은 해역은 어차피 어업이 제한될 것이고 그밖에 영역의 어류들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본다. 식약청 기준이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비상시 기준이다. 비상시 기준이라 조금 높고 CODEX 기준과 비슷하다. 하나가 먹는샘물이라고 돼있지 않고 염지하수라고 돼있다. 이번에 알게 됐는데 만든 배경을 살펴보니 제주도에서 식수가 모자라니까 관정을 해서 지하수를 퍼서 쓰는데 바닷물이 들어와서 염분이 많이 있는데 그 물에만 적용되는 기준이라고 하더라. 제주도 지하수에만 해당되고 육지 지하수에는 특별한 기준이 아직 없는 셈이다. 제주도 지하수에만 적용하는 기준이라 해도 너무 턱없이 낮다. 왜 그렇게 낮게 했는지 모르겠는데. 이왕 말이 나왔을때 유관 부처들이 다시 검토를 해서 정립을 하는 것이, 그러니까 평시 기준과 비상시 기준을 맞춰서 정립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얘기한 것이다. →어제(6일 서울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국내 방사선 영향’) 토론회에서 일본과 2005년 방사선 비상 진료 합의회의에서 약속한 바를 일본이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종순 인제대 의대 핵의학과 교수가 지적했는데 민간기관끼리의 양해각서(MOU)니까 지바현에 있는 기관 NIRS와 한국 방사선보건연구원의 문제이고 그걸 왜 안했느냐고 하는 것은 글쎄, 의무는 아니라고 본다. 심각한 사고가 나면 IAEA 협약에 따라 즉각 해당 국가에 통보를 강제할 수 있게 돼 있다. 두 기관이 앞으로 관계를 끌고 나가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적어도 정부간 채널은 아니다. →우리 정부가 잘 대응하고 있나. -관점에 따라 다르다. 기본적으로 현재 우리의 상황이 비상이 아니다. 매뉴얼대로 하면 되고 정부가 별로 할 일이 없다. 국민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으니까 측정 주기도 15분에서 5분으로 단축하고 일주일에 한 번 하던 공기필터 교체는 매일 하는 등 감시 활동을 증가시키고 바로바로 알리는 활동 정도는 해야 한다. 더이상 정부가 직접 나서서 할 일은 없다. 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 업무를 떠넘기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건 모든 걸 KINS가 알아서 하라고 하는 것은 또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식으로 불똥 튈까봐 너무 염려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그렇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정부는 비상상황이 아니고 원래 국가방사선방재계획의 대상이 아니다. 정부가 그렇게 비난받을 정도는 아니다. →청와대에서 태스크포스(TF)를 만들기로 한 것도 ‘헛소동’이라고 보는 건가. -과민반응이 결코 좋은 것이 아니다. 적절하게 사태에 맞춰 대응해야지. 실태는 요만큼인데 이렇게 키워서 대응하면 많은 자원이 낭비되는 일이 나중에 돌아보면 일어나지 않는가. 체르노빌 사고때 독일이 원래 반핵 기질이 강하지 않은가. 방사능이 날아온다고 하니까 정말 난리가 났다. 국토도 일부 오염됐지만 체르노빌 사고가 발생한 1986년 한해에 독일인들이 평균적으로 더 피폭된 방사선량이 0.2msv로 별 의미가 없었다. 그런데 워낙 시끄럽고 하니까 옛서독의 임신중절 건수가 전년보다 4000건이 늘었다는 보고가 있다. 사실 단 한 명도 방사선 때문에 죽지 않았는데 풍문만 믿고 공포심에 소중한 아이들 4000명이 희생된 것이다. 후쿠시마와 우리가 1000~1100㎞ 떨어져 있고 옛서독과 체르노빌 거리가 비슷하고, 그런 과거의 경험이 가장 좋은 실험이 된 셈이며, 별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아는데 너무 펄쩍펄쩍 뛸 이유가 없다. →일본이 이번에 축적한 원전사고 대응의 노하우를 우리가 어떻게 전달받고 공유해야 하는지 중요한 과제가 된 것 같다. 어떻게 해야 하나. -노하우라고 특별하게 숨길 정보라고 보지 않는다. 일본은 기록문화가 뛰어난 국가니까 시간은 걸리겠지만 아주 좋은 보고서가 나올 것이다. 정말 배워야 할 교훈, 값비싼 수업료를 내고 배운 교훈을 우리 원자력발전소를 안전하게 만드는데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체르노빌 사고 때는 워낙 우리 원자로 노형과 다르기 때문에 고쳐야 할 점이 많이 없었는데 스리마일 사고 때는 우리 발전소에 굉장히 많이 소급적용을 해서 문제점을 바로잡았다. 일본 발전소가 우리와 유형은 많이 다르지만 많은 공통점도 있으니까 많은 액션 플랜이 나올 것이니 우리 발전소에 필요한 것을 선별해서 조치할 것이다. →일본 정부나 일본인들이 자존심 때문에 (정보 공유를) 주저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그렇지 않을 것이다. 원자력 안전에 관해선 정보를 공유한다는 게 소위 패러다임이고 만약에 안하면 IAEA에서 압력을 가할 것이다. 더욱이 IAEA 사무총장이 일본인이니까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다. 글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사진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인터뷰 동영상은 8일 오후 7시 30분 케이블 채널 서울신문STV의 ‘TV 쏙 서울신문’ 방영.
  • “천안함 공격 어뢰 부착물질 멍게 아니다”

    “천안함 공격 어뢰 부착물질 멍게 아니다”

    정부는 6일 천안함을 공격한 것으로 지목된 어뢰추진체에 붙어 있는 붉은색 물체가 “붉은 멍게도, 생명체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3일까지 농림수산식품부 국립수산과학원에 의뢰해 어뢰 부착 물체에 대한 성분과 유전자 분석을 진행한 결과 붉은 멍게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수산과학원 전략양식연구소 강정하 박사는 “어뢰 부착 물질에서 생물체 종류를 확인할 수 있는 유전자(DNA) 조각이 검출되지 않았으며 유전자 증폭실험을 통해서도 DNA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또 붉은 멍게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 이주 박사도 “붉은 멍게와 형태가 다르고 붉은 멍게의 유생도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최초 의혹을 제기한 사람들이 어뢰에 붙어 있는 시료는 확대 촬영하고 비교대상인 붉은 멍게 사진은 원래 크기대로 찍어 비교하면서 이런 오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사본부 관계자는 “붉은 멍게가 아닌 것은 확인됐지만 어떤 물질인지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다.”면서 “칼슘을 주성분으로 한 무기질이란 점 외에 특정 물질임을 밝히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조사본부는 앞으로 해당 물질에 대한 성분 분석을 하지 않을 예정이다. 다만 조사본부 관계자는 “지난해 어뢰추진체 발견 직후 추진체를 덮은 군용 담요 등에서 묻은 이물질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천안함 사건 1주기를 맞아 지난달 말 언론에 재차 공개된 ‘1번’ 어뢰추진체에는 뒤쪽 스크루 모서리에 지름 0.8㎜의 붉은색 생물체와 유사한 물체가 부착된 것이 포착됐다. 일부 매체와 인터넷 누리꾼들은 이 물체가 동해에만 서식하는 붉은 멍게가 아니냐면서 동해에 있던 어뢰 추진체를 천안함 사건 현장에서 발견한 것처럼 조작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 황사는 피하는 게 최선

    황사는 피하는 게 최선

    다시 황사가 몰려오고 있다. 지난 19일 올해 첫 황사주의보가 발령된 이후 연일 황사가 하늘을 뒤덮고 있다. 황사는 크기가 1∼10㎛에 불과한 미세입자다. 머리카락 한 올의 굵기가 대략 10㎛이니 황사가 얼마나 미세입자인지를 쉽게 가늠할 수 있다. 이처럼 미세한 황사 입자는 코나 목의 점막, 폐 등에 깊숙이 침투, 호흡기 질환 등 갖가지 문제를 만든다. 물론 피부에도 해롭다. 황사에 섞여 있는 2㎛ 이하의 알루미늄·카드뮴·구리·납 등의 중금속이 모공으로 침투해 피부염을 유발한다. 특히 황사에 포함된 크롬과 니켈 등 금속 성분은 알레르기성 접촉성 피부염의 가장 흔한 원인이다. 봄이 되어 피지 분비량이 늘어나는 황사철에는 피부에 황사먼지가 뒤섞여 부작용을 유발, 여드름 환자도 크게 늘어난다. 따라서 황사철에는 세안을 꼼꼼히 해 먼지와 노폐물을 제거하고 충분한 보습을 해줘야 한다. 가장 좋은 대책은 황사를 피하는 것이다. 외출이나 실외운동을 삼가고, 창문을 잘 닫으며, 가습기를 이용해 실내 습도를 50% 정도로 유지하면 황사 입자를 바닥에 떨어뜨릴 수 있다. 외기 환기보다 공기청정기를 가동하는 것이 당연히 좋다. 빨래를 실내에서 말리면 황사에 노출되는 것도 막고 실내 가습에도 도움이 된다. 특히 만성 호흡기질환자나 어린이·노약자는 외출을 삼가야 한다. 부득이 외출할 때는 먼지가 잘 달라붙는 니트류나 올이 성긴 직물류 대신 올이 촘촘한 천으로 된 옷을 고르는 게 낫다. 또 황사 노출을 줄이려면 마스크나 고글, 모자 등을 착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마스크는 미세먼지를 걸러주는 특수 마스크가 좋지만 보통 마스크도 먼지를 어느 정도 먼지를 걸러주는 효과가 있다. 실외활동 중에는 평소보다 자주 물을 마시도록 한다. 입이나 호흡기 점막에 수분을 충분히 공급하면 오염물질을 잘 희석시키기 때문이다. 물을 많이 마시면 호흡기를 통해 흡입한 황사 속 미세먼지와 중금속을 쉽게 소변으로 배출할 수 있다. 또 알레르기성 비염이 있다면 황사주의보 기간에 알레르기 반응을 억제하는 약물을 예방적으로 사용해 콧물과 코막힘, 재채기 등의 증상을 줄이는 것도 좋다. 외출 후에는 겉옷과 모자·마스크 등을 한번 털어서 황사입자가 실내로 유입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귀가해서는 반드시 손을 깨끗이 씻고 식염수로 코와 목을 세정하도록 한다. 황사가 지나간 뒤에는 실내 환기를 해 줘야 한다. 맞바람이 통하도록 앞뒤 창문을 활짝 열고 20분 이상 환기를 하면 실내 공기를 완전히 바꿀 수 있다. 또 물걸레로 구석구석 쌓인 먼지를 닦아내도록 한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도움말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이용배 원장
  • 800여년 당당했던 제나라 왜 궤멸했을까

    800여년 당당했던 제나라 왜 궤멸했을까

    강태공 모르는 이는 드물 터다. 시절을 잘못 만나 낚시질로 세월만 낚다가 늘그막에 주나라 무왕(武王)을 도와 천하를 평정한 정치가이자 전략가. 주(周)의 시대를 연 일등공신인 그가 논공행상으로 받은 영지에 일으켜 세운 나라가 제(齊)나라다. 나이를 잊은 정력가였던지, 노년의 그에게서 우수한 유전자를 물려받은 후세들은 제나라를 800여년간 전국시대(戰國時代)의 당당한 한 축으로 이끌었다. ‘제나라는 어디로 사라졌을까’(이유진 옮김, 글항아리 펴냄)는 제나라의 영토였던 중국 산둥성 출신의 작가 장웨이가 쓴 역사인문에세이다. 해박한 인문 지식을 바탕으로 역사와 신화, 민담을 넘나들며 다양한 제나라 이야기를 펼쳐낸다. ●승자의 역사에 매몰된 제나라 재발견 책을 관통하는 정신은 승자의 역사에 매몰된 망국(亡國) 제나라의 재발견이다. 꼬집어 표현하지는 않지만, 저자는 춘추전국시대를 종식시키고 대륙을 통일한 나라가 제나라가 아닌 진시황의 진(秦)나라였다는 것에 대한 진한 아쉬움을 책 여기저기에 녹여 낸다. 아울러 그 반대의 경우였다면 중국의 이후 역사는 많이 달라졌을 것이란 암시도 곳곳에 숨겨둔다. 제나라는 춘추시대 오패(五覇)이자 전국시대 칠웅(七雄)의 하나로 약 825년간 번영했다가 진시황에 멸망된 중국의 고대국가다. 지금의 산둥성 광라오(廣饒)현 남쪽에 있던 도성 임치(臨淄)는 당나라 장안만 한 대도시였다. 수많은 거상들이 당시 가장 긴 상가를 오갔다. 절세 미녀들도 즐비했다. 그 안에서 관중과 포숙아가 ‘관포지교’(管鮑之交)를 앞세워 나라를 오패의 우두머리로 이끌었고, 동방삭이 골계(稽) 문화를 꽃피웠다. 이처럼 한 수 앞선 문명을 구가하던 그들이 진나라에 궤멸된 까닭은 뭘까. 원제목 ‘방심사화’(芳心似花)가 답을 찾는 키워드다. 저자는 방심이 주로 10대 여성을 형용하는데 쓰이지만, 본질적인 의미는 꽃이 막 피어나기 직전의 단계를 가리킨다고 본다. 방창(方暢)에 앞선 상태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마음이 방심이라는 것. 남김없이 욕망을 불태우면 남는 것은 재뿐이다. 문명도 마찬가지다. 제나라는 역사의 마지막에 환락을 불태웠다. 그리고 진나라에 망했다. 활짝 핀 꽃에는 제나라가 중화문명 태동의 한 축이 되었다는 자부심과 함께 그로 인해 멸망할 수밖에 없었던 제나라에 대한 탄식이 녹아 있다. 책 첫 장부터 느닷없이 펼쳐지는 꽃 그림들도 그런 아쉬움에 대한 복선일 터다. ●제나라 라이벌 진나라와 대비시켜 저자는 시종일관 제나라를 라이벌이었던 진나라와 대비시킨다. 바다와 접해 일찍이 상업이 발전했던 제나라 사람들은 개방적이고 활달한 기질인 데 반해 농경 국가이자 법이 엄격했던 진나라 사람들은 엄숙하고 단정했다. 저자는 이를 통해 중화문명이 진나라로 대변되는 내륙 기질과 제나라의 해안 기질이 영향을 주고받으며 형성된 것이라고 분석한다. 진나라가 대륙을 통일한 뒤 일으킨 ‘분서갱유’ 역시 바닷가 사람들과 내륙 사람들 간 기질의 충돌이라는 것. 아울러 시안(西安) 진시황릉 병마용의 병사들이 동쪽 제나라를 향하고 있는 까닭, 제나라의 온돌문화와 꽃으로 만들어 먹는 간식 천년고 이야기 등도 흥미를 끈다. 2만 2000원. 글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그래픽 이혜선기자 okong@seoul$co$kr
  • [길섶에서] 청개구리/최광숙 논설위원

    엄마의 말에 반대로만 하던 청개구리. 우리 집안에도 청개구리가 있다. 7살짜리 개구쟁이 조카 녀석이다. 항상 청개구리 짓을 하며 말썽을 도맡아 피운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따따따’ 말을 배우기 시작할 때부터였던 것 같다. “비가 오네.”라고 비오는 창밖을 가리키면 “비가 안 오면”이라고 엉뚱하게 되묻는다. 출근길 나에게도 “이모, 안녕히 안 다녀오세요.”라고 인사한다. 이모 회사를 물어보면 ‘마포신문’이라고 골지른다. 마포의 우리집과 신문을 교묘히 합쳐 놓는다. 좋아하는 ‘치즈케이크’ 사줄까 하면 듣도보도 못한 ‘포도케이크’를 사달라고 조른다. 최근 초등학교에 다니는 그의 누나에게 띠를 물었더니 ‘원숭이띠’란다. 그 녀석에게 돌아오는 답변은 걸작이다. ‘초록띠’라고 우기는 것 아닌가. 태권도장에 다니는데 자신의 태권도 승급 띠 색깔을 갖다 붙이는 거다. 누가 가르친 것도 아닌데 타고난 것 같다고 가족들이 결론을 내릴 정도로 매사에 삐딱한 조카. 반골 기질로 똘똘뭉친 그의 행보가 어디까지 갈는지….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아토피와 사투’ 도시 학생들 친환경 치료로 웃음 되찾다

    ‘아토피와 사투’ 도시 학생들 친환경 치료로 웃음 되찾다

    정부는 ‘환경성 질환 예방·퇴치’를 위해 2009년 4월 환경보건법을 시행했다. 법 시행 2년이 돼가고 있지만 아토피와 천식·비염 등 어린이 환경성 질환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환경부는 올해 말 완공되는 전북 진안의 아토피 케어센터를 비롯, 2015년까지 전국 권역별로 5곳을 더 건립한다는 복안이다. 환경성 질환이 사회 문제로 대두됨에 따라 전북 진안군은 관내를 ‘아토피 치료 특구’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주말 아토피 치료시설 유치로 각광받고 있는 진안을 다녀왔다. ●수도권서 전학오는 학생 늘어 전북 진안군 정천면에 있는 조림초등학교. 이 학교는 군청의 지원으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6억원을 들여 학교시설을 친환경 자재로 바꾸었다. 아토피 친화 학교라고 유명해지면서 전학을 신청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지만 시설 한계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현재 전교생 54명 가운데 20명이 아토피 피부염을 앓고 있다. 환자는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서 치료를 목적으로 전학을 온 학생들이다. 4학년인 진하나(여·11)양은 1학년 말인 2008년 10월 의정부에서 전학을 왔다. 진양의 어머니 김혜정씨는 “전학오기 전 아토피 피부염으로 긁어서 진물이 흐르고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면서 “치료를 위해 아예 마을에 새집을 사서 이사를 왔다.”고 말했다. 또 5학년인 이창석(남·12)군은 천안시내에서 학교를 다니다 2년 전에 이곳으로 전학했다. 아토피와 코막힘 때문에 전학을 시켰다는 이군의 어머니 김민경씨는 두 집 살림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김씨는 “밤새 피가 나도록 긁어 아픔을 호소하는 아들이 안쓰러워 내려왔다.”면서 “남편과 큰애는 천안에 놔두고, 이곳에서 방을 얻어 생활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세든 집은 아토피 치료를 위해 친환경재료로 꾸민 민가로 1000만원 보증금에 월 25만원을 내고 있다. 아토피 피부염은 쉽게 낫지도 않을뿐더러 특별한 치료법도 없어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까지 힘들게 한다. 환자 어린이들의 어머니는 한결같이 환경과 먹거리가 바뀌면서 상태가 호전됐다고 입을 모았다. ●아토피케어센터 공정률 20% 넘어 진안군은 아토피 친화학교 시범사업 외에도, 피부염 예방과 치료를 위한 홍삼 스파시설을 만들어 관광객을 유치하는 등 아토피 치료특구 이미지를 알리기 위한 각종 사업를 활발히 벌이고 있다. 곳곳에 아토피 치료와 예방을 위한 프로그램 안내 현수막이 즐비하다. 마침 이곳을 찾았을 때 보건소에서는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이 내려와 주민과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아토피 상담과 치료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진안군청 유태종(아토피전략산업과) 과장은 “진안이 청정구역으로 아토피 치료를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각종 사업을 벌이고 있다.”면서 “지난해 삼성서울병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매월 의료진이 직접 방문해 아토피 상담과 치료를 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환경부 지원사업으로 건립 중인 아토피 케어센터는 터닦기 등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센터에는 각종 아토피 등 환경성 질환 예방을 위한 교육센터를 비롯, 아토피 탈피 주거체험 시설 등이 들어서게 된다. 이숙이 시설담당은 “센터는 정부가 지원하는 국내 유일의 시설로 현재 공정률 20%를 넘어섰다.”면서 “올해 말 건물이 완공되면 아토피 치료와 예방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환경성 질환 6년새 36.4% 증가 환경부와 국민의료보험공단에 따르면 환경성 질환으로 알려진 알레르기 비염, 아토피 피부염, 천식 등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02년 557만명에서 2008년 759만명으로 36.4%가 증가했다. 또한 이에 대한 치료비용으로 연간 1000억원 이상이 들어간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비용까지 합치면 연간 2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한다. 또한 지난 30년간 아토피 피부염은 3배, 천식은 5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토피 피부염과 천식, 소아발달장애, 뇌혈관 질환 등 환경성 질환은 환자의 고통은 물론이고 치료비용도 만만치 않다. 특히 환경성 질환을 가진 어린이는 의료비 부담과 함께 학습과 사회활동 장애 등 삶의 질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환경부는 2009년 3월 ‘환경보건법’ 제정으로 환경 유해인자로부터 어린이 등 취약계층의 건강보호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환경유해 인자의 위해성 관리, 유해물질 규제, 실내공기질 관리강화 등의 정책도 시행 중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환경보건정책은 생소한 영역으로 여겨질 뿐 획기적인 전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환경성 질환의 원인이 명확하지 않고, 관련 연구도 미흡해 개선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환경부 이필재 환경보건정책 국장은 “환경성 질환에 대한 상관관계 규명에 대해서는 시간과 연구가 필요하다.”면서 “환경 유해인자의 위해성 관리 등 여러 정책을 통해 환경보건 정책이 정착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글 사진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Weekly Healthy Issue] (53) 증상없는 치명적 질환 ‘복부대동맥류’

    [Weekly Healthy Issue] (53) 증상없는 치명적 질환 ‘복부대동맥류’

    생소하지만 치명적인 질환 가운데 복부대동맥류가 있다. 인체의 모든 혈관은 이상 변화를 일으킬 수 있지만 특히 이 복부대동맥류가 주목받는 것은 증상이 없고 치명적이어서다. 일단 증상이 나타나면 열명 중 여섯명은 병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숨지고, 수술을 받는 나머지 네명도 생명을 담보할 수 없다.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과 1세대 영화배우 조지 스캇의 목숨을 앗아간 복부대동맥류는 그 위험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최근 유병률이 크게 늘고 있는 복부대동맥류에 대해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센터 조진현 교수로부터 듣는다. ●복부대동맥류란 어떤 질환인가. 동맥류란 정상 동맥보다 직경이 50% 이상 증가하는 상태를 말한다. 간단하게 말하면 동맥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것이다. 뱃속에 있으면서, 인체에서 가장 큰 동맥인 복부대동맥의 정상 직경은 약 2㎝다. 그런데 이 복부대동맥이 50% 이상 굵어져 3㎝ 이상이 되면 복부대동맥류로 본다. ●복부대동맥류가 왜 문제가 되는가. 복부대동맥류는 특이 증상이 없어 대부분 자신에게 그런 병증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지나간다. 그러다가 대동맥류의 크기가 더 커지면 파열되는데, 이 경우 60% 정도가 병원 도착 전에 사망한다. 또 병원에 도착해 수술적 치료가 이뤄지는 나머지 40%도 사망률이 30∼90%에 이른다. ●국내 유병률과 특징적인 발병 추이는. 전체적인 복부대동맥류의 빈도를 조사한 보고는 현재까지 없다. 유사한 사례를 다룬 영국의 부검조사에 따르면 전체 유병률이 1.3%에서 많게는 12.7%까지 보고되고 있다. 증상이 없는 복부대동맥류의 유병률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연인원 10만명당 3명에서 많게는 117명까지 보고되고 있다. 이런 복부대동맥류는 남성보다 여성에게 5배나 많은데, 남성의 경우 50세부터 급증해 80세에 가장 많다가 이후 빈도가 낮아진다. 여성은 발병 빈도가 남성보다 10여년이 늦은 60세 이후에 급증한다. 남녀 공히 60세 이상인 사람의 5%가 복부대동맥류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흔하다. 최근 강동경희대병원이 50세 이상 성인 남녀와 복부대동맥류 가족력을 가진 일반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내 복부대동맥류 유병률은 1.1%로 나타났다. 특히 복부대동맥류 고위험군인 흡연력이 있는 65세 이상 남성의 경우 유병률이 4.9%로 무척 높았다. 발병 추이는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심평원에 의뢰해 2004년 이후 5년간 복부대동맥류를 포함한 동맥류로 치료받은 환자를 조사한 결과 2004년 1872명, 2006년 2489명, 2008년에 3658명 등으로 5년 사이 2배 이상 증가세를 보였다. ●원인은 무엇인가. 동맥류는 인체의 혈류역학적 문제와 생화학적 변화, 유전성 등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 혈류역학적 원인이란 심장 박동에 따른 스트레스가 동맥벽에 지속적으로 전달돼 혈관 벽이 약해지면서 동맥류가 형성되는 경우로, 젊은 층보다 60세 이상의 고령층에 많다. 또 동맥벽을 구성하는 결체조직을 분해하는 효소인 ‘기질단백분해효소(matrix metalloproteinase)’가 증가해 동맥류를 만들기도 한다. 물론 인체에는 이런 효소의 작용을 억제하는 물질이 있지만, 그 양이 부족하면 적절하게 분해효소를 통제하지 못해 동맥류가 발생하게 된다. 유전성도 무시할 수 없다. 가족 구성원 중에 동맥류 환자가 있으면 다른 가족에게서 동맥류 발생 확률이 무려 18배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증상과 자가검진은 어떻게. 복부대동맥류는 거의 증상을 보이지 않으며, 증상을 보일 때면 상당한 병증의 진행이 있다고 봐야 한다. 일부 환자는 배에서 박동성 종괴(덩어리)가 만져지기도 한다. 또 간혹 경미한 복통 또는 허리 통증을 호소하기도 하는데, 이는 대동맥류 후벽의 침식에 의한 증상으로, 반드시 파열 가능성을 확인해 봐야 한다. 복부대동맥류가 파열되면 혈압이 떨어지고, 안색이 창백해지며, 심한 불안감과 함께 점차 의식을 잃는다. 복부대동맥류를 가진 사람에게서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지체없이 수술을 해야 한다. 자가검진을 위해서는 편안히 누운 상태에서 무릎을 굽히고 명치 끝과 배꼽 사이를 손으로 가볍게 만졌을 때, 심장처럼 박동하는 멍울이 만져지면 복부대동맥류를 의심해 볼 수 있다. ●검사 및 진단방법은. 동맥류는 대부분 건강검진 등 다른 검사 중에 우연히 발견된다. 동맥류를 검사하는 방법으로는 비침습적인 초음파검사가 우선이며, 여기에서 동맥류가 관찰되면 컴퓨터 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검사를 시행한다. ●치료는 어떻게… 치료법 효용과 한계는. 치료는 개복해 동맥류 발생 부위를 인조혈관으로 대체하는 고전적 방법과 방사선으로 투시하면서 스텐트·도관을 삽입하는 방법으로 나뉜다. 개복복원술은 개복에 따른 복강 및 폐·심혈관계 합병증이 스텐트·도관삽입술보다 높지만, 안정적인 수술이 이뤄지면 이후 5년 내에 CT검사를 통한 주위 대동맥의 변화를 관찰만 하면 된다. 스텐트·도관삽입술은 개복복원술에 비해 비교적 안전한 방법으로 조기회복·조기퇴원이 가능하고, 수술에 따른 합병증이 거의 없다. 그러나 시술 후 6∼12개월 간격으로 초음파나 CT를 통한 추적관찰이 필요하다. ●위해성과 정책적 대안은. 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노인 건강은 국가사회에 엄청난 부담이 되고 있다. 당연히 노인들의 건강관리 비용뿐 아니라 그들의 노동력을 사회에 환원시키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 이런 관점에서 복부대동맥류로 인한 노동력 및 사회경제적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는 정확한 전수조사를 통해 유병률과 발병 패턴, 치료 및 예방법을 개발·관리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서울대 실험실서 발암물질 등 발견..환경개선시급

    서울대 실험실서 발암물질 등 발견..환경개선시급

     서울대 연구실 5곳 중 1곳은 공기 속 유해물질이 기준치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발암물질도 다수 검출돼 환경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환경안전원은 14일 교내 연구·실험실 138곳을 대상으로 실내 공기질을 조사한 결과 모두 29곳에서 유해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했다고 밝혔다. 특히 공대 실험실 2곳과 화학공정신기술연구소에서는 발암물질인 벤젠이 1㎥당 38.0~247.5㎍ 검출됐다. 이는 환경부가 정한 신축공동주택 실내공기질 권고기준(1㎥당 30㎍)의 8.25배나 나쁜 수준이다. 벤젠과 비슷한 휘발성유기화합물(VOC)인 크실렌도 치과대학원 실험실 1곳에서 기준치를 넘어 검출됐다. 인문대 연구실 2곳에서는 ‘새집증후군’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폼알데하이드가 1㎥당 136.1㎍과 182.2㎍씩 검출돼 산업현장에서 쓰이는 기준치인 1㎥당 120㎍을 웃돌았다. 미세먼지(PM10)도 17개 연구·실험실이 1㎥당 152.5~380.6㎍로 조사돼 산업안전보건법상 기준치(1㎥당 150㎍)의 최대 2.5배에 달했다. 이산화탄소는 6곳에서 최대 2.1배가 검출됐다. 환경안전원 관계자는 “이번에 고농도로 검출된 벤젠은 건축자재나 생활용품보다는 시약이나 유기용매의 휘발로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실험실에서 유해물질을 사용할 때는 반드시 개인보호구를 착용하고 안전장비를 갖춰 유해물질이 공기에 퍼지는 것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관계자는 또 “외국에서는 연구실의 유해물질에 관한 안전기준이 마련됐지만 국내는 아직 별도 기준이 없는 게 현실”이라면서 “실험실 역시 합리적인 별도 안전관리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고전 인물로 다시읽기] (1) 글쓰기 ‘프리랜서’ 연암 박지원

    [고전 인물로 다시읽기] (1) 글쓰기 ‘프리랜서’ 연암 박지원

    ●두 개의 미스터리 하나 1792년 10월 19일 정조는 동지정사 박종악과 대사성 김방행을 궁으로 불러들인다. 청나라에서 들어오던 명청소품 및 패관잡서에 대해 강경하게 수입을 금지하는 조처를 내리기 위해서다. 동시에 과거를 포함하여 사대부 계층의 글쓰기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실시된다. 타락한 문풍을 바로잡고 고문(古文)을 부흥시킨다는 명분 하에 정조와 노론계 문인들이 첨예하게 대립한 이 사건이 바로 ‘문체반정’이다. 사건이 한창 무르익을 즈음, 정조는 느닷없이 이렇게 말한다. “근자에 문풍이 이렇게 된 것은 모두 박지원의 죄다. ‘열하일기’를 내 이미 익히 보았거늘 어찌 속이거나 감출 수 있겠느냐?” 열하일기가 세상에 나온 지 이미 10여년이 지났고, 당시 연암은 개성 근처 연암협에서 조용히 노년을 보내는 중이었다. 근데, 열하일기가 사건의 배후라고? 웬 뒷북? 아니면 국면전환용 포즈? 둘 “예로부터 훌륭한 글은 얻어보기 어려운 법/ 연암 시를 본 이 몇이나 될까?/ 우담바라 꽃이 피고 포청천이 웃을 때/ 그때가 바로 선생께서 시를 쓸 때라네”-연암 그룹의 일원인 박제가의 시다. 3000년에 한번 핀다는 꽃 우담바라. 살아서는 서릿발 같은 재판으로 유명하고 죽어선 염라대왕이 되었다는 포청천. 그가 웃는다고? 차라리 황하가 맑아지기를 바라는 게 나을 터. 그렇다! 연암은 시 짓기를 좋아하지 않았다. 한시가 사대부 교양의 척도였던, 하여 저 이름 없는 향촌의 선비들까지 수백, 수천 수를 남기던 그 시대에 연암은 고작 평생 50수 정도를 남겼을 뿐이다. 대체 왜? ●청년기 - 우울증과 탈주 연암 박지원. 1737년(영조 13년) 2월 5일 새벽. 서울 서소문 밖 야동에서 태어났다. 노론 일당독재 시절에 노론 벌열가문에서 태어났고, ‘붓으로 오악을 누르리라.’는 꿈의 예시까지 받았으니 일단 출생은 고귀했던 셈이다. 초상화로 보건대 거구에다 카리스마 또한 장난이 아니다. 명문가의 천재에게 주어진 코스란 과거를 통한 입신양명뿐. 하지만 연암의 생애는 그 입구에서부터 꼬여버린다. 십대 후반 한창 과거공부에 매진할 즈음, 먹지도 자지도 못하는 우울증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병을 치료하기 위해 청년 연암은 저잣거리로 나선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분뇨장수, 건달, 이야기꾼 등 수많은 ‘마이너 그룹’과 접속한다. 이들에 대한 ‘톡톡 튀는’ 기록이 처녀작 ‘방경각외전’이다. 우울증과 ‘마이너리그’, 그리고 글쓰기. 이 일련의 체험 속에서 연암은 돌연 과거를 포기한다. 평생 권력의 외부에 남기로 작정한 것이다. 이 또한 미스터리다. 대체 무엇이 그로 하여금 이런 탈주를 감행케 한 것일까? 흔히들 정쟁의 격화 때문이라 여기지만 과연 그럴지는 미지수다. 만약 그 때문이라면 이 청년의 기질상 오히려 현실참여 의지가 솟구쳐야 더 자연스럽지 않겠는가. 그보다는 기본적으로 그는 격식과 관습에 매이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타고난 천재가 까다로운 격률이 싫다며 한시를 그토록 멀리했으니, 이보다 더 명확한 증거가 어디 있으랴. 말하자면 그는 ‘본 투 비 프리랜서’였던 것. 우울증은 이런 ‘원초적 본능’을 일깨워주기 위해 ‘신이 보낸 선물’이 아니었을지. ●‘백탑청연’ - 18세기 소셜 네트워크 사대부 문인이 과거를 포기하면 남는 건 시간이다. 연암은 그 시간들을 사유와 글쓰기로 충만하게 채웠다. 더 중요한 건 그 모든 것을 ‘벗’들과 함께했다는 것. ‘친구에 살고 친구에 죽는’ 그의 평생의 철학 또한 타고난 기질에 속한다. 문중별, 당파별 강학이 일반적이었던 시절, 연암은 당파와 신분을 가뿐히 뛰어넘는 ‘우정의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근거지는 다름 아닌 백탑(탑골 공원). 이덕무, 박제가, 정철조 등 다양한 벗들과 더불어 백탑 근처에 모여 살면서 밤마다 맑고 드높은 지성의 향연을 누렸다. 이름하여 백탑청연! 그들이 주고받은 지식의 스펙트럼은 실로 드넓다. ‘시서예화’는 기본이고, 천문지리에서 기술문명에 이르기까지 한마디로 ‘인생과 우주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이 포함되었다. 그런 점에서 백탑청연은 18세기 지성사의 ‘소셜 네트워크’였던 셈. ‘청 문명으로부터 배우자!’는 북학의 이념이 탄생된 것도 거기였고, 소품문과 척독(편지글)을 통해 고문의 기반을 뒤흔드는 문체적 실험이 일어났던 것도 그 장에서였다. 그리고 그 실험의 결정판이 바로 열하일기다. ●“살았노라, 그리고 열하일기를 썼노라!” 1780년, 연암의 나이 44세, 마침내 그토록 열망하던 중국여행의 기회가 다가왔다. 삼종형 박명원을 따라 청나라 건륭황제의 만수절 축하사절단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애초 목적지는 연경이었다. 압록강에서 연경까지는 무려 2300리. 때는 바야흐로 폭우에 무더위가 교차하는 한여름이다. 천신만고 끝에 연경에 도착했건만 황제는 연경에 있지 않았다. 동북부 변방의 피서지, 열하에 가 있었던 것. 그리고 한밤중 당장 열하로 들어오라는 황제의 명령이 도착한다. 이리하여 연암과 그의 일행은 조선 역사상 처음으로 고북구 장성을 넘는다. 그것도 ‘무박나흘’의 살인적 여정으로. 이 지독한 고난이 그의 글쓰기 본능을 촉발했던 것일까. 이 여정에서 불후의 문장들이 쏟아져 나온다. 5000년래 최고의 문장이라는 ‘야출고북구기’(夜出古北口記), 생사의 문턱을 넘으면서 마침내 도를 깨달았다는 ‘일야구도하기’(一夜九渡河記), 코끼리를 통해 우주의 이치를 터득하는 ‘상기’(象記) 등등. 열하일기가 일으킨 파급력은 실로 뜨거웠다. 당장 태워버려야 한다는 극단적 ‘안티’에서 천고의 기이한 문장이라는 열렬한 찬사까지. 그래서인가. 열하일기는 조선왕조가 끝날 때까지 공적으로 간행되지 못했다. 오직 필사본으로 떠돌면서 수많은 버전들을 만들어냈을 뿐이다. 호학군주였던 정조는 충분히 감지했으리라. 고문에서 소품체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그의 글쓰기가 성리학적 지반에 얼마나 치명적일 수 있는지를. 그런 점에서 문체반정 때 열하일기를 배후로 지목한 것은 ‘뒷북’도, ‘쇼’도 아니었다. 열하일기 없이 18세기 지성사를 논하는 것은 이미 불가능해졌음을 왕의 입으로 직접 증언해준 것일 뿐이다. 연암은 묘비명의 대가였다. 특히 그 중에서도 누이와 홍대용, 정철조에 대한 묘비명은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레퀴엠’에 해당한다. 하지만 웬일인지 정작 연암 자신에 대한 묘비명은 없다. 이 또한 미스터리다. 안 쓴 것인지 못 쓴 것인지. 아무튼 지금이라도 누군가 그에 대한 묘비명을 쓴다면, 아마도 이 한 줄이면 족하리라. “살았노라, 그리고 열하일기를 썼노라!” ●연암 vs 다산 - 그들은 만나지 않았다! 18세기는 별들의 시대였다. 조선의 르네상스를 선도한 정조의 시대이자 연암의 시대였고, 또한 다산의 시대였다. 이 화려한 ‘스타워스’에는 아주 놀라운 수수께끼가 하나 숨어 있다. 연암과 다산, 조선 후기 실학사에서 한쌍의 커플처럼 따라다니는 이 두 거성이 한번도 만난 적이 없다는 사실. 둘 다 서울 사대문 안에 거주했을뿐더러 정조를 중심으로 늘 양편으로 분립했던 두 파벌(연암그룹/ 다산학파)의 대표주자였으며, 더 구체적으로는 연암의 절친들이 다산과도 깊은 교유를 했었는데도 말이다. 더 놀랍게도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둘은 전혀 상이한 궤적을 밟았다. 연암이 일찌감치 권력의 궤도로부터 이탈해갔다면, 다산은 정반대로 권력의 중심을 향해 달려갔다. 재야 남인 출신임에도 그는 정계에 입문한 이후 정조의 신임을 한몸에 받은 ‘왕의 남자’였다. 그 엇갈림이 극단적으로 연출되었던 사건이 바로 문체반정이다. 보다시피 연암은 배후조종자로 찍힌 반면, 다산은 정조의 입장을 옹호하는 격렬한 상소를 올린다. “국내에 유행되는 것은 모두 모아 불사르고 북경에서 사들여 오는 자를 중벌로 다스리라.”는. 요컨대, 그 둘은 평행선이었다. 평행선은 만나지 않는다. 하지만 둘은 헤어지지도 않는다! 만나지도, 헤어지지도 않는 이 운명적 조우 속에서 둘은 서로가 서로에게 배경이 된다.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안다고 했던가. 어디 친구만 그런가. 적을 봐도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연암은 실로 인복을 타고난 인물이다. 평생을 벗들과의 교유 속에서 살았고, 사후엔 이토록 강력한 라이벌을 짝으로 삼을 수 있으니 말이다. 물론 이 모든 지복은 그가 평생을 권력의 외부에서 글쓰기의 향연을 누렸기에 가능했던 것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고미숙 수유너머 남산 연구원
  • [강지원 좋은세상] 화합형 대통령, 왜 찾을 수 없나

    [강지원 좋은세상] 화합형 대통령, 왜 찾을 수 없나

    당최 화합형 대통령을 찾아볼 수가 없다. 지금 거론되는 대선주자들은 하나같이 쌀쌀맞기가 그지없다. 한번 떴다 하면 차가운 냉기(氣)가 쫙 흐른다. 눈빛에는 독기(毒氣)가 흐른다. 아니면 오기(傲氣)가 흐른다. 심지어 살기(殺氣)마저 비치는 경우도 있다. 어디서 그런 것들을 배웠는지, 입을 뗐다 하면 독설이요, 겉으론 독설이 아닌 것처럼 포장한다 해도 안에는 비수를 품고 있는 듯한 발언들을 쏟아낸다. 일일이 사람을 품평할 수는 없으나, 대충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다. 어떤 이는 멀쩡한 얼굴에 한시도 입을 가만 두질 않는다. 그저 좌충우돌 닥치는 대로 내뱉는다. 노이즈 마케팅이다. 또 어떤 이는 투사(鬪士)를 자처한다. 제 생각이 절대이고 그것과 다른 것은 전적으로 망국의 길이라고 소리친다. 또 어떤 이는 도무지 웃음 띤 얼굴을 찾아볼 수가 없다. 간혹 나름대로 웃는다고 웃는 것 같으나, 다시 보면 마치 비웃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또 어떤 이는 가끔 웃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하나, 그저 형식적인 웃음 같아 보인다. 내심에는 독한 무엇이 있는 듯한데 그것을 그대로 드러내지 않는 느낌이다. 왜 이럴까. 왜 이들은 이처럼 독선적이고 투쟁적이고 살벌한 기질들을 갖게 되었을까. 왜 하나같이 자폐형 인물들이 되었을까. 먼저 생각나는 것은 그들의 인격 형성과정이다. 사람은 유아기부터, 아니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인격 형성이 시작된다. 너무 호의호식했다거나 못 먹고 못 자랐다는 따위의 문제가 아니다. 그런 환경들이 DNA와의 교섭과정에서 어떻게 수용되고 어떻게 극복되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특히 소싯적의 트라우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것을 어떻게 심리적으로 극복했는지가 관전포인트다. 다음으로는 학습효과다. 지난 수십년간의 이 나라 정치풍토가 그들에게 어떤 학습을 시켜주었을까다. 권위주의 독재자들과 이의 앞잡이 노릇을 했던 이들, 그리고 이들에 항거해서 처절하도록 싸웠던 이들 사이에서는 몇 차례의 반전을 거쳐 결국 민주화 투쟁이 성공했다. 이는 성전(聖戰)이었다. 그런데 그 성전 이후에 우리는 진실한 화해와 화합을 이루지 못했다. 그래서 교묘하게 이념으로 포장된 채 ‘권력’이라는 먹거리를 두고 싸움질을 계속했다. 실권한 정당은 10년 내내 야당으로서 여당을 괴롭히고 일을 못하게 했다. 반대로 10년 동안 잘도 나가던 정당은 다시 야당이 되어 그 특유의 버릇으로 시도 때도 없이 길거리를 누비며 소리를 질러대고 있다. 도무지 이 나라는 한개의 나라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러니 이들 정치권 인물들이 무엇을 학습했겠나. 죄다 싸우고 깨고 악을 쓰는 것 외에 무엇을 배웠겠는가. 역대 대통령 중에서도 좋은 롤모델을 발견할 수 없었을 게다. 문제는 이제 그런 시대가 지났다는 것이다. 이만큼 먹고 살 만한 산업화도 되었고 이땅에 카다피 같은 괴물이 다시 존재하지도 않는데,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그 다음 일을 생각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지금 이 나라에는 현재 거론되는 대선주자들보다 더 똑똑한 사람들, 얼마든지 많다. 공부 많이 한 사람도, 인격적으로 휼륭한 사람도 훨씬 많다. 그렇다면 무엇이 다른가. 이들은 이 ‘아수라장’ 같은 정치판에 뛰어들지 않은 것뿐이다. 이들은 여전히 정치판에 뛰어들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할 수 없다. 이 주자들에게 변화하라고 촉구할 수밖에. 그래서 권고하고자 한다. 다음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이들, 제발 웃는 얼굴로 TV에 나오라. 쌀쌀맞은 태도 좀 뜯어고치고, 넉넉하고 여유 있고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라. 그리하여 부디 화합형 대통령이 되라. 그러기 위해 다음 대선공약으로 국민화합 매니페스토를 반드시 내놓으라. 대통령이 되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공약으로 내놓으라는 것이다. 그래서 다음 대선은 국민화합을 가장 큰 이슈로 경쟁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우리가 내년에 과연 화합형 대통령을 맞이할 수 있을지, 어디 눈을 씻고 함께 찾아보자.
  • “이승기 ‘욱’하면 강호동도 맥 못춘다”

    “이승기 ‘욱’하면 강호동도 맥 못춘다”

     ”이승기가 ‘욱’하면 강호동도 맥 못춰”  착실하고 밝아 보여 ‘엄친아’로 불리는 이승기의 숨겨진 성격이 공개돼 웃음을 자아냈다.  28일 방송된 SBS ‘좋은아침’은 이승기의 지인들을 통해 그가 연예계에서 성공 이유를 분석했다.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에 함께 출연하는 가수 은지원은 “이승기가 가끔 욱하는 성격이 있다.”면서 “그 기질에 강호동도 맥을 못춘다.”고 폭로해 웃음을 샀다.  SBS 주말드라마 ‘찬란한 유산’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 배수빈도 “승기가 굉장히 재미있고 개그 본능이 있는 것 같은데 그걸 숨기느라 힘들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승기는 2010년 SBS 연기대상 우수 연기상, SBS 연예대상 최우수상, 2010 골든디스크 시상식 본상 등을 수상하며 노래와 연기, 예능을 석권한 대스타로 등극했다. 지난 해엔 20편이 넘는 광고에 출연했고, 광고주가 뽑은 좋은 모델상을 2년 연속으로 받았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행정의 달인 29인을 말하다] (8) 농업 분야

    [행정의 달인 29인을 말하다] (8) 농업 분야

    이번에 소개하는 달인은 농업분야 달인이다. 이준배 경기농업기술원 농촌지도사는 맞춤형 지도로 농민들의 소득증대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고, 피옥자 연기군 농촌지도사는 농산물 상품화의 1등 공신으로 통한다. 나양기 전남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는 국내석류 분야 1인자로, 강보원 보령시 농촌지도사는 친환경농업의 달인으로 통한다. 류정기 경북도 농업연구사는 농자재 개발로 농민들의 수입증대에 기여하고 있다. 5명의 달인 모두가 우리 농촌의 버팀목이 되고 있는 공무원들이다. 다음달 7일에는 달인코너 마지막회로 산업분야의 달인 4명을 소개한다. ■ ‘국회의장 공관의 석류나무 기적’ 나양기 전남 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 농업분야에서 행정의 달인으로 선정된 나양기(57) 농업연구사는 ‘국내 석류 분야 1인자’로 불린다.  2009년 김형오 당시 국회의장이 서울 한남동 국회의장 공관에 있는 석류나무에 열매를 맺혀보려고 전국에 수소문한 일이 있다. 연락이 닿은 나 연구사가 이 나무를 관찰하고 30분에 걸쳐 컨설팅을 해준 이후 김 전 의장은 전년도에 하나도 보지 못했던 석류를 그해엔 무려 15개나 거둘 수 있었다. 농학박사인 그는 이후 한국방송공사 ‘아름다운 정원’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석류재배 기술을 전국에 전파했다. 나 연구사는 1974년 농촌지도사 근무를 시작으로 1992년 농업연구사로 전직을 한 이래 한결같이 과수산업 발전에 공헌해 왔다. 1992년 광주에서 현 나주로 이설한 농업기술원 과수시험포장 2만 7000㎡를 조성해 과수연구기반을 구축했다. 1994년부터는 5년간 농업기술원 과수연구소 초대육종재배연구실장으로 일하면서 신품종 참다래 10종류를 개발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했다. 매실 권위자로서 재배기술 연구 등 매실산업 발전에도 공헌했다. 농촌진흥청에서는 나 연구사의 강의내용을 ‘고품질 매실 생산기술’ 이라는 DVD로 만들어 농민교육자료로 활용을 하기도 했다. 그는 또 ‘천수’라는 배 명품브랜드를 만들기도 했다. 나주, 곡성 등지의 대미 수출 배단지에 기술지원을 해 수출증대에 기여한 공으로 2008년 한국유통공사사장의 감사패를 받았고, 2010년에는 모범공무원(국무총리)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네이버 등 인터넷에서 ‘나양기’나 ‘석류재배기술’ 검색어를 입력시 수십건의 자료가 추출되기도 하며, 석류재배기술 등을 정리 이용하고 있는 ‘다락골 사랑’이라는 블로그에서도 그의 농업 재배 성과는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나 연구사는 국내에 석류재배 기술에 대한 자료가 전무해 중국의 산동성, 섬서성과 일본의 대형 서점, 석류 수입국인 우즈베키스탄의 대형서점 등을 찾아다니는 등 석류 자료와 기술서를 확보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었다.  나 연구사는 “아직도 미정립 단계에 있는 나무 가지치는 방법 개선 및 유기재배 매뉴얼개발 등 알기쉽게 활용 가능한 석류재배와 관련된 책자를 발간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주 최종필기자 choijp@seoul.co.kr ■ ‘농민 맞춤형 지도 호평’ 이준배 경기 농업기술원 농촌지도사 “한국과 칠레의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될 때 칠레산 과일의 물량공세로 국내 과수농가가 설 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걱정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우리 과수농가는 품질 강화로 경쟁에서 살아 남았습니다. 품질 향상만이 우리 농가가 세계 경쟁에서 살아남을 유일한 방안입니다.”  과수·원예기술의 달인으로 뽑힌 이준배(43) 경기 농업기술원 농촌지도사의 목소리에는 우리 농업을 지키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아무리 값싼 농산물이 들어오더라도 지금은 돈을 더 주더라도 맛있고 몸에 좋은 제품이 지갑을 열게 한다는 게 이 지도사의 지론이다.  이 지도사는 농민 지도분야의 ‘표창 제조기’로 통한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이 지도사에게 기술을 배운 농민 21명과 5개 단체가 각종 제품 평가회를 휩쓸며 정부 표창 및 상장을 받았다. 이 지도사는 뛰어난 지도력을 인정받아 07년 포도품질평가 대상수상 유공 공무원 표창을 받기도 했다.  이 지도사의 남다른 교육 비결은 철저한 농민 맞춤형 지도에 있었다. 그는 “대부분의 농민들은 과학적인 이론이 아닌 단순 경험치를 바탕으로 농사를 지어왔기 때문에 아무리 이론 교육을 많이 하더라도 농사 기법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관할 지역의 모든 농가를 일일이 찾아가 물은 며칠에 한 번씩 줘야 하는지, 한 번 줄 때는 몇 리터의 물을 줘야 하는지 등을 직접 시범보이며 알리기 시작했고, 이 지사의 능력을 의심하던 마을 어른들도 그의 열정과 노력에 마음을 열고 그를 믿고 따르기 시작했다.  그 결과, 06년 전국 최고 과일(Top-Fruit) 품평회에서 배 부문 2위, 07년 포도 부문 1위를 경기도 농가가 차지하며 배, 포도, 사과, 복숭아 등을 경기도 농업의 주요 업종으로 끌어 올렸다. 그는 또 07년 전국 최초로 ‘중량 선별기 부착형 비파괴 당도선별기’를 개발·보급해 농가소득 증대를 이끌었다. 이 기계를 통해 과일 출하 시 무게 및 크기별로 분류하는 동시에 과일을 파괴하지 않고 당도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지도사는 “농민에게 외국 농가와의 경쟁에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지도사가 되기 위해 더욱 분발할 것”이라면서 “우리 농업 부흥을 위해 후배 양성에도 나서고 싶다.”고 말했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보령=EM 메카’ 이끈 강보원 충남 보령시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 충남 보령이 유용미생물(EM·Effective Microorganisms) 메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국내 최대의 EM 생산시설과 생선아미노액비생산시설, EM발효비료공장이 가동 중이다.  대천해수욕장과 모세의 기적으로 유명한 무창포해수욕장 등을 보유한 관광도시 보령의 변화 중심에는 ‘친환경 농업의 달인’ 강보원(52) 보령시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가 있다.  그는 “은행잎이나 두충 등에는 특이한 냄새가 있어 벌레가 안생기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면서 “보령에서는 구제역 방제와 소독용으로 EM 80t을 사용하는 등 활용도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지도사는 ‘EM 전도사’다. 유기농업기사까지 취득하며 친환경 농업을 실현하는데 필수조건으로 EM을 설파하고 있다. EM이 농작물의 저항성을 높이고 생육을 활성화한다는 믿음이 확고하다.  2004년 11월 기술센터에 500ℓ 규모 EM 배양기 3대를 설치, 매주 1.5t을 생산해 농민들에게 무료 공급하면서 자신감을 찾았다. 당시 20ℓ씩 75명에게 제공했는데 효과가 입증되자 수요가 급증했다. 지자체는 해외 사용 현장을 돌아보면서 실효성을 확인한 후 EM 공장 신축과 농민 교육 등을 진행했다. 농민들도 연구회를 조직해 친환경 농자재 구입 및 판매 등에 나서며 뒷받침했다.  2007년 연간 1800t을 생산할 수 있는 EM 생산시설을 필두로 2009년 생산규모 100t의 생선아미노액비생산시설, 지난해 3000t을 생산할 수 있는 발효비료 공장이 잇따라 준공됐다. 생선아미노액비는 불가사리와 잡어, 생선부산물 등을 발효시켜 고가의 아미노액비를 생산해 지역민에게 저렴하게(10ℓ 기준 2만원) 공급할 수 있게 됐다.  보령시는 2008년 4월 국내 최초로 ‘EM 생산공급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이어 비료관리법에 혼합유기질 및 부숙비료 등 3종을 발효비료로 등록시켜 안정적인 공급 체계도 갖췄다.  2007년 농업진흥공무원 교육과정에 EM 교육과정이 신설됐고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실시하는 교육에는 농민과 학생 등 8600여명이 수강했다. 강 지도사는 “농촌의 경쟁력은 친환경 농업”이라며 “EM 활용으로 인증 농가가 배출되고 경제적 효과도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보령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농산물 상품화 앞장’ 피옥자 충남 연기군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 충남 연기에는 ‘피옥자’라는 농산물 브랜드가 있다. “믿고 살 수 있는 농산물”의 상징이다. 연기군농업기술센터 피옥자(여) 지방농촌지도사의 닉네임이다. 그는 ‘농산물 상품화의 달인’으로 통한다.  충북 음성에서 1만평 고추 농사를 짓는 농군의 딸로서, 원예 박사와 종자기사·식물보호기사·종자관리사 등 자격을 겸비했다.  피 지도사는 복숭아의 고장에서 ‘토다메 감자’라는 틈새를 개척했다. 1996년 공직을 시작한 피 지도사는 3월 씨감자가 부족해 외지에서 고가에 구입하는 농민들의 어려움을 목격했다. 자체 공급을 고민했고 우수한 종자를 보급하자는 생각에 씨감자 연구에 나섰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전국 최초로 무병 씨감자를 농가에 보급할 수 있게 됐다. 씨감자는 실내 조직배양실에서 묘를 키워 수경재배를 거친 뒤 망실에서 증식하는 3단계를 거쳐 농가에 공급한다. 명품 감자 생산을 위해 칼슘처리 및 질산(10㎏)과 황산(㎏)을 섞어 내부 변색이 적고 전분함량이 높은 최고 상품을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재배법도 찾아냈다.  터널재배 신기술이 더해지면서 한달 앞당긴 5월 출하를 실현했다.  무병 씨감자는 생산량이 10a(300평) 기준 4350㎏으로 일반감자보다 27% 많고, 소득도 176만 5000원으로 65% 증가했다.  피 지도사는 기존 감자와의 차별화를 위해 2004년 상표를 출원했다. ‘흙담 밑의 소중한’이란 뜻의 토다메가 탄생했다. 감자는 20㎏ 포장이라는 고정관념도 깨트렸다. 독신, 소가족화 추세에 맞춰 4·5·10㎏ 소포장을 선보였다. 토다메 감자는 10㎏에 1만 4000원으로 일반감자보다 25% 비싸지만 매년 가격이 동일하다. 지난해 생산된 200t은 출하 한달만에 소진하며 명성을 확인시켰다.  2009년 선보인 ‘친정맘 절임배추’와 고추 주산단지였던 전의·소정지역의 옛 명성 회복에 나선 ‘으뜸이 고추’도 농가 소득을 올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 이같은 노력으로 그는 2005년 농촌지도대상, 2010년 충남 포장디자인 대상을 수상했다. 피 지도사는 “농민이 웃을 때 가장 기쁘고 보람스럽다.”면서 “잘 할 수 있는 일이기에 새로운 도전과 시도가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연기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농자재 개발 명장’ 류정기 경북 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 농업분야 달인으로 선정된 류정기(43) 경북도 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는 농자재 개발의 명장이다. 항상 농민 편에서 생각하고 연구해 실제 농삿일에 도움이 되는 농자재를 기발하게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이다.  류씨는 농자재 관련 특허 24건을 비롯해 실용신안, 디자인(의장) 등 35건의 산업재산권을 갖고 있다. 이 분야 공직자가 보유한 산업재산권으로는 가장 많다. 전문 생산업체에 의해 실용화된 농작업용 가위칼 등 9개 제품은 농가들로부터 절대적인 호평을 받고 있다. 덩달아 제품 생산업체들도 즐거운 비명이다.  그가 개발한 농자재는 일반 농자재보다 무게는 훨씬 가벼운 반면 기능은 월등해 남녀노소 누구나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데다 노동력도 크게 절감시켜 주고 있다. 품질에 비해 가격 또한 저렴하다. 특히 그의 특허 제품인 농작업용 가위칼과 미끄럼방지용 가지치기 가위는 200억원대에 달하는 국내 농작업용 가위 시장에서 외국산 가위 수입 대체 효과를 얻고 있다. 전문 생산업체에 기술을 이전해 경북도의 세외 수입도 올려 주고 있다.  그가 농자재 개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사용이 불편하고 힘든 농자재로 인한 농민들의 애로사항을 자주 접한 것이 계기가 됐다. 1995년 농촌 지도직에서 연구직으로 직종을 전환하면서 보다 사용이 편리하고 간편한 농자재를 만들어 농민들에게 보급해야 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이 때부터 류씨는 주로 주말에 농민들을 찾아 각종 농자재에 대한 개선 의견을 수렴하고 밤샘 연구·개발 작업에 몰두했다. 농자재 생산업체들도 찾아가 자신이 연구·개발한 신제품 생산에 대한 의사를 타진하길 반복했다. 처음엔 이들로부터 ‘산업 스파이가 아니냐.’는 등의 엉뚱한 오해도 받았다. 하지만 이 같은 오해는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그의 연구·개발한 특허 제품이 하나, 둘 탄생하고 농민과 언론 등으로부터 각광을 받으면서 유명 인사가 됐다.  그의 연구·개발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류씨는 “시기성이 요구되는 제품을 우선 실용화하고 특허 출원했다.”면서 “나머지는 좀 더 다듬고 보완해 농민들에게 최상의 상품으로 인정받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대구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장진표 웃음 100배 강해졌다”

    “장진표 웃음 100배 강해졌다”

    9일 경기 안산에 위치한 서울예술대학 예장홀에서 영화감독 장진이 아닌, 연극 감독 장진(40)을 만났다. 2002년 연극 ‘웰컴 투 동막골’ 이후 9년 만에 창작극 ‘로미오지구착륙기’를 들고 친정인 연극판으로 돌아왔다. 그가 몸 담았던 서울예대 연극 동아리 ‘만남의 시도’ 30주년 기념 공연이기도 하다. 이 동아리는 장 감독을 비롯해 배우 황정민·정재영·신하균, 개그맨 이휘재·김현철·표인봉 등을 배출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로미오지구착륙기’는 오는 16일부터 5일간 서울 남산예술센터 무대에 오른다. →직접 쓴 희곡을 무대에 올리기는 ‘웰컴 투 동막골’ 이후 9년 만이다. 최근 작 ‘퀴즈쇼’ 등 영화감독으로 한창 이름을 날리다가 연극판으로 다시 돌아온 특별한 이유가 있나. -새로운 희곡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건 늘 부담이자 스트레스였다. 희곡은 내게 숙제와도 같다. 학창 시절 학과 공부보다 더 열심히 했던 게 동아리 활동이다. 89학번, 이른바 민주화 끝세대다. 케케묵은 수업보다 황정민, 정재영 등 예술가적 기질을 지닌 선후배들과 창작극을 만드는 게 더 좋았다. 선후배들이 나를 믿고 30주년 기념작을 맡겨 줘 기쁘다. →연극 제목이 독특하다. -미확인물체(UFO)가 재개발 예정인 한국의 달동네에 떨어지면서 내 집 마련 꿈이 흔들리는 서민들의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사회 지도층은 세계의 눈이 한국에 집중됐다며 좋아하지만 서민들은 재개발이 취소돼 그저 우울할 뿐이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니 동계올림픽 유치니 사활을 걸지만 정작 서민들은 먹고살기 어려워하는 그런 이면을 풍자하고 싶었다. →극 중 UFO가 한국에 떨어진 것을 두고 대통령이 “그 많은 선진국들을 내버려 두고 우리나라에 UFO가 왔다. 백악관이랑 통화했는데 오 대통령도 UFO를 미국 항공우주국(NASA)으로 옮길 수 있느냐고 물어보더라. 그래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부터 조속히 끝내고 이야기합시다.”라고 말하는 대사가 나온다. 장진표 블랙 코미디 코드가 훨씬 강해진 느낌이다. -영화보다는 풍자 코드가 100배 더 날카로워진 게 사실이다. →적나라한 대사에서 관객들은 창작물과 현실의 경계를 묘하게 넘나들게 될 것 같다. -그렇다고 작품을 통해 현 정권과 대통령을 비난하고 싸우려는 것은 아니다. 그저 대통령은 풍자극에 나오는 작은 오브제일 따름이다. 대중들이 대통령을 소재로 농을 걸면 즐거워한다. 과거 군사독재 시절보다 대통령이 우리에게 조금 편해진 시대 아닌가. →UFO가 상징하는 의미는 무엇인가. -희망이 없어진 세상에서 사람들이 바라는 것은 허무맹랑하게 꿀 수 있는 꿈 자체다. 사람들은 세상에 없는 것을 찾는다. 그것이 곧 희망이자 꿈이다. →연극에서 보기 드물게 공상과학(SF) 요소를 접목시켰다. ‘서민 SF’로도 불리는데. -SF는 어찌 보면 말장난이다. 작품을 새롭게 바라보는 일종의 태그(키워드) 문장으로 보면 된다. SF가 매력적인 까닭은 미래에 관련된 짐작이나 예언적인 이야기를 다루면서 현 상황을 돌파해 나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SF가 아니라 SF적인 이야기다. 미래가 아니라 현재를 다룬다는 점에서 그렇다. →영화와 연극 연출, 어떤 점이 다른가. -영화는 시공간의 자유로움을 준다. 감독의 절대적 매력이 투명되는 이른바 감독 예술이다. 반면 연극은 배우 예술이다. 연극 첫 공연이 올라갈 때면 늘 배우들에게 “나는 이제 작품과 안녕이다. 이제부터는 너희들의 무대다. 마음껏 해라.”라고 말한다. 연극은 또 며칠밖에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공연이다. 상업적인 (흥행)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맘이 편하다.(웃음)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식사후 산책 약보다 낫다

    식사후 산책 약보다 낫다

    주부 유혜정(38)씨는 이번 겨울 들어 유난히 소화불량이 잦았다. 밥만 먹으면 체한 듯 소화가 안 되고 더부룩한 느낌이 들곤 했다. 특별히 잘못 먹은 음식이 없어 의아해했고 급기야 “혹시….”하는 생각에 병원을 찾아 진단한 결과, 단순한 소화불량이었다. 추운 날씨와 야외활동 기피에 따른 운동부족이 원인이라는 의사의 설명이었다. 유씨처럼 겨울철이면 소화불량증을 겪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주로 위장점막의 손상, 위액 등 소화효소 분비의 문제 등으로 생기지만 위장 운동에 이상이 있을 때도 소화불량이 곧잘 생긴다. ●추위와 소화불량 겨울에는 기온이 떨어져 인체의 신진대사도 급격히 저하된다. 특히 올해처럼 혹한이 계속될 때는 더 그렇다. 이 때문에 전반적인 몸의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특히 낮에 야외활동 등으로 장시간 추위에 노출되면 일시적으로 위장 기능이 떨어져 소화불량·식욕감퇴·위장장애는 물론 변비·설사 등의 증상도 나타난다. 지나치게 낮은 온도가 자율신경계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한기에 복부가 장시간 노출돼 혈관이 위축되고, 소화기로 가는 혈류량이 줄어 소화 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것. 물론 소화기관이 건강한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추위에 노출되더라도 몸이 잘 적응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 오랫동안 추위에 노출된 상태에서 음식을 먹으면 위장 기능이 떨어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럴 때는 몸을 충분히 녹인 후에 소화에 무리가 없는 종류의 음식을 천천히 먹는 게 좋다. 그런가 하면 겨울철 실내·외의 온도차가 몸에 스트레스로 작용해 소화기능에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뇌 중심부에 있는 시상하부에는 온도조절 중추가 있어 외부의 기온에 따라 적절하게 혈관을 확장 및 수축시켜 체온을 36.5도로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한다. 그런데 급격한 실내·외 온도차는 이런 인체 조절기능에 문제를 일으키기 쉽다. 이 경우 특별히 음식을 잘못 먹은 것도 아닌데 소화가 잘 안 되고, 배가 아프며, 설사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럴 때는 실내·외 온도차를 줄여주면 증상이 개선되기도 한다. 또 추운 곳에서 실내로 들어와서는 갑자기 열에 노출시키기보다 실온에서 자연스레 체온을 올리는 게 좋다. 추위 자체가 소화를 방해하는 경우도 있다. 인체는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교감신경이 항진되어 위장 혈류가 빠르게 주는데, 이 때문에 위의 활동성이 떨어져 소화효소가 제대로 분비되지 않게 된다. 이럴 때는 외출시 최대한 따뜻하게 입어 추위로 인한 몸의 스트레스를 줄여줘야 한다. 소화기질환 전문 비에비스 나무병원 민영일 병원장은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위나 장의 운동을 조절하는 자율신경은 온도에 특히 민감하다.”면서 “겨울에 소화불량 증세가 잦다면 추위와 급격한 온도차를 최대한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활동량과 위장장애 겨울철에는 외부 활동이 줄어 위장이 제 기능을 못하는 경우도 많다. 위장운동은 음식의 종류, 식사시간과 함께 활동량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당연히 식사 후 가만히 앉거나 누워만 있으면 소화기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식사 후 곧장 운동 등 무리한 활동을 하는 것도 권장할 일은 아니다. 식사 직후에 과도한 운동을 하면 팔다리 근육에 전달되는 혈액 양이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위장의 혈류가 줄어 소화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민영일 원장은 “소화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식사 후 20∼30분 정도 쉬고 난 뒤 산책 등 가벼운 활동부터 하는 게 좋다.”며 “특히 저녁식사 후에는 활동량이 부족하기 쉬우므로 평소 소화불량증을 자주 겪는 사람은 가벼운 활동을 해주면 소화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도움말 비에비스 나무병원 민영일 원장
  • “어산지, 할머니로 분장해 피신…출생 비밀…37개 학교 전학”

    “어산지, 할머니로 분장해 피신…출생 비밀…37개 학교 전학”

    위키리크스 창립자인 줄리언 어산지가 폭로의 ‘주인공’에서 폭로의 ‘대상’으로 전락, 전 세계 유력지들로부터 낱낱이 까발려지기 시작했다. 지난주 미국 뉴욕타임스(NYT)의 빌 켈러 편집장과 기자들이 ‘공개된 비밀: 위키리크스, 전쟁과 미국외교’라는 제목의 책을 통해 위키리크스와의 관계와 어산지에 대한 개인적 평가를 가감없이 밝힌 데 이어 영국 가디언까지 그의 사생활을 폭로(?)하고 나섰다. 가디언 기자인 데이비드 리와 루크 하딩이 31일(현지시간) 펴낸 어산지의 새 전기 ‘위키리크스: 줄리언 어산지의 비밀과의 전쟁 속으로’에 따르면 영국에 살고 있는 어산지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자신을 추적한다고 생각해 할머니로 분장을 하고 다녔다. 그의 백금색 머리칼은 가발에 감춰져 있었지만, 키가 180㎝를 훌쩍 넘는 만큼 여자라고 설득하기엔 어려운 외모였다는 후문이다. 위키리크스의 일원인 제임스 볼은 저자들에게 “그게 얼마나 웃겼는지 상상도 못 할 것”이라면서 “그는 두 시간도 넘게 할머니로 차려 입곤 했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그러면서 “(CIA가 어산지를) 추적한다는 확실한 증거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그렇게 공을 들여 미국 정보당국의 감시망을 피했다며 어산지의 과도한 경계심을 조롱하기도 했다. 전기에는 어산지의 평범하지 않은 어린 시절과 복잡한 부모와의 관계도 노출됐다. “그는 27살이 되도록 생부(生父)가 누구인지 몰랐고, 생부인 존 십톤에 대한 기록도 거의 남아 있지 않다.”고 책은 밝혔다. 또 그의 어머니 크리스틴이 17살에 가출해 그의 아버지와 사랑에 빠졌으며, 십톤은 1970년 베트남전 반대 시위에 나선 반항적인 기질의 젊은이였다는 설명도 나와 있다. 하지만 그들의 관계가 끝나면서 어산지의 삶에 아버지의 역할은 없었다. 어산지가 25살이 되던 해까지 아버지와 아무런 접촉도 없다가 나중에 부자가 만났을 때 어산지는 자신의 논리적이고 냉철한 지성을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어산지의 친구는 그의 아버지를 가리켜 ‘어산지의 뒤를 비추는 거울과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위키리크스 도메인은 아버지의 이름으로 등록한 것이다. 학창 시절에 어산지는 37개의 다른 학교를 옮겨 다녀야 했다. 어산지는 훗날 “사람들이 ‘가엾은 것’이라며 끔찍하게 굴기도 했지만 사실, 나는 그 시절을 진심으로 즐겼다.”고 회고했다. 1991년쯤 그는 호주에서 가장 성공한 해커였지만, 처음 법정에 선 것은 1994년이었다. 미국의 군사용 기밀 네트워크인 밀넷을 포함, 24건의 해킹 혐의를 받고 있던 그에게 담당 판사는 ‘지적인 호기심이 많아 일으킨 행동’이라며 관대한 판결을 내렸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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