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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서 한국 이미지는 파친코…그게 싫어서 도자기를 모았다”

    “日서 한국 이미지는 파친코…그게 싫어서 도자기를 모았다”

    “파친코, 야키니쿠, 냉면…아버지는 한국이 일본에서 그런 이미지로 굳어지는 걸 원하지 않으셨어요. 그래서 한국 도자기를 일평생 사 모으셨습니다.” 지난 21일 도쿄 유라쿠초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성희(73)씨는 아버지인 이병창(1915~2005) 박사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작고한 재일교포 이병창 박사의 이름은 한국에서는 낯설지 모른다. 하지만 한국 도자 미술을 이야기할 때 이병창 박사는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재일 사업가이면서 초대 오사카 총영사를 역임했고 일본과 세계에 흩어진 한국 도자기를 모으는 데 평생을 바친 이가 바로 이병창 박사다. 이병창 박사는 수백점의 한국 도자기를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MOCO)에 기증했다. 1982년 개관한 이 미술관은 최근 2년간 리모델링을 한 뒤 다음달 재개관한다. MOCO는 다음달 12일부터 9월 29일까지 특별전인 ‘신·동양도자-MOCO 컬렉션’을 열고 이병창 박사가 기증한 한국 도자기를 소개한다. 이병창 박사가 기증한 301점의 한국 도자기 가운데 73점을 만나볼 수 있다. 이병창 박사의 유족이 언론과 만나 인터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씨는 “리모델링 시간이 꽤 걸렸다. 아버지가 모은 한국 도자기를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게 되어 기쁘다”라고 소감을 말했다.이병창 박사가 수집한 한국 도자기가 일본에 기증된 것에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사연이 있다. 이씨는 “아버지가 고국에 기증하려고 했지만 당시 고국에서는 ‘국보급만 줬으면 좋겠다’고 했었다. 한국 도자기라면 가치와 상관없이 모두 모았던 아버지로서는 실망스러운 이야기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몇 점을 기증했고 나중에 보여줄 수 있느냐고 물었는데 보여주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고 더 실망한 아버지는 연고가 있던 오사카에 기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병창 박사는 1996년부터 2년간 MOCO에 자신이 평생 모은 한국 도자기 301점을 기증했는데 여기에는 친한 지인이자 사업가 아타카 에이이치의 영향도 컸다. 아타카는 한중일 3국의 도자기를 수집해왔고 그의 회사가 파산하자 스미토모은행이 이 작품까지 떠맡은 뒤 이를 기증하면서 1982년 11월 오사카시가 MOCO를 세웠다. MOCO는 이병창 박사와 아타카가 기증한 도자기를 전시하고 있는데 한국을 제외하고 이곳에서 가장 수준 높은 한국 도자기를 감상할 수 있다. 지난해 봄 리움미술관 특별전 ‘조선의 백자’에 등장한 작품 일부는 MOCO가 대여해준 이병창 박사의 컬렉션이 포함돼 있었다. 당시 한일정상회담 개최와 맞물려 김건희 여사와 기시다 유코 여사가 이곳을 방문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일본을 매혹한 한국 도자기에 이병창 박사가 처음부터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니다. 이씨는 “전북 익산 출신의 아버지가 패전 후 일본에서 사업을 하는 건 쉽지 않았다. 겨우 살림살이가 나아지던 중 어머니(작고한 김덕춘씨)가 아버지에게 결혼기념일 선물을 했는데 그게 조선 백자였다”고 말했다. 중국 도자기를 최고로 치던 시절 한국 도자기는 그보다 가치가 떨어지는 것으로 취급됐고 일본이 한국에서 가져간 도자기는 많았다. 이씨는 “일본에 이러한 한국 도자기가 헐값에 거래되는 것을 보면서 아버지가 큰 충격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창 박사는 이를 계기로 1960년대 중반쯤부터 일본을 비롯해 전 세계에 흩어진 한국 도자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사업가였기 때문에 손님 접대를 하는 일이 많았는데 그럴 때마다 한국에서 주문 제작한 기념품 등을 선물로 주곤 했다. 이씨는 “일본인들이 이게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한국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며 자연스럽게 한국의 멋이 화제에 오르게 하고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의도였다”고 회상했다. 이병창 박사는 꽤 엄격한 아버지였다고 이씨는 회고했다. 일본 땅에서 한국인으로서 살아남기 위해 일본인들보다 더 노력했다. 이씨는 “아버지는 평소 ‘넌 한국인이니까’라는 무시하는 듯한 말을 듣고 오면 나를 가만두지 않겠다고 할 정도로 일본인보다 일본을 더 알 수 있도록 교육하셨다”라고 말했다. 미국으로 건너간 이씨가 현지에서 결혼해 자녀 문제 때문에 미국 국적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이씨에게 이병창 박사는 “네 피를 잊은 거냐”며 크게 화를 냈다고 한다. 이씨는 “1년 넘게 나와 말을 섞지 않았을 정도로 고국을 사랑했던 아버지였다”며 “죽을 때까지 한국 국적으로 한국 여권을 가지고 있었다”라고 고인을 추억했다. 이씨는 아버지가 사랑했던 한국의 도자기를 통해 일본에 사는 한국인들이 고국의 아름다움을 알아주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아버지는 소박한 조선 백자를 특히 아끼셨다”며 “일본에 한국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는데 이들에게 자부심을 주고 싶어 했고 그게 도자기였다”고 강조했다.이번 특별전에서 볼 수 있는 이병창 박사 기증품의 대표적 작품으로 13세기 고려시대 때 만들어진 ‘청자철재상감 시명 병’이 있다. 이 병에는 ‘酒為温無毒、茶因冷不香、此酒不可不飲、佳人才子刹逢’(술은 데우면 독이 사라지고 차는 식으면 향기를 잃는다. 이 술을 마시지 않고 있을 수 있겠는가, 아름다운 여인과 재능 있는 청년의 만남에)라는 시구가 새겨져 있다. 소박하면서도 우아하고 요염한 미(美)의 세계를 감상할 수 있다는 게 미술관 측의 설명이다. 이번 특별전을 준비한 정은진(52) 주임학예원은 인터뷰에서 “이병창 박사는 고국을 떠나 살고 있는 한국인 2·3세 분들에게 오랜 전통과 풍부한 역사, 문화의 모국을 자랑으로 용기를 가지고 살라고 말했다”고 고인에 대해 추억했다. 이어 “이병창 박사의 소중한 한국 도자를 일본에 기증한 사실로 한국 연구자들이 불편한 마음을 드러낼 때도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런 분위기가 바뀌고 있음을 느낄 때 여기서 근무하는 한국인으로서 자긍심을 느낀다”라고 특별전을 개최한 소감을 말했다. 정 주임학예원은 “한 개인이 일본과 해외 각지에 흩어져 있는 301점의 한국 도자를 한자리에 모았다는 것은 단순히 개수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를 통해 그가 한국 문화에 관한 관심이 얼마나 깊은지 그 뒤에 숨은 노력과 열정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 “어떻게 200명을”…해부학 실습실서 기자회견 연 교수

    “어떻게 200명을”…해부학 실습실서 기자회견 연 교수

    충북대 의대 손혁준 교수가 25일 ‘의대 증원의 비현실성을 보여주겠다’며 실습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본과 1학년 학생들이 6~7명씩 조를 이뤄 해부학 실습을 하는 이곳에는 실습대 10개가 놓여 있고, 실습대마다 모니터가 부착돼 있었다. 교수가 먼저 시범을 보이면 영상이 이 모니터에 송출돼 학생들이 실습대 위에 놓인 해부용 시신에 처치를 따라 해보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된다고 한다. 정년을 4년 앞둔 손 교수는 조교 시절부터 30년간 해부학을 가르쳐왔다. 해부학은 의대 본과 1학년 때 3, 4, 5월 월~금요일까지 실습을 진행한다. 우선 손 교수는 충북대 의대 해부학과의 상황을 짚었다. 손 교수는 “(충북대) 실습실은 학생들이 다른 조를 오가며 보기 때문에 붐비는 상황”이라며 “50명을 가르치는데 교수 1~2명에 조교 1명이 지도해도 정신이 없는데 200명을 지도하려면 실습시간에 교수 최소 6명, 조교 4명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현재 충북대 해부학과에는 교수 3명과 박사과정 대학원생 1명이 실습 등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원래 이 시기에 가장 빽빽하게 교육 일정을 진행하는 데 학생들이 안 나와서 실습실이 텅 비어 있다”며 “(해부학은) 레지던트 교육과 전문의가 되어도 외과별로 워크숍을 여는 등 끊임없이 배우고 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교수와 조교를 구하기는 더 어려운 문제”라며 “해부학의 경우 교수는 최소 7년, 조교는 4년을 수련해야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데, 실력이 있는 이들은 대부분 이미 타 대학에 교수로 임용돼 전국적으로 구하기 힘든 실정”이라고 말했다. 실제 증원이 이뤄질 경우 충북대만 하더라도 앞으로 최소 해부학 교수 4명과 조교수 4명이 추가 채용돼야 한다는 게 손 교수의 설명이다. “단기간 교육 시설·인력 확충 비현실적” 그는 이 모든 요건이 갖춰지더라도 학생들이 실습을 할 수 있는 충분한 해부용 시신을 확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손 교수는 “정부는 시신을 수입해 해결할 수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데, 이는 시신을 사고팔 수 있는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시신 기증 의사를 밝힌 고인과 유족에 대한 모독”이라며 “현재도 실습대에서 학생들이 시신 한 구를 둘러싸고 옹기종기 모여 실습하는데 똑같은 수의 시신으로 200명을 어떻게 가르치라는거냐”고 말했다. 현행법상 시신은 기증자가 특정 기관을 지정해 기증할 수 있다. 충북지역엔 1500명가량이 기증 서약을 했고, 충북대에 매년 기증되는 시신은 15구 정도다.충북도 “향후 3년이면 충분해” 충북도와 충북대는 의학 교육에 대한 교수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교육 시설과 기자재 확보에 힘쓴다는 방침이다. 앞서 김영환 충북지사는 내년에 입학하는 의대생이 2년간의 의예과 과정을 거쳐 본과 1학년에 오르기 전 3년 동안 교육 시설과 인력을 차질 없이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부족한 해부용 시신에 대해선 “해부학 교실의 시신을 1년에 100명 이상 더 기증받는 운동을 전개해 대학에 제공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충북대는 정원 확대에 대비해 현재 4층인 의대 2호관 건물을 증축해 교육 공간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오송 캠퍼스 시설과 의대 내 유휴 공간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해부 실습 등 부족한 교육 기구에 대해서도 예산을 더 투입해 부족함이 없도록 준비하겠다는 계획이다.
  • 동물원 가는 길 ‘美일가족 참변’…3개월 아기 ‘장기기증’

    동물원 가는 길 ‘美일가족 참변’…3개월 아기 ‘장기기증’

    생후 3개월 아기가 장기기증으로 새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 25일(한국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폭스2 KTVU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샌프란시스코 웨스트포털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벤츠 SUV 차량이 일가족 4명에게 돌진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피해 가족은 동물원을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이 사고로 아버지 디에고(40)와 아들 자오킴(1)은 현장에서 숨졌고, 크게 다친 어머니 마틸데(38)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사망했다.생후 3개월 아기 카우도 중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다. 카우는 생사의 문턱을 넘나들며 치료를 받았으나, 지난 20일 세상을 떠났다. 유가족은 평소 일가족의 신념에 따라 카우의 장기를 기증하겠다고 밝혔다. 유가족은 “디에고 가족이 주변에 베풀어온 사랑이 곧 그들의 유산이 되리라 믿는다”며 “다른 어린이들의 생명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사고를 낸 벤츠 운전자 메리 퐁 라우(78)는 사고 직후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가 현재는 퇴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운전치사, 역주행, 과속 등의 혐의로 체포됐다. 사고 현장에서는 추모집회가 열린데 이어 이들 가족을 기리는 임시 추모비가 세워졌다.
  • 경기 물향기수목원, ‘난대식물원’·‘물향기식물책방’ 4월 개방

    경기 물향기수목원, ‘난대식물원’·‘물향기식물책방’ 4월 개방

    난대식물원 - 우리나라 남부지역 자생식물 등 139종 전시 물향기식물책방 - 경기도산림환경연구소 보유 식물 전문 서적 열람 가능경기도 오산시에 있는 물향기수목원이 ‘난대식물원’과 ‘물향기식물책방’을 새롭게 조성, 4월부터 일반에 공개한다. 2020년부터 4년간 22억을 들여 조성한 난대식물원은 연 면적 740㎡ 규모 지상 1층 건물이다. 우리나라 남부지역(전남, 경남, 제주도)에 자생하는 식물을 관찰할 수 있다. 완도수목원 등에서 기증받은 난대식물과 경기도산림환경연구소에서 조직배양 기술을 통해 직접 증식한 식물 139종을 선보일 예정이다. 대표 수종으로는 아왜나무, 천선과, 멀구슬나무 등의 남부수종과 한라산에서 자생하는 한라개승마, 한라새우란 등을 포함하고 갯대추, 개산초와 같은 희귀식물도 있다. 지난해 공사를 진행한 물향기식물책방도 4월부터 관람이 가능하다. 물향기식물책방은 경기도산림환경연구소가 보유한 식물전문서적을 방문객에게 전시하고 열람할 수 있도록 신설한 공간이다. 이밖에 지난해부터 선보인 야생화원, 자연정원 등 물향기수목원 곳곳에서 봄꽃 개화가 시작돼 관람객에게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윤하공 경기도산림환경연구소장은 “물향기수목원은 그동안 수집된 식물과 연구자료, 축전된 노하우를 토대로 최근 많은 변화를 보인다”며 “앞으로 기후변화에 대비하여 우리나라의 환경과 자생식물을 지키도록 꾸준히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수생식물원, 습지생태원 등 19개 공간으로 구성된 물향기수목원은 연간 35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경기도 대표 수목원으로, 2006년 개장해 자생식물의 수집·증식·보존·전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윤선아, 새롭게 한 거 맞지… 30년간 무대 뒤에서 스스로 물어요”

    “윤선아, 새롭게 한 거 맞지… 30년간 무대 뒤에서 스스로 물어요”

    오랜 음악 친구는 “네가 더이상 떨지 않는 날이 음악을 그만두는 날일 거야”라고 속삭이곤 했다. 올해 데뷔 30주년을 맞은 재즈 디바 나윤선(55)은 여전히 무대 공포증을 겪는다. 공연을 끝내고 무대를 내려올 때마다 자문한다. “윤선아, 새롭게 한 거 맞지”라고. 나윤선은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기 위해 음악에 대한 경외심을 가지고 완벽한 무대를 향해 분투한다. 1994년 학전 뮤지컬 ‘지하철 1호선’ 여주인공으로 데뷔한 나윤선은 “노래를 할 때 가장 행복하다는 걸 깨닫는다”며 “무대에 설 때마다 새로운 재즈 음악을 보여 드리는 게 인생 목표”라고 했다.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뱅앤올룹슨 매장. 나윤선은 늘 갖고 다니는 ‘칼림바’(아프리카 민속악기)를 꺼내 연주하며 즉석에서 니나 시몬의 ‘필링 굿’을 불렀다. 마이크도 없이 칼림바의 맑은 선율에 부른 노래는 매혹적이었다. 지난 1월 유럽에서 먼저 발표한 정규 12집 ‘엘르’(Elles·프랑스어로 ‘그녀들’이라는 뜻)의 타이틀곡이다. 니나 시몬, 비요크의 ‘코쿤’, 로버타 플랙의 ‘킬링 미 소프틀리 위드 히스 송’ 등 여성 아티스트 10곡을 재해석한 이번 음반에 찬사가 쏟아졌다. “나윤선의 노래는 현기증을 부를 만큼 놀랍다”(프랑스 텔레라마), “재즈 가창의 세계를 통틀어 독보적인 정교함과 섬세함”(독일 쥐트도이체차이퉁). 음반은 프랑스·독일 아이튠스 재즈앨범 차트 1위, 프랑스 아이튠스 앨범 차트 종합 3위에 올랐다. 나윤선은 내달 17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의 30주년 콘서트에서 피아니스트 보얀 지와 협연해 대표곡과 앨범 전곡을 선보인다. 그는 “음악 인생에 영향을 준 음악 300곡을 고르고 추리다 보니 전설 같은 여성 가수들이 남았다”며 “이번 생에 그들 같은 아티스트가 안 되면 다음 생이라도 되고 싶다는 마음을 담은 헌정 앨범”이라고 미소 지었다. 데뷔 30주년 앨범 작업에는 은퇴한 거장이 참여했다. 레드 제플린, 메탈리카, 지미 헨드릭스 등의 음반 작업을 맡았던 음악 엔지니어 밥 루드위그가 음향 마스터링을 했다. 지난해 7월 은퇴한 그는 이번만 예외라는 조건으로 작업한 후 “가창으로 감동한 게 언제인지 모르겠다”고 소회를 전했다. 음악은 때때로 사랑하는 사람과의 기억을 환기한다. 지난 2일 별세한 부친은 ‘한국 합창계의 대부’ 나영수 한양대 성악과 명예교수다. 나윤선은 앨범 6번 트랙에 실린 빌리 홀리데이의 ‘섬타임스 아이 필 라이크 어 머더리스 차일드’를 가리키며 “어린 시절 아빠가 합창곡으로 편곡할 때 처음 들은 음악인데 이제야 부르게 됐다”고 했다. 그는 “부친은 가장 존경하는 스승이자 부러워한 아티스트이고 가장 사랑하는 나의 열렬한 팬”이라고 회고했다. 나윤선이 노래해 온 30년은 ‘재즈 한류’의 시간이다. 그는 해외에서 매년 평균 100회 공연한다. 1년에 석 달이 채 되지 않는 한국에서의 시간도 무대에서 보낸다. 한국 재즈 가수 처음으로 프랑스 문화예술공로 훈장을 2차례(슈발리에·2009년, 오피시에·2019년) 수상했다. “30년 동안 음악을 하면서 지루하지 않았던 건 감동을 느끼고 배울 수 있는 나만의 아이돌 같은 음악가들이 있기 때문이에요. 나도 누군가 내 이름을 떠올리면 목소리와 음악이 귀에 맴도는 그런 아티스트를 꿈꾸게 돼요.”
  • 장기 기증한 3개월 아기…교통사고 후 새 생명 주고 떠나[월드피플+]

    장기 기증한 3개월 아기…교통사고 후 새 생명 주고 떠나[월드피플+]

    비극적인 교통사고로 생사를 오가던 미국의 한 생후 3개월 아기가 장기기증으로 새 생명을 전하고 세상을 떠났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등 현지 언론의 22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일주일 전인 지난 16일 샌프란시스코 웨스트포털의 한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일가족 4명이 끔찍한 교통사고를 당했다. 당시 SUV 차량 한 대가 과속으로 운전하던 중 인도를 넘고 버스 정류장을 들이받으면서 일가족 모두를 중태에 빠뜨렸다. 해당 사고로 40세 아버지와 한 살 아들이 현장에서 사망했고, 38세 어머니와 생후 3개월 아기가 큰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생후 3개월 아기와 어머니는 죽음의 문턱에서 싸웠지만 결국 깨어나지 못했다. 어머니는 사고 다음날 세상을 떠났고, 생후 3개월 아기 역시 지난 20일 숨을 거뒀다. 유가족은 슬픔에 잠긴 가운데, 평소 일가족의 신념에 따라 생후 3개월 된 아기의 장기를 기증하기로 결정했다. 유가족은 “카우(숨진 생후 3개월 아기의 이름)의 장기가 다른 어린이들의 생명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숨진 일가족 4명은 부부의 결혼기념일을 맞아 동물원을 방문하고 인근에서 여행을 즐길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더욱 안타까움을 더했다. 한편 과속으로 버스정류장 돌진한 가해 차량 운전자는 78세 여성으로 확인됐다. 해당 여성도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으나, 아직 정확한 사고 원인은 공개되지 않았다.
  • 의협 “尹정부, 정상적인 정부로 인정 안 할 것…끝까지 투쟁”

    의협 “尹정부, 정상적인 정부로 인정 안 할 것…끝까지 투쟁”

    대한의사협회(의협)가 “현 정부를 정상적인 대한민국 정부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 정상적인 정부가 만들어질 때까지 끝까지 싸워나가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최근 전공의 7000명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을 예고한 데 이어 의협 관계자에 대한 압수수색에 이어 경찰 조사까지 이어지자 강력 반발에 나선 것으로 사실상 정부에 대한 선전포고로 풀이된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22일 이런 입장을 밝히며 “자유와 인권을 무시하는 정부라면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 아래 세워진 대한민국의 정부가 될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비대위는 의료법 위반 등으로 고발당한 비대위 간부 한 명과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일반 직원이 최근 본인 병원과 자택에서 각각 압수수색을 당한 사실을 공개하며 “대한민국이 자유와 인권을 존중하는 국가가 맞나. 절차와 원칙을 지키는 국가는 맞는가”라며 “전체주의적 폭력에 의사들은 분연히 맞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대위는 전날 정부 브리핑에서 나온 발언에 대해서도 날 선 비판을 가했다. 이들은 보건복지부가 “해부 실습에 필요한 ‘카데바’(해부용 시신)는 학교별로 남기도 하고 부족하기도 하기 때문에 관련 제도를 개선하고 필요하면 수입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힌 데 대해 “고인과 유족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모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시신은 기증자가 특정 기관을 지정해 기증할 수 있는데 비대위는 “고인의 뜻에 반한 시신 공유는 윤리적으로나 사회 통념상 가당치 않다”고 지적했다. 비대위는 또 정부가 이날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은 채 한국을 떠나 미국 의사가 되려면 복지부의 추천서를 받아야 하는데, 이번에 (면허정지) 처분을 받게 되면 추천서 발급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규정상 행정처분 기간이 끝나면 추천서를 신청할 수 있게 돼 있는데도 해외 취업을 국가가 나서서 규정에도 어긋나게 제한하겠다고 협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4·3을 잊지 말아요”… 홍을생 할머니 4·3보상금 일부 기부

    “4·3을 잊지 말아요”… 홍을생 할머니 4·3보상금 일부 기부

    “4·3을 널리 알리는 일에 쓰였으면 좋겠어요.” 제주4·3평화재단은 지난 21일 조천면 대흘리에 사는 홍을생(90)할머니가 4·3 희생자인 아버지로 인해 받은 국가 보상금 중 일부를 재단에 기탁했다고 22일 밝혔다. 홍 할머니의 부친은 4·3 당시 고향인 조천읍 대흘리에서 토벌대에 의해 희생됐다. 그 당시 14세 소녀였던 홍씨는 어린 나이 때부터 코피를 흘려가며 국수 공장에서 일하는 등 힘겹게 생계를 이어가면서도 꿋꿋하게 고난과 역경을 이겨냈다. 홍 할머니의 기부는 그러나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0년에는 동백나무 3그루를 구입해서 4·3평화공원에 기증했다. 또한 딸과 함께 직접 뜨개질로 정성껏 만든 동백 꽃다발을 4·3평화재단에 전달하기도 했다. 재단 측은 “어르신의 기증은 4·3으로 인해 먼저 세상을 떠난 이들의 넋을 달래고 평화를 기원하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고 전했다. 홍 할머니는 이번 기탁금은 어디에 쓰였으면 좋겠냐는 물음에 “4·3이 잊혀지지 않도록, 후대에 널리 알리는데 작은 보탬이 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강조했다. 김종민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은 “보상금을 흔쾌히 기탁해 주신 어르신의 뜻을 잘 받들어 4·3의 세대전승을 위해 귀하게 쓰겠다”고 전했다.
  • 김영환 충북지사 “사후 시신 충북지역 의대에 기증”

    김영환 충북지사 “사후 시신 충북지역 의대에 기증”

    김영환 충북지사가 사후 시신을 충북지역 의과대학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21일 자신의 사회적관계망(SNS)에 “세상을 뜨면 시신을 의대생의 해부학 실습을 위해 도내 의과대학에 기부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해부학 교실 시신 기증운동을 충북에서 전개하자”는 제안도 했다. 의대 정원 증원을 환영한다는 뜻도 전했다. 김 지사는 “충북대와 충주 건국대글로컬캠퍼스를 합해 총 211명이 늘어나 전국 최대 의대정원 증가를 달성했다”며 “정부 결정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어 “의대정원 확대에 맞춰 충북대와 건국대 병원을 세계적인 병원으로 육성하기 위해 모든 행·재정 역량을 지원하겠다”며 “청주공항과 연계한 의료관광의 길도 활짝 열겠다”고 덧붙였다. 김 지사는 치과의사 출신으로 정계에 입문해 4선 국회의원을 거쳐 충북지사가 됐다.
  • 새벽에 물 마시러 나왔다가 뇌사…50대 가장, 4명 살리고 세상 떠나

    새벽에 물 마시러 나왔다가 뇌사…50대 가장, 4명 살리고 세상 떠나

    “아빠 몫까지 열심히 살게. 사랑해.”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자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자녀들과 놀아주던 50대 남성이 뇌사장기기증으로 4명에게 새 생명을 주고 세상을 떠났다. 21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최병배(59)씨는 지난달 24일 새벽 물을 마시러 나왔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급히 병원으로 이송돼 수술받았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에 빠졌다. 가족들은 의료진에게 최씨가 회복할 가능성이 없지만, 장기기증으로 다른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기증을 결심했다. 최씨의 아들이 태어날 때부터 간문맥혈전증 치료를 받았기에 최씨 가족은 몸이 아픈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최씨는 같은 달 29일 충북대 병원에서 뇌사장기기증으로 신장(좌, 우), 안구(좌, 우)를 기증해 4명의 생명을 살리고, 인체조직기증으로 100여명 환자의 회복을 도우며 세상을 떠났다. 충북 청주시에서 8남매 중 7번째로 태어난 최씨는 유쾌하고 활동적인 성격이었다. 40년 넘게 자동차 의자에 들어가는 가죽을 생산하는 피혁공장에서 근무하며 자부심이 컸던 직장인이었다. 퇴근 후에는 자녀들과 근처 냇가로 가서 물고기를 잡으며 시간을 보낸 자상한 아빠였다. 주말이면 벼농사를 지어 친척과 주변 이웃에게 나누어주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최씨의 아들은 “늘 표현을 못한 것 같아 너무 미안해.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은 늘 가지고 있었는데 말하지 못했어. 아빠 몫까지 열심히 살게”라며 “너무 보고 싶고, 사랑해. 하늘에서는 다 내려놓고 편히 쉬어”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4명의 생명과 100여명의 삶의 질을 개선해주신 기증자와 유가족에게 감사드린다”며 “생명나눔은 사랑이자 생명을 살리는 일로 한 분의 생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나이 드니 인지기능 떨어지네… 기억력·집중력 개선엔 ‘메모레인캡슐’

    나이 드니 인지기능 떨어지네… 기억력·집중력 개선엔 ‘메모레인캡슐’

    나이가 들수록 노화 관련 인지기능 저하(ARCD)가 나타나는데, 이런 노화 관련 인지기능 저하가 심해지면 치매로 이어질 수 있다. 동국제약이 출시한 생약복합성분의 기억력∙집중력 개선제 ‘메모레인캡슐’(일반의약품)은 인삼40%에탄올건조엑스 100㎎과 은행엽건조엑스 60㎎의 생약 복합성분으로, 집중력 및 주의력 저하, 기억력 감퇴, 말초동맥 순환장애에 의한 현기증을 효과적으로 개선해 준다. 다양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메모레인 캡슐의 인삼40%에탄올건조엑스는 인지기능 개선뿐만 아니라 면역증가 및 피로회복, 기분 개선 등의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엽건조엑스는 단순 은행엽추출물이 아닌 의약품 규격 원료로 신경보호작용, 자유유리기 소거작용, 혈소판 활성인자 억제 작용 등을 통해 기억력과 집중력 및 순환장애 개선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은행엽건조엑스와 인삼40%에탄올건조엑스의 복합제 임상연구 결과에 따르면 건강한 중년층에 12주 동안 이를 투여 시 작업기억(working memory)과 장기기억(long-term memory)을 포함한 다양한 측면에서 기억 품질지수가 위약군과 비교해 유의미하게 향상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동국제약 마케팅 담당자는 “우리나라도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고령인구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며 “특히, 중장년층이 가장 걱정하고 염려하는 기억력 및 집중력 저하를 관리하는데 메모레인캡슐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메모레인캡슐은 처방전 없이 가까운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으로 하루 1캡슐씩 2회 복용하면 된다. 휴대와 보관이 용이한 PTP포장으로 무색소 캡슐을 적용해 민감한 소비자들도 안심하고 복용할 수 있다.
  • 지방대 “대학 경쟁력 살아날 것” 한껏 고무… 서울권 대학은 “이럴 거면 뭐하러 신청 받나”

    지방대 “대학 경쟁력 살아날 것” 한껏 고무… 서울권 대학은 “이럴 거면 뭐하러 신청 받나”

    의대생들 “해부용 시신도 부족한데”유효 휴학 8360건… 전체의 44.5%이대 76명, 최소 정원 ‘미니 의대’로 서울 지역 부모·학생, 취소訴 제기 정부가 늘어난 의대 입학 인원을 모두 경기·인천과 비수도권에 배정한다고 20일 발표하자 지방대학들은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의대 증원으로 대학 전체의 경쟁력도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서다. 반면 서울 소재 대학들은 “이럴 거면 처음부터 아예 증원 신청을 받지 않았어야 한다”는 불만과 함께 당황한 기색을 내비쳤다. 의대 증원에 반대해 온 의대생과 의대 교수들이 의료 교육의 질 저하 등을 우려하면서 ‘원점 재검토’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는 만큼 대학 내부 갈등이 격화할 가능성도 있다. 비수도권 대학 가운데 의대 최대 정원인 200명이 된 7개 대학은 지역 거점국립대학의 역할을 다하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가장 많은 151명이 늘어난 충북대는 당장 의대 2호관 증축, 의대 3호관과 학내 빈 공간을 활용한 강의실 마련 등 교육에 차질이 없게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존 정원 125명에서 75명이 늘어난 전남대도 “실험실습실과 해부학 교육 공간을 추가로 마련하고 교수진을 충원해 내년도 정원 확대 적용에 앞서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했다. 비수도권 거점국립대 정원을 늘린 것은 지역의료를 발전시키겠다는 취지이지만, 증가한 의대 정원이 교육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의대·의학전문대학원 학생 대표들로 구성된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학생들은 부족한 기증 시신(카데바)으로 해부 실습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형식적인 실습을 돌면서 강제 진급으로 의사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8~2022년 의대 실습에 활용되는 카데바는 수도권 10개 대학이 평균 172건, 지방의 27개 대학은 49건으로 차이가 컸다. 의대 규모가 지방에 비해 확 줄어든 서울권 대학들은 “역차별”이란 반응이다. 특히 이번 의대 증원으로 이화여대(76명)는 ‘전국에서 가장 작은 의대’가 될 처지다. 중앙대(86명), 가톨릭대(96명)도 정원이 단 한 명도 늘어나지 않으면서 2025학년 기준으로 차의과대(80명), 대구가톨릭대(80명)와 함께 정원 100명이 채 안 되는 의대가 된다.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교육부에서 하라는 대로 논의해 제출한 학교들만 우습게 됐다”고 토로했다. 서울 소재 의대 관계자는 “단 한 명도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왜 이렇게까지 지방과 서울을 구분해 정원을 배분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증원에서 배제된 서울 지역 학부모와 수험생들은 의대 입학정원 증원에 대한 취소 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내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이병철 법무법인 찬종 변호사는 이날 서울 지역 의대생, 학부모, 수험생들을 대리해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고, 헌법소원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의대 교수와 의대생의 반발은 서울과 지방 모두 큰 차이가 없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40개 의대 유효 휴학 신청 건수는 누적 8360건으로 지난해 전국 의대 재학생 1만 8793명의 44.5% 수준이다. 이날 찾은 복수의 수도권 의대에서는 수업을 듣는 의대생을 찾기 어려웠다. 의대 건물과 도서관 등은 텅 비어 있었다. 수도권 한 의대 직원은 “이제 더이상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 된 것 같다”고 전했다.
  • 정부 의대 증원 발표…경인권·비수도권 대학 ‘고무’, 서울소재 대학 ‘당황’

    정부 의대 증원 발표…경인권·비수도권 대학 ‘고무’, 서울소재 대학 ‘당황’

    정부가 늘어난 의대 입학인원을 모두 경기·인천과 비수도권에 배정한다고 20일 발표하자 지방대학들은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의대 증원으로 대학 전체의 경쟁력도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서다. 반면 서울 소재 대학들은 “이럴 거면 처음부터 아예 증원 신청을 받지 않았어야 한다”는 불만과 함께 당황한 기색을 내비쳤다. 의대 증원에 반대해 온 의대생과 의대 교수들은 의료 교육의 질 저하 등을 우려하면서 ‘원점 재검토’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는 만큼 대학 내부 갈등이 격화할 가능성도 있다. 비수도권 대학 가운데 의대 최대 정원인 200명이 된 전남·전북·충남·충북·경북·경상국립·부산대 등 7개 대학은 지역의 거점국립대학으로 역할을 다하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가장 많은 151명이 늘어난 충북대는 당장 의대 2호관 증축, 의대 3호관과 학내 빈공간을 활용한 강의실 마련 등 교육에 차질이 없게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충북대 관계자는 “의대와 지속적으로 소통해 준비하고, 교육부와 충북도 등에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존 정원 125명에서 75명이 늘어난 전남대도 “실험 실습실과 해부학 교육공간을 추가로 마련하고 교수진을 충원해 내년도 정원 확대 적용에 앞서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전북대도 “전북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전국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등 의료 사각지대에 있었다”며 “교육여건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비수도권 거점 국립대 정원을 늘린 것은 지역의료 발전을 위한 취지이지만, 많이 늘어난 의대 정원이 교육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벌써 나오고 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8~2022년 의대 실습에 활용되는 기증 시신(카데바)은 수도권 10개 대학이 평균 172건, 지방의 27개 대학은 49건으로 차이가 컸다. 서울 소재 대학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 소재 의대 관계자는 “단 한 명도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왜 이렇게까지 지방과 서울을 구분해 정원을 배분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의대 교수와 의대생의 반발은 서울과 지방 모두 큰 차이가 없다. 충북대 의대 교수 160여명으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달 초 충북대가 교육부에 250명을 증원해달라고 요구한 사실이 알려지자 “1970년대 국민학교 수업처럼 ‘오전반·오후반’으로 나눠서 강의해야 하는데 이는 풀빵 찍어내듯이 의사를 양성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북대 의대생들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현 정원의 2배 가까이 되는 학생들을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는 교육시설은 사실상 전무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학교가 정상화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40개 의대 유효 휴학 신청 건수는 누적 8360건으로 지난해 전국 의대 재학생 1만 8793명의 44.5% 수준이다. 이날 찾은 복수 수도권 의대에서는 수업을 듣는 의대생을 찾기 어려웠다. 의대 건물과 도서관 등은 텅 비어 있었다. 수도권 한 의대 직원은 “이제 더 이상 물러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 같다. 사태가 더 악화되는 것 아닌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 데이터가 말해주지 않는 곳들…이 봄 찾아야 할 은둔의 벚꽃 비경

    데이터가 말해주지 않는 곳들…이 봄 찾아야 할 은둔의 벚꽃 비경

    나라 안 곳곳에서 벚꽃이 부풀어 오르는 중이다. 이맘때면 한국관광공사, 티맵 등에서 벚꽃 명소를 주제로 각종 데이터 자료를 쏟아내기 마련이다. 많은 이들이 찾았던 걸 데이터로 증명했으니 벚꽃 명소임은 분명하다. 문제는 이런 곳들일수록 인파와 차량에 치이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해마다 비슷한 곳이 되풀이된다는 단점도 있다. 벚꽃 명소 중 데이터가 알려주지 않는 곳들이 있다. 그중에서 은둔의 비경이라 할 만한 곳을 추렸다. 벚꽃 피크닉을 즐기기 맞춤하거나, 인증샷이 잘 나오는 곳으로 꼽았다. 경남 거창의 월성계곡에 수양벚꽃길이 있다. 오로지 수양벚꽃으로만 장식된 길이다. 거리가 무려 3㎞에 달한다. 이 정도 길이의 수양벚꽃길은 국내에서 찾기 힘들다. 그것도 전부 분홍빛 벚꽃이다. 1994년 경 한 독림가가 200주의 수양벚나무를 기증한 데 이어, 마리면 영성리 출신의 재일교포가 1000주의 수양벚나무를 기증하면서 형성됐다. 이웃한 덕천서원과 용원정 ‘쌀다리’를 묶어 돌아볼 만하다. 덕천서원은 거창의 봄이 시작되고 완성된다는 말이 전할 정도로 봄 풍경이 빼어난 곳이다. 보통 목련이 꽃비를 뿌릴 무렵 벚꽃이 뒤를 잇는데, 두 꽃이 함께 후드득 피기도 한다. 용원정 ‘쌀다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봄 풍경의 성지로 떠오른 곳이다. 소박한 돌다리 위로 벚꽃들이 흐드러진다.경남 창녕의 영산 만년교 수양벚꽃은 아름다운 수양벚나무의 전범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수형이 빼어나다. 이른 새벽에 찾으면 ‘저세상 풍경’과 마주할 수 있다. 햇살이 비칠 무렵 아치 형태로 쌓은 무지개다리와 노란 개나리꽃, 그리고 수양벚꽃이 개울물에 반사되며 완벽한 데칼코마니를 선보인다. 만년교 옆엔 연지못이 있다. 불덩어리 형상이라는 영축산의 화기를 누르기 위해 만든 저수지다. 연지못 주변에도 벚꽃이 많다. 연못 안에 떠 있는 다섯 개의 섬과 기막히게 어우러진다.피안앵(彼岸櫻)은 절집에서 자라는 벚나무를 이르는 말이다. 고단한 현실의 강 너머 피안의 세계로 이끄는 벚나무란 뜻이다. 경남 양산의 극락암에 아름다운 피안앵이 한 그루 있다. 극락암은 대가람 통도사에 딸린 산내 암자다. 봄이 무르익으면 실타래처럼 배배 꼬인 굵은 둥치 위로 연분홍의 가녀린 꽃잎들이 겹겹이 매달린다. 벚나무 옆은 극락영지(極樂影池)란 연못이다. 그 위로 무지개다리, 홍교(虹橋)가 가로놓여 있다. 세속의 세 가지 독, 이른바 탐진치(貪瞋癡, 욕심·노여움·어리석음)를 버리고 극락에 이른다는 다리다. 벚꽃과 연못, 홍교가 어울린 모습이 성스러운 공간처럼 보인다.경북 김천 교동의 연화지는 낭만적인 밤 벚꽃 명소로 꼽히는 곳이다. 연못 주변으로 경관조명이 켜지면서 환상적인 봄빛을 뽐낸다. 연못 안에 분수도 있다. 저물녘이면 다양한 빛깔과 형태의 분수들이 춤을 춘다. 벚꽃이 피기 시작하는 이달 22일부터 4월 7일까지 연화지 주변 도로가 차 없는 거리로 지정, 운영된다는 걸 잊지 말자. 이웃한 직지사의 벚꽃도 묶어 돌아볼 만하다. 대항면사무소에서 직지사 공영주차장까지 사찰 진입로에 줄지어 흩날리는 벚꽃이 절경이다.
  • [이명옥의 창조성과 사랑] 예술가의 어머니

    [이명옥의 창조성과 사랑] 예술가의 어머니

    ‘회초리를 들긴 하셨지만 차마 종아리를 때리시진 못하고 노려보시는 당신 눈에 글썽거리는 눈물’ 박목월의 시 ‘어머니의 눈물’에 나오는 구절은 인상주의 화가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레크의 어머니를 떠올리게 한다. 로트레크는 유서 깊은 프랑스 명문귀족 툴루즈 가문의 맏아들로 태어났지만 13세부터 유전질환으로 두 다리의 성장이 멈추는 기형적 장애를 갖게 됐다. 입술과 코도 비정상적으로 크고 두꺼워져 사람들의 조롱을 받았다. 가문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던 아버지 알퐁스 백작은 아들에게 가명을 쓰라고 강요했다. 가문의 후계자로 적합하지 않다며 작위 상속권도 자신의 누이에게 물려줬다. 백작 부인 아델은 아들을 저버린 남편과 달리 자식을 무한한 사랑으로 감쌌다. 그녀는 로트레크가 파리에서 화가로 활동할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 덕분에 로트레크는 1890년대 몽마르트르의 유흥가를 비롯한 파리의 밤 문화를 독창적이고 상징적인 이미지로 구현한 걸작들을 남길 수 있었다. 로트레크가 23세에 그린 아델의 초상화는 두 모자가 정서적으로 강하게 밀착돼 있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아델이 자신의 소유인 보르도 근교의 말로메성 살롱에서 조용히 책을 읽는 장면이다. 화가는 어머니를 교양 있는 귀족 계급의 여성으로 표현했다. 창문 밖 녹음이 우거진 정원과 빛을 받아 반짝이는 실내 가구, 화려한 문양의 커튼을 연출해 어머니에 대한 존경심과 사랑을 강조했다. 한편으론 어머니의 슬픔도 포착했다. 그녀가 입은 장식이 없는 검소한 드레스와 웃음기 없는 엄숙하고 진지한 표정이 아들로 인해 겪고 있는 내면의 고통을 암시한다. 두 모자는 서로에게 가장 중요한 존재였지만 심각한 갈등을 겪은 적도 있다. 로트레크는 “나는 매일 저녁 일하러 술집에 간다”고 말할 정도로 술과 여자를 사랑했다. 카바레 ‘물랑루즈’의 무희와 가수, 사창가의 성매매 여성들과 가깝게 지내며 알코올 중독자가 돼 어머니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아델의 자식 사랑은 1901년 로트레크가 37세로 요절한 이후에도 이어졌다. 그녀는 로트레크가 태어난 남프랑스 알비에 로트레크의 예술적 업적을 기리는 미술관을 짓는 데 필요한 자금을 기부하고 많은 작품을 기증했다. 모성애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로트레크 미술관은 그의 명성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
  • 2명에 새 생명 주고 떠난 60대 요양보호사

    10년 넘게 요양보호사로 일하며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도왔던 60대 여성이 2명에게 새 생명을 주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29일 한림대 동탄성심병원에서 임봉애(63)씨가 간장과 좌우 신장을 기증했다”고 18일 밝혔다. 임씨는 설 연휴였던 지난달 11일 독거노인 식사를 챙기고 돌아오던 차 안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급히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았지만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 가족들은 의료진으로부터 “회생 가능성이 없다”는 말을 듣고 임씨가 평소 “죽으면 하늘나라 가는 몸인데 장기 기증을 통해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다”고 말한 것을 떠올려 기증에 동의했다. 임씨는 일을 하면서도 10년 넘게 시어머니를 보살펴 한 노인단체로부터 효자상을 받기도 했다.
  • 독거노인 챙기고 귀가하다 뇌사한 요양보호사… 2명에 새 삶 주고 하늘로

    독거노인 챙기고 귀가하다 뇌사한 요양보호사… 2명에 새 삶 주고 하늘로

    요양보호사로 일하며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헌신적으로 도운 60대 여성이 2명에게 새 생명을 주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29일 한림대동탄성심병원에서 임봉애(62)씨가 뇌사 장기 기증으로 간장과 좌우 신장을 기증했다고 18일 밝혔다. 요양보호사인 임씨는 지난달 설 연휴에 홀로 계신 어르신의 식사를 챙겨드리고 돌아오는 차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급히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가 됐다. 가족은 임씨가 생전에 “죽으면 하늘나라로 가는 몸인데 장기기증을 통해 어려움 사람을 돕고 떠나고 싶다”고 말한 것을 떠올리며 장기기증에 동의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경기 이천에서 5남매 중 둘째로 태어난 임씨는 쾌활한 성격으로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늘 베푸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자기 계발을 좋아해 한식과 양식, 제빵, 요양보호사 등 자격증도 10개 이상 땄다. 오랫동안 요양보호사로 일하며 몸이 아픈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도운 그는 10년 넘게 시어머니를 보살펴 효자상을 받기도 했다. 아들 이정길씨는 “아직도 어머니의 따스한 손과 안아주시던 품의 온기를 기억한다”며 “항상 사랑으로 아껴줘서 감사하다”고 어머니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문인성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은 “생의 마지막도 다른 이를 돕다 떠나시고 다른 생명을 살린 기증자의 아름다운 모습이 사회를 더 따뜻하고 환하게 밝힐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퇴직소방관, 전세계서 모은 ‘소방차 미니어처’ 119점 기증

    퇴직소방관, 전세계서 모은 ‘소방차 미니어처’ 119점 기증

    “개인의 취미가 모두에게 의미 있는 일이 돼 행복합니다.” 2015년 용인소방서 근무를 마지막으로 퇴직한 허세창(64)씨가 오랜 만에 소방을 찾았다. 그는 경기도소방재난본부가 옛 경기도의회 청사로 이전하면서 소방사료관 개관을 준비한다는 소식을 듣고, 전세계를 돌며 모은 각지의 소방차 미니어처(miniature·축소 모형) 100여점을 기꺼이 기증했다. 도소방재난본부는 퇴직 소방공무원이 전세계에서 수집한 미니어처 소방차 119점을 기증했다고 17일 밝혔다. 경기소방은 지난 15일 본부 청사 영상회의실에서 기증식을 열어 허씨에게 경기소방 앰블렘이 새겨진 구조헬멧을 전달하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기증받은 미니어처 소방차는 옛 경기도의회에 문을 여는 소방안전복합청사 내 소방사료관에 전시될 예정이다.앞서 허 씨는 지난해 수원소방서에서 1951년 작성된 화재 조사부를 기증해 경기소방의 역사적 발자취를 살펴볼 수 있게 도움을 준 바 있다. 허씨는 “세계 구석구석을 돌며 미니어처 소방차를 수집하는 취미를 가졌었는데 의미있게 기증할 수 있게 되고 또 가족 모두 기부행렬에 동참하게 돼서 뿌듯하다”며 “9년 전 퇴직했지만 마음 속에는 늘 자랑스러운 경기소방만을 생각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허씨는 또 경기소방의 대표적인 나눔 사업인 ‘따뜻한 동행 경기119’에 아내와 아들, 며느리, 손주 등 3대가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이날 신청서에 서약했다. 이에 허씨 가족 7명은 매일 119원씩 기부하게 된다.
  • 책멍도, 낭독도, 음악감상도 괜찮아… 도서관이니까 [박상준의 書行(서행)]

    책멍도, 낭독도, 음악감상도 괜찮아… 도서관이니까 [박상준의 書行(서행)]

    예술도, 낭만도, 커피향도 흐른다… 책덕의 성지니까 충북 청주 문화제조창은 불과 20년 전까지 연초제조창이었다. 해마다 약 100억 개비의 담배를 만들었다. 현재는 청주 문화예술의 심장으로 변신했다. 청주열린도서관은 문화제조창의 제일 높은 층을 차지한다. 구조는 전형적인 도서관과 거리가 있다. 백화점 고층의 서점 같기도 하다. 정숙을 강조하는 도서관도 아니다. 적당한 백색소음이 긴장과 경계를 허문다. 물론 더는 담뱃잎 냄새조차 나지 않는다. 당연히 금연 공간이다. 단 커피 등 음료 반입은 제한하지 않는다. 서가에서 책 한 권을 꺼내서는 ‘몰링’(쇼핑몰에서 시간 보내기)하듯 돌아다니다 자리를 잡는다. 봄날의 청주는 커피와 담배 대신 책과 커피지 하며.●소리 내 읽는 도서관 영국 런던에 테이트모던이 있다면 청주는 문화제조창이다. 역사가 뒤질 뿐 시설은 절대 만만하지 않다. 중추인 본관과 수장고형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시민예술놀이터 동부창고 등은 한나절 내내 봄날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을 만큼 콘텐츠가 다채롭다. 오늘 소개할 청주열린도서관은 문화제조창 본관 5층 전체를 아우른다. 공연장, 키즈 카페 등이 공존하는데, 구석구석 책의 띠가 선처럼 번진다. 대출은 불가하지만 원하는 신작 도서가 항상 비치돼 있다. 또한 도서관 책을 들고 어디든 이동이 가능하다. 그래서 커피 한 잔을 들고 당당히 입장할 때는 내 집 서재인 양하다(그래도 책은 조심히 아껴 봐 주시길).본관의 강렬한 첫인상은 아트리움이다. 천창에서 1층까지 내리는 봄빛이 깊고 눈부시다. 1층만 얼핏 봐서는 음식점, 카페, 뮤지엄숍이 입점한 쇼핑몰 같다. 칠이 벗겨진 벽과 기둥은 옛 연초제조창의 흔적으로, 자연스레 레트로 감성을 연출한다. 공기는 2층부터 달라진다. 청주시청의 제2임시청사, 한국공예관 전시실, 공예스튜디오 등이 층층이다. 문화와 예술이 점점 목소리를 높인다. 그 끝에서 5층 청주열린도서관으로 가는 길이 이어진다.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리자 텐트 두 채와 캠핑 소품으로 꾸민 캠핑존 ‘책멍’이 기다린다. 이미 만원이다. 한쪽에서는 아빠와 딸이 마주 앉아 색칠 공부 중이고, 건너편에는 어린 자매가 나란히 책을 읽는다. 등을 꼿꼿이 세우고는 책 속 글자를 하나라도 놓칠세라 맹렬하다. 이번 달 책멍의 주제는 ‘그럴 때도 있지’다. 실수에 관대한, 이해받을 수 있는 주제라 좋다. 주제 큐레이션 도서 중 ‘지각’(허정윤 글·이명애 그림·위즈덤하우스)은 제목만으로 공감 백배다. 도서관 이용 안내문도 눈길을 끈다. 열린도서관의 개념을 가볍게 정의한다. 소리가 있는 도서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책을 소리 내어 읽어 보세요’란다.●음악 속으로 쏙! 책 속으로 폭! 보통 도서관 중앙 서가가 있을 법한 위치에는 직선의 긴 서가가 있다. 박물관처럼 은은한 조명이 내리고 통로 가운데는 전시대가 놓여 있다. 청주공예문화협동조합과 도서관이 협력해 지역 공예 작가의 작품을 전시 중이다. 이달 주제는 ‘영광의 꽃 어사화’다. 전시 주제와 연계한 책 큐레이션은 그림 에세이 ‘꽃 그리고 초록’(김소라·EJONG) 등이다. 역시 봄은 꽃이지, 하며 한 권 한 권을 살핀다. 서가의 중심은 안내데스크 앞이다. 동선이 갈라지는 지점으로 긴 독서 테이블이 뿌리내렸다. 서가 사이사이 홈을 파듯 열람석을 만든 것도 재미난다. 몇몇 좌석은 CD플레이어를 갖췄다. ‘이곳은 열린도서관이라 얼마간 시끄러울 수 있어, 그러니 이 자리는 어때?’ 하고, 도서관이 조용한 독서를 원하는 이들에게 권하는 열람석이다.서가 사이로 쏙 들어가 음악에 폭 안긴다. 한 권의 책처럼 앉아 CD플레이어를 재생한다. 살짝 다른 세계의 문이 열린다. 영화 ‘라붐’의 한 장면처럼. 누군가 헤드셋을 씌워 주지는 않았지만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 속에 나만 홀로 멈춰 선다. 오늘의 선곡은 ‘그래스’(Grass)라는 단어에 끌려 택한 핑크 마티니의 ‘Splendor in the Grass’(초원의 빛)다. ‘life is moving oh so fast. I think we should take it slow.’ 삶은 너무 빠르니 천천히 살아 보자는 가사가 귓가에 아지랑이처럼 피어난다. 핑크 마티니는 느린 삶을 지향하는 매거진 ‘킨포크’의 고향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결성된 12인조 재즈 밴드다. 그들의 노래는 음표로 쓴 시집을 읽는 듯하다. 왠지 도서관과 잘 어울리는 뮤지션이다. 다음은 이어지는 부분이다. ‘rest our heads upon the grass and listen to it grow’(잔디에 머리를 기대고 잔디가 자라는 소리를 들어야 할 것 같다는 뜻). 박웅현 작가는 ‘책은 도끼다’에서 이 곡의 이 노랫말에 귀 기울여 보라고 했다. 잔디가 자라는 소리를 듣는 시간이라니. 3월이 우리에게 음악을 빌려 권하는 독서법이다. 그 여유는 짧게 타는 담배보다는 길게 남는 책에 가깝다. 일과 생활도 그리해 낼 수 있다면 좋겠다. 헤드셋은 안내데스크에서 대여한다. CD장은 서가 가장 안쪽에 있어 공연이 있는 날엔 접수대에 가려지는데, 가장자리 틈새로 진입하거나 안내데스크에 문의하면 된다.●‘라붐’ 다음은 ‘러브레터’ 흥미로운 게시판도 하나 소개할까 한다. 안내데스크 옆 완독을 목표로 하는 ‘나의독서기록’이다. 영화 ‘러브레터’에도 등장하는 옛날 독서카드를 활용했다. 독서카드에 자신의 이름을 적고 도서관을 방문할 때마다 읽은 쪽수를 표시하는 방식이다. 목표 달성 여부에 따라 확인 도장은 직접 찍는다. ‘기죽지마그럴수있음’, ‘이걸해냄’, ‘찢었다!’ 같은 재미난 응원과 위로의 문구를 새겼다. 또 카드 뒷면에는 마음에 드는 책 속 문장을 적을 수 있는 칸을 마련했다. 도서관에서 내키는 분량만큼만 읽는 걸 좋아해 전국 도서관에 읽다 만 책이 넘치는 나 같은 이에게는 제법 흥미로운 도전이다. 웹존(웹툰과 웹소설)과 초등학습만화 서가도 존재한다. 각각 키즈카페의 좌우 복도에 자리잡았다. 5층에서도 다소 외진 곳이라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에 적합하다. 그에 앞서서는 카페 분위기의 너른 휴게실이다. 가족끼리 삼삼오오 모여 편하게 독서를 할 수 있고 주말에는 보드게임을 무료로 대여해 즐길 수도 있다. 물론 5층에는 아직 채워지기를 기다리는 빈 공간들이 더 있다. 카페나 서점 등 어떤 시설이 들어올지 알 수 없지만 이미 독서와 책이라는 행위는 구석구석에 번져 있다. 도서관은 잠시 머물며 여행의 기록을 정리하기에 카페보다 좋은 곳인데, 청주열린도서관의 이 같은 특징은 그 장점을 극대화한다. 문화제조창 이곳저곳을 관람하다 여행의 쉼터로 머물기에 최적이다. ●크루아상· 맥주·욕조가 있는 봄날 그래도 도서관은 독서다. 어떤 책을 고를까 고민되는 이를 위해서는 추천 도서 목록 책장이 있다. 2020년 개관부터 지금까지 청주열린도서관 큐레이션과 사서들이 추천한 책 목록을 스크랩해 비치한다. 청주열린도서관 사람들은 봄날에 어떤 책을 권하고 읽었을까? 매해 3월의 추천 목록을 차례로 넘겨 본다. 그중 지난해 3월 이주리 사서가 추천한 ‘크루아상 사러 가는 아침’(필리프 들레름)을 고른다. 단순히 크루아상을 좋아하는 개인 취향으로! 이 사서는 “우리의 평범한 삶에 깃들어 있는 작지만 보편적인 기쁨을 담은 책”이라 소개했다. 이미 제목부터 크루아상의 고소한 버터 냄새가 바스락댄다. 책장을 후루룩 넘기다 ‘일요일 저녁에서’라는 글에 꽂힌다. 마침 청주열린도서관을 찾은 날이 일요일 오후라서. 작가는 일요일 저녁 ‘푸르스름한 거품이 바글대는 욕조에서 뽀얗게 낀 수증기와 보드라운 솜 같은 사소한 것들 사이로 둥실 몸을 내맡기’는 목욕의 기쁨에 대해 말한다. 그리고 다음 글은 ‘첫 맥주 한 모금.’ 맥주의 첫 모금만이 줄 수 있는 찌릿한 행복을 누군들 거부할까. 하지만 작가는 ‘동시에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최고의 기쁨을 벌써 맛보아 버렸다는 것’이라고 쓰며, 그 상실감을 얄밉게 애통해한다. 욕조의 나른한 휴식과 시원한 맥주의 전율이 있는 일요일. 핑크 마티니의 노랫말이 맞다. life is moving oh so fast! 특히 일요일 오후의 시간은 ‘마시면 마실수록 기쁨은 점점 더 줄어’드는 맥주와 닮았다. ‘우리는 첫 모금을 잊기 위해 계속 마신다’라는 들레름의 말에 공감할 수밖에. 그래도 다행이라면 내가 청주열린도서관을 찾은 오늘은 일요일 오후지만 여러분이 이 글을 읽고 있을 오늘은 금요일이라는 사실. 작은 위안이 되려나? 일요일이 아니더라도 봄날은 이제 막 시작됐으니까. ●플라타너스 터널을 지나면 핑크 마티니의 ‘Splendor in the Grass’를 듣고 있으면 청주는 이 곡과 어울리는 여행의 도시라는 생각이 든다. 경부고속도로에서 진입하는 가로의 드라마 같은 플라타너스 고목들, 번화한 중앙로 한가운데 버티고 선 국보 당간지주, 옛 도지사 관사로 쓰던 언덕 위 충북문화관으로 가는 정겨운 오솔길, 도서관을 방불케 하는 휘게문고 같은 책 공간, 대통령의 옛 별장 청남대 등 굳이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 직지를 들먹이지 않아도, 이 도시는 온전히 발산하지 않았을 뿐 아름다운 여행지라는 걸 직감할 수 있다. 도시와 자연 어느 쪽을 좋아하는 여행자든 만족할 만하다.청주공예비엔날레가 열리는 문화제조창은 현시점에서 제일 반짝이는 장소다. 청주열린도서관 외에 한국공예관과 국립현대미술관 청주를 꼭 들러 보라 말하는 이유다. 도서관 아래 4층 한국공예관엔 예스튜디오, 아카이브실, 윈도우갤러리 등이 모여 있다. 중앙홀에는 2023년 출품작인 ‘우리 서로 다리가 되어’를 전시 중인데, 17인이 6개월 동안 작업한 대형 옻칠 의자가 공간을 장식한다. 3층은 6개의 갤러리를 운영 중이다. 상설전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은 청주공예비엔날레 아카이브 전시로, 지난 20여년간 비엔날레를 빛낸 대표작들을 감상할 수 있다. ‘연초제조창에서 문화제조창으로’는 옛 연초제조창의 모습과 우리나라 담배의 변천사가 관심을 끈다.●비밀스러운 미술관, 현대미술관 청주 문화제조창 본관 남쪽에 이웃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는 우리나라 최초의 수장형 미술관이다. 청주에서만 볼 수 있는 전시장이다. 하물며 국립현대미술관의 수장고다. 비밀스러운 공간의 문을 여는 설렘은 이곳만의 장점이다. 그렇다고 뒷걸음질치다 ‘툭’ 하고 고가의 미술품을 훼손하는 염려부터 할 까닭은 없다. 전시 방식은 다르지만 관람법은 여느 미술관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표적인 개방 수장고는 1층과 3층에 위치한다. 1층은 조각, 3층은 회화가 주다. 1층 수장고는 작품을 보관하는 여러 개의 철제 선반이 관람 동선을 형성한다. 가장자리는 주로 대형 작품들이다. 현재는 기획전 형식으로 전뢰진 작가의 조각 10점과 드로잉 7점을 전면에 배치했다. 평소 미술관 전시보다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 많다. 3층 개방 수장고는 ‘디지털 스토리 : 이야기가 필요해’라는 제목으로 사진, 영상, 설치 작품을 집중 전시 중이다. 3층 안쪽에는 ‘보이는 보존과학실’이 있다. 유화작품보전처리실과 유기분석실, 무기분석실 등을 평일 오후 1~3시(화~금요일)에 하루 한 차례 개방한다. 2층 보이는 수장고는 꼭 들러야 한다. 대형 유리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수장고 안의 작품을 감상하는 형식이다. 오는 6월 30일까지는 이건희 컬렉션 해외 명작전을 전시한다. 마르크 샤갈, 살바도르 달리, 카미유 피사로, 클로드 모네, 폴 고갱,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호안 미로의 일곱 작품을 하나의 프레임 안에 두고 소파에 앉아서 감상한다. 웬 호사인가 싶다.●책 덕후들의 성지, 또 하나의 도서관 청주에는 책 ‘덕후’들이 주목하는 사설 ‘도서관’이 하나 더 있다. 건축과 책 그리고 커피가 어우러진 인문 아카이브 양림(養林)&카페 후마니타스다. 출입구는 북쪽에서 지하층으로 난 통로다. 콘크리트 벽 사이로 걷는데 바로 앞에 3층 한옥이 웅장하다. 통로 벽에 전시한 잡상은 김창대 제와장(국가무형문화재)의 솜씨다.인문 아카이브 양림&카페 후마니타스는 한 장소에 있지만 그 이름처럼 크게 두 곳으로 나뉘며 서로 넘나든다. 두 공간의 갈림길 뜨락정원(sunken garden)에는 우리 전통 한옥의 귓기둥(모서리에 있는 기둥) 목구조를 상징화한 조형물이 우뚝 서 있다. 곁에는 독서토론이나 소모임을 할 수 있는 작은 방이 위치한다. 폴딩 도어를 열면 봄바람이 안과 밖을 넘나들며 자연의 숨결을 불어넣는다. 인문 아카이브 양림은 뜨락정원 오른쪽에 있다. 밖에서 볼 때 3층 한옥의 지하 1층에 해당한다. 목가구와 노출 콘크리트 벽이 조화로운 북카페다. 반면 2층과 3층은 전형적인 도서관의 서가다. 이무희 성익건설 대표의 소장 도서와 기증자료 3만여권으로 꾸민 서가는, 십진분류법에 따라 청구기호를 붙여 구분했다. 그 가운데 문화재 관련 분류를 강조한 게 특징이다. 문화재 보수 건설회사의 정체성이 엿보인다. 서가 사이 테이블이나 창가에서 커피를 마시며 편하게 책장을 넘길 수 있다. 이때 남쪽으로는 주봉저수지가 내려다보인다. 지하 1층 카페 후마니타스는 테라스를 사이에 두고 저수지를 마주한다. 여름에는 연꽃이 코앞에서 아른댄다. 공립도서관에 비하면 책 권수가 많지 않은 편이라 도서관 대신 인문 아카이브라 이름 붙였다고 한다. [여행수첩] ●청주열린도서관 운영 시간 매일 오전 10시~오후 8시, 연중무휴, 설, 추석 당일 휴관 www.cj-openlibrary.co.kr, (043)241-0651.
  • 남궁역 서울시의원, ‘서울시 도시녹화 등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안 본회의 통과

    남궁역 서울시의원, ‘서울시 도시녹화 등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안 본회의 통과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부위원장 남궁역 의원(국민의힘·동대문3)이 대표발의한 ‘서울시 도시녹화 등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안이 제322회 임시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남궁 의원은 ‘서울시 도시녹화 등에 관한 조례’의 크게 두 지 규정에 대해 개정했다. 제35조의 나무은행제도는 나무나눔제도로 변경되어 운영되고 있어 이를 변경했으며, 녹지관리청은 재개발, 재건축 등 각종 정비사업 시 발생하는 수목을 제거하지 않고 일정장소에 이식하여 관리하고 녹화사업 시 제공할 수 있도록 했고, 이에 대한 이식비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개정했다. 두 번째는 제36조의 녹지의 실명관리제도로 이는 나무돌보미사업으로 운영되고 있다. 나무돌보미는 개인, 단체, 법인 등이 지정된 가로수 등 녹지를 실제 관리하고 봉사활동시간도 인정받을 수 있어 학생들의 참여가 높은 사업이다. 따라서 녹지의 실명관리 시 일정기간 녹지관리청과 참여시민이 협약을 체결하고, 안전조끼, 물조리개 등 관리에 필요한 물품을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남궁 의원은 “서울시 내에 매년 재개발, 재건축, 다양한 정비사업으로 버려지는 수목이 발생하고 있다. 이를 이식해 활용할 수 있도록 나무나눔제도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으며, 나무돌보미와 같이 시민이 녹지관리에 참여할 경우 협약을 체결하고 필요한 물품을 지원해 녹색공간에 대한 시민의식을 높이도록 조례를 개정했다”라며 “정원도시 서울이 될 수 있도록 필요한 제도를 만들어가도록 하겠다”고 조례안 통과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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