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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포츠 라운지] 떴다! 코트의 지휘자로

    [스포츠 라운지] 떴다! 코트의 지휘자로

    ‘허·동·택’을 기억하시는지. 지난 80년대 중반부터 10년 남짓동안 중앙대와 기아로 이어지는 ‘무적함대’를 이끌었던 ‘농구 대통령’ 허재(40)와 ‘코트의 마법사’ 강동희(39),‘테크니션 센터’ 김유택(42)을 일컫는 말이다. ‘허·동·택’ 트리오는 중앙대 시절 대학농구 19연속 우승과 73연승 신화를 이뤘고, 실업팀 기아에 와서는 농구대잔치 7연패를 해냈다.‘허·동·택’은 감히 대적할 수 없는 존경과 선망의 대상이자, 두려움과 질시의 대상이기도 했다. 그렇게 농구계의 전설이 됐던 이들 역시 세월이 흘러 코트를 떠났다. 그리고 선수가 아닌 지도자로 다시 코트로 돌아왔다.‘허’는 KCC 감독이 됐고,‘동’은 LG 코치로서 미국 지도자연수를 앞두고 있고,‘택’은 모교인 명지고에서 감독을 맡고 있다. ●NBA의 꿈, 후배들이 해줬으면 이들이 최전성기를 구가하던 당시 한국 농구에선 AFKN에서 가끔 중계하던 미국프로농구(NBA) 선수들의 몸놀림, 드리블, 패스 등은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환상’일 뿐이었다. 하지만 ‘천재 허재’는 더블클러치 슛, 노룩패스 등 환상의 NBA급 기술을 선보이며 NBA 진출이 현실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희망을 품게 해줬다. 하승진(20·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과 방성윤(22·KTF) 등 이미 NBA에 진출했거나 꿈을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는 후배들을 보면 감회가 남다를 법하다. 강동희 코치는 “80년대에 지금처럼 NBA 진출을 시도하는 분위기가 있었다면 허재형도 반드시 노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택 감독 역시 “허재는 나의 후배지만 농구선수로서 지금껏 어느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뛰어난 선수”라면서 거들었다. 하지만 허재 감독은 오히려 냉철했다. 그는 “농구는 특성상 체격 조건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는데 190㎝남짓의 키로 적당한 슈팅능력, 드리블, 패스, 리바운드만을 갖고는 NBA에 진출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0.1%의 낮은 가능성’을 얘기한 허 감독은 다만 “하승진과 방성윤같은 시도가 거듭되고 선진농구 조기유학, 체계적 지원 등이 뒷받침되면 NBA 진출 관문도 그만큼 넓어질 것”이라고 후배들의 꿈을 북돋웠다. 지도자로 갓 변신한 요즈음 가장 큰 변화를 얘기해달라고 하자 각자의 명확한 다른 처지가 느껴졌다. ‘초보 감독’인 허 감독은 “선수때는 그냥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됐지만 감독은 성적에 대한 책임까지 져야 하므로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맞장구치면서도 “내 농구를 마음대로 해볼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1학년중에 (TG)김주성 같은 아이가 하나 있어서 기대가 크다.”고 들떠했다. 벌써 4년째 명지고를 맡고 있으니 이제 영락없는 ‘감독’이다. 강 코치는 “감독은 책임만큼이나 화려한 성과도 가질 수 있지만 코치는 감독과 선수 사이에서 양쪽 비위맞추며 뒤치닥꺼리를 해야 하니 더 힘든 것 같다.”고 코치로서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진로를 고민중인 강 코치에게 허 감독과 한 팀(KCC)에서 뛸 생각은 없는지 넌지시 물어봤다. 강 코치는 “불러주지도 않던데…”라면서 슬쩍 웃음으로 받은 뒤 “미국으로 연수가는 것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트 허·동·택’을 찾아라 포인트가드였던 강 코치는 주저없이 ‘이상민·김승현’을 꼽았다. 이상민이 다소 노쇠한 반면, 김승현은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는 차이점이 있 뿐이라고 말했다. 또한 키만 훌쩍 큰 것이 아니라 드리블, 슈팅, 리바운드 등 공수를 겸비한 센터 시대를 열었던 ‘대한민구 최고 센터’ 김 감독은 ‘서장훈, 김주성’을 들었다. 모두가 어렵지않게 동의하는 대목이었다. 역시 문제는 ‘허재’였다. 스몰포워드 또는 슈팅가드, 어떨 때는 포인트가드 등 포지션을 넘나드는 ‘포스트 허재’를 꼽을 수 없다는 데 오히려 모두가 동의했다. ●운동, 술… 김 감독이 “그때는 오히려 훈련보다 시합하는게 더 좋았지.1시간 남짓만 경기하면 쉴 수 있었으니까….”라고 말하자 강 코치는 “우리야 맨날 이기니까 좋았던 거지 다른 팀은 안그랬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시간이 넘는 동안 자식 얘기, 집값 걱정 등 남들과 다를 것 없는 일상의 얘기부터 ‘축구 천재’ 박주영, 박지성 얘기,NBA 꿈을 품고 있는 후배들에 대한 조언, 새로운 도전의 길에 서있는 자신들의 미래에 대한 기대 등 많은 얘기들이 격의없이 쏟아졌다. 이들을 얘기하면 술을 빼놓을 수 없다. 인터뷰에 이어 뒤늦은 점심 식사자리에서도 옛날 추억을 안주삼아 ‘가벼운 반주’가 오갔다. 마신 술의 양은 그들의 명성에 비하면 미미했다. 한 사람당 고작(?) 2병 남짓. ‘스타선수는 명감독이 될 수 없다.’는 체육계의 속설이 이들에게도 적용될지, 아니면 과거 선수 시절 역사를 써내려갔듯 ‘스타선수가 진정한 스타감독이 된다.’는 새로운 명제를 만들어낼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허 감독의 “배운 게 농구이고, 제일 잘하는 것이 농구인 만큼 최고의 지도자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말처럼 새로운 도전의 길을 걷고 있는 이들에게는 오롯한 희망이 더 많아보였다. 글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돈없으면 취업 못해? 쪽집게 과외 성행

    돈없으면 취업 못해? 쪽집게 과외 성행

    성균관대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하고 올 2월 졸업한 김모(25)씨는 아나운서 지망생이다. 김씨는 지난해부터 유명 학원에 다니며 아나운서 기본기를 익히고 있다.3개월치 수강료는 120만원. 공중파는 물론 케이블 방송국 공채 때마다 40만∼50만원을 들여 카메라 테스트용 정장을 맞춰 입는다. 전문 헤어숍에 화장과 머리치장까지 맡기면 비용은 10만∼15만원 더 든다. 김씨는 “1년 내내 시험을 친다면 500만∼600만원쯤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2월 서울대 공대를 졸업한 이모(26)씨도 면접 과외를 받을 생각이다. 현재 강남의 한 벤처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이씨는 올해 대기업으로 옮겨가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대학 때 토익 점수와 자격증 등은 따두었지만 면접까지는 대비하지 못했다. 이씨는 면접 매너, 표정 관리와 옷 입는 법 등을 1대1로 가르쳐주는 압구정동 J이미지컨설턴트를 찾아갈 예정이다. 이곳은 3시간 강의에 30만원을 줘야 한다. 돈이 없으면 취업 준비도 제대로 하기 어려운 세상이 됐다. 청년 실업이 만성화되면서 대학을 나설 때도 대학에 들어갈 때 못지않은 막대한 사교육비를 지출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온라인 리크루팅 업체 잡코리아가 지난달 전국 대학생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취업 준비를 위해 한해 161만원꼴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학생의 56.8%는 취업을 위한 사교육을 꾸준히 받고 있다고 답했다. ‘아나레슨 속성 과정’,‘민법 과외’,‘토익 고득점 보장’ 등과 같이 1대1 족집게 취업 과외도 성행한다. 중·고등학교를 미국에서 마치고 현재 경희대에 재학 중인 조기유학파 구모(26)씨는 ‘족집게 선생님’이다. 손수 다달이 치른 토익 시험을 분석한 자료를 바탕으로 대학생 4명에게 과외를 해주고 있다. 일주일에 2∼3차례씩 하는 과외에는 1인당 30만∼50만원씩 받는다. 구씨는 “토익 출제 유형만 완벽하게 익혀도 1∼2개월 내에 토익 점수를 100∼200점은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고시나 전문직 시험에서도 고액 족집게 과외가 빠질 수 없다. 대졸 여성들이 선호하는 아나운서를 준비하는 대학생들 사이에는 ‘아나레슨’이라고 불리는 소그룹 또는 개인 과외가 인기를 끌고 있다. 한 아나운서 지망생은 “모 방송사의 아나운서 A씨에게 레슨을 받으려면 시간당 20만원이 들지만 현직 아나운서에게 배울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수강생이 줄을 서 있다.”고 귀띔했다. 사법고시 준비생들의 개인과외도 이젠 보편적이다. 연세대 대학원 법학과에 재학 중인 P씨는 “6∼7년 전부터 사법연수원생들이 사시 준비생들을 대상으로 개인 과외를 해주기 시작했다.”면서 “집안 형편이 나은 고시생들은 사법고시 출제위원급 교수들을 비밀리에 섭외해 한달에 500만원씩 주고 족집게 과외를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잡코리아 정유민 상무는 “대학 교육이 취업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안 되지만 그래도 직업 현장에서 필요한 실용적인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문제”라면서 “취업 사교육비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단기부동자금 늘때 집값 떴다

    2000년 이후 서울과 강남의 집값은 단기부동자금에 의해 춤을 춘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에 떠도는 411조원의 단기부동자금이 있는 한 집값을 잡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왔다. 16일 건설교통부, 한국은행, 국민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이후 시중의 단기유동자금과 집값(국민은행 지수)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서울 전체 집값과의 상관계수는 95%, 강남 집값과는 96%로 나타났다. 이는 단기부동자금 증가율과 집값상승률이 거의 똑같은 궤적을 그린 것을 의미한다. 집값과 단기부동자금과의 상관관계가 지수화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따라서 집값을 잡기 위해서는 유동성 자금 흡수가 우선돼야 할 것으로 분석됐다. 부동자금은 5월 말 현재 411조 8768억원으로 전체 예금 813조 5784억원의 50.5%를 넘어섰다. ●300조 돌파한 2001년 집값 상승 랠리 시작 단기부동자금은 지난 지난 2001년 5월까지는 200조원대를 꾸준히 유지해오다가 서울의 집값 폭등세가 시작된 2001년 6월부터 그 규모가 300조원을 넘어섰다. 실제로 2003년 9월의 가격을 100으로 한 국민은행의 서울의 집값지수는 58.7이었으나 2003년말에는 100.9로 42.2%포인트가 상승했다. 특리 유동자금이 400조원을 돌파한 뒤 집값이 다시 뛰었다. 2001년 6월 이후 300조원대를 유지하던 시중의 단기부동자금은 올 2월 400조 4927억원으로 처음으로 400조원을 돌파했다. 이후 서울 강남과 수도권의 집값이 오르기 시작했고,5월부터는 지역별로 폭등장세도 나타났다. ●머니게임 양상, 대책 달라져야 최근의 집값상승이 일부 지역과 평형별로 수급불안에 기인하기도 했지만 근본적으로는 유동성에서 비롯된 ‘머니게임’으로 변질됐다는데 부동산 전문가 상당수가 공감하고 있다. 예금금리도 낮은데다가 마땅히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한 투자자들이 금융권에 바로 현금화가 가능한 초단기 자금을 넣어놓고 여차하면 부동산 등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상태에서는 정부의 투기단속이나 공급대책만으로 집값 급등세를 잡기는 쉽지 않다. 대책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박사는 “과거에는 자금을 대출받아 투자를 했다면 이제는 부유층의 여유자금이 문제가 되고 있다.”면서 “공급 확대외에도 부동산간접투자상품이나 채권 시장 활성화 등 유동자금의 투자처를 다양화하는 정책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도 단기부동자금의 증가율이 높아진 후 부동산 시장에 버블이 형성되기 시작했다.”면서 “한국도 이제는 이들 부동자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조기유학 말리고 싶어요”

    “조기유학 말리고 싶어요”

    서울 강남에 사는 주부 박모씨는 요즘 고교 2학년인 아들을 볼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자신의 욕심 때문에 아이의 장래를 망친 것 같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돌이키면 그때 조기유학을 보내지 말았어야 했다. 현재 아들 정모(17)군의 성적은 ‘바닥’을 헤매고 있다. 정군이 캐나다로 조기유학을 떠난 것은 지난 2001년. 영어도 익히고, 경험을 넓혀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것이 박씨의 판단이었다. 다시 돌아올 경우에 대비해 국내 학교 진도를 따라갈 수 있도록 참고서를 별도로 사서 보냈고, 현지에서 보습학원까지 보냈다. 그러나 언어가 통하지 않은 정군은 친구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하기 시작했고, 부모와 떨어져 있는 외로움에 술과 담배를 배웠다. 외국인 친구들과 어울려 대마초에도 손을 댔다. 박씨는 결국 정군을 1년만에 억지로 데려왔다. 학부모 김모(여)씨도 요즘 나아질 줄 모르는 고3 아들의 성적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난 2001년 중학교 2학년 당시 아들을 호주 멜버른으로 조기유학을 보냈지만 1년만에 효과도 없이 되돌아와야 했다. 원래 소심한 성격에 사춘기까지 온데다 부모와 떨어져 혼자 지내면서 공부에 흥미를 완전히 잃어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1년의 공백은 컸다. 학교 환경도 달라지고 공부도 따라잡기 힘들만큼 뒤처져 있다. 자녀를 조기유학 보낸 학부모들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영어에 익숙해지고 다양한 경험을 쌓게 한다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큰 효과를 봤다는 부모는 찾기 어렵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은 조기유학을 다녀온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조사해서 성적이 가기 전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는 조사 결과를 24일 내놓았다. 한국교육개발원 김홍원 학교교육연구본부장이 공개한 ‘조기유학에 관한 국민의식과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자녀를 조기유학시킨 학부모 316명과 학생 347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자녀의 학업성취도가 ‘상위 10% 이내’라고 답한 학부모는 유학 가기 전 50.4%에서 31.4%로 크게 줄었다. 반면 ‘하위 50%’라고 밝힌 학부모는 4.3%에서 14.7%로 크게 늘었다. ‘친지나 친구에게 자녀의 조기유학을 권하겠느냐.’는 질문에는 ‘적극 권유하겠다.’는 응답이 15.4%에 불과한 반면 ‘말리거나 신중하게 생각하고 결정하도록 하겠다.’는 응답은 84.6%였다. 한편 학부모 3633명, 교사 555명, 조기유학 업무 담당자 196명 등 43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기유학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에서는 ‘찬성’보다 ‘반대’가 많았다. 학부모의 55.7%, 교사의 59.4%가 조기유학에 반대했으며, 그 이유로는 ‘성공보다 실패 가능성이 크다.’‘가족 별거에 따른 문제가 많다.’‘학교교육에 대한 불신이 가중된다.’ 등을 꼽았다. 학부모들은 또 조기유학에 관한 얘기를 들으면 불안하고(67.9%), 매년 증가하는 조기 유학자와 비용을 보면 걱정스럽다(90.7%)고 답했다. 그러나 여건만 되면 조기유학을 보내고 싶다는 응답도 34.4%에 이르러 조기유학에 대한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열린세상] ‘확대된 전쟁’에 포괄적 균형 필요/김진석 인하대 철학과 교수

    동북아균형자론은 기존의 미국중심적 외교정책을 수정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한국은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평화와 안정, 그리고 협력의 시대를 열어가는 역할을 찾아야 할 것이다. 미국이 궁극적으로 한국의 이해관계를 대변하지 않는다는 것은 명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도 따져볼 점이 있다. 한반도 주변의 4강이 패권주의적 경향을 유지할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균형자적 역할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평화란 어떤 것일까? 물론 평화의 가치는 특히 약소국일수록 강대국에 대해 강조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다른 한편 2차대전 이후 선진 민주주의 국가 사이에서 최소한 전쟁이 없었다고 할 때도, 이 평화가 전제된다. 그러나 이것은 좁은 뜻의 전쟁과 평화가 아닐까. 현재 오히려 변형되고 확대된 전쟁이 도처에서 일어난다. 어떤 점에서 살상무기가 더는 투입되지 않기 때문에, 전쟁은 경제적·사회적·문화적으로 전환되고 확대된다. 모든 국가가 시민들의 복지를 책임지는 복지국가가 될수록, 국가들은 경제전쟁이나 무역전쟁에 돌입한다. 국가가 자유무역협정을 맺을수록 과수원 농민들도 ‘무역전쟁’을 치러야 한다. 그뿐인가? 문화다양성을 위해 모든 사회가 벌이는 활동은 ‘문화전쟁’에 대비한 활동이며, 한 국가가 과도하게 문화적 팽창을 시도할 경우 다른 사회는 그것을 문화적 침략으로 느끼는 판이다. 점점 치열하게 벌어지는 교육전쟁에 대해서는 말할 필요도 없다. 사교육전쟁에 이어, 내신전쟁에 논술형본고사 전쟁을 거쳐 교육시장개방 전쟁까지 수행해야 할 판 아닌가. 미국대학을 제외하고 미국박사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배출한 대학이 서울대다(미국을 포함해도 버클리대학에 이어 2위이다). 그뿐 아니라 연세대가 5위, 고려대가 8위다. 끔찍한 식민화 현상이 아닌가. 문제는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중국내 유학생 중 한국인이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기존의 기득권 쪽은 미국으로, 새로운 중심을 좇는 사람은 중국으로 쏠리는 판이다. 이들은 미래에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서로 다른 집단적 이해관계를 대변할 것이다. 그뿐인가. 여유있는 계층은 영어권으로, 그럴 여유가 없는 계층은 동남아로 자식을 유학보낸다. 세계화 시대에 어쩔 수 없는 측면도 많지만, 지난해 조기유학생은 전년보다 34%나 증가했다. 이 전쟁들을 과장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부인할 수도 없다. 여기서 정말 필요한 것이 과장과 부인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이다.‘여러 전쟁들’은 단순한 은유적 표현이 아니다. 행여 군사적 충돌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앞으로도 한동안 이 변형되고 확대된 전쟁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일차적으로 전쟁 없는 평화를 추구해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포괄적 평화가 쉽게 오지는 않을 듯하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그저 평화만을 외치는 일은 어쩌면 무책임한 일이 아닐까. 기존의 냉전적 정책을 극복하기 위해서 평화와 협력을 마땅히 강조해야 하겠지만, 맹목적이거나 공허한 주장으로 흐르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균형자론’은 단순히 영토에 관한 안보문제로 그쳐서는 안 되고, 사회·경제·문화·교육을 아우르는 포괄적 안보문제로 확장되어야 한다. 그것은 지금과 같은 형태의 국가안전보장회의가 전담하고 책임질 의제의 범위를 훨씬 넘어간다. 단순히 ‘선진’통상국가를 지향한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사람들의 일상생활과 자기계발에 직접 관계된 교육영역에서 시민들은 현재 일종의 내전과 전쟁을 동시에 치르고 있다. 부화뇌동할 필요는 없겠지만, 거꾸로 그 사실을 부인할 수도 없다. 이 상황에서 제대로 된 균형자론은 동북아에서 평화와 안정을 외치는 수준을 넘어, 확대된 전쟁 상황을 염려해야 한다. 더구나 이 전쟁에 대내외적으로 대비하지 못할 경우, 변형된 내전상황이 극단적으로 악화해 시민들은 서로 힘들게 만드는 황폐한 구조에 깊이 빠질 것이다. 이 상황에서 서울대는 국제적 경쟁력을 높일 구조조정은 하지 않은 채 단기적 입시제도 변경으로 국민만 피곤하게 하고 있고, 정부 역시 단기처방만 내놓고 있으니 끔찍하다. 확대된 내전 및 전쟁 상황을 통제하고 조정하지 못한다면, 평화와 안정은 기대하기 어렵다. 김진석 인하대 철학과 교수
  • ‘조기유학 이대로 좋은가’ 강연회

    광화문교육·문화포럼(회장 이상갑)은 10일 오후 3시 경복고 꾀꼬리홀에서 권대봉 고려대 교육대학원장을 초빙,‘조기유학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강연회를 연다.
  • 유미유동/첸강·후징초 지음

    100년전 갑자기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등장한 청나라 어린이들,‘유미유동(留美幼童)’. 청나라에서 시작된 사상 초유의 ‘조기유학 프로젝트’에 따라 1872년부터 1875년까지 청나라 정부는 네 차례에 걸쳐 30명씩 9∼12살 어린이 120명을 미국에 보내 공부하도록 했다. 100년전 유동들 삶의 궤적을 쫓아간 책 ‘유미유동’(첸강·후징초 지음, 이정선·김승룡 옮김, 시니북스 펴냄)은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듯 사실감 있다. 홍콩, 상하이, 베이징, 뉴욕, 필라델피아, 볼티모어로 부지런히 뛰어다닌 저자들 덕분에 유동들의 삶은 생생하게 펼쳐진다. 미국의 가정에 맡겨진 유동들은 곧바로 비단 저고리를 벗고 운동복을 입고, 변발을 자르고 미국 아이처럼 가르마를 타며 미국 생활에 적응했다. 이들 120명 가운데 몇년 후 50명 남짓이 하버드대, 예일대, 컬럼비아대,MIT 등 미국 명문대에 입학했다.“근대과학을 배워 훗날 귀국해 나라의 동량이 되고 낡고 지친 조국을 변혁하라.”는 바람에서 멀리 유학 보내졌던 이들은 그 후 중국 역사의 광활한 무대에서 제 몫을 다했다. 중국이 자체 건설한 최초의 철도 개척자 잔텐유, 중화민국 초대총리를 지낸 탕사오이, 칭화대학교 초대총장 탕꿔안 등은 유동출신이다. 그들의 인생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그들은 혁명 이후 청나라 왕조의 유신(遺臣)으로 간주되거나 심지어는 서양의 노예라는 의심도 받았다.1만 6500원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씨줄날줄] 외국학교/신연숙 수석논설위원

    투자유치로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도 만족시키고, 원정출산을 포기하고 한국에서 조기유학 욕구를 해결하려는 한국인도 만족시키는 학교가 존재할 수 있을까? ‘경제자유구역 외국교육기관 설립 특별법’에 규정된 학교가 바로 이런 실험을 하게 된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그제 이 법안을 통과시킴으로써 외국학교 설립 길을 터줬다.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인학교는 외국인 투자유치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한국에 파견된 외국기업 직원들 중 자녀교육에 만족하는 사람은 15.7%에 불과하다는 주한미국상공회의소의 조사결과처럼 국내 외국인학교 환경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외국인학교 논의는 어느새 내국인 입학 허용논란으로 번졌다. 단기간 내 완공이 어려운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인학교가 초기부터 안정적으로 운영되려면 일정비율 내국인을 받아야 한다는 게 논의의 시초였다.‘일정비율’은 10% 정도에서 시작해 50%까지 올라갔다. 이쯤되면 입학허용 정도가 아니라 아예 교육시장 개방이 아니냐는 반론이 나왔고 시장개방이면 또 어떠냐는 재반론이 나오며 논란은 증폭됐다. 특별법(안)은 일단 시장개방까지는 가지 않는 모양새를 취했다. 외국학교의 본국 과실송금을 전면 금지했다. 그러나 문제의 내국인 학생 입학비율과 국내 학력인정 여부는 대통령령에 위임함으로써 분명한 규제를 보류했다. 정부에 맡기면 한국학생 비율은 30∼50%에 이를 공산이 크다. 또 이들은 국사와 국어만 이수하면 국내학교를 다닌 것과 똑같은 대우로 국내 대학문을 두드릴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이런 학교실험은 성공할 수 있을까? 우선 외국인 학생들에겐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 것 같다. 주한미상공회의소는 한국인이 많이 다니는 외국인학교는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면 내국인들은 벌써부터 줄을 서고 있는 형국이다. 초등생 자녀를 준비시키겠다는 사람부터 원정출산을 그만뒀다는 사례까지 다양하다. 결국 자연스러운 교육개방 효과로 이어질 것이다. 송도신도시의 경우처럼 투자유치는 단 1건에 내국인 아파트분양만 활발하다는 게 경제자유구역이라면 곤란하다. 이번 법률도 ‘기업투자유치’가 아니라 ‘외국교육기관 투자유치’결과를 가져온다면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교육시장을 개방하겠다면 정공법을 택하는 것이 옳았다고 본다. 신연숙 수석논설위원 yshin@seoul.co.kr
  • 고성 청동기유적서 孔球형 석기 첫 출토

    청동기시대 전기 유물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매우 정교하게 가공된 이른바 ‘공구(孔球)형 석기’ 3점과, 청동기시대 전기 문화 요소 중 평양 중심 서북한 지역을 대표하는 것으로 간주된 ‘팽이형·공렬토기 혼합형’토기인 소위 ‘이중구연(二重口緣) 단사선문(短斜線文) 공렬(孔列)토기’가 사상 처음으로 확인됐다. 강원문화재연구소(단장 지현병)는 동해북부선(저진~군사분계선) 철도 연결 구간에 위치한 송현리·사천리 일대를 발굴한 결과 청동기시대 주거지 13기와 성격 미상의 구덩이 유적 13기 등을 확인했다고 22일 밝혔다. 공구형 석기는 5호 주거지에서 2점이 세트로,6호 주거지에서는 1점이 출토됐다. 이들 석기는 검은색이 도는 점판암 석재를 이용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크기는 지름 7㎝ 안팎이다. 겉면은 마치 그라인더로 간 것처럼 대단히 정밀하게 가공돼 있으며 그 중간에는 지름 1.6㎝가량 되는 원형 구멍을 뚫었다.‘이중구연 단사선문 공렬토기’는 10호 주거지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지현병 단장은 “이 유물은 난생 처음이라 그 기능 등에 대해서는 짐작조차 하기 힘들다.”면서 “출토 위치 등을 종합할 때 주거지가 활용되던 청동기시대 전기 유물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개원 한달 노원 어린이 영어교실 ‘문전성시’

    개원 한달 노원 어린이 영어교실 ‘문전성시’

    매주 월∼목요일 오후 3시가 되면 서울 노원구 공릉동 삼육대학교 캠퍼스로 어린이들을 가득 태운 통학용 버스가 속속 들어선다. 이들이 향하는 곳은 캠퍼스 내 옛 우유공장 내부를 새로 고쳐 문을 연 ‘노원 어린이 영어교실(Nowon Children’s English Class)’. 버스에서 내린 어린이들이 노란색 조끼를 입은 대학생 보조교사의 지도 아래 각자 수업을 받는 교실로 질서있게 이동하면서부터 수업은 시작된다. ●선생님들은 모두 내·외국인 대학 강사 지난달부터 노원구(구청장 이기재)와 삼육대(총장 서광수)가 손잡고 초등학교 3∼6학년을 대상으로 영어를 가르치는 ‘…영어교실’이 주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Old MacDonald had a farm,Ee-i-ee-i-o.And on his farm he had a duck,Ee-i-ee-i-o(맥도널드 아저씨네는 농장이 있었어, 이아이아오. 그 농장에는 오리가 있었어, 이아이아오).”┢┪ 지난 11일 오후 3시 20분 직접 둘러본 영어교실에서는 영어 동요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영어교실의 교장선생님 정은주(영미어문학부) 교수는 “주교재를 이용해 단어와 문장을 익히는 수업을 네번 진행한 뒤 하루는 놀이중심의 수업을 실시한다.”고 설명했다. ●놀이 곁들이고 영어만 사용해 큰 효과 현재 수업은 레벨 테스트를 거쳐 학년별, 수준별로 세단계로 나뉘며 한반은 20명씩으로 이뤄진다. 주교재는 옥스퍼드 출판사의 ‘English Time’을, 부교재로는 ‘William Tell’,‘The Gingerbread Man’ 등 어린이용 소설책을 이용하고 있다. 수업은 2개월 과정으로 매일 월∼목요일 50분씩 진행된다. 25분은 외국인 강사들이 직접 강의를 하고, 나머지 25분은 한국인강사가 진행하지만 50분간은 단 한마디도 우리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학급별로 1명씩 대학생 도우미 교사가 들어가 진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어린이들을 돌봐준다. 정 교수는 “두달 동안 많은 것을 가르쳐 줄 수는 없지만 외국인과 외국문화에 대한 거리감을 덜고 영어공부에 대한 동기유발을 할 수 있다는 점이 프로그램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외국인 강사들은 한국 어린이들이 오히려 외국 어린이들보다 버릇없이 굴 때가 많고 감정표현이 강하다는 지적을 받았다.”면서 “영어로 생활질서 지도를 하는 것도 뻬놓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두달 과정 수업료 9만원 교재비까지 포함된 수업료는 두달과정이 18만 5000원이지만 구가 절반을 부담하기 때문에 학생은 9만원만 내면 된다. 기초생활수급자의 자녀 등 형편이 어려운 어린이는 수업료가 전액 면제라는 점도 특징이다. 수업료도 저렴하고 강사진 수준이 높아 벌써부터 학부모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노원구청 함대진 공보팀장은 “다른 구 학부모들이 홈페이지를 통해 참가할 수 없느냐며 문의를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참가 어린이들은 또다른 수업을 들어야하는 부담이 싫지만은 않은 눈치다. 김수빈(12·여·신상계초교6)양은 “영어학원을 다녀보지 않았지만 친구들이 학원보다는 훨씬 재밌다고 한다.”면서 “이제는 외국사람을 만나도 두렵지 않을 것 같다.”며 웃었다.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 [열린세상] 은행 스톡옵션,결국은 국민 부담/이만우 고려대 경영학 교수

    은행 임직원들의 스톡옵션 잔치판이 벌어지고 있다. 공적자금 손실액이 5조원이나 되는 제일은행 임직원들도 스톡옵션과 성과급을 포함하여 360억원의 거금을 챙기게 됐다. 우리나라의 은행 스톡옵션은 김정태 주택은행장이 취임 당시 과도하게 저평가된 주가를 끌어올리겠다는 상징적 의미로 현금급여 대신 선택함으로써 시작됐는데, 금융시장이 안정되면서 주가가 폭등하여 대박을 터뜨리게 됐다. 그후 은행들마다 스톡옵션 잔치에 끼어들었고, 최근에는 공적자금 투입으로 예금보험공사가 7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금융이 대주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외이사 주도로 무리한 스톡옵션을 추진하다가 좌초되고 말았다. 스톡옵션은 경영자가 고수익이 기대되는 투자안을 위험이 높다고 해서 기피하는 성향을 치유하는 데 목적이 있다. 경영진은 자기 돈을 걸지도 않고, 투자실패로 주가가 폭락하더라도 실제로 손실이 생기지도 않기 때문에 스톡옵션을 선호하게 된다. 스톡옵션을 부여받은 경영진은 위험하지만 고수익이 기대되는 프로젝트에 과감히 투자하게 되고, 이는 다양한 주식에 분산투자하여 개별기업의 위험을 어느정도 소화시킬 수 있는 주주들의 이해에도 부합하는 것이다. 따라서 스톡옵션은 연구·개발 투자가 결정적 역할을 하는 벤처기업이나 IT산업에서 전문 경영인의 동기유발에 효과적인 보상 방안인 것이다. 은행업은 위험한 투자에 올인하기보다는 안정성을 추구해야 하는 산업이다. 따라서 은행 임원을 스톡옵션 중심으로 보상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다른 선진국에서도 유례가 없는 일이다. 특히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두고 경영 감시를 해야 하는 감사나 사외이사까지 스톡옵션을 나누어 갖는 것은 그야말로 도덕적 해이의 극치인 것이다. 스톡옵션을 부여받은 경영자는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옵션행사 기간에 주가의 단기부양을 위해 무리한 정책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국민은행장이 주가부양을 위해 자사주 매입 기간에 자신의 스톡옵션을 행사해 이익을 챙겼다는 감사원 지적사항이 공표된 바도 있다. 스톡옵션을 과도하게 사용할 경우 경영성과와 직접 관련 없이 주식시장 대세상승시에 경영진이 부당한 횡재를 얻는 황당한 사태가 생기기도 하고, 주가가 옵션 행사가격보다 크게 떨어질 경우 경영진의 의욕상실로 기업이 더 망가질 수도 있다. 단기 이익을 노리는 헤지펀드는 경영진에게 높은 스톡옵션을 부여하여 경영진 주도로 주가를 띄운 다음 주식처분 이익을 챙겨 떠나려는 유혹에 빠질 수도 있다. 따라서 은행의 스톡옵션 채택에 외국계 헤지펀드가 더욱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경우도 많다. 일반기업의 경우는 실패하더라도 채권단과 주주들의 손실로 마감된다. 그러나 은행이 실패할 경우는 예금자보호법에 의해 정부가 예금을 대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은행의 손실은 정부 그리고 종국적으로는 국민의 부담으로 귀결되는 것이다. 은행이 주가 단기부양을 위해 무리한 전략을 선택할 경우 성공시의 성과는 스톡옵션을 부여받은 임직원들과 주식매매 차익을 즐기는 주주들이 독식한다. 그러나 실패할 경우는 죄 없는 국민의 돈을 공적자금으로 투입해야 하는 불행한 사태가 발생되는 것이다. 따라서 은행의 과도한 스톡옵션 선택을 주주들의 손에만 맡겨 둘 수는 없다. 유행병처럼 번지는 은행 임직원의 스톡옵션에 대해 금융 감독기구와 예금보험공사에서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 특히 부적절한 스톡옵션을 채택하는 경우 건전성 검사를 강화하고 앞으로 차등예금 보험료제도 채택시 가산보험료를 부과해야 할 것이다. 은행 임원에 대한 보수가 너무 낮아서 문제가 된다면 경영성과와 리스크관리 실태를 적절히 평가한 성과급을 채택하는 것이 정석이다. 다른 나라에 유례없는 은행 임원에 대한 과도한 스톡옵션은 조속히 시정돼야 한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 교수
  • 3000년전 청동기유적 발견

    기원전 10세기경에 조성된 것으로 추측되는 주구(周溝·무덤 주변의 도랑) 갖춘 석관묘(石棺墓) 16기가 강원 춘천시 신북읍 천전리에서 발견됐다. 강원도문화재연구소는 8일 춘천 동면∼신북간 도로 공사구간 일대 2만 3000여평 부지를 2년여 동안 발굴조사한 결과 이 지역에 무덤뿐 아니라 주거지 74개동과 경작지까지 갖춘 청동기시대 취락지역이 있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강원도문화재연구소는 ▲이번 발견된 석관묘 가운데 주구 길이가 42.5m인 초대형도 있고 ▲제사의식을 치른 듯한 흔적까지 발견된 데다 ▲발굴지역이 도로공사구간을 따라 좁은 지역에 한정됐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 지역에 상당한 규모의 정치집단이 존재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발굴단 지헌병 책임조사원은 “토기 같은 유물은 없었으나 기원전 10세기경에 조성된 것으로 볼 수 있는 돌 화살촉 등이 발견됐다.”면서 “이 정도 규모는 아마 동북아시아 최초의 것일 것”이라고 말했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13) 변산 태진스님과 정감록 사건(上)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13) 변산 태진스님과 정감록 사건(上)

    기왕 변산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조선 영조 때 태진(太眞) 스님에 관한 이야기를 여기서 빠뜨릴 수가 없다. 그는 남원에서 발생한 불온 벽보 사건에 연루됐었고 그 사건은 조선왕조의 정사(正史) ‘왕조실록’에 비교적 자세히 나온다. 이뿐만 아니라 조선 후기 반역죄인을 취조한 기록을 엮은 ‘추안급국안’이란 책자에도 상세하다. 태진은 반역에 관한 혐의로 엄중한 조사를 받았던 것인데, 이 이야기를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월명암은 월출암의 다른 이름? ‘실록’ 등엔 태진이 부안 변산에 있던 월출암(月出菴)의 승려라고 했다. 그런데 내가 찾아본 부안 지방의 고문헌에는 월출암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 절의 스님이 역모사건에 관련됐던 관계로 폐찰(廢刹)이 되고 만 게 아닐까 짐작되기도 하지만, 꼭 옳은 짐작일지는 모르겠다. 그런 식이었다면 역사상 큰 절치고 문 닫지 않고 배겨날 절이 하나도 없을 것 같다. 달리 생각해 보면, 절의 이름이 잘못 적혔을 가능성도 없지 않고, 또 그런 불미스러운 사건을 계기로 절 이름이 다소 바뀌었을 수도 있겠다. 대역부도 사건 등이 발생한 다음엔 고을의 명칭이 바뀐 사례가 많았다는 역사적 사실이 참조된다. 그런 점에서 일단 혐의를 둘 만한 암자가 하나 있는데 월명암(月明菴)이 바로 그 경우다.‘달이 뜬다.’는 뜻을 가진 월출(月出)이나 ‘달이 밝다.’는 월명(月明)은 서로 통하는 점이 있다. 변산의 제2봉인 쌍선봉(498m) 중턱에 자리한 월명암은 경관이 수려하다. 월명암 뜰에 서면 변산의 수많은 봉우리를 발아래 깔고 있는 듯이 느껴지고, 암자 뒤 낙조대(落照臺)에 올라 서쪽을 바라보면 점점이 늘어선 고군산군도의 뭍섬들이 아름답다. 이 절의 이름이 하필 월명(月明)인 것도 잘 생각해 보면 그 일대에서 목격되는 달 뜨는 정경 또한 기막히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그렇다면 월명암은 월출암의 다른 이름일 가능성이 충분하다. 월명암은 본래 정유재란 때 불타 없어진 것을 호남의 명승(名僧) 진묵대사(震默大師·1562∼1633)가 중건하였다. 그 뒤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 암자에선 허다한 고승들이 배출됐다. 선가(禪家)에선 대둔산 태고암, 백양산 운문암과 함께 도인을 많이 키워낸 3대 성지로 손꼽힌다. 내가 지금 이야기하는 태진 역시 당대의 ‘명승(名僧)’으로 존경받던 스님이었다. 여느 스님들과는 달리 그는 양반가 출신이었는데 참선수행을 했을 뿐만 아니라, 당대 정치현실에 대해서도 예리한 비판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이 화근이 돼 태진은 결국 조정으로부터 엄벌을 받았다. 어쩌면 그가 몸담았던 불교계조차 그를 영구히 추방했을는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그런 일이 정말 있었다 해도 나는 태진을 비난할 마음이 조금도 없다. 오히려 거꾸로 이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태진은 부조리한 18세기 조선의 현실을 변혁시킬 꿈을 꿨다. 그런 점에서 그는 뒷날 같은 목적을 가지고 월명암을 찾았던 강증산, 소태산, 백학명 등 근대 종교계의 큰 별들과 일맥상통했고, 그가 연루됐던 사건은 우리의 주목을 끈다. ●영조가 직접 심문 나선 ‘괘서’ 사건 때는 영조9년(1733) 음력 7월 말이었다. 한여름 불볕더위가 조금씩 수그러들고 아침저녁으론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와 구중궁궐에 계신 영조임금부터 강원도 두메산골 김첨지네 복슬강아지에 이르기까지 다들 살맛을 되찾아 가고 있던 차에 불길한 사건이 터졌다. 그것도 서울에서 700리나 떨어진 전라도 남원에 괴문서 한 장이 나붙은 거였다. 먼 시골 도시 성벽에 밤새 어떤 사람이 종이 한 장을 붙였기로 그게 무슨 큰 야단이라고들 호들갑인가, 현대를 사는 우리로선 납득이 잘 안 되는 일이다. 하지만 ‘괘서’(요즘말로는 벽보) 사건은 조정을 발칵 뒤집어놓는다. 문제의 벽보는 우선 그 내용이 ‘매우 흉악했다.’ 지엄하신 상감마마와 동궁을 저주할 뿐만 아니라 이제 세상이 곧 뒤집어진다는 믿기 어려운 소리가 가득했다. 역모의 혐의가 명백하게 느껴지는 ‘불충한’ 글이었다. 더구나 이 괘서의 상당부분은 이미 4년 전에 진압된 ‘무신란(戊申亂·경종의 독살설을 주장하며 소론과 남인들이 일으킨 반란)’의 주동세력이 각지에 퍼뜨린 소문이나 선동적인 구호와 일치했다. 영조로선 두 번 다시 생각하기도 끔찍한 ‘무신 잔당’의 부활을 입증하는 증거로 의심해볼 만했다. 영조는 몹시 긴장했으며, 그를 보좌해 국정을 이끌던 조정대신들 역시 마음이 불편하긴 마찬가지였다. 시급히 사건의 전모를 파악하기 위해 역모사건을 전담하는 의금부며, 사건발생지역의 수장인 전라감사, 그리고 조정에서 현지로 파견된 관리인 남원부사 등이 열흘 이상 이 사건에만 매달리다시피 했다. 피의자에 대한 고문과 취조가 날마다 계속되었고 그동안 영조는 몸소 수사를 진두지휘하다시피 했으며, 직접 신문에 나서기도 했다. 일반에는 문예부흥기로 알려져 있지만 영조와 정조 때는 실상 이런 역모 사건들이 그 어느 때보다 빈번하게 발생해 조정을 긴장으로 몰아넣었다. ●월출암 승려 태진이 소장했던 ‘남사고 비결’ 이 사건의 발단이 된 예언서는 ‘남사고 비결(南師古秘訣)’이었다. 태진이 가지고 있었던 그 책은 갑자년을 기점으로 해마다 일어날 사건들이 예언돼 있었다. 그것은 일종의 편년체 예언서였다. 이 책엔 역모사건으로 정국이 뒤숭숭했던 무신년에 대해서 “또한 좋지 않다.”든가 “피가 흘러 내를 이루고 길이 막히며 민호에 연기가 끊긴다.”는 예언이 적혀 있었다. 실제 영조4년(1728) 무신년엔 하3도(충청, 전라, 경상)에서 반역사건이 있었으나 곧 진압됐었다. 그러므로 ‘남사고’의 예언은 그런대로 잘 들어맞은 셈이었다. 현재 남아 있는 ‘남사고’도 역시 편년체로 돼 있다. 그러나 예언서의 시작은 갑자년이 아니라 경인년으로 돼 있어 태진이 소장했던 ‘남사고’와는 분명히 다르다. 위에서 예로 든 무신년에 대해서도 “제갈량(諸葛亮)이 이미 죽었으니 어떤 성 한쪽에 금성(錦城)이 피폐하구나. 경시(更始)는 자리를 긁고 범증(范增)은 등창이 나는구나.”라고 했다. 자구상 표현은 전혀 다르지만 그 해의 운이 무척 나쁘다고 본 점에선 우연히 일치한다. 그밖에도 태진이 소장한 ‘남사고’엔 백저 안답(白猪按答), 봉목 장군(蜂目將軍), 승입병도(僧入丙都), 노색연절(路塞煙絶), 만가여일(萬家如一) 등의 표현이 들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글귀는 현재의 ‘남사고’엔 전혀 없다. 책의 이름은 예나 지금이나 동일하지만 그 내용은 똑같지 않은 줄을 미루어 짐작하겠다. 평소 태진이 소지했던 ‘남사고’에는 무신년 이후로도 여러 해 동안 나쁜 일이 계속 일어날 것이라고 예언돼 있었다. 오늘날 남아 있는 ‘남사고’도 역시 그런 내용이다. 예컨대, 무신년으로부터 4∼5년이 지나면 “세상일이 이미 끝이로다.”라고 했다. 그 참상은 “백 가호에 소가 한 마리요, 열 계집에 한 남편이로다.”라는 구절에 가장 잘 압축돼 있다. 요컨대, 세상은 최후를 맞이하고야 만다는 것인데, 햇수를 따져보면 영조9년이 바로 그 말세운이었다. 영조를 비롯한 조정 대신들로선 이런 ‘남사고’의 예언을 그저 웃으며 지나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조정의 금지명령을 비웃기라도 하듯 ‘남사고’를 비롯한 ‘정감록’의 대중적 인기는 갈수록 높아져 조정은 속수무책일 뿐이었다. 태진이 ‘남사고’를 손에 넣게 된 것은 우연한 일이었다고 한다. 그는 전국의 명산을 두루 유람했는데, 충남 보령의 오서산(烏棲山·791m)에 들른 적도 있었다. 거기서 그는 도승(道僧) 자명(自明)을 만났다고 했다. 태진은 그것이 기유년(1729)의 일이라고 회상했는데 그 기억이 정확한지는 확인할 수 없다. 어쨌거나 태진은 오서산에 이틀 동안 머물렀고 그 때 자명이 가진 ‘남사고’를 처음으로 구경했단다. 태진이 이 책에 큰 관심을 보이자 자명은 필사해 주었다. 태진은 평소 세상사에 관심이 많은 편이어서 어딜 가나 늘 ‘남사고’를 휴대했다. ‘남사고’의 예언은 현실로 입증되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것이 태진의 변함없는 믿음이었다. 어서 빨리 세상이 바뀌어 현세가 미륵세상으로 바뀌기를 그는 열렬히 바랐다. 그래서 그는 세상의 변화를 알리는 예언서를 무척 좋아했다. 더욱이 변산은 한국 미륵신앙의 출발점이었고, 태진은 그런 사상적 전통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그는 자기가 믿을 만하다고 판단한 사람들에게 ‘남사고’의 내용을 들려주었고, 그 예언을 시세에 맞게 적절히 풀이해주는 것을 직업으로 삼다시피 했다. 그러다 보니 태진의 주위에는 ‘남사고’를 베껴 나눠 갖는 사람들이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태진, 남원 양반 최봉희를 사귀다 태진은 기회가 되는 대로 속세의 여러 사람들과 사귀었다. 때론 산사를 찾아온 양반들과도 자연스레 친교를 맺었다. 그는 그런 사정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기유년(1729) 10월, 전북 진안의 팔공암(八公菴)에 있을 때야. 그 암자가 경치 좋고 한가한 곳이란 소문이 있어 찾았던 게지. 내가 그곳에 도착한 지 얼마 안 됐을 때였지. 젊잖아 뵈는 세 양반이 그 절간엘 들렀어. 무슨 약초를 캐러 왔던 모양 같아. 한 분은 이름을 최봉희라 했는데 남원서 온 가난한 양반이었고, 또 한 분은 윤징상이라고 했지 아마. 그리고 또 정원덕이라는 분이었을 거야. 이 양반들은 서로 친구사이였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팔공암의 노스님을 모신 승방에 들어와 여러 가지 이야기를 참 진지하게도 나누었지. 부처님의 법이 공자의 가르침과 과연 다른 것인가, 사람이 죽으면 무엇이 되는가, 부모에게 효를 다한다는 것은 결국 어떻게 한다는 것인가, 등등 얼핏 철학적으로 들리지만 실은 매우 현실적인 주제를 폭넓게 다루었어. 승방 한담이란 게 흔히 그러하듯 한참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화제가 자연 정치 문제에 미쳤지. 무신년(영조4년 1728)에 있었던 난리에 대해 또 한참을 이야기하게 됐어.‘그때 참 억울하게 죽은 사람이 많다.’는 게 중론이었어. 난 빙그레 웃기만 하고 별 말을 안 했지. 그래도 영 암말 안 하고 가만히 앉아 있기는 좀이 쑤셔, 내가 소장하고 있던 ‘남사고’에 관해 몇 마디만 들려주었어. 그 이튿날 세 양반 중에 나이가 가장 많은 분이 글쎄 날더러 ‘남사고’를 보여 달라는 거야. 암자에 계시던 노스님도 한 번 보여주라고 자꾸 권하셔서 나중엔 바랑에서 그 책자를 꺼냈어. 다들 눈이 휘둥그레지더군. 이 왕조의 끝날이 다가오고 있음을 눈치 챘던 모양이야.” 그날 오전 최봉희가 일행을 대표해 태진에게 이렇게 물었다.“선사(禪師)께선 양반 자제로 불가(佛家)에 입문하셨고 덕이 높아 평소 많은 불자들이 대사(大師)라 부른다 들었습니다. 옛날 강원도에 머무실 때는 여러 지방관들이 선사께 서찰(書札)을 보내 시문(詩文)을 구하느라 야단법석이었다고도 하더군요. 시사(時事)가 장차 어찌 될지 궁금하기 짝이 없습니다.‘남사고’의 예언을 가지고 계신단 말씀을 잠깐 들었습니다만, 저희는 시골의 무식한 선비라 아직 그런 책을 한 번 읽어보지도 못했습니다. 혹시 선사께서 아시는 대로 설명을 좀 해 주실 수가 없으실지 모르겠습니다.” 극진한 예의를 갖춰 간청해 마지않는 세 양반들의 겸손한 태도에 태진은 거의 감격했다. 그는 평소 가슴에 조용히 담아둔 몇 마디 말을 꺼냈다.“이런 말세(末世)를 당해서 백성이 보존될 수 있는 곳은 산림(山林)뿐인데, 선비님들께선 야지(野地)를 버리고 산협으로 들어오셨으니 진실로 살 길을 얻으셨습니다.” 이 말을 듣고 윤징상이 ‘백성이 보존될 수 있는 곳이란 산림이다.’라는 말씀은 어느 책에 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그러자 태진은 마치 그 말이 있기를 기다렸단 듯 ‘남사고’에 그런 말이 나온다며 한참 동안 설명했다. 태진의 말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인 양반은 최봉희였다. 최는 가문은 매우 훌륭했으나 이미 가세가 기울 대로 기울어 가엾은 시골의 한사(寒士)에 불과한 처지였다. 서글픔 속에서 끼니 걱정을 하고 지내는 최봉희인지라 세상에 대해 유난히 불평불만이 많아 보였다. 마침내 최는 젊은 정원덕의 도움을 받아 ‘남사고’ 한 벌을 베낄 수 있었다. ●김원팔, 최봉희의 ‘남사고’를 베끼다 남원으로 돌아온 최봉희는 가까운 친구들에게 ‘남사고’ 자랑을 한껏 늘어놓았다. 김원팔과 김원하 형제, 김태기, 김중기 등 7명이 필묵계(筆墨契)를 맺어 서로 절친하게 지냈는데, 김원팔 등은 최봉희의 이야기를 듣자 ‘남사고’를 구경하지 못해 안달이었다. 그들은 ‘남사고’를 ‘무신년 난서(亂書)’라고도 불렀다. 무신란에 대한 예언이 기막히게 잘 들어맞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여러 계원들 중에서도 최봉희와 특히 친했던 사람은 김원팔 형제였다. 원팔의 아우 김원하는 마침 논밭이 최의 집 근처라 매일 같이 만나는 형편이었고, 김원팔은 당시 전주(全州)에 살고 있어 평소 여행을 좋아하는 최봉희의 입장에선 우정을 핑계대어 출입이 잦은 편이었다. 최는 사방을 돌아다니며 수상쩍은 소문을 수집해다 친구들에게 퍼뜨렸다. 김원팔은 그 점을 예를 들어가며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해(영조8년) 10월 최봉하가 내 아우 김원하(金元河)를 찾아가서 중국 서쪽의 양만족들이 전쟁을 일으켜 청나라 측이 조선에 청병(請兵)했다고 말했고, 물가가 급등한다는 등 쉽게 믿을 수 없는 말을 많이 했다. 심지어는 북부 지방에선 소가 기린(麒麟)을 낳았으므로 이제 성인(聖人)이 나올 차례라고도 했다. 하여간 남원 제일의 소식통은 최봉희다.” 남원의 선비들 가운데는 최봉희를 통해 세상사를 알아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가 들려주는 황당한 이야기에 왠지 가장 솔깃해하는 사람은 김원팔과 그 아버지 김영건이었다. 원팔은 최봉희를 줄기차게 졸라 가지고 ‘남사고’를 모두 필사했다. 그런데 그 당시엔 좀 신기하다 싶은 남의 글이나 책자를 베끼는 일은 보통이었다. 아들로부터 책을 전해 받은 김영건은 한문을 제대로 읽을 만한 실력이 없어 그 책을 그저 무신란의 실상을 묘사한 것으로 짐작하는 정도였다. 김원팔이 아버지에게 바친 책자엔 ‘남사고’ 외에도 ‘요람(要覽)’이란 예언서가 포함돼 있었다.‘요람’의 주인 역시 최봉희였는데, 김원팔은 양반의 서얼인 이서방(李書房)에게 위촉해 책의 대부분을 필사하게 했다. 그러나 그 책의 마지막 대목만은 원팔이 자필로 베꼈다. 이쯤에서 나는 한 가지 중요한 문제에 봉착한다. 김원팔 부자는 태진 등이 소장했던 예언서를 구해다 도대체 무엇에 이용할 생각이었을까? 그들은 과연 역모를 계획하고 있었던 걸까? 또는 누군가를 궁지에 몰아넣기 위해 예언서를 필요로 한 것일까? 태진 사건과 관련해 여러 가지 의문이 고개를 드는데 자세한 것은 다음호를 기약한다. (푸른역사연구소 소장)
  • [열린세상] ‘작지만 당당하게 강한 나라’의 역설/김진석 인하대 철학 교수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일본의 역사왜곡과 독도 영유권주장은 매우 유치하고 불쾌한 사건이지만, 졸지에 우리를 동아시아의 현실 속으로 홱 던져놓았다. 이 와중에서 평화를 강조하는 말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한번 근본적인 고민을 해보자. 국가들은 지속적으로 평화를 실현할 수 있을까? 되도록이면 그 방향으로 가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되도록이면 평화적인 방향으로 가자.’는 말은 도대체 무슨 뜻인가? 평화는 그 자체로 신성한 목적일까?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문화라고 일컫는 상태는 실제로는 다양한 종류의 갈등과 분쟁의 연속이다.‘문명충돌론’은 다양한 문화관계를 단순화하니 피하도록 하자. 그러나 문화가 세련될수록 폭력적 차이와 차별이 깨끗하게 없어지기는커녕 심화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은 아픈 역설이다. 교육‘전쟁’도 단순히 탐욕스러운 인간들의 학벌과시 때문에 생긴다고만 보기는 어렵다. 근본적으로는 과거처럼 초월적 권위나 전쟁을 통해 진정되거나 해결될 수 없는 사회적 갈등과 차이들이 오히려 문화 안으로 깊이 내면화되고 더구나 정신적으로 심화되면서 생기는 역사적 현상일 것이다. 또 사회구성원들에게 점점 더 높은 수준의 복지를 제공해야 하는 복지국가는 크고 작은 무역‘전쟁’에 내맡겨진다. 여기서 절대적으로 공격성을 피할 수 있을까? 국가 관계를 그저 힘을 통한 억지력이나 공포의 균형 같은 방식으로만 이해하는 것은 구시대적 냉전 모델이었다. 그러나 거꾸로 무조건적인 평화를 절대목표로 삼으면서 마치 갈등과 분쟁이 전혀 일어나면 안 되는 것처럼 이해하는 것도 강박적 근본주의일 듯하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이 두 극단 쪽으로 치닫는다. 사실 이 두 극단은 서로 대립하지만 어떤 점에서는 서로 끈끈한 동반자다. 어디서나 그렇지만 두 극단 사이에서 균형 잡는 일은 힘들어진다. 탈현대 시대에 들어와 과도한 민족주의를 경계하는 이론이 생긴 데에는 물론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민족주의가 배타적 혹은 제국주의적 경향을 띠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서다. 이 와중에서 사람들은 조심스럽게 ‘저항적’ 민족주의를 바람직한 모델로 삼았다. 거기엔 지킬 만큼 지키면서도 팽창은 절제하는 미덕이 있었다. 그러나 근래에 정당한 민족주의조차 ‘마약’이나 ‘아편’으로 폄하하는 관념적 탈민족주의 경향이 심한 상황에서 의문이 떠오른다. 단순히 평화나 저항으로 자족하면서 어떤 ‘공격적’ 태도도 무조건 두려워해야 할까? 침략에는 결연히 반대하되, 저항과 공격이 깨끗이 분리된 것이 아님을 솔직하게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이 경우 절대적으로 평화적 혹은 저항적 민족주의에 그쳐야 한다는 말은 소심함이거나 위장된 강박이 아닐까. 실제로 현재 한국이 국제적 혹은 세계적으로 자부심을 갖는 영역은, 바둑에서 정보산업에 이르기까지, 많건 적건, 그리고 좋건 나쁘건, 공격적 태도나 경영에 기반하고 있지 않은가. 현재 한·중·일의 민족주의는 모두 상승곡선을 그린다. 긍정적이면서도 위험한 국면이다. 일본의 팽창주의야 벌써 오래된 것이지만, 중국은 19세기 이후 오랜만에 다시, 그리고 한국은 어쩌면 유사 이래 처음으로 ‘대한민국’의 자부심을 인식하고 있다. 그렇다, 건국 이래 처음일 것이다. 사실 한국사회가 사회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는 큰 동력도 이 자부심에서 왔다. 이제까지 ‘민족주의’를 둘러싸고 갈라졌던 좌파와 우파들도 갑자기 밀려온 이 당당한 ‘대한민국주의’ 앞에서는 무력했다. 그러나 이 자부심은 우리를 즐겁게 하는 동시에, 엄청난 긴장과 도전을 가져온다. 왜냐하면 이제 미·중·일에 대해 단순히 소극적 저항을 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듯하기 때문이다. 건강한 역동성을 유지하려면 기꺼이 미·중·일 모두에 한 번 맞장 떠보자고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혹은 최소한 이들 나라 사이에서 더 이상 쫀쫀하게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균형을 잡아야 하는데, 이 균형잡기야말로 힘이 없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미국보다도 미국박사를 많이 따오고 엄청나게 조기유학을 가는 한심한 나라에서 그런 당당함도 없다면, 사회에 자긍심을 가질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진석 인하대 철학 교수
  • 서울학생 하루 34명꼴 유학길

    서울학생 하루 34명꼴 유학길

    조기 유학생이 해마다 증가해 하루 34명꼴로 한국을 떠난 것으로 조사됐다. 29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 시내에서 조기 유학을 간 초·중·고교생이 매년 늘어나 2004학년도에는 사상 최대치인 1만 2317명이 유학길에 올랐다. 순수유학, 해외이주와 파견동행의 이유로 외국의 교육기관, 연수기관 등에서 6개월 이상 공부한 학생은 2001학년도 1만 1001명,2002학년도 1만 1341명,2003학년도 1만 1546명으로 꾸준히 증가해 왔다. 고등학생의 경우 2001학년도 1948명 이후 계속 증가해 2004학년도에는 2122명이 조기유학을 선택했다. 중학생 역시 2001학년도 3322명에서 점차 증가,2004학년도에는 3810명이 조기유학을 떠났다. 초등학생도 2001학년도 5731명에서 2003학년도 6475명까지 늘었다가 지난해에는 6385명으로 약간 감소했다. 하지만 부모의 파견 근무동행이나 이민 등의 이유가 아닌 순수유학은 2003학년도 1558명에서 38.6% 증가한 2160명으로 크게 늘었다. 초등생뿐만 아니라 순수 유학자 수도 전반적으로 증가,2003학년도에는 조기 유학생의 38.3%였지만 2004학년도에는 48.1%로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 서울 D중학교의 한 교사는 “우리 학교의 경우 매년 한 반에 3∼4명 정도 조기 유학을 떠난다.”면서 “사교육에 의존하는 교육에서 벗어나 좋은 환경에서 공부시키고 싶어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라고 전했다. 이 교사는 “유학비가 사교육비보다는 조금 더 들지만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유학에 관심이 많다.”면서 “조기 유학생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학을 떠나는 국가는 미국 4818명, 캐나다 1818명 등 영어권 국가가 여전히 가장 많았다. 여기에 중국이 지난해 1449명에서 1765명으로 증가, 주요 조기유학 지역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중국 전문 B유학원 관계자는 “중국어가 중요해지면서 중국 조기 유학 상담이 급증하고 있다.”면서 “중국에서 영어를 쓰는 학교로 진학하거나 그곳에서 영어 과외를 받으면서 중국어와 영어를 동시에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초등학생의 경우 2003학년도에는 805명이었던 2년 미만 단기 유학생이 2004학년도에는 930명으로 늘어난 반면,2년 이상 장기 유학생은 293명에서 186명으로 줄었다. 강남의 K유학원 관계자는 “학생들의 부적응 문제로 일찍 돌아오거나 처음부터 단기로 계획을 잡고 유학길에 오르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학부모들이 가장 선호하는 미국의 경우 초등학생에게는 유학 비자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면서 “이 때문에 관광비자로 1년간 공부하고 오는 경우가 많은 것도 단기 유학이 증가한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서울광장] ‘해외 과소비’ 해법은 있지만/육철수 논설위원

    [서울광장] ‘해외 과소비’ 해법은 있지만/육철수 논설위원

    골프를 못 하지만 그게 부자들만의 스포츠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그러나 국내에 좋은 골프장 다 놔두고 외국으로 골프 치러 가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는데, 해외 골프를 이따금 즐기는 L씨의 얘기를 듣고는 생각이 흔들린다. 제주도의 경우,2박3일간 골프여행을 다녀오면 그린피·항공료·호텔비 등을 합쳐 100만원쯤 든다고 한다. 그러나 중국 칭다오(靑島)에 가면 50만원이면 충분하다. 그것도 별 다섯개짜리 호텔에 묵고 풍광이 빼어난 골프장에서. 태국이나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에 골프여행을 가도 70만∼80만원이면 넉넉하단다. 국내에서는 허구한 날 골프 치면 욕얻어 먹기 일쑤고, 골프장의 서비스도 형편없다고 털어놓는다.L씨의 불평을 들어보니 외국으로 여행하고, 골프 치러 가는 것은 그래서 나름대로 합리적인 계산의 결과라는 결론이 나온다. 우리나라 관광객들이 이런 식으로 지난해 외국 골프장에서 뿌린 돈은 자그마치 3억 5000만달러(3500억원)였다. 해외 골프를 포함해서 유학·연수, 관광, 신용카드 사용액 등 해외소비지출은 사상 처음으로 11조원을 넘었다고 한다. 달러화로 환산하면 110억달러다. 지난해 우리나라 무역수지 흑자(297억달러)의 3분의1이 넘는다. 제조업체들이 피땀흘려 상품을 팔아 벌어들인 외화를 해외소비 부문이 크게 잠식한 꼴이다. 이러니 수출로 먹고살다시피하는 우리나라에서 서비스수지는 만년 적자다. 해외소비는 국민의 절제만으로도 수십억달러를 아낄 수 있는 돈이어서 너무 아깝다. 서비스수지에는 외국에 주는 각종 기술사용료(로열티)도 만만찮은데, 여행비·교육비로 이렇게 많은 돈을 외국에서 써댄다면 이제는 무슨 특단의 대책이라도 세워야 할 판이다. 그 돈을 나라 안에서 쓰게 하면 무역수지에도 도움이 되고, 내수도 크게 나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라.11조원이 얼마나 큰 돈인가. 이 돈이 국내에서 쓰인다면 경제성장률을 1%포인트 이상 올릴 수 있다.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큰 서비스산업에 투자되면 새 일자리 20만개를 만들 수 있고, 제조업에 투입되면 5만∼6만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다고 한다. 해외여행과 유학, 해외 과소비를 언제까지나 지탄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애국심에만 호소하는 시대는 지났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경쟁력 있고 서비스 좋으며, 저렴한 곳으로 소비자들이 몰려가는 것은 당연하다. 해외소비를 국내로 돌리려면 외국에 버금가거나 더 좋은 관광레저시설을 갖추고 교육환경을 만들면 된다. 국내에서도 싼 값으로 여행하고 골프를 즐길 수 있게 해주면 되는 것이고, 해외 조기유학을 줄이도록 외국의 유수 교육기관을 유치하고, 국내 대학의 석·박사 학위가 외국 것처럼 권위를 인정받도록 수준을 높이면 된다. 아주 간단하다. 문제는 그걸 몰라서 지금까지 미적거린 게 아니다. 골프장을 더 짓자면 규제완화와 환경파괴 등에 직면할 테고, 외국학교의 유치로 빈부 양극화가 더 심화되는 등 걸림돌이 많을 것이다. 바로 이런 문제들에 대해 가슴을 툭 터놓고 논의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때가 이제는 됐다고 본다. 그런 합의를 바탕으로 해외소비를 국내소비로 돌릴 수 있는,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만들어 보자는 얘기다. 빈부 양극화가 문제라면 새로 건설하는 관광시설에 저소득층을 우선 취업시키면 될 것이고, 외국학교의 경우 국비장학금과 기부금 등을 통해 형편이 어려운 가정의 우수 자녀들에게 일정부분 개방하는 방법으로 위화감을 희석시키면 되지 않겠나 싶기도 하다. 골프장도 잘 지어 놓으면 오히려 좋은 경관과 함께 환경도 지킬 수 있다. 경제적 약자와 목소리 큰 시민단체 등의 양보만 있다면 해외소비를 국내로 돌리는 게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닐 것이다. ycs@seoul.co.kr
  • 남한 最古 신석기유적은 고성 문암리 유적

    강원도 고성군 문암리 유적이 지금까지 남한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신석기 유적으로 알려진 인근 양양 오산리 유적보다 시대가 앞선다는 견해가 나왔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최근 이 유적에 대한 발굴조사 성과를 종합정리한 보고서를 발간하고, 문암리 유적 최하층에서 확인된 유적과 유물이 인근 양양 오산리 유적(BC 6000∼BC 3000)보다 앞선 시기에 속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24일 말했다. 문암리 유적은 동해안에서 내륙 쪽으로 약 400m 들어간 모래 언덕에 형성된 것으로 1998∼1999년,2002년 등 3차에 걸쳐 문화재연구소가 발굴을 실시했다.15기에 이르는 유구(遺構)가 확인됐으며, 토기와 석기를 중심으로 약 800점에 이르는 각종 유물이 출토됐는데, 그중 무문양(無文樣) 토기는 오산리 유적에서 출토된 융기문(隆起文) 토기(점토띠 문양 또는 콩알 무늬를 부착한 토기)보다 1000~2000년 앞선 시기에 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을 끈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토종웰빙을 찾아서] 마산 고현 미더덕

    [토종웰빙을 찾아서] 마산 고현 미더덕

    봄철이면 너나없이 입맛이 떨어진다. 주부들이 정성을 다해 밥상을 차려보지만 가족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잃어버린 입맛을 되찾을 때는 미더덕 요리가 제격이다. 미더덕은 바다에서 나는 더덕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 입안에 번지는 향이 독특하고,‘오도독’하고 씹히는 맛이 일품인 ‘웰빙 먹을거리’다. 한국수산물 성분표(1995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미더덕에는 성장기 어린이에게 좋은 필수아미노산 함량이 32%나 되며, 이중에는 타우린·글루타민산·글리산 등과 같이 원기회복에도 좋고, 입맛이 돌아오게 하는 유리아미노산이 50%나 차지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등푸른 생선에 많은 EPA와 DHA와 같은 고도 불포화 지방산 함량이 상당히 높아 청소년의 두뇌발달 및 학습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모든 성인병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동맥경화와 고혈압 및 혈전 예방효과가 뛰어난 식품이다. ●성장기 어린이의 보약 미더덕과 사촌쯤 되는 오만둥이도 성인병 예방에 효과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흰 멍게라고도 하며, 산란 및 부착시기가 미더덕과 비슷하다. 오만둥이의 몸은 원형에 가깝고 때로는 불규칙한 모양을 하며 외형의 물질이 붙어있는 형태를 띠고 있다. 겉껍질은 회황색에서 연한 등황색을 띠며 가죽 모양으로 두께는 2∼8㎜ 정도다. 표면에는 불규칙한 홈이나 주름이 있고 속은 흰색으로 미더덕보다는 단단하고, 씹히는 맛이 좋아 젊은이들이 더 선호한다. 육질의 주 성분은 단백질 5.3%, 지방 함량은 2.0%로 적은 편이다. 동맥경화 및 혈전병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타우린과 혈중 콜레스테롤을 개선시키는 DHA와 EPA가 들어있어 성인병 예방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더덕은 껍질을 까서 먹지만 오만둥이는 껍질째 먹는다. 외형적으로 배에 꼬리가 달려 있으면 미더덕이고, 꼬리부분이 없는 것이 오만둥이다. 둘다 회로 먹거나 찜으로 쪄 먹어도 좋지만 된장찌개의 부재료로 첨가해도 좋다. 미더덕은 우리나라와 극동아시아에만 분포하는 해양동물이다. 우리나라에는 진해만을 중심으로 남해안에 주로 서식하고 있으며, 특히 경남 마산의 특산물이다. 마산시 진동면 고현마을에서 생산되는 미더덕은 전국 생산량의 70%를 차지할 정도다. 채취 시기는 수온이 9∼15℃로 유지되는 3∼4월. 이때쯤이면 길이 65㎜ 내외로 통통하게 살이 올라 가장 맛있다. ●입안에 퍼지는 바다냄새 미더덕을 즐겨 먹는 안원준(53·마산시)씨는 “미더덕을 깨물어 터뜨리면 입안 가득 진한 바다냄새가 밴다.”고 말한다. 안씨는 3∼4월 채취 시기에 1년치를 구입한다. 껍질 깐 미더덕 20㎏을 구입, 한번 먹을 만큼씩 나눠 랩에 싸서 냉동보관하면 두고두고 먹을 수 있다는 것. 싱싱할 때는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소주 안주로 그만이라고 자랑한다. ●노화를 방지하고 항암효과도 뛰어나 최근에는 미더덕과 오만둥이에서 활성산소를 없애는 항산화물질이 다량 함유돼 있다는 사실이 경남대 경남지역문제연구원 이승철(식품생명공학부) 교수팀에 의해 밝혀졌다. 이 교수팀이 경남 마산시의 의뢰로 미더덕의 장기보관 포장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하다 뜻밖의 결과를 얻은 것이다. 또 대장암 세포로 실험한 결과 오만둥이는 항암효과도 뛰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활성산소는 세포와 DNA를 공격, 각종 독성물질을 생성시켜 만성질환과 노화를 촉진시키는 주범으로 알려져 있다. 이 교수는 “인위적으로 활성산소를 주입해 실험한 결과, 미더덕이 이를 제거하는 능력이 뛰어나 항산화물질을 다량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미더덕이 어떤 항산화물질을 어느 정도 함유하고 있는지, 마늘이나 녹차 등 다른 식품에 비해 함유 정도가 얼마나 되는지는 연구를 계속해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마산 이정규기자 jeong@seoul.co.kr ■ 1개월 장기유통 가능해져 미더덕은 재래시장에서 자연식품 형태로 판매되고 있어 유통기한이 3일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1개월 이상 장기유통이 가능하게 됐다. 마산시가 주산지인 진동면 고현마을을 정보화마을로 지정하고, 사업비 4억원으로 전자상거래용 포장기술을 개발했다. 진공포장 후 110℃에서 15분간 가열하거나 동결건조한 뒤 분말포장하면 맛과 향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1개월 이상 장기 유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마산시와 미더덕 영어조합법인 등은 1차 가공하거나 분말상태로 상품화하기로 하고 특허를 출원, 머지않아 서울 등지에서도 손쉽게 구입할 수 있을 것이다.
  • 우울증에… 빚고민에…자살 도미노

    ●부산 강서 부구청장 음독 부산시 강서구 최성실(60·3급) 부구청장이 음독 자살했다. 2일 오전 10시30분쯤 부산 강서구 송정동 자신의 집에서 농약을 마시고 신음하고 있는 것을 운전기사 최모(40)씨가 발견, 병원에 옮겼으나 숨졌다. 운전기사 최씨는 경찰에서 “오늘 새벽 부구청장을 모시러 갔으나 ‘병가 처리해 달라.’고 말해 구청으로 돌아왔다가 오전 10시쯤 안부전화를 해보니 부구청장의 어머니(82)가 ‘부구청장의 상태가 위독하다.’고 말해 달려갔더니 방안에서 의식을 잃고 신음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최 부구청장의 시신 검안 결과 음독흔적과 ‘우울증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된 점 등으로 미뤄 우울증을 앓고 있던 최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20대女 ‘이은주 모방’ 목매 지난 1일 오전 11시 30분쯤 서울 관악구 신림동 다세대주택 1층에서 김모(29·여)씨가 자신의 방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김씨를 발견한 친구 한모(37·여)씨는 “5일 동안 김씨와 연락이 끊겨 집으로 찾아갔다 숨진 김씨를 보게 됐다.”라고 진술했다. 김씨는 최근 한씨에게 전화를 걸어 “이은주가 죽는 것을 보니 나도 빚에서 해방될 방법을 찾았다.”고 털어놨던 것으로 밝혀졌다.10년 전 가출해서 줄곧 혼자 살던 김씨는 3년 전 은행 대출을 받아 인천에 집을 마련했다. 이후 대출금을 갚지 못해 집이 경매로 넘어가고 최근까지 1억여원에 이르는 빚을 갚지 못해 고민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50대 ‘기러기 아빠’ 신병 비관 부인과 자녀들을 외국에 보내고 혼자 생활해 오던 ‘기러기 아빠’가 부인이 잠시 다니러 온 사이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1일 오후 4시 10분쯤 서울 송파구 방이동 아파트 정모(50·무역업)씨 집에서 정씨가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부인 강모(42)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강씨는 경찰에서 “남동생 부부와 함께 등산을 갔다 남편이 ‘몸이 좋지 않아 들어가야겠다.’고 먼저 돌아갔다.”면서 “문이 잠겨 있고 전화도 받지 않기에 비상열쇠를 갖고 있는 시동생을 급히 불러 집안에 들어갔더니 남편이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강씨는 캐나다에서 조기유학 중인 아들과 딸을 뒷바라지하다 일시귀국한 상태로 정씨는 4년 전부터 혼자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클릭 이런업종에 도전] ①배달전문 레스토랑 ‘조이스’

    [클릭 이런업종에 도전] ①배달전문 레스토랑 ‘조이스’

    숯불가마 삼겹살 전문점 ‘돈드림’ 박창규(53)사장에게 불황은 남의 얘기다.‘죽은’ 점포를 살리는 리모델링 전문 프랜차이즈 사업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가맹점 모집에 나선 이후 벌써 20여개를 열었다.20년 넘게 고기유통을 해오던 그는 최근 2,3년간 음식점들이 장사가 잘되지 않자 리모델링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다. 참숯불가마를 개발, 각 가맹점에 설치해 준 것이다. 시장에 눈길을 끄는 ‘뉴비즈니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들 신사업을 눈여겨보면 창업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첫 사례로 배달전문 패밀리 레스토랑 ‘조이스’를 소개한다. 그동안 치킨, 피자, 자장면 등 일부 업종에 국한됐던 배달전문업이 이제는 한식, 일식, 양식 등 외식업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틈새를 노리고 다양한 배달전문 업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추세에 따라 가장 최근에 나타난 것이 배달전문 패밀리 레스토랑이다. 스테이크, 갈비, 케밥, 훈제바비큐, 돼지안심 프라이드 등 대형 패밀리 레스토랑에서나 맛볼 수 있는 요리를 각 가정이나 사무실로 직접 배달해 주는 사업이다. 핫백에 진공 포장하여 따뜻한 상태로 제공되는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업체인 조이스(www.ijoys.com)는 100여 가지 메뉴를 10분 이내에 조리가 가능한 주방시스템을 도입, 배달업종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모든 원부재료를 본사에서 반가공 상태로 각 가맹점에 공급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따라서 초보자도 닷새 정도의 조리 교육을 받으면 곧바로 시작할 수 있다. 메뉴는 주 고객층인 어린이의 입맛에 맞춰져 있다. 달콤하면서도 부드럽고 담백한 것이 특징이다. 패밀리 레스토랑에 견줘 맛에서는 뒤지지 않으면서도 가격이 40∼50% 정도 저렴하다. 기본 메뉴 외에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단체 급식용 세트메뉴도 있다. 창업비용은 10평 표준점포의 경우 임대보증금을 제외하고 약 3800만원 들어간다. 참숯불가마는 순간적으로 고기를 익혀 육즙이 살아있는 연한 고기를 구워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또 가마에서 고기를 구워내기에 각 테이블마다 숯을 피우지 않아도 돼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다. 창업비용도 숯가마 설치비 1000만원, 압력바비큐 전기구이기 300만원 등 총 1300만원으로 저렴하다. 창업 시장에 리모델링 붐이 일고 있다. 점포 내부를 조금 고쳐 업종 전환을 하거나, 경쟁력 있는 브랜드로 바꾸는 방식이다. 불황이 계속되면서 살아 남기 위해 뜨는 업종 중심으로 업종변경이 활발히 진행되는 것이다. 또 적은 비용을 들여 간단한 리모델링으로 매출증대를 모색하고 있다. 게다가 업종의 라이프 사이클이 갈수록 짧아지고 있는 점도 리모델링 창업 붐에 한몫하고 있다. ●뜨는 업종을 택해야 아무래도 성장기 업종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대표적인 것이 세숫대야 냉면·온면 전문점인 ‘장비왕냉면·왕온면’은 지난해 하반기에 등장, 빠르게 성장하는 추세다. 넓은 그릇에 냉면을 먹는다는 아이디어를 살렸다. 여름에는 냉면, 겨울에는 온면과 순대국밥을 팔아 계절을 타지 않도록 했다. 복고풍 바람을 타고 퓨전 포장마차도 뜨고 있다.‘피쉬&그릴’은 계절에 어울리는 다양한 안주메뉴를 개발해 인기를 끌고 있다. 소주에는 어묵과 꼬치가, 정종에는 생선구이 안주가, 그리고 맥주에는 모듬 소시지와 중국 사천식 해물면 안주가 잘 나간다. 웰빙 관련 업종 가운데는 향기관리업 에코미스트코리아는 점포나 사무실, 관공서, 전문매장, 사우나, 병원, 유치원 등에 자동향기분사기를 설치하고 이 자동향기분사기 속에 각 장소에 적합한 천연향을 내장해 매달 리필해주는 사업이다. 새로운 거래처를 뚫어 물건을 팔아야 수익이 나는 일반적인 영업과 달리 일단 거래처가 성립되면 최소 6개월에서 1년 정도는 매달 리필을 하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수익이 늘어난다는 점이 장점이다. 영업력만 발휘한다면 고수익도 가능하다. 여성창업 아이템으로도 적합하다. 최근 다이어트 건강식품인 저지방 요구르트 아이스크림도 인기몰이 중이다. 장사가 잘 안 되는 기존의 아이스크림 전문점은 요구르트 아이스크림 위주로 메뉴 구성을 바꾸고, 과당경쟁 상태에 있는 테이크아웃 커피 전문점 등이 업종변경을 모색하고 있다. ‘콤마치킨’은 쌀로 만든 파우더로 튀긴 라이스치킨을 개발, 매출부진에 허덕이는 치킨집과 호프집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매스티지’ 업종도 해볼 만하다. 품질은 명품급이지만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해 대중의 소비심리를 잘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퓨전 스시 전문점, 스파게티 전문점, 베트남 쌀국수 전문점 등이 매스티지 붐을 이끄는 대표적인 업종이다. ‘스시락’은 고급 스시와 뉴욕 스타일의 롤, 일본식 김초밥, 우리나라의 전통 김밥을 접합한 독특한 형태의 퓨전 롤을 5000원∼1만원의 가격에 제공한다. 오피스빌딩가와 중산층 지역상권에서 업종전환용으로 선호되고 있다. 주택가 상권 점포로는 생활밀착형 사업이 좋다. 최근 어린이들의 천식 및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가 늘어나고, 새집 증후군 등 환경·위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침대청소업도 뜨고 있다. 카페형 PC방은 전국의 2만 5000여개 PC방을 대체해 나가고 있는 리모델링 업종이다. ●업종 전환해 성공했어요 스파게티 전문점은 과거 중심상권 대형매장으로 운영되던 것이 지난해 초부터 대학가 20∼30평 규모의 소형 매장으로 시장 확대가 이뤄지고 있다. 별로 눈에 띄지 않는 2층 점포의 리모델링 사례가 많다. 김홍록(30)씨는 리모델링 창업에 성공한 케이스다. 호프집을 하다 망한 2층 25평 점포에 스파게티 전문점 ‘파스타리오’ 숭실대점을 열어 1년째인 현재 월 순익 800만원 정도를 벌고 있다. 투자한 창업비용은 1억 7000만원선. 직장생활을 3년 정도 한 그는 “직장에 인생을 걸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하루라도 빨리 독립해야겠다.”며 창업을 결심했다. “일본과 동남아 등에서도 스파게티가 인기 높아 우리나라도 성장기에 진입했다고 판단해 스파게티점을 열었다.”고 말했다. 서울 대치동에서 감성놀이학교 ‘위즈아일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이철우(51) 원장은 자신의 오랜 경험을 살려 업종 전환에 성공한 사례다. 교직과 학원강사 경력 20년과 실제로 보습학원을 8년간 운영했던 그는 정부의 사교육 대책으로 학원이 타격을 받자 지난해 8월 위즈아일랜드에 가맹했다.“최근 몇년 사이에 창의력 관련 교육사업이 뜨고 있어 과감한 도전을 선택했다.”고 했다. 창업관련 전문가들은 “리모델링 창업시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업종을 선택하고 기존의 시설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업종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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