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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녀들에 기름값 부담주기 싫어”… 보일러 끄고 자다 혹한 속 참변

    기름값을 아끼기 위해 혹한 속에서 보일러를 끄고 잠자던 70대 노인이 숨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지난 3일 오후 3시 50분쯤 광주 동구 산수동의 한 주택에서 홀로 거주하던 A(79) 할머니가 이불을 덮은 채 숨져 있는 것을 셋째 딸(47)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발견 당시 방안 보일러는 꺼져 있었다. 이날 광주의 최저 기온은 영하 9.3도의 혹한이었다. 딸은 경찰조사에서 “2일 저녁쯤 ‘내일 찾아뵙겠다’고 통화한 뒤 이날 집에 찾아갔는데 숨져 있었다”며 “어머니가 기름값을 아끼려고 보일러를 끄고 자다가 돌아가신 것 같다”며 울먹였다. 집에는 지난달 28일 아들(54)이 가득 채워 놓은 보일러용 등유가 기름통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A씨는 보일러를 가동하지 않고 전기장판을 약하게 켜 놓은 뒤 이불을 두 겹으로 덮고 자다가 한파에 저체온으로 숨진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A씨는 지난해 설을 앞두고 남편이 숨진 뒤 아들이 마련해 준 이 집에서 홀로 살아왔다. A씨는 1남 3녀를 두고 있으며 자녀들 모두 광주에서 살고 있다. 아들과 딸들이 수시로 A씨의 집을 드나들며 반찬을 마련하는 등 A씨를 정성껏 돌봤다. A씨가 숨진 채 발견된 이날도 셋째 딸과 사위가 어머니에게 드릴 반찬을 들고 집을 찾았다. A씨는 평소 “자식에게 짐이 되지 말아야지”란 말을 자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서 주변에서 사는 아들이 수시로 드나들며 당부해도 여간해서 보일러를 켜지 않고 지냈다. 혹시나 돈이 부담돼서 그럴까 봐 기름도 꼬박 채워줬다. 그러나 A씨는 “노인이 따뜻하게 지내면 뭐하냐”며 “나라도 부담이 안 돼야 할 텐데”라고 오히려 자식 걱정을 했다. 무릎관절이 아픈 탓에 거동이 불편해 거의 집안에서 생활했지만 여간해서는 보일러를 틀지 않는 A씨의 고집은 누구도 꺾을 수 없었다. 광주 동구 관계자는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혹한에 노출되면 위험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전력사용량 또 최대치

    기록적인 한파가 8일 만에 순간 최대전력사용량을 갈아치웠다. 3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18분 전력수요가 7693만㎾까지 치솟으며 올겨울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오전 10~11시 평균 최대전력 수요도 7652만㎾로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종전의 최대전력 수요 최고치는 지난해 12월 26일 오전 10~11시 7598만㎾였다. 이는 27년 만에 기록적인 한파가 찾아오며 난방기 사용 등 전력 사용이 급증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이날 서울 아침 최저 기온은 영하 19도까지 떨어지고 체감온도는 영하 22도를 기록했다. 전력사용 급증에도 최악의 전력수급 상황은 피했다. 지난달 31일 영광원전 5호기와 지난 2일 영광 6호기 등 100만㎾급 원전 2기가 재가동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27년 만에 최악 한파… 한강도 얼었다

    27년 만에 최악 한파… 한강도 얼었다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내려다본 한강이 얼어붙어 있다. 이날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6.4도를 기록해 지난 1986년 1월 6일 영하 16.9도 이후 27년 만에 가장 낮았다. 전국 대부분의 지방에도 한파특보가 내려졌다. 4일에도 서울의 최저기온이 영하 14도까지 내려가는 등 전국적으로 강추위가 계속될 전망이다. 박지환 기자 popoca@seoul.co.kr
  • 1월의 오키나와, 눈 시린 쪽빛 풍경화

    1월의 오키나와, 눈 시린 쪽빛 풍경화

    노인들은 여전히 일본인이길 거부한다. 대신 이곳 사람임을 뜻하는 ‘우치난추’라는 말로 정체성을 세운다. 450년간 독립 왕국이었다가 일본의 침략을 받았고 또 30년 가까이 미 군정을 겪은 뒤 다시 일본에 반환된 곳. 원주민들과 무관한 미군과 일본군의 전투로 20만명이 죽은 서글픈 역사가 서려 있다. 그러나 비극은 역사라는 이름으로 희석되고 있다. 우치난추뿐 아니라 한국인 위안부와 징용자들의 슬픈 넋까지 에메랄드 바다 빛에 가려진 땅 ‘아시아의 하와이’ 오키나와다. 오키나와는 1976년 일본의 한 현(縣)으로 편입됐지만 거리상으로는 한국이나 중국에 더 가깝다. 인천공항에서 2시간 10분이면 겨울철 평균 최저기온이 섭씨 17.2도인 아열대 해양성 기후의 섬으로 피한(避寒) 여행을 떠날 수 있다. 한겨울에도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가 없어 북방의 관광객들은 가벼운 차림에 카디건이나 바람막이 정도면 충분하다. 하지만 현지인들은 20도를 넘나드는 기온에도 오리털 파카를 입는다. 오키나와의 관문인 나하 공항에 내리면서부터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키 작은 소철나무와 파인애플을 닮은 아당나무다. 현지 가이드에 따르면 미 군정에서 일본으로 반환된 후 오키나와의 농업이 환금성 높은 사탕수수 경작으로 치우치면서 식량까지 바닥나자 현지인들은 ‘보릿고개’를 겪게 됐다. 그때 우치난추들의 배를 채워 준 것이 아무 맛도 나지 않는 아당 열매와 3일간 물에 담가 독을 뺀 뒤 삶은 소철나무 잎이었다. 독을 빼는 3일을 기다리지 못하고 먹었다가 목숨을 잃은 사람들도 부지기수라고 한다. 나하공항이 있는 나하섬은 오키나와의 본섬으로 제주도의 4분의3 크기다. 여기에 슈리성, 추라우미 수족관, 오키나와 월드, 국제거리 등 주요 관광지가 밀집해 있다. 하지만 자신만의 절경을 품은 나하섬 주변의 크고 작은 섬 160개(유인도 40여개)를 모두 합하면 제주도의 1.5배에 이른다. 그중 도카시키 섬은 오키나와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해변과 투명한 코발트 블루 물빛을 자랑한다. 특히 도카시키 섬 내 ‘아하렌 비치’는 세계적인 수준의 투명도를 갖고 있다. 배를 타면 수심 20m 아래까지도 훤히 보인다. 인근의 ‘도카시쿠 비치’도 투명한 물빛과 밀가루처럼 부드러운 모래로 유명하다. 도카시키 섬은 오키나와 해양스포츠의 메카다. 아하렌 비치와 도카시쿠 비치 모두 해변 가까이에 산호초가 넓게 자라고 있다. 산호초 사이로는 색색의 물고기들이 오가며 전 세계 스노클러들을 유혹하고 있다. 도카시키 섬 곳곳엔 전흔(戰痕)도 숨어 있다.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은 본섬에 상륙하려는 미군을 기습 공격하기 위해 도카시키 섬을 포함한 게라마제도에 함선을 주둔시켰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미군이 대규모 선단으로 게라마제도를 공격했고, 궁지에 몰린 일본군은 주민들과 함께 도카시키 섬 최북단으로 도망친다. 여기서 일본군은 민간인들에게 명예로운 자살을 종용한다. 이날의 아픈 기억은 도카시키 섬 북부 ‘집단자결지’에 새겨져 있다. 본섬에서 오키나와의 독특한 색채를 느낄 수 있는 곳은 과거 류쿠왕국의 고도(古都) 슈리성이다. 2000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슈리성은 1429년 쇼하시(尙巴志) 왕이 오키나와 본토를 통일하고 류쿠왕국을 세운 이후 450년간 역대 왕이 머물렀던 곳이다. 태평양전쟁 당시 대부분 파괴됐지만 성곽과 전각을 복원해 1992년 슈리성공원으로 재탄생했다. 중국과 류쿠의 문화가 융합된 독자적인 양식은 일본 본토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1975년 세워진 추라우미수족관도 오키나와 관광에서 건너뛸 수 없는 곳이다. 7500t의 수압을 기둥 하나 없이 견뎌내는 세계 최대 수준의 수족관이 자랑이다. 대형 고래상어와 쥐가오리, 특이한 모양의 산호, 열대어들이 몽환적인 풍경을 만들어 낸다. 오키짱극장에서는 돌고래 쇼를 감상할 수도 있다. 오키나와의 해양성 기후는 남다른 야생미가 물씬 풍기는 자연풍경을 소성해 냈다. 이를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다. ‘포레스트 어드벤처’(www.forest-adventure.jp)는 일종의 익스트림 스포츠다. 안전장치를 건 채 와이어를 타고 그물 다리를 건너 숲속을 탐험한다. 울창한 고사리 나무 숲을 걸으며 힐링을 하는 방법도 있다. 북부 ‘얌바루 이코이노 모리’ 휴양림에서는 ‘히카게헤고’라는 원시 고사리 나무 3000그루와 각종 식물을 감상할 수 있다. 오키나와의 상처가 더 궁금하다면 평화기념공원을 찾아보자. 태평양전쟁 때 희생된 한국인들을 기리는 위령탑이 서 있다. 대한민국 각지에서 가져온 돌을 위령탑 앞에 쌓아 뒀다. 탑 앞에 선 비석은 충청도에서 가져온 돌에 박정희 전 대통령이 글씨를 쓴 것이다. 한국, 한국인의 흔적도 여기저기 숨어 있다. 미야코지마에는 조선시대 홍길동 후손의 것으로 알려진 무덤이 있다. 슈리성 한켠에서는 고려대장경을 ‘모셔둔’ 장경각도 만날 수 있다. 고려시대 삼별초가 이곳까지 유입됐다는 얘기도 전한다. 국제거리와 마키시 공설시장에 가면 오키나와 사람들이 뭘 즐기고 먹는지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본토 일본인과 묘하게 외모가 다른 우치난추들의 생김생김을 슬쩍슬쩍 훔쳐보는 것도 재미다. 글 사진 오키나와(일본)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여행수첩 →진에어가 저비용 항공사로는 처음으로 지난달 24일 인천~오키나와 정기편을 취항했다. 좀 더 합리적인 가격으로 오키나와를 다녀올 수 있게 됐다. 주 7회 운항하며 매일 오전 10시 35분 인천을 출발한다. 홈페이지(www.jinair.com) 참조. 1600-6200. →자유여행이라면 렌터카를 빌리는 게 편하다. 12시간 기준 5000엔 수준. 오키나와 중심부는 나하공항에서 슈리성까지 설치된 모노레일로 돌아볼 수 있다. →쇼핑은 오모로마치에 있는 DFS갤러리아 오키나와점과 대형 아웃렛몰인 아시비나가 유명하다. 특산물은 자색고구마로 만든 ‘베니이모타르트’다. →전통요리는 오이과의 채소 ‘고야’를 두부, 계란과 함께 볶은 ‘고야찬푸르’다. 해초의 일종인 ‘모즈쿠’도 일본 전역에서 소비될 정도로 유명하다. ‘오키나와 소바’는 강한 양념에 익숙한 사람들의 입맛에는 잘 맞지 않는다. 오키나와 전통주인 아와모리와 오키나와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오리온 맥주, 오키나와 사탕수수 흑설탕을 이용한 도넛 ‘사타안다기’ 등도 맛있다. 일본 요리 뷔페인 ‘다이콘노 하나’ 등에 가면 다양한 오키나와 요리를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다.
  • 1월의 평창, 눈으로 그린 수묵화

    1월의 평창, 눈으로 그린 수묵화

    우리나라 여행지 대부분이 긴 겨울잠을 잘 때, 깨어 움직이는 곳이 있습니다. 강원 평창입니다. 겨울철 평균 적설량이 2m 50㎝. 언제 가도 눈 쌓인 풍경과 만날 수 있습니다. 특히 횡계리 등 대관령 일대는 ‘하늘 아래 첫 눈꽃마을’로 불릴 만큼 겨우내 아름다운 설경을 펼쳐 보입니다. 발왕산 아래의 도암호도 빼놓을 수 없겠습니다. 꽁꽁 언 호수와 계곡, 겨울산이 그럴싸하게 어우러져 있지요. 과장을 좀 보태 수묵담채화라 해도 믿길 정도랍니다. 여기에 청옥산 ‘육백마지기’를 보탭니다. 원래 고랭지 채소를 재배하는 구릉지인데 눈을 맞고 선 자태가 곱습니다. 평창의 적설량은 전국 최고로 꼽힌다. 평창군청 등의 자료에 따르면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평균 250㎝의 눈이 내린 뒤 2월 평균 섭씨 영하 4.8도의 기온에서 평균 적설 심도 51㎝를 유지’한다. 표현은 어려워도 뜻은 간명하다. ‘평창 어디를 가도 겨울엔 늘 눈’이라는 것. 그 가운데 최근 부쩍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곳이 육백마지기다. ‘아리랑’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와 맞물렸기 때문이다. 육백마지기는 유네스코에 등재된 ‘아리랑’ 가운데 하나인 ‘평창 아리랑’의 발상지다. 그런데 정선이나 밀양 아리랑은 알아도 평창 아리랑은 도무지 생경하다. 김흥소 평창아라리보존회 사무국장의 말에 따르면 “평창 아리랑은 평창군 미탄면의 청옥산(1233m) 육백마지기 일대에서 곤드레 등의 산나물을 뜯고 채소를 가꾸며 살던 주민들이 삶의 고달픔을 잊기 위해 부른 노래가 구전된 것”이다. 정선 아리랑과 음률은 같지만 후렴이 없다. 육백마지기는 말 그대로 600말의 씨앗을 뿌릴 수 있을 만큼 넓다는 뜻에서 나온 표현이다. 통상 1마지기가 논 200평이니 대략 12만평(40만㎡)쯤 된다. 평창의 남쪽, 그러니까 청옥산 정상 바로 아래 능선을 따라 평탄한 구릉과 급경사의 비탈이 뒤섞여 있다. 평창 아리랑이 노동요로 불렸던 시절엔 주민들이 구불구불한 산길을 발품 팔아 육백마지기까지 올라야 했다. 그 탓에 “새벽 4시에 집을 나가서 밭일 끝내고 돌아오면 밤 9시가 넘기 일쑤”였다. 실제 육백마지기로 향하는 길을 오르다 보면 한걸음에 인근의 산마루가, 또 한걸음에 먼 산의 마루금이 펼쳐진다. 이렇게 마루금 수십개가 겹쳐질 때쯤이라야 비로소 육백마지기에 닿는다. 육백마지기는 강릉의 안반데기, 태백의 매봉산처럼 고랭지 배추 경작지로 널리 알려졌다. 다른 지역들이 종종 한 해 두 차례 배추를 심는 것에 견줘 육백마지기는 한 차례만 심는다. 겨울이 길고 눈이 많기 때문이다. 포장도로가 닦여 있긴 하나 겨울철이면 눈이 쌓여 차량으로는 오갈 수 없다. 육백마지기까지 이어지는 트레킹 코스도 이 도로를 따른다. 급경사 구간이 드물어 오르기는 수월한 편. 대종교 삼신제단을 지나 청옥산 최고의 전망대로 꼽히는 헬기장에 서면 가리왕산 등 백두대간의 준령들이 사방으로 물결치는 장관과 마주할 수 있다. 좀 더 편하게 설산과 만나고 싶다면 대관령면의 삼양대관령목장(에코그린 캠퍼스)이 제격이다. 차도가 잘 정비돼 있어 한겨울에도 승용차로 정상까지 오를 수 있다. 물론 하얀 눈밭 사이로 조성된 목책을 따라 산책하듯 오를 수도 있다. 목장 정상(1140m)에 서면 온통 눈밭이다. 무엇보다 이국적인 건 하얀 눈을 딛고 솟은 53기의 풍력발전기다. 그 너머로 멀리 강릉 시가지와 동해바다가 발 아래 깔린다. 해돋이와 해넘이도 마주할 수 있다. 특히 저물녘 풍경이 빼어나다. 풍력발전기 너머로 해가 지는데 여느 해넘이 명소에 뒤지지 않는 절경을 선사한다. 평창의 겨울 풍경을 말할 때 도암호 가는 길을 빼놓을 순 없다. 도암호는 평창과 강릉이 경계를 이루는 계곡에 수력발전용 도암댐을 세우면서 조성된 인공호다. 지역명을 따 수하호로 불리기도 한다. 호수 자체야 내세울 게 별로 없다. 꽁꽁 얼어붙은 호수 위에서 딱히 할 일도 없다. 한데 물길과 나란한 진입로에서 만나는 풍경만큼은 참 일품이다. 알루미늄 연통에서 흰 연기 내뿜는 농가와 주변 산자락, 그리고 흰 눈 뒤집어쓴 계곡이 어우러져 소담한 겨울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누런 갈대와 크고 작은 바위들이 뒤섞인 계곡 사이로는 물 반 얼음 반의 계류가 흐른다. 계곡 오른쪽은 용평리조트가 있는 발왕산이다. 웅장하지는 않지만 중첩된 산자락들이 제법 옹골찬 풍경을 선사한다. 이쯤 되면 초대형 걸개그림이라 해도 믿겠다. 도암호 왼쪽은 강릉의 안반데기다. 오르는 길이 눈에 쌓여 겨울철엔 올라갈 엄두를 못 내지만 다른 계절엔 제법 명자깨나 날리는 곳이다. 가족 등 여럿이 함께라면 대관령 주변의 체험 마을을 찾는 것도 좋겠다. 대관령 눈꽃 마을, 의야지 마을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으로 이름난 마을이 많다. 눈썰매장 등의 놀이시설은 대부분 갖췄고 저마다 색다른 콘텐츠도 마련해 뒀다. 황병산 사냥 놀이(강원도 무형문화재 제19호) 발상지인 대관령 눈꽃 마을에선 전통 스키를 타고 사냥 놀이를 체험해 볼 수 있다. 스키장에서 서양 스키를 타고 활강하는 것에 견줄 수는 없으나 길이 1m 안팎의 나무 스키를 타고 동네 앞산을 빠르게 내려오는 재미가 각별하다. 이맘때 평창에는 먹거리와 놀거리가 풍성하다. 첫손에 꼽히는 게 송어축제다. 평창은 1965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송어를 양식한 곳이다. 평창군에서 해마다 송어축제를 열고 있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축제 주무대는 평창군 진부면 오대천 일대다. 주요 프로그램은 송어 낚시. 얼음에 구멍을 뚫어 송어를 낚는 얼음낚시와 맨손으로 송어 잡기 이벤트, 텐트 낚시 등의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잡은 송어는 축제장 내에서 굽거나 회를 떠서 먹을 수 있다. 눈썰매와 스노 래프팅, 봅슬레이, 얼음 기차 등의 겨울 놀이 프로그램도 2월 3일까지 진행된다. 축제 프로그램은 모두 유료다. 얼음낚시는 1만 3000원(어린이 낚시터 1만원), 송어 맨손 잡기는 1만 5000원, 텐트가 제공되는 가족 낚시터는 2만원이다. 진부면축제위원회 홈페이지(www.festival700.or.kr) 참조. 글 사진 평창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33) →가는 길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영동고속도로를 탄다. 송어축제장으로 가려면 진부나들목으로, 삼양대관령목장(335-5044) 등을 먼저 둘러보려면 횡계나들목으로 나와야 한다. 삼양대관령목장 입장료는 8000원. 도암호는 횡계에서 용평리조트 쪽으로 가다 리조트 정문에서 왼쪽으로 난 소로를 따라 곧장 가면 된다. 평창군청 문화관광 홈페이지(www.yes-pc.net) 참조. →잘 곳 휘닉스파크 등 스키 리조트 주변에 숙소가 많다. 겨울철 성수기여서 가격은 여느 지역에 견줘 높은 편이다. ‘휘팍’ 못미처 W모텔(333-2004)이 깔끔한 편. 가족 등 여럿이 간다면 한화리조트나 ‘휘팍’, 용평리조트 등을 고려해도 좋겠다. →맛집 횡계 쪽에 많다. 납작식당(335-5477)은 오삼(오징어·삼겹살)불고기를 잘한다. 남경식당(335-5891)은 꿩만두와 메밀막국수로 소문난 집. 대관령한우타운(332-0001)과 평창한우마을(334-9777)에서는 싼값에 질 좋은 한우를 맛볼 수 있다.
  • 서울 3일 -16도…추위 절정

    3일 서울의 아침 기온이 영하 16도까지 떨어지는 등 올겨울 추위가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3일 전국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22~0도, 낮 최고기온은 영하 10~영상 1도로 올겨울 들어 가장 춥겠다고 2일 밝혔다. 지역별 아침 최저기온은 서울·수원·대전 영하 16도, 춘천 영하 20도, 인천·청주 영하 15도, 대구·광주 영하 10도, 부산 영하 7도 등이다. 낮 최고기온도 서울·춘천 영하 8도, 수원 영하 7도, 대구·광주 영하 2도 등 제주도와 남해안 등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이 영하권에 머물겠다. 올겨울 한파가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북극이 예년보다 따뜻하기 때문이다. 남북의 온도 차가 줄면서 찬 공기의 남하를 막아 주는 제트기류가 약해져 한기가 그대로 한반도로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4일부터 기온이 점차 오르겠지만 다음주 초까지 서울의 낮 기온이 계속 영하권에 머무는 등 평년보다 추울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서울 2일 -14도 3일 -16도

    기상청은 2일 오전 4시를 기해 서울에 한파주의보를 발효한다고 1일 밝혔다. 올 겨울 서울에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것은 처음이다. 한파주의보는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2도 이하로 떨어져 이틀 이상 지속되거나 아침 최저기온이 전날보다 10도 이상 낮아질 것으로 예상될 때 발효된다. 기상청은 2일 전국이 오전에는 대체로 흐리다가 오후들어 맑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경기 남부와 강원 영서 남부, 충청과 남부지방은 눈(강수확률 60~70%)이 내리다가 새벽에 점차 그치겠다.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7~0도, 낮 최고기온은 영하 9~영상 3도가 되겠다. 서울의 아침 기온은 영하 14도, 3일은 영하 16도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겨울부터 이어진 한파는 서울을 기준으로 45년 만에 가장 강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의 평균기온은 평년보다 4.5도 낮은 영하 4.1도였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시선집중] 종로구 ‘도심농원’

    [시선집중] 종로구 ‘도심농원’

    1100t. 2010년부터 종로구가 지역 자투리땅 30여곳에서 치운 쓰레기양이다. 김영종 구청장이 10t 트럭으로 무려 110대분의 쓰레기를 치우도록 한 이유는 매연과 쓰레기로 가득한 도심을 녹색도시로 바꾸기 위해서였다. 김 구청장은 취임 이후부터 “무단으로 버린 담배꽁초와 각종 생활 쓰레기, 잡풀로 뒤덮여 도시 미관을 해치고 악취가 발생해 골칫덩이가 된 공터를 녹색공간으로 바꿔야 한다”며 직접 쓰레기 치우기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쓰레기를 치우고 새로 개간한 6700㎡(약 2030평)의 땅은 채소와 나무가 무럭무럭 자라는 도심농원으로 탈바꿈했다. 1일 구에 따르면 김 구청장은 도시농업 활성화 계획을 세울 때마다 간부들에게 ‘주민과 함께’를 강조했다. 사업 지속성의 한계를 극복하려면 어떻게든 주민이 함께 해야 했다.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창신동과 무악동 성곽 아래 지역, 세종마을, 평창동, 연건동, 인사동 청석길 등에 잇따라 텃밭이 들어섰다. 창신동에서는 텃밭 개장 이전까지 쓰레기 180t을 치우고 흙 200㎥를 무상으로 지원했다. 이에 주민 200여명이 마을공동체 공동 경작에 나섰다. 텃밭들은 지역 아동들을 위한 자연학습장이나 견학 장소로도 활용되기 시작했다. 특히 인사동 청석길의 경우 주말 10만명에 이르는 관광객으로 몸살을 앓았던 공간이 목화, 도라지, 땅콩을 심어 녹색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서울의 대표적인 생태 경관 보존 지역인 부암동 백사실 계곡 능금마을에도 친환경 도시농장 시범단지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구는 능금마을의 생산물을 친환경 상품으로 브랜드화하는 방법도 구상하고 있다. 지난해 4월 구청 옥상에서는 친환경 텃밭인 ‘지붕 위 농사 갤러리’가 열린 데 이어 10월에는 ‘하늘정원’이 탄생했다. 주민들이 옥상 녹화 사업에 동참하도록 구에서 먼저 나선 것이다. 그냥 방치하면 쓸모없는 옥상이지만 텃밭을 가꾸면 도시 공기가 맑아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친환경 먹거리를 얻을 수 있고 태양 복사열을 막아 도심 열섬 효과도 억제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에서 착안했다. 도시 텃밭과 옥상 녹화 사업은 즉각적인 효과를 나타냈다. 지난 7월 기상청이 서울 시내 28개 지점에서 기온을 측정한 결과 종로구의 기온은 전체 측정 지점 가운데 유일하게 평균 최고 온도가 30도에 못 미친 29.9도에 머물렀다. 북악산과 가깝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지만 각지에서 벌인 도시농업이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한 것이 분명하다고 판단돼 많은 주민과 구청 직원이 고무됐다. 지난해 11월에는 도심이라는 열악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평가한 ‘2012 자치구 공원녹지분야 인센티브 사업’ 평가에서 우수구로 선정됐다. 구는 단순히 보여주기 위한 행사에 그치지 않고 ‘도시 농부’를 육성하는 데 온 힘을 기울였다. 텃밭이 마련된 지역이면 어김없이 정기적으로 도시농부학교를 열어 주민들이 직접 녹색 공간을 꾸미도록 도왔다. 퇴비를 지원하고 쓰레기가 쌓인 공터는 신고를 접수한 즉시 치우고 텃밭으로 바꾸는 사업을 벌였다. 본격적인 동절기에 들어서도 도시 텃밭 사업은 계속됐다. 26곳의 도시 텃밭에 봄철 수확이 가능한 시금치와 유채꽃 씨앗을 50㎏ 지원하고 꽃양배추, 보리 모종을 심었다. 김 구청장은 “2011년은 도시농업 원년의 해, 지난해는 도시농업 도약의 해로 정해 주민과 공무원 모두가 열심히 땀 흘린 만큼 올해는 더욱 많은 결실을 거두고 우리의 녹색 정책이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새해 첫날 전국 눈… 주말까지 한파

    새해 첫날 전국에 많은 눈이 내리고 주말까지 한파가 몰아칠 전망이다. 기상청은 1일 북한을 지나는 저기압의 영향으로 전국이 대체로 흐린 가운데 전국에 눈이 내리겠다고 31일 밝혔다. 눈은 오후에 서해안부터 그치지만 경기 남부와 충청 지방은 밤에 다시 오는 곳이 있겠다. 충청과 전북은 3~10㎝, 경기 남부·강원 영서 남부·전남 2~5㎝, 서울·경기 중북부 1~3㎝ 등의 적설량이 예상된다. 충청과 전북 북부 지역에는 대설특보가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 1일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3~영상 4도, 낮 최고기온은 영하 6~영상 9도 등 평년보다 낮겠다. 눈이 그친 뒤 오는 5일까지 강추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목요일인 3일에는 서울 아침 최저기온이 올겨울 들어 가장 낮은 영하 15도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기상청은 일요일인 6일쯤 평년 기온을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오늘도 발冬冬… 전국 영하권

    오늘도 발冬冬… 전국 영하권

    30일 서울 송파구 장지동 비닐하우스촌. 밤 사이 비닐 지붕 위에 수북이 쌓인 눈을 한 주민이 긴 빗자루로 쓸어내리고 있다. 31일에도 아침 최저기온이 철원 영하 20도를 비롯해, 서울·세종 영하 14도 등 0도인 제주를 제외하고는 전국이 모두 영하권을 보이겠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 새로운 富 창출 수단… 동남아 생물자원 확보 물꼬를 트다

    새로운 富 창출 수단… 동남아 생물자원 확보 물꼬를 트다

    생물다양성 협약에 따라 생물자원의 국가 소유 권리가 인정되면서 생물자원 확보를 위한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생물자원은 국가 소유와 지적재산권 인정 등 새로운 부(富)의 창출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2010년 나고야 의정서가 채택된 후 생물자원은 영토의 주권만큼 중요해졌다. 신약 추출 자원인 주요 생물자원은 ‘살아있는 생물시약’으로 앞다퉈 투자 규모도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무한한 생물자원을 가진 개도국의 보호 규제가 강화되기 전에 해외 생물자원을 수집·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최근 미얀마와 공동연구 센터를 설립하고, 동남아시아 생물자원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도 나섰다. 지난주 국내 생물자원 연구팀과 동행, 미얀마 협력센터 개소식과 현지에서의 생물조사 과정을 취재했다. 불교의 나라인 미얀마는 1988년까지 버마로 불려왔다. 미얀마의 집권 군부가 버마족 외에 소수 민족도 아우른다는 차원에서 국호를 변경하였다. 과거에는 양곤이 수도였지만 2007년 군사정부가 네피도로 수도를 옮겼다. 인천공항에서 양곤까지 최근 직항이 생겼다. 미얀마도 12월이 한겨울이라는데 한낮 기온은 30도를 웃돌았다. ●현지서 5000여점 생물채집 동행한 한림대 김영동 교수는 “미얀마의 산악지역은 해발 1000m의 한계선 위로 참나무와 소나무 숲이 발견되고, 우림지대가 발달해 동·식물군이 다양하고 풍부하다.”면서 “우리나라 연구진은 주로 국립공원인 포파산에서 채집 활동을 한다.”고 밝혔다. 일행은 양곤시 외곽에 마련된 한·미얀마 생물자원 공동연구센터 개소식에 참석했다. 아담한 센터 사무실에는 현미경과 생물표본실이 갖춰져 있었다. 테이프 커팅에 이어 우리 측에서 제공하는 전자제품 기증식도 가졌다. 국립생물자원관 이상팔 관장은 인사말을 통해 “양국의 원활한 생물자원 연구사업 추진을 위해 적극적인 지원을 하겠다.”면서 “연구소가 문을 연 것을 계기로 양국의 우호 증진에도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미얀마·캄보디아·라오스·베트남 등 메콩강 유역 4개국을 비롯, 동남아 국가 학자들이 참석해 생물자원 공동연구와 관련 국제워크숍이 개최됐다. 각국 학자들의 열띤 토론이 이어져 생물자원에 대한 뜨거운 열기를 보였다. 다음 날 국내 연구진이 채집활동을 하는 포파산으로 이동하기 위해 양곤에서 바간행 비행기에 올랐다. 포파산은 미얀마 중부지방에 위치한 해발 1520m의 산으로 바간공항에서 자동차로 약 1시간 거리에 있다. 현지인들은 이곳에서 약초를 채취해 민간 약재로 사용하고 있다. 포파산 중턱에는 ‘약초연구소’가 설립돼 운영 중인데, 주변 부지에 각종 약초를 재배하고 전래 약초들에 대한 연구를 맡고 있다. ●민간요법 효능 밝혀 특허 출원 연구소 관계자는 “북부지방 열대림에서 자라는 나왕나무 가지를 들어보이며 이곳 주민들은 피부에 염증이 생기면 나왕나무 잎자루를 갈아서 소금과 물에 개어 피부에 발랐다.”며 “알레르기나 가려움증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연구팀은 이곳 나왕나무의 성분 분석을 마쳤다고 덧붙였다. 국립생물자원관 이병희 연구관은 “미얀마 전통생약의 면역 반응과 급성 염증에 관한 억제 효과를 바탕으로 치료·예방 소재를 개발하는 내용을 포함한 특허 출원을 해놓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우리 연구진은 염증 관련 주요 세포의 활성 억제를 측정했고, 대표적으로 위염 모델을 통해 효능 검증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미얀마에는 생물자원이 풍부한 만큼 주민들끼리만 전해오는 민간요법도 다양하다. 마야닌 나무는 ‘아내의 마사지’란 뜻을 가졌는데 근육통에, 매자나무는 인후통에 사용한다. 미얀마 환경산림부 니니큐 국장(우리나라 산림청장 격)은 “민간요법으로 오래전부터 나무와 약초를 사용하고 있지만 어떤 성분에 의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면서 “한국과 공동 연구를 통해 과학적으로 궁금증을 풀게 된다면 생물자원 활용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편 미얀마 생물자원은 지난해 척추동물 110점, 육상곤충 1400점, 식물 900점 이상을 채집해서 생물자원관에 보관하고 있다. 올해도 이와 비슷한 개체수를 채집했고, 표본의 다양성을 위해 지난해 채집되지 않은 신규종을 30% 이상으로 늘렸다. 생물자원관과 해외 생물조사사업단은 미얀마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까지 조사 영역을 대폭 넓힐 계획이다. 이미 생물다양성 공동연구 협약을 마친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에서 매년 1만여종의 생물자원 조사를 한다는 복안이다. 글 사진 바간(미얀마) 유진상 기자 jsr@seoul.co.kr
  • 겨울 디젤차 시동 꺼짐, 수입 경유 탓

    겨울철 디젤차가 운행 중 멈추거나 시동이 걸리지 않는 이유는 바로 해외에서 수입된 경유 때문으로 조사됐다. 28일 자동차업계와 정유업계 등에 따르면 외국산 경유는 유동점·인화점·윤활성·밀도 등 정부가 규정한 16가지 품질·환경기준을 충족해야 국내 수입이 가능하다. 이 가운데 겨울철 혹한으로 기름이 얼어 결정이 생기는 한계점인 ‘필터막힘점’(CFPP)이란 기준이 있다. CFPP가 높으면 조금만 춥더라도 경유에 함유된 ‘파라핀’이 굳으면서 연료 필터를 막아 차량 시동이 걸리지 않거나 주행 중 엔진이 꺼지는 원인이 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CFPP의 기준 온도를 ‘영하 18도’로 정하고 국산은 물론 수입 경유 제품을 검사하고 있다. 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4개 정유사가 생산하는 경유의 CFPP는 평균 영하 22도에 맞춰져 있어 다소 여유가 있는 편이다. 그러나 수입 경유가 영하 18도 기준을 간신히 충족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이번 한파처럼 영하 14도 이하 기온이 이어지면 차량 연료탱크의 온도는 실제 기온보다 훨씬 더 낮아진다. 따라서 일부 수입 경유는 기름이 얼어 결정이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 정부는 정유 4사의 독과점적 시장 구조를 혁신하고 국내 유통 가격을 더 낮추겠다며 올 7월부터 수입 경유에 대해 할당관세 면제 등 각종 세제혜택을 주고 있다. 10월 현재 경유 수입량은 79만 2000배럴(약 1억 달러)로 올 초에 비해 20배 가까이 늘었다. 따라서 지식경제부는 CFPP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수입 경유의 가격경쟁력 문제가 걸려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유 수입회사 관계자는 “CFPP 기준이 영하 20도로 강화되면 결빙 방지 첨가제 등으로 원가가 ℓ당 평균 10원 이상 오르면서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된다.”고 말했다. 지경부 관계자도 “수입 경유 CFPP 문제에 대해서는 연구 용역을 의뢰하는 등 다각적인 해결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면 디젤 차량은 가급적 실외 주차보다는 지하주차장 등을 이용하는 것이 낭패를 면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남부지방 ‘설설’ 기는 제설대책

    남부지방 ‘설설’ 기는 제설대책

    28일 울산 지역에는 6.7㎝, 부산에는 3㎝가 내렸다. 하지만 출근길 교통이 마비됐다. 시민들은 평소보다 1~2시간 일찍 집을 나섰지만, 시내버스가 오지 않아 걸어서 출근하기도 했다. 도로는 주차장으로 변했다. 눈이 자주 오는 강원 지역 등에서는 ‘소총’ 수준이 울산과 부산 등지에서는 ‘폭탄’ 수준이었다. 2000년대 중반까지 눈 보기가 어려웠던 남부지방에 최근 몇 년 새 폭설이 이어지는 것은 이상기온에서 비롯된다.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찬 공기가 한반도 전역으로 유입되면서 남부지방도 폭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울산은 2007년 2회, 2008년 5회, 2010·2011년 각 6회 등으로 잦아지고 있다. 적설량도 증가하면서 지난해에는 기상관측 이후 사상 최대인 21.4㎝를 기록했다. 경남도 최근 3년 새 대설특보가 발효될 정도로 큰 눈이 쏟아져 ‘눈 보기 어렵다.’는 말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창원에는 2010년부터 매년 한 차례씩 큰 눈이 내리고 있다. 늦겨울이나 초봄에 대설주의보가 발효되는 등 겨울철 기상 패턴이 바뀌고 있다. 유재은 울산기상대 예보관은 “북극에서 형성된 한기가 상층의 제트기류를 타고 한반도 전역에 영향을 주면서 한파와 폭설이 많아지고 있다.”면서 “이런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각 지자체의 제설 대책은 기후변화만큼 속도를 내지 못한다. 최근 제설 장비를 확충하고 있지만, 시민들이 체감할 수준은 아니다. 울산시는 공무원 1751명과 제설차량 138대(관용 50대, 민간 88대)를 긴급 투입해 새벽부터 제설작업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시민들은 눈 쌓인 빙판길에 시내버스가 오지 않아 지각·결근 등 불편을 겪자 행정기관에 전화를 걸어 제설 대책을 촉구하기도 했다. 울산은 2년 전만 해도 제설용 염화칼슘이 부족해 바닷물을 뿌리기도 했다. 현재는 그나마 제설차량 51대와 제설기 55대, 살포기 42대, 기타(덤프·파쇄기 등) 7대의 장비를 갖췄다. 시 관계자는 “다른 예산보다 먼저 확충하지 못한다.”면서 “점진적으로 관련 예산을 늘리고 장비도 현대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각 지자체는 그동안 폭설에 익숙하지 않아 ‘대설 위기대응 실무 매뉴얼’을 만들어 놓고도 제대로 시행하지 못한다. 김모(44·울산 북구 명촌동)씨는 “큰 눈 예보가 됐는데도 이런 상태로 도로를 내버려 두는 행정을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자동차 보험회사도 운전 주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는데 행정기관이 여유를 부린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남부지방의 겨울 기상 패턴이 급격히 변화하는 만큼 지자체 제설 대책도 적극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시중 울산기상대장은 “울산과 부산은 남부지방 중에서도 눈에 가장 취약하다.”면서 “사안 발생 때 찔끔찔끔 예산을 편성하는 소극적인 대처로는 안 된다. 매년 제설 관련 예산을 충분히 편성해 출퇴근길 시민들의 안전을 확보하고, 교통대란도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1000만 관객 또 가자 ‘설국열차’ 타고 ‘베를린’까지

    1000만 관객 또 가자 ‘설국열차’ 타고 ‘베를린’까지

    올해 한국영화를 본 관객은 1억 1227만명, 점유율은 59.0%에 이른다. 영화계 안팎에선 신(新) 르네상스의 도래를 말한다. 섣부른 추측일 수도 있지만, 올해 맞이한 한국영화 관객 1억명 시대가 일회성은 아닐 것 같다. 개봉 예정작 명단을 보면 올해보다 내년이 낫다. 1000만 관객은 콘텐츠의 질 뿐만 아니라 개봉시기, 경쟁작, 배급력 등이 두루 맞아야 하기 때문에 점칠 수 없다고들 한다. 하지만, 400만명 이상의 ‘중박’은 기본, 1000만명까지 욕심낼 만한 영화들도 눈에 띈다. 1000만 영화 ‘도둑들’ ‘광해, 왕이 된 남자’의 뒤를 이을 후보군을 살펴봤다. 2013년 기대작으론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가 첫손에 꼽힌다. 1986년 앙굴렘 국제만화제에서 그랑프리를 받은 장 마르크 로셰트와 자크 로브의 공상과학(SF)만화 ‘설국열차’를 영화로 만들었다. 원작은 갑작스러운 기온 강하로 혹독한 추위가 닥친 지구를 배경으로 난방과 식량자급이 가능한 설국열차만이 유일한 생존처가 된 상황을 설정한다. 정치인과 부자들이 탄 객차에는 술과 마약이 난무하지만, 서민 객차는 식량을 구하려고 폭력이 끊이지 않는 등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은유를 담고 있다. 봉 감독과 제작자로 나선 박찬욱 감독, 홍경표 촬영감독, 배우 송강호·고아성 외에는 다국적군이다. 크리스 에번스와 에드 해리스, 틸다 스윈튼, 존 허트, 옥타비아 스펜서가 탑승했다. 책임투자는 CJ E&M이다. 순제작비만 4000만 달러(약 429억원)에 이른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비할 바 아니지만, 한국영화 사상 가장 큰 뭉칫돈이 들어갔다. 지난 7월 체코에서 촬영을 끝냈고, 내년 3월까지 후반작업을 한다. 여름 성수기 북미와 동시개봉한다. 권력기관의 부패를 질근질근 씹었던 ‘부당거래’(2010)로 물오른 연출력을 뽐낸 류승완 감독은 3년 만에 스파이 액션물로 돌아온다. 각자 한 편의 영화를 책임질 수 있는 하정우와 한석규, 류승범, 전지현을 캐스팅, 기대치를 끌어올린 ‘베를린’은 1월 31일 개봉한다. 국적도 지문도 없어 ‘고스트’로 불리는 비밀요원 하정우가 자신의 존재를 철저하게 숨기고 살아가던 중 음모에 휘말린다는 게 영화의 얼개다. 냉전의 최전방이던 첩보원의 도시 베를린에서 서로 표적이 된 4명의 비밀요원이 벌이는 사투를 그렸다. 순제작비만 100억원을 웃돈다. 최근 공개된 30초짜리 예고편에선 확실히 돈을 쓴 티가 난다. ‘미녀는 괴로워’(356만명) ‘국가대표’(848만명)의 김용화 감독은 4년을 공들인 3차원(3D) 영화 ‘미스터 고 3D’로 7월 중순 복귀한다. 허영만 화백의 인기만화 ‘제7구단’이 원작이다. 프로야구판에 들어온 고릴라 용병 ‘미스터 고’와 매니저로 나선 중국 지린성 롱파서커스단 소녀 웨이웨이(쉬자오)가 슈퍼스타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 휴먼 스포츠 드라마다. 성패는 ‘아바타’나 ‘반지의 제왕’의 골룸,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의 시저처럼 가상 캐릭터를 얼마나 실감 나게 묘사해내느냐에 달렸다. 김 감독은 “한국과 아시아를 넘어 전무후무한 극사실적 캐릭터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명제를 갖고 시작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태극기 휘날리며’ ‘괴물’ ‘도둑들’ 등 투자배급사 중 가장 많은 3편의 1000만 영화를 만들어낸 쇼박스는 ‘미스터 고 3D’로 역대 1위 ‘아바타’를 뛰어넘기를 기대하고 있다. 순제작비 225억원을 투입, ‘7광구’에 이어 한국 영화사상 두 번째로 풀 3D 영상에 도전한다. 기획단계에서 중국 화이브라더스가 500만 달러를 투자한 덕에 중국에서 자국영화로 분류돼 동시 개봉한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할 ‘설국열차’와의 ‘장외 맞대결’도 흥미롭다. 데뷔작 ‘과속스캔들’(435만명)과 후속작 ‘써니’(736만명) 모두 대박이 터지면서 충무로의 블루칩으로 떠오른 강형철 감독도 하반기에 복귀한다. 강 감독의 복귀작 ‘타자 2부: 신의 손’ 또한 허 화백 만화를 원작으로 뒀다. 684만명을 동원한 ‘타짜’는 허 화백의 4부작 만화 중 ‘1부 지리산 작두’를 최동훈 감독이 영화로 만든 것. ‘2부 신의 손’은 주인공 함대길이 1부 주인공 김곤(고니)의 외조카란 점을 빼놓고는 연결고리가 없다. 강 감독은 최근 시나리오를 마무리 짓고 프리(pre) 프러덕션에 들어갔다. 캐스팅은 미정이다. 충무로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집단주연은 내년에도 이어진다. 1990~2000년대에 걸쳐 최고 흥행사로 군림했던 강우석 감독은 신작 ‘전설의 주먹’으로 명예회복을 벼른다. 지난해 ‘글러브’(188만명)로 자존심을 구겼지만, 좀처럼 두 편 연속 실패하는 법이 없는 강 감독인 만큼 기대치는 높다. 유명 싸움꾼들을 찾아내 최강을 놓고 겨루게 하는 TV 프로그램 ‘전설의 주먹’에서 25년전 자웅을 겨뤘던 세 명의 주먹이 다시 만나 못다 한 승부를 가리는 액션 드라마다. 만만치 않은 존재감을 지닌 황정민과 유준상, 윤제문이 공동주연을 맡았다. 2월 말 개봉하는 박훈정 감독의 ‘신세계’는 40~50대를 대표하는 최민식과 황정민, 이정재를 내세웠다. 대한민국 최대 범죄조직 골드문에 잠입한 형사(이정재)와 그의 정체를 모른 채 친형제처럼 아끼는 조직의 2인자(황정민), 잠입 수사작전을 설계한 경찰 강 과장(최민식) 사이에서 엇갈린 음모와 배신, 의리를 다룬 느와르 액션물이다. ‘부당거래’ ‘악마를 보았다’ 등 느와르 액션 장르에서 작가로 탁월한 솜씨를 보였던 박훈정이 각본·연출을 맡았다. 연출 데뷔작 ‘혈투’(2011)의 실패를 만회할지도 궁금하다. NEW가 배급한다. 이 밖에 경찰 비밀조직과 무장 강도집단의 대결을 그린 조의석·김병서 감독의 범죄액션 ‘감시’(설경구·정우성·한효주)와 ‘연애의 목적’ ‘우아한 세계’의 한재림 감독이 연출한 사극 ‘관상’(송강호 이정재 김혜수) 또한 집단주연 카드를 꺼내 들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中하얼빈에 말춤추는 초대형 ‘눈(雪) 싸이’ 등장

    싸이의 ‘강남스타일’ 열기가 추운 연말에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최근 중국에는 ‘강남스타일’의 상징인 말춤을 추는 모습의 싸이 조각상이 등장해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싸이의 모습을 꼭 빼닮은 이 조각상은 초대형의 규모 뿐 아니라 눈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받았다. 커다란 ‘눈(雪)싸이’의 얼굴에는 역시 이에 어울리는 초대형 선글라스가 씌워져 있으며, 검은색 상의 단추와 벨트 등으로 포인트를 줬다. 단정하게 빗어 넘긴 헤어스타일과 싸이 특유의 무표정하면서도 익살스러운 표정 역시 그대로 살아있는 생생한 조각상이다. 이 조각상은 중국 하얼빈에서 매년 열리는 2013 하얼빈빙등제(하얼빈빙설제) 개최 기념으로 제작됐다. 일반적으로 빙등제는 매년 1월 5일 열리지만 올해는 예년보다 기온이 더 빨리 낮아진 이유로 개최 시점이 앞당겨졌다. 이곳에서는 대체로 세계 유명한 건축물을 본 따 만든 대형 얼음(눈)조각상 등이 전시되는데, 올해는 싸이의 대형 조각상이 추가되면서 하반기 전 세계에 불어닥친 그의 열풍을 입증케 했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새해맞이 타종행사 준비에 바쁜 5대 종지기 신철민씨

    [김문이 만난사람] 새해맞이 타종행사 준비에 바쁜 5대 종지기 신철민씨

    매년 이맘 때면 기다려진다. ‘제야의 종소리’, 저 멀리서 들려오는 것 같다. 우선 제야의 뜻이나 한번 알아보자. 제(除)는 섣달 그믐을 의미한다. 그리고 야(夜)는 밤이다. 그러니까 섣달 그믐날 밤이다. 매년 12월 31일 자정을 기해 한 해를 마무리하고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는 행사다. 보신각 타종은 조선 시대 도성의 4대문과 4소문을 열고 닫기 위해 종을 쳐 온 데서 유래한다. 현대에 들어와서, 12월 31일 자정을 기해 보신각종을 33번 치는 ‘제야의 종’ 타종 행사는 1953년부터 시작해 세계적으로 독특한 새해맞이 행사로 정착했다. 평소 갖는 인간의 온갖 번뇌를 씻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나오는 대사처럼 내일의 새로운 태양에 기대려는 경건한 행사로 여겨지고 있다. 자, 종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자. 그토록 치열하게 살아 왔던 또 한 해가 저문다. 뒤돌아볼 일도 많지만 그러하면 무엇하리. 더 새로운 앞날이 있는 것을. 인간은 어제에 대한 후회와 분노, 그리고 오늘의 질투에 사로잡혀 미래를 바라보지 못하는 아둔함을 자초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까. 그냥 시원하게 종을 치자. 그리고 비워버리자. 종소리가 얼마나 아름다운가. 둥~, 둥~. 온 천지에 퍼져 나간다. 굳이 33번일 필요가 없다. 단 한 번이라도 마음의 종을 소중하게 쳐서 올 한해 동안 소홀했던 사람들에게 들려주자. 보신각종(보물2호)은 조선 세조 14년 (1468년)에 주조돼 정릉사에 걸려 있다가 이후 원각사로 옮겨졌으나 임진왜란 때 절이 불에 타 종루로 옮겨졌다. 이후 고종 때 종루에 보신각이라는 현판을 내걸면서 보신각이라 불리고 있다. 1985년까지 원래의 종으로 타종 행사를 했으나 종의 보호를 위해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옮겨졌고 오늘날 새해맞이 타종을 위해 걸어둔 종은 1986년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의 복제품으로 원광식(중요무형문화재 112호) 주철장에 의해 만들어졌다. 다시 말해 보신각종은 조선 시대에는 서울의 성문을 열고 닫는 시간을 알리는 역할을 했고 오늘날에는 매년 12월 31일 자정에 타종행사로 새해를 맞이하는 일을 하고 있다. 요즘에는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정오 일반 시민들에게 보신각종을 타종하는 체험의 시간을 마련해 놓고 있어 미리 신청을 하면 누구나 종을 칠 수 있다. 보신각 종지기를 인생의 업으로 살아 가는 신철민(39)씨. 제야의 타종행사 준비로 바쁜 지난 21일 보신각에서 그를 만났다. 시민들을 상대로 종치기 해설을 하는 것도 바쁜 일이지만 제야의 타종행사가 그에게는 일년 중 가장 중요한 일이다. 전 국민이 지켜보는 행사이기에 한치의 오차도 없이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무실은 보신각 바로 뒤 컨테이너 막사 안에 있다. 자리에 앉으면서 날씨도 추운데 힘들지 않으냐고 했더니 “종은 치라고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니냐.”며 활짝 웃는다. 제야의 타종행사는 4명씩 4개조로 16명이 서서 종망치(당목)의 손잡이를 잡고 치는 것이지만 사실은 종지기인 신씨가 종망치 맨 뒤에서 ‘5, 4, 3, 2, 1’하면서 힘껏 밀어쳐야 ‘둥~’하는 종소리가 비로소 울려퍼진다. 타종행사에 참석하는 인사는 종을 치는 당목에 손을 올려 약간의 힘만 주고 있을 뿐 실제로 당목을 움직이는 사람은 바로 신씨다. 시간과 속도, 그리고 힘을 정확하게 조절하고 맞추어야 제대로 된 종소리가 나오기 때문이다. 특히 겨울철에는 종이 얼어붙지 않도록 마사지를 적절하게 해줘야 한다. 종을 약하게 진동시켜 추위에 얼어 있는 종을 깨우는 일이다. 종의 안전을 위해 주변을 꼼꼼하게 살피는 것도 그의 일이다. 그러다 보니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날이 허다하다. 신씨는 5대 종지기로 7년차이지만 165년째 업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역할이 새삼 소중하게 다가온다. 어떻게 해서 보신각종과 인연을 맺었을까. “원래부터 전통문화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러던 2006년 중반쯤 보신각 상설 타종행사에 자원봉사 형식으로 참여하게 됐지요. 당시 보신각 관리소장은 돌아가신 조진호 선생님이었는데 4대에 걸쳐 보신각을 지켜온 분이었습니다. 그 선생님한테 타종과 관리 방법을 배웠습니다. 그해 12월 제야의 타종행사 며칠을 앞두고 지병으로 선생님이 돌아가셨습니다. 그때 병원에서 저한테 ‘보신각종을 꼭 지켜달라.’고 말씀하시면서 서울시에 추천서를 써주었지요. 저도 선생님한테 ‘평생 종과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결국, 신씨는 5개월 가까이 종치는 법 등을 배운 뒤 스승의 유언대로 5대째 종지기로 대를 이어가게 됐다. 신씨는 스승과의 인연을 떠올리면서 “일을 배울 때 많이 혼났지만, 사랑과 열정으로 가르쳐주었다.”고 회고한다. 스승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다시 설명이 이어진다. “선생님은 1962년부터 보신각을 관리해온 종로 토박이입니다. 구한말 궁궐 관리였던 조부님은 일제 강점기에 총독부가 고의로 보신각 앞에 공중화장실을 설치하자 곡괭이를 들고 나가 허물었고 또 영친왕 근위대 출신인 선생님의 아버님께서는 6·25당시 매우 급한 상황임에도 ‘종님을 떠날 수 없다.’며 피란을 가지 않았습니다. 선생님 역시 부친의 유언을 따라 종지기 가업을 이었지요. 사실은 선생님이 한 번 정도는 주인공으로 종을 쳤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안타깝습니다.” 그는 스승이 병원에 입원했을 때 친아들처럼 항상 곁에 있었으며 장례식 때에도 위패들고 보신각까지 와서 생전의 정신을 되새겼다. 또 보신각 주변에 있는 모과나무, 향나무, 단풍나무 등 4그루 나무에 스승의 혼을 뿌리기도 했다. 당시를 회고하는 신씨는 스승에 대한 각별한 존경심이 여전히 식지 않고 있다. 해마다 명절 때면 과일 사들고 차례상에 올리는 일도 거르지 않는다. 스승이 세상을 떠나자 모든 것은 혼자 결정해야 했다. 함께 지낼 때 배운 것을 토대로 ‘종치는 힘’ ‘관리요령’ ‘타종방법’을 터득해나갔다. 2007년에는 종소리가 이상하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있자 전국에 산재한 범종을 조사하며 보신각종에 잘 어울리는 종망치 나무를 찾아내기도 했다. 가장 보람으로 여기는 것은 상설 타종행사를 진행하면서 시민들이 종을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소원을 말해봐 코너’를 만들었던 것이다. 종에 손을 대고 울림을 느끼며 소원을 빌 수 있도록 했더니 호응도가 예상보다 아주 높았다. 실의와 좌절감에 빠진 시민들이 종을 치고 나서 소원을 얻었다는 편지도 많이 받았다. 예를 들어 중등 임용고시에 낙방한 대학 졸업생이 종을 치고 나서 시험에 합격했다는 사연, 여자친구에게 프러포즈하고 결혼 승낙을 받은 남자의 사연 등이다. 외국인들한테는 ‘원더풀’이라는 찬사를 많이 받았다. 신씨도 힘들 때에는 종을 안고 하소연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마음이 가벼워진다는 것이다. 종소리를 몸으로 느끼는 것, 즉 종과 한 몸이 돼야 소원이 이루어진다며 웃는다. 종을 치는 비법이 별도로 있을까. 궁금해서 물었더니 “종을 치는 방법을 말로 설명하긴 어렵다. 그날의 기온, 습도, 기압 등 모든 것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종을 치는 의미를 마음에 담아내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또 “처음 보신각종 타종을 했을 때 궁합이 맞는다는 숙명 같은 느낌을 받았다. 종도 영혼이 있는 생명체라는 것을 알았다.”고 덧붙인다. 그는 종을 칠 때마다 온몸이 땀에 젖을 정도로 정성을 다한다. 보신각 주변에 야간 취객들은 없을까. 있으면 어떻게 대응할까. “(취객들이)많이 있습니다. 매뉴얼 대로 행동을 하지요. 먼저 호루라기를 붑니다. 그래도 안 나갈 경우 ‘여기는 문화재 보호구역’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지요. 그러면서 ‘종에 관심이 있으면 월요일을 제외한 오전 11시 40분까지 오세요. 그때 자세하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고 말합니다.” 그에게 소망을 물었더니 “영원히 ‘종님’을 사랑하는 것이다. 또 나중에 시간이 흐르고 나서 스승님의 손자에게 종지기를 물려주는 것”이라며 활짝 웃는다. 선임기자 km@seoul.co.kr [신철민 종지기는] 197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에는 좋은 아빠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경동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문화재와 범종 등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대학에서 관광학을 전공하고 나서 본격적으로 문화재 공부를 했다. 그러던 2006년 중반 무렵 보신각 타종행사 자원봉사로 보신각종과 인연을 맺었다. 그해 보신각에서 4대째 종지기로 가업을 이어온 스승이 세상을 떠나자 유언대로 그 뒤를 이어 평생 종과 함께 할 것을 다짐했다. 또 스승의 유언으로 서울시 문화관광디자인본부 역사문화재과 공무원 신분으로 종 관리를 맡아오고 있다. 2006년 12월 31일부터 제야의 타종행사를 맡았다. 이후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정오 상설 타종행사를 주관하고, 그의 제야의 타종은 올해로 일곱 번째를 맞이한다.
  • 강남역 일대 90분 정전… 블랙아웃 공포

    강남역 일대 90분 정전… 블랙아웃 공포

    한파로 전력수요가 급증하면서 올겨울 여섯 번째 전력경보가 발령되고 순간 최대전력 수요도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또 서울 강남역 일대 대형빌딩 4곳에 정전사고까지 발생하면서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그런 와중에 영광 원자력발전 5·6호기 등에 품질보증서를 위조한 부품이 공급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문제 원전의 재가동 여부는 더 불투명해지고 있다. 전력당국에 따르면 26일 오전 최대전력수요가 7658만㎾까지 오르며 지난달 18일 기록한 올겨울 최대 전력소비량 7517만㎾를 훌쩍 넘어섰다. 전력거래소는 오전 10시 44분 예비전력이 순간적으로 349만㎾로 떨어지자 전력경보 ‘관심 단계’를 발령했다. 거래소는 한전 등에 전압조정과 수요관리, 민간 발전기 가동 등 비상조치를 취했지만 비상상황은 한 시간가량 계속됐다. 최근 전력난의 주범은 기록적인 강추위다. 12월 서울의 평균기온은 영하 3.3도로 지난해보다 2.4도나 낮다. 기온이 1도 떨어지면 전력수요는 40만~50만㎾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영광 원전 5·6호기(각 100만㎾)가 미검증 부품 사용 건으로 가동을 멈추는 등 공급 능력이 제한된 상태에서 예상보다 기온이 더 내려가 전력수요는 늘고 있는데, 전력공급 상황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내년 1월에 닥칠 한파다. 기상청은 1월에 평년보다 기온이 더 떨어지는 날이 많아서 이달보다 강한 한파가 몰아칠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전력당국은 영광원전 5·6호기 재가동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조사를 통해 보증서 위조 부품 공급 사실이 추가로 밝혀지면서 연말은커녕 1월 재가동도 어려운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는 “영광 5·6호기 보증서 위조 부품 교체는 98% 이상 마쳤지만 계속되는 위조 부품 공급 사실이 밝혀지면서 재가동 시점을 알 수 없다.”면서 “특히 지역 주민들이 안전을 이유로 재가동에 반발하는 것도 큰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후 1시 26분쯤 서울 신논현역 일대 교보생명빌딩 등 4개 건물에 정전이 발생했다. 전력수급 악화에 따른 순환정전 조치가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으나 조사 결과 추위로 인한 전력 설비 고장으로 판명됐다. 이후 복구작업을 통해 오후 3시쯤 전력공급이 완전히 재개됐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26일 서울 영하 14도… 올겨울 가장 추워

    26일 서울 영하 14도… 올겨울 가장 추워

    26일 동장군이 전국적으로 맹위를 떨쳐 올겨울 들어 가장 추운 하루가 될 전망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4도까지 떨어지는 등 내륙 대부분 지역이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진다.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22도에서 영하 4도로 전날보다 낮겠고 낮 최고기온도 영하 7도에서 영상 5도로 전날과 비슷하거나 조금 낮겠다. 지역별 최저기온은 대관령 영하 22도, 철원 영하 19도, 대전 영하 13도, 광주 영하 8도, 대구 영하 7도, 부산 영하 4도 등이다. 기상청은 북서쪽에서 확장하는 찬 대륙 고기압의 영향으로 전국에 맑고 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추위는 27일 오전까지 이어지겠고 바람도 다소 강하게 불어 체감온도는 더욱 낮겠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러시아 15℃↓·프랑스 12℃↑

    성탄절 휴일을 맞은 지구촌이 때아닌 기상이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같은 유럽 대륙에서도 러시아 등 동유럽에서는 혹한과 폭설로 수백명이 목숨을 잃은 반면 프랑스·이탈리아 등 남유럽에서는 이상 고온으로 수영복을 다시 꺼낼 정도로 ‘더운 겨울’을 나는 극단의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기온이 예년 평균보다 10~15도 떨어진 러시아에서는 동부 시베리아의 수은주가 영하 50도를 기록하는 등 혹독한 추위가 계속되면서 90명이 숨졌다고 AFP통신 등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모스크바에서는 기온이 영하 25도까지 떨어졌는데 이는 통상 1~2월에 볼 수 있는 수치다. 동유럽에서는 이런 전례 없는 추위로 이달에만 220여명이 숨졌다. 우크라이나와 폴란드에서는 이달 중순까지 각각 83명, 57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됐다. 희생자 대부분은 노숙자들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모스크바 기상청의 타츠야나 포즈냐코바 선임 연구원은 “요즘처럼 길게 지속되는 혹한은 모스크바에서도 지난 50년간 보고된 적이 없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2월에도 혹한 피해가 예상된다며 대비를 촉구했다. 유럽의 주요국 수도들은 폭설에 시달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는 이달 중순 적설량이 무려 50㎝에 이르렀고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는 36㎝의 적설량이 기록됐다. 반면 프랑스 남서부와 이탈리아 주민들은 이상 고온 현상을 겪고 있다.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비아리츠는 지난 23일 기온이 24.3도를 기록했다. 1983년(24.4도) 이후 29년 만의 고온으로 계절 평균보다 12도나 높은 수준이다.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카타니아는 이날 기온이 22도까지 치솟았고 해발 1000m에 위치한 오스트리아 브란트 마을은 전날 기온이 17.7도에 이르렀다. 영국은 폭우에 따른 홍수와 사투 중이다. 영국 환경청(EA)이 24일 전국 160곳에 폭우경보, 260곳에 폭우주의보를 발령한 가운데 지난 19일 이후 470여채의 가옥 등이 침수된 것으로 집계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기상이변의 원인으로 지구 온난화를 지목했다. 팀 팔머 옥스퍼드대 기상물리학과 교수는 “이런 극단적인 기후는 북반구의 제트 기류(대류권 상부나 성층권에서 부는 강한 바람대) 때문”이라며 “제트기류가 올해 특히 강하게 요동치면서 북극의 찬 공기를 러시아 쪽으로 끌어오고, 남쪽의 더운 공기를 프랑스 주변으로 가져 왔다.”고 설명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한강, 7년만에 가장 일찍 얼었다

    한강, 7년만에 가장 일찍 얼었다

    초겨울부터 강추위가 이어지면서 한강이 평년보다 20일이나 일찍 얼었다. 기상청은 24일 아침 한강에서 올겨울 첫 결빙이 관측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월 14일 첫 얼음이 관측된 지난겨울보다 21일, 평년에 비하면 20일 이른 것이다. 12월 19일에 결빙이 관측됐던 2005년 이후 가장 이른 것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지고 낮에도 영하권에 머무는 추위가 이어져 한강이 평년보다 일찍 얼었다.”고 말했다. 이날 아침 서울의 최저기온은 영하 13.6도로 평년보다 9.7도 낮았다. 한강 결빙은 한강대교 노량진 쪽 2∼4번째 교각 사이 상류 100m 부근에 정해놓은 띠 모양의 ‘감시구역’이 얼어 강물을 완전히 볼 수 없을 때를 기준으로 한다. 겨울철에는 종로구 송월동 서울관측소에 근무하는 관측자가 매일 아침 출근길 이곳에 들러 결빙 여부를 눈으로 확인한다. 지구 온난화로 겨울철 기온이 오르면서 최근 들어 12월에 한강이 언 경우는 1980년대 이후 이번 겨울을 포함해 4차례뿐이었다. 대부분 1월에 얼었고 1988년, 1991년, 2006년에는 한강이 얼지 않았다. 반면 지금보다 기온이 낮았던 20세기 초반에는 관측이 시작된 1906년부터 1928년까지 23년 연속 12월에 한강 얼음이 관측될 정도로 결빙이 일렀다. 기상청은 1~2월 예보를 통해 내년 1월에는 찬 대륙고기압의 영향을 자주 받아 추운 날이 많고 지역에 따라 눈이나 비가 많이 올 때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1월 초순에는 추운 날이 많고 지형적인 영향으로 눈이 많이 내리는 곳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온은 평년(-5∼4도)보다 낮고 강수량은 평년(5∼14㎜)보다 많겠다. 중순에는 기온은 평년(-5∼3도)과 비슷하고 강수량은 평년(7∼23㎜)보다 많을 것으로 보인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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