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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말화제] ‘희망찾기’ 휠체어 국토종단

    [주말화제] ‘희망찾기’ 휠체어 국토종단

    ‘아무리 마음을 열어 나를 찾으려 해도 내 마음속 어디에도 내가 보이질 않습니다.’ 홍미경(40·지체장애 1급)씨가 최근 척수장애인 모임 ‘수레바퀴’ 소식지에 실은 글이다.1993년 의료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지 13년. 늘 ‘나’를 잃지 않으면 버틸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를 벼랑으로 내몰았다. 그래서 스스로 또다른 고행을 선택했다. 남편 권순철(34)씨와 4남매 등 가족과 함께 오는 10일부터 16박17일 일정으로 부산에서 임진각까지 국토를 종단한다. 홍씨는 휠체어를 타고 남편 권씨, 고2 큰 아들(17), 중3 큰 딸(15), 중2 둘째 딸(14), 초등3 막내 딸(9) 등 나머지 다섯 식구는 걷는다. ●“주위 편견의 눈초리가 장애보다 고통커” 그늘없이는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아찔한 8월 폭염 속 국토종단은 누구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구나 척수장애인은 체온조절이 잘 안돼 더욱 힘들다. 그만큼 이들 부부에게 이번 도전은 너무나 절실했다. 남편 권씨는 “지난해 5월 장애인의 성(性)을 다룬 다큐멘터리 촬영현장에서 아내를 처음 만났다.”면서 “첫눈에 반해 끈질지게 구애한 끝에 각자 아이 둘을 데리고 여섯식구 새 가정을 꾸렸지만 결코 쉽지 않았다.”고 어려웠던 지난 1년을 회상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그것도 이혼한 남녀의 결합을 바라보는 주위의 따가운 시선은 장애보다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었다. 한 방송프로그램에서 아들과 번갈아 가며 아내를 업고 청계산 정상 도전에 성공해 의욕이 넘쳤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얼마 후 법원에서 파산선고를 받으면서 다시 한번 좌절했다. “제 세가지 소원 중 하나가 등산이었는데 그 꿈을 남편 덕에 이뤘지만 달라진 건 없었죠. 그래도 조금 단단해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생각해보니 그동안 제게 위안을 주었던 것은 사람도 기계도 아닌 자연이더군요.” 그래서 이번에 국토종단을 선택했다. 마을회관이나 폐교 등에서 잠자리를 해결해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비용이 만만치 않다. 방송국과 몇몇 기업에서 지원하기로 했지만 중간에 약속을 깨거나 지나치다 싶을 만큼의 홍보를 조건으로 내세웠다. 주위에서 십시일반으로 도움을 줬지만 턱없이 부족했다. 결국 지난 2일 출발하려던 계획이 늦춰졌다. 홍씨는 “그래도 우리를 믿어주는 이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면서 “코스를 조금 줄이고 맨몸으로라도 떠나보자라는 생각에 다시 계획을 짰다.”고 말했다. ●“우리 믿어주는 사람들 결코 실망 안시킬것” 지난 4일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홍씨 부부의 사연을 듣게 된 한 대기업이 조건없이 비용의 절반을 대겠다고 나섰다. 갈 길은 멀지만 그만큼 기대도 크다. 국토종단을 마치고 나면 만화작가인 자신의 전시회, 시어머니의 반대로 올리지 못한 결혼식 등 남은 꿈들도 이룰 수 있을 것만 같다. “절대 중간에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여행 도중 저희를 보시는 분들은 눈인사라도 하면서 격려해주세요.” 숱한 편견 속에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이들은 오는 26일 임진각에 도착해 환하게 웃음지을 자신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갑자기 모든 게 달라지진 않을 것이다. 그래도 온가족이 힘을 모아 이 고비를 넘어서면 다른 것들은 이전보다는 더 쉬워보일 것이다. 글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브랜드 대신 기술 ‘ODM 신화’

    브랜드 대신 기술 ‘ODM 신화’

    고유 브랜드를 갖지 않고도 신기에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하는 ‘얼굴없는 브랜드’의 중소기업이 뜨고 있다.‘노 브랜드’를 선언한 대신 대기업과 외국업체를 상대로 자체 개발한 상품을 주도적으로 세일하는 ODM(생산자개발방식) 업체들이다. 그 이면에는 기술개발과 마케팅을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인 피나는 노력이 숨겨져 있다. ●얼굴없는 유망 중소기업 여성의류 ODM 수출전문업체인 ㈜노브랜드는 고유의 브랜드가 없다. 그러나 바이어가 원하는 제품을 ‘삯바느질’하는 OEM 방식이 아니다. 원단 소재에서부터 디자인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자체 개발한다. 국내 200여곳의 봉제업체를 협력파트너로 두고 해외 10여곳에도 생산기지를 구축했다.DKNY와 GAP 등 세계 유명 의류업체 30여곳을 거래처로 확보하고 있다. 고진국 관리부장은 “중소기업이 유통과 마케팅, 재고에 대한 부담을 감수하면서 국내에 브랜드를 유지하기에는 시장이 너무 치열하고 브랜드화가 수익창출 모델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ODM은 주문자생산방식인 OEM 수출보다 힘들다는 단점이 있지만 어려운 만큼 잘 활용하면 이점이 훨씬 많다.”고 말했다. ㈜노브랜드는 1994년 설립 이후 매년 100∼150%의 높은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연간 매출액이 1300억원을 돌파했다. ㈜와토스코리아는 대기업 3개사가 장악하고 있는 국내 양변기 시장에서 이들 회사 모두에 부품을 공급하는 ODM업체다. 국내 부품시장 점유율이 무려 70%에 달한다. 송공석 대표는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은 시장을 선도할 만한 기술력이 있기 때문”이라면서 “최근에는 미국의 플루이드마스터와 일본의 아사히토 등 해외시장에도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스맥스도 ODM 방식으로 태평양,LG생활건강, 더페이스샵, 코리아나, 로레알, 존슨앤존슨 등 국내외 대표적인 화장품 회사 100여곳의 이름없는 제조원이 되고 있다. 매출액이 1999년 173억원에서 올해 470억원(예상치)으로 6년 만에 3배 가까운 성장을 기록했다. 나이키, 폴로, 리복, 아디다스 등에 모자를 공급하는 다다실업도 세계시장 점유율 45%로 1위 기업이다. 카우치 등 이탈리아 명품 가방을 제작하는 시몬느도 ODM 방식의 성공업체로 꼽힌다. ●고부가가치 업종에서 강점 있어야 성공 ODM은 주문자가 만들어준 설계도에 따라 하청 생산하는 OEM과 달리 기술개발이나 생산능력을 갖춘 제조업체가 판매망을 확보한 유통업체나 브랜드를 보유한 판매업체에 상품 등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중소기업진흥공단 관계자는 “OEM은 거래처와 종속관계에 놓이기 쉽지만 ODM은 자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거래처 다변화를 꾀할 수 있다.”면서 “유통 및 영업비용이 들지 않아 순이익률이 높고 연구개발과 생산에만 주력할 수 있어 중소기업에 유리한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OEM이나 ODM 방식으로 해외 기업에 제품을 공급하다 중국 등과의 출혈경쟁에 휘말리며 몰락의 길을 걷는 업체도 나오고 있다. 지난 3월 파산한 대표적 휴대전화 업체인 텔슨전자,4월에 문을 닫은 현주컴퓨터,5월에 법정관리를 신청한 국내 2위 PC업체인 삼보컴퓨터 등이 이에 해당된다. 산업연구원 주현 연구위원은 “OD M 방식은 매출 외형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되지만, 끊임없는 기술개발을 통해 생산원가를 낮추지 못하면 경쟁력을 잃게 된다.”면서 “고부가가치 업종에서 사업을 다각화하기보다 핵심사업에 역량을 집중, 특화된 강점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빚탈출 희망찾기-김관기 채무상담실] 다단계·카드깡 빚 파산신청 가능한가

    전역 후 다단계회사에 들어갔습니다. 자석요, 정수기, 건강보조식품을 사서 친지들에게 안기고 사람들도 끌어들이느라 여비, 접대비 지출을 많이 했습니다. 물건 확보를 위해 카드를 썼고, 돌려막기를 했습니다. 곧 회사는 없어졌고 결국 5000만원의 빚만 남았습니다. 빚독촉에 생활정보지 광고를 보고 찾아간 업자를 통해 카드깡을 몇번 해서 연체대금을 넣었더니 순식간에 빚이 1억이 넘었습니다. 파산 신청을 해 빚을 면하고 싶은데, 다단계와 같은 허황된 꿈을 꾸다가 인생을 낭비하고 불법적인 카드깡을 하였기 때문에 면책이 안 된다고 카드회사 직원이 말합니다. -박정구(27)- 물론 채무자가 다단계영업과 카드깡을 한 경우 면책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파산법에 의하면 채무자가 낭비 즉 쓸모 없는 행위에 돈을 마구 쓰는 행위를 한 경우 법원은 면책을 부인할 수 있습니다. 사기적인 방법을 사용하여 빚을 얻은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단계를 하면 인생에 불필요한 제품을 사고 팔며 다른 사람을 한없이 끌어들여 부자가 되겠다는 허황된 꿈을 꿉니다. 교통비, 접대비를 쓰고 자비 부담으로 해외 연수도 갑니다. 확실히 낭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카드깡은 신용카드 가맹점에서 비싼 물건을 사고 즉석에서 싸게 되팔아 현금을 챙기는 것이므로 분명히 사기적인 수법입니다. 그런데, 근래에는 채무자가 다단계영업과 카드깡을 했어도 제반 사정을 참작해서 채무자를 면책하는 결정이 많이 내려지고 있습니다. 파산법은 이런 경우 면책을 허가해서는 안 된다고 하지 않고, 면책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법원의 재량에 따라 면책장애 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면책의 결정을 할 수 있다고 해석되기 때문입니다. 젊은 사람에게 살 희망을 불어 넣어 사회로 통합하겠다는 정책적 결단입니다. 이것은 첫째, 신용카드는 어떠한 용도로 사용될 것인가를 묻지 않는다는 점에서 정당화됩니다. 카드로 해외여행을 하든 벤처기업 창업자금으로 쓰든 카드회사는 용도에 제한을 두지 않습니다. 다단계 때문에 채무자가 대량생산되는 것을 인지하면 다단계회사를 카드가맹점에서 퇴출하는 방법을 쓸 수 있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점에서 카드회사에도 잘못이 있습니다. 둘째, 실시간으로 카드 사용을 감시할 수 있는 신용카드 회사는 사용한도를 미리 정하여 카드깡이 발생할 확률을 줄일 수 있습니다. 불이익을 원인자인 채권자에게도 돌려야 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정당화됩니다. 물론 다단계나 카드깡이 지나친 경우 면책이 부인될 것입니다. 그래도 희망은 있습니다. 개인회생을 대안으로 고려할 수 있습니다. 생계비를 공제한 금액을 보통 5년 변제하고 나머지 채무는 면하는 개인회생에서는 채무가 늘어난 이유를 따지지 않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입니다.
  • [일본을 다시본다] (8) 고용에 부는 제3의 바람

    [일본을 다시본다] (8) 고용에 부는 제3의 바람

    |도쿄 특별취재팀|일본 닛산자동차의 스티븐 윌하이트 마케팅 담당 수석 부사장은 ‘서서 일하는 임원’으로 유명하다. 도쿄 시내의 긴자 번화가에 자리한 닛산 본사. 부사장 방에 들어서자 노트북이며 온갖 서류들로 어지러운 큼지막한 책상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정작 의자는 없었다.“서서 일하는 게 업무 효율성이 훨씬 높다.”는 윌하이트 부사장은 “10년 넘은 버릇”이라며 의자없는 책상에서 능숙하게 결재서류들을 처리했다.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속으론 ‘괴팍한 취미도 다 있다.’ 싶었다. 그러나 파산 직전의 닛산을 살려냈다는 ‘닛산 3부작 스토리’를 설명들으면서 윌하이트 부사장의 의자 치우기는 작은 예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1부 닛산재생계획(NRP)이 시작된 2000년. 닛산의 과장급 이상 간부사원들은 매일매일 주어지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퇴근하지 못했다. 그러고도 목표 달성에 실패하면 월급이 깎였다. 회사가 흑자로 돌아서자 닛산은 곧바로 2부 ‘180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차를 100만대 더 팔고 영업이익을 8% 신장시키며 회사 빚을 0으로 만들자는 프로젝트였다. 올해 닛산은 세번째 이야기 ‘밸류업’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전세계 판매대수를 420만대로 끌어올리는 것 등이 목표다. 닛산 3부작은 아직 완결되지 않았지만 6년여에 걸친 상영과정에서 일본경제와 일본인들에게 적잖은 시사점을 던져줬다. 바로 ‘평생직장 신화는 없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각인시켜준 것이다.NRP가 진행되는 동안 2만명의 직원이 닛산을 떠나야 했다. 그렇다고 강제해고를 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성과가 신통찮은 사람은 버텨내기 힘들다. 윌하이트 부사장은 이를 두고 “미국식도, 일본식도 아닌, 닛산식 고용체계”라고 정의했다. ●‘미국식 성과주의´ 후지쓰의 교훈 일본 기업의 고용 풍토에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종신고용과 연공서열로 대변되던 일본식 고용제도를 버리고 열병처럼 미국식 성과주의로 옮겨가는 듯 싶더니 다시 일본식을 ‘수혈’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물론 일본식으로의 완전한 회귀는 아니다. 미국식과 일본식 고용제도의 장점을 섞은, 말하자면 ‘하이브리드식’이다. 일본식 고용안정을 통해 회사와의 일체감을 다시 자극하면서도 미국식 성과체계로 비효율적인 온정주의를 견제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는 ‘후지쓰’의 교훈이 컸다.1993년 일본 대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미국식 성과급을 도입한 후지쓰(전자업체)는 한동안 모범사례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하지만 정보기술(IT)산업의 거품이 빠지면서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했고, 납기일을 지키지 못해 계약을 해지당하는 일이 빈번해졌다. 지난해 ‘안에서 본 후지쓰의 성과주의 붕괴’라는 책을 쓴 조 시게유키는 그 원인을 잘못된 성과주의에서 찾았다. 후지쓰에서 인사 실무를 오랫동안 담당했던 그는 “개인 단위로 목표량을 할당하는 등 목표관리제도를 도입했으나 부서간 암투 등으로 부작용이 끊이지 않았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그렇다고 종신고용 체제로 돌아가서는 안된다.”면서 “무능한 간부들에 대한 엄정한 평가, 성적 공개 등을 통해 일본 체질에 맞는 성과주의를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과주의를 도입한 일본기업의 75%가 제도 개선 및 재고가 필요하다고 밝힌 것은 이같은 기류를 잘 말해준다. ●호봉제 유지하는 미즈호·신일철 미국식과 일본식을 혼합 수용해 효과를 보고 있는 기업으로는 미즈호 금융그룹을 들 수 있다. 미즈호그룹은 일부 은행점포에 대해 지점장을 공모한다. 부서 이동 때는 잡(Job) 공모도 실시한다. 인사 발령 때는 공모 여부를 일일이 표시해 누구나 알 수 있게 했다. 물론 상여금도 차이난다. 그러나 호봉제의 큰 골격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강제해고도 하지 않지만 50세부터 전환배치를 시켜 ‘퇴직’에 대비케 한다. 요네야마 미사오 미즈호그룹 홍보담당자는 “성과주의 없이는 기업이 강해질 수 없지만 그렇다고 성과만 추구했다가는 직원들과 13만 거래기업이 불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사상 최대의 순익(2206억엔)을 거둔 신일본제철도 여전히 종신고용과 연공서열 골격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성과급도 도입해 개인에 따라 차등 지급한다. 홍보팀의 스즈키 마사토는 “제철회사의 특성상 기술전수가 매우 중요한데 (성과급에 따라)급격히 사람들이 왔다갔다하면 경쟁력이 약화된다.”면서 “이것이 신일본제철이 오랫동안 안정된 직장을 제공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일본식→미국식→일본식+미국식 혼다자동차도 직원을 뽑은 뒤 일정 경력에 도달할 때까지는 연공서열을 적용한다. 따라서 이 때까지는 연봉이 매년 오른다. 그러나 일정 시점 후에는 성과에 따라 보수를 책정한다. 이 과정에서 연봉이 깎이기도 한다. 창업 이래 처음으로 외국인 CEO(하워드 스트링거)를 전격 선임해 일본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소니가 어떤 변화를 시도할지도 주목된다.LG경제연구원 이지평 연구위원은 “시기심이 많은 일본의 국민성으로 감안할 때 성과주의 확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일본식과 미국식의 혼합에서 해답을 찾는 기업들이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hyun@seoul.co.kr ■ ’제2 닛산신화’ 곤 사장의 회생 비결 |파리 특별취재팀| “일본은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는 것을 잘 받아들이는 민족이 아니다. 그러나 닛산차는 이를 해냈다.” 닛산 구원투수로 불리는 카를로스 곤(51) 일본 닛산차 사장은 구조조정을 성공시킬 수 있었던 비결로 ‘동기부여’를 꼽았다. “회사가 성장할 수 있다는 것,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을 직원들과 주주들에게 명확하게 제시했다. 덕분에 임직원 개개인은 의욕을 갖고 목표에 덤벼들었고, 구조조정도 받아들였다. 그 결과 고용을 다시 늘릴 수 있었다.” 2000년 6월 닛산차 사장으로 취임한 그는 매일 같이 아침 7시에 출근해 밤 11시에 퇴근했다. 이 때문에 ‘세븐투일레븐’이라는 별명이 붙었다.5개 공장을 폐쇄해 ‘코스트(비용) 킬러’로도 불렸다. 적자투성이 회사는 1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곤 사장은 “회색지대를 없애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모든 부문의 우선순위와 전략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얘기다. 닛산은 마케팅·판매 등 각 분야의 직원을 섞어 팀을 새로 짠 뒤 필달(必達)목표제를 시행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일반 평사원에게도 적용하고 있다. 프랑스 르노차그룹 회장이기도 한 그는 파리와 도쿄를 오가며 ‘제2의 닛산 신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닛산 신화가 과장됐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곤 사장은 “닛산 스토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서 “지난 5년간이 닛산의 회생 기반을 닦는 시간이었다면 올 4월부터 시작된 밸류업 프로젝트는 본격적으로 기업 가치를 올리는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최종평가는 밸류업 프로젝트가 끝나는 3년 후에 해달라는 주문이다. 브라질에서 레바논계 부모 사이에 태어난 그는 프랑스의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에콜 폴리테크니크(국립공과대학)를 나왔다. 첫 직장인 미셰린타이어에서 두각을 나타내 르노그룹에 스카우트됐다. hyun@seoul.co.kr ■ ”미국식 성과주의 결속력약화 한계” |도쿄 특별취재팀| 일본의 고용형태 변화에 대해 한참 장황하게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일본 와세다대학에서 12년째 기업론 및 경영관리를 가르치고 있는 고토 이스케(62) 교수는 “매우 간단한 문제”라며 질문자를 머쓱하게 만들었다. “성장을 계속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일본식 종신고용이나 연공서열식 승진체계가 바람직하다. 성장하는 만큼 순익도 계속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장을 멈춘 기업은 미국식 성과주의 체계가 필요하다. 순익이 늘지 않는데 종신고용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고토 교수는 “도요타 자동차나 캐논이 종신고용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두 기업이 계속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지는 그의 얘기. “일본식 고용체계를 두고 미국기업들은 인적 자원을 전혀 관리하지 않는다며 비판했고, 일본인들도 그 말이 맞다며 심각히 반성했다. 그러나 그 말이 정말 맞다면 60∼70년대의 일본 고도성장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일본경제의 침체와 국가간의 경쟁 심화로 일본식 고용체계가 지금은 힘을 잃었을 뿐, 그 자체가 무용지물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일본경제 회복론이 고개를 드는 지금, 일본식 고용체계는 다시 힘을 받게 될까. 고토 교수는 “그렇게 되긴 힘들 것”이라고 고개를 저었다.“일본경제가 제조업을 중심으로 살아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중국 등 강력한 라이벌의 출현으로 과거와 같은 성장세를 재현하기는 힘들다. 따라서 종신고용으로의 완전한 회귀는 어렵다.” 그러면서도 그는 미국식 고용체계의 무분별한 수용을 경계했다.“기업의 경쟁력은 지식과 지식의 결합에서 나온다.”면서 “미국식 성과주의는 성과에 따라 자꾸 사람(직원)을 들고나게 해 이 결합을 약화시킨다.”고 꼬집었다. 도요타식이 A지식과 B지식을 결합시켜 C지식을 만들어내는 반면 미국식은 A는 A로,B는 B로 끝낼 따름이라는 설명이었다. hyun@seoul.co.kr
  • 벤처 지원금 1조원 날렸다

    벤처 지원금 1조원 날렸다

    정부가 지난 2001년 벤처기업 활성화대책의 일환으로 지원한 2조원 가운데 1조원이 공중분해 됐다. 혈세 1조원이 ‘눈먼 돈’으로 사라진 셈이다.2조원에 대한 보증책임을 진 기술신용보증기금 역시 파산위기에 처한 것으로 21일 드러났다. 이는 감사원이 지난 3월부터 3개월간 실시한 ‘중소·벤처기업 보증지원실태’ 감사에서 드러난 결과다. 특히 정부는 앞으로 3년간 기술신보를 통해 벤처기업에 10조원을 추가로 지원한다는 방침이어서 주목되고 있다. 기술신보는 2001년 808개 벤처기업을 상대로 총 2조 2122억원의 프라이머리 회사채담보부증권(P-CBO)을 보증 발행했다. 감사결과에 따르면, 이 가운데 6553억원이 만기도래 전에 부도처리됐으며,7550억원은 3년 만기 이후에도 상환하지 못해 일반보증으로 일괄 전환되면서 만기가 1년 연장됐다. 하지만 만기가 연장된 채권마저도 1493억원 가량이 부도처리 됐다. 따라서 2005년 5월 현재 기술신보가 벤처기업들을 대신해 갚은 변제금액만 8046억원에 달하고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다른 채권들도 올 연말이면 만기가 도래해 손실액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면서 “기술신보가 갚아야 하는 대위변제액은 총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벤처기업 전용 P-CBO의 부실화에 대해 감사원은 보증규모를 당초 1조원에서 2조원으로 무리하게 늘린 데서 원인을 찾고 있다. 또한 보증대상기업을 선정하면서 기업에 대한 심사가 전무해 부실을 부채질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당시 기술신보 이사장이었던 이근경 현 전남 정무부지사를 검찰에 고발조치하는 등 총 87건에 대해 처분을 요구했다. 한편 정부는 오는 23일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대책회의를 갖고 중소기업 및 벤처기업 지원대책안과 함께 신용보증제도 개편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자본금 10억벤처에 300억 보증

    1조원 가량의 국고를 축낸 프라이머리 CBO(P-CBO) 보증제도는 계획 수립부터 사후관리까지 총체적 부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감사원이 21일 발표한 감사결과에 따르면 보증지원을 받은 벤처기업들의 도덕적 해이가 특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벤처기업의 대표들은 심지어 국민의 혈세를 눈먼 돈으로 보고 부동산, 골프회원권 구입 등에 유용해 충격을 주고 있다.●주먹구구식 규모설정 무엇보다 P-CBO 보증규모가 무리하게 증액됐다는 것이 감사원의 지적이다. 당초 계획은 1조원 규모로 추진됐으나 기술신용보증기금측은 재정경제부의 승인도 받지 않고 2조 2122억원으로 증액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지난 2000년 당시 벤처기업 수를 1만개로 추정하고 이 가운데 전망이 밝은 벤처 10%에 10억씩을 지원한다는 계획에 따라 보증규모를 1조원으로 잡았으나 기술신보에서 이를 2배 이상으로 증액했다.”고 설명했다. 기술신보가 보증규모를 2조원 이상으로 결정하면서 내세운 근거자료 역시 부풀려진 것으로 지적됐다. 기술신보는 코스닥 지수가 2004년 말에는 1500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으나 실제 코스닥 지수는 380으로 계획수립 당시인 2000년 말 525보다 크게 떨어졌다. 또 보증사고율도 일반보증 사고율이 연평균 7%가 넘는 데도 이보다 위험성이 큰 P-CBO의 보증사고율은 1∼4%에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감사원은 이처럼 턱없이 높은 증액으로 보증대상에서 제외돼야 할 기업에까지 자금이 지원돼 제도가 방만하게 운영됐다고 판단했다.●보증기업 341곳 파산 보증대상을 선정하는 데 있어 심사과정이 전무했다는 것도 P-CBO의 부실화를 부추겼다.P-CBO는 기술력은 있으나 담보능력이 약한 벤처기업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된 만큼 기업에 대한 기술평가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보증대상기관으로 선정된 808개 기업 가운데 90%에 달하는 717개 기업이 기술평가도 받지 않은 것으로 감사결과 드러났다. 결국 이 가운데 341개 기업이 파산해 기술신보가 6921억원의 손해를 고스란히 안게 됐다. 뿐만 아니라 도산한 기업 가운데 71개 기업은 신용평가에서 보증지원이 곤란하다는 판정을 받았음에도 지원대상으로 선정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41개 기업에 내규상 한도인 100억원 이상을 지원하는 등 자본금 10억원 규모의 벤처기업에 비상식적으로 최대 300억원까지 보증을 서주기도 했다. 만기가 도래한 P-CBO를 일반보증으로 전환해 만기를 연장하는 과정에서도 기술평가가 전무했다. 감사원측은 “일반보증으로 전환하면서 기술평가를 실시해 미달되는 기업은 부도처리했어야 하는데 만기시 원리금을 갚지 못한 기업을 일괄적으로 처리했다.”고 꼬집었다.●기업의 도덕적 해이 방조 뿐만 아니라 기술신보는 부실한 사후관리로 벤처기업들의 도덕적 해이를 방조한 꼴이 됐다. 벤처기업의 성과에 따라 자금을 분할지원하는 것이 원칙인 데도 이를 무시하고 수천억원의 자금을 동시에 지원해 기업들의 무분별한 남용과 유용을 부채질했다. 174억원을 지원 받은 A사의 대표이사는 시가 10억원 어치의 부동산과 2억원가량의 골프회원권을 구입하는 데 P-CBO자금을 유용했으며, 부도직전 부동산을 매각해 해외로 도피한 것으로 밝혀졌다.B사 대표 역시 132억원의 보증지원을 받고,20억 상당의 부동산을 사들였다. 감사원의 표본조사 결과,48개 기업이 지원금 1911억원 가운데 무려 756억원을 주식투자, 부동산·골프회원권 매입 등에 물쓰듯 유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라이머리 CBO란 일종의 벤처전용 회사채담보부증권이다. 신용도가 낮은 기업의 회사채를 모아 채권 풀(pool)을 구성한 후 신용보증기관의 보증을 받아 신용등급을 높임으로써 자금조달이 힘든 기업의 회사채 소화를 원활히 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대우그룹 붕괴요인 두가지 시각] 강봉균 당시 재경부장관 ‘대우 자책론’

    [대우그룹 붕괴요인 두가지 시각] 강봉균 당시 재경부장관 ‘대우 자책론’

    1999년 대우그룹 해체 때 재경부장관을 맡았던 열린우리당 강봉균 의원은 14일 “대우그룹 해체는 정책 당국자들의 판단에서 비롯된 결과라기보다는 시장의 신뢰를 상실한 김우중 전 회장 스스로가 자초한 결과”라고 밝혔다. 정치권이 그룹 해체에 개입했다는 ‘대우맨’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강 의원은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김 전 회장은 일개 샐러리맨으로 시작해 국내의 2대 재벌 총수로 성장했고 세계 경영을 모토로 지구촌을 누빈 기업인이었지만 7년 전 외환위기 과정에서 대우가 붕괴의 운명을 맞게 한 주인공”이라고 규정했다. 분식회계·사기대출·해외 재산도피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김 전 회장에 대한 진위 규명은 일반 여론이 아니라 사법부가 맡아야 한다는 게 강 의원의 시각이다. ●정책금융 지원했다면 국제지원 끊겼을것 강 의원은 대우 해체에 정치권이 개입했다는 일부 주장과 관련해 “시대 상황을 잘못 이해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IMF경제위기가 재벌 그룹과 금융기관의 동반 부실에서 비롯된 만큼 정부로서는 ▲부실기업은 부도를 내고 파산하게 하거나 ▲부실경영의 책임을 물어 경영주를 퇴진시키고 채권금융이 관리하는 소위 워크아웃 체제로 가는 방법밖에 없었다고 되돌아봤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김 전 회장은 정부가 대우의 유동성 위기를 해결해 주기를 바랐다는 것이다. 강 의원은 “만일 정부가 금융기관장을 소집해 대우에 정책금융을 지시했다면 국제 금융계는 한국이 외환위기의 원인을 치유할 의지가 전혀 없는 것으로 판단해 금융지원을 중단했을 것”이라면서 “설령 그랬다 하더라도 국내 금융기관들도 부실 채권을 정리해야 했기 때문에 정부의 지시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고 설명했다. ●金씨 당시 전경련회장… 불이익 없었다 5대 재벌 가운데 유독 대우만 해체된 것에 대해 “재벌 구조조정은 전경련을 중심으로 자율적으로 추진됐다.”면서 “김 전 회장은 전경련 회장으로 이 모든 과정을 누구보다 잘 알았고, 대통령을 비롯한 경제 장관들과도 가장 의사소통을 잘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우를 존속시키며 채무조정을 해주지 않았던 것은, 대주주와 경영진에 대한 책임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라면서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의 행장과 임원이 예외없이 퇴출당하고,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경우엔 손해배상 책임까지 지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강 의원은 “대우그룹의 부실책임은 이미 대법원도 판단을 내린 만큼, 이제 김 전 회장과 관련된 사항의 진위를 가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씨티그룹, 엔론 집단소송에 굴복

    세계 최대의 금융회사인 미국의 씨티그룹은 4년 전 파산한 에너지회사 엔론의 회계부정에 대해 일정 부분 책임을 인정, 투자자들에게 20억달러(2조원)를 지급하기로 했다고 지난 1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지난 2001년 12월 엔론의 파산 직후부터 집단소송에 시달려온 씨티그룹은 이날 1997년 9월부터 파산 직전까지 엔론의 주식과 채권을 매입한 투자자들에게 이같이 소송 화해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씨티그룹이 지급하기로 한 액수는 이 회사가 지난해 월드컴 투자자들에게 지급한 25억 8000만달러에 이어 두번째 규모다. 소송단은 그동안 엔론이 실적을 부풀리고 해외 기업망으로부터 빌린 빚을 은폐한 사실을 씨티그룹 등 많은 투자은행들이 방조하고 묵인한 결과 투자자들의 손실이 커졌다고 주장했다. 회계부정을 저지른 기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씨티그룹이 보상하겠다고 나선 것은 기업의 윤리적 책임을 확대해석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것으로 보인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대한통운 회생의 주역 곽영욱 사장 퇴진한다

    곽영욱(65) 대한통운 사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 부도기업의 기존 경영진으로는 이례적으로 법정관리인에 선임된 지 5년 만이다. 곽 사장은 1964년 대한통운에 입사할 당시 부친으로부터 ‘고목처럼 한 군데 있고, 다른 직장에 기웃거리지 말라.’는 엄명에 40년간 물류 외길 인생을 걸어왔다. 7일 대한통운에 따르면 곽 사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리비아 대수로공사의 리스크가 매듭지어진 만큼 물러날 때가 됐다.”며 퇴임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법원과의 계약 종료 시점인 25일 회사를 떠난다. 곽 사장은 “회사가 외국계 자본에 넘어가지 않고 좋은 주인을 만나서 잘됐으면 좋겠다.”며 “은퇴 뒤에는 외부활동보다는 가족과 함께 여행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64년 말단 사원으로 입사한 곽 사장은 99년 사장을 거쳐 2000년 11월 대한통운이 모기업인 동아건설에 대한 지급보증으로 동반 부도가 난 뒤 법정관리인으로 임명됐었다. 이후 12단계의 결재라인을 3단계로 줄이고, 개인자산을 담보로 내놓는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펼치면서 특유의 인화력으로 직원들을 하나로 뭉쳐 99년 889억원 적자였던 회사를 지난해 매출 1조 1200억원, 순익 609억원의 ‘알짜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특히 대한통운은 그가 CEO(최고경영자)로 있던 지난 6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으며, 부채비율도 162%에서 지난해 말 현재 62%로 줄었다. 이로 인해 곽 사장은 서울중앙지법 파산부로부터 4년 연속 우수관리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또 리비아 대수로 공사의 지급보증으로 떠안은 13억달러의 우발채무에 대해서는 리비아 고위층을 끈질기게 설득, 내년 6월 말 최종 완공증명서를 받기로 함으로써 채무를 사실상 털어냈다. 한편 법원이 리비아 공사 1∼2단계 공사가 완전 종결되는 시점인 내년 6월 이후로 대한통운의 M&A(인수합병)를 추진키로 한 만큼 관리인이 바뀌더라도 당분간 법정관리체제가 이어질 전망이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현대家 ⑤- 현대중공업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현대家 ⑤- 현대중공업

    #1982년 5월 19일 ‘기업인’ 정몽준씨에게 생애 최고의 날일 것 같다. 부친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은 이날 현대그룹 계열사 가운데 가장 덩치가 크고, 세계 최대의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 사장에 그를 앉히는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이때가 그의 나이 31세. 현대그룹 후계구도에서 형들보다 한발 늦게 출발한 몽준씨가 가장 먼저 부친에게 인정받은 비결은 뭘까. 고 정 명예회장은 현대그룹 창립 25주년 행사에서 그 배경을 자세하게 풀어놓았다.“어떻게 보면 파격적이지만 길게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그의 저서 ‘기업경영이념’을 읽어보면 우리나라의 어떤 젊은 경영진보다 확실히, 모든 것을 잘 분별해서 회사를 끌고 나갈 겁니다. 우리 아이들간에도 서열이 굉장히 낮기 때문에 가족회의를 열어 몽준 사장이 충분히 직책을 수행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결정을 했습니다.” 고 정 명예회장은 이에 앞서 몽준씨가 미국 MIT 석사학위 논문을 보완한 경영서적 ‘기업경영이념’ 서문을 읽고 “정말 잘 썼다.”며 “사장 자리에 앉아도 될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몽준씨는 훗날 가장 아끼는 그의 저서로 ‘기업경영이념’을 꼽으면서 “서문만 읽어도 충분하다.”고 곁들이기도 했다. 그가 이 책을 통해 부친에게 기업가로서의 자질을 인정받았던 점을 설명하는 대목이다. #2002년 12월 18일 ‘정치인’ 정몽준씨에게 생애 최악의 날일지 모른다. 그는 이날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 후보와의 공조 파기를 선언, 사실상 ‘백의종군’의 첫 발을 내디뎠다. 정권의 공동 주인으로 향후 5년간 막강한 정치적 실세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스스로 마다한 셈이다. 이 때가 ‘하늘의 뜻을 알수 있다’는 지천명(知天命)을 갓 지난 나이(51)였다. ●아버지에게 바가지 씌운 아들 정몽준(54). 현대가(家)의 여섯번째 아들.5선의 중진 의원. 대한축구협회 회장. 자산규모 재계 9위(지난해·공기업 제외)인 현대중공업의 대주주(지분 10.80%). 국내 재벌가에서 정 의원만큼이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이도 드물다. 일각에서는 “잘난 집안에 태어나 순탄하게 성장한 대가”라고 폄훼하기도 하지만 그는 스스로 자수성가한 사람으로 평가한다. 정 의원은 1951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그는 부산에서 3년 가량 살다가 서울로 올라와 장충초등학교와 중앙중·고교를 거쳐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그의 초등학교 동기 동창이다. 그는 초·중학교 시절 놀기를 좋아하고, 장난이 심했다고 한다. 중학교 담임 선생이었던 임환씨는 “몽준이는 놀기를 좋아해 친구들과 수업을 빼먹고 야외로 놀러갔다가 종아리를 맞기도 했다.”면서 “전혀 부잣집 티를 내지 않았으며, 학교 도서관을 지을 때 시멘트 1만포대를 지원받은 뒤에야 비로소 아버지가 고 정 명예회장임을 알게 됐다.”고 술회했다. 정 의원의 학생시절 별명은 ‘꺼벙이’다. 큰 키에 소탈하고, 겸손하지만 우유부단하다는 뜻에서다. 그러나 부친한테는 다른 형제처럼 어려워하지 않고 스스럼없이 대하곤 했다. 부친에게 ‘바가지’ 씌운 일화 한 토막.1970년대 초반 어느 날. 정 의원은 아버지에게 한잔 쏘겠다며 명동 생맥주 골목으로 모시고 갔다. 고 정 명예회장은 오랜만에 접하는 생음악과 젊은이들의 웃음소리에 흥에 겨워했다. 자리가 파할 무렵, 정 의원은 아버지에게 “1차는 제가 샀으니,2차는 아버지가 사시라.”고 제안했다. 고 정 명예회장도 유쾌한 기분으로 흔쾌히 응했다.2차 행선지는 정 의원이 정한 강남의 한 술집. 그러나 2차가 끝나고 계산서를 받은 정 명예회장은 술값에 놀랐다. 먹은 것에 비해 족히 여섯배의 술값이 청구됐기 때문. 그렇다고 재벌 회장이 술값을 놓고 시비를 걸기도 뭐했지만 궁금한 것은 참지 못하는 성격 탓에 종업원에게 물었다. 돌아온 답은 “아드님이 전에 드셨던 외상 술값까지 계산하라고 해서 그렇게 됐습니다.”“허허 이것 참….”고 정 명예회장은 아들에게 된통 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 의원은 형제들 가운데 유일하게 서울대에 진학했다. 고 정 명예회장은 너무나 기쁜 나머지 울산으로 변형윤, 이현재 교수 등 당시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를 초청해 크게 ‘한턱’을 냈다. 고 정 명예회장은 “우리 몽준이가 혹시 사무착오로 합격한 것 아니냐.”고 농담을 하면서 우리 아들을 잘 지도해 달라고 수차례 부탁했다고 한다. 현대 고위 관계자가 밝힌 허물없는 부자관계를 엿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일화는 이렇다.“한번은 고 정 명예회장이 아들들과 골프를 치는데 티샷을 하고는 먼저 그냥 걸어갔습니다. 다른 아들들은 머뭇거리다 채를 들고 뒤따라 가는데 유독 정 의원만 얼른 공을 놓고 티샷을 했죠. 그러자 고 정 명예회장이 ‘저놈∼.’하면서도 싫지 않은 표정을 짓더라고요.” ●아내 자랑하는 ‘팔불출’ “나는 나의 아내가 고맙고, 때로는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친구들은 종종 내가 대통령 감이라기보다 내 아내가 ‘퍼스트 레이디’ 감이라고 웃으면서 이야기한다. 아내는 바쁜 나의 생활을 잘 이해해 주고, 조용히 내조를 하는 스타일이다. 아내는 얼굴이 알려지는 것을 싫어한다. 밖으로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정 의원이 그의 저서 ‘꿈은 이루어진다’에서 밝힌 부인 김영명(49)씨에 대한 평이다. 정 의원은 1978년 여름 넷째 형수(이행자·고 정몽우 현대알루미늄 회장 부인)의 중매로 영명씨를 미국에서 만났다. 당시 두 사람의 첫 인상은 이랬다. 영명씨는 “우선 키(정몽준 182㎝·김영명 174㎝)가 커서 좋았어요. 제 키가 큰 편이라 어머니가 ‘너는 키 큰 신랑감이 없으면 시집도 못 갈거다.’고 곧잘 농담을 하곤 했어요. 첫 인상은 나이 차이가 다섯살이나 나서 그런지 듬직했어요. 믿고 의지할 수 있겠더라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재벌가 사람답지 않게 소탈한 것도 좋았고요.” 정 의원은 “약속 장소에 나갔는 데 키 큰 여자들이 쭉 지나가기에 미국 사람들인가 했습니다. 그런데 모두 나에게 오더라고요.”고 당시 상황을 이렇게 술회했다. 이들은 틈틈히 테니스를 치며 1년 가량 연애끝에 잠시 귀국해 서울 정동교회에서 조촐하게 결혼식을 올렸다. 영명씨는 김동조 전 외무부장관의 2남4녀 중 막내딸로 태어났다. 부친의 외교관 활동 덕분에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17년간 일본과 미국에서 살았다. 미국 웨슬리대학에서 국제정치학을 전공했고, 부전공으로 미술사를 공부했다. 웨슬리대학은 힐러리 클린턴 미국 상원의원과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장관이 나온 전통의 명문 대학이다. 영명씨는 외교관인 부친을 닮아 사교성이 뛰어나다.‘88 서울올림픽’ 유치전에서는 고 정 명예회장을 현장에서 보좌했고,1992년 대선 때는 변중석 여사를 대신해 시아버지의 파트너 역할을 했다.‘2002 월드컵’ 유치 과정에서는 국제축구연맹(FIFA) 집행위원 부인들에게 일일이 편지를 보내기도 하고, 행사장에서는 미소와 화술로 친분을 쌓기도 했다.‘미스 스마일월드컵’이라는 애칭은 이 때 얻었다. 이 때문인지 정 의원의 부인 자랑은 유별나다.‘김영명이 없으면 오늘의 정몽준도 없다.’는 우스갯말이 떠돌 정도다. 그의 저서 ‘꿈은 이루어진다’에서 계속되는 자랑 하나.“아내는 나보다 영어를 훨씬 잘한다. 유머를 곁들인 자연스러운 영어는 외국에서 처음 만나는 손님들과 이야기를 할 때 곧잘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주곤 한다. 그동안 4남매를 키우느라 정신이 없었던 아내는 아이들이 크자, 뜻있는 분들과 함께 우리의 ‘옛’것을 ‘올’바로 알자라는 의미를 가진 ‘예올회’를 만들어 문화재 보존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영명씨가 밝힌 애처가 해프닝은 이렇다.“첫 아이를 가졌을 때였어요. 입덧이 심했던 제가 걱정스러웠던지 남편은 며느리들만 모인 자리에 와서는 제게 ‘밥 먹었니.’하고 묻는 거예요. 좀처럼 없는 일이라 모두들 눈이 휘둥그레졌고, 그 한마디 때문에 남편은 ‘애처가’라는 별명을 얻었죠. 그 꼬리표는 지금까지 따라 다닙니다.” 그도 신혼 초에 시아버지인 고 정 명예회장에게 혼이 났다고 한다.“철부지 며느리 시절, 저는 식사 중에도 어른들이 말씀하시는 데 불쑥 끼어들어 참견을 하곤 했어요. 아버님이 어느 날 저에게 ‘밥 먹을 때 말을 많이 안하는 게 좋은 거다.’며 조용히 말씀을 하신 적이 있었어요.” 자녀는 2남2녀. 장남인 기선(23)씨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올 초 아버지의 뒤를 이어 ROTC 장교로 임관했다. 장녀 남이(22)씨는 연세대를 휴학하고, 현재 미국 서던 캘리포니아 유니버시티에 유학 중이다. 차녀 선이(19)씨도 미국 디어필드 아카데미에 다니고 있다. 막내 예선(9)군은 경기초등학교를 다니고 있다. 영명씨는 늦둥이인 막내 임신과 관련해 병원에서 무안당한 경험을 털어놓기도 했다.“임신해서 병원에 가면 의사가 초음파 검사를 하잖아요. 한번은 의사가 ‘아들이 없으세요. 왜 이렇게 애를 많이 낳으세요.’라고 물어 난감한 적이 있었어요.” 시중에는 예선이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축구 예선전이 한창일 때 태어나서 이름을 예선이라고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 의원은 최근 ‘예수님이 주신 선물’이라는 의미와 돌림자 ‘선’을 합쳐 예선으로 지었다고 밝혔다. ●정치인 정몽준 “내가 처음 국회의원이 되고자 한 것은 11대 국회의원 선거 때였고,1984년 12대 국회의원 선거 때도 출마하려고 했다. 그런데 전두환 전 대통령이 내가 나가면 여당 의원이 떨어진다고 나가지 말라고 했다. 결국 나는 그 선거에 출마하는 것을 단념해야 했다. 하지만 공적 서비스를 하기 위해 정치에 입문했다는 생각은 내가 지금까지 흔들림없이 지켜온 가장 기본적인 정치철학이다.”정 의원이 밝힌 정치 입문의 배경이다. 정 의원은 1988년 울산 동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뒤, 지금은 5선의 중진 의원으로 확실한 입지를 구축했다. 한때는 2002년 한·일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반으로 대통령 선거에 나서기도 했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본 정치인 정 의원은 어떨까. 지난 대선기간 내내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던 정 회장도 ‘피’는 어쩔 수 없었던지 그 속내를 내보인 적이 있었다.“몽준 의원은 우리 형제들 가운데 제일 똑똑하고 잘 생겼다. 미국 MIT 대학원도 졸업하고, 월드컵도 성공적으로 잘 치렀다.” 그러나 정 회장은 이 발언 이후 정치권으로부터 호된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정치인 정 의원의 평판은 극과 극을 달린다. 일각에서는 직선적이고 엄격하다고 지적한다. 그를 보좌했던 비서관의 얘기다.“정 의원은 성격이 급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말을 함부로 하는 경향이 있다.”정 의원은 이에 대해 “지금까지 자신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쪽에서는 합리적이고 매너가 깨끗하다는 평이다.“정 의원은 서구식 매너가 몸에 배어 있다. 직원들이 떠나는 차에 인사를 하면 ‘왜 차에다 대고 절을 하느냐. 하지 말라.’고 말린다. 또 비서를 시키지 않고 직접 자신이 동료 의원에게 전화를 한다.”며 다른 전직 비서관이 전했다. ●현대중공업의 핵심 브레인 민계식(63) 현대중공업 부회장은 가장 부지런한 CEO, 백발의 마라토너 CEO로 불린다. 아침 6시 출근, 새벽 2시 퇴근하는 일과를 20년째 이어오고 있다. 비서를 퇴근시키고 저녁 6시부터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새벽까지 사업구상이나 신제품 개발 계획에 열중한다. 그의 이런 노력은 국내외 학술지 및 학술대회에 150편의 논문을 발표토록 했으며,48건의 국내 및 국제특허를 보유토록 했다. 우주항공학 및 조선공학(석사), 해양공학(박사) 등을 넘나드는 그의 해박한 전문지식은 현대중공업의 연구개발(R&D) 부문을 업그레이드시켜 놓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민 부회장은 또 60대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는 건강을 과시하고 있다. 그의 최고기록은 2시간 23분 48초. 비록 20대 초반 시절에 일궈낸 기록이지만 지금도 2시간대의 기록을 내고 있다.42.195㎞의 완주기록도 100회를 넘었다. 유관홍(60) 현대중공업 사장은 그룹내에서 경영 합리화의 귀재로 통한다.1999년 침체에 빠진 현대중공업 건설장비부문의 사업본부장을 맡아 세계 각지를 직접 뛰는 영업활동을 전개, 직원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활력을 불어넣기도 했다. 그 결과 만성적자였던 건설장비 부문을 2001년 국내 시장의 40% 이상을 점유하는 국내 1위의 건설장비 업체로 탈바꿈시켰고, 중국시장 점유율 25%를 기록하는 중국 최대의 건설장비 공장으로 성장시켰다. 그의 이런 경영능력을 두고 지난해 6월 미국의 권위있는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유 사장을 ‘기업회생 전문가’라고 평했다. 이연재(63) 현대삼호중공업 사장은 1976년 현대중공업 간부로 입사한 이래 30년간 조선과 해양플랜트의 해외영업 부문에서 일해 왔다.1999년 부도 위기에 처했던 옛 한라중공업을 현대중공업이 위탁경영하면서 대표이사로 선임돼 흐트러진 조직을 안정시켰다. 단기간에 70여척의 선박을 수주했으며, 중단된 사원 복지향상에도 노력을 기울여 사원아파트와 스포츠문화센터 등을 조성했다. 파산 직전까지 이르렀던 회사를 2001년부터 4년 연속 흑자경영을 실현하고 있다. 최길선(59) 현대미포조선 사장은 평사원으로 입사해 최고경영자에 올랐다. 최 사장은 설계·생산·기획 등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조선 현장에서 33년을 보낸 최고의 조선전문 경영인이다.‘항상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한다.’는 원칙아래 내실을 강조한다. 최 사장은 올해 슬로건을 ‘창사 30주년, 새로운 도약의 해’로 선포하고, 선박 60척 생산체제 구축을 마련하는 등 제 2도약을 위한 전략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golders@seoul.co.kr ■ 현대중공업 탄생 일화 ‘옥스퍼드 박사가 낳은 현대중공업’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평소에 즐겨 썼던 “이봐, 해봤어.”라는 말을 가장 드라마틱하게 보여준 곳이 현대중공업의 설립 신화다. 그야말로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고 정 명예회장의 ‘원맨쇼’였다. 고 정 명예회장은 1971년 조선소 차관 도입을 위해 영국 런던의 바클레이즈 은행을 찾았다. 그러나 ‘듣도 보지도 못한 한국의 작은 회사가 언감생심 어딜 넘보는 것이냐.’는 바클레이즈 은행의 태도에 기가 질렸다. 그렇다고 포기 할 수는 없었다. 그가 기댄 곳은 당시 기술협조 계약을 맺은 영국의 A&P 애플도어 엔지니어링사. 그는 500원짜리 지폐로 애플도어사의 롱바톰 회장을 감동시켰다.“이것은 한국 지폐입니다. 여기 그려진 것이 거북선이죠. 한국은 이미 1500년대에 이런 철갑선을 만든 실적과 잠재력을 갖고 있습니다. 영국의 조선 역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게 1800년대이니 한국은 무려 300년이나 앞선 셈입니다.” 그는 롱바톰 회장의 도움으로 바클레이즈 은행 부총재를 만났다. 그러나 콧대 높은 영국 은행의 부총재를 설득한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었다.‘옥스퍼드 박사’ 일화는 여기서 나왔다. 고 정 명예회장은 ‘전공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임기응변으로 “어제 제가 이 사업계획서를 들고 옥스퍼드대학에 갔더니 한번 들쳐보고 바로 그 자리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주더군요.”라고 말했다. ‘옥스퍼드 유머’에 부총재는 껄껄 웃으며 “옥스퍼드대 경영학 박사 학위를 가진 사람도 이런 사업계획서는 못 만들거요. 당신은 그들보다 훨씬 더 훌륭합니다. 당신의 전공은 유머 같소. 우리 은행은 당신의 유머와 함께 이 사업계획서를 수출보증국으로 보내겠소.” 고 정 명예회장은 ‘거북선 지폐’와 ‘옥스퍼드 박사’로 바클레이즈 은행 벽을 넘었지만, 아직 영국 수출보증기구(ECGD) 총재의 보증을 받아야 하는 마지막 관문이 남았다. 그러나 이것도 울산의 초라한 백사장 사진 한장 들고 그리스 선사인 ‘선 엔터프라이즈’사의 리바노스 회장을 설득, 선박을 수주 계약함으로써 무사히 통과했다. 이로써 세계 조선 역사상 최초로 조선소 건설과 선박 건조가 동시에 진행하는 신화가 나오게 됐다. 고 정 명예회장과 리바노스 회장이 당시 맺은 인연은 지금도 대(代)를 이어 지속되고 있다. golders@seoul.co.kr ■ MJ 처가의 ‘화려한 혼맥’ 정몽준 의원의 처가인 고 김동조 전 외무장관의 가계도를 보면 한국 상류사회의 ‘족보’를 엿볼 수 있다. 슬하에 2남 4녀를 둔 고 김 장관과 송두만(83) 여사는 자식교육 뿐 아니라 혼사까지 성공한 케이스. 자녀 모두 외교관 출신인 부친의 영향으로 영어와 일어 등을 유창하게 구사하며, 외국의 명문대를 졸업했다. 특히 장녀인 영애(60)씨와 차녀인 영숙(59)씨는 일본 최고의 여성 사립명문인 세이신대학을 졸업했다. 장남인 대영(57)씨는 미국의 암허스트대학을 졸업했으며, 차남인 민영(51)씨는 펜실베이니아 와튼스쿨을 졸업한 뒤 컬럼비아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땄다. 자녀 가운데 재계 가문으로 시집간 이는 삼녀인 영자(55)씨와 막내인 영명(49)씨. 영자씨는 GS그룹의 허씨가인 허광수(59) 삼양인터내셔널 회장과 결혼했다. 허 회장의 형제로는 허남각(67) 삼양통상 회장과 허동수(62) GS칼텍스 회장이 있다. 또 허창수(57) GS그룹 회장과는 사촌간이다. 허 회장의 부친인 고 허정구 삼양통상 명예회장은 LG그룹 경영의 한 축을 맡았던 고 허준구 LG건설 명예회장의 맏형이다. 고 허 명예회장은 일찌감치 삼성물산의 창립멤버로 참여,LG 구씨가와 손잡은 고 허준구 명예회장과는 다른 길을 걸었다. 영명씨는 정몽준 의원과 1979년 결혼, 현대가의 일원이 됐다. 이로써 고 김 장관의 집안은 국내 대재벌인 삼성과 현대,LG,GS가와 특별한 인연을 맺었다. 차녀인 영숙씨는 초대 해군참모총장과 국방부장관을 지낸 손원일 제독의 장남인 손명원(64)씨와 결혼했다. 손씨는 30대 초반에 ‘손컨설팅 엔지니어링’이라는 회사를 설립했으며 현대미포조선과 쌍용자동차, 맥슨전자에서 CEO(최고경영자)를 역임했다. 그는 현재 스카이웍스솔루션 코리아 고문이다. 장녀인 영애씨는 자수성가한 국제 금융계의 거물급 인사로 미국 모건스탠리의 부사장이다. 남편인 최융호(62)씨는 해양 관련 비즈니스를 하는 제너럴 마리타임 사장이다. 장남인 대영씨는 부친인 고 김 전 장관의 아호(海吾)를 딴 해오실업을 경영하고 있으며, 차남인 민영씨는 한국외국어대 무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의 부인인 정다미(44)씨도 명지대 교수다. 김 전 장관의 집안은 또 언론계와도 각별하다. 손녀 사위들이 언론계에 몸담고 있다. 셋째 사위인 허 회장의 장녀인 유정(31)씨는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의 아들인 준오(31)씨와 결혼했다. 둘째 사위인 손 고문의 차녀인 정희(31)씨는 1999년 헤럴드미디어 사장인 홍정욱(35)씨와 화촉을 밝혔다. golders@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김성곤·최광숙차장 안미현·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구정 이삭]

    ●서울 강북구는 29일(화) 오전9시부터 ‘강북 웰빙스포츠센터’ 신규회원을 선착순 모집한다.▲수영▲스쿼시▲에어로빅▲헬스▲아쿠아로빅 등의 프로그램이 열린다.(02)901-6612∼5. ●서울 중랑구 망우3동사무소는 29일(화) 오전10시∼오후5시 저소득층 노인을 대상으로 영정사진을 무료로 찍어준다.(02)2209-8011. ●경기 용인시 여성회관은 30일(수)까지 ‘아버지 합창단’ 단원 50명을 모집한다. 용인시 거주 35∼50세 남성이면 된다. 오디션은 다음달 2일(토)에 열린다.(031)270-8845. ●서울 도봉구는 31일(목)까지 ‘청소년 한문·예절교실’에 참여할 초등학생 30명을 선착순 모집한다. 다음달 9일부터 매주 토요일 오후 2∼4시 방학2동 방아골 종합사회복지관에서 진행된다. 무료.(02)3491-0500. ●경기 안양시는 31일(목)까지 ‘송파산대놀이 탈춤 무료강좌’에 참가할 주부 50명을 선착순 모집한다.(016)362-6145. ●경기도 여성회관은 다음달 1일(금)까지 ‘남성을 위한 자격증반’ 수강생 80명을 모집한다.▲세탁기능사반▲한식조리기능사반▲제과제빵기능사반 등이 개설되며 홈페이지(woman.gyeonggi.go.kr)로 접수하면 된다. 수강료 4만원.(031)249-5371. ●서울 동대문구는 다음달 2일(토)까지 기업 해외진출 및 수출증진을 위한 ‘2005 인터넷 무역지원사업’에 참가할 중소기업체를 모집한다.(02)2127-4282. ●서울 강서구는 다음달 4일(월)까지 강서구 거주 여성을 대상으로 ‘구립 합창단원’을 모집한다.(02)2600-6077. ●경기 성남시는 다음달부터 매주 일요일 오전 10시∼낮12시에 운영하는 ‘남한산성 환경기행 주말탐사반’에 참가할 가족을 선착순으로 모집한다.▲숲 속의 봄맞이▲야생화 관찰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031)729-2410∼4. ●관동의대 고양 명지병원은 4∼5월 고양·파주·김포시 지역에 사는 만4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직장암 무료검진을 해준다. 사전예약 필수.(031)810-6330. ●서울 성동구는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전문봉사단’ 단원을 연중 모집한다. 분야는 ▲수지침▲이·미용▲제과·제빵▲간병지원▲보일러 수리▲목욕지원▲장애인지원▲의료지원▲학습지도▲스포츠마사지 등 10개다.(02)2286-5152.
  • [빚탈출 희망찾기-김관기 채무상담실] 보증채무 회사에 알려질까 걱정

    회사원인 저는 남동생이 찜닭 프랜차이즈 사업을 운영하면서 은행에서 운영자금 1억원을 대출받을 때 보증을 섰습니다. 하지만 사스와 조류독감이 휩쓸고 가면서 사업이 휘청거리더니 신용불량자 문제가 불거지면서는 아예 사람들이 외식도 안하는지 장사가 도통 안 됐습니다. 결국 가게니 집이니 전부 넘어가고 거액의 빚만 남았습니다. 동생은 베트남으로 가 버렸고 소식도 없습니다. 제가 늙으신 부모를 모시고 있습니다. 저는 상장기업에 다니면서 한달에 300만원 정도 받습니다. 보증인인 제가 개인회생이 가능할까요. 개인회생을 신청하더라도 저의 회사일에 미치는 영향은 없는가요. 가능하면 회사에 알리지 않는 방법은 없나요. -이미지(34) 보증채무도 개인회생의 대상이 됩니다. 흔히 보증채무를 보통의 채무와 다르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으나, 이것도 어디까지나 똑같은 금융채무입니다. 즉, 보증인은 주채무자와 동일한 채무를 지고 있는 것이고 채권자는 그 중의 누구를 상대로 해서도 이행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실무상 주채무자가 이행을 잘 하고 있는 경우 보증인에 대하여 추심을 하지 않는 것뿐입니다. 다만, 보증인은 채권자가 보증인에게 청구할 때 주채무자가 빚을 갚을 자력이 있다면 주채무자에게 받아 보라고 할 수 있지만, 주채무자가 자력이 있는데 보증인에게 청구하는 경우는 실제로 없을 것이기에 있으나마나한 항변입니다. 다음으로 회사에 미치는 법적 영향은 없습니다. 회사가 빚을 진 것이 아니고, 근로자는 회사와는 별개이기 때문입니다. 회사는 개인의 생활에 간섭할 수 없는 것이고 가족의 일로 인하여 채무를 지게 된 것은 개인생활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개인회생을 담당하는 파산법원이 회사에 채무가 있다는 것을 알리지 않습니다. 다만, 채권자는 추심의 수단으로서 월급을 압류·가압류하는 수가 있습니다. 근로자가 받는 급여를 집행의 객체로 하여 절반까지를 압류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회사는 급여 일부를 근로자에게 주지 않고 적립해 관리·공탁하는 번거로움을 겪게 됩니다. 사실 이 같은 번거로운 일은 회사 입장에서는 싫어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개인회생이든 완전 변제이든 신속히 실시하지 않으면 근로자로서는 사실상 불이익을 심하게 보게 됩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안정적인 월급을 받는 분일수록 신속하게 개인회생이든 파산이든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파산·개인회생 전문 변호사)
  • [논술이 술술]시사 키워드 / 개인회생제도

    [논술이 술술]시사 키워드 / 개인회생제도

    경제난으로 재산을 모두 잃고 신용불량자가 되거나 빚더미에 올라 앉은 사람들이 늘어나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9월부터 일정 기간 동안 빚의 일부를 갚으면 전체 빚을 탕감해 주는 개인회생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신용불량자 구제를 위한 또 다른 대책인 개인파산 신청자가 사상 최다를 기록한 가운데 개인회생 신청자도 지난해 12월 서울 지역에서만 1000명을 넘어서는 등 관심을 끌고 있다. 가정파탄, 자살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신용불량자 양산은 신용카드 남발도 원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불경기가 지속돼 특히 사업에 실패하는 자영업자나 개인사업자가 증가하는 게 가장 큰 이유다. 개인회생제도나 개인파산제도 말고도 정부는 개인워크아웃, 배드뱅크 등의 구제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신용불량자 문제가 우리 사회에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 생각해보고 구제 대책을 살펴보자. ●갑자기 늘어난 신용불량자 신용불량자는 왜 급증했는가. 외환위기 이후 지금까지 지속된 경기 침체와 기업의 구조조정은 사업자는 물론 봉급생활자까지 생존이 어려울 지경으로 만들어 놓았다. 여기에 소비촉진 정책과 신용카드 회사의 과장 경쟁으로 신용카드가 남발해 신용불량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현재 신용불량자는 360만명 안팎으로 집계되고 있다. 신용불량자가 한번 되고 나면 다시 신용을 회복해서 재생하기가 힘들다. 카드 돌려막기나 사채로 버텨보다 결국에는 빚 독촉에 못 이겨 온갖 범죄를 저지르거나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따라서 신용불량자 급증은 그릇된 정책이나 잘못된 사회구조에서 기인하기 때문에 정부나 사회의 책임이라는 인식 아래 구제 대책들이 나오게 됐다. 그러나 그러한 사회적 책임론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개인 부채를 국가가 해결해 주는 것은 시장경제의 원리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신용불량이 사회의 책임이냐, 개인의 책임이냐를 떠나서도 국가가 부채를 탕감해 주는 것은 도덕적 해이를 부를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따라서 각종 대책들은 부채를 완전 탕감해주는 것보다는 신용불량자 자신이 일정 기간 동안 빚을 갚으려는 노력을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개인회생제도란 재정적 어려움으로 파탄에 직면한 개인채무자로서 앞으로 계속적으로 또는 반복하여 수입을 얻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에 대하여 채권자 등 이해 관계인의 법률 관계를 조정함으로써 채무자의 효율적 회생과 채권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2004년 9월23일부터 시행된 제도이다. 개인회생제도는 법원이 강제로 채무를 재조정해 구제하는 개인 법정관리라고 할 수 있다. 채무 범위는 무담보채권의 경우에는 5억원, 담보부채권의 경우에는 10억원 이하이다. 변제 기간은 최장 8년이며, 이 기간에 일정한 금액을 변제하면 나머지 채무를 면제받을 수 있다. 신청 자격은 일정한 수입이 있는 급여소득자와 영업소득자로서 과다한 채무로 지급불능의 상태에 빠졌거나, 지급불능의 상태가 될 염려가 있는 개인으로 제한된다. 개인회생제도는 배드뱅크나 개인워크아웃보다 혜택이 많다. 대표적인 장점으로는 원금까지 탕감받을 수 있으며, 금융기관 부채 뿐 아니라 보증·사채 등 모든 부채를 포함한다는 점이다. 또 부채 경감액에 뚜렷한 한도가 없고, 신용불량자가 아니라도 신청할 수 있으며, 정해진 기간에 빚을 다 갚지 못해도 귀책사유가 없으며, 채무자가 각종 전문자격을 유지하면서 빚을 갚을 수 있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반면 신청 절차가 까다롭고, 신청 후에도 확정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며, 초기 신청 비용이 많이 든다. 또 회생절차가 끝난 뒤에도 일정 기간 기록이 남고, 소득이 없거나 불확실한 채무자는 이용할 수 없다는 게 단점이다. ●다른 구제 대책들 신용불량자 구제대책으로는 개별금융기관 신용회복 지원, 배드뱅크, 개인워크아웃, 개인파산 등이 있다. 이 가운데 개인파산은 개인회생과 마찬가지로 법원의 강제조정이고 나머지는 금융감독기구에서 시행하는 사적조정이다. 1962년부터 시행된 개인파산제도는 지난해 신청건수가 1만 4921건으로 2003년의 3856건에 비해 크게 늘었다. 개인파산은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부채를 면책해주지만 파산자가 되면 곧바로 직장을 잃거나 자격(면허)을 상실해 경제적 식물인간이 된다. 그러나 개인회생제를 인가받으면 직장이나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즉, 개인파산은 모든 재산을 처분해야 하고 피선거권과 시험응시자격을 잃지만 개인회생은 공무원ㆍ의사ㆍ변리사 등의 자격을 유지하면서 빚을 갚아나갈 수 있다. 개인워크아웃제도는 총 채무액이 3억원 이하로 제한되고 배드뱅크는 채무가 5000만원 미만인 경우만 해당된다. 그러나 개인회생제도는 최대 15억원까지 빚진 사람도 가능하기 때문에 사업자나 전문직에 종사하다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들에게 유리하다. 또 배드뱅크나 개인워크아웃제도는 사채나 새마을금고 대여금에 진 빚은 경감받을 수 없다. 빚이 많더라도 소득이 없거나 불확실한 사람들은 개인회생제를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개인파산을 신청해야 한다. 원리금의 경감 액수는 개인워크아웃의 경우 전체 빚의 3분의1인 1억원을 넘지 못한다. 하지만 개인회생제도는 부채 경감액의 한도가 없다. 가령,5억원의 채무를 진 사람이 8년 이내 일정한 기간 동안 생계비를 제외하고 돈을 꼬박꼬박 갚고도 4억원의 빚이 남았다면 법원이 탕감시켜준다. 손성진기자 sonsj@seoul.co.kr
  • [클릭이슈] iTV살리기 勞·社·비대위 제각각

    [클릭이슈] iTV살리기 勞·社·비대위 제각각

    수도권 민방인 경인방송의 전파송출이 중단된 지 두 달이 지난 지금, 퇴출 원인 및 회생책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게 일고 있다. 지난달 28일 열린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에서 노성대 방송위원장은 경인방송(iTV) 재허가 추천거부 과정을 묻는 한 의원의 질문에 “노사가 화합하도록 요청했는데 대결만…”이라고 말해 극한적인 노사대립이 방송중단의 한 요인이 됐음을 시사했다. 방송위원회는 그동안 경인방송의 재정능력 부족, 협찬·광고 반복 위반 등을 추천거부 사유로 밝혔고 노사문제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었다. 경인방송 지배주주인 ㈜동양제철화학의 한 경영인은 최근 모임에서 참석자가 방송중단을 위로하자 “앓던 이가 빠진 것 같다.”고 되받았다. 노조는 여전히 “길거리에 내몰렸지만 후회는 없다. 동양화학은 언론사를 운영할 자격이 없다.”며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경인방송이 왜 창사 8년 만에 허무하게 주저앉게 됐는지를 시사하는 대목이다. 회사측은 지난 1일부터 허가기간이 남은 라디오방송을 재개하는 등 ‘불씨’ 살리기에 나섰다. 노조 및 노조에서 갈라져 나온 비상대책위 또한 나름대로 해법을 제시하며 방송 살리기에 나섰지만 인식차가 커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희망을 버리지 않는 노조 이름부터 ‘희망조합’으로 바꿨다. 지난해 말 방송국이 문을 닫은 이후 190여명의 조합원들은 조합 사무실을 새로 마련하고 ‘새판 짜기’에 나섰다. 경인방송은 법적 절차와 관계없이 이미 사형선고를 받았다는 것. 이들은 회사측이 지난달 14일 방송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등 사업권 회복에 나선 것에 대해 조소를 보낸다. 행정소송은 방송위 결정의 합리성을 따지는 확인소송이기 때문에 승소한다 하더라도 법원이 방송위에 재허가 승인 명령을 내릴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노조측이 지난 1월12일 인천지법에 법인 파산을 신청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시민·언론단체 등과 연대하며 새로운 방송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오는 14일 새 방송 설립을 위한 주비위를 출범시켜 발기인 1만 2000명을 모집한 뒤 4월말 발기인대회를 갖는다는 구상이다. 초기 자본금을 500억원으로 하고, 이 가운데 10%+α는 시민주 공모를 통해 확보하기로 했다. 노조는 별도로 조합원 퇴직금으로 10억원의 종자돈을 모금 중이다. 시민과 조합원 지분 등으로 15∼20%의 지분을 갖는 공익재단을 설립하는 방안도 주비위에서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익재단 문제는 경인방송 노사가 충돌한 ‘핫이슈’였다. 나머지 자본금은 경인방송 설립 당시와 같이 기업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충당할 것으로 보인다. 방송위는 “이달까지 정책방안 등을 검토한 뒤 공청회 등을 거쳐 6월까지 (새 사업자 공모 등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길 가는 비대위 지난 1월10일 출범한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해 12월13일 사측에 의해 단행된 직장폐쇄 이후 업무에 복귀한 노조 탈퇴자와 비조합원 등이 중심이 됐다. 이들은 노사분규 과정에서 “노조측이 취한 스탠스에 불만이 많다. 노조가 공익적 민방이라는 ‘이상’에 발목이 잡혀 모든 것을 잃은 ‘현실’을 초래했다.”고 비난한다. 즉 소유구조 변동없이 내부 견제장치로도 공익성을 담보할 수 있음에도 ‘자본’을 자극해 공멸하게 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방송사의 설립보다는 기존 법인의 존속과 함께 방송 재개를 모색하는 것이 훨씬 수월한 길이라고 판단한다. 노조와는 달리 행정소송에 기대를 거는 것은 이 때문이다. 소송에서 이기면 최소한 재허가 심사 전 상태로의 복귀가 가능하다고 믿고 있다. 이들은 상당부분 회사측과 입장을 같이한다. 다만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법인 존속이 여의치 않을 경우 새로운 투자자를 모색, 지역민방을 설립하는 방안에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비대위 관계자는 “노조가 강성 이미지를 희석시키지 않는 한 민방 설립을 위한 컨소시엄에 참여하려는 기업들이 부담감을 느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암중모색하는 법인 경인방송은 지난해말 방송중단(폐업) 이후 10여명의 직원이 잔류 중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법인이 청산되지 않은 상태여서 외형적으로는 전과 큰 차이가 없다. 더구나 지난 1일부터는 TV와 함께 방송을 중단했던 라디오 iFM을 ‘경인방송 살리미’들의 자원봉사 형태로 재개하는 등 회생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방송위의 재허가 추천 거부로 법인 존속이 무의미해져 이사회의 폐업결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던 것과는 딴판이다. 회사는 또 지난달 18일 주주총회를 열어 이춘재 경영본부장을 대표이사 전무로 선임한 뒤, 신규자본 영입을 추진 중이며 1·2대 주주인 동양화학과 대한제당이 감자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노조측은 “회사측이 방송 재개를 모색하는 것은 새 사업자가 나타날 경우 자산매각 등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비난했다. 경인방송 관계자는 “라디오만으로는 경영을 할 수 없는 긴박한 상황이어서 폐업했지만 이후 주주와 채권단, 시청자들이 경인방송 살리기에 대한 인식을 같이 해 회생을 도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과거분식’ 2년 유예 추곡수매제도 폐지

    이번 임시국회에서는 모두 110건의 법안을 통과시키며 임시국회 사상 최다 법률 처리 기록을 갈아치웠다. 하지만 국보법 폐지안, 과거사법안, 사학법 등은 손도 대지 못했다. 다음은 2일 국회를 통과한 주요 법안 요지. ●증권관련집단소송법(개) 기업의 허위 공시행위가 과거의 분식을 반영·해소할 경우 2년간 집단소송법 적용을 배제하되, 과거 분식으로 계상된 금액을 새로운 분식으로 대체하거나 허위로 가감·수정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새 법을 적용하도록 한다. ●양곡관리법(개)·쌀소득보전기금법(개) 추곡수매제를 사실상 폐지하고 국민식량의 안정적인 확보 차원에서 쌀 600만섬 가량을 시장가격으로 매입하고 판매하는 공공비축제 도입을 골자로 한다. 또한 추곡수매제 폐지에 따라 쌀값이 15%가량 급락해도 가마당 16만 5000원 이상을 보장한다. ●채무자회생 및 파산법 개인 채무자에 대해 파산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채무를 조정, 소액 채무자를 구제한다. ●하도급거래공정화법(개) 중소 하청업체 보호를 위해 용역위탁업을 하도급법 적용대상에 추가하고 하청업체에 비용을 전가하거나 대금을 깎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 ●병역법(개) 병역을 마치지 않은 병역 의무자가 국외여행 허가시 병무청장으로부터 받아야 하는 귀국보증제도와 이들이 미귀국시 부과하는 과태료제도를 폐지했다. ●선원법(개) 국제기준에 맞는 선원신분증명서 도입과 함께 25t 이상 선박 선원에 적용되던 대상 기준을 20t 이상으로 올렸고, 주 40시간 근무, 쟁의행위 허용 등을 담고 있다. ●독립유공자예우법(개) 독립유공자 중 친일반민족행위를 한 것으로 확인된 자에 대해 각종 독립유공자 예우를 박탈하는 내용과 해외거주 독립유공자 가족이 국내에 영구 정착할 때 주는 정착금 지급대상을 유족대표 1인에서 가구 수별로 확대한다. ●공중위생관리법(개) 찜질시설 영업을 목욕업종으로 분류하는 내용.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美 집단소송제한법 이르면 19일 발효

    기업에 대한 집단소송을 엄격히 제한하는 집단소송제 개정 법안이 17일(현지시간) 미 하원을 통과해 이르면 18일 조지 부시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발효된다. 하원은 이날 부시 2기 행정부와 공화당이 기업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역점적으로 추진해온 집단소송제 개정 법안을 표결에 부쳐 279대149로 가결시켰다. 이 법안은 지난 10일 상원을 72대26으로 통과한 바 있다. 부시 대통령은 “법안 개정으로 사법제도를 개혁하고 일자리를 계속 늘리며, 경제를 성장시키려는 우리의 노력이 크게 진전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법안은 집단소송의 남발 탓에 기업활동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는 재계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으로, 피해배상 청구액이 500만달러를 넘는 집단소송은 연방법원에서 관할하도록 했다. 또 원고와 피고의 3분의1 이상이 같은 주 출신인 사건만 주법원에서 다루고 그외의 사안은 연방법원에 넘기도록 규정했다. 연방법원은 전통적으로 집단소송에 대해 비우호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집단소송 변호사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판결을 자주 내린 주법원만 골라 소송을 제기하고, 막대한 수임료만 챙긴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2002년 한해 동안 미국 기업의 집단소송 배상액은 2400억달러(GDP의 2.2%)에 달했고 85개 석면관련 업체의 파산으로 6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개정 법안은 또 집단소송에서 승리할 경우 변호사에게 돌아가는 몫을 피해자의 배상금과 연계, 크게 축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원 민주당 대표인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의원은 그러나 이 법안이 “소비자의 희생 속에 대기업에 특혜를 주려는 것”이라고 비난했고 다른 민주당 의원들도 “머크나 파이저 등 제약사와 월마트, 엔론 같은 대기업의 잘못을 덮으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미국의 집단소송 제한은 집단소송을 제조물과 환경 등으로 확대하려는 ‘집단소송법안’과 식품 분야에 도입하려는 ‘식품안전기본법안’의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국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좋은도시 만들기] (13) 임대주택 활성화 방안

    임대주택은 다양한 주택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유용성에도 불구하고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임대주택 활성화를 위해서는 대한주택공사(주공)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 재조정이 불가피한 것으로 지적된다. 권도엽 건설교통부 차관보와 하성규 중앙대 사회개발대학원장, 남상오 사단법인 주거복지연대 사무총장 등 전문가들이 임대주택 건설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등을 진단했다. 1. 주공·지자체의 역할 ●하성규 원장 주공이 공공 임대주택 건설 주체로서 핵심적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주공이 공익과 공공성에 충실했는지는 의문이다. 주공이 공급한 주택의 60% 이상은 분양주택이다. 정부의 재정 지원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분양 수익금을 임대주택 건설에 활용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꼭 이렇게 해야만 하는가. 당장 주공이 분양주택 건설을 중단하는 데는 무리가 따르는 만큼 점차 분양주택 물량을 줄이고, 임대주택 물량을 늘려야 한다. 또 달동네 등 불량주택 재개발사업과 공공 임대주택에 대한 관리 등으로 기능을 전환해야 한다. 주공의 역할에 대한 재정립과 이를 위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권도엽 차관보 주공은 196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140만호 이상을 건설했다. 현재 주공이 연간 공급하는 10만호 가운데 80% 이상을 국민 임대주택으로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4조 1000억원 규모의 사채를 발행했으며, 올해는 4조 3000억여원에 이를 전망이다. 임대주택 관리는 주공산하의 주택관리공단에서 담당한다. 모두 26만호 정도다. 한 기업에서 이렇게 많은 주택을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고민하고 있다. 경쟁체제 도입도 필요하다고 본다. 주공이 앞으로 80만호의 임대주택을 지으면 관리대상이 100만호를 넘기 때문이다. ●남상오 총장 ‘집없는 사람에게 애국심을 기대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집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주공이 수십년간 임대주택 건설과 관리를 통해 축적한 노하우를 지자체에 일정부분 넘겨줘야 한다. 임대주택 건설은 기본적으로 수요에 부응한 접근이 중요하다. 주거수요와 지역시장 등 정보에 밝은 지자체와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주공과 지자체의 기능적 협력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지자체에도 임대주택 전담팀이 구성돼 있지만 개발 위주로 짜여져 있으며, 주거복지분야에는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 ●권 차관보 외국의 경우 주거복지분야는 지자체의 몫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중앙정부가 재정 지원을 약속해도 오히려 지자체가 반대한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려면 지자체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지난해 지자체 주거복지 평가제도를 도입하고, 지자체로 하여금 10년간의 장기계획을 세우도록 의무화했다. 주거복지 현황과 비전 등을 고민하다 보면 대책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 2. 다가구주택 매입 임대 ●하 원장 영국의 경우 초창기에는 대규모 임대주택단지 위주로 공급했다. 그 결과 임대주택단지는 이른바 ‘포버티 아일랜드’(빈곤의 섬)라는 사회적 편견이 생겼다. 이후 민간주택을 구입해 임대주택으로 전환하는 등의 대안이 나왔다. 중앙 정부가 최근 다가구주택을 사들여 임대주택으로 전환하는 ‘매입 임대주택’사업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다만 저조한 입주율과 허술한 주택 관리시스템 등은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 ●남 총장 수혜자 다변화 차원에서 매입 임대주택은 기초생활수급자뿐만 아니라, 가정폭력과 파산 등으로 내몰린 계층에게도 입주의 길을 열어줘야 한다. 특히 매입 임대주택과 일자리 제공을 연계, 입주자 선정 방식을 고용창출 계획에 따라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 예컨대 청소사업단, 예식사업 공동체, 한가족 빨래방 등 ‘우리 동네가 하나의 기업’이라는 식으로 사회기업화할 수 있다. 프랑스에서는 노숙자들이 중심이 된 ‘칸나’라는 전문 출장뷔페가 매출규모 2위를 자랑하고 있다. ●권 차관보 매입 임대주택을 지난해 500호에서 2008년 1만호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매입 임대주택은 현재 가족형과 그룹홈 등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앞으로 민간의 전문인력과 비영리단체 등을 활용해 입주자들의 자활능력을 키울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하 원장 재정 지원의 한계를 감안하면 조합을 결성한 사람들에게 정부가 건축자재, 땅, 세금 등을 지원하는 ‘비영리협동조합주택제’의 도입을 검토해 볼 만하다. 이 경우 주택은 개인이 아닌 조합 소유로 전매와 전대 등을 금지할 수 있다. 3. 임대주택 문제점 ●하 원장 우리나라 주택수급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공급의 지역별, 소득계층별 편차가 심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권 차관보 임대주택이 필요한 이유다. 주택 보급률은 100%를 넘었지만 자기 집에 살고 있는 비율은 54%에 불과하다.46%가 세를 살고 있다. 주거의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전세보다 임대가 효과적이다. 1인당 주거면적도 미국의 30%, 일본의 60%에 그친다.2000년 기준 330만 가구가 최소 주거기준에 미달하고,110만가구는 단칸방에서 살고 있다. 임대주택이 활성화돼야 열악한 환경의 저소득층들도 주거복지를 누릴 수 있게 된다. 최근 단독가구와 1인가구가 전체의 30%를 넘는 등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여서 임대주택의 필요성이 한층 커지고 있다. ●남 총장 주택에 대한 패러다임을 소유에서 거주 개념으로 전환하고, 주거수요가 높은 저소득층을 위해 임대주택의 확충이 절실하다. 이같은 상황에서 임대주택이 정부 주택정책의 한 축으로 등장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수요자에 대한 고려없이 공급이 이뤄지고 있는 문제점이 있다. 공급방식이 다변화돼야 한다. 입주자 선정기준과 절차 등 배분방식도 합리적이지 못하다. 배분에 대한 효율성만 지나치게 강조해 가족 상황 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또 임대주택 관리도 현재는 시설관리 수준에 그치고 있다. ●권 차관보 주택소유율이 높은 게 나쁜 것은 아니다. 자기 주택을 갖고 있으면 사회적 안정감이 높아지고, 관리가 더 잘 이뤄질 수 있다. 다만 재산증식을 목적으로 한 투기적인 주택수요는 바람직하지 않다. 민간부문은 임대주택을 공급할 때 수익성을 따진다. 전세의 경우 매매가의 30∼40%에서 70∼80%까지 오르는 등 탄력성이 있지만, 임대주택은 집값이 많이 오르지 않으면 사업성이 없다. 민간이 임대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본질적인 이유다. 게다가 최근에는 분양가 상승으로 민간 임대주택의 건설과 분양이 주춤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주택 분양 시장은 위축될 전망이어서 분양수요가 임대수요로 전환될 것이다. ●하 원장 민간업체를 끌어들여 임대주택을 활성화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일례로 일부 민간 임대주택의 경우 수익성이 떨어지고 입주율이 저조하자 임대보증금으로 분양가를 받는 편법을 동원하기도 했다. 때문에 정부가 공공 임대주택 건설에 적극 나서야 한다. 그러나 향후 10년간 공공 임대주택 100만호 건설에 56조원이 들기 때문에 재원 확충 없이는 불가능하다. 자칫 ‘페이퍼 플랜’(Paper Plan)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또 공공 임대주택은 직장과 주택이 근접한 원칙이 지켜져야 효과가 크다. 직주(職住)간의 거리는 서울의 경우 도심으로부터 20㎞, 지방은 10㎞ 내외이다. 그러나 서울의 경우 60% 이상을 20㎞보다 먼 곳에 지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도심에서 멀수록 입주율은 떨어지고, 이는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 ●권 차관보 지난해 민간 임대주택도 정부가 택지나 기금 가운데 하나만 지원하면 임대조건을 통제 가능토록 조치했다. 특히 점차 집을 짓는 것 자체가 어려워지는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는데 주목해야 한다. 이는 주택공급을 어렵게 하고, 생활근거지와 주거지를 멀게 하고, 저소득층을 밀려나게 하는 요인이 된다. 주택 보급률이 100%를 넘었지만, 주택 수를 향후 20년간 70% 더 확충해야 하는 만큼 어디에 공급하느냐도 중요하다. 수도권의 경우 서울보다 신도시의 용적률이 높아 교통량 증가를 초래한다. 최소한의 쾌적성은 유지해야겠지만,‘콤팩트 시티’(조밀 도시)를 지향해야 한다. ●남 총장 임대주택 건설과 경기 활성화를 연계시키는 것은 문제다. 업체 부도로 매물로 나온 임대주택이 117동 1만 5000가구에 달한다. 특히 목표를 세우고 이에 맞춰 택지, 기금, 세제 등을 지원할 경우 무리가 따를 수 있다. 공공 임대주택과 민간 임대임대의 상호보완은 불가피하기 때문에 민간 임대주택을 양성화해야 한다. 정리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특별취재팀 ●이상일 논설위원(특별취재팀장), 이동구 기자, 장세훈 기자
  • [논술이 술술] 시사 키워드 / 다보스 포럼

    최대의 국제회의요, 각국의 정·재계 거물들의 연례적인 모임인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 달 30일(현지시간) 폐막됐다. 이 회의는 개최지인 스위스의 휴양도시 다보스의 이름을 따 ‘다보스 포럼’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35회째 열린 올해 다보스포럼은 ‘어려운 선택들을 위한 책임’라는 주제 아래 이라크 문제, 신기술 동향, 문화 조류 등 국제적인 의제를 다루었다. 이번 행사에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 빅토르 유시첸코 우크라이나 신임 대통령, 이냐시우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 등 세계 90여개국의 정치ㆍ경제계 지도자 2250명이 참석했다. 미국 대표는 로버트 죌릭 무역대표와 존 매케인, 조지프 바이든 상원의원 등이다. 이밖에 샤론 스톤, 안젤리나 졸리, 리처드 기어, 보노, 라이오널 리치 등 연예인들도 참석해 부채 탕감과 빈곤 축소 등을 촉구하기도 했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표현처럼 다보스포럼은 ‘세계 최대의 인맥구축 마라톤’이다. 명함을 몇통씩 갖고 온 참석자들은 더 많은 명함을 모아 돌아갈 만큼 많은 사람들을 만나 자유롭게 대화를 나눈다. ●다보스포럼이란 세계경제포럼(WEF:World Economic Forum)은 1981년부터 매년 1∼2월 스위스의 고급 휴양지인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다. 세계의 저명한 정치가, 기업인, 경제학자, 저널리스트 등이 모여 세계 경제, 정치, 외교 등의 현안을 놓고 토론하는 국제민간회의다.1971년 독일 출신의 하버드대 경영학 교수 클라우스 슈바프(Klaus Schwab)가 만들어 독립적 비영리재단 형태로 운영되고 있고 본부는 제네바에 있다. 배타적이라는 비판이 일자 2001년부터 비정부기구 인사를 초청하고 있다. 연차총회 외에도 지역별 회의와 산업별 회의도 열며 세계무역기구(WTO)나 선진국 정상회담(G8)에 큰 영향력을 미친다. 워낙 거물들이 많이 참석하기 때문에 극비의 수뇌회담도 열리는 등 외교 살롱의 역할도 한다. 다보스 인구의 4분의 1에 가까운 참가자들이 뿌리는 돈이 무려 2500만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올해 논의된 문제들 올해 회의에서는 기후변화와 평등한 세계화, 글로벌 경제와 지배구조, 미국의 리더십, 대량살상무기, 세계무역 등 12개 주제를 중심으로 220개의 워크숍과 토론회가 열렸다. 특히 세계화의 결과로 심화되고 있는 국가간, 국가내 양극화 문제에 대한 대책이 중요한 이슈로 논의됐다.‘(초국적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이 주요 의제가 됐다.‘빈익빈부익부는 불가피한가.’란 주제로 세미나도 열렸다. 세계화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한 주제들이다. 워크숍과 토론회에서 중동 문제, 중국의 영향력 증대, 인종문제 등 다양한 이슈가 논의됐다. 블레어 총리는 기조연설에서 자신이 올해 의장을 맡는 선진 8개국(G8)회의와 하반기 의장이 되는 유럽연합(EU)에서 빈곤과 기후변화 대처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군사력만으로는 테러에 대처할 수 없다고 인정하고 미국과 세계는 상호 이해에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올해에는 China와 India의 합성어인 ‘친디아(Chindia)’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이번 회의에서도 경제대국으로 등장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에 주목했다. 슈바프는 “WEF가 중국과 인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새로운 지정학과 지경학(地經學)의 출발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반(反) 세계화와 다보스 비판론 다보스포럼이 주창하는 것은 세계화다. 이는 국가경제의 세계경제로의 통합을 뜻한다. 즉 상품, 서비스, 자본, 노동, 정보 등에 대한 인위적 장벽을 제거해 세계를 거대한 단일시장으로 통합하는 것이다. 세계화의 특징은 무역자유화, 금융의 세계화, 생산의 세계화다. 정보통신기술과 인프라의 발달로 세계화는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맥러한(M.McLuhan)과 피오레(Q.Fiore)가 1967년 ‘매체는 메시지’ 저서에서 예언한 지구촌(Global Village)이 현실화된 것이다. 세계화는 1993년 12월 우루과이 라운드 다자간무역협정이 체결되고 이어 1995년 1월 WTO 체제가 출범한 뒤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세계화는 부정적인 면도 많다. 긍정적 효과로서는 효율의 극대화, 자원배분의 합리화, 규모의 경제이익 초래 등을 들 수 있다. 부정적인 면은 일부 선진국의 패권적 지배, 대외의존도 심화, 비교열위 산업의 퇴출, 국가 및 계층간 소득의 양극화 등이다. 또 대량 실업, 생활수준의 하락, 기업의 합병 및 파산, 외국자본의 횡포, 국가주권의 위축, 문화적 충격, 기아·자살·이혼·폭력·매춘·범죄의 유발, 가정해체 등도 세계화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화에 대한 반대의 물결도 거세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의 조사에 따르면 프랑스인의 46%, 독일인의 40%가 세계화는 국민 경제에 나쁘다고 생각한다. 캐나다, 프랑스, 멕시코 등에서도 격렬한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세계화를 비난하는 측은 자본가와 기업 엘리트들은 기업을 정부의 통제나 간섭에서 해방시키고 경제력과 소득을 일부 특정 부유층에 지속적으로 집중시키려 한다고 말한다. 또 세계화의 확대로 선진국과 신흥시장경제국은 모두 타격을 받고 있다고 한다. 신흥국들은 선진국들에 상품시장, 서비스시장, 자본시장을 잠식당하지만 선진국들은 산업의 동공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진행된 지난 20년 동안 모든 나라에서 경제 성장률이 둔화됐다고 주장한다. 영국 언론인 존 웍스는 세계화(Globalization)를 ‘세계적 거짓말’(Global-lies)이라고 불렀다. ●세계사회포럼(WSF) 다보스포럼에 대한 반발로 생겨난 것이 세계사회포럼(World Social Forum)이다. 다보스 포럼과 때를 같이 해 대서양 건너 브라질 남부의 항구도시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세계화에 반대하는 환경단체, 이코노미스트, 자유주의자, 노동운동가 등이 모여 열고 있다. “다른 세계가 가능하다”는 슬로건 아래 세계화에 대한 대안을 모색한다. 다섯번째인 올해 포럼의 주제는 ‘정의롭고 평등한 세계를 위한 인권과 존엄성’이었다.120여개국에서 7만 5000여명의 대표단이 참석했다. 한국에서는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이 참가했다. 손성진기자 sonsj@seoul.co.kr
  • 인천정유 매각 무산

    법정관리 기업인 인천정유의 매각이 무산됐다. 인천지법 파산부(이동명 부장판사)는 31일 ‘제3차 회사정리계획 변경안 심의 및 결의를 위한 관계인 집회’에서 “중국 국영석유회사인 시노캠측이 2차 수정안인 6651억원보다 200억원을 증액한 6851억원을 제시했지만 채권단이 이를 수용하지 않아 부결됐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인천정유 매각이 부결된 만큼 조만간 공개매각을 통한 재입찰에 들어갈 예정이며,6월 말까지는 M&A(인수합병)작업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이날 씨티그룹측은 채권단 집회에서 인천정유 M&A 우선협상자로 지정받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앞으로 실사를 거친 뒤 씨티그룹측에서 구속력 있는 금액을 제시하고 이보다 달리 높은 금액을 제시하는 곳이 없다면 씨티그룹에 매각하고, 그렇지 않으면 그 다음 차순위측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기고] 한국농업 지금이 기회다/김재수 주미대사관 농무관·경제학 박사

    우리나라 농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에서는 무역자유화와 시장경제만이 살 길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에는 농업분야에서도 시장경제 기능이 잘 작동한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그러나 농업은 시장경제 기능이 제대로 작용하지 못하는 특수 분야이다. 미국 테네시대학의 다릴 교수는 농업분야에서 시장경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농산물 가격이 아무리 떨어져도 농산물 수요가 무한정 늘어나지 않으며, 농산물 가격 하락으로 농가가 파산 지경에 이르러도 생산을 지속하는 문제를 지적한다. 또 농산물 가격 하락이 기대했던 수출증대로 이어지지 않고, 다국적 농업기업의 이익만 늘렸다고 주장한다. 농가당 경지면적이 180㏊에 이르는 시장경제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자유화와 시장경제 일변도의 농업정책이 비판받고 있다. 하물며 농가당 경지면적이 1.4㏊에 불과한 우리가 비판 없이 시장경제를 앵무새처럼 주장해선 곤란하다. 혹자는 선진국처럼 국제규범을 준수하고, 농업의 구조조정만이 살 길이라고 한다. 그러나 선진국 농업정책이 다 성공한 것도 아니며, 선진국도 ‘말 따로 행동 따로’이다. 다른 나라를 향해 보조금을 줄이라면서, 자기들은 반대로 늘릴 방안을 강구한다. 면화 보조금을 두고 미국과 브라질이 벌이는 세계무역기구(WTO) 분쟁 사례가 그러하다. 농업을 인위적으로 구조조정하여 성공한 나라가 없다. 우리 농업 분야도 마찬가지이다. 월급을 주는 것도 아닌 농민을 어떻게 강제로 구조조정할 것인가? 규모확대를 위한 구조조정은 사실상 효과가 미미하다. 농촌은 60세 이상의 고령인구가 전체의 40%에 이른다. 더 이상 구조조정할 인력도, 힘도 없다. 구조조정이 돼 농촌을 떠나 도시로 가면 주택, 의료, 교통, 교육, 복지 측면에서 더 많은 부담이 발생한다. 우리 농업에 희망이 있는가? 일부에선 우리 농업의 어두운 면, 부정적인 면, 실패 사례를 너무 강조하며 희망이 없다고 비판한다. 우리 농업은 희망이 있고 미래가 밝다. 농업분야에서도 첨단 과학기술과 접목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부분이 많다. 품종과 종자, 비료, 농약, 농기계 등 기술분야가 그러하고, 황우석 교수의 연구에서 보듯 생명공학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우리 농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할 가능성은 지금이 더 많다. 그 이유는 농업이 1차 산업에서 2차,3차 산업으로 범위와 영역을 넓혀가고 있기 때문이다. 농작물 생산에만 치중하던 전통적인 1차 산업에서 탈피, 이제는 가공, 포장, 저장, 수송, 수출, 관광, 휴양, 문화 등 여러 분야로 농업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선진국의 소비패턴 변화는 우리에게 더 큰 희망이다. 패스트푸드보다 슬로푸드, 생존을 위한 음식보다 건강·웰빙을 위한 음식으로 선진국의 식품 소비패턴이 변해간다.‘식품합중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에서 발효음식과 야채 반찬이 많은 우리 식품이 건강과 다이어트에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리 농산물과 식품이 미국시장으로 본격 진출을 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이다. 다품목 소량생산을 특징으로 하는 우리 농업형태도 희망이 보인다. 이제는 대량생산보다 환경 친화적 소규모 생산, 무조건 크면 좋다는 ‘규모의 경제’보다 다양성에 바탕을 둔 ‘범위의 경제’가 각광을 받기 때문이다. 기계화·대량생산이 특징인 미국 농업도 비효율과 부작용에 눈을 뜨고 있다. 막대한 농업보조금이 거대 기업 위주로 돌아가고, 미국 농촌의 뿌리인 소농·가족농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량생산이 식품안전을 확실하게 보장하지도 못한다. 농업이 발전해야 선진국이 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세계를 주도하는 선진국치고 탄탄한 농업기반을 갖추지 않은 나라는 없다. 이제 우리는 선진국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되, 우리 실정에 맞는 농업정책 목표를 설정하고, 실사구시적 정책을 추진해야 할 시점이다. 김재수 주미대사관 농무관·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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