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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실련 “朴대통령 공약 완전이행 37%뿐”

    곧 집권 3년 차를 시작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 완전이행률이 37%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6일 박 대통령이 대선 당시 ‘세상을 바꾸는 약속’이라는 이름으로 내세운 ‘경제 민주화’, ‘국민 대통합’ 등 674개 대선공약의 이행 정도를 평가한 결과, 249개(36.9%)만 제대로 이행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집권 3년 차가 됐음에도 완전이행률이 37%밖에 되지 않고 후퇴이행과 미이행이 많다는 것은 공약 실천 의지가 약하거나 공약 자체가 실현 가능성이 작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비판했다. 부분적으로 지켜졌거나 당초 공약보다 미흡한 상태를 뜻하는 후퇴이행은 239개(35.5%), 미이행 공약은 182개(27.0%)로 분석됐다. 4개 공약(0.6%)은 정확한 평가가 어려워 배제했다. 경제민주화 분야에서 대기업집단 총수 일가의 불법 및 사익편취행위 근절을 위한 공약과 관련,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의 범죄에 대해 집행유예가 불가능하도록 형량을 강화하는 법안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돼 있다. 대기업 지배주주·경영자의 중대 범죄에 대해 사면권 행사를 엄격히 제한한다는 공약도 마찬가지라고 경실련은 밝혔다. 낮은 공약이행률을 보인 분야로는 국민대통합(0%), 정치쇄신(6%), 창의산업(7%), 검찰개혁(16%) 순으로 조사됐다. 반면 행복한 여성(75%), 행복교육(61%), 장애인(54%), 문화가 있는 삶(48%) 등 여성 및 장애인 지원, 교육, 문화관련 분야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공약 이행률을 보였다.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팀장은 “37%라는 공약 이행률이 5년 임기를 감안해 산술적으로 평균을 내면 나쁘지 않아 보이지만, 세부 사항을 들여다보면 박 대통령이 표를 얻기 위해 내세웠던 경제민주화, 복지 확대, 정치 쇄신 분야는 턱없이 이행률이 저조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실현 의지가 매우 약하고 친서민이 아닌 친재벌정책으로 선회했음을 시사하는 결과로 지금이라도 국민과 한 약속을 적극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허창수 전경련 회장 “법인세 낮춰야”

    허창수 전경련 회장 “법인세 낮춰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10일 정기총회에서 허창수 현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재선임했다.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과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의 사퇴로 공석이 된 부회장 자리에는 이장한 종근당 회장 1명을 신규 선임하는 데 그쳤다. ‘전경련 역할론’이 꾸준히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세 번째 재계 수장을 연임하는 허창수 회장의 행보에 재계 안팎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일단 회장단 충원으로 분위기 쇄신을 노렸던 전경련의 계획은 미수에 그쳤다는 평가다. 전경련은 그동안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운영 이미지를 벗기 위해 2013년부터 회원사 문턱을 낮추고 회장단 가입 대상도 50대 기업집단 총수로 넓혔지만 15개월이 넘도록 별다른 변화를 주지 못했다. 앞서 전경련은 2~3명의 신규 부회장 선임을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국 1명밖에 충원하지 못했다. 회장단 상당수가 구속 수감되거나 기업 위기를 겪으면서 제대로 된 활동이 불가능한 점도 골칫거리다. 실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와병 중이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수감 중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전경련과 거리를 둔 지 오래다. 전경련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국민과 국가 경제를 아우르는 시각을 키울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간 전경련은 정부 논리에 맞춰 규제개혁, 기업 활력 등에는 목소리를 키웠지만 양극화 해소 등의 문제에는 소극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한편 허 회장은 이날 취임사를 통해 “새롭게 시작되는 2년의 임기 동안 미래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 역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또 정기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서는 “법인세를 낮춰야지 올리면 되겠느냐”면서 법인세 인상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최종 결정은 정부가 하지만 세계적으로 세율을 낮추는 추세”라면서 “세율을 올리면 그만큼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재계 인맥 대해부 (2부)후계 경영인의 명암 한진그룹] 땅콩 회항에 ‘미운 오리’ 된 3세들… “그래도 경영승계는 될 듯”

    [재계 인맥 대해부 (2부)후계 경영인의 명암 한진그룹] 땅콩 회항에 ‘미운 오리’ 된 3세들… “그래도 경영승계는 될 듯”

    지난해 12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이 터진 이후 한진가 3세는 전 국민의 주목 대상이다. 천민자본주의 속에 살고 있다는 우리 국민의 좌절감과 재벌가 자녀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 준 일련의 사건으로 성난 민심은 여전히 사그라질 줄 모른다. 이 과정에 ‘수송보국’(輸送報國)이라는 기치를 내걸며 창업주가 일군 기업 이미지 역시 나락으로 떨어지는 중이다. 그나마 최근 유례없는 저유가가 대한항공의 유일한 버팀목인 셈이다. 한진은 사주 일가의 승진이 빠른 대표적인 기업이다. 조양호 회장의 장녀인 조 전 부사장은 1999년 25세로 대한항공 호텔면세사업본부에 입사해 불과 6년 만인 2005년 대한항공 상무보가 됐다. 당시 나이 31세였다. 한진칼 대표이기도 한 장남 조원태씨는 2008년 33세에 여객사업본부장이 된 후 이듬해 전무를 거쳐 지난해 대한항공 부사장이 됐다. 막내인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는 24세인 2007년 과장으로 입사한 뒤 3년 만인 27세에 상무보로 승진했다. 현재 직함인 전무가 된 것은 29세 때다. 인생에서 어려움 없이 빠르게 승승장구만 해 온 탓일까. 한진그룹 3세들의 부정적인 행실과 언행은 업계는 물론 언론계까지 소문이 널리 퍼졌다. 과거 임원진으로 배치된 3세들로부터 막말을 듣거나 서류 뭉치 등으로 맞았다고 증언하는 직원이 부지기수다. 2012년 12월 당시 전무였던 원태씨는 인하대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던 시민단체 관계자와 이를 취재하던 기자에게 욕설과 막말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시위대를 향해 조씨는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부었다. 2005년에는 승용차를 운전하다 시비가 붙어 70대 노인을 폭행한 사건으로 입건된 전력이 있다. 당시 나이는 30세로 대한항공 경영전략본부 기획부 부팀장을 맡고 있었다. 막내딸인 조현민 전무는 언니 현아씨가 검찰에 출두한 지난해 12월 17일쯤 ‘반드시 복수하겠어’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언니에게 보낸 것이 드러나 물의를 빚었다. 조 전무는 이 사실이 알려지자 황급히 사과했지만 진정성에 대한 논란만 이어졌다. 지난해 말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자신이 ‘낙하산’이라고 말해 화제가 됐다. 아이러니컬하게도 3세들은 모두 우리 사회에서 최고의 교육을 받았다. 첫째 현아씨는 1999년 미국 코넬대 호텔경영학 학사, 둘째 원태씨는 미국 남가주대(USC) 경영전문대학원(MBA), 막내 현민씨도 오빠와 같은 남가주대를 졸업한 뒤 서울대 경영대학원을 MBA를 마쳤다. 재계에서는 명문가를 자처하는 한진가(家)의 자녀 교육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3남매의 행실로 봐서는 한진그룹의 3세 경영이 과연 가능할까 싶지만 답부터 얘기하면 ‘그래도 3세 경영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기업의 후계 구도는 국민 여론과는 무관하기 때문이다.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재벌 자녀들이 각자 얼마의 주식을 확보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시간이 지나면 터질 것만 같았던 분노도 사그라지기 마련이고 그때 후계 구도를 정리하면 그만이라는 게 한진그룹의 계산인지도 모른다. 한진가 3세들은 지배구조의 핵심 축인 한진칼 지분을 엇비슷한 규모로 보유 중이다. 3남매는 각각 사실상 지주사로 전환한 한진칼 지분의 2.5%를 보유하고 있다. 다른 계열사 보유 지분은 그리 많지 않다. 반면 조 회장의 지배력은 절대적이다. 지주사 한진칼의 지분 15.6%와 현재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정석기업과 ㈜한진 지분을 각각 27.2%, 6.9% 쥐고 있다. 결국 3세 구도는 아버지인 조 회장에 의지에 달려 있다. 땅콩 회항으로 인해 유력한 경쟁자이던 장녀 현아씨가 구속된 상태고 현역에서도 물러났다는 점에서 재계에선 둘째이자 장남인 조원태 부사장이 그룹 경영권을 승계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최근 몇 년 사이 한진그룹은 순환출자에서 벗어나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지배구조 개편에 박차를 가했다. 2013년 8월 대한항공의 인적분할(회사를 분리한 후 신설법인의 주식을 모회사의 주주에게 같은 비율로 배분하는 방식)을 통해 한진칼을 출범시키며 ‘대한항공→정석기업→㈜한진→대한항공’으로 이어지는 기존의 순환출자 고리를 깼다. 한진칼은 다시 지난해 11월 대한항공 주식과 신주를 맞바꾸는 방식의 유상증자로 총수 일가 중심의 지배구조를 단단히 했다. 이어 12월 ㈜한진이 보유하던 한진칼 지분 5.28%를 블록딜로 매각해 정석기업이 ㈜한진을 거쳐 한진칼 지분을 갖는 또 하나의 순환출자 고리에서도 벗어났다. 결과적으로 조 회장 외 13인의 총수 일가는 지주사가 된 한진칼 지분 26.3%를 틀어쥐게 됐다. 관건은 조 회장의 복심이다. 그동안 자녀들에게 지분을 나눠 주는 데 있어 조 회장은 철두철미할 만큼 공평하게 분배했다. 그만큼 후계를 정하지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동안 항공업계에선 향후 한진그룹이 업무 영역에 따라 3개로 나뉘어 배분될 것이란 예상이다. 장녀 현아씨에겐 호텔과 관광 사업을, 둘째 원태씨에겐 대한항공 등 주력 사업을, 막내 현민씨에겐 저가항공사 진에어와 부대상품 판매 등의 계열사를 나눠 주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땅콩 회항 사건 탓에 이 같은 구도에 적잖은 변수가 생겼다. 3남매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질수록 앞으로 조 회장이 어떤 결단을 내릴지에 대한 세간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정몽구 회장 父子 현대글로비스 지분 블록딜 재추진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지난달 12일 팔려다 투자자를 모으지 못해 실패했던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을 재추진한다. 현대차그룹은 5일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장 마감 후 보유 중인 물류 계열사 현대글로비스 지분 13.39%(주식 502만 2170주)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팔기 위해 국내외 투자자 모집에 나섰다고 밝혔다. 매각 대상은 정 회장 지분 4.8%(180만주)와 정 부회장 지분 8.59%(322만 2170주)로 지난 12일 처음 블록딜에 나섰을 때와 같다. 매각이 성사되면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율은 29.99%로 낮아진다. 예상 매각 가격은 이날 현대글로비스 종가(23만 7000원)에서 2~4% 할인된 22만 7520원~23만 2260원으로 정해졌다. 한 번 실패 후 재추진되는 블록딜인 만큼 물량이 전량 소진되지 않으면 주간사인 시티글로벌마켓증권에서 잔여 물량을 인수하기로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블록딜의 목적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지분 매각 후에도 최대주주는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매각이 성사되면 정 회장 부자 지분은 각각 251만 7000주(6.71%)와 873만 2290주(23.28%)가 남는다. 지배주주 지분율로 따지면 현대차그룹 상장 계열사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현대차 등의 현대글로비스 보유지분 등을 감안하면 우호 지분은 40% 수준에 달한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대신 총 보유 지분이 ‘29.99%’로 줄어들면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게 된다. 또 1조원이 넘는 현금도 정 회장 부자에게 돌아온다. 개정된 공정거래법은 대기업 집단의 계열사가 총수와 친족 지분이 30% 이상인 기업과 특혜성 거래를 하면 총수나 해당 계열사에 과징금을 물리고 상황에 따라 책임자는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현대글로비스는 한화S&C 등 4개 기업 등과 함께 1년간 유예 기간을 받았지만 다음달 14일이면 유예 기간이 끝난다.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부자는 지난달 12일 현대글로비스의 지분 매각을 추진했다가 무산된 바 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허창수 전경련 회장 3연임 결정

    허창수 전경련 회장 3연임 결정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세 차례 연임한다. 전경련은 5일 “회장단을 포함한 재계 원로 의견을 수렴한 결과 허 회장을 재추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큰 이변이 없다면 허 회장은 오는 10일 전체 회원이 참여하는 정기총회에서 35대 회장으로 선출돼 2년 더 전경련을 이끈다. 허 회장은 당초 연임을 고사했지만 재계 원로들의 끊임없는 설득 끝에 이를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경련 회장직은 21명으로 구성된 회장단에서 만장일치로 결정하며 연임 제한은 없다. 허 회장은 2011년 2월 선출돼 지난 4년간 무난하게 전경련을 이끌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허 회장을 대신할 중량감 있는 후보를 찾지 못해 조직 구성에 어려움을 겪었던 전경련은 일단 한시름을 덜었다. 하지만 여전히 공석이 된 부회장직의 추가 인선 문제는 오리무중이다. 전경련은 현재 부회장직에서 사퇴한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과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등 2명의 공석을 새 인물로 채워야 하지만 마땅한 후보군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상의 회장직을 맡고 있는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도 부회장직을 사임하겠다고 밝혔지만 이사회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부회장직 자리에는 이중근 부영 회장, 이수영 OCI 회장, 장형진 영풍 회장,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등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전경련 관계자는 “모든 결정은 총회 때 회장단에서 결정할 상황”이라며 말을 아꼈다. 한편 전경련은 폐쇄적인 조직 운영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해 2013년부터 30대 그룹 총수에 한정했던 회장단 자격을 50대 그룹으로 확대하는 데 공을 쏟아 왔다. 지난해에는 전경련의 가입 제의에 응한 기업이 한 곳도 없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고인 물이 된 NGO 수뇌부…아랫물은 메말라 떠납니다”

    “고인 물이 된 NGO 수뇌부…아랫물은 메말라 떠납니다”

    “우리나라 비정부기구(NGO)는 윗물은 고여 있고 아랫물은 메마르는 악순환에 놓여 있습니다. 단체를 세운 선배들이 제 역할은 안 하고 ‘꼰대 짓’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민주주의’한다는 사람들이 마치 재벌 총수나 폭군처럼 군림하는 셈이죠.” 2008년 하승수(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변호사와 함께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를 세운 뒤 3년은 사무국장으로, 이후 3년여를 소장으로 활동한 뒤 오는 27일 퇴임하는 전진한(40) 소장은 1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시민사회단체의 자성을 촉구하는 ‘쓴소리’를 쏟아냈다. 전 소장은 창립 당시만 해도 생소하던 정보공개 청구를 통한 행정부와 권력 감시, 국민 알권리 실현을 시민사회운동의 한 흐름으로 자리매김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 소장은 “국내 NGO의 가장 큰 문제는 단체들이 젊은 활동가들의 ‘등골’을 빼먹는 구조에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다른 소명의식으로 시민사회운동에 뛰어든 젊은 활동가들은 적은 월급과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데다 단체에서 그들의 의견을 존중하지도 않는 탓에 3년을 못 채우고 떠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설명했다. ‘젊은 활동가가 즐겁게 일하는 단체’라는 콘셉트는 전 소장이 2006년 참여연대를 나와 하 변호사와 함께 정보공개센터를 세울 때부터 지켜온 원칙이다. 전 소장은 이를 위해 ‘(선추진) 후결재 제도’를 도입했다. 전 소장은 “활동가가 결재를 위해 아이디어를 자기 검열하거나 힘을 낭비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의미 있는 결과물을 만들었다”고 자평했다. 시민단체에서는 보기 드물게 겨울휴가와 안식월·년제를 도입했고 최근에는 주4일 근무제도 시작했다. 전 소장은 “직원 행복을 최우선으로 해 ‘꿈의 직장’으로 유명해진 정보기술(IT) 기업 제니퍼소프트를 NGO 영역에서 실현하고 싶었는데 그 정도에는 이르지 못한 것 같다”며 “나 또한 후배들에게 어려운 ‘직장 상사’가 된 적이 있었던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전 소장이 센터를 떠나는 것도 후배들을 위한 선택이라고 했다. 그는 “후배들 괴롭히고 ‘진상 짓’ 할 나이가 됐으니 미리 떠난다”며 웃었다. 그는 “후원회원 1000명을 넘으면 떠날 생각이었는데 벌써 1080명이 됐다”며 “신입 간사를 더 뽑을 수 없고 후배가 더 올라갈 곳이 없는 단계로, 지금이 내가 떠날 때”라고 설명했다. 전 소장은 4월에 협동조합 ‘알권리연구소’를, 6월에는 시민단체 네트워크 ‘약속 2020’(가칭)을 세울 계획이다. 활동보다는 연구에 초점을 둔 알권리연구소를 통해 공공기관 정보공개, 공익제보, ‘정부3.0’ 등을 연구하는 것이 오랜 꿈이었다. 약속 2020은 시민단체의 결과물을 대중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방법을 고민하는 ‘연결망’이다. 전 소장은 “NGO의 언어가 너무 투박하고 어려워 공감을 잘 못 한다”며 “‘미생’(윤태호), ‘송곳’(최규석) 등 웹툰을 본 대중들이 비정규직 문제에 눈뜨는 것을 보고 느낀 바가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과 함께 NGO의 콘텐츠를 웹툰, 인포그래픽, 짧은 다큐멘터리 형태로 가공하는 활동을 할 계획이다. 언젠가 새로 시작하는 단체들이 자리를 잡으면 또 떠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게 나의 몫이고, 잘 만들어져 있는 단체에 매력을 못 느끼는 체질”이라며 활짝 웃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中 ‘경제통’ 만난 재계총수들 “협력 강화”

    中 ‘경제통’ 만난 재계총수들 “협력 강화”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이 지난 24일 왕양(汪洋) 중국 국무원 부총리를 각각 만나 중국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정 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왕 부총리에게 “현대차그룹이 부품협력업체들과 중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자리 잡음으로써 양국 간 인적 교류는 물론 교역 규모가 확대되는 등 공동의 이익이 창출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정 회장은 또 “현대차가 중국 허베이(河北)성 창저우(滄州)와 서부 충칭(重慶)에 추진하는 신공장들이 중국 정부의 수도권 통합 발전 정책과 서부 대개발 정책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한·중 경제발전과 교류의 새로운 가교가 될 것”이라며 “신공장 건설이 예정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왕 부총리는 “현대차그룹이 중국 현지화와 공업화에 기여한 데 대해 감사하다”고 말했다. 구 회장은 왕 부총리에게 “LG디스플레이 광저우 LCD 공장을 성공적으로 완공 할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여 줘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했다. 구 회장은 “중국 정부에서 펼치고 있는 경제정책, 특히 친환경 정책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왕 부총리는 LG와 중국기업 간의 수평적 협력 모델을 높이 평가하고 LG의 전기차 배터리 기술력에 큰 관심을 보였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月10만원이라도 저축 쪽방의 재테크는 희망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 ‘貧’] 절대 빈곤층의 재산 관리

    月10만원이라도 저축 쪽방의 재테크는 희망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 ‘貧’] 절대 빈곤층의 재산 관리

    경기 하남시에 사는 싱글맘 A(39)씨는 세 자녀 명의로 한 달에 총 10만원의 생명보험료를 내고 있다. 저축성 보험이라 비상시에 대비하면서도 돈까지 모을 수 있다. 여기에 가급적 매달 10만원씩 저축을 하려 노력하고 있다. 팍팍한 살림 탓에 아직까지 100만원밖에 모으지 못했다. 그러나 A씨는 아라비아 숫자 ‘0’이 6개 일렬로 찍힌 통장 잔고를 보면 마음이 뿌듯하다. 보험료와 저축액을 합해 매달 많아야 20만원이 나가는 정도지만 A씨에게는 쥐꼬리만 한 수입의 6분의1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큰돈이다. A씨의 한 달 수입은 월 130만여원의 기초생활보장수급비가 전부다. 이 중 지금 살고 있는 15평 빌라 월세로 41만원이 나간다. 여기에 생후 8개월인 막내딸이 쓰는 기저귀 등 육아용품으로 20만원, 본인과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이 쓰는 휴대전화 요금으로 10만원, 아들의 태권도 학원비 12만원, 큰딸(4살)의 어린이집 특별활동비 8만원 등이 더해진다. 식비로는 20만원 정도 쓴다. 수급권자로서 전기나 수도 등 각종 공과금 할인 혜택을 받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A씨는 “가족의 미래를 위해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저축을 하지만 ‘그 돈이면 큰아이를 학원에 보낼 수도 있는데’ 하는 고민이 떠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에 사는 간호조무사 B(45·여)씨도 매달 15만원의 정기 적금을 붓는다. 간호조무사 월급 135만원에 주말 일본어 과외로 버는 24만원, 정부에서 극빈층 모자 가정의 초등학생 이하 자녀에게 한 명당 5만원씩 지급하는 지원금까지 합쳐 B씨의 한달 총수입은 174만원이다. B씨는 “고등학생을 포함한 자녀 4명과 함께 어떻게든 먹고살기 위해 매일 전쟁을 벌이지만 저축마저 안 하면 살아갈 의욕을 잃을 것 같다”고 했다. B씨의 간호조무사 업무 시간은 오전 7시 20분부터 오후 7시까지다. 출퇴근 시간까지 합치면 하루 14시간 넘게 일에 쏟아붓고 있다. 토요일은 쉬지만 일요일에는 격주로 출근한다. 이렇게 해서 매달 30만원의 월세 외에도 전기비, 수도비 등으로 30만원을 낸다. 한창 크는 아이들은 무섭게 먹는다. 아무리 못해도 식비로 60만원은 써야 한다. 둘째와 셋째 태권도 학원비로 19만원, 막내 어린이집 독서교실 비용으로 5만원을 쓴다. 중계동의 판자촌 ‘백사마을’에서 부인과 함께 살고 있는 C(73)씨도 없는 살림 가운데서도 조금씩을 쪼개 저축하고 있다. 매달 부부가 받는 노령연금 40만원과 조금씩 나오는 국민연금이 수입의 전부다. 이 중 20만원을 매달 은행에 넣고 있다. 좀 더 괜찮은 곳으로 집을 옮기고 싶어서다. C씨는 “우리도 이제 제대로 된 전세를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돈을 조금씩 비축하는 중”이라며 “서울을 벗어나면 전세가 좀 싸니까 꾸준히 모으면 이사를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했다. 그는 “여기 사는 사람들이 다 어렵게 살지만 그래도 좋은 곳으로 전세를 얻어갈 꿈을 가진 사람도 있다”고 했다. C씨는 현재 살고 있는 판잣집에 1500만원의 보증금을 집주인한테 주고 들어왔다. 전세 보증금 격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보통의 전세 개념은 아니다. 비가 새고 무너질듯한 낡은 집에 집주인이 1500만원만 받고 사실상 무한정 살도록 한 것이다. 그러니 일반 전세와 달리 집 수리도 다 C씨의 돈으로 해야 한다. 그는 “그래도 다른 데 가면 못해도 7000만~8000만원은 줘야 전세를 얻는데 여기는 이렇게 (구호단체에서) 연탄도 날라 주고 하니 당장 어려운 사람들한테는 이런 데가 없다”고 했다. C씨는 매달 두 부부 휴대전화(폴더폰) 요금과 식비 등을 빼면 특별히 나가는 돈이 없어 저축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앞에서 소개한 세 사람의 경우와 같이 하루하루 먹고살 일을 걱정해야 하는 절대빈곤층 중에서도 없는 돈을 쪼개 저축하는 가구가 서울신문 취재 결과 아주 적게나마 있었다. 내일에 대한 희망마저 버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빈곤층 중에서도 남성보다는 여성이 저축을 하는 사례가 많은 것도 특징이다. 부천시오정노인복지관 관계자는 “할머니들은 기초생활수급자라도 수급비를 통장에 알뜰하게 모아 두지만 할아버지들은 며칠 만에 다 써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했다. 서대문구에 사는 극빈층 남성 D(44)씨는 한때 지방 공사현장이나 양계장 등에서 일할 때는 한 달에 400만원을 벌기도 했다. 하지만 주머니에 일단 돈이 들어오면 남김 없이 쓰는 습성 탓에 돈을 모으지 못했다. 한 달 수입이 90만원에 불과한 요즘도 그는 주머니 사정이 좀 괜찮다 싶으면 한 그릇에 3만원이 넘는 ‘전복 삼계탕’을 사먹는다. 배우자가 없는 D씨는 돈을 관리해 주는 사람이 주변에 없을 뿐 아니라 돈에 대한 개념도 익히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건강이 안 좋아져 일을 못할 때를 대비해 돈을 쌓아 둬야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저축 습관이 들지 않아 주머니에 일단 돈이 들어오면 쓰는 편”이라고 했다. D씨는 한 달 평균 10일 정도 건설 현장에서 막노동을 한다. 날씨가 나쁘거나 일자리가 바로 나타나지 않아 더 많은 날을 일하고 싶어도 하지 못한다. 일당 10만원에서 직업소개소 소개비로 1만원을 뗀 9만원이 그의 하루 수입이다. 매달 생활비는 40만~50만원 정도 들어간다. 현재 살고 있는 빌라 임대료는 월 17만원. 지난해 11월에 전기비 3만 1050원, 수도비 1만 2950원, 디지털TV 요금 3만 2890원, 도시가스 요금 3100원을 썼다. 이를 함께 사는 지인과 나눠 낸다. 식료품과 각종 용품 등을 사면 남는 돈은 매달 10만원 정도인데 이 돈은 PC방 요금 등 여가 비용으로 쓴다. 하지만 남녀를 막론하고 최저생계비 이하의 생활을 이어가느라 허덕이는 다수의 빈곤층에게 저축은 ‘사치’에 가깝다. 경기 부천시 원미구에 사는 E(65·여)씨의 최근 한 달 수입은 50만원이 채 안 된다. 이 돈으로 초등학교 6학년과 2학년인 손자 2명과 연명하는 처지다. 노령연금 20만원과 복지단체의 조손가정 지원금 24만원이 전부다. 노령연금이 나오기 전에는 한 달에 10만원으로 생활한 적도 있다. E씨는 한겨울에도 가스 난방을 하지 않는다. 대신 잘 때만 전기장판을 잠시 튼다. 가스비는 1000원 이하, 전기비와 수도비도 각각 1만원 남짓만 나온다. 식비는 아무리 안 먹어도 한 달에 20만원은 써야 한다. 동네 마트의 ‘떨이 상품’을 주로 산다. 그나마 주변의 도움이 있어 어떻게든 버티고 있다. 지역 복지관에서 밑반찬을 지원받고 10㎏에 2만 2900원 하는 정부미를 동사무소 등에서 구매할 수 있다.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 장애(ADHD) 증세를 보이는 큰손자는 초등학교 교사의 지원으로 매달 8만원을 내야 하는 태권도를 무료로 다닌다. 작은손자는 전에 다니던 어린이집 원장이 철마다 옷을 사준다. E씨는 “남편이 세상을 떠난 2010년 이전에는 매달 20만원 정도 저축을 했지만 이젠 다 까먹고 남의 얘기가 돼 버렸다”고 했다. E씨의 현재 생활형편만 보면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가 되고도 남지만 지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강원도에 땅이 조금 있기 때문이다. E씨는 “남편이 사망하면서 유산으로 나하고 두 아들한테 공동 명의로 땅이 상속됐다”며 “그러나 아들들이 사이가 안 좋은 데다 작은아들은 감옥에 들어가 있어 땅을 처분하지도 못하는 상태”라고 했다. 경기 광명시에 사는 F(91·여)씨도 노령연금 20만원에 공장에 다니는 손녀딸이 보내주는 30만원 등 50만원으로 근근이 생활한다. 이 돈으로 인근에 사는 수양딸이 F씨를 봉양한다. 매달 각종 약값만 10만원이 나간다. F씨는 “젊었을 때 장사하러 돌아다니느라 하도 고생을 해서 골다공증에 걸려 파스 없이는 한시도 못 견딘다”면서 “여기에 우울증약과 우황청심환 등을 사면 남는 돈이 없다”고 했다. 빈곤층의 경우 상속은 꿈도 못 꾼다. 자식들에게 손을 벌리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현실은 이를 종종 배반한다. 부천에 사는 독거노인 G(82)씨는 자식들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진다. 60대인 두 아들이 변변한 직업이 없는데도 매달 그에게 10만원씩 부쳐 준다. 음식은 주말마다 집에 들르는 둘째 며느리 몫이다. 의복 역시 복지관에서 얻어 입거나 며느리가 가져온 옷을 입는다. G씨의 한 달 수입은 노령연금 20만원과 아들들이 부쳐 주는 돈을 합해 30만원이 전부다. 한때 서울 성북구 장위동에 10여평의 집도 갖고 있었지만 부인 병치레 등으로 다 날렸다. G씨는 “노령연금으로 가스비 등 각종 공과금을 내면 남는 게 없다”고 했다. 어렵게 사는 와중에 자식들로부터 부양은 못 받을망정 시달림을 받는 노인들도 보인다. 강남구 개포동의 판자촌 ‘구룡마을’에 사는 70대 후반의 H씨는 “가끔씩 자식들이 찾아와서 (그나마 있는 돈을) 싹 뒤져서 가져간다”면서 “그래봤자 워낙 가진 돈이 없으니 가져가는 돈도 별로 없다”고 했다. 이두걸 유대근 송수연기자 douzirl@seoul.co.kr 서울 성북구 성북동에 사는 300억원대 자산가 H(92)씨는 구순(九旬)이 넘은 나이에도 매일 새벽 빠짐없이 일어나 외신을 꼼꼼히 챙겨 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CNN 등 방송은 물론 월스트리트저널과 파이낸셜타임스 등 경제 전문지도 태블릿PC로 살핀다. 속칭 ‘슈퍼 개미’인 그는 오전 9시 본인 소유의 강북 지역 빌딩에 있는 사무실로 출근해 국내 금융시장을 꼼꼼히 체크한다. 오후 6시 퇴근 시간 전까지 투자 전략을 짜고 투자를 단행한다. 개미 투자자들이 속절없이 나가떨어졌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도 장기 투자를 통해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그의 성공가도에서 가장 위력적인 ‘무기’는 영어였다. 그는 그 나이 또래에 몇 안 되는 ‘미국 유학파’다.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뒤에는 미군을 상대로 사업을 벌여 큰돈을 벌었다. 영어를 통해 얻은 정보가 ‘일확천금’으로 이어지던 시절이었다. 이를 토대로 부동산과 주식으로 투자 범위를 넓혀 본격적으로 재산을 축적했다. 그는 요즘 연 10억원 가까운 빌딩 임대료 수익을 얻지만 여전히 영어를 토대로 한 국제 감각을 활용해 돈을 번다. 그의 투자 대상은 우리나라를 벗어난다. 해외 금융시장뿐 아니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지역의 부동산 투자를 위해 미국행 비행기를 종종 탄다. 체력 유지도 필수적이다. 매일 새벽 일어나 맨손 체조를 한 뒤 인근 야산을 오르내린다. 여간해서는 엘리베이터도 타지 않는다. 과다한 운동으로 얼마 전에는 발목 수술을 받았을 정도다. H씨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서 전 세계에서 돈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감각을 유지하니 돈이 수중으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H씨의 경우 100% ‘개천에서 용 난’ 사례로 볼 수는 없지만 본인의 노력이 상당 부분 작용한 자수성가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H씨 이후 세대 중에서는 부모로부터 직접적으로 받는 상속이 부를 형성하는 추세가 짙어지고 있다. 경기 고양에 사는 I(41)씨는 1년 전 부모로부터 시가 30여억원의 공장 부지를 물려받았다. 부모가 손주들 교육비에 보태 쓰라면서 증여를 시작한 것이다. 부동산 증여는 고소득으로 이어졌다. 그는 부지 내 5곳의 공장으로부터 매달 750만원의 임대료를 받는다. 가만히 앉아서 올리는 임대 수입만 한 해 9000만원으로 웬만한 고액 연봉자 수준이다. 돈이 돈을 버는 ‘행운아’ 반열에 오른 것이다. 그의 부모는 공직 생활 도중 틈틈이 땅을 사 모은 덕에 100억원대의 재산을 모았다. 그가 부모의 도움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여러 차례 사업 밑천을 대준 것은 물론 사업이 망했을 때 뒷감당도 부모 몫이었다. 일반인에게 인생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패자부활전’을 그는 부모 덕에 여러 차례 치른 셈이다. 강남구 압구정동에 사는 J(38·여)씨는 최근 2년간 증여세만 2억원 넘게 냈다. 시댁으로부터 10억원 이상을 물려받았다. 주식과 토지, 현금 등 형태도 다양하다. 패션 업종 중견 업체를 경영하는 시댁은 앞으로도 틈틈이 증여해 줄 가능성이 높다. 지금 살고 있는 압구정동의 상가 건물 역시 J씨 부부의 소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부부가 맞벌이를 하고 있지만 부모로부터 물려받지 않는 한 꿈도 꿀 수 없는 금액이다. J씨는 증여받은 재산을 시댁에서 소개해 준 시중은행 프라이빗 뱅커(PB)에게 맡겨 관리한다. 금융상품의 수익률은 연 5% 정도다. 10%가 넘었던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최근 불경기와 저금리 상황을 생각하면 이 정도도 적지 않다. 월급 말고도 연 5000만원은 통장에 꼬박꼬박 들어온다. J씨는 “시부모께서 과거에 세금 문제 때문에 곤란했던 경험이 있는 데다 자식들이 일찌감치 돈을 굴리는 경험을 쌓게 하기 위해 재산을 미리 나눠 주고 있다”고 했다. 전직 대학교수인 K(68)씨는 3년 전 정년퇴직을 하면서 100억원대 재산 중 70억원 정도를 2남 1녀인 자식들에게 나눠 줬다. 서울 반포 특급호텔 헬스 회원권과 K씨 부부의 실버타운 생활비, 1년에 한 번 정도 해외여행을 떠날 수 있는 비용 등 총 30억원이 그에게 남은 전부다. K씨는 “셋 중 형편이 좀 안 좋은 아들 한 명에게 증여를 더 하려고 했지만 딸이나 사위 눈치가 보여 똑같이 재산을 나눠 줬다”면서 “그래도 죽기 전에 ‘숙제’를 마친 것 같아 편안하게 여생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외국계 기업 한국지사장인 L(44)씨의 사례는 부모의 재산과 개인의 능력이 만났을 때의 시너지 효과가 얼마나 클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사례다. 그의 연봉은 10억원이 넘는다. 미국 본사에 근무할 당시에는 성과급까지 합쳐 연 200만 달러를 넘게 번 적도 있다. 현재 그의 자산은 100억원대다. 그러나 이를 모두 연봉만으로 모은 건 아니다. 부모의 증여가 큰 뒷받침이 됐다. 그의 부친은 한때 국내 굴지의 건설사 최고경영자(CEO)를 지냈다. 칠순이 넘는 나이에도 여전히 관련 기업의 CEO로 재직 중이다. L씨의 부친은 아직까지 그에게 본격적인 상속을 시작하지 않았다. 그러나 벌써 예금과 보험 등을 활용해 20억원 가깝게 물려준 상태다. L씨는 자신의 연봉과 이를 종잣돈 삼아 금융상품에 직접 투자한다. 미국과 싱가포르, 홍콩 등의 금융시장이 주 무대다. 현재 거주 중인 서울 용산의 15억원대 아파트와 함께 싱가포르에 주상복합주택을 소유하고 있다. 그가 미국의 유명 사립고와 명문대를 졸업한 뒤 소위 ‘잘나갈 수’ 있었던 것도 부모의 막대한 교육비 투자가 ‘마중물’이 됐다. L씨는 “몇 년 전에는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큰 선물옵션에서도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면서 “건설업에 종사하는 부친과 투자 정보를 교환한다”고 말했다. L씨의 경우처럼 단순히 돈을 주는 것뿐 아니라 ‘노하우’를 전수하는 부자도 보인다. ‘물고기’ 대신 ‘낚시하는 법’을 가르쳐 부모 세대가 물려준 부를 효과적으로 늘리고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중소 제조업체 사장 M(64)씨는 아들이 미국에 유학 중일 때는 학비와 생활비를 전액 지원해 줬다. 그러나 방학 때 한국으로 들어오면 용돈을 한 푼도 주지 않았다. 표면적인 이유는 “네 유흥비는 네가 벌어서 써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돈이 얼마나 소중한지 자식에게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아들은 방학 기간에는 화장품 공장 등에서 틈틈이 일해 용돈을 벌었다. M씨는 “외환위기 직후 서울 강남이나 대전 등으로 땅을 보러 갈 때 당시 초등학교 고학년이던 아들을 꼭 데리고 갔다”면서 “부동산뿐 아니라 좋은 ‘물건’을 어떻게 판별하는지 현장에서 직접 알려준다는 취지였다”고 했다. 재산 관리를 위해 ‘정치판’에 뛰어드는 부유층도 발견된다. 특히 ‘상위 0.1% 부자’들은 재산을 지키기 위해 어느 정도는 사회적 영향력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500억원대 자산가인 N(44)씨는 불과 5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은행맨’이었다. 대학 졸업 뒤 15년 가까이 국내 대형 시중은행에서 근무했다. 본점에서 쭉 일할 정도로 능력도 인정받았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초 직장을 제 발로 걸어나갔다. 부동산 관리업을 하던 부친에게 ‘노하우’를 전수받기 위해서다. 마침 당시 금융권의 분위기도 어수선했다. 요즘엔 수도권 지역의 여당 당원협의회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명예직’에 가깝지만 산하 위원회 위원장 자리도 맡았다. N씨는 “경제력을 갖췄으니 정치적 영향력을 갖고 싶다는 생각도 없지 않지만 우리 집안의 부를 지키기 위한 ‘방패’를 얻는 게 정치 활동의 일차적 목표”라며 “재산이 일정 정도 넘어서면 정치적 힘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부의 대물림’ 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상위 1% 부자도 많다. 돈은 무엇보다 강력한 ‘권력’인 만큼 가능한 한 오랫동안 손에 쥐려는 심리가 강하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PB는 “부자들은 돈의 통제권을 놓지 않으려고 하는 데다 자식이나 주변 사람들이 이를 권하기도 쉽지 않아 미리 증여를 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증여 시점이 늦어질수록 그리고 분산하지 않고 한꺼번에 할수록 증여세 부담은 커진다. 그는 “고객 중 한 명이 얼마 전에 시가 130억원짜리 빌딩을 매각했지만 증여세 등을 떼고 나니 결국 자식에게는 50억원 정도밖에 돌아가지 않았다”고 전했다.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대신 기부를 선택하는 자산가도 없지 않다. 명품 패션 브랜드 업체 대표인 O(59)씨는 얼마 전 두 명의 자식들에게 “재산의 20%만 상속하겠다”고 천명했다. 자식이 물려준 재산을 관리하지 못하면 결과적으로 자식을 망치는 일인 만큼 본인 스스로 돈 버는 재미를 느끼고 성공을 체험하기 위해서는 일정 금액 이상은 악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O씨는 “재산의 20% 정도면 20여년 전 800만원으로 사업을 시작한 나보다 훨씬 여유 있게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두걸 유대근 송수연 기자 douzirl@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조직 위기관리 ‘3T’가 가른다/류찬희 산업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조직 위기관리 ‘3T’가 가른다/류찬희 산업부 선임기자

    조직의 위기관리 능력이 화제다. 어떤 조직이든 위기는 예고 없이 닥친다. 위기관리에 뒤떨어지는 기업이나 국가는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위기를 얼마나 슬기롭게 헤쳐 나가느냐에 따라 조직이 시련을 겪기도 하고 한 단계 성숙할 수도 있다. 조직의 위기관리는 ‘3T’에 달려 있다. 우선 시기 선택(timing)이 중요하다. 온라인상의 커뮤니케이션(SNS) 발달로 좋지 않은 뉴스나 소문은 상황을 파악, 대처하기도 전에 번개 속도로 번진다. 이 과정에서 진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일방적이고, 심지어 짜깁기까지 더해 사건의 본말이 전도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대한항공 땅콩 회항 사건을 보면 위기관리에서 타이밍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대한항공은 사건 초기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보다는 진실을 감추고 오너 감싸기에만 급급했다. 여론의 뭇매를 맞은 다음에 잘못을 시인했지만, 이미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진 상태였다. 이 과정에서 대한항공의 위기관리 기능은 제로(0)였다. 글로벌 항공사라는 평가가 무색할 정도였다. 오너에게 직언할 수 없는 조직 문화와 위기관리 전문가가 없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국토교통부가 보여 준 초기 위기관리 대응도 너무 허술했다. 수사권이 없어 완벽한 조사는 애초부터 기대하지 않았던 사건이었다. 이 때문에 사건 조사 초기 기본 원칙만 지킬 수 있도록 고위 공직자가 지켜봤다면 국토부가 엄청난 비난을 받는 수모는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과와 대책 발표는 타이밍과 함께 진실(truth)이 들어가야 한다. 대한항공은 뒤늦은 사과에도 불구하고 진실까지 빠져 매를 벌었고,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사실과 다른 해명은 하지 않은 것만도 못하다. 특히 기업의 오너가 개입됐거나 도덕성을 요구하는 해명은 더욱 그렇다. 위기관리에는 전술(tactics)도 따라야 한다. 지난해 사회문제화됐던 현대차 싼타페의 연비 과장 표시 문제가 그렇다. 기업의 잘못도 있지만 정부의 연비 측정 시스템에도 문제가 있었다. 현대차는 국제기준과 부처 간 애매모호한 측정 시스템을 내세우면서 버텼지만 결국은 보상을 결정했다. 정부의 연비 과장 지적을 먼저 받아들인 뒤 소비자 보상선에서 마무리지었다면 글로벌 기업의 명예가 실추되는 어리석음은 범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위기관리 극복은 3T 원칙과 함께 위기관리 전문가를 중용하고 원칙을 중시하는 리더십을 발휘할 때 더욱 빛이 난다. 위기관리 담당자나 커뮤니케이션 담당자가 오너나 최고 경영자에게 직언할 수 있는 조직 문화도 필요하다. 위기관리 능력이 뛰어난 조직으로 삼성그룹을 든다. 총수가 오랫동안 경영에 참여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조직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는 비결은 3T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었던 비결 역시 국가 지도자의 빠른 판단, 진실한 홍보,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만한 대책을 전략적으로 실천에 옮긴 조치가 바탕이 됐다. 위기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 어떤 조직이든 위기에 즉각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바로 조직 경쟁력이 아닌가 싶다. chani@seoul.co.kr
  • [박대통령 신년회견-사회 현안] “경제활성화 정책 적극 협력”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경제’만 42번을 거론하며 어느 해보다 강력한 경제 활성화 의지를 표명했다. 재계는 적극적인 공감과 환영의 입장을 밝히고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 4대구조 개혁, 창조경제, 규제개혁 등의 핵심 경제정책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재계는 ‘기업인 가석방은 법무부 판단’이라는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는 해석이 엇갈렸다. 12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논평에서 “규제개혁의 지속적인 추진을 통해 내수활성화를 달성하겠다는 정부 의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대통령의 노동시장 구조 개혁 의지에 적극 공감한다”면서 “경영계도 성공적인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통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올해가 적극적인 구조개혁과 창조경제의 확산, 균형경제를 이룰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면서 “금융권의 해묵은 보신주의 관행 및 고질적인 규제를 반드시 타파해 달라”고 요청했다. 가석방 문제에 대해서는 의견들이 엇갈렸다. 특히 그룹 총수가 장기 수감 중인 SK그룹 관계자는 “기업인 가석방은 법무부 판단이라는 박 대통령의 발언은 원칙 수준의 얘기로 들린다”면서도 “긍정적, 부정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경제인 가석방에 대해 긍정적인 목소리를 냈다는 해석도 있다.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말의 순서나 뉘앙스가 특혜보다는 역차별에 방점이 찍혀 있다”면서 “가석방이 실제 단행될지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박대통령 신년회견-사회 현안] 법조계 “가석방 요건 갖춘 기업 총수 없어…신중 기해야”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업인 가석방과 관련해 “특혜도, 역차별도 없다”며 “국민의 법 감정 등을 감안해 법무부가 판단하면 된다”고 발언한 것을 놓고 법조계 안팎에서는 기업인 가석방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대통령이 직접 원칙을 강조하며 가석방은 법무부 소관이라고 밝히는 등 논란에서 한발 비켜서는 모습을 취했지만 현재 복역 중인 기업 총수 가운데 법무부 내부 가석방 기준에 해당하는 기업인이 없기 때문이다. 수형자의 가석방 여부는 법무부 내규인 ‘가석방 운영 기준’에 의해 결정된다. 구체적인 내용은 비공개이지만 대개 형기를 3분의2 이상 마쳐야 하며 저지른 범죄의 종류, 초·재범 여부, 수형 생활 태도 등에서 세부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석방 심사 요건으로 알려진 형법상 기준(형기 3분의1 이상 경과)보다 훨씬 엄격한 것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규정상 구체적인 내용을 알려 줄 순 없지만 통상 법정 형기의 50%를 훨씬 넘게 마쳐야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도 “원칙대로 하라는 얘기”라며 “기준도 갖추지 못했는데 경제 살리기에 필요하다는 이유로 내보내는 것은 안 된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정치적 부담을 법무부에 떠넘긴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경제인 가석방은 효과를 따지면 사실상 사면과 마찬가지”라면서 “청와대가 판단해야 할 문제를 미루는 모양새”라고 꼬집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대기업 총수 자녀, 평균 28세 입사 31.5세 임원

    ‘땅콩 회항’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건으로 이른 나이에 임원이 된 재벌가 자녀들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실제 30대 그룹 총수 일가 3~4세들은 평균 28세에 입사해 32세도 안 돼 임원으로 승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기업 분석 업체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대주주 일가가 있는 30대 그룹 총수의 직계 가운데 물려받게 될 기업에 입사한 3~4세 자녀 4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의 입사 후 임원 승진 기간은 3.5년에 불과했다. 44명 가운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제외하고 현재 임원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32명(남자 27명, 여자 5명)은 평균 28.0세에 입사해 31.5세에 임원을 달았다. 입사하자마자 바로 임원이 돼 경영에 참여한 3~4세도 9명이나 됐다. 신세계그룹의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부사장이 각각 27세와 24세에 신세계와 조선호텔의 이사대우와 상무보로 경영에 참여했다.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의 장남 조원국 전무,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의 3남 이해창 대림코퍼레이션 부사장, 이수영 OCI 회장의 장남 이우현 사장 등도 임원으로 바로 입사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소액주주 3분의2 이상 상장사 ‘섀도보팅제’ 폐지 3년간 유예

    소액주주 지분이 전체 지분의 3분의2를 넘는 상장회사의 경우 ‘섀도보팅’제도 폐지가 3년간 유예된다. 섀도보팅이란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은 주주들의 주식(의결권)도 예탁결제원의 대리 투표 허용을 통해 주총 의결에 합산하는 것을 말한다. 정족수 미달로 주총이 무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1991년 도입됐지만 일부 기업이 대주주에게 유리한 쪽으로 악용하고 소수·소액주주들의 주총 참여 의욕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당초 취지대로 상장회사의 주주권 행사를 독려하기 위해 25년 만에 이를 폐지, 올해 1월 1일부터 적용하려 했다. 하지만 대기업을 중심으로 상장사들이 “갑작스러운 제도 변경으로 주요 안건을 결의하지 못해 기업 경영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그러자 국회가 이 제도를 3년간 유예할 수 있는 내용의 관련법(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지난해 통과시켰다. 단, 감사(위원) 선·해임과 금융위의 고시 기준에 해당하는 법인의 안건 등으로만 유예 적용 범위를 제한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고시 기준을 소액주주(발행 주식총수의 1% 미만)들이 가진 주식의 총합이 ‘의결권이 있는 발행 주식 총수의 3분의2 이상’인 상장회사로 한정하고 섀도보팅제도 폐지를 3년간 한시 유예한다고 8일 밝혔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올해도 ‘위기론’… “혁신·내실 다지기로 돌파구 찾자”

    올해도 ‘위기론’… “혁신·내실 다지기로 돌파구 찾자”

    2015년을 맞는 기업들의 각오는 비장하다. 일제히 위기란 화두로 던진 2014년은 지나갔지만, 위기론의 배경이 된 국내외 경제상황 등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2일 기업 총수와 최고경영자(CEO)들의 신년사 어디에서도 낙관론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위기’, ‘도전’, ‘혁신’, ‘내실’ 등 현실을 반영한 단어에 ‘기필코’, ‘절체절명의’, ‘과감한’ 등의 수식어가 붙어 위기탈출을 강조했다. 불확실한 현실을 넘어서기 위한 방법론은 혁신과 내실 다지기로 모였다. 삼성그룹은 이날 와병 중인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계열사 대표들이 경영 화두를 밝혔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도전’과 ‘변화’를 역설했다. 그는 “올 한 해 새롭게 도전하고 변화해야 한다”면서 “기존 주력 사업의 차별적 경쟁력을 강화해 선진시장뿐만 아니라 신흥시장에서도 우위를 이어 가자”고 강조했다. 애플과 샤오미 등의 공세로 지난해 주춤한 모바일 정보기술(IT) 부문의 내실을 정비해 경쟁력을 되찾으라는 뼈 있는 주문이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시무식에서 올해 자동차 생산과 판매 목표를 820만대라고 밝혔다. 정 회장은 “선두 업체로 도약하려면 제품 경쟁력과 고객 만족도 향상을 위한 집중적인 노력이 더 요구된다”면서 “820만대 생산과 판매 목표 달성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추진 과제로는 ▲창조경제 기반 확충과 브랜드 가치 제고 ▲그룹의 미래 경쟁력을 위한 연구·개발(R&D) 역량 강화 ▲글로벌 생산·판매 체계 효율화 등을 꼽았다. 이날 정 회장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전 부지에 105층짜리 통합 신사옥을 짓겠다는 구체안도 밝혔다. 김창근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최태원 회장의 공백이 길어지면서 미래성장 동력원 발굴이 지연돼 우리에게 또 다른 위기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면서 “업의 본질이나 게임의 룰을 바꾸려는 혁신적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K그룹 신년사에는 어느 때보다 위기감이 묻어난다. LG그룹 역시 2년째 위기론을 역설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이날 “말보다는 행동으로 위기상황을 타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환율과 유가의 불안정한 움직임, 후발 기업의 거센 추격 등을 보면 수년 내에 큰 어려움이 올 수도 있다”면서 “기필코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굳은 각오로 방법을 찾고 힘을 모아 달라”고 밝혔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위기의 시대일수록 초심으로 돌아가 내실을 기반으로 새로운 도약의 원년을 열어가자”고 강조했다. 취임 2년차 황창규 KT 회장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때문에 통신 환경이 좋지 않다”면서 “새 판을 장악한다는 의미에서 올해 상반기 성과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사설] 경기회복 위한 마지막 ‘골든타임’ 놓치지 말아야

    새해 벽두부터 업계 25위인 동부건설이 자금난에 시달리다 법정관리 신청을 했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장기 불황의 긴 터널은 끝이 보이지 않으며 올 한 해도 재계는 힘든 시기를 겪게 될 것이라는 전조로도 보인다. 주요 그룹 총수들이 어제 내놓은 신년사를 봐도 새해 경영 환경을 낙관하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면서 중국 등 후발 주자들의 거센 추격으로 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우려했다. ‘위기’, ‘혁신’, ‘기필코’, ‘절체절명’ 등의 단어에서 보듯 생존을 걱정하는 다급함과 절실함이 묻어났다. 예년과 달리 미래 먹거리에 대한 언급이 신년사에서 아예 사라진 것도 주목된다. 당장의 위기 타개에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재계의 걱정처럼 대내외적인 경영 여건이 금방 나아질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집권 3년차를 맞는 2015년에는 정부의 경제정책이 일정한 성과를 내면서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은 물론 서민, 중산층 등 모든 경제 주체가 골고루 혜택을 누리게 되기를 기대한다. 올 한 해는 저성장의 늪에서 허덕이는 한국 경제가 회생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재도약이냐 아니면 일본처럼 장기 저성장의 늪에 빠지느냐는 갈림길에 서 있다. 문제는 경기회복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 최경환 경제팀이 금리를 내리고 부동산 규제를 대거 풀면서 경기회복에 총력전을 펼쳤지만 부동산 시장이 반짝 회복세를 보였을 뿐 다시 침체 국면에 빠졌다. 1000조원이 넘는 가계빚은 여전히 급증 추세다. 서민들이 지갑을 꼭꼭 닫고 있어 소비도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기업 투자도 쌩쌩 찬바람만 분다. 나라 밖 사정도 심상치 않다. 우리의 주요 수출국인 중국의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 엔저를 앞세운 일본의 공세는 지속적인 위협 요소다. 유럽은 경기침체가 이미 장기화 조짐을 보인다. 미국이 올 상반기쯤 금리를 올리면 국내에서 돈이 대거 빠져나갈 것이라는 우려도 여전하다. 반 토막이 난 유가가 계속 떨어지면 러시아와 자본 신흥국이 경제위기를 맞게 되고 국내 경제 회복에는 또 다른 악재가 될 수도 있다. 스마트폰과 자동차, 철강, 화학 등 우리의 주력 산업도 과거와 달리 성장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저성장, 저물가 속에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우리 경제의 활력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는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2.3%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는 경기도 살리고, 구조개혁도 동시에 추진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돈을 아무리 풀어도 구조 개혁이 없이는 소비와 투자로 연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전국 단위의 선거가 없는 올해가 경제 체질을 성공적으로 개선할 유일한 시기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개혁이 없으면 일자리도, 성장도, 복지도 불가능하다”고 강조한다. 공공, 금융, 교육 부문의 개혁도 중요하지만 최우선 과제는 노동시장 개혁이다. 정년 연장, 통상임금, 비정규직 보호, 고용유연성 제고 등 민감한 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대타협을 이끌어 내야 한다. 경기 회복의 실마리는 여기서부터 풀어 나가야 한다.
  • “SK그룹 변화 기회 주기 위해 최태원 회장 사면 고려해야”

    “SK그룹 변화 기회 주기 위해 최태원 회장 사면 고려해야”

    “SK에 변화의 기회를 주기 위해 정부가 최태원 회장의 사면을 생각해 줬으면 합니다.” 14만 상공인을 대변하는 박용만(60·두산그룹 회장)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일 출입기자단 새해 인터뷰에서 횡령 사건으로 징역 5년형을 선고받고 절반가량을 복역 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밝혔다.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기업인 가석방·사면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상황에서 경제단체장이 사면 필요성을 직접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박 회장은 인터뷰에서 “(대기업 총수에 대한) 사법 절차가 진행되고 있을 때는 그냥 편드는 건 아닌 것 같아 일절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다른 건 몰라도 최 회장 경우는 좀 얘기했으면 좋겠다”며 말을 꺼냈다. 그는 “최 회장이 사법 절차를 다 거쳐 판결도 나왔고 처벌을 이행하는 중이다. 상당히 오랜 기간이 지났다. 꼭 마지막 하루까지 형기를 다 채워 처벌을 100% 해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박 회장은 “아마도 이번에 (최 회장이) 나오면 SK가 가장 빠른 속도로 바뀔 것 같다. SK에는 아침저녁으로 바뀌는 아이디어, 첨단 업종이 많다”며 “기회를 줘서 국내 5대 기업 가운데 하나가 아주 획기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으로 재계 전체에 불어닥친 ‘반재벌 정서’에 대한 해결 방법으로 “자수성가 기업이 마음대로 여러 업종에 들어갈 수 있게끔 진입 규제를 과감히 없애야 한다”면서 “자수성가 기업이 20대 그룹의 반 정도를 차지하게 된다면 국가 경제에 활력이 생기고 몇 개 그룹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경제 구조가 바뀔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 회장은 지난해 외국 정상과의 순방외교의 경제사절단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가장 많이 수행한 경제인으로도 알려져 있다. 국제선 비행 시간만 368시간 55분에 달할 정도다. 대한상의 회장으로서 그는 올해도 경제 외교에 집중하고 규제 개혁을 이어 가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조현민 “반드시 복수하겠어” 문자에 LTE급 사과 “굳이 변명드리고 싶지 않다”

    조현민 “반드시 복수하겠어” 문자에 LTE급 사과 “굳이 변명드리고 싶지 않다”

    조현아 구속영장 발부, 동생 조현민 사과..왜? 조현아(40)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동생인 조현민(31) 대한항공 전무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반드시 복수”하겠다고 다짐하는 내용의 메시지를 조 전 부사장에게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한겨레는 30일 법원과 검찰의 설명을 인용해 “조현민 전무는 언니인 조현아 전 부사장이 서울서부지검에 출석한 17일께 ‘반드시 복수하겠어’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이는 조 전 부사장의 휴대전화를 압수한 검찰이 이 사건과 관련해 주고받은 메시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것으로, 이날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조 전 부사장의 영장실질심사 때 제출된 수사 자료에 포함된 것이다. 매체는 “조현민 전무가 누구를 ‘복수’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지는 불확실하다”면서 “다만 조 전 부사장이 겪고 있는 상황과 관련된 사내 인물들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보도 직후 조현민 전무는 자신의 SNS에 곧바로 “오늘 아침 신문에 보도된 제 문자 내용 기사에 무어라 드릴 말씀이 없을 정도로 죄송한 마음”이라며 “굳이 변명 드리고 싶지 않다. 다 제 잘못”이라며 사실을 인정했다. 또한 앞서 보낸 반성문 제목의 이메일에 대해서도 “치기어린 제 잘못”이라며 “나부터 반성하겠다는 이메일을 직원들에게 보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조현민 전무는 전 부사장이 검찰에 출석한 17일 대한항공 마케팅 부문 임직원들에게 ‘반성문’이라는 제목으로 보낸 이메일에서 “저부터 반성한다”면서도 “조직문화나 지금까지 회사의 잘못된 부분은 한 사람에 의해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모든 임직원의 잘못이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조현민 전무가 재벌 총수 일가의 잘못된 행동으로 빚어진 이번 사태에 대해 진정으로 반성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조현아 구속영장 발부, 조현민 사과에 네티즌은 “조현아 구속영장 발부, 조현민 사과..정말 사과도 빠르네”, “조현아 구속영장 발부, 조현민 사과..이제 언론 무서운걸 알았나?”, “조현아 구속영장 발부, 조현민 사과..앞으로 말 조심하시길”, “조현아 구속영장 발부, 동생 조현민 문자 내용 사과..오죽 답답했으면”, “조현아 구속영장 발부, 조현민 사과..문자까지 다 공개됐구나”등 반응을 보였다. 한편 조현민 전무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차녀로, 29세에 임원(상무보)을 달았으며, 현재 상장사를 보유한 44개 그룹 234개 기업 임원 7679명 중 최연소 임원이다. 사진 = 서울신문DB (조현아 구속영장 발부, 조현민 사과) 뉴스팀 chkim@seoul.co.kr
  • [이슈&논쟁] 기업인 가석방

    [이슈&논쟁] 기업인 가석방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수감 중인 기업인을 가석방해야 한다는 발언을 한 뒤 ‘기업인 사면·가석방’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기업 총수가 수감돼 있거나 재판 중인 기업은 촉각을 곤두세운 채 여론의 눈치를 보고 있고 여당은 기업인을 우대하는 건 나쁘지만 불이익을 주는 것도 안 된다며 사면·가석방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경제가 어려우니 경제활성화에 일조하라는 취지에서 가석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기업인 가석방은 재벌 총수에 대한 특혜라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경제활성화와 가석방은 연관이 없는 데다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게 반대 주장의 핵심이다. 기업인 사면·가석방을 어떻게 봐야 할까.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 봤다. 일러스트 길종만 기자 kjman@seoul.co.kr [贊]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법이 정한 요건 갖춘 기업인 역차별 안 돼…유보금 투자 등 사회적 책임 기회 줘야” 기업인 가석방 논란이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이미 확정된 법원 판결에 의한 법 집행을 두고 정치권은 물론이고 경제수장과 법무수장의 발언이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는 것은 분명 특이한 현상이다. 그러나 이는 경제인 형사처벌 문제가 그만큼 우리 사회가 풀어 가야 할 중차대한 사안이라는 점을 재확인시켜 주는 것이기도 하다. 과거를 돌이켜 보건대 경제인의 형사처벌 문제는 유무죄 여부보다는 형사처벌의 경중에 더 관심이 많았다. 특히 ‘유전무죄(有錢無罪), 무전유죄(無錢有罪)’라는 말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면서 경제인에 대한 형사법 집행에 관한 한 불신이 깊었던 게 사실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는 한 대한민국의 사회적 비용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번 가석방 논란은 지난 9월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업인이라고 지나치게 엄하게 법 집행을 하는 것은 경제 살리기 관점에서 도움이 안 된다”고 발언한 게 발단이 됐다. 경제수장으로서 ‘국가경제 살리기’라는 관점에서 대한민국의 역차별적 형사법 집행에 대해 심각한 경종을 울리는 표현으로 해석된다. 최 부총리는 경제인 형사법 집행의 경중을 판단함에 있어 ‘유전무죄’라는 사회적 불신이 역차별의 원인이 돼선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정의의 여신 디케의 눈이 가려져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최 부총리가 ‘지나치게 엄하게 법 집행’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이면에는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적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경제인을 구속해 수사하고 재판한 것이 역차별에 해당한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기업인 가석방과 경제 살리기는 무관하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지난 수년간 대기업들이 과다하게 사내유보금을 보유하면서 투자를 회피하는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해 왔다. 정부도 이에 공감하듯 유보금에 대한 보유세를 법제화했다. 그러나 정작 CEO가 구속돼 있는 기업들의 경우 사내유보금을 투자로 전환하는 게 쉽지 않다. 투자란 손실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엄한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형 집행 중인 기업인 가운데 법이 정한 요건을 충족한 이들에게 가석방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다면 부총리의 말대로 경제 살리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물론 위법이나 편법한 방법으로 가석방한다면 이는 법리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분명 문제가 될 것이다. 그러나 형 집행 중인 기업인 가운데 ‘지나치게 엄한 법 집행’, ‘경제 살리기’라는 두 명분을 모두 충족시키고 형기의 3분의1 이상을 마친 모범수에게 가석방의 기회를 주는 것은 형평의 법리상 타당한 법 집행이라고 본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경제 살리기를 위해 현재 수감 중인 기업인을 가석방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한 데 이어 새정치민주연합의 박지원 의원도 “가석방 요건이 되는데도 기업인이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는다면 특혜보다 더 나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청와대도 요건을 갖춘 상황에서 가석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법무부 장관의 고유 권한이라는 논평을 한 바 있다. 물론 현실적으로 형기의 70% 이상을 복역하지 않은 죄수를 가석방하는 예는 드물다. 그러나 과도한 법 집행 근절과 경제 살리기라는 명분을 놓고 볼 때 기업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가석방이 부당하다고 비판하는 것은 오히려 ‘유전무죄’라는 사회 불신을 조장하는 정치적 여론몰이로 오해받을 수 있다. 사법부와 정치권 모두 조현아 전 대한한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에서 비롯된 반기업 정서 확대라는 지엽적인 사실에 집착하지 말고 보다 거국적인 차원에서 이번 기회를 사회적 불신 해소의 계기로 삼기를 기대해 본다. [反]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투자·고용 확대 효과 주장은 근거 없어, 유전무죄 논란… 평등 원칙도 무너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경제활성화”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수감된 기업인의 가석방을 주장했다. 그러나 비리 기업인의 가석방은 ‘경제 살리기’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정부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사회정의를 무너뜨릴 것으로 우려된다. 여기에는 분명한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정부 여당 수뇌부가 ‘경제 살리기’라는 구실을 대는데, 아무런 근거가 없는 말이다. 어떤 경제학 교과서에도 “비리 기업인을 풀어 주면 투자가 늘어난다”는 말은 없다. 군사정부 시절부터 지금까지 정부는 천문학적 액수의 배임, 횡령, 조세포탈을 저지른 재벌 총수를 사면시켰지만 투자와 고용 확대의 효과가 있다는 증거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비리 기업인의 ‘사면 효과’를 실제로 증명할 수 있다면 경제학계의 새로운 이론이 될 것이다. 더욱이 재벌 총수가 직접 경영에 나서고 있는 대기업도 세계적 경제위기 시기에 제대로 투자를 못하고 있지 않은가. 오히려 비리 기업인들이 법을 우습게 알고 불법 경영을 되풀이해 경제에 더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둘째, 형기의 절반만 채운 기업인의 가석방은 법 집행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 형법에서는 형기의 3분의1 이상 복역하면 가석방 심사 대상이 되지만, 실제로는 형기의 80% 이상 채워야 가석방 심사가 가능하다. 더욱이 평범한 수형자는 형기를 100% 마쳐야 세상에 나올 수 있다. 2001년 미국 기업 엔론과 월드컴의 분식회계 비리를 저지른 최고경영자들은 25년형을 선고받고 아직도 복역 중이다. 그런데 유독 한국에서 원칙 없이 비리 기업인을 풀어 준다면 ‘유전무죄’ 논란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재벌 총수가 회사를 말아먹어도 ‘솜방망이 처벌’이나 ‘휠체어 가석방’으로 풀려난다면 ‘법 앞의 평등’이라는 원칙은 무너질 것이다. 당연하게도 현재 비리 기업인 가석방에 대한 국민 반감은 매우 크다. 지난 24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구속된 경제인의 가석방에 반대한다’는 의견은 58.1%로 나왔다. ‘찬성한다’는 의견(22.0%)보다 3배 정도 많다. 심지어 새누리당 지지층(42.0%)과 무당층(59.0%)에서도 반대 의견이 많았다. 만약 정부가 비리 기업인 가석방을 밀어붙인다면 국민의 거센 반발에 직면할 것이다. 세월호 참사와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 이후 정부의 권위가 약화됐는데, 비리 기업인 가석방은 국정 운영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다. 정부의 리더십이 사라지면 경제회복도, 민생정책도 모두 불가능하다. 셋째, 지난 대선에서 여당과 야당 모두 ‘비리 기업인 무관용’을 공약했는데, 비리 기업인 가석방이라는 편법이 등장한다면 대통령의 신뢰가 추락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당시 “기업인에 대한 사면권의 엄격한 제한”을 공약한 바 있다. 그런데 최근 청와대 대변인은 “가석방은 법무부 장관의 고유 권한”이라며 뒤로 빠지는 꼼수를 두었다.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기업인뿐 아니라 생계형 사범에 대한 가석방과 사면을 대통령에게 건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리 기업인을 구하기 위한 생계형 사범의 ‘끼워 넣기’는 또 다른 꼼수로 비칠 뿐이다. 일반인 눈에는 사면이나 가석방이나 형량을 줄여 풀어 주는 건 똑같다. 법무부도 지난해까지 “사회 지도층의 가석방은 원칙적으로 불허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손바닥을 뒤집듯이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이 말을 바꾼다면 누가 정부를 믿겠는가. 오늘날 많은 사람이 한국의 법이 부유층과 특권층에만 유리하게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재벌 총수이기에 사면과 가석방 특혜를 받는다면 사회정의가 무너지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게만 지나친 관용을 베푼다면 법치와 정의는 설 땅을 잃을 것이다.
  • 與 생계사범까지 포함한 대대적 사면 추진 왜

    ‘땅콩 회항’ 등 재벌가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새누리당이 재벌 총수 등 기업인의 가석방 추진에 연일 불을 지피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29일 생계형 민생 사범에 대한 사면론을 제기하며 ‘재임 중 대기업 오너들에 대한 사면은 없다’던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재검토 목소리도 나왔다. 청와대는 한 발 물러나 있지만 여당의 강력한 요청이 반복되면서 자연스럽게 법무부 장관이 여론을 수렴해 가석방 등을 단행하는 수순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새누리당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기업인과 생계형 사범을 대상으로 한 사면 및 가석방을 박 대통령에게 건의하기로 했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야당과 협의를 거쳐 대통령에게 가석방뿐 아니라 사면을, 국민대통합이라는 대명제 속에서 경제 활력을 일으키기 위해 건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서 최고위원은 생계 사범에 대한 동반 사면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나도 80% 형기를 살고 가석방돼 나왔다. 형기의 3분의1이나 50%만 살고 가석방된 경우가 없고 그래서 가석방은 그것도 특혜”라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김무성 대표 등이 제기한 기업인 가석방이 여론의 비판을 받자 아예 일반인 생계 사범까지 포함한 대대적 사면으로 정치적 명분을 얻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정현 최고위원도 “소시민·소상공인들의 경제적 사면도 대대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고 가세했다. 이에 이완구 원내대표는 야당과의 협의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 박완주 원내대변인은 “생계 사범과 재벌 총수가 협상의 대상이냐”며 “전형적인 물 타기 작전”이라고 비판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덩치만 커진… 대학 기술이전 ‘속빈 강정’

    덩치만 커진… 대학 기술이전 ‘속빈 강정’

    지난해 5월 울산과학기술대(유니스트)는 2차전지 신소재 기술을 지역 벤처기업에 넘기고 10억원을 받았다. 향후 20년 동안 매년 해당 기술로 발생한 매출의 1%를 받기로 했다. 같은 기술에 대해 2011년 54억원을 이미 받은 것을 감안하면 국내 대학 사상 최고 기술이전료 수입이다. 이 대학이 지난해 이전한 기술은 7건. 기술이전료로만 11억 6900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서울대는 지난해 104건의 기술을 기업에 넘겼다. 국내 대학 가운데 가장 많다. 기술이전료 총수입은 24억 3500만원으로 건당 평균 2341만원이다. 지난해 국내 대학들은 모두 2584건의 기술을 기업에 이전한 것으로 집계됐다. 건당 평균 기술이전료는 1912만원이다. 기술이전 건수는 많지만 실속은 별로 없었다.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3년 대학 산학협력활동 조사보고서’를 28일 발표했다. 전문대까지 포함한 전국 423개 대학의 산학협력 성과를 분석한 결과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학들이 중소기업과 맺은 기술이전 계약은 2277건으로, 대기업과 계약한 115건의 약 20배에 이른다. 나머지 192건은 비영리기관, 해외기업 등으로 넘어갔다. 지난해 기술이전 2584건은 2009년 1365건에 비해 89.3% 증가한 것이다. 기술이전료 수입은 2009년 278억 7200만원에서 77.3% 증가한 494억 1500만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건당 평균 이전료 수입은 2042만원에서 1912만원으로 되레 줄었다. 기술이전 건수는 서울대가 가장 많고 성균관대(86건), 경북대, 인하대, 전남대 등이 뒤를 이었다. 기술이전료 수입은 성균관대(35억 8200만원), 한양대, 고려대, 카이스트, 서울대 등의 순이다. 반면 건당 기술료 수입은 유니스트에 이어 포항공대(9600만원), 한양대, 연세대, 광주과학기술원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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