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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년 1조 구조조정 펀드… 산업적 측면 고려 ‘골든타임’ 잡는다

    내년 1조 구조조정 펀드… 산업적 측면 고려 ‘골든타임’ 잡는다

    정책금융·민간 매칭 방식의 펀드 부실 기업 매입·자본 확충에 쓰여 민간 중심 관리위가 구조조정 주도 김동연 “펀드 추가 조성 적극 검토” “민간 참여 유인책은 미흡” 지적도내년 상반기 안으로 1조원 규모의 기업 구조조정 펀드가 조성된다. 부실 기업에 막대한 공적자금을 쏟아붓는 기존 방식과의 단절로 풀이된다. 국가경제나 국민생황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기업의 구조조정은 금융 논리 외에 산업적 측면까지 고려해 선제적 대응 체계를 갖추기로 했다. 여기에는 한진해운을 비롯한 해운업 구조조정이 성급하게 이뤄졌다는 반성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구조조정의 방향 자체는 바람직하지만 민간의 참여를 독려할 유인책은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해관계자들의 다양한 입장을 반영하려다 보면 대기업을 구조조정하지 못하는 ‘대마불사’의 관행을 깨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는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기업 구조조정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김 부총리는 “내년 상반기 중 가능한 한 빨리 1조원 규모의 구조조정 펀드를 조성하겠다”면서 “펀드의 추가 조성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금융기관과 민간 매칭 방식으로 조성되는 구조조정 펀드는 부실 징후 기업을 사들이거나 자본을 확충하는 데 쓰이게 된다. 기존에는 이런 역할을 기업에 자금을 댄 채권단이나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이 담당했다. 정부는 펀드 규모를 키우면 시장 중심의 상시 구조조정이 활성화되는 대신 공적 부담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고용이나 지역경제 등에 미치는 영향이 크거나 산업 전반이 구조적인 부진에 직면한 경우 관련 기업을 구조조정할 때는 재무적인 판단은 물론 산업적 측면까지 동시에 고려하기로 했다. 채권단은 정확한 실상을 파악하기 위해 회계 실사를 하고, 외부 컨설팅을 통해 기업의 경쟁력과 산업 생태계 등을 분석해 다양한 대안을 마련한다는 취지다. 정부는 구조조정 충격을 완화하는 고용·지역경제 대책을 마련할 때 지방자치단체 등 지역사회 의견도 수렴하기로 했다. 국책은행이 출자한 기업은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민간 전문가 중심의 출자회사관리위원회가 구조조정을 주도하게 된다. 이렇듯 문재인 정부가 처음 밝힌 구조조정 정책의 밑그림을 보면 지난 정부가 대우조선해양, 한진해운 등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노출시킨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지난해 본격화한 조선3사의 구조조정으로 부산·울산·경남 지역 등에서 1만 4000여명의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었고 한진해운의 파산으로 ‘물류 대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부실 기업에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되면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자본건전성이 악화될 것에 대비해 지난해 7월 한국은행은 11조원 규모의 자본확충펀드까지 마련했다. 구조조정에 따른 경기 침체를 막으려고 지난해 11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도 편성됐다. 결과적으로 보면 기업 구조조정 때문에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른 셈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런 전철을 밟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재무적인 관점에서 단순히 부실을 정리하는 차원이 아니라 먼 미래를 내다보고 산업을 혁신하는 차원에서 접근하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체적인 방향에는 동의하면서도 보완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민간 구조조정 회사나 민간 펀드의 참여를 끌어들일 적극적인 유인책이 부족하다”면서 “민간이 제 역할을 못 하면 또다시 국책은행이 부실기업을 떠안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주식먹튀 논란’ 최은영 前한진해운 회장 1심 징역 1년6개월

    ‘주식먹튀 논란’ 최은영 前한진해운 회장 1심 징역 1년6개월

    벌금 12억원, 추징금 5억원 선고 회사가 부도 위기에 직면했을 때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팔아 손실을 피하는 이른바 ‘주식먹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현 유수홀딩스 회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이 선고됐다. 최 전 회장 측은 “투자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미공개 정보가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심형섭 부장판사)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최 전 회장에게 징역 1년 6개월과 벌금 12억원, 추징금 5억 300여만원을 선고하고 8일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미공개 중요 정보를 매매·거래하는 행위는 기업 공시제도를 훼손하고 기업 운영과 유가증권거래시장의 투명성·건전성을 저해해 주주 등 일반 투자자에게 예상치 못한 손해를 입힌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이는 시장과 기업에 대한 불신을 야기함으로써 시장경제 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범죄로, 유가증권시장에서 거래의 공정성, 시장의 건전성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현저하게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이 범행을 주도면밀하고 치밀하게 계획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이 사건 범행과 경영 위기에 대한 책임을 지고 100억원을 조건 없이 증여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최 전 회장은 한진해운이 자율협약 신청을 발표하기 전 미공개 정보를 미리 입수해 지난해 4월 6일부터 20일까지 두 딸과 함께 보유하던 한진해운 주식을 모두 팔아 약 10억원의 손실을 피한 혐의로 기소됐다. 최 전 회장 측은 남편 조수호 전 회장이 2006년 별세한 뒤 상속세를 내려고 금융권에서 빌린 돈을 상환하기 위해 주식을 팔았을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검찰은 의도적으로 정보를 이용했다고 판단했다. 당시 최 전 회장은 삼일회계법인 안경태 전 회장 등으로부터 정보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은 한진해운의 주채권은행이고 삼일회계법인은 산업은행의 실사 기관이었다.재판 과정에서 최 전 회장 측은 “안 전 회장에게서 받은 정보가 자율협약 신청에 관한 정보가 아니고, 투자자에게 영향을 미칠 미공개 정보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한진해운 경영정상화 방안과 관련한 컨설팅 계약을 체결하고 용역을 수행한 삼일회계법인의 안 전 회장으로부터 ‘채권자 주도의 구조조정이 임박했다’는 정보를 부탁해 적극적으로 취득했다”고 판단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파리바게뜨 직접 고용 요구, 무리수 아닌가

    파리바게뜨가 전국 가맹점에서 일하는 제빵기사 등 5309명을 직접 고용하라는 고용노동부의 시정 명령 시한을 어제 넘겼다. 파리바게뜨는 본사 직원이 5200명인 상태에서 그 규모의 인원을 또 채용하라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고용부는 즉각 파리바게뜨의 불법파견에 대해 사법처리하고, 직접 고용 의무 불이행에 대해 1인당 1000만원씩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빵기사들의 어려움은 이해가 간다. 소속은 협력업체인데 실제 근무는 가맹점에서 하고, 업무 지시는 본사인 파리바게뜨로부터 받는다. 본사가 제빵기사를 직접 고용하지도 않으면서 시시콜콜 관리·감독을 하니 불법파견임을 부정하기 어렵다. 정부가 근로자 보호를 위해 칼을 꺼내 든 이유다. 더구나 제빵기사는 고용노동법에서 파견근로자가 종사할 수 있는 35개 사업에 포함되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번 사안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파리바게뜨가 정부 명령대로 한다면 본사 직원을 2배로 늘려야 한다. 연간 인건비만 600억원 정도가 늘어난다고 한다. 지난해 영업이익 660억원과 비슷하니 앞으로 이들을 정규직으로 받아들인다면 인건비를 제하면 실제 손에 쥐는 영업이익은 거의 없다는 얘기다. 인력구조나 경영구조상 세계 어느 초일류 기업도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를 정부가 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것도 정부가 이행하라고 준 시간은 두 달이다. 기업이 도깨비 방망이를 가진 것도 아닌데 누가 봐도 비현실적인 요구로 보인다. 기업이 어려워지면 기존에 있는 직원들도 자르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제빵기사들이 억지로 정규직으로 신분이 격상된다 한들 그 기쁨도 잠시 입사하자마자 옷 벗고 나와야 할지도 모른다. 제빵기사들 70%가 “고용불안을 가중시키는 본사 직접 고용을 반대한다”며 정부 방침에 반기를 든 것도 그래서다. 이들은 “본사 소속이 되면 가맹점주들이 비용 절감 차원에서 직접 빵을 굽겠다고 나설 가능성이 커 오히려 일자리가 크게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취지라도 기업을 위축시켜 있던 일자리마저 사라지게 한다면 재고해야 한다. 좀더 시간을 갖고 유예기간을 두는 것도 방법이다. 선의의 정책이라고 마구 밀어붙일 수만은 없는 게 현실이다. 기업도 살리고, 근로자들의 권익도 보호할 수 있는 묘책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야 한다.
  • 양극화의 늪… ‘좀비 中企’ 113곳 퇴출

    양극화의 늪… ‘좀비 中企’ 113곳 퇴출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내지 못하면서 회생 가능성도 낮은 ‘좀비’ 중소기업 113곳이 사실상 ‘퇴출’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최대 규모다. 최근 호황을 보이는 반도체 등 전자부품 분야의 부실기업은 줄어든 반면 자동차부품 등의 부실기업은 늘어나는 등 ‘양극화’ 경향이 뚜렷해졌다.금융감독원은 5일 ‘2017년 중소기업 신용위험평가’ 결과 올해 구조조정 대상(C등급 61개·D등급 113개)은 174곳으로 지난해보다 2곳 줄었다고 밝혔다. 구조조정 대상 중소기업은 2009년 512곳에서 2011년 77곳으로 떨어졌다가 2015년 175곳, 2016년 176곳 등으로 정점을 찍었다. 금감원은 올해 신용위험 평가대상 중소기업이 2275곳으로 지난해보다 11.8% 증가해 구조조정 대상 기업 수가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를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평가 대상은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연간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기업)이거나 현금 흐름이 마이너스인 회사 등이다. 특히 부실 징후가 있는 데다 경영정상화 가능성이 낮은 D등급 중소기업은 113개로 2009년(221개) 이후 8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해당 기업들은 채권은행의 추가 지원 없이 자체 정상화를 하거나 법정관리에 들어가야 한다. 대부분 경영진이 경영권을 박탈당하고, 파산하지 않고 회생 절차를 거치더라도 성공적으로 회생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부실 징후는 있지만 경영정상화 가능성이 있는 C등급 중소기업은 61곳으로 지난해보다 10곳 줄었다. 이들 기업은 금융 채권자와의 협의를 통해 구조조정을 하는 워크아웃에 들어가게 된다. 구조조정 대상 기업은 업종별로는 기계제조업(26곳), 금속가공품 제조업(23곳), 자동차부품제조업(16곳) 등의 순으로 많았다. 자동차·조선 등 전방산업 부진으로 자동차부품과 기계업종의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지난해 대비 각각 11곳, 7곳이나 증가했다. 반면 전자부품의 경우 구조조정 대상이 지난해 대비 10곳 감소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중소기업 업종 실적이 전반적으로 상승했지만 자동차부품 등을 중심으로 자산 규모가 낮은 기업들은 부실화가 급격히 진행되는 등 중소기업 업계의 ‘빈익빈 부익부’가 극심해지고 있다”면서 “내년에는 금리인상 여파로 부동산임대업 등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9월 말 기준 구조조정 대상 중소기업에 금융회사들이 빌려준 자금 규모는 1조 6034억원으로 지난해(1조 9720억원)보다 줄었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사설] OECD 2위 성장률, 가계에서도 체감할 수 있어야

    우리 경제가 3분기에 예상을 뛰어넘는 고성장세를 보이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상위권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3분기 성장률이 집계된 22개 회원국 중 우리나라(1.4%)는 1.5%를 기록한 라트비아에 이어 2위에 올랐다. 2010년대 들어 지속된 저성장의 기조를 깨고 한국 경제가 다시 성장의 추동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12년 이후 2%대 저성장이 고착화한 상황에서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지만 우려도 많다. 3분기 고도성장이 반도체 등 일부 품목의 수출 호조와 추가경정예산 효과 등이 어우러진 결과라는 분석 때문에 반짝 성장에 그칠 가능성도 크다. 경기 회복의 과실을 대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현재의 경제 상황은 더욱 걱정스럽다. 대기업 성장을 통해 일자리와 국민 전체의 소득을 늘리는 ‘분수효과’는 더이상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30대 기업 매출액은 781조 4000억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51조 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1.3%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무려 12.6%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대기업 일자리는 총 367만 8000개로 전년의 371만 9000개보다 4만 1000개 줄었다. 대기업들은 지난해 구조조정 등을 통해 매출 원가를 줄이면서 영업이익이 늘어난 것이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지난해 중소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3.9%로 대기업보다 2.7% 포인트 낮았다. 대기업보다 낮은 영업이익률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중소기업이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대기업들의 위상에 걸맞은 사회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다. 과거 정권들이 금과옥조로 여겼던 대기업 위주의 성장 정책은 소득 양극화 심화라는 숙제를 남겼다. 소득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OECD 35개국 중 26위로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대기업들이 고용 없는 성장 정책을 지속한다면 분수효과의 연장선장에서 시행된 다양한 특혜를 줄이는 것이 맞다. 이명박 정부의 747비전(연평균 7% 성장, 국민소득 4만 달러, 선진 7개국 진입)이나 박근혜 정부의 474비전(잠재성장률 4%, 고용률 70%, 국민소득 4만 달러)처럼 비현실적 성장 목표로 국민들을 현혹시켜선 안 된다. 현 정부가 가계소득을 늘려 성장을 이끌겠다는 소득주도 정책은 대기업 성장정책이 한계에 달한 시점에서 새로운 대안으로 등장했지만 관건은 성공 여부다. 정부가 재정확대 정책과 고소득자에 대한 과세 강화 등으로 재원을 마련한다고 하지만 여기에도 한계는 있을 수밖에 없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경제체질을 바꾸는 구조개혁과 함께 공정한 경쟁 속에서 기업들이 맘껏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과감하게 혁파해야 한다. 모처럼 찾아온 경기 회복세가 실질적인 일자리 창출과 민생 개선으로 체감돼야 한다.
  • [시론] IMF 외환위기 정말 끝났나/이필상 국세행정개혁위원장·전 고려대 총장

    [시론] IMF 외환위기 정말 끝났나/이필상 국세행정개혁위원장·전 고려대 총장

    ‘경제의 6·25 동란’으로 불린 외환위기 발생 20년을 맞았다. 외환위기는 나라가 부도 위험에 처해 경제주권을 잃고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한 사상 초유의 경제위기였다. 당시 우리나라의 총외채는 1530억 달러였다. 그러나 외환보유액은 70억 달러에 불과했다. 국가부도 위기의 대가는 참혹했다. 30대 대기업집단 중 16개와 26개 주요 은행 중 16곳이 무너지는 경제 대지진이 일어났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은 몰락했다. 10가구 중 4가구는 실직이나 부도를 경험했다. 1997년 우리 경제에 외환위기를 초래한 근본 원인은 대기업들의 문어발식 차입 경영이었다. 대기업들은 정경유착을 통해 저금리의 은행 자금을 자유롭게 차입했다. 무차별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시장을 독점했다. 그 결과 대기업들은 경쟁력이 낮고 몸집만 큰 빚더미 기업이 됐다. 30대 대기업집단의 부채비율은 400%였다. 1996년 김영삼 정부는 우리 경제를 과대 평가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가입을 서두르고 가입 조건인 금융개방을 완전히 허용했다. 금융기관들이 단기외채를 마구잡이식으로 차입해 기업에 장기로 대출했다. 외국 자본이 상환 요청을 하면 언제든지 부도가 날 수 있는 살얼음판 경제였다. 이런 상태에서 태국과 필리핀 등에서 외국 자본이 유출되자 우리나라도 외환위기의 회오리에 휩싸였다. 국민은 내 손으로 외채를 갚겠다고 금 모으기 운동을 벌였다. 그리고 구조조정과 실업의 고통을 피눈물로 받아들였다. 정부는 168조원의 공적자금을 조성해 급한 불을 끄는 데 썼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3년 8개월 만에 IMF로부터 받은 195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조기에 상환하고 부도 위기를 벗어났다. 한국은 국가부도 위기를 막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개혁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데는 실패했다. 정부는 경제의 구조조정을 IMF의 요구에 따라 약육강식의 신자유주의 논리에 따라 추진했다. 그리하여 대기업 중심으로 산업구조가 더 양극화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 과정에서 외국 자본은 증권시장에 수시로 드나들며 이익을 챙겼다. 최근 상위 5개 대기업집단의 매출액이 전체 매출액의 56%를 넘었다. 당기 순이익의 70%는 대기업 몫이다. 중소기업은 절반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한다. 자영업은 70%가 창업 후 5년 안에 쓰러진다. 경제가 창의적이고 균형적인 성장능력을 잃고 국제경쟁에서 밀려 스스로 무너지는 구조적 부실을 잉태했다. 외환위기가 산업 붕괴 위기로 형태를 바꿨다. 현재 우리 경제는 어떤 상황인가? 조선, 해운, 철강, 석유화학, 전기전자 등 주요 산업이 중국에 밀려 흔들리고 있다. 외환위기 이전 7%가 넘던 잠재성장률이 2%대로 떨어졌다. 경제가 고용창출 능력을 잃어 청년 체감실업률이 20%를 넘었다. 더욱이 가계부채가 1400조원을 돌파했다. 소득의 5분위 배율이 6배를 넘는 등 빈부격차를 불러왔다. 우리 경제가 외환위기를 다시 겪을 가능성은 작다. 외환보유액이 현재 3800억 달러를 넘어 단기외채의 3배가 넘는다. 더욱이 매년 1000억 달러 규모의 경상흑자가 발생한다. 최근 캐나다와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체결해 외환위기의 방어벽까지 쌓았다. 그러나 산업이 무너지면 상황은 달라진다. 경제는 기업 부도와 실업을 쏟아내며 파국을 맞는다. 우리 경제는 산업 지도를 다시 그려야 한다. 산업 구조를 개혁하여 대기업들의 경제력 집중을 완화하고 규제를 과감하게 개혁하여 벤처기업과 중소기업의 창업과 투자가 활발하게 일어나는 기업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연구개발(R&D)을 국가적 사업으로 대폭 확대하여 신산업 발굴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동시에 고용창출 능력을 높이고 분배 구조를 개선하여 소득 격차를 없애야 한다.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개혁해 근로자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20년 전 금 모으기 운동을 사회통합운동으로 재승화시켜야 한다. 그리하여 국민이 희망을 품고 경제의 도약에 함께 나서야 한다.
  • 한국 경제 현실 가리는 10대 그룹 영업익 62조

    한국 경제 현실 가리는 10대 그룹 영업익 62조

    10대 그룹 상장사들이 올 들어 3분기까지 국내 사업장에서 거둔 영업이익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반도체에서 비롯된 쏠림 현상이 너무 커서 외려 우리 경제의 현주소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게 만드는 착시 효과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27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10대 그룹 상장사의 올 3분기까지 영업이익(본사 기준)은 62조원으로 역대로 가장 많았다. 누적 총매출은 592조 54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25조 710억원보다 12.8%, 67조 4690억원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62조 454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1조 9660억원보다 95.4%(30조 4088억원) 늘어나 3분기 기준 역대 최대였다. 연간으로 따지면 역대 최대인 8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실적치들은 미국, 중국 등 해외사업장이 아닌 국내에서만 발생한 것을 합산한 것이다. 그룹별로는 삼성이 올 3분기까지 거둔 영업이익이 27조 540억원으로 전년 대비 171.1% 증가했다. SK가 212.7% 증가한 13조 4580억원, LG가 98.3% 늘어난 6조 2150억원이었다. 현대자동차는 22.7% 감소한 5조 4580억원으로 4위에 올랐다. 이어 롯데 2조 6840억원, 포스코 2조 5280억원, 현대중공업 1조 6880억원, 한화 1조 5310억원, GS 9850억원 순이다. 그러나 10대 그룹 영업이익의 절반이 넘는 52.2%를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반도체 투톱’이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31.3%에서 21% 포인트 정도 높아진 것이다. 두 기업의 영업이익 증가액도 22조 5910억원으로, 10대 상장사 전체 증가분(30조 4880억원)의 74.1%를 차지했다. 김윤경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은 “표면적으로만 본다면 사상 최대 실적이지만 반도체, 철강 등 일부 업종에서만 영업익이 증가했을 뿐 산업별 편중 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라면서 “영업이익이 호전된 다른 기업들 중에서도 상당수는 구조조정 등의 여파로 인한 일시적인 효과이지 수출시장 확대, 사업체질 개선 등의 효과는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성장의 한계점에 다다른 주력 업종의 시장 창출 노력이 보이지 않고,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움직임 역시 미약한 것 등이 가장 우려할 만한 부분으로 지적됐다. 특히 ‘슈퍼호황’의 덕을 톡톡이 보고 있는 반도체만 해도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본격화하면 독주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내년 산업에 대해서도 밝은 전망은 나오지 않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내년도 산업·수출 전망에 대해 “철강, 전자를 제외한 조선, 유통, 건설, 석유화학, 자동차 등 주요 분야 모두 불투명하거나 부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철강, 자동차 등의 미국·중국 시장 점유율이 계속적으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는 전망이 밝지 않다”고 했다.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정책본부장은 “내년도 경제성장률은 올해 3%대보다 낮은 2.6~2.8%로 부진할 것”이라며 “중국발 ‘사드 보복’의 여파가 어느 정도 해소되면서 관광, 소비재 분야는 숨통을 틔웠지만 산업 전반은 서서히 가라앉는 저성장 구조로 접어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윤경 한경연 실장은 “일본이 산업경쟁력강화법을 통해 규제개혁에 나서 과잉·한계 업종의 자연스런 퇴출, 신산업 육성에 나선 것을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논란됐던 ‘의료 영리화’ 아예 빠져…서비스법 국회 통과 위한 ‘출구전략’

    논란됐던 ‘의료 영리화’ 아예 빠져…서비스법 국회 통과 위한 ‘출구전략’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에서 ‘보건의료 분야 제외’ 카드를 빼든 것은 국회 처리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출구전략으로 해석된다. 최대 쟁점이었던 보건의료 분야를 사실상 제외하기로 한 만큼 이번 정기국회에서 서비스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앞서 기재부는 박근혜 정부 당시 제출한 서비스법에 보건의료 분야를 포함시켜 ‘의료 영리화’ 논란을 낳았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선 의료 공공성 확보 방안만 담겼을 뿐 서비스법은 언급 자체가 없었다. 야당 시절부터 서비스법에 반대했던 더불어민주당은 “의료 영리화 부분을 제외한다면 서비스법 제정이 어렵지 않다”는 입장을 꾸준히 밝혀 왔다. 기재부 입장에서는 법안에 대한 ‘원안 처리’를 요구할 동력이 떨어진 셈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서비스법이 통과되면 서비스 관련 산업을 정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토대가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총리가 이날 언급한 구조조정의 ‘3대 원칙’(사전 예방, 산업 경쟁력, 시장 중심)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산업계 전반에 대한 체질 개선에는 손놓고 있다가 개별 부실 기업을 살리기 위해 국책은행 주도로 막대한 공적자금을 쏟아붓는 기존 방식과의 단절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김 부총리가 기존 구조조정 방식에 대해 “사후 대응이었고, 산업적 고려가 아쉬웠으며, 공적 부담이 지속됐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기업 중심에서 산업 중심으로 구조조정의 패러다임이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첫 시험대는 조선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각각 주도하고 있는 STX조선해양, 성동조선해양 실사 결과에 따르면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높게 나타났다. 종교인 과세는 예정대로 내년부터 시행하는 대신 개신교 입장을 반영한 보완책을 내놓았다. 과세 범위를 ‘종교인이 소속 종교단체로부터 받는 소득’으로만 한정해 개신교의 목회활동비나 불교의 수행지원비, 천주교의 성무활동비 등은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 것이다. 세무조사도 종교단체 회계와 종교단체가 인건비로 지급하는 회계를 분리한 뒤 인건비로 지출한 회계만을 대상으로 삼기로 했다. 김 부총리는 또 내년 경제정책 방향과 관련해 “12월 중하순 발표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는데 방점은 일자리 창출과 혁신 성장”이라면서 “추가로 중장기 경제 위험 요소에 대한 본격적이고 집중적인 대처 방안을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새해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심의가 난항을 겪는 것과 관련해서는 “보류 사업이 많아서 감액 심의와 동시에 증액 심의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신속한 예산 집행과 정책 성과를 위해 법정시한(12월 2일) 내 처리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 개편 문제에 대해서는 “사회적 가치나 공공기관이 해야 할 기능과 역할을 보강하는 한편 업무 차이에 따라 평가를 달리하는 방법 등 전면적인 개편을 준비 중”이라면서 “12월에 열리는 공공기관 워크숍에서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재정 분권과 관련해서는 “취지에 동의하지만 고려해야 할 사안들이 많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세종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서비스발전법서 보건의료 제외… 부실기업, 시장 중심 구조조정”

    “서비스발전법서 보건의료 제외… 부실기업, 시장 중심 구조조정”

    종교인 과세 이번주 입법예고정부가 국회 통과를 추진하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에서 보건의료 분야를 제외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서비스법은 관련 산업 육성이라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보건의료 분야의 ‘공공성 훼손’ 논란이 불거지면서 표류하고 있는 대표적인 ‘낮잠 법안’이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서비스법과 관련해 “의료 부문은 워낙 민감하게 얘기되고 있다”면서 “법 통과를 위해 민감한 부분에 대해서는 서로 간에 입장을 수용할 건 수용하고 조금 돌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김 부총리는 지난 9월 “필요하다면 (서비스법을) 좀 수정해서라도 20대 국회에서 꼭 통과됐으면 한다”고 언급한 적은 있지만 보건의료 분야를 명시적으로 제외하겠다고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부총리는 부실 기업 구조조정에 대해 ‘사전 예방, 산업 경쟁력, 시장 중심’이라는 3대 원칙을 제시했다. 그는 “주력 산업의 혁신을 유도하기 위한 구조조정 개편 틀을 관계 부처와 협의 중”이라면서 “국회 예산안 심의가 끝나는 대로 산업경쟁력 장관회의를 열어 정부 방향을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다음달 윤곽을 드러낼 새 구조조정 방안은 조선·해양·철강 산업에 우선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STX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 동부제철, 현대상선 등에 대한 구조조정 또는 지원 여부가 발등의 불인 상황이다. 김 부총리는 또 종교인 과세 문제와 관련, “이번주 안에 시행령을 입법예고할 것”이라며 내년부터 시행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세종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제도개혁 완수 못한 아시아 국가들 1997 재연?… 다시 금융위기 경고음

    제도개혁 완수 못한 아시아 국가들 1997 재연?… 다시 금융위기 경고음

    1997년 태국발 금융위기가 아시아를 강타한 지 20년이 흘렀다. 진앙지인 태국을 비롯해 직격탄을 맞았던 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는 과거의 위기를 극복한 듯 보인다. 그러나 이는 수치상에 불과할 뿐 근본적인 제도 개혁은 이뤄지지 않아 또 다른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내년부터 미국 등 주요국이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면서 아시아 국가들은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올라 있다.지난 20일(현지시간) 태국은 글로벌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 태국 통계청은 2017년 경제성장률이 수출 호조와 중국 관광객 유입에 힘입어 시장의 예상(3.5%)을 웃도는 3.9%를 기록하고, 내년에도 3.6%~4.6%의 성장이 전망된다고 이날 발표했다. 부동산 회사들이 해외 채무 상환 불능을 선언하고, 바트화 가치와 주가가 폭락하던 20년 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태국 말고도 1997년 금융위기의 주인공이었던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한국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변신했다. 수치가 말해 준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1996년 387억 달러에 불과했던 태국의 외환보유고는 2017년 5월 기준 1840억 달러로 약 5배 불어났다. 인도네시아는 183억 달러에서 1250억 달러로 약 7배, 말레이시아는 270억 달러에서 980억 달러로 약 4배, 한국은 332억 달러에서 3785억 달러로 약 11배 늘어났다. 1996년 1조 달러를 밑돌던 아시아의 외환보유액 합계는 전 세계 보유액의 절반인 6조 달러(약 6510조원)를 넘어섰다. 금융위기의 원인 중 하나였던 경상수지 적자도 해소돼 인도네시아를 제외한 3개국이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길은 달랐지만 ‘리더십’이 가른 성패 20년 동안 각국은 어떻게 위기를 극복했을까.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태국과 인도네시아, 한국은 호된 정공법을 택했고 독자적으로 자구 노력에 나선 말레이시아는 우회로를 선택했다. IMF는 ▲거시경제지표 개선 ▲금융부문 구조조정 ▲자본·무역 자유화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과 구조조정 ▲노동시장 유연화 등 대대적인 체질 개선을 요구했다. 태국은 정부 예산을 삭감했다. 부실은행 4개를 국유화하는 한편 91개 파이낸스사 중 56개를 퇴출시켰다. 공기업 구조조정과 민영화를 추진했다. 한국도 비슷한 경로를 택했다. ‘모범생’ 태국과 한국에 비해 인도네시아는 ‘열등생’이었다. 외채가 막대했고 30여년간 철권통치를 해온 수하르토 대통령의 측근들이 정치와 경제를 쥐락펴락하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인도네시아는 경제 회복이 더디다는 이유로 IMF와의 합의 사항을 한 차례 일방적으로 파기하며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결국 외환위기 극복에 실패한 수하르토 대통령은 98년 학생과 노동자 시위로 32년 만에 물러나게 된다. 이 같은 ‘리더십 리스크’로 인해 인도네시아는 아직도 20년 전의 위기에서 성공적으로 회복하지 못했다. 2015년에는 외환위기 ‘5대 취약국’에 속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의 비마 유디스티라 이코노미스트는 중국국제TV방송(CGTN)에 “금융위기 이전 경제성장이 10%일 때 기업들은 30% 성장했는데, 지금은 기업들의 성장세도 5% 이하”라고 말했다. 말레이시아가 선택한 길은 독특하다. IMF가 요구한 이행 사항과 정반대의 해법을 취했다. 외환위기를 맞아 변동환율제를 택한 다른 나라들과 달리 오히려 고정환율제도를 채택하고 단기 자금의 해외 유출을 통제했다. 다른 나라들은 긴축정책을 펴느라 금리를 인상했지만 말레이시아는 거꾸로 경기 부양을 하기 위해 금리를 낮추고 정부 지출을 늘려 부도 위기에 놓인 은행과 기업들을 지원했다. 전적으로 당시 17년째 권좌에 앉아 있던 마하티르 모하마드 총리 때문이었다. 국수주의적 성향이었던 마하티르 총리는 외환위기 자체를 미국이나 거물 투자가 조지 소로스 같은 서방측의 음모로 규정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말레이시아 경제가 붕괴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말레이시아 역시 위기를 극복했다. ●전문가 “아시아 개혁 필요성 잊었다” 어쨌거나 당시 환란의 피해국들은 일견 금융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듯 보이지만 좀더 근본적인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고 경제 전문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은 주장한다. 그는 지난 7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기고한 글을 통해 “IMF의 개혁 각본에 따른 아시아 국가들은 대미 수출을 강화해 5%대의 성장률을 회복했지만 국내총생산(GDP)이 회복되자 좀더 중요한 개혁의 필요성을 잊었다”고 분석했다. 금융위기 이전보다 금융 시스템이나 경제의 투명성이 개선됐지만 수출 의존적 경제구조의 탈피, 생산성과 혁신 증대, 교역관계의 다변화, 부패근절 같은 좀더 근본적인 개혁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아시아 국가들은 임금인상 없는 GDP 증가의 늪에 빠졌다고 페섹은 지적한다. 한국(2만 7000달러)을 제외하고 1인당 GDP가 6000달러인 태국, 4000달러인 말레이시아 등 한국(2만 7000달러)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중진국 함정’에서 허덕이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의 기준금리 인상이 예측되고 있어 아시아 신흥국 시장에서 자본 유출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갑작스런 해외 자본 유출로 위기를 맞았던 1997년 상황이 재연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영국 중앙은행은 이달 초 10년 만에 기준금리를 올렸고,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다음달 금리 인상이 확실시되는 데 이어 내년에도 3~4차례 금리 인상 관측이 나온다. 유럽중앙은행(ECB)도 내년 하반기 양적완화를 중단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은 20년 만에 다시 한번 기로에 서게 된 셈이다. 어느 나라가 착실히 제도 개혁을 해 왔는지 곧 드러나려 하고 있다. 김민희 기자 haru@seoul.co.kr 강신 기자 xin@seoul.co.kr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금융권 노동이사제 노사합의 우선 돼야”

    “금융권 노동이사제 노사합의 우선 돼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노동이사제’ 도입과 관련해 금융회사에 우선 도입할 사안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산업통상자원부 주도의 기업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백운규 산업부 장관의 의견에는 동의했다.최 위원장은 24일 대한상공회의소 초청으로 열린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노동이사제를 금융권에 먼저 적용하기보다는 전반적으로 노사 문제에 대한 논의와 합의가 이뤄지고 그 틀 안에서 검토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의 혁신 자문기구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가 최근 노동자 추천 이사제 도입을 금융위에 권고하겠다고 한 이후 최 위원장이 처음으로 입장을 밝힌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었던 노동이사제는 최근 KB금융의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안과 맞물리면서 금융권의 이슈로 떠올랐다. 최 위원장은 “이사회 구성에 좀더 다양한 계층이 참여하고 여러 가지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니 취지 자체는 일리가 있다”면서도 “금융회사에 먼저 도입해야 할 것은 아니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최 위원장은 다만 “금융위에서 결론이 난 것은 아니고 정부의 공식 입장도 아니다”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기업 구조조정을 채권단이 아닌 산업부가 주도하는 방안에는 동감을 표했다. 최 위원장은 “기업 구조조정에 산업부가 좀더 역할을 하겠다는 것에 전적으로 같은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구조조정은 산업구조 문제, 고용 문제, 지역경제 문제가 다 같이 검토돼야 하는데 금융위와 정책 금융기관만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앞으로 좀더 큰 틀의 그림을 먼저 그리고 그에 따라 금융 지원이 필요한지 판단해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백 장관은 지난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모든 구조조정 문제에서 산업부가 주도하는 모양새를 취하고자 한다”고 밝혀 최 위원장의 이번 발언은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최 위원장은 금융감독원의 감독 분담금을 부담금으로 전환하는 개정안과 관련해 “금융위와 기재부의 영역 다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외환위기 20년] ‘제조업 패싱’ 한국경제의 毒

    [외환위기 20년] ‘제조업 패싱’ 한국경제의 毒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외환위기 이후 한국 경제가 금융과 서비스업을 중시해 왔지만 근본적인 체질 강화를 위해서는 허약해진 제조업을 다시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환위기 20년을 맞아 21일 서울신문과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그는 “대기업이 제조업 투자를 늘리고 중소기업과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산업금융 시스템 복구가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4차 산업혁명 논의가 ‘제조업 패싱(건너뛰기)’으로 흘러가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신 교수는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와 함께 외환위기 과정을 분석한 ‘주식회사 한국의 구조조정’을 내는 등 한국 경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모색해 왔다.→오늘(21일)이 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지 꼭 20년 되는 날이다. 정경 유착과 관치금융, 재벌체제의 구조적 모순, 과잉투자 등이 1997년 외환위기를 초래했다는 진단에 동의하나. -진단이 정확해야 제대로 된 처방이 나온다. 위기 전까지 한국 경제는 결코 암흑기가 아니었다. 성장과 투자, 일자리, 소득 증가로 순항하고 있었다. 외환위기는 총체적 기업 부실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외환이 모자란 데서 왔다. 외국 금융사들이 국내 종합금융사에 투자했던 단기자금을 한꺼번에 회수했던 게 도화선이었다. 그런 점에서 당시 임창열(경제부총리) 경제팀은 IMF 구제금융 신청이 아니라 모라토리엄(지불유예)을 선언한 뒤 채권자들과 협상에 나섰어야 했다. IMF 처방이 과도했다는 데는 이제 거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 않은가. 건강한 사람도 아플 수 있는데 다짜고짜 수술대에 눕혀 놓고 배를 짼 형국이다. →기업의 과잉투자가 문제였던 것은 사실 아닌가. -기업 부채비율이 높다는 것은 주식시장이 아니라 은행에서 자금을 빌려 대규모 투자를 한다는 차이일 뿐, 그 자체로 문제는 아니다. 기업이란 기본적으로 위험 부담을 짊어지는 주체다. 전반적인 위기관리에 실패한 김영삼 정부의 책임 대신 오히려 기업들이 위기의 주범으로 몰렸다. 게다가 고금리를 강요하며 과격한 구조조정을 주문하면서 국가경제의 손실을 키웠다. 기업 부채비율을 단기간에 400%에서 200%로 낮추라고 한 게 대표적이다. 이는 결국 대규모 해고로 이어졌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심화됐다. 그 해결책으로 문재인 정부는 ‘사람 중심 경제’로의 전환을 선언했는데. -성장을 해야 국가경제가 굴러간다. 문재인 정부는 성장에 대한 철학이 다소 부족한 것 같다. 벤처기업만 육성해서는 경제가 클 수 없다. 벤처기업 20개 창업해서 한 개만 살아남아도 성공이라고들 하는데, 망한 사람들은 누가 책임지나.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보완관계로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중소기업 성장을 지원하는 산업금융 시스템을 복구해야 하고 어떻게든 대기업이 국내 투자를 늘리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래야 일자리가 늘어나고 동반성장 선순환도 쉬워진다. ‘갑질’은 법과 제도로 규제하면 된다. 국가경제가 성장하려면 금융자본보다 산업자본이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금융업보다 제조업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로 들린다. -어느 것이 더하고 덜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중심축은 제조업이라는 것이다. 요즘 한국에서도 4차 산업혁명 얘기를 많이 하는데 이 과정에서 부품소재산업이나 중화학공업 등 제조업을 사양산업인 양 취급해서는 안 된다. 제조업을 중심에 놓고 금융과 서비스가 함께 가야 한다. →새 정부의 경제철학을 사실상 짜고 있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 의결권 행사지침)를 강조하고 있는데. -기업개혁 수단으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 활용하려는 의도 같다. 하지만 기관투자가나 펀드매니저들이 과연 ‘선한 청지기(스튜어드)’로서의 능력과 자격을 갖췄는지 점검해 볼 일이다. ‘자율규제’라는 그럴듯한 말 대신 정부가 직접 기관투자가와 기업 간에 공평하고 생산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규제 틀을 만들어 줘야 한다. →일각에선 한국 경제를 서서히 죽어가는 ‘뜨거운 냄비 속 개구리’에 비유하는 얘기가 많다. 제2 환란을 맞을 위험은 없는가. -그런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본다. 외국자본의 급격한 유입·유출 가능성이 낮고 무엇보다 외환보유액(올 10월 말 기준 3845억 달러)과 정부의 외환관리체계가 20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게 좋아졌다. 다만 환란 이후 기업가정신이 많이 죽었는데 지금도 사회 분위기가 기업인을 싸잡아 죄인 취급하는 것 같아 좀 걱정스럽다. 세종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저임금’ 중기 일자리 32만개 늘 때 대기업 9만개 줄어

    ‘저임금’ 중기 일자리 32만개 늘 때 대기업 9만개 줄어

    조선업 구조조정·수출 악화 영향 제조업 분야서만 14만개 감소해 중기 근로자 평균 근속 4년 그쳐 창업 등 비임금 일자리 14만개↑지난해 우리나라 일자리 사정은 ‘재난’에 가까웠다. 조선업 구조조정과 수출 감소로 대기업은 양질의 제조업 일자리를 대폭 줄였다. 대기업 평균임금의 절반도 못 되는 중소기업 일자리만 늘었다. 열악한 근로환경과 낮은 임금에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4년을 버티지 못하고 직장을 관둔다. 일자리 증가에 도움이 안 되는 ‘나홀로 창업’이 급증했다. 청년들이 선호하는 금융맨·공무원 등 월급 많고 안정적인 일자리는 줄었는데 월급이 적은 건설업,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종 일자리는 늘었다.통계청은 21일 ‘일자리행정통계’를 발표하면서 “지난해 경기 상황이 일자리 측면을 악화시켰다”고 진단했다. 전체 일자리 2323만개 가운데 가장 많은 20.5%(476만개)를 차지하는 제조업 분야에서만 일자리가 14만개 감소했다. 전년만 해도 제조업 일자리는 2만개 증가했었다. 통계청은 갑작스러운 제조업 일자리 쇼크의 원인을 선박업과 반도체 관련 업종의 부진에서 찾았다. 은희훈 통계청 행정통계과장은 “구조조정 영향으로 선박업 일자리가 5만개 감소했고 지난해 반도체 경기가 악화되면서 연관 산업인 전자부품·컴퓨터·통신장비 제조업에서 6만개 일자리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등 대기업 비중이 큰 조선업이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대기업 일자리가 지난해 9만개 감소했다. 병원, 협회 단체 등 비영리기업도 2만개의 일자리를 줄였다. 전체 일자리의 80.8%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일자리만 32만개 증가했다. 중소기업의 일자리를 양질이라고 보긴 어렵다. 지난해 중소기업의 평균소득(세전)은 224만원으로 대기업(474만원)의 47.3%에 그쳤고 비영리기업 평균소득(308만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평균 근속기간도 중소기업이 4.0년으로 가장 짧다. 대기업(6.9년)과 비영리기업(7.9년)이 상대적으로 길다. 청년층이 중소기업 취직을 기피하다 보니 근로자 평균연령은 중소기업이 44.9세로 대기업(39.3세)보다 높다. 통계청은 지난해 비임금근로 일자리가 14만개 늘어난 점에 주목한다. 나홀로 사업체를 경영하는 사업주나 혼자 전문적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 차지한 일자리로 보통 자영업자를 뜻한다. 은 과장은 “지난해는 자영업자의 창업과 폐업이 예년에 비해 많았던 해”라면서 “베이비붐 세대가 창업을 많이 했다고 볼 수 있고 개인기업체가 신규 일자리를 많이 만들지 못했다는 뜻도 된다”고 말했다. 산업별로는 건설업에서 가장 많은 10만개의 일자리가 늘었다. 도매 및 소매업(6만개)과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3만개), 숙박 및 음식점업(2만개)이 뒤를 이었다. 일자리가 늘어난 산업의 임금수준이 대체로 하위권이다. 숙박·음식점업의 월평균 소득이 137만원으로 가장 낮고 보건업 등(213만원), 건설업(218만원), 도소매업(238만원) 순이다. 반면 임금 수준이 높은 일자리는 대부분 감소했다. 평균 소득이 가장 높은 금융 및 보험업(596만원)과 전기·가스·증기 및 수도사업(583만원)은 일자리가 각각 3000개씩 줄었고,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행정(390만원) 일자리는 2000개 줄었다. 통계청은 올해 경제 상황이 지난해보다 호전되고 반도체 경기가 초호황기에 진입하는 등 수출 회복도 뚜렷해짐에 따라 올해 일자리 상황은 전반적으로 나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외환위기 20년] 위기 ‘주범들’ 여전…신성장 동력 찾아야

    [외환위기 20년] 위기 ‘주범들’ 여전…신성장 동력 찾아야

    201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맞은 지 20년이 되는 해. 반도체와 철강 등의 수출 호조로 수출은 사상 최대인 68개월째 흑자이고, 원·달러 환율이 하락해 원화가 강세다. 최근 세계 6대 기축통화국인 캐나다와 통화스와프를 맺어 외환위기로부터 상당히 자유로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정경유착과 관치금융, 재벌위주 산업 구조, 기업 구조조정 시스템 미비 등 당시 외환위기 발발의 대내적 원인으로 꼽혔던 어두운 그림자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지난해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정경유착의 민낯이 생생히 드러났고, 관료들의 낙하산도 여전하며, ‘좀비기업’(한계기업) 구조조정도 쉽지 않다. 신성장 사업을 찾는 것도 과제다. 지난 20년간 혹독한 수업료를 낸 만큼 ‘새로운 20년’을 맞이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서울신문이 20일 전문가 6인에게 진단과 처방을 들어본 결과 그들은 “IMF 사태를 촉발한 위기 요인들은 아직도 뿌리 깊게 우리 경제의 근간을 차지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이 꼽은 ‘여전한’ 위기 요인은 정경유착, 재벌의 문어발식 경영, 관치금융, 상시적 구조조정 시스템 미비, 기업 부채의 증가와 수익성 악화 등이다. 윤석헌 서울대 경영대 객원교수는 “1997년 IMF 위기 당시 대기업 부채 증가가 큰 문제였는데 지금은 중소기업들까지 부채가 다시 늘어나고 있다”면서 “부채에 의존해 연명하는 ‘좀비기업’들이 정리되지 않는 게 여전히 남아 있는 어두운 그림자”라고 말했다. 그는 “은행 등 금융권에서 ‘옥석’을 잘 가리지 못한 탓도 있다”면서 “정부가 상시적 구조조정 시스템을 만들도록 노력해야 다시는 외환위기와 같은 일을 겪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20년 전처럼 우리 경제 내부가 서서히 곪아 가고 있어 외부의 조그만 충격이라도 닥치면 위기가 재현될 수 있다는 뜻이다. 윤 교수는 “지금은 성장에 매달리지 말고 잘못된 제도는 제대로 고치고 넘어가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우리나라 구조조정이 제대로 안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대우조선해양 등 기업들이 국책 금융기관인 산업은행 산하에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회생 불능 기업은 빨리 정리하고 만약 살아날 수 있는 회사라면 과감하게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IMF 때와 마찬가지로 많은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면서 “반도체 등의 국제 경기가 나빠지면 위험한 상태가 된다”고 우려했다. 기업들이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이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전한 재벌 위주의 산업 구조와 관치금융도 가장 큰 위기 요인으로 꼽힌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BNK금융, 우리은행 등 금융권 인사가 있을 때마다 이른바 ‘낙하산’ 논란과 ‘관치금융’ 지적이 잇따랐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IMF 위기는 당시 정부와 금융과 기업이 함께 위험을 공유하던 체제가 한계를 드러낸 사건이었다”면서 비효율적인 시스템이 실패를 했으니 새로운 위험 관리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 교수는 “정부는 사회 안전망을 튼튼히 하고, 금융은 가계대출 위주에서 벗어나 청년층 창업 등을 도우며, 대기업은 중소기업과 상생하면서 위험을 같이 나누는 포용적 경제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시장 유연화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는 유연한 경제 구조 확립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강명헌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동시장의 경직성 부분에서는 오히려 20년 전보다 거꾸로 가는 것 같다”면서 “사회보장체제를 견고하게 하는 동시에 노동시장을 좀더 유연하게 만들어야 기업 경쟁력이 살아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성환 금융연구원장은 “규제개혁이 지지부진하고 경제 구조가 점점 경직적으로 변해 가 기업 경쟁력 제고가 어렵다”면서 “정부의 금융 관련 규제들은 완화할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신 원장은 “재벌의 국제 경쟁력은 좋아졌지만, 여전히 문어발식 경영과 편법 승계는 문제”라고 진단했다. 정경유착과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 등은 IMF 위기 때보다 많이 개선됐다는 의견도 있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물론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긴 어렵고 지금도 위기 요인 중 하나이지만 당시보다는 많이 나아졌다”면서 “정경유착 등을 막을 제도적 장치가 외환위기 때보다 많이 갖춰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 경제에 가장 큰 문제는 신성장 동력이 없다는 것”이라면서 “자동차, 철강 등 산업을 이을 대안을 찾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IT 호황…50대 기업 정규직 1만 6000개 만들었다

    IT 호황…50대 기업 정규직 1만 6000개 만들었다

    시가총액 기준 국내 50대 기업이 지난해 3분기부터 올 3분기까지 1년간 1만 6000여개의 정규직 일자리를 새로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가 4462명으로 가장 많았다. 반도체 등 호황산업을 중심으로 정보기술(IT) 부문 종사 인력이 크게 늘었다. 비정규직은 문재인 정부의 정규직 전환 기조의 반영 등으로 감소했다. 4분기에 대기업 공채가 집중되는 것을 감안할 때 정규직 일자리 수는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시총 50대 기업의 정규직은 지난해 3분기 59만 7325명에서 올 3분기 60만 4701명으로 1.2%(7376명) 증가했다. 32개 기업이 1만 6096개의 정규직 일자리를 새로 만들었고, 18개 기업에서는 8720개가 줄어든 결과다. 비정규직(기간제 근로자) 자리는 2만 483명에서 1만 5034명으로 26.6% 감소했다. 10대 기업은 정규직을 8639명 새로 채용해 50대 기업 채용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특히 올 2분기와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삼성전자는 10대 기업의 절반이 넘는 4462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14조원 중 약 10조원을 담당한 DS(반도체·디스플레이) 부문에서 대부분의 일자리(4256명)가 나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호황이 계속되는 반도체 인력을 크게 충원했고,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인공지능(AI) 인력도 꾸준히 늘린 결과”라고 말했다. 롯데쇼핑(1204명), SK하이닉스(1088), LG디스플레이(909명), 현대차(850명) 등이 삼성전자의 뒤를 이었다. 롯데쇼핑은 지난 5월 신동빈 그룹 회장이 3년에 걸쳐 롯데마트 직원 등 1만명을 정규직화한다는 계획를 발표한 후 관련 작업을 진행해 왔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슈퍼 호황에 따라 인력 증가가 이어졌고, 2020년까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국내에 15조원을 투자하는 LG디스플레이의 경우도 인력 확충이 두드러졌다. 현대차는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등으로 실적이 악화됐지만 인력은 오히려 늘렸다. 현대차 관계자는 “2012년부터 올해까지 연평균 1000여명씩 협력업체 직원을 본사 직접 고용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자율주행차, 수소차, 전기차 개발과 관련한 인력도 증원했다”고 설명했다. 정규직 증가율로는 엔씨소프트가 지난해 3분기 2476명에서 올해 3분기 3005명으로 21.4%를 기록, 50대 기업 중 가장 높았다. 지난해 4분기 시작된 모바일 게임의 매출 비중이 76%까지 치솟으면서 관련 인력을 크게 늘린 결과다. 현대중공업은 정규직 직원이 1년 새 5814명이 줄어 가장 감소폭이 컸다. 조선산업 침체로 구조조정을 한 탓도 있지만 현대로보틱스, 현대건설기계 등 5개 업체를 분사한 영향이 크다고 현대중공업은 설명했다. 지난 7월 1000여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한 우리은행(-716명), 사업 재편을 단행한 삼성물산(-643명)이 뒤를 이었다. 비정규직은 롯데쇼핑이 1353명으로 가장 크게 줄었으며 이어 현대중공업(1301명), 현대차(485명), 아모레퍼시픽(286명), 포스코(276명) 순이었다. 오상봉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비정상적인 고용 형태를 없애려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으로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정규직화를 실시하고 있다”며 “경제성장에 따른 일자리 창출이 동반될 때 고용 정상화의 시너지 효과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외환위기 20년] 30대 그룹 63% ‘물갈이’·시중銀 33곳→16곳 개편

    [외환위기 20년] 30대 그룹 63% ‘물갈이’·시중銀 33곳→16곳 개편

    “정부는 최근 겪고 있는 금융외환시장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에 유동성조절자금 지원을 요청하기로 했습니다.” 1997년 11월 21일 임창렬 당시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원(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긴급 담화는 20년이 지난 지금도 트라우마처럼 남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1일)처럼 경제적 충격뿐만 아니라 심리적·정서적 충격이 우리 삶 전체를 뒤흔들었다. 외환위기에 따른 경제·금융계 재편과 극복 과정, 아직도 남아 있는 어두운 그림자를 3회에 걸쳐 짚어 본다.서울신문이 16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대규모기업집단 현황을 분석한 결과 외환위기 당시 국내 30대 그룹 중 현재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곳은 11곳에 불과했다. 셋 중 하나꼴인 19곳이 그룹 해체로 사라지거나 자산 감소로 30대 그룹 밖으로 밀려났다. 당시 자산총액 35조 5000억원으로 현대·삼성·LG에 이어 ‘넘버4’였던 대우는 경영난으로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해체됐다. 모회사인 ㈜대우가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대우)과 대우건설로 나뉘었고, 30개에 달했던 계열사도 뿔뿔이 흩어졌다. 산업은행이 대주주인 대우건설은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이며, 대우조선해양도 최근 법정관리 위기에서 기사회생하는 등 ‘대우 수난사’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당시 재계 6위 쌍용(자산총액 16조 5000억원)도 쌍용정유(현 에쓰오일)와 쌍용중공업(현 STX중공업) 등이 계열에서 분리되면서 사실상 해체됐다. 8위 기아도 기아차 경영여건이 급속히 악화되면서 부도를 맞고 부도유예협약에 들어갔다. 28개 계열사 대다수가 청산, 합병 등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동아(13위), 진로(19위), 고합(21위), 동양(23위), 해태(24위) 등도 해체됐다. 주식시장에서도 거대한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IMF 구제금융 신청 하루 전날인 1997년 11월 20일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30위 상장사 중 현재도 이름을 올리고 있는 곳은 14곳에 불과하다. 당시 시총 4위 대우중공업(2조 2000억원)은 2005년 두산이 인수해 두산인프라코어로 변경됐으며 현재 시총 120위(15일 기준)에 자리해 있다. 당시 시총 6위 LG반도체(1조 6000억원)는 현대전자와 합병된 뒤 하이닉스 시절을 거쳐 SK하이닉스로 탈바꿈했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호황과 함께 시총 2위로 올라섰으나 LG반도체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밖에 현대전자(당시 시총 7위)·LG정보(9위)·데이콤(12위) 등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사명이다. 금융권도 구조조정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외환위기 직전 33개까지 늘었던 시중은행은 현재 16개로 개편됐다. 5대 시중은행으로 불렸던 ‘조상제한서’(조흥·상업·제일·한일·서울은행)는 모두 간판을 내렸다. 서울 여의도에서 한국판 월스트리트를 꿈꾸던 증권사도 고려증권과 동서증권을 시작으로 장은·한진투자·쌍용투자·서울·조흥증권 등이 차례차례 구조조정의 칼날을 맞았다. 보험업계 구조조정은 1998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생명보험에선 고려·국제·태양·BYC 등이 차례로 퇴출됐고, 손해보험에서도 대한보증과 한국보증이 합병해 서울보증보험으로 재탄생했다. 금융위원회 집계를 보면 1997년 말 2101개였던 금융사(은행·종금·증권·보험·투신·금고·신협·리스)는 2001년까지 3년간 610개가 정리됐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정부와 기업 모두 외형 확장에만 치중하다 원화 강세에 따른 수출 감소, 높은 임금상승률이 겹쳐 외환위기를 불렀다”며 “제동장치 역할을 해야 할 금융권도 관치에 휘둘려 고위험 대출을 마구잡이로 집행했다”고 회상했다. 반면 살아남은 기업은 새롭게 도약했다. 삼성은 현대그룹 분할을 계기로 재계 1위로 올라선 뒤 든든한 반석을 다졌다. 올해 삼성의 자산총액은 363조 2000억원으로 2위 현대차(218조 6000억원)를 압도한다. SK(5위→3위)와 롯데(10위→5위), 한화(9위→8위) 등도 순위를 끌어올렸다. 1997년 출범한 미래에셋은 국내 최대 금융그룹으로 성장하며 재계 21위로 올라섰다. 외환위기 당시 3조 9000억원(코스피 3위)이었던 삼성전자 시총은 무려 90배나 늘어난 357조 2000억원이다. 코스피 전체의 15%를 차지한다. 우선주(40조 1000억원)까지 합치면 400조원에 육박한다. 1999년 설립된 네이버는 2002년 코스닥 상장, 2008년 코스피 이전을 거쳐 시총 7위(26조 5000억원)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외환보유고와 단기외채 비중 등 대외적 경제 여건은 외환위기 때보다 좋지만 신업경쟁력 약화와 높은 실업률 등 대내적 여건은 더 어려운 실정”이라며 “기술집약적 신사업에 투자하고 인재를 육성해 돌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금융업종 1~3분기 영업익 24조·순익 19조

    금융업종 1~3분기 영업익 24조·순익 19조

    올 3분기까지 금융업종에 속한 기업들의 순익이 지난해에 비해 20% 넘게 증가했다. 보험업을 제외하고는 금융권 전반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하지만 3분기만의 실적을 보면 2분기보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모두 줄었다.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금융업종에 속한 43개 기업의 1~3분기 누적 영업이익(23조 7000억원)과 순이익(19조 281억)은 지난해보다 각각 35.1%, 21.7% 늘었다. 증권업의 순익은 지난해 1~3분기 8428억원에서 올해 1~3분기 1조 3584억원으로 61.2%나 불어났다. 같은 기간 금융지주(34.6%)와 은행(28.1%)의 순익도 크게 증가했고 보험업만 3.5% 감소했다. 하지만 3분기만 놓고 보면 올 2분기보다 모두 순익이 줄었다. 보험(-37.5%)의 하락폭이 가장 컸고 ▲증권 -13.2% ▲기타 -11.6% ▲은행 -10.3% ▲금융지주 -10.3% 등의 순이었다. 은행들은 6년 만에 최대 실적을 올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의 올 3분기까지 누적 순익은 11조 2000억원을 기록했다. 2011년(13조원) 이후 최대치다. 이자이익은 27조 6000억원, 비이자이익은 6조 2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모두 늘었다. 은행들의 순익 급증은 지난해 조선·해운 구조조정이 마무리돼 대손비용(손실에 대비한 충당금 전입액)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 은행 수익의 핵심 지표인 순이자마진(NIM)도 1.66%로 지난해 3분기보다 0.12% 포인트 증가했다. 예대금리차는 지난해 3분기 1.94%에서 2.06%로 0.12% 포인트 확대됐다. 올해 처음 출범한 인터넷은행은 1000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증권사들은 올 3분기 증시가 주춤했음에도 호실적을 냈다. 자기자본 1위 미래에셋대우는 3분기 순익이 지난해보다 101%나 상승한 1343억원을 기록했다. 이어 한국투자증권(1317억원)과 메리츠종금증권(898억원) 등의 순이었다. 상반기 7~8위권에 머물며 체면을 구긴 삼성증권도 3분기에는 75%나 증가한 874억원으로 4위를 차지했다.반면 카드사들의 3분기 순익은 크게 줄었다. 지난 8월부터 시행된 가맹점 수수료 인하의 영향으로 해석된다. 8개 전업 카드사의 3분기 순익은 4196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0.0% 축소됐다. 업계 1위인 신한카드는 1495억원의 순익을 올려 지난해보다 15.7% 줄었다. 삼성카드(918억원)와 KB카드(804억원)도 각각 6.3%, 2.1% 감소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무디스 “한국경제 내년에도 ‘안정적’… 올 성장률 3%”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내년 우리 경제에 대해 ‘글로벌 경제 회복세에 힘입어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자동차와 유통, 면세 분야 등은 내년에도 어려움이 계속될 것으로 관측했다. 크리스티안 드 구즈만 무디스 이사는 1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가진 한국 신용전망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주요 지역이 모두 경제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같은 국가가 혜택을 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수출이 좋아지는 것과 동시에 소비·투자 부문도 되살아나고 있어 새로 출범한 정부 입장에서도 여러 개혁 조치를 이행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했다”면서 “반도체 수요가 지속적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점에서 한국 경제 전망이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무디스는 최근 한국의 올해와 내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각각 3%, 2.8%로 전망했다. 그는 우리 경제의 부정적 요인으로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꼽으면서 “한반도 긴장 고조는 세계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금융기관을 담당하는 그레이엄 노드 무디스 이사는 “경제 회복이 진행되고 있고 자본구조 변화도 긍정적”이라며 “기업 구조조정도 마무리되면서 부실자산 관련 우려도 어느 정도 해결됐다”고 평가했다. 크리스 박 무디스 홍콩 이사는 “전자, 철강, 정유 업종 전망은 우호적이지만 자동차와 유통 업종은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사설] 新남방정책, 4강 편중 경제·외교 돌파구로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네시아 국빈 방문 중에 ‘신(新)남방정책’ 구상을 밝혔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과의 관계를 한반도 주변 4대국과 같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골자다. 2020년까지 아세안과의 교역 규모를 중국과 맞먹는 2000억 달러로 키우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제시했다. 통상 이외에도 기술과 문화, 예술, 인적 교류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교통과 에너지, 수자원 관리, 스마트 정보통신 등을 우선 협력 분야로 꼽았다. 신남방정책이 제대로 구현된다면 유라시아 신북방정책과 함께 ‘한반도 신경제지도’의 양대 기둥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제2교역·투자 대상국인 아세안 지역과의 협력을 강화해 한반도 경제 영토를 확장하면서 4대국 중심 외교 구도에서 벗어나는 의미도 있다. 우리의 통상 외교 구도가 특정 국가에 쏠려 있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해 미·중 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는 전체 수출액의 38%, 수입액의 30%에 이른다. 통상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특정 국가에 통상·경제 비중이 과도하게 몰리는 것은 국가 전체로 보면 마이너스 요인이다. 주한미군 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이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올해 초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세탁기·반도체를 포함한 한국산 제품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고 무역적자를 이유로 양국 간에 합의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재개정해야 할 상황이다. 우리가 스스로 한반도 운명을 개척하려면 강대국들의 경제적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새로운 동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신남방정책의 명분은 좋지만 말의 성찬으로 아세안 시장을 공략할 수는 없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일본은 1977년 ‘후쿠다 독트린’을 기점으로 아세안 시장 공략에 나선 이후 아직도 엔화 경제권으로 불릴 정도로 일본의 영향력이 강하다. 2000년 이후엔 욱일승천하는 중국 경제가 빠르게 아세안에 파고들면서 일본과 중국 간에 첨예한 경쟁터로 바뀌는 지역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아세안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된 지 10년이 지났는데도 한국 수출기업들의 FTA 활용률이 52.3%에 불과하다는 통계가 있다. 아직 기업들은 아세안 시장에서 세금과 운송, 원산지 증명 등 행정적인 문제와 정보 부족으로 애로를 겪고 있지만 지원은 미비하다. 저성장 기조에 빠진 우리 경제의 돌파구로서 신남방정책이 의미가 있지만 구두선으로 그치지 않으려면 정교한 계획과 담대한 실천이 뒷받침돼야 한다. 미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와 포스트 차이나 물색 등 아태 지역의 글로벌 구조조정을 활용하는 전략도 시급하다. 10년째를 맞은 한?아세안 FTA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아직 가입하지 못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자유무역 기조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 “미봉책” vs “기대감”

    정부의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방안에 대해 전문가들은 ‘고용 축소’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처방이라고 입을 모았다. 최저임금 급등으로 인건비 부담이 급격히 커진 기업들이 자칫 고용을 줄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기업 현장에서는 “최저임금은 해마다 오를 텐데 내년 한 해만 지원해 준다고 해서 해결되겠느냐”며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불안해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영학과 교수는 “근로감독 강화 등을 고려하면 소상공인들이 느끼는 체감온도는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16.4% 그 이상일 것”이라면서 “인력 감축, 무인화 폐업 등 자영업 구조조정이 발생하는데 1년 한시 지원 효과가 이를 막기에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는 올해처럼 ‘급격한 인상→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재정 부담’의 방식이 아닌 근로장려세제(EITC) 재원을 늘리는 등 다른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오상봉 한국노동연구원 노동정책분석실장은 “근로자 1인당 1년에 150만원은 작은 돈이 아니다. 신규로 사회보험에 가입하면 최대 90%까지 지원해 주는 점을 감안하면 사업주의 실질적인 부담은 크지 않다”며 “이번 지원 정책으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소상공인연합회는 “한시적인 대책이어서 조만간 최저임금 월 200만원 시대를 맞이할 소상공인에게는 일시적 미봉책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정부가 최저임금부터 올려놓고 후속 조치를 생각하다 보니 혼선이 있는 것 같다”면서 “근본적인 문제를 간과한다면 영세 사업자들은 결국 내년에 사람을 내보내는 등 임금 인상에 대한 저항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인태연 전국유통상인연합회장은 “기본적으로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지지한다. 다만, 노동자와 자영업자 모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연장근로가 많은 중소유통업계 현실을 감안해 시간외수당에 대한 추가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영업자들이 어려운 건 임금 문제가 아니라 골목상권 파괴와 갑질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일자리 안정자금을 고용보험 가입과 연계시킨 것에 대해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계상혁 전국편의점가맹점주협의회장은 “사실상 4대 보험이 연동돼 있는 만큼 일자리 안정자금을 받으려다가 더 큰 비용이 나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오 실장은 “고용보험 가입을 지원 요건으로 하지 않으면 지원 대상 확인 절차가 쉽지 않다”며 “고용보험 미가입 사업장에 대해서는 두루누리사업 지원 폭을 확대하고 건강보험료 50%를 지원하는 등 사회보험으로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세종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서울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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