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기업 구조조정
    2025-12-18
    검색기록 지우기
  • 운전면허시험
    2025-12-18
    검색기록 지우기
  • 지소미아
    2025-12-18
    검색기록 지우기
  • 행정명령
    2025-12-18
    검색기록 지우기
  •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2025-12-18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2,118
  • 휴렛패커드가 제록스 인수 제안을 거절한 이유는

    휴렛패커드가 제록스 인수 제안을 거절한 이유는

    미국 PC·프린터 제조업체 휴렛패커드(HP)가 제록스의 인수 제안을 거절했다. HP의 기업가치를 너무 낮게 평가했다는 이유에서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HP 이사회는 17일(현지시간) 제록스의 인수·합병(M&A) 제안 승인 안건과 관련한 긴급 이사회를 열고 제록스의 인수 제안을 만장일치로 거절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HP 이사회는 제록스에 보낸 서한에서 “합병 논의 이전에 해결해야 할 근본적인 질문들이 있었다”며 “지난해 6월 이후 제록스의 연간 매출액이 102억 달러(약 11조 9000억원)에서 92억 달러로 감소한 점을 인용해 제록스의 사업의 궤도와 미래 전망에 중대한 의문을 제기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HP는 제록스의 인수 제안이 주주에게 최대 이익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해 인수 제안을 거절한다고 설명했다. HP는 다만 향후 조건이 달라질 경우 합병 가능성은 여전히 열어놨다. HP는 서한에서 “우리는 통합의 잠재적 이익을 인정한다”며 “우리는 제록스와의 잠재적 합병을 통해 HP의 주주들에게 창출될 가치가 있는지 더 검토하는 것에 열려 있다”고 밝혔다. 시가총액 기준 HP의 몸값은 290억 달러로 제록스의 3배가 넘는다. 제록스는 앞서 올 초 시가총액에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고려한 인수총액 335억 달러에 HP를 인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미 코네티컷 노워크에 본사를 둔 제록스는 대형 프린터·복사기를 생산하는 업체로 연매출 100억 달러의 대부분을 기업고객을 통해 올리고 있다. HP의 연매출은 제록스의 5~6배 수준인 580억 달러(2018년 기준)에 이른다. HP는 최근 최고경영자(CEO) 등 주요 경영진을 개편하면서 대대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밝혔다. HP는 3년 안에 전세계 직원(약 5만 5000명)의 15~16%에 해당하는 7000~9000명의 인력을 줄이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이는 연간 10억 달러의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구조조정 계획의 하나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글로벌 자동차 업체 인력 7만여명 대규모 감축 돌입

    글로벌 자동차 업체 인력 7만여명 대규모 감축 돌입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신차 판매 감소와 전기자동차(EV) 확산 등 자동차 산업 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간다. 17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제너럴모터스(GM)와 닛산, 폭스바겐 등 세계 주요 자동차 업체들은 구조조정 방안의 중심축으로 7만여명의 인력 감축을 방침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당시 세계 자동차업계가 10만명의 인력 감축을 단행한 이후 최대 규모다. GM은 미국 내 3개 공장 등 전 세계 7개 공장 문을 닫는 것을 시작으로 1만 4000여명의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해 휘발유 차 관련 공장 5곳의 폐쇄를 결정한 포드도 공장 작업 인원을 전체적으로 1만 2000여명 줄이기로 했다. 닛산은 생산 부문 인력에서 1만 2500명 감축한다. 오는 2030년 전 세계 전기차 판매의 40%를 목표로 삼은 폭스바겐은 독일 국내 공장에서 전기차 생산을 시작하면서 2023년까지 7000~8000명을 감원할 예정이다. 글로벌 주요 자동차 메이커들이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서는 주된 이유는 신차 판매 시장이 커지지 않고 전기차 등 차세대 자동차의 전환이 생각보다 빠르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자동차 선진국 시장에서는 신차 판매 대수가 이미 한계점에 도달했고 중국과 인도 신흥국 시장에서도 좀처럼 신차 판매가 예전과 같지 않다. 올들어 미국의 경우 판매대수가 지난해보다 3% 가량 감소했고 유럽도 1% 정도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전 세계 신차 판매 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5% 감소한 9581만대이다. 영국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따르면 세계 총 자동차 대수는 2030년 17억대, 2050년 20억대로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전기차 등 차세대 자동차로의 전환을 통한 생산체제의 구조개혁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통상 전기차는 가솔린 차에 비해 생산 라인이 짧고 부품도 30% 가량 적게 들어간다. 닛케이는 “주요 메이커들이 차세대 자동차에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염가 판매를 통해 전기차 등 보급을 우선하고 비용 회수를 미룰 수밖에 없는 것이 현 시장 상황”이라며 “생산력의 감소를 전제로 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기업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일본, 유럽의 주요 자동차업체 종사자 수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부터 계속 늘어나는데 힘입어 240만 명 수준에 이르렀다가 지난해 소폭 감소로 돌아섰다며 이번에 감축하는 7만여명은 대상 기업 전체 종업원 수의 4%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KDI “한국경제, 저점 근방에 있다”… 올 성장률 2.0% 전망

    KDI “한국경제, 저점 근방에 있다”… 올 성장률 2.0% 전망

    5월보다 0.4%P 하향 조정… 내년 2.3% 재정집행률 상승에 삼성 투자 긍정 평가 내년 반도체 수요 회복… 수출 증가 예상 미중 무역갈등 변수… 민간 회복 제한적 “정부, 중장기적으로 재정적자 줄여 가야”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2.0%, 내년 성장률은 2.3%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5월 전망보다 각각 0.4% 포인트, 0.2% 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다만 현재 우리 경제가 저점 근방에 있어 더이상 경기 부진이 심화되지 않을 것으로 봤다. 당장은 재정을 풀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재정적자를 단계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조언도 내놨다. KDI는 13일 이 같은 내용의 ‘2019년 하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2.0%)는 지난해 11월(2.6%), 올해 5월(2.4%)에 이어 연속 하향 조정됐다. KDI는 남은 4분기 성장세가 소폭 개선되면서 올해 성장률 2%대는 사수할 것으로 봤다. 올해 상반기 -12.3%에 달했던 설비투자 감소폭이 하반기 -1.1%로 축소되고 삼성전자가 4분기에 12조 2000억원의 시설 투자를 집행할 것이라는 게 근거다. 정부가 예산 이·불용을 최소화하면서 재정집행률을 끌어올리고 있는 점도 긍정적인 면이다. KDI는 경기가 조만간 바닥을 찍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내년 세계 경제가 신흥국 중심으로 회복되면서 3.4% 성장률을 기록한다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을 전제로 삼았다. 내년에는 글로벌 반도체 수요가 회복되고 기저효과도 작용하면서 설비투자가 올해(-7.0%)와 달리 8.0%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수출은 올해(1.0%)보다 높은 3.2%의 증가율을 기록할 전망이다. 김성태 KDI 경제전망실장은 “최근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횡보하고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등 심리지표가 반등했다”면서 “대외 부문이 갑작스럽게 나빠지지 않으면 우리 경제가 지금 저점 근방에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KDI는 내년 내수와 수출 개선이 제한적 수준에 머물면서 올해보다 소폭 높은 2.3%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행이 추산한 2019~2020년 잠재성장률(2.5~2.6%)을 밑도는 수준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6%로 물가안정목표(2.0%)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측됐다. 변수는 국내외 불확실성이다. 정규철 KDI 연구위원은 “미중 무역갈등, 브렉시트 등 대외 하방 위험이 재차 부각되면 우리 경제의 회복세가 둔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KDI는 민간 부문의 회복세는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해 재정정책은 확장적 기조를 유지하고 통화정책도 완화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김 실장은 “한국은행이 향후 6개월 내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내릴 만한 여력이 있다”면서 “저금리로 인한 자본 유출에 큰 비중을 둘 필요가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KDI는 “중기적으로는 재정수지 적자폭을 단계적으로 축소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지출 구조조정으로 재정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면 국민 부담률 상승을 통한 총수입 확대가 필요하다”며 증세 논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세종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현산, 아시아나항공 날개 달고 ‘비상’… “모빌리티 종합그룹 도약”

    현산, 아시아나항공 날개 달고 ‘비상’… “모빌리티 종합그룹 도약”

    육상·해상·항공사업 함께 할 연구 할 것 신주 인수 2조 이상… 재무건전성 확보 서비스 등 지속 투자… 안전 최우선으로 자회사 LCC 처분 등 전략적 논의 필요 현재는 아시아나 이름 바꿀 생각 없어 HDC그룹 재계 순위 33위→17위 껑충“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 모빌리티 그룹으로 도약하겠다. 초우량 항공사로서 아시아나의 경쟁력과 기업가치가 모두 높아질 것이다.”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아시아나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12일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서울 용산구의 그룹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모빌리티 그룹’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정 회장은 “HDC는 항만사업을 한다. 아시아나 인수로 육상·해상·항공사업을 함께 하는 방안을 연구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1999년 현대그룹 분리 전까지 부친인 ‘포니정’ 고 정세영 명예회장을 도와 1990년대 현대자동차를 이끌었던 정 회장은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 모빌리티 그룹의 첫 단추를 채울 계획이다. 그는 아시아나 정상화에 투입될 아시아나 보통주식(신주) 인수 금액을 언급하면서 “신주 인수는 2조원 이상이 될 것 같다. 2조 이상 되면 아시아나항공 재무 건전성이 상당히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정 회장은 또 “이번 인수로 아시아나는 업계 최고 수준의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게 된다. 인수 후에는 신형 항공기와 서비스 분야에 지속적인 투자를 할 것이다. 초우량 항공사로서 경쟁력과 기업가치가 모두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또 “HDC그룹이 진행 중인 면세사업에서 물류나 구매 측면에서 분명 시너지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엔진 고장으로 회항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안전’ 문제도 언급했다. 정 회장은 “항공산업에서 가장 큰 것은 안전”이라면서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장 구조조정은 않겠다면서도 지배구조와 공정거래법을 고려할 때 향후 HDC그룹이 재매각할 가능성이 있는 아시아나IDT와 에어부산, 에어서울에 대해서는 여지를 남겼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경쟁력 강화다. 인력조정 등 구조조정은 현재까지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면서 “자회사인 LCC(저비용항공사)에 대해서는 전략적 판단을 해야 한다. 어떻게 처분할지 전혀 얘기가 안 됐다. 앞으로 깊은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래에셋과의 컨소시엄에 대해서는 “사실 우리 혼자서도 인수할 수 있는 재정 상태다. 그러나 지금까지 여러 기업 인수 합병을 성공적으로 해 온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통찰력을 얻고 싶어 같이 하게 됐다”면서 “인수 후에는 안정성 있고 경쟁력 있는 방향으로 금융을 조달하겠다”고 말했다. 또 “아시아나는 지금까지 상당히 좋은 브랜드 가치를 쌓아 왔다. 현재로서는 회사 이름을 바꿀 생각이 없다. 양쪽이 서로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연구하겠다”면서 “HDC그룹은 아시아나 임직원들과 함께 긍정적 시너지를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아시아나를 최종 인수하면 HDC그룹은 건설업에서 면세, 레저에 이어 항공산업에도 진출하며 종합그룹으로 발돋움한다. 재계 순위도 크게 오른다. 현재 HDC그룹은 자산총액 10조 6000억원으로 국내 대기업 자산 순위 33위다. 자산 규모 11조원인 아시아나를 최종 인수하면 재계 17위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된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현산, 아시아나 날개 달고 2위 비상… 항공업계 지각변동 ‘예고’

    현산, 아시아나 날개 달고 2위 비상… 항공업계 지각변동 ‘예고’

    금호산업 “연내 주식매매계약 체결 완료” 인수금액 2.5조 중 2조 재무구조 개선에HDC현대산업개발(현산)이 사실상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이 됐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아시아나를 국내 최고 항공사로 만들기 위한 지원을 약속했다. 한국과 일본의 관계 악화로 인한 일본 노선 매출 급감, 항공사 간 경쟁 격화, 항공기 결함 이슈 등 잇따른 악재로 허덕이는 항공업계에 일대 파란이 일 전망이다. 아시아나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은 12일 오전 이사회에서 매각 우선협상 대상자로 현산·미래에셋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금호산업 측은 “현산 컨소시엄을 아시아나 경영 정상화 달성 및 중장기 경쟁력 확보에 가장 적합한 인수 후보자로 평가해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했다. 연내 주식 매매계약 체결을 완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현산은 인수 금액 약 2조 5000억원 가운데 2조원이 넘는 금액을 아시아나 재무구조 개선 등 기업 정상화 자금으로 쏟아붓는다. 현산의 투자가 현실화되면 현재 1조 4000억원 수준인 아시아나 자본금은 3조원 이상으로 늘어난다. 부채비율이 660%에서 277%로 떨어지면서 회사채 신용등급이 오르고 자금 조달은 원활해진다. 신규 항공기 도입, 노선 확대 등 공격적 사업이 가능해진다. 현산이 아시아나를 인수하면 단숨에 항공업계 2위로 부상한다. 현산이 아시아나를 국내 최고 항공사로 키운다는 방침인 만큼 현재 국내 1위인 대한항공과 업계 주도권을 둘러싸고 치열한 싸움을 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저가항공사(LCC)들과의 단거리 노선 다툼도 불가피하다. 이 외에도 아시아나의 자회사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분리매각 등 항공업계 지각변동 가능성도 있다. 아시아나의 막대한 부채, 불안정한 잉여현금흐름(FCF) 등을 이유로 이번 인수로 현산이 ‘승자의 저주’에 빠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 현산 측은 “과도한 자금 조달을 통한 인수가 아니라 상당 부분 자체 자금을 통해 인수해 승자의 저주에 해당하지 않는다. 현산의 현금성 자산이 1조 6000억원에 이르고 관리 능력도 탁월하다. 충분한 승산이 있다고 판단해 인수를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몽규 회장은 이날 서울 용산구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인수는 항공산업이 HDC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부합한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계약 이후에는 아시아나가 최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면서 “아시아나는 업계 최고 수준의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게 될 것이며 인수 후에도 신형 항공기와 서비스 분야의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져 초우량 항공사로서 경쟁력과 기업 가치가 모두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조조정은 아직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정 회장은 또 “현산이 항공산업뿐만 아니라 모빌리티 기업으로 도약하는 계기를 만들 것”이라면서 “현재 현산은 항만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육상이나 해상, 항공 관련 분야를 좀더 연구해 볼 것이다. 현대자동차그룹과 연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HDC현산, 아시아나 날개 달고 2위 비상… 항공업계 지각변동 ‘예고’

    HDC현산, 아시아나 날개 달고 2위 비상… 항공업계 지각변동 ‘예고’

    금호산업 “연내 주식매매계약 체결 완료” 인수금액 2.5조 중 2조 재무구조 개선에HDC현대산업개발(현산)이 사실상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이 됐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아시아나를 국내 최고 항공사로 만들기 위한 지원을 약속했다. 한국과 일본의 관계 악화로 인한 일본 노선 매출 급감, 항공사 간 경쟁 격화, 항공기 결함 이슈 등 잇따른 악재로 허덕이는 항공업계에 일대 파란이 일 전망이다. 아시아나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은 12일 오전 이사회에서 매각 우선협상 대상자로 현산·미래에셋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금호산업 측은 “현산 컨소시엄을 아시아나 경영 정상화 달성 및 중장기 경쟁력 확보에 가장 적합한 인수 후보자로 평가해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했다. 연내 주식 매매계약 체결을 완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산은 인수 금액 약 2조 5000억원 가운데 2조원이 넘는 금액을 아시아나 재무구조 개선 등 기업 정상화 자금으로 쏟아붓는다. 현산의 투자가 현실화되면 현재 1조 4000억원 수준인 아시아나 자본금은 3조원 이상으로 늘어난다. 부채비율이 660%에서 277%로 떨어지면서 회사채 신용등급이 오르고 자금 조달은 원활해진다. 신규 항공기 도입, 노선 확대 등 공격적 사업이 가능해진다. 현산이 아시아나를 인수하면 단숨에 항공업계 2위로 부상한다. 현산이 아시아나를 국내 최고 항공사로 키운다는 방침인 만큼 현재 국내 1위인 대한항공과 업계 주도권을 둘러싸고 치열한 싸움을 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저가항공사(LCC)들과의 단거리 노선 다툼도 불가피하다. 이 외에도 아시아나의 자회사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분리매각 등 항공업계 지각변동 가능성도 있다.아시아나의 막대한 부채, 불안정한 잉여현금흐름(FCF) 등을 이유로 이번 인수로 현산이 ‘승자의 저주’에 빠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 현산 측은 “과도한 자금 조달을 통한 인수가 아니라 상당 부분 자체 자금을 통해 인수해 승자의 저주에 해당하지 않는다. 현산의 현금성 자산이 1조 6000억원에 이르고 관리 능력도 탁월하다. 충분한 승산이 있다고 판단해 인수를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몽규 회장은 이날 서울 용산구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인수는 항공산업이 HDC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부합한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계약 이후에는 아시아나가 최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면서 “아시아나는 업계 최고 수준의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게 될 것이며 인수 후에도 신형 항공기와 서비스 분야의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져 초우량 항공사로서 경쟁력과 기업 가치가 모두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조조정은 아직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정 회장은 또 “현산이 항공산업뿐만 아니라 모빌리티 기업으로 도약하는 계기를 만들 것”이라면서 “현재 현산은 항만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육상이나 해상, 항공 관련 분야를 좀더 연구해 볼 것이다. 현대자동차그룹과 연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 “더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국민과 소통”(전문)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 “더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국민과 소통”(전문)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문재인 정부 임기 후반부가 시작된 10일 “더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국민과 함께하는 정부가 되겠다”면서 “집권 전반기 전환의 힘을 토대로 이제는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노 실장은 이날 오후 김상조 정책실장·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문재인 정부 출범 2년 6개월을 맞아 연 기자간담회 모두발언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노 실장은 “이제는 성과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밥먹고 공부하고 아이 키우고 일하는 국민의 일상을 실질적으로 바꾸어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더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국민과 함께 하는 정부가 되겠다. 더 많은 국민과 소통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는 그러면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3실장(비서실장·정책실장·국가안보실장)이 원팀이 되어 무한책임의 자세로 임하겠다. 문재인 정부 남은 2년 반,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노영민 비서 실장의 모두발언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그리고 언론인 여러분,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지 꼭 2년 반이 되었습니다. 지난 2년 반,문재인정부는 변화와 희망을 바라는 국민의 기대에 화답하기 위해 쉼 없이 달려왔습니다. 아낌없이 성원해주신 국민 한 분,한 분,더 잘해라,쓴소리해주신 국민 한 분,한 분.모든 국민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국민들 보시기에 ‘부족하다’하는 부분도 있을 겁니다.성과도 있지만,보완해야 될 과제들도 있습니다.더 분발하겠습니다. 지난 2년 반은 대전환의 시기였습니다. 문재인정부 지난 2년 반은 과거를 극복하고,국가 시스템을 정상화시키는 과정이자,새로운 대한민국의 토대를 마련한 시기였습니다. “이게 나라냐”라고 탄식했던 국민들과 함께 권력의 사유화를 바로잡고,대한민국 국민인 것이 자부심이 되는 나라다운 나라,당당한 대한민국의 길을 걷고자 노력했습니다. 지난 2년 반,정부는 격변하는 세계질서에 맞서 경제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추진해왔습니다.포용적 성장,‘함께 잘 사는 나라’의 기반을 튼튼하게 하는데 주력했습니다.치매 국가책임제,문재인케어 등 포용적 복지의 성과도 있었지만,국민이 피부로 느끼기엔 아직 갈 길이 남아 있습니다.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분들이 없도록 사회안전망을 더욱 세심하게 살피겠습니다. 국민체감 경제는 여전히 팍팍합니다.안으로는 저성장,저출산·고령화 등 전환의 계곡을 건너는 과정에서 피하려야 피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들과 직면해 있고,미·중 무역분쟁,일본 수출 규제 등 대외 여건도 녹록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이 직면한 안팎의 위협은 과거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생존할 수도,성장할 수도 없음을 확인시켜 주었습니다.정부는 제조강국 대한민국의 입지가 흔들리지 않도록 제조업 르네상스의 기치를 들었습니다.조선,자동차 산업의 구조조정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초 5세대 이동통신(5G) 상용화를 통해 인공지능과 데이터 경제의 굳건한 토대를 만들었습니다.시스템 반도체,바이오헬스,미래차 등 미래 먹거리에 전폭적인 투자와 지원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과감한 벤처 창업 정책으로 제2벤처 붐의 도래를 한 단계 앞당기고,공정경제와 대·중소기업 상생을 위한 강도 높은 경제체질 개선도 노력해왔습니다. 정부는 온 국민과 함께 일본의 부당한 수출규제에 당당하게 대응해왔습니다.우리 소재·부품·장비 산업이 자립하고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도록 전화위복의 계기도 만들었습니다.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았습니다.신북방과 신남방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역내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한-인도네시아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CEPA),한-중미 자유무역협정(FTA),한-이스라엘 FTA 등 4대 FTA 체결로 대한민국의 경제 지평을 넓혔습니다. 지난 2년 반은 한반도 평화의 대전환기였습니다.문재인정부는 전쟁 위협이 끊이지 않았던 한반도 질서를 근본적으로 전환하기 위해 담대한 길을 걸어왔습니다.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도 많습니다. 국민들께서 보시기에 답답해 보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그러나 불과 2년 반 전,우리 국민들이 감내해야 했던 전쟁의 불안을 생각한다면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분명합니다. 국제사회의 약속과 상대가 있는 일이기 때문에 우리 의지만으로 속도를 낼 수 없지만,정부는 평화의 원칙을 지키면서 인내심을 갖고 한반도 평화의 길을 일관되게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국민안전이 문재인정부의 최우선 과제입니다.재난과 재해에 대한 예방과 신속 대응 체계 등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한 정부의 책임과 역할을 새롭게 했습니다. ‘국민 안전이 최고의 민생이다’라는 입장을 가지고 대응해왔습니다. 지난 4월 강원도 고성산불은 13시간 만에 조기 진화되었습니다.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16년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공정사회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정부는 그동안 우리 사회에 만연한 특권과 반칙,불공정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그러나 국민의 요구는 그보다 훨씬 높았습니다.제도에 내재 된 합법적인 불공정과 특권까지 근본적으로 바꿔내자는 것이었습니다. 경제뿐만 아니라 교육,채용,전관예우 등 국민의 삶 속에 내재화된 모든 불공정이 해소될 수 있도록 ‘공정’을 위한 ‘개혁’을 더욱 강력하게 추진하겠습니다.공정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집권 전반기 전환의 힘을 토대로 이제는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도약하겠습니다. 지붕부터 지을 수 있는 집은 없습니다.아직 가야 할 길이 멀고,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지난 2년 반,문재인정부 집권 전반기가 대한민국의 틀을 바꾸는 전환의 시기였다면,남은 2년 반,문재인정부의 후반기는 전환의 힘을 토대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해 도약해야 하는 시기가 될 것입니다. 이제는 성과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문재인정부의 정책이 밥 먹고,공부하고,아이 키우고,일하는 국민의 일상을 실질적으로 바꾸어내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실질적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대한민국 미래 먹거리에 대한 과감한 투자,정의롭고 공정한 나라를 위한 개혁,국민 모두가 함께 잘 사는 나라를 향해 뚜벅뚜벅 책임 있게 일하는 정부가 되겠습니다. 더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국민과 함께하는 정부가 되겠습니다.더 많은 국민과 소통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문재인정부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잘 알고 있습니다.질책 또한 잘 알고 있습니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3실장이 원팀이 되어 무한책임의 자세로 임하겠습니다. 문재인정부 남은 2년 반,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조현석 기자 hyun68@seoul.co.kr
  • [박성민의 게임체인저] 한국기업 교육훈련 제대로 되고 있나요

    [박성민의 게임체인저] 한국기업 교육훈련 제대로 되고 있나요

    ‘인재창조원, 인재개발원, 미래인재원.’ 모두 한국기업의 미래를 준비하는 인적자원 개발과 교육훈련을 진행하는 이른바 기업 연수원의 다양한 명칭들이다. 한국기업은 1990년대 후반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여파 이후 교육훈련 투자를 본격화했다. 그 결과 교육훈련은 산업교육, 인적자원개발, 인적자본관리, 교육공학과 수행공학식의 전공으로 분화됐다. 이와 함께 구조조정으로 외환위기를 극복한 기업들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직원 재교육으로 눈을 돌리며 기업체를 대상으로 강의하는 전문 강사들의 몸값과 시장이 성장했다. 인기 절정 강사는 밀려드는 섭외 요청에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강연료도 인기 연예인 출연료에 뒤지지 않는다. 기업들은 원하는 대로 교육훈련의 성과를 얻고 있을까. 2010년 이후 한국기업들은 직원 교육의 기본 방향을 교육을 위한 교육에서 회사의 성과 창출과 직결되는 교육으로 설정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성과를 강조하면서 나타난 변화다. 하지만 교육훈련 성과를 측정하는 방식은 아직도 그 효과를 입증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1959년 개발된 커크패트릭 모형이라고 불리는 4단계 평가 모형은 전 세계에서 널리 이용되고 있다. 교육훈련의 성과를 반응, 학습, 행동, 결과로 나누어 평가하는 시스템인데 한국에서는 대부분 반응과 학습평가만 진행되고 있다. 즉 교육훈련에 대한 학습자의 만족도와 학업성취도에 대한 평가만 진행하는 것이다. 이 또한 대부분 5점 척도를 기준으로 진행하는데, 교육훈련에 대한 성과 연구 결과를 보면 한국기업의 교육훈련에 대한 만족도는 대부분 3.4~3.8 사이 점수분포를 보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분포를 해석해보면 ‘보통’이란 의미다. 하지만 한국기업에서는 이 점수를 가지고 교육훈련에 대한 성과를 입증한다. 즉 지난번 교육훈련 평가점수가 3.4에서 3.8로 상승하면 그만큼 교육훈련에 대한 성과가 향상됐다는 것이다. 물론 반응평가인 교육훈련 만족도가 상승했으면 일정 수준 이상 교육훈련 성과가 향상 됐겠지만, 반드시 만족도가 상승했다고 성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기업에서는 만족도 상승을 절대적인 교육훈련성과 지표로 활용한다.기업 교육훈련 강사진은 어떨까. 한 연구 결과를 보면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전문강사진의 절반은 기업체 근무 경험이 5년 미만이다. 즉 기업체 근무 경험이 별로 없는 전문강사들이 있다는 것이다. 기업체 근무 경험이 없다고 잘 못 가르치는 것은 아니지만 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전문강사의 인기가 계속 오르는 이유 중 하나는 사내강사보다 전달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반응평가, 즉 교육훈련 만족도가 높게 된다. 이런 추세가 실제로 미래경쟁력 강화를 위한 교육훈련 성과를 거두고 있는지를 반추해 볼 시점이다. 배화여대 교수
  • 소외받는 노동권 지켜라… 노동자 없는 ‘AI 유토피아’는 없다

    소외받는 노동권 지켜라… 노동자 없는 ‘AI 유토피아’는 없다

    “(정규직 고용 촉구 농성을 하는) 톨게이트 수납원이 없어지는 직업이라는 게 눈에 보이지 않느냐”는 청와대 핵심 관계자의 발언은 노동계는 물론 우리 사회에 작지 않은 충격을 줬다. 급격한 기술 발전에 따른 일자리 구조의 변화 그리고 이면에서 불안에 떠는 노동자를 현 정부의 정책결정자들이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로봇공학 등을 앞세운 4차 산업혁명은 농업, 제조업 분야에서 자동화 과정을 안착시켰고 이제 판매, 계산, 배달 등 서비스업까지 확산되고 있다. 로봇은 공장 조립라인을 넘어 패스트푸드점, 편의점, 카페 등 우리 일상에서도 목격된다. 하지만 기술 혁신에만 맹목적으로 열광해 그 뒤에 서 있는 사람을 보지 않는다면 자본만 배 불리고 인간은 소외돼 감당하지 못할 역효과가 불어닥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충북 청주의 LS산전 공장에서는 저압차단기와 개폐기(전기회로를 열었다 닫는 기기) 등 전압전력기기를 만든다. 이곳의 14개 생산라인에는 ‘스마트공장 체제’가 도입돼 있다.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무인화 시스템이 자동으로 생산공정을 진행한다. 무인 운반차가 부품과 완성 제품을 나르고, 로봇이 품질 검사를 한다. 제품 조립, 용접, 접착, 검품, 포장까지 사람 손길이 닿는 공정은 없다. 예전에는 라인당 10명 이상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2명만 있으면 된다. 이들은 상황판을 보면서 라인별 업무를 관리한다. 다만 기계가 노동자 대신 할 수 없는 업무도 많다. 이 회사 권도엽 과장은 “긴급 상황 대응 업무 등에는 여전히 사람의 손이 필요하다”며 “원래 생산라인에서 일했던 직원들은 업무 재조정을 통해 구조조정 없이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신 기술을 적극 활용하면서 고용은 줄이지 않는 업체도 있지만 국민들은 4차 산업혁명과 일자리 수가 역의 상관관계에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2017년 20~50대 시민 104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4차 산업혁명으로 전체적인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항목에 응답자의 89.9%가 동의했다. 또 ‘4차 산업혁명으로 빈부 격차가 심해질 것’이라는 항목에는 85.3%가, ‘내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라는 항목에는 76.5%가 뜻을 같이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4월에 내놓은 ‘2019년 노동의 미래’ 보고서에서 “앞으로 15~20년 사이 저숙련·저임금 노동을 중심으로 현재 일자리의 14%가 자동화로 대체될 것이며, 작업 단위로 따지면 기존의 32% 정도가 변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오은주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특별한 직종을 꼽기보다는 반복적으로 이뤄지는 패턴화된 업무라면 단순 노무직이나 고숙련 사무직 모두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자리가 급격히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은 틀린 얘기일 수 있다”고 말한다. 기술 발전에 따라 로봇 등이 대체할 직무가 늘어나겠지만 이 기술을 활용해 인간이 직접 해야 할 직무도 그만큼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실제 세계경제포럼(WEF)은 2018년 낸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를 통해 2022년까지 기존 일자리 중 7500만개가 기계 등으로 대체되는 대신 1억 3300만개의 새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간의 일자리가 오히려 늘어난다는 전망이다. 다만 클라우스 슈바프 WEF 회장은 “기술에 따른 고용 증가를 기정사실로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노동자들을 위한 훈련과 교육에 많은 투자가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정부와 기업 등이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고용 문제를 어떤 관점으로 대비하느냐에 따라 기술 개발이 노동자에게 유토피아가 될지, 디스토피아가 될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기술 발전 탓에 정작 사람이 소외되는 부작용을 막으려면 노동자를 위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고 인간을 중심에 둔 혁신 틀을 짜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안국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빠르게 변하는 산업구조에 적응하려면 직업능력을 키우기 위해 자신에게 투자해야 하는데 빈부 격차에 따라 능력의 불평등이 심화할 수 있다”면서 “국가가 나서서 직업능력 개발을 필수적으로 지원해 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노동자에 대한 교육훈련을 보강하고, 실업급여 강화 등 사회안전망도 더 단단하고 촘촘하게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정부나 기업이 이런 노력을 하지 않으면 자칫 1차 산업혁명 때 노동자들이 분노하며 일으켰던 ‘러다이트 운동’(노동자들이 일자리를 빼앗는 직조기계 등을 파괴했던 운동) 같은 과격한 반대 움직임이 가시화될 수도 있다. 사회적 혼란도 불가피해진다. 기술 격차에 따른 양극화, 직무 변화로 인해 달라지는 업무 방식이 노동법 등 우리 사회의 규범과 충돌하는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해외에서는 이미 혁신의 이름 앞에 소외받는 노동권을 지키기 위한 입법 등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회는 지난 9월 차량 호출 서비스인 ‘우버’의 운전자 등 플랫폼 노동자(사용주와 근로계약하는 대신 스마트폰 등 플랫폼에 기대어 노무를 제공하는 배달·운전 등 노동자)를 포함한 특수고용 노동자들을 개인 사업자가 아닌 피고용인으로 분류하는 내용의 ‘AB5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이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면 플랫폼 노동자들도 최저임금·실업보험·유급 육아휴직·초과근무수당과 같은 법적 보호를 받게 된다. 이웃 나라인 일본에서는 ‘우버이츠’ 배달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는 등 세계적으로도 기술 발전에 대응해 노동자를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OECD는 2019년 노동의 미래 보고서에서 “한국 정부가 실업부조 도입이나 관련 법 개정 노력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도전’하는 중”이라며 “플랫폼 노동을 포함해 자영업과 임금근로 사이의 회색지대에 있는 고용 형태로까지 노동법 적용 영역을 넓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문 대통령 “적극적 재정지출 확대해야”…경제장관회의 주재[전문]

    문 대통령 “적극적 재정지출 확대해야”…경제장관회의 주재[전문]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경기가 어려울 때 재정지출을 확대해 경기를 보강하고 경제에 힘을 불어넣는 것은 정부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지금 우리는 경제·민생에 힘을 모을 때이다. 올해 세계 경제는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이런 성과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노력과 함께 여전히 미흡한 연령대와 제조업·자영업 분야 등의 고용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경제 관련 장관들을 모아 회의를 주재한 것은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국정운영의 초점을 검찰개혁뿐 아니라 경제활력과 민생안정에도 맞추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문 대통령의 모두발언 전문.] 지금 우리는 경제와 민생에 힘을 모을 때입니다.올해 세계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무역 갈등의 심화와 세계 제조업 경기의 급격한 위축으로 전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성장 둔화를 겪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나라처럼 제조업 기반의 대외 의존도가 높은 나라일수록 이같은 흐름에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가 중심을 잡고 경제 활력과 민생 안정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오늘 회의는 경제장관들과 함께 국내외 경제상황을 짚어보고, 앞으로의 대응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했습니다. 무엇보다 민간 활력이 높아져야 경제가 힘을 낼 수 있습니다.세계경기 둔화로 인한 수출과 투자 감소를 타개하기 위해 수출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화고,민간투자가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최근 기업들이 시스템반도체,디스플레이,미래차,바이오헬스 등 신산업 분야에서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있습니다. 벤처 투자도 사상 최대로 늘어났습니다.우리 경제에 아주 좋은 소식입니다.이 흐름을 잘 살려 가야 합니다.기업투자를 격려하고 지원하며 규제혁신에 속도를 내는 등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 마련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민간 활력을 높이는 데 건설 투자의 역할도 큽니다.우리 정부는 인위적 경기부양책을 쓰는 대신에 국민생활 여건을 개선하는 건설 투자에 주력해왔습니다.이 방향을 견지하면서 필요한 건설투자는 확대해 나가야 합니다.서민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주택공급을 최대한 앞당기고,교통난 해소를 위한 광역교통망을 조기 착공해야 할 것입니다.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교육,복지,문화,인프라 구축과 노후,사회간접자본(SOC) 개선 등 생활 SOC 투자도 더욱 속도를 내야 할 것입니다. 경기가 어려울 때 재정 지출을 확대해 경기를 보강하고, 경제에 힘을 불어넣는 것은 정부가 반드시 해야 할 일입니다. 그동안 정부는 적극적 재정 정책을 통해 경기의 급격한 위축을 막고 경기 반등 여건을 조성하는 노력을 기울어 왔습니다.이러한 노력을 더욱 확대해야 합니다. 확장기조로 편성된 내년 예산안이 잘 처리될 수 있도록 국회의 협조를 구하면서 올해 본예산과 추가경정예산의 집행률을 철저히 관리해 이월하거나 불용하는 예산을 최대한 줄여야 할 것입니다. 지자체도 최대한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정부 정책이 충분한 효과를 내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일자리정책만 하더라도 초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정부가 정책 일관성을 지키며 꾸준히 노력한 결과 제조업 구조조정,고령화,생산가능인구 감소와 같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고용 개선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같은 달 기준으로 두 달 연속 역대 최고의 고용률을 기록 했고,청년 고용률이 16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습니다. 여성과 고령층 고용도 꾸준히 개선되고 있습니다.상용직 근로자 수가 계속해서 큰 폭으로 증가하는 등 고용의 질도 개선되고 있고,고용보험 가입자 수 증가와 함께 실업 급여 수혜자와 수혜 금액이 늘어나는 등 고용 안정망도 훨씬 튼튼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성과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노력과 함께 여전히 미흡한 연령대와 제조업,자영업 분야 등의 고용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엄중한 상황일수록 정부 부처 간 협업 강화가 필수적입니다.이번에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범부처 간의 협업이 소재, 부품, 장비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이 경험을 확대해 나가야 합니다. 과거의 틀과 방식으로는 산업구조와 인구구조의 변화 등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가 어렵습니다.부처 간 칸막이를 해소하고,정보를 적극적으로 공유하며 종합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하는 범부처 차원의 통합적 노력이 있어야 어려운 과제들을 해결하고 의미 있는 성과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경제와 민생을 위해 모두가 한마음으로 뛰고 있습니다.정부와 기업이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고,대·중소기업 간 상생 협력 생태계도 구축되고 있습니다.올 초부터 성과를 내기 시작한 상생형 지역 일자리도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국회의 협조도 절실합니다.국민의 삶을 개선하고,민간의 활력을 지원하는 일에 국회가 입법으로 함께해 주시면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조현석 기자 hyun68@seoul.co.kr
  • 위워크 2000명 해고에 포에버21도 대규모 감원

    위워크 2000명 해고에 포에버21도 대규모 감원

    글로벌 기업들에 감원 바람이 거세다. 위워크가 최소 2000명을 해고할 예정인 데다 포에버21도 1100여명을 감원할 계획이다. 15일(현지시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글로벌 오피스 공유업체 위워크는 이르면 이번 주 2000명을 해고할 예정이다. 세계 27개국 111개 도시에서 500여개의 공유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 위워크의 전체 직원(1만 5000명)의 13% 규모다.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였던 애덤 뉴먼의 경영 퇴진한 데다 기업공개(IPO·상장) 무기한 연기로 홍역을 치른 위워크의 위기가 계속되는 모양새다. 가디언은 “직원 해고를 앞두고 위워크 신규 사업은 보류됐고 현재 진행되는 일이 거의 없다”며 “해고 조치가 여기서 끝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이 회사에 거의 없다”고 전했다. 앞서 정보기술(IT) 전문매체 인포메이션은 위워크 측이 은행 관계자들과 직원 30%를 해고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위워크는 IPO를 통해 사업 자금을 수혈하려고 했지만 상장을 연기해 자금난을 겪고 있다. 위워크는 JP모건체이스를 주관사로 선정해 수십억 달러를 융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위워크 지분 30% 가량을 보유한 일본 소프트뱅크가 주식 매입과 융자를 통해 위워크에 수십억 달러를 추가 투자할 계획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위워크는 건물이나 사무실을 장기 임대한 뒤 이를 사무 공간과 공용 공간, 맥주를 마실 수 있는 휴게 공간 등으로 재단장하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나 프리랜서 등에게 단기 임대하는 업체다. 파산보호신청을 한 한인 의류업체 포에버21도 직원 1100여 명을 감원하는 등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로스앤젤레스(LA)비즈니스저널이 이날 보도했다. 엘리자베스 에르난데스는 포에버21 대변인은 캘리포니아주 정부 고용개발청에 제출한 서류에서 “포에버21 로지스틱스 LLC는 배송센터와 전자상거래 설비 가동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르난데스 대변인은 이어 링컨하이츠에 있는 전자상거래 센터를 인랜드 엠파이어의 페리스 물류센터로 이전할 예정이라며 물류센터 이전과 함께 1170명의 직원을 감원할 예정이라고 LA비즈니스저널은 전했다. 포에버21은 전 세계에서 6400여 명의 풀타임 직원과 2만 6400여 명의 시간제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다. 이번에 감원되는 직원 규모는 풀타임 전체 직원의 18%에 이른다. 포에버21은 앞서 지난달 미 델라웨어주 연방파산법원에 파산법 11조(챕터 11조)에 따라 파산보호신청서를 냈다. 1981년 미국에 이민 온 장도원·장진숙 회장 부부가 LA 자바시장 내 900제곱피트(약 25평) 옷가게에서 출발해 세계 57개국, 800여개 매장을 거느린 거대 패션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아마존을 필두로 한 전자상거래 업체의 시장 잠식과 과당 경쟁에 내몰리면서 유동성이 급격히 악화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이동걸 “대우건설 2년 뒤 팔겠다”

    이동걸 “대우건설 2년 뒤 팔겠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14일 대우건설 매각 재추진과 관련해 “2년 정도를 거쳐 시기가 좋아지면 기업 가치를 높여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우건설이 한 번 매각에 실패했을 때 잠재적 매수자를 다 접촉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재매각을 단기간에는 성사할 수 없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산은은 지난 4월 구조조정 전담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를 만들어 그동안 사모펀드 형태로 보유하던 대우건설을 넘겼다. 이 회장은 “앞으로 구조조정하고 매각하는 회사뿐만 아니라 산은이 출자·관리하는 금호아시아나, 나아가서는 한국GM까지도 전문적으로 관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산은 수석부행장 출신이 KDB인베스트먼트 사장을 맡는 등 인력과 자금 측면에서 사실상 산은과 ‘한 몸’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실무 인력은 시장에서 채용한 전문가”라면서 “임금체계 때문에 시장 전문가를 (산은이) 직접 채용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이 제기했던 산은과 수출입은행의 합병론에 대해 사실상 철회 입장을 내놨다. 그는 “정부 측에서 당분간 검토할 의사가 없다는 표명이 있었기 때문에 저로서는 할 수 없는 입장”이라면서 “사견을 이야기해서 잡음이 일고 부작용이 생긴 건 공개적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 회장은 한국GM 노동조합이 두 달 가까이 부분 또는 전면 파업을 벌이는 등 사측과 갈등하는 것에 대해서는 “노조가 긴 미래를 보고 노사협의에 임해 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일손 부족에도 직원 내보내는 日…자발적 퇴사 원하는 40대 직원들

    저효율 개선 위해 인력구성 재구축 상장 기업 17개사 8200명 희망퇴직 100세 시대에 경력 재설계 분위기도 일손 부족으로 사람 구하기가 힘든 일본에서 직원들을 조기에 내보내려는 회사는 오히려 증가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기업들이 40대 이상의 고참 사원들을 서둘러 정리하고 디지털에 특화된 젊은 인재의 비중을 높이려 애쓰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황에 따른 일자리의 증가 등 일할 기회의 확대로 스스로 조기퇴직과 전직을 선택하는 직장인이 늘면서 과거 구조조정의 살풍경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10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올 상반기 직원들을 상대로 희망퇴직을 실시한 상장 대기업은 모두 17개사로, 이미 지난해 연간 수치(12개사)를 40% 이상 초과했다. 희망퇴직으로 퇴사한 사람의 수도 올 상반기 약 8200명으로 지난해 전체(4126명)의 2배에 달했다. 올해 일본 상장기업의 전체 희망퇴직 규모는 2013년 이후 6년 만에 1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에 2850명을 내보낸 전자기업 후지쓰와 같이 경영부진으로 감원을 한 경우도 있지만 상당수 기업은 미래를 위한 준비 차원에서 고참사원들의 조기퇴직을 유도했다. 주가이제약의 경우 지난해 4분기 역대 최고 실적을 올렸지만 올해 45세 이상 직원 172명을 내보냈다. 회사 측은 “신약 개발에 인공지능(AI) 인재가 요구되는 등 기업환경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도쿄상공리서치 관계자는 “기존 인력 감축이 대부분 ‘구조조정형’이었다면 지금은 성장 분야로 사업을 전환하기 위해 여유 있을 때 인력구성의 재구축을 진행하는 ‘선행실시형’이 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말했다. 여기에는 일본의 고질적인 ‘저효율성’ 개선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진 것도 이유가 되고 있다. 2017년 일본의 노동생산성은 1시간당 47.5달러(약 5만 6000원)로 1970년대 이래 선진 7개국(G7) 중 최하위를 달리고 있다. 최근의 특징은 고참 사원들 가운데 자발적으로 퇴사를 선택하는 경우가 급증했다는 점이다. ‘인생 100세 시대’가 강조되는 가운데 전체적으로 일할 기회가 풍부해지면서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경력 재설계에 나서려는 분위기가 전에 없이 두드러지고 있다. 상반기 희망퇴직 목표를 700명으로 잡았던 코카콜라재팬은 950명이 퇴직을 신청했고 아스테라스제약은 600명 목표에 700명, 유통기업 알파인은 300명 목표에 355명이 희망퇴직원을 냈다. 이에 비례해 전직 시장으로의 인력 유입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올 3월까지 리쿠르트 등 일본 3대 인력정보업체의 41세 이상 전직 소개 규모는 5028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나 증가했다. 또 지난해 일본의 40세 이상 전직자 수는 9년 전인 2009년의 4.7배에 달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2년 넘게 멈춰버린 군산… “현대重 재가동 공약은 희망고문”

    2년 넘게 멈춰버린 군산… “현대重 재가동 공약은 희망고문”

    20명 남짓 남은 공장은 교도소처럼 적막 빈 원룸 50%·아파트 헐값에도 거래 ‘0’ 사람도 상권도 빠져 지역 상인들 울상 정부 고용 지원에도 재취업 고작 150명 市 “관광·신재생에너지 육성방안 추진”“한때 5000명도 넘게 북적이던 공장에 이제 20여명만 남으면서 군산은 희망을 잃은 도시로 전락했습니다.” 지난 8일 오후 전북 군산시 비응도동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2년 넘게 가동을 중단한 공장은 텅 빈 채 황량한 분위기다. 현대중공업이 자랑하는 1650t짜리 골리앗 크레인은 멈춰 선 지 오래다. 직원들이 출퇴근하던 회색빛 철문은 굳게 닫혀 외부와 단절된 교도소 담장처럼 보였다. 바로 옆 통근버스 승강장 주변은 잡초가 무성히 자라 쓸쓸함을 더했다. 군산은 지난 2017년 시작된 제조업 구조조정으로 도시 전체가 마비된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2017년 문을 닫은 데 이어 지난해 한국GM 군산공장이 폐쇄돼 산업 기반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조선업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말이 들리지만 군산과는 상관없는 이야기가 된 지 오래다. 정부는 지난해 4월 군산을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했고 지난 4월 지정기간(1년)을 한 차례 연장했지만 경기가 살아날 산업 호재가 없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미지수다.현대중공업과 한국GM 직원들이 몰렸던 오식도동 원룸단지는 오가는 사람조차 보기 힘들었다. 이곳에 빽빽하게 들어선 500여 동의 원룸단지 공실률은 50%에 이른다.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으로 85개 협력업체 가운데 67개가 문을 닫아 4000여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한국GM 군산공장 폐쇄는 1만명의 대량 실업 사태를 가져왔다. 근로자가 없다 보니 경기가 좋을 때는 월세 30만~40만원을 줘도 구하기 힘들었던 방이 요즘은 반값인 20만원에도 나가지 않는다. 한 부동산 업체 관계자는 “아예 원룸을 팔아달라며 열쇠를 통째로 맡겨놓은 집주인들이 줄을 잇고 있다. 식당가도 손님이 없어 문을 닫는 분위기”라면서 “현대중공업 재가동 전에 군산 경제가 살아날 가망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도시를 지탱하던 산업 기반이 무너지면서 군산 경제 전체가 실종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청에서 발행한 군산사랑상품권으로 골목상권과 자영업자들이 근근이 연명하고 있다. 인근 골목시장에서 의류매장을 운영하는 B(54)씨는 “대기업 두 곳이 빠져나간 뒤 매출이 반 토막 났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치킨집을 운영하는 C씨는 “영업해서 본전도 못 건진다. 도시 전체가 너무 우울해졌다”며 울상을 지었다. 정부가 군산의 고용을 늘리기 위해 지원하고 있지만 별다른 소용이 없다. 지난 2년간 고용위기 해소를 위해 국가예산 1680억원이 투입됐고 18억원은 고용위기 종합센터 설립에 쓰였지만 재취업은 고작 150명에 그쳤다. 인구는 줄고 실업률은 높아졌으며 부동산 경기마저 된서리를 맞았다. 군산시 인구는 2012~2015년 27만 8000명을 유지했으나 지난 9월 말 27만 880명으로 최근 2년 동안 7000명 넘게 감소했다. 빠져나간 인구는 대부분 일자리를 찾아 떠난 젊은이들이다. 도시가 활력을 잃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부동산 경기도 바닥이다. 한국감정원의 지난 2분기 기준 군산시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25%다. 네 집 가운데 한 집은 빈 점포다. 아파트는 신축 물량도 거래가격이 분양가를 밑돌 만큼 제값을 받지 못한다. 분양가보다 2000만~3000만원 떨어진 헐값에 내놓아도 거래가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에 대한 원망만 커지고 있다. 군산시민들은 “현대중공업 재가동을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은 ‘희망고문’에 지나지 않는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지역경제를 떠받치던 대기업 두 곳이 문을 닫은 충격으로 대량실업과 경기침체 공포가 현실로 엄습한 만큼 보다 실질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한다. 한편 군산시는 무너진 지역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대기업 의존도가 높았던 산업체질을 바꾸는 대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체감하기는 이르다. 김성우 군산시 지역경제과장은 “단시일 내에 경기회복은 어렵지만 강소기업과 시민주도 관광산업, 신재생에너지산업 육성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10% 할인한 가격으로 공급하는 군산사랑상품권이 4000억원 판매실적을 올려 골목상권 등에 단기적 응급처방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GM군산공장을 인수한 명신이 2021년부터 전기차를 생산하고 군산형일자리 사업이 확정되면 지역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기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 사진 군산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사설] “인력 40% 안 줄이면 공멸”, 어찌 현대차뿐이겠나

    현대자동차 외부 자문위원회가 2025년까지 현대차 생산인력의 20~40%를 줄이지 않으면 노사가 공멸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국내 생산인력이 5만여명인 점을 감안하면 향후 5년 동안 최대 2만여명을 내보내야 한다는 의미다. 퇴직 등 자연 감소 인원 1만 3500명을 감안해도 추가적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청년들은 ‘채용절벽’에 직면할 수 있다. 현대차는 국내 주력 산업의 간판 기업이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4차 산업혁명과 맞물려 자율주행차와 전기·수소차로 대표되는 미래·친환경차로의 전환, 생산공정 자동화 등 산업 지형 자체가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현대차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우리 경제의 주춧돌이던 제조업 취업자 수와 허리인 40대 일자리가 꾸준히 감소하는 것도 경기하강의 여파뿐만 아니라 산업구조 재편에 따른 전조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일자리의 소멸은 아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국내 플랫폼 경제 종사자 규모는 50만명 안팎으로 추산되며, 이는 전체 취업자의 2%에 해당한다. 다양한 플랫폼 기업의 성장과 맞물려 플랫폼 일자리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역할은 자명하다. 일자리가 줄어드는 산업 분야에서는 실직 충격을 최소화하고, 일자리가 늘어나는 산업 분야에서는 고용의 질을 끌어올려야 한다. 하지만 노동 경직성은 원활한 구조조정을 저해하고, 사업자와 근로자의 경계가 모호한 플랫폼 일자리는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로 방치돼 있다. 정부가 고용 동향, 일자리 상황판만 들여다보며 일희일비할 상황이 아니다. 신산업 진출을 위한 족쇄를 푸는 규제 혁신이 불가피하고, 더불어 노동시장의 유연화에 따른 노동자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가 산업구조 재편과 일자리 혁명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중장기 계획을 짜야 한다.
  • 한인 일군 포에버21 파산 신청...“매장 너무 비싸”

    한인 일군 포에버21 파산 신청...“매장 너무 비싸”

    미국 이민 1세대 한국인 부부가 만든 저가 패션 브랜드 ‘포에버21’이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파산신청을 했다. 미 CNN 등에 따르면 미국에서 저가의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의 열풍을 일으켰던 포에버21이 지난 29일밤(현지시간) 연방파산법 11조 (챕터 11)에 따라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포에버21의 파산설을 지난 8월부터 본격적으로 나왔다. 앞서 뉴욕 5번가의 고급 백화점 바니스뉴욕도 파산보호를 신청한 바 있다. 1984년 4월 미국 기업 포에버21을 설립한 재미동포 장도원·장진숙 부부는 한국인 이민자의 성공 신화로 꼽혔다. 하지만 의류 구매 방식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매출이 감소하는 흐름을 피하지 못했다. 포에버21 의류 매장은 대개 쇼핑몰에 입점해있지만 갈수록 쇼핑몰에서 돈을 쓰는 사람이 줄어드는 데도 큰 매장을 위해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면서 경영난을 겪었다. 로이터통신은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하는 것보다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쪽으로 옮겨가는 추세 속에서 또다른 ‘희생자’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포에버21은 파산보호 신청과 함께 JP모건 등 기존 채권단으로부터 2억 7500만달러(약 3300억원)의 자금을 지원받으며 사모펀드 TPG 등으로부터 신규 자금 7500만 달러를 지원받아 구조조정에 나설 계획이다. 린다 장 포에버21 부사장은 비록 파산보호신청을 하기는 했지만 온라인 매장은 계속 운영하며 미국은 물론 멕시코 등 라틴아메리카에 있는 매장들도 계속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포에버21은 전 세계 40여객에 점포 815곳을 두고 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폐업 속출 vs 저임금 노동자 혜택… 美 뉴욕 ‘최저임금 1만 8000원’ 논란

    폐업 속출 vs 저임금 노동자 혜택… 美 뉴욕 ‘최저임금 1만 8000원’ 논란

    의회예산국 “2700만명 직·간접 혜택” 美정부, 최저임금 양면성 보완책 고민최저임금 1만원을 둘러싼 광풍이 한국 사회를 휩쓸고 지나갔지만 최저임금 15달러(약 1만 8000원)를 전격 도입한 미국 뉴욕 등에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미 자영업자들의 불만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2016년 시간당 최저임금이 11달러에서 2018년 말 15달러로 2년 만에 36%나 인상된 뉴욕의 식당과 편의점 등은 늘어난 인건비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지난 27일(현지시간) 뉴욕의 한 식당 주인은 폭스뉴스에 “인상된 최저임금으로 인해 교대 근무와 초과 근무를 줄였다”면서 “또 앞으로 영업 상황에 대한 예측이 어려워 식당 확장 계획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퀸스상공회의소 토머스 그레흐 회장은 “최저임금법으로 인해 지난 9고개월 동안 폐업한 식당이나 옷가게 등이 늘었다”면서 “소기업들은 처음엔 직원들의 근무시간을 줄이 결국에는 폐업에 이른다. 이는 단지 높은 임대료 때문만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맨해튼의 기업이나 여행자는 높은 최저임금으로 인한 더 큰 비용을 낼 수 있지만 어려운 지역 주민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인상에는 명암이 모두 있다고 지적한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기업들이 감원이나 구조조정을 할 가능성이 커 130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해고자의 절반은 최저임금을 받는 10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저임금 노동자들에 대한 혜택도 간과할 수 없다. CBO는 연방 최저임금이 15달러로 인상된다면 1700만명이 직접 혜택을, 1000만명이 간접적 임금 인상 효과를 볼 것으로 분석했다. 민주당의 보비 스콧 하원 교육노동위 위원장은 “CBO의 최저임금 보고서가 명확한 결론을 내렸다”면서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이 그 어떤 잠재적 비용보다 크다”고 주장했다. 또 뉴욕시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도 통계상의 실업률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등 큰 여파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뉴욕시의 최저임금은 지난 2년 동안 세 번이나 올랐지만 실업률은 거의 변동이 없었다. 뉴욕주 노동부에 따르면 6월 뉴욕주의 실업률은 4%, 뉴욕시의 실업률은 4.3%로 1년 동안 큰 변화가 없었다. 최저임금 인상법안을 지지하는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 외에 사업 실패로 이어질 수 있는 다른 요인들이 많다”면서 “소상공인들은 높은 최저임금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15달러로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소득 불평등이 줄어든다”면서 “이것은 단순한 ‘돈’의 문제가 아닌 인종, 성별, 급여 평등의 문제”라고 말했다. 따라서 내년 대선을 앞둔 민주당은 시간당 7달러 25센트인 연방 최저임금 인상에 나섰다.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은 지난 7월 중순 2025년까지 15달러로 올리는 법안을 찬성 231 대 반대 199표로 가결했다. 이 법안이 현실화한다면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연방 최저임금이 오르게 된다. 민주당 의원들이 법안 인상을 지지하는 반면 공화당 의원들은 ‘임금 인상이 일자리를 줄일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백악관 역시 상원에서 법안이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최저임금 인상은 저임금에 시달리는 많은 노동자에게 혜택을 주지만 소상공인 특히 식당과 옷가게 등 자영업자에게 일시적인 어려움으로 다가올 수 있다”면서 “미국 정부도 최저임금의 양면성을 보완하는 대책 마련에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서울광장] 위기의 40대, ‘중년 벤처’를 허하라/장세훈 논설위원

    [서울광장] 위기의 40대, ‘중년 벤처’를 허하라/장세훈 논설위원

    “우리 사회에서는 일부 20~30대가 쓴 벤처 성공 신화가 ‘중년 벤처’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심어 주고 있다.” 한 스타트업 창업자가 기자에게 작심하고 한 말이다. 일자리 위기의 한복판에 놓인 40대, 벤처를 창업해도 ‘지원 절벽’부터 걱정해야 하는 40대. 더이상 이를 방치할 수 없는 일이다. 최근 취업자 수가 45만 2000명 증가했다는 ‘8월 고용동향’이 발표되자 정부는 “정책 효과”라며 자화자찬을 내놨다. 반면 학계에서는 지난해 같은 달(취업자 3000명 증가)과 비교한 기저효과와 재정으로 떠받친 단기 일자리를 한계로 지적하고, 대다수 언론은 “지표부터 바로 읽으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같은 통계를 놓고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도 40대가 위기라는 데는 이견이 거의 없다. 지난달 40대 취업자 수는 12만 7000명 감소했다. 벌써 17개월째다. 40대 인구가 줄어든 데 따른 불가피성을 인정하더라도 인구 감소보다 취업자 감소가 더 빠르게 진행된다는 점에서 인구구조 변화로만 설명할 수 없는 문제다. 40대의 위기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 일자리 정책·예산의 한계와도 맞닿아 있다. 경기 침체의 여파로 인력 구조조정이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이 나타나는 가운데 직장을 잃었거나 잃을 것으로 예상되는 40대가 ‘레드 오션’인 자영업 시장으로 내몰리게 놔둬서도 안 된다. 주력 산업의 경쟁력은 떨어지고 신성장 동력은 부재한 상황에서 일자리 예산의 ‘오조준’도 우려된다. 내년도 일자리 예산(25조 8000억원)이 역대 최대 규모임에도 전체의 3분의2는 실업 지원과 고용 장려에 쓰이고, 정작 창업 지원에는 9.2%만 배정됐다. 고용의 안전판이 될지는 몰라도 재기의 디딤돌로는 미흡하다. 더욱이 우리 사회에는 창업에 대한 고정관념 또는 선입견마저 존재한다. 같은 창업이라 하더라도 자영업과 벤처를 구분한다. 간명하게 얘기하면 40대 이상 중년이 생계유지를 위해 ‘남이 하던’ 기업을 복붙(복사해서 붙여 넣기) 방식으로 만드는 건 자영업, 20·30대 청년이 꿈을 이루기 위해 ‘세상에 없던’ 기업을 일구는 건 벤처로 규정짓는 분위기다. 중년 벤처는 결코 무시할 대상이 아니다. 지난해 미국 연구팀이 발표한 ‘나이와 고성장 기업가 정신’ 논문에 따르면 미국에서 2007~2014년 창업 후 1명 이상을 고용한 창업자 270만명의 평균 나이는 41.9세였다. 이 중 성장률 상위 0.1% 내 벤처기업의 창업자 평균 나이는 45.0세로 상승했고, 50대 창업자가 30대 창업자보다 높은 성장률을 거둘 확률은 1.8배에 달했다. 논문은 중년 이후 창업의 성공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이유로 인적 자산(인맥)과 재무적 자산(자본), 사회적 자산(경험) 등을 갖췄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벤처는 기업이 존속해 온 기간이 짧아 젊다는 것이지 기업을 일군 창업자의 나이가 젊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벤처가 청년들의 전유물이 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되는 이유다. 문제는 중년 벤처의 터전이 열악하다는 점이다. 벤처 창업에서 40대는 곧 지원 절벽을 의미한다. 40세에 진입하는 순간 풍성했던 정부 지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금융기관에서 사업자금이나 운영자금을 융통하려 해도 나이를 이유로 거절당하는 게 다반사다. 대다수 벤처 지원 자금 앞에는 ‘청년 전용’이라는 수식어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청년들에게 창업 지원금을 알선해 주는 브로커까지 활개칠 정도다. 정부의 벤처 지원 제도가 청년 창업을 독려하는 데 정책 목표가 있다고 하더라도 중년 벤처를 홀대해도 된다는 명분이 될 수는 없다. 취업시장에서 이미 나이는 마땅히 사라져야 할 규제로 간주된다. 창업시장에서도 나이가 성공 여부를 가르는 절대 기준이 될 수 없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고령화의 진전, 평균수명 연장 등과 맞물려 중년 창업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중년 벤처를 지원의 사각지대로 남겨 두면 전체 일자리 증가에도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4차 산업혁명과 이를 주도할 벤처 창업은 앞으로 대한민국이 사는 길이다. 국내 벤처생태계에 다양성과 활력을 불어넣고 성공 확률을 높이려면 중년 벤처는 필수조건이다. 이에 맞춰 창업 교육, 자금 지원, 투자 유치 등 연계 프로그램의 틀을 새로 짜야 한다. 경험과 노하우를 갖춘 중년, 참신한 아이디어와 도전정신으로 무장한 청년의 공동 창업을 독려해야 한다. 벤처 창업자들을 획일적 규제의 틀 안에 가둔 뒤 정부가 심판은 물론 선수까지 하려는 욕심도 버려야 한다. shjang@seoul.co.kr
  • 산은·수은, 뿌리깊은 라이벌 의식… 합병설 나오자마자 ‘발칵’

    산은·수은, 뿌리깊은 라이벌 의식… 합병설 나오자마자 ‘발칵’

    “산업은행 회장이랑 저랑 같이 평양에 보내주든, 아니면 둘 다 안 가게 해 달라.”24일 정치권과 금융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당시 수출입은행장이었던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같은 달 18~20일 평양에서 열린 제3차 남북정상 회담을 앞두고 당시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이렇게 요구했다. 농담 섞인 말이었지만 양대 정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수장 중 이동걸 산은 회장만 수행원 명단에 오르면 수은의 모양새가 빠져서다. 산은과 수은의 업무 영역이 다르지만 대북 사업은 겹치는 부분이 많다는 이유도 있다. 결국 은 위원장은 평양 땅을 밟지 못했고 이 회장만 방북했다. 정상회담 후 은 위원장이 윤 전 수석에게 또다시 농담조로 불만을 표시했지만, 윤 전 수석이 “나도 못 갔는데 뭘 그러냐”고 말해 논란으로 번지지는 않았다. 정책금융기관 중에서도 덩치가 커 라이벌 관계인 산은과 수은의 경쟁심을 엿볼 수 있는 일화다. 산은 회장과 수은 은행장의 주요 행사 참석 여부를 놓고도 양 기관에서 상당히 신경을 쓴다는 얘기도 나온다. 두 기관의 라이벌 관계에 최근 이 회장이 큰 불을 지폈다. 이 회장이 지난 10일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산은과 수은에 중복되는 부분이 많다. 산은과 수은의 합병을 정부에 건의해 볼 생각”이라고 폭탄 발언을 했다. 이 회장은 “합병은 정부와 전혀 협의된 게 아닌 사견”이라고 전제했지만 파장은 상당했다. 수은 노조는 다음날 곧바로 성명서를 내고 “(이 회장이) 현 정권에 어떤 기여를 해 낙하산 회장이 됐는지 모르지만 우리나라 정책금융 역할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할 위치에 있지 않다”면서 “대내 정책금융기관이라는 산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한 책임 회피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산은을 산하 공공기관으로 둔 금융위와 수은의 상급기관이자 모든 공공기관을 관리하는 기획재정부도 이 회장의 발언을 일축했다. 은 위원장은 지난 16일 “아무 의미 없는 이야기다. (이 회장의) 사견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도 지난 17일 “산은과 수은은 고유 핵심 기능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이 회장이 금융 당국과 기재부 등 관련 부처와 아무 상의도 없이 이런 발언을 한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수은 측에서는 2013년 정부가 발표한 ‘정책금융 역할 재정립 방안’을 통해 대내 정책금융은 산은이, 대외 정책금융은 수은이 맡기로 교통정리가 다 된 상황에서 이 회장의 발언이 나온 점에 주목하고 있다. 대내 정책금융 사업이 포화 상태가 되자 산은이 중기 해외 프로젝트 파이낸스를 비롯해 수은의 업무 영역을 노리고 있다는 고까운 시선이 적지 않다. 수은 관계자는 “산은이 전부터 호시탐탐 해외 사업에 진출하려고 했다”면서 “산은은 대외 정책금융에 노하우가 부족하다. 수은과 산은의 업무 영역이 명확히 나눠져 있는데 통합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겠느냐’는 반응도 나온다. 이 회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가까운 친문 인사로 손꼽히는데 괜한 얘기를 꺼냈겠냐는 추측이다.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의 의견과 맥을 같이한다는 근거도 뒤따른다. 김 전 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더미래연구소로 돌아가 지난해 11월 ‘정책금융기관, 통합형 체제로의 근본적 개편이 필요하다’는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산은과 수은, 무역보험공사, 중소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주택금융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 등 8개의 기존 조직을 자회사로 두는 지주회사 체제로 정책금융기관들을 통합·전환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청와대에서 정책금융 지원의 중복과 비효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 공공기관에 대한 구조조정을 추진하려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정책금융기관 통폐합을 반대하는 의견도 상당하다.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는 “산은과 수은을 합병하면 현재처럼 서로 경쟁하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없다. 유사 사업을 하는 기관들 사이에서 회계장부와 성과지표 등을 놓고 상대 평가할 수 있는 ‘잣대 경쟁’이 불가능해 지는 것”이라면서 “정책금융기관을 합치면 몸집이 너무 커져 부실 우려도 커진다”고 말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사설] 경기 정점 찍었다는데, ‘거꾸로 정책’ 놔둘 건가

    국가통계위원회는 지난 20일 한국 경제가 2017년 9월을 정점으로 지금까지 24개월째 하락하고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2017년 9월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4개월 된 시점으로 정부는 이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법인세율 인상, 부동산 규제 등 경제가 과열될 때 시행하는 정책을 폈다. 상승기와 하강기 등으로 구성된 경기 순환 주기에 맞춰 경제정책을 펴야 하는 정부가 상황에 맞지 않는 ‘거꾸로 정책’을 한 것이다. 한국은행 또한 2017년 11월과 2018년 11월 각각 기준금리를 올리는 판단 오류를 범했다. 정부의 상황 인식은 매우 우려스럽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우리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0일 ‘더민주 정책페스티벌’에서 “국제적 환경이 굉장히 나빠지고 있어 모처럼 회복되는 우리 경제가 빨리 진전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각각 말했다. 경제 현실 진단이 국민 체감과 동떨어지니 지지도가 하락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20일 발표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40%로 문 대통령 취임 이후 가장 낮은 데다 대선 당시 득표율 41.1%를 밑돈다. 조국 법무부 장관 사태가 가장 큰 이유겠지만 이제라도 경제정책 전반을 점검하고 보완하지 않으면 조국 사태와 상호작용해 더욱 내려갈 수 있다. 앞으로 5개월 안에 경기가 반등하지 못하면 경기 하강 기간이 30개월이라는 최장 기록이 된다. 정부는 고령화, 해외 변수 등만 탓하지 말고 산업 구조조정, 서비스산업 활성화, 노동시장과 규제 개혁 등 전문가들이 꾸준히 지적해 온 시장 중심의 정책을 빠르게 제대로 집행해야 한다. 그래야 빠르게 낮아지는 경제성장률은 물론 잠재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 당장 내년 1월 도입될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의 주52시간 근로제 시행에 앞서 탄력근로 단위기간 확대, 유연근로제 요건 완화 등 중소기업이 요구하는 보완책을 마련하라. 300인 이상 기업의 시행 과정에서 봤듯이 기업도 힘들지만 당장 노동자들 소득도 줄어든다. ‘소득주도성장’과 맞지 않는다.
위로